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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9dDtirArwJ 2018/01/16 15:10:21 ID : 2tvxveGsruq
※ 첫 레스 내용 마지막 수정 2018.01.18 ※ 이 스레는 >정해진 내용 없이<진행하는 스레야! 예전에 진행한 내용을 어느 정도 가져온 뒤 시작하지만, 뒷부분은 지우고 새로 이어가기로 했어. 잔잔한 일상 스레야!현재 >로맨스<로 가고 있으니까 주의해줘. 이전과 달리 날짜와 요일을 표기했어. 전체적인 막장은안 되지만,단순한 개그 수준의 황당한 등장이나 대사 정도는허용. 수위는 전체이용가 수준으로!앵커에 따라 레스의 길이는 왔다갔다 해. 책을 쓰는 것처럼 문장이 매끄럽게 이어지도록 하고 있어.내용은 주기적 백업! 아래는 등장하거나 언급된인물 중 주인공과 우일의 남매/형제까지 기본 설정. 이전에 나왔던 설정은 유지. 이외의 인물을 등장시켜도 돼. 다원의 동창, 지워진 내용에 등장했던 아이와 불량배 두목에대해선 쓰지 않았지만 다시등장할 수도있어. ▶ 진 다원: 주인공. 23세 여성. 현재 무직. 이직을 위해 원래 다니던 회사에서 나와 휴식 중. 에너지가 마구 넘치는 타입은 아니지만 내향적이기보단 외향적이고 낙천적. 타인의 반응을 신경쓰지 않고 직설적일 때도 있다. 운동하다 만난 우일과 정말 순식간에 연인이 되는데…. └ 진 가혁: 26세 남성. 다원의 큰 오빠. 어린이집 보육교사. 눈치가 빠르고 장난스러울 때가 있지만자상하다. 진 가원: 25세 남성. 다원의 작은 오빠. 병아리 암수 감별사로서 외국에. 다원과 투닥거리면서도 잘 지내는 사이. └ 정 나연: 28세 여성. 다원의 친척 언니. 안무가. 지워진 내용에 등장했었다. 시원시원한 성격. ▶ 윤 우일: 29세 남성. 투자분석가. 미남. 한국인에 가깝지만 다소 이국적인 느낌. 흑발이고 눈은 남색에 가깝다. 낮고 딱딱한 어조가 있으나 정중하고, 성격 자체는 부드럽다. 예전 스레에서 나왔던 바로는 일본 만화 원피스를 좋아한다. 운동하다 만난 주인공에게 순식간에 고백하는데…. 윤 우신: 24세 남성. 우신의 남동생.
◆L9dDtirArwJ 2018/01/16 15:14:14 ID : 2tvxveGsruq
《6월 28일 수요일》 피로한 몸은 자꾸만 잠을 갈구하였고, 결국 계획보다 많은 시간을 침대에서 허비해버렸다. 그렇다고 개운하지도 않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겨우 몸을 일으켜 욕실에서 세수하고 나왔다. 일하러 나간 가족과 달리 한가한 하루의 시작이다. 조용하다고 생각했더니 거실의 텔레비전이 꺼져 있다. 이른 아침이니까 당연한가. 오늘은 무엇을 해야 좋을지 고민하며 내 방의 의자에 앉았다. 책상 위에는 컴퓨터가 있고, 책꽂이에는 읽지 않는 책이 가득하다. 방금 튼 선풍기가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다. 잠이 덜 깬 몸은 자꾸만 늘어졌으나, 잠만 자는 것도 피곤한 일이다. 아무래도 동네 한바퀴 돌고 오는 게 좋으려나. 굳은 몸이 조금이나마 풀릴지도 모른다. 그렇게 결정한 곧장, 통풍이 잘 되는 가벼운 복장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귀찮은 준비 운동도 빼먹지 않았다. 인근의 오르막길을 오르며 동네를 돌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저질 체력은 아니겠지. 어차피 할 일도 없으니, 앞으로 아침마다 운동해야겠다. 그렇게 상념에 잠긴 채 달리던 내 시선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조깅을 하고 있는 청년이었다. 그는 누구든 감탄할만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여태 믿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 말이 와닿는다. 잘생긴 아이돌에게도 관심이 없던 내가 지금은 홀린 듯 한 남자를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나와 같은 한국인으로 보이는 그는 다소 이국적인 느낌이 섞여 있었고, 마주친 두 눈동자는 언뜻 푸르게 보였다. 이런, 너무 오래 바라보고 있었나보다. 나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운동할 준비를 했다. 다시 달리기 시작하는데, 그도 같은 길로 따라왔다. 쫓아오는 건 아니겠지. 그럴 이유도 없고. 이제는 신경쓰지 않으려고 침착하게 자세를 바로잡으며 달렸다. 그런데 나와 비슷한 속도로 달리던 그가 갑자기 속도를 내는 게 아닌가. 나를 힐끔 보고 가는 걸 보니, 혹시 경쟁인가? 어쩐지 똑같이 행동해야만 할 것 같아 호흡을 가다듬고 나 역시 속도를 냈다. 운동을 자주 하지는 않아도 기본적인 체력은 꽤 되니까. 어찌저찌 금방 가까워졌긴 한데, 따라잡을락 말락한다. 와, 진짜 빠르네. 자꾸만 급히 발을 놀리다보니, 체력이 한계를 보인다. 어쩔 수 없이 멈추고 가빠르게 숨을 내쉬었다. "드세요." 갑작스레 들리는 건조한 목소리에 고개를 드니, 어느새 다가온 그가 물병을 내밀었다. 먼저 가버리진 않았을까 했더니 꽤 자상한 사람인 걸까. 말투는 딱딱해도, 오히려 그의 미모에 어울려 매력으로 보였다. 이렇게 뛴 게 오랜만이라 힘들었기 때문에 그의 호의가 진심으로 고마웠다. 웃으며 그를 올려다본 채 물병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갈증을 죽이고자 얼른 물을 들이켰다. 시원하게 마시고나니, 그가 옆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무언가 말해야 하나? 평소 보는 사람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잘생긴 사람이 나를 바라보니 묘하게 압박감이 심하다. 짧은 시간 동안 고민을 거듭했다. 적당한 말을 찾아내려고 애쓴 끝에,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 어떤 말보다 무난한 말이었다. 작업거는 거라고 생각하진 않겠지? 하지만 이것 외엔 생각나는 게 없었기에 그를 향해 최대한 부드럽게 물었다. "매일 여기서 운동하세요?" "예. 여태 본 적이 없는데, 처음이십니까?" "아, 이사한 뒤로는 운동을 안 했거든요." "그렇군요." 멋쩍게 웃는 나를 향해 그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무심코 나온 대답이었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웠기에, 본심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나도 모르게 그가 마음에 들었나보다. 연정인지는 모르겠다. 그의 미모 때문에 생긴 단순한 호감일까. 그래도 짧은 만남에서 느낀 그의 성격은 딱딱한 어조에 비해 부드러웠다. 외모가 아니더라도, 이상하게 매력적이라 앞으로도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내가 앞으로도 계속 운동을 나올 것이 분명해졌다. "이름을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전 윤우일이라고 합니다." "진다원이에요." 그의 얼굴에 연한 미소가 어린 것처럼 느껴지는 건 내 착각일까. 그는 업무가 있었기에, 우리는 그대로 작별했다.0
◆L9dDtirArwJ 2018/01/16 15:17:45 ID : 2tvxveGsruq
《6월 29일 목요일》 다음날 아침도 피로하긴 마찬가지였지만 그를 생각하며 몸을 일으켰다. 시계를 보니 어제의 기상 시간보다 빠르다. 그럼 여유가 있겠네. 일단은 정신을 차리기 위해 씻고 나왔다. 컴퓨터라도 잠깐 하려는데, 핸드폰이 진동한다. 누구에게 문자가 온 걸까. 엄마나 동생, 아니면…. 핸드폰을 들어 잠금을 풀었다. [동창회 올 거지?] 가족이 아니라 옛날에 같은 반이던 친구의 문자였다. 저번달에 내가 이 동네로 이사를 온 뒤로는 연락이 뜸하더니. 내용도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다. 곧 동창회인가. 저번 동창회는 가본 적이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학창 시절에도 무작정 활달한 성격은 아니었던 나는 그들 사이에서 눈에 띄눈 사람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내성적인 것도 아니라서 평범한 수준으로 어울렸다. 그때도 무난하게 시간을 보내다 왔던 것 같고. 그다지 기대가 되는 부분은 없으나 거절할 이유도 크게 없다. 게다가 요즘은 비교적 한가하니까. 혹시 모르니 날짜나 장소를 물어보는 게 좋을까? 생각해보다가 답장을 보냈다. [그래. 언제 어디서 해? 많이 온대?] [확실히 오겠다고 한 건 21명. 다음주 금요일 오후 7시인데, 여기야.] 서울이라서 그런가,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는 식당이다. 가본 적은 없으나 이름이 익숙했다. 2박 3일 캠프 장소 같은 것도 고려해보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에도 결국 식당인가. 뭐, 식당 뒤에 다른 곳을 더 들려도 되니까. 그 중에서도 당일에 갑자기 빠지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는 장담할 수 없겠지만, 확실한 인원이 21명이면 꽤 된다. 나는 이직을 위해 회사에서 나온 후 잠시 쉬고 있는 반면 다른 애들은 거진 일하거나 공부하면서 바쁘겠지. 금요일이라면 대충 일주일 정도 남았다. 괜찮을 것 같다는 답장을 보내두었다. 외출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를 만났던 곳으로 찾아가니, 그는 누군가를 기다리듯 앉아 있다.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다원 씨." "결혼합시다." "예?" 그와 시선이 마주친 순간이었다. 갑작스레 장난기가 발동해 그에게 성큼 다가가 말했다. 어디서 온 자신감으로 그리 했는지. 부끄럽기보다는 당당했으나 그의 당황한 표정을 보니 약간 미안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 서로 알고 지낸지 겨우 이틀째인데, 너무 뜬금 없었다는 것 정도야 나도 인정한다. 침착하던 그가 이 순간만큼은 눈을 조금 크게 뜨고 있었다. 전혀 예상할 수 없었겠지. 그는 가라앉은 모습으로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나보다도 더욱 장난기 가득하게 웃었다. "그럴까요?" 만약 지금 물을 마시고 있었다면 분명 뱉어버렸을 거야. 진심이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겠으나 그래도 반은 장난이었는데. 솔직히 내 당혹감의 원인은 나만큼 능청스러운 대답이 아니라 그의 미소였다. 여태 느낀 그의 성격은 꽤나 부드러웠지만 딱딱한 어조만큼 인상도 조금 굳은 면이 있었다. 사납게 생긴 건 아닐지라도 이렇게까지 환하게 웃어줄 거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이제 와서 정정해야 하나? 글쎄. 나는 그저 즐겁게 웃으며 맞장구쳤다. "식은 어디서 할까요, 우일 씨. 우주에서?" "좋네요. 아름다운 결혼식일 겁니다." 이 사람을 이렇게나 빠르게 좋아해도 되는 걸까? 상대를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무조건적으로 신뢰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안다. 나는 그렇게 순진하거나 둔한 사람이 아니니까. 지금은 이렇게나 한가하다고 해서 학창 시절 편하게 살아오진 않았다. 이른 감정은 위험하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무슨 일은 하는 사람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가진 애정이라니 그러나 같이 있고 싶다. 단순한 관심이라기엔 짙은 감정이 호의와 사랑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연정이라고 확신하기는 이르고, 아니라고 하기에도 어려웠다. 연애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나 어려울 줄이야. 관심인가, 호의인가, 사랑인가. 이유가 어떻든 나는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슬슬 식사하셔야 할 것 같은데, 같이 가시겠습니까?" "그래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각자 집에서 옷을 갈아 입고, 이곳에서 다시 만나면 될 것 같군요." 결혼 이야기에 뒤이어 자연스럽게 그가 식사를 제안했다. 나는 당연하게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와 비슷한 지금의 옷차림은 일상에 문제가 없는 복장이었으나, 식당에 가기엔 조금 애매했다. 나처럼 그도 이 동네에 사는 모양이니 옷만 갈아입고 오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이름없음 2018/01/16 15:20:26 ID : 2tvxveGsruq
그와 헤어진 뒤 집으로 돌아왔다. 무슨 옷을 입을까. 오래 고민하다가는 늦겠지만 허술하게 입고 갈 수도 없는걸. 그렇다고 화려하게 하는 건 내 취향도 아니고, 그럴 사이도 아니겠지. 마침내 고른 것은 친구가 내게 어울린다고 말했고 스스로도 좋아하던 레이스 장식의 원피스였다. 이 정도면 충분할까. 그는 부유할 것 같기도 하고, 정장이든 뭐든 어울리게 입고 올 것 같은데. "…멋져요." "다원 씨야말로 예쁘십니다." 다시 만난 그는 예상대로 말끔한 정장을 입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직장인이 입는 정장보다 더욱 값이 있어 보이는 정장이었다. 어떤 일을 하는지는 몰라도,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닐까. 그가 나를 데리고 들어간 곳도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이었다. 그에게 물어보자 내가 옷을 갈아 입고 오는 그 사이에 미리 예약을 했다고 하더라. 준비성이 철저한 건지, 그만큼 능력이 있는 건지. 아마 둘 다 맞는 말이겠지. 예약한 자리에 앉아 적당한 음식을 주문했다. 생각대로 가격이 있어서 부담을 느끼긴 했지만, 그는 한사코 자신이 사겠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긴 건 그였다. 계속 거절할 수도 없을 것 같았기에 평범한 것을 골랐다. 그가 음식을 주문하는 동안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주문이 끝나자 나의 시선을 느꼈는지 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 "초면에 결혼하자는 말을 하시다니, 재밌는 분이시군요." "초면인가요? 제겐 구면인데." "하하…그렇네요. 다원 씨 말이 맞습니다." 내가 웃으며 답하자 그도 다소 즐거워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내 말에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거의 처음이나 다름 없긴 하지만, 오늘 처음 만난 것은 아니므로 틀리지 않은 말이었다. 청혼을 100% 진심이라고 하기엔 무척이나 이른 사이라서 그런 것일 뿐. 오래 알고 지낸 사이었다면 그게 농담이라고 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겠다. 두 번째 만남이 이렇게나 편한데, 다음에는 얼마나 더 빠지게 될까. 첫눈에 반할 수 있다는 것을 더는 부정할 수 없다. 아는 것은 이름과 얼굴이 전부일지라도 다른 것은 차차 알아가면 될 일 아닌가. "구면이라기엔 서로에게 모르는 게 너무 많긴 하죠." "제가 궁금하십니까?" "네. 알려주시겠어요? 우일 씨는 어떤 분이신지." 질문을 한 뒤 물을 조금 마셨다. 무슨 질문을 해야 할지 생각해봤지만, 우선 자기 소개가 필요하지 않을까. 넓은 범위의 이런 질문이라면 가장 기본적인 정보부터 끌어낼 것이다. 형식적인 만큼 일반적인 질문이었기에 나는 그리 고민하지 않았다. 그가 어떻게 답하든 지금보다는 많을 것을 알 수 있겠지. 그러나 그는 내 생각보다 능청스러운 구석이 많나보다. 도저히 날 가만 있지 못하게 만드는 미소로 그가 답했다. "당신의 남편이 될 사람입니다." 무슨 의미로 그렇게 말하는 걸까. 내가 입밖으로 무언가 말하기도 전에 그는 명함을 내밀었다. 일반적인 명함과 다른 검정색 배경 위 금색의 로고가 반짝인다. 누구나 들어봤을 회사와 정갈하게 쓰인 직업을 보자 그의 재력이 이해되었다. 투자분석가 윤우일. 임금을 상당히 받을 수 있어 경쟁이 심힌 직업이 아닌가. 전문 지식을 요하는 탓에 까다로울 직업이다. 그의 지적인 인상과 일치하였기에, 내게는 무척이나 당연하게 느껴지는 한줄이었다. 나는 명함을 잠깐 홀린 듯이 봤다. 이런 남자를 본 건 처음이다. 볼 수록 완벽했다. 물론, 내가 그에게 빠진 원인 중에는 첫인상에 강력하게 영향을 준 외모도 있을 것이다. 성격을 우선해야 한다고 하는 이가 많지만 결국 외적인 부분도 보게 되는 게 당연한걸. 그래야 편하게 사랑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나는 아직 그의 의도를 모르겠다. 다른 부분을 만족해도 상대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면 내 마음이 무슨 소용일까. 살짝 고개를 드니 그가 나를 보고 있다. 이전에 봤던 깊은 눈과 마주쳤다. 나의 의문을 알아채기라도 한 걸까. 그는 장난스레 웃더니 먼저 말을 이었다. 다소 딱딱했던 어조와 인상이 이제는 산뜻하기만 하다. 달콤한 목소리가 간지러워, 그의 얼굴이 아닌 명함을 들여다봤다. "이 정도면 당신의 남편이 되기에 충분하지 않나요?" "충분하고도 남죠." 명함을 테이블에 올려뒀다. 음식은 아직이었다. "저의 어떤 점이 좋아서 선뜻 결혼하시려는 건가요?" "말이 잘 통하거든요." 그가 물을 들이켰다. 컵을 내려놓는 손짓이 마치 귀하게 자란 사람처럼 유려하다. 입술은 여전히 마른 듯한 색인 반면, 관리가 잘 된 머리와 피부는 나보다도 좋았다. 이틀 간 봐온 성격을 생각한다면 아마도 스스로 신경쓰는 거겠지. 평범한 자신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마주한 눈빛에서 그가 진심이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연정이라기엔 이르니 호감의 수준으로 생각되지만, 무언가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원 씨라면 결혼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른 이유는 없구요? 저에 대해 많이 모르실텐데." "그럼 결혼을 전제로 교제해보는 건 어떨까요? 서로에 대해 알아갈 수 있도록." 상대가 누구든 사랑에 빠지게 만들 법한 미소였다. 너무나도 매혹적이어서, 그가 웃을 때면 나는 자연스레 감성에 젖는다. 스스로를 현실적인 사람이라고 여겼던 이전의 생각은 놀라 달아나버린다. 아직은 연정에서 한발 뒤인 것처럼 보였는데. 실은 그 한뼘의 거리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감정은 전염병이라서, 기회와 시간이 충분하면 금세 깊어지기 쉬웠다. 그리고 깊어진 감정은 반대로 독이 되기도 한다. 받아들인다면 좋게 발전될 수도 있고, 아니면 괴롭게 끝날지도 몰라. 그렇다면 어느 쪽이 좋을까? "좋아요." 결국, 나는 당연스럽게 웃으며 수락했다. 곧이어 나온 식사는 만족스러운 만찬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헤어지기 전 그와 번호를 주고 받았다. 명함에 쓰인 번호는 업무용이니 이쪽이 빠르다고 했다. 이대로 작별을 해야 하는지 잠깐 고심하다, 오늘이 평일이라는 사실을 떠올린 나는 그에게 업무는 없냐고 물어봤다. 오전은 비어 있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의 시선이 나와 마주친다. 같이 있고 싶은 마음에 잠깐 망설이는데, 무색하게도 그가 먼저 제안을 해왔다. "같이 걸으시겠습니까?" 고개를 끄덕인 우리는 오전의 거리를 걸었다. 개인 하늘은 마냥 맑았고, 평일치고 조용한 거리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에게로 시선을 옮기자 그는 내게서 시선을 뗀 적이 없는 것처럼 나를 보고 있었다. 그 눈길이 싫지 않았다. 그의 푸른 눈에 잠기는 기분이다. 이윽고 가라앉은 감정이 날카로워진 것만 같았다. 마치 도전장과 같이, 고개를 돌리지 않고 그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나를 보며 두 눈을 깜박이던 그가 조금 더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나와 눈싸움을 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몇초 뿐이었다고 하더라도 내게는 길게 느껴졌다. 먼저 시선을 피한 것은 그였으나 나는 그가 일부러 내게 져준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빠르게 치고 들어온 말에 나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분명 이 사람은 연애를 여러번 해봤을 거야. 적어도 나보다는 많을걸. 로맨스 소설에서나 읽을 수 있던 대사를 직접 내 귀로 듣는다는 게 얼마나 생소하면서도 설레는지. 물론 내가 여기서 가만히 있을 사람은 아녔다. 스스로 당당하다고 여기는 편이고, 간혹 독특하다는 소리도 듣지 않았는가. 벌써 그에 대한 칭찬거리는 한가득이다. 정확히는 감탄이겠지만. "우일 씨에게 어울리는 말이네요." "하하. 다원 씨에게 들으니 더욱 좋군요."
◆L9dDtirArwJ 2018/01/16 15:23:36 ID : 2tvxveGsruq
《7월 1일 토요일》 알람 시계가 우는 소리가 들린다. 손으로 대충 찾아 누르니, 이제야 시끄러운 소리가 멎었다. 비몽사몽 깨어나 흐리던 시선이 점차 초점을 잡는다. 익숙한 방. 책장, 책상, 의자, 침대…. 다른 물건과 달리 시계만 새 것이라서 다소 묘했다. 어제 충동적으로 산 것이긴 했지. 우일 씨와 아침마다 운동을 하게 된 영향이다. 늦지 않게 일어나고 싶었거든. 덕분에 놀라며 기상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일어났어?" "응. 웬일로 집에 와 있네?" "오늘은 일이 없어서." 하긴, 주말에는 어린이집을 안 하니까. 주말에 친구 만나러 갈 때가 많더니 오늘은 아닌가보다. 보육교사인 오빠는 평범하게 어린이집에서 일한다. 부드러운 인상에 어울리게, 아이 뿐 아니라 돌보는 일 자체를 꽤 좋아하는 편이다. 지금은 친척이 키우고 있지만 한때는 강아지를 입양한 적도 있었다. 호감형의 인상이고, 작은 오빠와 비교하면 가족을 잘 챙기기에 갈등도 그리 많지는 않다. 눈치가 빨라서 나만 당황한 적은 있지만. "쉬겠다고 잠만 자더니, 오늘은 약속이라도 있어?" 날카로운 눈빛에 약간 움츠렸다. 티를 내지 말던가, 아니면 시원하게 밝히든가 해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시선을 피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미 오빠는 눈치를 챈 것 같았다. 그래서 자동으로 내 몸이 이러는 걸지도. 내가 연애 경험이 많은 것도 아니고, 가족에게 곧장 밝히기엔 우일 씨와 사귄지 일주일도 안 지났으니까. 오빠가 날 물끄러미 보더니 입을 열었다. 아주 장난스러운 어조였다. "데이트지? 언제 만났어?" "…독심술이야?" "와, 네가 고백받을 줄은!" 맞긴 한데 어떻게 안 걸까. 잠시 대화하다, 나는 괜히 뚱한 표정으로 주방에 갔다. 됐다, 됐어. 식사나 하자. 오빠도 더 건드리거나 하는 것 없이 함께 상을 차렸다. 새로 된장찌개를 했더니 무척 맛있어 보였다. 우일 씨도 지금 시각이면 식사하고 있으려나. 그를 떠올리기 무섭게, 문자가 왔다. [잘 잤어요, 다원 씨?] [아뇨, 우일 씨 때문에 못 잤어요. 밤새 그쪽 생각만 한 거 알아요?] [압니다. 저도 하루종일 다원 씨 생각만 했거든요.] 이리도 달콤한 연인이라니.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의 만남이 이미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만난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관계가 이렇게나 쉽게 연인으로 발전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그것도 서로가 진심인 경우는, 더욱 찾기 힘들겠지. 그의 마음을 확신하기에는 이르다는 걸 안다. 그러나 그가 나쁜 의도나 감정을 가지고 접근한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나만큼이나 호감이 가득하다. 그 사실은 놀라울 정도로 확실했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어이구, 이젠 밥상머리에서도 염장이야? 밥부터 먹어." 웃음을 흘리는 나를 본 오빠가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다지 질색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고개를 끄덕이곤 우일 씨에게 답장을 보냈다. 숟가락을 잡고 이제야 맛을 본다. 예상대로 맛있었다. 둘만 있는 식사 시간은 시끌벅적할 순 없겠지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기엔 무리가 없었다. 자신보다 빨리 결혼할 것 같다고 하는 오빠의 말을 듣고는 손사래를 쳤다. 정말로 평범한 하루다. "다원 씨." 기다리던 그가 나를 발견하자마자 웃으며 다가온다. - 나는 뭐라고 말해야 할까?
◆L9dDtirArwJ 2018/01/16 15:29:16 ID : 2tvxveGsruq
생각보다 길이가 꽤 있네. 책 만들 기세로 백업본 만들어둔 것이긴 했는데. 한꺼번에 올려서 길지만, 이제는 앵커에 따라 네다섯줄 정도 쓰게 될 거야. 빠르게 진행하지는 못해도 꾸준히 들어올게! 내용은 여기서부터 새로 이어갈 거야. 이번 내용의 백업본도 따로 만들 거고. 참고로 예전 인증코드(★90Vxiy/Fe/)와 현재의 인증코드(◆L9dDtirArwJ)는 같은 단어를 사용하고 있어. 가끔 깜박하고 안 달지만. 이 스레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고마워! 이번에는 끝까지 하고 싶다. 그래야 다른 앵커 스레 아이디어도 써볼 수 있는데….
이름없음 2018/01/16 16:23:47 ID : a3xA42IKY1d
악! 스레주다!! 여기서 다시 만나니 반갑네 그간 잘 지냈어? :D
이름없음 2018/01/16 16:34:59 ID : 47zgqmGty0q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간밤에 잠은 무사히 잘 주무셨습니까? 다름이 아니고, 이번에 새로 나온 저희 회사의 상품을 소개해드리려고 하는데요, 이름은 보이드 메모리라고 아주 멋진 기억저장소랍니다, 고객님. 지금이라면 19,9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주문하실 수 있는데, 어떠세요? (상대의 반응) 어머, 바로 주문하시겠다고요? 감사합니다! 그럼 결재는 무통장 거래로 부탁드리겠습니다, 고객님~. 아니면 일시불도 괜찮습니다. 어떤 게 편하신가요? 이라고 또박또박한 어조로 누구보다도 당당하고 뻔뻔하게 우일 씨에게 인상적인 아침 인삿말을 건네자. 당황한 얼굴이 일품일 거야.
이름없음 2018/01/16 16:35:48 ID : 47zgqmGty0q
전에 했던 것처럼 힘세고 강한 아침도 좋겠지만 새로운 것도 좋잖아?
◆L9dDtirArwJ 2018/01/18 16:37:25 ID : 2tvxveGsruq
그의 이름으로 화답하려던 나는, 평범하게 인사하는 대신 장난기가 들었다. 목을 다듬고 허리를 쭉 핀 채 성큼 다가갔다. 짧은 윙크를 덤으로 하며, 높고 밝은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사람이 많았다면 분명 부끄러웠겠으나 한적한 때라 더욱 거침없었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간밤에 잠은 잘 주무셨습니까? 다름이 아니고 이번에 새로 나온 저희 회사의 상품을 소개해드리려고 하는데요. 보이드 메모리라는 이름의 아주 멋진 기억저장소랍니다, 고객님. 지금이라면 19,9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주문하실 수 있는데, 어떠세요?" 당황한 얼굴로 두 눈을 깜박이는 그의 모습은 꽤나 일품이었다. 짙은 인상의 미남이 이런 표정을 지으니 묘하게 귀엽기도 했다. 벌써 콩깍지가 씌인 걸지도 모르겠다. 이내 그가 맑게 웃음을 터트릴 때도 같은 생각을 했다. 그는 답을 고민하더니 조심스레 말했다. "음, 괜찮게 들리는데요." "어머, 바로 주문하시겠다고요? 감사합니다! 결제는 무통장 거래로 부탁드립니다. 아니면 일시불도 괜찮습니다. 어떤 게 편하신가요?" "천천히 하고 싶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어가는 내게로 그의 얼굴이 다가왔다. 지금 그의 표정은 나와 같이 장난기를 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가까워진 얼굴에 놀라 심장이 두근거렸다. 누구나 감탄할만한 미모이고 무기라는 걸 스스로도 알고 저러는 걸까? 그러면서도 적당히 약간의 거리를 남겨둔 그가 소근거렸다. "앞으로의 제 시간을 내드리는 것은 어떤가요? 저장할 것이 없어도, 오래 갈 수 있는 기억을 만들 수 있게." 나는 뭐라고 말해야 할까? (대사 권장) - 정신차리니 시간이 훅 지났다 미안... 금요일에 동접 많으면 조금 빠르게 진행할 수도 있겠다. 정해진 내용 없이 쓰는 스레라는 걸 표기하기 않았길래 수정했어. 레스 수정 기능 있는 거 정말 좋다! 스레주는 연애 못해봤는데 주인공은 정말 완벽한 연애를 하네. 로맨스를 쓰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우일이는 연애를 많이 해본 걸까? 알 수 없다. 이 스레의 장르는 미연시인가?... 잘 지냈지! 자기 관리 잘 못해서 맨날 피곤한 것 빼고... 어떻게 그렇게 잘 기억하는 거야 ㅋㅋㅋ 스레주도 내용을 다 기억하질 못하는데!
이름없음 2018/01/18 19:33:14 ID : a3xA42IKY1d
그야 내가 했었으니까.. 그래서 기억하고 있지! 그때 힘세고 강한 날이라고 했던 걸로 알고 있어.
이름없음 2018/01/18 22:00:19 ID : r89s6Y63WmN
가속
이름없음 2018/01/18 22:05:19 ID : eY4GoLdTPg3
고객님.. 죄송하지만 현물이 아니라면 결제가 불가능합니다. 시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 결제가 확실히 되었는지 분간이 어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말로 원하신다면, 특별히 고객님이 선택하신 그 수단으로 결제를 도와드리겠습니다.
이름없음 2018/01/22 12:37:11 ID : bzPipdO79fU
갱신
이름없음 2018/06/17 14:27:31 ID : k8mFfPeLdU6
갱신

레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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