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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8/01/17 05:02:10 ID : QpSHzRu79in
여기는 익명이니까 그리고 내 첫 여친은 이런게 있는줄도 모를테니까 다 말하고 가보겠어 중학교때 퀴어의 개념을 알았어. 그리고 나는 퀴어일까?하고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이미 한번 남자애를 짝사랑해봤던 경험도 있기에 그냥 나는 아닌가보다 했어 예전에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약간 트라우마처럼 같이 진학한 친구에게 병적으로 매달렸어. 그 친구는 다른반이었는데. 나는 같은반애들하고 말을 거의 안했어. 지금의 내가 보면 반애들하고 어울리라고 존나 패 줄거야 어쨌든 그렇게 그 친구와 계속친하게 지냈고 둘다 오타쿠기 때문에 오타쿠인 친구들끼리 몰려다니곤 했는데..그 안에서 배척이 있어서 멘탈을 존나 부숴놓는 싸움도 꽤 겪었지 그렇게 1학기가 지나면서 어느새 그 친구를 좋아하고 있다는걸 알았어 위의 싸움들이랑 내 감정을 주체 못하는게 섞여서 한번도 안싸우던 친구랑 좀 이런저런 일이 있기도 했지만 어쨌든 우리 사이는 여전히 세상에서 제일 친한 친구였기 때문에 난 존나 괴로웠어 인생의 소울메이트라고 불러도 될 정도의 아이를 좋아하게 되어버려서너무 심장이 뜯겨나갈것처럼 좋아하게 되어버려서, 몇주간의 갈등 끝에 고백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 인터넷에서 하지 말라는 온갖 충고를 다 찾아봤지만 그때 고백을 안하면 내가 진짜 정신병걸릴것같았어 그애가 날 받아줄지 전혀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그 정신에 '얜 아웃팅을 시킬 애는 아니야'이거 하나만 디딘 채로 인생 최고의 친구를 포기할 준비를 한 채로 고백했어 놀랍게도 친구는 내 고백을 받아줬어 그리고 이제부터 달달함이 시작된다고 생각하면 당신은 아주 큰 오산을 한거다 여기부터 발암이 시작됩니다 꺄ㅏ르르ㅡ륵 이 글을 봐줄 사람은 없을것같지만 혹시 질문이 있다면 계속 받을게
이름없음 2018/01/17 05:11:05 ID : PirulcsjeMo
나 보고있어!
이름없음 2018/01/17 05:20:11 ID : QpSHzRu79in
고백을 받아줬기 때문에 난 달달한 연애를 기대하고 있었어 별로 그렇게 안생겼지만 로망 많은 사람이야.. 근데 다음날 학교에서 만났는데 얘는 태도에 전혀 달라진게 없더라고 나는 당황해서 사귀는거 맞냐고 물어봤고 맞다고 대답을 들었어 그래도 태도에 변화가 없었어 우리가 원래 주변에서 너네 사귀는거 아니냐 라고 할정도로 심각하게 친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친구로서였지 연인을 대하는 태도에는 더 변화가 있어야 할것같았는데 너무 매정하도록 똑같아서 계속 상처를 받고, 존나 폭풍처럼 싸워댔어 아니 일방적으로 내가 화냈던걸까 여전히 다른 친구들과의 기싸움과 알력과 배척도 남아있어서 그것까지 신경쓰느라 세배로 힘들었어 지금은 뭐라 하면서 싸웠는지 제대로 생각 안나지만 내가 내 뜻을 전달하면 그 애는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던것같아. 결국에는 내가 화를 내는 양상이 되었던듯. 그게 또 너무 빡쳤어 난 그냥 연인 대접을 바란건데 왜 여전히 날 그냥 친구로 대하는건지 얘가 커플이란 단어를 알긴 하는건지 내가 고백한걸 잊어버렸는지 사귀자고 한게 무슨뜻인지 모르는건지 결국에 왜 내가 아무일도 아닌거에 화를 내고 있다는 것처럼 되어가는건지 싸워도, 아니 내가 화를 내도 전혀 이해가 좁혀지질 않았어 결국에는 걔도 지쳐서 나한테 2학년 될때까지 보지 말자고 했어. 그래서 난 이제 안싸우고 안물어볼테니까 제발 보지 말자는 말만 하지 말라고 매달렸어. 그게 받아들여져서 나는 아 이제 사귄다는 생각같은건 하지 말아야지 그냥친구처럼 지내자 하는 심정으로 살다가 지옥같은 1학년을 마쳤어. 여전히 우린 겉에서 보기에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였고 나는 걜 너무 사랑하고 있었어.
이름없음 2018/01/17 05:25:18 ID : QpSHzRu79in
2학년이 되고 그래도 감정이 점점 옅어지고 있었기에 날이 갈수록 살만 했어 괴로운 기억도 나날이 잠겨가고 그때도 좋아한다는건 변하지 않았지만 1학년때 싸우던 친구들이랑은 학년 말에 거의 정리를 해서 마음 맞는 애들이랑만 다녔고 2학년때 반 아이들과 꽤 친해져서 그것도 괜찮았어. 나름 감정 정리를 하느라고 1학년 말부터 2학년 초까지 시를 존나 썼어. 평화롭게 2학년을 마쳤어. 아직도 걔랑은 친구로 지내고 있었어.
이름없음 2018/01/17 05:31:19 ID : QpSHzRu79in
언제부터인지 기억이 안나는데 2학년때부터 손편지를 쓰기 시작했어. 맨날 학교에서 붙어있고 집도 같은 아파트단지고 하루종일 문자하는 주제에 손편지까지 썼어. 여전히 나는 걔를 좋아하지만 우린 친구인 상태로. 연인처럼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걔랑의 추억이 쌓여가는것같아서 그냥 좋았어. 그해 마지막날 '새해 넘어갈때는 얘랑 얘기하고 싶어'라는 생각으로 전화를 걸어서 계속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새해가 넘어가자마자 고백받아버렸어. 원래 새해 넘어가기 전에 고백하려고 했는데 타이밍을 놓쳐서 그런거라고 하더라
이름없음 2018/01/17 05:35:36 ID : QpSHzRu79in
그렇게 괴로웠는데 존나 병신같이 그 상황이 너무 반갑고 좋아서 사귀기로 했어. 1학년때 얘기는 묻지도 않았어 그냥 얘가 고백하고 우리는 이제 처음 사귀는것처럼 생각하기로 다짐했어. 솔직히 빡쳤지만 그때는 좋은 감정이 더 커서 그렇게 묻었어. 이번엔 그래도 좀 연인처럼 대해주더라
이름없음 2018/01/17 05:37:02 ID : PirulcsjeMo
엥...대체 어떻게 되가는거야
이름없음 2018/01/17 06:24:59 ID : QpSHzRu79in
나 없이 못살것처럼 대해주는게 3개월도 안갔고 6개월정도 지나니까 이제 내가 대하는거에 반응이 달라진게 느껴졌고 그 즈음부터 슬슬 다시 혼자만의 지옥으로 들어가기 시작했어 예전처럼 심하진 않았지만 도저히 날 살갑게 대해달란 얘기는 할 수 없었어 또 예전처럼 싸우게 될까봐 그럼 진짜 평생 친구로도 못남을것 같아서 병신같지만 혼자 입 닫고 있었지
이름없음 2018/01/17 06:33:13 ID : QpSHzRu79in
여담으로 하필 그게 고3때여서 걔가 가는 독서실을 따라서 방과후수업도 빼고 야자도 빼고 그렇게 수능도 망쳤다는 즐거운 결과입니다 하하ㅏㅏ 정시인데 하ㅏㅎ하ㅏ하하ㅏㅎㅎ 너희는 절대 야자 빼지마 진짜 여튼 우리는 다시 서로의 의견 차이가 드러나기 시작했지만 2년 전에 비해 이성적으로 얘기할 수 있었어.
이름없음 2018/01/17 06:36:53 ID : QpSHzRu79in
그 즈음해서 예전부터 의심해왔던걸 확인했어..걔한테 너 무성애자인것같다고 얘기하고 텀블벅에서 산 책을 건네주면서 읽어보라고 했어 반신반의하면서 가더니 이것저것 찾아보고 맞는것같다고 얘기해주더라고
이름없음 2018/01/17 06:49:44 ID : QpSHzRu79in
사실 처음에 고백+커밍아웃을 했을 때 걔가 '나도 좋아' 다음에 처음 한 말은 '근데 나말고 다른 사람한텐 커밍아웃 하지 마'였어. 내가 알게 되는건 나니까 괜찮지만 다른 사람들은 절대 안받아들여줄거야 라는 이유. 또 나중에 알게된 거지만 내가 커밍아웃을 하면 자기도 들킬지 모른다는 이유. 이 두번째 이유는 305호 윤아를 생각하면 될거야. 호모포빅한 기질이 있고 자기가 퀴어라는걸 들키는걸 싫어해.
이름없음 2018/01/17 06:54:34 ID : QpSHzRu79in
여기까지 정리해보자면 친한 친구에게 고백-사귀었지만 의견 차이로 존나 싸우면서 파토-1년 지나서 역고백받음-사귐 그리고 내 첫 여친이자 처음 알게된 퀴어는 자기가 퀴어인지도 모르던 무성애자인데 호모포비아임
이름없음 2018/01/17 07:06:35 ID : QpSHzRu79in
3학년이 끝나가고 나는 지쳐가고 있었어. 수능볼때 즈음에는 친구같은 관계로 복귀했고. 대학교를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될 것 같아서 반지를 맞췄어. 보통 보는 은색 반지 아닌 써지컬스틸로 우정링처럼. 커플링이라는 말은 단 한마디도 안꺼냈어. 색도 다르게 했고 목걸이 줄에 걸어서 목에 걸고 다녔어. 슬슬 두번째 발암 구간이 시작된다
이름없음 2018/01/17 07:12:05 ID : QpSHzRu79in
지금부터는 대학교에 입학한 다음부터의 얘긴데 이때의 관계는 내가 걜 좋아하고 걔는 날 안좋아하고. 그 사실을 둘다 알고 있었어 슬슬 존나 빡쳐가기 시작했어. 날 안좋아하게 됐으면 끝내고 우리 이제 그냥 친구 하자고 하던가 한달에 두번씩 나한테 주기적으로 하는 말이 '나는 너가 너무 안쓰러워 좋은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어'라니 우리 아직 헤어지자고도 안했고 지금은 저쪽에서 고백해서 사귀게 된건데 이게 무슨 개소리야
이름없음 2018/01/17 07:16:34 ID : QpSHzRu79in
날 안좋아하게 됐다고 확실하게 말해주지도 않고 매번 하는말은 저소리고 한두달정도는 쟤가 날 아껴줘서 그런거구나 싶었는데 점점 그 자리를 분노가 채워가고 있다고 해야하나 농락당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매일매일 화가 쌓였어 그래도 반지는 매일매일 목에 걸고 다녀서 대학다닐때 셀카 보면 항상 검은 줄이 목에 달려있어.. 어떻게든 관계를 이끌어가보려고 했거든
이름없음 2018/01/17 07:20:22 ID : QpSHzRu79in
사실 정이 거의 떨어졌는데도 나중에 누군가와 같이 살아야한다면 걔랑 같이 살고 싶어서 그래서 참아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안되겠더라고 저 말만 안했어도 아직까지 참고 있었을거야 1학기 마치고 휴학을 했고 본가로 내려와서 반수를 시작했어 한달 뒤에 나 이제 너 안좋아해 라고 카톡으로 통보를 했어. 그렇게 상처투성이 교훈을 남겨준 첫 연애가 끝났어
이름없음 2018/01/17 07:27:33 ID : QpSHzRu79in
1학기가 끝난 후 반지는 책상 깊숙히 처박아뒀고 지금은 마음정리 하는동안 징징대며 매달렸던 다른 고등학교 친구랑 사귀고 있어. 물론 난 여고ㅋ 전 여친이랑은 아직 친구로 지내.. 사실 걔가 날 좋아했던게 아마 3개월정도 밖에 안되는것같아 여친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다 나 혼자 3년동안 괴로워하고 고민했던거지
이름없음 2018/01/17 07:32:20 ID : QpSHzRu79in
친구 이상으로 대해주지 않을거면 고백은 왜 받아준건지 고백 받아준 주제에 연인행세하는건 왜 거부한건지 역고백할때, 걔 머리에 내가 작년에 고백했던 기억은 남아있는건지 그리고 왜, 대체 왜 아직 헤어지지도 않은 연인한테 '좋은 사람 만났으면 좋겠다..ㅇㅅㅇ'라고 해서 사람 정신병원 보낼뻔한건지 답을 얻은 의문도 있고 답을 못얻은 의문도 있고 답이 없는 의문도 있지만 그래도 내가 퀴어라는걸 깨닫게 해줘서 고맙다 덕분에 걸그룹 덕질하면서 여친이랑 사귄다
이름없음 2018/01/17 07:38:01 ID : QpSHzRu79in
네가 좋아할 만한 조건의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이제 나같은 사람 만들지 말고 조용히 덕질만 하면서 살아. 혹시 사귀는 사람이 생기면 그때는 헤어지자는 말 정도는 확실히 하길 바라. 제발 여친이면서 할머니가 할법한 말투로 행복한 사랑을 하라고 훈수는 두지 말란 말이야 너가 말하는 좋은 사람은 너였어야 하니까.
이름없음 2018/01/17 07:41:58 ID : QpSHzRu79in
이게 내 반쪽짜리 연애야 제목에 대해서는..특이할거라 생각하고 썼지만 퀴어판에 안 특이한 사연이 어디 있겠어?그냥 가볍게 넘겨줘
이름없음 2018/05/13 23:44:48 ID : O2nu1eLhxTU
지금 애인이랑은 잘 사귀고 있어?
이름없음 2018/05/14 00:08:29 ID : 46jfO1io1yM
오......내 첫 연애랑 완전 비슷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난 아직도 걔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걔랑 더 깊은 얘기를 나눠봤어야 했나 지금와선 너무 후회됨. 나는 상처받고 못견뎌서 걜 차버렸지만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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