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할지 모르겠어.
불과 며칠 전까지는 하고싶은 게 없어서 고민이었는데, 이제는 하고 싶은 게 많아서 고민이랄까... 하지만 문제는 하고 싶은 것중에 내 형편상 어려운 게 있다는 거랄까...
여기는 익명이고, 아는 사람 만날 일도 적으니까 편하게 다 얘기할게
◆xwlipasknDB2018/01/21 19:49:06ID : dWi1fQoE64Y
우선 나는 고졸 이후 백수로 지내고 있어
그러다 알바를 했는데, 키즈카페 같은 데였어.
남들은 키즈카페 같은 데라고 하면 질색하겠지만, 내가 알바한 곳은 키즈카페보다 훨씬 편하고 좋은 데였어.
아이들도 말 잘듣고, 잘 놀고, 아이들 부모님도 진상은 커녕 늘 내게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인사해주셨어. 사장님도 너무 좋으신 분이라서 일 하나도 안 힘들고...
이런데서 있다보니까 애들이 너무 좋아진거야.
아이들 부모님이 오시고, 아이들을 집에 보내고 나면 너무 아쉬워질 정도로.
그래서 아이들이랑 좀 더 오래있고 싶고,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가르쳐주고 싶어진 거 있지.
◆xwlipasknDB2018/01/21 19:53:55ID : dWi1fQoE64Y
막 애들한테 재밌는 놀이도 알려주고싶고, 함께 하고 싶고...
그래서 어린이집 교사가 될까, 생각했어.
유치원 교사도 좋겠지만, 유치원은 4년제 대학이 필수라더라고. 근데 우리집은 지금 당장은 날 4년제 대학에 보낼 형편이 안돼. 나도 지금 4년제 대학을 준비한다면 남들보다 2년 더 늦게 시작하는 거라 뭔가 싫은 거야.
그래서 좀더 빨리 취득할 수 있는 어린이집 교사를 생각하게 된 거지.
근데 내가 잡생각이 많은 가봐. 이런저런 생각때문에 할까, 말까- 계속 고민하는데.
내가 애들한테 차별없는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 혹시라도 나도 모르게 애들을 차별하면 어쩌지? 위급상황시 아이들을 잘 구해낼 수 있을까. 어린이집 교사 힘들다는데. 학부모들 상대하기 힘들다는데. 애들 중에 부모의 관심을 받으려고 거짓말로 선생님이 때렸다고 말하는 애들도 있다는데.
이렇게 계속 고민이 되는거야.
그러다 그냥, 아빠한테 한번 말해봤지.
어린이집 교사하면 어떨까? 하고.
◆xwlipasknDB2018/01/21 19:58:43ID : dWi1fQoE64Y
아빠는 은근 좋아하는 눈치더라.
당장 알아보고 하래. 어린이집 교사, 여자한테 나쁘지 않은 직업이라고. 뭐든 해보래.
친구들도 나랑 어울린다고, 괜찮다고 해주길래 알아보고 자격증 취득 가능한 교육원에 원서도 넣었어.
근데 뭔가- 아빠한테 떠밀려서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원서 넣고도 확신이 안서는 거야.
그래서 아빠한테 말했지. 어린이집 교사 힘들어서 1,2년만 하고 그만두는 사람도 많다, 걸어다니는 종합병원 된다더라- 했더니 아빠는 세상에 안 힘든 일이 어디있겠냐면서, 그냥 한번 해보라더라. 하다가 힘들면 그만두고 다른 직업 가져도 되니까, 일단 이거 한번 해보라고.
그래서 지금까지 일단은 어린이집 교사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오늘 전화가 왔어.
◆xwlipasknDB2018/01/21 20:05:29ID : dWi1fQoE64Y
나, 무용이 하고 싶어서 주민자치센터에서 한국무용 수업 듣거든. 내 또래는 없고, 다들 내 어머니, 할머니 정도의 나이이긴 한데 그래도 배워볼 수 있다는 게 어디야. 다들 내게 잘해주고, 선생님도 너무 좋은 분이시고, 잘 가르쳐주셔서 불만없이 지금까지 다니고 있거든.
그리고 한 아주머니가 한국무용 전공하는 거에 대해 말씀해주시더라고. 아주머니께서 선생님께 물어봤더니, 본인 의지만 있으면 안될 건 없다고, 음- 전공하는 거에 대해 부정은 아닌데, 완전 긍정은 아니고...
암튼 그렇게 말씀해주셨대.
나도 한국무용 전공에 약간은 희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내 몸매부터 집안 형편, 그런 거 다 생각하니까 선뜻 용기가 안나더라.
◆xwlipasknDB2018/01/21 20:07:07ID : dWi1fQoE64Y
그래서 잊고 있었는데, 전화가 온 거였지.
아주머니가 선생님께 여쭤봤더니, 본인 의지만 있으면 길은 어디에든 있다고- 그렇게 대답해주셨대.
그말 듣고 엄청 고민이야 지금.
◆xwlipasknDB2018/01/21 20:09:02ID : dWi1fQoE64Y
정말 그 말대로, 본인 의지만 있으면 길은 어디에든 있다면- 나는 어린이집 교사보다 한국무용이 하고 싶어.
근데 길이 있어도, 무용은 돈이 엄청 들잖아. 당장 레슨비며, 의상비며... 집 한 채 값은 된다는데, 4년제 대학도 경제적인 이유로 못가는 내가, 그런걸 어떻게 감당할까.
이름없음2018/01/21 20:12:14ID : rbyLeY4E3Bf
어린이집, 유치원 교사는 방송통신대학교 유교과 졸업해도 가능해. 한 학기 30만원돈이고, 보통 장학금 받으면서 다녀.
물론 일반 4년제보다는 취업하는데 조금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데, 본인 능력만 있다면 충분히 취업 가능하고.
◆xwlipasknDB2018/01/21 20:14:05ID : dWi1fQoE64Y
예전에 '나빌레라'라는 웹툰을 본 적이 있어.
거기서 주인공 중 하나가 발레를 하기 위해 열심히 알바 뛰는 거야. 그걸 보고 나도 알바를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걸 할까, 생각했었는데- 알바 자리 하나 구하기도 힘들더라고.
당장 수업시간이랑 겹치는 알바들만 잔뜩있고, 알바라 해놓고 주 6일, 5일 근무에 아침부터 저녁까지고.
◆xwlipasknDB2018/01/21 20:15:36ID : dWi1fQoE64Y
그거 알아보고 아빠한테 말했더니, 집에서 공부도 안하는 내가 그런 거 어떻게 듣겠냐면서- 애들 돌보는 건 현장에서 직접 배워야하지 않겠냐고, 딴 거 알아보라고 했었어...
쓰고 보니까 내가 진짜 아빠 뜻대로 사는 것 같다. 내가 너무 아빠 말만 들으면서 사는 걸까?
◆xwlipasknDB2018/01/21 20:17:46ID : dWi1fQoE64Y
그래.
간단히 정리하자면
지금 나는 어린이집 교사가 될 것인가, 무용을 전공할 것인가로 고민중인 거네.
둘다 하고싶긴 하지만, 솔직히 무용은 전공 후에 앞길이 막막하지만. 하고 싶어. 어린이집 교사도, 아이들이랑 같이 있고 싶고.
◆xwlipasknDB2018/01/21 20:18:40ID : dWi1fQoE64Y
의 말대로 방통대를 지원할까. 그러면 당장 알바할 시간도, 무용할 시간도 생기는 건데...
이름없음2018/01/21 20:24:33ID : rbyLeY4E3Bf
맞는말씀이셔. 어지간하면 일반대학으로 가는게 좋지~ 방송통신대학교 다니면, 한 학기에 일주일정도 오프수업 하면서 시연같은거 하긴 하는데, 일반 대학 다니는거에는 못 미치는게 당연해. 뭐, 근데 유치원에 자원봉사 가거나 함으로서 그런 부분을 보충할 수 있다고 보고..
이름없음2018/01/21 21:00:08ID : cnBbu7fbvg2
선택지 중에 취미로 해도 되겠다 싶은건 진로로 생각 하지 말고 취미로 남겨두는게 좋음.
꾸역꾸역 밀고나갔다가 재능/돈/시간/체력등의 부재로 몇 년과 돈천만원 내버리고나서 다른 길 찾으러 가게 될 수가 있거든.
지금 내가 그러고있어서 레스 남기고 감.
이름없음2018/01/21 21:24:22ID : AnXxO9wLgqj
맞는 말이야. 나도 14랑 똑같이 취미로 해도 될걸 억지로 진로로 삼으려다가 피본 케이스.
정말 미친듯이 좋아하는 일이라 평생 이것만 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가 아니라면 숙고해봐...
◆xwlipasknDB2018/01/22 13:32:21ID : dWi1fQoE64Y
다들 고마워.
나 실은 예전에도 취미로만 해도 될 걸, 전공까지 했거든. 다행히 일찍 정신차리고, 대학가서 돈 왕창 깨지기 전에 그만뒀지만... ㅎㅎ
무용에 대한건 다시 냉정하게 바라보고, 현실을 직시하게 됐어.
어린이집은, 자격증을 어떻게 취득할 건지 좀 더 생각해보려고. 좀 더 내게 이득이 되고, 경제적 부담이 없는 방향으로 선택하려고.
이렇게 말해놓고 또 다른 길을 선택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현재 가장 좋은 선택을 하고 열심히 해야지.
다들, 어쩌면 별 거 아닌 고민 들어주고 함께 생각해줘서 고마워. 너희들도 힘든 일이나 고민있고 그러면 남들과 얘기 나누면서 생각했음 좋겠다...ㅎㅎ
고마워!! 다들 무슨 일이든 잘 되길 바라!!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