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 앉아 있었는데 앞문에서 누군가 나를 바라보았다. 검은 형체의 키가 큰 남자. 내가 다시 앞문을 바라보았을땐 그는 사라졌다. 아니 내가 그를 없앤것이 맞겠지. 그리고 그는 자꾸만 나타났다. 다른 사람에겐 보이지 않는 숨바꼭질을 제안하면서 간지럽혔다.그리고 또 플래시백. 무엇이 트리거가 되는지 모르겠다. 그냥 생각을 멈추는게 답일까. 나는 오늘도 몇 번씩이나 눈을 감고 그 곳으로 빨려 들어간다.손. 웃음. 티셔츠. 반바지. 팬티. 브라. 따가움. 증거. 경찰서. 진술서. 미제. 수많은 기억중에서 왜 이게 가장 힘든지 모르겠다. 범인을 못 잡아서? 증거 수집하는 것 때문에? 아니면 유달리 친절했던 그 인상 때문에?이유가 어찌되었던 그날은 잉크가 번지듯 트라우마로 얼룩져 버렸다. 그것과 닿는 모든 기억은 오염이 되어 새로운 공포로 다가온다. 그게 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