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치는 광풍에 안정이 흔들린다. 붉은 홍채에 비치는 청정무구의 눈발은 뇌리를 새하얗게 채워낸다. 갑갑하게 끓는 착잡한 심경이 참을 수 없어 제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그 의중을 가위질이라도 해버릴 양 입을 틀어막는다. 지독한 혈기가 극성스레 몰려들어 입김과 더불어 손틈을 비집고 나온다. 입가에 번진 혈흔이 흉하고 추악할 뿐이라는 것에 빈번히 뜬발로 걷게 된다. 우수에 쥔 철 삽이 바르르 떨린다. 오랫동안 몇 번이고 되뇌여 외운 성경이건만 마음을 얼러줄 구절 하나 생각이 나지 않았고, 나는 무지했다. 소려한 눈발이 곧게 곧추서있던 와이셔츠 옷깃을 눅일 때, 서슬찬 바람이 피부에 닿고 소매 속으로 설화들이 비집고 들어차도 무딘 살은 감각하지 못한다. 와이셔츠 칼라가 휘적셔진 것은 마치 추수철의 무르익은 보리처럼 주름을 잡고 고개를 숙이는 중에, 그의 뇌리가 지끈거리는 데부터 기인해 해설되고 흐르는 담결한 물방울들이 턱선을 타고 떨어지는 자태가 청명하기 그지없다. 피를 타고 흐르는 체열은 초조함을 머금고 있었고, 이제야 삶에서 붙잡을 동앗줄을 찾았건만 이 또한 놓치게 될까 성열하려는 심경이 목구녕까지 거칠게 치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