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스레드
북마크
이름없음 2020/08/06 04:11:57 ID : xRvhdV89AnW
드디어 말할 곳이 생겨서 마음이 편하다 아직도 사람들은 꿈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분명히 가 봤거든 들어 줄 사람 있어? 안 믿어도 좋아 딱히 무섭지는 않아 그냥 내가 겪은 일이 너무 신기했어
이름없음 2020/08/06 04:15:21 ID : Xs0061zRyMq
장하다 그 어려운 걸 니가 해냈다
이름없음 2020/08/06 04:19:21 ID : xRvhdV89AnW
한 2년 전인가 그때 만취 상태였거든 정신과 약도 복용하고 있었을 때라 당시엔 내가 진짜 조현병 같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비만 오면 계속 생각나 술을 마시다 비가 와서 자취방으로 가는데 자취방이 빌라였어 엘리베이터가 없었고 현관만 있었는데 집이 4층이었거든 그래서 계단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1층에 못 보던 엘리베이터가 있는 거야
이름없음 2020/08/06 04:20:52 ID : xRvhdV89AnW
미안 제목이 너무 장황하고 비현실적인가?? 다른 세계라기보단 이상한 데였어
이름없음 2020/08/06 04:24:40 ID : xRvhdV89AnW
엘리베이터가 하루 아침에 뚝딱 지어지는 것도 아니고 구조상 그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있을 수가 없는데도 술에 취해서 그 엘리베이터가 진짜 그냥 건물에 생긴 줄 알고 타 보고 싶었어 심지어 되게 좁고 분명히 새로 만들어져서 깨끗해야 하는데도 허름하고 익숙하게 낡아 있었고 문도 일반 엘리베이터에 반 정도 되는 크기 그리고 구형 아파트처럼 창문이 가늘고 길게 나 있었어
이름없음 2020/08/06 11:00:13 ID : lwsi4L9jwLh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08/06 11:02:52 ID : 2ljtfV9csje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08/06 11:16:01 ID : Bgjcmr88ja8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08/06 21:02:53 ID : 0msmE1eIK2E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08/06 21:27:29 ID : tg7AmKZa1h8
그리고 ??
이름없음 2020/08/08 00:18:42 ID : xRvhdV89AnW
미안 새벽에 쓰고 나도 잊고 있었나 봐
이름없음 2020/08/08 00:19:42 ID : xRvhdV89AnW
하여튼 엘리베이터가 있는 거야 굉장히 낡고 느려 보였는데 층수가 11에 멈춰 있더라고 지금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 빌라는 5층까지만 있었거든
이름없음 2020/08/08 00:21:33 ID : xRvhdV89AnW
그래서 나는 취해서 내가 본가로 온 줄 알았어 빌라가 아파트구나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4층에서 멈춘 걸 보면 그냥 호기심이었을지도 모르고 그 상황이 말도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어디론가로 도피하고 싶었을지도 모르지 아무튼 당시엔 그 낡은 엘리베이터를 꼭 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이름없음 2020/08/08 00:26:10 ID : xRvhdV89AnW
그래서 올라가는 버튼을 누르는데 이상하게 지하가 없는 건물에 내려가는 버튼이 있는 거야 일단 나는 올라가는 버튼을 눌렀어 술김에 정신을 차리려고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었는데 띵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정말 좁은 엘리베이터가 생각보다 빨리 내려오더라고 그런데 유리창에 누가 비치고 있었어 이상하잖아 엘리베이터는 11층에 멈춰 있었는데 그걸 계속 타고 내려왔다는 게
이름없음 2020/08/08 00:28:18 ID : xRvhdV89AnW
그런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땐 아무도 없더라고 내가 헛것을 본 건가 싶기도 했고 이래저래 술기운에 뭘 착각했나 보다 싶었지 그런데 일반적인 엘리베이터면 엘리베이터 측면 옆에 작게 층수칸이 있거나 문 옆에 있잖아 근데 이건 엘리베이터 문을 제외한 세 벽면 중 한 벽면이 빽빽하게 층수 칸이더라고 그때부터 뭔가 이상했어
이름없음 2020/08/08 00:30:57 ID : xRvhdV89AnW
근데 숫자가 층수가 4밖에 없더라고 미칠 것 같았지 44444444444444444 44444444444444444 44444444444444444 44444444444444444 44444444444444444 44444444444444444 이런 식으로
이름없음 2020/08/08 00:31:54 ID : xRvhdV89AnW
그땐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미 엘리베이터 문은 닫힌 이후였고 아까 정상적으로 내려온 걸 보면 내가 취해서 헛것을 보고 있구나 생각했거든 말이 안 되잖아
이름없음 2020/08/08 00:35:34 ID : xRvhdV89AnW
그래서 밑에서 네 번째에 있는 4를 눌렀어 엘리베이터가 조금씩 움직이는 걸 느꼈는데 좀 비정상적으로 빨리 움직이는 듯한 느낌 아주 작게 흔들리는 느낌이 계속 들더라고 속도가 보편적인 엘리베이터랑 다른 거야 고층 건물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도 이렇게 빠르고 이상하게 올라가진 않았는데 그냥 한없이 어디론가로 향하는 느낌 하지만 숫자는 1에서 계속 올라가는 표시만 나고 도착을 안 하는 거야
이름없음 2020/08/08 00:39:25 ID : xRvhdV89AnW
그러다 2층에서 띵 하는 소리랑 함께 엘리베이터가 멈췄어 나는 거기서 내려야겠다고 생각했어 차라리 계단으로 올라가는 게 빠를 거라는 생각이 제일 처음이었고 이 어딘지 모르게 음산하고 낡은 엘리베이터에서 기계가 오작동하는 것처럼 흔들리는 걸 참아 주기엔 나는 너무 취해 있었거든
이름없음 2020/08/08 00:40:08 ID : xRvhdV89AnW
아무튼 거기서 그걸 처음으로 만났어 그러니까 안내자 같은 거라고 해야 하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깜깜한 복도에서 엘리베이터를 향해 뭔가 걸어오는 소리가 너무 잘 들리는 거야 세상이 너무 고요했어 불이 희미하게 켜진 엘리베이터로 발소리가 멀리서부터 들리는데 내릴 수가 없더라고 거기서 내리면 다시는 못 돌아올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어 한참이 지나도 엘리베이터 문이 안 닫히는데 그게 탄 뒤에 엘리베이터 문이 되게 느리고 천천히 닫혔어
이름없음 2020/08/08 04:18:28 ID : Xs4Mi60txU0
보고 있어!
이름없음 2020/08/08 06:19:22 ID : xRvhdV89AnW
아직 보고 있는 사람 있을까? 혼자 말하다 보니까 자꾸 뚝뚝 끊기네
이름없음 2020/08/08 06:27:02 ID : 1eFbjs5XBul
나나나나나나나나ㅏ
이름없음 2020/08/08 06:37:54 ID : peY08oY3xBf
보는즁
이름없음 2020/08/08 12:07:31 ID : Xs0061zRyMq
그게 아니라 네가 자꾸 반응 유도하고 보는 사람이 몇 없으니까 스레 쓰다 마는거잖아 그러니까 뚝뚝 끊기는거지
이름없음 2020/08/08 12:36:29 ID : o40oLcGmq3V
엥 물 흐리지 마 보는 사람 불편해
이름없음 2020/08/08 14:01:03 ID : xRvhdV89AnW
그런 거라면 미안해 스레가 처음이라 혼자 말하기 민망해서... 보고 있는 사람 있냐고 물어보길래 해도 되는 줄 알았어 미안해
이름없음 2020/08/08 14:03:29 ID : xRvhdV89AnW
아무튼 계속 풀게 현생이 너무 늘어져서 짬 날 때만 드문드문 푸는 점 이해해 줘 요즘 거의 12 시간을 자는 것 같거든... 아무튼 내가 만난 그건 내가 들어갔다 나온 곳과 내가 탄 이상한 엘리베이터를 이어 주는 안내자인 셈이었어 나는 귀신이라고 생각했지 사람이 살다 보면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 같은 게 있잖아 그건 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어
이름없음 2020/08/08 14:05:07 ID : RzSJTO062JP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08/08 14:06:39 ID : xRvhdV89AnW
여자였는데 머리는 중단발 허리까지 내려오는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은 아니었어 얼굴은 기억이 안 난다 엘리베이터에서 나갈 때까지 눈을 못 마주쳤거든 제대로 못 봤다고 하는 게 맞겠지 하여튼 내가 엘리베이터 왼쪽 구석에 있고 그 여자가 오른쪽 입구 근처에 있는데 무서워도 그 여자 뒷모습을 계속 힐끔거렸어 미칠 것 같았지
이름없음 2020/08/08 14:08:58 ID : xRvhdV89AnW
그때 비가 오고 있었다고 했잖아 그 여자는 꼭 빗길을 걸어 온 것처럼 축축하게 젖어 있었어 머리카락이 특히 심하게 젖어서 엘리베이터엔 그 이상한 기계가 미세하게 흔들리면서 작동하는 소리랑 바닥으로 물 떨어지는 소리만 한참 들리고 엘리베이터 창문은 캄캄해서 보이지도 않았지 그렇게 한참 눈치만 보고 있었는데 3층에서 또 엘리베이터가 멈췄어
이름없음 2020/08/08 14:12:43 ID : xRvhdV89AnW
2층이랑 비슷한 긴 복도가 나왔는데 문이 열린 직후에는 다행히 사람이 없더라고 우리 빌라에 그렇게 긴 복도는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나는 내리고 싶었어 그 여자랑 더 있다간 진짜 토할 것 같았거든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드는 거 있잖아
이름없음 2020/08/08 14:30:50 ID : 0msmE1eIK2E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08/08 14:32:53 ID : xRvhdV89AnW
그래서 내리려는데 그 여자가 팔을 문으로 막았어 무슨 얘긴지 알겠어? 가만히 정자세로 있던 사람이 갑자기 팔을 들어서 문을 막았어 그 여자는 나한테 관심이 없을 거라고 나 스스로를 안심시키고 있는데 관찰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더라고 이미 술은 그 여자가 탄 직후에 깬 것 같아
이름없음 2020/08/08 14:49:50 ID : xRvhdV89AnW
내민 팔이 축축히 다 젖어 있는데 너무 무섭더라고 거기서 내릴 수 있을까? 팔을 밀치고 그냥 내려 볼까? 별 생각이 다 들었는데 엄두는 안 나는 그런 기분 있잖아 일단 그 여자 팔을 뿌리치고 내리려고 마음을 먹었어 그 안내자가 나를 돌아보면 진짜 못 나갈 것 같았거든 속으로 다섯을 세는데 넷까지 센 순간에 엄청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어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하는 소리 있잖아 그게 인원 파악도 안 될 정도로 여러 군데에서 나는 거야
이름없음 2020/08/08 14:58:26 ID : xRvhdV89AnW
영화에서 보면 좀비떼들이 불 켜진 곳으로 뛰어 오는 거 알아? 그런 것처럼 여럿이서 한꺼번에 엘리베이터에 달려드는 소리가 나는 거야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이런 소리 맨발로 바닥을 끄는 소리 그것 때문에 소름이 쫙 끼치더라고 정작 소리는 가까워지고 있는데 그렇게 많은 발소리면 뭔가 보여야 하잖아 아무것도 안 보였어 고요했어 그냥
이름없음 2020/08/08 15:03:14 ID : xRvhdV89AnW
그 발소리가 점점 커지다 진짜 엘리베이터에 들어오겠다 싶을 때쯤에 뚝 멈추더라고 여전히 엘리베이터 불은 희미하게 켜져 있고 긴 복도는 깜깜한데 내가 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 그 여자는 쭉 팔로 엘리베이터 문을 막고 서서 가만히 밖을 내다보고 있었어 직감적으로 그 소리가 사라진 게 아니라 엘리베이터 앞에 멈춰 있다는 걸 알았고
이름없음 2020/08/08 15:05:00 ID : xRvhdV89AnW
그때 그 안내자인 것 같았던 여자 목소리를 처음 들었는데 목구멍에서 쇠붙이를 긁는 그런 소리가 났어 폐병 환자보다 더 거칠거칠한 목소리로 여전히 문을 팔로 막고서 가. 하고 중얼거리는 거야 밖은 아직도 조용했고 나는 무서워서 나갈 생각도 없었거니와 그게 나한테 하는 말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어
이름없음 2020/08/08 15:07:07 ID : nRu79eIE2tv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08/08 15:10:50 ID : xRvhdV89AnW
아무 소리도 안 들렸는데 여자가 조금 더 기다리더니 화난 목소리로 가!!!!!!!!!!!!!!!!!!!!!!!!!!! 하고 소리를 질렀어 난 사람이 고함 지르는 걸 눈앞에서 본 게 처음이라 그때 정말 무서워서 울 뻔했어 정말 복도가 쩌렁쩌렁하게 울릴 정도로 크게 소리를 지르는데 거짓말처럼 그 발소리가 다시 들리는 거야 이번엔 점점 작게 들렸어 그러니까 아까가 모이는 소리였다면 이번엔 흩어지느라 들리는 분주한 발소리가 복도에 탁탁탁 이런 소리를 내면서 울리는 거야 정말 그 앞에서 들어오려고 했다고 생각하니까 그 엘리베이터에 탄 게 너무너무 후회됐어
이름없음 2020/08/08 15:19:18 ID : xRvhdV89AnW
그러다가 엘리베이터 문이 2층에서 그 여자가 탔을 때처럼 닫혔어 엘리베이터 문 닫히는 소리가 나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리더라고 그 여자는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마자 다시 팔을 거두고 아까처럼 정자세로 서 있었고 아무튼 내가 누른 게 네 번째 4니까 다음 층은 내가 누른 층이고 거기선 내려도 된다고 생각해서 겨우겨우 버텼지 3층에서 4층으로 올라가는 건 시간이 그렇게 오래 안 걸렸던 것 같아 만약에 내가 아래로 내려가는 버튼을 눌렀으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도 안 가
이름없음 2020/08/08 15:30:46 ID : xRvhdV89AnW
조금 자다 올게 봐 주는 애들이 있어서 신기하다 이따 올게
이름없음 2020/08/08 21:09:54 ID : xRvhdV89AnW
아무튼 4층에 엘리베이터가 멈췄고 2-3층이랑 다를 게 없는 길고 깜깜한 복도가 전부였어 이미 빌라가 아니라 다른 곳으로 왔구나 직감은 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안 내리면 진짜 평생 그 엘리베이터에 갇힐 것 같더라고 여자도 다행히 문이 열릴 때까지 잠잠했고
이름없음 2020/08/08 21:11:15 ID : 0msmE1eIK2E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08/08 21:23:52 ID : xRvhdV89AnW
근데 내리려고 그 여자 뒤에서 좀 머뭇거리고 있었는데 그 여자가 나보다 먼저 내리는 거야 더더욱 내려야겠다고 생각했어 내 착각일지는 모르겠지만 3층에서 저 여자가 없었으면 그것들이 달려들었을 거고 그 여자가 막아 준 셈이라고 생각했거든
이름없음 2020/08/08 21:35:12 ID : xCo43PfU6ru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08/08 21:48:10 ID : xRvhdV89AnW
그 여자를 따라 내리는데 주위가 온통 캄캄한 거야 그래서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걸음이 좀 늦어졌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여자랑 멀리 떨어지게 되더라고
이름없음 2020/08/08 21:53:58 ID : xRvhdV89AnW
근데 그 여자가 뒤도 안 돌아보고 우뚝 서 있었어 나를 기다리는 것처럼 저 멀찍이 떨어져서 내가 걸음을 따라잡을 때까지 걷다 멈췄다 걷다 멈췄다 하더라고
이름없음 2020/08/08 22:14:36 ID : xRvhdV89AnW
그렇게 정말 한참을 걸었던 것 같아 계속 걸어서 어떤 문 앞에 도착했는데 그 앞에서 그 여자가 안 움직이더라고
이름없음 2020/08/08 22:18:15 ID : IIK1Ds5Xz9h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08/09 02:39:40 ID : xRvhdV89AnW
아파트 보면 비상구처럼 돼 있는 큰 문 있잖아 그런 문이었어 미친 척 말을 걸어 보고 싶었는데 뭐라고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젖은 건 마르지도 않는지 물은 계속 떨어지고 그 문 옆에 우두커니 서 있는데 내가 안 들어가세요? 하고 말하니까 말없이 문을 열고 옆으려 비켜 섰어 나는 아직도 그 여자를 안내자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 엘리베이터의 안내자 같은 거지 아무튼 주춤주춤 그 안으로 들어가는데 진짜 거짓말처럼 꿈에서 깼어
이름없음 2020/08/09 02:41:53 ID : xRvhdV89AnW
거기까진 그냥 술김에 꾼 꿈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일어나 보니까 할머니 댁이더라고 할머니 댁에 온 기억도 없고 심지어 그때는 열일곱 살 때였어 달력 년도도 내가 열일곱 살 때였고 내가 열여덟 때 할머니가 이사를 하셨었는데 예전 집인 걸 보니까 내가 정말 그 년도로 돌아가 있더라고 안 믿겨서 몸을 막 만지는데 몸도 묘하게 살이 붙어 있던 느낌 거식증 때문에 확 빠졌던 때가 있거든
이름없음 2020/08/09 02:45:02 ID : xRvhdV89AnW
꿈인 줄 알았어 말도 안 되는 얘기잖아 그래서 머리를 세게 벽에 부딪혔는데 진짜 리얼하게 아프더라고 꿈인 줄 알고 마당에 나가서 뜀박질도 해 봤어 나는 꿈에서 달리려고 하면 슬로우 모션처럼 발이 느려졌거든 ㅋㅋ
이름없음 2020/08/09 02:50:22 ID : xRvhdV89AnW
뭘 해도 꿈에서 안 깨는 거야 시간은 새벽 한 시고 가족들은 있는지 없는지 나만 그 집에 똑 떨어진 느낌이고 막막했어 이때가 진짜 열일곱인데 내가 꿈을 꾼 거면 어쩌나 아직 엘리베이터 안인데 허구를 보는 거면 어쩌나 툇마루에 앉아서 한참 고개만 처박고 울고 있는데 풀벌레 소리가 막 들리고 개 짖는 소리도 간간이 들리고 공기는 좋고 별도 드문드문 보이고 달이 정말 비정상적일 정도로 크게 떠 있더라
이름없음 2020/08/09 02:52:11 ID : xRvhdV89AnW
갑자기 너무 밖에 나가고 싶었어 머리를 식히고 싶었거든 치안은 모르겠고 정말 깡촌이라 산이랑 논밭만 보이고 집도 다 낮은 집들밖에 없는데 그냥 나가서 걷고 싶었던 것 같아 아무 생각도 안 들고
이름없음 2020/08/09 02:56:04 ID : xRvhdV89AnW
그래서 대문 밖으로 나가서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정망 그대로더라 포장 도로를 걸으니까 괜히 운치가 없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할머니 댁 뒤에 있는 산쪽에 쭉 마을이 있는 곳으로 걸었어 좀 멀긴 해도 그렇게 외진 곳도 아니었고 가로등도 드문드문 있었으니까 풀 냄새도 맡고 싶고 그렇게 하늘도 보고 걸으면서 생각도 정리하고 풀벌레 소리도 듣고 맑은 공기를 쐬니까 거짓말처럼 그 상황이 다는 아니더라도 납득이 되더라고 여름인데 덥지도 않고 다 꿈이라고 생각하니까 살고 싶었어 웃기지 너무 힘들어서 술 잔뜩 마시고 들어왔다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그냥 꿈이라고 생각하고 싶었어
이름없음 2020/08/09 02:56:36 ID : xRvhdV89AnW
자고 일어나서 내일 쓸게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 질문 줘
이름없음 2020/08/09 20:03:33 ID : xRvhdV89AnW
그리고 나는 정확히 말하자면 불행인지 다행인지 과거로 돌아간 게 아니었고 그 산책길에서 한 행렬을 만나면서 내가 말한 진짜 이상한 곳에 휘말리게 돼 내가 할머니 댁에 남아서 아침이 되고 진짜 과거의 나인 척 살아 왔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지만 아마 못 나왔을 것 같아 내가 간 정말 이상한 곳은 새벽 산책 도중에 발견하게 되거든
이름없음 2020/08/09 20:16:28 ID : aoIK4Zikla3
너무 신기해. 엘리베이터가 특별한 공간인가보네.
이름없음 2020/08/09 20:36:20 ID : SL88p9inTXy
추측이지만 매개체 같아 정말 내가 정신병 때문에 환각을 본 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때 여기에 다녀 온 이후로 정말 살아야겠다고 생각했거든
이름없음 2020/08/10 01:53:43 ID : xRvhdV89AnW
그렇게 새벽에 캄캄하고 한적한 깡촌을 걷는데 저 멀찍이 산 입구 같은 데에 길게 늘어진 행렬이 보이는 거야 빛이 너무 화려했어 금색 불들도 번쩍거리고 축제 행렬처럼 멀리서 악기 소리도 들리고 이 새벽에 그런 촌에서 축제가 열릴 리가 없다는 걸 알지만 나도 모르게 계속 따라갔어
이름없음 2020/08/10 01:56:41 ID : xRvhdV89AnW
사람들이 웅성거리면서 한 줄로 길게 늘어서 있고 가까이 갈수록 악기 소리랑 빨간색 등 금색 등 막 엄청 반짝반짝 노란색 불빛들이 빛나고 다들 신나 보이는 얼굴로 춤을 추듯이 걷고 함성도 지르고 전통 악기로 뭔가를 연주하는 소리도 들리고 깃발 같은 걸 흔들면서 지나가고 있었어 깃발엔 한자가 써 있었는데 처음 보는 한자라 그런지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고 엄청 요란스럽고 신나 보여서 나도 모르게 점점 가까이 가게 되더라
이름없음 2020/08/10 01:58:58 ID : xRvhdV89AnW
그런데 이상한 게 그 사람들 얼굴이 보일 정도로 가까이 간 순간에 앞에서 소리가 뚝 끊기더라 그래서 슬쩍 돌아보니까 행렬이 없어 그 시끄럽던 소리랑 발자국이 싹 사라지고 그냥 텅 빈 것처럼 고요한 거야 소름이 확 끼쳤디만 나는 그때 내가 꿈을 꾸는 줄 알고 다시 돌아가려고 했지 그런 일은 성인이 된 이후에 그 정도로 리얼하게는 아니지만 종종 겪었었고 말이 안 되니까
이름없음 2020/08/10 02:00:25 ID : xRvhdV89AnW
그래서 뒤를 돌아서 다시 왔던 길로 다섯 발자국은 갔을까 등 뒤에서 또 그 음악 소리가 들리는 거야 전통 축제처럼 흥겹고 다들 신나서 뭔지도 모르는 노래를 불러서 왁자지껄한 그 소리가 다시 들리더라고 그래서 뒤를 돌아 보니까 그 행렬이 다시 이어지고 있었어 그런데 내가 가까이 가면 또 사라지고
이름없음 2020/08/10 02:02:05 ID : xRvhdV89AnW
세 번 정도 왔다갔다 헛걸음을 하니까 내가 가까이 가면 그 행렬은 사라진다는 걸 알았어 환각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 반짝반짝한 인파에 낄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니까 너무 우울하더라고 그래서 여섯 발자국 정도 떨어진 데에서 몰래 그 행렬을 쫓아갔어 홀린 듯이 지금 생각해 보면 이해가 안 되지만
이름없음 2020/08/10 02:03:26 ID : xRvhdV89AnW
생각해 봐 나는 술에 취해서 비를 쫄딱 맞고 이상한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과거로 돌아왔는데 못 할 일이 뭐가 있겠어 더군다나 그 사람들이 너무 즐거워 보여서 그냥 나도 모르게 따라가게 됐던 것 같아 사람들이 그립기도 했고 다들 한복보다 조금 더 오래 된 것 같은 전통 의상을 입고 다른 세상 사람들처럼 그 한적하고 어두운 길목을 지나가는데 불빛들은 또 얼마나 반짝이던지
이름없음 2020/08/10 02:10:24 ID : Ns7hwFcnA3O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08/10 02:23:53 ID : E4IJTVe4Zbe
딱 이런 요란스러운 느낌 일본 축제 사진 가져온 건데 이것보다 훨씬 화려하고 반짝거리는 느낌이야 앞에 가는 줄은 뭘 짊어지신 채로 등이 치렁치렁하게 달린 가마 아니 가마보다 더 높고 큰 걸 이고 가고 있었고 나머지 행렬이 뒤를 줄줄이 따르는 형식으로 계속 이어졌어 이렇게 시끄럽고 밝은데 주위는 고요해서 거기서부터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았어
이름없음 2020/08/10 02:44:41 ID : E4IJTVe4Zbe
그렇게 한참 따라가다 보니까 점점 어둡고 외진 곳으로 가더라고 산은 아니고 산 뒤편으로 향하는 느낌 힘든 줄도 모르고 슬리퍼 끌면서 몰래몰래 잘 따라갔는데 행렬의 제일 뒤에 있는 사람들 대화가 들릴 거리만 되면 소리가 작아지고 두어 걸음 떨어져서 집중 안 하고 있으면 또 크게 들리고 참 이상하고 신기하더라고 아무튼 행렬이 이어지는 걸 홀린 듯이 계속 따라가다 위를 보는데 태어나서 그렇게 화려하고 큰 건물은 처음이었어
이름없음 2020/08/10 02:49:47 ID : E4IJTVe4Zbe
높은 건물을 보고도 크다는 생각은 안 해 봤는데 약간... 수족관 대수조 볼 때처럼 너무 광활하더라고 거대하고 화려하고 중국풍 건물처럼 빨갛고 금색 장식으로 뒤덮여서 사찰 같기도 했고 아무튼 엄청 거대한 건물이었어 이게 이 세계엔 없는 건물이다 싶을 정도로 거대했어 성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겠지
이름없음 2020/08/10 02:49:48 ID : u4K5cK7AnU3
거기이세계가아닌느낌인데
이름없음 2020/08/10 02:50:21 ID : xO4K1yMkpO1
ㅂㄱㅇㅇ 동접인가!!
이름없음 2020/08/10 02:51:24 ID : E4IJTVe4Zbe
정말 화려한 건물에 금색 용이 그려져 있고 행렬하는 사람들이 들고 가던 깃발에 쓰여진 한자가 문 위에 적혀 있었는데 커다란 문 사이로 사람들이 그 큰 가마를 이고도 걸리는 거 하나 없이 지나갈 정도로 컸어 정말 거대하더라 그래서 그 문이 닫히기 전에 얼른 들어가야겠다 싶어서 행렬 뒤에 천천히 따라붙는데 이번엔 가까이 가도 그 행렬이 사라지지 않았어
이름없음 2020/08/10 02:52:39 ID : E4IJTVe4Zbe
아마 내 추측이 맞다면 다른 세계 안에 또 다른 세계인 것 같아 나는 그렇게 생각 중이야 과거로 돌아온 시골은 이상한 점이 없었거든
이름없음 2020/08/10 02:52:59 ID : E4IJTVe4Zbe
내가 스레딕은 처음이라 몰리서 그러는데 동접이 동시 접속이라는 뜻이야??
이름없음 2020/08/10 02:54:23 ID : u4K5cK7AnU3
이름없음 2020/08/10 02:58:48 ID : E4IJTVe4Zbe
행렬의 뒤로 갈수록 문이 점점 닫히고 있는 거야 그 줄을 놓칠까 봐 앞사람들이랑 딱 붙어서 그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데 아까는 안 들리던 말소리가 들리더라고 노동요 같은 거였어 오늘은 수확이 좋구나 신께서 기뻐할 만한 선물을 세상을 뒤져 가지고 돌아왔다네 < 정확히는 기억 안 나도 내가 기억하기로는 이런 짧은 가사였어
이름없음 2020/08/10 02:59:46 ID : E4IJTVe4Zbe
그렇구나 알려 줘서 고마워!
이름없음 2020/08/10 03:01:26 ID : u4K5cK7AnU3
이거 뭔가 이미지가보이는데
이름없음 2020/08/10 03:03:07 ID : E4IJTVe4Zbe
내가 그 건물 안에 들어간 순간 딱 문이 닫히더라고 건물은 밖에서 본 거랑은 다르게 문 안이 바로 건물인 게 아니라 길과 바깥 공간이 길게 나 있고 부속 건물들이랑 본 건물들이 크게 나 있는 형태였어 그러니까 따지자면 성이나 우리나라 궁이랑 비슷한 형태
이름없음 2020/08/10 03:03:21 ID : E4IJTVe4Zbe
무슨 이미지?
이름없음 2020/08/10 03:03:48 ID : u4K5cK7AnU3
가면쓰고있는사람들?
이름없음 2020/08/10 03:04:35 ID : u4K5cK7AnU3
빨간..아닌가?인터넷인가 만화서본것같은데 심각한건아니고
이름없음 2020/08/10 03:05:57 ID : E4IJTVe4Zbe
그러니까 아까 내가 봤던 거대한 건물 외벽이 통로였던 거야 안은 정말 화려했어 다 축제 행렬을 이어 가던 사람들처럼 전통 복장(조선 한복은 아니었어 그냥 고려 시대 한복도 아니고 그냥 그거랑 제일 비슷한데 좀 더 토속적이고 화려한? 말이 어렵지 처음 보는 옷이라 비유로 설명이 안 되네)을 입고 와글거리면서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었어 그렇게 시끄러운 곳은 정말 오랜만에 가 보기도 했고 통로와 비슷한 색의 건물과 달려 있는 등들 조명들이 너무 화려해서 나는 여기저기 구경만 했었던 것 같아
이름없음 2020/08/10 03:06:34 ID : E4IJTVe4Zbe
가면은 안 쓰고 있었어! 그치만 빨간 이미지는 얼추 맞는 것 같아
이름없음 2020/08/10 03:09:57 ID : E4IJTVe4Zbe
분주했어 행사장 온 것 같더라고 건물들도 화려하고 꽃 장식이랑 아까 입구에서 봤던 한자가 걸린 깃발들이 곳곳에 있고 등들이랑 옛날 건물들도 있고 그 공간이 너무 넓고 화려해서 그때부터 내가 다른 세계라고 인지했는데도 돌아가기 싫었던 것 같아 평생 이런 데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지 그런데 사람들이 꼭 내가 없는 것처럼 행동했어 분주해 보여서 말은 못 걸었지만 나만 혼자 다른 옷을 입고 동떨어져 있는데 신경도 안 쓰는 느낌?
이름없음 2020/08/10 03:12:50 ID : E4IJTVe4Zbe
그래서 여기저기 할끔거리다가 등을 매달고 있는 남자한테 가서 저기... 하고 불렀는데 순간 사방이 고요해지는 거야 나는 이 건물들과 사람들이 아까 그 행렬처럼 사라져 버린 줄 알았어 근데 사람도 건물도 장식들도 다 그대론데 그렇게 많고 분주하던 사람들이 내가 한 마디 했다고 싹 조용해진 거더라고 건물에 있던 사람들까지 전부 나를 쳐다보는데 그때 처음으로 이질감과 공포감을 느꼈어 그러니까 꿈에서 꿈이라고 하면 쳐다본다는 얘기 있잖아 그것처럼
이름없음 2020/08/10 03:16:08 ID : E4IJTVe4Zbe
그래서 당황해서 주춤거리는데 일단 거길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먼저였어 그래서 사람들 눈치를 보다 눈으로 향하는데 유독 화려한 옷을 입고 머리를 땋아 올린 여자가 나를 붙잡고 되게 친절하게 웃으면서 무슨 일이니? 하고 불랐어 편의상 마담이라고 부를게 그 여자가 하는 일이랑 비슷해 보였으니까 아무튼 마담은 내가 행렬 도중에 끼어든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는 눈치였어 다들 나를 이상하다는 눈으로 쳐다보다 마담이 나를 붙잡으니까 관심을 거뒀거든
이름없음 2020/08/10 03:21:20 ID : E4IJTVe4Zbe
나는 사실대로 말하려고 했어 내가 들어와 있으면 안 될 곳이라고 생각했거든 나한테 쏠린 눈들이 너무 무섭기도 했고 그래서 잘못 들어온 것 같다고 얘기할랬는데 마담이 내 팔을 아플 정도로 세게 붙잡으면서 가마에 타고 있다가 길을 잃었구나? 안쪽까지 안내해 주마 하고 나를 중앙 건물 쪽으로 길게 난 길을 따라 데려갔어 나는 당황해서 그대로 나갈 기회를 놓치고 마담의 걸음을 무작정 따라가다 건물에 들어오게 됐어 마담은 정말 옛날 사람처럼 사극에 나올 법한 말투에서 조금 더 현대적이고 유한 말투를 썼었는데 아까는 그렇게 다정하게 웃던 사람이 갑자기 표정을 싹 굳히고 어디서 이런 게 들어왔는지... 하면서 내 팔을 잡아 끌고 구불구물한 복도를 빠른 걸음으로 계속 걸었어 마담은 그 길을 잘 알고 있었지만 나는 아니어서 자꾸 걸음이 삐끗하니까 화를 내더라고
이름없음 2020/08/10 03:25:25 ID : E4IJTVe4Zbe
멋대로 들어와서 자리를 차지했으면 걸음에라도 기품이 있어야 할 것 아냐 대충 이런 말이었어 그래서 걸음을 좀 더 분주하게 걷는 와중에도 자꾸 말을 걸었지 저는 여기 잘못 들어온 건데 다시 나가게 해 주시면 안 될까요? 아까 그 사람들이 들고 오던 가마를 말하는 거면 전 안 탔어요 하고 계속 말을 걸었는데 마담은 들은 척도 안 했어 계속 저기요 저기요 하고 부르니까 그때야 대답을 해 주더라
이름없음 2020/08/10 03:29:08 ID : E4IJTVe4Zbe
정확히는 기억 안 나지만 내용은 얼추 다 기억나서 생각나는 대로만 적어 볼게 마담은 “여긴 멋대로 들어올 순 있어도 멋대로 나갈 수는 없어. 너 같은 애가 흘러 들어온 걸 주인께서 아시면 크게 노하실 테니, 너도 살고 싶다면 조용히 그 이상한 옷부터 벗고 눈에 띄지 않게 장단을 맞추는 편이 좋겠구나. 너 하나 때문에 내가 죽게 생겼으니까.”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말했어 나는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보다 내가 여기서 지낼 수 있다는 사실이 더 기뻐서 저는 여기서 지내게 되는 건가요? 하고 물어봤어 그당시엔 정말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으니까 도망칠 수 있다는 건 나한테 너무 행운이었거든
이름없음 2020/08/10 03:32:28 ID : E4IJTVe4Zbe
마담의 얼굴은 정말 화려하게 생겼고 전통극에 나오는 사람처럼 눈가를 빨갛게 물들인 화장을 하고 있었는데 치마자락이 정말 길어서 그걸 밟고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는지 몰라 정말 다른 세계라는 게 실감이 됐지 마담은 화난 얼굴로 나를 돌아보면서 일단은 그래야겠지 하고 제일 큰 방의 문을 확 열더니 나를 밀치듯이 밀어넣었어 거긴 대략 열다섯 명 정도의 여자애들이 있었는데 하나같이 마담 같은 옷을 입고 있었어
이름없음 2020/08/10 03:35:32 ID : E4IJTVe4Zbe
내가 마담을 마담이구나 생각했던 때가 이때였지 마담은 화난 목소리로 여자애들의 옷 갈아입는 걸 도와주는 나이가 지긋한 여자한테 어멈이리고 부르면서 뭘 한참 설명하더니 내 쪽을 가리키면서 시중 구실이라도 하게 만들어 놓으라고 하고 나가 버렸어 어멈이라는 사람은 나한테 아무 설명도 안 듣고 내가 갈아입을 옷을 들고 와서 옷 갈아입는 걸 도와준 것 같아
이름없음 2020/08/10 03:41:05 ID : E4IJTVe4Zbe
어멈은 50대 중후반 정도의 여자였고 편의상 어멈이라고 부를게 어멈은 나한테 극존칭을 썼어 말투도 마담보다 더 옛날 사람 같았고 나는 어색해서 같이 존칭을 썼는데 딱히 이건 문제가 안 되는지 어멈도 별말 없더라고 아무튼 마담이랑 똑같은 옷을 입는데 예상은 했던 거지만 마담은 이 건물의 손님과 주인을 모시는 일을 하고 있고 그 아래 시종들을 관리하는 사람이랬어 우리나라로 따지면 상궁 같은 거였겠지 졸지에 거기서 모르는 사람들 시중을 들게 된 거야
이름없음 2020/08/10 03:43:25 ID : E4IJTVe4Zbe
보폭이 좁은 치마는 자락이 되게 길었는데 다행히 마룻바닥은 신발을 신고 다니는 곳이 아니라 더러워질 일은 없겠다 싶었어 어멈이 도와주신 덕에 얼굴에 분칠도 하고 화장도 하고 머리도 다르게 묶었지만 그 방에 있는 여자애들을 거울로 힐끔거리니까 다 하나같이 멍해서 정신을 못 차리는 상태거나 조용히 울고 있었어 억지로 끌려 온 것처럼 보이는 정도
이름없음 2020/08/10 03:46:25 ID : E4IJTVe4Zbe
그래서 어멈한테 쟤들은 왜 우는 거예요 하고 물어봤는데 어멈이 쳐다도 안 보고 머리를 빗어 주면서 저분들은 주인님을 모실 생각에 기뻐서 우는 거랍니다. 시집 온 새색시들도 첫날 밤만 되면 애처럼 울지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새색시 얘기로 봐선 이런 뉘앙스.) 하고 말해서 좀 묘한 괴리감이 들었어 다른 세계라는 건 납득하고 있었지만 사람들마저 다 다른 사람들밖에 없으니까 조금 이해가 안 되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딱히 거슬릴 건 없다 싶었지
이름없음 2020/08/10 03:50:59 ID : E4IJTVe4Zbe
그렇게 어멈을 따라서 나 혼자 다른 방으로 가려고 복도로 나왔어 마담을 따라 들어갈 땐 몰랐는데 내부도 외무만큼 화려하더라고 사극에서 보면 나오는 종이 바른 미닫이문 알지 그런 문들이 복더 옆으로 쫙 들어서 있고 엄청 밝고 장식들도 수없이 많고 바닥도 맨질맨질 기분이 좋았어 벗고 들어온 신발은 누군가 정리해 줬겠지 싶어서 잊고 있었고 그렇게 다른 방에 들어가서 어멈이 알려 주는 예절들이나 규칙들을 배운 것 같아 조심조심 걷는 법 서 있는 법 앉는 법 전부
이름없음 2020/08/10 03:52:16 ID : E4IJTVe4Zbe
너무 졸리다 이따 일어나서 일 다 보고 들어올게 궁금한 거 있으면 질문 줘 잘 자
이름없음 2020/08/10 07:07:07 ID : u4K5cK7AnU3
혹시 그거좀 일본 느낌나지않았ㅇ니?나만일본시닝각나난
이름없음 2020/08/10 07:13:48 ID : Apgkk62IIHB
일본 시 말하는 거야? 글쎄 행렬은 일본 축제 분위기가 제일 비슷하지만 그것보다 더 반짝거리고 풍악 소리 때문에 좀 토속적이었어 건물이나 등들은 일본보다는 중국 쪽이라고 보는 게 더 가까웠고 방은 일본 걸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의상도 기모노나 일본 전통 의상보다는 고려 전통 의상을 개량한 느낌이어서 그냥 동양풍 하면 생각나는 것들이 나열돼 있는 느낌
이름없음 2020/08/10 07:23:10 ID : u4K5cK7AnU3
일본 생각난다 말햇던거얌!!
이름없음 2020/08/10 07:33:50 ID : Apgkk62IIHB
아 확실히 축제가 줄을 이어서 이동하는 행렬은 한국에 거의 없으니까!! 근데 건물은 확실히 중국풍? 중국과 일본 교묘하게 섞어 놓은 느낌 우리나라의 단아하고 정갈한 느낌은 없었어 되게 화려했거든
이름없음 2020/08/10 07:41:00 ID : u4K5cK7AnU3
그렇구나!
이름없음 2020/08/10 10:40:50 ID : k4Mo6nTWi4I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08/10 11:13:43 ID : lwsi4L9jwLh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08/10 21:24:54 ID : u4K5cK7AnU3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08/11 13:23:15 ID : xxu6Y07cMqk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08/12 15:36:48 ID : xRvhdV89AnW
미안 너무 바빠서 못 들어와 봤네 오늘 저녁에 또 이어서 쓸게
이름없음 2020/08/12 16:05:18 ID : GnxCo5bu9ta
고마워ㅜㅜㅜ기다리구있었엉ㅠㅠ
이름없음 2020/08/12 20:18:13 ID : 9coMrurgjjs
헐 완전 좋아 계속해줘
이름없음 2020/08/13 00:55:49 ID : xxu6Y07cMqk
왜 안오아ㅏㅜㅜㅜㅜㅜ
이름없음 2020/08/13 03:12:02 ID : xRvhdV89AnW
기다렸지 미안해 아파서 계속 잤어 이번 주는 많이 못 쓸 것 같다 길게 쓰는 타입이라 집중을 해야 돼서 😂😂 그래도 조금씩 풀어 줄게 기다려 줘서 고마워
이름없음 2020/08/13 03:15:47 ID : xRvhdV89AnW
어멈한테 기본적인 예법을 배우고 다시 그 방으로 돌아가는데 어떤 여자애 하나가 몰래 나가려다 경비로 보이는 남자한테 붙잡혀 온 모양이더라고 어멈은 남자를 돌려 보낸 뒤에 조용히 끌어안으면서 조용히 계시지 않으면 주인님께서 노하실 겁니다. 하고 토닥거리니까 그 나랑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여자애가 울음을 뚝 그치더니 겁 잔뜩 먹은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이고 가서 덜덜 떨고 있는데도 서로 눈치만 보더라고
이름없음 2020/08/13 03:28:03 ID : xRvhdV89AnW
마담은 화를 내서 사람 같아 보이기라도 했지 어멈은 진짜 나랑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게 너무 확 보일 정도로 이질감이 들었어 서로 같은 주제로 이야기해도 다른 대답을 하는 느낌? 나는 마담이 애들을 왜 어멈한테 관리하라고 했는지 알 것 같더라고 어멈은 온화해 보이는 이미지지만 마담의 여자들을 다 통솔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았어
이름없음 2020/08/13 10:33:35 ID : xxu6Y07cMqk
ㅂㄱㅇㅇ!! 아팠구나ㅜㅜㅜㅜ 괜히 채근한거 같아 미안하네ㅜㅜㅜ 빨리 나아ㅜ
이름없음 2020/08/14 22:11:37 ID : tg7AmKZa1h8
언제 왕‼️
이름없음 2020/08/16 21:01:07 ID : xPa66nTQq5a
천천히 와 레주 잘 보고있어!
이름없음 2020/09/06 08:21:27 ID : xRvhdV89AnW
미안해 너무 많이 늦어 버렸네
이름없음 2020/09/06 11:38:43 ID : fcLfgnUZeNy
스레주??! 오랜만이야!!!! 기다렷오
이름없음 2020/09/06 12:49:20 ID : 9a5RB81bba4
나 완전완전 많이 기다리구있어따오ㅜㅜㅜ
이름없음 2020/09/06 13:33:02 ID : cmlfPctuk5W
보고있어!!
이름없음 2020/09/06 13:56:13 ID : wJSLbvdwnxC
보고있어!!!!
이름없음 2020/09/06 14:33:57 ID : du2lctAqo0k
헐 레주 온거야???ㅠㅠㅠ 나 이거 다 읽어봤어!!
이름없음 2020/09/06 14:57:53 ID : BxSE1g442E3
스레주 글 보니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생각나.. 마담이 어멈한테 데려다 준 거랑 소녀들 있는거랑 뭐 알려주고 대접하는거 뭐라고 하는거 완전 그거같다
이름없음 2020/09/06 14:59:54 ID : LasqpdSIJSL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09/06 18:56:17 ID : xRvhdV89AnW
고마워 많이 기다려 주고 있었구나 사정 때문에 너무 바빠서 내일 써야지 내일 써야지 하고 계속 미뤘거든 이제 조금씩이라도 꾸준하게 풀어 볼게 기다려 줘서 고마워
이름없음 2020/09/06 19:04:02 ID : 40tBs8i1jti
레주 기다렸어 ㅠㅠ 스크랩 해놓고 시간 날 때마다 보러올게
이름없음 2020/09/06 19:18:22 ID : xRvhdV89AnW
그러니까 말하자면 나랑 그 애들은 주인이라는 사람을 모시게 되는 거지 환복이나 식사를 내오는 게 아니라... 어멈은 바깥에서 데려온 애들이 주인께 보살펴진다고 했지만 그 방에 있던 애들은 그 성의 주인을 모시고 기쁘게 하려고 자기들이 여기 있는 걸 알고 있는 것 같았어 나도 짐작은 했고 그래서 마담을 마담이라고 기억하고 있었고 그냥 주인에게 바치는 여자들이 된 거야
이름없음 2020/09/06 20:33:53 ID : ty2HxA1wslv
나도 계속 보는데 일본 애니메이션 생각났어
이름없음 2020/09/06 23:00:01 ID : xRvhdV89AnW
그런가? 이상한 곳에 들어가서 겪는 일이라 센과 치히로 그 애니랑 비슷해 보일 수는 있겠다 그치만 건물 외관은 중국풍에 가까웠어
이름없음 2020/09/06 23:08:44 ID : O5Wi060nBao
빨리풀어줘~ㅠ
이름없음 2020/09/07 12:15:56 ID : GoE62K59fPg
갱신
이름없음 2020/09/14 13:04:05 ID : 7ApcGk7dWqi
ㄱㅅ
이름없음 2020/10/02 18:51:22 ID : uoGpXBwE8mF
언제 와 레주 ㅠㅠ
이름없음 2020/12/10 05:39:06 ID : xRvhdV89AnW
미안해 사정이 생겨서 아예 휴대폰을 못 보고 있었어 이게 벌써 네 달 전 글이네 앞으로 바빠질 거라 이야기가 좀 많이 길어지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빨리 풀어 볼게 우리가 모셔야 할 누군가가 돌아왔는지 안 그래도 북적거리는 건물이 더 난리통이 됐어 주인님이 오신다!!! 하고 소리를 지르는 게 조금 웃겨서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는데 어멈이 이때 처음으로 꽤 싸늘한 얼굴을 하고 아무 소리도 내지 말라고 하더라고 이때부터 조금씩 겁을 먹었던 것 같아
이름없음 2020/12/10 05:40:44 ID : xRvhdV89AnW
애들이 일렬로 나가고 그 많은 사람이 양옆으로 서서 기다리고 있고 음식을 내 오는 사람들은 진짜 분주해 보였어 사극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들이 신기했어도 굳이 힐끔거리고 싶지는 않았어 어멈이 그런 표정을 지은 건 처음이라 주눅이 들기도 했고 이때부터 돌아가지 못하면 어쩌나 싶은 생각이 들었거든 사람이 그렇게 도망치고 싶었어도 막상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무섭기도 너무 무서웠고
이름없음 2020/12/10 05:46:08 ID : xRvhdV89AnW
아까 내 또래 여자애들이랑 들어갔을 때랑은 비교도 안 될 만큼 큰 방에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서 정해진 자리에 마주보고 앉아 있어야 했어 방석이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 있었고 문을 열자마자 보인 건 되게 큰 의자였어 저게 주인 상석이겠구나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우리가 마주보면서 2열로 앉아 있으면 그 중앙이 큰 자리였어 방석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는데 주인이 오기까지 기다리는 게 꽤 고역이었어 고개를 들면 안 될 것 같아서 목이 너무 뻐근했고 발도 너무너무 저리더라고 그러다 주인이 오신다는 말에 우리도 모르게 일어나서 방석 앞으로 나가 있었는데 다들 긴장을 한 건지 분위기가 확 바뀌더라고
이름없음 2020/12/10 05:51:03 ID : xRvhdV89AnW
그뒤로는 솔직히 자세히는 기억이 안 나 그냥 오래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고 주인이 자리에 앉으면 우리도 방석에 앉고 작은 다과가 앞에 있었지만 거기에 손을 대는 사람이 없었거든 어멈이든 마담이든 우리를 데리고 나가거나 아니면 주인이 우리한테 관심을 가질 때까지 그냥 병풍처럼 앉아 있었어 일본인지 중국인지 아무튼 되게 동양스러운 음악이 나오면서 주인이 말도 없이 술을 마시는데 주인 얼굴이 너무 궁금한 거야 그래서 자꾸 힐끔거렸거든 그 사람 옷은 사극에서 보는 왕이나 고위 귀족처럼 비싸고 부드럽고 화려해 보였고 얼굴을 보지 못하게 베일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천이 그냥 정말 새까만 색이라 어떻게 앞을 보는지 궁금해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쳐다보고 있었어 이게 실수라면 실수였던 건지 주인이 내 쪽으로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린 뒤에야 내가 내 앞에 있는 다과로 다시 고개를 박았거든 진짜 서늘했어
이름없음 2020/12/10 05:56:10 ID : xRvhdV89AnW
마담이 나를 노려보는 게 느껴져서 아 뭔가 실수를 했구나 싶었는데 그때 마침 마담이 ‘주인을 위해 데려온’ 애들을 소개해야 할 타이밍 같았는지 우리 쪽으로 손짓을 했어 애들은 다 쭈뼛쭈뼛 일어났고 나는 다맂가 저려서 넘어질 뻔한 걸 겨우겨우 다잡고 서 있었는데 주인이 나를 콕 찝어서 손짓을 하데 큰 좌식 방석 같은 의자에 거의 눕듯이 기대서 손을 까딱거리는데 그때부터 조금 속된 말이지만 아 좆됐다 싶었어 정신도 열일곱으로 돌아가 버렸는지 별것도 아닌데 침이 바싹바싹 마르더라고
이름없음 2020/12/10 05:57:59 ID : xRvhdV89AnW
처음엔 설마 나를 부르는 건가 싶었는데 마담이 빨리 오라고 입모양으로 말하는 걸 보면서 제대로 잘못 걸렸구나 싶었지 주인은 참을성의 문제와는 별개로 일면석도 없는 나한테 자비를 베풀어 줄 것 같지 않았고 까딱하면 죽는 거 아닌가 싶어서 진짜 서늘해졌어 사람이 사람 좀 쳐다본 게 그게 뭐가 문젠가 싶기도 했고
이름없음 2020/12/10 05:59:21 ID : xRvhdV89AnW
하여튼 가만히 서 있다가 한 발을 내딛는데 다리가 저린 게 화근이었지 속으로 아 넘어지면 어떡하지 하고 생각한 순간 그 잔잔하고 엄숙한 음악이 나오는 연회장(편의상 이렇게 부를게)에서 내가 그냥 확 넘어진 거야 다리가 저려서 힘이 빠지기도 했고 처음 입어 보는 옷은 보폭이 너무 좁고 옷자락이 길어서 뭐 어떻게 넘어져도 그다지 이상할 건 없었어
이름없음 2020/12/10 06:00:07 ID : xRvhdV89AnW
사방이 싸해지고 나는 진짜 좆됐다 싶었어 그 생각밖에 안 들던데 아 좆됐다
이름없음 2020/12/10 06:02:01 ID : xRvhdV89AnW
주인이 손을 까딱거렸는지 음악도 멈추는데 얼굴이 화끈거린 거랑은 별개로 진짜 식은땀이 줄줄 나던데 주인은 키가 크고 풍채가 좋은 남자 체형이었고 얼굴도 안 보이고 목소리도 안 들리고 새까만 베일만 뒤집어쓰고 있었는데 안 무서울 리가... 그 마담이 벌벌 기는 상대라면 내 목숨 하나는 그냥 파리 목숨이었다는 거잖아 거기서 무슨 정신이었는지 덜덜 떨면서 잘못했습니다... 하고 빌었어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이름없음 2020/12/10 06:04:11 ID : xRvhdV89AnW
이게 최선일 것 같아서 빌었어 근데 고개 위에서 되게 우습다는 듯이 헛웃음 소리가 들리더니 결국은 진짜 웃겼는지 웃음을 터뜨리더라고 주인은 예상했던 대로 남자였고 늙은 사람이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목소리가 어려 보여서 놀랐어 그때 처음으로 주인 목소리를 들었는데 주인은 마담과 마찬가지로 옛날 말투에서 조금 더 유하고 현대적인 듯한 말투를 쓰고 있었어
이름없음 2020/12/10 06:06:44 ID : xRvhdV89AnW
고개를 들어도 좋아. 이게 첫마디였어 이 말을 듣고 살았다 싶어서 기쁜데 도대체 왜 웃는 건지 궁금하기도 해서 고개를 들었는데 넘어진 내 앞에 언제 온 건지 쪼그리고 앉아 있던 남자 얼굴 위로 가려진 베일 때문에 정말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어 같이 연회장에 들어갔던 어떤 애가 말해 줬는데 내 꼴이 우습긴 우스웠어 치렁치렁한 머리를 뒤로 땋아서 올려 줬는데 그것도 엉망으로 흐트러지고 눈가랑 입은 벌겋게 화장까지 해서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서 잘못했다고 비는데 나 같아도 진짜 웃겼을 것 같다
이름없음 2020/12/10 06:09:06 ID : xRvhdV89AnW
주인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나는 또 그걸 얼굴도 안 보이는 베일을 쳐다봐서 뭐 할 건가 싶어서 고개를 푹 숙이는데 뭘 잘못했어? 하고 물어본 주인 목소리가 앳된 여자 목소리가 나서 너무 놀라서 또 올려다보니까 주인은 아까처럼 똑같이 쪼그리고 앉아 있었어 목소리가 변한 거야 여자 목소리를 흉내 낸 건지 알았는데 뭘 잘못했냐니까? 하고 묻는 목소리는 정말 어멈 나이대의 늙은 할머니 목소리가 나서 너무 공포스러웠어 산 사람이 아니구나 싶긴 했고
이름없음 2020/12/10 06:10:18 ID : 7f88ksjimNB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12/10 06:10:49 ID : xRvhdV89AnW
어멈이 나랑 아이들을 교육할 때 주인님은 수수께끼를 좋아하시니 혹여 질문을 받는다면 최대한 평범하지 않은 답을 하십시오. 하고 일러 준 게 기억이 나는데 그것만 기억이 나고 뭘 어떻게 말해야 식상하지 않는 답인지는 전혀 생각이 안 나더라고 또 식은땀이 질질 날 것 같은데 뭐라도 말해야겠다 싶은 마음이 컸어
이름없음 2020/12/10 06:18:40 ID : xRvhdV89AnW
도저히 신박한 답이 생각이 안 나다가 머리가 자꾸 뭘 잘못 건드렸는지 흘러 내리길래 어멈이 땋아 준 머리가 엉망이 돼서요... 하고 말하고 눈치를 보는데 주인이 한참 나를 내려다보는 거야 근데 사람이 위압감이나 존재감이 얼굴을 안 보고도 그렇게 크게 드러날 수 있는지 처음 알았어
이름없음 2020/12/10 06:21:08 ID : xRvhdV89AnW
근데 주인이 원래 목소리로 다른 건? 하고 물어보데 진짜 미치는 줄 알았어 그래서 나는 내가 지금 왜 엉망이 됐는지 하나하나 다 찾아서 말했어 옷을 밟고 경박하게 넘어졌다느니 땀을 흘린다느니 말을 더듬었다느니 다리가 꼬여서 넘어져 버렸다느니 별별 핑계를 다 댔는데 끝날 기미가 안 보이길래 그냥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아까 주인님 얼굴을 몰래 쳐다봤어요. 하고 말했어
이름없음 2020/12/10 06:26:45 ID : xRvhdV89AnW
대화는 그냥 뉘앙스나 생각나는 대로만 써 볼게 그러니까 또 잘못 본 건 아니라면서 막 웃는데 아까 처음 들었던 목소리가 나더라고 다들 누구 하나 못 따라 웃는 거 보면 얼마나 권위적이고 높은 사람인지가 점점 더 실감이 나는 거야 이대로 죽나? 아 진짜 죽나? 싶었는데 주인이 내 옷매무새를 가다듬어 주더라고 - 호칭은 주인님이 아니라 어르신이나 나으리라고 부르는 편이 낫겠구나. 너는 바깥 아이니까 말이야. - 네? 아, 네, 어르신. - 무슨 얘긴지도 모르고 대답을 하는 게 보이는구나. 대충 이런 대화였고 주인과의 대화는 생각한 것보다 장난스러웠어 주인과 독대를 할 수 있을지도 전혀 몰랐고 더군다나 이런 상황이 올 줄은 진짜로 몰랐기 때문에 나는 그냥 얼만 타고 있었는데 묘하게 흥미로워 보이기도 했고 나를 같잖게 여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어 묘했지
이름없음 2020/12/10 06:29:34 ID : xRvhdV89AnW
근데 또 그냥 순전하 재밌어 보여서 말을 붙여 주는 뉘앙스가 강해서 착한 사람도 아니었고 나를 도와줄 사람은 더더욱 아니었지만 해코지를 할 것 같지는 않았어 아무튼 뻘쭘하게 몸을 일으키는데 연회는 거기서 마치는 걸로 하고 다들 돌아가 보라고 말하니까 정말 그 큰 방에서 손도 안 댄 음식들이 쭉쭉 빠지더라고 어르신(호칭에 혼란을 주는 것 같아서 주인이 아니라 어르신이라고 쓸게)이 마담을 붙잡고 우리를 보면서 뭐라고 한 것 같았는데 어멈의 통솔 하에 우리는 연회장을 나가야 했기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
이름없음 2020/12/10 06:35:20 ID : xRvhdV89AnW
그리고 마담이 한 십 분 뒤에 돌아왔어 정말 짜증이 난 표정이었는데 왜 이런 푼수들 때문에 하고 화를 내다가 나를 확 쳐다보더니 두어 번 발길질을 하면서 화를 냈어 영문도 모르고 맞았는데도 그냥 이유를 알 것 같은 기분이라 가만히 있었는데 마담이 열다섯쯤 되는 애들 중에 여덟을 내보냈어 걔들이 어떻게 됐는지는 그 당시엔 잘 몰랐었지 그리고 남은 일곱 중에 넷을 식당으로 내보냈고 남은 셋은 꾸준히 마담의 밑에서 어르신을 모시게 됐다고 말해 줬는데 하나도 기쁘지 않더라고 그냥 뭔가 잘못된 것 같았어
이름없음 2020/12/10 06:36:29 ID : xRvhdV89AnW
그냥 시중을 드는 일인 거야 필요한 게 있으면 부르고 그렇게 어르신을 보필하고 모시다가 또 자리가 빠르게 비워지고 빠르게 채워지는 정도였어 어멈은 우리 셋을 보면서 기쁘다고 웃어 줬는데 그게 제일 기괴했어 대체 뭐가 기쁘다는 건지도 모르겠었고
이름없음 2020/12/10 06:39:48 ID : xRvhdV89AnW
그리고 나랑 내 옆에 있던 친구를 콕 찝으면서 너희는 어르신의 거처로 가게 되었다고 했는데 정말 아까 내가 넘어진 것 때문에 나를 부른 건지 점점 뭔가 잘못 꼬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연회 때만 시중을 드는 것도 아니고 바닥에 한번 엎어졌다고 이런 승격이 말이나 되나 싶었고 어쩌면 이건 시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 아무튼 마담을 따라 여기저기 다니면서 어르신의 거처에 쓸 물건들을 받아 오다가 아주 마지막에는 흰 종이에 적힌 한자를 한 자씩 받았는데 이제 너희 이름은 없고 이 이름만 있다고 하자마자 나랑 같이 배정받은 애가 엄청 펑펑 울기 시작했어 걔는 열일곱이라지만 나는 정신병 걸린 성인이었고 언제든 도망치고 싶었으니까 그냥 모든 일을 한숨 돌리게 된 이 상황이 의연했어
이름없음 2020/12/10 06:51:22 ID : xRvhdV89AnW
그렇게 전혀 다른 숙소에 덜렁 배정받았는데 우리는 그 한자를 어떻게 읽는지도 몰라서 마담한테 물어봐야 했어 내 이름은 한자로 유채가 써 있는 종이였고 나랑 같은 숙소를 배정받은 걔는 한자가 붉을 단이었나 아무튼 나는 채야 유채야 이렇게 불렸고 내가 걔를 단이라고 부른 것만 기억나 그렇게 마담의 손을 벗어나야 했다는 사실이 너무 막막했던 것도 같아 본 거처에서 마담을 아예 마주칠 일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엄연히 말하자면 마담의 아이들이 아니라 어르신의 직속 느낌이었어서
이름없음 2020/12/10 06:52:45 ID : xRvhdV89AnW
벌써 일곱 시나 됐네 나 자다 올게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가끔 갱신? 달아 준 거 아까 봤어 기다려 줘서 고마워 최대한 빨리 적어 볼게 이런저런 얘기를 기억하듯이 적는 거라 부가 설명이 길어지는 점은 미안해
이름없음 2020/12/10 09:08:59 ID : a7eY4JXuk1f
ㄱㅅ 스레주 잘 자고와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기다릴게 !
이름없음 2020/12/10 10:04:17 ID : TQslA6p88pb
완전 재밌다 하나하나 신경 써서 쓴 게 느껴져. 책 한 권 보는 기분이야 몰입 쩐당 잘 자구 와 스레주!!
이름없음 2020/12/10 15:11:55 ID : 1bfO3A7BwIH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12/10 16:15:51 ID : fcLfgnUZeNy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12/10 16:22:48 ID : pfgi9xRwtul
지금 봤는데 신기하다 기다릴게!
이름없음 2020/12/10 18:36:55 ID : asjdzVe6rAi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12/10 20:33:14 ID : 7s4FhcHzRA0
헉 진짜 센과 치히로 같은 느낌이다 재미있어
이름없음 2020/12/10 21:34:27 ID : PilCjbdA6oY
노래 제목이랑 첫 소절이 혹시 이거야? (아래 참고)
이름없음 2020/12/10 21:36:13 ID : PilCjbdA6oY
제목: 言濟羅 繁李羅道 첫소절: 要銀大李累 武內盧道高家吳九大 李追模高高魯吳道累 有賣吳美他李 ~
이름없음 2020/12/10 22:41:22 ID : fXvBdValhbD
안녕 지금 확인해서 답 남겨! 내가 들은 노래는 행렬을 쫓아가면서 노래밖에 없어 그리고 중국어 같은데 번역기를 돌려도 안 나오네 ㅠㅠ 무슨 뜻인지 알려 줄 수 있어?
이름없음 2020/12/10 23:51:24 ID : HzPdCjfPijg
발음 한국식으로 한번 읽어볼래?
이름없음 2020/12/11 00:28:38 ID : 1bfO3A7BwIH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12/11 00:44:38 ID : TPjAqry2Lam
미안해 잘 모르겠네
이름없음 2020/12/11 10:51:08 ID : a7eY4JXuk1f
스레주 기다리는 중 ₍ᐢ.ˬ.ᐢ₎
이름없음 2020/12/11 11:10:38 ID : 4JVfhs1hdSN
ㄹㅇ ㅇㅈ
이름없음 2020/12/11 16:01:51 ID : ts79eJVfamq
제목: 언제나 번이라도 첫소절: 요은데이루 무내노도 고가오구대 이추모고고로오도루 유매오미타이~ ???
이름없음 2020/12/11 20:07:14 ID : xRvhdV89AnW
글을 쓸 때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라 자꾸만 텀이 길어지네... 내가 겪은 일 중에 섬뜩한 일은 분명 드문드문 있었지만 대부분이 그냥 조금 신기한 일이야 시시할 수도 있고 거기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든 난 이미 여기로 돌아와 있잖아 그래서 그냥 지나간 추억거리 정도로 보는 게 맞겠지 뭘로 상상해 주든 상관없어 그냥 이 얘기를 이제는 해도 된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이름없음 2020/12/11 21:42:44 ID : fcLfgnUZeNy
처음 올라왔을 때부터 꾸준히 보고 있어..!
이름없음 2020/12/12 10:29:09 ID : xRvhdV89AnW
지금부터는 그냥 일상을 이야기하듯이 옮겨 적을 거라 지루할지도 몰라 미리 미안하다고 하고 싶어 우선 어르신의 거처를 본궁이라고 불렀어 성보다는 그 성벽 안이 모두 한 마을이라는 느낌이었던 것 같아 건물건물이 촘촘하게 이어져 있고 길마다 사람들이 북적거렸는데 본궁은 그 중앙에 있었어 수도처럼 높고 크게 건물 자체도 크고 넓어서 시중을 드는 사용인들의 방도 넓고 좋았어 둘이서 한 방을 쓰거나 넷이서 한 방을 썼는데 원래 일을 처음 배울 땐 사수격의 선배랑 한 방을 써야 했지만 나는 같이 왔던 단이랑 2인실을 배정받았어 일은 쉬웠고 굳이 서로의 성격이나 별개의 사항들을 알지 않아도 너무 바빠서 한 2주 동안은 어르신 옷자락 한번 못 보고 일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 청소하고 쓸고 닦고 정리하다 보면 잡생각은 날아가고 이게 맞는 건가 싶기도 하고 어쩌면 평화롭다고 생각했어
이름없음 2020/12/12 10:41:54 ID : xRvhdV89AnW
그 2주가 아마 제일 덧없고 평화로운 빌드업 같은 거였다 거기 예법을 다 익히고 난 뒤에야 본궁에 발을 붙였다 싶었거든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해 주자면 내가 거기에 얼마나 있었는지는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눈이 딱 네 번 내렸었어 날짜도 계절도 의미가 없고 우리 시간이랑은 아예 달라서 그냥 꿈을 꿨을 수도 있다 싶어 아직까지 그 꿈을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지 그냥 꿈 얘기라고 봐도 좋아 실제로 나는 그다음 날 아침에 엘리베이터가 있던 자리 앞에 쓰러져 있었댔으니까
이름없음 2020/12/12 10:44:01 ID : xRvhdV89AnW
그치만 몸에 밴 습관들을 정확히 기억해 어떻게 그렇게 쉽게 잊을 수 있겠어 거기에 꽤 오래 있었는데 그래서 이것저것 남은 습관이 아직도 몇 개 있지 거긴 날짜는 없지만 늘 일정한 아침에 일어나는 듯했어 소리를 질러서 사용인들을 깨우면 하루가 시작되는 거야 그리고 본궁이라고 적어 뒀지만 여긴 마을 같다고 했잖아 주인은 한 분이지만 어르신의 마을인 셈이던 그 성에 머무르는 윗분은 어르신 한 분이 아니었어
이름없음 2020/12/12 10:47:27 ID : xRvhdV89AnW
고용인들의 ⅔ 정도는 성의 귀빈들을 모셨을 거야 호텔로 치면 장기 투숙객인 셈 어르신과 친구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었고 상하 수직 관계가 분명해 보이던 사람도 있었어 아니 이걸 애초에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몰랐지만 본성은 정말 크고 넓어서 방도 많고 화려하기도 가장 화려했거든
이름없음 2020/12/12 11:16:38 ID : xRvhdV89AnW
나랑 단이가 2주 뒤에 맡은 일은 어떤 여자 귀빈의 거처에서 시중을 드는 일은 돕는 거였는데 이게 우리가 처음으로 한 그럴싸한 본궁 업무였지 어르신과 마찬가지로 비단 재질의 의복을 입었는데 그 옷이 다 노란 계열뿐이었고 화려해서 꼭 옷이 아니라 꽃을 보는 것 같았던 여자였어 방에 화장할 때 바르는 분향이 진하게 나던 여자였는데 우리가 하던 일은 대부분 옷을 갈아입을 때 시중을 드는 일이 전부였지
이름없음 2020/12/12 21:04:54 ID : xRvhdV89AnW
근데 밤마다 이상한 소리가 들렸어 그 여자의 시중을 드는 사용인들의 방이랑 우리 방은 거리가 조금 있는 편이었는데 매일매일 밤마다 누가 복도 마룻바닥을 맨발로 타다다다다다다닥 뛰는 소리 복도 한가운데를 자꾸만 가로지르는 소리 단이는 그 소리를 못 듣는 것 같았어
이름없음 2020/12/13 00:39:14 ID : y5fe40qY63U
오늘 첨 봤는데 진짜 재밌다 기다리구 있옹
이름없음 2020/12/13 04:43:53 ID : 81eNAnQoHyN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12/13 07:37:47 ID : kpPbfSNunBh
그게 처음에나 무섭지 거의 일주일 가까이 그 소리에 시달리니까 진짜 미칠 것 같은 거야 그래서 딱 한 번은 문을 아주 살짝 열고 밖을 들여다보는데 갑자기 쩌적쩌적 들리던 소리가 감쪽같이 그 소리가 사라지더라고 복도엔 아무도 없고 뭘 빠져나가거나 돌아가는 소리도 안 들렸는데
이름없음 2020/12/13 07:39:37 ID : kpPbfSNunBh
그렇게 한 두어 번쯤 문을 열어보다 왠지 섬뜩해져서 그만뒀어 하기사 여기 있는 것들이 산 것들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았고 어르신도 목소리가 그렇게 여러 개인 걸 보면 나는 정말 죽어서 어딘가에 왔거나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
이름없음 2020/12/13 07:44:46 ID : xRvhdV89AnW
근데 내가 모신다는 그 분 냄새 나는 여자 귀빈도 잠을 잘 못잤는지 점점 피곤해 보이더라고 그래서 옷 시중을 들다가 넌지시 마마님도 밤에 발소리를 들으시냐고 물어보니까 꽤 당황하더라고
이름없음 2020/12/13 08:02:44 ID : xRvhdV89AnW
그러더니 뭘 물어 보셨어 들만 있을 때 몰래... 표정은 심린한 표정이었는데 뭔가를 두려워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밤에 그걸 들은 게 맞냐 그 소리가 들린 지 얼마나 됐냐 너 말고 또 그 발소리를 들은 사람이 누가 있냐 네가 발소리를 듣는다는 사실을 누가 또 알고 있느냐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마지막에는 나가거나 문을 열어서 누가 그 소리를 내는지 확인해 봤느냐를 물어보셨지 나는 문을 살짝 열고 봤는데 내가 문을 열 때마다 그 소리가 사라지고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고 대답했어 그 말을 듣고 더 표정이 안 좋아지셨는데 나는 그 이유를 뒤늦게야 알았지
이름없음 2020/12/13 08:42:48 ID : Xs4Mi60txU0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12/13 10:07:20 ID : xRvhdV89AnW
그날은 그 쿵쿵거리는 소리가 정말 심하고 크게 들리더라고 본능적으로 저 소리를 못 멈추면 내가 먼저 죽겠다고 생각했어 문만 여는 게 아니라 저 복도로 나가서 뭐가 움직이는지 봐야 할 것 같았다고 왠지 그 귀빈을 보고 온 날 나는 뭐가 씌인 건지 지금이라면 그냥 자려고 노력이라도 했겠지만 그날은 왜 그랬는지 너무 화가 났었어
이름없음 2020/12/13 10:10:06 ID : xRvhdV89AnW
내가 문을 열기만 하면 소리가 끊기니까 그 소리가 우리 방 앞을 지날 때 문을 열어야겠다고 생각했어 문을 열고 나가서 화를 내든 멈추게 하든 어떻게든 나는 잠을 자야 했었어 그때 생각하면 정말 뭔가에 씌인 걸지도
이름없음 2020/12/13 10:17:42 ID : xRvhdV89AnW
우리 방 앞에서 그 소리가 가까이 들릴 때쯤 나는 문을 확 열고 나갔어 복도는 조용했고 캄캄했고 소리는 우리 방 앞에서 뚝 끊겼어 나는 그쯤 내가 또 헛것을 듣는다고 생각했어 말도 안 되잖아 근데 사방이 고요한데 어디서 자꾸 시선이 느껴져
이름없음 2020/12/13 10:17:43 ID : soY4INvA6ph
와.. 몰입감 오짘다
이름없음 2020/12/13 10:19:33 ID : xRvhdV89AnW
그래서 뒤를 보고 옆을 보고 방 안을 들여다 봤는데도 보이는 건 자고 있는 단이랑 마룻바닥밖에 없었어 근데 머리에서 오싹한 기분이 들어서 문득 위를 올려다봤을 때 그게 꿈에었다면 그렇게까지는 생생하지 않았을 거야 소리가 들렸던 건 복도 바닥이 아니었어
이름없음 2020/12/13 10:24:25 ID : soY4INvA6ph
복도 바닥이 아니면 어디었어..??!!
이름없음 2020/12/13 10:25:18 ID : xRvhdV89AnW
천장이었어 천장에 매달려서 그게 나를 쳐다보고 있었어 그래서 문을 열어도 안 보이는 거였어 매일매일 내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거였어 유인했던 거야 천장에서 매일 쿵쿵 소리를 내면서 이쪽에서 저쪽을 가로질러 달리면서 내가 못 참고 복도로 나오기를 기다렸겠지
이름없음 2020/12/13 10:25:51 ID : soY4INvA6ph
하 씨 나 소리 질렀어...
이름없음 2020/12/13 10:26:02 ID : soY4INvA6ph
상상핬는데 개무서워서
이름없음 2020/12/13 10:26:48 ID : xRvhdV89AnW
최대한 닮게 그린 건데 소름 끼치거나 혐오스러울 수도 있으니까 주의해 줘 이게 천장에 매달려서 손을 덜렁거린 채로 내 위에 떠 있는데 나는 엘리베이터의 안내자를 만났을 때보다 더 얼어서 뭐라고 비명을 지르지도 못하겠더라고 머리카락이 자꾸 얼굴에 닿는 기분이 들었어 이게 내려오고 있었다는 뜻이겠지
이름없음 2020/12/13 10:27:54 ID : soY4INvA6ph
하... 너무 무섭다 진짜 이 내용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뭔가 그 주인님이라는 존재랑 다 너무 궁금해서 뭔가 모험하는 느낌이여서 심장 두근거렸는데... 바로 공포물인거 깨달았다
이름없음 2020/12/13 10:30:44 ID : xRvhdV89AnW
모험이라고 보기는 좀... 기괴한 일들이 많았지만 재밌는 일도 많았어 이 부분이 조금 더 기괴한 편이야 걱정 마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이름없음 2020/12/13 10:32:22 ID : soY4INvA6ph
그래?ㅠㅜ 하 정말 너꺼 실화 너무 재밌다 너무 궁금해ㅠㅠㅠㅠㅜ 빨리 더 얘기해주라..!!
이름없음 2020/12/13 10:33:25 ID : xRvhdV89AnW
아무튼 죽는구나 싶었어 이대로 죽어 버리겠구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아서 잠깐 숨을 참았었는데 숨소리를 내면 이게 나를 의식할 것 같았어 생채기도 핏자국도 없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서 둥둥 떠다니는데 예전에 공포 영화을 볼 때 답답하게 굴던 주인공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내가 주마등처럼 생각나더라고 창백한 얼굴에는 눈구멍이랑 입구멍만 길고 가늘게 찢어져 있고 코는 평평하게 내려앉아서 피부에 흡수돼 있었는데 구멍만 작게 뚫려 있었어 아무도 그걸 숨구멍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거야 그게 작게 달싹거렸어 눈물이랑 식은땀 때문에 시야가 흐트러졌지만 시선을 피할 수는 없었어 정말 죽을 것 같았어
이름없음 2020/12/13 10:34:37 ID : soY4INvA6ph
와..와...돌았다..
이름없음 2020/12/13 10:35:42 ID : xRvhdV89AnW
숨소리를 들키면 안 될 것 같아서 호흡을 멈췄는데 그건 재밌다는 듯이 웃으면서 나를 향해 내려오는 속도를 점점 늦췄어 머리카락이 길고 빽빽해서 내 뺨에 자꾸 닿았는데 그 여자가 천장에서 다 내려오면 나는 정말 죽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 여자는 내가 숨을 참으니까 점점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했어 내가 결국 숨을 다 못 참고 토할 때까지 기다린 건지도 모르지
이름없음 2020/12/13 10:36:24 ID : soY4INvA6ph
어뜩해 어뜩해ㅠㅠㅜ 아 혹시 내가 글 하나하나 레스 다는거 방해 되는건 아니지?
이름없음 2020/12/13 10:37:51 ID : xRvhdV89AnW
그 여자랑 내 얼굴 사이에 두어 뼘 정도가 남았을 때 여자가 입을 쩍 벌리는데 사람 입이라기엔 비정상적으로 큰 입에는 혀가 없고 입천장에 사람 어금니처럼 생긴 게 우둘투둘 박혀 있었어 그 여자가 입을 벌렸을 때 갑자기 아기 우는 소리가 빽빽 들렸었는데 그 안에 다 녹아서 형체도 못 알아볼 아기 시체가 한가득이었어 그게 아기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름없음 2020/12/13 10:38:09 ID : xRvhdV89AnW
괜찮아 들어주는 사람 있어서 안 심심하고 좋아
이름없음 2020/12/13 10:40:41 ID : xRvhdV89AnW
그걸 보고 소리를 못 참았어 난 귀신도 괴물도 아니고 태어나서 시체라고는 본 적 없는 사람인데 어떻게 그걸 보고 숨을 참겠어 멈췄던 숨을 내쉬면서 헉 하는 작게 숨 삼키는 소리를 내 버린 거야 그때 그 여자가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쩍 벌리고 내 얼굴을 향해 달려들었어 주마등을 느낄 새도 없이 눈물이 확 터졌는데
이름없음 2020/12/13 10:42:19 ID : soY4INvA6ph
와씨... 나였으면 바로 기절인데 진짜 아 너무 무섣ㅂ다
이름없음 2020/12/13 10:42:49 ID : soY4INvA6ph
그럼 계속 레스 달게!
이름없음 2020/12/13 10:46:10 ID : xRvhdV89AnW
그 여자의 입이 내 얼굴이랑 닿겠다고 생각한 순간 뚝 멈췄어 차마 눈을 감고 있었는데 차마 뜰 용기는 없었지 그 정신 나간 여자가 내가 눈을 뜨고 자기 존재를 확인할 때까지 기다리는 거였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 때문에 정말 나는 그 긴 시간을 계속 눈을 감으면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어 내 인생에서 가장 긴 30초였을 거야 그런데 내 얼굴에 닿아 있던 그 여자의 빽빽한 머리카락이 확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어
이름없음 2020/12/13 10:47:36 ID : soY4INvA6ph
헐헐 무슼 일이야 왜 멀어졌지??? 누가 도와줬나? 아님 흥미가 없어졌나..?
이름없음 2020/12/13 10:47:53 ID : soY4INvA6ph
그 귀부인?이 도와줬나..?
이름없음 2020/12/13 10:51:05 ID : xRvhdV89AnW
누가 내 어깨를 툭 건드리는데 몸에 힘이 다 풀릴 뻔했지 익숙한 목소리였어 괜찮니. 하고 물어보는데 너무 익숙한 목소리 때문에 눈물이 왈칵 나왔는데 눈을 못 뜨겠더라고 처음에 연회장에서 들었던 베일에 꽁꽁 감싸진 목소리가 다들 자는 복도에 툭 울리는데 정말 긴장이 다 풀려서 겨우 눈을 뜨다 말고 그대로 기절했던 것 같아
이름없음 2020/12/13 10:52:52 ID : soY4INvA6ph
헐헐... 그 주인님..?
이름없음 2020/12/13 10:53:59 ID : xRvhdV89AnW
다음 날 일어났을 때 나는 이마에 얼음 주머니를 둘둘 감싼 물수건을 올리고 자고 있었어 다고 있던 방도 나랑 단이가 쓰는 방이 아니라 좀 다른 방이었지 훨씬 좋아 보이는 방이었어 비싼 물건들도 많았었고 옆을 보니까 어멈이랑 마담이 앉아 있었지 그 둘을 보자마자 또 눈물이 핑 돌더라고
이름없음 2020/12/13 10:54:23 ID : soY4INvA6ph
헐.. 마담 어멈... 와..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이름없음 2020/12/13 11:01:09 ID : xRvhdV89AnW
대화는 뉘앙스만 기억해서 기억이 나는 대로 살을 덧붙여서 각색해서 쓴 거야 모든 대화에는 정보와 결론이 있으니까 대충 이런 대화구나~ 정도만 알면 돼 나도 내가 따로 적어 둔 얘기를 보면서 최대한 기억을 되살리고 있어 - 지난밤 주인님께서 너를 안고 들어오셨다. 주인을 보필하라고 본궁까지 보내 뒀더니, 기어이 사고를 치고 돌아다니는구나. 정신도 못 차리던 게 가관이더군. - 어르신께서요? - 정신이 들면 나를 따라오거라. 주인님이 네가 깨어나는 대로 들이라 명하셨다. - 제가 어제 봤던 그건 뭐예요? 천장에 매달려서 밤마다 거길 뛰어다녔어요. 저를 죽이려고 했어요. - 그건 너한테 살아 있는 것들의 냄새가 나서야. 어디서 굴러먹다 온 건지도 모를 것이 성으로 들어왔으니, 쯧. 나만 귀찮게 되었어. 차라리 그때 죽게 놔둘 것을. 네가 여기에 남은 이상 목숨을 부지하고 싶다면 대답을 잘해야 한다. 주인님께서 물어보실 땐 몰라도, 다른 높은 분들이 네 존재에 대해 물어보면 그저 관 없이 죽었다고 대답해.
이름없음 2020/12/13 11:02:33 ID : xRvhdV89AnW
어젯밤 나를 구해 주신 건 어르신이셨고 마담과 어멈은 어르신의 호출에 나를 간호하고 지켜본 것 같았어 그리고 그 대화를 통해 여기가 확실히 살아 있는 것들이 올 곳은 아니구나를 깨달았지 그 천장에 매달린 여자가 나한테서 나는 살아 있는 냄새를 맡고 나를 삼키려고 했다고 대답했어 그러니까 그 여자는 성에 들어온 불순물을 거르기 위한 인력이었던 거지
이름없음 2020/12/13 11:02:37 ID : soY4INvA6ph
와..... 그럼 다른 마담이나 어멈이랑 다 죽은 존재라는건가?
이름없음 2020/12/13 11:03:02 ID : soY4INvA6ph
헐... 그런거였구나
이름없음 2020/12/13 11:09:07 ID : xRvhdV89AnW
마담이 그러는데 관 없이 죽은 그러니까 입관이나 화장 없이 암매장을 당하거나 버려진 시체들한테선 삶의 미련이나 원념을 끊어내지 못해 산 사람의 냄새가 난다고 했어 그런 영혼들이 다 악귀가 되는 건 아니지만 살해당해 악귀가 된 것들은 보통 악취를 풍기지만 그게 사람 냄새인지 시체 냄새인지 산 사람들은 귀안이 없어서 모른다고 했던가 여하튼 사람 냄새가 난댔어 정확히는 잘 기억이 안 나네 여튼 관 없이 죽은 것들이 이 성으로 올 확률은 무척 드무니 그렇게 핑계를 대면 된다고 알려 줬어 어르신께는 그리 말할 필요가 없었다고 하던 걸 보면 어르신은 이미 첫만남에 내가 산 사람인 걸 눈치채고 있었을 확률이 높았고
이름없음 2020/12/13 11:10:49 ID : soY4INvA6ph
와 도대체 어르신이 무슨 존재인지 궁금하다
이름없음 2020/12/13 11:13:22 ID : xRvhdV89AnW
결국 마담의 손에 이끌려서 어르신의 처소로 들어갔는데 귀빈들이 쓰는 방이랑은 입구부터 달랐지 살면서 그렇게 사치스럽고 어지러운 방은 처음이었어 온갖 보석들이 늘어져 있고 옷들은 산처럼 쌓여 있고 정돈이 안 된 사치품들이 방 이곳저곳에 늘어져 있는데 연회장 중앙에 있던 것보다 크고 화려한 의자에 그때처럼 비스듬히 기대 있던 어르신이 보였어 나는 마담과 어멈이 알려 준 대로 인사를 드리고 앉으라는 신호가 떨어진 뒤에야 그 맞은편에 앉을 수 있었어
이름없음 2020/12/13 11:14:17 ID : soY4INvA6ph
와.. 어르신이 진짜 대단한 존재인가보다..
이름없음 2020/12/13 11:22:42 ID : soY4INvA6ph
어르신이랑 무슨 대화를 했을지 너무 궁금하다..
이름없음 2020/12/13 11:23:36 ID : xRvhdV89AnW
그것들의 주인이니까 그 마을 같은 성이 다 어르신 거고 그 사람들은 모두 어르신을 위해 일해 내가 따라 나섰던 그 행렬도 애들을 옮기고 있던 공양 행렬이었어
이름없음 2020/12/13 11:24:30 ID : soY4INvA6ph
헐.... 그냥 왕인거구나..
이름없음 2020/12/13 11:28:24 ID : xRvhdV89AnW
어르신의 얼굴을 덮은 베일 덕분에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내가 앉자마자 자세를 고쳐 앉고 상체를 살짝 기울이면서 내 표정을 관찰하는 것처럼 보였어 언제 봐도 실루엣조차 안 비치는 새까만 베일은 조금 소름 끼쳤고 그렇게 어르신을 쳐다보다가 내가 감사 인사를 잊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어
이름없음 2020/12/13 11:30:07 ID : soY4INvA6ph
헐.. 감사인사 안해서 심기 거슬리는건 아니겠지..?
이름없음 2020/12/13 11:30:10 ID : xRvhdV89AnW
횡설수설 말을 시작하는데 나는 어르신한테 느껴지는 위화감 같은 데에 주눅이 든 건지 긴장해서 말이 자꾸 꼬였어 결국 말을 하다 멈추고는 어제 구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문장만 겨우겨우 완성해 보냈는데 왜인지는 몰라도 자꾸 호흡이 가빠지더라고 어르신은 한참 숨을 색색거리면서 불편한 기색을 비치는 나를 쳐다보다가 내 어깨를 툭툭 털면서 이것 때문이었구나. 하고 말했는데 그 순간 무거워져 있던 호흡이 제자리를 되찾은 느낌이 들었어
이름없음 2020/12/13 11:31:55 ID : soY4INvA6ph
와.. 너무 영화같다 쩐다
이름없음 2020/12/13 11:33:01 ID : xRvhdV89AnW
어르신과의 대화는 간단했지 그게 너를 왜 삼키려고 했는지 아느냐고 물어봐서 나는 나한테 사람 냄새가 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고 그 대답을 듣고 어르신은 영문도 모르게 한참 웃다가 내가 귀빈과 했던 대화를 떠올리고는 말씀을 드리자 갑자기 말을 뚝 멈추셨어 어르신은 주위가 꽤 산만한 편이었는데 손가락으로 상을 툭툭 두드리면서 한참 생각하다가 또 어르신의 목소리가 아닌 다른 목소리가 베일 안에서 들렸어
이름없음 2020/12/13 11:34:33 ID : soY4INvA6ph
그 어르신이 귀빈이랑 했던 얘기를 떠올린걸 직접 말해줬어?
이름없음 2020/12/13 11:38:41 ID : xRvhdV89AnW
- 그럼 거짓말을 한 거네? (유아기 소년) - 그런 여자를 신부로 맞을 수는 없지. (중년 여성) - 그냥 대충 고를 순 없는 거야? 어차피 이 애가 들어와 있는 동안은 골방에 틀어박힐 여자라고. (남성 청년) - 그렇다고 거짓말쟁이를 신부로 들이면 쓰나. (노년 여성) - 안 돼. 거짓말을 했어. (유아기 소녀) - 그치? 거짓말을 했어.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는 내 성에 있으면 안 돼. (유아기 소년) - 분내가 진동을 하던 것도 그 이유였구나. (청년기 여성) - 그냥 죽이자. 죽여서 목만 도로 돌려보내. (중년 남성) - 그건 안 돼. 옳지 못해. (중년 여성) - 시간은 잘잘못을 따지지 못할 만큼 덧없고 두껍지. (노년 남성) 이런 대화였어 물론 내가 대화의 흐름에 따라 임의로 적은 거지만 꽤 많은 목소리가 들렸고 그들은 대화를 하는 것 같아 보였어 아마 내가 모시던 여자 귀빈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나 때문에 알려진 상황이겠고 그 여자를 어떻기 처분할지 논하는 것 같아 보였어
이름없음 2020/12/13 11:39:33 ID : xRvhdV89AnW
잘못 적었어! 미안해 내가 귀빈이랑 했던 대화를 떠올리고 그걸 어르신께 말해 드렸다까지 적었어야 했는데 혼선을 줬구나
이름없음 2020/12/13 11:40:01 ID : soY4INvA6ph
헐... 죽인다고..?...헐
이름없음 2020/12/13 11:40:17 ID : soY4INvA6ph
아냐 괜차나!!
이름없음 2020/12/13 11:40:29 ID : soY4INvA6ph
빨리 다음 내용이 궁금해!!!
이름없음 2020/12/13 11:41:06 ID : xRvhdV89AnW
대화를 열심히 엿들으면서 종합해 본 사실은 1. 그 여자는 어르신의 신부로 이곳에 와 있다 2. 그 여자가 어르신께 거짓말을 했다 3. 그래서 그 여자를 어떻게 처분할지 고민이 많아 보이셨다
이름없음 2020/12/13 11:42:31 ID : soY4INvA6ph
헐... 신부.. 아ㅜ근데 이 애가 들어와 있는 동안에 골방에 틀어박힐 여자라고 했는데 그 애가 누구지.. 넌가?
이름없음 2020/12/13 11:43:45 ID : xRvhdV89AnW
그 천장 귀신이 나를 사람 냄새로 구분을 했고 그 소리를 나와 귀빈만 들은 걸로 보아서는 귀빈도 나와 같은 냄새가 났다는 뜻이었겠지 그걸 감추려고 분을 바르던 탓에 방에서는 화장품과 향수 냄새가 지독할 정도로 많이 났었던 거고... 대충 거기까지는 정리가 된 상태였는데 어르신이 대뜸 네가 나였다면 그 여자를 어떻게 했을 것 같으냐? 하고 물어보셨어
이름없음 2020/12/13 11:44:13 ID : soY4INvA6ph
헐...ㅠㅠ어케 대답했어??
이름없음 2020/12/13 11:44:49 ID : xRvhdV89AnW
그건 나중에서야 정확하게 알게 됐지만 그때까지 나는 어르신으로 알고 있었고 그 문장은 이해가 되지 않아서 그냥 넘겨 버렸어
이름없음 2020/12/13 11:46:06 ID : soY4INvA6ph
뭔가 다른 일이 있었던거야..?
이름없음 2020/12/13 11:48:00 ID : xRvhdV89AnW
어르신의 표정을 보지 않아도 나는 이게 어르신이 처음에 나한테 시전한 뭘 잘못했는데? 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느꼈어 신나 보였지만 위압감 때문에 나는 죄를 지은 것 같은 기분을 느껴야 했거든 주인님은 수수께끼를 좋아한다는 마담의 조언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지만 그런 상황을 또 겪고 싶지는 않아서 습관적으로 고개를 숙이고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대답했지 결혼을 물리시되 벌은 하지 말라고 말하니까 또 끝없이 왜? 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어
이름없음 2020/12/13 11:48:47 ID : xRvhdV89AnW
나중에 생기는 일이야! 읽다 보면 알 수 있을 거야
이름없음 2020/12/13 11:49:30 ID : L9gZcnzWkoK
와.,.... 진짜 스레주 필력도 장난아니다.. 완전 몰입하면서 봤네 짱 흥미진진하당! 오램만에 돌아와서 썰 풀어줘서 고마왕 스레주!!
이름없음 2020/12/13 11:51:05 ID : soY4INvA6ph
헐 헐 그래서 모라고 했어 와 완전 긴장 돼
이름없음 2020/12/13 11:56:30 ID : xRvhdV89AnW
결국 제가 그분의 시중을 들고 있고 제가 말씀을 드려 두 분 결혼이 깨지게 된 거니 이미 충분히 마음이 불편하다는 이야기까지 한 뒤에야 어르신은 그 망할 왜? 를 멈췄어 어르신은 또 테이블을 툭툭 두드리다 참고를 하겠다며 나를 본궁 거처로 돌려보내셨지 갈 때 마담에게 쪽지를 전하라고 하시길래 전했더니 마담 표정이 묘하더라고 나중에 물어보니 ‘유채가 알고 있다’는 쪽지였어 이상하지 마치 내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뉘앙스잖아 내 앞에서는 쪽지를 쓴 적이 없었거든 아무튼 내가 처소로 돌아갔을 때는 이미 분내 나는 귀빈의 일에서 나와 단이가 제외된 이후였고 워낙 숙소도 가깝지 않아 궁을 옮기니 정말 볼 일이 없었어
이름없음 2020/12/13 11:59:29 ID : soY4INvA6ph
와 진짜 뭔가가 있는 것 같은데 그 뭔가를 빨리 알고싶다..
이름없음 2020/12/13 12:02:46 ID : xRvhdV89AnW
단이 말로는 내가 사흘이나 쓰러져 있었대 그때 그 아가 시체 무덤의 울음 소리를 들은 게 그렇게 충격이었는지 아님 그냥 놀란 건지 정신을 못 차렸더래 그런데 단이랑 이야기를 할 때 조금 이상했던 게 쓰러진 나를 데려간 게 어르신이 아니라는 점이었어 문틈으로 더군다나 잠결에 본 거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어르신이 입으시는 옷을 입은 남자가 나를 데려갔다는 점이었어 어르신은 얼굴을 베일로 가리고 다니시니 어르신일 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날 나를 도운 건 어르신이셨거든
이름없음 2020/12/13 12:04:10 ID : xRvhdV89AnW
어르신이실까? 어르신이 맞다면 왜 어르신은 베일을 벗으셨을까?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꾸 생각났어 발소리는 사라졌지만 밤만 되면 한동안 천장에서 내려오는 여자 귀신 꿈을 꿔야 했지 한동안 나한테는 모든 게 악몽 같았어
이름없음 2020/12/13 12:04:48 ID : soY4INvA6ph
설마 어르신이 또 있는건가..? 어르신의 목소리도 여러가지니까 몸도 여러가지일수도..
이름없음 2020/12/13 12:04:53 ID : xRvhdV89AnW
이제 정말 졸리다 자고 일어나서 또 풀게 봐 줘서 고마워 또 올게!
이름없음 2020/12/13 12:05:10 ID : soY4INvA6ph
와... 악몽 끔찍했겠다
이름없음 2020/12/13 12:05:19 ID : soY4INvA6ph
웅웅!! 기다릴게
이름없음 2020/12/13 12:09:34 ID : smLhuoILgnP
어르신은 잘생기셨을까...? 잘생기셨겠지......? 아니 잘생겨야해... 잘생기신거야....,
이름없음 2020/12/13 12:16:51 ID : L9gZcnzWkoK
ㅋㅋㅋㅋㅋㅋㅋㅋ나도 내 최애 얼굴 상상하면서 과몰입중.... 키 187이어라.....
이름없음 2020/12/13 16:52:50 ID : y5fe40qY63U
진심 진짜 신기하다
이름없음 2020/12/13 17:15:46 ID : 81eNAnQoHyN
하 진짜 몰입 된다...
이름없음 2020/12/13 17:31:18 ID : mK2HzSLe2K5
어르신 지금 나만 키 크고 존잘에 장난끼조금 있지만 스-윗하고 목소리 ㅈㄴ섹시한 느낌으로 생각하면서 읽고있는거 아니지???
이름없음 2020/12/13 18:21:13 ID : soY4INvA6ph
나도야ㅋㅋ 그래서 개설레면서 보는 중..ㅋ
이름없음 2020/12/13 18:29:13 ID : xRvhdV89AnW
어르신에 관한 궁금증들이 정말 많네 어르신은 내가 거기 머무는 동안 만나기 싫어도 계속 마주쳤던 주요 인물이니까 앞으로 정말 자주 나올 거야 어르신의 정체를 가기 전에 알아서 얘기해 줄 수 있는 게 다행이네
이름없음 2020/12/13 19:44:56 ID : soY4INvA6ph
헐 왔구나!! 얘기 더 풀어줄 수 있어?
이름없음 2020/12/13 20:22:47 ID : zTSJSGmpTRB
어르신이랑 하느님이랑 싸우면 누가이겨?
이름없음 2020/12/13 22:12:52 ID : xRvhdV89AnW
우선 나랑 단이는 숙소를 옮겼어 넷이서 같이 쓰는 조금 더 넓은 곳으로 숙소를 옮겼고 거기에는 우리보다 먼저 본궁에 들어와 있는 그러니까 우리의 선배나 사수라고 할 사람들이 있었어 둘 다 존칭을 써서 불렀는데 이름이 너무 많이 나오면 혼선을 줄 수 있으니 중요한 인물이 아니라면 직책이나 알아들을 수 있는 별명으로 부를게 아무튼 새 숙소와 함께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새로 배정받았어
이름없음 2020/12/13 22:15:21 ID : xRvhdV89AnW
우선 부엌일을 돕는 일이었는데 본궁 주방과 마담이 처음 나를 데려갔던 연회장 주방은 이어져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여기 남은 아이들 중 넷이 부엌일을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라 조금 가물가물해도 우리는 뭔지 모를 동지애가 생긴 건지 다들 반가워했거든
이름없음 2020/12/13 22:15:49 ID : mK2HzSLe2K5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12/13 22:21:31 ID : xRvhdV89AnW
솔직히 말하자면 부엌일은 배우면서 주방 어른들한테 엄청 깨진 것만 생각나... 요리라고는 생전 배워 본 적도 없는데 주방은 누가 뭘 그렇게 먹는지 하루 종일 바빴거든 그래서 결국 음식을 내가고 그릇을 회수하는 일을 맡았었는데 귀빈들은 밥을 비정상적일 정도로 늦게 먹기 때문에 한 명이 밥을 다 먹을 때까지 서서 기다리는 일이 정말 고역이었어
이름없음 2020/12/13 22:22:16 ID : Xs4Mi60txU0
헐 동접이다
이름없음 2020/12/13 22:23:07 ID : xRvhdV89AnW
어르신 또한 연회가 없는 날에는 주위를 물리고 혼자 드셨는데 나를 내보내야 할 것 아냐 뭔가를 드시려면 베일이 있으면 안 되니까... 그래서 방을 나가려고 하는데 어르신은 그냥 안에서 기다리라고 하시면서 나한테 뒤를 돌아 있으라고 말했어 어떤 일이 있어도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나는 이게 무려 세 번째 수수께끼라는 사실을 알았어
이름없음 2020/12/13 22:35:19 ID : xRvhdV89AnW
그래서 가만히 뒤를 돌아서 관심을 가지지 않기로 했어 옷이랑 옷이 맞붙는 소리가 났고 식기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을 때까지만 해도 자신 있었지 근데 어르신이 나를 부르면서 왼쪽 세 번째에 이 고기는 새고기인가? 하고 묻는 거야 나는 새 것으로 조리한 고기인지 하늘을 나는 새 고기인지 몰라서 일단 그럴 거예요 하고 대답했는데 갑자기 뭔가가 푸드득거리는 소리가 났어 귀를 의심했지
이름없음 2020/12/13 22:44:17 ID : xRvhdV89AnW
새가 날갯짓을 하는 소리 있잖아 그런 게 났어 이게 뭔가 싶었지 그 소리를 들으면서 상황을 파악하려고 벽에 몸을 딱 붙이고 서 있었는데 어르신의 질문이 멈추질 않았지 새 고기가 맞구나? 하고 웃으면서 이건 무슨 고기일 것 같으냐 돼지고기? 하고 물어보길래 나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어 새가 날아다니는 상황 자체가 너무 공포스러웠어 중앙에 찜이 돼 있는 고기라고 집요하개 물어보시길래 그냥 돼지가 맞을 거라고만 했지 그땐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 어쩌다 저게 들어왔는지가 너무 공포스러웠지 새를 무서워하거든
이름없음 2020/12/13 22:56:04 ID : xRvhdV89AnW
근데 뭔가가 내 옷자락을 확 당기는 느낌 때문에 비명을 지를 뻔했어 이빨 같은 게 종아리를 깨물려고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몸이 굳었지 돼지들 우는 소리 있잖아 그런 게 나고 있었고 새가 푸드덕거리는 소리는 멈추지 않았어 나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반쯤은 이해할 수 있었지 어르신에게 올린 음식의 주재료들이 살아 있는 채로 나타나고 있었어 정말 끔찍했지
이름없음 2020/12/13 23:00:44 ID : xRvhdV89AnW
어르신은 무서우면 뒤를 돌아도 좋아 라고 말했지만 뒤를 돌았다가 어르신의 베일 뒤 얼굴을 보면 어떡해? 그러다 얼굴을 봐 버렸으니 죽어라! 하실까 봐 그게 정말 공포스러웠다고 그래서 나는 돼지를 뒤로 슬금슬금 밀어내면서 눈가에 눈물이 핑 돌았는데도 아니라고 했어 마지막에는 어르신이 이 술은 뱀을 잡아다 만들었지? 하고 물어보시더라고 오싹하더라
이름없음 2020/12/13 23:03:26 ID : xRvhdV89AnW
결국 제가 졌다고 고개를 휙 돌리니까 돼지랑 새 그리고 언제 물어봤는지 물고기가 바닥에서 힘겹게 퍼덕거리고 있었어 엉망이었지 돼지 크기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고 나는 새가 나에게로 달려들까 봐 그게 무서웠었어 어르신을 실컷 보니까 얼굴 전체를 감싸하고 있던 베일이 코 중간까지 가리게 올라가 있고 입만 내놓고 있는 상태였어서 나는 어르신의 표정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어 저 인간 굉장히 즐거워하는구나 알 수 있었지
이름없음 2020/12/13 23:11:47 ID : xRvhdV89AnW
어르신이 식탁을 두어 번 두드리자 살아 있던 것들이 다시 음식으로 돌아갔어 뭔가 보였다 싶은 것도 없을 만큼 시시했지 내 발치에 가지런히 놓여져 있는 돼지고기 요리를 보다가 어르신을 쳐다봤어 이번만큼은 무섭지도 않았고 그냥 너무 황당했거든 어르신! 하고 불렀는데 다시 베일을 입까지 내린 어르신이 식사를 마쳤으니 나가 보거라. 하고 일어나셨어 어르신한테 나는 저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아주 좋은 유흥거리라는 걸 느낄 수 있던 대목이었고
이름없음 2020/12/13 23:13:59 ID : PjtikleMktB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12/14 00:05:49 ID : GmoNxXur9io
아직 100레스도 안 읽었는데 여기부터 뭔가 센과 치히로 느낌 난다 신기행...
이름없음 2020/12/14 00:26:18 ID : i04NBxSFa5U
으악 요즘 이거보려구 맨날 들어온답 ㅎㅎ
이름없음 2020/12/14 05:01:53 ID : soY4INvA6ph
흑..ㅠ 너무 재밌어ㅠ
이름없음 2020/12/14 06:47:36 ID : 81eNAnQoHyN
하 너무 재밌다ㅠㅜ 스레주 고마워ㅠㅜ
이름없음 2020/12/14 09:15:36 ID : xRvhdV89AnW
헉 자는 사이에 뭔가를 많이 달아 줬구나 일어나서 코멘트 달려 있으면 왠지 기뻐 별것 아닌 이야기인데 재밌게 봐 줘서 고마워
이름없음 2020/12/14 09:25:40 ID : L9gZcnzWkoK
별것아닌 이야기긴요~~!~!~!! 요즘 본 이런 썰들중에 젤 재밌ㅇ음... 근데 혹시 스레주 지금 이야기의 한 몇% 까지 알려준거야?
이름없음 2020/12/14 09:36:07 ID : xRvhdV89AnW
지루하지 않게 이것저것 일화들도 많이 적어 보겠지만 내가 그 엘리베이터로 다시 돌아가기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어 많이 쳐 봤자 20% 정도 쓴 것 같아 너무 길어지려나?
이름없음 2020/12/14 09:41:50 ID : mK2HzSLe2K5
일어나자마자 이거 보려고 달려왔어!
이름없음 2020/12/14 09:43:00 ID : L9gZcnzWkoK
헐 ㄴ아냐 많이 남아있을수록 좋아ㅜㅜㅜㅜㅜㅜㅜ 지금 약간 최애 웹툰 아껴봐야할지 걱정하는 기분이라서 물어보능거야ㅜㅜㅜ
이름없음 2020/12/14 09:44:39 ID : xRvhdV89AnW
정말 고마워 열심히 써 볼게
이름없음 2020/12/14 09:45:00 ID : xRvhdV89AnW
자잘한 일화들을 많이 이야기해 줘야겠구나 좋아해 줘서 고마워 기뻐
이름없음 2020/12/14 09:46:56 ID : mK2HzSLe2K5
레주랑 동접이라니.. 두근두근
이름없음 2020/12/14 10:09:55 ID : soY4INvA6ph
아직 많이 남았다니까 다행이다... 1000레스까지 가자 우리..ㅎㅎ
이름없음 2020/12/14 13:22:08 ID : xRvhdV89AnW
주방에서 내가 하던 말 그대로 서빙 업무는 그릇을 내가는 시중들끼리 구역을 정해 놓고 하는 게 아니러 로테이션을 돌려서 한 주씩 돌아가면서 맡았어 다들 식사 속도가 천차만별이니까 그렇게 하는 편이 훨씬 공정하기도 했고 내가 세 번째 주에 늘 마지막으로 들어가던 귀빈의 방은 정말 고요하고 더 휑해 보였어 좌식 식탁과 침구를 넣어 두는 장 말고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빈 방이었거든 그 방에 묵는 남자를 마주하는 건 정말 꺼려지는 일이었어
이름없음 2020/12/14 13:35:43 ID : xRvhdV89AnW
유독 한 방을 들어가는 게 정말이지 고역이었어 그 방에 들어가면 내 시선 하나하나까지 전부 관찰당하는 느낌이 들었거든 나는 한낱 시중인데 기본적으로 한 방에 언제나 대기 중인 인력이 있는 여타 귀빈들과는 다르게 그 남자의 방에는 중앙 식탁과 그 남자 그리고 나밖에 없었고 그 남자가 옷을 벗든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든 시중인 내가 이유를 물어볼 수는 없으니 나는 그 남자가 밥을 다 먹고 식기를 내 주기를 기다려야 했어
이름없음 2020/12/14 13:41:49 ID : i04NBxSFa5U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12/14 13:45:03 ID : xRvhdV89AnW
중요한 건 그 남자가 음식에는 손 하나 안 건드린다는 거야 유독 내가 들어올 때만 관찰 시간이 길어진 거지 볼 만큼 다 봤다고 생각하면 손을 까딱거리면서 음식을 치우라는 제스처를 취하는데 이때 식기를 가지러 가는 순간마저도 빤히 닿는 시선 때문에 정말 조금 기분이 묘해질 때도 있었지
이름없음 2020/12/14 14:14:25 ID : mtzffcFdBe4
성격이 꽤 괴팍한 남자였어 눈과 입가에 이런저런 문양을 그려 두는 남자였는데 꼭 전통극에 나오는 탈에 그려진 문양 같았어 눈매가 꽤 뾰족해서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던 게 기억나 이런저런 곤란한 일들을 많이 시켜서 선배들도 그 남자의 처소로 배정받는 날이면 다들 한 마디씩 거들던 게 기억나 귀빈은 어림잡아 총 열 명이었고 이 남자를 모시는 게 어르신 다음으로 까다로웠어
이름없음 2020/12/14 14:16:52 ID : soY4INvA6ph
와...... 진짜 몰입감 쩐다
이름없음 2020/12/14 14:44:55 ID : xRvhdV89AnW
여기선 한 주의 기준이 없어서(말했듯이 날짜의 기준이라는 게 명확하지 않아서 이 업무를 비롯한 특정 업무만 날짜를 세서 열 밤이 지나면 교체되는 형식) 열흘에 한 번씩 사람이 바뀌었어 그때가 교대를 해야 하는 마지막 날이었는데 평소처럼 방 한 구석에 서 있는 나를 들여다보면서 처음으로 다 음식을 내려다보는 남자가 조금 낯설었는데 또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남자가 “너는 살아 있구나?”하고 물어봤지 천장에서 내려오는 여자를 봤을 때 공포를 느꼈다면 이 남자한테 느낀 건 위기였어 포식자 앞에서 움츠러드는 본능 같은 거 있잖아 어르신을 볼 때랑은 다른 위기감 같은 거
이름없음 2020/12/14 15:14:26 ID : xRvhdV89AnW
잠시 굳어서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데 입이 안 떨어졌어 정말 거짓말을 할 수가 없는 느낌 나를 관찰하는 얼굴이 계속 내 쪽을 바라보는데 마담이 해 준 말 덕분에 가까스로 관 없이 묻혔다고 했어 거기서 거짓말을 하는 것도 큰일이 날 것 같았지만 그 사실을 저 남자한테 들키는 거야말로 정말 큰일일 것 같았어 1초가 굉정히 길게 흐르고 남자는 그 말을 들은 뒤에도 한참 동안 나를 쳐다봤어 눈을 못 마주치겠더라고
이름없음 2020/12/14 15:24:36 ID : soY4INvA6ph
어르신 구해주세요ㅠㅠ
이름없음 2020/12/14 20:09:59 ID : PjtikleMktB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12/14 22:29:57 ID : xRvhdV89AnW
섬뜩했어 그 남자는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 살면서 숱한 거짓말을 해 봤지만 이렇게 하술한 거짓말을 한 건 정말 오랜만일 거야 표정이 딱 이것 봐라? 싶은 표정이었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어 식기를 들고 나가도 좋다는 말에 손을 떨지 않으려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진심으로
이름없음 2020/12/14 22:31:03 ID : mK2HzSLe2K5
헉..
이름없음 2020/12/14 22:31:35 ID : xRvhdV89AnW
나가는 순간까지도 시선이 빤히 닿는 느낌이 찝찝했지만 다음 날이면 다시 당번을 바꾸는 날이니 괜찮겠구나 싶었지 근데 숙소로 들어가자마자 분위기가 좀 이상했어 선배들은 나를 보자마다 끝방 귀빈(그 남자의 방이 가장 끄트머리에 있어서 끝방 귀빈이라고 불렀어)과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며 물었거든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어
이름없음 2020/12/14 22:31:53 ID : mK2HzSLe2K5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12/14 22:52:46 ID : PjtikleMktB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12/14 23:12:42 ID : xRvhdV89AnW
시중 하나 들이지 않던 그 끝방을 내가 담당하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 같았지 마담이 절대 들키지 말라고 했던 사실을 알아 버린 남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절대 시중을 들이지 않는 방에 눌러앉게 된 나랑 그 귀빈 사이에 어떤 일이 있을지도 예상이 안 갔어 단이가 괜찮냐고 물어보는 말에 차마 괜찮다고 대답을 할 수가 없더라고 내 숙소는 귀빈의 처소와 너무 떨어져 있어서 나만 그 남자의 방에 딸린 쪽방을 썼는데 밤만 되면 분위기가 너무 음산해졌어
이름없음 2020/12/15 01:53:55 ID : hBtii4Gk1cl
진짜 애니보는 느낌이야...너무 신기해🤔
이름없음 2020/12/15 04:01:41 ID : yE2so41CnO4
와...너무 무서운데.. 90일 지나서 추천 안 눌려지는 거 너무 아쉽다..ㅠ
이름없음 2020/12/15 07:10:58 ID : hwFbiksqi8k
쪽방은 남자의 처소 안에 달라붙어 있는 형식이었는데 내가 지내던 숙소보다 확실히 좋긴 좋았지만 갑갑하고 불편했어 더군다나 그 남자는 까다로워서 전담하는 시중도 없었고 별다른 요구 사항도 없었으니까 본궁 관리인들도 그 남자를 꽤 불편하게 여기는 눈치였는데 그쪽에서 먼저 나를 담당으로 보내 달라고 했으니까 기회였다 싶었겠지
이름없음 2020/12/15 07:16:10 ID : xRvhdV89AnW
여러모로 나는 불만이 많았지만 여타의 아랫것들 사정이 그렇듯 별다른 이의를 제기할 상황은 아니었지 나는 그 남자한테 잘 보여야 하는 입장이기도 했고 그 남자가 뭘 궁금해하는지 알아내려면 한 번쯤은 부딪혀야 하는 문제였어 그 남자는 내가 처음으로 자기 처소에 배정받았을 때 인사를 제대로 듣지도 않고 그냥 내 숙소로 들여 보냈는데 정말이지 속을 알 수가 없는 남자였어
이름없음 2020/12/15 07:20:18 ID : xRvhdV89AnW
꽤 말끔하고 훤칠하게 생겼지만 눈도 그렇고 전체적인 인상이 사납고 험악하게 생겼다고 해야 하나 눈매가 가느다랗고 사나운 게 꼭 뱀을 닮았다 싶다가도 전체적인 인상은 커다란 맹수를 닮아 있었어 앞에만 서도 움츠러드는 인상에 키가 190을 훌쩍 웃도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크고 풍채도 어르신보다 더 단단하고 커다래서 정말 호랑이를 닮았구나 생각했어 말수도 한참 적은데 한 번도 안 웃어 봤을 것 같은 양반이 나랑 눈이 마주치면 습관처럼 웃어 보였는데 진짜 소름이 끼치더라고 가까이서 보니까 몸에는 흉이나 상처 자국을 달고 다녔고 목소리도 사람의 목소리라기보다는 짐승이 내는 소리처럼 까마득했다고 봐 자꾸 사람보다는 동물이 자꾸 생각났어 이제 생각해 보면 사람은 정말 본능적인 동물이구나 싶었지 인상이 정말 강렬해서 이 이야기를 한참이나 적어 뒀던 기억이 나
이름없음 2020/12/15 20:31:46 ID : xRvhdV89AnW
첫날 그 귀빈의 처소에서 잠이 드는데 자꾸 악몽을 꿨어 그러다 잠에서 깨려고 뒤척이는 과정에서 난생 처음으로 가위에 눌렸지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 정말 찝찝하더라고 목소리가 안 나오는데도 자꾸 뭔가를 말하려고 했었던 것 같아 위를 보면 꿈에서 나온 그 천장에서 내려오는 여자가 스멀스멀 보일 것 같아서 나는 손가락을 꿈틀거리면서 어르신 어르신 하고 이름을 부르려고 했었어 어르신이 본궁에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다만 그냥 그때는 어르신을 부를 수밖에 없었어
이름없음 2020/12/15 20:39:26 ID : xRvhdV89AnW
몸을 뭔가가 꽉 옥죄는 기분이 들었어 통나무처럼 확 굳어 버려서 소리가 잘 안 나오고 숨은 당장이라도 꼴깍 넘어갈 것 같은데 눈을 뜨면 반드시 그 여자가 있겠구나 하는 직감이 들었어 뺨으로 닿은 게 머리카락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할 때쯤 뺨에 축축하고 동그란 게 콕 닿았었어 그때 가위가 풀렸지
이름없음 2020/12/15 20:50:37 ID : y5fe40qY63U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12/15 20:53:17 ID : 43Ru5Xy7vzS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12/15 20:54:59 ID : xRvhdV89AnW
천장엔 아무것도 없고 숨을 급하게 몰아서 쉬는데 시야에 불쑥 들어온 건 큰 개였어 깜짝 놀라서 몸을 일으켰는데 하인들 숙소의 문이 열려 있고 문 앞에 그 남자가 몸을 기대고 서 있었어 개는 어디서 들어온 건지 내 손등을 막 핥고 있었는데 가위를 풀려고 어르신을 부를 때 아마 그 소리를 들었겠지
이름없음 2020/12/15 20:57:49 ID : y5fe40qY63U
와 나 같았으면 이미 기절..
이름없음 2020/12/15 20:59:49 ID : xRvhdV89AnW
새벽에 저 귀빈의 처소에서는 개 울음소리가 들린다더라 하는 말이 진짜였나 싶기도 했고 그 남자는 왠지 즐겁다는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그 뒤로 쭉 펼쳐진 복도부터 뭔가가 돌아다니는 게 보였어 그대로 그 남자가 데려온 개를 쓰다듬으면서 하루를 죄 날 수는 없으니까 나는 어쩐 일이시냐고 물어봤는데 이미 그 시점부터 답은 알고 있었지
이름없음 2020/12/15 21:10:02 ID : mK2HzSLe2K5
헐... 뭐지.. 레주에게는 미안한데 어르신은 남주고 그 귀빈은 섭남으로보여... 이 망할 로판병........
이름없음 2020/12/15 21:12:41 ID : xRvhdV89AnW
네가 나를 찾은 게 아니었나? 하고 말하는데 그때 살짝 인상을 찌푸리길래 나도 모르게 놀라서 고개를 푹 숙였지 이런 일로도 꼬투리를 잡히기 쉬운 입장이었어 더군다나 그 남자랑 나 사이에는 비밀이랄 게 있잖아 하여튼간에 꼴이 말이 아니었을걸 머리는 산발에 가위 때문에 식은땀은 질질 흘렀는데 그 꼴로 상사보다 더 까마득한 사람이랑 마주한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불편했어 급한 대로 겉옷이라도 걸치려고 일어나는데 그럴 필요는 없다. 금방 나갈 테니 누워 있어. 하고 딱 잘라서 말해 버리길래 민망하게 도로 이불을 깔아 놓은 데로 앉았어
이름없음 2020/12/15 21:21:43 ID : xRvhdV89AnW
그 대답을 이미 들었는데도 눈앞에 펼쳐진 그... 그 장면이 너무 이상하잖아 이 큰 개를 어디서 숨겨 온 거냐고 대체? 그리고 저 뒤에 돌아다니는 것들도 전부 여기에 있어선 안 될 살아 있는 것들뿐이었어 지저귀는 소리만 나는 새들이랑 토끼나 사슴 같은 작은 초식동물부터 남자의 팔을 타고 올라온 뱀까지 전부
이름없음 2020/12/15 21:50:40 ID : xRvhdV89AnW
헐 그렇게도 보이는구나 신기하다
이름없음 2020/12/15 22:01:12 ID : xRvhdV89AnW
내 약점이라면 약점이랄 게 뱀이랑 새를 정말 무서워해 조류는 눈이 무섭게 생겨서 조금 꺼려지는데 날갯짓을 막 하고 있어서 무서운 거고 뱀은 어렸을 때 뱀한테 물릴 뻔해서 별로 안 좋아한단 말이야 근데 처소 안쪽에서는 새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고 남자 팔을 타고 뱀이 올라오는데 진짜 몸이 확 굳어서 뭐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더라고 거기서 귀빈한테 무려 시끄럽게 소리를 질러서 잠을 깨운 내가 멋대로 내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이름없음 2020/12/15 22:16:37 ID : xRvhdV89AnW
불편하고 어색한 정적이 이어지는데 나는 그냥 빨리 자고 싶었어 아마도 누우면 가위 때문에 한참은 뒤척거려야겠지만 내가 거기 시중 생활에 적응이 된 건지 아랫것들은 자는 게 남는 거라... 저 그럼 이제 잘게요 하고 눈치를 보는데 그 남자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다 내가 앉아 있는 곳 위의 천장을 올려보면서 방 구석구석을 둘러봤어 그리고는 그게 있으면 좀 덜 피곤할 거다 하고 고개를 까딱거리는데 남자가 가리킨 건 내 옆에 가만히 앉아 있던 큼지막한 개였어 아까 내 볼에 닿은 것도 이 개의 코였고
이름없음 2020/12/15 22:27:44 ID : xRvhdV89AnW
뭐지? 뭐지? 하는 사이에 문이 닫혀 버렸고 바깥은 작은 울음 소리만 계속 울렸어 얼마나 많은 종의 동물이 있는지 저 남자가 저 동물들을 다 어디에 숨겼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지만 그리고 개가 옆에 누워 있으니까 좀 괜찮더라고 혼자였더라면 한참 뒤척거리면서 자 버렸을 텐데 말이야 처음으로 저 남자한테서 느껴진 호의에 괜히 생각이 많아졌어 죽은 것들을 되살리는 어르신도 계셨으니까 남자의 동물도 그런 맥락이었구나 싶었고 그런데도 복실복실한 털이 옆구리에 닿으니까 정말 기분이 이상하더라고
이름없음 2020/12/16 00:07:41 ID : Duty7vwldzP
ㅋㅋㅋ돌겠다 근데 나도
이름없음 2020/12/16 01:01:44 ID : SMpe41BdTXs
보고있어!
이름없음 2020/12/16 07:01:50 ID : MlwpXAqo7ta
와 미친듯이 재밌다 진짜,,, 몰입감 쩔어
이름없음 2020/12/16 10:43:05 ID : 2E04Hxwsrtb
기대에 못 미쳐서 미안하지만 그렇게 한동안은 남자 귀빈이랑 아무 일도 없었어 나는 내 일을 하느라 바빴고 그 남자는 하루 종일 방에서 책을 읽었지 더 이상 식기를 내가느라 그 남자 앞에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나를 호출하는 일이 근 일주일 내내 한 번도 없었으니까 나는 평화롭다못해 조금 지루했어
이름없음 2020/12/16 10:47:12 ID : 2E04Hxwsrtb
그 하얀 개는 해가 져야 내 방으로 들어올 수 있는 것 같았어 정확히 말하자면 해가 져야만 나타났지 처음 가위에 눌린 다음 날 개가 사라져서 얼마나 당황했는지 몰라 개는 해가 지면 내 방 문을 두드렸고 자는 동안 내 옆에 누워 있었어 그 개가 방에 머무는 동안은 아무 꿈도 꾸지 않았는데 그 남자를 오해했던 게 조금 죄송스러울 정도로 평화로웠어 개한테 물이나 밥을 챙겨 줘도 조금도 줄지 않았는데 한 삼 일 동안 놔둔 물이랑 고기를 치운 뒤에도 개는 멀쩡했고
이름없음 2020/12/16 11:05:03 ID : xyKY7fgqnO3
몰입감 오진다 방금 들어와서 처음부터 다 봤는데 30분 만에 본 것 같아... 기다릴게! 더 풀어 주라 ㅠㅠ ❤️❤️
이름없음 2020/12/16 11:16:50 ID : xRvhdV89AnW
그러다 이 주째에 오랜 외출을 마치고 온 어르신이 연회를 열겠다고 했을 때 나는 잠시 일손을 거들러 본궁으로 가야 했어 연회는 어르신의 외출이 끝날 때마다 늘 있는 일이었지만 연회 열겠다고 아랫것들에게 하명하신 이상 어느 때보다 더 성대해야 했고 귀빈들은 물론 마담의 아이들까지 필참해야 했다는 뜻이었거든 난 다행히 본궁 시중이라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일이 많긴 많았어 우선 연화 준비 자체가 중노동이거든 자리 깔고 치우고 쓸고 닦고 음식 준비하고 나르고 옷도 정복을 입어야 했지
이름없음 2020/12/16 11:17:30 ID : xRvhdV89AnW
헉 고마워 최대한 이미지 연상이 잘 되게 하려고 세세하게 풀다 보니 자꾸 더뎌져서 지루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이야
이름없음 2020/12/16 11:43:06 ID : xRvhdV89AnW
오랜만에 만난 단이는 조금 힘들어 보였지만 그럭저럭 괜찮았어 일이 많이 빡세진 것도 있었고 아무래도 정이 많이 들었던 내가 홀랑 사라져 버려서 조금 적적하다고 했는데 단이를 만나니까 정말로 여기 처음 왔었던 때가 기억났었는데 문득 거기서 첫 연회 직후에 마담의 호출을 제일 먼저 받고 나간 절반의 애들은 어디 있는지 궁금해졌어 본궁으로 온 뒤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으니까
이름없음 2020/12/16 11:48:57 ID : xRvhdV89AnW
걔들은 어디 갔는지 알아? 하고 물어봤을 때 단이는 답을 알고 있는 것 같았어 근데 눈을 피했지 그당시엔 그냥 우리가 본궁에 와서 소식이 늦었나 싶었지만 여러모로 단이한테는 꺼려지는 답이었다는 거야 그래도 숨은 붙어 있었는지 연회 때 잘하면 만날 수 있을 거야 하고 말했는데 어딘지 조금 찝찝했어
이름없음 2020/12/16 16:15:21 ID : koK2JRwnxyH
드디어 연회날이 됐어 원래대로라면 연회에 가기 위해 귀빈의 옷 치장을 도와야 했었는데 귀빈의 옷은 워낙 가볍고 단촐해서 내 정복을 입는 데에 더 시간이 걸렸었지 맨 끝방에 배정받은 귀빈이 상석에 앉고 그 뒤에 내가 조금 떨어져서 서 있는 구도였어 어르신은 귀빈들이 다 모이고도 한참이 더 지나야 연회장에 나타났는데 언제 봐도 얼굴에 둘러진 그 베일은 적응이 안 됐어
이름없음 2020/12/16 18:17:59 ID : SMpe41BdTXs
보고있어
이름없음 2020/12/16 21:05:54 ID : MlwpXAqo7ta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12/16 21:28:38 ID : L9gZcnzWkoK
스레주 혹시 이 사건들이 다 하루밤동안 일어났었던 거야?? ㄹㅇ 진짜 신기하고 흥미진진하당..!!
이름없음 2020/12/16 22:05:15 ID : xRvhdV89AnW
하룻밤은 아니야 거기선 시간이 꽤 많이 흐른 뒤였고 여기서 깨어나 보니까 나는 다음 날 아침에 발견된 거지 어디서 발견됐느냐가 문제였지만
이름없음 2020/12/16 22:06:40 ID : SMpe41BdTXs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12/16 22:10:44 ID : L9gZcnzWkoK
아 마저 원래 스레의 시작이 만취상태로 엘리베이터 탔건거였었지.. 궁금하니깐 매일 챙겨봐야지 신기한 썰 고마웡 스레주~~
이름없음 2020/12/16 22:13:24 ID : y5fe40qY63U
싱기방궁
이름없음 2020/12/17 07:43:24 ID : yE2so41CnO4
이야기 디게 잘 푼다... 완전 잘 보고있어!!!
이름없음 2020/12/17 11:26:04 ID : KY9xWo42K6o
헐ㅠ 너무 재밌다 레주야 써줘서 고마워((♡♡
이름없음 2020/12/17 11:52:48 ID : qmLe2KZh85T
헐 완전 재밌게 보고있어!!!
이름없음 2020/12/17 12:06:10 ID : o6ja1coMqi6
레주 ! 오랜만에 와서 도장 찍고가 ㅎㅎ 항상 재밌게 보는 중이야 ₍₍ ( ๑॔˃̶◡ ˂̶๑॓)◞
이름없음 2020/12/18 07:05:31 ID : xRvhdV89AnW
어제는 바빠서 못 들어왔었는데 레스를 많이 남겨 줬구나 고마워 오늘도 시간 날 때마다 열심히 써 볼게
이름없음 2020/12/18 11:25:21 ID : qpcJWjba1ij
스레딕에서는 댓글을 레스라고해 ! 얼른 더 듣고싶다 기다릴게
이름없음 2020/12/18 11:40:27 ID : xRvhdV89AnW
헉 고마워 바로 수정했어! 스레딕은 처음이라 이갓저것 헷갈리는 게 많았는데 하나 배워 가네 정말 고마워 금방 이어서 써 줄게!
이름없음 2020/12/18 23:38:58 ID : yE2so41CnO4
잘 보구있어!! 급할 거 없으니까 천천히 해 !!
이름없음 2020/12/19 01:53:13 ID : hBwNxVeY6Y9
하 아껴서 보려고 했는데 벌써 다봤닥.....
이름없음 2020/12/19 01:59:48 ID : xRvhdV89AnW
연회가 시작되고 시중들은 음식을 나르느라 바빴지 말했지만 나는 그 남자의 전담 시중이기 때문에 상석에 앉아 있는(방은 제일 음침한 복도 끄트머리를 배정받았는데 의외로 제일 상석에 앉던 게 조금 의외였지만) 귀빈의 뒤에서 멀뚱멀뚱 쳐다만 봐야 했어 손에 아무것도 든 게 없으니까 뭔가 어색하고 민망하더라 연회장은 금세 신나는 노래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는데 그 사극이나 봐야 나올 법한 그런 동양 악기들을 줄줄이 늘어 놓고 연주를 시작하니까 분위기는 금세 무르익었어
이름없음 2020/12/19 02:00:32 ID : xRvhdV89AnW
시중들을 물리고 본궁 밖에서 일하는 사용인이 아닌 사람들까지 전부 본궁으로 몰려 들었는데 그 사람들 덕에 본궁이 정말 그렇게 왁자지껄한 건 처음 보는 것 같았어 귀빈들과 나으리는 최소 인원만 남겨 두고 가장 큰 연회장의 문을 닫았는데 다른 시중들과 사용인들 성 안의 사람들은 다른 방에서 자기들끼리 연회를 즐기고 있었고 어르신과 귀빈 열 분의 연회장은 따로 있었어 문을 닫으니까 소리가 웅웅거리면서 멀어졌고 음악도 금세 차분하고 조금 더 동양적인 곡조로 바뀌어서 의외로 그 방 분위기는 지루하고 따분했어
이름없음 2020/12/19 02:00:50 ID : xRvhdV89AnW
가장 상석에 앉은 어르신은 내가 어르신을 처음 뵀었던 날처럼 늘어진 자세로 비스듬하니 앉아 있었고 내가 모시는 남자는 음식에 손 하나 안 대는 걸로 봐서는 저 음식은 그대로 주방 아이들이 먹겠구나 싶었지 그때 마침 비어 있던 귀빈석의 주인이 뒤늦게 나타났었는데 처음 나랑 같은 발소리를 들은 거짓말쟁이 귀빈이 문과 제일 가까운 자리에 뒤늦게 앉았지 그때 처음으로 어르신이 입을 열었는데 그 여자는 어르신이 하는 말이 자기한테 하는 말인 걸 안 뒤로부터 쭉 표정이 안 좋아 보였어
이름없음 2020/12/19 02:01:51 ID : xRvhdV89AnW
- 그대는 이번 연회가 즐겁지 않은 모양이군. - 충분히 즐겁습니다, 나으리.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 그대의 낭군이 될 사람의 귀환을 축하하는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말해 보시게. - 아닙니다. 어찌 그런 말씀을 하셔요. - 얼굴이 많이 안 좋아 보여. 혹 무슨 우환이라도 든 겐가? - 아닙니다. 그저 요즘 꿈자리가 조금 사나워서……. - 아, 혹시 자네도 복도를 가로지르는 발소리를 들었다거나. 물론 내 기악을 되살려서 이것저것 살을 붙이고 쓰는 거지만 하나 중요한 건 어르신은 묘하게 신난 말투로 계속 그 귀빈을 몰아 세우는 것 같았어 그 여자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만 알고 있던 나로서는 여러모로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었지 그런데 상석에 앉아 있던 남자가 뒤를 돌아 손짓을 하길래 잠시 앞으로 나갔더니 그 남자는 나한테 대뜸 ‘잠시 눈을 감고 있는 게 좋을 거다’라는 말만 남기고 도로 나를 돌려 보냈어
이름없음 2020/12/19 02:02:13 ID : xRvhdV89AnW
의중을 알 수가 없어서 잠깐 자리로 돌아와서 남자 뒤통수를 빤히 쳐다보다가 다시 대화에 집중했는데 나는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지 여자는 뭔가 이상한 걸 느꼈는지 발소리라니 무슨 발소리인지 모르겠다 정도의 시치미를 떼고 있었고 어르신은 그 여자를 비웃는 건지 다 이해한다며 이야기를 넘겼거든 그렇게 대화가 마무리되나 싶었는데 어르신이 갑자기 “그렇다면 가라앉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내 귀빈들께 진귀한 것을 하나 보여도 되겠군” 하고 테이블을 손으로 툭툭 두드렸어 저 먼 발치부터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하는 발소리가 쩌적쩌적 들렸지 그 남자가 했던 말을 그제야 이해했어 어르신은 그 아기 무덤을 삼킨 것 같은 여자를 부른 거였어
이름없음 2020/12/19 02:02:41 ID : xRvhdV89AnW
공포는 역시 학습된다고 그 발소리를 듣자마자 몸이 굳어서 달아날 생각도 들지 않았지 그때 그 장면이 눈앞에서 생생하게 살아나는 것 같았어 삐걱거리면서 나무 천장이 들썩거리는 소리와 함께 분내가 나던 여자 귀빈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는데 순간 나랑 그 여자가 눈이 마주쳤던 순간이 정말정말 길게 느껴졌어 나는 겁에 질린 그 여자 앞에서 식은땀이 뻘뻘 나는 껄끄러운 느낌을 무시하려고 주먹을 꽉 쥐었는데 그 여자가 나한테 입모양으로 뭐라고 말했었던 걸 그 당시에는 너무 무서워서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었어 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 여자가 입으로 뻐끔거린 문장은 “도망가”였는데도 말이야
이름없음 2020/12/19 02:03:08 ID : xRvhdV89AnW
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도망가
이름없음 2020/12/19 02:03:32 ID : xRvhdV89AnW
여자는 발소리가 가까워져서 연회장의 닫힌 문 앞으로 소리가 가까워질 때까지 나를 쳐다보면서 계속 그렇게 말했어 그 말밖에 못하는 사람처럼 계속 그냥 도망치라고만 말했어 어디서 도망치라는 건지 무엇으로부터 도망치라는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 여자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려서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던 것까지 봤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지 어르신은 밖에 있던 거꾸로 매달린 그림자에게 들어오라고 말했고 나는 그때부터 눈을 감고 있었거든 시야가 핑핑 돌고 머리가 어지러웠어 땀을 너무 많이 흘러서 목 뒤가 흥건했는데 문이 열리고부터는 몸 전체에 오한이 들면서 발치가 서늘해지는 게 느껴졌지
이름없음 2020/12/19 02:06:57 ID : hBtii4Gk1cl
왐마 나였으면 기절각;;
이름없음 2020/12/19 02:10:56 ID : MlwpXAqo7ta
와 읽기만 하는데도 손에 땀난다 그래서 그래서??
이름없음 2020/12/19 02:12:21 ID : mK2HzSLe2K5
헉 응응 그래서???
이름없음 2020/12/19 02:28:11 ID : Duq40sktwJW
스레주 내가 이거 읽는 동안에도 계속 쓰고 있었구나. 새로고침 한 번 했더니 이야기가 생기네... 잘 읽고 있어.
이름없음 2020/12/19 02:42:16 ID : hBwNxVeY6Y9
와 미쳤다 개쫄았어 방금
이름없음 2020/12/19 02:45:30 ID : hBwNxVeY6Y9
이쯤되면 난 어르신보다 그 개 부리는 남자를 더 응원하게 되는군
이름없음 2020/12/19 03:01:22 ID : SMpe41BdTXs
그 여자귀빈은 착한 사람인가? ㅠㅠㅠ 불쌍해 ㅠㅠ
이름없음 2020/12/19 03:07:38 ID : xRvhdV89AnW
일종의 트라우마 같은 거였어 어지럽고 소리가 멀어지는 와중에도 문이 열리는 소리랑 그 지긋지긋한 발소리는 그대로였지 연주는 멈추지도 않고 계속되고 나는 눈만 질끈 감고 주먹을 등 뒤로 감추고 있었어 내가 얼어 있다는 사실을 티 내고 싶지 않았거든 그 여자가 그그그그극 그극 극 하는 기괴하게 비틀린 소리를 냈어 술잔이 엎어지는 소리가 났고 사람이 발버둥치면서 비명을 지르는 소리랑 애기 울음 소리가 쩌렁쩌렁 울렸어 소리만으로도 온 정신이 압도되고 머리카락이 쭈뼛 곤두서는 느낌이 너무 공포스러웠어
이름없음 2020/12/19 03:24:09 ID : xRvhdV89AnW
그리고 발소리가 다시 멀어지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서 눈을 떴을 때 그 여자 귀빈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어
이름없음 2020/12/19 03:26:16 ID : MlwpXAqo7ta
어떡해 잡아먹혔나봐 ㅠㅠㅠㅠ
이름없음 2020/12/19 03:26:51 ID : xRvhdV89AnW
이해돼? 그냥 어떤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어 떨어뜨린 술잔만 그대로였고 그마저도 찝찝한 표정을 한 시중들이 와서 치운 바람에 처음부터 그 여자의 자리는 아예 비워져 있었던 것처럼 사라져 있었어
이름없음 2020/12/19 03:26:54 ID : hBwNxVeY6Y9
와 여자귀빈 먹혔나봐 어떡해 미치겠다 ㅠㅠㅠㅠㅠㅠㅠㅠ 나쁜사람은 아닌거 같았는데 ㅠㅠㅜㅠ
이름없음 2020/12/19 19:50:35 ID : Pg2E4IGk2tt
정신이 멍해지더라 그래서 어르신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어르신도 고개를 돌려서 내 쪽을 바라보고 계셨어 심장이 확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는데 거기서 울면 정말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았지 나는 고개를 땅으로 처박고 계속 생각해야 했어 그 여자는 뭘 그렇게 잘못한 걸까? 정말 죽었을까? 정말 죽어서 먹혔을까?
이름없음 2020/12/19 22:35:38 ID : MqkleFg0tyZ
어르신은 대체 누구 편이지...? 진짜 감을 잡을 수가 없다ㅠㅠ
이름없음 2020/12/19 22:35:57 ID : MqkleFg0tyZ
이러다 레주도 막 잡아먹으려 할까봐ㅠㅠㅠ
이름없음 2020/12/19 23:03:48 ID : L9gZcnzWkoK
와 항상 느끼지만 몰입감 대박이다.,. 스레주 소설쓰면 판매량 세계1위 쌉가능..
이름없음 2020/12/20 06:18:55 ID : 7s8qqlA41xD
스레주 필력 대박이다 진짜 너무 재미써ㅠㅠ
이름없음 2020/12/20 11:46:26 ID : u9wMnTXs3Dt
....몰입감 진심 오졌다... 레주 리스펙...
이름없음 2020/12/20 13:34:45 ID : nCpcHzU47vz
오늘도 출첵하러 왔지 ! 잘 읽는 중이야 ㅎㅎㅎ 데이터라서 계속 아이피가 바뀌긴 하지만 처음부터 잘 읽고 있었어 천천히 풀어줘 ₍ᐢ.ˬ.ᐢ₎
이름없음 2020/12/20 17:02:33 ID : r83u3Dz9bjv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12/20 20:33:19 ID : xRvhdV89AnW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악기 소리만 들리는데 연회장 분위기가 금세 얼어붙었다는 게 육안으로 느껴졌어 그치만 제대로 이성을 다잡을 수가 없었지 주먹을 꽉 쥐는데 손톱이 손바닥 살을 파고들어서 손바닥마저도 아릿해질 것 같았어 내 주인은 나를 돌아보면서 주먹을 등 뒤로 숨기고 꽉 쥐었다 펴 보였지 아마 주먹을 너무 세게 쥐고 있지 말라는 뜻 같았지만 나는 정말 아무것도 눈에 안 들어왔어 그 여자가 무슨 대단한 거짓말을 했고 무고하고 무고하지 않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의(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지만) 목숨이 그렇게 가볍게 여겨지는 곳이라는 게 한 번 더 실감이 나서 소름 끼쳤거든
이름없음 2020/12/20 20:33:31 ID : xRvhdV89AnW
어르신은 내 쪽을 돌아보지도 않고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은 것 같군. 하고 농담조로 말을 넘기는데 나는 어르신을 미워하지도 못하고 엄청난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었어 생각을 해 봐 어르신은 내가 한 이야기로 그 여자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고 심지어 그 여자는 어르신과의 혼인이 약속된 상태였는데다가 내가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죽지는 않았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니까 정말로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어 만약 내가 그 여자의 이야기를 함부로 떠벌리고 다녀서 그 여자가 잡아먹힌 거라면 제정신으로 살아 있을 수 없을 테니까
이름없음 2020/12/20 20:33:47 ID : xRvhdV89AnW
어르신이 미웠다 밉다기보다는 조금 가까워졌다고 생각한 내가 너무 바보 같았어 애초에 살아 있는 사람과 그 사람들의 모럴을 동일 선상에 놓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지만 나는 살아 있었는걸 나는 감정이 있는 사람이었단 말이야 그리고 어르신이 미워짐과 동시에 든 건 두려움 어르신의 앞에서 넘어졌을 때보다 더 극심하게 몰려오는 본능적 거부감 같은 게 너무 강하게 들었어 나도 저렇게 손짓 한 번에 죽어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어르신을 똑바로 쳐다볼 수조차 없었지 옆에 있던 다른 시중이 나를 작게 부른 뒤에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는데 내 손에서 피가 계속 떨어지고 있었고 나는 너무 놀라서 손을 뒤로 감췄어 그리고 그 순간에 베일을 쓴 어르신이 내 쪽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
이름없음 2020/12/20 20:34:00 ID : xRvhdV89AnW
그리고 어르신이 분위기가 너무 엉망이 된 것 같으니 내 사죄의 의미로 새 아이들을 들여 오라 명하지 하고 말을 마치자마자 연회장 밖에서 처음 내가 입었던 옷보다 더 화려한 옷을 입은 마담의 아이들이 들어왔어 내가 처음 여기 남아 있게 된 계기가 됐던 마담이 키우는 아이들 말이야 그때 처음 마담이 내보냈던 아이들이 화장을 한 채로 앉아 있었어
이름없음 2020/12/20 20:35:08 ID : xRvhdV89AnW
그런데 눈이 조금 이상했어 초점도 흐릿했고 정말 다른 사람처럼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는데 처음 보던 아이 두 명을 포함해서 총 열 명이 연회장으로 들어왔어 마담과 어멈이 들어오면서 문을 닫았고 아이들은 귀빈과 어르신 옆에서 무릎을 꿇고 자리를 지켰어 꼭 인형 같았어 좋은 뜻이 아니라 정말 감정이 없고 밀랍처럼 얼굴엔 새하얗게 분칠을 한 건지 창백해진 건지 혈색 하나 돌지 않는 얼굴이었지 어르신은 여전히 내 쪽을 보면서 따라 보거라. 하고 말했고 걔들은 대답도 없이 술잔에 술을 따르기 시작했는데 왠지 모를 거부감 때문에 토악질이 나려던 걸 몇 번이나 참았는지 몰라 꼭 인형극의 꼭두각시처럼 하나같이 표정이 기괴했는데 그 망할 연주 소리 때문에 그 방 꼴이 얼마나 더 소름 끼쳤는지 몰라
이름없음 2020/12/20 20:35:22 ID : xRvhdV89AnW
앞에 내용이 빠졌구나 시중들은 귀빈이 받은 첫 술을 대신 시음하는 게 원칙처럼 보였어 다른 시중들을 따라 나도 엉거주춤 남자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지 술잔에 술을 따라 주는데 내 반대쪽에 앉아 있던 마담의 선수가 나를 괸장히 빤히 쳐다보면서 눈이 접히도록 웃고 있었어 너무 기분이 이상했는데 나는 곧 귀빈들의 옆에 따라붙은 여덟의 선수들이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 위화감과는 별개로 본능적인 거부감 같은 게 들었어 차라리 빨리 마시고 자리로 돌아가자 싶기도 했고 시선을 견디지 못할 것 같았지 그때 내가 모시던 그 남자가 갑자기 내가 들고 있던 술잔을 빼앗아서 자기 입으로 털어 넣었어 그때 귀빈들의 옆에서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던 애들이 표정을 확 굳혀 버리는 걸 봐 버렸지 화난 표정도 아니고 정말 그냥 얼굴에서 웃음기를 감춘 표정으로 빤히 그 남자를 바라보면서 빈 술잔에 술을 따랐지 그 남자는 두 번째 잔에 든 술마저 자기가 마셔 버리고는 나를 보면서 뒤로 고개를 까딱거렸어
이름없음 2020/12/20 20:35:50 ID : xRvhdV89AnW
아마 자리로 돌아가 있으라는 신호였겠지 귀빈의 옆에 붙은 마담의 직속은 내 귀빈을 정말 뚫어져라 바라보면서 빈 술잔이 흘러 넘치도록 술을 따랐는데 꼭 얼굴에 방해하지 말라고 써 있는 것 같아서 정말로 소름이 확 돋았지 그렇게 다시 자리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상석에서 언제 내려온 건지 모를 어르신이 내 앞에 그때처럼 무릎을 굽히고 쪼그려 앉아서 나와 남자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어
이름없음 2020/12/20 20:36:36 ID : xRvhdV89AnW
- 자네 마음대로 관례를 무시해도 좋다 말하지는 않았는데. 보시게. 저 아이도 저를 무시하는 줄 알고 화가 났잖나. - 일개 껍데기 주제에 감정을 느낄 새가 있겠어? - 무례하군. - 신의 탕아라고들 불렀었지. 귀빈은 어르신의 베일 뒤를 다 들여다 본 사람처럼 전혀 굴하지 않고 질질 샌 술잔을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서 세 번째 술을 마셨어 그리고 또 술병을 들어 보이는 걔를 쳐다도 보지 않고 귀찮다는 듯이 팔을 들어서 뺨을 확 밀쳤지 힘을 주고는 자기 몸에 닿지 않게 떨어뜨려 보였지만 술병을 다시 집으려고 팔을 버둥거리는 걔 표정은 정말 고요했고 나는 걔가 화가 난 것처럼 보였어
이름없음 2020/12/20 20:37:21 ID : xRvhdV89AnW
- 유채야. - 예, 어르신. - 마셔. 어르신은 그런 남자를 바라보다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직접 남자의 앞에 놓인 술잔에 술을 가득 채워 주면서 말했고 나는 그 술을 마시면 어떻게 될지 알지도 못한 채로 술잔을 집어 들었지 여기부터가 실수였다지만 나로서는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잖아 유채는 마담이 준 내 이름이었고 어르신이 나를 유채라고 부른 건 처음이었어
이름없음 2020/12/20 20:44:01 ID : mK2HzSLe2K5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12/20 20:50:16 ID : MlwpXAqo7ta
보고있어 겁나 흥미진진
이름없음 2020/12/20 20:51:57 ID : xRvhdV89AnW
남자는 왜인지는 몰라도 그 술잔을 가로채려고 했는데 어르신은 그 남자의 팔을 꽉 잡고 놓지를 않았어 순식간이었지 어르신이 그 남자의 왼팔을 확 낚아채고 꽉 누르고 있었어
이름없음 2020/12/20 20:52:16 ID : xRvhdV89AnW
남자의 손이 떨리는 게 보였고 어르신도 남자의 팔을 쥐고 있는 손이 떨렸지만 그쪽은 쳐다도 보지 않으셨지 어르신의 베일이 내 쪽을 계속 쳐다보고 계셨고 금세 조용해진 마담의 아이들도 아까처럼 웃으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지
이름없음 2020/12/20 20:52:23 ID : xRvhdV89AnW
나는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남자를 바라보면서 살짝 고개를 끄덕였어 그 남자랑은 알 수 없는 유대감 같은 게 생긴 상황이었고 나도 그 술을 마시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그렇게까지 나를 막아 준 듯한 남자에게 고마울 뿐이었어 술이 목으로 넘어갔고 알 수 없는 갈증과 함께 어지럼증에 머리가 깨질 것 같았지 취한 거랑은 영 다른 느낌이었어
이름없음 2020/12/20 20:55:18 ID : 2moMjdBammr
헐헐 동접인가ㅠㅠ 아닌가 보고있어!!
이름없음 2020/12/20 20:59:13 ID : nxwq46rzhy6
ㅂㄱㅇㅇㅠㅜㅜㅠㅜㅜㅜㅠ 섭남 이겨라
이름없음 2020/12/20 21:11:24 ID : mK2HzSLe2K5
어르신 대체 왜그러시는거에요ㅠ ㅠㅠㅠㅠㅠ. ㅠㅠㅠㅠ 이쯤되면 섭남이 메인남주로 보이는듯
이름없음 2020/12/20 21:15:07 ID : xRvhdV89AnW
코피가 날 때처럼 피가 머리로 확 쏠려서 너무 어지러웠어 시야가 흐려졌고 오장육부가 다 뒤집어지는 느낌 내 인생에서 이렇게 큰 어지러움이나 울렁거림은 처음이었을 거야 진짜 누가 내 뇌를 쥐어짜는 기분이었어
이름없음 2020/12/20 21:16:54 ID : xRvhdV89AnW
모든 소리가 웅웅거리면서 멀어지는데 눈을 감으라는 남자의 말만큼은 선명하게 들렸어 느리게 눈을 깜빡거리는데 저 멀리서부터 익숙하고 공포스러운 소리가 들렸지 아주 빠른 속도로 나무 천장을 뛰어다니는 소리 여자 귀빈을 삼긴 아기 무덤
이름없음 2020/12/20 21:17:30 ID : 2moMjdBammr
ㅂㄱㅇㅇㅜㅜㅜㅜㅜ!!
이름없음 2020/12/20 21:18:36 ID : xRvhdV89AnW
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쩌적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이름없음 2020/12/20 21:19:39 ID : mK2HzSLe2K5
으아아악 ㅠㅠㅠㅠㅠ 소름돋아
이름없음 2020/12/20 21:21:57 ID : xRvhdV89AnW
발소리였어 신난 것처럼 뛰어 오는 발소리 더 공포스러운 게 있었다면 그 발소리가 한 명의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었지 나는 남자가 말한 대로 눈을 질끈 감았어 그때의 나는 완전한 패닉 상태로 돌입했지 머리는 쑤시듯이 아파 오는데 본능적 공포가 살아나서 몸이 덜덜 떨렸어 눈을 감은 덕에 아무것도 안 보이고 청각과 촉각이 더욱 민감해졌지 엘리베이터에서의 기억부터 행렬의 기억까지 생생하게 되살아났어 모든 기억을 돌이키려는 것처럼 나는 모든 장면들을 역류해야 했어
이름없음 2020/12/20 21:29:35 ID : xRvhdV89AnW
자꾸 후회하게 됐어 그때 문을 열지 않았더라면 어르신께 이 일을 고하지 않았더라면 술을 마시지 않았더라면 도망쳤더라면 행렬을 따라오지 않았더라면 엘리베이터에 타지 않았더라면... 그런 무수한 후회들
이름없음 2020/12/20 21:31:34 ID : xRvhdV89AnW
그러다 갑자기 발소리가 뚝 멈췄고 누군가 내 어깨를 익숙하게 두드렸지 그때랑 똑같았어 이번에는 얼굴에 머리카락이 닿는 느낌도 없었고 그저 어르신이 그것들을 다시 돌려 보낸 줄로만 알았지 그렇게 눈을 떴을 때 보인 건 해골이었어 긴 예복을 입고 머리를 뒤로 넘긴 채 쪽을 지고 있는 앙상한 해골들 그건 마담의 아이들이었지
이름없음 2020/12/20 21:59:36 ID : xRvhdV89AnW
그리고 뒤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문득 뒤를 돌아봤을 때 마주친 건 그 여자였어 익숙한 얼굴이 거꾸로 대롱대롱 매달려서 나를 보고 기분 나쁘게 웃고 있었지 밀랍처럼 창백한 얼굴 새까만 눈 평평한 코와 비정상적으로 큰 입을 쩍 벌리던 장면이 마지막 장면이었고 내 눈을 누군가 감싸듯이 덮어서 그걸 가려 줬지 그대로 나는 기절해 버려서 내 눈을 누가 가려 준 건지 알지는 못했지만 기절해 있을 동안 꽤 긴 꿈을 꾼 것 같았어 대부분이 자잘한 악몽이었지만
이름없음 2020/12/20 22:03:56 ID : 2moMjdBammr
아이고ㅠㅜㅜㅜ 보고있어
이름없음 2020/12/20 22:07:42 ID : xRvhdV89AnW
그리고 일어났을 때 시야에 들어온 밀랍처럼 창백한 얼굴을 한 무표정한 여자의 입이 벌어지고 그 사이로 검붉은 액체가 내 얼굴로 뚝뚝 떨어지는 게 느껴졌을 때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누워 있는 채로 눈물만 펑펑 쏟고 있었을 때 꼭 악몽의 연장선 같아서 무서웠다기보다는 서러웠지 그럼에도 두려웠고 축축했고 생생했고 이윽고 이게 현실이라는 걸 깨달았어
이름없음 2020/12/20 22:09:10 ID : xRvhdV89AnW
그러다 그 여자가 눈이 기괴하게 접히도록 활짝 웃으면서 가느다란 소리로 응애애 응애 하고 아기 울음 소리를 내다가 분내가 나던 귀빈의 목소리를 흉내 냈을 때 나는 그제야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어 비명을 지르자마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그 여자가 시야에서 밀치듯이 사라졌지
이름없음 2020/12/20 22:11:10 ID : xRvhdV89AnW
눈을 질끈 감은 얼굴에 축축한 물수건이 닿았을 때 다시 시야에 보인 건 내가 모시던 남자 귀빈이었어 남자는 내 얼굴에 떨어진 것들을 닦아 주면서도 내 침소 옆을 빤히 바라보면서 험악한 얼굴로 혀를 쯧 차고 있었지 그리고 다시 내 눈을 손으로 덮어 주면서 먹어도 돼. 하고 말하는데 나는 이게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그 연회장에서 내 눈을 가려 준 건 내가 모시던 귀빈이었구나 깨달았지
이름없음 2020/12/20 22:14:31 ID : xRvhdV89AnW
내 발치로 부슬부슬한 털이 스쳤는데 하얀 개보다 조금 더 크고 위협적인 짐승이 그르릉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내 처소로 들어오는 게 느껴졌지 그리고 한참 내 옆에 서 있다가 길게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그 남자가 여자를 치운 곳으로 달려드는 게 느껴졌어 나는 몸을 작게 웅크리고 벌벌 떨어야 했는데 그 남자는 굉장히 서툰 손길로 나를 토닥거렸어 괜찮다고 한 건지 다시 잠들라고 한 건지는 몰라도 나는 그대로 또 까무룩 잠들었던 것 같아
이름없음 2020/12/20 22:17:20 ID : sp9eE1cpVgm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12/20 22:27:57 ID : soY4INvA6ph
섭남 최고.... 결혼해..
이름없음 2020/12/20 22:28:50 ID : soY4INvA6ph
섭남 완벽하다.. 진짜
이름없음 2020/12/20 23:35:38 ID : mK2HzSLe2K5
.. 이쯤 되면 섭남이 남주같다...진짜 최고다...
이름없음 2020/12/20 23:47:54 ID : MlwpXAqo7ta
아이고 스레가 이상하게 끊겨서 보였네 ㅋㅋㅋㅋ스레주 개심각한데 섭남이니 남주니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그 귀빈이 남주 포지션에 가까운 것 같아
이름없음 2020/12/21 00:58:46 ID : 1B84IGre7zc
와.... 추천 왜 못눌러...ㅠ
이름없음 2020/12/21 19:08:43 ID : xRvhdV89AnW
그날 이후로 한 며칠은 앓아 누웠던 것 같아 아마 열흘에서 보름 정도는 열이 펄펄 끓어서... 왜 갑자기 그 여자가 보였는지 왜 마담이 키우는 아이들은 백골이 되었는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 나는 너무 아팠고 모든 일들은 순식간에 일어났어 두려워할 새도 슬퍼할 새도 주지 않고 말이야 여자의 죽음도 그 술을 마신 것도 그리고 내가 그 술 때문인지 뭔지 거기서 귀안이 트인 것도 전부 다
이름없음 2020/12/21 19:22:01 ID : u9wMnTXs3Dt
뭐야...그럼 그때 이후로 지금도 귀안 열려있는거야..?
이름없음 2020/12/21 19:35:42 ID : xRvhdV89AnW
그건 아니야 애매한 표현이지만 거의 모든 일은 내가 거기서 나오면서부터 완벽하게 정리됐어 그게 아니었더라면 지금까지 살아 있지도 못했을걸 역겨워서
이름없음 2020/12/21 23:47:20 ID : MlwpXAqo7ta
귀안이 트이는 술을 줬나보네,,, 술 마시고 나서 마담의 아이들이 백골로 보였다는 건 걔네들이 원래 귀신? 그런 거였는데 스레주가 귀안이 안 트였을 때는 백골로 보이진 않은 거보면 ㅠㅠ 그 어르신 도대체 뭘까 정체가 너무 궁금하다
이름없음 2020/12/22 10:49:09 ID : tAnRzXzfdPj
오늘도 도장 찍으러 왔어 역시 레주 ! 오늘도 너무 재밌다 아껴서 보고 싶은데 그러질 못 하겠어 ㅜㅜ
이름없음 2020/12/22 11:47:24 ID : yE2so41CnO4
나도 도장 콕!
이름없음 2020/12/22 14:49:03 ID : xRvhdV89AnW
안녕 스레주야 다들 여러 레스 남겨 줘서 고마워 늘 즐겁게 보고 있어 요즘 일이 바빠서 짧게짧게 풀고 가는 것도 미안해 최대한 빠르게 풀어 볼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줘 늘 레스 남겨 주는 애들한테 고마워서 몇 자 적어 봤는데 문제 될 게 있거나 궁금한 게 있다면 늘 레스로 질문 줘 고마워!
이름없음 2020/12/22 16:25:52 ID : u9wMnTXs3Dt
스크랩하고 잘 보고 있당 ㅋㅋ 바쁘면 늦어도 잘 기다리니까 압박감 갖지 말구 이야기 세세하게 하기 힘들텐데. 괴로웠던 일마저 떠올려가면서 세세하게 잘 풀어줘서 너무 고마워!!
이름없음 2020/12/22 23:18:09 ID : BcJWi2k3BcJ
지금봤는데 아 완전재밌어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름없음 2020/12/23 15:07:37 ID : rbA6qmMnPbf
이얍 !! 갱신 !!
이름없음 2020/12/24 18:35:05 ID : mK2HzSLe2K5
ㄱㅅ. 레주야 보고싶어..
이름없음 2020/12/26 15:38:09 ID : AmNBxPjxU42
설레지 왜..미안합니다
이름없음 2020/12/26 17:48:59 ID : xRvhdV89AnW
안녕 이번 주에는 정말 생각보다 너무 바빠서 아예 크리스마스 이브부터는 잊고 살았을 정도야 정말 미안해 저녁부터 슬슬 풀어 볼게 기다려 줘서 정말 고마워 늦었지만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
이름없음 2020/12/26 17:50:07 ID : mK2HzSLe2K5
레주등장! 어서와 기다리고 있었어!
이름없음 2020/12/26 23:47:09 ID : xRvhdV89AnW
드문드문 기억이 났던 장면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종종 그 남자가 내 처소를 들어와서 한참 곁을 지키고 있었다는 것과 밤에는 고요했던 그 성벽 안이 밤마다 너무 북적거리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낮에도 내 곁을 지키고 있던 개였어 내가 살아 있는 인간이라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한꺼번에 머리에 들어오니까 나는 너무 빨리 피로감을 느꼈지 끼니도 제대로 못 챙기고 그냥 계속 아팠었어
이름없음 2020/12/27 00:05:20 ID : yE2so41CnO4
....진짜 끔찍했겠다.. 난 잔인한 것도 못 보는데..
이름없음 2020/12/27 00:49:15 ID : xRvhdV89AnW
와 특히 자꾸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릴 때는 아픈 와중에도 얼마나 벌벌 떨었는지 몰라 그러다 두통과 열이 멎은 게 딱 보름이 채 안 됐을 시기였어 그 남자가 가지고 온 약이었지 이걸 먹으면 돌이킬 수 없을 거다. 두통은 가라앉겠지만 저것들은 여전히 네 눈에 거슬릴 정도로 남아 있겠지. 산 사람의 기척도 모조리 지워 버려서 영영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 달빛이라고 부르기 애매한 빛과 작게 소리가 울리는 바깥을 내다보다 나는 약을 받아들였어 이대로 좀만 더 앓다간 정말로 죽어 버릴 것 같았거든
이름없음 2020/12/27 01:23:05 ID : 81eNAnQoHyN
ㅂㄱㅇㅇㅠㅠㅜ 그 남자가 계속 레주 도와주는 느낌이네ㅜㅜ
이름없음 2020/12/27 16:45:26 ID : dCo2K47urhy
항상 이런 글은... 사진이나 그런기 아무것두없움. 스레딕이 원래 이런건 많지만. 그래도 진짜라고생각하고보면 더 좋을텐데하는 아쉬움
이름없음 2020/12/27 16:48:14 ID : GmoNxXur9io
이상한 세계에 핸드폰을 들고 갔으면 모를까 핸드폰 들고 갔다는 소리도 없고 있다 해도 사진도 못 찍게 했을 것 같은데 사진이 없는 건 당연하지... 재미로 봐 그냥
이름없음 2020/12/27 20:07:43 ID : u9wMnTXs3Dt
레주야 재밌게 보고 있어!!
이름없음 2020/12/27 21:17:35 ID : xRvhdV89AnW
열일곱의 시골집으로 돌아와 있으니까... 휴대폰의 존재 자체를 잊고 있었어 그때 근처에 휴대폰이 있었어도 그 당시에 내가 쓰던 비밀번호를 알고 있을 리도 없었고
이름없음 2020/12/27 21:20:48 ID : xRvhdV89AnW
그 이후로 두통은 정말 씻은 듯이 사라졌어 그런데 귀안은 닫히질 않았지 그래서 나는 한동안 남자의 처소와 붙어 있던 처소 밖을 나가는 걸 정말 꺼려했어 낮 동안 안 보이던 동물이 너무 많았거든 그 넓은 방에 커다란 맹수나 새 같은 게 어슬렁거리면서 돌아다니는 걸 보면서 내가 보지 못한 것들이 너무 숱했구나 느꼈어
이름없음 2020/12/27 21:25:26 ID : FhdWqjfU42J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12/27 21:44:29 ID : xRvhdV89AnW
처소 밖을 나가질 못했어 일단 나는 그 방에 있는 동물들이 나를 해치지 않는다는 것부터 익숙해져야 했거든 남자의 통제 아래에 있는 동물들은 정말 안전하고 호의적이었어 뭔가를 먹지도 않았고 서로 잡아먹지도 않았지 공생이 가능한 완전한 생명들이었어 흰 개가 나한테 호의적이었던 것처럼 말이야
이름없음 2020/12/27 21:45:58 ID : xRvhdV89AnW
그러는 사이에 그 남자랑 정말 친해진 것 같아 시중을 드는 아이들은 귀빈들을 나으리 혹은 귀빈마마라고 불렀는데 남자는 마마 소리를 듣는 걸 영 껄끄러워했었는지 결국 나으리가 된 거야 그 짧은 사이에 내가 그 남자를 경계하는 동안 그 남자가 나를 숱하게 구해 주고 도와준 건 맞으니까 난 그 남자가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이유를 알아야 할 것 같았어
이름없음 2020/12/27 21:48:16 ID : xRvhdV89AnW
그 남자의 내 숙소가 아니라 그 남자의 처소로 나와 있는 일이 잦아졌어 벌레나 새들이 내 주위로 모여들고 큰 맹수들이 우호적으로 구는 기회가 어디 흔하겠어? 어깨나 무릎에 동물들을 올려 두고 한참 쓰다듬는 일이 잦아졌지 남자도 그걸 꽤 좋아하는 것 같았어 내가 동물들을 돌보면서 차츰 말수가 늘어 가는 거 그런데도 아직 그 뚫어져라 쳐다보는 시선에은 적응하질 못했지
이름없음 2020/12/27 22:05:18 ID : NunDtdBaoK1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12/27 22:08:29 ID : xRvhdV89AnW
그러다 내가 한 번은 너무 궁금해서 넌지시 물어봤어 저를 왜 도와주시는 거예요? 감사하긴 한데 아무것도 아닌 시중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고 생각하니까 이 남자랑 어르신의 사이도 꽤 안 좋아 보여서 목소리는 점점 기어들어갔는데 그 남자가 내 쪽으로 나비를 날려 보내면서 말했지 너는 살아 있잖아. 라고
이름없음 2020/12/27 22:11:19 ID : xRvhdV89AnW
당시엔 그게 무슨 뜻인 줄 몰랐지만 그 남자의 눈은 처음에 봤던 뱀 같은 인상보다 많이 누그러져 있었어 나는 어르신의 벽 안에서 어쩌면 유일하게 살아 있는 인간이었으니까 그냥 나으리(그 남자)는 살아 있는 것들을 좋아하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김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어 왜 실망했는지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던 주제에 그냥
이름없음 2020/12/27 23:36:52 ID : yE2so41CnO4
오오...오. 뭔가 명언 처음 탄생한 느낌이야.. 저 말 좋다.. 나비를 날려 보내며 " 너는 살아있잖아." 뭔가 너무 좋은 말...
이름없음 2020/12/27 23:46:32 ID : AmNBxPjxU42
와 ♡....
이름없음 2020/12/28 01:22:58 ID : u5TTQre0ljy
오... 무섭고 안 좋은 상황인데... 레주한테 진짜 미안한데 뭔가 좀 로판물 같음 막 남주 섭남...
이름없음 2020/12/28 01:58:54 ID : 5RyJU0mq47v
ㅇㅈ
이름없음 2020/12/28 10:17:08 ID : IE8qmFbeMrs
오늘도 아끼지 못 하고 다 봐버렸다 ㅜㅜ 레주 필력은 언제 봐도 대단한 거 같아 !
이름없음 2020/12/28 19:41:12 ID : xRvhdV89AnW
그 남자는 내 몸이 나을 때까지 나를 처소에만 있게 보호해 줬어 종종 연회를 여시는 어르신 때문에 내가 차출되어야 했지만 남자는 중간에서 딱 잘라서 거절해 줬지 써 놓고 보니까 평화로운 상황처럼 보여서 로맨스 느낌이 난다고 하나 싶은데 나는 남자가 가르쳐 주는 것들을 배우느라 정말 정신이 없었어 영혼과 교감하는 법 그리고 버티는 법을 배웠지 동물들이 남자의 명령 없이도 나를 공격하지 않도록 그 세계와 섞여야만 했어 나는 살아 있었으니까
이름없음 2020/12/28 19:44:44 ID : xRvhdV89AnW
종종 그 남자는 조금 화가 난 표정으로 너에게서 죽은 것들의 냄새가 나는구나. 라고 말했어 아마도 내가 그 백골의 아이들이 준 술은 귀안을 트이게 하는 술이고 그 남자가 준 술은 나를 의식할 수 있는 것들로부터 나를 보호해 주는 술인 것 같았어 남자가 준 술을 먹고 시체들과 같은 냄새가 느껴진다는 뜻이었겠지
이름없음 2020/12/28 23:00:57 ID : 6Zg3QrbxA1B
아ㅠㅠ 너무 재밌다 ㅠㅠ 레주 오늘두 잘 봤어!! 바쁘지 않으면 오늘 더 써줄 수 있을까?ㅠ너무 재밌어ㅠ
이름없음 2020/12/28 23:56:38 ID : bjtg6mGk5Qn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12/29 02:27:26 ID : e1A2NBtijdA
이야기 써줘서 고마워 많이 힘들고 슬펐던 시절을 버텨내줘서 고마워 앞으로 레주의 내일들은 행복한 날들이 훨씬 더 많기를 진심으로 바라 이야기 계속 보러올게! 일하면서 건강도 꼭 챙기고!
이름없음 2020/12/29 04:11:53 ID : xRvhdV89AnW
요즘 통 정신이 없어서 레스 남겨 주는 거 짬 내서 보는 중이야 한꺼번에 많이 못 풀어 줘서 미안해 생각보다 너무 바쁘다 여유 되는 대로 풀어 볼게 봐 줘서 늘 고마워 응원 같은 것도 하나하나 다 읽고 있어 고마워
이름없음 2020/12/29 09:51:19 ID : eGlbg42Le7t
와 미쳤다 그냥 미쳤어 ... 왜 추천을 못늘러..왜....
이름없음 2020/12/29 10:58:49 ID : u04L9g6pdXt
데이터라 맨날 아이디가 바뀌지만 항상 잘 챙겨 보는 중이야 ㅜㅜ 오늘도 잘 봤어 ! 천천히 풀어도 좋으니까 언제든 풀어줘 ;)
이름없음 2020/12/29 11:28:07 ID : yE2so41CnO4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12/31 01:12:48 ID : q4Y08ksqpdT
스레주야 하나만 묻자 너 정말로 그년을 만난게 맞아? 정말로? 이 이야기 전부 진짜야? 비난같은 목적이 아니야 확실한 대답이 필요해
이름없음 2020/12/31 01:15:08 ID : u5TTQre0ljy
????? 헉 뭐야 나 무서움 윗레스 뭐야...
이름없음 2020/12/31 01:16:24 ID : q4Y08ksqpdT
궁금해? 내가 왜이러는지?
이름없음 2020/12/31 01:17:07 ID : u5TTQre0ljy
으응... 혹시 너도 스레주랑 같은 경험한 거야????
이름없음 2020/12/31 01:18:06 ID : q4Y08ksqpdT
음...경험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데 비슷한 일을 겪은적이 몇번 있지
이름없음 2020/12/31 01:18:50 ID : u5TTQre0ljy
헐 네 얘기도 듣고 싶다...
이름없음 2020/12/31 01:19:17 ID : q4Y08ksqpdT
,
이름없음 2020/12/31 01:20:20 ID : s8nU0k7e3Qr
억으로 옫인다
이름없음 2020/12/31 01:20:27 ID : MlwpXAqo7ta
저 년이 누군데? 마담? 누구 말하는 거 아 엘베 여자 말하는 거임?
이름없음 2020/12/31 01:20:47 ID : q4Y08ksqpdT
맏춤법 오진다
이름없음 2020/12/31 01:21:21 ID : s8nU0k7e3Qr
개인스레 파주라. 여긴 스레주가 얘기 진행하는 곳인데 유사내용으로 쓰면 다른 레더들한테 혼란스러울수도 있고 좀 불편할 듯
이름없음 2020/12/31 01:21:31 ID : q4Y08ksqpdT
엘레베이터에 서있었다는 년말이야 다음번에 보면 그 두개골을 짓뭉개 버리는게 좋을 것 같네
이름없음 2020/12/31 01:22:13 ID : q4Y08ksqpdT
미안해 오늘 2시가 넘어가기전에 내가 한 모든 이야기는 지워둘게
이름없음 2020/12/31 01:23:27 ID : MlwpXAqo7ta
474번 말이 맞는 것 같아 니 얘기도 듣고 싶은데 여기서 하면 혼란올 것 같으니까 다른 스레 파서 얘기해주면 안 됨? 겁나 궁금혀
이름없음 2020/12/31 01:24:00 ID : u5TTQre0ljy
다른 스레 파주라!! 궁금해...
이름없음 2020/12/31 01:24:07 ID : s8nU0k7e3Qr
새로 파면 볼 의향 있음
이름없음 2020/12/31 01:25:05 ID : q4Y08ksqpdT
그러면 내가 제목 'ㅇ'으로 하고 스레 팔테니깐 그쪽으로 와
이름없음 2020/12/31 01:26:08 ID : MlwpXAqo7ta
근데 진짜 다른 세계로 가는 엘베 그런 거 있나 보네 엘베에서 안내원?같은?여자 만났다고들 하는 거보면
이름없음 2020/12/31 13:06:23 ID : xRvhdV89AnW
일어나니까 스레가 많이 달려 있어서 읽어 봤는데 정말 신기하다 그 여자는 곧 이야기가 풀리겠지만 나는 그 여자의 매뉴얼대로 움직인 편이라 길을 안내받은 기억밖에 없어 온갖 것들을 쫓아내 줬으니까 고맙다고 해야 하는 편이 맞겠지 굉장히 좋은 기억이었어
이름없음 2020/12/31 13:15:43 ID : xRvhdV89AnW
그 남자랑 계속 지내다 보니까 현실 감각이 점점 흐려졌어 바깥이 어떤지도 모르고 있었고 남자가 만들어 내는 듯한 동물을 다루는 법만 늘어 갔지 그러다 어느 날 남자가 잠시 처소를 비워야 했던 날 늑대와 흰 개를 남겨두고 삼 일 안에 올 것이니 이 처소 밖을 떠나지 말라고 했었어 어딜 가시냐는 물음에 남자는 어떤 사람의 기일이라고만 답해 버려서 내가 뭘 더 물어볼 수도 없는 상황이었지 남자는 내가 꽤 걱정되는지 자꾸만 나를 쳐다보면서 절대 나가지 말라는 말만 반복했어
이름없음 2020/12/31 17:14:46 ID : g6jinO9wIK0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12/31 23:52:39 ID : xRvhdV89AnW
두 번째 날까지 괜찮았어 밥이야 늘 하인들이 먹는 곳은 정해져 있었고 나처럼 숙소 안에 붙어 있는 처소에 사는 하인들은 직접 밥을 가져다 주는 식이었거든 다행히 단이를 포함한 나랑 같이 지낸 사람들이나 마담의 얼굴은 일그러져 보이지 않았어 나한테 밥을 가져다주는 시중들도 똑같았지 그냥 조금 지루한 일상이었어
이름없음 2020/12/31 23:53:29 ID : xRvhdV89AnW
이야기는 세 번째 날부터 꼬여 내일이면 남자가 돌아오는 날이었고 긴장감이 조금씩 느슨해지던 그때 매일매일 열리는 행렬 같은 불빛들이랑 소음들 때문에 아무도 없는 방에서 주제 넘게 외로워하고 있던 게 화근이었던 셈이지
이름없음 2020/12/31 23:55:51 ID : xRvhdV89AnW
저녁 즈음에 해가 지고 또 캄캄해지길 반복했는데 그때 웬일인지 처소 밖도 조금씩 시끄러워지고 불이 꺼지질 않더라고 소등 시간이었는데 말이야 사실 시간이랄 개념도 없었지만 시끄러워진 곳의 활기찬 대화 소리가 들리니까 뭐에 정멀 홀리기라도 한 건지 너무 나가고 싶었어
이름없음 2020/12/31 23:58:59 ID : xRvhdV89AnW
그러다 밖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어 그 소리가 들리자마자 내 방에 있던 동물들이 이빨을 드러내면서 계속 경계했어 그렇게 위협적으로 굴 줄 몰라서 내가 더 당황해서 얼어붙어 있었는데 내가 모시는 나으리의 끝방 처소 문이 열리고 이쪽으로 오는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어
이름없음 2021/01/01 00:42:44 ID : MlwpXAqo7ta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1/01/01 00:48:03 ID : wNs8kk8qlu3
ㅂㄱㅇㅇ! 레주 새해 복 많이 받아!
이름없음 2021/01/01 01:05:01 ID : fRAY7bzUZjz
나 스레주야 너희들도 새해 복 많이 받아! 늘 행복한 일만 있길 바랄 수는 없지만 삶이 지치고 고될 때도 있지만 나를 살게 해 준 여기서의 경험처럼 너희에게도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길 빌게
이름없음 2021/01/01 01:11:08 ID : DuoMpdSLbxA
해피유희열!!
이름없음 2021/01/01 02:20:27 ID : g6jinO9wIK0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1/01/01 09:42:27 ID : g45e7vyMpht
ㅂㄱㅇㅇ!해피 뉴 이얼!
이름없음 2021/01/03 22:04:05 ID : fbxwnvjy2JO
기다리고 있어 스레주!!
이름없음 2021/01/04 21:39:09 ID : g45e7vyMpht
기다리고 있어!
이름없음 2021/01/05 00:20:04 ID : DuoMpdSLbxA
언제와 레쥬 ㅠㅠㅠㅠ
이름없음 2021/01/05 01:45:06 ID : 3DtcoMpffhz
스레주 언제와?? 기다리고잇을게....
이름없음 2021/01/05 15:01:07 ID : vyE8qo43QpW
레주 ! 오늘도 기다리는 중이야 언제든 좋으니까 결말은 꼭 보고싶다 ㅜㅜ 복 많이 받아 !
이름없음 2021/01/06 22:16:55 ID : y5fe40qY63U
스레주를 기다리눈 즁 춍총
이름없음 2021/01/09 06:08:59 ID : xRvhdV89AnW
새해는 잘 보내고 있니? 연초라 일이 너무 많아서 들어올 겨를이 없었네 미안해 한 사흘 안 들어온 줄 알았는데 일주일이나 지나 있을 줄이야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른다 자기 전까지 틈틈이 써 놓고 일어나서 또 써 놓을게 기다려 줘서 고마워
이름없음 2021/01/09 06:13:50 ID : MlwpXAqo7ta
스레주 잘 왔어! 보고싶었엉
이름없음 2021/01/11 13:12:12 ID : pVfglvbikpO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로맨틱 판타지랑 섞어서 각색한것 같음
이름없음 2021/01/12 02:55:06 ID : xRvhdV89AnW
발소리가 점점 내 처소 앞까지 가까워지고 있는데 몸이 굳는다는 표현이 정확하더라고 멀리서 불빛은 들어오는데 끝방 나으리의 처소는 온통 불이 꺼져 있고 내 방에 있던 흰 개랑 늑대는 계속 으르렁거렸어 그러다 발걸음이 내 처소 앞에서 뚝 멈추고 실루엣이 보이는데 아담한 여자 체구의 장발이었지
이름없음 2021/01/12 02:56:39 ID : xRvhdV89AnW
그 문 앞에서 들어오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던 그림자가 나를 유채야! 하고 불렀어 단이 목소리였고 굉장히 반가운 목소리여서 순간 긴장을 놔 버렸지 짐승들이 경계하는 이유야 빈 집에 모르는 사람이 찾아온 거랑 비슷한 이치라고 느껴서 계속 달래는데 컹컹거리면서 짖는 소리는 멈출 수가 없었어
이름없음 2021/01/12 02:58:36 ID : xRvhdV89AnW
- 유채야! 들어가도 돼? 아님 네가 나올래? 지금 아이들끼리 모여서 축제 행렬을 구경하고 있어! 격앙됐다고 말할 정도로 들뜬 목소리로 단이는 나를 자꾸 불렀어 내 이름을 잊어버리지 않으려는 사람처럼 너무 들뜬 목소리로 자꾸 나를 유채라고 불렀지 뭔가 이질감이 느껴졌지만 실루엣부터 그림자에 비친 체구와 목소리까지 전부 그건 단이가 맞았어
이름없음 2021/01/12 03:03:44 ID : xRvhdV89AnW
정말 밖은 처음 내가 홀렸던 불빛들이 이어진 것처럼 반짝거렸고 나는 그 복작거리는 행렬 속에 휩쓸리고 싶다는 강한 충동이 들었어 뭐에 홀린 것 같았댔잖아 누구라도 사람을 만나고 싶었어 외롭다는 느낌이 그렇게 강하게 든 건 오랜만이었지 근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동물들을 두고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절대 나가지 말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으니까 그냥 계속 거절만 했는데 단이는 갈 생각이 없어 보이더라고
이름없음 2021/01/12 03:16:06 ID : bfVbDtfO1dz
뭐지 나만 알람 떴는데 레스가 안보이나... 지금은 못가 이렇게 말해도 단이는 어딘... 라고 알람 왔었는데
이름없음 2021/01/12 03:18:17 ID : xRvhdV89AnW
곤란했어 단이는 계속 문 바로 앞에 서서 유채야 유채야 너도 내가 보고 싶잖아 너도 우리가 보고 싶잖아 하고 계속 불렀고 그 당시에는 개랑 늑대가 짖는 걸 달래느라 바빴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단이가 문을 열 법도 했는 상황이었는데 말이야 그치만 단이도 안에서 나는 날짐승 짖는 소리를 들었으니까 못 들어오겠거니 생각하고 있었어
이름없음 2021/01/12 03:18:49 ID : xRvhdV89AnW
한 레스 더 썼는데 오류 때문인지 안 달리더라고 지금 밑에 이어서 썼어
이름없음 2021/01/12 03:21:10 ID : xRvhdV89AnW
단이가 자꾸만 나를 재촉하고 축제 행렬 덕분에 가슴이 이상하게 뛰는데 개와 늑대가 짖는 소리가 점점 더 맹렬해지니까 심박수마저 뒤죽박죽 엉켜 버릴 것 같았어 그렇게 강렬한 긴장감은 흔하지 않았고 나는 마음이 다급해져서 단아 곧 나갈 테니까 제발 가 있어! 하고 말했는데 단이는 나 지금 들어가도 돼? 나 지금 들어갈게? 나 지금 들어간다? 나 지금 가? 나 지금 들어간다고 허락해 줘 유채야 하고 계속 미친 사람처럼
이름없음 2021/01/12 03:23:09 ID : xRvhdV89AnW
이름이 뒤죽박죽 섞였구나... 쓰면서도 정신이 없네 혹시라도 혼선이 있을까 봐 적어 둘게 내가 거기서 불렸던 이름: 유채 나와 같이 들어온 친구 이름: 단
이름없음 2021/01/12 03:29:57 ID : xRvhdV89AnW
근데 이 방에 단이를 들이면 안 된다는 이상한 불안감에 나는 단이야 내가 나갈게 내가 나갈게 하면서 급하게 일어났는데 밤마다 같이 잔다던 그 흰 개가 내 옷깃을 물면서 자꾸 그 낑낑 앓는 소리 있잖아 그런 소리를 자꾸 냈어 개도 그렇고 늑대도 개과라 정말 불쌍한 소리로 낑낑 앓는데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막는 것 같은 거야 그래서 기분이 너무 이상했지만 그때는 뭘 오래 느끼고 있을 겨를이 없었어 잠깐 나가서 거절하고 온다고 말도 안 통하는 큰 짐승들을 어르고 달래서 겨우겨우 문을 열었는데 복도가 고요했어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그냥 고요하고 저 밖에서 시끌시끌한 소리만 미세하게 가까워져 있었지
이름없음 2021/01/12 03:34:32 ID : xRvhdV89AnW
당황해서 문을 닫고 복도를 둘러보는데 복도 끝에서 발소리와 함께 단이 목소리가 들렸어 유채야 같이 가자~ 하고 또 해맑게 웃는 소리를 따라서 나도 모르게 달리면서 단아 나 못 가! 하고 뛰었지만 단이는 그걸 못 들은 건지 무시하는 건지 재밌는 구경이 많아! 하고 또 한참을 웃었어 그렇게 단이 발소리가 불이 드문드문 켜져 있는 복도로 향하는데 여기까지 온 거 그냥 잠깐 구경이나 하고 오자 싶은 충동이 일었어
이름없음 2021/01/12 04:18:06 ID : xRvhdV89AnW
어딜 그렇게 가니 하면서 그 끝방 처소 복도를 나가는 순간 몸이 확 떨어지는 느낌과 함께 웃음 소리가 계속 멀어지고 뭔가 철렁하는 느낌이 들었을 땐 난 이미 성 밖으로 나와 있었어 축제 행렬이 이어지는 거리에 내가 혼자 인파 속에 섞여서 우뚝 서 있었지 그 중간 과정은 기억이 안 나지만 말이야
이름없음 2021/01/12 05:32:32 ID : xRvhdV89AnW
정말 화려했어 내가 처음 이 성으로 왔을 때랑은 비교조차 안 될 정도로 벽은 웅장하고 건물은 광활하고 사람들은 모두 술에 취해 있거나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얼굴에는 가면 같은 탈을 쓰고 있는 사람들이 행렬의 선봉이었어 모든 게 반짝거리고 화려했고 등들이 이곳저곳 매달려 있는데 그렇게 벅찬 기쁨은 처음이었을 거야
이름없음 2021/01/12 05:55:42 ID : yNxTRA3U7yY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1/01/12 06:04:27 ID : xRvhdV89AnW
여기저기 구경하면서 행렬을 지켜보다 문득 단이 생각이 나니까 그제야 조금 이상해지더라고 아까 문앞에서 나를 부른 게 단이가 맞기는 맞나 싶었지만 나는 왜인지 이상한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어 감각이 아기로 돌아가 버린 것 같은 느낌
이름없음 2021/01/12 06:08:05 ID : xRvhdV89AnW
그냥 적당히 자란 시기의 아기들 있잖아 작고 어리숙하고 아무것도 몰라서 남을 의심할 여지도 기력도 그럴 머리도 없어서 다 들켜 버리는 미성숙한 아기들 딱 그 표현이 맞았어 뭔가에 홀린 거지 그래서 평소 같았으면 께름칙했을 행렬을 너무 구경 나오고 싶었고 사람 사이에 부대껴 있는 게 좋았고 단이가 왔을 때 기뻤던 거야 절대 처소 밖을 나가지 말라는 당부를 무시하고 나올 만큼 감각은 어려지고 생각은 흐릿해져 있었지
이름없음 2021/01/12 06:12:34 ID : xRvhdV89AnW
행렬을 따라 성 곳곳을 걸었는데 조금 더 걷다 보니까 본궁 근처 거리에 유독 사람들이 많았어 부스라고 하기는 좀 그렇고 노점상들이 진을 치고 있었고 술을 파는 가게들이 모여 있었어 거리에서 유통되는 술에는 아니 정확하면 그 술병에는 다 빨간색의 알 수 없는 문양이 새겨져 있었는데 거기서 달짝지근한 냄새가 엄청나게 났었지 향이 풋과일 같기도 했고 엄청 산뜻한 꽃 같기도 했는데 새콤한 느낌보다는 산뜻한 엄청 신선한 살아 있는 것들의 냄새가 났어
이름없음 2021/01/12 06:17:06 ID : xRvhdV89AnW
원래 성벽 내부를 처음 봤을 때는 모든 건물이 본궁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는데 이렇게 보니까 정말 마을 같았어 민가와 상점들이 즐비한 곳에 우뚝 솟아 있는 건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지 분명 잠깐 구경만 하려고 했었던 것 같은데 점점 술을 파는 거리로 계속 걸음을 옮기면서 이것저것 구경했었어 돌아가고 싶지 않았고 단이를 찾아야겠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처음 보는 것들이 가득했거든
이름없음 2021/01/12 11:48:57 ID : txRBe7By7ze
보고있어!
이름없음 2021/01/12 13:28:54 ID : eGlbg42Le7t
ㅂㄱㅇㅇ
스레주야사랑해 2021/01/12 15:15:53 ID : AmJTQslyE3v
와 진짜 스레주 미쳤다 이게 주작이여도 난 상관없어 너무 오져 나 너무 설레서 미칠거같아 ㅠㅠ 이거 지브리에서 만들어주면 소원이 없을듯
이름없음 2021/01/12 18:05:10 ID : nQspbyJU1Cm
이건 주작이고 진짜고 다 떠나서 스토리와 스레주 필력이 대박이야 너무 재밌어 꼭 완결까지 보고싶다 제발 중간에 끝나지만 말길ㅜㅜ
이름없음 2021/01/12 19:24:46 ID : q4Y08ksqpdT
일본쪽에서 이런 스토리로 영화 만들면 대박날듯 지브리라면 더 좋고
이름없음 2021/01/12 20:52:17 ID : a5U0oIHDwIG
나만 설레는 거 아니지 귀빈 나으리 외모가 훤칠하고 키도 190 정도라고 했을 때 섭남이 아니라 남주인 걸 눈치챘어야 했는데.. 나으리 제발 우리 스레주 구해주세요ㅠㅠㅠ
이름없음 2021/01/13 02:39:14 ID : xRvhdV89AnW
깊숙한 골목길로 자꾸만 들어갔어 자꾸만 더 깊숙한 골목길로 정체를 모를 탈을 쓴 사람들이 취해서 나오는 골목에서는 달큰하고 발길을 멈춰 세우는 그런 향이 나고 있었지 그 거리는 음습하고 더러워 보였는데 왁자지껄한 술집이 쭉 늘어서 있고 사창가처럼 헐벗은 사람들이 깔깔거리면서 떠들고 있었지 나는 어두운 분위기에 기가 죽어 피해 다니면서도 눈치를 보지 않고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을 계속 헤맸어 그 향을 맡으면 맡을수록 자꾸 갈증이 느껴져서 나중에는 목을 감싸 쥐고 헥헥거려야 했지 오감이 예민해지는 그 이상한 기분이 내내 지속되고 있었어
이름없음 2021/01/13 02:47:21 ID : yNxTRA3U7yY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1/01/13 03:23:02 ID : xRvhdV89AnW
몇몇 사람들이 정체 모를 탈을 쓰고 있었댔잖아 자세히 보니 까만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만 그 탈을 쓰고 있더라고 그런 사람들은 인파 곳곳에 퍼져 있고 축제 행렬은 까만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만 가득했어 누가 어떤 경위로 그 옷을 입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골목길은 좁고 구불구불하게 나 있었는데 다른 골목으로 가는 길 끝에 체구가 아담한 사람이 까만 옷을 입고 동물 탈을 쓰고 있었어
이름없음 2021/01/13 03:27:00 ID : k4E4K1CnPg3
헐. 나 실시간 처음봐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1/01/13 03:52:58 ID : xRvhdV89AnW
순간 소리가 웅성거리면서 멀어지고 인적이 드물고 캄캄한 골목길 사이에 덩그러니 서 있던 사람만이 시야에 들어왔어 가면은 여우인지 호랑이인지 하얀 짐승이 형상화된 탈이었는데 미동도 없이 한 손엔 하얀 술병과 술잔을 들고 이쪽를 응시하고 있었지 시간이 멈추는 것 같았어 탈이 너무 커서 머리카락이나 얼굴 뒤편이 전혀 보이지 않았고 술병을 든 손에도 까만 장갑을 끼고 있어서 더 음산해 보였어
이름없음 2021/01/13 03:58:58 ID : xRvhdV89AnW
내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그렇게 왁자지껄한 거리 뒤편에 미동도 없이 서 있는 사람의 정체에 위협을 느꼈을 때쯤에는 이미 술에서 나는 향 때문에 그 사람이 건네는 술잔을 받고 있었고 여전히 목은 타들어갈 것 같았지
이름없음 2021/01/13 04:01:57 ID : xRvhdV89AnW
솔직히 술을 마시려고 했어 술잔에 투명한 술이 채워지는 것만 계속 응시하다가 홀린 듯이 거기까지 가서 그 술을 마시려고 했어 그 하얀 술병에만 빨간 문양이 없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는데도 그걸 마시려고 했는데 그 사람이 술잔을 들고 있는 내 손을 잡고 말했지 정말 마실 거야?
이름없음 2021/01/13 04:13:14 ID : xRvhdV89AnW
이 거리를 걸으면서 느꼈던 몽롱한 위화감과 단이의 실루엣 술병과 이 여우탈 너머에 있는 사람에게서 느껴졌던 낯선 이질감이 단번에 제자리를 찾는 느낌이었어 그 사람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어 돌이킬 수 없을 거야 이상한 건 이 사람이 했던 말은 또렷하게 기억이 나지만 이 사람의 목소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안 난다는 거야 남자 목소리가 났는지 여자 목소리가 났는지 아이 목소리가 났는지 노파의 목소리가 났는지 아무것도
이름없음 2021/01/13 06:21:43 ID : h9dzPjz9bgZ
오랜만에 정말 귀한 레스를 발견한거같아,, 꼭 끝까지 풀어주라! 너무 궁금하고 기대돼
이름없음 2021/01/13 07:00:02 ID : xRvhdV89AnW
하지만 괴리감과 함께 갈증은 점점 더 심해졌어 그 사람은 내가 그 술을 마실지 말지 고민하는 걸 알아차리고 손을 거뒀지 지금 이걸 안 마시면 죽겠다 싶었지만 그 술을 마시면 영영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았어 그 행렬을 뒤쫓았을 때부터 다시 여기로 돌아오는 건 상상할 수조차 없었고 성에서 지낼 수 있다고 했을 때 기뻤던 게 우스워질 만큼 고민이 많이 됐지 정말 목이 타 버릴 것 같았어
이름없음 2021/01/13 07:03:22 ID : xRvhdV89AnW
술을 마셔도 될까 나는 지난번 마담의 수하들이 준 술을 마시고 얻게 된 기억들이 아직도 밤잠을 설칠 정도로 끔찍했는데 이 술을 마시면 어떻게 되는 걸까 정말 술을 마셔도 될까 그 여자가 다시 나타날까 아기 무덤을 입에 가지고 다니는 그 여자가 또 나를 쫓아올까 그런 생각과 목이 타는 듯한 갈증 때문에 손이 부들부들 떨렸지 이성과 본능이 정말 비등하게 대립하고 있었어
이름없음 2021/01/13 07:16:05 ID : xRvhdV89AnW
1초가 정말 길게 느껴졌어 사람들이 왜 약에 중독됐을 때 금단 현상을 겪는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고작 갈등인데도 목소리도 안 나올 정도로 목이 말랐어 결국 그 술잔을 천천히 입으로 가져가는 순간까지도 그 탈을 쓴 사람은 아까랑 똑같은 자세로 내 쪽을 응시하고 있었어
이름없음 2021/01/13 07:30:19 ID : k4E4K1CnPg3
보고 있어
이름없음 2021/01/13 07:40:40 ID : xRvhdV89AnW
어차피 마신다고 죽기야 하겠어 죽어도 이 안일 텐데 뭐 어쩌겠어 그 생각이 들고부터는 거리낄 게 없었지 향이 정말 깊고 달게 느껴지던 그 술이 입술에 닿는 순간 누군가 내 손을 확 치는 바람에 술잔이 그대로 바닥에 나동그라졌어 안 돼!! 하고 날카롭게 소리를 지르는 목소리를 듣자마자 갈증이 사라져 버렸지
이름없음 2021/01/13 07:49:07 ID : xRvhdV89AnW
마담이 험악한 얼굴로 내 팔을 붙잡고 서서 숨을 고르고 있었어 멀리서부터 뛰어 온 것 같았고 표정은 굉장히 화가 나 있었지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입만 뻐끔거리면서 마담의 뒤를 따라 온 단이와 몇몇 아이들을 번갈아 쳐다보다 마담의 다음 말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어
이름없음 2021/01/13 08:37:36 ID : u5TTQre0ljy
헉... 다행이다
이름없음 2021/01/13 08:46:42 ID : a5U0oIHDwIG
피곤할텐데 아침까지 썰 풀어줘서 고마워 스레주
이름없음 2021/01/13 09:39:32 ID : 1coE2srxWo5
와... 와 미쳤다 몰입력이랑 레주 필력이랑 내용이랑 전부 미쳤어 나 진짜 숨도 안쉬고 후다닥 읽은것같아...
이름없음 2021/01/13 12:10:51 ID : veE8lCqpcFj
나 스레딕 오늘 첨 봤는데 맨처음에 읽은게 이거야.. 나 계속 이것만 읽었어 여기 글들 다 이렇게 재밌어?? 진짜 너무 글을 잘쓰는거 같아 얼른 다음내용 보고싶다ㅠㅠ
이름없음 2021/01/13 12:16:15 ID : mK2HzSLe2K5
래주 너무 재밌다..... 필력최고야...
이름없음 2021/01/13 16:24:30 ID : mpRDAqmIE9w
레주 자고있어..?? 천천히 풀어줘도 돼! 기다리고있을게
이름없음 2021/01/13 16:30:07 ID : a5U0oIHDwIG
아니 아쉽지만 스레주 글이 특히나 재밌는거야ㅠㅠ 개인적으로 스레주 경험스레 끝나고 소설 같은거 하나 적어줬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본 글중에 필력 최고야 스레주 짱..
이름없음 2021/01/13 18:39:49 ID : xRvhdV89AnW
마담은 이윽고 나한테 화를 내기 시작했어 네가 제정신이야? 네가 여가 왜 나와 있어? 네가 방금 뭘 마시려고 했는지는 알아? 하고 귀 따갑게 울리는 소리에 전 그저 술을 마시려고 했다고 술잔이 쏟아진 바닥을 바라봤는데 피처럼 검붉은 액체가 흥건했어 아깐 투명하고 잘 익은 과일처럼 달큰한 향이 나는 술이었는데 말이야 입술에 아직 남아 뚝뚝 떨어지는 것들을 손으로 문질러 보니까 정말 새빨간 혈흔이었는지 역한 비린내가 코끝을 스치는데 나는 그대로 고개를 돌려 구역질을 할 수밖에 없었지
이름없음 2021/01/13 18:40:47 ID : u5TTQre0ljy
헐....
이름없음 2021/01/13 19:03:20 ID : xRvhdV89AnW
정말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어 마담은 화가 난 걸음으로 성큼성큼 여우 탈을 쓴 사람에게 다가가 그 탈을 확 벗겼는데 무슨 만화 효과처럼 그 사람이 그 탈 뒤에 있는 얼굴을 드러내기 직전에 흔적도 없이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어 옷가지랑 탈은 그대로 남기고 정체 모를 술병과 그 뒤에 있던 사람만 사라져 버렸지 그쯤되면 나한테 일어나는 일들이 문득 서럽게 느껴졌어
이름없음 2021/01/13 19:13:48 ID : xRvhdV89AnW
마담은 욕을 이죽이면서 탈을 집어던지다 내 입술에 번져 있는 그 술을 보고 어깨를 붙들면서 마셨어? 아니지? 하고 물어보는데 아니라고 하고 싶었지만 구역질을 한참 해 버려서 말할 상황도 아니었거니와 말이 나오지도 않았어 그냥 놀란 얼굴로 계속 굳어 있었지 아니지? 저거 안 마셨지? 똑바로 말하거라 하면서 마담은 내 어깨를 아플 정도로 꽉 쥐고 흔드는데 서러운 거랑은 별개로 속이 천천히 뒤집히는 느낌에 시야가 흐릿해졌지
이름없음 2021/01/13 19:20:57 ID : a5U0oIHDwIG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1/01/13 20:12:55 ID : xRvhdV89AnW
눈물인지 뭔지 눈에서 뭔가가 흐르는데 그게 피였던 것 같아 눈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면서 코 입 귀까지 구멍이라는 구멍에서는 전부 피가 새어 나왔어 아픔을 느낄 수도 그럴 겨를도 없이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이어서 대처를 할 수도 없었지 이대로 죽는 게 아니라 사라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
이름없음 2021/01/13 20:18:22 ID : a5U0oIHDwIG
헐 마신거였어?!
이름없음 2021/01/13 22:11:00 ID : Vf9fWo2FfSM
살짝 닿았다고 했는데 그것만으로도 저렇게 된건가,,?ㅠㅠ
이름없음 2021/01/13 22:14:52 ID : bfVbDtfO1dz
마담 초기에는 좋은 사람인가 싶었는데 마담네 아이들이 인형처럼 변한거 보면 마담이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고... 이젠 잘 모르겠다... 뭐하는 사람일까
이름없음 2021/01/13 23:49:40 ID : k2qY3vcoK1x
마담이 술잔을 쳐서 떨어뜨리기 직전에 혀에 두어 방울 닿은 정체 모를 술 때문에 이렇게까지 일이 커져 버린 거야 두려움이나 절망감을 느낄 새도 없이 그냥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았는데 계속 입이랑 코에서 피를 토했어 입고 나온 잠옷이 다 흥건해질 정도로 마담이 내 어깨를 붙잡고 당황한 얼굴로 계속 숨을 쉬라고 말했지만 호흡부터 비틀어진 건 뭐 어떻게 손을 쓸 방도가 없었어
이름없음 2021/01/13 23:53:55 ID : k2qY3vcoK1x
계속 죽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사람이 참 간사한 게 막상 정말 죽겠다는 생각이 드니까 너무 무섭더라고 그래서 숨도 제대로 안 내쉬어졌는데 누가 뒤에서 손으로 내 눈을 확 덮는 게 느껴졌어 익숙한 목소리였지 베일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던 얼굴 때문에 더 쉽게 외울 수밖에 없는 너무 익숙한 목소리였어 어르신은 조금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어 - 아직은 안 돼.
이름없음 2021/01/14 00:05:23 ID : xRvhdV89AnW
그 말과 함께 멈출 줄 모르던 피가 뚝 멈춰 버렸어 제멋대로던 호흡도 다시 돌아오고 말도 안 되는 상황들도 제자리를 찾았지만 내 눈을 덮고 있던 어르신의 손이 거둬지지 않았어 아직은 안 된다는 말을 듣고 내내 신경이 곤두서 있었어 처음 어르신을 봤을 때의 위압감이 다시 돌아온 느낌 그냥 오싹했어 그 사람이라면 나를 언제든 그런 상태로 만들 수 있겠구나 싶어서 차라리 거기서 기절을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이름없음 2021/01/14 00:11:17 ID : aty7s8pe7um
레주는 성인이라 술 마실 수 있는데 ㅎㅎ 어르신 똥몽총이😂
이름없음 2021/01/14 00:19:42 ID : xRvhdV89AnW
어르신은 내 어깨를 붙들고 나를 일으켰는데 일으킨 뒤에도 내 눈을 가린 손은 떨어지지가 않았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도 내 어깨를 잡고 조심조심 걸음을 옮기는 어르신을 따라 나도 계속 더듬더듬 왔던 길을 되짚어야 했어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거리를 지나고 지나서 삐걱거리는 나무 계단을 지나고 긴 복도를 굽이굽이 지나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을 때 내 놈이 확 앞으로 기우는 느낌과 함께 내 시야를 가리고 있던 손이 멀어지고 불이 켜진 남자의 처소가 눈에 들어왔지
이름없음 2021/01/14 00:20:01 ID : a5U0oIHDwIG
아직은이라뇨 어르신 처음에 참 좋게 봤는데 말이야🤦‍♀️
이름없음 2021/01/14 00:20:20 ID : eGlbg42Le7t
보고있어 ㅜㅜ 어르신 너무 좋다,,ㅎ
이름없음 2021/01/14 00:23:43 ID : a5U0oIHDwIG
여기서 이런 말이 맞는지 모르겠는데 난 귀빈남자,, 스윗 그 자체ㅜ
이름없음 2021/01/14 00:25:27 ID : xRvhdV89AnW
다시 문 쪽으로 시야를 돌렸을 때 보인 건 내 몸을 자기 뒤로 보호하듯이 숨기고 어르신을 가로막고 있던 남자와 베일을 벗은 어르신이었어 둘의 키는 비슷했더거나 내가 모시는 남자가 조금 더 컸던 정도일 거야 체구 자체는 남자가 더 커 보였지만 어르신의 구부정한 자세만 보다 실제로 베일을 벗은 모습을 보니 둘의 키는 그렇게 많이 차이가 나는 정도는 아니었어 새하얀 백발이 흐트러져 있는 어르신의 얼굴이 반쯤 보였는데 어르신의 눈동자는 옅은 잿빛이라 어르신의 머리처럼 새하얗게 빛나는 것처럼 보였어 어르신이 서 있는 문앞을 가로막고 미동도 없이 서 있던 남자가 내 손을 꽉 붙들고 있었는데 그 남자는 화가 굉장히 많이 나 있는 것처럼 보였어
이름없음 2021/01/14 00:27:11 ID : a5U0oIHDwIG
역시 귀빈남자 믿었습니다
이름없음 2021/01/14 00:28:11 ID : twHB84IJWkp
최고의 전개다ㅋㅋ
이름없음 2021/01/14 00:36:08 ID : xRvhdV89AnW
- 내 시중을 데리고 무슨 짓을 했어? - 내 성을 떠도는 주제에 썩 무례하구나. - 무슨 짓을 했냐니까. - 궁금해? 맞혀 볼래? - 이 애는 살아 있는 애야! 남자는 화가 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는데 텅 빈 복도에 남자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고 대화는 대개 저런 식이었어 남자는 어르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고 보여지는 걸로는 어르신이 남자의 윗사람쯤 되는 위치였지만 그 남자의 태도를 크게 개의치 않아 하는 것처럼 보였지 태도를 지적하는 것도 반질반질하게 웃는 낯으로 했으니까 그냥 남자를 재밌어하는 것처럼 보였어 자꾸 빙빙 도는 대화에 화가 난 건지 그 남자는 당장이라도 어르신을 죽이겠다고 달려들 것 같았어
이름없음 2021/01/14 00:38:23 ID : a5U0oIHDwIG
아니 귀빈남자 어디까지 스윗할건데 얼마나 더 멋질거냐고.. 이거 분명 괴담인데 미춰버리겠다
이름없음 2021/01/14 00:45:42 ID : xRvhdV89AnW
나는 뭐라고 상황을 정리해야 할지 몰라서 불안한 표정으로 남자랑 어르신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는데 내 옷깃이 잡아당겨지는 느낌이 계속 들었어 뒤를 돌아보니 내가 아까 나갈 때 방에 두고 나왔던 개와 늑대가 내 옷깃을 쭉 당기면서 안으로 끌어들이려고 하고 있었지 그뿐만이 아니었어 어르신의 처소에 있던 온갖 동물들이 다 문쪽으로 모여들어선 위협적인 소리를 낼 것처럼 그르릉거리고 있었어 이 방에서 어르신을 경계하지 않는 것들은 없었지
이름없음 2021/01/14 00:54:48 ID : xRvhdV89AnW
- 가짜 주제에 주인이라는 인식은 있나 보지. - 내 것에 손 대지 마. 경고하는 거야. - 나도 경고 하나 하지. 살아 있는 것들은 네 생각보다 약하다는 걸 명심해. 오늘도 자네와의 약속을 보란 듯이 어겼잖아. 이 대화는 토씨 하나 안 틀릴 정도로 전부 정확하지는 않지만 내용은 정확히 기억나 어르신이 남자의 짐승들과 미물들을 가짜라고 칭하던 것도 남자가 나를 자신의 것이라고 부르던 것도 그냥 모두 두려운 상황이었어 어르신은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계속 웃고 있다가 그 뒤에 있는 나를 슬쩍 바라보면서 표정을 굳히고 말했지 그리고 여기엔 내 것만 있어. 하고
이름없음 2021/01/14 01:06:14 ID : a5U0oIHDwIG
ㅂㄱㅇㅇ! 자야하는데 너무 재밌어..
이름없음 2021/01/14 01:26:06 ID : bfVbDtfO1dz
아 씁 근데 로판으로 치면 보통 남주는 어르신이 맡던데
이름없음 2021/01/14 01:47:07 ID : eNBAlyKZijg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1/01/14 02:46:09 ID : Vf9fWo2FfSM
계속 틈틈히 들어와서 써주는가보네,, 고마워 항상 흥미롭게 잘 보고있어
이름없음 2021/01/14 11:21:18 ID : xRvhdV89AnW
어르신이 복도를 떠나기도 전에 겹겹이 열려 있던 문이 쾅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닫혔어 남자는 분하다는 표정으로 닫힌 문 너머를 바라보다 피투성이가 된 내 얼굴을 보면서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어 옷은 더러워져 있었고 얼굴은 피가 말라붙어 있어 말이 아니었겠지 남자는 불만스럽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다 방에서 다른 시종들을 호출하는 종을 연신 울렸어
이름없음 2021/01/14 11:29:12 ID : Ru7dPbeMi1b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1/01/14 11:46:33 ID : MlzO3vhcFfP
레주 일부러 소설식으로 쓰는거지?
이름없음 2021/01/14 11:50:15 ID : xRvhdV89AnW
급하게 들어온 몇몇 시종들에게 나를 데려가서 씻기고 옷을 갈아입히라고 말했지 그런 건 내가 할 수 있다고 하려고 했지만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어지러울 타이밍이라는 건 어떻게 알았는지 고분고분해질 수밖에 없었어 자정을 넘긴 시간에 욕조에 들어가서 한참 목욕을 하고 깨끗한 새 옷으로 갈아입고 나오는 것도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목욕을 하고 옷을 입는 걸 누군가가 도와주고 있다는 것도 어색했어
이름없음 2021/01/14 11:52:13 ID : xRvhdV89AnW
응 대화 같은 건 따옴표를 붙이자니 조금 이상하고 따로 안 빼 두고 쓰면 구분이 안 돼서... 그리고 쓰다 보니까 이렇게 굳어져 버렸네
이름없음 2021/01/14 11:53:36 ID : DuoMpdSLbxA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1/01/14 11:55:46 ID : hBtii4Gk1cl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1/01/14 12:10:37 ID : xRvhdV89AnW
남자는 내가 그 술을 마셨다는 걸 알고 있는 모양이었어 그 축제가 뭘 의미하는지도 알고 있는 눈치였지 그 남자의 기분이 내내 안 좋아 보였는데 처소로 들어가자마자 내가 두고 나온 늑대와 개가 나한테 목덜미를 부비면서 끙끙거리는 소리를 내는 걸 보니 더욱 남자에게 미안해졌어 왜 나가지 말라고 했던 건지 이해가 됐기도 했고 언제 사과를 해야 할지 타이밍만 재고 있었던 것 같아
이름없음 2021/01/14 12:10:46 ID : a5U0oIHDwIG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1/01/14 12:25:32 ID : DuoMpdSLbxA
보고이써 너무재밌당
이름없음 2021/01/14 12:28:45 ID : xRvhdV89AnW
- 그 술은 처음으로 돌아가는 술이야. 영혼의 부정함을 씻어 버리는 술이지. 죽은 것들이 먹으면 영혼을 맑게 해 주지만, 산 것들이 먹으면 영혼을 갉아먹히게 된다. 처음으로 돌아간다는 건 그런 의미야. 반대로 되돌려진 거지. 남자는 내 처소 앞에 기대서 술의 의미를 설명해 줬어 아마 내가 정확히 기억한다면 저런 내용일 거야 애초에 그 축제 자체가 산 것들이 죽은 세계로 떠나 온 날을 기리는 날이었고 행렬도 문이 열리는 쪽과 반대로 이어진 것도 그런 의미였던 거지 산 것들처럼 영혼을 깨끗하게 하는 날 마시는 술을 산 사람인 내가 마셔 버린 거지 별다른 이야기가 없었던 걸로 보아 어르신이 그 기운을 정리해 주신 것도 맞는 것 같았어
이름없음 2021/01/14 12:35:01 ID : a5U0oIHDwIG
ㅂㄱㅇㅇ 귀빈남자 문 앞에 기대고 있는거 상상가.. 훤칠하다..
이름없음 2021/01/14 12:36:06 ID : xRvhdV89AnW
그 얘기를 잠자코 듣다가 약속을 함부로 어겨서 죄송하다고 말했는데 남자는 뭔가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걸어와서는 내 처소 바닥에 걸터앉으면서 내 발목을 붙들었어 아까 넘어잘 때 접지른 부분이 욱신거리는 것도 눈치를 못 채고 있다가 갑자기 손이 닿으니까 놀라서 다리를 계속 움찔거렸는데 원래도 다소 괴팍하다는 평을 들어 왔던 남자가 혀를 쯧 차면서 짜증이 난다는 표정으로 내 발목을 몇 번 만지니까 도로 발목의 통증이 사라졌어 놀라기도 전에 남자의 표정이 너무 험악해서 뭐라고 인사를 해야 할지도 눈치를 보고 있었지
이름없음 2021/01/14 12:41:51 ID : xRvhdV89AnW
그 당시엔 남자가 뭔가를 재생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어 하여튼 이것저것 도움만 받는 처지에 죄송해서 죽고 싶은 마음도 살짝 있었는데 내 표정을 읽은 건지 뭔지 남자는 도로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대답했어 어르신이 했던 말과 똑같았지만 어르신이 했던 말은 경고 같았고 이 남자가 하는 말은 위로 같았어 - 원래 살아 있는 것들은 유약해. 알고 있었으니 상관없다.
이름없음 2021/01/14 12:47:18 ID : xRvhdV89AnW
시간이 늦었으니 어서 자. 내일부터 훨씬 바빠질 게다. 그 말을 끝으로 남자가 내 처소의 문을 닫고 바깥에 켜져 있던 불이 모조리 꺼져 버렸어 내 방에 남아 있던 늑대랑 흰 개가 내 근처에 누웠고 캄캄한 방은 바깥에서 들리는 먼 소음과 불빛 때문에 조금 밝은 것만 빼면 평소랑 똑같았지만 나만 동떨어져 있는 것 같았어 내가 들어오지 말아야 할 곳에 들어와서 모든 일들이 틀어지고 있다는 확신 같은 게 생겼고
이름없음 2021/01/14 13:01:00 ID : veE8lCqpcFj
어떡해... 괴담인데 나 계속 스윗함에 심장 치이고잇어ㅠㅠ
이름없음 2021/01/14 13:09:57 ID : a5U0oIHDwIG
레스주 나도.. 너무 설레는 나머지 내가 하도 주접 댓글을 달아서 참는 중이야ㅠㅠㅠ 귀빈남자 만세
이름없음 2021/01/14 13:14:17 ID : Duty7vwldzP
괴담인데 로판보는 기분이야 진짜 재밌다
이름없음 2021/01/14 14:15:20 ID : eGlbg42Le7t
그냥 로판처럼 써주라 ㅠㅠㅠ 그게더 몰입감 있어 ㅠㅠㅠㅠㅠ 넘 재밌고 신기하고 환상🌟적이야..
이름없음 2021/01/14 14:42:04 ID : xRvhdV89AnW
안녕 나 스레주야 천천히 적고 있는데 다들 재밌게 읽어 주고 있는 것 같아서 기뻐 본론부터 말하자면 로판 느낌이 날 줄은 정말 몰랐는데 조금 당황스럽네 기분이 나쁜 건 절대절대 아닌데 뭔가... 아직 이야기가 한참 남아서 뭐라고 장담은 못하지만 하여튼 아직 그런 얘기는 아니야 로판 얘기는 더더욱 아니고!! 아무튼 재밌게 봐 준다니까 기분이 좋다 어르신과 나으리에 관한 언급이 싫은 건 아니고 신기한 느낌이야 그렇게 로맨스처럼... 보일 줄 몰랐거든 아무튼 얘기 꾸준히 적을 테니까 좋은 하루 보냈으면 좋겠어! 다시 말하지만 로맨스 얘기가 아니고 그 세계에 관한 이야기니까 말이야
이름없음 2021/01/14 14:58:27 ID : a5U0oIHDwIG
맨날 주접 떠는 레스주인데 로맨스가 아니라도 괜찮아 그냥 스레주가 알려주는 그 세계 자체 너무 흥미진진하고 재밌거든 스레주의 필력도 장난 아니고 말이야!! 매일 나에게 즐거움을 줘서 고마워 이 글이 요즘 내 인생 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이야기가 끝날때까지 열심히 볼겡 오늘 날이 봄처럼 따스하고 포근한데 스레주도 좋은 하루 보내😊 아 로맨스가 아니라고는 했지만 주접은 계속 떨겠습니당..
이름없음 2021/01/14 15:00:33 ID : xRvhdV89AnW
로맨스 언급이 싫은 건 아냐 좀 어리둥절하긴 해도 재밌게 보고 있어!! 꾸준히 써 볼게 봐 줘서 고마워 좋은 하루 보내
이름없음 2021/01/14 16:20:49 ID : eGlbg42Le7t
로판이라는게 소설같다는 의미로 말한게 아니고 너무 환상적이어서 ㅜㅅㅜ 남의 이야기 이렇게 몰입해서 보는게 처음이라ㅜㅜ 아 그 세계는 어땠을까 그 어르신이란 사람, 나으리라는 사람은 어떻게 생겼고 스레주가 묵은 방은 어떤구조였을까 상상하면서 이야기를 읽다 보니까 그런 표현이 나왔나봐ㅜ 암튼 너무 재밌고 신기해. 시간나면 와서 한줄이라도 써주고 가줘👀👀🥺
이름없음 2021/01/15 05:05:39 ID : xRvhdV89AnW
이 시간까지 보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지만 얘기 계속 풀어 볼게 꾸준하게 봐 줘서 늘 고마울 뿐이야
이름없음 2021/01/15 05:15:26 ID : xRvhdV89AnW
그날은 괜히 서러워서 한참 울다가 잠들었던 것 같아 원망할 사람이 없는 걸 알고 있었지 난 끝방 나으리와의 약속을 어겼고 거기서 어르신마저 없었더라면 정말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르니까 제대로 하는 건 없는 주제에 나약하기만 해서 짐이 되는 것 같던 일이 익숙하지 않았어 그때까진 심장도 아직 뻐근하게 뛰고 있던 모양이야 하여간에 그날은 정말 늦은 시간까지 숨을 죽여 가면서 운 것 같아
이름없음 2021/01/15 05:18:44 ID : xRvhdV89AnW
아침에 일어나니까 좀 민망할 정도로 눈가가 새빨갛게 부어 있었는데 아침에 붓기를 뺀다고 뺐지만 도저히 운 걸 감출 수가 없는 노릇이었지 최대한 고개를 숙이고 가긴 가는데 모를 리가 있을까 역시 내 눈을 알아봤는지 잠깐 당황한 표정을 짓다가 결국은 어깨까지 들썩이면서 웃는 거야 그 남자가 누군 새벽 내내 심란해서 죽고 싶었는데 참 나
이름없음 2021/01/15 05:32:57 ID : xRvhdV89AnW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하는데 괜히 민망해서 거울만 쳐다보다가 눈이 많이 부었냐고 물어봤는데 그 남자는 어제 내내 훌쩍이고 있으니 안 부을 턱이 있냐면서 계속 깔깔거렸어 내가 전에 썼었나? 시중들 사이에선 이 끝방 나으리 평판이 무척 괴팍함 정도로 일치했다는 거
이름없음 2021/01/15 05:37:18 ID : xRvhdV89AnW
이러니까 괴팍하다는 소리를 듣는 거라고 목끝까지 말이 차올랐지만 여전히 그 남자는 좀 무서워서 내가 할 수 있는 소심한 복수라고는 일부러 걸음을 느릿느릿 걷는 것밖에 없었어 내일부터 바빠질 거라는 말이 허풍은 아니었는지 아침 일찍부터 그 남자는 처소 밖을 나갈 채비를 했거든 나는 그 남자의 전담 시중이니 당연히 채비를 도와야 했지만 남자의 채비보다 내 채비가 훨씬 오래 걸렸었지 일부러 느릿느릿 걸었어 좀 괘씸했기도 하고 나름 소심한 복수였거든
이름없음 2021/01/15 05:39:34 ID : bfVbDtfO1dz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1/01/15 05:43:16 ID : xRvhdV89AnW
근데 이 남자가 내 다리가 여전히 안 나았다고 생각했는지 조금씩 눈치를 보는 게 느껴졌어 자꾸 힐끔거리다 결국은 어제 접지른 발목이 다 낫지 않은 거냐고 물어봤지 표정이 꽤 심각해 보여서 왜 그런가 했는데 자기가 쓴 능력이 들지 않았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아 더 장난을 치면 정말로 들 것에 들려서 이동될 것 같은 예감에 다시 걸음걸이를 원래대로 되돌리니까 그제야 내가 자기를 놀린 걸 알고 웃더라고 잘 웃는 사람인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이름없음 2021/01/15 06:04:02 ID : xRvhdV89AnW
그 주 내내 끝방 나으리는 나를 데리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어 시중을 딱 하나만 두고 다니는 끝방 귀빈을 달가워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거니와 어르신과의 의도하지 않았지만 하여튼 잦은 접촉으로 입방아에 오르게 된 내가 붙어 다니니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만 점점 늘고 있었지 남자는 주로 다른 건물에 있는 누군가를 찾아가거나 거리를 걷거나 하는 등의 잡일을 하루 종일 처리하고 다녔지 바깥 바람을 쐰 덕에 몸은 좀 힘들었지만 그래도 기운이 다시 되살아나는 것 같았어 다행이었지
이름없음 2021/01/15 06:13:54 ID : xRvhdV89AnW
근데 이걸 한 나흘째 돌아다니니까 너무 지치더라고 걸음은 또 지나치게 빨라서 조금만 넋을 놓으면 잃어버릴 것 같았기도 하고 하여간에 뻘뻘거리면서 쫓아가는 게 일이었지 여기저기 할 일이 되게 많으셨네요? 다른 귀빈 나으리들은 처소에만 계시던데~ 하고 열심히 쫓아가면서 말을 걸었는데 사내는 이것저것 악세사리와 꽃들이 걸려 있던 노점상 간판대 앞에서 멈춰 서더니 이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고 대답했어 그래서 귀찮다는 뜻이군 하고 정곡을 찌르니까 또 할 말이 없었지
이름없음 2021/01/15 06:23:09 ID : xRvhdV89AnW
그 남자의 앞에선 유독 거짓말이 잘 통하지 않았어 워낙 거짓말을 하면 얼굴에 다 드러나는 체질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남자의 빤한 표정 앞에서 거짓말을 하면 안 될 것 같았지 남자는 주렁주렁 걸려 있는 귀걸이 중 괜찮은 걸 골라다 이것저것 살피면서 내 귀에 대 보는 시늉을 했지 기분이 조금 이상했어 나는 침착한 척 어디 선물하시게요? 하고 물어봤지
이름없음 2021/01/15 06:25:32 ID : xRvhdV89AnW
남자는 썩 기분이 좋아 보인다는 얼굴로 말했어 내 주위에 계집이라고는 너 하나인 것을 모르지 않을 텐데. 하고 되물었지 그 말을 들으니까 정말 기분이 이상했지 그 세계로 이동하기 전에도 나는 사람에 굶주려 있었고 오로지 인파와 행렬만을 따르며 시끄러운 곳을 찾아 헤매다 여기까지 와 버린 나한테 늘 사람이란 건 또 감정이란 건 벅찰 정도로 커다란 거였어 그런데 그 세계에서 거의 처음 받아 보는 기분 좋은 호의에 괜히 마음을 내어 주고 싶었던 건지도 몰라 뭘 한참 몰랐을 때였지만 말이야
이름없음 2021/01/15 06:28:14 ID : xRvhdV89AnW
- 네가 있던 세계로 다시 돌아갈 때 필요한 것이다. 원하는 게 있다면 골라 보거라. 그리고 그 알량한 마음은 그 말을 듣고 확 곤두박질을 치는 기분이었어 거기서 평생 늙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까지 해 본 건 아니지만 나는 그 세계에서 마담이 나를 궁으로 이끌었을 때 기뻤어 오로지 내가 사는 세계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가장 기뻤지 그런데 그 말을 들으니 잊고 지내던 현실 감각이 다시 돌아오는 기분이었어 그리고 잠시나마 이유를 궁금해했던 간질거리는 감정들을 심장에서 죄다 도려내고 싶었지 조금 부끄러운 동시에 끝방 나으리가 아주 조금은 원망스러웠어
이름없음 2021/01/15 06:36:45 ID : 82r88i8kttg
사람이 사람에게 익숙해지는 일이 얼마나 부질이 없는지조차 씁쓸하지만 깨달은 기분이었어 밤부터 억눌러 왔던 감정들이 다시 터져 나올까 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입술만 잘근거렸지 내 표정이 좋지 못한 걸 보고 남자는 쥐고 있던 귀걸이를 도로 내려놓고 이만 돌아가는 게 좋겠다면서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어 가는 길에는 서로 한 마디도 안 했던 것 같네
이름없음 2021/01/15 06:59:09 ID : Vf9fWo2FfSM
보고있어! 레주도 밤낮이 바뀐건가,, 항상 새벽 늦게까지 달아주네 아침이 돼야 잠드는 나한테는 너무 고마운 선물이야,,☺️
이름없음 2021/01/15 09:34:42 ID : a5U0oIHDwIG
보고있어! 스레주 현실 세계로 돌려보내주려고 노력해주는 끝방 나으리 오늘도 최고다ㅠ
이름없음 2021/01/15 11:34:07 ID : NzhxQnDy4Y9
레주 그래도 요즘엔 정신과약 안먹지?
이름없음 2021/01/16 06:00:32 ID : xRvhdV89AnW
요즘도 수면제는 가끔 먹긴 먹는데 다른 약은 안 먹어 많이 좋아졌어
이름없음 2021/01/16 17:02:00 ID : AkoHDumrffa
계속 읽고있는데 뭔가 짱구 극장판 중에 혹부리 마왕의 전설 분위기라서 너무 좋다..!! 스레주야 썰 풀어줘서 넘 고마오..
이름없음 2021/01/16 18:43:46 ID : zcFilwliruk
진짜 너무 잘 보고 있어서 고마울 정도야... 최고.... ㅠㅠ
이름없음 2021/01/16 20:07:20 ID : bg41u2smMi8
레주!! 진짜 스레딕 거의 처음하는 사람인데 제목에 이끌려 들어와 내용을 읽었는데 진짜 재밌고 글 정말 잘 쓰는거 같아 안좋은 일도 있어서 쓰기 힘들었을텐데 이렇게 써줘서 고마워! 그리고 이건 그냥 하는 말인데 나중에 썰을 다 풀거나 시간 남았을 때 그냥 간단히 어르신이랑 어떻게 생겼는지 대충 그려줄수있을까?? 꼭 그려줄 필요는 없어!!
이름없음 2021/01/17 20:15:03 ID : g3Vak2q5arc
헐.... 나 스레딕 어제 왔는데 이 글 너무 재미있게 읽고있어ㅠㅜㅠ 시간 가는 줄도 몰랐네;;!! 이 얘기 풀어줘서 너무 고마워!! 진짜 잘보고있어
이름없음 2021/01/18 06:59:31 ID : NBBtctAja06
안녕 나 스레주야 부끄럽지만 그림에는 영 소질이 없어서 다른 사람한테 맡기기도 좀 부끄럽지만 기회가 되면 다른 사람한테라도 맡겨 올게 좋아해 줘서 고마워
이름없음 2021/01/18 07:05:04 ID : xRvhdV89AnW
처소로 돌아가자마자 남자는 나한테 여기서 계속 살 작정이냐? 하고 물었어 화가 나 있던 것도 같고 이해가 안 되는 것 같았지 내가 미쳤다고 다시 돌아가고 싶어 했겠어 그렇게 떠나고 싶었는데 그렇게 사라지고 싶었는데 뭐든 다 아는 것 같던 끝방 나으리가 고작 이 사실 하나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사실이 조금 우스웠어
이름없음 2021/01/18 07:08:26 ID : qmLe2KZh85T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1/01/18 07:27:55 ID : xRvhdV89AnW
여긴 죽은 곳이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죽어 있다는 것 그리고 이곳의 주인이 내가 아는 그 어르신이고 그놈은 분명히 너를 죽여서라도 여기 남겨 둘 거라고 여기선 시체 냄새가 나지만 너한테는 산 사람의 냄새가 난다고 그러니 넌 돌아가야 한다고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였어 어르신이 왜 나를 죽여서라도 여기 남겨 둘지는 잘 몰랐지만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았지
이름없음 2021/01/18 07:35:16 ID : xRvhdV89AnW
- 나으리는요? 나으리도 죽어 있는 몸인가요? - 죽을 수 없지만 살 수도 없는 몸이지. 그 망할 새끼가 있는 한 나는 계속 죽고 또 살아. 수수께끼 같은 말들의 반복이었어 남자는 신보다는 조금 가깝고 사람이라기엔 말이 안 됐지 이 성에 머무르는 귀빈 모두가 그랬을 거고... 남자는 나를 살려야만 한댔어 아이러니한 일이었지 태어나서 이렇게까지 살아 보고 싶었던 적은 거기에서의 시간이 유일했는데도
이름없음 2021/01/18 07:37:29 ID : xRvhdV89AnW
좀 화가 났을지도 몰라 그래서 내가 어쩌다 여기에 오게 된 건지 왜 여길 떠나고 싶지 않은지 한 마디도 쉬지 않고 악을 지르듯이 말했어 아무것도 모르신다면서 화도 냈고 태도는 불경했지만 남자는 나를 나무랄 생각이 없어 보였지 조금 슬픈 표정이었어 정신없이 말하느라 거의 고해성사에 가까웠던 그 대화에서 뚜렷하게 기억이 나는 건 내가 그 남자에게 “저는 제가 어쩌다 태어났는지도 원망스러운 사람이에요”하고 소리를 쳤을 때밖에 없어
이름없음 2021/01/18 07:46:04 ID : xRvhdV89AnW
그 말을 들은 남자가 정말 처음 보는 표정으로 나를 보면서 서 있었어 그 표정을 뭐라고 설명할 길이 없네 정말 슬픈 표정으로 서 있었어 상처받았다는 얼굴이었지 정말 그 표현이 딱이었어 보는 사람의 기분이 더 이상해지는 미묘한 표정이었어 자기가 더 상처받았다는 표정으로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삶이 너에겐 고작 고통이었겠구나 하고 고개를 돌렸는데 그 말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았지만 대개 저런 흐름이었어 내가 그 말을 듣고 남자한테 아주 큰 실수를 했다는 걸 알아차려 버렸거든
이름없음 2021/01/18 07:47:09 ID : mK2HzSLe2K5
헐 뭐야 레주랑 동접이야?? 레주 좋은아침!
이름없음 2021/01/18 08:04:03 ID : xRvhdV89AnW
좋은 아침!
이름없음 2021/01/18 08:05:55 ID : xRvhdV89AnW
뭐라고 해야 하긴 할 것 같은데 도무지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어 우물쭈물 할 말을 생각하는 사이에 남자는 마른세수를 하면서 나를 그냥 지나쳐 버렸고 내가 나도 모르게 남자를 붙잡았을 때 남자는 정말 상처받았다는 표정으로 말했지 이제 그만 가도 좋아 어디든 네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렴 짐은 사람을 불러다 옮겨 주마 하고 말이 배려지 그냥 쫓겨난 거였어
이름없음 2021/01/18 08:08:40 ID : xRvhdV89AnW
정말 뭐라고 말할 새도 없이 남자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리고 내 짐은 언제 부른 건지도 모를 시중들이 다시 중앙 숙소(남자의 방에 배치받기 전 다같이 생활하던 기숙사 개념의 숙소)로 옮겨졌지만 나는 닫혀 버린 끝방 문 앞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어 저녁 시간이 지나고 날이 저물고 소둥학 시간이 되어서야 나를 찾으러 온 사수들에 의해 중앙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지 처음 배정받았던 2인 숙소와는 달리 모르는 사람만 셋이나 있던 숙소로 배정받았었는데 나는 우선 계속 같은 자리에 서 있어서 온몸이 뻐근했고 오늘 하루 종일 돌아다니느라 피로가 장난 아니었어 몸은 정말 만신창이였지만 무엇보다도 서러운 마음이 더 컸어
이름없음 2021/01/18 08:20:19 ID : xRvhdV89AnW
피곤해 죽겠는데 잠이 오지 않았어 밤에 끌어안고 잠들던 흰 개가 없어서 그랬나 다같이 잠드는 숙소가 불편해서였나 죽어도 잠이 오질 않았지 밖에선 발소리도 들리지 않고 고요했어 숨소리만 들려 왔고 눈꺼풀이 감기는 와중에도 그 방에 혼자 있을 남자가 생각났어 사람 신경 쓰이게 왜 그런 표정을 지으세요 속상한 건 난데 얘기를 듣고만 있던 나으리가 왜 더 상처받은 표정을 지으세요 물어보고 싶은 게 한가득이었어
이름없음 2021/01/18 08:27:08 ID : xRvhdV89AnW
그날 하루 종일 돌아다녀서 그렇기도 했고 밤이라 쌀쌀했던 복도에서 계속 서 있어서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점점 몸이 무거워지는 것 같았어 잠은 오지 않은데 열이 올라서 몸이 으실으실 추워지는 감각은 확실했지 몸살 기운이 오듯이 몸이 뜨거워지는데 너무 서러워서 숨을 죽이고 또 한참 우는데 이래저래 몸 상태가 메롱이었던 주제에 눈물도 빼니까 금방 어지러워져서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들어 버렸어 이상하잖아 죽은 사람들의 세계에 질병은 존재한다니 모든 게 그냥 다 원망스러웠어
이름없음 2021/01/18 08:32:30 ID : 5albeK1zQlg
보고 이써
이름없음 2021/01/18 11:17:25 ID : xRvhdV89AnW
다음 날 예상대로 몸이 너무 무거워서 앓아 누웠어 약 먹을 때면 모를까 열일곱 땐 이렇게 아파 본 적이 없는데 이상하게 거기선 자주 앓았어 아침에 옷을 갈아입는 사수들이 나를 둘러싸고 얘 너 또 앓아 누웠니? 이래서야 제대로 써먹을 수도 없네 하고 미운 소리를 하는 걸 들었는데 이땐 앓느라 대충 이런 뉘앙스인 것만 기억나 그러다 그중에 머리를 짧게 자른 사람 하나가 얘 향수병이라도 온 거 아냐? 얘 정신 차려 너 무덤도 없이 죽어서 그러니? 하고 계속 물어봤었어 그때는 이해가 안 가서 그냥 듣고만 있었는데 나중에 들은 얘기들을 끼워 맞춰 보면 몸이 죽고 영혼만 남은 세계니까 영혼이 건드려지는 것 그러니까 심적인 영향이 남은 몸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았어
이름없음 2021/01/18 11:20:51 ID : xRvhdV89AnW
그 얘기를 듣다 잠들었는데 다들 일을 나갈 시간이었는지 아무도 없었어 계속 뒤척이면서 자다 깨다를 반복했는데 두 번째로 깼을 때는 품이 따뜻했어 꼭 끝방에서 자던 때처럼 몸이 따뜻해서 그때 좀 더 자고 몸을 일으켰을 때까지도 방엔 나밖에 없었지 그때 밖에서 맨발로 복도를 뛰어 다니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서 몸이 얼어붙어 있었어
이름없음 2021/01/18 11:21:51 ID : xRvhdV89AnW
아직도 그 여자가 귀빈을 향해 뛰어 오던 소리가 선명했어 그 일은 거기서 나온 뒤에도 나를 종종 괴롭혔고 그때는 몸까지 안 좋아서 신경이 죄다 그 소리로 쏠리는 느낌이었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어 그 발소리가
이름없음 2021/01/18 11:24:55 ID : xRvhdV89AnW
아 정말 가슴이 불안하게 뛰었어 심장 뛰는 소리가 귓가에서 이명처럼 울렸고 어지러움과 두통이 더해져서 정말 그 짧은 시간 동안 얼마나 공포스러웠는지 몰라 몸까지 안 좋은데 최근에 혼자 있어 본 적이 그 남자가 잠깐 자리를 비웠을 때 빼고는 없었고 그마저도 동물들이랑 같이 있었으니까 자각하지 못했는데 혼자서 정적일 감당하는 건 생각보다 무서운 일이더라고
이름없음 2021/01/18 11:26:32 ID : xRvhdV89AnW
본능적인 거부감이라는 말이 딱 맞았어 몸이 오한이라도 든 것처럼 계속 떨려서 이불을 끌어안고 있었는데 손까지 떨려서 자꾸 이불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어 식은땀이 너무 흘러서 그 발소리가 가까워졌을 즈음엔 나도 모르게 계속 울고 있었지 공포스러운 것도 공포스러운 거였는데 몸까지 무거워진 것처럼 축 가라앉으니까 힘이 들어가질 않았어 그렇게 무력한 경험은 또 없었을 거야
이름없음 2021/01/18 11:29:06 ID : xRvhdV89AnW
그게 내가 누워 있던 숙소 앞을 자꾸만 뛰어다니는데 발소리가 멀어질 만하면 다시 들리고 멀어질 만하면 다시 들리고 신경은 자꾸 날카롭게 곤두서 있어서 뭔가를 쥐고 던지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어 이대로 죽으면 아무 곳도 가지 못하고 사라져 버릴 테지 여기서 그 아기 시체처럼 그냥 그 여자 입에서 꿈틀거리면서 녹아 버리겠지 그런 마음이었어 그때 본 아기 무덤이 머리를 떠나지 않아서 구역질까지 치밀었어 그러다 정확히 문 바로 앞에서 그 소리가 뚝 멈췄을 땐 눈까지 감고 몸을 웅크리고 있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나도 모르게 그때처럼 숨을 확 참았지
이름없음 2021/01/18 11:32:45 ID : xRvhdV89AnW
한 발자국씩 가까이 오는데 그 소리가 가깝게 들렸어 땅에서 나는 소리 근데 그때는 정신이 없어서 그런 걸 확인할 겨를도 없었어 숨을 참는데도 손은 덜덜 떨리고 오감이 예민해져서 그 소리에 신경이 곤두서 있었어 그게 천천히 내 앞까지 천천히 다가오는데 킥킥거리면서 웃음을 참는 소리가 들려서 더 공포스러웠지 그러다 소리가 한참 안 들렸는데 멀어지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던 걸 보면 그게 내 앞에 멈춰 있구나를 깨달았어
이름없음 2021/01/18 11:34:20 ID : nQspbyJU1Cm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1/01/18 11:35:06 ID : xRvhdV89AnW
아 정말 주마등이 스쳐 지나가는데 어째 좋은 기억이 없더라고 이렇게 죽는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어 몸은 가라앉아서 도망칠 생각도 안 들고 그냥 공포스러웠지 아무도 없는 방에서 혼자 무력하고 최악인 상태로 죽는구나 싶어서 눈물만 뚝뚝 흐르는데 내 어깨에 뭔가 닿는 느낌에 깜짝 놀라서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어 악! 하고 비명을 지르는데 그뒤에도 아무 일이 없어서 눈을 조심조심 떠 보니까 눈앞에 웬 어린 남자애가 있었어
이름없음 2021/01/18 11:59:26 ID : xRvhdV89AnW
그 어린 애를 보자마자 힘이 쭉 풀려서 숨을 계속 몰아 쉬면서 천장이랑 방을 확인했는데 아무도 없고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그 남자애만 보이더라고 그제야 안심이 됐지 근데 얘가 나를 빤히 쳐다보는데 머리는 새하얗게 물들어 있고 눈은 동그랗고 눈매가 유순하니 큼지막해서 남자앤데도 예쁘장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 그런 애가 놀라지도 않고 나를 쳐다보니까 분위기가 섬뜩한 게 이질적이었지 눈동자가 새까만 색이었는데도 새하얀 머리카락 때문인지 분위기가 똑 닮아 있었어 여기서 뭘 하냐고 물어보기도 전에 그 남자애가 앳된 목소리로 물어봤어 왜 울어? 하고
이름없음 2021/01/18 12:00:58 ID : uoMo4ZeIFcl
헐헐헐ㅠ 보고있어!!!
이름없음 2021/01/18 12:05:14 ID : xRvhdV89AnW
나도 참 이상해 본 적도 없는 애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보는데 거짓말이 안 나오는 거야 그냥 적당히 둘러대면 되는데 그게 안 돼서 나는 누가 뛰어 다니는 소리를 들으면 좀 놀란다고 말하니까 걔가 한참 고민하다가 그럼 이제 조용조용히 걸을게~ 하고 웃는데 무서웠던 마음은 다 사라지고 걔가 그냥 귀여웠어 진짜 귀엽게 생겼었거든 내가 애들을 좋아하는 성격이 아닌데 뽀얗고 말랑말랑하게 생긴 애가 웃으니까 좀 안심이 됐어 귀하게 큰 티가 여기저기서 나는 애였는데 일하는 아이라고 보기엔 너무 어려서 그냥 이 성에 묵고 있는 애구나 싶었지
이름없음 2021/01/18 12:05:56 ID : HDAjjusqqp9
ㅂㄱㅇㅇ! 동접이넹
이름없음 2021/01/18 12:11:31 ID : xRvhdV89AnW
- 여긴 어쩌다 들어왔어? - 심심해서 나왔다가 누가 있는 것 같아서 들어왔어. - 돌봐 주는 사람은 없고? 혼자 돌아다니기엔 너무 넓을 텐데.... - 그런 건 원래 없었어. - 같이 온 사람은 있니? - 많아. 할멈들도 있고, 할아범들도 있고, 아저씨들도 있고, 아줌마들도 있고, 형들이랑 누나들도 있고, 짜증 나는 계집애도 있고. 근데 지금은 없어. 내가 있으니까. - 그렇구나. 그래도 혼자 다니기엔 너무 위험해. 길을 잃어버릴 수 있어. - 걱정하지 마. 난 태어나기도 전부터 여기 살았거든. 대충 이런 뉘앙스였고 이것저것 더 질문을 한 것 같은데 부분부분 잊어버린 질문들도 있었지만 중요한 대화는 이쯤이었어 태어나기 전에 여기 살았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냥 그 나이대 애들이 하는 표현이겠거니 여가 꽤 오래 전부터 살았겠거니 이해했지 같이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좀 이해가 안 됐어 귀빈들은 혼자 머무는 손님들이었고 다른 식구들을 데리고 들어온 사람들이 이 궁에 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거든 그렇다고 궁 밖에서 들어왔다기엔 여길 너무 제 집처럼 여기길래 그냥 시중들을 그렇게 부르는구나 싶었어
이름없음 2021/01/18 12:19:18 ID : xRvhdV89AnW
이 애와의 대화는 말로 풀기엔 너무 많고 세세한 건 그냥 느낌상 이렇게 말했던 것 같은데 하는 느낌을 살려서 대화체로 적는 거니까 양해 부탁해 정확하진 않고 부분부분 빠진 내용도 있지만 뉘앙스라도 살려서 써 볼게 정확하지 않은 건 미안해 꽤 많은 얘기를 나눴거든 걔는 내 잠자리 옆에 털썩 앉아서 이것저것 궁금해했는데 매번 끔찍한 것들이나 어른들만 보다가 아이를 보니까 좀 안쓰럽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아무튼 안심을 했다고 해야 하나
이름없음 2021/01/18 12:22:35 ID : xRvhdV89AnW
- 너 어디 아파? - 몸이 좀 안 좋아. 감기 같아. 여긴 옮을 걱정은 없으려나? 그래도 좀 떨어져 있는 게 좋을 거야. 열이 많이 나거든. - 어차피 난 안 아프니까 괜찮아. - 튼튼하네. 부럽다. - 너도 안 아프게 해 줄까? 내가 낫게 해 줄게. - 어떻게? - 내 신부 하면 안 아프게 해 주지. 그 얘기를 되게 진지하게 하면서 내 이마에 고 작은 손을 갖다대는데 정말 너무 귀여웠어 악의가 없는 무해한 느낌의 어린애를 여기서 만나니까 정말 정이 많이 가더라고 진짜 귀여웠어 신부라는 단어는 어디서 배워 온 건지 귀여워서 머리를 자꾸 쓰다듬으니까 막 투정을 부렸는데 그것도 애 같아서 귀여웠어... 그냥 얘랑 만날 땐 힐링만 왕창 하고 온 것 같네
이름없음 2021/01/18 12:25:58 ID : uoMo4ZeIFcl
보고잇어!
이름없음 2021/01/18 12:29:12 ID : xRvhdV89AnW
- 네가 아픈 건 나 때문일지도 몰라. - 왜? - 내가 널 되돌려 놓고 멈춰 버렸잖아. 다시 흐르게 해 줄까? - 그게 무슨 뜻이야? - 내 신부 하면 다시 흐르게 해 주지. 아프지도 않을 거야. 와 이해할 수 없는 얘기만 한가득... 좀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웃으면서 나중에 너 어른 되면 해 줄게~ 하고 얼버무리는데 걔가 내 손 위에 자기 손바닥을 얹고 한참 만지작거리면서 난 안 커. 계속 어린 애일 거야. 하고 말하는 모습에서 왠지 조금 가슴이 먹먹해졌어 죽은 사람의 시간은 멈춰 있는 거고 얘도 여기에 꽤 오래 머무는 동안 그걸 알아 버렸구나 싶어서
이름없음 2021/01/18 12:32:19 ID : bg41u2smMi8
보고있어!!
이름없음 2021/01/18 12:34:24 ID : xRvhdV89AnW
- 너 때문에 아픈 게 아니야. - 그럼? - 어제 누굴 좀 기다리느라 밖에 오래 있어서 그래. 그 사람한테 잘못한 게 있어서 기다렸는데, 아무래도 그것 때문에 벌을 받고 있나 봐. - 너한테 벌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어? 내가 그놈 죽여 줄까? - 그런 말 하면 안 돼. - 그럼 나 때문에 아픈 거 진짜 아니야? - 응, 너 때문에 아픈 거 아니야. 걱정하지 마. 그리고 누굴 죽인다는 표현도 쓰면 안 돼. 못된 말이야. 걔가 그냥 고개를 끄덕거리는데 그 순하고 예쁘장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면서 내가 그놈 죽여 줄까? 하는 얼굴이 너무 익숙하고 덤덤해서 그럴 일이야 없을 거고 없어야겠지만 좀 흠칫했어 애가 좀 자유분방하게 컸구나 넘기면 되는데 그 빤한 표정을 보면 안 믿기지만 진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걱정도 됐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자기 때문에 아픈 게 아니라는 답을 들은 요 남자애 얼굴이 좀 기분이 나빠 보였어
이름없음 2021/01/18 12:44:39 ID : xRvhdV89AnW
- 넌 이름이 뭐야? 난 유채야. 다들 유채라고 불러. - 네가 유채라는 건 이미 알고 있어. - 그래? 어떻게 알아? - 봤으니까 알지. 걔가 기분이 나쁠까 봐 대화 주제를 돌렸는데 걔는 내 이름을 듣자마자 막 생글생글 웃더라 그게 또 귀여워서 나도 드물게 밝은 텐션으로 얘기를 했던 것 같아 여기서의 병은 마음에서 온다는 소리가 맞긴 맞았는지 잠깐이지만 몸도 좀 가벼워진 것 같았고
이름없음 2021/01/18 12:47:01 ID : xRvhdV89AnW
나를 어떻게 봤을까 궁금하기도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이렇게 어린 애를 만났더라면 기억을 했을 테니까 그냥 하는 말이겠거니 넘겼어 왜 그런 거 있잖아 애들은 다 안다고 대답할 때가 있는 것처럼 그냥 그런 거겠거니 넘겼어 - 넌 이름이 뭐야? - 난 시간이야. - 그게 이름이야? - 난 시간이라 이름이 필요가 없다니까.
이름없음 2021/01/18 12:47:19 ID : uoMo4ZeIFcl
ㅂㄱㅇㅇ! 나 왤케 약간 그남자애랑 어르신이랑 겹쳐보이냐...
이름없음 2021/01/18 12:50:07 ID : bg41u2smMi8
나도 ㅂㄱㅇㅇ! 사실 나도 그 생각 했어
이름없음 2021/01/18 13:01:59 ID : u5TTQre0ljy
ㅂㄱㅇㅇ! 시간... 의미심장하다...!!
이름없음 2021/01/18 13:04:27 ID : xRvhdV89AnW
그뒤로도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이건 잘 기억이 안 나 내가 기억하는 대화는 정보뿐이거든 내가 새롭게 알았다 싶은 내용이나 뒤늦게 알게 되어서 아 이때 그게 그런 얘기였구나~ 하는 것들 그리고 뭔가를 유추할 수 있는 실마리였던 것만 단편적으로 기억이 남아 있는 상태고 기록들도 짧게 응축해 놓은 거라 중간중간에 뚝뚝 끊기는 느낌이 들 수도 있어 아무튼 걔랑은 이런저런 많은 얘기들을 했던 것 같아 걔가 내 옆에서 일방적으로 떠든 내용들이 훨씬 많지만 아마도 날씨 얘기 같은 사소한 얘기를 했겠지
이름없음 2021/01/18 13:13:56 ID : xRvhdV89AnW
그러다 또 몸이 으실으실 추워져서 이불을 끌어안는데 걔가 날 보더니 또 물었지 추워? 하고 눈을 깜빡거리다 내가 춥다고 대답하니까 누우라고 이불을 팡팡 치면서 재촉했어 어쩌다 보니 걔 간호까지 받게 됐는데 걔가 뭔가에 대해 떠드는 걸 듣다가 졸게 된 거라 무슨 내용을 말했는지는 기억에 없고 그냥 누군가랑 같이 있는 게 꽤 좋은 일이구나를 깨달았어 그러다 걔가 일어나서 내 귀에다 대고 소근소근 뭔가를 말해 줬지 - 나 이제 가 봐야 돼. 시간이 다 됐어. 있잖아, 나 나중에 또 와도 돼? - 응, 또 와도 돼. - 나는 눈동자가 까만색이야. 잊어버리면 안 돼. - 안 잊어버릴게. 잘 가. 또 와.
이름없음 2021/01/18 13:18:04 ID : xRvhdV89AnW
그리고 그뒤에 무슨 얘기를 더 한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하면 이때 너무 졸려서 그 얘기를 못 들었어 정확히 말하면 잠결에 듣긴 들었는데 기억이 안 났지 내 대답을 듣지 않고 간 걸 보면 대답이 필요하지 않았던 얘기 같기도 했고 연회가 어쩌구 한 것 같았는데 기억이 전혀 안 났지 문 닫히는 소리를 듣고 갔나 보다 싶어서 그냥 계속 자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걔가 나가자마자 속이 확 꼬이는 느낌이 들면서 몸이 더 안 좋아지기 시작했어 열이 펄펄 끓어서 다시 깼을 땐 이러다 장기 익는 거 아냐? 하고 우스갯소리로 중얼거렸는데 안 익어. 하고 누가 대답하는 소리가 들렸어
이름없음 2021/01/18 13:33:35 ID : xRvhdV89AnW
이제 헛것을 듣나 싶었는데 팔에 익숙하고 따뜻한 털뭉치가 닿는 느낌이 들었어 눈을 떠 보니까 중앙 숙소랑은 다른 낯선 천장이고 옆에는 털동물들이 내 몸에 딱 붙어서 자기 몸을 말듯이 웅크리고 있었는데 그걸 보고 또 눈물이 왈칵 터질 것 같았어 고개를 돌리니까 깔아 둔 이부자리 옆에서 책을 읽고 있던 끝방 나으리가 보였지 여기 어디예요? 하고 물어봤는데 그 남자가 성가시다는 표정으로 혀를 쯧 차더니 눈을 손바닥으로 덮듯이 가리고 자라고 하자마자 신기하게도 또 졸음이 쏟아졌어
이름없음 2021/01/18 13:39:56 ID : xRvhdV89AnW
깼을 땐 또 똑같은 방 날은 저물었고 흰 개랑 토끼들이랑 머리맡에 누워 있는 호랑이만 있고 책을 읽던 남자는 없었어 내 숙소는 아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거기가 남자가 머무는 방인 걸 알게 됐지 시중들의 숙소랑은 다르게 으리으리할 정도로 넓고 화려한데 놓인 건 별로 없는 게 딱 그 남자와 어울린다고 생각했지 좀 어지러운 상태에서 일어나서 이것저것 구경하는데 그 남자가 죽그릇을 들고 들어오다 나랑 마주쳤지 얌전히 죽을 먹는 내내 남자는 말이 없었어 그냥 나를 오래 관찰하다가 고개를 돌리고 또 오래 관찰하고 그게 몇 번 반복됐었지
이름없음 2021/01/18 13:43:29 ID : o3Qtta9ze1A
헐 뭐야 누구야 ,,
이름없음 2021/01/18 13:53:05 ID : xRvhdV89AnW
호칭 때문에 정독에 혼선을 줬구나 나으리라는 존칭이 입에 안 붙어서 끝방 남자 / 남자 / 나으리 / 끝방 나으리 < 요렇게 표기하는 건 그 까만 머리의 내가 모시던 그 사람이야 아무튼 그 남자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아서 가시 방석에 앉은 기분이었지만 그래도 이 방에 데려온 걸 보면 마음이 좀 풀렸겠거니 싶어서 기분은 좋았어 근데 죽을 비우자마자 이제 네 숙소로 돌아가 보라는 말이 너무 예상치도 못한 반응이라 진짜 네? 하고 물어본 것 같아
이름없음 2021/01/18 14:00:17 ID : o3Qtta9ze1A
헉 스레주 미안 ㅠㅠ 내가 쓸 땐 새로고침이 안되있어서 663이 마지막 스레였거든 잘 읽고있어 글써줘서 고마워 \(//∇//)\
이름없음 2021/01/18 14:03:56 ID : xRvhdV89AnW
마음이 좀 조급해져서 어제는 죄송해요 근데 진짜 집으로 돌아가기는 싫어요 여기서 나으리랑 있는 게 편하고요 앞으로 어디 데려간다고 불평 안 할게요 그냥 저 여기 있으면 안 돼요? 하고 와다다 말하는데 그 남자가 너무 단호하게 아직은 안 된다고 말했어 이상하게 그 남자 앞에서는 감정 조절이 너무 어려워지는 기분이었지 이게 내가 속상해할 일도 아닌데 눈물이 핑 돌 것 같아서 말을 멈추고 눈물부터 가라앉히는데 그 나으리는 그걸 어떻게 읽었는지 화나서 그런 게 아니다. 그냥 나한테 시간이 좀 필요한 거겠지. 그러니 마음껏 경험하다 오렴. 때가 되면 꼭 부르마. 하고 나름 자상하게 말해 줬는데 어떻게 그것까지 서러울 수 있는지 결국 흰 개를 잔뜩 쓰다듬다가 나왔어 그 남자의 처소에 있던 순간들이 너무 길어서 익숙해진 탓인지 발길이 잘 안 떨어졌지만
이름없음 2021/01/18 14:09:27 ID : DuoMpdSLbxA
이야기 얼마나남았어..? 끝나면 너무 여운남고 아쉬울것같다 ㅠㅠ
이름없음 2021/01/18 14:14:21 ID : xRvhdV89AnW
아직 꽤 남았어! 좀 더뎌지긴 하갰지만 세세한 이야기도 듣고 싶어 하는 애들이 많은 것 같아서 사소한 것까지 기억하고 또 들춰 보면서 적고 있어 중요 사건들만 기재해 놓으면 나도 아쉬울 것 같고 재밌어해 주는 애들이 많아서 이것저것 천천히 적어 보려고!
이름없음 2021/01/18 14:16:20 ID : DuoMpdSLbxA
답변 고마워!! 너무 재밌게 보고있어
이름없음 2021/01/18 15:15:36 ID : xRvhdV89AnW
그렇게 숙소로 다시 돌아갔는데 그 방에서 같이 지낼 사수 두 명과 모르는 애 한 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어 원래 4인 숙소에는 사수 두 명과 보조 두 명이 팀을 짜서 자는데 그 보조 한 명도 나보다는 일을 더 오래 배웠으니 그냥 셋 다 내 사수인 셈이었지 이름이 너무 많이 나오면 읽기 불편할까 봐 뭐라고 부를지 고민하다가 그냥 일이삼이라고 부르기로 했는데 너무 성의가 없는 이름인가? 거기서 부르던 이름은 가물가물한데 아마 목련 장마 연우(안개비) 이런 이름이었어 시종들 이름은 자연물이나 색 같은 추상적인 이름들이 대부분이었지 시종들 이름을 그렇게 붙여 주는 게 거기 관례였나 봐 나는 유채였고 단이는 단풍이라는 이름에서 따 온 거랬으니까 지금 말로 따지면 닉네임이었지
이름없음 2021/01/18 15:33:26 ID : xRvhdV89AnW
1은 목련 거기서 제일 일을 빨리 배우기 시작한 사람 가장 나이가 많아 보였어 마리가 긴 장발에 호쾌한 인상이었고 성격도 시원시원했는데 좀 다혈질 기질이었지 성격이 좋은 편이었고 2는 장마 단발에 유순하지만 다가가기 힘든 인상이었어 일머리가 가장 좋고 손이 빨라서 어디 있든 누굴 가르쳐 주는 역이었지 향수병 얘기를 꺼낸 것도 2였어 성격이 좋은 편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해 그치만 공과 사 구분이 확실했고 쿨한 성격이라 화내거나 심하게 다툴 성격은 아니었고 3은 연우 3도 장발이었는데 정말 예쁘게 생겼고 늘 말이 없었어 항상 뭔가 지루하고 무심해 보여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랐지 전혀 다른 성격끼리 한 방이 될 수 있나 좀 신기했어 일이삼 사수들이랑은 어쩌다 보니 꽤 자주 붙어 있게 됐고
이름없음 2021/01/18 15:38:54 ID : xRvhdV89AnW
방에 들어가니까 사수들이 모여 있었고 정식으로 내 소개를 했어 유채라고 부르면 되고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겠다는 형식적인 인사였겠지 내일부터 같이 일할 사람들이니까 얼굴을 익혀 두면 좋겠다 싶었는데 일이삼 사수들도 자기를 어떻게 부르면 되는지랑 하는 일을 알려 줬어 사수들과 내가 하게 될 일은 성 밖에서 들어오는 물자들을 검토하는 일이었는데 보통 그런 건 숙소를 궁 밖으로 주거나 시종들한테 시키는 일이 아니었지만 연회가 부쩍 늘어나면서 그 직책도 내궁 소속으로 바뀌었다고 했나 아무튼 좀 이례적인 일이랬어 검토만 하면 되니까 할 일은 없고 가끔 주변 거리에서 누군가 허가받지 못한 것들을 팔고 있을 때 단속하는 게 그나마 제일 고된 일이라고 했지
이름없음 2021/01/18 15:46:29 ID : xRvhdV89AnW
내일부터 궁 밖을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니 조금 기분이 나아졌어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하기도 했고 이것저것 보고 오라는 말이 이런 뜻인가 싶기도 했고 하여튼 소개가 다 마무리되던 시점에 1이랑 2 둘이 좀 머뭇거리면서 눈치를 보다 방금까지 끝방에 있다가 온 거지? 하고 물어봤는데 나는 그 둘이 그 얘기를 왜 그렇게 꺼리는지 몰랐었어
이름없음 2021/01/18 15:56:40 ID : xRvhdV89AnW
되게 이상하다는 눈으로 그 끝방 귀빈은 잘 대해 주시니? 주인님(어르신을 다들 주인님이라고 불렀어)이랑 독대해 봤다는 게 진짜야? 그 끝방 나으리 방에서 이상한 걸 봤다며? 다들 네가 미쳤다고 하던데? 주인님이랑은 알던 사이야? 그 끝방 나으리는 널 왜 다시 돌려보내셨다니? < 대충 이런 뉘앙스의 질문들이었어 남자는 나한테 잘 대해 줬고 어르신이랑 독대도 해 봤고 끝방엔 이상한 게 들어올 틈이 없으며 미쳤다면 진작에 미쳤을 것이고 어르신은 내 은인이자 나를 죽일 뻔한 사람이며 날 왜 돌려보냈는지는 나도 잘 모르는 일이었지 소문이 이상하게 돌고 있던 건 맞았어
이름없음 2021/01/18 16:02:22 ID : xRvhdV89AnW
특히 끝방과 그 남자에 대해서는 정말 소문이 황당할 정도로 무시무시하게 나 있었는데 끝방이 복도 가장 끝이라 조금 으스스한 것도 있었고 잠귀가 밝은 시중들이 개가 짖는 소리를 듣는다는 소문 때문에 더 음산했는데 내가 처음에 느꼈던 그 위압감과 압도감 같은 게 고스란히 드러나는 날렵한 날짐승상의 얼굴에 그려진 문양들도 그렇고 너무 큰 키나 체격 같은 게 그 소문에 불을 붙인 와중에 시중 하나를 곁에 안 뒀으니까... 그리고 사람 얼굴을 빤히 관찰하면서 괜히 무섭게 대하니까 성격이 괴팍하다는 소문이 돌 수밖에
이름없음 2021/01/18 16:04:25 ID : xRvhdV89AnW
그러다 갑자기 나를 지목했지 내 얘기가 돌던 건 나도 짐작하고 있던 사실이었어 다른 시종들이 주인으로 모시는 분이 나를 구해 주셨고 아프기도 엄청 아팠으니까 근데 그런 나를 그 남자가 지목했으니 소문이 안 날 수가 없던 상황이었지 심지어 한동안 처소 밖으로 나오질 않아 내가 잡아먹혔다는 소문도 돌고 있었다는 말은 너무 황당해서 계속 적어 뒀던 게 기억나
이름없음 2021/01/18 16:07:50 ID : xRvhdV89AnW
1이 말하길 끝방 나으리는 어르신을 언젠가 죽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는데 그건 사실일지도 몰랐지 둘 사이는 꽤 예전부터 나빠 보였고... 그런데 괴팍하다느니 소리를 들을 만한 사람은 아니었어 그래서 일부러 꽤 다정하게 대해 주셨다고 말까지 했지만 쉽게 믿는 눈치는 아니었지 두려움에서 비롯되는 소문들은 다 허무맹랑하지만 어딘가 있을 법한 이야기였어 하여튼 그 얘기로 꽤 오래 붙잡혀 있었던 게 기억나 사수들이 나를 꽤 불편해하고 어려워한다는 사실도
이름없음 2021/01/18 17:08:56 ID : a5U0oIHDwIG
주접 레스주 등장.. 오늘도 재밌게 봤어! 끝방 나으리 여전히 너무 스윗하네 그 피지컬에 스레주 주려고 죽 가지고 오는 모습 상상하니까 귀여워,, 열심히 썰 풀어줘서 고마워 스레주 그 어린 남자애는 누구였을지도 궁금하당
이름없음 2021/01/18 18:25:52 ID : rAnSGmnzPbj
이것만 보면 너무 설레 로멘스 읽는 기분이야... 짜릿해...☆
이름없음 2021/01/18 23:36:43 ID : MlwpXAqo7ta
어린 남자애 어르신 아니야...? 미안 내 로판뇌가 일케 상상해버린다 너무 재밌어 ㅠㅠ
이름없음 2021/01/18 23:42:34 ID : twHB84IJWkp
남자애 가면쓰고 피같은 술 준 애아닌가?
이름없음 2021/01/19 03:28:47 ID : 8jfWoZip9ba
ㅠㅠㅠㅠㅠ나 과몰입해서 끝방 나으리가 내치다가 다시 간호해준 부분에서 눈물 흘렸다.. 나으리 최고
이름없음 2021/01/19 03:29:50 ID : 8jfWoZip9ba
스레주.. 매일 기다리구 있어ㅜㅜ 꼭 결말은 내줘야해 알겠지?!
이름없음 2021/01/19 04:02:04 ID : g3Vak2q5arc
잘 보고있어!!! 혹시 다들 의상은 어때? 어느시대라던가 비슷한 의상이라던가 있어??!! 사진으로 보구싶어서ㅠㅜ 나으리랑 어르신 착의상태가 궁금하네
이름없음 2021/01/19 04:18:56 ID : xRvhdV89AnW
내가 의상 쪽을 설명해 주고 싶지만 전문 지식이 너무 부족해서 어떤 시대 어느 나라라고 콕 찝어서 얘기해 줄 수가 없네 그나마 제일 비슷한 건 고려 의복이나 뭔가 겹겹이 입는 옷과 장식이 많이 달린 유카타? 둘 다 그 느낌이 아니었는데 뭘 예시로 들어도 정확히 설명이 안 되네 동양풍이라는 것만 기억나고 정확한 의상은 기억이 나지 않아서
이름없음 2021/01/19 04:22:48 ID : xRvhdV89AnW
끝방 나으리의 의상은 따로 장식이나 겉옷을 걸치지 않은 까만 의복 새까만 색에 별다른 포인트도 없어서 그냥 소매가 길고 품이 헐렁하게 남는 까만 옷이었다는 것밖에 기억이 안 나는데 어르신 옷은 진짜 화려했어 색도 매번 달랐고 장식이라든지 수놓아진 무늬도 화려했고 겉옷 안에 또 다른 의복들이 얇고 겹겹이 덧대 있는 느낌 와 이렇게 설명이 안 될 줄은
이름없음 2021/01/19 06:36:57 ID : e1A2NBtijdA
레주! 재밌게 읽고 있어ㅎㅎ 건강 조심하구!
이름없음 2021/01/19 12:12:57 ID : teMi2nxBf88
우앙 레주야 나 질문! 이미 지난 이야기긴 한데 끝방 나으리가 남겨 둔 동물이 처음엔 호랑이랑 개였는데 이야기가 전개될 수록 늑대랑 개로 바뀌어서... 혹시 어느쪽이 맞는 거야?!
이름없음 2021/01/19 15:47:27 ID : xRvhdV89AnW
안녕 나 스레주야! 좋은 질문 고마워 나도 호랑이로 잘못 적은 것 같아서 계속 찾고 있었는데 저번에 읽을 때 못 찾아서 내가 착각했나? 싶었어 근데 잘못 적은 게 맞구나 덕분에 수정했어 정독에 혼선을 줘서 미안해 귀안이 트이는 술을 마시고 악몽을 꿨을 때 방으로 들어온 동물이 개와 호랑이고 나으리가 자리를 비웠을 때 남은 게 개와 늑대였어
이름없음 2021/01/20 03:08:10 ID : 8jfWoZip9ba
목빠져유 얼른 풀어줘
이름없음 2021/01/20 16:05:12 ID : g3Vak2q5arc
아냐! 그렇게라두 알려줘서 고마워ㅜㅜㅠ 내가 동양풍 진짜 좋아하거든ㅜㅠ
이름없음 2021/01/21 02:23:37 ID : vjvxA1yK6lx
와 진짜 너무너무 재밌다,, 주작은 아닌거같은데 진짜 아니라면 세상에 궁금한게 너무 많아지는데
이름없음 2021/01/21 08:38:10 ID : xRvhdV89AnW
한동안은 사수들이랑 쭉 일만 다닌 것 같아 좋은 경험이었어 나는 도통 바깥을 볼 기회가 없었고 가끔 나간 바같에서도 안 좋은 일들만 겪었으니까... 물자들은 이미 한번 검토되어 오고 대부분의 물자들이 성 안에서 나기 때문에 우리가 할 일은 많이 없었고 그냥 바깥을 돌아다니거나 하는 일로 시간을 보냈지
이름없음 2021/01/21 08:42:39 ID : xRvhdV89AnW
사람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고 시끌거렸어 성벽 안에 낮은 건물들과 그 사이로 자리해 있는 궁의 여러 건물들이 이어져 있었는데 궁은 시중들이나 관계자 외의 출입이 자유롭진 못했지만 그 건물들 사이에 섞여서 잘 어우러져 있었어 우리는 궁에서 한 거리 떨어진 곳에서 어르신께 바치는 물건들을 검토하는 역할이었는데 가기가 중간 지점이고 거기서 검토를 다 마치면 궁에서 한 번 더 검토를 하는 식 마지막 검토는 우리 같은 말단한테 시키지 않는 중요한 일이었어 우리는 위험물이나 궁으로 들어와선 안 되는 것들을 거르다 보니 일은 없지만 조금 위험한 상황이 있을 수도 있었지
이름없음 2021/01/21 08:46:02 ID : xRvhdV89AnW
2가 말해 줬는데 누가 어르신께 바치는 공물(이런 개념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중에 산 사람의 새까만 심장을 넣어 둔 적이 있어서 한동안 어르신 심기가 영 불편해 보였더고 했어 산 사람의 심장은 곧 저주라는 의미였지 사람은 사는 내내 부정적인 감정들을 너무 많이 끌어안고 살아서 영혼은 자꾸만 작아지고 갈라지고 새까맣게 변해 버린다는 이야기였어 동화 같아서 이 얘기에 대해 자꾸만 물어봤던 게 생각나
이름없음 2021/01/21 08:57:39 ID : xRvhdV89AnW
하여튼 우리가 하는 일은 열흘에 한 번씩 주변 상가들을 단속(이것도 같이 움직이는 군병이 있었지만 임시 권한은 우리가 가지고 있던 개념이라 그냥 시늉이었어)하고 물건들을 거른 다음 그냥 주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뿐이었어 일이삼 사수들과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고 주변 상가 개념의 가게들을 다니면서 얼굴도 트기 시작했지
이름없음 2021/01/21 09:16:11 ID : xRvhdV89AnW
여기서 유통되는 화폐는 전부 동전이었는데 가벼운 물물교환도 가능해 보였어 나는 내가 돈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는데 마담이 맡아 두고 있더라고 넌 정식으로 고용된 것도 아닌데 돈까지 바라느냐고 화를 냈지만 맡아 둔 돈은 그대로인 것 같았어 그 돈은 동전처럼 납작하고 평평한데 금처럼 노란 광택이 나고 있었어 흔히 유통되는 걸 보면 금은 아닌 것 같았고 그냥 돈 하면 생각하는 것들의 형상화인 느낌
이름없음 2021/01/21 09:17:41 ID : Ru7dPbeMi1b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1/01/21 09:19:06 ID : k3DwLak9xWn
ㅇㅂㄱㅇㅇ
이름없음 2021/01/21 09:25:55 ID : xRvhdV89AnW
특별한 일은 없었어 어르신의 성으로 바쳐지는 것들은 수신인이 어르신 말고도 다양했는데 방의 위치가 적혀 있고 수신인은 적혀 있지 않아서 구분이 가지는 않았지만 다양하고 사소한 것들까지 전부 오게 됐지 정말 평화로웠어 단속도 우리가 할 일은 딱히 없었고
이름없음 2021/01/21 09:39:51 ID : xRvhdV89AnW
그러다 단속을 나가는 두 번째 날 온 군병이 키가 정말로 커 보였어 우리랑 같이 단속을 나가는 군병들이 원래 거리 단속의 임무를 맡고 있는데 궁 주변의 상가들은 궁에서 유통하는 것들을 파는 곳들이 대다수라 좀 유순한 편이고 문제가 생겼을 때 비교적 대화가 잘 통해서 우리끼리 가도 문제가 없었지만 외곽부터는 이야기가 다르다고 들었고 하여튼 비교적 빡세지 않은 곳이라 원래 사찰이나 경비, 엄호 등등을 맡는 군병(어르신의 군사들... 정확한 표현이 기억이 나지 않는데 기사라는 표현은 조금 이질적이라 표현이 오락가락 바뀔 수 있는 부분은 양해 부탁해) 하나와 동행할 수 있었어
이름없음 2021/01/21 09:45:35 ID : xRvhdV89AnW
군병이라는 표현이 너무 강한 것 같네... 무사? 군사? 기사? 아무튼 어르신의 군사들은 공통된 유니폼을 입고 있었어 조금 품이 남는 의복과는 달리 정말 사극에 나오는 것처럼 몸이 잘 부각되어 보이는 까만 군복 입고 있었어 군복이라고 해 봤자 사극에서 보는 자객 의상 같았지만 그래도 장도를 차고 있는 모습을 보면 위압감이 들었지 그리고 눈만 내놓고 눈 아래부터 목까지 가리는 복면을 썼는데 순찰 비스무리한 일을 하는 내내 말을 한 마디도 안 했어 말을 거는 것도 조금 어려운 일이었어
이름없음 2021/01/21 09:49:07 ID : xRvhdV89AnW
그날 온 사람은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컸다니까 꼭 끝방 나으리를 보는 느낌이었지 눈도 제대로 보이지 않고 위압감이 느껴져서 일이삼 사수들 옆에 딱 달라붙어서 가는데 왠지 모르게 조금 익숙했어 함께 순찰을 도는 분들은 늘 우리 뒤를 걷는 호위에 가까운 포지션이었는데 넘어질 뻔한 걸 잡아 준다거나 간단한 물음에 대답을 피한다거나 하는 점이 점점 수상하고 설마? 싶었지 아니 황당하잖아 그럴 리가 없는데
이름없음 2021/01/21 09:56:53 ID : xRvhdV89AnW
그런데 평소에도 말이 없던 3이 나를 잠깐 부르더니 내 쪽을 향해서 소근소근 말했어 납치를 당할 거면 좀 티 안 나게 당하라고 했던가 이런 맥락이었고 엄청나게 황당했던 것만 기억나 그 빤한 얼굴로 덤덤하게 말하니까 할 말이 없어져서 더 뭐라고 되묻지도 못하고 있는데 잠깐 소란이 있었지 행인끼리 시비가 붙은 모양이었고 드디어 할 일이 생긴 상황이었어 나도 사수들을 따라서 그쪽으로 가려고 했는데 누가 뒤에서 나를 잡아 끄는 느낌이 들었지
이름없음 2021/01/21 09:58:38 ID : xRvhdV89AnW
사람이 촉이라는 게 있고 나도 그 사람을 얼마나 많이 지켜봤는데 그거 하나를 모르겠어 그냥 걱정이 되는데 내가 시간은 영 나지 않으니 직접 찾아온 거구나 했어 타인한테 걱정받는 느낌이 나쁘지도 않았고 그 남자가 관심을 표하는 법이 투박하다는 사실도 모르지 않았지 그래서 그 남자가 왜 무사 복장을 하고 순찰 당번에 끼게 된 건지는 묻지 않으려고 했어 나는 잘 지내고 있었고 그 끝방으로 돌아가기에는 아직 때가 이르다는 걸 알았으니까
이름없음 2021/01/21 10:02:26 ID : xRvhdV89AnW
그래서 이런 식으로라도 인사를 전하려고 하는구나 이 남자의 다정함은 나를 늘 이상한 방식으로 보살피는구나 싶었어 당연히 그 남자가 나를 붙잡았겠거니 뒤를 돌았고 눈만 내놓고 있던 그 무사는 좀 당황한 표정으로 두어 발자국 떨어져 있었지 그때부턴 나도 같이 당황했지만
이름없음 2021/01/21 10:07:42 ID : xRvhdV89AnW
시야에 내 옷깃을 붙든 사람이 안 보여서 두리번거리다 발견한 건 그때 그 남자애 그때 그 시간 걔가 사람이 그렇게 많은 거리에서 혼자 덩그러니 너를 쳐다보면서 서 있었어 새까만 눈동자에 새하얀 머리카락 그때 내가 아플 때 방에 들어와 있던 그 남자애였지 너무 놀라서 걔랑 눈이 마주치고도 한참 뻐끔거렸던 것 같아 네가 왜 여기 있어? 하고 물어보는데 걔는 정말로 태연한 표정으로 내 의복 끝자락을 잡아 끌면서 길을 잃어버렸다고 말했어
이름없음 2021/01/21 10:11:46 ID : xRvhdV89AnW
누가 봐도 거짓말을 하는 얼굴이었는데 일단 나는 놀라기도 놀랐고 걔는 아직 애잖아 비록 나한테 반말을 찍찍 하는 점과 궁에서 시중 하나 안 두고 방을 자기 집처럼 헤집는 걸 봐선 나보다 훨씬 전부터 여기에 눌러앉은 입장이었겠지만 걔는 일단 애잖아... 그래서 걔 손을 정말 꼭 붙잡고 잠깐 얘를 궁으로 데려다주고 와도 되냐고 물어보는데 일이삼 사수들의 표정이 장난이 아니었어 되게 당황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쳐다보고 있다가 그러라고 하고 보내 주는데 영 신경이 쓰이더라고
이름없음 2021/01/21 10:19:23 ID : xRvhdV89AnW
근데 그 호위를 맡던(어디에 있어도 인파 속에서 혼자 툭 튀어나온 것처럼 체구와 키가 압도적인) 남성분이 그쪽을 안 따라가고 이쪽을 따라서 걷는 거야 심지어 아까보다 훨씬 가까웠고 그쯤되면 모르는 게 이상하다 싶어서 슬쩍 저쪽 안 따라가 보셔도 되냐고 모르는 척 물어봤는데 끝까지 대답은 안 하고 고개를 젓더라고 그냥 기분이 좋아서 계속 웃었던 것만 기억나
이름없음 2021/01/21 10:27:22 ID : xRvhdV89AnW
일단 인파를 벗어나서 좀 한적한 곳으로 피해야 했어 사람이 붐벼서 거기서 길을 잃어버렸다간 나도 찾기 힘들 것 같았거든 그래서 한참 인파 속을 헤매다 빠져나와서 진이 다 빠진 상태로 쪼그리고 앉았어 걔한테 겨우 어쩌다 나오게 된 거냐고 물어보는데 걔가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나를 기억해? 하고 되물어봤어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어서 걔를 한참 쳐다보다가 네가 기억하라고 했잖아. 이런 식으로 대답했는데 걔가 처음 만났을 때처럼 너무 환하게 웃는 거야
이름없음 2021/01/21 10:33:48 ID : xRvhdV89AnW
와 순간 무슨 생각까지 들었냐면 좀 우습지만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어 정확히는 살고 싶다는 생각이었지 만감이 교차하는 것 같았어 하늘은 천천히 노을빛으로 물드는 그런 시간이었는데 딱히 힘든 일도 없었고 그날도 순탄하게 검토를 마친 뒤에 일과가 다 끝날 때쯤 돈 순찰에서 익숙한 사람을 마주친 것 같다 정도밖에 없었는데 그냥 만감이 교차하는 거야 걔가 환하게 웃는데 왜 그런 건지는 몰라도 그냥 마음이 억세고 질겨지는 것 같았어 아 살아야겠다 싶었지 목적도 희망도 사람도 사랑도 아무것도 없었고 그 무엇도 소중하지 않았는데
이름없음 2021/01/21 10:35:39 ID : Ru7dPbeMi1b
헐.. 보고있어!
이름없음 2021/01/21 10:36:29 ID : xRvhdV89AnW
마음이 시큰하게 울리지만 또 거세게 뛰면서 두근거렸어 사랑이랑은 전혀 다른 벅참이나 설렘 때문에 체내에서 울리는 심장 소리가 내 귓가까지 울렸지 그 표정을 멍하게 쳐다보는데 걔가 내 뺨에 손바닥을 얹으면서 또 나를 빤히 쳐다봤지 왜 울어? 그 소리를 들은 뒤에야 나는 내가 울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는데 말이야 정말 이상한 일이야 진짜 이상한 일이었어
이름없음 2021/01/21 10:38:12 ID : xRvhdV89AnW
나도 너무 당황해서 안 운다고 대답하면서 눈물을 닦아 내는데 와 감정이 정말 파도처럼 밀려 온다는 게 무슨 뜻인지 그 문장이 어떤 의미인지 그때 처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어 감정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울컥거리느라 종잡을 수가 없는 마음이 너무 생소하고 이질적이라 뭘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그냥 눈물을 닦다 말고 계속 울었어 진정이 안 되던데 꼭 처음 태어난 아기처럼 계속 울었어
이름없음 2021/01/21 10:41:23 ID : bg41u2smMi8
보고있어!
이름없음 2021/01/21 10:44:09 ID : xRvhdV89AnW
와... 그냥 울컥울컥 감정이 자꾸 나를 잡아먹으려고 드는 것처럼 손까지 떨어 가면서 손바닥에 얼굴을 파묻고 우는데 내 어깨를 감싸는 큼지막한 손 때문에 울다 말고 위를 올려다봤을 땐 이미 그 남자가 복면을 내리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어 그러니까 코까지 감싸고 있던 베일 같은 천이 내려가고 그 남자의 얼굴이 보이는데 다시 또 알 수 없는 감정 때문에 마음이 다 끌어안지도 못할 정도로 멋대로 굴기 시작했어 자꾸만 심장이 뛰었지
이름없음 2021/01/21 10:46:37 ID : INs2srwIE2p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1/01/21 10:48:01 ID : xRvhdV89AnW
- 나야. 이런 식으로 자꾸 놀라게 해서 면목이 없군. 이 꼬맹이를 데려다주고 다시 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 울지 말고. 남자가 이런 뉘앙스로 말하는데 그 남자만 보이는 거야 뒤로는 사람이 수없이 지나가고 날은 자꾸 주홍빛으로 물들고 옆에서 그 애가 뭐라고 자꾸 떠드는디 하나도 안 들렸어 정말 눈물이 핑 도는 느낌이라 그 남자의 평소보다 훨씬 짧은 소매를 붙잡고 펑펑 울면서 가지 말라고만 했어 마음이 자꾸만 조급해지고 심장은 공포스러울 때처럼 빠르게 뛰어서 숨을 쉬는 것도 좀 버거웠는데
이름없음 2021/01/21 10:52:00 ID : xRvhdV89AnW
울지 말라는 말만 들려서 더 서러웠을지도 모르고 아니 그건 서러운 것도 아니었어 그냥 감정이 주체가 안 돼서... 그냥 막 울면서 그 남자의 소매를 붙들고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어 돌아가고 싶어요 돌아가서 살고 싶어요 그 말만 계속 했어 이상한 일이지 내가 돌아가는 건 그 남자가 바라던 일일 텐데 눈물을 계속 훔치다 마주친 남자 표정이 너무 오묘했어 나도 이상한 일이냐 사람을 잡아먹는 귀신들이 사는 세계에 눌어붙지 않고 다시 이 축축한 삶을 사랑하게 됐는데 하나도 기쁘지가 않았어
이름없음 2021/01/21 10:54:21 ID : xRvhdV89AnW
그냥 불안감만이 나돌았어 살고 싶었지만 떠나고 싶지는 않았어 돌아가고 싶었지만 다시 내팽개치고 싶지는 않았고 가 버리고 싶었지만 놓치고 싶지도 않았어 무엇 하나 그립지 않은 게 없는데도 여길 떠나면 둘 중 어느 쪽이 더 그리울지 상상이 가지 않았어 남자가 천천히 무릎을 굽히고 쪼그리고 앉아서 나랑 시선을 마주하는데 포근하고 원망스러운 느낌이 들었지 여기서 보내는 시간들을 무척이나 사랑했으니까
이름없음 2021/01/21 10:56:48 ID : xRvhdV89AnW
그 남자가 뭔가 할 말이 있다는 표정으로 말머리를 그, 하고 떼는데 백발의 남자애가 내 앞을 가로막고 서서 나를 확 끌어안았어 그리고 남자를 돌아보면서 막 밀치기 시작했지 호위는 얼굴을 보이지 않는 게 원칙 아냐? 네가 뭔데 말을 낮춰? 네가 뭔데 울지 말라고 해? 하면서 떼를 쓰는 것에 가까운 화를 냈는데 그 남자는 걔가 누군지 알고 있다는 듯이 험악한 표정으로 성가시다는 티를 내고 있었지
이름없음 2021/01/21 11:04:43 ID : xRvhdV89AnW
- 얜 내 거야! 내 신부 하기로 했어! 사랑받지도 못하는 새끼가 왜 자꾸 끼어들어? 꺼져! 좀 꺼져! (악을 쓰고 있어서 몇몇 말만 기억나는데 중간중간 기억나는 게 저런 뉘앙스의 욕밖에 없었음 병신이란 말도 했던 것 같은데 맥락이 기억이 안 남 욕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서 눈물이 뚝 그쳤음) - 징그러운 새끼야, 네가 몇 살인데 얘가 너랑 결혼을 해. 진짜 죽여 버리기 전에 알아서 돌아가. 걔가 너 하나 없어진다고 신경이나 쓰냐? (이쪽도 지지 않고 애한테 욕을 해서 진짜 기함을 했음 애가 몇 살인지 아시는 양반이 왜 애한테 저렇게 전력으로 욕을 하나 싶어서 벙쪄 있었음) - 네가 나를 어떻게 죽여? 허세 그만 부려, 병신아! 그리고 진짜 나한테 시집 오기로 했거든? 그치? 나한테 시집 와 줄 거지? 안 갈 거지? 안 가겠다고 말해. 여기만큼 좋은 데가 어디 있어. 안 가겠다고 해. 미워할 거야. 가면 정말 미워할 거야. 안 가겠다고 해. 가지 마. (대략 이렇게 횡설수설하는... 대충 살을 덧붙여서 쓰는 내용들) - 네 스스로 돌아가. 정말 가만히 안 있어.
이름없음 2021/01/21 11:06:47 ID : xRvhdV89AnW
정말 너무... 황당해서 눈물이 쏙 들어갔다니까 둘만 아는 대화에 의문점이 몇 개고 이 어린 애가 없어졌는데 신경도 안 쓰는 걔라는 작자는 누구이며 대체 내가 얘한테 왜 시집을 가야 하고 얘는 몇 살이길래 대체 저렇게 험악하게 생긴 남자(심지어 올블랙 착장의)한테 저렇게 원색적인 욕을 하나 싶었고 왜 저 남자는 저렇게 어린 애한테 지지 않고 욕을 하나 싶어서 진짜 너무 혼란스러웠어
이름없음 2021/01/21 11:11:08 ID : xRvhdV89AnW
그 어린 애가 너 나한테 시집 올 거야 말 거야? 하고 물어봤을 때 당황해서 넌 너무 어리고... 로 말을 시작했는데 다 듣지도 않고 화난 표정으로 인파 속으로 확 뛰어가 버린 애를 붙잡아야겠다 싶어서 급한 대로 다리를 일으키는데 그 남자가 도로 나를 붙잡았지 나도 걔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고 혼자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지만 그래도 어린 애잖아 그래서 애를 어떻게 혼자 가게 둬요? 하고 물어보는데 그 남자가 정말 기가 차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네 눈엔 저게 애로 보여? 하고 되물었지
이름없음 2021/01/21 11:31:36 ID : Ru7dPbeMi1b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1/01/21 21:28:17 ID : yMrvCmJRBdP
보고잇서
이름없음 2021/01/21 23:13:02 ID : u3zQsqo44Zc
정주행 마쳤다!! 넘 흥미진진하게 잘 보고있어!!
이름없음 2021/01/22 01:10:29 ID : uoMo4ZeIFcl
저게 애로보여ㅋㅋㅋㅋㄱㅋㅋㄱㅋ아놔 나리 넘 기엽다
이름없음 2021/01/22 01:36:28 ID : 8jfWoZip9ba
스레주 나으리랑 잘되는고 맞지/:? 맞다고 해줘..
이름없음 2021/01/22 09:11:44 ID : jBvyMmHDxXB
레주야 넘 재밌어 ㅠㅠㅠㅠ 내 인생 스레딕 보고 심장이 이렇게ㅠ뛰는 건 처음이야
이름없음 2021/01/22 12:42:39 ID : s07falg4Y4H
레주 너무 재밌어ㅠㅠ 혹시 얼마나 진행됐는지 퍼센트로 나타내줄 수 있어? 한 50% 이렇게
이름없음 2021/01/23 14:11:42 ID : SIGmlii5Vbx
존잼이다 이글못본 사람들이 불쌍할 정도네
이름없음 2021/01/23 14:31:22 ID : xRvhdV89AnW
이 정도 남았어!
이름없음 2021/01/23 14:39:56 ID : SIGmlii5Vbx
50%정도?
이름없음 2021/01/23 14:49:58 ID : xRvhdV89AnW
671번 참고해 줘! 세세한 이야기까지 다 적는 거라 아직 30% 정도 남은 것 같아 퍼센티지가 가늠이 안 돼서 애매하네
이름없음 2021/01/23 15:24:18 ID : xRvhdV89AnW
그 이후에 그 남자와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내가 돌아갈 집에 대한 많은 얘기를 하고 잠이 들었던 건 드문드문 기억이 나지만 정말 이상하게 그 남자애가 떠나고 그 남자와 했던 대화들이나 숙소로 돌어온 기억이 전부 사라져 있었어 그 다음 날 일어났을 때도 그랬지 꼭 누군가 시간을 빠르게 감아서 몇십 년 전 기억으로 만들어 놓은 것처럼 하나도 기억이 안 났어
이름없음 2021/01/23 15:27:29 ID : xRvhdV89AnW
숙소에서 잠이 들었고 눈을 떴을 땐 내가 그 엘리베이터를 타고 처음으로 도착한 예전 시골집이었어 이해가 돼? 내가 새벽에 눈을 뜬 그 예전 시골집이었다고 모든 환경은 내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어떤 문을 열었을 때와 똑같았어 집에선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고 나는 열일곱으로 돌아와 있었어 그 엘리베이터도 아니고 우리 빌라도 아닌 열일곱의 새벽 즈음에 눈을 뜬 거야
이름없음 2021/01/23 15:34:14 ID : xRvhdV89AnW
미치는 것 같았어 어디서부터가 꿈이고 어디서부터가 현실인지 분간아 안 됐지 처음처럼 벽에 부딪혀 보기도 하고 방 구석구석을 둘러봤지만 사람이 사는 집이라는 흔적만 있고 정작 사람은 없었어 다시 그 행렬을 찾으러 내가 그 행렬을 본 곳 근처에서 숨어서 기다려 봤지만 성으로 향하는 행렬은 나타나지 않았어
이름없음 2021/01/23 15:47:14 ID : xRvhdV89AnW
처음엔 꿈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다시 잠들었는데 또 그날 새벽으로 되돌아와 있었지 거실에 시계는 아예 멈춰 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늘 새벽 세 시 즈음이었어 맨발에 쩌적쩌적 달라붙는 마룻바닥이 소름이 끼칠 것 같았지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나는 거기 갇히게 된 거야
이름없음 2021/01/23 15:51:47 ID : xRvhdV89AnW
한 세 번째 깨어났을 땐 난 온 마을을 뒤지고 다녀야 했어 구멍 가게 창문을 박살 내 보기도 하고 남의 집에 멋대로 들어가 보기도 했지 점점 미쳐 가는 것 같았어 풀벌레 소리만 가득하고 사람은 보이지도 않았지 배가 고프지도 잠이 오지도 않았어 그냥 시간과 감각이 전부 멈춰 버린 것 같은 새벽의 연속이었어 그 정적 동안 뭘 생각했냐면 내가 버리고 떠나 온 세계에 대해 생각했어 모두가 있는 죽은 공간 말고 내가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았더라면 남아 있었을 세계 말이야
이름없음 2021/01/23 15:58:11 ID : Baso1Ci1hbC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1/01/23 16:05:16 ID : xRvhdV89AnW
내가 그 성에서 많은 사람과 부대끼며 지내서 잠깐 잊고 지내던 싸늘함과 외로움이 한꺼번에 들이닥치는 것 같았어 다시 돌아가면 또 이런 외로움을 겪어야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지 정말 미칠 것 같았어 복용하고 있던 정신과 약들이 생각났고 온갖 부정적인 생각에 몸이 좀먹히는 것 같았지 무력하고 또 무력했어 거길 벗어날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어 그 어떤 공포스러운 장면보다 단조로웠고 평화로웠고 또 잔인했어
이름없음 2021/01/23 16:05:50 ID : DuoMpdSLbxA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1/01/23 16:23:11 ID : dWi3u7gkmsr
레주 현재 직업이 뭐야??
이름없음 2021/01/23 16:28:05 ID : xRvhdV89AnW
섬뜩할 정도로 조용한 방에서 어느 순간부터 시계 초침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서 잠이 안 왔어 거기 얼마나 있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걸 시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꺼 싶기도 했고 그냥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빠지는 느낌 거기서 죽어 버리고 차라리 그 성으로 다시 돌아갈까 생각도 했었어 정말로 긴 시간이었지 차라리 어디로든 가 봐야겠다고 다시 밖으로 나서려던 때 문밖에서 누가 달리는 소리가 들렸어 탁탁탁탁 하는 발소리가
이름없음 2021/01/23 16:38:20 ID : xRvhdV89AnW
그전까진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만 전전하다 지금은 취업 준비하고 있어 그전에도 그냥 알바만 내내 했어서 마땅한 직업은 없었어 그땐 어리기도 했구 나도 이것저것 준비할 게 많았거든
이름없음 2021/01/23 16:58:43 ID : xRvhdV89AnW
와 그 아무도 없는 마을에서 나는 발소리를 듣는데 나도 모르게 문을 열고 사람을 만나려고 뛰어 나가고 있더라고 그 복도 천장에서 나는 발소리 덕분에 누가 뛰어 오는 소리만 들어도 기겁을 했었던 것 같은데 나도 모르게 발소리를 쫓아서 계속 뛰었던 것 같아 동네 구석구석 더리랑 논밭이 있는 데를 자꾸 정신없이 뛰고 또 뛰는데 소리만 달리고 사람은 보이지도 않았어 신발도 중간에 벗겨져서 발이 따끔가리는데 그런 건 신경도 못 쓸 정도로 간절했어
이름없음 2021/01/23 17:00:10 ID : bg41u2smMi8
보고있어!!
이름없음 2021/01/23 17:23:13 ID : knA0nCrAjcl
우리 할머니가 살던 시골이 진짜 속된 말로 깡촌이야 슈퍼도 차로 한 십오 분은 나가야 있고 진짜 식당 하나 없는 시골인데 거길 어딘지도 모르게 계속 헤매다 나도 모르게 분교 쪽으로 가고 있었어 분교 쪽 도로로 정신없이 헥헥거리면서 따라잡는데 분교 한 구석에서 희끄무레한 게 아주 느리게 꿈틀거리고 있었어
이름없음 2021/01/23 18:09:31 ID : 81eNAnQoHyN
헐 진짜 정신 나갈 것 같았겠다 갑자기 한순간에 나으리나 어르신이나 그 성에 있던 것들이 사라진 거잖아 진짜 와...
이름없음 2021/01/24 20:30:01 ID : 5goY1g6i9y1
이거 좀 뒷ㅂ북이긴 한데ㅔ...혹시 그 여자 엘레베이터걸 아니야?
이름없음 2021/01/24 21:04:59 ID : s07falg4Y4H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1/01/25 16:11:55 ID : a5U0oIHDwIG
나으리 스레주가 걱정되어서 군사로 변장해서 스레주 보살펴 준거 너무 스윗하다 진짜.. 나으리는 애기가 막기 전에 무슨 말을 하려 했을까 왜 스레주가 돌아가고 싶다니까 기뻐하지 않았지 나으리 우리 스레주 연모한 거죠 그렇죠ㅠㅠㅠㅠ
이름없음 2021/01/27 13:57:23 ID : xRvhdV89AnW
내 시야보다 프레임이 느리게 움직이면서 나는 울렁거리는 느낌 나는 미쳐 버릴 것 같았어 거기 더 있다간 정말 목을 매달 수도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지 그 망할 새벽이 걷히고 밧줄을 찾기만 한다면 말이야 물불 가릴 게 없었어 그 하얗게 꿀렁거리는 게 저승으로 통하는 문이든 이승으로 돌아가는 문이든 저 발소리를 쫓아야 했어 그 희고 밝게 꿀렁거리는 구석에서 눈을 떼지 못했지만 몸은 분교 구석에서 들리는 발소리를 따라 움직이고 있었지
이름없음 2021/01/27 13:58:15 ID : s07falg4Y4H
헐 왔구나ㅠㅜ
이름없음 2021/01/27 14:03:44 ID : xRvhdV89AnW
한 가지 이상한 건 그 소리가 자꾸 나를 유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가 희끄무레하고 정체를 알 수 없은 걸 바라보느라 걸음이 멈추자 멀어지던 그 소리가 다시 가까이 들리기 시작했지 다시 돌아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야 그치만 그때 나는 아무것도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 그저 그 소리를 쫓아서 문이 닫힌 분교 앞까지 또 달리고 그러다 분교의 유리문 앞에서 소리가 잠시 멈추더니 안에서 유리창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또 발소리가 멀어졌어
이름없음 2021/01/27 14:04:16 ID : xRvhdV89AnW
일이 너무 한꺼번에 몰려서 패턴이 엉망이 되어 버린 탓에 이야기를 많이 못 적었어 미안해 기다렸지
이름없음 2021/01/27 14:31:45 ID : s07falg4Y4H
괜찮아 이제라도 왔으니까 행복하다
이름없음 2021/01/27 14:42:15 ID : xRvhdV89AnW
손이 정말... 손날이 빨갛게 부을 정도로 세게 잠긴 문을 계속 두드렸던 것 같아 발소리가 안 들리고 또 풀벌레 소리만 들리는 게 너무 무서워서 잠긴 분교 정문 유리창을 계속 두드리면서 소리를 질렀어 장말 사람이 존재하지도 않았는지 아무도 나와 보지 않았지 그냥 달만 밝게 떠 있었고 캄캄했는데 유리창 뒤로 그 희끄무레한 게 조금씩 움직이면서 이쪽으로 오는 게 느껴져서 더 다급해졌던 것 같아
이름없음 2021/01/27 14:51:30 ID : xRvhdV89AnW
그 꾸물꾸물 움직이는 형체를 분간할 수 없는 게 달빛 아래에서 은은하게 빛을 내면서 조금씩 다가오는데 마음이 점점 조급해져만 갔지 더 세게 더 빨리 문을 두드리고 있는데 어느새 그건 내 바로 옆으로 와 있었어 여전히 형체가 없지만 거대하게 흐트러진 사람 형상으로 차츰 모양새가 잡혀 가는 것 같았어 그게 내 바로 옆에 서 있는데 위화감에 숨을 턱 멈추게 되더라고
이름없음 2021/01/27 15:14:34 ID : xRvhdV89AnW
그 하얀 덩어리는 아주 느리고 천천히 사람의 형상을 갖추고 있었어 내 옆에 서 있던 게 꾸물거리면서 사람의 모습을 갖추어 가고 있는데 그게 무섭지는 않고 그냥 신기했어 새하얗게 빛나는 게 꼭 다른 공간에서 그만큼의 여백만 잘라다 불 하나 안 들어오는 새벽녘 분교에 붙여 둔 것 같았지 이윽고 그게 사람 그것도 여자의 형생을 희끄무레하게 갖추게 됐을 때 왜인지는 몰라도 사라진 귀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어
이름없음 2021/01/27 15:22:56 ID : xRvhdV89AnW
그 희끄무레한 형상이 나를 향해서 손을 내밀었어 손바닥을 마주대듯이 한 손을 들어서 내 쪽으로 향하다 뚝 멈추는데 거기에 손바닥을 올려 달라는 의미 같았어 손바닥을 곧게 펴서 마주대는 그런 자세 알아? 이게 말로 설명하려니까 영 어렵네 아무튼 내 쪽으로 몸을 돌려서 손기락을 펼치고 한참이고 가만히 서 있었어 왠지 모르게 그 하얀 걸 보고 있자니 마음이 놓이는 것 같았어 나를 해치지 않을 거라는 이상한 확신이 있었지
이름없음 2021/01/27 15:40:15 ID : xRvhdV89AnW
그래서 손바닥을 맞대야 하나 머뭇거리고 있는데 유리문 너머로 탁탁거리는 발소리가 점점 가깝게 들리더니 아무리 주먹으로 내리쳐도 열리지 않던 문이 철컥 소리를 내면서 열렸어 그리고 그 앞에서 잠잠하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나는 열려서 살짝 삐그덕거리는 문이랑 우두커니 선 형상을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펼치고 있던 손바닥에 내 손을 맞대 버렸는데 어두운 분교가 수없이 멀어지고 어딘가로 빨려들어 가는 기분에 가슴이 쿵쾅거렸어 세상이 멀어지고 좁아지고 다시 넓어졌다가 조각조각 나뉘어진 느낌 그 빛 같은 희끄무레한 사람은 내 손을 어느새 꽉 붙들고 있었는데 피곤했지만 어딘가 서늘했어 손끝부터 저릿하게 장기 하나하나가 꿈틀거리는 생동감과 함께 졸음과 무기력이 함께 밀려오는 이상한 기분
이름없음 2021/01/27 16:00:39 ID : xRvhdV89AnW
아래로 훅 빨려들어가 버리는 기분이 자꾸 들면서 계속 몸이 아래로 꺼져 가는 기분이었어 그 손에 내 손을 맞댔을 때 느낀 건 포근하고 따뜻한 기체 덩어리에 손이 닿은 느낌이었는데 그게 점점 살덩이로 변하면서 단단해지는 기분이 들었지 그리고 몸이 제자리를 찾았다 싶을 때쯤 눈을 떴을 때 나는 그때 그 시장이었어 노을이 막 지기 시작하던 시장 거리
이름없음 2021/01/27 17:35:31 ID : xRvhdV89AnW
이상하게 그 남자도 그 꼬맹이도 없는 거리에 거짓말처럼 내가 돌아와 있었어 마치 긴 꿈이라도 꾼 것처럼 거리는 사람들로 복작거렸고 하늘은 그때랑 똑같이 눈물 나게 아름다웠으며 해가 지고 있었지 모든 게 기억아 끊긴 그 시점과 똑같았어 하지만 그걸 잠깐의 꿈으로 생각하기엔 빨갛게 부어 있던 손이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는 것 같았지
이름없음 2021/01/27 17:40:30 ID : q4Y08ksqpdT
스레주를 지브리로!
이름없음 2021/01/27 17:45:22 ID : HyGnyNs1js8
레주 혹시 그 남자가 나으리를 말하는 거 맞아?
이름없음 2021/01/27 17:46:42 ID : xRvhdV89AnW
응 끝방 나으리
이름없음 2021/01/27 17:52:11 ID : xRvhdV89AnW
한동안 다리가 떨려서 일어날 수가 없었어 분교서부터 어딘가로 빨려드는 감각도 구역질이 났지만 여기가 꿈이라 그 시골집에서 깨 버린다면 정말 자살할 것 같았거든 현실 감각이 돌아오지 않아서 멍하니 앉아 있는데 이젠 화가 나지도 눈물이 나지도 않았어 그냥 나는 여기서 다신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지 못하겠구나 하는 마음뿐이었지
이름없음 2021/01/27 17:58:36 ID : xRvhdV89AnW
참 많은 사람의 이름을 부르고 꿈일 거라고 잠들고 사람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마을 가로등도 드문드문 들어와 있던 깡촌의 새벽 세 시 남의 집을 뒤지고 구멍가게 유리창을 깨고 혼자 나뒹굴면서 서서히 미쳐 가는 동안 나를 가장 숨 막히게 짓누른 건 정적이었어 그 고요함 풀벌레 소리만 나뒹굴던 그 아무도 없는 마을의 싸늘함과 외로움을 증명해 주는 고요함 돌아간다면 평생 그렇게 외로워하면서 살겠지 평생 그렇게 다른 곳을 헤매면서 살 거야 아마 그렇겠지 그렇게 생각하니까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았어 무서워서 차라리 죽더라도 거기 남고 싶었어
이름없음 2021/01/27 18:09:59 ID : bg41u2smMi8
보고있어!!!
이름없음 2021/01/27 20:28:29 ID : xRvhdV89AnW
멍하니 쪼그리고 앉아서 절대 돌아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노을은 계속 자고 있었고 사람이 북적거리는 소리가 멀리서 울리는 것 같았지 그렇게 계속 쪼그리고 앉아 있는데 내 시야에 갑자기 누군가 확 들어찼어 그러니까 내 앞으로 누가 걸어 와서 같은 자세로 쪼그리고 앉았다는 게 맞았겠지 새하얀 머리카락 옅은 회색 눈동자 늘 미묘한 위화감과 함께 나를 찍어 누를 것 같던 얼굴이 나를 쳐다보면서 생글생글 웃고 있었어 웃으면서 물어봤지 - 아직도 돌아가고 싶어?
이름없음 2021/01/27 20:46:18 ID : xRvhdV89AnW
그 말을 듣는데 순간 피가 싸하게 가라앉는 기분이더라고 뭐든지 다 안다는 그 어르신이 내 얘기까지 알고 있고 저렇게 웃으면서 물어본다는 건 또 내 앞에 나타났다는 건 그 긴 새벽과 연관이 되어 있지 않나 싶어서 순간 몸을 움찔거렸을지도 모르지 어르신은 나를 처음 봤을 때처럼 내 앞에 덩치가 큰 포식자처럼 쪼그리고 앉아서 재밌다는 표정으로 웃고 있었어 가장 이상했던 건 마지막까지 어르신 앞에서는 완벽한 거짓말을 하지 못했다는 거야 나는 어려서부터 거짓말이 나름 능하다고 생각했는데 나랑 다른 차원의 존재처럼 너무 멀고 까마득한 그 이질감에서 나오는 위압감에 짓이겨질 것 같았지
이름없음 2021/01/27 20:51:05 ID : xRvhdV89AnW
나는 아니라고 최대한 짧게 대답했고 어르신은 뭔가 더 물어보지 않았지 나 또한 물어보고 싶은 게 없었던 건 아냐 수많은 물음들이 머리를 꽉 채우는 느낌이었어 내가 새벽 내내 갇혀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어르신이 거기서 날 꺼내 주신 건가요? 아님 가둬 두신 건가요? 왜 다시 이 시간으로 돌아온 건가요? 만약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나는 의심이 점점 확신으로 변하는 그 묘한 께름칙함을 거둘 수 없었는데 베일을 쓰지 않은 모습이 익숙하지 않았던 어르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한테 손을 내밀었지 그 손을 잡으면 안 될 것 같았어
이름없음 2021/01/27 21:11:08 ID : xRvhdV89AnW
데자뷰처럼 그 희끄무레한 존재가 펼쳐 보이던 손이 겹치면서 아까 느꼈던 그 막연한 어지러움과 싸늘함이 자꾸 속을 다 뒤집어 놓는 것 같았어 괜찮다고 고개를 꾸벅 숙이는데 어르신은 손을 거두지 않았지 시종일관 무섭게 군 적도 없는데 어르신은 너무 강압적인 존재였던 것 같아 그 손을 잡고 그냥 일어서면 되는데 왜인지 본능 같은 감 때문에 그 손 앞에서 계속 망설이다가 결국 어르신 손을 붙들고 일어섰는데
이름없음 2021/01/27 21:15:03 ID : xRvhdV89AnW
어르신 입에서 어린 남자애 목소리가 쩌렁쩌렁 들렸지 나가게 해 줘 잘못했어 나가게 해 줘 미안해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고 어르신이 입을 다물자마자 그 소리가 뚝 멈췄는데 나는 놀라서 어르신의 손을 뿌리치고 벌떡 일어났어 어르신은 계속 여유롭게 웃고 있는 얼굴로 나를 빤히 쳐다봤는데 기분이 나빴던 건지 당황을 했던 건지는 몰라도 조금 전 같은 얼굴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해 그때 진짜 피가 차게 식는 느낌이었어 쎄한 분위기 있잖아 딱 그런 느낌
이름없음 2021/01/27 21:17:42 ID : 9AmK59g6i3y
쓴아 사랑해 간만에 몰입력 오지는 글 보는거같다
이름없음 2021/01/27 21:17:49 ID : xRvhdV89AnW
어르신은 내가 뿌리친 손을 가만히 내려다보다 골목 끝을 바라봤는데 숨을 헐떡거리는 끝방 나으리가 있었지 사라진 나으리가 보이자마자 긴장이 확 풀릴 것 같았어 남자는 어디로 사라져 있던 건지 아주 다급하게 뛰어 온 사람처럼 숨을 헐떡거리면서도 어르신을 되게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는데 남자의 눈가와 입가에 그려진 문양이 그날따라 더 날카롭고 사나워 보였어
이름없음 2021/01/27 21:19:52 ID : xRvhdV89AnW
남자가 성큼성큼 어르신을 향해 다가가는데 나는 상황을 조금도 모르니까 그냥 당황해서 얼어붙어 있었고 남자는 그대로 어르신 멱살을 콱 틀어 쥐면서 나더러 먼저 들어가 보라고 해서 그 둘이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내가 골목을 빠져 나간 척 서 있던 곳에서 들린 말이라고는 네가 감히, 일부러, 되돌리다처럼 드문드문 들은 단어뿐이었고 그마저도 자리를 옮기는지 점점 멀어지고 있었어
이름없음 2021/01/27 21:31:31 ID : xRvhdV89AnW
이때까지 든 생각을 정리하자면 여기까지였지 머릿속이 더욱 복잡해졌어 가는 내내 나는 어지러운 생각들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지 1. 어르신은 어쩌면 나를 미치기 직전까지 몰아붙인 새벽의 시골에서 나를 꺼내 줬거나 가둬 둔 존재다 2. 남자는 어르신의 행동을 인식하고 대립하는 존재다 3. 어르신의 입에서 났던 아이 목소리나 베일에 싸여 있을 때 들린 여러 목소리로 추측해 봤을 때 어르신의 자아는 여럿으로 나뉘어져 있다(아마 그 백발의 꼬마도 어르신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걸지도 모르고)
이름없음 2021/01/28 21:40:06 ID : faoIINvvbbj
진짜 믿을 거라곤 끝방 나으리뿐이다 심지어 매번 스윗해 최고.. 아직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어르신 가다가 똥이나 밟으세요
이름없음 2021/02/01 08:35:54 ID : 2oLbDBwMqqm
미쳤다 미쳤어ㅠㅜ 순식간에 호로록 정주행했어ㅠㅠㅠ 스레주 나 진짜 설레서 심장 터질 것 같다ㅠ 글 써줘서 고마워!ㅠㅠ
이름없음 2021/02/01 12:48:22 ID : jwE2r81dvfQ
레주 나 오늘도 보러왔어 !.! ㅜㅜㅜㅜ 여전한 필력이다 ㅜㅜ 레스 이어 나가줘서 너무 고마워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 ;)
이름없음 2021/02/03 07:35:43 ID : 8jfWoZip9ba
진짜••• 넘 재밌다 시간 지나서 추천 못누르는게 한이다
이름없음 2021/02/03 07:36:12 ID : 8jfWoZip9ba
스레주 빨리와아아
이름없음 2021/02/08 02:40:24 ID : io43WjjwJO9
언제올려나아
이름없음 2021/02/11 21:18:06 ID : o6jdwoJVaq7
스레주 언제와아ㅏ 맨날 들리고 있어ㅜㅜ
ت 2021/02/12 01:13:12 ID : k07bu3A3VcH
스레주 언제와ㅠㅠ 기다리고 있어ㅠㅠ
2021/02/12 01:13:48 ID : k07bu3A3VcH
끝까지 풀어줄 거지ㅠㅠ? 기다릴게
이름없음 2021/02/17 14:47:44 ID : XxTU2JVgrs2
스레주 언제와...? ㅠㅠ
이름없음 2021/02/27 01:46:09 ID : Pg2E07f9hdX
미친 ㅠㅠㅠ 언제 컴백해 ㅠㅠㅠ빨리 와줘 ㅠㅠㅠ
이름없음 2021/02/27 15:43:39 ID : i04Hu647tg0
보고싶당
이름없음 2021/02/28 14:34:19 ID : i04Hu647tg0
살아있니
이름없음 2021/02/28 17:32:18 ID : klhhuskmtvC
그 시간이?가 어르신한테 혼나서 입 안에 갇혀진 걸까 ㅜㅜ 스레주 언제와 ㅠㅠ
이름없음 2021/03/02 17:12:22 ID : 5U1u5Pbg3Xs
갱신 ㅠ 스레주 빨리와ㅠ
이름없음 2021/03/03 08:46:41 ID : Ci5Ru9z81a2
.
이름없음 2021/03/03 15:36:16 ID : NunDtdBaoK1
ㄱㅅ
이름없음 2021/03/07 16:12:00 ID : 62IFg7urara
스레주 나 이거 하루종일 생각날 거 같아...ㅠㅠㅠ 아 학원 집중 못 할 거 같은데 어쩌지....
이름없음 2021/03/14 17:43:56 ID : bg41u2smMi8
스레주 진짜 어디갔어ㅜㅜ
2021/03/21 00:14:11 ID : 0tunyK6rwFb
스레주 기다리구 있어ㅠㅠ
이름없음 2021/03/21 00:54:15 ID : r9dA7y5go6p
ㅋㅋㅋㅋㅋㅋㅋ나도그래ㅠ망할 로판병
이름없음 2021/03/21 02:02:51 ID : r9dA7y5go6p
정주행했는데 미쳐진짜ㅠ스레주야 이거 너무재밌어ㅠㅠㅜㅠ아주아주 긴 주접이자 갠적인 의견 몇개 늘어놓자면 1.자신을 시간이라 소개한 남자아이는 어르신의 일부,능력 중 하나이다. 하나의 자아같은, 귀빈여자사건때 토론처럼 나왔던 여러 목소리들과 같은 것들중 하나. 능력은 이름 그대로 시간을 다루는것. 그래서 스레주가 아플때 시간이 흐르지 않게 잠시 억눌러서 아픈 시간을 없앤?그런 느낌이지 않았을까 싶어. 그리고 진짜 애기 좋아하는데 졸귀다 진짜ㅠㅠㅠ신부하라는거부터 치였음..말랑찹쌀떡 같으니라구ㅠㅠ 2.끝방 나으리는 신의 탕아라는 말로 보아 신에 가까우나 그것보다는 하위개념의 상위포식자. 살고 죽는것을 반복한다는것으로 보아 삶과 죽음을 관장하는 무언가인거같다. 멍멍이나 호랑이가 그의 곁에 있었던거로 보아 동물관련 능력 같기도..? 여담인데 즐길거 다 즐기고나서 나중에 와라?데리러가겠다?이런 말 한건, 스레주가 남은여생 다 살고 진정으로 죽어서 그 세계에 갈때 나으리가 픽업하러 간다는 뜻이 아닐까 싶어. 갠적으로 로판병으로인해 말하자면 흑발서브남ㅠㅠㅠ나으리한테 반했다 지금ㅋㅋㅋㅋㅋㅋ 3.어르신은 최상위 포식자로 시간을 비롯한 여러 자아들을 품고있는것 같아. 끝방 나으리보다 강하고 그 세계의 왕이나 영주의 개념인거같다. 죽은세계를 관장하는 신이거나 그와 엇비슷한 위치의 존재인듯? 죽여서라도 곁에둔다는 소리를 한거로 봐선 정말 가지고싶은건 다 가지고마는 폭군기질이 보인다..갠적으로는 로판병으로 인해 남주포지션인거같은데 난 어르신도 좋지만 나으리는 더 조아..ㅎ 4.엘리베이터는 각 세계나 공간으로 이동시켜주는 기능을 갖춘것이라고 추측된다. 만약 스레주가 그대로 다시 내렸다면 별일 없었겠지만 4층을 눌렀기에 그 세계에 가게 된것. 층은 매층마다 서는것 같고 스레주가 내려야할 층이 되면 안내자가 안내해주는 시스템인거같아. 이게 정말 무서운게 만약 스레주가 4층이 아닌 다른층을 눌렀다면 더 끔찍한 세계에 떨어졌을수도 있지 않았을까? 5.4번의 연장선으로 안내자는 어떻게보면 천하의 썅년이라고 봐. 산사람을 죽은곳에 뻔뻔하게 안내하고 던져놓는건, 모로봐도 곱게는 안보임ㅠ만약 더 위험하고 끔찍한 곳을 눌렀더라도 안내자는 그대로 안내하고 밀어넣었겠지?
이름없음 2021/03/21 04:54:26 ID : Wry3Vgi5WrB
야 뭐야... 공짜로 보기 아까워서 데이터키고 보는중
이름없음 2021/03/23 11:08:57 ID : 3zO65gnTWrx
오랜만에 왔는데 아직 소식이 없네 다시 정주행이나 하면서 기다릴게!.! 스탑 걸고 썼어 !
이름없음 2021/04/19 00:31:21 ID : i04Hu647tg0
스탑이 모양
이름없음 2021/05/01 03:49:04 ID : ctxTPdwlhbA
진짜 제일 몰입해서 봤었는데 레주 언제왕...... 벌써 3달이 지나갔어ㅠㅠ
이름없음 2021/05/05 22:19:24 ID : r809xSIGq2L
지금 봐서 알게됐는데 보다보니 넘 잼써... 다시 와줘ㅓ 근데 진짜로 넘 로판같아 그냥 뭔가 무서운거 같기두 한데 되게 환상적이야
이름없음 2021/05/06 10:03:01 ID : oGmk3A0ljAo
스탑 좀 걸고 써 레주 온 줄 알았는데 레주 기다리는 레스만 가득 ,., 후 .. ㅜ
이름없음 2021/05/06 14:19:46 ID : gY785Pa79hf
레주 혹시 그곳의 날씨나기후는 어땠어?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있어? 겨울을 4번거쳤다 했으니 있는것같긴한데 그곳의 달과 태양도 있었어? 달은 현재 우리세계의 것과 무늬가 같아? 그리고 만약 계절이 있다면 여름엔 낮이길고 겨울엔 밤이 긴것처럼 낮밤의 길이도 바뀌었어? 그 본궁같은 곳의 마당이나 정원같은 곳에 꽃은 있었어?봄이면 벚꽃이라던가 그런
이름없음 2021/05/08 20:31:54 ID : h83BcJWi3Cn
스레주 나 이거 6시 부터 하나하나 읽고 보는 중인데 너무 재밌어 다음 이야기 너무 궁금해 빨리 돌아와 줘 후유증 진짜 장난 아니야 나 계속 생각 나 ㅠㅠㅠ...
이름없음 2021/05/08 20:32:12 ID : h83BcJWi3Cn
스레주 무슨 일 있어?
이름없음 2021/05/08 20:34:52 ID : h83BcJWi3Cn
닉네임 옆에 스탑 있어! 스탑 걸고 레스 쓰면 갱신이 안 돼
이름없음 2021/05/25 18:53:49 ID : ZhcE02smHzQ
언제와 벌써 6월달 다 되간다ㅠㅠ
2021/05/26 14:58:17 ID : wMkoK6knCnQ
레쥬 기다리고 있어ㅠㅠ 언제와ㅠㅠ
이름없음 2021/05/27 01:17:11 ID : ctwK5bva8mL
래쥬 언제 와 ㅠㅠㅠ 궁금해 뒤에
이름없음 2021/05/27 01:18:15 ID : jvDs4LbB86Z
레쥬 언제 와
이름없음 2021/05/27 13:22:14 ID : lwk1bfSHvjz
1기 끝나고 2기 준비중인갑다
이름없음 2021/05/27 21:07:27 ID : JO1dDBuq3SE
간만에 재밌는 스레 발견했는데 스레주 어디갔어ㅜㅜ
이름없음 2021/05/28 20:10:21 ID : pcKY67vyE6Z
오...
이름없음 2021/05/30 19:58:58 ID : yHyK0pXs3Bf
후에엥 이 스레주 글 너무 재밌어서 방금 다 봤는데 어디간거야 스레주.....ㅠㅠ
이름없음 2021/06/01 22:28:01 ID : yHyK0pXs3Bf
현생이 많이 바쁜가 보네....그래도 기다리고있어
이름없음 2021/06/02 19:52:31 ID : fdPctAlDtju
진짜 재밌다... 레주 돌아와줘 ㅠ
이름없음 2021/06/03 12:47:11 ID : qY5TQmk4K5a
아 못온거구나 바쁜거아닐까?
이름없음 2021/06/03 21:09:22 ID : Ns3A3PjvDBx
스탑 걸고 써
이름없음 2021/06/08 10:46:14 ID : BwK3PgY9teN
dhdh
이름없음 2021/06/08 14:21:45 ID : Lgi03CrzhwF
레주야 보고싶다 ..
이름없음 2021/06/08 16:44:14 ID : Lgi03CrzhwF
제발 와줘 ㅠㅠㅠ 이런 레전드감 스레들은 레주가 오지 않음으로써 완성되는게 전통인가 ...
이름없음 2021/06/09 07:32:50 ID : y3SE4IGtums
이름없음 2021/06/11 20:47:09 ID : yHyK0pXs3Bf
왜 항상 레주들은 써놓고 사라질까....기다리고있다...
이름없음 2021/06/11 23:23:04 ID : 42FfPeGpXxP
내가 유일하게 오래도록 기다리는 스레다
이름없음 2021/06/13 02:34:30 ID : 9wLdQoE3wmt
다섯달동안 기다리고 이따 ㅜㅜ 레주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이름없음 2021/06/14 08:35:57 ID : q1u3Cjcnwlg
현생은 어떻게 돌아간걸까.. 나였음 한동안 그쪽세계 생각만 하고 지냈을듯.. 스탑걸었엉
이름없음 2021/06/14 14:26:51 ID : 9wLdQoE3wmt
헝거엏ㅇ거 순간 스레주 돌아온 줄 알고 알림 보자마자 헐레벌떡 뛰어옴
이름없음 2021/06/14 22:14:27 ID : Lgi03CrzhwF
너도? 야나두
이름없음 2021/07/07 01:10:07 ID : 61vdCoY3zPg
레주 올 때까지 기다릴게... 얼렁 왔음 좋겠다...
이름없음 2021/07/24 11:44:01 ID : 7e0nzQtBBxW
스레주 왔음 좋겠다. 지금도 읽고 있어
이름없음 2021/07/24 18:36:48 ID : 3wpXzbyNs60
초반에 보고 오랜만에 왔는데 스레주 안온지 오래됐네 ㅜㅜㅠㅠㅜ 빨리 다음 보고싶어... 혹시 다시 거기로 간건가?
이름없음 2021/07/24 19:35:08 ID : TXxSJU2FcqZ
착각했어 미안해!!!!!!!!!!!!
이름없음 2021/07/25 13:53:25 ID : rgnSFcq1Ci4
혹시 여기 카즈가 누군지 알 수 있을까…?? 미안 등장인물이 많아서ㅠㅠ
이름없음 2021/07/25 14:47:00 ID : 6lB9eIE4Mjj
카즈? 센과 치히로 스레랑 이 스레랑 등장인물 헷갈린 거 같은데.. 여기에 카즈라는 사람이 나오나,,?
이름없음 2021/07/25 18:36:09 ID : xU5fapQk1g3
잉?? 카즈라는 인물은 없는디??아닝 없지않나....?? 헷가린건가 본네 내 기억상 이 이야기엔 카즈라는 이름을 가진 인물은 없어
이름없음 2021/07/26 00:52:35 ID : E789uoHA2Ff
와 재밌다 빨리 다음 이야기를 해줘 레주...
이름없음 2021/08/04 03:28:47 ID : TTO5XwJVcFh
레주... 나 진짜 기다려 🥺 어르신의 많은 자아들 중에 하나가 그 아기였던 것 같구... 하... 나는 나으리가 너무 좋다 로판이라고 해 준 덕분에 정말 덜 무섭게 본 것 같아 ㅠㅠ 언젠가 기억이 난다면 꼭 마무리 지어줘 레주!! 기다릴게!
이름없음 2021/08/04 20:02:22 ID : oMkq6nO8qnR
레주.. 기다리는중이야ㅠㅠ 너무 재밌다 진짜
이름없음 2021/08/04 22:10:44 ID : pWi5Phfatzh
ㅠ온제와
이름없음 2021/08/05 00:58:24 ID : 2lfTTQljvCo
오늘 2시간 만에 정주행 해버렸지뭐야 ㅎㅎ 진짜 장면이머릿속에 떠올라 하 진짜 나 치이고 간다🙈💞
이름없음 2021/08/08 16:04:07 ID : 6nPbjAqpbzP
레주만 기다려..ㅠ ㅠㅠ ㅠ 이야기 다 끝나고 볼걸….후회된다ㅠㅠㅠㅠㅠㅠㅠ
이름없음 2021/08/09 00:44:56 ID : QpTQrapO8o2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1/08/11 13:15:29 ID : nU3VaoGramn
ㅠㅠㅠㅠㅠㅠㅜ레주만 기다리는 중
이름없음 2021/08/15 23:15:06 ID : ksoZa8kk9uo
언제와ㅠㅠ
이름없음 2021/08/16 04:28:50 ID : 45cGlfPa8lz
와..기절한다 2시간 걸려서 다 읽었어 현기증 난다..레주 어디갔어.. ㅜㅠ
2021/08/17 15:06:44 ID : fSHDs1iparf
레주.. 언제와ㅠㅠ
이름없음 2021/09/16 16:32:01 ID : woMnU2JPii4
레주 ,, 기다릴게 ㅠㅠㅠ
이름없음 2021/10/08 18:08:20 ID : 47yY7dUY061
이런 게 추천 6개라니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네
이름없음 2021/10/17 22:32:14 ID : E8qlvcsqkk4
레주 언제와ㅜㅜ
이름없음 2021/10/26 16:19:03 ID : Xy6i1hcE9th
레주야 빨리와ㅜ
추천 누른 1인ㅎㅎ 자랑스럽군 2021/10/26 16:23:22 ID : oGmk3A0ljAo
레주 기다리는 건 좋은데 스탑은 걸고 쓰자 기다리는 사람들 맥 빠지게.. 스탑 걸어도 레주한테는 알람가 스탑 걸었어!
이름없음 2021/10/28 15:12:18 ID : zU1DvDBzhvw
레주 췌발 돌아와줘..!!!!!!!!!!!!!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스탑걸고 씀!)
이름없음 2021/10/29 03:01:39 ID : A6qlwoIJQrg
와 진짜 ㄹㅇ 진짜 괴담판에서 제일 재밌고 레전드같아,,, 레주 필력도 진짜 미쳤고.. 제발 주작이어도 상관없어.. 계속 써줘… 풀어줘 제발 ㅠㅠㅠㅠ 레주야 많이 바쁜것같으니 늦어도 괜찮으니 언젠가 꼭 와서 써주라 ㅠㅠㅠㅠㅠㅠㅠ 무릎꿇고 부탁하고싶다 진짜
이름없음 2021/11/14 18:13:50 ID : Za9xUY8lu1j
스레 터지겠다 스탑걸께
이름없음 2021/11/21 01:08:31 ID : SKY3wrdPa65
스레주 언제와 ㅠㅠ
이름없음 2021/11/21 17:17:50 ID : ILcE5QpRwoM
레주 보고싶어
이름없음 2021/11/22 16:23:40 ID : argmJWrs6Zh
스레주 기다릴게 계속… ㅠㅠ
이름없음 2021/12/04 03:58:45 ID : MrvCkk5Rvjx
스크랩 해놓고 보는데 알림 뜰 때마다 두근두근거려... 레주 어디있어 내가 10년이고 20년이고 30년이고 기다릴게...
이름없음 2022/01/28 01:13:45 ID : s782tzcGqZd
레주 언제와.. 기다릴테니까 썰풀어줘ㅠㅠ 너무 재밌다..
이름없음 2022/02/03 20:30:12 ID : hze1A6jg3SH
존버탄다
이름없음 2022/02/08 19:28:49 ID : TSNta79g2Fj
읽어보면 읽어볼수록 센과치히로+웹소설 느낌이 나긴나서 실화는 아닌거같어 ㅋㅋㅋ 도입부는 꽤 공포스럽긴했는데 갈수록 안무서워지고 그냥 이세계물?이 된거같애.. 뭐 본인이 실화라고 하면 할말은 없는데... 주작같아 그래도 필력에 👍
이름없음 2022/02/10 18:00:20 ID : Xta5RzWlDy7
글을 쓰다보니 그때의 기억이 상기됐고 그 기억이 다시 그곳으로 데려다 준거라면 달달
이름없음 2022/02/16 14:55:15 ID : u6Y0641Bf81
레주..아직도 난 기다려..ㅠㅠㅠ
이름없음 2022/02/16 17:00:01 ID : s782tzcGqZd
나도ㅋㅋㅋㅋ 레주 빨리와서썰풀면좋겠다..ㅠ
이름없음 2022/04/08 13:09:08 ID : 2raq59ck1bg
레주... 나 이 레전드를 지금 하루만에 다 정주행했는데 왜....왜 때문에 완결이 아닌거야? 돌아와줘....ㅠ
이름없음 2022/07/31 22:34:24 ID : xU5fapQk1g3
돌아와요 레주~~~ㅠ 이 내용 책이나,웹소설로 내도 재밌겠다
이름없음 2022/08/01 13:51:14 ID : mLhxU7s4FeM
레주 난 아직도 기다리고 있어..
이름없음 2022/08/04 22:48:43 ID : rs1dwla62Lh
레주 기다리고있어 ㅠ
이름없음 2022/09/07 01:45:58 ID : 3PbfSJTTTWk
돌아와 레주...
이름없음 2022/09/09 14:45:20 ID : xVbvdwnzXza
2년 전 글이지만 스크랩했다...ㅋㅋㅋ큐ㅠㅠ 레주 언젠가 다시 볼 수 있길 빌어.. 나으리 얘기도 더 듣고 싶구 뒷내용도 궁금하고...
이름없음 2022/12/21 09:40:37 ID : eGraleFcmoJ
아직 존버타고 있다~~~~
이름없음 2023/01/01 11:07:22 ID : xA47s3wk79h
새해 기념으로 아직도 기다림 언제든 돌아와 줘
이름없음 2023/01/26 23:40:16 ID : xU5fapQk1g3
래주 이정도면 다시 글속의 세상에 간거아님..?ㅋㅋㅋ
이름없음 2023/03/15 17:33:11 ID : nzTO03wq7za
나만 아직도 기다려..? 돌아와줘 내 기숙사 생활의 유일한 낙일것 같아
이름없음 2023/03/22 16:25:02 ID : tBurbDy6pgn
이걸 첨 봤을때가 고1때 쯤이었던것 같은데 이젠 대딩이 됬다... 아직 기다리고 있어요~~
ㅠㅠ 2023/04/11 17:52:48 ID : Fa9y1zU0mtu
스레야 제발 ㅠ
이름없음 2023/04/24 13:31:37 ID : vdwoE7cFcpO
레주야.. 돌아와..
이름없음 2023/04/24 21:56:28 ID : zfhtjAi8lu3
ㄱㄱㅇㅇ
이름없음 2023/04/26 00:52:03 ID : nTTV9bh9ikn
.
이름없음 2023/05/30 11:33:24 ID : e6nVhBzeY3y
ㅂㄱㅇㅇ 돌아와줘
이름없음 2023/06/07 21:57:33 ID : xU5fapQk1g3
올만에 정주행해야겠다
이름없음 2023/06/28 11:53:23 ID : wFa9uq0msji
레주... 보고 싶다
이름없음 2023/07/25 06:29:08 ID : usrs0642Glg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3/07/25 09:00:13 ID : lhhvCo3PdyJ
아 진짜 뭐에 홀린듯이 엄청 몰입해서 봤어 레주 기다리고 있어!!
이름없음 2023/07/26 22:22:33 ID : y7Bs3CkljBu
와우
이름없음 2023/07/27 16:37:47 ID : mk2q3U0tvxA
기다리고 있을게!!!
이름없음 2023/07/29 05:32:54 ID : qi79cpRA3Vh
일주일동안 아껴봤네...ㅠㅠㅠ 근데 너무 걱정된다 무슨일 있으면 안되는데...
이름없음 2023/08/02 10:44:45 ID : usrs0642Glg
돌아와 이거 졸잼인데 이야기 더 알고싶어
이름없음 2023/08/05 01:33:19 ID : bioZctArwLc
레주 언제 와? ㅜㅜ 넘 궁금해..
이름없음 2023/09/13 16:52:34 ID : qi79cpRA3Vh
아직 기다리는듕
이름없음 2023/09/18 20:04:26 ID : ck2liqjeJQs
오랜만에 다시 정주행 했는데 진짜 요새 이것만큼 재밌는 스레들을 본적이 없다 진짜 너무 재밌다 스레주 우리 잊은 건 아니지?ㅜㅠ 제발 돌아와줘ㅠㅠㅠ
이름없음 2023/09/19 14:32:06 ID : BzfhtjwFdCl
레주야 제발 마저 써줘라 ㅜㅜ
이름없음 2023/09/29 22:03:07 ID : RwrbwtxWpe7
돌아와ㅏㅜㅜㅜㅜ
이름없음 2023/10/02 22:34:29 ID : 61vdCoY3zPg
님들 레주 돌아올 수 있게 레스 달지 말자...
이름없음 2023/10/20 08:00:54 ID : 5hz9fUZjy0k
제발... 나좀 살려줘 나 진짜 현기증 날거같타 레주야...
이름없음 2024/03/12 17:37:48 ID : ZilxyMrs3Cj
돌아와요~~개띵작 이야기인데 고딩때 본건데 뒷이야기가 아직도 궁금해요

레스 작성
499레스소원 들어줄게new 21423 Hit
괴담 이름 : ◆dDy0nyFg7Bu 21분 전
21레스제발 과거로 돌아가는법 아시는분..new 5411 Hit
괴담 이름 : 이름없음 2시간 전
6레스마주보는 거울new 975 Hit
괴담 이름 : 이름없음 3시간 전
496레스보고 느껴지는 거 얘기해줄게new 11401 Hit
괴담 이름 : 이름없음 5시간 전
937레스소원이 이루어지는 게시판 2판new 38012 Hit
괴담 이름 : 이름없음 6시간 전
16레스백마법사의 고민상담new 619 Hit
괴담 이름 : 이름없음 8시간 전
25레스인형 친구 만들고 후기 남길게new 1543 Hit
괴담 이름 : 12시간 전
51레스저주하는 방법 아는사람new 5919 Hit
괴담 이름 : 이름없음 12시간 전
3레스부모님이 사고났는데 혹시 뭔가 연관성 있는건지 아는 사람 있을까?new 98 Hit
괴담 이름 : 이름없음 13시간 전
95레스소원이루어 지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new 6761 Hit
괴담 이름 : 이름없음 13시간 전
38레스영안 트인 스레주 질문 받음new 1249 Hit
괴담 이름 : 이름없음 13시간 전
220레스분홍 원피스의 여자new 6951 Hit
괴담 이름 : 이름없음 16시간 전
612레스초콜릿 살인마 코델리아 보트킨 17790 Hit
괴담 이름 : 이름없음 2024.04.25
218레스🌌 꼬마요정의 우주 만물상점 🌌 공지 2371 Hit
괴담 이름 : 알베르토 2024.04.24
62레스효과 있는 저주 방법좀 알려줘 부탁이야 7132 Hit
괴담 이름 : 이름없음 2024.04.24
242레스알고보면 소름이 돋는 도라에몽 도구들 24108 Hit
괴담 이름 : 이름없음 2024.04.24
15레스모르는 사람이 우리집에 들어오려고 했었어 732 Hit
괴담 이름 : 이름없음 2024.04.24
53레스예지몽 꿔본 사람 있어? 1326 Hit
괴담 이름 : Ddd 2024.04.24
66레스인터넷 사이트 탐방기 14043 Hit
괴담 이름 : 이름없음 2024.04.24
1레스꿈이 왜 이어진다는 느낌이 들지 147 Hit
괴담 이름 : 이름없음 2024.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