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입X 스크롤 압박O >>779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젊은 그리움 *1117 MRI *비행기표 끝 00:00 ─────────── 04:03 미운 듯 아침은 다시 오고 귓가에 부는 바람들처럼

>>531 여전히 삐걱대는 내게 대체 사랑이 무슨 소용이겠니 영원히 채워질 수 없는 결핍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진짜 사랑을 하겠어? +크폴럽 지금은 또 생각이 바뀌었는데 너무 도발적이라 꼭 반박해야겠다

Now, Runaway 하루 종일 □□을 찾아봤다. 어짜피 다 아는 내용. 이젠 실행하냐 마냐의 기로에 서 있을 뿐인데. 상황이 왜 이렇게 된 건지, 나는 스스로 더 이방인이 되고 싶어 안달을 내는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그래서 누가 어디로든 좋으니 날 좀 데려가 줬으면 좋겠다.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도록. 내가 나이기를 그만 좀 바랐으면. 머리는 계속 아프다. 미약한 두통과는 친해졌다. 피가 모자라다니까 글쎄 어쩔 수 없는 거잖아. 내가 나이기를 그저 나이기를 바랄 뿐인데 자라면 자랄 수록 어려지는 생각이 우습다. 어떻게든, 해내면 될 거라고, 그냥, 달라도 괜찮다고 생각하던 나였는데. 현실의 벽이 높다는 쓸데없는 소리나 지껄이며 백수 짓 하고 있는 게 이게 맞나? 지금 이게 맞아? 위태로이 서 있을 수 밖에 없는 나를 영원히 지탄할 셈인가? 불안하니까 밖에서 안정을 취하려고 연애 상대를 갈구하게 되고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허우적대는 날만 이어질 뿐이다. 자기 부정인 상태를 뒤집지 못하면 불안형에서 나올 수가 없는데. 바다는 오로지 파도로만 대답한다. 이제부터는 장마다, 며칠 동안 또 나의 날씨와 싸워야 한다면 기꺼이 이번엔 나갈지도 모른다. 그깟 비 좀 맞으면 어때. 씨발. 짜증나서 살 수가 없어. 정답 없는 길을 계속 헤맨다. 생각하기 싫은데 생각이 나니까 시간은 자꾸만 흘러가고 서울은 다시 돌아가야 하는데 대학은 졸업해야 하는데 씨발 나는 왜 이런 쓸데없는 자각을 해버려가지고는. 왜 해가지고. 그깟 사랑이 뭐라고. 그깟 연애가 뭐라고 씨발놈아. 그냥. 죽이고 싶다. 돌아가면. 영원히 채워질 수 없는 결핍? 맞아. 참인 명제에 뭔 짓을 해도 거짓이 되지 않는데 매일 발길질을 하고 커터칼로 긁어도 보고 악을 쓴다. 도대체 왜. 왜. 이러는 거야. 하나만 해. 아프든가 ─이 아니든가 씨발 하나만 시켜야지 나한테 너무 가혹하지 않냐? 내게서 뻗어나가는 세상인 걸 알기 때문에 화살은 모든 것을 뚫고 다시 나를 관통한다. 매일 새롭게, 또 새롭게, 어디서 강인해져야 하는데요. 건강한 몸도 건강한 정신도 멀어진지 오래된 탓이다. 까먹었다. 원래부터 그런 사람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 태어났을 때부터 나는─. 창살 하나 없는 감옥이라니. P의 생일을 기다린다. D의 앨범이라면 한풀 꺾인 여름이라면 차분해져 있지 않을까.

그깟 비 좀 맞으면 어때. 계획은 원래 없다. 돌릴 시간이라도 있으면 돌리고 주울 조각이라도 있으면 줍고 뭘 얻지 못해도 좋으니까 가야지, 가야겠어.

어쩌면 쟁취해야 했던 건 ─가 아니라 6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했었어. 그런 생각. 왜냐면 그들이 나와 6을 엮을 때, ─를 하고 있지 않았다면, 마음 먹고 뒤집으려고만 했었다면. 나쁜 사람이니까 불안정한 누군가를 어떻게 하면 뒤집을지 알고는 있었다. 방법 정도는. 꿈에 나와서 말인데 그냥 꿈에 나와서 하는 말인데. 열등감으로 왜곡된 시선 때문에 사람을 제대로 볼 줄 몰라서. 내가 지금. 잠에 들려다가 쓸데없이 6의 프로필을 숨김 해제했다. 그리고 플레이리스트를 돌렸다. 시점은 역행. 사랑에 빠져가는 모습이 왠지. 위태로울수록 불안정함을 외면하는 법이야. 사람은. 어짜피 같이 있으면 너무 달콤하니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잖아. 그럴 일은 없겠지만 상상한다. 어땠을까. 만약 그때, 가까이 있는 6을 도발했더라면. 평범하게 흘러가는 삶에 만족했을까. 이런 일기도 쓰지 않고 있는 건 아닐까. 좁아지는 혈관 따위 모르고,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평범하게. 평범. 평─범이 뭐길래 나는. 집착을 한다. 누구도 사랑하지 못하는 중이라 이런 공상에 빠지는 거다. 헤어진 사람은 다시 봐도 그런 마음이 들질 않으니까. 오른손. 깨끗해졌어. 사람 손이 돼 가잖아. 시간을 돌리러 가지 못했다. 일찍 퇴근하시니까, 같은 핑계를 댔다. 누구든 좋으니 관심을 가져가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나를 들여다보려면 하루 종일 □□할 정보나 찾게 돼서. 그게 싫어. 누구라도. 나의 사진기는 그래서 나를 찍지 않았다. 뷰파인더 속엔 언제나처럼 네가 있어야 하는데. 빈틈없이 꽉 찬 풍경 속 너를 찾고 있다. 오늘도, 아마도 오지 않을, 누군가를. Supersonic 9주년이라는데 내 전축에선 Unstable mindset과 DFTF만 흐른다. 절판이라 구하기 참 어렵다. 돈을 벌 수 있었으면 8월의 콘서트에 갔을텐데. 돈이 없는 건 아닌데 아껴야 하니까 선뜻 그럴 수가 없었다. 비가 오고, 서울은 언제나처럼 외로웠고, 이상하게 정을 붙일 수가 없는 곳이어서 오래 있고 싶지 않았다. 어떤 모습으로 올라가 있을까? 나는. ─는 할 거니? 시간을 길게 늘여 놓고 하루종일 생각만 하고 싶다. 어떤 것도 아닌 곳에서. 이럴 땐 그냥.

이럴 땐 죽음의 손을 쓰다듬는 느낌이 든다. 어쩐지 차갑고 다정하다. 내 손은 뜨거울지언정 쌀쌀맞은데 말이야.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어디쯤이실까. 10:39 어쩌면 사진 한 장으로 역산할 수도 있는데 말이야. 그런 건 피곤할지도 모르지. 뵙고 싶다. 빛나는 눈동자. 아프도록 다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요? 물론 그럴 거라고 말씀해주시던. 늦지 않았으니 나도 가야겠어. 비가 온다고 말만 하고 도저히 오지 않는 장마는 나를 이상하게 만들었다. 돌아오지 않을 사람처럼 말하던 것들이 무색하게. ─님, 아마, 피곤하다. 눈이 잘 떠지지 않아. 항히스타민제는 늘 이런 식이었다. ─님께서 어쩌면, 우린 늘 같은 하늘이었는데도 P와 만날 때부터 나는 그놈의 하늘이 뭔지 자꾸만 집착을 해댔다. 넓게 보면 누구나 다 같은 땅을 밟고 서 있을 뿐인 건데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아무래도 그냥 생각이 많으니 그냥 도망가야겠다. 목적지를 정해놓고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날씨도 나쁘지 않으니. 그래도 기왕이면 비 오는 날이 좋은데. 그런 건데. 그냥. 오늘은 아마 하루종일 여기나 갱신하러 오겠지. 어떤 책을 좋아하실까? 또 어떤 책을 읽으실까. 요새 나는 부쩍 한 작가의 책만 좇았다가 말아버렸다. 생각이 많은 게 싫어서. 생각이 많은 밤, 그냥 단순한 걸 원해. 그냥 단순하게. D 앨범 사양이 공개 되면 단순하게. 그냥 사는 거다. 듣는 거다. 뭘 또 원해야 하지? 10:56 스무살 시작, 12:28 버스를 20분 가량 기다렸다. 제주도를 서쪽으로 크게 도는 노선이다. 멀미 없이 가는 가장 빠른 버스. 89년도에 스무살인 화자의 활자를 읽기엔 지나치게 흔들리는 버스. 빠르게 내달리고 다시 멈추고를 반복한다. 이맘 때쯤이라곤 들을 노래가 없어서 랜덤으로 돌려놓고 잘 듣지 않는 노래를 굳이 넘기지 않는다. 어쩌면 싫어 죽겠는. P 얘기를 하지 않으려고 노래를 돌렸는데 그의 프로필 뮤직에 오른 적이 있는 노래가 나온다. 그의 취향과 어렴풋이 겹쳐오는 나의 취향이 싫었다. 싫었었어. 이젠 아니다. 보편적으로 사랑받는 가수를 사랑하는 것이 뭐가 문제인가. 그저 내가 꼬운 탓이다. 별빛 속에 그대로 잊어가는 밤하늘의 노래, 였었지. 한 칸 짜리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얼마나 많이 불렀던가. 일주로에는 새로운 호텔들이 공사중이었다. 잎을 다 펼치지도 못하는 야자수를 갖다둔 주차장. 눈 깜짝할 사이에 이곳이냐구. 사랑이었나. 사랑이었던가. 스무살 구절엔 이런 것도 있던데. 죽도록 사랑하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라던. 근데 있지, 왜인진 모르겠는데, 죽도록 사랑한 것 같다. 그럼 된 거 아닌가? 여행의 목적을 달성한 것처럼. 간단하게 생각해버리면 되잖아. 간단하게. 애초에 나랑 복잡함은 그렇게 잘 어울리는 단어가 아닌데. 근 3년 간 복잡하려고 애를 써왔다. 마치 이렇게 하지 않으면 죽을 사람처럼. 죽음은 이렇게 오지 않는데도 말이야. 나는 글을 쓰는 작업이 털어내기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심연에 빠지거나 쥐거나 골몰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채워내기에 가까웠다. 뱉어내는 일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을 때 비로소 달성되는 것이었다. 조금 답답해. 다시 누구라도 사랑하길 원하는 것은 나의 그림자를 가리울 해를 찾는 일처럼 당연했다. 스스로 만든 불꽃이어도 괜찮으니 부디. 지금의 행동반경이라면 모처럼 피곤할 테니 자중하고 있다. 한번도 지나친 적 없는 길을, 버스는 달린다. 허벅지 위에 소름이 오소소 돋아 있다. 오늘은 더 먼 해변을 가지만, 다음엔 여기다. 아마도. 12:44 한시간을 더 달려 해변에 도착했다. 1시간 좀 안되게 걷다 쉬다 무릎이 까지는 바람에 초등학교는 포기했다. 쨍하게 해 뜬 날 다시 올 날이 있을테지. 해변은 변한 것도 없어서 잔잔한 파도 뿐이었다. 잔잔함. 그래 그런 잔잔함으로 무릎은 계속 쓰라리다. 마치 너무 늦게 온 거 아니냐는 듯이 격한 환대를 해주던 시꺼먼색 현무암. 파도에 깎인 부분은 날카로웠다. 그 날카로운 부분에 살갗이 나간 것이다. 당분간은 갤 생각이 없는 구름 가득한 하늘 아래 파도가 뭐가 그리 좋은지 껴안기는 사람들을 지켜봤다. 하염없이 지켜보기만 했다. 15:04 16:10, 장마 이젠 놓아주기로 해, 행복하길 기도해, 구름 위를 맴도네 올 때보다 더 돌아가는 버스를 탄지도 벌써 한 시간이 훌쩍 넘었다. 도착하려면 한 시간 더 가야할 것이다. 몇 명씩 보이는 관광객. 아무래도 노래가 너무 처져서 바꿨다. 글을 쓸 땐 너무 신나거나 너무 우울한 노래는 별로다. 강한 에어컨 바람에 몸을 떠는 중이다. 셔츠를 입고 오지 않았으면 더 후회할 뻔 했다. 해변의 벤치에선 물이 놓여져 있던 자리에 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누굴까? 인영만 느껴지고 어떤 얼굴도 그려내지 못했다. 본래 사람의 얼굴을 잘 그려내지 못하는 편이었기에 그러려니, 지금은 주변 인물들을 사랑할 처지가 못 되니 그것 역시도. 늘 그랬듯이 나의 연애는 친구라는 기간이 길게 필요한데 지금은 친구를 만들 상황도 찾을 상황도 아니다. 계속, 나와 춤을 춰 16:14 이 버스를 해변에서부터 종점까지 타는 사람은, 적어도 오늘은 나 혼자 뿐이겠지. 다친 상처에 까진 살갗이 떨어지지 못하고 붙어 있다. 외로울 땐 피부의 따스함이 그립다. 지워지지 않는 흉터를 멍하니 쳐다보면 오는 애틋함이다. 옅어질 뿐 사라지지 않는 것들, 사랑했던 흔적, 은 아주 오래도록 나를 괴롭혀 왔고 앞으로도 그러겠지. 이럴 땐 그렇게까지 불안정한 사람은 아닌 거 같다. 방법이 없는 것도, 찾지 못한 것도 아닌데, 하지 못할 뿐이니까. 이유는 많지만 핵심적인 건 두 개인데 보통의 사람은 그걸 현실적인 장벽이라고 불렀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다.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그러면 아무것도 변화하는 게 없는데요? 원하는 걸 쟁취하려면 핑계 댈 여유가 없는 거 아니겠어? 짙은 쌍꺼풀 밑으로 빛나는 눈동자와 잠깐 동안 눈싸움을 했다. 들여다보고 있는 게 나인지 그런 눈빛을 맞받아치는 게 나인지 모르겠다. 내가 원하던 나를 데리고 오는 게 정말로 말이 안 되는 건지 알고 싶다. 말은 돼, 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아직은 더 많을 뿐이란 거잖아, 싸워야 할 건 사회인데 공연히 H를 붙들고만 싶어진다. 누구도 잘못은 없는 게임인데 부당함에 몸부림 치는 나만 바보다. 나만 바보야, 내가, 쓸데없는 알을 깨고 나온 거야. 웅크려만 있었어도 이럴 일은 없었어. 16:25

생각할 시간이 너무 많은 것도 최악이야, 12:05 윤디+기다리다 그냥 생각 없이 듣고 싶다.

P, 그만 떠올려야 하는데 언제까지 과거에 머물러 있을 셈인지 모르겠다. 머리 아파. 너랑 있을 때만큼. 다행히 이명은 없다. 네가 뭘 하고 사는지 궁금해지는 날이 있어. 그런 분위기가 있어.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잘, 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P, 너에게 이런 편안함을 품는 이유는 뭐야. 나도 별로 좋지 않아. 방향이 여전히 없다. 지금. 이렇게 살아도 되는지 모르겠어. 익숙함이 싫어. 아프지도 여유롭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나. 시간을 잃어간다고 생각할 수록 내가 날 지우는 것 같기도 하고 모르겠다. 뭐라고 적는 건지. 머리 아파. 너 왜, 얘기할 거 있으면 하라고 했냐. 그거 죄야. 몰라. 씨발. 더 생각 안 할란다. 요 사이의 내가 너무 분절적이어서 흐름이 있는 글을 쓰는 법도 잊을 정도니까, 그러니까 내가 지금 정상이 아니란 것만 잘 알겠어. 정말 나가야지. 진짜 해야지. 뭐라도. 아,

싫다 싫어 첫 앨범 발매일이 겹칠 이유는 뭐야, D는 늘 이런 식이야, 연애와 그만 좀 엮여도 좋았을 것을. 하루 일찍 혹은 하루 늦게 발매했더라면 웃겼을 텐데. 그의 생일도 그의 첫 앨범 발매일도 마냥 웃지 못할 날짜였다. 언제라도 좋았을 텐데. 내 잘못인가 하고 비릿한 웃음을 짓는다. 머리는 아무것도 먹지 않아서 아픈 것이었다. 그리고 어울리지 않는─. 어떤 이벤트 없는 삶이 지속되고 6도 잠깐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었으므로 상상에 그치고 말 뿐인 날이므로 글감은 자연스레 줄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 같은 날이야. 살아가지 않을 날들을 살아가는 나인가. 나의 하루하루에 어떤 수식어를 붙여야 할지 모르겠다. 완전한 백수. 처지 좋은. 이렇게 늙어가긴 싫은데. 이렇게 무능하긴 싫은데. 이렇게 살다가 죽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햇빛 없는 회색의 방에서는 그런 생각에 잠긴다. 뭐라도 해야 되는데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 시간, 누군가에게는 앞당기고픈 혹은 뒤집어 오고픈 날일텐데. 그 누군가가 나일수도 있는데.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서 떠나도 아무런 소득 없이 돌아온다. 해변의 파도는 나를 어쩌지 못한 것이다. 비가 오고, 하루 종일 비가 와서. 언제쯤 해가 떠오를까. 언제쯤이면 나도 다시─. 조금만 더 사랑할 걸 01:50 이라는 말은 나를 왜 맴도는지 모르겠다 이런 쓸데없는 여름밤에. 나보다 나이가 많은 냉풍기가 덜덜 떠는 목소리를 자장가 삼아야 겨우 잠에 빠질텐데. 아, 나는 뭘 잊고 살아왔던거지? 뭔가 놓고 온 사람처럼 찾아 헤매는데 그게 무엇인지 모르는 신묘한 기분에 빠져 있다. 내가 하찮게 느껴지는 날 있잖아. 답도 없는 날. 누워서 게임 방송 보고 귀 긁고. 냉방병 기운에 기침하고. 뭐가 뭔지 모르는 자가당착은 끊임이 없을진대 도대체 나는 뭘 위해서 살아 있나 살아 남았나 그런 생각이 들잖아. 아, 추워, 삶에는 아무 의미도 없는데 습관처럼 의미를 부여하는 내가 가엾다. 살아남는 건 그냥 운일 뿐인 거라고. 콜록 컬럭 쿨럭 켈록. 에어컨 껐다. 이렇게까지 길게 놀아본 적이 없다. 한량처럼 뭐하는 짓인지. 끝도 없는 자학 릴레이 되기 전에 나간다. 아. 역시 춥다. 이불 끌어 올리고. 누가 그냥 뒤통수 시원하게 갈겨줬음 좋겠다.

14:19, SGP 왜 울었던 거야. 도대체 뭐 때문에. 차라리 흐느끼는 소리를 듣지 않았다면,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한 때처럼. 일상을 지배하지 말아줘. 머리를 가볍게 좌우로 턴다. 툭, 소리를 내면서, 네 생각이 없어지길 바란다. 구름 낀 더운 날에. 울지 말라잖아. 가사가 맴돈다. 유희처럼. 여기서는 더는. どのくらい泣いて どのくらいここで─ 네게 어떤 기대도 하지 않아야만 하는데, 그럼 편해질 수 있는데 말처럼 생각이 쉽지 않다. 그냥 여기를 뜨는 것 뿐이다. 돌아오면 똑같은 표정을 짓고 액정을 두드린다. 메마른 손가락으로. 이토록 덥지 않은 여름은 또 오랜만이야. 돌아오고 싶지 않을 회색이야. 약을 바르지 않아서 부르튼 손가락들을 본다. 그냥 그럴 뿐이다. 변칙도 변색도 없는 메마른 공기만 갖는 거다. 평화라면 평화고, 정적이라면 정적이다. 멈춰 있는 거니까.

씨발, 사랑했다. 그런 기억들만 없었어도 야자수 나뭇잎 부대끼는 소리에 구슬픔을 느끼지는 않았을텐데. 나를 돌려줘, 네게 잠식되지 않은 나로. 바람이 결을 타고 잎을 훑을 때의 소리가 풀벌레 울음 소리가 지나치게 나를 울린다 늘 그렇듯이 타임랩스처럼 나를 잘도. 너의 날씨가 며칠 째 이어지고 있다. 너의 바람이. 너는 보내지도 않았을 너의 바람이 나를 흔들고 도통 놔주질 않는다. 잠시 잊었다가 다시 울컥이며 덮친다. 수영도 못하는 나를. 멍청하게 네 옆모습을 보고 서 있는 나는. 지금부터 어디로 가면 좋은 걸까. 되뇌이면서.

나는 그런 거 몰라, 네가 없는 여름 밤에 너를 그리워하게 될 줄은 몰랐어. 피곤함이 풀리지 않는다. 쉬익쉬익 바람 뿜는 에어컨 소리만 들린다. 바다엘 가고 싶어. 짧게 하자. 짧게 축하한다. 몇 번 째 생일인지 헤아릴 필요도 없잖아. 어짜피 네게는. ······. 그냥 흘러가는 마음으로 두자. 그게 최선이라는 걸 알잖아. 잊는 것 만큼 좋은 약도 없더라. 맛있는 거 많이 먹어라. 좋은 사람하고 시간도 보내고. 그─ 어느 틈에 나 한번 떠올려주면 고맙겠다. 우리는 그런 사이여야만 하니까. 너와 함께 보냈던 아픔의 밤이 꿈만 같다. 더, 적을 필요가 있겠니. P, 수영 잘 하니? 갑자기 이런 게 궁금해졌다.

갑자기 비가 세차게 쏟아진다.

돌아오지 말고 돌아보지도 마

지금 돌아서면 다신 돌아갈 수 없다고 02:21 그런 강을 건넌지도 꽤 되었는데 너는 내게 일정한 무게를 가진 사람이라 좀처럼 쉽게 떼어낼 수가 없었다. 이 밤에도 괜시리 널 떠올리는 걸 보면 말이다. 사랑의 기억들이야 무수하지만 일정한 주기로 돌아오는 기억이 있으면 너였지, 아직까진 다른 사람은 아니다. 돌고 돌아봐야 색다르지도 않고 지겹게 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헐거운데, 벌판에 서 있는 나는 점점 나이를 먹어 간다. 생일은 잘 보냈니, 어짜피 옆 자리가 비어있지 않았을테니 걱정할 필요도 없었겠지만. 희미해진 기억을 쫓는 일이다. 어떤 감각에만 치우치게 휘둘려야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촉각 혹은 후각이라면, 담요의 감촉이나 옅은 화장품 냄새를 떠올리는 것 뿐이다. 한쪽 눈으로만 지독하게 흘리던 눈물. 돌아가는 길이 길어서 다행이었던 거지. 처음 만나놓고 돌아서는 게 아쉬워서 울었다. ······. 많이도 울었다. 잃기 싫다고 생각했는데 몇 번이나 일찍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고 자책했는데 달라지는 건 없었다. 차라리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던가 무수한 선으로 나를 도려내도 딱히. 차라리 사랑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가장 현실적인 물음표가 되어 돌아온다. 사랑을 난 잘 못하는데 너무나도 사랑에 쉽게 무너져 02:28 어디에도 머물러 있고 싶지 않은데 시간만 보내는 날이 점점 늘어간다. 열정이 벌레에 좀먹히는 소리가 사각사각 방을 채운다. 새벽은 언제나 짧고, 아침을 맞을 준비 따위 되지 않은 소년은 누워만 있다. 꿈을─ 꾸던 게 도대체 언제였는지 기억하지 못한 채로 말야. 참, 행사처럼 다리를 다쳤다. 나가려면 붕대쟁이 해야하니 좀처럼 어디 나가지도 못하게 되었다.

02:36 + P*, 카봇모드 테란 시나리오 8번 되게 쓸모없는 기억들 있잖아. 왜 그런 기억들은 나를 빠져나가지 못한 채 숨 쉬고 있는 걸까? 몇 번 만나지도 않았지만 일기를 쓴다고 몇 십번 씩 되감느라 절대로 지워질 수 없는 기억이 된 것이다. 몇 년에 걸쳐 견고하게 지은 성인데 한 순간에 무너뜨리려고 하다니 요행을 바라는 꼴이다. 일 년에 한 번 꼴로 보면 다행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부끄러운 기억은 나를 가끔씩 꽉 채운다. 수치심에 이불 몇 번 차보는 거다. 설렘은 닳고 닳아버렸어도 애틋한 내음이 남는데, 부끄러움은 그저 얼굴이나 시뻘겋게 물들일 뿐 좀처럼 좋은 기억으로 돌아서질 않는다. 그런 기억들이 무작위로 뒤엉켜 있는 흔적을 보는 날이 있다. 헤어볼 같기도 하고 서부영화에서나 볼 법한 건초 같기도 하고 아무튼 둥그런 무언가다. 잘게 쪼갤 뿐 하나하나 해부해서 원래대로 돌려놓긴 어렵다. 기억이 시간의 흐름도 무시한 채 특정한 감각만 뽑혀서 엉켜 있으면 나는 그 둥그럼을 물끄럼하게 본다. 가끔은 눈처럼 쏟아져 맞는다. 전혀 낭만적이지 않을 때에는 비로 내리기도 하고. 그런, 그런 기억들에, 이제는 소멸을 바라기도 힘든 나의 일부 같은 P에게, 뭐라고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여기서 왜 자꾸 니 얘기를 하는지, 쓰잘데기 없는 니 안부는 전보다 덜하지만 왜 궁금한지. 모르겠다고. 짜증이 난다. 희미하게. 감정의 절대치가 줄었다. 만나고 나서는 아주 희미해졌다. 여기서는 누구라도 너를 놔두고 말해야하는가보다. ─든 N이든 P든. 그냥 습관처럼 뽑아 쓰는 카드다. 기왕이면 사랑했던 사람일 수록 말하기 좋았던 거겠지. 피곤해. 배도 고프다. 사랑니도 뽑아야 하는데. 발목이 땡땡 부었다.

중력이 센 거지, 시간이 빠르게 흐르니까 「여기」 있으면 아무것도 안 하게 돼 14:46 Now, Echo 의미는 없지만 음율은 좋은 단어를 조합해 만든 노래다. 생각에 잠긴다. H가 했던 말이 스친다. 이번엔 내려올 생각이 없는 건가. 내게 세계란 정의하지 못한 것이어도 세계로 가는 문은 H가 아닐까 하고 잠깐 고민한 적이 있다. 내겐 언제나 거대한 통로나 관문 같은 사람. 시간을 잊고 방황할 때 그를 찾아가면 세계가 열렸다. 사람이니까 진중함을 갖기 쉽지 않은데, 어디에도 휩쓸리지 않는다는 게 정말 어려운 건데, 그는 늘 그랬다.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한에서는. 지금의 내겐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들이 필요한 게 아닌데 누군가는 내게 그렇다고도 대답했고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지내보라는 말 덕분에 생각 없이 있었다. 누워만 있는게 휴식은 아니라는데, 지금 잔상처럼 지나가는 신촌의 복잡한 병원 로비가 숨을 앗아간다. 뭐가 되려고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신을 믿었다면 물어볼 텐데 믿지 않으니 안타깝다. 글쎄, 어디로 가고 싶다고 생각해도 다 나은 척만 하는 왼발을 들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전거라도 탈 줄 알았다면 달랐을까? 문단은 나누지 말자. 여기 자주 출입하는 것도 정신건강에 좋은 일은 아니다. 책을 다시 읽고 싶은데 그렇게 생각만 하고 있다. 요즈음의 나만큼 나답지 않은 사람을 꼽기가 어려워지겠다. 나락의 나락으로, 지금의 추락이 무서운 이유는 떨어져가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이건 작금에 어울릴 만한 방황이라고 할지라도 내가 느끼기에 추락이면─ 도대체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말만 한다. 어쩌면 좋을지는 늘 알고 있는데 하지 않았던 거 아닌가? 그래서 H가 보고 싶은 모양이다. 죽을 맛이다.

짜증나게 귀엽다 정말 N은 그런데 속셈이라는 걸 이제는 안 거지

안 오고 싶으면 꼭 오더라 02:12 今, ハーメルン 머리 아픈 건 네 말이 맞았어. 아파서 아픈 게 아니라 밥을 하루 종일 안 먹으면 아픈 거더라. 그때 스팸마요 더럽게 짜던데 그 짠맛이 떠오른다. 이래도 되는 걸까? 네게 묻고 싶다. 이렇게 누워만 있어도 되는 거냐 나? 지금의 내가 어떤 행동을 하면 좋을 거 같아? 네가 기억하는 나와 지금의 내가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알고 싶다. 이렇게 구차한 질문까지 하고 싶은 심정이 된다. 그러니까 지금 H를 찾는 것도 ─님을 찾는 것도 너를 찾는 것도 다 선생이 필요한 거야. 내게는 답이 필요하다. 그 답이 되도록이면 나를 흔들 수 있는 사람에게서 나와줬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이기적이지. 말해주면 한 번에 알아듣고 움직이는 사람도 아니면서. 어제를 기억할 수 없는 이유는 하루종일 누워 있었기 때문이고 이런 날들이 꽉 채워진 1년은 쓰레기나 다름 없다. 알면서도. 좁아지는 혈관 탓이나 할 텐가? 수술을 안 해서 사람이 미쳐버렸나? 이렇게 밥만 축 내는 사람이길 원했나? 꿈을 꿨던 내가 허상 같다. 불면의 밤이 무색하게, 그때 꾸었던 꿈들이 무색하게 나는 멈추어 있다. 멈춰 있는 것도 아니야. 멈추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손에 쥐었던 태양이 빛을 잃었다. 나도 탁해졌다. 물이 다 빠졌어. 나를 채웠던 색이 다 빠져 나간 것 같다. 어떤 그림이든 다시 그리면 되는 뻣뻣한 흰 색의 도화지가 아닌데. 너무 절망적인가. 새 종이야 문방구에서 동전 몇 개로 사오면 되는데 삽질을 너무 하나. P, 단순하게 압축해서 생각하는 법을 나는 모르나봐. 네가 싫어했던 나잖아. 미련하고 바보같은 나. 이게 아니면 아무 생각도 없는 내가, 숨 쉰다고 말하기도 아까울 정도로 낮을 까먹는다. 밤은 길고, 낮은 짧아, 네 일정 따위는 모르는데 바쁜 너를 붙잡고 쓸데없는 말을 해야 할까? 솔직히 좀 지칠 텐데 말야. 머리가 깨질 것 같다. 두 개로 쪼개지진 않을까. 언제부터 이런 두통에도 익숙해졌는지 모르겠다. 이럴 땐 그냥 이런 노래 듣는 거지. 괜히 가사 씹지 말고.

씨발, 존나게 아프네 그냥

아침엔 H의 연락이 왔다. 적어도 이번 주부터는 다시 무기력을 깰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今, 終わりない夢 02:19 노래 고르는 데에 시간을 조금 쓴다. 같은 일상의 반복으로 할 말도 없고 더 이상 사랑에 얽매여 있지도 않은데 글을 쓰고 싶은 역설이 우습다. 누워만 있다. 죽음이 얼마나 가까운지 잊은 모양이다. 사실 일상으로의 회귀는 거의 다 이뤄진 상태이다. 공부하는 감각이나 커다란 꿈을 꾸던 나를 잊어버린 것 빼고는. 톱니바퀴가 예전과 다르지 않다. 시간에 어떠한 변동도 없다. 그저, 느끼기에만 빠를 뿐이지. 갱 만난 게 마지막인가? 가족 외의 사람을 보러 굳이 나간 것도 벌써 한 달도 더 전의 일이 돼 버렸다. 열정 빼면 시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였다. 지금의 내가 시체이긴 해도 살아 있지 않은 것은 아닌 느낌. 지극히 주관적이다. 누가 보고 싶냐 물으면 H를 택하고픈 파동 없는 감정의 상태. 언젠가 원했던─아마도 J님께서 내게 필요하다고 해주셨던─ 정적인 상태에 있다. 반드시 이런 시간이 필요하다 느낀 감정 뒤엔 도피를 원하는 나약한 모습이 감춰져 있더라. 알고는 있었다. 도망친 곳에 낙원이 없다는데. 낙원은 아니라는데 왜 이리도 단 거야. 속고만 살았나. 이렇게 사람이 사회와 단절되는 건가. 은둔형 외톨이를 간신히 이해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사회학도가 사회와 단절됨을 즐기다니, 이런 내가 과분한 꿈을 꾸다니, 이상하리만치 멀게 느껴지는 내 모습은 그저 치기였던 건가? 현실과 손을 잡으려는 내가 싫다. 내가 바라는 나는 반골인게지. 그게 누구든 무엇이든 뒤집어 버리길 원했는데. 만만치 않다며 이것저것 핑계를 대는 내가 구차하다. 짝이 없다. 쓸모도 없는 느낌이다. 차라리 말이라도 못하면 예전처럼 ─라도 하는 건데 혀가 길어졌다. 돌파구도 정답도 없는 게 아니라 만들면 되는데 아는데 안 하는 게 제일 병신인데 지금 병신처럼 굴고 있다. 아프긴 아픈 거야. 제대로 시작하지도 않은 병에 얽혀 어딘지도 모르는 곳을 헤맨다. 안개 낀 망망대해. 뒤집으면 놀음인가. 배도 있겠다 좋아하는 바다 위겠다 아무도 내게 휴식에 뭐라 하지 않는 지금이 정말 낙원인가. 낙원일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다. 시간이 꽤 남았다. 걱정하지마, 어떻게든 된다니까. 지금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일을 걱정하며 보내기엔 내가 아깝다. 쉴 수 있을 때 최대한 쉬어두자. 아무것도 얻은 게 없어 보여도 조급해하지 말자. 나에게 맞는 속도를 천천히 찾아갈 뿐이다.

아니, 어쩌면 나에게 맞는 속도가 지금의 속도일 것이다. 07:22 H 부탁으로 일찍 기상. 밖에 비 오나? 아니라면 피방 가도 될 것 같은데 오랜만에.

잘못 누르지만 않았어도 올킬인데 아쉽다

사랑이란 게 우스워 22:35 속아서 헤롱댈 땐 언제고 이제는 또 이성적인 척 하며 웃고 있다. 꿈인가 스친 생각인가 누구에게 묻는 장면이 있었는데 과연 친구로써의 호감을 어디부터 어디까지로 정의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사람 마음이 마음처럼 안된다지만 이럴 땐 또 다짐하다보면 환상처럼 빨려 들어가던데, 나오는 게 쉽지 않다고 생각해서 더더욱 늪에 갇혀 있었던 것 같다. 어쩌면 한 켠으로는 나오기 싫었는지도. N은 그러니까 여러모로 복잡하기만 하다. 복잡하다. 안 복잡한 게 없다. 글솜씨 없다면서 꼬물꼬물 썼을 거 생각하면 귀엽다. 그 정도인 거다. 그 옛날 원래 목적을 떠올린다면 몇 번이고 성공하긴 했다. 제 몫을 해도 너무 잘 해서 탈이 난 것일 뿐. 어쩌면 이상형 중에서는 가장 현실감각 있는 편이 N이고 나도 누누이 말했듯이 어쩔 셈은 없었다. 일단 너무 아깝고, 내가 그의 취향도 아니고, 기타 등등. 나 같은 쓰레기가 넘 보기엔 지나치게 아깝다. 나는··· 나는 이미 너무···. 도대체 무슨 말을 쓰고 어떤 얘기를 하면 좋은 걸까? 뿌리처럼 뻗어나가는 궁금증을 외면한 채 돌아선다. 굳이 열 필요가 없는 상자는 빨리 닫는 거야. 새로운 일은 없고 예전 일이나 곱씹으려니까 다 썩어가는 단어만 엮이고 의미는 없다.

눈동자가 시끄럽다는 표현 너무 신박하다

그러게 말이야 >>787 21:41 지금, 춤을 춰 춥다. 살짝 오른쪽 눈썹 뼈 윗부분이 아프다. 게임이라도 다시 해보고 싶어서 기웃거리는데 정작 한 건 없다. 드라마를 같이 봤다. 1의 비극. 고기도 간만에 구운 것 치고는 잘 익어서 근막 부분까지 먹기 좋았다. 질겅질겅. 갱은 초밥 먹으러 가쟀는데 초밥을 먹을 줄 모르는 나 때문에 메뉴가 바뀌었다. 롤 있으면 롤이나 먹으면 되는 것을. 피부만큼이나 건조해진 감정에 더 들이부을 연료도 없어서 요 근래는 그저 무기력하다. 내일 비 온다는 구름처럼 무겁고, 또 회색 빛이다. 시간이 귀한 줄은 모르는 것이다. 정처 없이 어디 나다니면 좋은데 그러지도 않고 섬에나 가볼까 하는 생각에만 잠긴다. 생각에만. 담배 연기보다 더 빨리 휘발되니까 쓸 구석도 없다. 그러니 남긴다. 이만큼의 권태가 또 올까 싶어서. 누군가를 향한 권태감도 아닌 나에 대한 권태가 이토록 심할 수가 있나 싶어서. 언젠가는 다시 읽게 되겠지. 나를. 나락에 빠져 있는 나를 읽히겠지. 스스로. 나로부터 온 생각이 세상을 뚫고 다시 나에게로 도착할 때를 기다린다. 부디 오래도록 세상을 돌고 오길 바란다. 이런 권태감에 빠져 있을 청춘이, 아니라고 나는 믿고 있으니까. 치열한 내 사람들을 보고 있다. 상상하고 있다. 잠 잘 시간도 없이 달리는 누군가를, 적어도 두 해 전의 나를, 보고 있노라면 절대 이럴 수가 없는데. 달콤하기만 하잖아. 그저 그런 삶. 본가에 얹혀 있고, 눈이 감기면 자고, 배가 고프면 먹는. 미치도록 한심한 내가 왜 이리도 달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이성이 꺼져 있어서? 나+따윈 아무것도 아니라서? 어짜피 가닿을 수 없는 목표니까? 이런 병신이 될 거였으면 대학은 굳이 왜 서울로 간 거지? 나를 향한 화살은 끝도 없다. 색도 모를 액체가 줄줄 흘러도 아랑곳 않을 테니까 그만 두자. 다, 놔버리고 싶다며. 정말 살아 있기만 한 지금보다 더한 나락이 있을까? 있기야 하겠지. 언젠가는 돌아올 거라면 지금의 내가 다시 읽히기를 바란다. 잊는 건 죽기보다 싫다. 잃는 것도 물론.

비 온다. 그와 만날 때면 가끔 이런 식이었다. 13:04 지금, 향기 비 오는 날 아무 생각 없이 나가서 한바퀴 삥 돌고 오곤 했는데. 어두-컴컴한 하늘을 가득 메운 빌딩. 보이는 하늘의 면적이 여기와는 아주 달랐다. 갑갑할 정도로 작았다. 가까운 곳으로 갈 걸. 이럴 줄 알았으면. 쓸데없이 P 생각이나 한다. 술 사달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거다. 마시면 안 된다니까 괜한 반작용으로 부딪힌다. 어떻게 오고 있으려나. 나오기 귀찮은 날이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고 어떤 시간도 보내지 않았다 23:24 그렇게 휘발되는 시간처럼 남아 버릴까봐 사진을 찍어둔게 아닐까? 비가 아주 많이 내렸고 바람도 꽤 많이 불었다. 여느 때처럼 우산이 뒤집히는 섬의 빗 속에서 하염없이 걸었다. 걷고, 처음 먹는 걸 먹고, 그의 재미있는 얘기를 듣고, 술이 고프다는 푸념이나 하고. 평범하게 보낸 시간이 귀할 줄 알았다면 조금 더 귀이 여길 걸, 낙엽의 내음이 물씬 풍기는 후회들 사이로 푸른 잎들이 자랐다. 자란다. 잘한다. 아마도 그러고 있었을 기억이길 바란다. 아무것도 아닌데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을 오늘의 페이지 귀퉁이를 접는다. 이런 날을 바란 거 아니야? 결정에 경미한 장애를 가지고 있는 그가 나와 같은 음료를 시킨 걸 보고 희미하게 웃었다. 딱 이 정도의 행복 혹은 기쁨. 가볍지만 느낄 수 있을 정도의 감각. 권태로운 나날에 다른 색으로 빗금 한 번 친 것 같다. 아마도 그의 색으로. 교정校庭의 향수鄕愁로, 이제는 선연하지 않은 붉-푸름으로. 카메라 들고 홀연히 떠나고 싶은 충동에 얽혔다. 여느 때보다 더 의식의 흐름 같은 대화를 했다. 과거의 일만 반추하는 나에게 새로운 무언가를 덧씌워줄 때가 됐다고 느낀 모양이다. 어떤 통찰도 필요 없는 곳으로 떠나게. 피곤하다, 간만에.

무뎌지길 바라는 통증은 나를 잠재우지 않고, 둔탁하게 짓이기며 뻗어나간다. 익숙해지기도 쉽지 않은 아픔이다. 날카로움보다는 낫겠다. 미련하니 약 없이 버틴다. 살아내려고 먹는 약인지 먹으면서 죽음을 헤아릴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약의 독성에 취해 있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땐 내가 나인가 한다. 부질없는 알약 몇 개 먹고 아무 일도 없었던 때로 돌아가길 바라는 게 우스워서 고작 우습기만 해서 끊었다. 이렇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나는 내가 될까? 아니면 한 줌 흙으로 예정보다 빨리 돌아가게 되는 걸까? 갑자기 날카로운 두통이다, 언제든 어떻게든 아플 운명이라면 그냥 나로구나 나인 척 하는 것이겠구나 생각하고 말아야겠다. 부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래도 뚜껑은 따야지 나중에는. 시릴 듯이 흰 가운을 입은 사람이 말했듯이. 어짜피 할 거 언제 하느냐는 내 선택인 거라고. 눈이 감긴다. 여전히 고통은 둔탁하다.

꿈을 아예 깨고 나왔다. 말도 안되는 꿈이었다. 어느 날 에이즈 환자와 지속적으로 접촉한 걸 알게 되어서 망연자실하던 사이 P의 연락이 와 있었던 걸 모르고 방치해뒀다는 내용인데 개꿈이다. 개꿈도 이런 개꿈이 없을 정도로 요 근래에는 개연성 없는 헛꿈만 연속해서 꾼다. 당연히 깊은 잠과도 안녕이다. 화내는 P, 그에게 내가 한 말은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서라도 한번만 다시 믿어주면 안돼? 였다. 어쩐지 내가 자전거를 타더라. 두 발 자전거를.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저항감에 발버둥치며 나왔더니 역시 꿈이었다. 빌어먹을 꿈. 내가 어떻게 에이즈 환자와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접촉하겠어. P의 연락이 쌓여 있다는 것도 앞뒤가 안 맞다. 알림이 안 와도 가끔 들여다보는데. 번개 치던 밤이 물러나 있다. 쓸데없는 꿈을 너무 많이 꾼다. 그것도 아주 현실적인 사람들이 등장해서 나를 괴롭힌다. 생각하지 않으려 애를 썼기 때문인가? 미련이 철철 흘러 넘치는 사람들만 극의 주인공이 되어 나를 갈등으로 몰아넣는다. 깨면 아무것도 아닌데. 꿈이라는 거. 깨지면, 아무것도 아닌.

난 파도가 머물던 모래 위에 적힌 글씨처럼 그대가 멀리 사라져 버릴 것 같아 늘 그리워, 00:52 모든 말을 다 꺼내어 주고 싶은 심정의 밤도 벌써 햇수로만 5년 전의 일이다. 참 늙었다. 풀벌레 소리에 창문이 흔들리고 커튼 사이 달빛 하나 내리어 오면 멍하니 이불 뒤집어 쓰고 험담하며 밤자락을 보냈는데. 그때는 영원히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이 이렇게 변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거야. 성취에 취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정말로 머리가 깨져버릴 정도의 고통이 무엇인지, 다 알아버린 채 서 있는 달의 뒷편은 비참하기 그지없다. 서슬까지 퍼럴 일은 없겠으나 너무 날카로워 베일 것 같다. 악수를 청하는 손길을 마다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이다. 손날에. 피 철철 흐르는 게 지금에는 나인지 아닌지도 구분할 줄 모르면서 산다. 차라리 비나 와라. 거센 폭풍이나 불어라. 좋은 날 거닐지 않고 방 안에 꼼짝 않는 게 아깝지 않도록. 겹겹이 쌓인 시간을 더듬으면 달콤한 애플파이 겉표면의 패스츄리 같다. 와사삭. 베어물 때에는 몇 겹인지는 헤아릴 수 없으니까. 뒤늦은 단맛으로 있었구나, 한다. 똑같은, 그러나 똑같지 않은, 시간이 흐르는데 온종일 잠에 취해 있다. 약도 독이고 독도 약이듯이 회복이 길어지니 반작용으로 통하는 중이다. 6개월 뒤에 보쟀는데 벌써 온 시간보다 남은 시간이 적어졌다. 그동안 대체 뭘 했냐고 물어보면 어쩌지? 수술은 여기서 하기 싫은데요? 하고 엉뚱한 대답이나 해야 하나? 나의 계절이 이토록 허무하게 지다니. 그래서 바다엘 다시 가야할지도 모른다고 나는 생각했다.

잠이 몰려오는 밤에 꾸역꾸역 03:26 김오빼의 미친 자르반 플레이를 보고 있으려니까 생방송을 끊을 수가 없는 거다. 눈이 막 감기어 오는 밤인데도 몇 시간을 버틴다. 목이─ 이상하리만치 마르다. 머릿속은 텅 빈지 꽤 오래 됐고 이런 형태로도 리프레쉬가 될 수 있다는 건 놀랍다. 짐꾼 한 명 두고 떠나고 싶다. 날이 너무 좋아서 놓치고 싶지 않은데 막상 누워만 있으면 잠에 빠진다. 내일은 정말 떠나야 할지도 모르는데. 바보 아냐? ─님의 여행지인 곳에서 살면서도 한다는 짓이 이것 뿐이다. 차라리 일하고 싶다. 그의 빙하기를 탓할 것이 아니다. 내가 지금 심하게 얼어 있다. 누가 날 좀 녹여줬으면 좋겠어. 진짜로 이런 쉼을 원했던 거라고 해도 가끔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권태롭다. 잠으로의 도피를 밥 먹듯이 하는 나를, 관찰하는 것조차 포기해버린 내가. 그러니까 눈을 가린 거다. 혼자 등 지고 있다. H가 열어주는 문도 닫아버렸어. 이게 내가 바라던 낙엽의 삶인가? 바람 따라? 흘러가는대로 흐르는 거? 이게 맞아? 내가 성찰하고 싶은 건지 그냥 자학을 하고 싶어서 습관적으로 들어오는 건지 아니면 머리에 가득 차오르기 전에 활자를 토하듯 내뱉기만 하는 건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얼어 있어. 시간이 그래서 멈춰 있는 것만 같은데 너무나도 빠르게 흐르고 있다고. 염증이 날 것 같다. 싫어 죽겠다. 슬럼프라는 말도 아깝다. 매너리즘에 빠졌다. 더 간단히는 그냥 늪. 오늘 망쳐버린 호떡 반죽처럼 묽은. 두 손에서 좀처럼 떼어내지지 않던 노란색 덩어리를 떠올린다. 혼자선 그래, 원하는 맛이 나오지 않는 느낌을, 오랜만에 맛봤다. P. 짜증나. 짜증난다고. 너라면 지금의 내게 무슨 말을 해 줄지 그것만이 궁금할 뿐이다. 난 파도가 머물던 모래 위에 적힌 글씨처럼 그대가 멀리 사라져버릴 것 같아 늘 그리워 더 그리워 여기 내 마음 속에 모든 말을 다 꺼내어 줄 순 없지만 사랑한다는 말이예요 03:40 잠에 저항하면 쓸데없는 통증이 오는데 이상하게 오른손이 쑤시다. 내일 비 오려나? 바다에 휩쓸리고 싶다.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만. 절여졌으면 좋겠다. 발바닥엔 모래 알갱이 날카롭게 박혀오고. 씻고 컵라면 하나 먹고 디비져 잤으면 좋겠다. 아, 욱씬거려. 오른팔.

누가 날 좀 녹여줬으면 좋겠어. 01:58 Now, Missing U 누가 날 좀. 사실은 내가 나를 녹이는 것일 뿐인데 착각이 그리운 것이다. 상대에 의해 녹아가고 있다는 착각. 태양을 꽉 쥐고 있는 심상을 억지로 느껴본다. 버틸 수만 있다면 촉각은 의외로 물렁하지 않을까. 물풍선처럼. 지나치게 꽉 쥔 상태라면 폭발하지 않을까. 초신성이 되는 거다. 손 끝에서 폭죽이 터지게 되는 걸까. 사랑은 환상이라는 데에 동의한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집착을 놓을 수는 없었다. 타인을 향한 집착의 크기가 자연스럽게 줄어들면서 타인에게 사랑을 느끼는 나에 대한 집착을 한다. 습관처럼 돌파구로 삼아왔던 게 문제라면 문제다. 너무나도 감정적인 사람이라서 쉽게 매료되고 어렵게 식는다. 싫다. 싫어도 어쩔 수 없는 게 있다. 휙 돌아가는 시선만큼이나 빨리 걷어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머릿속을 스치는 사람들이 많다. 만날 수 없는 사람은 더욱 그립다. K님이라면 지금의 내게 어떤 말을 해주셨을까? 커서가 오래 깜빡인다. 헤아릴 수 없는 탓이다. 셀 수 없이 되짚는 순간에서 살아 있는 그를 천천히 떠올린다. 천천히. 할 수 있다면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군데군데 흐리고 깨져 있다. 되짚는 동안 얼마나 많이 가공되어버렸을지 모르는 일이다. 그냥, 안아보자는 말에 안겼던 나. 수업 도중에 나왔는데 걸음걸이를 교정받은 일. 웃어주시던 얼굴을 왜 이제는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목소리는 왜. 오래봤어야 했는데. 오래─ 아주 오래도록 그랬어야 했는데. 너무 많이 변한 교정에서는 그를 그리워할 수 없었다. 마치 모든 게 거짓말이었다는 듯이. 건물로 들어서는 초입 봄날의 향기를 가득 품고 있던 벚나무가 잘려 있고 길목을 밝혀주던 상사화도 없었던 교정은 더 이상 그때의 그것이 아니었다. 영원하길 바랐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또 너무 빨리 흐른 탓이다. 세월이 앗아가는 것은 나 뿐만이 아니었던 거다. 그리움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으면 한다. 만나기만 하면 간단한 일이다. 새로운 문장을 다시 써내려가더라도 케케 묵은 흙빛의 그리움과는 안녕, 하고 싶은 거다. 더는 그럴 수 없다는 걸 알면서 괜히 말해보는 거다. 안되는 걸 아니까. 못하는 걸 아니까 이러는 거야. 어떻게 더는 찾아갈 방법도 없고 애꿎은 커서만 꿈뻑인다. 너는 죄가 없는데. 슬프다. 슬퍼. 풀벌레 우는 소리에 나의 소리 없는 울음이 도통 묻히질 않는다. 차라리 울고 싶었어. 제대로. 의연한 척 하느라 입술 꽉 깨무는 멍청한 짓은 안 하고 싶었어. 인형이 아니니까. 가면을 쓰고 있던 것도 아니니까. 그런데 몇 번의 죽음을 겪어도 나는 아이고 소리 하나 내지 못했고 숨어서든 아니든 울지도 못했다. 슬픔을 다루지 못하는 사람처럼. 웃지도 울지도 않았고 화내지도 않았다. 그냥 믿을 수 없었어. 지금도 믿지 않는 것처럼 말이야. 지금도─. 꿈을 꾼다. 흙빛의 그리움을 갱신하는 꿈을. 깨어나면 더욱 알 수 없는 감정이 돼 있다. 더 이상 새로워질 수 없는 글을 쓰면서 되감는다. 다 늘어진 비디오 테이프를 억지로 감는 거다. 억지로. 장면도 상황도 대사도 배경도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순간들을. 멍하니 보고만 있다. 그러니까 누구라도 보고싶다는 말이다. 녹았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 더욱 좋겠지만. 외롭다. 외로운 거 맞다. 인정하기 싫었던 건 아닐까? 슬프다는 것 만큼이나. 그러니까 끝도 없이 잠으로 도망가는 거잖아. 하늘이 높아지는데. 계절이 바뀌는데. N의 계절이 돌아오면 더욱 짙어져만 갈텐데. 나의 젊은 그리움. 교복을 입고 있는. 그럼 차 한 잔 하는 거다. 그를 대각선에 앉혀 놓고 시원한 녹차라떼 두 잔을 주문해서. 이렇게. 변하지 않는 그에게 늙어가는 내가 안부를 묻는다. 영원할 것만 같잖아. 그때에 그리워했던 사람들도, 나도. 나의 글씨로 빼곡한 책을 읽고 있는 그를 본다. 얼음만 남을 때쯤 낙엽으로 된 책갈피를 꽂아 넣는 그에게 말을 건넨다. 지금의 내가 보고 싶은 사람은···. 그러니 부디 한 번이라도 더 봐주라고. 조느라 날려버린 학기를 원망하지 말고. 조금만 더 충실히. 그때의 나에겐 별로 할 말이 없다. 정제되지 않은 나였다. 좋아. 사랑하고 싶은 만큼 사랑했어. 다른 사람들을 너무 싫어하지만 말아라. 하고 지켜볼 뿐인데. 내팽개쳐져 있는 펜던트.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는 그를 돌려 보낸다. 그냥. 오랜만에 갇혀 있는 모든 감정을 다 꺼내어 닦아 본 것 같다. 슬픔도, 그리움도, 외로움도. 너무 오래 있을 필요는 없다. 가끔씩은 이렇게 꺼내어 보는 것이다. 누구나, 가슴 속에 묻어둔 사람도 사랑도 있는 거니까. ······.

어떻게 하면 지금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까? 23:50 원더보이 읽는 중. . . 0913 00:52 ~ 01:06 뜬금없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거 짜증난다 그런 거 있잖아 그런 거. 얽혀 있던 것들을 모아둔 상자가 잠깐 열렸다 닫히면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거야. 뭐였는지 회상하려고 하면 도저히 선명하게는 되지 않는 거. 그냥 내 머리만 잔뜩 더럽히고 기분만 잡초처럼 만들어놓고 휙 사라져버린다. 나도 그만 집착하고 싶은데 요새는 정말 회색의 인간이 되어서는 과거에 살고 있나봐. 떠나간 시간은 어떤 형태로도 다시 돌아오진 않는데 지금 내가 살아 있는게 도무지 현재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니까. 이게 무슨 말이냐고? 나도 몰라. 그냥 하는 말이야. 지금 숨 쉬는 게 현재라고 하기엔 現在라는 단어가 너무나도 아까운 거 있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거 말고는 뭐라고 할 수가 없겠다. 그러니까 과거에─ 산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봐. 책장은 넘기지도 못하고 붕 뜬 하루는 잠으로만 채워지고 이게 현재라기엔 현실이라기엔 너무 낭비 같으니까. 대관절 누구에게 미안한 건지 보이도 않는 죄책감만 살이 쭉쭉 차오른다. 하늘이 높고 말이 살 쪄야 하는 계절인데 어째서인지 나와 죄책감만. 그림자가 늘어지듯이. 심연을 오래 들여다봤다고 하기엔 지금보다 더 한 때도 있었는데 그때는 이정도가 정말로 아니었던 것 같은데. 많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고 엄마가 말했어. 흘러가듯이 한 말이겠지만 가만히 있는 내가 위로를 받더라. 먹구름이 진공청소기에 빨려들어간 건 아닐까? 후루룩. 나도 엄마에겐 그런 사람일 텐데. 매일을 행복하게 지내기만 하면 되는 사람인데. 어디서 이렇게 다쳐오는 걸까? 어떻게 하면 아프지 않고 살아낼 수 있는 걸까? 그만 좁아지고 또 그만 자라나라고 빌면 그렇게 되는 건가? 생각하기 싫다. 나는, 그냥, 머리 안 까고 싶어. 멀쩡하게 사람 구실이나 하고 싶다고. 평범한 사랑을 못 해도 보통의 인간은 아니어도 그렇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지금은 너무 가혹해서 잠깐 도피할 구석이 필요했던 거지. 지금도. 피하고 있을 뿐이다. 나는 나의 세계가 있고 나의 속도가 있다는데 이제까지 무너지지 않으려고 여러가지 장치를 해왔지만 전부 부질없는 것 같아, 그래서, 다만 그래서 마음이 아프다. 언제쯤이면 새로운 노래를 듣개 될까? B의 앨범을 돌려듣기 한 지 벌써 반 년이 넘은 것 같다. 기다리고 있어. 곧 있으면─.

원더보이 발췌 * 내가 꿈을 꾸다가 깬 것인지, 아니면 잠에서 깨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그럴 때마다 나는 누구인지, 또 거기는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아이랄 수도, 그렇다고 어른이랄 수도 없었던 열일곱 살의 봄, 어스름 무렵이면 내가 되기 위해 나는 그렇게 안간힘을 썼다. * 어느 날은 앞날이 걱정되고 너무나 불안했는데, 그럴 때 보면 나는 참 불행한 아이였다. 하지만 그다믐 날은 이 세상 모든 게 너무나 고맙게 느껴져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으니 어제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말하는 게 옳았다. 그 감점들 하나하나가 계곡의 자갈을 만지는 것처럼 때로는 매끄럽고 때로는 까칠했다. 매일매일이 새로운 시작이었고 또 새로운 끝이었다. 나는 날마다 새로 태어나는 것 같았다. * 그리고 나는 봤다. 내 온몸을 날려버릴 듯, 바람이 세차게 한번 불었다가 이윽고 고요가 찾아오는 풍경을. 바람도, 소리도 없는 상태를. 그리고 어떤 물결이, 거대한 파도가, 산더미 같은 배일이, 온 바다가 내 쪽으로 몰려 오는 광경을. 나는 그 바다 속에 속절없이 잠겼다. 그건 이유 따위는 없는 슬픔들만 모아놓은 바다였다. 나는 그 바다 속으로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우울에는 럴망과는 다른, 나름의 침몰 밤식이 있었다. 절망이 강물 속으로 빠져드는 일이라면, 그래서 어느 정도 내려가면 다시 딛고 올라설 바닥에 닿는 식의 침몰이라면, 우울은 바닥을 짐작할 수 없는 심해로 빠져드는 일과 비슷했다.

오늘만 이럴게, 너를 잊을게 01:21 그러니까 술 한 잔만 사주라. 어? 라고 어느 겨울에는 말할 수 있을까? 말쑥한 표정을 한 채로. 생각해보면 P의 주량도 주종도 모르는 나였다. 후하고 한숨 내뱉으면 입김과 함께 알코올 향 짙게 퍼지는 겨울이 그립다. 다가올 미래에 그립다는 표현을 쓸 수 있는지, 써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보통은 생각하는 대로 이뤄지기 마련이니 그립다고 해둔다. 그 겨울은 마스크 없는 겨울이었으면. 지금보다 조금만 더 자라있더라면. 둘 다 각자의 빛으로 반짝이고 있었으면. 좋겠다. 아쉽게도 서울에선 별이 보이지 않으니 우리가 별이 되어 있는 거다. 너무나도 닮은 색이었던, 그래서 다른 빛이 되어 있던. 여긴 이렇게 변했고 저긴 저렇게 변했고. 거기에 쓸데없는 신변잡기. 상황 참 설레다. 멀쩡해져 있는 것 같잖아. 2차로는 뭘 먹나? 막무가내로 노래방에 데려가나? 숙취해소 핑계대면서 편의점에 가서 껌이랑 사탕 잔뜩 사오겠지. 노래들, 잘 부를 필요 없으니까 생각나는대로 막 내뱉는, 음정 따위 개나 주는. 딱 한 곡만 해달라고 투정 부리면 너는 들어줄까? 그때 부르는 네 18번의 의미가 달라진 걸 곱씹으면서 듣고 있으려나? 네게 궁금한 것이 있어도 아무리 사소해도 이제는 어떠한 무게를 지니고 있는 것 같지 않다고 핑계를 대본다. 술을 마시는 어떤 우주의 H여도 주량과 주종이 궁금하진 않겠거든. 이 미─묘한 감정에 도대체 이름을 뭐라고 붙여야 좋을까? 미련이니까 ㄱ부터 ㅎ까지 잘못된 거야? 예고없이 가끔씩 찾아오는 잔상에 골머리를 앓아도 웬만해선 보고싶다는 말을 않는 내가 너만은 그렇다고 부르짖을 때 그래서는 안되는 건가? 내가? 물음표는 끝이 없다. 도대체 누가 정답을 알고 있지? 싶기도 하다. 친구들 말이 정답인 것처럼 굴었다면 5월의 일은 뒤틀려서 오른쪽 머리는 이미 구멍이 나 있게 됐을지도 모르는 거였다. P, 가끔 널 보고 싶어. 지금의 내가 방향을 잃었기 때문인가봐. 너라면 왜인지 너라면 내게 명쾌한 대답을 해주지 않을까 싶었으니까. 핑계를 잔뜩 얽혀둔다. 반 년만 지나도 이렇게 어리석었구나 하며 웃을 텐데. 거 봐,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었잖아. 그런 날은 쉽게 오지 않는 듯 하다.

>>1 너를 그만큼도 몰랐던, 너무 빠져 버렸던 그게 진짜 사랑이었을까? 02:33 미안하다. 어? 그렇게까지 색깔이 없는 건 니네가 아니라 나였거든 뭔 소리야 또 장난이 아니고 진짜로. 요 근래의 나는 색채를 잃어버렸다니까. 그래서 순례를 떠난 다자키 쓰쿠루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읽었던 때를 어렴풋 떠올린다. 아마도 10년 전쯤의 일. 집중할 때마다 열 손가락의 손톱을 모두 물어뜯었던. 우리 방의 창문 밑 벽, 지금은 버린 흰 색 쿠션에다 몸을 기대어 앉고 한 장 한 장 넘겨봤었지. 어떤 내용인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1Q84를 너무나도 잘 읽었으므로 신작도 읽어볼까? 싶어서 봤던 것 뿐이니까. 그러니 괜찮다면 다시 빌려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자라 있으니까. 같은 활자를 다시 읽는 기분은 무얼까? 그것도 가능하다면 주인공이 느끼는 것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을 때에. 역시 나는 색채를 잃었다. 순례를 떠난다면 되찾을 수 있을까? 흑색도 백색도 아닌 어중간함으로 채워져 있는 나를 떠올린다. 괜찮다면 들여다본다. 여기엔 어떤 색이 담겼었는지 알고는 있는데 도저히 다시 담을 수 없을 것만 같다. 불가항력이라면 그렇다고도 할 수 있겠지.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으니까. 비시즌인 F가 열심히 점프를 한다. 매일 올라가고 또 떨어져서 제자리라고 하더라도 얻는 것이 아예 없는 건 아니잖아. 그런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정확히 0이다. 더함도 뺌도 없이. 차라리 올라갔다가 떨어지든가, 떨어졌다가 올라와야지. 이렇게 회색-인간인 채로 사는 거, 원하지 않았잖아. 그의 마지막 판이다. 잡념은 치우고 봐야겠다. 47%의 원더보이도, 그냥 읽는 거다. 가능하다면 두 달은 일하고 싶다. 다시 T님과 이야기라도 해보면서 가닥을 잡아나가는 것이다. 노동소득으로 술을 살 수도 있다. 우울한 나에게, 또 너에게. 감자탕에 볶음밥 두 번 볶아먹더라도 전혀 죄책감이 없도록. 그러면 밤새 칼바람에 상주하진 못하더라도. 가야지. 어떤 순례라도 좋으니. 무일푼으로 떠날 수는 없으니.

그러니까 네 번째 손가락의 반지를 02:47 발견하지 않았으면 조금 더 좋았을텐데 의외로 별로 타격도 없다. 그저 sns 팔로워 조금 뒤져보고 포기할 뿐이다. 방 안에 떠돌지도 모르는 모기가 더 거슬릴 것 같아. 피곤함이 계속되고 머리가 무겁다 요 근래에는. 건강하지 않은 것 같다. 짧게 남긴다. 3시쯤에 잠들면 10시간 정도를 자고 다시 또 잔다. 곰도 뱀도 이러진 않을텐데. 머리가, 머리가 무겁다. 뭔가 개운하질 않아. 무언가. 아무것도.

너라면 귀찮아서 네 번째 손가락에 의미도 없는 반지를 껴뒀을 거라고 믿는 탓도 있었다. 귀찮아서, 예전부터 쓸데없는 사람이 꼬이는 걸 싫어했으니까. 그럴만한 외모를 겸비하고 있었으므로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쪼록 지금의 나로서는 그때에 왜 너를 좋아했었는지 의문이긴 하다. 필경 어울릴 거라고 여겼던 건가. 말도 안되는 일이잖아. 나를 낮추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 느낌이야 다를 수 있고 색깔이야 닮아가면 그만이라지만 연애라는 것은 기적처럼 짜여진 판 위에서나 가능한 일이므로, 바라기엔 과분할 정도로 나는 부족했다. 그래 부족했다. 지금도 많이 부족함을 느낀다. 더 이상 과거의 일은 반추하지 말자. 너무 아깝거든. 그때의 나를 생각하면 그런 느낌이 들곤 한다. 오롯한 나로 채울 수가 없어서 타인을 사랑하려 애를 썼다. 나라도 나를 봤어야 했는데. 내가 나의 그림자를 바라보는 만큼 길어졌다. 깊어졌다. 그래도 건강했었으니 망정이지. 먹먹하다. 의식하지 않으면 개운하려나. 아니면 정말 이상한 건가. 의식하지 말자. 내일은 제발 좀 걸어라. 피곤한 건 알지만. 나아짐은 없이 계속 정체되는, 일종의 권태가 오래도록 나를 지배하고 있다. 잠에─ 빠지고 빠진다. 하루 종일을. 꿈이 현실인지 현실이 꿈인지 모를 정도로 자긴 한다. 그래서 그냥 산다. 궁금해하는 것도 없이. 가능하다면 용기를 잡고 싶을 만큼. 지금의 나는 너무나도 위축되어 있는 것 같다. 뭐에 겁 먹었는지도 모른 채로 겁을 먹고 있던 것처럼. 그래서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겠다. 뻔하게 뻔한 삶을 산다. 충실하다면 가장 단편적인 쾌락에 충실한 삶일까. 허리가 뻑적지근하다. 삶이란 그냥 이런 것이었던가? 추신, P, 이런 나를 어떻게 사랑했던 거야? 가끔은 네 목소리가 듣고 싶다.

빌어먹을 니 꿈에 억지로 깬다 30년에는 자주 소통하던 긴 글로 와줄거지? 하고 적는 꿈을 꿨었으니까 이젠 있는지도 모르는 네 글은 이상하게 16년도 갱신이었어 이상하게 꿈이니까 깨고 나올 수 있었잖아 보호필름이 붕 떠 화면이 무지하게 더럽다 또 가을도 아닌 마냥 지나치게 더웠다 12:21

01:42 갑자기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이 쏟아지던 비도 잠잠해지고 밤은 깊어 가고 불현듯 스치는 안광 넘치던 눈빛이 둥그런 안경 뒤로 진하게 퍼지던 눈빛을 언제쯤 잊을 수 있을까 잊을 수 있기나 할까 쓸데없는 생각에 푹 젖어있다 보면 우산 없이 뛰쳐나온 어느 한 때가 생각이 나서 그때도 지금도 별반 달라진 것이 없구나 하며 헤아리는 나 차라리 하늘의 별을 헤아릴 것을 반짝이는 그날의 온기를 떠올리다니 너무나도 비참하여 짝이 없는 밤이구나 그냥, 생각이 없다

잘 지내시죠? 그거면 분명히 됐습니다 면목이 서질 않아서 연락할 수 없는 그저 여기에나 통통 튀다 말 뿐인 단락들이 슬피 울고 있으니 비가 끝나질 않는 것이었다 뚜욱 뚜욱 언제쯤엔가는 그쳐야지 않겠니 가을이 깊어지고 낙엽도 떨어지는데 한참을 이럴수는 없겠지 분명 그렇지

밤만 되면 귀가 먹먹해진다 불쾌해 길게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같은 날의 연속일 뿐이므로 상경하고 싶지 않아 목표를 잃어버린지 너무나 오래된 탓에 이젠 아무래도 좋아 불꽃을 잃었어 나도 그냥 그렇게 느껴질 뿐이었다 꽉 닫은 창문 너머로도 넘실거리는 한기 어느새 가을이다, 잊으려고 한 지 꽤 됐지만 차라리 낙엽을 그리워했더라면 지금만큼은 아녔을텐데

학교의 야경을 배경으로 해두었다가 다시 풀었다 어쩌면 파도를 계속 보고싶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11:45 날씨가 급격히 추워졌다. 어제는 드디어 조금 일찍 잠들었다. 생활 패턴을 조금씩 앞당겨야할 이유가 생겼으니까.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심산일 뿐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10시간 수면은 조금 너무하잖아? 도돌이표처럼 꿈에는 P가 나온다. 정확히는 P를 그리워하는 내-가 나온다. 차라리 네가 나왔으면 좋겠어. 오랫동안 얽혀있는 기분이 싫다. 진짜 P는, 바쁘게, 잘 지낸다. 매일 밤 옆에 있는 사람과 통화도 할 테고. 내가 무너진 만큼 흠집을 내려 해도 창창한 사람일 뿐이다. 답은 뒤틀지 말고 뒤틀리려고 하지 말고 그냥 나를 키우면 될 뿐이었다. 섬의 중력이 싫다면서 동화됐다. 기꺼이 그러길 바란 탓이다. 커서가 눈을 무겁게 깜빡인다. 어떤 재촉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는데. 서글프면 강남의 계단을 떠올린다. 핫바 쓰레기가 뒹굴고, 정말 ─을 하고 싶은 건지 내게 되묻느라 새벽은 너무 짧았다. 밤이 나를 삼켜도 아무렇지 않은 느낌이 싫었다. 점점 미쳐가던. 어쩌면 정말 병원에 가야했었을지도 모르는데. 집어삼켜버렸나? 아찔하다. H가 보고싶다.

너의 이름은 00:26 본방을 사수하는 것은 몇 달 만의 일로, 좋아하는 배우가 주연을 맡았기 때문에 챙겨보게 되었다. 뒷심 없는 내겐 뭐든지 끝까지가 참 어렵지만 이번엔 가능할 것 같다. 책장엔 그의 기행문이 꽂혀 있다. 한 번 읽고 방치했더라도 팬심은 팬심이니까. 어릴 때부터 좋아했는데, 그 마음이 오래도록 남아 있다. 그래서 가끔은 신기하다. 오로지 매체에서만 볼 수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게. 그런 마음을 잊지 않고 간직한다는 것도. 기껏해야 작품을 챙겨보는 정도지만. 생각을 앞질러도 돼 00:32 Y의 6집을 기다리고 있다. 번번히 좌절된 콘서트는 내년을 기약하고 있다. 좋든 싫든 돌아가야 할 곳에는 또 다른 기회가 있는 것이다. ─도, P도, 어쨌든 나 싫다는 사람만─애초에 그런 건 없었지만─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 하는 건 아니었다. 그저 나는 외로움이 싫었다. 괴로움도 싫었다. 추락하는 것만 같았다. 무엇과 싸웠는지 아직도 형태를 모르겠다. 나답기를 바랐어, 그냥, 내가 나답기를. 그런 고뇌에 얽혀 있었으면서도 탈출구가········· 탈출구를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지금도 물론 찾을 수가 없다. 현실의 벽이라는 거 굉장히 좆같거든. 돈이 많던가. 포기하던가. 둘 중 하나인 게 싫었어. 그래서 내가 닳아, 아니, 나를 닳게 해서 끼워 맞추는 게 억지처럼 느껴졌으니까. 그런데 나는 그런 「평범한」 사람이 되어 가는 것만 같았다. 판형에 끼워 맞춘. 거푸집에 부어지는 액체처럼. 찍혀 나오면 공산품으로 팔려가는 나인 것 같아서. 싫었다. 그리고 지나치게 추웠다. 고개를 들면 좁디 좁게만 느껴지는 하늘도 싫었어. 아마 내겐 쉬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인데, 이런 식이 될 줄은 모르고 있었다. 언제까지 자빠져 있을거야? 아마 H는 내게 그렇게 물었던 거였다. 만나는 내내. 그의 입에서 내가 나 같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는 게 유머라니까. 나는 내가 언제든지 회색 인간이 될 거라는 가능성을 고려하지도 않은 채 살았다. 기세가 등등했던 건지 기고만장했던 건지 아무래도 좋다. 그런 날 정도는 푸르게 남겨놔도 좋을테니까. 그런데 너무 옛날 일처럼 느껴져서 혼란스럽다. 그게 나였는지조차 잊어버렸다. 감각을 잃었다. 그냥, 올라가면 마냥, 그렇게 될까? 다시 올라가는 가을이 너무 춥지만은 않길 바란다. 머리가 찢어질 것 같으니까 그만 두자.

나는 애원하고 있잖아 아프게 나를 버려두지 말아줘 그댄 나를 떠나가지마 그댄 나를 떠나가지마 02:38 귀가 먹먹한 것은 역시 혈액순환의 문제였다. 더워 죽겠지만 장판을 꺼내어 틀고 목 뒷부분을 따뜻하게 해주니 금방 사그라들었다. 이명이 들린다는 착각은 귀가 먹먹해졌기에 더욱 증폭되었을 뿐으로, 역시 기분 탓이었다. 이명 치료에도 ─이 쓰인다길래 제멋대로 단약해두었던 약 봉투를 내일은 찾아서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먹어보고 부작용이 있다면 다시 단약하겠지만. 귀찮아서 챙겨먹지 않았을 뿐으로 기억한다. 눈을 감았다 뜨면 내 품에 내 곁에 있을텐데 미운듯 아침은 다시 오고 귓가에 부는 바람들처럼 02:43 2절의 시작이라고 하면 될까? 아무튼 그의 저음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담담히 읊는 그 목소리도 좋고, 쌓이는 감정도 좋고. 오늘은 뭘 쓰고 싶은 건지 모르겠는데 습관처럼 켰다. 습관일 뿐이다. 다시 코가 막히는 것처럼 귀가 답답한데 소리를 듣는 것에는 문제가 없으니 기이하다. 아무래도 약을 다시 먹어야 하나보다. 쓰고 있으니 기가 막히게 다시 뚫렸다. 코 막힘보다 조금 더 불편하다. 코는 풀 수라도 있지 귀를 어떻게 풀겠는가. 땀 뻘뻘 흘리며 몸의 온도를 높여 혈액이 돌길 바랄 뿐. 책은 언제나 읽고 싶은데 도무지 읽지를 않는다. 간혹 공부를 다시 할 수 있을지 불안해한다. 일어나지도 않는 일을 걱정하는 것이다. 어디로 나아가고 싶은 것인지도. 기어코 ─를 포기할 것인지도. 따지고 보면 H에게 허락 받아야 할 일은 아니었다. 어짜피 내 몸 해치는, 해친다기보단, 헤집는 일인데 어찌 마지막 도장이 타인이겠는가. 여전히 몇 번 객실에서는 저울과 씨름하고 있겠다. 언젠가의 내가. 비용과 이익을 따져 묻는다. 부딪혀 보지 않으면 모를 것들은 죄다 빼고. 지금의 건강 상태도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고려하지 않고. 나는 그냥, 솔직히 이렇게만 살다가 언젠가 뚜껑 따고 시점을 뒤로 미뤄두고 살아간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구태여 거기에 찬물을 끼얹으려고 하는 건 다름 아닌 나다. 밖에서 보기에는 배부른 소리야. 나를 찾는다니. 그 몸뚱아리로? 그러니 죽고 다시 새로 태어나는 게 빠르다는 소리나 하고 있지. 이젠 술이 아쉽지도 않아서 애꿎은 술잔에 물만 채운다. 더워, 더워 죽겠는데, 언제쯤이면 누구의 도움도 없이 다시 타오를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차라리 이런 생각들 때문에 잠을 못 이뤘으면 고개라도 끄덕이지, 애초에 잠에 들려는 나를 멱살 잡고 깨운 것은 미물微物이었다. 아주 더 속되게 표현하면 좆같은 모기 새끼 때문이란 거지. 벽에 앉아 쉬는 걸 잡았어야 했는데 놓쳐서 이러고 있다. 까먹지 않고 약이나 챙겨먹었으면 좋겠다. 다시 귀가 벙벙해지려고 하니까.

너를 사랑했던 수많은 밤들이 녹아버린 얼음처럼 쓸모없어졌어 벌써 몇 해 전 일이라는 게 마음이 또 차가워져서 마치 어제 일인 것처럼 너를 사랑했던 순간 모두 00:16 어제에 이어 오늘도 불면증 이맘때쯤 뚝뚝 끊기는 생각의 흐름은 깊기만 하다. 생산적인 것은 대부분 아니고, 잡념 정리에 가까운 것이다. 오늘도 하루종일 인터넷을 떠돌다가 이런 글을 봤는데,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 去者必返이 불교의 윤회사상과 맞닿는 부분이 있냐?”는 거였다. 간단히 풀면 만나는 사람과는 이별이 있고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온다는 뜻인데, 윤회와 어떻게 맞닿는지 검색을 해보니 여기서의 이별은 죽음과 같단다. 떠난 자去者가 반드시 돌아온다는 게 윤회로 해석되는 모양이다. 모든 이에게는 업이 있으므로 깨달음을 얻어 열반에 다다르지 못하면 윤회하게 된다. 그러니 순간에 지나치게 일희일비 하지 말 것. 다혈질인 내겐 특효약이다. 차분해지기도 하고. 졸려서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원래는 이런 방향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할 말을 잃어버렸으니 돌아가야지. 「물 한 모금 마시고서 자야지」. 가사대로 잠에 빠지는 것도 나쁘진 않아 보인다. 나의 불면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시작되므로, 가위로 뚝 자르면 그만이다. 뚝.

잠 들긴 실패했고 01:34 걘 아니야, 들으면서. 문득. 글 쓰는 습관이 들고 나서부터는 이 문득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P에 대한 이야기인 것은 너무나도 유감이지만. 이제까지 내가 오직 두 사람의 이야기를 착각하고 있던 거라면? 사실 카라반의 낙타가 나였던 거라면? 그런 생각이 들었다. ─ 못해도 좋아, 그저. 내가 그에게 교묘하게 이용 당했던 거라면? 나는 이렇게 늘 P에게만 가혹하리만치 생각을 퍼붓는다. 상상을 덧씌워서 어떤 것이 진실인지 판별할 수도 없게끔. 만나자마자 그런 것들이 전부 씻겨내려가더라. 이래서 사람은 만나야 해, 헤어짐도 그따위로 돼선 안 됐었는데. 틱틱대던 밤, 사람이 찌질하려면 여기까지 찌질할 수 있구나, 하는─ 어쩌면 내가 남은 정을 다 털게 만들었는지도 모르지.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습관이 무섭다. P 생각하는 만큼 나를 생각했으면 같은 학교가 아니라 가운이었을런지도 모를 일이다. 원래는 나도 ─가 되고 싶었으니까. 커서가 무섭게 깜빡인다. 내게 묻는 것이다. 뭐가 될려고 이러느냐고. 이러다간 붕 뜬 인간으로 어영부영 숨만 쉬다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쏜살같이 지나간 꿈 같은 걸 되짚을 때도 됐다. 언젠가는 재정비를 해야 하는데. 그런 친구를 내 손으로 잃게 해 놓으니 어떤 발전도 없다. 너무 의존했나? 이런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다니. 모두가 안개 속을 헤치고 나가는 건데 나만 이러는 것 같아 불안해진다. 쉽게. 쉽게 기분이 바뀌니 줏대가 없다. 확신이 없으니 이리 휘청 저리 휘청, 한가한 머리로 쓰레기만 만든다. 쓰레기통을 비우고 다시, 다시, 누가 시간이 기다려준다고 했는가. 그보다 매몰찬 게 없는데. 나중에 이 공백에다가는 뭐라고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 위기가 기회니까 뒤집어서 꾸미기만 한다면 분명히 좋은 쪽으로 작용할 것이다. 자신은 없고. 면접장에 들어가고 싶은 건 아니고. 도대체 뭘 하려고 이러는 건지 모르겠다. 눈을 감으면 P나 H의 미래는 어렴풋이 보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드는데 나는 계속 ?다. 내가 나를 가장 잘 알아야 전장에서 목을 베고 오는데 이런 식이면 베이는 건 내 쪽이다. 뭔가 털리긴 털려서 거지가 됐는데 뭘 채워야 할지 알 수가 없다. 바다는 이제 추우니까 낙엽 잔뜩 떨어져 있는 안개 낀 숲을 헤맨다고 생각하자. 노 젓는 거, 생각보다 힘들다, 덜 힘든 쪽으로 생각하고 걸어가다보면 뭐에는 당도하지 않을까. 씨발, 뭐만 하나 없었어도. 완전무결을 바랐던 건 아니지만 적어도 하나 정도는 빼줄 수 있지 않나?

끝나지 않아서 너무 부끄러워 22:11 유치한 장난 같은 글이잖아 역시 오늘은 무릎이 아프다 모두 지금을 사는데 나만 과거에 갇혀 있었어, 하늘이 지나치게 깊어서 거리를 거니는 내내 그런 생각을 했다. 방 안에서 정말 썩어나고 있었다. 여즉 오리무중이지만 밝아질 수는 없는 걸까. 하나씩 해나가면 되는 걸까. 매일 걷는 길인데 물음표를 없애려고 노력했더니 차원을 뛰어넘고 있다는 착각에 빠졌다. 미적지근하게 살고 싶진 않거든. 꿈틀거렸다. 그래도 여기선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집에서 어떻게든 서울로 보내려고 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로. 평원에서 신나게 떠돌테면 좋겠지만 여기 있어봐야. 반향심이 조금씩 움트기 시작한다. 잘만 키워내면 적응하는 건 시간 문제다. 그렇지만 여전히 모르겠어. 무릎이 아픈데 억지로 걷는 느낌이다. 내일도 아마 걸어나가겠지. 날이 춥다.

너의 마음 속은 미로 03:18 잊어버린 것만 같다. 어딘가에 놓고 온 것도 아니고,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잃은 것이다. 상실이다. 무엇을 상실했는지 한참 고민한다. 나라는 대답은 너무 진부하다. 사랑이라는 단어도 이젠 써먹을 대로 써먹어서 닳아버렸다. 그럼 뭐였으면 좋겠는데. 도리어 묻는다. 어쩌면 찾고 싶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가을이 왔다. 여름엔 맡을 수 없는 향기가 느껴진다는 걸 알았다. 비의 향기도 아는데─Y의 노래 제목이 떠오른다─ 가을의 것이라고 모를까. 건조하고 푸석한 내음이다. 외로움과도 닮아있겠다. 그런 것들을 몸으로 느끼게 되었으니 자연스레 상실이 떠오른 것 같다. 무얼 잃어버렸는지, 잊어버렸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런 생각이 드는 계절 아닌가. 떨어지는 낙엽 하나 주워 한참 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코팅해두곤 책 사이에 꽂아두는. 그런 상실의 감각이 싫어 자연스레 책으로 눈길을 옮기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더위가 한껏 물러가고 공기 서늘하니 밤도 길어지는데 할 일은 없다. 사람 만나기도 쉽지 않고 만나도 알 수 없는 헛헛함은 나를 붕 뜨게 한다. 뒹굴거리다가 예전에 읽었던 「스무살 도쿄」를 집어든다. 그때는 레몬소주의 맛이 그렇게도 궁금했는데, 닭갈비 집에서 멋모르고 마신 덕에 죄다 토했다. 다행히 실수 한 적이 있어 얌전하게 화장실로 가서 토했지만. 얼굴이 벌게진 채로 나와 단체사진을 찍었었는데 그걸 동기의 배사에서 보니 그때가 그리웠다. 선배가 그런 말도 했지. 왜 이렇게 얼굴이 좋아졌어, 화장실 가서 리셋하고 온 거야? 거기다 대고 예, 예, 할 수는 없어서 웃으면서 아니라고 했다. 알고 있었을 것이다. 얼마나 귀엽고 또 얼마나 가소로웠겠는가. 안주만 끼적이다 나왔다. 사진 찍는 걸 싫어하는데도 편한 사람들 사이였던 덕분에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그땐, 정말로 모든 게 순탄할 거라고 믿었는데. 살아보니······. 억울하단 얘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니다. 소설처럼 달콤하고 화려한 엔딩은 어렵다는 것 뿐이다. 그러고보니 남는 건 정말 사진 뿐이네. 지금 선배들은 치열하게 살고 있겠지. 특히 궁금한 선배의 프로필을 슬쩍 들여다봤다. 지금은 바쁠 때니까. 별다른 건 없다. ·········. 누구나 각자의 자리에 있다. 각자의 고난에 맞서 싸우는 중이다. 알맞든 아니든 각자의 속도로. 속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나 역시, 잠시 쉬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박차고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게 불안하기도 했었다. 몇 년이 늦고, 휴학을 이렇게 오래 해버리면 뒤처지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없겠다고. 데스게임도 아닌데 누가 나를 죽이겠는가. 누가. 나를 옥죄는 것은 언제나 나였다. 내 목을 조르고 있는 자의 가면을 벗기어도 그랬다. 그렇게 만든 게 사회였더라도 거기에다 대고 욕을 할 수는 없다. 이유는 잘 알잖아, 이제껏 배운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 어떻게든 복귀해야 한다. 기왕이면 잘, 하고 싶다.

누가 이렇게 자신을 세상에 증명하려고 애를 쓸까? 증명, 증명, 증명, 혹은. 21:20 살아있는 것 자체가 어떤 선을 넘어서 있는 거라고. 그러니까 사실은 아닌 척 하고 있는 건데, 이것도 역겹고 저것도 역겨우면 어쩌라는 거야. 배 짼다. 배 째. 그렇게 「살아 있는」 거다. 다름이 아니라, 살아 있습니다. 살고 있습니다. 당신네들이 뭐라고 하던가 말던가. 그런 거 아니겠나. 포기하고 살면 편하다는데 저울을 재면 다른 이야기가 된다. 이대로 살 것인가, 이대로 늙어갈 것인가, 그것 만큼은 죽어도 싫다면 죽을 것인가, 하는, 어떤 현자가 와도 정답이라는 건 없을 논증에 갇혀 있다. 끊임없이 그 속을 구른다. 굴린다. 어느 새 내 안에서만 태풍이 되어 있다. 자기 증명이다. 자아에게도 존재 증명을 하고 살아야 한다. 그칠 새도 없는 물음표. 도망쳐 봤자 그대로. 격파라는 걸 하고 싶다. 돌파라는 것을. 지금의 내가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무수히 많은 내가 충돌하며 생긴 파편을 줍고, 다시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충돌에도 개의치 않은 척을 하며 수습하고. 이런 삶을 원했던 건 아닌데 언젠가부터 그렇게 하고 있었다. 파편, 파편, 파편을 모아, 진짜 나를 찾거나 만들 수 있을 줄 알았어. 그것은 미지의 것이었다. 숨 쉬고 있는 ‘지금의 내’가 영원히 가질 수 없는 걸지도 모른다. 고민은 끝이 없다. 모든 색을 끌어다 써도 설명할 수 없어서 탁한 회색빛을 띄게 된 걸지도 모른다. 생각을 하다 보면 혹시 내가 갇혀 있는 건지 의심을 하게 된다. 이분법의 감옥에 살고 있으니까 탈피脫皮를 원하는 거 아니겠냐고. 하지만 이분하지 않을 수는 없는데? 그 토대 위에서 태어났으며 자랐고 늙을 것이다. 사고의 고착화는 아무런 이유 없이 생기진 않으니까, 지독한 사회화를 거친─거쳐왔고 앞으로도 거칠─ 나를 한 순간에 무너뜨릴 수는 없다. 그렇다면 자유로울 수는 없는 걸까? 내가 물음표인 이유는 크게 나뉘어진 두 갈래 길을 앞에 두고 여전히 씨름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말리는 길을 가고 싶진 않지만, 이제껏 살아온 나의 기록은 그 쪽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원래는 정답인 줄 알고 살아 왔는데 어느 쪽도 정답이 아니게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후로는 깊이가 깊어졌다. 나락이 있다면 나락의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 느낌과도 흡사하다. 다들 잘 사는 것 같은데, 같던데, 일탈이라고만 하잖아. ─님께서도 그렇게 말할 줄 몰랐던 것도 있고. 어쩌면 그가 보기에도 내 선택은 너무 위험하기만 하다. 하이 리스크에 로우 리턴인. 누구나 사회의 테두리 안쪽에서 삶을 영위하려 할 것인데, 새파랗게 어려, 머리에 피도 안 말라 보이는 내게도 그렇게 조언하는 것이 마땅하긴 했다. 한국 사회를 모르는 것도 아닌데. 조언은 그런 형태가 옳았다. 그게 나의 눈을 가리는 일이라고 해도. 그래, 그런 느낌이었다. 자세한 내막은 알려주고 싶지 않은 것이다. 예상되는 위험에 비하면 이익은 보잘 것 없음을 돌려 돌려 말한 거다. 물론 내가 탈피한다고 해서 그들을 끈질기게 설득해야만 하는 의무는 없다. 그런데 나도 집착하는 것이다. 두려우니까. 대부분은 신분 증명이 안돼서 일용직을 전전한다는 피폐한 연구 결과를 알고 있으니까. 알면 알 수록 다치기만 했다. 내가 원했던 나는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사회화되면서 깎이는 거라는 생각만 든다. 알면 다쳐, 알면. 나이를 먹으면서 아는 게 늘어나는 만큼 나는 다친다. 조각을 줍고 나면 크게 베인다. 자라면 자랄수록 나+와는 멀어지는 것 같다. 그래, 그러니까 지금의 내가 이길 수 있는 게 아니다. 아닌 것 같다. 몸뚱아리를 불려야만 한다. 진짜 몸 말고.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시간을 돌리고 싶지도, 누군가를 다시 만나고 싶지도 않다. 가능하다면 몰랐으면 좋겠다. 차라리 몰랐다면, 만나지 많았다면, 뒤틀고 싶다. 뭔가 좀 이상한데? 계속 그렇게만 생각하고 살 걸. 아무것도 아닌 줄로만 알 걸. 후회는 이런 지점에서 한다. 우습게도. 차라리, 차라리. 아무튼, 생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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