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를 베풀 때마다 쓰는 일기.
음... 그냥 사람들이 사랑스러워서
사랑으로 시작한 호의가.
그 호의를 베푸는 과정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이 조금씩 배제되고
이기심이 점점 스며드는것 같은 느낌이 조금 두려워서
나 자신을 위해 써보는 호의 일기.
난입 상관없어.
인코- 무언가 잘못되었다.
◆s5Wi8jhhy6q2021/05/06 00:38:26ID : xWrupWoY66r
#1
오늘은 친구의 하소연을 들어주었다.
꽤나 긴 시간이었고 나도 시간이 없었지만 정말 징징대길래 한참 들어주었다.
평소에 자기 얘기만 하는 친구이다.
어제 내 생일이었던거 알긴 하려나.
◆s5Wi8jhhy6q2021/05/06 00:40:41ID : xWrupWoY66r
#1-1
어릴 때는 보람도 있고... 그냥 사람이란 것 자체가 사랑스러워서 호의를 베푼것 같은데
요즘에는 못 볼꼴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가.
별로 사랑스럽지도 않고
습관처럼 호의를 베풀면서도 머릿속으로는 내 자신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는게 참 모순적이다 생각했다.
◆s5Wi8jhhy6q2021/05/06 00:53:30ID : xWrupWoY66r
#1-2
그래, 사랑은 베푸는것이긴 하지.
근데 이게 베풀기만 하고 돌아오는게 없으면 내가 뭐 좋으라고 베푸는지.
그냥 좀 더 무뎌지고 뿌리만 썩어가는거 아닌가.
음... 역시. 틀림없어, 틀림없어. 난 호구야.
◆s5Wi8jhhy6q2021/05/06 00:56:38ID : xWrupWoY66r
#2
자꾸 세상 떠나시려는 할머니를 붙잡는 엄마에게 돈을 보내주었다.
큰 돈.
엄마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자식이 부모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자신이 얼마나 나를 사랑해주고 아껴주었는지
아주 장황하고 그럴듯하게 설교를 해주셨다.
차라리 고맙다 한 마디만 하고 끊었으면 덜 죽었을텐데.
또 나뭇잎 하나가 썩어 떨어진다.
◆s5Wi8jhhy6q2021/05/06 01:00:22ID : xWrupWoY66r
#2-1
아아, 기억났다.
호의를 베풀기 시작한건 엄마 때문이기도 했는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다시 받고 싶어서 베풀기도 했는데.
내 기억 중 제일 환했던, 처음 보는 미소가, 어리석은 나는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해서 그 후로도 열심히, 세상의 가르침을 의심없이 믿고.
역시, 호구 맞다니까.
◆s5Wi8jhhy6q2021/05/06 01:02:34ID : xWrupWoY66r
#2-2
생각해보니까 엄마도 아무 말 안 하셨네.
깜빡하신거려나, 몰랐던거려나..
뭐, 덕분에 찝찝한 기분 느끼지 않고 생일 잘 보냈습니다, 엄마.
◆s5Wi8jhhy6q2021/05/06 01:04:20ID : xWrupWoY66r
-err.
You do 99 things for someone and all they remember is the one thing you didn't do.
What a perfect, perfect quote for my dear-diary.
#3
알게 뭐야.
네 남친이 널 차든지 말든지 내가 알게 뭐냐고..
술을 진탕 마시고 와서는 중얼중얼
잘 들리지도 않는 말을 해대는데
아 좀. 이불 더러워지는데.
◆s5Wi8jhhy6q2021/05/23 02:33:57ID : xWrupWoY66r
#4 인코 띄어쓰기 했네... 별게 다 안 풀려.
무튼 이번에는 외숙모가 전화를 하던데
처음에는 안 받았어.
그런데도 계속 전화를 해대니까 받았지, 결국엔.
내가 이 집안의 구박 받는 신데렐라도 아니고
뭐라뭐라 꼰대마냥 잔소리하시더니 결국 결론은?
돈.
돈, 돈, 돈, 아니 내가 부잣집 아들 재벌 2세를 사귀고 있으면 몰라.
애인도 돈도 없는 한창 바쁘기만 한 학생한테 뭐 이리 바라는게 많습니까..
◆s5Wi8jhhy6q2021/05/23 02:36:13ID : xWrupWoY66r
#4-1
이번에는 무슨 핑계를 댔더라.
아, 뭐 그 집 딸이 사기 당했다나.... 아들인가. 기억도 안나네.
나보다도 나이 많은 놈이 왜 이렇게 사기를 잘 당해
아주 머릿속이 꽃밭이네 그래
◆s5Wi8jhhy6q2021/05/23 02:37:13ID : xWrupWoY66r
#4-2
으음 그동안 쌓인 호의가 꽤 되네.
호의 베풀 때마다 통장에 10000원씩 들어오면 좋겠다.
현실은 반대긴 한데.
◆s5Wi8jhhy6q2021/05/23 02:41:55ID : xWrupWoY66r
#5
내가 간디라도 되는 줄 아나봐.
자꾸 싸워대길래 중재, 중재.
이름을 중재자로 바꿔야 하나.
뭐만 하면 날 떠밀어....
저기요 나도 고래 싸움에 등 터질 생각 없거든요?
◆s5Wi8jhhy6q2021/05/23 02:47:03ID : xWrupWoY66r
-err.
새삼 생각하는거지만 우리 가족은 좀 쓰레기인것 같다.
아빠 빼고. 할아버지 빼고. 친할머니 빼구..
젤 나이 많으신 우리 할머니 빼고 다 돌아가셨네.
엄마는.... 날 사랑하는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
그냥 사긴 했는데 버리긴 아까운 그런 존재 아닌가 싶은데..
친구들은.... 좀 귀찮고.... 눈치 없고.... 관심 없고... 그런거 빼면 착한 애들.
아 그럼 친구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