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쓰고 싶을 때 쓰는 스레 (진행이 아주 느림) 막장X 내 이름은 >>2 (이름). 고등학교 >>3 (1~3)학년이다.

내가 여기에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단지 기록용이 아니다. 이 비현실적인 일을 믿을 사람이 없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털어놓는 용도이다. 부디 해결 방법을 알고 있다면 알려주길 바란다. 그전에 비현실적인 일에 대해 털어놔야겠지. 그래, 그때는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난 11월 중순이었다. 시험도 끝났고 곧 학년이 바뀌기 때문에 친구들과 고기를 먹자는 약속을 하여 약속 장소로 가는 중이었다.

- 카톡 “누구지? 얘들인가.”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담임 선생님이 빨리 세특을 쓰라고 재촉하는 카톡이었다. “아니, 왜 선생님은 우리보고 세특을 쓰라는 거야. 이거 불법 아냐?” 물론 담임 선생님이 쓰신다면 내 생기부는 곧바로 휴짓조각이 될 거다. 그러면 수시가 아니라 정시를 파야 되지 않을까. 예의상 카톡을 보내며 어떤 과목부터 써야 하는지 계획을 세웠다. “이러다가 고기 먹고 집에 와서 써야 하는 거 아니야. 제발 놀 때는 좀 놀자.” 신호를 기다리며 얘들에게 담임 선생님의 험담이 담긴 카톡을 했다. 다들 자신이 세특을 쓰는 것에 불만이 많았는지 ‘교사 생활 날로 먹네ㅋㅋㅋㅋ’란 소리가 주를 이뤘다. 그 와중에 신호등의 불이 바뀌고 한 발짝 내딛는 순간 내 몸이 공중으로 솟구쳤다. 아무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고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너무 놀라서인지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철퍼덕하는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쥐고 있던 핸드폰에서 계속해서 카톡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나는 타자를 칠 수가 없었다. 이대로 죽을 거란 생각도 안 들었다. 그저 점점 아파오는 고통에 한없이 짜증만 났던 것 같다. 그러다가 정신을 잃었고 나는 이곳에서 깨어났다.

내가 눈을 떴을 땐 처음 보는 장소라서 당황했다. 흔히 말하는 병원도 아니고 누군가 살고 있는 집처럼 보였다. 놀란 마음에 핸드폰부터 찾았다. 핸드폰은 이불을 한 번 털어놓고 나서야 보였는데 내가 쓰던 것과 기종이 달랐다. 나는 날 납치한 범인의 것으로 판단하고 전원을 켰다.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배경화면에 있는 시간과 날짜였다. 달이 바뀌어있었다. 무려 3달이나. 그때 먼저 든 생각은 세특을 못 썼다는 허망함과 이로 인해 담임 선생님께 엄청난 잔소리를 듣는다는 거였다. 왜 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그만큼 세특이 중요했나보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면서 여기가 어디인지, 내가 왜 이런 곳에 납치되었는지 한시라도 빨리 알고 싶었다. 하지만 연락처나 갤러리에는 아무 것도 저장되어있지 않았다. 의아해 하던 참 때마침 문자가 왔다. - 너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노트북을 봐. 노트북은 책상 위에 있어. 이상한 문자였다. 이건 내가 나한테 보낸 문자였다. 예약 시간을 맞춰놓은 것으로 봐서 중요한 문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상은 침대 맞은편이었다. 노트북의 전원을 켜자 비밀번호는 걸려있지 않았다. 그러나 소름 끼치게 바탕화면은 전부 ‘부탁’이란 메모로 채워져 있었다. 나는 그중 하나를 클릭했다. 이건 메모장에 담긴 내용을 그대로 적은 것이다. 안녕? 넌 >>8 (이름)라고 해. 곧 이 중학교의 1학년 담임을 맡을 사람이지. 우리 학교는 완전 시골이라서 학생 수가 적어. 아마 전체가 20명도 안 될걸. 이번 연도는 3학년이 없고 2학년만 있어. 이번에 들어오는 1학년을 네가 가르쳐야 돼. 한 번 맡은 반은 3년 동안 가르치니깐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줘. 근데 갑자기 교사 일을 하라니 뜬금없지? 하지만 넌 할 수밖에 없어.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봐. 이해가 되지 않는 문장들뿐이었다. 내가 교사라고? 그리고 할 수밖에 없다니? 곧장 화장실로 뛰어갔다. 거울에 보인 내 모습은... 아니, 그건 내가 아니었다. 처음 보는 누군가였다. 하지만 입을 벌리고 손을 움직이는 건 내가 맞았다.

여기까지가 방금까지 내가 겪은 일들이다. 난 이제 막 고등학교 3학년이며 진로 희망이 교사도 아니다. 아이를 가르쳐 본 적도 없고 분명 사람들은 이상하다고 느낄 거다. 내가 이 사람의 몸에 들어온 이유가 뭘까. 그럼 내 몸은... 사고가 났으니 무사하지 못했겠지. 내일은 밖에 나갈 볼 생각이다. 무슨 일이 생긴다면 알리러 오겠다.

더 이상 타자를 칠 기력이 남지 않았다. 신경질적으로 모든 창을 닫고 전원을 껐다. 노트북을 덮으려는 순간 붉어지는 눈시울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점점 눈물이 나온다. 다들 고기 먹는다고 신났었는데 나 때문에 어떡하냐. 오랜만에 시험도 끝났겠다 미친 듯이 놀자고 약속 잡은 건데. 부모님도... 두 분 다 걱정하시겠지. 일하다가 병원에서 자식이 교통사고 당했다는 연락이 오면... “연락? 그래, 핸드폰이 있었지!” 흘러나오는 눈물을 허겁지겁 닦고 곧바로 핸드폰으로 손을 뻗어 전화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걸기도 전에 떨리는 손은 전화를 걸지 못한 채 멈췄다. 지금의 내 몸은 안희준이 아니다. 부모님은 다른 사람이 돼버린 나를 믿어줄까?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내가 안희준이 아니라면 대학은 어떡하지? 출석 일수를 못 채우니깐 출결에 문제가 생기잖아. 정시로 대학을 가라고? 지금까지 채워온 생기부와 내 노력은 어떻게 되는 건데! 아니야. 교통사고 당한 내 몸 상태가 어떤지도 모르잖아. 하지만 식물인간이 돼서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 그래서 부모님이 나를 포기하신다면... 나는, 내 몸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마음을 진정시킨 뒤에야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이미 늦은 시각이라 밖에 나가보는 건 무리라고 판단하여 다시 침대로 가서 누웠다. 처음 맡는 향기, 처음 보는 공간. 모든 게 다 불편하다.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 몸을 뒤척거리다 상황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이 몸은 이성연이고 나는 이 사람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어. 아는 사람도 아니고 유명한 사람도 아니야. 직업은 교사. 누군가 자기 몸에 들어올 걸 알고 있었어. 근데 1년 내내 같은 학생을 가르친다고? 원래 중학교는 과목 쌤들이 따로 계시지 않나. 하... 시험 문제는 어떻게 만들지.” 점점 복잡해지는 머리를 부여잡고 끙끙대다가 어느 순간 잠에 빠졌다. - 똑똑똑 “으음... 누구... 잠시만요!” 누군가 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눈이 떠졌다.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확인했다. 오전 8시 14분. 문을 열어도 될까 겁이 났지만 이미 집 안에 사람이 있다고 소리를 냈기 때문에 재빨리 머리를 정돈한 뒤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이성연 씨 맞으시죠? 저는 2학년 담임을 맡은 >>13 (이름)이에요. 저번에 넘어지셔서 바위에 머리를 부딪치셨다면서요. 괜찮으세요? 오늘부터 업무 관련돼서 배우신다고 문자 주셔서 왔어요.” 저 여성분은 같은 동료 교사인가? >>14 (헤어스타일)을 하고 단정하게 차려입은 모습이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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