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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2/04/03 01:05:17 ID : QsnVhteHxDw
00. 무제 어렸을 때부터 자주 먹었던 아이스크림 하나가 있었다. 탄산음료를 얼려놓은 슬러시와 갓 만든 떡볶이 냄새가 가득했던 학교 앞 낡은 문방구 입구 앞 아이스크림 진열대 안에 들어있었던 멜론소다 아이스크림. 유난히 인기가 없었던 아이스크림을 나는 좋아했었다. 그럴 때마다 내 옆 친구들은 그런 맛없는 아이스크림을 왜 먹냐며 비아냥거렸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인생의 가장 큰 걱정이 학원에 가는 것, 숙제를 하는 것인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세월 지나고 시간이 지나버리는 동안 바쁜 삶에 치여 어린 시절을 잊어버리고야 말았다. '오랜만이구나.' 세월 지나고 오랜만에 찾아갔지만 문방구는 사라지고 어느 공터만 남아 있었다. 어린 시절 추억의 장소가 사라진 것 같아서 조금은 섭섭했다. 하지만 그럴 거라고 생각했었다. 거의 10년 안 되는 날이 지나버렸으니까. 그러나 어느정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앞에 찾아간 것은 익숙함에 젖어 현재를 의미있게 살피지 못했던 나에 대한 반성때문이었다. 그렇게 반성에서 끝났어야 했을 것이다. 그날은 비가 거세게 부는 저녁이었다. 마치 칠흑에 휩싸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듯. 그날은 아무런 일도 없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 내 앞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의 시체, 그건 사람의 시체였다.
이름없음 2022/04/05 23:34:59 ID : QsnVhteHxDw
01. 프롤로그: 2021년 7월 21일 "무얼 보고 있으십니까, 반장님?" "이 형사 왔나?" 강욱은 퇴근하기 전에 잠시 생각에 잠겨 오래전 있었던 수사일지를 읽고 있던 중이었다. 강욱이 수사일지에 집중하는 걸 본 지석은 곁눈질로 수사일지를 엿보고 있었다. "몰래 엿보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만 그런데 이미 끝난 사건을 왜 보고 있으십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듯 말하는 지석의 말에 강욱은 생각에 잠긴 채로 있었다. "그냥 조금 많이 특이해서." 비가 쏟아지는 장마철이었다. 강욱은 이미 해결된 사건을 보면서도 이런 식으로 미제사건이 끝난 것을 답답해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단지 그럴 때마다 어느 누군가가 좋아했던 아이스크림을 아주 가끔씩 먹는 습관이 생겨버렸다. 그런 도중에도 비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강욱은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 두 개를 꺼내왔다. "아이스크림 먹지 않겠나?" 강욱은 지석에게 아이스크림을 줬다. 지석은 감사하게 받았으나 웬 처음보는 아이스크림에 조금은 놀란 눈치였다. 그가 아는 강욱은 차라리 아주 쓴 커피맛을 좋아할 것 같았는데 의외로 강욱이 멜론에 소다를 섞은, 그런 아이스크림을 가지고 있을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아이스크림도 있는 겁니까? 취향 참 특이하십니다." 장난스레 말하는 지석의 말에 강욱은 옛 생각에 깊이 잠겨있었다. "특이한 아이스크림 아니야." "예?" "그냥 그런 일이 있다. 그냥 아주 오랜 일." 지석은 아이스크림을 먹고난 후에야 퇴근하기 전에 마지막 업무를 보기 위해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강욱은 소매 주머니에서 낡은 메모장을 꺼냈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군.' 비가 거세게 내리는 소나기였다. 강욱은 웬 웃기게 생긴 펭귄이 그러져 있는 아이스크림의 포장지를 한참 깊게 보고서 겨우 쓰레기통으로 던졌다. 그리고 강욱은 메모장을 보기 시작했다. - 도강현 나는 오늘 사람을 죽였다. 첫 살인의 감각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쾌감, 아드레날린의 폭주. 그것은 전율이 타오르는 느낌이라고 해야할 것인가, 아니면 무엇이라고 해야할 것인가. 열이 차올라 온 몸이 뜨거워지는데도 흥분된다. 눈 앞이 흐려지는데도 자꾸만 앞이 퉁퉁 붓는다. 혈관이 타오르면서 매우 뜨겁다. - 윤재원 그 멜론소다 아이스크림은 매우 텁텁한 맛이었다. 멜론 특유의 달지만 약간 떫고 쓴 뒷맛이 입에 남는 것과 더불어 소다 특유의 시큼한 맛이 느껴지는 그런 저급한 아이스크림이었다. 아니, 사실은 아이스크림도 아니라 불량식품에서 볼 법한 300원짜리 하드바겠지. 웃기게도 그 포장지는 우스꽝스럽게 생긴 펭귄이 그려져 있었다. 그날은 너무나도 목이 말랐음에도 불구하고 난 그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맛이 너무나도 텁텁하더군. 멜론이 원래 이런 맛이던가.
이름없음 2022/04/06 14:28:58 ID : QsnVhteHxDw
02. 프롤로그: 금요일 밤
이름없음 2022/04/23 01:06:30 ID : QsnVhteHxDw
사랑에 대해 아십니까, 신부님. 남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모든 행동에 대해 그 이면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저 역시도 어쩌면 마찬가지겠죠. 오랜 도피생활동안 지쳐가다 어쩌다가 이 강원도 바다의 끝에 있는 교회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 말이 너무 길었습니다. 오늘 하루도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자매님, 저기 자매님. 거룩하신 주님의 사랑을 저는 아직까지도 이해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저는 은혜를 입었고 적어도 제가 죽기 전까지는 여기에 있는 사람들께 봉사하면서 살겠습니다. 아니, 죽는다니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자기가 살 날은 자기가 잘 압니다. 이제는 눈 앞조차도 흐릿해지는 느낌이죠. 온 몸에 마비가 오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아직도 여기서 제가 하는 행동이 선행인진 알지만 그게 어떤 것인지는 잘 모릅니다.
이름없음 2022/04/23 01:13:16 ID : QsnVhteHxDw
'선천성 당뇨라고 했나. 그야말로 죽었을 땐 고통에 몸부림치다 죽었겠군.' 밖은 비가 내린다. 강욱은 옷을 갖춰입고 곧 퇴근했다. 금요일 밤, 너무나도 눈부신 태양이 있어야 할 금요일은 장마철 때문인지 유난히 어둡고 오늘따라 더 창백하다고 강욱은 느꼈다. 강욱은 곧 생각에 잠겼다. '빌어먹을 놈 하나때문에 잠을 못자겠다. 그래, 그건 마지막에 그 놈을 잡으러 갈 때였지.' 그 당시에 친구를 죽이고 여러 사람을 죽인 흉악한 연쇄살인범을 체포하려던 찰나, 그 자식은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수 개월간 수배를 해도 보이지 않던 판국이었다. 그러나 생활 반응이 보인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마지막 범행 장소였던 강원도의 외딴 해안가였다. 나는, 아니, 우리는 그 생활반응을 따라가서 그놈을 추적하기 위해 그곳으로 갔다. 유난히 비가 오던 여름이었다. 그것도 뇌우가 내리치는 아주 지독한 여름. 그러나 강원도로 갔던 우리 수사반은 허탈한 결과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강원도의 외딴 해안가에 있는 교회 단지에서 있던 일이었다.
이름없음 2022/04/23 01:23:47 ID : QsnVhteHxDw
그곳은 교회라고 하기엔 규모가 크고 교회의 뒷편에는 공동묘지가 있었다. 익숙한 이름, 윤재원. 아니, 윤재원이라고? 동명이인이겠지. 나는 무언가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어쩌면 무언가가 이곳에서 일어났을 것이라는 걸. 우리는 교회로 들어가려고 하던 중에 교회 앞 텃밭에서 농작물을 관리하던 신부를 보았고, 그에게 물어봤다. 이 몽타주를 본 적이 있느냐고. 그러나 우리는 허탈한 대답만을 들을 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신부님." "낯선 외지인께서 이런 곳엔 무슨 일이신지요?" "다름이 아니고 저희는 형사입니다." 그러자 그 신부는 놀란 반응을 보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당혹스러워하는 것보다는 신기하다는 듯이.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신부의 반응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내 직감이 꿈틀거렸단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고, 선생님들 아니십니까. 여긴 무슨 일로 오신 거지요?" "저희는 몇몇 살인사건의 범인을 조사하고 있었고, 그 결과 핵심 용의자를 추려냈는데 하필이면 용의자가 도주를 해버렸습니다. 그런데 최근 그 생활반응이 이 교회에서 나오더군요." "그런가요?" "혹시 이 몽타주를 아십니까?" 나는 가방에서 뒤적거리고 나서 그 몽타주를 신부에게 보여줬다.
이름없음 2022/04/23 01:34:01 ID : QsnVhteHxDw
몽타주, 헤어스타일은 어울리지 않게 펌 헤어에 V형 얼굴에 차가운 인상과 더불어 날카로운 눈매에 굵은 눈썹, 그것은 마치 소름돋는 느낌을 주는 몽타주였다. 그러나 우리는 의외의 허탈한 사실을 듣게 되었다. "허허, 이 분이 그래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던 거구만요." "신부님, 혹시 그 자식을 아십니까?" (언젠가 다시 작성 그러나 언제일진 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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