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고생인데 난 내가 연애에 뜻이 없는 줄 알았어…

외출 때문에 잠깐 폰 받은 거라서 오래는 말 못하지만 일단 얘기해보자면… 첫만남은 친구 보러 가다가였어. 그 애의 반이 친구랑 내 반 사이에 있거든. 걔가 친구랑 같은 중학교 나와서 둘이 아는 사이였는데, 뭔가 열심히 설명하고 있더라. 그 때 걔 이름도 모른 상태에서 같이 미적분 설명을 들었어. 친구가 놀리려고 기본개념을 자꾸 물었는데도 꿋꿋하게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게 다정하다고 생각하긴 했어. 근데 그땐 그게 끝이었지. 그냥 범생인가 보다 하고 말았고, 친구가 계속 놀리길래 나라도 친절한 설명 고마워 하고 인사해주고 떠났어

거기서 끝인 줄 알았는데 그럴듯하지는 않은 일로 다시 만났어 걔가 친구랑 내가 하는 게임 얘기 하더라고. 안그래도 여기 와서 관련 얘기 할 사람이 없던 참이라 홀린 듯이 붙잡고 그 게임 하냐고 물어봤어. 얼마 안 가 종 쳐서 돌아가야 하긴 했지만 너무 기뻐서 수업 집중을 못했던 것 같아. 저녁이라 그날 다시 보진 못했지만.

그리고 그 다음 날 도서관에서 만났어. 판타지 소설 빌리고 있더라고. 1권 빼고 선배가 싹 빌려간 책이었는데 내가 읽은 책이라서 말 걸었었어. 사실 게임 얘기 하고 싶었거든. 책 주인공 불쌍하다는 얘기밖에 못하고 밥 먹으러 가야 했지만. 미적분 얘기할 땐 몰랐는데 말을 굉장히 나긋나긋 예쁘게 하더라. 부드러운 단어 골라 쓰고 비속어도 안 쓰고. 중학교 때 남자애들은 죄다 저급한 어휘를 달고 살았는데. 그게 신기하다고 해야 하나 감동적이었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듣기 좋았어

그 다음주에 집에 가는 날이라 게임 아이디를 교환했어. 집에 가서 보니까 친구신청 와있더라. >>3의 친구한테도 전해달라고 했던 참이라 하나밖에 안 와 있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보니까… 오히려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