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 가득 밀려오는 메아리 난입 X

오지 않으려고 기를 썼는데 실패했다. 11:57 돌아갈 곳이 제주라는 사실은 많은 서울사람들에겐 축복이었다. 숙박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섬의 골목골목을 돌아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크다. 금이 간 발목은 진작에 다 나았는데, 좌측의 발목이 낫는 동안 우측이 체중을 평소보다 많이 감당해야 했기 때문에 이제는 오른편이 아프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오늘 비행기를 타고 도착할 예정인데. 완행 버스로 한참을 돌아보다 집에 돌아가고픈 마음이 여기 있는데. 아파와도 나아가고자 하니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월요일엔, 국내에선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병원에서 긍정적 시그널을 받고 돌아왔다. 맥이 풀려 돌아오는 버스에서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자면서 울었다. 화요일엔 그가 보고싶어 호수로 떠났다. 반짝상담을 할 때, 왜 그렇게 증상이 많이 왔는지 생각해보니 우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어떤 이유 때문에 우는가」가 증상과 연결되고 있었다. 나는 얼굴의 감각이 무너진다고 표현한다. 그리곤 영화를 봤다. 마침내 영화를 보았다. 틈틈이 초록빛을 띄고 있는 책을 읽었다. 글을 길게 쓰는 법을 잊었다. 작년의 어제는 해변을 다녀왔었다. 일기를 다시 읽어봤다. 무릎의 쓰라림과 짜디짠 바람과 발목까지 푹푹 꺼지는 모래를 되감을 수 있었다. 안되겠다.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나는 일기를 계속해서 쓸 수 없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상황이 많이 좋아졌다. 잃은 만큼 얻은 것이다. 그러니 돌아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붕괴’된 모든 것들을 재건할 텐데, 과정을 기록해두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여전히 깊은 어둠이다. 그러나 하강하는 이미지가 아니다. 이제까지의 어둠이 奈落과 같다면 이제는 수평의 터널과 같다. 주황빛만 가득한 터널.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모른다. 별빛을 보려면 어서 이 터널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그때야 비로소 내가 원하던 별들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쏟아지는 향연 아래, 두 팔로 머릴 받쳐 누워 있는 나. 유성의 인연을 읽으며 상상했던 장면에 나를 데려간다. 주인공들과 한참 멀리 떨어진 곳에 내가 있다. 누워 있다. 풀벌레들 울음소리, 불협화음이라도 좋은 나의 휘파람, 눈을 감아도 느껴지는. 부디 그러한 목적지에 도달해 있는 채로 스레를 닫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떠나려면 내가 싫어하는 일들은 끝마치고 가야 한다. 모든 종류의 청소들. 설거지, 쓰레기 비우기. 일어나기 싫다. 아침을 챙겨먹지 않아서 기운이 없고 기운이 없어서 청소가 싫다. 그래. 라면은 이럴 때 끓여먹는 거겠지······. 라면 끓일 냄비도 없다. 있다. 기운을 차리고 뒷정리를 하자. 이럴 거면 아무거나 다 잘 어울리는 베이스의 라면을 고를 걸. 완전 짬뽕이 돼버렸다. 별다른 일들은 정말 많았다. 대부분 적어는 뒀었기에 크게 개의치 않고는 있다. 그걸 하나하나 다 되짚으면 400개는 채울 수 있다. 너무 기운 빠지는 일이니 놔주자. 5월도 6월도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저번주까지도 쉽지 않았다. 매일이 극적이다. 평화로운 일은 오로지 읽기였다. 책이든, 논문이든, 그 무엇이든 읽는 것만이 나를 가만히 두었다. 가만히 있을 때조차도 요동치니까 별 수 없었다. 돌아가면 잠을 제대로 자고 싶다. 즉흥적으로 만날 약속을 잡아서 만나지 못한다면 내가 찾아가면 된다. 과거에 그들이 다녀간 장소에서 숨을 쉬어도 좋다. 방랑이 나를 치료했다. 아파와도 나아가는 것만이 나를 살게 했다. 혼자, 어딘가를, 배회하는 일이.

"짙은 이 밤의 끝 점점 더 희미해져 멀어져 가 이제야 깨달아 빛났던 그때를 네가 사라진 어둠에 갇혀 홀로 남겨진 날들 끊임없이 울려 내 맘엔 널 향한 소리 번진 메아리 yeah 흐린 시간 너머 손을 뻗어 품 안에 널 안을래 oh but I know 이미 한참 늦어버린 나란 걸 너의 숨소리 내 주위를 맴도는 걸 이 밤 가득 밀려오는 메아리 이제 난 목놓아 계속 널 부르는 이 순간 I want you to love me now (I want you to love me now) I want you to love me now (I want you to love me now) I want you to love me now yeah yeah yeah 널 외치고 불러 love me now come love me now oh 터질 듯한 심장이 love me love me love me 쏟아낸 이 메아리 love me love me love me baby love me love me now 다시 love me love me now yeah yeah 겁이 나 네가 자꾸 생각나 길을 걷다 우연히 네 향기가 난 또다시 너를 찾아 비가 내려와 그때로 데려가 너와 입을 맞추던 길 이제는 둘 아닌 홀로 yeah yeah 몰아 쉬는 깊은 한숨에 점점 짙어진 널 향한 울림 잠든 기억 너머 발을 디뎌 희미한 널 잡을래 oh but I know 이미 한참 늦어버린 나란 걸 너의 숨소리 내 주위를 맴도는 걸 이 밤 가득 밀려오는 메아리 이제 난 목놓아 계속 널 부르는 이 순간 I want you to love me now (I want you to love me now) I want you to love me now (I want you to love me now) I want you to love me now yeah yeah yeah 널 외치고 불러 love me now come love me now oh 터질 듯한 심장이 love me love me love me 쏟아낸 이 메아리 love me love me love me baby love me love me now 다시 love me love me now yeah 어느새 내 맘이 너에게도 전해지길 네가 듣게 나를 봐줘 그때의 너처럼 please come love me once again oh girl I know 우린 차마 돌이킬 수 없어도 서로의 거린 좁혀지기 힘들어도 하염없이 돌고 도는 너란 꿈 그 소릴 따라 너를 찾아가 지금처럼 I want you to love me now (I want you to love me now) I want you to love me now (I want you to love me now) I want you to love me now yeah yeah yeah 널 외치고 불러 love me now come love me now oh 터질 듯한 심장이 love me love me love me 쏟아낸 이 메아리 love me love me love me baby love me love me now 다시 love me love me now yeah love me love me love me love me love me love me love me love me love me 다시 love me love me now yeah"

너무 기네. 하지만 가사라고 찾아보면 죄다 따옴표를 빼두고 수록해서 별 수가 없다. 이 노래의 핵심은 저 따옴표와 ( ) 안의 내용이다. 말하는 내용이 내게로 돌아와야 하니까. 그런 것들을 빼버리면 노래가 살지 않지. 배고프다. 먹어야겠다. 공항에 도착하면 다시 와야겠다. 글을 쓰는 장소가 많아져서 혼란스럽긴 하겠다.

2022/07/05 12:28:14 우주가 유한하기 때문에 너는 그 꿈에서 깨어나지마 언젠가의 저녁은 마치 꿈 같았기 때문에 그 날의 일기를 쓰는 것은 꿈을 더듬는 것과도 같았다. 후 불면 날아갈 듯한 꿈. 순서가 섞여 있고 장면이 환상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나를 비현실로 태워버릴 것만 같던 감각. 그런 감각을 깨치고 나와야만 쓸 수 있던 일기가, 아마도 나의 오랜 일기장엔 있을 텐데, 클릭 몇 번이면 찾을 수 있을텐데도 찾지 않는 까닭은 그저 내가 나의 꿈을 깨우지 않기 위한 신중함으로부터 비롯될 뿐이었다. 너는 꿈에서 깨어나지마. 지금을 사는 건 나 하나로 충분하니까. 우주가 무한하다면 꿈꾸고 있는 나도 무한하기에 깨어나도 상관없겠지만 유한한 까닭에 깨우지 않고 오래도록 꿈을 꾸라고 내버려둔다. 그 유한한 나를 내려다보고 있으면, 반복되는 꿈이라도 괜찮을까 하는 의문이 들곤 한다. 일어나면 다시 버스를 타고 공항을 헤매도 좋을까. 답은 정해져 있었다. 유한한 내가 그럴 수 있다면 깨울 필요는 없다. 그러나 꿈꾸는 나는 눈을 감고 언제나 그 자리에 누워만 있겠지. 이렇게 살아있으면 되는 거야. “기억이 존재하는 한 사랑은 존재하니까” 기억이 존재하지 않으면 인간에게 사랑이 존재할 수 있을까. 매일, 기억하지 못하는 누군가를 사랑할 수도 있을까. 그러한 매일이 이어질 수 있을까. 정보가 없는 타인의 눈에 매번 뛰어들 수도 있나. 어떤 바다인지도 모르는데. 12:32

뒤집으면 당신의 전화번호 끝자리네 18:59 알고 있던 거지? 의미를 부여하면 필연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당신이 모른다고 할 수가 없어. 죄다 짜놓은 판에 내가 자꾸 걸음을 옮기는 것 같아. 이것조차도 알고 있는 거지? 이렇게라도 의미를 부여하면서 행복해하는 게 明이야? 밝은 부분이야? 난, 모르겠다. 그냥, 모르겠어. 알아야겠다고 생각도 여러번 해봤는데─. 알아낼 때 드는 쾌감이 양의 방향으로 움직이는 동안, 반드시 균형을 위해서 고통이 음의 방향으로 나를 끌어당겨. 그러면 나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새벽에 B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당신을, 너를, 수많은 이름들을 생각한다고. 이런 균형 좋네 세상엔 반드시 양면이 있거든. 그러니까 차라리 5:5로 보는 건 어때. 아픈 만큼 행복하고 좆같은 만큼 즐겁다면 말이지. 씨발, 전부 좆되는 것들 투성이다. 날씨는─. 한라산을 기점으로 정확히 반반이다. 글 쓰라고 이러는지. 제주시는 맑아 뒤지겠고, 서귀포는 흐려 뒤지겠다. 그냥, 그냥, 그냥. 명암 중에 또 暗을 선택해서 줄기차게 기록하고 오는 길이다. 끝무렵에 이름을 떠올리고 마지막 수업을 떠올리고 이래선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이리로 도망쳤다. 그래 언제나 균형점에 서 있어 우린

그러니 내게로 와 내게서 멀어지지마 내가 널 끌어당기면 고통도 감내하겠다는 말이야 아마도 반드시 균형점이 있다면 마치 내쉬의 균형 같은 어떤 지점이 있을 테니까 여기에도, 내가 널 계속 끌어당겨볼게. 그럼 와줘요. 나만 아프다 말면 계속 볼 수 있다는 거잖아. 여기서, 나는, 바다처럼 파도를 불러오고, 너를 생각하고. 생각하고. 잠겨서는. 이젠 정말 집이다. 다 왔다. 배고프다. 뭘 먹지?

그리고 가장 완벽하게 은폐를 할테니 미묘함만 느껴줘 알아채지 말아줘

의미를 부여해서 엮여지는 내 사람들 특이한 초성이라 생각했는데 분기마다 한 명씩은 그랬다 21:49 내일은 비가 와도 운명이겠거니 하면서 무작정 나간다 코스는 얼추 짜두었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수많은 물음표를 하나로 연결해서 돌아가야해 무수히 깊은 곳에 묻어둔 밑마음을 마주하고 마주하고, 마주할 때마다, 증상과 싸우고. 증상이 와서 다시 슬퍼진다. 롤러코스터, 무수한 새벽을 거친. 그리고 아침이 오면. 쏟아지는 빛에 다시 생기를 얻고 순환한다. 전부 깨트리고 부수어내고 싶다가도 확 가라앉고 다시 붕 뜨고 중간이 없다. 물론, 물론. 정상이 아니란 걸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알지만 나를 위해서라면 별 수 없이 이력이 남아서는 안 된다. 가장 시급한 것부터 우선순위로 두고 나머지를 보는 거야. 구술로 케어될 거라고 생각한다. 자기보고와 피드백, 또 다른 과제, 다시 마주하는 수면 아래의 나. 내가 나를 끌어올리지 않으면 탓하게 될 거야. 북촌의 바다에서. 그래서 돌아가 보겠다고 한 거야. 여전히 행복한 기억들만 필름처럼 되감는 내가 숨 막혀오는 줄도 모르고 기운 빠진 내가 잠기어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 거다. 구해내지 못해도 좋아. 그때나 지금이나 수영은 더럽게 못하니까. 다만 그때 구해지지 못했다면 어땠을지를 두 눈으로 보고 오는 거다. 빌어먹을 균형이 나를 지배하고 있다면 고통스러운 만큼이나 행복하다는 거니까 기를 쓰고 앞바다가 뚫리도록 씨름해야지. 아마도 바다가 이기겠지만 적어도 아쉬워하는 나를 눕혀놓을 수는 있을테다. 에메랄드빛 표정을 짓고 눈물도 바다에 흩어져버리고 도무지 어떤 마음으로 삶의 끈을 놓고 멈춰 있었던 건지 대답해줘. 들을 수 있을 거야, 어떤 형태로든. 흩어진 파편들마다 박혀 있는 내 조각을 꺼내든다. 날카로워도 괜찮으니 베어내자.

뚝 뚝 떨어져도 아무도 모를테니까 삼켜버릴 바다 위에선

「수영은 좀 해요?」 는 그래서 나를 건드는 질문으로 남아 있게 될 것 같다. “저희 ······, 저는 완전 맥주병이에요.” 오래 잠겨는 있어 봤죠. 죽을 맛이던데요. 하마터면 놓칠 뻔 했던 비행기였다. 충남이 고향이신 기사님은 대화할 때 한 템포가 느렸다. 그게 좋았다. 마음에 들었다. 나도 저렇게 느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대방의 말을 조각내어 하나하나 씹고 목구멍 뒤로 꿀꺽 넘기고 물도 마시고 입도 톡톡 두드려 닦아낸 다음에야 말을 만든다. 입안에서 실컷 굴려본 뒤 상대에게 뱉어낸다. 2시간 씩 하는 식사처럼 느껴졌다. 차분하고 느린 반응에 매료됐었다. 덕분에 편안하게, 너무 오래 기다리지 않고, 너무 빠른 걸음으로 공항을 돌아다니지도 않고,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 분을 만나 제주에 왔으니 모처럼, 마침내, 왔으니, 느리게 갈 것. 느리게. 느리게─. 나를 제외하면 아무도 나를 다그치지 않는다. 이상하지.

지금, 7월 7일. 불꽃도 꽃무릇도 한가득 안은 채 몇 년 째 그리워하는 중. 3년 있으면 10년 꽉 채울테니 기다려줘요. 내일 아침이면 잘 써서 옮겨둬야겠다. 아침이면 이 비도 그치겠지. 햇살 쫙 비치겠지. 그럼 다시 죽었다 깨어나고. 새벽을 잠으로 보내버리고. 살아있게 될 테니까. 그러니까 잠자는 내내 시원하게 비 오라고 https://youtu.be/k4gkWc4lf6E 틀고 잔다.

그럼 다시 죽었다 깨어나고. 11:35 된장삼겹을 해 먹었다. 날씨는 아쉽게도 맑진 않았다. 그래도 불러둔 모자가 왔으니 다녀 와야겠다. 한의원도 가고. 방학인데 남아 있는 선생님이 있을까. 고등학교에 가면 뭘 찾을 수 있을까. 그때는 어렴풋이 증상따위를 느끼곤 하던 날이 많았다. 약도 안 들 정도로 아픈 두통. 화장실에서 틀어박혀 화를 삭이고. 하루 종일 일기를 쓰고. 생각하고. 정 반대편에서 공부하는 落葉을 줍고. 덮어쓰지 않았으면 미쳐버렸을지도 모르는, 같지만 다른 학생들과 줄줄이 함께하는 24시간. 기숙사에서 버티려면 내가 나를 채워내려면 落葉을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날이었다. 계단을 함께 오르며 나누던 이야기, 발코니에서의, 인쇄실 앞에서의, 휴게실에서의 모든 기억들. 하나하나. 잠에 쉽게 빠지지 못해 일찍 칼잠 자러 들어와도 새벽 2시까지 글을 쓰고. 겨우 자고. 다시 일어나고. ... 거기에 네가 없었다면 버틸 수 있었을까. 落葉, 가을이 오면 볼 수 있는 거냐. 미안한 이유를 알려주지 않은 채로도 미안하다 할 수 있는 거냐. 죄 많은 사람이 되어버렸네. 아무도 죄를 묻지 않는데.

듣는 나는 어지러웠다. 어지럽다. 지금도. 꿈이 아닌데도 꿈만 같은. 예쁘다는 말로는 모자라지. 벌이 꽃 주위에서 윙윙 거리는 거 자연스러운 일 아냐? 그때 스타벅스에서 꼭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여전히. 나는 그의 그런 20대가 그립다. 사랑이라 물으면 사랑이라 말할게. 그리고 그의 20대를 그리워하는 이유를 생각한다. 연애하고 싶어서 그런 거냐고 물어보면 망설이지 않고 그렇다고 대답할 것 같다. 하고 싶어, 연애. 젊은 그와는. 나이 차이를 좁힐 수 있으면 가지고 싶다. 좋아하냐 물으면 좋아한다 말할게.

앞으로 5년은 거기 있을 거죠? 그럼 나는 어제처럼 오래 대화하지 못해도 갈게요 어제를 잊지 않기 위해 갈게요. 너 내가 몇 살인 줄 알구 그런 얘길 하느냐구 그가 물었다. 몰라, 알고 싶지 않아. 당신 얼굴로 젊은 애들 다 발라버려. 그래서 본 적은 없고 들은 적만 있는 그의 젊음을 그리워한다. 글씨도 정말 잘 써. 또박꼬박 써낸 연애편지의 주인이고 싶다. 꾹꾸욱 눌러 쓴 연정 가득한 마음 담긴 종이에 향수도 뿌렸을까. 상상만 해도 어지럽다. 어떡하긴 뭘 어떡해. 그냥 계속 보는 거지. 취향을 맞추고 대화하고 싶다. 내 얕은 영화 취향이 부끄러웠다. 깊게 생각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왜 미안하다고 했는지 모르죠? 몰라도 돼요.

2022/07/08 15:10 애써 불안해할 필요 없지. 내 사람들에게 나는 늘 이런 확신을 주곤 한다. 언제든지. 그러나 나는 내 영혼과 불안을 바꿔치기하고. 스스로 위태롭게 한다. 사실은 「내」가 그렇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아도 고치기 쉽지 않은 습관적인 불안. 만성적인 긴장. 넘실 거릴 때엔 이렇게 도망쳐. 나와서. 뭉게구름이 의미하는 바는···. 비 온 뒤의 성장. 날이 개면 늘 저렇게 하늘 높이 높이 치솟으니 비 온 뒤에야 땅이 더욱 굳세지고 무지개가 뜨고 뭉게구름이 핀다는 걸 알지. 고개를 들어. 내가 내 그림자를 계속 들여다볼 필요는 없어. 매일 길게 드리워졌다가 내 발 아래 있다가 다시 길게 드리워지는 건 순환이잖아. 자연적인 순환. 순환에 내 영혼이 지나치게 고된다면 슬픈 일이지. 누구나 슬퍼할 순 있지만. 언제나 그럴 수는 없지. 자. 다리가 절뚝거려도 나는 나아가듯이. 아파와도 살아내듯이. 삶은 언제나 균형점을 유지하며 움직이듯이. 내 메일에 회신하지 않는데도 明의 관점을 가진 채로 생각한다. 푹 쉬고 있구나. 다행이다. 다행이다. 건강해야 돼요.

2022/07/08 18:29 왜 자꾸 사랑한다 말하래 이런 말은 왜 나를 떠나지 않는 걸까 누구더러 사랑한다 말하라는지는 알려줘야지 난 큰일 난다고 들켜선 안 되니까 보고싶다고 말하지도 못한다고 4화 예고에 지안, 잘 사는 사람은 좋은 사람 되기 쉬워. 몸에 배어 있는 여유가 아우라처럼 풍겨져 나오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당신들의 그 부드러움은 경험적 여유(연륜)와 경제적 여유에서 나오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천성이 그러한 사람들. 혹은, 성숙으로 깎여버린. 내가 동경하는 건 압축된 성숙이었다. 제 나이답지 않은 침착함을 너무 이르게 가지길 원했다. 더 이상 자랄 구석이 없었으면 하는걸까, 나는. 세상 만물의 이치라도 전부 알아내면 고통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는걸까. 욕심 부린다. 교장쌤은 좋은 일이 연달아 있으면 과욕을 부린다고 했다. 나도 계속 컨디션이 좋으면 꼭 무리를 했다. 절대 그러지 말라고 했다. 내겐 없는 잔잔함을 원했다. 나는 수원水源이 금방 동나버리는 질 나쁜 폭포와 같아서 금세 쏟아지고 너무나도 요란했다. 그러지 말고, 옆으로 넓어지면 되잖아. 밑으로 깊어지면 되잖아. 역동성은 버리고 정적인 사람이 되라고 했던 선생님의 말들을 떠올린다. 초교初校의 지난한 새벽들. 정적인 건 절대 부족한 것도 아니고 메마른 것도 아니다. 지금의 나를 그대로 갖고 가면서 건강을 챙기는 행위일 뿐이지. 고유한 내가 있고 그 핵심을 지키려고 하는 거야. 그러니까 어른 말 좀 들어. 들을 땐 들을 줄도 알아야돼. 왜 나는 미안해하는데. 사랑하면 안 되는 것도 아닌데. 나에 대해 말하는 걸 들어도 듣지 않아도 나는 평범한데. 누구나 그럴 수 있는데 약간 더 심한 걸. 그거에 나는 무지하게 골몰해서 「천근만근한 것은 내 마음」으로 사는 중이다. 왜 고민해. 왜... 무겁게 해. 단순하게 가자. 엉? 단순하게. 그래서 내가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고 그럴 수 있고 그래도 괜찮다고 해주셨다. 내가 나라는 건 그냥 나라는 거고 죄악감 가지지 말라고. 그러니까 「내 주변에도 많아.」 라고 몇 번을. 괜찮다고 내 주변에도 많다고 그렇게 얘길 하는 당신에게, 나는 왜 내 얘기 너무 많이 해서 미안하다 말하는데. 그 뒷면에 내 맥락엔 사랑하는 사람에게 미안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 있는 건데. 당신 둔한 사람 아니죠. 고맙다는 말 대신에 미안하다고 얘기한 거 그냥 흘러 넘기는 거죠. 그랬으면 좋겠네. 그냥 흘러 넘기는 거지 다 19:28 말이 다 끝나고 차창 너머로 가로등 흐르는데 그 모습만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때 구해지지 않았으면 아예 아프지 않아도 됐잖아요. 하고, 그리곤 비. “너니까 버티는 거지.” ······. “너라서 버티는 거야.” 그런가요. 정말 그런가요. 나라서 버티는 건가요. 나는 버텨야만 하나요. 따뜻해서 사라지면 좆같아. 추워 죽겠어. 응달에 오래 있으면 서늘해지는데 그 서늘함을 견딜 수가 없어. 부지불식간에 느끼고. 사실은 여전히 더운데 온도차에 취약해져서는. 그래 여기서라도 마음껏 사랑한다 말할까. 그러면 뭐가 달라지기라도 하는 거니. 보고싶다 말하면. 커지기만 해서 나를. 19:32 5화, 할머니와 함께 달을 보러 가던 지안. 동훈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할머니를 업어주고 돌아오는 동훈. 지안의 뒤로 주소 보이는데 1이다. 착하네, 간다. 멍하니 지켜보는 지안. 다른 각도로 장면 나오는데, 동훈이 서 있는 자리의 집주소는 2. 주소의 1이 꼭 지안처럼 서 있다.

혈압은 좋다. 내일은... 쉬자. 하루종일.

어제는 함덕해수욕장에 다녀왔다. 08:22 여름에, 해수욕장에서, 외지인에게, 비상품 귤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나는 한참 호탕하게 웃었다. 선생님, 아. 저는 진짜 이럴 줄 몰랐어요.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죠. 그런가요? 눈물을 닦고 귤을 절반으로 갈라 먹었다. 달았다. 귤. 다들 왜 이렇게 귤을 주는 거야. 쓰디쓴 나스와 대비될 정도로 달디단 파치. 그러나 지금 생각나는 것은 나스의 묘할 정도로 시고 쓴 맛이었다. “묘하지. 땡기지. 너, 자꾸 생각 날 걸.” 내가 싫어하는 맛이라는 걸 알면서도 우선 먹어봐. 라는 권유에 어쩔 수 없이 먹게 되었다. 그냥 나스가 아니라니까. 아, 나스는 아니고. 그러니까 아무튼 나스 과인 건데 받아 먹었다. 아으, 이게 무슨 맛이에요. 저 신 거 쓴 거 잘 못 먹어요. 당신은 내 눈 앞에서 아주 능숙한 손길로 껍질과 과육을 분리한다. 그리고 우린 끝이 없는 이야기를 한다. 화음처럼 맞춰오는 풀벌레 울음소리. 나뭇잎 사이사이를 훑는 바람 소리. 해 지는 여름에만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창문 너머에서부터 내 귓가로 달려오고, 차분해진 나는 어디서도 쉽게 나른해지지 못한다고 방법을 좀 알려달라고 다른 누구에게 연락을 보냈으면서도 회신을 기다리지 않아도 될 사람이 되었다. 사이의 정적에 나는 과육과 과육을 분리하지 못해 낑낑대고 있었다. 귤락만 자꾸 내 손톱에 걸렸다. “이거 왜 이렇게···” 줘 봐. 내가 해줄게. 슥 가져가시더니, 과육을 하나 하나로 전부 분리하고 그 하나의 과육을 양쪽으로 잡아당겨 3개로 나눴다. 자연스레 껍질과 씨앗을 버리고. 그리고 내게 다시 권한다. 나는 답했다. 진짜 묘하네요. 자꾸 땡기고. 계속 생각날 것 같아요. 그렇지? 그것 봐.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과일을 닮기도 하는 걸까? 그때 당신을 보면서 한참 동안 그렇게 생각했다. 쓰디 쓴 나스, 묘하게 자꾸 땡길 거라던. 그 말이 꼭 자기소개처럼 들려서 설핏 웃게 되었다. 함덕으로 돌아와서, 나는 거기서 아주 똑같은 사진을 찍고 싶었다. 왼편 아래에 있는 돌 모양을 보아하니 이 부근인 것 같은데. 그러나 일년하고도 한달이 더 지난 지금에 와서는 완벽하게 동일한 사진 같은 건 찍을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보고 싶은 사람이 다녀간 장소에 와 있다는 것 자체가 나를 편안하게 했다. 그 여행지에서 만난 인연이 건넨 귤과 같이. 달디 단 사람처럼 느껴지는 그를 쫓아 여기로 왔지만, 그런 귤이라도 껍질이라는 흔적은 남는다. 다행히 나를 위해 선생님께서는 귤 껍질까지 가지고 가주셨다. 흔적도 없이. 그래서 선생님을 위해 남긴 것이라곤, 서로의 휴대전화에 남긴 몇 장의 사진과 기억을 놓지 않기 위한 나의 글이 전부였다. 추억追憶이라고 하는 것들이 전부인 인연은 다시 돌아올 일 없지만 내겐 특별한 연결고리를 만들어주었다. 마치 서울과 제주 같기도 한, 파치와 나스. 나의 고향인 제주도 그런 느낌이다. 쓰디 쓴데, 묘해서는, 자꾸 생각이 나서 돌아오고 싶어지는 기묘한 섬이다. 서울은 내가 쟁취했다는 생각 덕분에 달기는 하지만 늘 무언가 비장悲壯한 구석이 있어 나를 돌아오지 않을 새벽을 헤아리는 사람으로 몰아간다. 그래서 내가 택한 과육은 덩치만 더럽게 클 뿐 아니라 자꾸 손이 가게 되는 묘한 나스였던 것이다. 균형이 필요한 때에. 파치만 계속 먹다 보면 불안해지니까. 외로워지니까. 파치는 그래,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계속해서 만나는 것과 같다고. 흔적도 없이. 껍질까지도 가져갈 사람들과 대화하는 기분이라고. 서울에 있으면.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껍질 군데 군데가 초록빛인 비상품非賞品을 들여다본다. 까내 먹어도 먹어도 성에 차지 않음은 크기가 너무 작기 때문이며, 어느 때는 달지도 쓰지도 않은 맛이 나기 때문이다. 나스는 그럴 일이 없었지. 그래도 어느 한 편으로는 상대적인 단맛을 가진 과일이 그리워지게 되고.

그렇게 나는 당신과 당신을 그리워한다. 08:51 그리워해도 괜찮다. “그리움은 슬픔이 아니”라서. 가장 높은 음으로 불러본 너의 이름 어쩌면 닿을 것 같아 가장 아픈 봄에도 기어이 꽃이 피면 나는 그게 네 잔소리 같아 이젠 긴 시간 속을 천천히 걸어 서두르기 싫어서 작고 사소한 일로 환하게 웃다가도 누가 울어도 이상하지 않은 밤 난 너를 몰래 떠올려 비가 내리면 눈물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꺼내 먹을 만큼의 행복한 기억들을 주머니에 넣으면 전부 쓰기는커녕 남겨온 날이 있어 그건 좋은 날이지 지난 기억으로만 울고 웃는 게 왠지 아쉬운 거야 마음 안의 시계를 지금에 맞추지만 누가 울어도 이상하지 않은 밤 난 너를 몰래 떠올려 비가 내리면 눈물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그리워하면 어디든 있는 너 늘 나와 걷는 넌 제일 밝은 곳으로만 이끌어 크게 웃어도 어색하지 않은 밤 긴 꿈을 깨지 않는 밤 끝내 잊어도 이상하지 않은 날 널 보내줄 수 있겠지 그때까진 피하지 않아 그리움은 슬픔이 아냐 다른 시간일 뿐이야 So let the memories go on And let the days go on and on So let me remember 오늘 같은 밤이면

왜 또 다녀왔냐 물었죠. 희한하죠. 알고 있는 거잖아요. 나는 그게 사랑인지 지금도 골몰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해요? 이 질문에도, 누구나 한번 씩은 그런 경험이 있다 말할 건가요. 맞아. 내가 가지는 감정들은 누구나 겪었던 보편 감정이다. 다만 나는 존재에 대한 골몰 때문에 쓸데없이 아파했다. 함께 대화하고 있으면 서서히 그런 것들을 깨닫곤 했다. 당신 앞에 있으면 내가 얼마나 평범한 사람이고 괜찮은 사람인지 알게 된다. 그게 좋아서 그 먼 곳까지 버스를 타고 싶은가보다. 책 많이 읽은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을 듣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누굴 가르치는 게 직업이 아닌 사람, 누굴 낫게 하는 게 직업이 아닌 사람이 말하는 다정한 음성이 절실했다. 거르고 거르면 남는 건 지금은 당신 하나였다. 무작정 찾아간 거였는데 말이지. 그렇게 많은 대화를 할 줄 몰랐어. 조수석에서 비가 내렸다 말았다 한 것까지도, 마치. 잘 짜여진 판에 내가 계속 걸음을 옮겨가는 느낌이 들었어. 제주에서의 날들은 내가 소설 속의 주인공이 아닌가 의문을 품게 할 정도로 비현실보다 더욱 현실적인 나날의 연속처럼 이어지고 있었다. 내가 내력*이라 믿었던 기둥들을 두드려보고 다니느라 그렇게 느껴지기도 하는 건가. 나의 내력들을 재확인한다. 이 부분은 조금 금이 가 있고, 저 부분은 지어질 때보다 훨씬 강해졌단 느낌까지 뿜어낸다. 지반도 확인해야 하고, 기둥이나 내벽도 확인해야 하고. 할일 참 많다. 생각지도 못한 변수까지 전부 계산해야 하니까. ‘동훈’처럼 수평계를 들어 어느 쪽으로 더 기울어져 있는지도 보았다. 이상은 없다. 거짓말 같아. 고칠 곳도 있어서 여름 내내 있고 싶다. 잠시 다녀는 와야겠지만···. 나는 늘 여기가 좋았다. 제주시내 중심가만 가도 어지러워 했는데 서울서 버틴 게 용하지. 전 여기다 직장 잡을 거에요. 서울은 원할 때 내킬 때 언제든지 비행기 타고 가면 될 뿐이다. 모두가 「종착지점」으로 택하는 곳에서 여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가. 고독과 불안과 긴장이 하늘을 뒤덮고 있는 회색의 도시에서 색을 잃어버려 방황하고 싶진 않다. 그렇게 되기 위해 젊음을 숫돌에다 무작정 갈아버리고 싶지 않다. 흐르는 것은 핏물도 아니고 그저 깜장 물이다. 닿지도 않을 무언가를 위해···. 이해하지 못하는 게 주류여도 뒤쫓아갈 필요 없다는 건 이제까지 너무 잘 알아왔다. 나는 늘 하고 싶은 대로 살아왔잖은가. 이번에도, 내 또래가 전부 서울을 택할 때에도. 대신 그들보다 훨씬 성공해야 할텐데. 나 역시 곧바로 제주에 내려오긴 어려울 수 있다. 錦衣 입고 還鄕해야지 터덜터덜 내려오면 말馬보다 못할 거다. 떳떳하게 와야지. 고개만 치켜드는 정도는 아니어야지. 그래야만···. 내 욕심이 채워질 거다. 천성이 그래. 에휴, 쟤는. 소리 나오는 순간 뒤집고 싶어질 테니까. 방법은 분명 알고 있다. 찾는 순간부터 뛰면 그만이다. 그래서 지금은 충전 중인 거 아니겠어. 질릴 때까지 그리워하고 싶다. 아직까진 그리움이 질려본 적 없어서 어떡하나. 어떡하면 좋을까요. 이젠 누구 덕분에 아프진 않아서 정말 다행이지만······.

>>18 뭐가 달라지냐고? 내 마음이 나아지지. 이 섬에서 보고 싶어졌다. 지겹도록 아픈 김연수 소설 말고, 네······. 얼굴. 눈. 나는 움직이는 소설이 읽고 싶어. 정지된 이야기 말고. 언제라도 들춰볼 수 있는 거 말고. 몇 번이라도 좋으니 네 눈동자 너머에 있는 바다에 뛰어들게 해줘.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 다른 사람들이 내는 다양한 말, 커피 원두가 갈려나가는지 사소하게 험악한 소리. 그 사이에서 너와 나는 안부를 묻고. 나는 “괜찮지만 괜찮지 않다”고 말하겠지. 그래도 내력들을 두드리고 다닌 덕분에 내가 얼마나 강한 사람이었는지 나의 기둥들은 얼마나 튼튼한지 깨달을 수 있었다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할게. 너는 어땠어. 너는, 어땠어. 너의 템포만큼 느리게, 그러나 나의 바쁜 심장 고동만큼 강하게. 내뱉는 목소리엔 힘이 실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티백이 뿜어내는 붉은 물결을 흔든다. 분홍색과 붉은색 그 어디쯤을 헤매고 있는 색채를 들여다봤다가, 말을 고르는 네 눈가를 봤다가, 입술이 달싹이면 꼭─. 화장기 없었던 너의 옛 얼굴을 떠올리면서. 불쑥, 넌 안 바르는 게 훨씬. 까지 생각하고, 대답을 들을 것이다. 너는 그간 어떻게 살았는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들려준다. 그런 잔잔함에 내가 돌 던져서 깨트리는 거 아닌가 싶을 때가 있었다고, 말해도 될 내용이니 웃으면서 말한다. 여전하네, 넌 늘 그런 식이었고. 난 매일이 다이나믹이라니까. 어제는 병원 침대 위였다가, 오늘은 제주도에 가 있고. 내일은 다시 여행을 떠나고. 천성인가봐. 매일 롤러코스터인 거. 그래서 불안정한가봐. 그래요? 불안정해요? 어. 뭔가, 행복과 불행 사이를 너무 자주 나다니는 느낌. 지금은 행복하지 않아요? 당연히 행복하지. 널 보고 있는데 불행하다 말할 수 있겠니, 라는 말. 주저하다가 티백에서 흔들리는 차를 보곤 결국 해버린다. 저 붉음을 마셔도 마셔도 이길 수가 없고, 지금 하지 않으면 후회할 테니까. 내가 일기 열심히 쓴다고 말했었나. 아니요. 일기도 써요? 엉. 중학생 때부터 썼었어. 아니지, 방학 숙제일 때부터 거의 안 끊고 썼으니까 여덟 살 때부터 썼지. 신기하다. 신기하긴, 내가 왜 글빨 글빨 하면서 자랑하겠냐. 다 이런 거 때문이잖아. 그러네요. 아무튼 요새는 내가 쓴 일기들 쫙 다 다시 보고 있단 말야. 웃기더라고. 고딩 때 일기 보는데 너 아니면 P여서. 그래요? 여기까지 말하곤 나는 입을 다물겠지. 너 궁금하라고. 그리고 네 표정을 한참이나 읽겠지. 어떤 표정이냐에 따라서 더 얘기하거나 덜 얘기하거나 아예 화제를 돌릴 수도 있겠구나 싶다. 나는 말 없이 너와 찻잔을 번갈아가며 볼테고. 귓가로 파고드는 재즈. 무참히 갈려나가는 원두의 모양새. 천천히 숨을 고르면서 다음은 어떤 말이 좋을지 고민하겠지. 네 템포와 같아지려면 이렇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될테니까. 눈까지 느리게 깜빡이고 싶다. 맞은편에 앉은 너의 모든 비언어적 반응을 읽고 있다. 천천히, 읽고 싶다. 살아 숨쉬는 책이 읽고 싶다. 책장을 넘기지 않아도 되는 책을 더 알고 싶다고. 깜빡, 깜빡. 아주 느리게 눈동자를 굴리고, 깜빡이고. 그러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리더라. 사람을 만난다는 건 나한테는 독서와 같았다. 자의적인 독서도 스트레스 수치를 어마어마하게 낮춰 준다는데, 자의적인 만남도 그런 것 같다. 싫어하게 될 사람일지라도... 만나는 동안에는 이야기를 듣는 동안에는 편해진다. 모쪼록, 네가 보고 싶다. 아무리 생각해도 보고 싶다는 말을 대체할 게 없다. 그래서 알고 싶다. 알아야만 하겠다. 그러나 연락할 용기 따위는 없는거지.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네가 날 보고 싶은지 모르니까 연락을 못하겠더라고.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나는 너 대신 너를 채워줄 가수의 노래를 듣는다.

내 마음 속 한 번 들렀다 간 거지 05:12 아닐 수도 있나? 맞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런데 네게 연락을 못하겠는 건 용기가 너무 없는 탓이다. 넌 여전히 서울인 것처럼 보이고. 여전히. 아름답고, 내가 네 이름만 불렀던 날처럼. 그러고 보니 그땐 하루 종일 너의 생각만 했었다. 교무실에 갈 필요가 없었으니까. 어쩌다 접점이 생기지 못해도 공부할 때 왼쪽 끝만 보면 되었으니까. 잘 풀리지도 않는 책을 펼쳐 놓고 이 책이 너라면 좋을텐데,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했었다. 일기가 뒤엉키게 배치되고 힘든 일 싫은 일은 전부 미화되어 날아가고 학교엔 너와 나 뿐이라는 상상을 한다. 재미가 없네. 학생도 많고 교사도 있고 해야 그런 사람들 중 하나인 네가 더 빛나는 모양이네. 그런데 우린 졸업한지 너무 오래됐다. 이제 와서 고교 시절을 그리워한다는 게 왜 이렇게 우스워보이는지. 더 정확히 말하면 네가 우스워할까봐 말을 못 꺼내겠다. 세상은 파래지기 시작하고 나는 다시 숨을 쉬는 이 새벽에, 속쓰림 밀려오는 새벽에, 짙은 건 도대체 무언가 궁금해하며. 어쩌면 내가 이런 묵직한 생각을 하면 할 수록 너와는 멀어지게 되는 건 아닐까. 의미부여 하지 말랬으니까. 하지만 설계가 이리 된 걸. 도면 다 뜯어 고쳐서 새로 시작하기엔 내 나이가 조금 많지 않겠어. 네가 그리워서 그리움을 덜어내고 희석시키느라 부단히 한의원엘 가고 노래를 듣는다. 손끝 마디마디에 힘은 들어가는데 전반적인 힘이 확 떨어진 것 같아서 자주 슬퍼지고, 화내게 되었다. 휴대폰 들고 있는 모양새가 언제는 안정적이었다가 지금은 또 위태로우니 도대체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으므로 싫어서. 싫어 죽겠어서. 공연히 애 먼 사람만 잡는다. 슬프다. 미안하다. 사과를 해야겠어. 언젠가 조금 일찍 병을 알았다면, 이라는 if를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지금 안 게 최선이라는 마음이다. 기숙사에서 이랬다면 얼마나 외로웠을까. 아니지, 기숙사에선 나왔겠지만. 올라갈 수는 없었겠지. 지금처럼 꿈꾸지도 못했겠지. 이 병은 나를 얼마나 더 변화시킬까. 잠에서 제대로 깨지 못한 사람마냥 비틀거린다. 누구야. 누가 아프니까 청춘이라 그랬어. 아프지 않은 청춘은 청춘도 아니냐. 그럼 난 반납할래. 아프지 않은 사람이고 싶다. 모두가 만류하는 꿈에 다시 걸어갈 자신이 없어지고 있다. 아니, 모두 만류하진 않는데. 하기 어려울 거라고 점치고 있어서 다들. 생각해보니 꼭 그런 건 아니네. 간접적으로 응원하는 두 명이 떠오르네. 내 히터들. 추워 죽겠으면 꼭 나타나선 한번 뜨겁게 쬐주곤 사라지는 사람들. 그래서 달에 한번씩은 채우고픈 욕심이 난다. 무리해서라도 보러 가고. 내가 나의 태양일 수는 없는 걸까. 너는 지금 뭘하고 있을까. 던져주는 안부를 받아 먹고 산다. 너의 시간에. 너는 자는 너의 시간에.

반칙이네. 아무리 봐도 반칙이야. 저... 표정, 손길, 전부 다.

반지와 시계가 나를 지키는 동안에는 나는 그들이 보내는 힘에, 어떻게든 그 힘에, 힘입어서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 거지. 그래서 안 끼면 불안하다. 반지는 특히 더. 예전엔 샤프였고. 그 전에는... 딱히 없었네. 근데 물건 잃어버리는 걸 예전에도 엄청 싫어했어. 너무 슬퍼서.

아침부터 정원을 보다니. 키우는 식물들은 이름이 뭔지 전부 물어보고 싶어. 생각해보니 당신께는 성함 뜻도 묻지 못했군. 그러고보니까... 너의 이름도. 물어볼 날이 온다면 좋겠네. 이름이니까. 알고 부르면 더 화사한 꽃이 피잖아. 보고 싶네. 하루 종일 비가 온다니까 더. 오늘은 영화 대신 사진이나 잘 정리하고 흐린 날씨도 전부 걷어야겠다.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믿어. 그리고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은······. 지금은 너다. 별 수 없이 한의원에 가고.

하루종일 흐리고 언제쯤 편안함에 이를까 생각하면서도 불안정함이 세포의 자연이라는 말에 큰 위안을 얻는다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었던 거겠지 불안정함이 더 자연스럽다는 말 그러니 애쓰지 않아도 돼 애쓰게 되더라도 구태여 아프진 않아도 된다는 게 불안함 가득한 바다에서 나를 구해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렇게 배워가네, 오늘도.

네가 내 진통제 해라. 01:00 두통이 너무 심해서 약을 먹었다. 그리고 다시 내 피드를 가득 메운 너. 풀어두길 잘했다고 생각하면서 좋아요를 누르고. 요샌 갑자기 딘에 꽂혀서 130 Mood를 계속 듣고 있는데 언제쯤 질릴지 궁금해. 나는 그냥 네가 더 알고 싶다. 네 눈을 보고 있으면...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가 없어지잖아. 기억나지 않는 웃음을 열심히 떠올리다 지쳐버려.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귓가를 떠나지 않아. 너는 나를 그렇게 불러도 좋아. 나를 부르는 거라고 한번에 받아들이지 못해서 늘 나를 찾는거냐 반문하는 나도 좋아. 그 순간엔 네 입에 붙어버린 모든 게 좋았어. 올라오기 어려운 계단을 오르고 나를 부르던 네 기분은 어땠을까? 궁금해. 전부 알려줘······. 언제쯤 질릴지 궁금해. 너를 떠올리는 일은. 누구 좋으라고 올리는 거 아닌 건 뻔히 아는데, 나는 네 안부를 물을 용기도 없어서 좋아요만 누른다. 누가 나한테 용기를 줬으면 좋겠다. 먼저 연락해보라고. 아파서 연락하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싫고 좋아하는 마음을 들키기도 싫은데 어느 순간엔 일이 편해지게 모든 나에 대해 누가 다 네 귓가에 속삭여줬으면 좋겠더라. 비겁해서 나. 약해져서. 던지고 싶지도 않고 널 망치고 싶지도 않고. 내가... 좀 더 건강했으면 좋았을까. 모르겠다. 지금은 떳떳하냐 물어봐도 잘은 모르겠네. 이제 너는 나를 추월하지 않았나? 이런 것도 모르는 게 웃겨.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는데 찾아가도 되는지는 더 모르겠어. 선생님들은 연락 없이 문 발칵 열고 처들어가도 넌... 못하겠다. 철판 깔고 연락 잘 하면서 너한텐 뭐가 이렇게 하나하나 죄다 어려워버리는지. 전부 모르겠고. 지금은 내가 모르는 너의 이야기를 알고 싶다는 마음 뿐이다. 가만히 앉아서 반만 뜬 눈으로 느린 말소리를 듣고. 기억하려고 애쓰고 싶어. 웃고. 눈망울의 문을 열어 차오르는 바다에 그대로 뛰어들고. 맥주병이니까 나는 잠수했다가 떠오르길 반복하겠지만 아무도 숨을 앗아가지 않을테니 두려움 없이 갈게. 모쪼록. 건강해보여서 다행이다. 내 일기에 써 있는 모든 순간을 물어볼 수 있으면 좋을텐데! 언제쯤이면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차라리 캠퍼스에서 널 마주치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상상하면 웃기기만 하다. 어느 쪽이 더 큰 확률인지 셈하는 게 순서가 아니잖아. 일기 속에서만 웃고 있으면 안 되는데. 하. 모르겠다. 너도 나를 궁금해하는지 모르겠어. 나를 보고싶어하는지!

예전의 일기를 되짚는 일은 못 하겠다. 생각이 많이 비워져서 가볍다. 올라가서도 그러면 좋을텐데. 18:03 전부 너인 공간에 가서 변해버린 곳과 아닌 곳을 사진으로 남기고. 멀쩡한 공간이 있어 기억을 돌려보고 나서 한참을 울고. 아프게 된 후로는 시간을 자주 뒤튼다. 어짜피 과거는 바꾸지도 못한 채로 박혀 있을텐데 굳이 찾아가서 상처 입는다.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건지 궁금하단 건가. 돌아가면 알 수 있다는 건가. 모두가 현재를 사는데 구름 잔뜩 낀 공간을 하나하나 돌아보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다음 주에 날씨가 좋아야 마지막의 마지막을 회수하러 갈 텐데. 어지러워도. 돌아보면 무엇을 얻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면서도 항상 두 손 묵직해진 채로 집에 와서 쓰러져 잠든다. 어찌 됐든 방랑放浪이다. 放蕩한 放浪이었으면 좋았을 지도 모르는데. 왜 네가 여길 와선 외돌개에서 나를 떠올렸는지. 쓸데없는 문장들이 나를 차고 넘치게 할 때 가만히 지켜보기만 해야 한다는데. 빌어먹겠다. 8년 전 꿈을 꾸곤 일기를 이렇게 썼었다. 무거운 마음이 현실인 듯 생생한데 거기에서 왜 나는 서른도 못 되어보고 죽는다는 말을 했었는지 모르겠어. 지금 봐도 모르겠네. 예지몽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머리를 땄다면 서른도 못 돼보고 죽었을지 모르긴 했겠다. 나는... 영원히 살고 싶은 것도 아니고, 편안함에 이르렀다는 지안처럼 3만살이 되고 싶은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서른은 꺾어봐야지 않겠어. 계란 한 판. 그땐 당신들 찾아가서, 스무살 때엔 왜 그렇게 아파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웃겠지. 그럼 당신은 그렇게 얘기할테고. “원래 그 나이땐 누구나 그렇게 아파해” 그래서 청춘이라는 말을 덧붙인다. 시리도록 파란 이유가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나는 상대의 걸음에 맞춰 느린 템포로 말하고. 그때쯤엔 여유 있는 사람이 되어있겠지. 믿는다. 이 세상에는 죽으란 법이 없어서. 낙원을 잃을 수는 있어도.

2022/07/14 03:35 이 늦은 밤에도 스토리를 다 올리고. 새벽에 자꾸 올래. 나는 확인하게 되잖아. 설핏 웃는다. 한번도 유심히 지켜본 적이 없는 화장실의 타일 배치 규칙을 헤아린다. 나에게 너는 늘 그런 일이었다. 유심히 본 적이 없는 것들을, 눈도 깜빡이지 않고 하릴없이 보다가 정신을 차리곤 하던. 그럴 땐 다른 사람들과 다른 나만의 너를 만들어나가는 게 사랑이구나 생각했다. 나만 아는 너를 빚어내고. 네가 별로라고 말하는 의미부여를 하고. 웃음 한번 보여줄 때마다 나는 현기증이 나서 쓰러지고, 기억하기 위해 적어두었다. 기록들이 쌓여 만들어진 너를 찾아가면 거기에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던 내가 있어 참 다행이라 느낀다. 그땐 너무 많이 걱정하지도, 슬퍼하지도, 아파하지도 않고 오로지 너만 생각하느라 바쁜 내가 있거든. 그걸 멀리서 지켜보는 나는 목가적인 기분이 된다. 지금의 너를 보고 싶다 말하는 이유는, 그런 내가 잘 지내는지 궁금해서이기도 했다. 원을 그려 제자리를 빙글빙글 맴돌아도 좋으니 그저. 아프지 않았던 날과 나를 되찾고 싶어서 사랑하지도 않는 네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나는 알고만 싶어. 내가 뭣때문에 너만 생각하면 느슨해지는지. 템포를 맞추고자 하는지.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도 별 수 없을텐데 00:09 그런데 네 가위질은 왜 머리카락이 아니라 내 심장을 조금씩 잘라나가는 것만 같지. 너로 해결되지 않는 두통이 도져서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어느 쪽이어도 참과 참인 게임을 하는 기분이다. 고개를 어디로 돌려도 벌칙이지. 이상해. 어쩌면 그냥 친구였으면 하는 건데 매번 헷갈려하고 스스로 궁지에 몰아넣고. 외로운 탓인가. 예전의 일기를 읽고나면 물 주기를 잊어버린 사람처럼 하루 종일 죄책감에 빠진다. 알아서 잘 크고 있었고 잘 살고 있었는데. 두통은 자리를 옮겨 좌측 우측 나를 무겁게 한다. 진통제를 먹지 않으면 가시지 않을까. 머리가 무겁다. 감정을 증명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골몰하는 이유는 보통 증명이다. 나에게 솔직할 필요도 없으면서. 글을 쓰고 싶어 누굴 사랑하고 거짓된 마음이 아니라고 갈고 닦는 나를, 잘 모르겠다. 잘 알려고 할 필요도 없는데 말이야.

생일 축하해요. 22:38 그래서 당신이 추천한 책을 읽고 손으로 마음에 드는 구절을 적어뒀다. 나의 방식이 아니었다. 문장 하나하나가 가볍지 않아서 빠르게 읽지 못했다. 언젠가 다시 볼 수 있는 풍경일까. 한참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실타래처럼 풀어진 구름과 맞닿은 수평선. 도저히 일렁일 것 같지 않은 大洋. 너머의 한 점이 있으면 계속해서 응시하고픈, 소실점 따위 없이 넓게 펼쳐진 풍경을 두고 나는 오랜만에 책을 읽었다. 책다운 책을, 당신을 생각하며, 나의 아주 먼 섬은 반드시 그 눈 너머의 바다 위에 꼿꼿하게 서 있을 거라고 상상하며. 영화는 피곤해서 보지 못했다. 보러 갔다면 또 다시 궁금했던 부분에서 잠에 들었을지도 모른다. 역시 연락을 드려야겠다.

일찍 드릴 걸. 책 재밌게 읽고 있다고. 내일은 돌아간다는 얘기와 책이 좋았다는 문장을 다 지우고 가볍게 보냈더니 이건 이거대로 후회가 남는다. 그래도... 읽씹이라도 해줘. 얼마나 외로울까. 이번 여름.

늘 당신의 선곡이 궁금하다 17:37 완벽은 어디 가고 악마들이 나와서는 더 다가오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 눈에도 악마가 살고 있나? 그 눈에도. 화를 내는 모습까지도 궁금할 때가 있다. 슬퍼서 우는 모습보다 그런 게 더 궁금하다. 나는 어떤 표정으로 당신의 분노를 목격할 수 있을까. 더 다가서지 못해서 빙빙 돌고 있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한다. 그리워할 수도 그리워해서도 안되는 젊음을 그리워하고. 가장 행복할 땐 어떤 표정으로 웃는지 궁금해. 너, 내가 놀아주니까···. 같은 작은 웃음 말고.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을 들여다보고 싶어지면 참을 수가 없다. 당신을 사랑하는 일은 내 눈에 완벽한 타인을 사랑함으로써 나를 채워나가는 수순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만둬야지, 다짐하면서도 언제나 동경憧憬*하는 일을 멈춘 적이 없다. *우러르는 마음으로 그리워하여 간절히 생각하다. 이건 다른 이야기인데, 연락의 마지막을 항상 다짐처럼 보내는 게 습관이 되었다. 항상 건강하세요. 저도 그럴게요. 건강하고 싶다... 아마도. 강해지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걸지도 모른다. 이분법에서는 언제쯤 나올 수 있을까. 한가한 여름도 지나가고 있다.

이유는 모르겠다. 유난히 생경한 여름이었다. 19:49 시끄럽게 울리는 메미소리에 몇번을 내도록 이미 지나친 쪽수를 뒤척인다. 여름이네. 여긴 정말 여름이네요. 여름이다. 매일 보는 친구에게 오랜만이라는 말을 반복해서 하는 사람같다. 매일 겨울이라도 빌려오는 걸까. 이토록 낯설은 여름이 또 없다. 어쩌면 서울의 여름이 싫은 걸지도 모르지. 이곳의 여름을 느끼지 않으려고 애를 썼는데 자취를 시작하고서부터는 어쩔 수 없이 보내야만 하는 날이 있었다. 작은 방에서 하염없이 잠겨. 그럴 때면 나는 왜 이만한 공간이 유한하게 느껴지지 않는지를 생각해야만 했다. 네가 보고싶고, 너를 잃을까봐 지레 겁 먹는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데.

여름이 운다 하루종일 구애를 하려 운다는데 10:56 너에게 용기가 없는 건 용기를 냈다가 욕심을 내서 망가뜨릴까봐 그게 너무 싫은거야. 어쩌면 누구나 그런 일을 반복할지도 모르는데. 널 잃은 게 온전한 내 탓이라고 생각하면 견딜 수가 없을 테니까. 나는 우정과 사랑을 구분하지 못해서 나를 혼내키고 남을 다치게 하고. 그래서 미안해하는 거지. 이번엔 정과 일의 이분에 갇혀버렸다. 나를 또 떠미는 건 나다. 왜 미안한데? 왜 난 과거에 갇혀서 일 년 동안(*줄곧) 널 다르게 봤단 이유만으로도 일주일 내내 네게 미안하다 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건데. 방의 水位가 점점 찬다. 여름이 울고, 저 울음만큼 바다가 깊어진다. 고향의 물결과 같은 색으로 흩날린다. 나의 물결이. 이런 오전이면 해도 잘 들지 않는 방 안에서. 내가 상처 입힌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면서 가만히 또 핵심으로 다가가본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결핍이 나서 채워지지도 않는 걸 채우려 했던 걸까. 망가뜨린 많은 관계들. 더는 돌이킬 수 없는. 닦아낸다면 나아지는 걸까. 자기보고에 피드백이 없어서 발전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으면 나는 상상해야 하나. 당신은 여기에 무슨 대답을 줄지. 난, 이런 것도 무섭고. 곧 있을 검사 후 부작용도 무섭다고 말하나. 말하면 뭐가 달라지지? 그래 내 마음이나마 나아지지. 11:04 11:11 완전히 혼자인 기분을 만끽하게 된다. 6분이 멈춰서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다. 너는 오랜만이라는 말을 항상 오랫만이라고 썼었는데. 글투와 글씨를 떠올린다. 떠오른다. 스며든 것들은 찢을 수도 없다. 그렇게 애를 썼었는데. 이미 내가 된 것들까지 사라지라고 해봐야 제자리였다. 제자리를 맴돌았다 깨어나는 전 과정의 시간이 짧아질 뿐, 완전히 잊을 수 없었다. 시간은 멈춰지지도 돌려지지도 않는데 이럴 때면 안전장치 하나 없이 자유 입수를 한다. 돌이켜서 상처입는거지. 나의 「구태여」는. 에어컨이 나를 건조하게 해서 이런 날이면 코피를 줄줄 흘린다. 시뻐얼건 피가 흐르면 얼른 휴지를 든다. 지혈을 빨리 하는 법을 알아도 그렇게 하지 않을 때가 많다. 콧 속 가득 찰랑이는 붉음. 싫지 않았어. 살아있는 증거라면. 그렇게 나는 내가 되고. 거듭해서 내가 된다. 더는 나를 포함한 누구를 아프게 하지 않아도 지탱할 수 있을까. 울지 않아도.

어쩌면 오늘이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날일지도 모르지 02:54 아니 더 정확하게는 나아갈 수 있는 더는 뒤로 돌아가고 싶지 않으니까 이미 결정된 불행이라면 막연한 두려움도 기대도 안하는 쪽이 낫지 않을까. 균형이랬잖아. 균형. 이미 겪은 일이라 그때만큼 무섭지도 않을 거고.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는 건 더더욱 아닐테니까. 그러니까 나는 할일을 하고. 내일을 살고. 나를 살리면 될 일이 아닐까? 머리를 비우더라도. 아무 의미가 없는 시간이 흐물흐물하게 지나쳐도. 무의미한 건 없다고 그랬으니까. 그저 생각으로만 그쳐서 생산적이지 못해왔다 하더라도 다시 작심삼일, 작심삼일의 반복으로 날짜를 이어붙이는 건, 네가 사랑하는 당신도 이미 그렇게 해봤다고 말하면서 웃었잖아. 내가 나다울 때는 언제나 짧게 생각하고 곧바로 움직일 때였다. 이게 그리웠던 건지도 모르겠어. 직감만 믿고 구구절절 처음과 시작, 마무리와 끝을 다 정해놓지 않고 뛰어들 때가 늘 나였는데. 겁을 먹으면 움츠러들고 숨게 되고 나답지 않게 행동하곤 한다. 이렇게 8월까지 말아먹을 수는 없지. 설령 검사 결과가 안 좋아서 어떻게 돼버린다 해도······. 받아들이면 돼. 어쩔 수 없는 불행이라면 뛰어넘는 균형점이 올 때까지 양의 방향으로 무언가가 날 이끌거라고. 지금은 믿는 것 말고는 할 게 없다.

천둥치는 밤, 01:28 Now, Love Me Again 「I need to know now, know now, Can you love me again?」 보고 싶었다. 보고 싶다. 긴장을 많이 했었지.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몰랐으니까. 나의 불안함은 보통 무지에서 나타났고 해결하려면 알아야만 했다. 알고 싶었어. 한 쪽 짜리 안내 문서에는 검사 설명과 내용, 부작용과 주의사항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의료진이 적절한 조처措處를 취했음에도 비가역非可逆적인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강렬한 문구가 마지막에 있어 나를 완전히 뒤흔들었다. 절반만 알고 있는 게 가장 두렵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만을 안다는 게. 아예 모르면 뛰어들기만 하면 되는데, 이 검사를 받고 이런 부작용이 있었다는 경험이 있었으니 몸이 굳었다. 어깨 힘 빼세요. 라는 의료진의 기계적인 안내를 세 번 듣고도 쉽게 이완하지 못했다. 조영제가 먼저 들어가고. 입안의 씁쓸함과 하지 부근의 강렬한 뜨거움을 느끼고. 잠을 자려고 해봐도 쉽지가 않았다. 보통은 잔다. 검사실은 아늑하다. 사방이 흰 천장과 조명인 병원에서 검사실만은 유일하게 주황빛 조명 하나만 켜 있는 경우가 많다.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들로부터 배제된, 소음이라곤 검사 기계가 내는 백색소음 뿐이다. 잠에 빠지지 않는 게 이상해질 정도로 검사란 검사는 다 받아봤는데도 이 검사만은 도통 익숙해지지 않는다. 당연하지. 이제야 두 번째고, 부작용이 있다는 걸 체감했고, 안내 용지로도, 안내말로도, 반복해서 부작용에 대해 고지를 받았다. 수술 동의서 쓰는 만큼이나 반복해서 경고를 받았는데 수축하지 않는다면 초인이겠지. 그에 따른 부작용을 다 겪는 중이다. 설명대로면 검사 이후 두시간 이내엔 사라진다는데 그러지 않고 있으니 내일까지 기다려야지 어쩌겠나. 내일도 이러면 응급실 오라고 확실하게 못박아줘서 너무 고마웠다. 이렇게 한 곳 느나. 서울 곳곳을 응급실로 다녀보겠다 싶다. 그래도 입원으로 처리되면 돈은 나오니 얼마나 좋은가. 이런 이야기나 하자고 여기 온 건 아닌데 어쩌다보니 아픈 이야기가 길다. 루틴이 무너져서 잠을 설쳤으므로 네 생각을 했다. 왜 보고 싶은지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지, 아직도 모르겠다. 천둥은 늘 번개를 따라잡으려 애를 쓴다. 그때도 나는 너를 알고, 앓았었지. 조금 더 자세히 물어볼 걸 그랬다. 날 좋아한다 믿었으면, 오판했다면, 더 적극적으로 행동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시간의 경계가 비껴간 채 무너져서 같은 학적을 반납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때 나는, 네게 떳떳한 선배이고 싶어서 상경을 결정했다. 지금 내가 용기가 없는 이유는 그저 네게 떳떳하지 못하다는 생각 하나 때문인 것 같다. 그때도 칼을 벼르면서 계속 다짐했지. 너도 공부하는데. 선배란 놈이.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너도 운동하는데 선배란 놈이. 너는 이상해, 나를 변하게 하는 완벽한 촉매제다. 지금은 너무 멀리 있지만 물리적으로 아주 가까웠을 적에 너는 나의 모든 새벽을 차지한 채로 나를 굳건하게 했다. 무너지지 않게. 왜 그런 건지 누가 알려줬으면 좋겠다. 넌 전혀 의도하지 않았을 텐데도. 난 그냥 그때부터 이렇게 줄곧 네 앞에 나타나려면 떳떳해야 한다는 희한한 의무감에 쌓여서 너를. 달빛도 없는 이 천둥 치는 밤에. 이렇게 내가 널 애타게 부른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상상은, 계속 이어지고. 널 위해 어떤 사람이 되면 좋을지만 갖다놓고 난 계속 그렇게 살아 나가기만 하면 될 뿐이야. 이번엔 서두르지 말자. 엮여있다면 반드시 내가 엮어낼테니까. 이번 한달은 죽어보자.

위태로울 때면(+) 12:45 아무 말 없이 가만히 교무실에 있었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고. 아직도 단단히 나를 받쳐주던 벽을 기억한다. 멍하니 앉아, 당신의 옆모습을 보며 창문 너머로 흘러들어오는 햇살을 만끽하던 순간을 떠올린다. 흔해빠져서 일기에 적지 않아도 될 정도로 당연했던 순간을. 혹은, 일주일에 두번 돌아오는 시간에 점점 늘어나던 수업 후 자습 시간을 생각한다. 당신은 교탁 의자에 앉고. 나는 질문이 있다며 말을 건다. 그러다 털썩 주저 앉아 화이트보드 밑벽에 등을 기댄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당신은 늘 아름다웠다. 그 너머 창가로 보이던 초록草綠의 푸름까지도. 그의 마이크도, 목소리가 한 번 거쳐서 나오던 스피커도, 나는 전부 기억한다. 가끔 지직거리고 숨소리가 섞여 출력될 때도 있었다. 싫지 않았다. 시간이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졌으므로. 이젠 들을 수도 없는 목소리를 기억에서 겨우 끄집어내 앉혀둔다. 명랑하고 우아한 목소리. 아주 많은 누군가의 어린 시절을 오래 가르쳐온 사람들 입에선 그런 소리가 난다. 은근하고 다정한. 교정校庭에서만큼은 위선 하나 없거든. 슬픔으로 흔들리는 눈동자를 봤다. 힘주어 말할 때면 흘러넘치던 안광이 나를 감싸준다는 걸 느꼈다. 지금의 나에겐, 그런 내력이 필요했다. 충전이 필요했다.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이 그리웠다. 그게 너무 그리워서 성인이 된 지금도. 어쩌면 다른 누구와 연락을 주고 받는 이유도. 난 너무 많은 ‘선생님’께 나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지난至難하고 숨이 막혀오니까. 구태여 더 늘릴 필요도 없이 지금이 좋은 걸지도 모른다. 끝이 짧게 정해진 관계에 또 감정을 쓸까봐 싫기도 하다. 나만 우르르 쏟아붓는 라포, 그런 불균형에, 어색하게 거리를 벌리지도, 반대 급부의 행동을 하지도 못할 게 뻔해서. 여름이 길다.

헤어지는 건 늘 어려워. 그래서 마침내 미결이고자 했던 걸까.

반나절을 가져간다면 반칙 아냐? 03:26 노래를 듣다가 네가 보고 싶어져서 무작정 비를 맞았어. 시원하더라. 집으로 돌아오는데 나와 같은 취미를 가진 분이 비를 맞으며 세로로 걸어가는 거 있지. 나는 집이 가로 방향이니까 그 분과 나는 교차점을 찍은 셈이지. 이미 다 씻고 들어와서 씻지 않고 싶었지만 몸에 쩍쩍 달라 붙는 옷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씻었어. 개운했어. 온수를 깜빡한 덕분에 조금 추울 정도의 물로 씻었더니 글쎄, 열이 좀 나는 모양인 것 같네. 잠들기가 아쉽기도 하고 리듬이 깨져버리기도 해서 협곡을 열심히 돌아다녔더니 계속 증상이 오길래 꺼버렸어. 이젠 방해된다고만 생각하지 기분이 갑자기 팍 꺾이진 않더라고. 새벽의 협곡은 다들 친절하더라. 이렇게 기분 좋게 진 건 처음이야. 더 하고 싶었지만 욕심 내면 한계 효용을 넘어버리니까 아쉬울 때 끄자고 생각했지. 몸도 성치 않았고. 증상이 계속해서 나를 괴롭히길래 모니터링 기계를 고쳐놓고, 혈압을 쟀어. 심박과 산소포화도. 정상이더라. 내가 잴 수 있는 걸로는 전부 정상이라는데 은근하게 나타나서 응급실 갈까 말까 망설였어. 그러다가, 쓸데없이 끝나버린 관계에 욱했어. 혈압계 커프스를 찰 때 두 손가락 정도는 들어가게 하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거든. 그렇게 다정한 사람을 내 손으로 부숴버렸다는 게 분해서. 잠재우려고 그 사람이 뭘 잘못했고 내가 그것들을 다 참아줬으니 피차 일반이라고 쏟아부었다가, 다시 잠잠해졌어. 내 잘못은 죽었다 깨어나지 않는 한 내 잘못이니까. 절대로 그를 그런 표현에 가둬놔선 안 됐는데. 바보 같은. 하지만 언제나 균형점이라는 게 있어서 내가 그를 잃어버려서 외려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쪽도 있지 뭐니. 예컨대 나는 이렇게 위태로운데 그 사람이 안정감을 갖고 있어 보여서 질투를 했던 거지. 괴롭고. 내가 망가진 건 내 탓도 아니고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신 탓도 아니고 운명 중 하나일 뿐인데 왜 나를 돕는 제스쳐에 화를 냈을까. 몸도 마음도 건강하지 못해서 그랬다고 하더라도 참작의 여지는 없을 것 같아.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닌데 언젠가부터 지고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습관도 관점도 버리지 못한 내 잘못이었던 거지. 그리고 나는 네가 봤을 것이라고 믿는 영화를 보고 있어. 아니라면 미안. 선배가 초여름 즈음에 프로필 뮤직에 올려둔 걸 보니 꼭 네 생각이 나더라. 스치듯 본 사진 속 모니터에 이 영화가 띄워져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고. 또 여름이잖아. 여름이면 꼭 봐야 한다길래 여름의 여름인 지금에서야 본다. 장면마다 너는 어떤 생각으로 보고 있는지가 무척이나 궁금해지네. 그러다 멈춰버렸어. 천둥이 치고, 𝙸𝚜 𝚒𝚝 𝚋𝚎𝚝𝚝𝚎𝚛 𝚝𝚘 𝚜𝚙𝚎𝚊𝚔 𝚘𝚛 𝚝𝚘 𝚍𝚒𝚎 예전에 친구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 내가 설령 네게 고백한다고 하더라도 너는 미안하다고 할 거 같다고 했었지. 눈 앞에 있었다면 친구는 아주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을텐데. 친구는, 그래. 너라면 미안하단 말을 꼭 할 거라면서 ㅇ을 몇 개나 찍어 보냈었지. 맞아. 말하다보니까 알겠더라고. 내가 네게 어떤 종류의 이야기를 한대도 괜찮아. 그런데 연애관도 묻지 않은 채로 지른다면 말도 안 되는 거잖아. 아주 오래 좋아해왔다고 말하면 넌 가만히 듣고만 있다가 미안하다고 말하겠지? 그런 장면이 나를 놔두질 않았어. 용기가 없는 건, 내가 용기를 냈다가 욕심을 낼까봐. 언제나처럼 사랑과 우정을 구분하지 못해 우를 범하고 너를 아예 잃어버릴까봐. 그게 싫어서 아무것도 못하고 좋아요 누르는 데에 신중을 기하곤 하는 지금의 나를 잘 모르겠어. 얼마나 더 떳떳해지고 또 어느 정도의 확신이 있어야 네게 모든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사실은 말이야. 그때 너는 꼭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어. 마지막 학년엔 사람 살리려고 연애하면서도, 온종일 너만 찾아다녔었다는 걸─. 너도 모르진 않지? 우린 꽤 자주 눈이 마주쳤거든. 그럴 때면 너는 미소로 화답했었어. 그래서 내가 일기에 웃어주지 말라고 써뒀었다니까. 언젠가 말하게 된다면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써놓은 나를 보여주고 싶은 기분이 드네. 넌 내가 누굴 만났는지 알고 있었다고 했지. 내 전 연인은, 내가 아주 심하게 네게 앓았다는 걸 알고도 나를. 물론 내가 손 털고 눈도 세게 깜빡여서 완전히 그 친구에게 몰입했기에 처음 같은 균열은 없었지만, 진심...은 아니었던 거 같아. 그것도 사랑이라 하면 사랑이라 말할게. 그 친구에 의하면, 나는 모른다지만. 나는 본인을 사랑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건 몰라서 하는 소리고. 최선을 다했어. 비극으로 찢어버리고 나니까 후련했지. 다시는 어울리고 싶지 않았거든. 그때의 기억과. 그리고 덮어쓰려다가 실패해서 완전히 뒤집어진 네가 이렇게까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줄은 나도 몰랐다. 나만 열심히 알게. 나는 떳떳해지면 되나, 남은 계절 동안. 그때나 지금이나 넌 나를 강하게 만드는구나. 존재만으로. 너 자체만으로도. 너를 앓는다는 내가, 왜,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지... 모르겠다. 단지 그러고 싶었어. 최선을 다해서. 멀지 않은 미래에 어떤 꽃이든 좋으니 꽃과 함께 널 담고 싶다. 학사모면 너무 늦잖아. 그러니까, 아무튼, 보고싶다. 두통이 심해서 약을 먹어야겠어. 약을 먹고도 나아지지 않으면 병원에 가야겠지.

영화 보는 내내 네 생각을 했다. 여름은 아름다웠고, 서로를 부르는 모습도 좋았다. 나는 장면의 주연主演을 바꾸기 바빴다. 서로의 이름으로 서로를 부른다니 얼마나 낭만적인가. 나는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내 이름으로 너를 부르는 상상을 했다. 간지러웠다. 살면서 자기 이름 부를 일이 많지 않다. 나의 경우는, 친구들도 이름'만'으로 칭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싶은 사람이다. 그런데 유일하게 너만은 소개 받았을 때부터 이름으로 불렀다. 알고 있을까. 엄밀하게는, 처음 소개받고 만나고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있을 때를 제외하면, 네 이름이 내 입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영화는 그때로 나를 되돌려 놓은 듯 했다. 글을 쓰면서도 네 이름이 떠나지 않아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다. 잠은 결국 못 잤고,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려고 하는데, 마침 시간이 넉넉하니까 아침도 좀 먹고 있다. 먹기 위해 살지 말고 살기 위해 먹으라는데, 그 조언 하나가 이렇게 도움이 될 줄 몰랐다. 맛없다. 죽겠다. 이럴 바엔 안 먹고 말지! 싶은 밥이나마 우겨넣고 가야겠다. 그냥, 떠나야겠다. 너의 시간을 걸으면 하고 싶은 말이 생기지 않을까. 아. 분명히 진통제 덕분이었겠지만, 안 아파. 아니. 다시 아파졌다. 한의원 가서 침 맞고 싶다.

두 번의 결심(-), 16:50 나를 더욱 더 먼 바다로 보내버렸다. 정확히는 감정을. 서래가 해준의 말대로 미결未決로 남고자 결심했을 때의 표정이 압권이었다. 죽을만큼 사랑했던 거지. 죽을 만큼. 너의 숨소리에 내 박동을 맞춰서 푹 자고 싶다. 그냥, 네가 가장 보고 싶다. 보고만 있어도 충전일 테니까. 완전 방전이다. 미생에도 이런 말이 나오는데. 정신력은 체력에서 나오는 거라던. 제대로 實名이라 어쩔 수 없이 발췌.

당신들이 하지 말라고 했는데 18:02 왜 나는 거듭할 수록 더 하고만 싶어지지. 청개구리도 청개구리 나름인데, 진짜 싫다. 매일 기본으로 깔고 가는 스트레스와 이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데. 완전 이방인도 아닐 것 같거든. 모쪼록 안정을 찾게 되면 반드시 도달할 거라고 믿고 있다. 물살을 거슬러야지. 흐르는 대로만 지내기도 쉽지 않다. 시간에 몸을 맡기기만 하는 사람이 있던데 부럽기도 했다. 수많은 당연함의 연속인 줄은 잘 몰라. 그런데 모두가 당연함 하나를 위해 열심히 뛰다가 격차를 느끼고. 나 역시도 너무 자기연민에만... 빠질 필요는 없다. 질리거든. 이렇게 연민에 빠지는 날도 있으면 반대 급부도 있어야 균형이 맞지. 균형이 뭐라고 생각이 편해졌다. 죽일듯이 몰고가는 게 아니라... 어렴풋이 혜안을 빌려 오고 있다. 앞 좌석의 승객은 가방에 생물체라도 들었는지 흔들고 있다. 특이하다. 책가방이라서 아닐 것 같은데 왜 저리 흔들지. 꼭 가방 안의 누구와 눈을 맞추고 있는 것만 같다. 그럴거면 무릎에 앉히면 될 텐데. 뭐지? 진짜 뭘까. 저 승객이 나보다 일찍 내려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43. 반나절이면 다행이다. 잠도 안 자고 하루 종일 네 생각에 잠겨 있다.

내가 미쳐 01:19 생각을 안 하기만 하면 바로 잠에 들고 그 단순함이 필요한 건데, 생각 과잉도 병인가 묻고 싶다. 그 모든 걸 적어서 남겨야만 하는 것 때문에 잠을 설치면... 어떻게 하면 흐르는 대로 놔둘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말하면 풀어져서 흐를 때가 있고 말할 수록 다시 알아서 굳건해지는 생각이 있는데 어떨 때 흘려보내고 어떨 때 적어둬야 할지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지금은 흘려보내야 할 때인데 억지로 눈을 뜨고 있다는 거. 이럴 땐 놔두자. 과해. 아프면 좀 쉬어라. 제발. 병상도 없는데 나는 늘 미열 때문에 격리실이다. 진짜를 가려내는 일이 어려워서 구조를 요청했다. 병상이 없어서 혼났다. 그래도 진짜일 때 전화해야돼. 원인은 다른 곳에 있었다. 누가 잔소리 좀 해줬으면 좋겠다. 잘 좀 먹고, 제발 좀 자라고. 나라도 해. 여기가 싫은 걸까? 정말로. 아닌 거 알지. 왜 외로움에 이렇게 취약한지 공들여서 생각해보자.

털어냈다고 생각하고 돌아오거나 노래를 아예 생각나지 않게 바꿔버리거나. 우리의 뇌는 부정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라는 문장이 갑자기 떠오른다. 생각은 돌리는 거지 없애는 게 아니잖아. 겨우 온 잠을 쫓는 이유는 억지로 영화의 장면과 나를 이어버려서 그렇다. 빨려들어갈 것 '같은' 거지,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 생각이 많을 수도 있는데, 끄집어내면서까지 아파할 필요는 없다. 다짐하고 잠에 들면 얼마나 잘 수 있지.

우주가 유한하니까 너는 아프지 말아야겠지 아파하는 나만 무한히 있다면 슬프잖아 >>6

무얼 잃어버린 걸까. 무얼 그리워하느라고. 나의 어느 부분이 망가진 걸까. 내가 채울 수 있기나 한 걸까. 궁금한 게 많다. 당신은 대답해줄 것만 같은데. 물어볼 용기도 기운도 없었다. 나니까 버틴다고 했던 말이 맴돈다. >>18 그 말이 나를 지탱해주고 있다는 거, 그것만은 고맙다고 해야지. 내려가면.

정리해두길 잘했어. 당신이 없어도 당신을 상상할 수 있었어. 나는 당신의 탈을 쓰고 동굴 어딘가에서 어두운 글씨를 쓰는 나를, 손목 꽈악 잡아 데리고 나오는 대신에, 가만히 기다려봤다. 사람이 잠에서 깨어나러면 2천 럭스의 빛이 필요하다는 거 알고 있지. 진짜 태양이 없으면 인조라도 빛을 쏟아버리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겠는가. 사람 눈에 직접 쏘면 안 되는 무지막지한 손전등을 들고 와서 확 드리운다. 어둠에서 깨어나라고. 깨어나는 건 언제나 내 몫이다. 밖은 더워 죽겠는데 혼자만 만장굴 갔던 기억을 꺼내와선 동굴에 박혀 있다. 안내선 없으면 시작도 끝도 찾지 못하는 자연의 미로에, 도대체 왜 나를.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프면 그렇게 끊임없이 暗을 쫓아가는 나를 내버려둔다. 실컷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그러다 지치면 >>1로 돌아간다. 당신의 뜨거움이 사라지면 쉽게 추워진다며 불평하고 있다. 그래. 균형이었지. 깨닫는 순간 손전등 켜진다. 일어나. 고개를 들어. 어둠을 깰 시간이다. 빛의 眞僞를 따질 셈이야? 빛은 빛이니 기술技術의 빛이든 자연自然의 빛이든 상관 없잖아. 깨닫는다. 이게 당신이 말한 明이고 균형이다. 알고 있었어. 어둠에서 깨어나는데 필요한 시간은 점점 줄어들겠지. 믿는다. 믿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 넌 알고 있어? 몰라도 좋다. 힘으로 물음표의 고리를 펴지는 말자. 애써서 단시간에 펴놓아도 나의 물음표는 탄성이 좋아서 반발했다. 시간. 시간이 필요해. 힘으로 밀어내지마. 아냐. 하고 싶은 대로 하자. 그냥. 점점 동굴의 길이가 짧아지고 있다. 원래는 수직垂直의 심상心像이었던 것도 수평水平으로 바뀌었다. 헤매도 괜찮아. 약이 들어가야 한다고 해서 글을 줄인다. 지금, Fireworks.

당신은 아프지 마세요. 00:11 너는 얼마나 아파했던 걸까. 네가 불렀던 노래를 들으면서 잠에 들까. 도망치고 싶다. 너무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거, 교장쌤께는, 욕심이라 했으면서. 당신께 보낸 연락의 끝인사에 그렇게 적어뒀다. 이해했어. 너무 나쁜 일이 일어나면 설상가상인 경우가 많고 균형을 잡으려면 어려웠으니까. 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두드려본 내력들의 문장에서 다시 힘을 얻는 것. 당신이 던진 따뜻한 말을 칼날같이 삼키고 아파하고 다시 거듭해서 읽는 것이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진짜로 아파. 검사결과가 깨끗한 게 더 싫다. 마음이 고장났고 이미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는 걸 인정하기가 어렵다. 이해하겠어? 나의 핵심으로 들어가는 모든 과정이 얼마나 험난했는지 봤으면서도 당신은 서로를 위한 길이라며 내 뒤에 서 있다. 시간을 주세요. 가을까지만. 그리고 내가 네게 만용蠻勇을 부리지 않은 것에 대해 감사해하는 중. 오만한 용기는 언제나 나를 죄짓게 한다. 잘 자. 꿈도 꾸지 말고. 그리고, 너무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을테니까. 그만 걱정하고.

차라리 너를 앓으면 행복하니까 08:36 덕분에 웃었다구 나. 2시간 전에 왔다 간 걸 보고 의료진을 제외한 병실의 모두가 잠든 시간에 실실 웃고 다니는 환자가 되었다. 행복해. 지금도. 내 시야 끝에 네가 있던 모든 날을 생각하느라 새벽을 헤아리는 게 아프지 않았다. 수쌤이 너무 늦었으니 자라고 했는데 너를 떠올리느라 잠에 빠지기가 아쉬웠다. 아까웠다. 그때도 지금도 살려고 널 찾는구나, 나는. 너의 눈 너머에 뛰어들어 수영하는 게 신이 났어. 언제나 균형이라더니. 지금은 병실 커튼에 네 얼굴을 그릴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여기서 나갈 때까지만 네 생각 좀 할게. 보고싶다. 내가 필요할 때마다 네가 온다고 생각했었는데(>>30, >>33). 순서가 잘못됐다. 하루종일 네가 필요하니까 네가 오면 채워지는 거였어.

오랜만에 몇 시간씩 써가면서 네 얼굴을 그리고 너와 눈이 마주쳤던 순간을 되감고 내가 얼마나 이기적인 사람인지도 깨닫고 즐거웠다. 완전히 닫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 닫고 싶었는데. 마지막 페이지에 껴뒀던 단풍잎을 치우고 이어쓰고 있다. 어디까지 두꺼워질 셈이야. 두꺼우면 복습하기 어렵다고. 첫 눈 오던 겨울의, 승률을 만들지 않겠다고 했던 나에게, 고맙다. 맞아. 이게 맞아. 이쪽이 맞아. 너까지 아플 필요는 없지. 욕심이 무섭지만 상상 속에서만 욕심낸다면 될 거 아냐. 지금은 내가 건강하지 못해서 이 거리를 유지하는 게 나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망가뜨리고 싶지가 않아. 지키려고 악쓰지도 않을거고. 그냥 나는 약 대신 너를 찾기만 해야지. 모니터링 기계를 지켜보는데 내 피드에 채워진 너를 보면 혈압도 심박도 올라서 잘 내려오지 않았다. 그게 웃겼다. 심박은 99까지 올랐다가 떨어지고, 혈압도... 혈압은 왜 그리 올랐는지. 진짜 아찔했네. 어지럽다고 쓴 거 조금 과장한 줄 알았더니. 어지러워. 나와 눈이 마주치고 나서 웃는 널 보면, 네가 나를 부르면, 그냥 내 방향 쪽으로 걸어오는 너를 보면, 진짜 어지러웠다. 아. 또 실실 쪼갠다. 방금 뒤돌아서 심박 보는데 96 찍혀 있다. 그만 나대라고~. 내 눈 앞에 있기만 해도 행복할텐데. 상상만으로도 이럴 수 있다곤 생각 안 했어. 진짜, 진짜로 보고싶다.

이러려고 살아있는 거잖아, 나.

생각을 거듭할 수록 네 손바닥 안에 있었단 사실이 드러나는 것 같아서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진짜로. 너 진짜로 내가 너 좋아하는 거 알고 있었지.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야. 고백만 안 갈기면 미안하다고 안 할 거 같은데. 아, 포카리 마시던 여름으로 돌아가야지. 수건 두른 네 어깨에 먼저 기대곤 했는데. 그때 나는 너를 내 반경 안으로 끌어당기고 싶었다. 너와 닿아도 몸이 뻣뻣해진다던가 긴장하지 않으니 덥썩덥썩 너와 닿으려고 했었다. 진짜로. 그러니까 나도 넌 이상하다고 말했던 거지. 넌 진짜 이상해. 너는, 진짜. 너는 내 경계 안으로 들어와도 전혀 불쾌하지 않았다. 그래서 난 궁금하다고, 그때 왜 네가 손을 잡았는지는 안 써놓고, 네가 내 손을 잡았다는 순간만 일기에 써뒀었는데 그때 왜 그랬더라? 정신 나가가지고 왜인지도 까먹고 손 잡았다! 는 것만 기억하고 있다고. 아. 너무 궁금해. 설레서 죽겠다. 얼른 밥부터 마무리하고 다시 와야지.

나의 고통이 있는 곳에 내가 숨 쉬게 하소서 My everythin' My blood and tears Got no fears I'm singin' Oh I'm takin' over You should know

어젯밤엔 핏줄이 자꾸 터져서 수액 맞기를 거부했다. 결국 수쌤이 잡아주시고 잡자마자 오. 아버지. 라는 탄성을 뱉을 때, 그리고 당신을 볼 때, 이 노래의 저 부분을 들을 때. 사람들이 왜 신을 믿는지 알 것도 같았다. 미워하고 감사하고 행복하고 슬퍼할 대상이 필요한 거였다. 대상이. 나를 탓할 수는 없고 세상을 탓하면 이상하고 운명에 뭐라 하기도 애매하고 차라리 인격신이 있다면, 인 거잖아. 인민의 아편이라더니 괜히 그런 말을 한 게 아닌 것 같다. 아무 이유도 없고 맹목적으로 추앙해도 되는 누군가가 삶에 꼭 필요해서 종교라는 걸 가지게 되나보다. 그런데 아무리 해도 신은 못 믿겠단 말이지. 차라리 당신이 나를 아프게 하는 일을 직접 맡아 하고 있다 생각하면 편하다고. ······. 헤아리면서 이겨내고 싶었었다. 당신께 닿지도 않을 편지에는 그렇게 적었었다. 그러니까 당신은 나를 괴롭게 함으로서 괴로워지는거지. 심장이 뻐근하다.

휩쓸리면 바로 오니까 생각이 나면 쓰고 지워버리자 그것도 방법은 방법이네

생각을 돌리려면 지워야 돼 전부

어제가 칠월 칠석이었다니까 이따 좀 잠겨있고 싶으면 들어야겠어

진통제(-) 17:55 머리가 너무 자주 아파서 큰일이야. 새로울 게 없어서 계속 닦아내는 중이다. 보고싶어. 저녁 먹기 시작해야지.

상상하라 했죠, 22:38 「잘 할 거라고 믿어요.」 이렇게 얘기할 거잖아 당신은. 어지럽다. 잠에 들어야 하는데 뭐가 자꾸 날 붙잡는다. 수면제도 처방이 되나. 아니면 또 풀영상 틀어두고 잘까. 너를 보면서 어떻게든 살아야겠다 다짐하고 갇혀 있는 기분이 들어 1층에 다녀왔다. 절대 안정이라는 처방이 그렇게 따르기 어려워서. 안되겠다. 자야지. 안 와도 눈은 감아야지. 스위치 좀 끄란다. 몸이.

理想鄕은 이상향일 때가. 진통제 찾아 들이붓는다. 안 먹히는 요통인데 이건. 왜 갑자기 허리가.

저 말을 몇 년 만에 들었더라? 08:17 아침 먹고 학교 가야지! 잠에서 확 끌어당겨진 느낌이었다. 당신 왜 이렇게 귀여운 건데. MZ세대 얘길 하는 것조차도. 학교 휘장이 자수로 박힌 이불을 덮고 있어, 한참을 들여다봤다. 잠이 모자라서 잠에 들려고 고른 노래가 Bad Decisions인 것도 재밌다. 나쁜 결정을 하고 싶다. 자신이 없으니까. 너를 그리워하는 나도. 여러 상상을 해봤다. 시뮬레이션 돌려봤다. 어떻게 하면 거리를 바짝 좁힐 수 있을까. 방법은 많았다. 우선 내가 쉰다. 내가 쉬고, 맞춰 듣는다. 일주일을 버틸만한 수단이 필요하다면 그렇게라도 해야지. 아. 어느 결정이든 늘 초심대로 가야한다. 절대 승률 생기게 하지 않기. Let's make some bad decisions I want you Monday Tuesday Wnesday baby every night

새하얀 안개 속에서 >>20 (+) “묘하지. 땡기지. 너, 자꾸 생각 날 걸.” 그렇다. 까기 어렵고 번거로운 나스가 땡긴다. 그 과육이. 쓰고 시큼하지만 계속 먹고 싶다. 사실은 당신이 까주는 나스가 그리운 걸지도 모른다. 당신이 있는 섬이 모자란 걸지도 모른다. 철썩이는 파도가, 낮은 풍경이, 해가 뜨는 오름이. 당신의 여름이 그립다. 그래, 나는 지금 나스가 먹고 싶다. 문득 신 거 잘 못 먹는다는 다른 이가 떠오른다. 책상 위에 있던 귤을 먹지 않고 놔두는 이유에 대해 물었더니, 너무 셔서 귤은 싫다고 했던 당신도 그립다. 무릇도 석산도 그 붉음도 불꽃도 전부 보고 싶다. 귤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 또 있었다는 게 신기했다. “이게 뭐가 셔? 맛있기만 한데.” 나와 당신은 그 말을 가장 싫어했다. 입안이 예민해서. 아주 약간의 신맛만 있어도 불쾌했으므로. 아마도 당신은, 이건 진짜 신맛 하나도 없고 달콤하기만 하다는 과육에 몇십 번 속아 넘어가줬을 것이다. 그래서 귤을 쳐다도 안 보게 된 거겠지. 맞죠. 당신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때 사무실 뒷편 창문엔 이미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고, 나는 책을 들고 물었지. 내가 욕심낸 것은 책상 위의 귤도 아니고 당신도 아니고 당신과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그 대화였다. 한라봉의 껍질 색을 닮아 있던 표지까지. 빈틈이 없게 짜여져 있었구나. 그날도. 그의 나스는 레몬색에 훨씬 가깝다. 그래. 그 나스 과科의 열매는 덩치가 큰 레몬이었다. 귤이지만 귤이 아니고, 나스지만 나스가 아닌 것. 어째서 능숙한 손길로 그걸 벗겨냈는지도 알게 됐고, “너, 내가 몇 살인지 알고···”도 알아냈다. 그래도 끌리는 걸 어떡해요. 지금 내가 그리워하는 건 열매도, 이름도, 사람도 아니고 당신의 시간이다. 여름이고, 젊음이다.「to feel sad about someone or something that you have stopped seeing or having.」그래서 만나지 못한 것도 그리워할 수 있고,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도 슬퍼할 수 있다. 나의 아주 먼 섬이 당신의 바다 위에 있다고 언제 말했지. ‘나의 아주 먼 섬은 반드시 그 눈 너머의 바다 위에 꼿꼿하게 서 있을 거라고’ >>34에서 말했었다. 섬으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있어서 아픈 거다. 너는 말했지, 내려가자마자 불면이 나았다고. 나의 병명은 鄕愁다. 다른 어떤 것도 아니고. 鄕愁病으로부터 모든 것이 터져 나왔다. 당연히 영상소견이 깨끗할 수밖에 없다. 몸이 아픈 게 아니라서. 내 곁에 없어도 넌 내 안에 있어 이젠 안에 있는 모든 걸 꺼냈다. 보러 가야겠다. 이번엔 찾지 못했던 유년의 열쇠도 찾으러 간다. 허락해주실까. 퇴임한지 꽤 많이 지났을 것 같은데. 아니. 건강하실까. 이런 걸 걱정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그리하여 成年이라는가보다. 未成年의 껍질을 깨트린다는 건, 미결될 헤어짐에 너무 많이 아파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 꽃을 들고 갈 수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 나의 탄생화를. 카네이션이잖은가. 지금 시즌이 아닌데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내가 먼저 나를 찾아내고 꺼내올려야 전문인 아래에서 지나치게 아파하지 않을 수 있다. 얼마나 굳건한가, 나의 방어기제는. 포격을 가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을 꺼버리고 천천히 접근하면 된다. 電源이 어디 있는지,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 접근권한은 어떻게 획득하는지 정도를 알아내자. 사실 거의 알아냈다. 내려가기만 하면 관리자를 만날 수 있을 거다.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부디.

넘쳐 흐르는 과즙을 12:23 휴지로 닦아내면서 생각했다. 문학사Bachelor of Arts들은 다들 그렇게 낭만적인가? 눈 속 바다엔 애정이 일렁인다니까. 아주 잔잔하게. Now, SGP どのくらい泣いて どのくらいここで 嘘笑いをしていたんだ 300マイル先の消えない冷めない 僕の太陽

당신의 여름, Demons, 반칙. 가을, 落葉, 그리고 겨울. 20:42 당신을 사랑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ㅅㅏㄹㅏㅇ, 살아 있을 수 있어서 다행이야. 심장 뛰는 소리가 더는 불안하지 않을 때 나는 대피소로 뛰어가 안기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더는 메아리치지 않는 나의 불안, 두려움. 설령 다시 소리쳐도 괜찮다. 언제든 떠올리기만 하면 돼. 이건가요. 이런 이완인가요. 한 걸음씩 나가고 있단 생각이 든다. 너무 슬퍼도 좋아, 하염없이 울어도 좋아. 외로워도 좋아. 와.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실은. 사랑해서 다행이다. 살아있어 다행이다.

살아있게 해줘서 고마워요. 매일 찾아가서 책을 읽는 생각도 해본다. 왜 가느냐 물으면 당신이 나의 대피소이기 때문이지. 와. 행복한 기분은 길게 쓰기 어렵네. 이제껏 어둔 글씨만 써왔기 때문이다. 손전등 켜, 동굴도 전부 밝아졌고, 끝으로 가는 안내선이 보였다. 나와야지 그래 나와야지. 고독은 지독하니까.

현기증 03:30 그렇게 섬세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착각할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나의 당신들은 나를 뒤늦게 깨닫게 하지. 나를 만난 후로 때마침 바뀐 걸 보면 나는 멀었다. 언제쯤 그 바다를 한 눈에 볼 수 있을까. 짠 물인데 목이 말라 어떻게든 들이키고 싶어 안달이 나 있다. 줄곧 서성이며 진통제만 만들어 먹고 있다. 숨이 모자라 현기증은 어쩔 수 없다. 등가교환이다. 머리가 아픈 것보단 어지러운 게 나았다. 두 개의 노래를 연달아 들으면서 당신의 뜻을 헤아리다가 좋은 쪽으로 한번 상상해보기로 했다. 아니겠지, 아니겠지, 하면서도 여긴 나의 세계이니 괜찮다고 부추겨 몇 시간 동안 또 붕 떠 있었다. 설렘이 아쉬워서 자판기에서 당신을 닮은 음료를 뽑아 입에 자꾸 머금었더니 혀가 간지러웠다. 왜 나만 매일 곤란한데, 당신은, 웃으면서 애송이 취급을 하려나. 𝚆𝚑𝚎𝚗 𝚢𝚘𝚞 𝚏𝚎𝚎𝚕 𝚖𝚢 𝚑𝚎𝚊𝚝 𝙻𝚘𝚘𝚔 𝚒𝚗𝚝𝚘 𝚖𝚢 𝚎𝚢𝚎𝚜 𝙸𝚝'𝚜 𝚠𝚑𝚎𝚛𝚎 𝚖𝚢 𝚍𝚎𝚖𝚘𝚗𝚜 𝚑𝚒𝚍𝚎 𝙸𝚝'𝚜 𝚠𝚑𝚎𝚛𝚎 𝚖𝚢 𝚍𝚎𝚖𝚘𝚗𝚜 𝚑𝚒𝚍𝚎 𝙳𝚘𝚗'𝚝 𝚐𝚎𝚝 𝚝𝚘𝚘 𝚌𝚕𝚘𝚜𝚎 𝙸𝚝'𝚜 𝚍𝚊𝚛𝚔 𝚒𝚗𝚜𝚒𝚍𝚎 𝙸𝚝'𝚜 𝚠𝚑𝚎𝚛𝚎 𝚖𝚢 𝚍𝚎𝚖𝚘𝚗𝚜 𝚑𝚒𝚍𝚎 𝙸𝚝'𝚜 𝚠𝚑𝚎𝚛𝚎 𝚖𝚢 𝚍𝚎𝚖𝚘𝚗𝚜 𝚑𝚒𝚍𝚎 그래도 이 외로운 병실에서 태양을 끌어오는 방법이 있어서 다행이야. 돌아가면 기필코 말할 것이다. 정말 외로웠고 아파서 서글펐으며 그때마다 당신을 떠올렸더니 좋아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조용히 溫氣 아닌 熱氣를 느끼고 눈에 뛰어들기만 하면 시간이 끝나 있을까? 그게 자못 아쉬워 내려가면 가능한 한 매일 출근하자는 생각을 한다. 나를, 주체할 수 없는 힘을, 이젠 되찾을 수도 없는 것들에 대한 집착을 버리러 가고 싶었다. 섬의 섬이잖아. 떠내려가고 있는 나를 붙잡아줄 바다가 있는데 집에서 누워 있으면서 울기만 할 거야? 여름을 세 번 거슬러 오른다. 찌뿌둥한 몸을 털고 일어나 작렬하는 태양을 뚫고 일상처럼 출근하던 하루였다. 사무실 안에는 당신이 있고 연장 근무하는 날이면 나는 자발적으로 남았다. 퇴근하던 직원들이 물었다. 곤란해하며 얘가 남아있겠다고 했다고, 그렇게 대답한다. 나도 항변한다. 제가 있고 싶어서 있는 거에요. 일찍 퇴근해봐야 너무 더웠다. 집은 텅 비어 있을테고. 나는 당신과 함께하는 여름이 좋았는데 왜 그런 시간을 버리겠는가.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나눠 베어무는 기분이 얼마나 달콤한데. 책에 집중하면 주변은 전부 꺼버리는 당신의 뒷모습을 나는 하염없이 쳐다본다. 미학 책을 읽고 있는 당신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영원하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었으므로 내키는 대로 보고 있었다. 내 시선에 등이 뚫려버렸을지도 모르지. 여름과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던 서재에서 나는 다음, 그 다음, 여름에도 우리가 함께하길 진심으로 바랐다. 그리고 시간은 애석하게 지났지. 나를 견디기 어려운 시련에 가두고 깃털을 하나하나 붙여가도록 했던 건 운명이었다. 그들은/나는 내가 그랬다고 말하지만 당신만은 운명이 잘못했다 말한다. 나를 놓아주라 한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물었더니 당신은, 자기의 눈을 바라보라 한다. 열기를 느끼라고 한다. 그게 여름이니까.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결핍을 채워줄 온기니까. 어서 나를 섬으로 데려가줬으면 좋겠다.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월요일엔 너무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데. 욕심을 부려본다.

2022/08/06 21:49:07 부러움에, (-) 나의 왼쪽 손을 선생님이 쓰다듬어주셨다. 바다의 무수한 핏방울부터 다시 역순으로 나의 몸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에메랄드 빛이 돌아온다. 거짓된 총성, 상상만으로 쓰러트린 나의 몸을 들여다본다. 뚫려 피가 흐르던 곳에 살이 채워지기 시작한다. 회복回復이다. 원래대로 돌려놓는다. 나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어서, 선생님 두 분의 힘을 빌려서 그렇게 하였다. 방아쇠를 당긴 인쇄물을 치우고, 6분 전의 연락을 읽고, 다시 돌아온 침대는 더이상 나를 죽일 듯한 붉은 핏물의 바다가 아니었다. 그저 침대였다. 눈이 시릴 정도로 하얀 침대, 내가 그토록 원하던 휘장, 그리고 벽. 커튼. 이게 다였다. 핏물의 바다에 잠겨 있는 게 아니라. 그저 현실을 보고 있었다. 상상 속 세계를 깨트리고 나는 水位를 낮추어냈다. 내가 잠겨서 점점 가라앉는다면, 그러한 나의 몸을 꺼내어줄 수 없다면, 사고를 뒤집으면 된다. 물이 잔뜩 든 컵을 뒤집듯이, 그저 뒤집는다. 뒤집어 버린다. 물이 쏟아지고. 숨을 쉰다. 뻣뻣하게 굳었던, 경련으로 파르르 떨렸던, 내가 돌아온다. 돌아온다. 回復이다. 순환循環이다. 저 回의 가장 안 쪽의 口에 갇혀 있는 나를, 가장 바깥쪽 세계에서 부순다. 예전처럼 온몸으로 달려가 힘으로 부수지 못하면 사고의 전환으로 세계의 성립 자체를 거부하면 되었다. 상상은 모두 내가 만든 거니까. 어떠한 허점이 있는지 빨리 알아채기만 하면 허공으로 잔해도 없이 무너지는 想像의 벽들. 환각幻覺의 아지랑이들. 다시 숨을 쉰다. 다시, 돌아왔다. 데미소다 사과맛을 마시며 당신의 악마가 도대체 어떤 뜻이었는지 깨닫는다. 그리고 당신의 溫氣가 아니라 熱氣를 느꼈다. 불꽃의 세기가 강해진다. 두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다 생긴 나의 眼光을, 당신은 지켜주고 싶다고 말했다. 말하고 있었다. 누워서 눈을 감고 단잠에 빠졌다. 꿈을 꾼다. 안아달라 말한다. 기필코. 말 없이 두 팔을 뻗는 당신을 보며 나는 반칙이라 생각한다. 이런 대피소라면 매일 찾아오고 싶어질텐데 어떻게 하면 좋냐고, 속으로만 생각하면서 안긴다. 시간을 길게 늘여 나는 심박을 하나하나 짚어낸다. 나와 共鳴하라고. 꿈 속의 나도 눈을 감고 있다. 힘껏 들이킨 숨에, 섬의 여름과 커다란 레몬빛 향기와 깊은 어둠을 간직하고 있는 당신의 향기가 흘러든다. 혈액을 타고 심장으로 향한다. 다시 피를 뿜어낼 때 나의 삶에 감사했다. 죽음의 그림자가 걷혀지고, 나는 상상만으로도 나의 불안을 지울 수 있게 되었다. 조금 어렵지만. 당사자가 없어도 다른 누구에게라도 도움을 받아서. 太陽을 끄집어내기만 하면 그림자는 언제나 내 발 아래로 도망쳐버리곤 했다. 그러나 완벽하진 않은 탓에 지금도 머리가 아프고 몸은 굳어 있다. 그건 내가 몰입하기 위해 노래를 끈 탓이다. 다시 노래를 틀고, 熱氣를 느낀다면... 나는 불안하지 않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머리가 아프고 진짜로 증상이 온 탓에 나는 진통제라도 부탁하기 위해 이 빌어먹을 침대에서 몸을 일으킬 것이다. 몰입을 너무 잘 해도 탈이다.

두 번째 반복인데 지금도 똑같지만 다르다 이건 연습이야 나를 담금질하는 당신이 말한 상상이고 나의 이완이야 꽉 붙잡은 손의 힘을 빼고 꿈으로 도망가는 거야 숨소리에 집중해서 해파리가 되는 거야 하염없이 잠겨도 괜찮으니까 눈을 감고 숨을 깊게 쉰다 깊게 들이쉬고 깊게 내쉰다 잠이 몰려온다 도망치고 싶은 거라고 해도 좋아

循環 1. (기본의미) 어떤 현상이나 일련의 변화 과정이 주기적으로 반복되거나 되풀이하여 돎. 2. 피나 물 따위가 사람의 몸안이나 건물의 파이프 안 따위를 한 번 돌거나 되풀이하여 돎. 3. [전산] 컴퓨터 프로그래밍에서, 어떤 조건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하여 반복되는 일련의 명령문.

미래를 상상하게 하는 힘이 있었지, 19:08 너는 나의 미래를 강하게 하는 힘이 있지. 너는 모르는. 잘 보이고 싶어서 그런 것도 아니었고 순전히 아름다움에 매료된 것이긴 했다. 理想鄕은 원래 理想鄕일 때 가장 완전한 것이라 깨트리긴 싫은데 감각이 그리운 거야. 같은 시공간을 나눠가진 채로 동일한 목표를 향하는 느낌이 그리운 거야. 거리는 좁혀서, 끝과 끝이던 물리적인 거리를 바로 옆자리로 해둘 수 있는 기회가 분명 올 거라고 믿는다. 학사모를 하늘로 던지기 전까지는. 살아있어야만 하는 이유를 줄줄이 나열할 필요도 없다. 몇 사람의 일생을 조금 더 지켜보고자 한다고 여기에 외칠 뿐이다. 동경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듣고 공명하는 것만이 나의. 그런데 가장 가까웠었던 너만은 이제 너무나도 먼 사람처럼 느껴져서 용기를 낼 수 없다. 왜 이런 가사도 있잖은가. 사랑이란 이름의 용기가 필요해. 오만한 용기라면 멋대로 부려서도 안 될텐데 병실에 가만히 누워 있으면 이 흰 입방체를 박차고 나가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내야만 하는 기분이 되니까 자연스레 너와 당신을 떠올린다. 信じて, La-la La-la La-la 그래 나는 나를 믿고 있다. 무너지지 않을; 울지 않을; 자신은 없는데,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건 안다. 연무 자욱한 깊은 숲에서 지도 없이 헤매어도 불안해하지 않을 힘을 갖고 있다. 오로지 내 힘으로만 내 손으로만 일궈낸 건 당연히 아니지만. 그래서 남은 사람이 너 하나 뿐인데 계속 충돌이 발생한다. 지를까, 말까. 반가움에 실수를 할까봐 두렵고 어떤 말로 서두를 열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피드에 올라오는 사진 하나만 보고도 나는 새벽을 뒤척이는데 만나면 얼어붙을까봐. 떳떳함이 뭐길래 네게 가는 길을 가로 막고 그 앞에서 날 골몰하게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냥 이 자리에서 계속. 있기는 싫은데, 재활을 하면 할 수록 네 생각이 날텐데. 조급해하지 않으면 반드시 기회가 올까. 너는 모르는 너의 힘으로 내가 엔진을 데운다. 공회전 중이라 연기만 풀풀 난다. 언제 밟니 내 액셀러레이터는. 도착지점이 꼭 네가 아니어도 되었지 그렇지.

𝚈𝚘𝚞𝚛 𝚑𝚎𝚊𝚛𝚝 𝚒𝚜 𝚊𝚕𝚕 𝙸 𝚘𝚠𝚗 𝙰𝚗𝚍 𝚒𝚗 𝚢𝚘𝚞𝚛 𝚎𝚢𝚎𝚜, 𝚢𝚘𝚞'𝚛𝚎 𝚑𝚘𝚕𝚍𝚒𝚗𝚐 𝚖𝚒𝚗𝚎 𝙱𝚊𝚋𝚢, 𝙸'𝚖 𝚍𝚊𝚗𝚌𝚒𝚗𝚐 𝚒𝚗 𝚝𝚑𝚎 𝚍𝚊𝚛𝚔 𝚠𝚒𝚝𝚑 𝚢𝚘𝚞 𝚋𝚎𝚝𝚠𝚎𝚎𝚗 𝚖𝚢 𝚊𝚛𝚖𝚜 𝙱𝚊𝚛𝚎𝚏𝚘𝚘𝚝 𝚘𝚗 𝚝𝚑𝚎 𝚐𝚛𝚊𝚜𝚜, 𝚕𝚒𝚜𝚝𝚎𝚗𝚒𝚗𝚐 𝚝𝚘 𝚘𝚞𝚛 𝚏𝚊𝚟𝚘𝚞𝚛𝚒𝚝𝚎 𝚜𝚘𝚗𝚐 𝚆𝚑𝚎𝚗 𝚢𝚘𝚞 𝚜𝚊𝚒𝚍 𝚢𝚘𝚞 𝚕𝚘𝚘𝚔𝚎𝚍 𝚊 𝚖𝚎𝚜𝚜, 𝙸 𝚠𝚑𝚒𝚜𝚙𝚎𝚛𝚎𝚍 𝚞𝚗𝚍𝚎𝚛𝚗𝚎𝚊𝚝𝚑 𝚖𝚢 𝚋𝚛𝚎𝚊𝚝𝚑 𝙱𝚞𝚝 𝚢𝚘𝚞 𝚑𝚎𝚊𝚛𝚍 𝚒𝚝, 𝚍𝚊𝚛𝚕𝚒𝚗𝚐, 𝚢𝚘𝚞 𝚕𝚘𝚘𝚔 𝚙𝚎𝚛𝚏𝚎𝚌𝚝 𝚝𝚘𝚗𝚒𝚐𝚑𝚝

내 곁에 없어도 넌 06:07 수많은 날들 중에 하루를 다시 꺼내보면 돼. 그러나 난 몇번이나 꺼내봤다. 나를 뚫고 지나가는 하얀 눈빛도 몇 번이나 되새겼다. 그래, 저 속눈썹이 좋았지.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처음에, 직관으로 널 알아봤던 내가 있단 걸 얼마나 상상했는지 너는 알까. 나는 시작이 계단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친구가 말해주던 너의 이름이 생생하다. 이름이···? 그래 뭐라고···? 잘 부탁한다고. 우린 서로를 믿고 있었으니까 부탁한 건 완벽하게 해내고 싶었지. 아냐, 사실, 그런 마음도 아니었어. 흔한 하루 중에 하나길 바랐어. 나중에 의미를 부여했던 거지. 그리고 진짜로 내가 ‘널’ 본 건 4층에서였다. 나는 권한이 없었는데 서기 역할을 자처했다. 친구가 널 부탁했으니까. 궁금했으니까. 그거 하나만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사람 중에 너, 였지. 단연코 빛났지. 사실 회의하면서 너 빼고 다 떨어트리자는 말이 나왔는데. 그럴 수 없었어. 그럴 수만 있었어도. 그리고 난 그 의뢰에 얽매이게 된 거지. 그러잖아도 너를 내가 알아봤으니까 가까이 하고 싶었다. 너와 다른 사람의 차이를 알 수 있는 글씨를 나는 꽤 오래도록 보관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팀을 정하는 게임에서 네 패턴을 읽고 모르는 척 동기가 포기하게 만들고, 그러고 나는. 어짜피 친한 누구도 없는데 너와 옆자리에 앉아서 가는 게 훨씬 편했다. 마이크를 든 발표를 하기까지 많이 뛰었었지. 손에 들려 있던 팜플렛을 만들기 위해 여럿의 도움을 받았었으니까. 그리고 그 토요일, 네 옆자리에서 함께 하던 토요일까지도 끌어와야 지금의 내가 버틸 수 있는 모양이라 최대한 기억나지 않는 부분까지도 돌아본다. 우린 꽤 많은 이야기를 했고 너는 「그」를 알았던 거야. 목 매지 말라고 했어. 그땐 너의 말이 싫었는데 네가 옳았지. 지금 생각해보면 넌 내게 늘 정답만 알려주는 사람이었다. 내가 지치던 이유도 의미부여에서 시작된 거였으니까. 그것만 안 하면 조금 덜 피곤하고 덜 슬펐을지도 모르는데. 근데 나는 지금도 그걸 잘 못한다. 기대하지 않는 법을 모른다. 뭘 돌려받으려고 호의를 베푸는 건 아닌데(그랬으면 처음 본 행인들은 절대 무시했을 거다) 어쩌면 가정교육이 또 천성이 나를 이렇게 길렀는지도. 그리고 나는 너와 함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게 좋아서 너를 바라보고. 눈이 마주치면. 그냥 네 버릇이었던 거지 넌 그렇게 따뜻한 사람이었던 거니까. 네가 예쁜 건 그 누구의 잘못이 아닌데 나는 자꾸만 네 웃음에 정신을 잃었다. 그러지 않고서는 그와 헤어지고 방전한 나를 채울 수가 없었다. 새벽엔 늘 일기를 썼는데 그때 나는 생각을 「돌리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었다. 단순하게 너를 떠올리면 됐거든. 그럴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 이 거리가 좋은 거지.

>>46, 예외가 통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야 내가 나일 때 방해되는 요소라는 생각은 여전히 지울 수 없지만 나쁘지 않다. 네게 자연스러운 내게는 그렇지 않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릴 때에 나는 다시금 새긴다. 아, 이쪽도 나쁘지 않군. 싫지 않군. 하며 웃는다. 그러나 방해는 된다. 이럴 땐 차라리 확정을 받고 싶다. 또 당신이 옳았어. 나는 불안한데, 내가 「몰라서」 그랬을 때가 훨씬 더 심하다. 이게 맞아. 뭘 하라는 말이 아니었을 거야. 알아내라는 거야. 인정하면 편해지는 거야. 섬에서 자란 당신의 말을 기억하면 나는. 나는······. 섬 사람들이 전부 다정한 건지 아니면 내가 그렇게 믿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나는···.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다. 맞아. 불안해. 하지만 늘 이겨내왔지. 이제는 돌아볼 수도 있는 거야. 나는, 그리고 또 너는, 여전히 슬픈 표정을 하고 있다. 우는 방법도 모를 정도로 어렸었지. 방법을 몰라 헤매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몰랐잖아. 어떤 외상이든 네가 다친 건 너로부터 발생한 사건이 아닌데, 너는 모든 게 네 죄인 것마냥 상황을 뒤집을 수 있다면 어땠을까 매일 생각하다가 잊기로 결정한다. 무거움이 머리를 꽉 쥐고 있었으니까. 차라리 잊는 게 좋겠다고 써뒀지. 일어나서는 안 되었던 지나치게 나쁜 일로부터 도망치는 방법은 망각이었다. 그러다 내가 나를 잊었다. 나까지 나를 잃어버렸어. 경찰차도 도울 어른도 없이 어딘가를 계속 방황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그 손에 쥐어진 막대한 서글픔도. 뜯어 고치는 게 아니라 모든 걸 껴안고 있는 힘을 푸는 거야. 힘을 푸는 거야. 無力感은, 우울이 아니야. 그때의 나는 아무것도 못할 수밖에 없었던 거야.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싶었던 건 어리고 힘이 없는 내가 싫어서 그랬던 건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 삶은 흐르는 대로만 흘러서 바꿀 수 있는 게 많지가 않다. 악 지르면서 바뀌지도 않는 걸 바꾸고 온몸으로 부딪혀봐도 이젠─. 예전같지 않아서 회복탄성력이 그리 좋지 않다고. 아니, 더 엄격하게는, 그렇게 쭉 해왔었기 때문에 얼마나 그런 태도가 내게 스트레스를 주는지, 그 스트레스가 나의 시한폭탄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는지, 하나씩 경험해가면서 배운다. 실수로부터 배울 뿐이다. 그리고, 늘 그랬듯이. 당신이 옳다. 그때는 싫었어. 받아들이기 어려웠으니까. 다시 곱씹으면 곱씹을 수록 나는. 목 매지 말라고 했어, 그땐 너의 말이 싫었는데 네가 옳았지. 어떤 헤어짐도 영원할 수 없다고. 너는 지금의 내게도 정답만 알려줄 사람처럼 보인다. 그러나...

깜깜한 심연 속 기꺼이 잠겨, >>58 11:13 끝없는 장마는 없었지. 그러나 지금의 나에겐 이 장마가 끝도 없이 이어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가장 큰 문제였다. 두려움은, 없어야 하는데. 그게 한 순간에 이뤄질 줄 알았으면 새기지 않았다. 겁 먹지 말라는 말을 듣고 무서워하지 않았는데. 뛰어들었는데. 이겨낸 경험이 나를 지탱하다가도, 몸과 함께 무너지고 만다. 미치지 않으면 다행인데, 미치지 않으려면 미쳐야 한대서 다행이구나. 생각하고 있다. 그래, 이건 병. 다 똑같고, 차분하게 치료하면 된다. 당신의 문장은 문장만큼의 힘이 있어서 나를 지탱한다. 가장 좋은 점은 내가 그 시점으로 걸어들어갈 수 있단 거였다. 비상구, 도피처. 대피처. 뭐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당신을 읽는 것이 나를 진정하게 했다. 지금을 사는 게 싫을 때 눈을 뜬 채로도 현재의 문을 박살낼 수 있었다. 옳지 않은 방법이라도 내겐 필요했고 정해진 룰을 더 파괴하기 전에 서로를 위한 길을 따르자. 당신의 연락을 읽을 수 있다면, 내 등 뒤엔─. 도망치고 싶으면 멋대로 도망쳐본다.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박살나있든 붕괴돼있든 간에 재건하면 된다. 回復도 循環도 전부 그렇게 이뤄진다. 매일 새벽이 온다면 오기 전에 잠들면 되지, 매일 해가 뜨면 나가면 되지. 내겐··· 시간이 필요하다. 언제까지고 외면할 수 없다. 저점과 고점의 폭이 요동치는데 한 순간에 잔잔해지려고 하는 건 확실히 욕심이다. 그래서 당신은 나의 마지막 겁을 제거하라고 「알아내야 한다」고 한 거지. Need To Know, 알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의미를 부여하기 싫어도, Demons 21:15 할 수 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타이밍에 놀라곤 한다. 손 바짝 씻고 나왔더니 때 맞춰 나오는 캐리어, 터미널로 가는 길에 마악 도착하는 버스. 사소한 우연에 행복해할 거면서 왜 그렇게 무너졌었던가. 달은 D 모양으로 떠 있다. 채워질 때까지 당신을 보러 간다면 어떨까. 우리는 영원하지 않으므로 책을 두껍게 만들고 상경하지 않으면 괴롭겠다. 행운이란 또 행복이란 이토록 작아도 말단의 말단까지 나를 기쁘게 한다. 상상한대로 심박이 느려지고, 나는. 어떤 두근거림에도 불안해했으면서 내려오자마자 모든 두근거림을 설렘으로 인식한다. 해방이고, 탈출이다. 난 정말 서울이 싫어. 회색빛 하늘이, 지독한 고독이, 해갈되지 않는 불안이. 「여행을 떠날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만이 자신을 묶고 있는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버클이 풀리는 소리가 기분 좋게 나를 감돈다. 경쾌한 발걸음. 부쩍 나아지는 증상들. 아팠던 날들이 거짓처럼 느껴진다. 대피소가 있어서 다행이야. 나와 서울은 체질적 상극일지도 모른다. 빌어먹을 스트레스. 졸업은 할 수 있을까. 해야만 하는데. 그리고 당신이 보고싶다. 살아 돌아온 이유라고 말하고 싶다. ······. 오는 길에 아티클을 하나 읽었는데 흥미로워서 꼭 알려주고 싶었다고. 당신도 흥미롭게 느낄 거라고. 우린 끊임없이. 나는 끊임없이. 이 순간을 기다렸다.

RescuE(+) 08:30 순환으로 이어지는 구원이 좋았지. 서울의 폭우에서 피신하여 내려올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렇게 쏟아지는 비라면 맞고도 서 있지 못했을 것이다. 쓰러져도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어젯밤엔 열 때문인지 컨디션 때문인지 혼란스러워서 잠에 들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 리듬에 맞춰 잠이 깼다. 눈을 떠보니 섬이다. 집이다. 당신이 보고 싶다. 누구든. 그칠 것 같지 않은 비가 서울을 강타했으므로 나는 억지로라도 제주에 내려온 나의 판단이 이번에도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하면서 오늘은 농땡이를 좀 피우다가 학교에 가야겠단 생각을 했다. 일어나, 학교 가야지. >>66 그래, 그랬지. 완전 회복한 건 아닌데 내 회복에 도움이 되어줄만한 사람을 알고 있었다. 몸에서 열이 끓는다. 학교 갈 수 있을까. 이래서 나는 사생이었지. 집에서 등교하려면 별의 별 이유가 나를 아프게 했으니까. 나는 교실과 기숙사가 보고 싶기는 하다. 내가 비교적 건강했던 시공간을 흡수하고 싶다. 그리고 너도. 긴 들숨에 빨려들어왔으면 좋겠어, 상상으로만 그렸던 나의 과거를. 그런데 학생들이 쓰고 있으려나. 모르겠다. 불가능하다면 교정이라도 돌아야겠어. 어느 곳에나 네가 있다. 나의 마지막 담임이던 당신은 예뻤지. 너무 차가울 정도였으니까. 내가 주변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았으면 당신을 사랑했을까, 아니면 나의 판단을 믿어주지 못하고 다른 경로를 탐색하라 시켰기 때문에, 사랑했다면 그만큼 슬퍼하느라 후회를 했을까. 나와 당신은 그 거리가 좋았던 것 같다. 내가 기숙사생이 아니었다면 당신을 사랑했을텐데, 하루 온 종일 네 향기와 공존하고 있으면 다른 누구를 볼 겨를이 없어진다. 널 망치는 게 싫어 밀어냈다. 내가 밀어붙일까봐. 어느 시점에는 너를 더 좋아하는 내가 미웠다. 두 번 실수할 수는 없어서. 얻으려 했다면 필시 잃었을 것이다. 지금도 나는 너를 잘 부탁한다는 의뢰에 약간은 매몰되어 있는 거야. 그래서 나는 떳떳해야 하고 널 좋아할 수는 있어도. . . 있어도. 그러나 나도 다시 成人이 되어서 대학에서 너를 본다면 모든 속박이 나를 풀어내고 네게 뛰어가라 할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成年이 지난지 오래지만 여전히 成人이 아닌 나로부터 너를 사랑하고 있으므로 未成年인 마음으로 헤아려봐도 그저 추측에 그칠 뿐이다. 어떤 우정은 사랑보다 강하고 또 길기 때문에 나는 숨 죽이고 있어야 하는 걸까. 이젠 널 잃기 싫으니까. 그런 기분이 들 때마다 네게 웃어주면 너는 내게 웃어주려나. 그걸로 충분하려나. 나는 네게 스며들고 싶지 니 문을 부수고 싶지는 않아. 내가 너와 어울린다는 생각도 안 들고.

여유로워, 지금. 폭염주의보가 내려서 나가지 못했다. 통하는 바람이 좋아. 이 더위가 좋아. 에어컨 대신 땀 흘리는 쪽을 택한다. 여유로워, 역시.

가장 먼저 말해주고 싶었어요. 입 밖으로는 처음 내뱉는 말이에요. 00:36 행운이 한번만 더 나를 찾아오면 묻지 않아도 당신은 오랜 시간동안 그곳에 있을텐데. 설령 그러지 못해도 저번에 구경하지 못했던 게 생각이 나서 최대한 빨리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루종일 푹 쉬면서 계속 당신을 그리고 그리워했다. 말하진 못할 테니까 눈빛에 담기라고 마음을 굳게 해둔다. 내가 당신의 두 눈을 들여다 볼 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 삶은 흐르고, 하늘의 구름도 그렇게 흘렀는데, 설렘 가득한 심장만이 자꾸 시간에다 대고 멈춰달라 말한다. 함께 있지 못해도 좋아, 생각할 시간을 줘. 차분하게 할 말을 고르고 말할 수 있게 해줘. 안락한 쇼파 뒤로 여름이 넘실거릴 때 맞은 편에선 레몬빛 안개가 선풍기 바람을 타고 내게로 오곤 했다. 눈을 감고 그 눈과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마주했는지 알아요? 그러면 느껴지는 열기는 내 안의 당신으로부터 나온 것이어서 힘을 실어주지 못할 것처럼 느껴졌다 태양도 빛이고 나의 손전등도 빛이면 결국 다르지 않았어 그러나 이제는 빛의 眞僞를 가릴 시간이 왔다 이야기 할 것들은 얼추 정리해두자

여행을 다니면 새로운 사람들과는 이야기하는 편이야.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은 늘 친절하거든. 설령 재회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러나 무리하면 안 되겠다. 코피가 줄줄 흘렀다. 19:45 이곳은 내가 사랑하는 당신의 여름, 당신도 나의 여름을 사랑할 수 있을까 일정이랄 게 없었으니 버스 시간이 곧 나의 계획이었다. 그런고로 가까운 도서관에 갔다. 소설책 하나를 골랐다. 끌린 이유는 뒷판에 평론가가 적은 부르디외의 구별짓기라는 단어를 보고서. 구별짓기 좋지. 아비투스의 개념도 있고. 이야기가 어떻게 개념을 품나 궁금하던 차였다. 버스가 오고, 이제는 내가 얼마나 약한 사람인지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나 하나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라디오가 미치게 시끄럽고. 거기 있지 말고 돌아오시지. 야속하다. 나의 당신은. 내일도 望이길 바란다. 저 달이 가득 차기를 기다렸으니까. 19:55 오늘은 구름이 자꾸 가린다. 누굴 시샘하는 건지.

어제도 만월은 아닌, 아마 오늘도 만월은 아닌. 흘려보내야 할 감정이라는 판단이 서서 흘러가는 공간에다 적었으니 불안해 말자. 08:07-

그래도 보고싶어. 구름이 야속했으므로. 이곳은 내가 사랑하는 당신의 여름. 당신은 나를 사랑할 수 있고, 또 없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할 수 없어야만 했는데.

왜 메아리인지 한참을 생각했다 23:16 돌이켜보면 나의 사랑은 늘 메아리였으므로 그러했다. 외치고 외쳐도 내 안에서만 증폭하는 나의. 悲鳴 같은 마음. 그러나 悲명이라 하기에는 슬프므로 외침이라 하겠다. 나는 내 안의 당신을 혹은 너를 사랑하는 것이지, 언제나 본질에 가닿을 수 없다는 걸 깨닫고. 不正과 否正에 대해서도 논했다.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였다. 그리고 나는 성공보다 실패한 부분에 골몰하는 아주 나쁜 버릇을 갖고 있었을 뿐이지. 우린 왜 이리도 나약한 걸까. 당신 앞에 서면 나는 정말로 내가 약한 사람인가를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읽은 책은 나의 마음이 잘못된 게 아니라 뇌의 신경전달물질의 의학적 이상에 대해 차분히 소개했다. 그래, 나는 不健康해서 아픈 것 뿐인데. 당신도 알면서 헷갈리는거지. 아니. 모르나. 외상이든 내상이든 절반이 ‘내’ 몫이고 또 내 몫일 거다. 차분히 치료하면 그만일지도 모른다. 가을로 달려가야할 이유는······. 없는 것만 같은데, 나를 뚫어져라 쳐다볼 네 눈동자가 궁금해서 오늘도 진통제를 기다린다. 당신께, 태어나길 선천적으로 약하게 태어난 사람과, 태어나길 선천적으로 강하게 태어난 사람은 분명히 있어요. 그리고 그 모든 건 주사위로 결정될 뿐이죠. 유전적 주사위든, 환경적 주사위든, 말이죠. 생각보다 인간이 인간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운명에 뛰어들었을, 운명에 맞닥뜨렸을 우리는─ 주어진 길이라 생각하고 그 길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차이인 것 같아요. 뒤틀려고 애를 쓰면, 잠깐은 그랬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버리는 길의 모양 때문에 지나치게 슬퍼하거나 아파하게 되는 것 같네요. 이렇게나 열심히 했는데 나는 왜 제자리인 거야. 그러나 제자리라는 건 없었어요. 시간은 늘 흐르고, 길을 구부러트리려고 애써봐도 다시, 다시, 다시 돌아오는 흐름 중에서도... 가끔은 반짝이는 무언가를 줍게 되더군요. 그건 마치 키와 같아서 돌파할 수 있는 비밀의 문을 열어주기도 했었어요. 그렇게 절반은 순응하고 절반은 혁명적인 마음으로 살다 보면 균형일까요. 전부 운명이겠거니 생각하면서 뒤틀어내고 싶지도 않고, 전부 내 몫이라 생각하면서 지치지도 않고 싶어요. 그러니 中庸이겠죠.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전부 절반씩 베어물고 도 닦겠습니다. 이드와 초자아 사이에서도 자아가 애를 쓰듯이 제 삶 전체에 그저 균형만이 평온해지는 길이라 한다면 너무 나쁜 생각은 꽤 좋은 생각으로 밀어내야죠. 양 극단의 것을 취해서라도 균형을 유지할게요. - 당신의 明暗도 결국 暗을 뒤집으려면······ 밝은 부분을 보면서 평온을 맞추란 소리였어.

뒷모습과 뒷모습(-) 섬을 한참 생각해서 그랬을까. 왜 나도 그런 신성한 기분이 드는지 모르겠다. 돌아서면 죄책감이 들고, 오래도록 못 보면 방전된 느낌에 기운이 없고. 공간과 시간, 그리고 당신이 주는 힘 덕분에 만나러 가면 나는 차분해진다. 쭉쭉 뻗어 올라오는 전력. 바쁜 당신의 일하는 모습을 나는 봤다. 평화로웠다. 나도 일이란 걸 할까 하다 던져버리고, 책을 들었다. 좋은 작가를 찾았다고 했었지. 그의 책 중 하나였다. 어느 것에도 도무지 집중이 안 됐다. 물은 연신 벌컥거리기나 하고. 중간엔 뚜껑이 떨어져서 찾느라 혼났다. 사랑의 盲目성 덕분에 나는 눈을 가리고 꿈을 꾸고. 아름다운 사람이 쳐놓는 가시라니. 찔릴 걸 알면서도 움켜쥐고픈 망상에 빠져서는. 그러나 꿈은 꿈의 세계에 갇혀 있으므로 정원에 앉아서 방향을 달리 해본다. 슬퍼하지 말고,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에만 집중하자고. 여전히 이파리는 꽃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푸름으로는 붉음을 가질 수도 없고 만날 수도 없었지. 다른 이를 좋아하더라도 나는 어긋나버린 그날의 일에 대해 떠올릴 것만 같다. 그러다가 어느 한 지점이 오면 나도 상사화의 꽃말을 알려줄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나게 될까. 우리가 가능성이 희박한 일에 도전하지 않으면 도대체 살아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죠─. 그러나 혼자서만 도전하고 좌절하는 일은 나를 지나치게 소모시킨단 걸 알아야만 한다. 알고 있어도 소모를 시킨다. 외로움에 발버둥치는 쪽보단 여기가 낫잖아. 가을은 언제 오려나, 언제쯤 오려나. 나의 불만족을 상쇄시키기 위해서라도 끊임없이 사랑해서 아파야만 했다. 돌고 도는 굴레. 악순환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엄청난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이다. 잘 걷지도 못하는 평형대 위를 매일. 어릴 때부터 균형과는 거리가 멀었는데 이제와서 균형을 잡아보라니.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페이지 한 장 잘 쌓았군. 행복했어. 아니, 지금도 당신을 상상하면 기쁘다. 소식이 조용히 들려오니까. 사람을 가려내는 눈으로 차분히 파악을 했다가 세계를 지키는 모습을 직접 듣게 되다니. 그 눈을 더 닮고 싶다. 强靭한 사람이구나. 그리고 곳곳에 퍼트려져 있던 향기. 수많은 말들은 끝내 삼켜야 했다.

滿月이라면 어쩌려고 너를 22:58 이렇게 그리워하다간 망의 시계를 돌려 삭으로 만들어버릴 거야 너를 향한 내 그리움만 순환하고 별들도 지쳐 고개를 떨굴 때에 그때 다시 새로운 항성이 떠도 내 눈에만 보이던 너의 표면 이제 채우고픈 사람이 없어서 마지막으로 남은 너를 습관적으로 그리워한다. 버릇이라 해도 별 수 없다. 차라리 땀방울에 범벅이 되어 죽고 싶어서 바람을 맞아도 너를 스쳐온 걸까봐 슬그머니 웃고 있다. 부드럽게 흩어지는 구름. 끝이 없이 펼쳐진 하늘을 보며 눕는다. 어떤 마음인지 정의하기 싫어 던져놓았는데. 생각하지 않으면 흘러갔어야지. 오늘의 바람처럼. 결코 다시 불어오지도 불어나가지도 않을. 이제는 네 이름이 입에서 떠나지 않았던 어제의 나를 질투하고 있다. 차라리 입가를 간지럽혔던 때가 좋았지. 네 이름만 외치는 매미 한 마리가 있어 해보지도 않은 곤충 채집을 준비했다. 쫓고 쫓다 땀방울에 깔려 잠을 청하고. 여전한 너의 울음, 너를 우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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