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2/12/29 00:21:14 ID : mJO9Burglva
슬픔 슬픔 슬픔을 쓴다 슬픔 슬픔 어딜 가든 슬픔 슬픔 이제 내가 슬픔을 택한 것인지 슬픔이 나를 택한 것인지 구분할 수조차 없다 미완성의 것들 완성되지 않은 형태라도 좋으니 그저 내뱉고 내보이고 싶다 미완결의 것들을 어쩌면 미완결이기에 더 아름다운 것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삶의 모양은 왜 이런 모양일까 불균형 불규칙 불완전 온통 아픈 모양들뿐이다 내가 치는 코드들은 이제 더이상 아름답지 않다 어느샌가 불협만이 아름답다고 느껴 어느새 내가 치고 있는 코드는 모두 불협뿐 모르겠어 지금 나는 어딜 가고 있는 걸까 무의식의 줄을 잡고 엉금엉금 기어가 내가 연주한 즉흥 피아노곡을 듣는다 옆방의 성악 소리도 녹음이 되었다 어쩐지 현대음악 소리 같다 짧은 문장 그래 난 이렇게도 메말라서 아프고 따갑고 거칠 지경인 것들을 오래 전부터 좋아했었던 것 같다 추분 오랜만에 다시 읽어야겠다

2 이름없음 2022/12/31 22:59:10 ID : V9jtinUY8p8
너와 헤어지고 돌아가는 길 쿵쾅거리는 심장과 차갑게 달아오르는 머리 겉옷에 알싸하게 벤 담배 냄새 왼쪽 엄지손가락에 빨갛게 남은 이빨 자국 너는 30분에 한번꼴로 담배를 피우곤 했고 네 입으로부터 피어나는 자욱한 담배연기를 보며 언젠간 그렇게 담배를 좋아하던 애가 있었다며 너를, 이 장면을 추억할 거라는 걸 나는 직감했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래도 우리 사이는 적어도 영원과 가까웠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조금은 일그러진 모양이지만 그런 모양은 오히려 삶과 더 닮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너와 함께 그렇게 일그러지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 하반기를 가장 크게 채운 건 너야 고마웠어 2022년도

3 이름없음 2023/01/01 15:26:00 ID : mJO9Burglva
누군가의 밑바닥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런 것들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 싶다 다들 지구인을 연기하지만 알고보면 다들 화성인인 게 아닐까

4 이름없음 2023/01/01 15:27:16 ID : mJO9Burglva
내가 내가 아니고 싶어서 찾은 장소에서도 여전히 나라는 존재는 지우지 못하고. 그러나 아이러니한 것은 존재의 증명을 위해 글을 쓰고 있다는 것. 이 모든 고뇌의 끝에는 죽음만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서도

5 이름없음 2023/01/04 01:04:58 ID : gktvwq6lCkq
행위 하나를 존재의 정의로까지 연결시키는 일을 그만둘 것 나 자신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말 것 내리더라도 한 가지 방향으로만 국한하지 말 것

6 이름없음 2023/01/04 01:08:53 ID : wq2Lhs8o45d
사랑은 안정감을 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사랑하기 좋은 인간은 아니다 늘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며 언제든 당신을 떠날 수 있을 거라고 암묵적인 선긋기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게 상처받기 싫은 마음이라는 걸 알아주었으면 한다

7 이름없음 2023/01/04 01:15:45 ID : nDwK5862E3y
왜 당신들은 자기가 내린 정의가 모든 것에 통용된다고 생각할까 왜 당신들이 내린 정의에 의해 비정상으로 분류된 사람들이 받을 상처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하는 걸까 왜 당신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사실 아무 볼품없는 존재일수도 있다는 것을 왜 인정하지 못하는 걸까 지긋지긋하다 정말

8 이름없음 2023/01/05 21:37:24 ID : TXthfe1BbBf
- 나는 나의 1퍼센트도 드러낸 적이 없어 6년치기 친구가 전화로 했던 말 과연 드러낸다는 것은 뭘까? 상대가 드러내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야하는 걸까? 그저 없다고 생각하고 넘어가면 그만일까? 아니면 파헤치려고 해도 되는 걸까? 생각좀 그만하고 싶다

9 이름없음 2023/01/05 21:39:13 ID : TXthfe1BbBf
무지의 특권. 가장 행복한 사람은 가장 무지한 사람

10 이름없음 2023/01/05 23:24:05 ID : 7AqmK6koHvb
머무르고 싶다가도 떠나고 싶다 스며들고 싶다가도 휘발되고 싶다 존재하고 싶다가도 사라지고 싶다

11 이름없음 2023/01/05 23:26:23 ID : 7AqmK6koHvb
너는 영원한 균열로 남아주길 그렇게 내 세상의 균열을 균열로서 맞물려 잠재워주길

12 이름없음 2023/01/05 23:34:00 ID : tcnwoGnyE4F
나는 왜 그런 것만 쓰게 될까 나도 행복할 수 있는데 가끔 행복할 때도 있는데 늘 포착하게 되는 건 늘 그런 순간들이다 슬픔 우울 불안 그런 순간들 이 정도면 부정중독자가 맞다

13 이름없음 2023/01/10 12:15:39 ID : mJO9Burglva
네가 한 말 그건 가시처럼 느껴졌고 그래서 아팠다 그래서 말했다 나 아파 그걸 들은 당신은 말했다 그걸 아파하는 네가 문제 아니야? 난 가시를 만든 적 없어 네가 그렇게 말하면 아프다고 말하기까지 몇달이 걸린 네 마음은 뭐가 되니 그 마음의 상처는 상처도 아닌 게 되는 거니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내가 늘 움츠려들고 숨고 불안감을 머금고 사는 건 다 수많은 ‘너’가 내게 안정적인 품이 되어주지 못하기 때문이야 내가 온전한 나이지 못하고 진실된 나를 말하지 못하고 내가 잘못한 게 아닌데도 네 눈치를 봐야해 그렇게 나는 항상 외로웠다 ‘너‘가 창밖의 태풍에 대해 걱정할 때 나는 내 마음의 가뭄에 대해 걱정했고 ’너‘가 오늘 저녁 메뉴에 대해 고민할 때 나는 십 년 뒤 어떻게 온전한 혼자가 될지에 대해 고민했고 ’너‘가 세상에서 가장 윤택한 미소를 지을 때 나는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무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랬다

14 이름없음 2023/01/10 12:19:41 ID : mJO9Burglva
때론 삶이 안맞는 사람도 있는거야 삶의 모양을, 태도를, 방향을 바꿔보려고 해도 여전히 그대로 삶이 버거운 사람도 있는거야 이 숨은 내게 너무 과분하다 차라리 숨 쉬는 법을 몰랐다면 좋을텐데

15 이름없음 2023/01/10 12:20:56 ID : mJO9Burglva
뇌를 뜯어내고 싶다

16 이름없음 2023/02/01 04:48:22 ID : mJO9Burglva
너 때문에 외롭지 않아 근데 동시에 너 때문에 더 외로워져

17 이름없음 2023/02/01 04:49:57 ID : mJO9Burglva
그래 내가 여기까지 하자고 했지 선 넘는 거 싫어서 그랬어 우린 이 정도가 딱 편하잖아 소모할 것도 소비할 것도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나는 차라리 관계의 시작이 잃어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하곤 해 아니 기대하곤 해

18 이름없음 2023/02/01 04:50:47 ID : mJO9Burglva
이렇게 무언가를 간절히 갈망하는 상태 자체가 온전히 채워진 상태일지도 모른다

19 이름없음 2023/02/01 04:56:17 ID : mJO9Burglva
완벽한 형태의 관계가 몇이나 존재할까 사실 모든 관계에는 금이 하나씩 가있는 게 아닐까 관계는 꼭 하나의 이름으로 정의내려져야만 할까 그 이름이 꼭 일반이라는 범주 안에 들어야만 하는 걸까 내가 새로운 관계의 이름을 만들어도 되는 걸까 그냥 설명이 꼭 필요할까 세상엔 존재해선 안될 것들이 빼곡히 만연해있고 존재해야할 것들은 보이지 않아

20 이름없음 2023/02/01 04:57:06 ID : mJO9Burglva
그래도 다시 네게로 돌아갈래

21 이름없음 2023/02/01 05:03:50 ID : mJO9Burglva
존재하는 모든 이름들을 지우고 싶다

22 이름없음 2023/02/28 17:36:35 ID : 5cNxVhth878
오랜만에 서점에 갔다 익숙한 불빛 익숙한 냄새 익숙한 서적들 익숙한 사람들 금새 떠나려다 아쉬워서 카페에서 음료를 시킨 뒤 자리에 앉아 시집을 읽었다 제목이 마음에 드는 것들만 대여섯개 골라 후루룩 대충 훑었다 그 중 마음에 드는 것은 단 한 권 임지은의 무구함과 소보로 제목이 사색적이고도 정적이고도 감상적이어서 마음에 들었다 시는 제목만큼이나 담백하고도 짙었다 내가 딱 좋아하는 류의 그것이었다 슬픔은 빈티지라고도 했고 일요일은 가능한 헐렁해지는 것이라고도 했고 스물여덟은 보통과 고통에 가깝다고도 했다 피망, 미안해, 행복해지고 싶어 단지 언어가 달라졌을 뿐이라고도. 무언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익숙한 감각의 그것 예전에 우울이었던 그것은 이제 도롱이가 되었다 어감이 귀여워서 부를 때 적어도 슬퍼지진 않기 때문이다 서점을 나오니 추웠다 버스는 텅 비어있었다 당신을 생각했다 화를 자주 내는 당신 검은색을 담는 당신 독인지 약인지 모르겠는 당신 그에게 그제 내비쳤던 매정함에 가슴이 미어졌다 법칙이나 선 따위가 없어도 아무 문제 없이 흘러가는 것들을 생각했다 서로 아프지 않고도 화목하게 흘러가는 것들 말이야 그런데 가까워지지 않으면 영혼을 나눌 수도 없겠지 그렇기에 우리에게 아픔이란 견뎌야만 하는 존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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