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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3/05/05 01:57:51 ID : PjAnWjcq5fd
아아직 고등학생이라 완벽하지는 않다는 점~! 무엇보다 초고는 항상 엉망이니까! 무엇보다 장편 소설 쓰는 게 처음이라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글의 재미나 방향성이나 기대치나 이해도를 보고 싶어서... 🥺 조금이라도 괜찮아! 세계관이 이해되는지, 재미있는지, 다음 편을 보고 싶은 의향이 있는지, 주인공은 매력적인지만 확인해 줄 사람! 참고로 현대판타지입니다~!
이름없음 2023/05/05 07:18:13 ID : Mi6ZhglzU46
가능해요~
이름없음 2023/05/05 12:13:22 ID : PjAnWjcq5fd
인세에 업화가 타올랐다. “아, 아아아아악!” “불! 불이야! 불이야!” 맹렬하게 치솟은 화염이 건물을 삼켰다. 죽음을 직면한 사람들이 앞다투어 고함을 질렀다. 열기가 전신을 핥는 감각에 동공으로 빼곡한 공포가 들어찼다. 난생 처음 거대한 불길을 맞닥뜨린 실내의 인파가 절박하게 출구로 달려들었다. “열어요! 열어! 앞은 뭐 하는 거야!” “빨리 좀 열어요!” “열어!” 출구의 앞, 문을 붙잡고 힘을 쓰던 남자의 얼굴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젖 먹던 힘까지 짜내도 닫힌 문은 굳건했다. 거칠게 욕을 내뱉은 남자가 전력으로 달려들었다. 육중한 문이 충격에 강하게 흔들렸다. 생을 건 필사의 몸짓이었다. 그러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삽시간에 남자의 눈에 절망이 차올랐다. “빨리 열라고! 씨발, 빨리!” “아, 안 열려…….” “뭐?” “안 열린다고, 좆같이!” 허망하게 선 남자를 밀친 사람이 거칠게 문을 흔들었다. 몰려든 인파의 무게도 무용지물이었다. “잠겼나 봐…….” 나직한 입속말이 들끓던 대중 사이를 가로질렀다. 응답하듯 화마가 치솟았다. “신고가 안 돼요!” 누군가 절규했다. “권외 지역이래요! 혹시 되는 사람! 신고한 사람!” 그 순간, 남자는 모두의 눈에서 희망이 꺼지는 것을 목도했다. 남자조차도 쥐어짠 용기로 꺼내 든 화면에서 선명하게 적힌 통신 불가 문구를 읽었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번화가에 위치한 쇼핑몰, 수많은 인원이 드나드는 지역에서 통신 불가라니. 그러나 이미 벌어진 일은 납득의 영역을 초월했다. 남자의 뒤는 한참 전부터 아비규환이었다. 일 초라도 살기 위해 벌어지는 소란이 열기에 휩싸여 실내를 지옥으로 몰아넣는 순간이었다. 쩌저저저적! 괴이한 소리가 울렸다. 이변을 눈치챈 건 맨 뒤의 학생이었다. “은아야!” “엄마, 엄마, 엄마….” “은아야, 저기!” 학생이 다급하게 손짓했다. 채근에 친구가 멍한 시선을 옮겼다. “저, 저게…?” 콰아아앙! 말을 마치기도 전에 굉음이 터졌다. 반사적으로 모든 시선이 그곳을 향했다. 뒤이어 입이 벌어졌다. 평생 두드려도 흠집 하나 나지 않을 것 같던 벽면에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구멍 사이로 환한 빛살이 보였다. “아, 아아아… 아아….” “구, 구조다! 살았다!” “여보! 살았어!” 구름같이 몰린 사람들의 눈에 환희가 차올랐다. 지옥의 문턱에서 솟아오른 생존의 길에 뛰쳐나가려는 움직임이 우왕좌왕 들끓었다. 그러나 탈출은 시도에 그치고 말았다. 뚫린 벽과 그들 사이에 맹렬한 화염이 넘실거렸다. 사람 몇쯤은 우습게 삼킬 듯한 화염이. “히, 히익! 여기! 여기도!” 연이어 비명이 터졌다. 인파의 뒤로도 불길이 번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천라지망이었다. 설령 탈출한대도 무사할지 모를 판국이었다. 그 순간, 뚫린 벽의 가운데에 우뚝 서 있던 인영이 실내로 걸음을 옮겼다. “저, 저기…!” 태연한 태도에 사람들이 아연실색했다. 제정신이면 불길 속으로 다가올 수 없는 노릇이다. 죽고 싶은 건가? 그게 아니라면? 빛을 등지고 실내로 진입한 인영이 아지랑이에 흔들렸다. 크림색 교복을 걸친 소녀였다. “흠.” 앳된 모습이 왼손을 들어 올렸다. 이어 검지와 중지를 겹쳐 원을 만들었다. 눈동자처럼 변한 손이 왼쪽 눈에 안착했다. 일련의 기행이 시선을 잡아끌었다. “위험할 뻔했네….” 입속말 뒤로 소녀가 불타는 실내를 직시했다. 원의 중심에 자리한 왼쪽 눈이 찬란한 금빛으로 번뜩였다. 치이이이이익! 순식간에 인파와 출구 사이를 가로막던 화염이 증발했다. “뭐, 뭐…?” 벌어진 입만큼 크게 뜨인 눈이 남자의 심정을 대변했다. 소녀가 비스듬히 고개를 틀었다. 벽을 타고 천장에 기어오르던 불길이 증발했다. 2층 난간을 감싼 화마가, 건물을 태우며 맹렬하게 치솟던 화염이 한낮의 환상처럼 사라졌다. 이윽고 연기조차 걷혔다. 전신을 핥는 열기만이 그대로였다. 생의 마지막을 염두에 두던 두 학생은 그 모든 광경을 입을 벌린 채 목도했다. “설… 설마, 구원…?” “자!” 떨리는 음성을 대번에 쳐낸 것은 당찬 박수였다. 업화를 꺼트린 소녀가 박수 한 번으로 모든 사람을 지옥에서 끄집어냈다. “밖에 구급차를 불러 뒀습니다! 연기를 마셨을 테니까 몸에 이상이 없어 보여도 즉시 병원으로 가세요. 안전하게 귀가하시고요.” 말갛게 웃은 소녀가 미련 없이 인파를 지나쳐 계단으로 향했다. 그 뒷모습을 멍하니 보던 사람들이 하나 둘 정신을 차리고 쏟아지듯 건물을 빠져나갔다. ‘사람은?’ 단숨에 2층을 밟은 소녀가 급박하게 움직였다. 만에 하나 1층으로 나오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소녀의 시선이 주위를 세심하게 훑었다. 곳곳에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가 날름댔다. “탄내까지 없앨 수 있으면 좋겠는데.” 왼손의 검지와 중지를 겹쳐 원을 만들고 눈에 갖다 댔다. 원이 감싼 동공이 금빛으로 물들었다. 치이이이이익! 시선이 닿은 곳의 불씨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사소한 흔적마저 제거한 소녀가 고개를 꺾으며 한숨처럼 웃었다. “안타까우니까 리모델링 정도는 해 줘야 수지가 맞겠지?” 눈동자가 빛을 발했다. 까맣게 그을린 가판대와 벽에 금색 시선이 미쳤다. * * * 개업 당시처럼 하얗게 광을 내는 벽이 빛을 반사했다. 내부가 신축 건물처럼 깨끗하게 반짝였다. 흠을 찾기가 힘들 정도인 건물에서 만족한 듯한 얼굴의 소녀가 걸어 나왔다. 안에서 흘낏 살폈을 때 밖에는 스무 명 남짓한 구경꾼이 모여 있었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서른둘, 서른셋. 이거 어째, 예상보다….” 인원을 헤아리던 소녀의 얼굴이 점차 당황으로 물들었다. 어느새 사람들이 건물 밖을 구름처럼 빼곡하게 둘러싸고 있었다. “… 대형 사고 친 것 같은데?” “나왔다!” 순식간에 좌중의 이목이 모여들었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스쳤다. “와, 이거 어떡하지? 진짜 어떡하지? 시간을 너무 끌었나?” “저, 저기요.” 교복 언저리를 두드리는 감각에 소녀가 고개를 돌렸다. 아까 화마에서 구해 냈던 두 학생이었다. “어?! 병원은요?” “물어볼 게 있어서….” “그래도 그렇지! 바로 병원으로 가라고 했잖아요! 위험하다니까!” “그, 네, 죄송….” 안 그래도 생사를 넘나들어 핼쑥한 몰골이다. 짧게 한숨을 내쉰 소녀가 무해하게 웃었다. “미안합니다. 걱정 때문에 언성을 높였어요.” “아니요… 저희도 잘못한 거 알아서요. 죄송해요, 진짜. 이것만 끝나면 바로 갈게요.” 끝나다니? “아닙니다. 질문이라는 게 뭔데요?” 사과하던 학생의 눈에 반짝 이채가 솟았다. “혹시, 구원자예요?” 그 순간, 소녀는 알 수 있었다. 눈앞에 구름처럼 몰린 군중과 질문을 건넨 학생들이 원하는 답을. “아하….” 그리고, 이 광경을 어딘가에서 주시할 존재의 간원을. 소녀가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입꼬리가 관성처럼 올라갔다. 숙원이라면 응당 이루어 줘야지. 그게 세상에서 오직 나밖에 들을 수 없는 부름이라면. “네, 구원자예요.” 한 호흡 삼킨 소녀가 말을 이었다. “연랑입니다.” 구원자. 그 울림이 선사하는 바는 대단했다. 인정하는 순간 경외라는 단어로 담아내지 못할 감정들이 아찔하게 쏟아졌다.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초월자, 진화의 근거, 신이 축복한 생명. 천사라 부르기에 오점이 없으며 나아가 신에 비견되는 유일무이한 존재. 그러나 몇 행인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떠올랐다. “그런 이름의… 구원자가 있었나?” 무심코 끄집어진 사소한 의문이 적지 않은 사람들의 귀로 스며들었다. “처음 듣는데, 나도.” 구원자는 이토록 생명이 빼곡한 세상에서 드물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한 존재다. 거시적으로 보자면 초능력자라고 설명할 수 있는 구원자의 수는 전 세계에 스물 언저리. 까닭에 거개가 구원자의 이름을 상식처럼 알았다. “검색해 봐. 안 나올 리가….” 그들이 이 땅에서 첫 숨을 내쉬자마자 구원자로 등재된다는 사실 또한. “정말 구원자가 맞나요? 아무리 찾아도 연랑이라는 구원자는 없는데요?” 묻는 음성이 높았다. 순식간에 대중들 사이에서 작은 소란이 일었다. “왜 그렇게 따지고 드세요? 저분이 정말 구원자면 어쩌시게요?” “맞으면 맞는 거죠. 제가 뭘 어째야 하나요?” “정말 아무도 이름을 들어 본 사람이 없다고?” “거짓말인가? 아니, 방금 저기 불 끈 거 쟤 아니야?” 소란 속에서도 연랑은 태연했다. 주변을 물끄러미 관찰할 뿐이었다. 이렇게 되니 조급해진 건 말문을 튼 두 학생 쪽이었다. “괜찮으세요? 진짜잖아요?” “뭐라도 말하셔야죠!” “응? 뭘요?” 유유한 반응에 남색 가디건을 걸친 학생, 은아가 울상으로 외쳤다. “아까 저희 구해 주셨잖아요! 권능으로! 저 사람들이 아니라고 오해하게 두면 안 돼요!” 연랑의 눈이 반짝였다. 이 귀여운 아이의 말에서 답을 찾을 줄이야. “맞다, 권능이 있었지?” 실은 여러 생각이 머리를 복잡하게 얽고 있었다. 무엇으로 나를 소개하면 좋을지. 늦은 만큼 마주할 게 분명할 불신과 의심을 무엇으로 뒤엎으면 좋을지. “감사합니다.” 외면하지 않은 부름이 나를 구했다. 연랑은 검지와 중지를 겹쳐 원을 만들었다. “거 봐, 그냥 관종일 거라고 내가 그랬지? 애초에 자기가 불 질렀을지도 모르, 어, 어어, 으아악! 히이이이익!” 기고만장한 얼굴로 침을 튀기던 남자의 몸이 삽시간에 공중으로 솟구쳤다. 남자의 주위로 금빛이 아지랑이처럼 맴돌았다. “구원자를 범죄자로 만들면 어떡합니까.” 연랑의 왼쪽 눈에서 금빛이 눈부시게 일렁였다. “그렇죠?” 소란이 뚝 끊겼다. 남자에게 향했던 이목이 확신과 불안을 담고 눈앞의 기이한 구원자에게로 돌아왔다. “모르시는 것도 당연합니다. 검색해도 제 이름은 나오지 않을 겁니다.” 누구나가 알고 있는 상식 중 하나, 구원자는 선천적이라는 사실. “저는 지금까지 일반인으로 살아 왔습니다.” 그러니 이 문장은 추후에도 길이 남아 나를 상징할 것이다. * *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차창 너머로 빠르게 스쳐 가는 도로를 바라보던 연랑이 대꾸했다. “응? 뭘요?” 단정한 정장 차림의 여자는 대답 대신 스크린을 차 내부에 띄웠다. “이렇듯 갑작스럽게 나타난 구원자의 존재로 세간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정확한 능력 또한 아직 측정 중이라는 대답만이 들려옵니다. 신예 구원자의 등장에는 더욱 충격적인 점이 있는데요. 바로 현존하는 모든 구원자와는 전혀 다른, 후천적 구원자 설입니다.” “아하, 이거!” 앵커의 목소리가 적확하게 논점을 짚었다. 고개를 모로 기울인 연랑이 천진하게 말을 이었다. “제가 말을 그렇게 헷갈리게 했어요? 아닐 텐데?” “일주일 전, 연랑 님의 모호한 언행으로 인해 각국에서 소요 사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후천적 구원자임을 주장하는 폭도들입니다.” 스크린은 사이비의 교주처럼 이상한 옷을 걸치고 고성을 내지르는 한 무더기의 사람들을 비췄다. “그거야 각국에서 해결할 일이지요?” “신원이 확인된 지금이라도 정정하셔야 합니다.” “어차피 언젠가는 잦아들 소란이에요.” “잦아들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겁니다.” “그걸 위해 움직이는 게 구원자의 시간이던가?” 뒷좌석에 정적이 맴돌았다. 연랑이 의뭉스럽게 웃었다. “꼭 그렇게 보지 않아도 해결할 생각이었는데요.” 정장 차림의 여자, 지원은 눈앞의 소녀가 구원자라는 데에 이견이 없었다. 권능과 그 밖의 모든 검사를 거친 것을 자신의 눈으로 철저하게 확인했기 때문이다. 기실 이 아이가 품은 권능은 제약 없이 강대해 지금껏 분야를 나눠 활동했던 모든 구원자들이 무용지물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구원자의 정의를 생각하면 없던 불신도 샘솟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선천적으로 구원자라는 권능을 부여받은 초능력자가 존재하는 세상. 이들이 구원자라고 명명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주어진 능력을 간수 삼아 자신의 기준대로 타인을 구원하므로. 구원자는 단순한 초능력자가 아닌, 생득적인 박애주의로 구원의 자질을 타고난다. 신처럼 창생을 사랑하고 그들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을 태곳적부터 하는 것이다. 단순한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아가페적 사고 방식. 이것이 구원자를 구원자라고 부르는 이유인 바. “언니, 제가 구원자라는 사실에 엄청 할 말이 많은 얼굴이에요.” “아닙니다.” 눈앞의 아이가 그러한 사랑을 품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어디 말대로 후천적이라 그런가 봐요. 천부적이질 않아서, 영.” “의미 없는 농담입니다. 관두십시오.” “그러려고요. 누가 또 진짜인지 오해할까 싶기도 하고?” 초지일관하게 웃은 연랑이 다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목적지가 코앞이었다. 지원은 넘겨받은 연랑의 신상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열여덟 살, 가온고등학교 재학 중. 양친이 외국에 있어 독립적으로 생활하며 특이 사항 없음. 과거의 행적이 모호하게 공기처럼 살아오다 어느 날 혜성처럼 화재 현장으로 뛰어들어 사람들을 구해 냄. 이를 통해 구원자로서의 신분이 밝혀짐. 권능은 선천적이나 밝히길 원치 않아 지금껏 일반인으로서 살아왔음. 등장과 동시에 파란을 일으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연랑을 긴급 호송한 특수관리과가 지난 일주일간 조사한 내용이었다. “도착했습니다.” 운전자가 보고했다. “내릴까요?” “기다려 주십시오.” 정문을 통과한 차는 어느 거대한 건물 앞에 부드럽게 멈췄다. 담회색 벽돌로 깔끔하고 고풍스럽게 높인 외벽에는 담쟁이가 소담하게 엉켜 있었다. 원형 기둥들이 웅장하게 떠받친 입구는 신전이나 궁전처럼 격식을 갖췄다. 문득 정문을 지날 때 터졌던 수많은 플래시가 떠올랐다. 연랑은 백미러로 흘낏 뒤를 살폈다. “와, 일생에 한 번 받기도 어려울 관심이네….” 닫힌 정문의 쇠창살 앞으로 기자들이 넘쳐 났다. 저 육중한 문이 불쌍해 보일 지경이었다. “차에서 내리시면 기자들이 수많은 질문을 던질 겁니다. 지금은 전 세계 사람들의 이목이 새로운 구원자에게 쏠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니 언행에 각별한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이 이상의 소란은 일이 커질 뿐입니다.” “네에, 참고하겠습니다.” 교복 넥타이를 매만진 연랑이 관성처럼 입꼬리를 올렸다. “그럼.” 지원과 운전자가 먼저 문을 열고 나섰다. 빙 둘러 연랑의 자리로 다가온 지원이 정중한 태도로 문을 열었다. “조심히 나와 주십시오.” 연랑은 대답 대신 가볍게 땅에 발을 디뎠다. 동시에 터트리는 플래시 소리가 귀가 먹먹할 정도로 쏟아졌다. “어떠한 권능을 지니고 계십니까!” “어떤 역할의 구원자가 되실 계획인가요?” “후천적인 구원자라는 사실이 정말입니까? 그렇다면 언제부터 권능이 발현되셨습니까?” 아이고. 앓는 소리를 낸 연랑이 지원의 안내에 따라 잠자코 걸음을 옮겼다.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건물은 탄성이 나올 만큼 예뻤다. “국빈이라도 된 것 같네… 아, 이제 될 예정인가?” “어떤 존재를 구할 겁니까?” 그 순간, 한 질문이 낭랑하게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연랑은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 연랑 님?” 지원이 드물게 당황했다. 동공에 비친 연랑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으므로. 제 나잇대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악동스럽기도, 성숙하기도 한 낯이…. 소녀는 빙글 돌았다. 의연한 모습이 기자들을 향했다. “세상을 구할 겁니다.” 작지만 단단한 음성이 바람을 타고 퍼졌다. 연랑은 활짝 웃었다. 장난스럽고 당연하게. 다시금 고개를 돌린 신예 구원자는 건물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질문을 던진 기자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답을 바란 질문이 아니었다. 답을 들을 거라는 기대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기자로서도 우습지만 그랬는데. 기껏 고등학생밖에 되지 않은 구원자의 대답에 되려 아연해졌다. 오히려 학생이기에 보일 수 있는 대담함인가. 아직 어리고 순수하기에 주저 않고 꺼낼 수 있는 단어일까. 확실한 것은, 그 대답이 누군가의 마음을 분명하게 울렸다는 사실이다. 기자는 수첩을 꺼내 메모를 고쳤다. 신예 구원자라는 단어에 줄 두 개를 그었다. 저만한 배짱에는 기대를 걸어 줘야 수지가 맞는다. 줄이 그어진 신예 위에, 샛별이라는 두 글자가 새겨졌다.
이름없음 2023/05/05 12:24:37 ID : Mlvba64ZimN
와 후루룩 읽었어!! 잘쓴다
이름없음 2023/05/05 12:47:24 ID : PjAnWjcq5fd
와~!!!!!!! 진짜?!?!? 설정이 작위적이라거나 인물 문제는 없고?! 만약에 다음 편 나오면 읽고 싶을 것 같아?!
이름없음 2023/05/05 13:29:08 ID : Mi6ZhglzU46
다 읽어봤고, 나도 대단한 작가나 편집자가 아니라서 보이는 것만 적어볼게. 1. 3인칭 -주인공의 매력을 평가해달란 언급이 있어서 우선 이것부터! 일반적으로 프롤로그라는 한정된 공간 내에서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은 다 보여준 거 같아. 비밀스러운 면, 여타 구원자들과는 다른 면들이 궁금해졌고, 다만 딱 하나. 단점은 아니고 문체 차이가 눈에 보였는데 글 자체가 3인칭으로 쓰여져서 비밀스러운 면과 함께 인간적인 거리가 좀 느껴져. 분량이 쌓이면서 나아지는 부분이지만 이 시점에선 아직 처음보는 사람을 향한 호기심 정도라는 거야. 이 거리를 적절히 사용할 지, 좀 더 좁힐지는 앞으로의 판단이겠지. 2. 주인공의 존재감 -뭐라고 해야되지, 글에서 그런 게 느껴져. 주인공이 상당히 주목받는다는 느낌. 화재현장에서나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을 때, 정장 차림의 여자가 연랑의 표정을 볼 때. 분명 주목받을만한 최소한의 트리거가 없는건 아닌데, 이것만으로는 좀 어색한 감이 있다고 느꼈어. 난 그걸 인위적인 주목이라고 느꼈는데, 보통 그런 인위적인 주목이 도움이 되는 경우는 장면에 독자들을 집중시켜야 할 때, 특히 연애묘사에 이런 게 직빵이거든? 연애 묘사는 일단 1대1의 상호작용, 서로를 잘 알고있는 깊은 사이라는 전제가 충족되니까. 반면에 이런 1대 다의 상호작용, 얕은 사이에선 좀 위화감을 줄 여지가 있다고 생각해. 읽으면서 불편하다거나 그런 수준은 아니었고, 되집어보니 그렇다는 정도. 일단 특징 중 하나인 거 같아서 골라봤어 3. 일반적인 현대판타지와의 차이점 -일반적인 현대판타지, 예를 들어 헌터물과는 다르게 구원자는 인구수가 극심하게 적은 거 같아. 하나의 계층을 이룰 정도의 헌터와 전세계(혹은 전국)에 스무명 밖에 없는 구원자. 분야를 나눠서 활동한다는 언급을 보면 파워밸런스도 주인공 이전엔 구세대의 인류가 압도적이었을 것 같고. 이런 점에서 헌터물에서 흔히 표현되는 헌터의 귀족화로 인한 사회 불안같은 소재와는 다른 전개가 이어질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어. +이게 끝이야~ 평가는 최대한 어색한 부분을 보려고 하는 주의라 대개 비평위주로 하는데, 비평 할 만한 부분이 딱히 없어. 가장 비평에 가까웠던 2번도 처음엔 사실 소설의 색이라고 느꼈고, 2번 포함해서 딱히 필수적으로 고칠만한 부분은 없는 거 같아. 다음편도 읽고 싶어 :) +세상을 구할거라고 했는데, 개인적으로 무엇에 대항하여 세계를 구하려는지, 그 목표가 비밀을 깬 이유와 관련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이름없음 2023/05/05 23:21:24 ID : PjAnWjcq5fd
이제 귀가하는 참이라 연통이 늦었어! 써 준 내용을 오는 내내 열 번은 더 곱씹은 것 같아. ㅠ_ㅠ 우선 정말 세심하고 자세하게 읽어 줬다는 걸 느꼈어. 타인, 게다가 아마추어의 글이라면 한 번 읽기도 어려울 텐데.... 정말 고마워. 꼭 난생 처음 만나 본 나만의 편집자 같아서 더 감동이네. 짚어 준 2번 같은 경우는 나도 쓰면서 느꼈던 거야~! 그래서 연랑의 등장 배경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 구원자는 앞서 소개했듯 전 세계에 스무 명 언저리인 귀한 인력이고, 그렇기에 개개인의 권능이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대대적으로 알려진 위치거든. 하지만 이걸 전부 담기에는 프롤로그가 턱없이 부족하지. 그렇기에 번화가에 있는 적당한 쇼핑몰보다는 랜드마크로 다듬어 보기로 결정! 자세한 예시와 느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 줘서 정말 도움이 많이 됐어. 3번에서 말해 준 파워 밸런스! 이 문장을 보고 정말 예리하게 평가해 줬다는 걸 느꼈어. 선대 구원자들은 말 그대로 전란 속에서 세계를 구했기에 구원자보다는 구세주라고 불렸거든. 작금의 구원자들은 선대에 비견해 약화된 권능의 문제로 세상을 구할 수는 없어. 그러나 연랑은 선대 구원자와 관련이 있는 인물이고, 그렇기에 과거에 관한 힌트로 '세상을 구할 거다'라는 언급을 한 거지. 현재는 거의 소거되어 버린 구원자의 의의를 되살리는 언급이자 현 세대 구원자들에게 던지는 도발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프롤로그에는 나오지 않은 부분이라 뜬금없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연랑의 궁극적인 목표는 세상을 구하는 게 아니야. 실은 일반인으로 살아오는 동안, 자신이 향하는 모든 곳에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랐거든. 마치 구해 주길 바란다는 듯이. 그걸 외면하다가 마침내 직시한 게 등장의 배경이 되는 사건! 구원자를 필요로 하는 신호는 '부름'인데, 연랑은 자신을 따라다니던 일련의 사건들이 누군가의 부름이라고 생각한 거지. 즉 자신을 부른 화자를 찾고 그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비밀을 밝힌 겁니다아. 최대한 빨리 찾기 위해 단시간에 이목을 집중시키려고 어그로 아닌 어그로도 끌었던 거고요. 누가 내 글을 읽어 준 건 처음이라 이래저래 들떠서 너무 많이 떠들어 버렸지. 그런데 정말 신이 나서 어쩔 줄 모르겠네.... 이렇게 자세하게 봐 준 사람도, 평가해 준 사람도 레스주가 처음이야. 원체 끈기가 없는 타입이라 이걸 올리면서도 이어 쓸 수 있을지 싶었는데, 레스주를 만나고 써야만 한다는 희망이 생겼어. 정말 네 덕분이야. 다시 한 번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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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