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사실 나는 스레딕이라는 커뮤니티를 접한지 얼마 안됐고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특히 '꿈'이라는 카테고리에서 정말 많이 기괴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보면서, 내가 약 일 년 전부터 최근까지 경험했던 조금은 믿기 힘든 이야기들을 해보려 해. 한창 괴롭힘 당하고 있을 당시에는 너무 무서워서 감히 이 이야기들을 푼다는 엄두조차 안났지만, 아직도 잊을만하면 생각나는 잊지 못하는 기억들을 함께 공유하고 싶어. 스레를 등록하는게 처음이라서 이렇게 하는게 맞는지 모르겠다!!
마음대로 들어와놓고, 이제와서 나가겠다고?
먼저,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내 주변 사람들, 그리고 주변 환경들을 소개해야 할 것 같아! 먼저 나는 지금 인문계 고등학교 2학년 남자고, 나에게는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17세에 시간이 멈춰있는 누나가 있어. 누나가 세상을 떠나던 해에 내가 태어났으니까, 누나와 함께했다면 지금쯤 35세의 든든한 누나였겠다. 나는 늦둥이고, 사실 부모님께서 나한테 세상을 떠난 누나가 나쁜 영향으로 자리 잡을까봐 나한테 누나가 있었던 것을 숨기셨고, 내가 중학교 들어가면서 알게되었어. 사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지만, 정말 단 한 번도 만남이 없었던 사이인지라 누나한테는 미안하지만 슬프거나 괴로운 감정은 들지 않았어. 그리고 난 이 일을 겪기 전까지는 얼굴도 몰랐어. 보여준 사람이 없었거든.
아 맞다! 그리구 참고로 난 중학교 때까지 귀신도, 꿈도 모두 믿지 않았어. 인간이 만들어낸 허구라고 생각했고, 영혼같은거는 없는 거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부모님께서 맞벌이를 하셔서 집에 늦게 들어와도 아무도 없고, 혼자 잠들어야 했어. 아빠는 술을 파는 일본식 횟집을 하셨고, 엄마는 낮에는 학교에서 행정 근무를 하시고 저녁에는 아빠의 일을 도와주러 가셨어서, 거의 자취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어! 물론 무섭다고 느끼지 않았어, 그 전에는.
>>4 음, 아직은 말을 못 해주겠어!! ㅎㅎ 끝까지 들어준다면 알게 될거야!
난 내가 경험한 일이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 기억하고 있어. 그 날은 2017년 3월 2일, 바로 내가 고등학교에 처음 입학하던 날이었어. 낯선 환경에서 친구를 사귀는 것은 정말 힘들었지만, 정말 운이 좋게도 난 첫 날에 마음이 맞는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어! 그래서 그 날, 입학식이라서 빨리 끝난 학교 덕분에 다같이 피시방도 가고, 코인노래방도 다녀왔어.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려하니 시간이 훌쩍 지나서 밤이 되었지. 나는 아파트에 사는데, 우리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친구들 중에 나밖에 없어서, 난 혼자 집으로 오는 길이었어. 근데 유난히 가방이 너무너무 무거운거야. 오늘 수업도 안 하는 날이어서 도대체 가방에는 든게 없는데. 그냥 몸이 좀 지쳤구나, 싶었어. 너무 과격하게 놀았는지, 집에 오는 길에 유난히 급격하게 피곤해진 느낌이었어.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고, 당연히 이 때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 그냥 평소처럼 새로 사귄 친구들하고 채팅하다가 잠들었지. 그리고 이 때부터가 시작이었어.
난 평소에도 꿈을 자주 꾸지 않았어. 잠을 깊게 자는 편이거든, 꿈은 잠에 얕게 들었을 때 꾸는 거라고 들었는데 정확한 정보인지는 모르겠다. 암튼 나는 평소에 꿈을 자주 꾸지 않았고 특히 가위를 눌리거나 악몽에 시달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 그냥 다른 사람에 비해 기가 세구나, 싶었어. 행여나 꿈을 꾸게 된다고 해도, 그 꿈은 정말 개꿈이거나 의미가 없는 꿈이라서 금방 잊혀지곤 했어. 그래서 지금도 그런 의미없는 꿈들은 기억조차 나지 않아. 근데 그 날 정말 오랜만에 꿈을 꾸게 되었어. 꿈의 시작은 얕은 물에 내가 갇혀있었어. 너무 괴로운 느낌이 들었는데 깊은 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나는 그 물을 빠져나올 수가 없었어. 그렇게 물에서 버둥대는데 뒤에서 무언가가 나를 위로 올려 밀어주었고, 나는 물 속에 갇힌 고통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어. 그리고 그 때 내가 허우적대고 있었던 곳은 우리 집 화장실 욕조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조금의 소름이 돋았던 것 같아. 섬뜩했다고 해야하나. 꿈 속에서 말이야.
그리고 핸드폰의 시계를 봤더니, 2017년 3월 2일의 오전이었지. 정확한 시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학교 갈 준비를 해야하는 시간이었던 것은 기억 나. 그리고 그 때 난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어. 아, 이건 꿈이구나. 근데 난 꿈을 꿔본적도 별로 없고, 어떤 꿈에 대한 배경지식 혹은 관심 또한 없었기에, 꿈에서 깨고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고 그냥 아, 그렇구나, 이런 아무렇지 않은 기분이었어. 그리고 첫 날 꾸게된 그 꿈은 나의 의지로 움직일 수 없었어. 그냥 1인칭 시점이지만, 마지 3인칭 시점처럼 느껴졌어. 꼭 VR을 체험하는 것처럼 말이야.
그 날과 거의 모든 것이 일치하는 듯 싶었어. 내가 새로운 친구들에게 용기내서 다가가던 모습도, 그리고 학교가 빨리 끝나서 같이 노는 모습도. 하지만 조금 빠르게, 꼭 주마등처럼 뇌리속에 스치는 것만 같았어. 그냥 나는 영화를 보듯이 아무 의지없이 시청하고 있었어. 하지만 친구들과 헤어진 딱 그 시점부터 내 몸이 느껴졌어. 내가 움직이는 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됐다는 뜻이야. 하지만 그 때의 난 굉장히 귀찮게 느껴졌던 것 같아. 깊게 자고 싶은데, 숙면을 방해를 받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깨는 방법도 몰랐고, 그냥 난 집으로 걸어갔어. 그리고 아까와 똑같이 가방이 너무너무 무거웠어. 근데 아까랑은 다르게 어깨가 너무 아프고, 다리가 굳어가는 느낌이었어. 그리고 갑자기 가방이 너무 열고 싶었어. 내 가방에 든게 없는데 어떻게 이렇게 무거울까,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 그리고 가방 안에 미친듯이 궁금해졌어, 꿈 속에서. 그리고 가던 길을 멈추고 가방을 열었고, 가방 안에는 찢어놓은 노트 한 장에 누군가 낙서를 해 놓은 듯한 종이가 한 장 들어있었어.
그 종이에는 달과 별이 그려져 있었어. 근데 꼭 애기들 동화책에 나오는 그림체처럼 선이 여러겹 겹쳐서 그린듯한 그림이었고, 특이했던 것은 달과 별의 색이 모두 검정색이었어. 스케치를 하던 연필로 대충 칠한 것이 아니었어. 누군가 일부로 의도한 것 처럼 진한 검정색이었지. 이 그림을 보자마자 이상한 공포가 날 엄습해왔고, 얼른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 다시 가방 문을 잠구고 걸었을 때, 가방은 무겁지 않았어. 그래, 나중에 느낀 것이지만, 아무래도 가방이 무거웠던 이유는 그 꿈의 주인이 내가 그 종이를 보게끔 하기 위함이었을거야.
그리고 정말 빠른 걸음으로 난 우리 아파트 건물 앞에 도착했어. 원래 우리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버튼은 위로 올라가는 버튼, 그리고 아래로 내려가는 버튼 두 개이지만, 꿈에서 내가 본 버튼은 세 개였어. 위로 올라가는 버튼, 아래로 내려가는 버튼, 그리고 그 사이에 검정색 달 버튼. 그 버튼의 달을 보는 순간, 난 소름끼칠 정도로 무서웠어. 이게 꿈인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그리고 20층인 우리 집으로 올라가기 위해서 떨리는 손으로 위로 올라가는 버튼을 눌렀을 때. 버튼을 눌렀을 때 버튼에 들어오는 빨간색 빛이 깜빡이다가 꺼졌어. 그리고 아래로 내려가는 버튼을 눌렀을 때도 마찬가지였지.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가운데의 달 버튼을 눌렀을 때, 엘리베이터의 문은 날 기다렸다는 듯이 무서우리만큼 빠르게 열렸어. 그리고 그 날, 3월 2일의 꿈은 끝이 났지.
꿈 속에서의 그 공포는 다음 날에도, 그리고 그 다음날에도 역시 잊혀지지 않았어. 미신, 귀신, 꿈, 그 어떤 것도 믿지 않았던 나로서는 어쩌면 감정의 미동도 만들지 못할 만한 작은 한 번의 꿈이었을 지도 모르지만, 그 때의 나는 그 잠깐의 경험으로 모든 기가 빨리고, 공포에 질렸었어. 귀신이나 괴물이 직접적으로 등장한 꿈이 절대 아니었는데. 그 음산한 분위기에 압도당했을까.
다행히 꿈을 매일 꾸는 것이 아니었어. 아마 그런 꿈을 매일 꿨다면, 나는 미쳐버렸을 지도 모르지. 첫 번째로 저 꿈을 꾼 날은 정말 피곤했거든. 잠을 자지 않은 듯한 느낌이었지. 그리고 일주일정도가 지난 날이었을까. 난 다시 그 꿈에게 불리게 되었지.
꿈의 시작은 내가 침대에서 떨어지면서 시작했어. 꿈 속의 내가 침대에서 떨어진 거야! 그리고 내 방의 모습이 현재의 방과는 조금 다른 것을 보고 현실이 아님을 깨달았어. 분명 내 방이었지만, 가구나 책상의 위치, 그리고 이불도 달랐거든. 그냥, 마치 여자의 방 같았어. 첫 번째의 꿈과 조금 달랐던 점은 처음부터 나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었던 것. 하지만 내 방의 문에 손잡이가 없었어. 문만 있고, 손잡이가 달려 있던 흔적조차 없었어. 그냥 나는 방에 갇히게 된 거였지. 하지만 꿈에서 깨어날 수 없었던 나는, 가만히 있지 않고 방을 구경했어. 책상 옆의 서랍에서 액자 몇 개가 있었고, 모두 같은 여학생의 독사진 세 장이었어. 그리고 난 별 느낌이 들지 않았어. 그냥 사진이구나, 이 정도? 그리고 그 사진을 다시 서랍에 넣고, 서랍문을 닫는 동시에, 내가 앉아있던 바닥이 180도 회전한 것처럼 느꼈어. 그, 자동차 보험 광고인가, 암튼 그 CF에서 비슷한 연출을 한 적이 있는데, 나는 가만히 있는데 세상이 지구본 돌리듯이 뱅글 돌아가는 느낌이었어.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듯이, 그리고 난 꿈에서 깼어. 난 침대에 앉아있었고, 꿈 속의 그 방의 서랍의 위치가 현제 내 방의 침대 위치더라.
그 날은 좀 얼떨떨했어. 평소에 꾸지도 않는 선명한 꿈들을 짧은 시간에 두 번이나 꾸게 되었으니, 조금은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지. 새학기였던만큼, 정말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냈어. 그리고 두 번째 꿈을 꾼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을 때, 나는 또 그 꿈을 꾸게 되었지. 사실 두 번째 꿨던 꿈은 조금 외전이었던 것 같아. 분명히 내 꿈들과 관련이 있는 꿈이었지만, 첫 번째 꿈과 정확히 이어지지는 않았어. 하지만 세 번째 꿨던 꿈은 첫 번째 꿈과 맞물려 있던 꿈이었지. 꿈의 시작이 엘리베이터였거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동시에, 난 조금 이상함을 느낄 수 있었어. 보통 엘리베이터는 위, 아래로 움직이잖아. 더군다나 우리 집을 가려면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달 버튼을 누른 이 엘리베이터는 위, 아래로 움직이지 않았어. 물론 창문이나 유리로 된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확실하게 판단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 이 엘리베이터는 뒤로 가고 있었어. 뒤쪽으로 가는 엘리베이터. 그리고 한참 지나서 엘리베이터가 어딘가에 도착했을 때, 나는 너무 무서워서 한동안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지 못했어.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마자, 앞에 밀폐된 아주 짧은 복도와 또 하나의 문이 있었어. 그리고 그 문은 유리로 되어있었지만, 그 바깥이 보이지 않았고, 꼭 저 바깥에서 이 안쪽으로 낸 듯한 손바닥 자국들이 마구 찍혀있었어. 누군가, 다시 내보내달라고 외치는 듯한 절박한 손바닥 자국들이. 난 다시 돌아가고 싶었어. 그래서 다시 돌아가려고 문이 열려있는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소리를 지를 뻔했지. 버튼이 없었어. 돌아갈 수가 없다는 뜻임을 알았지. 그래, 꿈인데, 뭐 어때, 이런 생각은 전혀 들지를 않았어. 분명 꿈임을 자각하고 있었지만, 절대로 함부로 행동해서는 안된다는 느낌을 본능적으로 깨달았어. 너무너무 생생하고 고통스러웠거든.
그리고 결심했어, 이 문을 열어보기로. 나는 엘리베이터의 문 앞에 내 가방을 내려놓은 후에, 손바닥 자국들이 있는 유리 문 앞으로 가서, 천천히 조심스럽게 그 문을 열었어. 오랜 시간, 마치 열었던 적이 없던 것처럼 뻑뻑했지만, 내 힘으로 충분히 열고 나갈 수 있었고, 문 밖으로 한 발짝 발을 내딛은 순간에 캄캄했던 문 밖의 세상이 온통 빨간색으로 변했어. 그리고 한 순간에, 사람의 것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의 것인지 알 수 없는 눈들이 끝없이 생겨났어. 큰 터널같은 곳이었는데, 미술관에 그림이 걸려있는 것처럼, 벽인지, 허공인지는 모르는 곳에 터널의 길을 따라 셀 수 없는 여러 눈들이 나를 향하고 있었고, 그 순간에 내가 열었던 문이 쾅 닫혔어. 그리고 생각했어. 여기는 위험한 곳이라고. 그리고 뒤를 돌아서 문을 열었을 때, 문은 꼼짝도 하지 않았고, 나는 유리 문에 나있던 수많은 손바닥 자국들을 따라서, 유리 문을 두들기고 있었어. 거기서 꿈이 깼어.
일단 너무 불쾌하고 두려웠어. 그 온통 빨간 터널에 갇힌 꿈을 생각하면 절대 잠에 들 수 없었어. 혹시 또 그 꿈을 꾸게 될까봐. 하지만 그 때의 나는 그 꿈을 또 이어서 꾸게될 거라고 확신할 수 없었어. 너무 갑작스러운 어쩌면 특별한 일이 일어난 바람에 난 내가 미쳤구나, 라고 생각하기도 했어. 그리고 얼마가 지나지 않아, 난 또 그 빨간 터널에 놓이게 되었지.
사실 아직도 그 터널을 생각하면 정말 무서워. 그 수많은 끔찍한 눈들을 잊을 수가 없어, 절대로. 꿈의 시작은 터널을 등지고 앉아있는 나였어. 돌아가는 문은 절대 열리지 않았어. 하지만 도저히 그 터널을 바라볼 엄두가 나지 않았어. 정말 차라리 죽고 싶었어. 몇 백개, 아니 몇 천개가 될지 모르는 각기 다른 모양의 눈들에게 제압당해, 나는 다리가 후들거려 서있을 수도 없었거든. 그리고 가만히 웅크린채 얼른 꿈이 끝나기를 기도했어. 종교가 없는 나지만, 정말 간절히 기도했어. 누군가 날 여기서 구출시켜주기를. 하지만 아무리 꿈 속의 시간이 흐른들, 꿈은 끝나지 않았어. 그 때 깨달았지. 게임의 스토리처럼, 일정 진도에 도달해야 꿈이 깬다는 것을.
그래서 눈을 질끈 감고 마구 앞으로 뛰었어. 도저히 눈을 뜰 용기가 나지 않았어. 그 다른 것들의 눈들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심장이 멎을 것 같았어. 처음에는 무거웠던 몸이 앞으로 뛰어갈수록 점점 가볍게 느껴졌고, 속도도 점점 빨라진다는 것을 느꼈어. 그리고 한참을 그렇게 눈을 감고 뛰었을 때, 어떤 목소리에 나는 순간적으로 감고있던 눈을 떴어. 온통 새빨갛던 터널은 밤하늘처럼 검정색이 되어있었고, 나를 바라보던 수많은 눈들의 눈이 다 감겨있었어, 모두. 그리고 안도의 한숨을 쉬려던 찰나에 멀지 않은 앞에서 얼른 오라는 손짓을 하는 누군가를 볼 수 있었어.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을 때, 여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 또한, 그 여자는 얼마 전, 꿈 속의 서랍에서 봤던 액자의 여자와 같은 사람이었어. 난 너무 놀랐지. 그리고 그 여자애가 나를 보자마자 해줬던 이야기를 토시하나 빠짐없이 기억해. "이제 안심해도 돼, 너를 억압하던 깃발은 사라졌어. 앞으로 나아가면 욕조같은 좁은 세상이 아닌, 끝없이 펼쳐진 세상이 우릴 맞이해 줄거야." 그래, 너네가 어디서 흠칫했는지 알 것같아. 나도 그랬으니까. 그 애는 분명 나에게 욕조라고 했어. 뜬금없고 어색한 비유를 들었을 때, 나는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그리고 그 애가 나의 손을 잡고 더 앞으로 나아가려 했을 때, 나는 한 번 더 전에 느꼈던 세상이 180도 뒤집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 말로 표현하기가 정말 어렵다. 혹시 이해가 안 가는 친구들은, 그냥 꼭 다른 차원으로 분위기나 풍경이 바뀐 것 같다고 생각해주면 될 것 같아. 그리고 그 애가 나한테 말했어, "한 3일쯤 뒤면 볼 수 있겠다!"라고. 그 말을 듣는 동시에 난 꿈에서 깨어났지.
(잡담)너무 졸리다, 오늘은 이제 자고싶어! 오늘 밤에 돌아오도록 할게, 기다려주는 친구들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모두들 월요일 아자아자, 잘 이겨내자!!
(잡담)안녕! 나 스레주야! 내가 너무 늦었지ㅜㅜ 미안해, 오늘 너무 늦게 끝나는 바람에. 그래도 보고있다는, 기다리고 있다는 레스들 보면서 너무 기쁜 마음으로 서둘러서 왔어. 좋게 봐줘서 정말 고마워! 그리고 집에 오는 길에 내가 썼던 글을 한 번씩 훑어보는데 신경쓴다고는 했지만 맞춤법이나 문장 부호들이 틀린 부분이 있더라고, 그런 부분들은 눈감아줘! 최대한 노력할게. 자 그럼 시작할게! >>18 헉 칭찬 스레 이제야 봤어! 그런 칭찬은 처음 받아봐! 고마워, 더 노력할게!
+혹시 읽으면서 헷갈릴만한 부분들을 내 나름대로 정리해봤어! 먼저, 내가 꾼 꿈은 나뭇가지처럼 기둥과 가지들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욕조에서 시작해서 터널로 이르기까지의 꿈은 기둥부분에 해당하는 메인이야. 그리고 두 번째 꿨던 꿈처럼 누군가의 방을 꾸는 꿈은 시간적으로도 공간적으로도 메인 꿈의 전개와는 관련이 없지만, 내 꿈의 퍼즐을 맞춰나갈 때 없어서는 안될 내용들이야, 난 기둥에서 뻗어나간 나뭇가지 같다는 생각이 들어.
꿈에서 깨어난 후, 공포감은 들지 않았어. 아니, 오히려 나에게 손을 내밀어준 그 아이에게서 큰 따뜻함을 느꼈던 것 같아. 그리고 나도 이 스레를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그 꿈의 뒷 부분이 궁금했어. 앞으로는 어떤 일이 펼쳐질지. 하지만 마지막에 그 아이가 나에게 3일 뒤면 볼 수 있겠다는 말을 생각하면 조금은 섬뜩하기도 했어. 그 아이가 도대체 무슨 존재이길래 내가 자신의 꿈을 언제 꿀지 아는 걸까, 하고. 그리고 시간이 지나 그로 부터 대략 사흘, 나흘이 지난 날에 난 꿈에서 그 아이를 다시 만날 수 있었어.
그 여자 애의 이름은 박정민이었어. 나랑 같은 성 씨라서 더 반가웠어, 본관도 같은 것을 알고 우리는 어쩌면 사촌일 수도 있겠다, 라고 말하며 무척 반가워 했었지. 그리고 터널의 끝을 넘어선 세계는 무지 밝았어. 여태까지의 어둠은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 너무너무 밝고 아름다운 세계였어. 풍경이 아름답다는 것이 아니야. 그 세계에서 풍기는 분위기, 그리고 향기가 너무 아름다웠고, 마음이 편했어. 그리고 동시에 나는 깨달았어. 아, 이 곳은 내가 실제로 사는 동네이구나, 라고. 우리 동네에서 오래된 분식집을 보고 확신할 수 있었지만, 굳이 정확한 증거가 나오지 않아도 난 내 몸으로 느낄 수 있었어. 여기는 우리 동네라고.
그리고 놀랍게도 그 곳의 시간은 2001년의 3월이었어. 그리고 동네를 한 번 더 바라봤을 때, 어렴풋이 기억나는 내가 어렸을 때의 우리 동네의 모습이 군데군데 남아있었어. 동네가 급변한 것이 아니라 천천히 발전해왔기 때문에 기억해낼 수 있었지. 그리고 그 생각이 드는 동시에 동네를 가득 채운 벚꽃잎들이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기 시작했어. 그리고 난 정민이의 손에 이끌려서 동네의 처음보는 공터로 갔어.
그 공터에서는 정민이의 친구들인 희연, 선의, 영선이를 만날 수 있었어. 나를 포함한 모두가 17세였지만 나를 뺀 모든 친구들이 여자였고, 신기하게도 내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 아는 듯한 눈치였어. 이 곳까지 오느랴고 얼마나 용기를 냈냐고 모두 나를 격려해주고 위로해주었지. 그리고 난 아무 까닭없이 눈물이 났어. 슬퍼서 흘린 눈물이 아닌, 그냥 감정이 벅차올라서 흘린 눈물이었어. 그들이 진심으로 나를 아껴주는 것이 느껴졌거든. 그리고 하늘에 떠있던 태양이 한 번 번쩍거리자, 모두들 나에게 손을 흔들어 줬고, 나는 꿈에서 깼어. 그리고 일어났을 때의 나는 울고 있었어. 슬픈 부분이 하나도 없는 전개였는데, 마음이 아리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눈물이 한동안 멈추지 않았어.
새로사귄 꿈 속의 친구들과는 날이 거듭할수록 친해져갔어. 모두들 너무너무 좋은 친구들이었어. 그리고 꿈 세계에서 시간을 보내는 꿈을 꾸고 나면, 일어났을 때 항상 기분이 좋았어. 마음이 따뜻해지고 든든한 느낌이라 해야할까. 아무튼 그래서 난 현실 세계에서도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었던 것 같아. 꿈이라는 활력소가 있었으니까! 꿈 속의 세계에서 조금 특이했던 점은, 시간 개념이 현실 세계와는 완전히 달랐어. 어떤 때는 현실보다 훨씬 빠르게 가다가, 또 어떤 때에는 시계가 멈춘 것처럼 시간이 가지 않을 때도 있었어. 누군가 시간을 조절하는 것 같았지. 하지만 보낸 시간이 다시 돌아가거나, 미래로 앞당겨지는 일은 있지 않았어.
또한, 정민, 희연, 선의, 영선이를 제외한 꿈 속의 세계의 다른 사람들은 나를 보지 못했어. 내가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니라서, 라고 우리는 모두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어. 이 친구들은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였던 것 같아. 예를 들어서, 음식점을 갈 때면 네 명이라고 하고 들어가고는 했거든. 다섯 명이라서 평소에 다닐 때 조금 불편한 점도 있었던 것이 생각난다. 4인석에서 음식을 먹을 때는, 모두가 좁게 먹었지. 그리고 꿈에서 밤은 없었어. 항상 밖은 환하고 따뜻했어. 그렇게 과거의 꿈에 대한 공포는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고, 나는 꿈을 좋아하는 아이가 되었지.
그렇게 꿈, 현실을 오가며 기쁜 나날을 보내던 와중에 나는 조금 다른 꿈을 꾸게 되었어, 짧은 꿈이었지. 전에 내가 들어왔던 어떤 여자의 방이었어. 똑같이 문에 손잡이는 없었지만 당황하지 않았어. 전과 같았거든. 그리고 어렴풋이 기억을 더듬어서 서랍을 열어보았을 때, 사진이 바뀌어 있었어. 원래 여자의 독사진이었던 액자들에 우리의 모습이 담겨져 있었어. 정민, 희연, 선의, 영선, 그리고 나의 단체 사진이. 그리고 정확히 그 때 깨달았어. 전에 내가 보았던 여자의 독사진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정민이었어. 그것을 깨달은 순간 꿈에서 깨어날 수 있었지.
이 꿈을 꾼 날은 하루종일 생각에 잠겨 있었어.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내가 다시 그 방에 들어가게된 이유와, 사진이 바뀐 이유, 그리고 그 방의 주인에 대해서 생각했어. 비록 방에 들어가게된 이유와 사진이 바뀐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방의 주인은 정민이라고 추측할 수 있었어. 처음, 서랍에서는 정민이의 사진 뿐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때 나는 내가 평소에 꾸는 꿈과 지금 꾸는 이 방의 세계가 분명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하나하나 퍼즐을 맞춰가려고 노력했지.
그리고 다시 친구들과 함께하는 꿈을 꾸었지. 난 꿈에서 이것이 꿈이라고 자각하고 있었지만, 초월자의 존재는 아니었어. 내가 하고싶은 대로 되는 꿈이 아니었어. 너무 현실같아서 어떨 때는 이 꿈이 더 현실같을 때도 있었지. 그렇게 난 그 꿈에서도 학교를 다니며 시간을 보냈어. 물론, 출석부에 내 이름은 없었지. 난 친구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에게 투명인간이었어.
행여나 문제가 될까봐 언급은 할 수 없지만, 네이버 웹툰 중에 몸이 두 개인 채로 살아가는 남고생의 이야기, 모두 알지? 나는 마치 그 웹툰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았어. 비록 겉모습은 같았지만, 두 차원에서 동시에 공존하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때로는 혼란스러웠지만, 특별하다고 생각했어.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믿기지가 않았지.
한창 꿈의 세계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정말 특별한 사람을 보게되었어. 그 주인공은 바로 우리 엄마였어. 현실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젊었지만, 난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었고, 길거리에서 마주쳤을 때, 엄마는 날 알아보지 못했어. 그리고 놀랍게도, 엄마는 임신한 듯했어. 아마 뱃속의 그 아이는 나였겠지. 그리고 꿈에서 깼어. 이 꿈을 꾼 후, 갑자기 그 세계가 무섭기 시작했어. 무언가가 잘못되었다고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두려웠어. 우리 엄마도 나를 못 알아보는 세계인데, 어떻게 내 친구들은 나의 존재를 단번에 알았을까. 특히 정민이의 존재가 너무 궁금했고, 무서웠지.
그리고 바로 다음 날, 나는 세 가지의 짧은 꿈을 꿨어. 첫 번째 꿈은 내 앞에 벚꽃 나무가 있었고, 그 벚꽃 나무에 손을 대자마자 벚꽃잎들이 일제히 떨어져버리는 꿈이었어. 그리고 그 벚꽃잎의 날이 너무 날카롭고 예민해서 내 피부를 다 베어버리는 꿈. 두 번째 꿈은 내가 등교하는 길이었고, 지각을 한 상황이어서 서둘러서 학교를 가야했어. 지름길로 가려고 아파트의 화단을 밟고 가는데, 이상하게 내가 밟은 풀들이 아파하는 것을 나도 느낄 수 있었어. 그렇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지나가려는데 흙 속에서 손이 나와서 내 발목을 잡았어. 그리고 그 손의 손목에 큰 점이 있었지. 그 점은 내 손목에 있는 점과 비슷한 크기였어. 너무 점이 커서 내가 늘 데일밴드를 붙여서 가리는 그 점.
세 번째 꿈의 나는 수술실의 의사였어. 놀랍게도 수술대 위에 올라와 있는 사람은 정민이었고, 그녀는 사망한듯 했어. 느낄 수 있었거든. 그리고 내가 정민이에게 다가가서 하얀 천을 얼굴에 덮어주려는데, 갑자기 정민이가 눈을 떴어. 천천히 뜬 것이 아니고, 빠르고 크게. 그리고 나를 원망하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고, 그 동시에 수술실의 벽면에 전의 빨간 터널의 눈들이 생겨났어. 그리고 꿈에서 깼지.
돌아가고 싶지 않았어. 너무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나는 그 꿈에 발을 너무 많이 담군 상황이었지. 더이상 그 세계에서 나는 있으나마나 한 존재란 걸 알 수 있었어, 나는. 애초에 그 세계의 주인공은 바로 나였기에, 내가 없이는 그 세계가 돌아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내 생각이 맞았지. 하지만 너무 두려웠어. 특히 마지막의 빨간 눈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손에 땀이 나는걸. 그리고 난 꿈을 꾸지 않는 법을 찾아냈어. 그것은 30분마다 알람을 맞춰 놓는 것. 현실 세계의 내가 너무너무 피곤했지만, 꿈 속의 세계로 다시 들어가는 것보다는 덜 위험하다는 것을 나는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지.
그렇게 선잠을 자는 방법을 선택한지 일주일이 지났을까. 점점 내 정신은 피폐해지고 있었지만 도저히 평소처럼 잠을 잘 수 없었어. 그 날도 마찬가지였지. 퀭한 눈으로 거실에서 티비를 보고있는데, 신발장에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갔어. 그리고 그 곳에는 거짓말처럼 정민이가 서있었어. 곧게 가만히. 나는 놀라워서 아는 척을 하려는 순간, 정신이 들었어. 아, 여기는 현실 세계인데. 그 아이를 못본척 하고, 아무렇지 않게 티비를 보는 척 했어. 그리고 나는 다시 그 꿈에 불려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 결국 방에 들어가서 일주일만의 긴 잠을 청했지.
그 날, 나의 예상대로 나는 그 세계에서 눈을 떴어. 하지만 놀랄 수 밖에 없었어.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밝기만 했던 그 곳에 검은 달이 떠있었어. 그래, 지금 너희가 생각하는 그 달. 앞이 안보일 정도로 깜깜하진 않았지만, 분명 밤이었어. 처음보는 밤의 모습에 놀랐지만, 더 놀라웠던 것은 친구들이었어. 모두 내 바로 앞에 있었거든. 덜덜 떨고있는 나에게 와서, 자신들이 무섭냐고 물어봤어. 근데 너무 기괴했어. 꼭 귀신들이 말을 하는 것 같았어. 또박또박 말한 것이 아니라, 못알아들을 만큼 빠르게 말했어. 그리고 난 그 말들을, 귀로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동시에 텔레파시처럼 뇌리에 박혔어, 그 말들이. 그래서 이 세계가 전과는 많이 다름을 느낄 수 있었지.
>>76 응, 정민이가 보였어. 너무 정신이 없던 상태라서 환영이 보였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 아이는 내가 다시 잠을 통해 자신들에게 오기를 바라는 것 같았어. 느낄 수 있었어!
그런 친구들의 위협적인 모습에 내가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정민이가 내 편을 들어줬어. 하지만 정민이가 하는 말을 듣고, 나는 더 격렬하게 꿈에서 깨어나고 싶었어. 너네도 다 보지 않았냐고. 충분히 보고 이해했으면서 굳이 또 물어보는 이유가 뭐냐고, 친구들에게 말했어. 맞아, 그들은 내가 꿈을 거부하려고 했던 것들도, 그 전에 꾼 꿈들도 모두 알고 있었어. 지켜보고 있었어. 그리고 정민이는 나를 향해, 오늘은 오랜만에 든 깊은 잠일테니 푹 자라고 말했고, 그 다음은 꿈을 꾸지 않고 잤던 것 같아. 꿈이 멈췄거든.
그리고 그날 내가 한 생각은, 나는 꿈을 거부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었어. 내가 주인공인 꿈이었지만, 감히 거역할 수 없었지. 그리고 다음 날, 나는 꿈을 또 꿈을 꾸게 되었어. 꿈의 장소는 정민이의 방. 정민이의 방에서 시작한 꿈에서,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것 같아. 그 세계가 아님을. 평소와 조금 달랐던 점은, 문에 손잡이가 달려있었어. 현실 세계의 내 방과 똑같은 모양과 똑같은 위치였지. 처음부터 나가보려 했지만, 손잡이가 돌아가지 않았어. 그리고 난 기계처럼 서랍을 열어보았어. 그리고 서랍 안의 모습이 또 한번 바뀌어 있는 것을 보고 정말 크게 놀랐던 것 같아. 액자의 사진들에 바뀐 점이 한 가지 있었어. 전과 다 같았는데, 정민이만 달랐어. 이상하게도 그 아이만 뒤를 돌아 있었고, 손목에 점이 있었어. 큰 점. 나와 같은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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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중학교 졸업 앨범으로 보이는 갈색 두꺼운 앨범이 있었어. 2001년의 졸업 앨범이. 그리고 나는 한 번 더 놀랄 수 밖에 없었어. 꿈 속 세계의 친구들의 얼굴 밑에는 이희연, 황선의, 김영선이 아닌 이연희, 황의선, 김선영이라는 이름이 적혀있었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민이의 얼굴 밑의 이름을 보고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렸어. 그 아이의 진짜 이름은 박민정이었어. 2001년에 세상을 떠난 우리 누나의 이름이었지.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겠지만, 정민이는 우리 누나였고, 나는 바보처럼 그 사실을 그 때 알았어.
(잡담)렉 때문에 두 번이 올라갔네, 미안!
미친듯이 눈물이 흘렀어. 믿기지가 않았어, 누군가 마음을 바늘로 자꾸 찌르는 느낌이었어. 그리고 숨이 막혔어. 정민, 아니 우리 누나의 방 안에서 있는게 너무 숨이 막혀서 손잡이를 있는 힘껏 내렸고, 문이 열렸어. 그리고 그 문 앞에 우리 누나가 서있었어. 그리고 난 꿈에서 깼어. 눈은 떠졌지만, 한참동안 몸을 움직이지 못했어.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너무 큰 충격에 생각을 정리하느랴 정신이 없었어.
그리고 현실 세계에서 난 엄마를 붙잡고 누나에 대해서 물었어. 누나의 죽음도, 누나가 살아온 누나의 삶도 모두 듣고싶다고 했어. 갑작스러운 나의 부탁에 엄마도 당황하셔서 길고 선명한 답을 들을 수는 없었지만, 엄마가 아는 누나의 죽음의 전말은 이랬어. 누나는 뇌성마비 환자였고, 다리를 잘 쓰지 못했대. 그래도 크면 클수록 그 상태가 많이 호전되어서 일상생활 정도는 불편하지만 혼자 할 수 있었던 거야. 비록 외출할 때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2001년, 누나가 세상을 떠난 그 날은 누나가 화장실에서 혼자 힘으로 샤워를 하고 있었고, 임신으로 나를 갖고있던 엄마에게 진통이 찾아왔대. 엄마의 통곡을 듣고, 아빠는 바로 119를 불러 병원으로 향했고, 아빠가 누나를 챙기러 집에 왔을 때는, 누나는 안타깝게도 욕조에 빠져 세상을 떠난 뒤였다는 거야.
그 날은 나의 생일이기도 했지. 누나의 기일과 내 생일이 같은 날이라는 것을 그 때 처음 알았어. 거의 울면서 잠이 들었어. 눈물이 멈추지를 않았거든. 그리고 난 다시 꿈에 들어갈 수 있었어. 평소와 달랐던 점은 가장 이 꿈을 처음 꿨을 때 처럼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았어. 분명 나는 나였지만 나는 그냥 저절로 움직이는 내 몸 속에서 멀뚱히 상황들을 바라봐야만 했지.
꿈 속의 날짜는 2001년 11월 24일, 그 날은 토요일이었어. 나의 생일, 정확히는 내가 태어난 날, 다르게는 누나가 세상을 떠난 날. 꿈 속의 나는 우리 집으로 향하고 있었어. 그리고 내 방, 아니 누나의 방 앞에서 내 몸을 조작하던 어떤 힘이 풀림을 느낄 수 있었어. 이제는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지. 하지만, 부모님들은 나를 보지 못했어. 그리고 이상하게 꼭 내가 투시하듯이 벽 너머의 모습도 볼 수 있었어. 그래서 누나의 방을 열지 않고도 누나가 다리를 절며 방 밖으로 나오려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
내 눈에서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어. 엄마가 말해준 것처럼 될 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들었어. 누나는 화장실에서 혼자 힘으로 욕조에 물을 받아둔 채로 천천히 샤워를 하고 있었어. 당시에는 아파트의 물탱크가 재기능을 하지 못할 때가 많아서, 혹시 상황을 대비해 항상 욕조에 물을 받아두셨다고 엄마가 말해주셨어. 샤워가 거의 끝난 후, 욕조 위쪽의 선반에 있는 팩을 집으려는 순간 누나는 욕조에 빠졌어. 하지만 거짓말처럼 엄마의 진통의 고통에 대한 절규때문에 누나가 물에 빠지는 꽤 큰 소리는 묻히고 말았어. 그렇게 나는 물을 먹어가며 몸부림의 강도가 줄어드는 누나가 죽어가는 모습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어. 하지만 내가 느낀 이상한 점은, 중간중간에 누나가 잠시 얼굴이 물 밖으로 나왔을 때,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는 점이 너무 이상했어. 충분히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을텐데. 난 단지 누나가 너무 놀라서 빠른 대처를 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했어.
(잡담)오늘은 이제 그만 써야겠다. 너무 피곤해!! 흥미로운 부분에서 확 끊어버린 것 같아서 미안해, 의도한 건 아니야! 다들 오늘 하루도 너무너무 수고 많았어. 이따가는 오늘보다 더 빨리 올테니 기다려줘! 레스 많이 달아줘서 고마워!!
(잡담)정말 미안해! 이따가도 꼭 보러와줘! 다들 잘 자!!
(잡담)안녕! 아직도 금요일이 이렇게나 멀다니, 너무 속상하다. 다들 힘내서 지내고 있지?! 씻고와서 이야기 시작할게!!
그리고 누나가 완전히 죽음에 이르렀을 때, 그 세계가 산산조각 났어. 유리가 깨지듯이, 엄청난 굉음과 함께. 귀가 아플 지경 이었지. 아름답게 깨져가는 그 세계를 보면서 꿈에서 깼고, 한참을 오열했어. 소리를 내지 않고 울고 싶었는데,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어. 숨이 막힐 정도로 슬펐지. 그 소리에 엄마가 내 방으로 왔고, 난 엄마한테 내가 여태까지 겪은 거의 모든 것들을 이야기 해 드렸어. 하지만 생각보다 놀라지 않는 엄마의 반응과 표정에서 난 엄마도 무엇인가 알고 있다는 것을 느꼈어.
하지만 그 당시에 엄마에게 다짜고짜 무엇을 숨기고 있냐고 말할 힘도 남아있지 않았지. 그리고 엄마랑 둘이 울다가 난 또 잠들었어. 산산조각 난 꿈 뒤에 마지막 퍼즐 조각이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거든. 잠이 오지 않아도, 퉁퉁 부은 눈으로 겨우 잠들었어. 눈을 떴을 때, 내가 있는 곳은 처음 내가 2001년의 우리 동네의 친구들, 아니 누나들을 만난 공터였어. 하지만, 공터에는 그 누구도 없었어. 날 보지 못하는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있었지만, 아무리 동네를 돌아다녀도 누나와 누나의 친구들은 보이지 않았지.
다만 몇 가지 눈에 띄게 바뀐 점이라고 한다면, 동네의 생기와 따뜻함이 되살아났어. 다시 보는 밝은 빛에 마을 사람들은 감탄하고 있었고, 마스크 따위는 착용할 필요가 없었어. 그 세계의 사계절은 모두 봄이었어. 하늘에 떠 있던 불행한 검은 달도 보이지 않았어. 한참을 친구들을 찾다가 나는 우리 집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끌리듯 우리 집에 도착했을 때, 소름이 끼쳤어.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버튼은 그 때와 똑같이 세 개. 위로 가는 버튼, 아래로 가는 버튼, 가운데에는 노란 별 버튼. 검정색 달이 아닌, 노란색 별. 달에서 별로 바뀐 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긍정적인 의미였어. 노란색 별은 보기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그런 향기를 담고 있었지.
난 고민하지 않고 노란색 별 버튼을 눌렀어. 전혀 두려운 느낌이 들지 않았고, 그 버튼을 꼭 눌러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지. 그리고 놀랍게도 엘리베이터 문 뒤에는 밀폐된 엘리베이터가 아닌, 처음 내가 이 세계로 오기 위해 눈을 감고 달려야 했던 터널이 끝이 보이지 않게 펼쳐져 있었어. 하지만 주위가 온통 새빨갛고 많은 눈들이 날 노려보던 그런 터널이 아닌, 미술관의 복도 같았어. 긴 터널의 벽에 행복해보이는 우리 누나, 엄마, 아빠, 그리고 내 사진이 걸려있었어. 뿐만아니라 나를 키워주셨던 할머니, 할아버지, 내가 존경했던 선생님들까지. 연희, 의선, 선영이 누나들과의 단체사진도 역시 있었어. 모두 행복해 보였어. 터널을 지나는 내내 나도 눈물이 흐를 만큼 행복했어.
그리고 그 터널의 끝에 내가 다다랐을 때, 그 세계의 친구들이, 아니 누나들이 날 기다리고 있었어.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웃으면서 내게 묻던 연희 누나도, 기다리다가 다리가 부러지는 줄 알았다던 의선이 누나도, 아무 말 없이 기특하다며 다독여주던 선영이 누나도, 마지막으로 그 동안 고생 많았다며 우리 누나도 잊을 수가 없어. 그리고 우리 누나가 내 손을 잡고, 둘이 따로 이야기 할 것 이 있다고 했어. 그리고 누나에게 잡힌 나의 손을 바라본 순간, 내 손목의 점을 가리고 있던 밴드가 떨어졌어. 밴드가 바닥에 닿는 순간, 우리는 마치 순간이동을 한 것 처럼 큰 벚꽃나무 아래 앉아 있었어. 나이가 얼마나 많은 나무인건지, 두꺼운 기둥을 두고 서로 등을 대고 앉아있었어. 얼굴이 보이지 않게.
그리고 누나가 먼저 입을 열었어. 나는 곧 누나와 이별을 하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슬펐거든. 누나는 내게 물어볼 것이 없냐고 했지. 나는 조심스럽게 누나가 세상을 떠나던 날, 왜 욕조에서 부모님께 도움을 구하지 않았느냐고. 그리고 누나는 이야기를 시작했어.
내가 태어나기로 한 날의 새벽, 누나는 꿈을 꾸었대. 꿈의 배경은 너무나도 일상적인, 우리 집. 평소와 다를 바가 없이 생활을 하다가, 누나는 씻기 위해서 화장실로 갔고, 씻고 난 후에 팩을 하려고 선반의 팩을 꺼내던 도중에 누나는 발이 미끄러져서 욕조에 빠졌대. 그 순간, 엄마는 거실에서 진통으로 인해 흐느껴 울기 시작했고, 그래서 자신이 욕조에 빠진 소리가 들리지 않은 것 같았대. 비록 바다에 빠진 것 이 아니지만, 누나에게는 그 조그마한 욕조가 너무나도 깊은 싱크홀에 빠진 것 같았대. 필사적으로 누나는 소리를 쳤고, 그 소리에 놀라 아빠보다도 엄마가 빨리 아픈 배를 움켜 잡고 누나를 구하러 왔대. 그리고 누나를 꺼내주는 순간, 엄마는 화장실에서 그만 넘어졌고, 쓰러진 엄마로 인해 화장실이 피로 물드는 상황에서 누나는 꿈에서 깼대.
처음, 누나가 꿈에서 깼을 때는 그냥 너무 기분 나쁜 개꿈이라고 여겼대. 하긴, 누가 그 꿈을 처음부터 예지몽이라고 생각했겠어. 하지만 아침을 차리던 아빠께서 계란을 바닥에 떨어뜨려서 계란이 깨져버리는게 꿈과 똑같은 것을 알아채고 누나는 그 꿈이 보통 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던 거야. 그리고 너무 겁이 난 누나는 씻지 않으려 했대. 그리고 그렇게 오늘은 절대 화장실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다짐한 순간, 거짓말처럼 누나의 배가 미친듯이 아파왔대. 꼭 누가 누나를 화장실로 이끄는 것처럼.
그 때 우리 누나는 깨달은 거야. 거스를 수 없음을. 그리고 누나는 선택해야 했어. 자신이 욕조에 빠졌을 때, 도움을 구할 것인지, 자신이 희생할 것인지를. 하지만 이미 꿈 속으로 도움을 청했을 때의 엔딩을 봐버린 이상 결코 그렇게 할 수는 없었대. 엄마뿐이 아닌, 뱃속의 나도 위험했던 상황이었대. 그래서 누나는 결심한거야, 본인의 희생을. 일단 혹시모를 것을 대비해서 급하게 누나의 화장대에 있던 데일밴드라도 입에 여러개를 붙이고 누나는 화장실로 들어갔고. 그렇게 누나는 죽어갔어. 그리고 누나의 정신이 혼미해질 때, 누나의 귓가에서 남자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렸대. 누나는 그 소리의 주인공이 본인의 동생이라고 확신하며 행복하게 숨을 거둘 수 있었다고 했어.
눈물은 나지 않았어. 아니 정확히는 눈물이 나지 않게 했어. 눈물이 떨어지려 할 때마다, 눈물이 고일 때마다, 떨어지는 벚꽃잎들이 내 눈물을 닦고 떨어졌거든. 그리고 내가 누나에게 여태까지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하려는데, 누나는 내 말을 막았어. 누나는 항상 너의 곁에 있었다고, 18년간 함께 했으니 어쩌면 나보다 더 정확히 나를 알고 있을 거라고 얘기했지. 그리고 지금 이 곳에는 보는 눈이 너무 많아서 얘기하면 안된다는 의미심장한 말까지 해주었지. 나한테는 우리 둘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누나는 이제 가봐야 겠다고 했어. 빛들이 누나를 데리러 왔다고. 나까지 데려가버리기 전에 얼른 가봐야겠다고 했어. 그리고 이상하게 그 때부터 내 입술이 떨어지지를 않았어. 아무말도 할 수 없었지. 그리고 누나는 나를 만난 반 년이라는 시간이 너무너무 행복했다고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어. 나는 바로 뒤를 돌아 누나의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았어. 그 뒷모습은 17세의 우리 누나가 아니었어. 긴 머리가 허리까지 닿는, 35세의 우리 누나의 모습이었어.
그리고 우리가 앉아있던 벚꽃나무의 벚꽃잎이 모두 떨어지자 나는 다시 누나들이 있던 터널의 마지막으로 돌아갔어. 물론 우리 누나는 없었어. 그리고 누나들은, 내가 이 굳게 닫힌 문을 열고 자신들의 세계로 들어오기 위해 낸 용기를 절대 잊지 말라고 했어. 너무너무 고마웠다고 한 번씩 포옹을 하고 난 유리 문을 열었어. 신기하게도 찍혀있던 손바닥 자국들이 지워져 있었어. 여전히 문 너머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터널을 나와 유리 문을 닫는 동시에, 그 문은 사라졌어. 딱딱한 벽만 남아 있었지. 그리고 난 꿈에서 깼어.
(잡담)다들 응원해주고, 좋은 기운을 받아줘서 너무너무 고마워! 이제 내가 전달하고자 했던 나와 우리 누나, 그리고 꿈 이야기는 끝이 났어. 혹시 너희가 괜찮다면 내일부터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고 싶어. 엄마의 반응이 석연치 않았던 점이나, 망자인지 아닌지 알 수 없던 우리 누나의 친구들을 현실에서 만나려고 노력했던 이야기들, 그리고 정말 마지막으로 누나와 나눈 감정들까지! 그리고 일상에서 돌아온 후, 정말 가끔씩 겪었던 조금은 신기한 현상이랄까? 막 미스테리하고 판타지한 일들은 아니지만! 오늘도 모두 수고 많았어, 우리 수요일도 힘내자! 모두들 잘자고, 저녁에 보자! >>125 모의고사 파이팅!!!
(잡담)방금 집에 왔는데 손가락 까딱할 힘도 없어, 너무 피곤하다ㅜㅜ! 아무래도 오늘은 못 쓸 것 같아, 기다렸던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해. 내일 밤에 올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줘! 오늘도 수고 많았어~~^^
>>135 ㅜㅜㅜ 미안해 내일 꼭 보자!
아니면 이거?!!
안녕! 비하인드 스토리 들려준다고 하구 일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아서 정말 미안해 ㅜㅜ 사실 예기치 못한 사정이 있어서 돌아오지 못했어. 간간이 내 스레 잘 있나 염탐왔었는데, 시간도 많이 흘렀고 해서.. 혹시 이거 기다렸던 사람이나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들려줄까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