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난 영안이고 뭐고 그런 거 1도 없는 20살 여자 일반인이야. 그런데 괴담판 보니까 갑자기 내가 실제로 경험했던 썰이 풀고 싶어져서 스레를 만들었어ㅋㅋ 재미없더라도 욕은 하지 말아줘...ㅎㅎ
경험담 썰 푼 후 나타난 귀신 관찰기
내가 생전 처음 귀신을 본 건 고1 때였어. 당시 야자를 마친 후에 학원을 같이 다녔던 나는 귀가 시간이 12시였는데 하필 그때 우리 아파트 단지 내의 가로등이 고장나서 우리 라인 앞이 엄청 어두컴컴했어. 그날은 학원에서 친구가 중국인들이 인신매매하러 한국에 와서 애들 납치해간다고 날 겁줬던 날이어서 난 멀리 떨어져 있는 가로등 불빛이랑 스마트폰 손전등에 의지해서 걸었어.
막 검은 차량이 날 납치하면 어떡하지, 이상한 사람이 뒤를 쫓고 있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덜덜 떨면서 겨우겨우 우리 아파트 라인에 도착했을 때였어. 아파트 현관 쪽에 어떤 여자가 서 있는거야. 머리는 허리께까지 오고 별로 추운 날씨도 아닌데 발목까지 오는 바바리 코트를 입은 여자. 난 그냥 아 사람이 있구나 정도로 인식하고 그냥 지나치려고 할 때였어
그때 난 이어폰을 음악을 틀지 않은 상태로 끼고 있었는데 그 여자를 지나치려고 하는 순간 여자 목소리가 들렸어. 이어폰 너머로 들린 게 아니라 귀에 바로 대고 말하듯이 선명하게. 그것도 한국어도 아닌 러시아어처럼 뭐라는지 알 수 없는 여자목소리.
순간 이건 사람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 근데 몸도 갑자기 굳어서 움직여지지도 않아서 이게 뭐지하다가 힐끗 여자의 다리쪽을 봤어. 근데 바바리코트 아래로 보여야 할 발이 없는거야. 정신이 멍해지더라고. 근데 어디서 귀신을 보면 보이는 척을 하지 마라, 뒤돌아보지 마라 라는 게 떠올라서 오른쪽 다리에 힘을 주고 앞으로 걸었어. 너무 굳어서 삐꺽삐꺽하는 모양으로 걸었던 것 같아.
속으로 잘 넘어갔다. 잘했다 하면서 엘레베이터를 타고 버튼을 누르면서 아파트 현관을 봤는데 여자가 없었어. 사람이었다면 가는 뒷모습같은 게 보일 텐데 그런 게 전혀 안보여서 소름이 확 돋았었고.
다행히 그날 그 일 외에는 아무것도 없어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그날 후부터 종종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어.
아파트 앞에서 담배피고 있는 아저씨를 보고 왜인지 몸이 굳어서 보니까 아저씨 눈이 없었다던가, 피투성이인 애기가 여자 등에 들러붙어있었다던가 하는 식으로 뭔가 보일때가 종종 있어서 그때마다 모르는 척 자연스럽게 넘어가려고 했어. 다행히 나는 놀라도 티가 잘 안나서 시선이 마주쳐도 어쩌다 거기에 시선이 갔던 척을 한다던가 하는 식이었지
그래도 한두달 정도 무시하니까 효과가 있었는지 일주일에 한번 정도로 보이던 게 없어졌어. 그런데 그 뒤로 간혹 멀쩡히 있던 책이 툭 떨어진다던가, 닫아놓은 창문이 제멋대로 열리는 걸 본다던가, 켜놨던 스탠드가 갑자기 꺼진다던가 하는 일이 잦아졌고 환청도 점점 들리기 시작했어
동생이 자꾸 날 불러서 왜! 하고 성질냈더니 동생이 어리둥절하게 언니 왜? 할 때쯤에 아 이거 환청이구나 싶어서 그 뒤로는 확신이 가는 목소리가 아니면 잘 대답하지 않았어
방금도 화장실 한켠에 말려놓은 욕실 슬리퍼 한짝이 툭 떨어졌어. 처음엔 그냥 아 떨어졌구나 싶어서 신경쓰지 않았는데 나중에 화장실에서 나가기 전에 그런 거 아니라는 듯이 툭 떨어지더라고. 그냥 모르는 척 화장실에서 나왔어
진짜 그냥 모르는 척, 만나도 뒤돌아보지 말고 자연스럽게 있는 게 중요한 것 같아. 환청은 요즘은 많이 나아져서 아예 안들리고 내 착각으로 넘길 수 있을 정도의 물리적인 일만 조금 있는 정도야.
다른 스레에 비해 많이 무섭지도 않고 재미없는 스레지...ㅎㅎ... 그래도 실제로 이런 경험을 한다는 게 되게 신기해서 난 그냥 재밌는 기억으로 남겨두려고. 짧지만 여기까지가 내가 겪은 전부야. 읽어줘서 고마워ㅎㅎ
>>23 맞아... 난 같은 반 친구가 자살소동을 벌였을 때가 귀신보다 더 무서웠어. 귀신도 무섭지만 역시 사람이 제일 무서운 것 같아.
아. 망한 것 같아
방금 더워서 선풍기 틀어놓고 앞에서 노래 흥얼거리고 있었는데 선풍기 가운데 동그란 부분 있잖아 거기에 내 얼굴이 보이길래 아 반사되네 하고 있었거든
선풍기로 보이는 내 모습 뒤로 사람 형상이 비쳤어. 이제까지 모른 척 잘 해왔는데 귀신 못 본지 좀 되기도 했고 집에서 나타난 건 처음이라 모르는 척을 못하고 굳어버렸어... 멍청하게 에이 설마 잘못봤겠지 하고 다시 봤다가 내 머리 위에서 머리카락 내리고 선풍기로 나 보는 것만 재확인했다.. 아오 멍청이 진짜...
모른 척 못한 거 이번이 처음이라 되게 당황스럽다.. 이 스레를 올렸다고 눈치깐 걸까. 귀신도 내 폰 보는 거였구나... 아니 내가 뭐 볼게 있다고 보길 봐 어우 하여간 귀신도 진짜 할 일 없구나
무서움+빡침 이 상태라 침착하게 소금 씹어먹고 있어.
더웠는데 소름돋아서 몸이 시원해졌어. 솔직히 귀신 보면 무서운 짓 한다는데 안 당해봐서 모르겠고... 가위 눌린 적도 없어서 상상이 안가. 뭔 큰일이 나려나 궁금하기도 한데 좀 싸이코같은 생각이려나
3년이나 지났는데 이때까지 물리적으로 겁준 거 보면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어서 그랬던 건가..? 그럼 눈 마주치면 뭔 일이 일어나는 거지? 막 사고나고 그러진 않겠지
일단 이 귀신 여자인 것 같다. 바바리 걔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머리카락 길었어. 여자귀신이 더 독하다는 얘길 본 것 같은데 맞는 것 같아.. 물리적으로 겁준 놈 얘인 듯. 진짜 징한 애인가봐.... 망한 인생에 호러 추가인가요
지금 내가 막 헛소리 해대서 그런데 진짜 무서워. 얘가 자잘한 잡놈이기를 간절히 바라... 난 호러보다는 개그가 좋다고...... 귀신 뭐 싫어하는지 좀 알려줘
도와줘 진짜
기운 빠져서 침대 누웠더니 하얀 손이 내 무릎을 만지고 사라졌어. 느낌은 안나는데 기분 더럽다...
>>36 일단 집에 소금은 있으니까 그거라도 먹고 있을게... 혹시 몰라서 머리맡에도 소금 놔뒀어 >>37 부적을 사기에는 돈도 없고 아는 무당집도 없어.. >>39 지금 부르는 건 무리일 것 같고.. 일단 친구랑 같이 전화라도 하고 있을게
>>41 소금 먹는 거 효과 없는 거구나... 몰랐어 그냥 소금이면 만병통치약 같은 건 줄...... 알려줘서 고마워 지금 소금물 머금고 있어
>>43 고마워 무서워하다가 네 글 보고 웃겨서 소금물 삼킬 뻔했어ㅋㅋㅋ
근데 지금 생각난건데 이 소금물 천년만년 머금고 있을 수도 없는데 어떡하지 방금 방문에 걸어놓은 액자가 크게 흔들리는 걸로 봐서는 저거 나 비웃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들어
사람이면 때렸다 진짜... 이상하게 무서운데 빡쳐
검색해봤는데 고양이랑 햇빛, 간장도 싫어한다는데 신빙성은 그다지 없는 것 같아.. 햇빛은 지금도 있으니 아마 아닐 것 같고. 일단 평소대로 생활해볼게 겁먹는다고 될 일도 아닌 것 같고 이제까지 했던 것처럼 계속 무시해보려고. 춤추거나 웃는 귀신이 제일 쎄다던데 그런 귀신은 아니라 다행인 걸까...
좀 심하다 싶은 일 생기면 글 올릴게. 인코는 이거야
>>51 응 그럴게. 내 삘이긴 한데 거울 같은 것도 안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소금물도 뱉었는데 지금은 진짜 뭔 일 있었냐는 듯이 잠잠해서 안심하고 있어
오후 7:43 2층침대 2층에 동생, 거실에 엄마 있음 선풍기 봤다가 선풍기에 비친 책상 위로 반토막난 사람 형상(허리까지밖에 없음.)이 또 비침. 무서운 게 다 가시는 바람에 보면서 저건 할짓이 없어서 저러고 있나 하고 생각하면서 아이컨택을 겁나 오래해버림. 그러자 갑자기 그 개업하면 밖에 있는 허수아비? 그것처럼 몸을 좌우로 흔들어댐. 계속 관찰중인데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

언제 사라졌는진 모르겠는데 그림 그리는 사이 사라졌다.
오후 9:51 폰 보다가 폰 화면으로 내 머리 위에 있는 걸 봤다. 내 목을 양 팔로 끌어안고 있다. 나는 무서움이라는 걸 상실했다. 얘 왜 이러고 있냐 치워라
오후 11:22 있던 물건이 없어진다. 책상위에 올려뒀던 이어폰이 사라지고 벽에 붙여놓은 포스터 모서리가 찢어져서 떨어졌다. 빡쳐서 상대가 귀신이든 뭐든 욕하려고 거울 봤는데 안보여서 포기했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갑자기 동생이 엄마한테 집에 귀신이 있다고 한다. 머리맡에 있는 책이 자꾸 떨어진다고... 방금 이 말 듣고 소름 확 끼쳤다. 아니 갑자기 저런 말 하는 동생도 이상하다. 저럴 애가 아닌데... 빡치거나 무섭거나 하나만 하지 얜 왜 두개를 동시에 하냐
일단 오늘은 수면. 머리맡의 소금이 효과가 있기를 바란다.
어제 선풍기 틀고 자려다가 기분이 찝찝해서 안틀고 자려다가 더워서 잠이 안오길래 아 틀어야지 하고 봤더니 이미 틀어져 있었다. 무서워서 잠을 못 잘 뻔했다.
>>61 응 방금 일어났어. 방학이라 완전 잉여지..ㅎㅎ
오전 10:48 이어폰을 찾았다. 선풍기에 감겨 있었다. 선풍기 보다가 잉? 하고 발견해서 보니까 이어폰이어서 안심되기도 하고 니가 왜 거깄어 싶은 마음에 기분나쁘기도 하고 그렇다. 선풍기는 아직도 틀어져 있다. 무섭다고 선풍기 안 틀려고 했던 거 취소다. 더위 앞에 장사 없다...
오후 1:18 입에서 머리카락이 나왔다. 내 머리카락은 염색으로 노랑색에 가까운 밝은 갈색인데 약 3~5cm정도의 검은 머리카락이 다섯가닥 정도. 무섭다가도 빡치고 욕을할까 싶다가도 무섭기도 한 묘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선풍기는 꺼둔 상태다.
오후 3:37 화장실에서 물기있는 바닥을 신발로 걷는 듯한 소리가 난다. 찹찹하는 소리가 나서 화장실 보니까 아무것도 없고 신발도 그대로다. 착각인가 싶었는데 화장실을 다시 보는 순간 찹 소리가 크게 나서 아니구나했다. 얘 약간 자기 여기있다고 어필하는 것 같다.
>>70 머리맡에 놔뒀더니 발치에 있는 선풍기 건드리더라.. >>71 귀신 이놈도 잉여인가봐 오후 7:36(아마) 스레딕에서 재밌는 썰 보면서 웃고 있었는데 순간 뒤에서 시선이 느껴짐. 불 안켜서 살짝 어두운 상태라 쫄아서 슬쩍 뒤돌아보다 아이컨택해버림. ㄹㅇ 아무 표정없이 재밌어? 라길래 어..어어어어.... 하다가 고개 획돌리고 다시 폰하는 척했다. 쫄아서 불킴
밤이라 어두워지니까 무섭다. 내 인생에 귀신이고 개뿔이고 그런 거 별로 없었는데 어제부터 1년치 귀신체험이라니 대체...... 혹시 몰라서 그 왜 찜질방에 가면 있는 소금인데 돌? 인 그거 침대 아래쪽에 한줄로 쭉 늘어놨다. 효과 있어주라..
오후 8:44 화장실에서 나오던 중 방에서 스위치를 건드리는 소리가 두번 났다. 불이 켜지진 않고 틱틱 건드리는 정도. 놀래서 시발시발 거렸다. 이후 빗자루로 바닥 쓰는 듯이 스윽거리는 소리가 나기도 했다.
무서워서 개쫄아있는데 부모님오셨다...! 귀신보다 더 무서운 분들이 오셨어 내 멘탈은 회복되었다 부모님 만세
오전 3:34 ㄱㅕㄹ론만 말하자면 소금으로 된 돌은 효과가 없었다. 귀신님 가라사대 대충 눈치로 피해줬다카더라. 그것도 모르고 난 오예! 소금만능! 이러고 있었다... 꿈에 나와서 대충 이야기도 나눴다. 무서운 귀신은 아닌데 진짜 빡치는데 그럼에도 화낼수는 없는 귀신이다. 자세한 내용은 좀 자고 일어나서 정리해야겠다
내가 자기 전에 본 건 소금으로 된 돌 근처에서 서 있는 사람 인영이었어. 나는 보고 무섭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효과가 있나 싶어 살짝 설렌 마음으로 잠들었지.
근데 꿈에서 우리집이 아닌 집이 나왔어. 우리집이랑 같은 구조인데 가구가 다른 집. 나는 평소에도 자각몽을 꾼 적이 있어서 아 이거 꿈이구나ㅇㅇ 근데 왜 여깄냐 하면서 평화롭게 멍때림
그리고 우리집으로 치면 침실인 방에서 귀신이 걸어왔어. 내가 보는 귀신은 머리통은 반쯤 깨져서 머리카락이 피에 떡진 여자 귀신인데 꿈에서는 예쁜 언니여서 순간 못알아보고 저 언니는 뭐지 했다
근데 이 언니가 날 보더니 표정이 겁나 환해지는 거임. 나는 귀신인 거 알아보고 왠지 모르게 소름끼치고 기분나빠서 너 뭐야 저리꺼져를 시전했으나 눈꼽만큼도 신경안쓰고 존나 싱글벙글 웃더라. 욕할 뻔했는데 예쁘니까 참았다.
그러더니 나랑 얘기를 꼭 나누고 싶었다면서 혼자 주저리주저리 해댐. 나도 이상한 놈은 아닌 것 같아서 대충 같이 얘기해줬다. -왜 나 괴롭혀요. -...심심해서.. 뒷목 잡았다
나는 어이가 하늘로 승천하는 걸 느끼며 다시 질문했다. 뒷목 잡으니까 시무룩한 얼굴로 눈치살펴서 이 귀신 지금 나한테 미인계 쓰나 싶었다. -왜 죽었어요? -자살. -왜요? -....... 왜 죽었냐니까 입 꾹 다물고 말 안해주더라. 싫음 말고ㅇㅇ 하고 넘어가려고 했더니 귀신 이놈이 작게 덧붙였다. -...반려견이랑 같이 자살했어. -이 미친놈아!!!!!!! 나는 고양이랑 강아지를 인간보다 사랑하는 사람이라 순간 빡쳐서 근처에 있는 두루마리 휴지 던졌다. 현실이면 안맞았을 텐데 꿈이라 그랬는지 어쨌는지 귀신이 머리통에 맞았다. 귀신이 고개 푹 숙이고 미안... 이러길래 아 됐어요 하면서 짜증냈다.
그리고 왜 나한테 붙었냐고 물으니까 돌아다니다가 눈에 띈 게 나였대. 바바리코트 입었냐니까 아니? 하면서 고개 도리도리함. 왜 나였냐니까 되게 부끄러운 듯이 손가락 꼼질거리면서 말해줌. -닮았어 -누구랑요 -우리 별이랑 꿈인데도 뒤통수가 싸해졌다. 그거 혹시 개 이름은 아니죠? 하니까 자기도 좀 그랬는지 고개만 끄덕이더라. 3년동안 환청이나 물건 떨어짐 등으로 조현병까지 고민하고 상담받은 적도 있는데 이놈이 지금 그 원인이 내가 개닮아서랜다 아오씨
근데 왜 이때까지 꿈에 안 나왔냐고 진작 얘기해줬으면 내가 무서워할 일 없었지 않냐고 하니까 내가 자길 볼 줄 몰랐고 놀래키고 반응 보는 게 재밌었대. 아이컨택했을 때 자기도 놀랐다고 함. 소금에 대해서 물어보니까 침대 밖에 있는 소금돌 저언혀 효과 없는데 내가 뭔 표시를 해둔 것 같아서 안건드리려고 꿈으로 왔대. -꿈 아니면 어떻게 대화하려고 그랬는데요 -가위 누르려고 그랬는데 어이가 두 번이나 날라갔다.
머리맡에 있는 소금이 퍼뜩 떠올라서 그것도 물어보니까 그 소금 피하려고 다리쪽에서 가위 누르려고 했대. 그리고 소금물 물고 샤워하는 거 효과없다고 재미있게 봤다 그래서 빡침 -언제 성불 할 거에요? -너 좀 구경하다가 -아 진짜 (짜증) -조금만 보고 갈게 그러면서 내 머리카락 쓰담쓰담하길래 짜증났지만 귀신 표정보고 그냥 입다물어줬다. 모기만한 목소리로 조금이 얼마인데요하고 물으니까 웃으면서 미안하다고 그랬다.
그러고 꿈에서 깼다. 더 많은 얘기를 했는데 잘 기억은 안나네.. 귀신이 죽은 나이는 36살이었댔나 여튼 그랬다. 예쁜데 왜 현실에서는 개떡이냐고 그러니까 그건 어쩔 수가 없대. 죽은 모습 그대로인 듯.
본인 말로는 조금만 있으면 알아서 가준댔으니까 그냥 놔두기로 했다. 빡치지만 나름 불쌍하기도 하고... 벽 두드리는 등 어그로짓만 안해주면 정말 괜찮을 것 같다.
안녕, 스레주입니다. 이 썰을 푼 지도 한달이 지났네. ㅎㅎ... 사실 이 스레를 썼다는 것도 까먹고 지냈는데 이번에 언니가 성불을 하고 나니까 갑자기 생각나더라. 언니를 기억할 만한 걸 하나라도 더 남기고 싶어서 칮아왔어. 일단 그동안 있었던 일같은 걸 기억나는 대로 쓸게. 시간순서는 뒤죽박죽일 가능성이 크다.
귀신, 그러니까 언니는 자기가 왜 죽었는지, 살아있을 때 어떤 사람이었는지 전혀 얘기를 해주지 않았어. 나도 뭐 귀신이니까ㅇㅇ하는 마인드로 별 신경 안씀. 지나가듯 동생이 있었다고 얘기해준 걸 빼면 알고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청소기 돌리다가 언니가 침대 위에서 날 보고 실없이 웃길래 머리깨져서 안예쁘다고 했더니 삐졌다. 자 머리가 깨져있다는 걸 가끔 까먹는 눈치였다.
난 2층 침대 1층을 쓰는데 침대 천장이 낮아서 자주 머리를 박는다. 그러다 어느날 아침에 일어나다가 머리를 박았더니 바~보ㅋ라고 귓속말하고 튀었다. 그날 나 소금 뿌릴거라고 벼르고 있었다. 결국 안뿌렸지만 뒤끝이 길었다.
언니는 한번에 두가지 일을 잘 못했다. 내 눈에 보이면서 말하려면 엄청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자주 모습만 보이거나, 목소리만 들리거나, 물건만 떨어지거나 하곤 했다.
자기 전에 잠이 안 와서 눈뜨니까 언니가 나 구경하다가 들켰었다. 아무리 익숙해져도 밤에 깨진 머리가 보이니까 좀 무서웠지만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굴었었다.
가까이 있으면 소름돋고 시원하길래 근처에 있으라고 했다. 에어컨 대용ㅇㅇ.. 언니는 별말 안했지만 얘가 드디어 미쳤나하는 표정이었다.
집에서 화장실 가려다가 불이 켜져있길래 안에 누가 있는 줄 알고 안들어갔는데 나중에 보니 가족들이 다 나와있는데 불이 켜져있었다. 뭐지? 하고 문 여니까 아무도 없고 구석에 쪼그려 앉아 킬킬거리는 언니만 있더라... 육성으로 아 짜증나! 했다가 가족들한테 미친년 취급받았었다.
적다가 자버렸다. 이어쓸게. 왜 이렇게 괴롭히는 걸 좋아하냐 했더니 할 게 없대. 육체가 없어서 괴롭히고 반응보는 낙이라도 없으면 정말 지루하다고 함. 빈말로라도 부럽다고 하지 말라고도 했다.
진로고민 때문에 휴학 면담하러 갔을 때 같이 가줬다. 면담 들어가기 전에 어떡하지... 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교수님 옆에서 메롱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긴장 풀어줬다. 부작용은 교수님 몰래 웃음 참느라 죽을 뻔했다는 거...? ㅋㅋㅋ
나는 언니가 자주 꿈에 나올 줄 알았는데 안나오더라... 예쁜언니는 몸에 좋습니다! 정신건강에 좋다고!!! 그치만 내가 아무리 졸라도 안해주는 걸로 봐서는 뭔가 이유가 있어 보였다. 자기가 할 얘기가 있을 때만 나와서 꿈에 나온 적은 처음이랑 다른 1번이랑 성불할 때 뿐이네.
어느날 언니가 꿈에 나왔을 때에는 별 얘기는 안했다. 처음 꿈에서 장소가 언니의 집이었다면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언니는 우리 아파트에 살았더라. 친구한테 떠보듯 물어봤다가 이름만 아는 중학교 동창의 사촌이라는 걸 알게됐다.) 두번째 꿈에서는 시골 언덕 같은 곳이었어. 그날따라 언니 표정이 슬퍼보여서 나도 가만히 옆에 있어줬다. 바닥에는 눈이 거의 다 녹아가고 있었는데 언니는 그걸 한참동안 보고 있었었다.
자잘한 장난을 많이 쳤는데 잘 기억이 안난다. 샤워하고 있을 때 옆에서 같이 물맞는 시늉을 자주 했다. 물이 다 통과해서 가끔 모른 척하기 힘들었다.
동생의 물건을 자주 숨겼다. 어느날은 물건 건드리길래 어떻게 하는건가 궁금해서 지켜봤다. (물건이 공중에 휙 떠다니는 판타지가 있었다.) 1분에 1cm정도로 찔끔찔끔 옮기고 있었다... 어쩐지 떨어지기만 한다 했다. 엄청 힘들어보이는 표정으로 그러고 있어서 짠했다.
첫 꿈을 꿨던 날 이후부터 이틀에 한번꼴로 귀신이 장시간(약 2~4분 정도)보일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스킨십하고 있길래 냅뒀는데 어느날부터 스킨십하는 부위가 아려오는 듯한 느낌을 받음. 처음엔 말 안했는데 3일쯤 지나니까 점점 심해져서 말했더니 좀 충격받은 얼굴이었다.
그리고 약 일주일간 보이지도 들리지도 꿈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간혹가다 물건만 툭툭 떨어지기에 아 아직 있구나 하고 아는 정도. 그러다 꿈에 갑자기 나타났는데 표정이 안좋아보이길래 뭐냐고 왜그러냐고 그랬더니 자기가 나한테 안좋은 영향을 주기 시작한 것 같아서 안나타났대. 나도 겪은 게 있어서 말을 못하니까 그래도 가기 전에 인사는 하고 가야 할 것 같아서 들렀다면서 머리카락 쓰다듬고 꼬옥 안아줬다.
기분이 이상했다. 겨우 장난 좀 치고 같이 놀았을 뿐인데 막상 간다고 하니까 복잡한 기분이었다. 죽은 지 얼마 안됐을 때 강아지 영혼 찾으러 다녔는데 못찾아서 좌절했었는데 나 보고 많이 괜찮아질 수 있었대. 강아지가 사람이었으면 나처럼 겁도 많은 게 빨빨거리고 돌아다녔을 거라면서 웃었다. 나는 또 그 소리냐고 태클걸고 싶었지만 마지막이고 해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한참동안 고맙다고 안아주고 손 꼭 잡아주고 히더니 자기는 이제 가볼 거라고, 가야할 것 같다고 그러면서 울먹이길래 나도 감정이 격해져서 어깨 토닥토닥해주면서 좋은 곳에 갈 거라고, 강아지 꼭 만날 수 있을 거라고 해줬다.
-잘 지내, 레주야. 늦게 와. 사랑해. -잘 가, 언니도 별이랑 잘 지내고. 사랑해. 나는 말 안해주면 후회할 것 같아서 말했는데 언니는 내가 같이 말해줄 줄 몰랐는지 좀 놀란표정이었다가 '사랑해' 란 말 좋네. 하면서 웃으며 손을 흔들어줬다. 나도 꿈이 깨기 전까지 언니에게 손 흔들어주다가 언니가 사라지는 장면을 끝으로 꿈에서 깼고 하루동안 멍했다.
그러다 하루종일 환청도, 물건 떨어지는 소리도 없으니까 아무렇지도 않을 줄 알았는데 그 짧은 시간동안 은근히 정들었는지 정말 갔다는 게 실감이 확 나서 눈물나더라. 슬프다기보다는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 더 컸다. 더 잘해줄 수도 있었을 텐데.
지금은 언니가 성불한 지 약 일주일이 지났다.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추억한다는 게 되게 미묘하네. 선풍기를 볼 때면 언니한테 밀폐된 공간에서 선풍기를 틀고 자도 안죽는다는 걸 열심히 설명했던 기억이 난다.
언니는 내 책상을 보고 좀 치워;; 라면서 질색했는데 내 책상은 결국 성불한 후에야 다 정리됐다. 사소한 것들이 아쉽다. 잘 생각해보면 더 있을 것 같은데 다 비슷비슷한 패턴의 장난이니까 이만 줄여야 할 것 같다. 이제 정말 끝이네.. 그동안 같이해준 레더들 고마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