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말 할 수 있을거 같다. 조용하고 그냥저냥 사는 작은 시골에 살던 어린 시절, 친할머니도 아니면서 친할머니 이상으로 키워주시던 퇴역무당? 울 할매 이야기들. 소소하게 풀어볼게 지나가는 바람처럼 들어줘
비오니까 나 키워주셨던 할매 얘기 한다
오오 재밌겠다
듣고있어
1. 처음부터 첫만남 이야기를 쓰기엔 너무 지루할테니까 그건 차차 풀고 내 기억 속 첫만남부터 시작할게 내 기억속에서 할매는 처음부터 있었어. 가장 처음 기억이 3살무렵인데 할머니네 마루에 누워서 큰소리로 책 읽고있으니까 할머니가 잘읽는다며 사탕을 준 기억이야. 당시에 나는 할매가 내 친할매인줄 알만큼 교류가 잦았어. 왜 우리는 할머니랑 따로사냐고 엄마한테 물어봤을때야 친할머니가 아니란걸 알 수 있었지
부모님도 별로 말리지 않아서 나는 하루종일 할매네서 놀다가 밤 늦게서야 들어가곤 했어. 그날도 해 질 때 까지 놀고 집에 들어가는 길이었지. 할매 댁에서 한 5분정도만 걸으면 우리집이라 아주 늦지 않으면 할머니의 마중도 거절하고 혼자 뛰어가곤 했어. 혼자서 신나게 뛰어가는데 갑자기 모퉁이에서 어떤 여자가 불쑥 나타나는거야. 그러면서 나한테 "꼬마야 집 가는 길이니?"라며 말을 걸었어
보고있어
나도 보고이썽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지. 그러자 그 여자가 별안간 내 손을 잡더니 "너무 늦었다 언니가 바래다줄게"라면서 앞장서 걷는거야. 어린마음에 의심도 안하고 쫄레쫄레 따라나섰어. 당시 언니 손이 고목처럼 길고 말랐던 기억은 나.
읽어주는 레스더들 고마워! 그렇게 한참을 걷는데 어째 걸어도 걸어도 집에 가까워지지가 않는거야. 분명 걷고있는데 제자리걸음을 하는 느낌? 주변 풍경도 분명 움직이는데 아무리 걸어도 집까지 가지 못하더라고. 고작 5분거린데. 정말 이상한 기분이야. 왜 집에 가까워지지가 않지? 언니가 뭐라 말이라도 해주면 좋을텐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 계속 걷는데 갑자기 뒤에서 할매가 내이름을 크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어 "레주야!!!!!"하고. 풍채가 좋으시니 소리도 진짜 크시더라
그 소리에 반사적으로 뒤를 돌았는데 아니나다를까 할매가 내쪽으로 헐레벌떡 달려오고 계셨어. 나는 반가운 마음에 "할매!!"했는데 할매 얼굴은 나만큼 반가워보이지가 않는거야. 아니, 오히려 화내는것 같았어. 할머니는 후다닥 달려오시더니 "너 집 안가고 누구 따라갈라 했냐" 이러시는거야. 나는 "누구 따라가긴 언니야 따라가지" 하면서 잡고있던 손을 흔들어보였는데 분명 방금 전까지 손 잡고있던 언니가 사라져있고 난 빈 허공을 잡고 있더라.
더불어서 주위는 내가 할매 집을 나섰을 때 보다 어두워져 있었고 나는 집가는 길이 아닌 마을 어귀까지 걸어가있었어. 완전히 엉뚱한 길로 빠져버린거야. 그렇게 이상한 길을 거의 15분가까이 걷고 있었더라지. 어린애걸음으로 15분이였으니 망정이지 잘못하면 산에 들어갈 뻔 했어. 할머니는 어안이 벙벙해 하는 나를 번쩍 안아업고 "어린애한테 뭘 바라고 들러붙누. 아는 놔두라 아는 놔 둬"라며 중얼거리며 집까지 업어다 바래주셨어. 그러면서 절대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말라는 당부까지 하셨지. 그리고 절대 그 언니가 다시 나타나도 따라가면 안된다고 하셨어. 처음 홀리기가 힘들지 한 번 홀리면 계속 붙을 수 있다면서
그러면서 말씀하시기를 "그 언니가 또 나타나면 '나는 어려서 암것도 할 수가 없어요.할매 찾아가세요"라고 말하라고 알려줬어. 그리고 며칠 후 거짓말처럼 그 언니를 다시 만났지. 마당에서 빈둥대는데 언니가 "얘 얘'라며 문 밖에서 날 부르더라고. "언니네 가자. 이쁜것들 맛난것들 많이 보여줄게 많이 먹여줄게"라면서.
오 소름...
그 때 나는 영특하게 할매 말을 떠올리곤 할매가 말한 대로 말했지. 그러니까 그언니가 잠시 말을 않더니 "알았어.."라며 돌아가더라고. 그 뒤엔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할매가 잘 해결해줬을거라 생각해.
2. 나중에 쓸라 했는데 먼저 써야 할 수 있는 얘기가 많아지겠다. 할머니랑 우리 가족이 얽히게 된 사연에 대해 들은대로 말해줄게. 할매가 우리 가족이랑 엮인건 친 외할머니 장례식장에서 부터였어. 당시 우리가족은 서울에서 살았고 난 그 때 2살이었지. 친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이래로 쭉 혼자 시골서 사시던 친 외할머니마저 돌아가시면서 친척이 모여 할머니 장례식을 열었는데 웬 무섭고 풍채 좋은 할머니가 걸어들어오더래.
그 언니도 알았어...하고 가는거 넘 귀엽다ㅋㅋ
보고있어!
보통 울면서 들어오시는 할머니 친구분들과는 달리 이 할머니는 아주 당당하게 들어오셔서 당황하셨더라지. 게다가 할머니 사시던 시골엔 장례식장 위치도 안 알려 드렸는데 어떻게 알고 찾아오신건지. 할매는 대뜸 가족들 앞에 서더니 무서운 얼굴로 '느이는 부모가 어서 살다 어서 죽든 중요하지가 않은가보지? 어머니 혼자 사시는데 일년에 코빼기 비친 년놈들 얼마나 되나. 어머니 임종을 지키지 못할걸 한스러워 통곡하진 못할망정 얼마나 됐다고 부정탈 짓들을 해? 고얀것들' 이런 말씀을 하셨대. 부정탈 짓이 뭔진 모르겠지만 할머니 돌아가실 때 까지 거의 왕래가 없던 자식들을 그렇게 욕하시더라고. 그것 때문에 우리 부모님도 사실 싫어하셔.
친척들 다 뭐라 반응해야할지 몰라서 서로 눈치만 보더래. 덩치가 성인 남성만하고 무서운 할머니가 대뜸 혼을 내시니 그럴 수밖에. 할매는 가족들을 쭉 째려보더니 갑자기 우리 가족쪽을 정확히 보시면서 "너!" 나를 안고 있는 우리 엄마를 가리켰어. "너희 서울살지? 서울 집 처리하고 니네 엄마 살던 집으로 이사온나. 그 아 데리고." 엄마랑은 깜짝 놀랐지. 놀라워서보다는 누군데 명령을 하는지.. 뭐 그런 느낌으로 말이야. '저희요?'하면서 머뭇거리니까 할매가 한숨쉬더니 "나도 니네랑 엮이긴 싫은데, 느이 엄마가 손주좀 잘 부탁한다고 그렇게 사정하신다. 길게도 아냐. 애 초등학교 뗄 때 까지만 시골와서 살아.그게 마지막 효도고 마지막 친절이야" 이 말 하시고는 성큼 할머니 빈소로 들어가서 쿨하게 절 세 번 하고 "아는 내가 잘 볼게 훌훌 떠나소"라고 크게 말씀하시고는 또 쿨 하게 떠나셨대. 안그래도 그 때 내가 아토피가 좀 심했던지라 이참에 갈까 하는 마음으로 부모님은강제 귀농..을 선택하셨지.
막 시골텃세가 심하다 어쩌다 해서 걱정하셨는데 이게 왠걸 시골분들이 너무하다 싶을정도로 후하게 대해주셨대. 할매가 말한 집이 너희냐는 말도 많이 들었고. 할매가 미리 손을 써둔것 같더라고. 우리가 도착해서 짐 푸니까 많이들 와서 짐 옮기는것도 도와주시고. 할매도 와서 다 청소 해놨으니까 여기서 잘 살다 가라고 덕담도 해주셨대. "내 집 저기니까 우리 자주 보게 될거야" 라며 엄포아닌 엄포도 두셨지ㅋㅋ 실제로 나를 보러 많이 들락거리셨고 나는 걸음이 수월해질 무렵부터 할매 뒤를 졸졸 따라다녔어
할매는 마을에서도 유명인사더라고. 마을사람들 모두가 할매를 무서워하면서도 따르는 느낌이 있었어. 또 애들을 싫어하는 할매로 유명했는데 유독 나는 이뻐하며 챙겨주니까 신기해 하더라고.
하루는 나도 궁금해서 물어봤지. "할매 할매는 애들이 싫어요?" "내는 싫다. 아들 시끄럽기만하고 말도 안듣고" "근데 나는 왜 좋아해요?" 그러니까 할머니가 웃으면서 말해주더라고 "니는 안밉다. 니 할머니가 너무 착한 사람이라서 니는 말을 안 들어도 밉지가 않다. 레주야, 너희 할머니는 진짜 좋은 분이셨다. 혼자 살면서도 베풀 줄 알고 남을 사랑할 줄 아는 참한 할머니셨다. 이 할매가 소싯적 사람대하는 일 하면서 여럿 만났지만 네 할머니만큼 좋은 사람은 본 적이 없다. 공덕이라는게 손해보고 부질없어보이는 것 처럼 보여도 그기 아니다. 다아 남아서 피와 살이 된다. 레주야 너도 네 할머니처럼 덕을 쌓는 사람이 되야 복받는다. 알긋냐?" 이건 지금의 나에게도 좌우명같은 말이야. 덕분에 사람 좋단 말 많이 듣고 복도 받는거같아. 뜬금없지만 너희도 나누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되면 좋겠어..
먼가 훈훈하당
씻고와서 이을게~
씻고온다더니.....ㅠ
그대로 잠들었나
기다릴겡겡
어여와
빨리왕
미안 어제 씻고 너무 피곤해서 5분만 잔다고한걸 푹자버렸어.. 3시에 껬는데 다시 잤어 10시 반쯤에 집가서 꼭 이을게
오옹 10시다!ㅎㅎ
30분 정도 남았네ㅎㅎ 갱신!!
쓰구있어?
왔어! 기다리게해서 미안..그만큼 더 열심히 쓸게
웅웅 어서와
3. 시작부터 썼지만 할매는 퇴역무당?이셔. 표현이 맞는진 모르겠는데 그걸 보여주기라도 하듯 할매 집에 작은 방 하나가 그 점집에 가면 있는 상?같은게 모셔있는 기도방이야. 한창 때 만큼은 아니어도 가끔 보면 기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 할매 말로는 나이들면서 기력이 쇠해지며 신을 젊었을 때 만큼 잘 모시질 못한다는데 쇠해진게 이정도면 젊었을 땐 얼마나 대단했나 싶었어
동접이당! 보구이써
오 나도 동접인가
할매는 자신이 무속의 길을 걷게 된 것을 후회하지 않으셨어. 오히려 자부심을 가지셨지. 그런 분께 가짜무당들은 정말 꼴 보기 싫은 존재였을거야. 가끔 할매랑 시내에 나가면 점집이 꽤 심심찮게 보였는데 할매는 지날 때 마다 꼭 "여긴 믿을만 한 곳. 저긴 사기꾼. 저긴 못미더운 곳" 이런식으로 한 마디씩 덧붙이곤 하셨지.
오 동접 많다! 그날도 할매 따라 동네 마실응 걷고 있던 참이었어. 평소처럼 평화롭고 적당한 소음이 기분좋은 분위기였지. 그런데 저쪽에서 보따리를 이고 들어오시는 한 할머니가 지나가니까 할매가 갑자기 눈을 부릅뜨시더니 그 할머니를 빤히 쳐다보시는거야. 그리곤 갑자기 벌떡 일어나시더니 달려가서 할머니를 불러세우곤 어디 다녀왔냐고 물어보셨지. 길가다 멈춘 할머니는 마치 잘못을 들킨 어린이 처럼 '근처 마을에 좀 다녀왔는데.. 왜요' 라고 어리둥절하게 물으셨어. 그러니까 할머니가 "근처 마을에서 뭐 하고 왔길래 귀신을 달고와?" 이러시더니 한숨쉬며 할매 집으로 데려가셨지
헐헐 그래서?
할매는 데려온 할머니한테 물 한 사발 마시게 하고 부적 하나를 꺼내주고는 당분간 부적을 옷새에 잘 여미고 다니라고 하시더라고. 신뢰도야 언제나 짱이던 할매였으니 할머니는 알겠다고 크게 인사하시고는 보따리에 있던 강정이며 감이며 그런것들을 챙겨주셨어. 과자는 내가 먹었지만.. 할머니가 떠나기 전에 할매가 다시 물어보더군. 가서 뭐 하고 왔냐고. 그러니까 할머니가 '친구네서 굿 판이 벌어지기에 잠시 다녀왔다'라고 대답하셨지. 그 집 아들이 귀신때문에 앓아누웠다고 말이야. 그 말을 듣자마자 할매 눈이 희번득해 져선 "선무당을 불렀구만.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방울만 흔들어대는 선무당을 불렀어!" 이렇게 호통치시더라고. 그리곤 아주머니한테 그 집에 같이 가자고 즉석에서 약속을 잡아버렸지.
며칠 뒤에 약속 날짜가 됐고 나는 학교가 끝나기 무섭게 할매랑 같이 따라나섰어. 집에서도 이젠 그럴려니 했거든. 어차피 가도 할매가 잘 챙겨줄걸 아니까. 버스를 타고 한 30분을 달렸을거야. 잠 좀 자고 일어나니 할머니가 나를 업고 걷고 계시더라고. 바로 내려와서 내 발로 따라걸었지. 그렇게 좀 걸어서 할머니네 친구 댁에 도착했어. 문 앞에서 할매 얼굴을 보니까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기분나빠하는건 알겠더라.
할머니가 친구분이랑 잘 대화를 해서 일단 들어섰지. 할매는 인사도 없이 집 이곳저곳을 둘러보더니 친구분한테 말했어. "아들 아픈건 귀신이 한게 아닌데 어디서 엄한 무당 데려와가지고 집 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놓냐" 그러니까 친구분이 놀라더라. 어떻게 알았냐고.. 사실 이건 미리 들었던거지만ㅋㅋ 할매의 신뢰성을 위해 모른척. 할매는 "얜 신이 있긴 한데 제대로 실린 무당이 아녀. 굿 한 번만 한다고 하진 않았을텐데?" "네.. 내일 또 온다고 약속잡았어요." "시간 알려줘. 내일 나 불러." 그러면서 또 바로 약속을 잡으셨지. 그냥 그 점집으로 쳐들어가면 안되냐고 물으니까 그 무당도 신이 있긴 해서 찾아가면 안 볼라 할거라고.. 그러니까 일종의 기습을 하잔거였지.
오오 재밌당!
대망의 내일이 다가오고 난 역시 할매를 따라나섰어. 할매는 무당이 온다고 한 시간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는데 집 앞에 보니까 차에서 아저씨 아줌마들이 뭐 내리고 분주하시더라고. 그걸 보시더니 할매가 내 손 꽉 잡고 성큼성큼 다가가서 척 봐도 무당처럼 보이는 아주머니 어깨를 홱 낚아챘어. 아주머니가 할머니를 보자마자 안색이 파리해지시더라. 할머니는 아주 화가 많이 나신 목소리로 "기도도 제대로 안드리고 신도 없는 년이 어딜 기어들어와서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선무당이 사람잡는다더니 이 년이 사람잡는 년일세!" 이러고는 아주머니 머리통을 꽉 잡고는 소를 끌고가듯 질질 끌고 친구분 집으로 들어가셨지. 뒤에서 딴 아저씨 아줌마들이 말렸는데도 어찌나 힘이 좋으시던지 눈 한 번 꿈쩍 안하고 완전 직진모드로 들어가셨어
오오..할머니..할크러쉬..
문에 들어서자마자 아줌마를 내동댕이 치듯 던져버리고는 "자 자 이거 보소. 니가 집을 이모양 이 꼴로 해놓고 뻔뻔하게 낯짝을 보여? 이래놓고도 돈이 목구멍으로 들어가더냐?!" 호통지르니까 갑자기 그 아주머니가 왈칵 눈물을 보이시더니 잘못했다고 싹싹 빌더라고. 뭔 일인지도 모르는 친구분만 눈치보고.. 덩달아 나도 보고. 무슨 일이냐고 친구분이 끝끝내 물어보니까 할머니가 답해주셨는데 아들 아픈건 병원가서 정밀검사 받으면 해결될건데 괜히 이 무당이 돈 타내겠다고 귀신짓이라며 사기를 쳤다는거야. 게다가 이 무당은 기도도 소홀하고 정성도 적어서 신력도 거의 없는데 그 상태서 굿하겠다고 난리를 쳤다지? 방울소리듣고 굿판 벌어지니까 주변에 귀신이란 귀신은 다 꼬인거야. 그러니까 집안은 엉망이 될 수밖에. 그와중에 또 돈벌겠다고 가짜 굿판 열면 어쩌겠냐고. 정말 난리나는거지. 그걸 이 무당이 하겠다고 왔으니까 할매가 화가 난거지.
그 말 들은 친구분은 억장이 무너지는 표정으로 선무당을 째려봤어. 자기한테 굽실대는 무당한테 할매가 "잘못했으면 잘못한 사람한테 빌어야지 백날 천날 나한테 빌어봤자 뭔 소용이 있어!" 라고 호통치시니까 곧바로 친구분한테 죄송하다고 빌더라고. 돈은 다 돌려드리겠다고. 할매는 그건 당연한거고 괜한 귀신까지 불러들인 갚도 치루라고 하셨어. 그러면서 친구분한테 믿을만란 무당이라면서 연락처를 적어드렸지. 친구분은 고맙다고 할머니한테 크게 인사하시고 할머니는 곧장 나를 데리고 나오셨어. 아주머니가 뒤따라나와서 약소하지만 감사의 표시 라며 만원짜리 돈뭉치를 챙겨드리자 사람 살리는 일인데 뭐이리 거창하냐며 딱 두 장만 빼고 돌려주셨지. 그 두장으론 오는길에 맛난거 먹었다ㅋㅋ 나중에 전해들은 소식으로는 무당은 잘 해결이 됐다더라고. 아들은.. 좀 큰 병에 걸려서 마냥 다행이라고할 순 없었지만.
4. 이건 짧은 이야기. 시골이라 그런지 버려진 건물이 꽤 있었어. 그 중엔 담력체험하러 오는 건물도 있는데 요건 다음에 쓸게. 여튼 신기했던 기억이 있는데 하루는 할매가 마실돌다 한 폐가를 보더니 "레주야 너 오늘내일은 저 집 주변으로 가지 마라. 저기 곧 불날 집이다." 그리고 그 날 새벽에 정말 불이났어.. 왜 났는진 모르겠고. 짧지만 신기한 이야기
이번엔 씻고 꼭 돌아올게 꼭
5. 폐가 하니까 생각나는 이야긴데 내가 초 5 여름방학 때였어. 한창 애들 까불거릴 나이지.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노는데 한 애가 우리가 진짜 어른이 될려면 꼭 해야할게 있다면서 산 중턱에 있는 폐가에 담력테스트를 가자는거야.. 그 폐가는 버려진지 십년은 된 2층짜리 건물인데 으시시해서 뭐 담력체험으로 많이 온다는 그런 곳이었어. 나는 할매가 그런데는 가지 말라고 어릴 때 부터 귀에 딱지앉을정도로 들어왔는터라 안가고싶다고 했는데 언제나 용감을 뽐내던 남자애들이 여자애들도 가는데 우리도 가야지!라며 주도적으로 나섰고 결국 나 빼고 4명이 그 폐가에 가겠다며 5시에 산 아래서 모였지.
난 몰래 산 아래서 배웅만 해 주고 걔들은 산으로 올라갔어. 그렇게 한 시간, 두 시간 세시간이 지났지. 날이야 발써 어두워지는데 애들이 안오는거야. 그 때 동네 학부모들이 난리였어. 애들 행방을 수소문하고 다녔어. 그 폐가에 간 걸 들키면 혼날게 뻔하니까 나도 말을 안했는데 한 8시쯤에 폐가에 간다고 한 여자애 하나가 엉엉 울면서 내려오는거야. 친구가 이상하다면서.
동네 어르신들이 발칵 뒤집어졌지. 왜 그런 을씨년스러운데 가냐고. 마을이 한창 시끄러우니까 할매도 뭔일인가 싶어서 나왔는데 애가 울면서 돌아온 꼴을 보니 심상치 않았다 싶었는지 할매 집에 들어가서 알록달록한 천들이랑 커다란 칼을 들고 나오시더니 앞장서서 폐가로 올라가셨어. 어른들이 그 뒤를 따랐고. 나는 할매가 오지 말라고 해서 집에서 엄마랑 기다렸는데 한 시간 쯤 있으니까 할매가 애 하나 들쳐엎고 내려오시더라. 그 뒤엔 다른 애들이 탈진한 상태로 엎혀내려왔어.
응응 그래서??
보고이써
할매한테 들려온 애 보니까 온 몸을 알록달록한 실로 감아놨는데 입엔 흰 천을 재갈같이 물려놨더라. 걘 기절한 것 같았어. 할머니는 욕이란 욕은 다 하시면서 그러니까 왜 쓸데없는데 가냐고 화내셨지. 탈진한 애들은 대답할 기운도 없이 닭똥같은 눈물만 흘리고 있었어. 내려온 할머니는 자기는 폐가같은데 간 애들은 그렇게 가지 말라 했는데도 지 발로 귀신들리겠다고 찾아간거라서 이 이상 신경을 안쓸거라고 했어. 친구 부모님들은 제발 좀 봐달라고 사정이셨고. 나도 내 친구들이니까.. 할매한테 '할매 얘네 내 친구들인데..'라며 부탁했지. 한사코 거절하시던 할머니였지만 나의 부탁앞에 무너지셨어ㅋㅋ 한숨을 크게 쉬시면서. 같이 간 애 셋 부모한테는 부적을 쥐여주면서 이거 문에 붙여놓고 오늘 밤에 밖에서 누가 불러도 절대 나가면 안된다고 못 나가게 하라고 신신당부를 하셨고 할매한테 엎혀 온 부모한테는 오늘은 얘 우리집에서 재울테니 집가서 기도나 하라고 엄포하셨어. 그리곤 나한테도 와선 부적 쥐여주고 나도 절대 오늘 누가 불러도 나가면 안된다고 당부하셨지. 나는 알겠다고 끄덕거렸어
와..
보고있어
응응 그래서?
그날은 가족끼리 한 방에서 자게 됐는데 같이 올라가신 아빠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슬쩍 물었어. 아빠가 보신대로 말해 주시기를 폐가에 갔는데 아무도 없어서 애들 어디갔나 찾고 있었대. 그런데 갑자기 할머니가 주변을 삥 둘러보더니 어디로 성큼성큼 올라가시는거야. 따라가니까 거기 애들이 있었는데 여자애가 강시처럼 폴짝폴짝 뛰면서 어디로 갈려고 하고 같이 간 남자애 두명이서 그 여자애를 잡아두지 못해서 끌려가고 있었대. 그걸 보고 재빨리 어른 둘이 가서 여자애를 잡았는데 어른들도 당해내기 힘들정도였대. 일단 같이 간 남자애들은 추스르고 여자애한테 할매가 다가갔는데 다가가니까 갑자기 난동을 부리더래. 할매는 가져간 끈으로 여자애를 빙빙 둘러싸맸지. 그러니까 여자애가 좀 전처럼 힘을 쓰진 못하고 이만 아득바득 가는데 갑자기 입을 크게 벌리더니 지 혀를 깨물려고 했다지. 그 전에 할매가 커다란 칼을 가져다가 애 머리 위에 대고 칭칭 칼날을 부딪히고 어떻게 휘두르니까 애가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풀썩 주저 앉아. 할매는 그 사이에 재빨리 흰 천으로 재갈을 물렸지. 그 상태로 내려왔다고 했어. 아빠도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면서. 그렇게 무서운 밤이 찾아왔어
그날 밤이었어. 가족들 다 잠들었고 나도 잘 자고 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누가 내 이름을 부르는거야 '레주야~ 레주야~'하고. 목소리가 들어보니 그 폴짝폴짝 뛰었다던 여자애였어. 그 땐 이상하게도 정상적인 사고가 안 되더라.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어. 갑자기 할매 집에 있어야 할 애가 밤 늦게 찾아왔는데도 이상한것 보단 '아 벌써 할매가 보냈나보다'하는 생각이 들었지. 그래서 나도 모르게 문을 정말 살짝 열고 틈으로 봤어. 근데 모습도 분명 그 친구가 맞아. "레주야 놀자 우리 놀자" 친하던 친구의 얼굴과 목소리가 놀자는데 전혀 위화감이 없었어. 당장에라도 나가고 싶었지만 너무 피곤해서(ㅋㅋ) "너무 늦었어 내일 놀자." "안 돼 딴 애들도 안 놀아준단 말이야." 그렇게 떼를 쓰는거야. 그래도 나는 꾹 참고 안된다고 단호하게 거절했어. 그러니까 그 친구가 갑자기 씩 웃더니 "레주야 레주야 레주야 레주야 레주야 레주야 레주야" 이런식으로 내이름을 같은톤으로 무한 반복하면서 폴짝폴짝 뛰어서 문 앞까지 오는거야. 마루 바로 앞까지 와서 "레주야 레주야 레주야 레주야"해대는데 진짜 그 순간 무서워 죽는줄 알았어. 문 쾅 닫고 엄마하빠 틈으로 기어들어갔지. 그렇게 벌벌 떨면서 아침을 맞았어.
와 진짜 소름 잘 보고있어!
와 할머님 대단한분이셨구나....
다음날 동이 트자마자 헐레벌떡 할매집으로 달려갔어. 그 여자애가 진짜 찾아온건지 허께비였는지 궁금해서. 문에 들어가자마자 할매가 맞아주더라고. 레주 괜찮냐고. 나는 밤에 친구가 찾아왔었다고 말해줬어. 할매는 걱정하더니 '밖에 나가지는 않았고?'라고 물으셨어. 내가 고개를 끄덕거리니까 그제서야 다행이라 하시더라. 내가 친구 안부를 물으니까 할매는 일단 고비는 넘겼다고 하셨어. 나머지는 이제 할매 아는 사람한테 맡길거라고 할매는 할만큼 했다고. 그렇게 우리는 방학 내내 보지 않았고 방학이 끝난 후 학교에 모였을 때 처음으로 조심스레 서로 이야기를 꺼냈지.
애들 세명은 다 나랑 같은 경험을 했대. 시간대에 차이가 있었고 아예 대꾸도 안한 친구도 있었지만 그 폴짝뛰던 여자애 목소리가 밖에서 놀자고 불러낸 것 만은 공통점이었어. 문제는 이제 폴짝 뛰던 여자애지. 걔한테 어땠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보니까 썰을 풀어주는데 자기는 정신 차리자마자 할매가 화부터 내더래. 왜 거길 갔냐고. 그 폐가에 어린애가 주권을 잡고 있었는데(귀신은 나이가 별 상관 없으니까 가능한 일) 어린 애들 넷이서 헬렐레 하고 무방비하게 들어오니까 올타구나 하고 붙은거래. 그 중에서도 이 여자애가 맘에 들었나봐. 자기는 뛴 기억이 없다고 하더라고. 여튼 할매가 조촐하게 차려준 밥을 먹고 난 후에 깨끗하게 씻고 나오니까 할매가 작은 방에 넣어놓고 오늘 밤은 여기서 자라고 했대. 각 모퉁이마다 소금이 흰 색 종이에 담겨있고 창문은 한지같은걸로 막혀있었는데 할매가 아무것도 건들지 말고 절대 오늘 누가 불러도 나오지 말라고 했다는거야. 정신 똑바로 차리라면서. 할머니가 무슨 일 있으면 문 열고 들어올테니까 너는 아침이 돼도 문 열리기 전엔 방에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했대. 그러면서 이불이랑 요강을 주고 할머니는 나가셨고.
그리구??
오...스펙타클해....
아직 쓰고있어?
그렇게 그 여자애도 무서운 밤이 시작됐어. 처음엔 혼자 자는게 무섭다가 나중엔 잠이 안오고 할게 없어서 더 무서웠더라지. 한참을 누워서 양을 세는데 갑자기 밖에서 같이간 친구'들'이 자기를 불렀다는거야. "00아~ 나와~ 놀자!" 여자애는 잠에 취한 상태도 아니었고 오히려 긴장한 상태였으니 그걸 듣고 단박에 귀신인걸 알았대, 그래서 대꾸도 안하고 벌벌 떠니까 여러명이서 이름을 부르던 목소리가 점점 합쳐지면서 왠 가성의? 어린 애기 목소리가 자기 이름을 부르더래. "00아~ 나와~ 놀자!" 절대 안나가지. 이불에 더 꽈악 몸을 파묻을수록 목소리가 다가오는데 나중에는 귓가에 대고 직접 속삭이는것처럼 들렸대. 머리에 왱왱 울리는데 그렇게 무서웠다고 하더라고. 점차 시끄럽던 목소리가 사그라들고 갔나? 싶은 마음에 보지도 않던 문을 살짝 봤는데 어떤 애기정도로 보이는 크기의 그림자가 문에 딱 달라붙어있는게 보이는거야. 그 순간 비명을 진짜 크게 질렀대. 그러니까 애기가 신난듯이 다시 계속 친구 이름을 불렀다고 하더라고. 친구는 그 때 기절하다싶이 잠에 들었을거야. 정말 기절이었을 수도 있고.
와 무섭겠다
아ㅜㅜ무서워....
여튼 눈을 떠보니까 날이 밝아있더래. 어느정도 새벽이겠구나 싶었지. 그래도 나가지 못하고 가만히 있는데 밖에서 할매 목소리가 들렸대. "00아 수고했다. 이제 다 끝났으니까 후딱 챙겨나와서 밥 좀 먹어라" 그제서야 안심이 되면서 다 끝났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대. 때마침 맛있는 고기반찬 냄새도 솔솔 풍기고. 그래서 아무 의심 없이 나갈려고 하는데 순간 할매가 먼저 문을 열지 말라한게 떠올랐대. 그래서 '혹시 할머니가 까먹은건 아닌가'하고 머뭇대고 있는데 할매가 다시 재촉하더래 "언능 나와라 국 식겠다" 고기냄새가 술술 풍겨오는 순간 나가면 안되겠다고 직감했대. 그 불같던 할매가 자기를 그렇게 고기까지 구워줄만큼 자상하게 대해해 줄리가 없었기 때문에(...) 결국엔 나가지 않고 밖에서 자기를 화내듯이 재촉하는 할매를 무시하고 버티니까 목소리는 사라지고 얼마 후에 할머니가 문을 열어주셨다네 "잘 했다" 라면서
헐 웅웅
ㅂㄱㅇㅇ
그 후론 할머니가 소개해 준 집에 몇 번 가서 귀신을 떨쳤다고 하더라고. 우리끼리 '아 다행이다~'하면서 하하호호하는데 문득 왜 그 때 같이간 애들은 이해가 되는데 나한테 귀신이 찾아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그 날 할머니한테 물어봤어. 왜 그 때 귀신이 나 찾아온거냐고. 할매가 말해주시기를 원래 내가 체질상 귀신이 잘 꼬이는 체질이라 하더라고.
그런 체질은 어떤 체질인거야 혹시?
할매 말로는 내가 무당이 될 팔자는 아닌데 귀문같은게 열려서 귀신들이 좋아한다고 했어. 우리 친할머니가 살아생전에 내가 귀신 꼬이는 사주인걸 알고 그렇게 걱정하셨대. 우리 손녀 어쩌냐면서.. 다행히도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좀 덜해지는터라 13살 까지만 잘 넘기면 된다고 했어. 그래서 나보고 6학년때 까지 시골내려오라 한거였고. 괜히 나를 항상 끼고 다니신게 아니더라고.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차라리 옆에 두는 편이 낫다 싶으셨겠지. 할매가 나 13살 때 까지는 할매 옆에 두고 계속 지켜줄테니까 걱정말라 하셨어. 나는 그 때 13살 넘어도 할매 옆에 있고 싶다고 징징댔는데 할매는 단호하게 거절하셨어. "사람은 도시서 살아야 크게 된다" 라면서...
나중에 할매랑 헤어지는거 쓸거 생각하니까 눈물난다.ㅠ 여긴 비 많이오는데 다들 잘 자 내일도 열심히 달리도록 할게!
늦은시간까지 써줘서 고마워 오늘하루 고생많았어
>>77 >>78 에 쓰여진대로야! 무당팔자는 아닌데 귀문이 열렸대.
ㅜㅜ아 나도슬퍼ㅜㅜ
>>80 읽어줘서 고마워ㅋㅋ 두서없는 글 재밌게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니 신기하다 레스더도 잘 자고 좋은 하루 되길 바래!
헉 완전 흥미진진해 ㅠㅠ 글 잘 읽고 있어 스레주! 다음 이야기도 넘 궁금해!
재밌다 언능와
얼른 와 레주! 기다릴게!
잘 읽었어
스레주야 이야기 잘 듣고있어ㅠㅠ 레주 할머니 정말 좋으신 분 같다! 기다리고있을게!
다음 이야기 너무 궁금해 ㅠㅜㅜㅜ 기다리고있을게!
어릴때인데 어떻게 다 기억해??그냥 물어보는거야!
>>90 스레주는 아닌데 대신 답할게 유독 기억력좋은 사람들은 애기때부터 쭉 기억하는사람들 있어 내주변에도 2살 3살 부터 기억하는 애들있고
>>90 나는 >>91처럼 기억력이 좋은건 아니고ㅋㅋ 기억의대부분은 초 2 이후부터야. 잊지 못할만큼 인상깊었던건 더 어렸을 때지만 기억나기도 하고. 거기에 부모님이랑 추억얘기 하면서 들은 이야기들 모아서 쓰고있어. 나도 가장 어릴때 기억은 3살 때 마루에서 책읽다 사탕받은게 전부야
오늘는 몇시쯤 올려?
>>93 아마 쭉 10 반 넘어서 이을것 같아
이거 상주할매 얘기랑 플롯 스토리 너무 비슷한데...
비슷하면 비슷하다 하고 말면되지 사람사는이야기가 다 거서거기인데ㅋㅋㅋㅋ.
스레주 슬슬 왔을라나
도착해서 정리까지 다 됐다~
6. 우리 부모님이 도움받았던 이야기. 부모님이 시골로 내려오고나서 한창 정리할 무렵, 아버지가 가위에 심하게 눌리셨대. 하루이틀이면 자리가 바뀌어서 적응하느라 그랬겠다 싶은데 단순 가위라기에는 내용이 일관되고 꽤나 오래간 모양이야. 가위 내용은 막 무서운 귀신이라기엔 애매한데 한 할머니가 애기를 등에 업고 가만히 보고만 있대. 움직이지도 않고 그냥 가만히. 뒤에서 애기가 응애응애 우는게 유일하게 들리는 소리였어. 아버지는 그냥 가만히 누워서 다시 잠이 들 때 까지 따가운 시선을 느끼면서 누워계셨던거야. 딱히 해코지 당하는건 없지만 그것 때문에 아버지가 잠을 잘 못주무셔서 많이 헬숙해 지셨어.
할매도 자주 왔다갔다 하면서 아버지 보고 밥 잘 챙겨먹어라, 별 탈 없을거다 하면서 그냥 가셨는데 날로 초췌해 지시는 모습에 안되겠다 싶으셨는지 부적 한 장을 챙겨주셨대. 배갯닢에 넣어두라고. 넣어놔도 가위에 걸리긴 했는데 더 거리를 뒀다고 하더라고. 바로 위에서 보고 있었는데 이젠 문지방 넘어서. 그 다음은 큰 안방 넘어서. 그렇게 점차 멀어지더니 어느순간부턴 가위에 걸리는 일 없이 잘 주무셨대. 할매 말하길 그 집에 전부터 붙어살던 귀신인데 주인이 바뀌면서 확인차 보고있던거라고 하대. 어차피 해코지 할 귀신은 아니라서 크게 간섭하진 않았는데 너무 힘들어하니까 도와준거라고.. 아마 그 귀신은 이사오기 전까지도 같이 살지 않았나 싶어
7. 여름날에 할매랑 마을에 있는 커다란 나무 아래서 콩국물 한 잔씩 들고 앉아있을 때였어. 그냥 앉아있으면서 주변을 보는데 저기서 어떤 털뭉치가 떼굴떼굴 굴러내려오는거야. 먼지뭉치라기엔 너무 크고 자세히 보니 머리털이었어. 크기는 사람 머리통만한게 굴러오는데 머리는 아니야. 얼굴이 안 보였거든. 그냥 머리털들이 복슬복슬하게 뭉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길래 할매한테 '할매 저것 좀 봐봐'하고 찌르니까 할매가 "그냥 못본척 혀" 라며 내 시선을 옮겨주셨지. 나는 할매 따라서 안본 척 하고 하늘보며 딴청을 부렸는데 나중에 흘끗 보니까 굴러서 어디론가 사라졌드라고.
8. 할매랑 밖에 나가면 가끔 할매가 돌발 행동을 벌일 때가 있어. 예를들면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잡고 우환 생길 일 말해주기. 할매도 신경쓰고싶진 않은데 정말 심하다 싶은 일들은 사람 돕는 셈 치며 말해준다고했어. 하루는 새 이불을 사러 나왔는데 할머니가 갑자기 멈춰서더니 '에휴'한숨을 쉬고는 약국 옆에 앉아서 담배피시는 아저씨를 보더니 다시 돌아가시더라고. 그길로 마트에 들려서 소주 한 병이랑 오징어다리 한 팩을 사시더니 아저씨한테 다가가서 종이컵을 내밀고는 "한 잔 따라 봐" 이러면서 자연스럽게 옆에 걸터앉으셨지. 아저씨는 놀라하면서도 별로 대수롭지 않단 듯이 소주를 까서 할머니한테 한 잔 드리고 자기도 벌컥벌컥 마셨어.
그와중에 나만 멀뚱하게 서 있으니까(술을 못 마시니까) 할매가 나한테 오징어 다리 하나 쥐어주고 1000원을 주더니 "레주도 먹을과자랑 음료수 사와" 이러고 마트로 보내셨지 나는 왠 횡재냐 싶어서 곧장 가서 과자 한 봉지랑 음료수 하나를 사왔어. 다시 돌아가 보니까 할매가 아저씨한테 뭐라고 하시는데 아저씨 표정이 어둡더라고. 그냥 술 마시고 담배 피고. 오징어다리엔 손도 안 대고 있었어. 그건 고스란히 나랑 할머니가 나눠먹었지..
과자 뜯어서 오물오물 먹으며 할매랑 대화를 엳들으니까 "되는 일이 없지?" "..." "아내도 소식이 없고 자식만 셋인디." "..." "그렇다고 벌이가 시원찮은것도 아녀." 그 말 하니까 아저씨가 꺼이꺼이 우시더라고. 정말 한스럽게. 그 때 난 어른이 그렇게 우는건 처음봐서 무서웠어. 어른은 안 우는줄 알았거든. 할머니는 혀를 차며 아저씨 등을 토닥여주셨지. "서러운거 다 털고 애들 얼굴 봐서라도 그러믄 안 되지." 그 땐 무슨 의민지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아저씨가 자살..하려고 했는건 아닌가 모르겠어
와...소름..보구있어
할매는 그날 샀던 전병 한 뭉탱이를 아저씨한테 주면서 이제라도 성실히 살라고 하셨어. 아저씨는 고맙다고 꾸벅 인사하고 어디론가 가셨지. 돌아가는 길에 할매한테 저 아저씨는 왜 우냐고 물어보니까 할매가 말해주기를 "아내는 도망갔지 어린것은 셋이나 있지. 그나마 있던 돈은 노름으로 홀랑 날리고 공장 다니는 일은 고되기만 한데 애들 뱃속으로 들어가는 쌀은 많아지니 저럴 수밖에." 그러더니 내 손을 잡아주면서 "엄한 짓 할 준비까지 해놨는데 막상 하려니까 용기는 없고 또 진짜 속내는 그게 아닌 아저씨여. 아저씨가 살려달라고 자기는 죽고싶은게 아니라면서 소리소리 하기에 말걸어줬는데 앞으로는 저놈이 풀어갈 일이지." 나는 그냥 그렇구나 하고 따라가기만 했어. 그 아저씨.. 무탈하게 잘 넘어가셨기를 바래.
웅웅
재밌다 진짜 ㅠㅠ 잘 보고 있어!
잘 보고이ㅛ너
잘보고이ㅛ어 스레주!!
스레주 너무 흥미진진하고 잼따,,,,
다음편 궁금하당
이거 상주할매랑 되게 비슷하다.. 그런 할매가 또 계셨구나 ㅠㅠ
보고있어 ㅎㅎ
갈수록 늦어지는거 같네 여튼 9. 우리가 외할머니 집에서 눌러사는것 때문인지 할매가 신경쓰이기 때문인지 살아생전에는 외할머니댁에 코빼기도 들이지 않던 친척들이 드문드문 찾아오곤 했어. 우리가 외할머니도 아닌데. 그냥 와서 잘 지내냐, 레주는 잘 크냐 불편하진 않냐.. 뭐 그런 시덥잖은 이야기들 주고받았지. 그러다가 이야기는 결국 할매 이야기로 가더라고. 할매가 우리 가족을 별로 탐탁치 않아해서인지 직접 인사드리러 가기는 뭐하고 얼굴 보고 산다니까 우리한테 물어보는거지 어떤 사람인지. 그럴 때 마다 레주한테 잘해주고 우리집도 가끔 챙겨주는 츤데레 정도로 묘사했던거 같아. 친척마다 반응하는 정도는 달랐지만 누구는 뭔가 범상치 않으니까 잘 대해드리라고 하고 누구는 그런 할머니 말 뭐하러 듣냐며 상경하라고 답답해하는 친척도 있었어.
보구이쏘
하루는 외삼촌이 외숙모랑 같이 오셨는데 그 두 분은 할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쪽이었지. 그래도 많이 신세진다고 하니까 대놓고 까지는 않는데 '그래도.. 그래도..'하면서 꼬리잡는 느낌? 나는 부모님이랑 삼촌네 이야기 하는거 옆에서 듣다가 재미없어서 슬그머니 나와서 할매집으로 빠졌어. 할매는 또 친척왔냐면서 '지 엄마 살았을 때 이렇게 오면 오죽 좋아. 자식 키워봐야 죽어서만 못하니..' 이러면서 나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셨지. 할매가 나를 위해 깎아둔 나무인형들 가지고 놀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 쯤 되니까 엄마가 부르시더라고 그 소리에 재빨리 마당으로 나갔는데 할매가 뭔가 맘에 안드는 양 문 앞에서 왔다리 갔다리 하시는거야. 어딜 보나 했더니 우리집 쪽을 보면서 '거 참, 거 참'이러면서 혀를 차고 계셨어
할매가 그러니까 이상해서 '할매 뭐 봐요?' 하고 우리집 쪽을 보는데 때마침 삼촌네가 나오더라고. '어 인사해야겠다'하는 마음에 "할매 저 갈게요" 하고 뛰어가는데 갑자기 할매가 내 손을 잡더니 "같이 가자 레주야"라면서 번쩍 안으시더라. 나는 데롱데롱 매달려서 집에 도착했어. 평소엔 친척들 와도 코빼기 비치지 않던 할머니였고 친척들도 굳이 찾진 않았는데 갑자기 나는 데리고 떡하니 등장하니까 당황하시더라. 삼촌이 먼저 쭈뼛쭈뼛하게 있다가 인사하니까 할머니가 삼촌 타고 온 차 보닛을 손으로 탕 치시더니 "레주 어멈아, 멀리서 온 친척 몇시간만에 내보내는거 아니다. 하루쯤 머물 순 있지?" 이러면서 엄마쪽을 보시는거야. 엄마는 얼떨결에 '네? 네'하고 대답해버렸고
동접 !!듣고이썽
오오오
삼촌은 그 순간 갑자기 욱해서 "저희 한가한 사람 아닙니다 빨리 올라가봐야 해요"라며 항의했지 하지만 할머니는 꽤나 확고하셨어. "누군 이뻐서 이러는줄 알어? 차 위에다 여자 올려놓고 운전하면 퍽이나 안전하겄다. 갈라면 가 난 말리진 않어" 이러면서 나를 내려놓고 획 돌아서셨지. 할매는 진짜 화난 것 같았어. 나는 가만히 있을까 할매를 쫓아갈까 하다가 눈치껏 집에 남아있었어. 외숙모는 외할머니 상치룰 때도 그렇고 조심해서 나쁠거 없다면서 말리려고 했는데 삼촌은 자존심이 상하셨는지 걍 갈거라고 어거지를 쓰더군. 그런거 다 미신이라면서. 결국 외숙모랑 대판 싸우고 외숙모는 하루 머물다 내일 올라가기로 하고 삼촌은 곧장 차를 타고 귀가했어. 그 결과 3중 추돌사고가 나서 몇 달을 병원신세 지셨다지
와 대박..ㄷㄷ
사고소식을 전해들은 외숙모는 그 순간 삼촌 걱정보다도 할매 생각이 먼저 났대. 그래서 곧장 할매 집으로 뛰어가서 할매한테 큰 절 하고 무슨 일이었는지 상세히좀 알려달라고 했지. 할매는 소식을 듣곤 '그럴줄 알았지. 괜한 고집이 사람 망치는지도 모르고'라며 혀를 차더니 말해 주셨어. 할머니가 삼촌 차를 봤는데 차 위에 어떤 여자가 달려있더래. 근데 여자가 가만히 앉아있는게 아니라 차 위에 엎어져있는데 팔다리가 비정상적으로 길어서 그 길이가 차 아래까지 닿았다지 그상태로 차를 꽈악 잡고 있던거야. 척 봐도 좋은 일이 생길것 처럼 보이진 않았을 수밖에. 근데 도와주자니 괘씸하기도 하고 할매도 자존심같은게 있잖아.. 갑자기 그렇게 사이 안좋던 애들한테 가서 귀신 떼주겠다고 하기가 그렇게 망설여지셨대. 보니까 사람 죽게 만들정도로 셀 것 같진 않고 목숨줄은 붙어있을거 같으니 제아무리 사람을 중요시하던 할매였지만 걍 모른척 하고 지나갈까..했지만 아무래도 걸려서 하루 우리집에서 재워놓고 새벽이나 밤에 몰래 찾아가볼까 했었대. 떨어졌으면 좋은거고 아니면 밤을 틈타 몰래 쫓아줄 생각이었겠지. 그런데 우리 삼촌이 그걸 못참고 떠나버렸으니.. 할매 속이 터질 수밖에
삼촌은 아직까지도 할매 말 안믿고 있어. 그거 그냥 우연이고 할매가 뭔 수작부렸을거라고. 하지만 외숙모는 그 날 부터 할매 말을 맹신하고 있어서 두 분 사이에선 할매 이야기 안꺼내는게 불문율이야. 이야기 꺼내면 거의 100% 싸움일어나니까. 다른 친척분들도 비슷비슷한데 대체적으로 그 사건 이후 할매를 좋아하진 않지만 할매 말은 지켜서 나쁠게 없다 쪽으로 기울었을거야ㅋㅋ
저 사건 이후 둘째 이모가 슬그머니 할매집 찾아와선 자기네들 사업하는거 잘 될 거 같은지 자문을 여쭤본다고 했는데 대차게 까였어ㅋㅋㅋㅋ 할매 말하길 어머니 죽음으로 엮인 악연인데 뭐가 좋다고 뻔뻔하게 들이미냐고, 어머니 돌아가신걸 핑계삼아 돈 벌 궁리나 하고 있는거냐며 쫓아내셨지. 자기는 지금 그런 일은 삼지 않고 있거니와 니들한테 직접적으로 다칠 일 아니면 입도 뻥긋 안 할거라고 엄포를 늘어놓으셨지. 솔직히 쌤통이야ㅎ 할매가 그런식으로 쓰이는건 나도 싫으니까
10. 이건 경험이라기보단 들은 이야기. 여름에 아주 장대비가 오는 날이었어. 비오는 날이었지만 할매 집엔 꼭꼭 들렸지. 왜냐하면 그 땐 할매가 전을 부치시거든.. 그것도 아주 맛있게. 파전도 부치시고 김치전도 부치시는데 그 날은 부추전 부치시더라. 마루에 앉아서 할매랑 나랑 사이좋게 노나먹는데 할매가 비오는 날엔 마셔야 한다면서 막걸리 한 통을 들고 나오셨어. 그리곤 국그릇같은데 가득 담으시고 시원하게 마시시는데 그게 궁금해서 나도 쫌만 달라고 했지. 할매는 웃으면서 딱 한 모금만 마시라고 했고 나는 9살 때 처음으로 막걸리를 마셔봤다.. 근데 별로 맛은 없었음. 얼굴 찡그리는 날 보고 할매가 또 웃더니 "레주야 너는 술 마시면 안된다" 라고 하셨지. 나는 딱히 마실 생각도 없었지만 왜냐고 물었고 할머니는 술마시면 정신이 온전하지 않아서 엄한게 씌이기 쉬워진다고 하셨어. 특히 나는 더 조심하라고. 그리고 절대 산에서, 물에서 술 마시지 말라고 하셨어
산이나 물은 귀신이 많이 있는 곳인데 거기서 술마시고 진창 되면 술 좋아하는 귀신들이 들러붙어서 사고 일으킨다고 하시더라. 뭐 지금도 술은 거의 안마심. 비오는 날에는 오히려 콜라가 땡기더라. 할매한테 그럼 할매는 왜 술마시냐고 하니까 '할매는 괜찮아!'라고 호언장담하시는데 한 번도 취한걸 보지 못하셨으니 뭔가 이해가 되기도 하고..
보고이써
12. 오늘의 마지막 이야기. 내가 6살인가 7살쯤 여튼 많이 어렸을 때 마을 한쪽에 흙만 쌓아둔 곳이 있어. 어디서 땅팔 일 있었던지 흙더미가 내 키보다 크게 쌓여있었는데 할매 집 안가면 애들이랑 거기서 두꺼비집 만들고 케이크 만들고 그러면서 놀았지. 하루는 거기에 모래놀이 장난감 잔뜩 들고 애들을 불렀는데 애들이 내가 낮잠잔 사이에 미리 놀고 다 돌아갔던거야. 결국 쓸쓸하게 할매 집으로 터덜터덜 가니까 할매가 안쓰러웠는지 할매랑 같이 가자고 해서 할매랑 둘이 흙무더기로 갔지. 할매는 하는것도 없이 그냥 앉아서 지켜만 보고 있었는데 뭐가 재밌다고 나 혼자 그렇게 놀았는지 모르겠어.
한참 놀다보니까 배가 고파져서 '할머니 배고프다'라고 찌르니까 할머니가 집에서 과일좀 챙겨오겠다고 하시더라고. 할머니는 집 돌아가시고 나는 혼자 집지으면서 노는데 한창 집짓는데 열중하고 있다보니까 갑자기 내 앞에 손이 하나 들어온 것도 몰랐더라지 한참을 집짓다 슬쩍 보니까 나보다 더 어려보이는 애가 내 앞에서 나를 빤히 보면서 내 행동을 따라하고 있더라고. 그 때 이상하다고 느꼈어야 했는데 나의 망할 오지랖때문에.. 난 새로 온 친군줄 알고 대뜸 '나 삽 가져온거 빌려줄까?' 물어봤지. 그러니까 그 애가 빤히 보더니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더라. 그래서 나는 플라스틱 삽자루를 쥐여주고 이렇게 이렇게 하는거라며 시범까지 보여준 뒤 다시 내 성 쌓는 일에 열중이었어. 그 애기도 나 하는거 유심히 보더니 삽을 가지고 모래를 휘적휘적 퍼서 봉분처럼 쌓아올리는데 할매가 갑자기 "레주야!!"라며 내 이름을 크게 부르시더라고. 반사적으로 할머니를 돌아보니까 할머니가 엄한 표정으로 쟁반에 수박을 담아오고 계셨어
나는 '할매~'하면서 반겼는데 할매는 혀를 끌끌 차면서 "아 절루 가라 절루 가" 하면서 손치래를 치시더라고. 그러고보니 내 앞에서 모래쌓던 친구는 사라진지 오래.. 친구가 갑자기 사라져서 놀랐는데도 나는 얼마 안가서 '귀신이었구나!'하고 빠른 납득을 했지. 할매가 가져온 수박을 입에 넣으면서 물어봤어 "할매 나 본거 귀신이었어?" "귀신이지. 근데 나쁜 애는 아니니까 신경쓸 필요 없다" "신기하다 나 친군줄 알았는데" "니는 그기 문제다. 뭔 처음보는 귀신이랑 대뜸 친구먹나. 여튼 오지랖은 지 할매 쏙 닮았다니까" "안좋은겨?" "니 할매 닮았단건 칭찬이다. 근데 피곤한거지." 그러면서 할머니는 내가 이러니 얘한테서 신경을 뗄 수가 없다며 기분좋게 웃으셨어
어린 스레주 순수하구 귀여웠구나....
어린스레주 순수했네
스레주 귀여워....항상 잘 보고 있어
레주야 잘 보고 있어 :) 너무 재밌다 고마워!!
스레주 할머니 진짜 좋은 분이셨구나
갱쉰
할머니건강하시지??
ㄱㅅ
스레 할머니라는분 함 찾아 뵙고싶어진다.. 인생이 무당땜에 꼬였어...하..
오 정주행 했는데 재ㅣ밌당 신기해!!
주말되니까 패턴이 바뀌면서 까먹었어 ㅠ 늦게라도 조금 쓸게
>>138 13살 때 이후로 한 번도 다시 뵌 적이 없어.. 나이를 잘 모르겠지만 지금쯤이면 아무라 적게 잡아도 돌아가셨을거라 생각해. 마지막까지 같이 못있던게 걸리지만 할머니 당부 때문에 어쩔 수 없었어.. 나중에 쓸 기회 되면 적을게
13. >>140 을 보고 생각나는 이야기. 할매가 가짜 무당 싫어하는건 뭐 위에도 써놨지만.. 정말 싫어하셨어. 그냥 할매가 무당이었고 아니고를 떠나서 사람 자체로 싫어하셨어. /사기칠게 따로있지 진짜 절실한 사람들 데려다가 뭐하냐고들. 그래도 일일히 찾아다니면서 도장깨기(..)할 순 없으니까 욕은 해도 넘어가는 편이었는데 하필이면 우리 엄마가 잘못 걸린거야.
동네에 고3 수험생 언니를 서울로 보낸 집이 있었어. 그 집 어른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기도하고 제발 우리 딸내미 타지가서 무탈하게 시험 잘 치고 돌아오라고 빌었대. 날이 찰수록 수능날은 다가오고 하루가 가시방석같을 때 그 집 할머니가 엄마 아빠를 데리고 용하다는 무당집에 찾아갔다지. 딸을 위해서 뭘 어떻게 해야할지 조언이라도 들으려고 말이야. 할머니한테 조언 들으면 안되냐, 할 수도 있는데 할머니는 정말 위험한 일에나 몇 번 간섭하시지 사적인 부탁들은 매몰차게 거절하셔서 물어볼 수가 없었어. 여튼, 무당집에 갔는데 사주를 보더니 악수가 끼었다는거야. 그리고 그 뿌리가 딸내미 뿐 아니라 부모님에 할머니까지 조상 대대로 죄가 되물림 되는 바람에 딸이 고생할거라고 했어.
그 날 부터 그 집은 초상이 났지. 무당집에서 권하는 굿, 부적같은거는 비싸서 손을 댈 엄두가 안나고 그냥 두자니 딸한테 미안해서 난리고. 식음을 전폐하고 할머니가 우셔서 그 집 부모님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대. 그걸 이제 그 집 아주머니가 우리 엄마한테 고민이라면서 말했나봐. 엄마가 자기 일처럼 걱정하시더니 한 번 자기가 그 무당이 진짠지 아닌지 알아보겠다는거야 방법이야 간단한데 자기 사주를 엉터리로 불러준 다음에 반응을 보자는거였어. 사용한 사주는 이미 돌아가신 그 집 할아버지 사주. 지금 생각해보면 먼저 돌아가신 분껜 죄송할 일이지.. 여튼 그 사주를 들고 찾아가서 아버님이 사둔 건물을 지금 시기에 팔아도 좋을지 물어본다고 했어
질문 결과 역시 그 집은 엉터리였고 죽은 사람 사주인걸 몰랐다는건 둘 째 쳐도 내용이며 말하는게 하나도 안맞는거야. 근데 엄마가 그 집에서 말도 안되는 말만 해대니까 갑자기 욱한 심정에 무당이 점사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는거야. 그리고 마지막에 나올 때 "그리고 이거 이미 돌아가신 분 사주예요. 무당이라더니 귀신이랑 산사람을 구별 못해서 무당됐나몰라~" 이런식으로 비꼬고 나오셨대. 그러니까 그 가짜 무당이 화가나서 니년이 어쩌고 어째 라며 뒤에 대고 소리소리를 지르셨고 급기야 때리기까지 했대. 자기가 찔리니까 그랬겠지 뭐. 여튼 그걸 그 집 할머니한테 말해 드렸는데 할머니가 반신반의 하시는거야. 그래도 그 집 용한 집이라고 소문났었는데.. 이러면서 거기다가 하필 그 날 엄마가 무 썰다가 손이 좀 깊게 베였는데 그걸 보고 할머니가 신령님을 욕보여서 천벌 받은거라고 확신하셨지. 그렇게 오히려 역효과만 낳았고 그 이야기는 나를 통해 할매 귀에까지 들어갔어.
헉!! 처음으로 동접이다!!! 이야기 잘 듣고있어 스레주!! : )
할매가 내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일단 엄마를 나무라셨지. 말이라도 말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대놓고 사람 무시하러가는건 아니라면서 말이야. 하지만 엄마가 아무리 잘못했다 한들 얼마나 문제겠어.. 할머니는 일단 고3수험생을 둔 학부모의 심정을 욕하는 그 무당의 비열함에 화내셨고 지가 잘못한 짓을 찌른다고 엄마를 욕보인 것에 2차로 화내셨어. 그리고는 엄마한테 그 집 주소좀 찍으라고 하셨어. 도장깨기 하신다면서(..) 덩달아 나도 같이 가게 됐는데 할머니가 나한테 사람은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는걸 알려주기 위해서 데려간다고 하셨대ㅋㅋ
얼떨결에 같이 가게 된 나는 할매가 어떤 식으로 그 집을 박살낼지 조금 기대하고 있었어. 사실 할매가 가짜 무당들 욕하는건 많이 들었어도 직접 깨는걸 보는건 흔치 않았거든. 생각같아서는 문을 발로 뻥 차고 들어가서 기물이고 뭐고 다 엎어둘 줄 알았는데 의외로 할매는 침착하게 '00 보살 만나러 왔다'라며 대기실에서 앉아 계셨지. 난 멀뚱히 할매 무릎에 앉아있다가 할매 들어갈 때 같이 들어갔어. 어디 방으로 안내됐는데 사납게 화장을 한 아주머니가 부채로 얼굴을 부치고 계시더라고. 분위기가 꽤나 음산했어. 할매는 상 하나를 두고 앞에 앉고 그 가짜 무당은 기세좋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 하지만 할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째려보고만 계셨어
할매가 아무말도 안하고 무섭게 째려보니까 그 무당도 당황했는지 '뭣땀시 왔어 손주? 며느리? 자식?" 이런식으로 언질을 줬지만 할매가 아무 말도 안하자 갑자기 상을 쾅 내리치며 무서운 목소리로 큰소리를 냈어. 지금 자기를 시험하려 온거냐고. 뭘 묻고싶은지 맞춰보라고 하는거냐면서 이게 얼마나 신령님께 실례되는 일인 줄 아냐고 아주 노발대발 했지. 그러자 할매가 굳게 다문 입을 열고 말하는데 말하는게 범상치가 않아. 그 가짜 무당 면전에 대고 눈 한 번 깜빡 안하고 읊어주는데 자세히 들으니까 그 무당의 과거사 이야기들이야. 과거사라기보단 좀 자서전? 같은 분위기인데 가족 내력이며 집 안의 굵직했던 일, 그리고 가짜 무당에 대한 몇가지 사생활적인 행보까지. 그 말을 랩하듯 속사포로 내뱉으시는데 그 정도 랩이라면 아마 우리나라 프리스타일 랩은 할매가 1위먹었을껄 상대방 얼굴 보고 관련 키워드만 쏙쏙 빼서 말하면 되니까. 그 랩에 감탄한건지 무당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는게 척 봐도 보이더라고. 할매 무릎에 앉아서 쪽쪽 사탕만 빨던 나는 이 상황이 그저 재밌었지ㅋㅋ
헉... 스레주 할머님 너무 포스넘치고 멋있으셔...!
넘모 재밌자나
말이 다 끝나니까 분위기가 완전 반대가 됐는데 완전히 할매한테 압도됐단건 누구나 알 수 있을법 했어. 할매는 말을 다 하고 잠시 앉아 계시더니 "맘같아선 여기 신장이며 상이며 다 뒤엎고 싶지만 내가 하고싶은건 네 업보가 고스란히 돌려줄테니 가짜 신을 모시던 잡귀에 홀려 헬렐레를 하던 맘대로 혀라. 분명히 말하는데 넌 이 시간부터 살아도 산것이 아니여. 네 의미없이 남은 길다란 인생이 시체가 지 관을 이고 무덤찾아 떠나는 길이 될것이여. 이미 뱀이 네 몸을 돌돌 말아 또아리를 틀었고 뱃속에 알을 깠으니 속이 뒤집히는건 당연지사요 몸뚱이가 펄쩍펄쩍 뛰어다닐것이니 재산은 손에 담은 백사장 모래알처럼 흩어질테지. 박복한 년. 그래도 네 세치 혀로 불러온 화 네 가 고스란히 받으니 생에 못치룬 죄는 지옥가서나 빌어라. 못된 년" 그렇게 말하고 벌떡 일어나셔서 내 손을 잡고 나가셨지. 뒤에선 그 무당이 난리를 치며 제발 살려달라고 자기는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면서 버선발로 뛰어나오는데 할매는 뒤도 안돌아 보고 아주 매몰차게 걸어나오셨어. 내가 뒤를 보고싶어했지만 할머니는 보지 말고 오라고 하셨지. 아주 단호하게. 소리로 짐작컨데 그 가짜는 땅에 엎어져서 오열했을거야. 아마
역시...할크러시!!
그날 돌아오는 길에 할매한테 그 무당이 불쌍하다고 하니까 할매가 껄껄 웃으면서 말해주셨는데 "사실 그렇게까진 아녀. 그래도 산 사람 구실은 하고 살 수 있어" ㅋㅋㅋㅋㅋ할매가 일부러 겁줄라고 과장해서 말한거드라고ㅋㅋㅋㅋ 할매 연기 좋았냐길래 끝내줬다고 답해줬지. 그렇게 시체처럼 살지 않을테지만 적어도 죗값은 치룰거라고 했어. 특히 신적인 존재를 들먹이며 우롱한 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라고 하셨지. 그러면서 나한테 절대 거짓말하며 살지 말라는 교훈을 훈훈하게 주셨어.. 나는 그 때 느꼈지. 딴 건 다 해도 가짜 무당은 할 일이 못된다는걸.. 그 무당집은 이후 부랴부랴 문을 닫았다고 들었어. 뭐.. 산사람 구실은 하면서 잘 사시겠지..
근데 오래전 일인데 할머니 대사 저 어려운걸 아주 정확히 기억하고 있네? 약간의 각색은 들어간건가 남은 인생이 시체가 지 관을 이고 무덤찾아 떠난다 / 뱀이 네 몸을 돌돌 말아 또아리를 틀고 뱃속에 알을 깠다 / 재산이 손에 담은 백사장 모래알처럼 흩어진다 위의 표현들은 묘사가 뛰어나서 정말 영험한 할머니가 하셨을 법한 말이긴 한데, 저런 표현을 어린나이의 글쓴이가 듣고 다 기억한다니 대단하네
14. 이건 할매가 아는 사람 이야기라고 해줬는데 가짜 무당이 신도 안받고 무당행세 하는것도 가짜무당이지만 더 질 나쁜 녀석은 진짜 신을 받았으면서 사람들 등쳐먹으려 하는 무당이랬어. 바가지 씌우기라고 하지. 안해도 되는 굿까지 끼워팔면서 어떻게든 한 푼이라도 더 모을려고 하는 그런 무당들. 할매가 말해준 이 무당이 딱 그런 무당이었대. 영험한 신이 실려서 능력은 좋은데 물욕이 너무 강했다는거야. 신은 그렇게 욕심내지 마라, 욕심을 비워라 계속 말을 해줬을거래. 그런데도 자기가 깡그리 무시하고 지 배 채우기에 급급했던거지. 결국 그 무당한테선 신이 떠났는데 하필 떠날 때가 작두 올라타 있을 때... 일부러였겠지?
원래 어렸을때 일은 조금만 인상깊으면 하나하나 다 기억나지 않아? 나도 어렸을때 좀 신기하게 생각했던 말 같은건 자꾸 다시 곱씹어 보게 되서 그런지 아직도 잘 기억나더라고. 물론 어느정도 기억이 왜곡되어 있을 수는 있지만!
나도 너무 재밌게 읽고 있는데 좀 신기해서 ㅋㅋ 아마 글쓴이도 보통은 아니라고 생각해!
>>157 그 때 분위기에 맞춰 각색한게 많지. 정확히 기억나는건 시체가 관을 이고 제 무덤찾아 떠난다
난 평범한 기억력을 가지고 있고 대사의 자세한 묘사는 MSG치듯 많이 지어내고 있단거 알아줘! 그래도 아마 커다란 맥락에 벗어나는 말은 많이 없을거야
15. 오늘은 늦게 시작해서..마지막 이야기. 이건 내가 잘못해서 생긴 일... 내가 겪은 일 중에 가장 충격적이기론 손가락에 꼽은 이야기라 나중에 풀고 싶었는데 지금 생각나는게 이것밖에 없다 할매 집엔 할매가 기도하는 작은 방이 있어. 막 진짜 무당집처럼 으리으리하진 않지만 작고 소소하게? 무구들같은거 있고 초 켜져있고 하는 그런 방. 아침마다 거기서 기도하는걸로 할매의 하루가 시작되는데 나도 몇 번 들어가 본 적은 없어. 어느날은 할매 집에 갔는데 할매가 안계시는거야. 그래도 뭐 노는건 문제 없으니까 들어가서 놀았지. 놀거리는 집이 훨씬 많았는데 할매집이 더 편해서 일부러 장난감들을 챙겨서 할매 댁에 가곤 했어. 그날도 그렇게 노는데 문득 할매 기도하는 방에 들어가보고 싶은거야. 제대로 본 적이 없으니까. 조심히 문을 열고 들어갔지. 문은 잠겨있진 않더라고. 촛불이 은은하게 타는데 은근 분위기가 무서우면서도 스릴있었어
거기서 뭘 할까 하면서 두리번대는데 모아놓은 무구들이 눈에 들어오는거야. 그래, 가끔 무당들이 굿하는거 보면 막 부채 들고 천 들고 펄쩍펄쩍 뛰던데 할매도 그랬겠지? 나도 해보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나는 무구를 뒤져서 부채랑 방울을 찾았어. 정말 단숨 호기심이었고 할매를 흉내내보고 싶어서 어서 본건 있어가지고 막 흔들면서 '나는 무당이다~ 엣헴~'이러며 할매 흉내내면서 뛰어다녔지. 그렇게 얼마나 놀았는지 모르겠지만 그 후론 기억이 없어.
진짜 눈을 감았다 떴는데 눈 떴을 때는 거의 일주일이 지나있더라고. '뭐지'하는 마음에 눈을 끔뻑거리는데 내 옆에서 나를 살피시던 엄마가 화들짝 놀라서 괜찮냐고 물어보더니 나를 안고 펑펑 우시더라고. 그러면서 아빠한테 할매를 불러오라고 큰 소리로 말했어. 아빠도 나를 보더니 놀라하면서 뛰쳐나가시더라. 얼마 지나지 않아 할매가 한 달음에 달려왔는데 그새 살이 빠지신 것 같더라고. 나를 엄마 품에서 채가듯 안더니 얼굴을 이리저리 둘러보시고 괜찮냐, 속은 안 메스껍냐 등등 질문을 하시더라. 괜찮다고 뭔 일이냐고 하니까 할매가 "이놈아 따라할게 따로 있지 뭣하러.." 이러시며 나를 안고 에구에구 곡소리내시며 울었어.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 나는 이해 안되는 일 투성이.
그 후 며칠을 고기반찬을 종류별로 아주 맛있게 먹고 거의 요양하다싶이 살았지. 나중에 부모님한테 물어봤더니 정말 기억 못하냐면서 나 때문에 얼마나 발칵 뒤집혀졌는지 설명해 주셨어. 그 날 할매는 옆마을에 가계셨고 늦게 돌아오셨대. 엄마는 내가 밥시간 때가 됐는데도 안오니까 나를 데리려 왔는데 분명 신발은 벗겨져 있는데 나는 안보이는거야. '애가 어딨지'하면서 안을 보는데 어디선가 딸랑딸랑 방울소리가 세차게 들리더래. 그 소리를 따라 가니까 그 기도방이 나오는데 내가 정말 신들린 사람처럼 펄쩍펄쩍 뛰면서 방울을 흔들고 있었더라지. 그 때도 소름이었지만 뭐 그럴수도 있지 하는 마음에 내 이름을 불렀는데 내가 뒤를 딱 돌아봤을 때 내 눈을 보고 '아, 내 딸이 아니구나'하는걸 알 수 있었대
눈이 뒤집혀져서 흰 자만 보이는데 입으로는 침을 줄줄 흘리면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말하고 있더래. 뭐라 말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낮으면서도 쇠 긁는 불쾌한 목소리로 끊임없이.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엉엉 울며 나를 붙들려고 하셨는데 나는 계속 뛰어다니더라지. 방울이랑 부채를 치워버려도 별 수가 없더래. 아빠까지 왔지만 어찌할 도리는 없었고 그저 나를 힘으로 잡아두는게 전부였댔어. 그러다가 할머니가 뭔가 이상한걸 눈치챘는지 예상보다 빨리 집에 돌아오셨고 바닥에 뉘여서 이상한 말을 웅얼대는 나를 보시더니 부모님한테 나가있으라고 하면서 내 가슴팍을 꽈악 누르셨대. 부모님은 쫓겨나가듯 나왔고 몇 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할매가 의식을 잃은 나를 안고 울면서 나오더래. '우얄꼬, 내가 얠 지켜야하는데 이렇게 만들었누나 우얄꼬' 이러시면서.
ㅇㅇ 보고있어 ㅠㅠ
무슨 큰일이냐고 하니까 간단하게 귀신들렸다고 알라고 하셨대. 엄한 무당흉내내니까 귀신이 꼬이는데 귀문이 열려있으니까 올타구나 하고 꼬인거라고. 급한대로 조치는 취했는데 앞으로 어쩔지 모른다면서 자기가 힘닿는데까지 도와주겠다고 하셨대. 일단 집에 두고 수시로 들락거리면서 차도를 보시는데 내가 자꾸 발작일으키고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고 그랬다더라고. 그러다가 제정신 든 것 처럼 행동하고 좀 풀어주면 갑자기 몸 떨면서 이상한 말 하고. 난 하나도 기억 안 나는데. 한번은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서 '엄마 나 배고프다'하길래 밥을 차려줬는데 또 아주 잘 먹더래.. 그래서 다 나았나 싶어서 할매를 불렀는데 할매가 달려와 보더니 '얘 아니다.. 레주 아녀' 이러면서 밥먹는 내 머리를 꽉 쥐고 기합? 같은걸 불어넣으니까 내가 갑자기 쓰러져서 또 정신을 못차렸다고 하더라. 그런식으로 거의 일주일을 난리쳤는데 나중에 내가 정말 정신이 돌아왔을 때는 눈빛 부터가 달랐대. 그래서 엄마가 알았다고 하시더라. 정말 괜찮아졌다는걸.
할매 우얄꼬 할때 왜 이렇게 슬프지 ....ㅠ
으어어 ㅠㅠㅠㅠ 부모님도 할머니도 일주일간 마음고생이 많으셨겠다ㅠㅠㅠㅠ
레주 이제 안오는거야?? 더해줘 ㅠㅠ
헉 위에꺼 다 읽고왔어 더 듣고 싶다 ..
완전 흥미진진해
너무 재밌어 레주야 빨리와 ㅠㅠ
어여와
레주야 빨리 와줘ㅜㅜㅜ
많이들 기다려줘서 고마워ㅜ 위에 썰 너무 에매하게 끝낸거 같네.. 저게 전부야 더 쓰고 싶어도 내가 기억나는게 없어서 자세히 적을 수가 없어 그냥 깨어난 후론 별 문제 없이 잘 지냈거든.
16. 흔히 키우는 똥개 있잖아? 나랑 친했던 친구도 그 똥개를 마당에서 키웠는데 그 친구네서 키우는 개는 친구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다고 하더라고 거의 17년? 20년 가까이 살고 있다고 했어. 개 평균수명이 15년 내외인거 생각하면 많이 산거지. 친구는 그 개랑 일생을 같이 보낸거지. 그만큼 애착도 많고 가족처럼 대했어. 나도 걔네 집에 많이 갔고. 나이가 많으니까 달리진 못하고 엎드려있는데 친구가 들어올 때면 그래도 몸을 반 쯤 일으키고 꼬리 흔들면서 반겨주더라. 하지만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듯이 친구가 11살 때 그 개는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돼.
그 때 친구는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어. 학교오기 전에 아빠가 대충 상태를 보고 '오늘을 못 넘길거 같다'라고 말했나봐. 학교 오는 내내 엉엉 울면서 수업도 못듣고 있다가 엉엉 울면서 돌아갔어. 그 개랑 많이 만난 것도 아닌데 나도 괜시리 친구 우니까 슬퍼지더라. 아니나다를까, 집에 돌아갔더니 개는 이미 명을 다해 있고 가족들은 울면서 있었대. 차마 사체를 치우진 못하고 있었는데 친구는 들어가서 확인하자 마자 대성통곡을 하드라. 집을 너머너머서 울음소리가 근방을 꽉 채웠어. 나도 가방만 내려놓고 달려갔는데 친구 우는 모습, 그리고 조금이지만 그 개랑 같이 놀아주던 때의 추억이 빠르게 스쳐지나가면서 나도 눈물이 났어. 주책없이 친구네 마당에서 강아지 안고 둘이 울어댔지. 시끄럽다고 할 법도 한데 개네 집 가족중 누구도 우리를 말리진 않았어.
나는 강아지 않고 훌쩍대다가 모두에게 이 슬픈 비보를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에(..) 빠르게 달려나가서 엄마아빠한테 "순이(개 이름)가 죽었대요"말하곤 곧장 할매 댁으로 뛰어갔어. 할매가 저쪽에서 내가 눈물콧물로 범벅이 돼서 나타나니까 깜짝 놀라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시더라. 그래서 나는 "할매 내 친구 00이 강아지가 죽었어 순이가 죽었어" 이러면서 엉엉 울어댔지. 할매는 내가 우는걸 보고 혀를 끌끌 차시더니 일단 냉수 마시고 진정하라면서 시원한 물 한 잔을 떠다주셨어. 그걸 마시고 좀 진정하니까 할매가 "레주야 너무 슬퍼하지 마라. 어차피 모든건 다 순리대로 오고가는것이여" 라고 하셨는데 그 때 만큼은 할매가 미워보이더라. 그래서 "그래도 순이는 안 죽었으면 했는데" 이러면서 투정부렸지. 그러니까 할매는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일어나서 "그려. 그러면 레주가 그렇게 좋아했던 강아진데 가는길이라도 배웅 해줘야지." 하면서 내 손을 잡고 같이 친구네로 향했어.
친구네 들어가니까 친구는 여전히 끅끅대고 있고 옆에는 가족들이 다 나와있더라. 이제 슬슬 보내줘야한다면서. 안된다고 더 쎄게 그러안는 모습을 보니까 다시 눈물이 고여서 쿨쩍쿨쩍 울어댔지. 할매는 풍경을 쭉 보더니 친구의 손을 가리키면서 "저기에, 저기 순이 있다" 라는거야. 아니 당연히 친구가 손으로 순이를 잡고 있으니까 순이가 있지.. 하는 생각에 "나도 보여요"랬는데 할매가 "아니 죽은 순이 말고 귀신된 순이 저기 있다" 라는거야. 그 순간 나도 모르게 "00(친구)아!! 순이 니 손에 있대! 귀신 순이 니 손에 있대!" 라고 흥분해서 소리쳤어 부모님이면 친구며 다 '얜 뭐지'하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셨지. 그러니까 할매가 혀를 끌끌 차더니 "순이가 손 핥고 있어"라고 말하셨어
헐 동접이구나ㅠㅠㅠ근데 강아지 죽은간 진짜 맘이 너무 아프다ㅠㅠ나랑 같이 있는 고양이 두마리들도 오래오래 살아야할텐데ㅠㅠ그리거 이야기 계속 정주행 하고있었어!! 너의 추억들? 기억들?? 얘기해줘서 고마워!! 글쓰느라 고생이 많아!!
뭐 할매야 동네에서 꽤 유명하다보니까 딱히 반박하진 않고 믿더라. 할매가 말하기를 "원래 동물들은 미련이 없어. 죽으면 빨리 저승으로 가는데 곧장 안가고 곁에 있는걸 보니 너희랑 작별하려고 하나보다. 가족들 돌아가면서 핥아주고 문대고 하는데 우는 꼴로만 있지말 고 좀 멀끔하게 눈물자국 닦고 웃어보이소. 원래 보낼때 울면서 보내는것 보다 웃으면서 보내줘야 떠나는 것도 맘 편히 떠날 수 있다" 그 말 듣자 마자 친구 2차로 눈물 터짐.. 가족들도 다 눈물터짐. 할매가 동시에 나까지 5명을 울려버렸어. 그래도 배웅이라니까 좀 편해졌는지 죽어도 못보낸다고 울던 친구가 이제는 잘가라며 울드라. 가족들도 차마 친구처럼 대놓고 말은 못하는데 입을 뻥긋대는게 속으로나마 뭐라고 말하는것 같긴 했어. 그렇게 한참을 있다가 할매가 휙 돌아서더니 나갔지. "할매 순이는요?" 물어보니까 "인사 다 하고 갔어" 라고 답해주셨어.
>>183 동접 반가워!! 별거 없는 이야기지만 잘 들어줘서 고마워 ㅎㅎ 할매는 동물들이 워낙 착하다고 했어. 특히 개같은 애들은 사람한테 상처받은게 있어도 금방 미련없이 가는 동물이라고 하더라고. 근데 고양이는 개보단 나쁘대ㅋㅋ 얘넨 앙심을 품을 수도 있다고 했어. 그래도 대체로는 금방 푼다더라. 그러면서 그런 동물들을 막대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천벌받을 사람들이라고 했어. 정말 필요에 의한 살생이 아니면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고. 여기서 필요없는 살생은 도축업하시는 분들이 아니야. 그분들은 먹고살기 위해서 필요한거잖아? 정말 맘에 안들어서, 괴롭히고 싶어서 괴롭히는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인거지. 그러면서 할매가 예전에 있었던 일이라며 해주신 이야기가 있어.
17. 할매가 말해준 이야기. 할매가 직접 겪은건지 본건지 전해들은건지는 몰라. 어느 집에서 고양이를 키웠대. 그 고양이는 아주 사랑받으면서 살았지. 그러다가 임신을 하고 새끼고양이 6마리를 출산했는데 주변에 입양보내는걸 너무 이른시기에 보낸거야. 새끼는 젖도 떼지 못하고 하나 하나 떠나갔고 한 마리만 남기고 전부 어미 곁을 떠나보냈지. 어미는 날이 갈수록 사라지는 새끼들에 초조해하며 새끼를 떼어낸게 주인이라는 사실에 분노했대. 이후로는 주인을 극도로 경계하며 주인한테 아주 공격적으로 변했다지. 밥도 잘 안먹고 툭하면 집나가고 할퀴고 못 만지게 하고. 근데 주인도 너무한게 그 화풀이를 엄한 새끼한테 자주 했다는거야.
와 동물은 정말 너무 착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야ㅠㅠ 근데 동물들 괴롭히는 사람은 천벌받아야해 얼마전에 고양이 계속 죽인사람 잡혔잖아 우리나라 법이 제대로 벌을 줄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은 정말 하늘이 천벌을 줬으면 좋겠다ㅠㅠ 우리 집 고양이들은 내가 자기들을 ㄱ롭힌다고 생각하는거 아니겠지...? 나는 너희들을 사랑해.. 스레주 계속 보고있어!! 동접인 스레주가 처음이라 너무 설레..ㅎㅎㅎ 천천히 기다릴게!! 글 쓰느라 수고가 많아!!
아직 다 크지도 않은 새끼한테 화풀이를 하니까 어미는 더 공격적으로 변하고.. 그런 악순환이 계속됐어. 그러다가 어느날은 주인이 술이 진탕이 돼서 들어오더니 어미한테 잘해보자면서 손을 내밀었나봐. 그냥 날카롭게 울고 밀쳐내는 선에서 고양이가 거부의사를 밝혔는데 술때문에 계속 만지려 드니까 결국에는 손이랑 팔을 세게 할퀴었대. 피가 제법 많이나서 팔목까지 뚝뚝 떨어지는데 피를 본 주인은 꼭지가 돌아버렸대. 어미랑 같이 있던 새끼의 목덜미를 확 낚아채더니 벽에다가 패대기를 쳤다지. 새끼는 제대로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죽어버렸어. 그걸 눈 앞에서 본 어미 고양이는 그 날 날이 새도록 울면서 새끼 옆을 지켰대.
시체를 묻을때까지 울어댔지. 주인 생각으로는 당장에 집을 나갈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 외로 나가지 않고 집 안에 계속 머물렀다고 하더라고. 주인을 쌩까는건 기본. 하지만 의욕이 없는건지 움직이지 않고 누워만 있었어. 그렇게 마시지도 먹지도 않고 몇날 며칠을 우울하게 누워있던 고양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대. 문제는 이 때 부터야. 그 이후로 주인은 밤마다 고양이 우는 소리가 들려대는 통에 잠을 잘 수가 없었대. 밖에 나와보면 꼭 고양이들이 근처에서 자기네 집을 보면서 울어대고 있었다지. 쫓아내도 찾아오고 쫓아내도 찾아오고. 그러다보니까 환청까지 들리는거야.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날 이후부터 목덜미랑 종아리가 너무 아프더래. 근육통인가 싶어 파스를 붙여봤는데도 도통 낫질 못하고. 점차 입맛도 잃고 노이로제에 걸린 것 처럼 앓다가 쾡해져서 돌아가셨다고 하더라고. 여기까지 이야기 들은 내가 할매한테 "고양이가 그런거예요?" 하니까 할매가 "뭐 당연한 소리를 혀. 고양이들은 입은 은혜 안 잊고 괴롭힌놈 안 잊는 동물이여" 이러시더라고. 결론은 고양이들에게 잘해주자
동물들도 사람 마음을 느낀다고 했어! 말로는 못전하지만 그 동물과 교감이라는게 허투른게 아니라고 하더라고.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진심을 알아준다니까 키우는 동물들 있으면 잘 대해주자
18. 이건 작은 헤프닝인데ㅋㅋ 부모님은 할매 때문에 시골 내려온 후로 동생 계획을 갖지 않으셨어. 그냥 나 하나 잘 키우자.. 그러셨지. 그런데 내가 주변에 동생있는 애들만 보면 그렇게 부러운거야. 그래서 엄마아빠한테 꽤 많이 졸라댔는데 그럴 때 마다 서로 책임을 회피하시더라고. 그래서 할매한테 가서 "할매 나 동생있으면 좋겠는데 엄마아빠가 동생 안낳아준대" 라고 투정으 부렸지 할매가 내 말 듣고 깔깔깔 웃으시면서 "레주는 동생 갖고 싶나?" 나는 단숨에 당연하다고 했지. 정말 잘 대해줄 자신 있다고. 허허 웃더니 생명 하나를 낳는 일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면서 레주가 태어난 것 만으로도 큰 의미를 가진다고 했어. 동생이 태어나면 레주가 받는 사랑 장난감 간식 다 나눠야 한다고 하셨지. 난 그래도 괜찮다고 하니까 할매가 웃으면서 "근데 낳으면 안뒤여. 낳을라면 낳을 수 있는데 레주한테도 안좋고 집안에도 안좋고 태어나는 아도 얼마 못산다. 그냥 레주 혼자서 동생 몫까지 산다고 생각하고 공부 열심히 혀" 그 땐 그냥 '할매도 내가 동생갖는걸 싫어해!'정도로 생각했던거 같은데 지금 보면 꽤 섬짓한 말이었지..
난 키우던 강아지들이 다 안좋게 해어져가지구.... 이제 더는 못 키우겠더라고..ㅠㅠ 그래도 여전히 사람보단 동물들한테 더 잘해주게 되던걸 ㅎ 말하는 짐승보단 말못하는 짐승이 더 낫더라
19. 하루는 할매가 아침 일찍부터 외출을 하셨어. 마을을 쭉 도시더니 한 집에 들어가서 "00 아들 나와라" 라고 대뜸 말씀하셨지. 할매 기상시간이 꽤 이른데 그 집에선 자고 있던 아저씨가 겨우겨우 눈만 뜬 채로 무슨일이냐며 나왔어. 할매가 "너 오늘 너희 아버지 묘 다녀와야겠다" 이러셨대. 아저씨는 뭐가 뭔지 몰라 '네?'라며 눈치만 보는데 할매가 "니 아버지가 오늘 꿈에 나왔다. 너무 춥다고 하시더라. 아마 무덤이 파헤쳐진 것 같으니까 보수좀 해 드리고 이왕 가는 김에 맛난것도 드리고 혀." 라면서 나오셨대.
다음날엔 아저씨가 일찍 외출했지 할매한테 줄 선물을 바리바리 싸들고 말이야. 들어서자마자 할매한테 크게 인사하면서 선물을 드렸어. 어제 묘 다녀왔더니 산짐승때문인지 묘가 많이 훼손돼 있었다고. 이렇게라도 효도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그러니까 할매가 "효도는 무슨. 살아생전 잘하는게 가장 큰 효도지" 하셨대. 우리 가족을 저격한게 아니었을까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해봅니다
오늘은 이만 잘게! 내일은 할매랑 친할머니 이야기를 쓸 수 있기를 바라면서 허접한 글들 읽어줘서 고마워~
잘자고 내일보자~
넘나 재밌는것 ㅎㅅㅎ
스레주! 이 글 너무 잘 읽고 있어 할머니 얘기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다 이 글 읽는 스레더들이랑 레주 다 좋은 일만 일어났음 좋겠어 썰 풀어 줘서 고마워 또 보러 올게!
언제와 스레쥬ㅠㅠ
스레주이야기 너무 재밌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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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 너무 재밌어ㅜㅜ 기다릴께!!
언제오낭
왔다~ 오늘은 할매랑 친할머니 이야기 위주로 풀어볼까 해 할매가 친할머니 이야기도 많이 해주셔서 아마 이야깃거리가 꽤 있을거같아
20. 외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지금의 할매가 사는 시골로 내려오셨대. 혼자 살기 적적한데 차라리 공기좋은 시골 와서 이웃끼리 두런두런 지내자는 이유였지. 그렇게 할매 옆집으로 이사를 왔는데 이삿짐을 다 풀기도 전에 떡부터 돌리셨다네. 커다란 시루떡을 광주리에 가득 담고 집집마다 돌면서 나눠주셨는데 먼 집부터 돌아서 할매댁은 마지막에 들리셨대. 예상보다 많이 남았는지 떡을 잔뜩 주면서 말이야. "내가 이집 저집 돌아다니면서 들었는데 할매가 그렇게 무서운 할매라면서요?" 그렇게 말하면서 넉스레 웃으시는데 웃는게 퍽 나쁘지 않으셨다지? 사람 좋다는 생각이 들자 어차피 옆집사람 자주 볼거 이기회에 좀 친해져 보자 하는 생각에 할매가 떡 좀 먹고 가라고 하셨대. 외할머니는 거절하지 않으셨고. 그렇게 막걸리 한 사발씩 기울이면서 두 분의 인연이 시작됐지.
할매가 사람 대하는 일 하면서 착한지 나쁜지 정도는 구분할 수 있는데 말하면 말 할수록 좋은 사람이란걸 확실히 알 수 있었대. 아마 이런 사람이 내 옆에 붙은걸 보니 이 사람과는 전생부터 이어졌구나, 덕을 쌓을 수 있게 해줄 귀인이구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지?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왕래도 잦아지고 만날 일도 많아지면서 흔히 말하는 짱친이 되신거지. 마을 사람들은 할매랑 수년을 같이 했지만 이렇게 개인대 개인으로 친한 관계는 처음이라면서 덩달아 외할머니 위상도 올라갔다네. 그러다 하루는 친할머니가 할매한테 집에서 귀신 봤다고 상담을 오셨어. 잠잘 때 귀신이 자기를 내려다보는걸 봤다고 하셨다는거야. 그 때도 할매가 별 위험한 애 아니라고 대충 부적 써서 보내줬다는데 그.. 아마 아빠가 이사오고 눌렸던 가위같어...
21. 외할머니가 나누는걸 좋아했다는 예시가 하나있어. 마을 근처에 냇가가 있어. 마을 사람들이 빨래도 하고 여름땐 고기도 잡고 하는 그런 냇가였지. 중간중간에 커다란 돌들로 징검다리를 만들어놓았는데 물만 차면 건너지도 못하고 또 사람 빠지는 사고가 많이 나니까 나중에는 다리를 하나 지어놨더라고. 근데 다리를 건널려면 돌아가야하니까 급할 때는 징검다리로 건너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 어쨌튼, 그 다리가 생긴 후에 어떤 거지가 그 다리 아래 살게 됐대. 근데 그 거지는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는 거지였지. 누구 말로는 일제시대 때 고문당해서 미친거라는데 진실은 아무도 몰라. 그렇다보니 사람들도 안타까워 하면서도 차마 돕진 못하고 할매만 오며가며 챙겨주는 정도였는데 외할머니는 달랐대. 그 거지를 정말 극진히 도와주셨대.
장 볼 때 마다 깨끗한 속옷이랑 옷가지를 챙겨주시고 씻게 해주고 먹을거리를 가져다 드렸다지. 집에 데려가서 재워줄려고까지 했는데 그건 거지가 정말 완강하게 거부해서 그러지 못했대. 그치만 자주 수고로이 만나러가는게 어디야. 거지도 그런 외할머니의 마음을 알았는지 외할머니를 정말 잘 따랐대. 하지만 어느 여름날, 그 거지는 며칠을 끙끙 앓다가 그만 돌아가셨어. 장례를 거창하게 치뤄드리진 못하고 간소하게 치룬 후 산에다 묻어드렸대. 그리고 얼마 후, 장마가 시작됐지. 비가 사흘밤낮을 쏟아져서 징검다리는 보이지 않을만큼 물이 불어났고 아무도 외출하지 않았던 기간이었어.
비가 개이고 며칠 뒤 할매가 그 다리를 지나는데 아래서 외할머니가 강 건너 갈 일이 있으셨는지 징검다리쪽으로 가고계시는게 보이더래. 그래서 반가운 마음에 외할머니 이름을 크게 불렀는데 왠걸 외할머니가 뒤도 돌아보지 않는거야. 심지어 걸음걸이도 좀 이상하고 징검다리쪽으로 걷지 않고 징검다리 옆, 그러니까 곧장 물로 들어가려고 하시는거야. 이게 뭐지 싶어서 주위를 보니까 외할머니 동선의 직선거리, 그러니까 물 중앙에 어떤 여자가 씨익 웃으면서 머리만 동동 뜬 채로 외할머니를 보고있더래. 그때 직감했지. 지금 물귀신한테 홀렸구나. 할매가 말릴려고 전속력으로 달렸는데 아무래도 거리가 있잖아. 정말 꼼짝없이 죽겠다 싶어서 정신이 아찔해지셨대. 제발 무사하기만 바라면서 후다닥 아래로 내려갔는데 외할머니가 안보이셨다는거야. 그 순간 할매는 외할머니가 물로 빨려들어간줄 알고 하늘이 무너진것 처럼 주저앉으셨대.
보고있어
응응
내가 좀 더 일찍 봤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하고.. 이럴 때만 도움 되지 못하고 친구를 떠나보냈네. 그렇게 무거운 마음으로 주저앉아계시는데 갑자기 저쪽에서 외할머니 목소리로 "할매!!!"하면서 누가 달려왔다는거야. 처음에는 어떤 귀신이 막 죽은 사람 목소리를 흉내내서 오는줄 알고 '오냐 너 오늘 잘 걸렸다. 너는 내가 가만 안 놔둔다'하면서 노려봤는데 생김새도 외할머니더래. 설마 형체까지 흉내냈나? 근데 그건 아니었대. 분명 산 사람이었대.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든 할매는 벌떡 일어나서 '00할매 맞는교??'라고 소리치니까 저쪽에서 '그럼 내가 00이지 누구여!'하면서 다가오셨대. 외할머니 맞으셨고 아주 건강하셨고. 할매는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서 어안이 벙벙하면서도 좋아서 어쩔줄 몰라하시고. 좀 진정이 되니까 외할머니한테 물어보셨대. 무슨 일이냐고. 그러니까 외할머니가 말하시길 "그 거지 아저씨를 봤어"라고 하셨대.
외할머니 말을 들어보니 그 강 주변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서 누가 불쑥 튀어나오더래. 그래서 '뭐지?'하고 보니까 뒷모습이 거지아저씨라고 하더라고. 그 순간 귀신인지 뭔지도 모르고 반가운 마음에 아저씨를 부르면서 그 아저씨 뒤를 쫓아갔대. 근데 걸음이 어찌나 빠른지 아무리 걸어도 간격이 줄어들진 않았다더라. 그렇게 한참을 달리고 정신을 차리니까 자기가 있었던 곳에서 멀리 떨어져나왔대. '아, 내가 귀신을 봤구나'하는 생각에 싱숭생숭하면서도 슬픈 마음으로 돌아가는데 저짝에선 할매가 털썩 주저앉아 있었더라지. 반가운 마음+왜 저러고 있나 하는 마음에 "할매!"를 부르며 왔다는거야. 할매는 그 말을 듣고는 '그 아저씨가 은혜를 갚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대. 그래서 외할머니한테 물귀신 이야기를 해 주고 외할머니도 그 아저씨가 자기를 구해준거냐면서 고마워하고. 베푼만큼, 그 이상으로 받게 된 이야기.
넘 재밌게 잘보구있오!!!
오오ㅠㅠㅠㅠ감동적이다 외할머니 좋은 분이셨네
아마도 오늘 마지막 이야기. 마을에 30대 후반쯤 된 총각이 살았대. 결혼 적정시기를 넘겨버린 노총각. 사람은 나쁘지 않고 성실하던 터라 모두 좋은 베필을 만나길 바랬는데 어느날 이 노총각이 갑자기 미쳐버렸더라지. 정신이 오락가락하는데 자꾸 부모님한테 자기 베필을 찾았다면서 '수영이'라는 이름을 계속 반복하더래. 자기는 수영이랑 결혼할거라면서. 부모님은 속이 터질 노릇이고 소문은 할매한테까지 퍼졌더라지. 할매가 원래는 잘 신경쓰지 않을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증상이 좀 심했던 터라 드물게 개입하셨대. 그 총각네 집으로 찾아가신거야.
집 안으로 들어서자 마자 진한 향수 냄새가 났대. 그 집에선 아무도 향수를 뿌린 적이 없다는데 말이야. 뭔가 있다 싶어서 곧장 총각 방으로 찾아갔지. 근데 총각이 안에서 문을 잠가버려서 들어갈 수가 없었대. 다행히 열쇠를 쓰는 문이라서 열쇠로 열고 들어갔는데 가관인게 그 총각이 벌거벗고 자위를 하면서 방에 있었던거야. 며칠새 살은 더 수척해졌고 얼굴을 사람 몰꼴이 아닌데 허공을 향해서 실실 웃고 있었대. 할매는 추한 꼴에 혀를 끌끌 차더니 일단 애 옷부터 제대로 입혀놓으라고 하셨대. 그래놓고 주변을 주 둘러보는데 장롱안에서 그 향수냄새가 진하게 나는거야. "여자귀신이 애를 홀렸구나"하는 생각이 퍼뜩 스치더래. 그래서 장롱을 뒤져보라고 했지. 장롱안에 물건을 다 빼놓니까 그 중에 작은 보석함같은게 눈에 띄더래.
보고이써
굉장히 색이 예쁜 함이었는데 노총각이랑 어울리지가 않았다지. 게다가 거기서 물씬 풍기는 향수냄새. 할매가 거기에 손을 댈려고 하자 총각이 옷을 입다 말고 뛰어와서 함에 손도 못대게 하고 끌어안았다는거야 "수영이랑 결혼할겨 수영이랑 결혼할겨"만 반복해대면서말이야. 그 꼴을 보자니 할매가 어이가 없어서 "야, 니 수영이는 누구가?" "내랑 결혼할 여자입니더. 참하고 예쁜 여자입니다. 내는 수영이랑 결혼할겁니더." "참하고 예쁘다고? 니 수영이가 어떻게 생겼는 줄 아냐?" "참하고 이쁩니더." "미친놈, 니는 눈인지 코인지도 모를만큼 얼굴이 뭉개진 가스나가 참하고 이쁘더냐?" 정신차리라고, 걔는 너한테서 양기 뽑아가고 죽일 년이라고 그렇게 말했는데도 총각은 고개를 저으면서 "지는 수영이랑 결혼할겁니더"만 반복하더래.
결국엔 할매가 무력을 썼지. 비실비실해진 총각을 힘으로 제압하고 손에 쥐여져 있던 함을 가져갔대.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생긴건 이쁘게 생겼는데 이딴걸 대체 어서 얻어왔는교.."라며 감탄도 하고. 할머니는 그 함을 뺐어와서 부적을 붙이고 소각시켰다고 하셨어. 처음에는 자기가 불타는것 처럼 발악을 하다가 며칠 지나니까 다시 제정신을 찾고 평범한 노총각으로 돌아오셨다더라.
동접!!!!!
ㅋ ㅋ ㅋ 잼있다 ㅋ한시간 넘게 읽었네 ㅋ
매일매일 글 잘 읽고있어 고마워 스레주!
와 읽을수록 빠져든다ㅠㅠ 잘 보고 있어 스레주야!
근데 스레주야. 궁금한 게 있어 할매랑 친하게 지내 셨다는 그 할머니는 대체 할머니야 외 할머니야? 섞어서 썰을 푸니까 헷갈려
오타가 났었네? 친할머니셔 외할머니셔?
>>231 스레주 외할머니랑 친하셨던 무당할머니. .
>>232 무당할머니 말고 무당할머니가 착하다하신 분이 외할머니냐 친할머니냐고 묻는거잔
>>233 위에 보면 외할머니라고 써있어
>>230 미안 할매 할머니 외할머니 다 나오니까 내가 막썼나봐 내 이야기에서 친할머니는 안나오셔. 다 외할머니야. 친할머니랑은 딱 한 번 엮이긴 했는데 적어도 지금까진 친할머니에대해 쓰진 않았어.
오늘은 개인사정으로 인해 스레를 못 쓸거같아. 내일 보자 레스주들!
얍~
진짜 신기하다 재밌게 읽고 갈게!
악 재미써
힝구 ㅈㅐ미써
레주 오늘도 안 오는거야? 기다릴게ㅠㅠ!

앙
레주 빨리와ㅜㅡㅜ
ㄱㅅ
레주 왜 아직도 안와ㅠㅠㅠ
레주야 레주야 어디있니....
오늘도 혹시나 해서 들어봤는데 안왔구나ㅠㅜ 기다릴게!!!
ㄱㅅ 레주바쁜가보다ㅠㅠ
ㄱㅅㄱㅅ
갱신
갱신
ㄱㅅㄱㅅ
갱신 ㅋㅋㅋ
ㄱㅅ
스레주 이제 안오나..
ㄱㅅ
갱신
ㄱㅅ
ㄱㅅ
ㄱㅅ
갱신!
ㄱㅅㄱㅅㄱㅅㄱㅅ
갱신
레주 기다리고 있엉!! 갱신!!!
ㄱㅅ
갱신 스레주 올때까지 갱신 ㅋㅋㅋ
스레주 무슨일 있는거야? 갱신 !!
갱신!
언제와ㅠㅠ ㄱㅅ
ㄱㅅㄱㅅ
상주할매 이야기같네 너 진짜 진또배기 만났구나
갱신
비와야 돌아올거지?
>>271 상주할매가 뭐야?
진또배기는 또 뭐고 ...
갱신
>>274 예전에 ㄴㅇㅌ판이라는데에 올라온 무서운 이야기 중 하나야
갱신
비 온다
갱신 얼른와 레주야...8ㅡ8
스레주안올려나. .
레주언제오냐...
레주야 비오잖아 어서와ㅠㅠㅠ
ㄱㅅ
갱시뉴ㅡㅠ
ㄱㅅ
갱신
rt
ㄱㅅ
ㅠㅠ스레주 언제 오나..
갱신
ㄱㅅ
갱신!
갱신 !
스레주언제오냐.... ㅜㅜㅜㅜㅜㅜ
스레주우!
스레주~!!
스레주 언제 오니..
레주야 비온다...
엉엉 궁금하다
싹둑
로어가 될거야 뀨우 스레주 빨리 와줬으면..
>>271 그지 상주할매 맞지 어쩐지 익숙하더라
ㄳ
ㄱㅅㄱㅅㄱㅅ
ㄱㅅ
ㅠ
ㄳ
이젠 안오는듯..포기하자
ㄱㅅ
>>303 인정
스레주 이거 까먹은거같다 아무래도...
ㄱㅅ
갱신 스레주 많이 바쁜가ㅠ
ㄱㅅ
ㄱㅅ
갱신
ㄱㅅ
뜬금없지만 상주할매 이야기랑 되게 비슷하네.
ㄱㅅ
ㄱㅅ
ㄱㅅ
ㄱㅅ
오 나만 상주할머니 이야기 생각한거 아니네 나는 네이트판에서 본건 아니고 유튜브에 왓섭 공포 라디오 에서 들었는데 진짜 비슷해
ㄱㅅ
언제와 레주 ㅜㅜ
안오네
ㄱㅅ. ..
나도 상주할머니 생각했는ㄷㅔㅋㅋㅋㅋㅋㅋㅋ그냥 비슷한가보다 하고 정주행하고옴 그나저나 언제와ㅠㅠ
제발 와줘 ㅜㅜ 더 듣고 싶단말야 .....
ㅠㅠㅠ재밌었는데 이제 더 이상 못 보는구나 스레주 이제 안 올듯..
헐 나도 상주할머니 얘기 생각낫는데... 그거 정주향 하면서 눈물 콧물 ㄴ다 빼고 육포 만드는 방법은 아직도 모른다...
ㄱㅅ
>>332 육포 레시피 상주할머니 외전글 중 하나에 올라와있어!!
>>334 저기 미안한뎅 상주할머니 이야기 어디서 봐 !??
>>335 네이버에도 나와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