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동안 꿈에서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고 있었다.

2019/08/16 01:06:36

#1 이름없음 2019/08/16 01:06:36

처음에는 꿈이라는 걸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나는 평소 꿈에서 정말 일상스러운 꿈만 꿔 왔기 때문에 꿈이 마치 현실인 것처럼 느끼곤 했다. 그 날도 무척 평화로운 꿈이었다. 나는 대학 근처 번화가를 걷고 있었고, 옷 가게 쇼윈도 앞을 지나고 있었다. 내가 옷 가게 거울에 비친 모습을 바라보지 않았다면, 그 날의 꿈도 정말 사소한 꿈으로 남아있었을지도 모른다.

#2 이름없음 2019/08/16 01:09:27

거울에 비친 나는 현실의 내가 아니었다. 거울에 비친 나는 하얀 피부에 단정한 느낌을 풍기는 긴 검은 머리카락의 여자애였다. 단순히 외모만 바뀐 것이 아니라 성별도 바뀌었다.

#3 이름없음 2019/08/16 01:10:36

놀랐지만 금새 아무렇지 않게 담담해졌다. 어차피 꿈이니까 깨고 나면 사라질 환상이라고 여겼다.

#4 이름없음 2019/08/16 01:11:14

하지만 이건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지금 와서야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5 이름없음 2019/08/16 01:13:09

그 이후부터 내 꿈 속 배경이 조금씩 바뀌었다.

#6 이름없음 2019/08/16 01:14:43

익숙하던 동네는 차차 낯선 동네로 바뀌었고, 평소 현실의 나였다면 하지 않았을 사소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7 이름없음 2019/08/16 01:16:25

가장 낯설었던 건 꿈 속에서 학교 가는 것이었다. 꿈 속의 나- 즉, 여자애의 어머니가 내게 학교를 가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교복을 입고 집에서 나왔는데, 학교 가는 길을 몰라서 길을 엄청 헤멨다.

#8 이름없음 2019/08/16 01:16:49

길을 잃었던 건 지금 생각해도 상당히 끔찍한 악몽이었다.

#9 이름없음 2019/08/16 01:17:42

다행히, 여자애 교복 자캣에 학교 마크가 붙어있어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서 겨우 학교에 찾아갔다.

#10 이름없음 2019/08/16 01:18:40

이 여자애가 몇 학년 몇 반인지 몰라서 학교 안을 또 헤매다 여자애의 담임쌤을 마주쳐 다행히 교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11 이름없음 2019/08/16 01:19:34

그 날 이후로, 나는 본격적으로 꿈에서 그 여자애의 삶을 살게 되었다.

#12 이름없음 2019/08/16 01:20:13

미친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저 꿈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는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13 이름없음 2019/08/16 01:21:34

그 아이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다.

#14 이름없음 2019/08/16 01:22:20

나보다 어린 아이였기 때문에 수업 내용이나 과제 해결에서는 크게 문제 될 건 없었다.

#15 이름없음 2019/08/16 01:23:30

처음에는 단순한 꿈이라고 생각해서 수행평가를 개떡같이 봤다. 과목은 아마 과학... 이었던 것 같다. 완전 문과 머리인 내가 꿈일지라도 과학을 잘 할 수는 없지 않은가.

#16 이름없음 2019/08/16 01:24:37

하여튼 30점 만점에 16점을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사실 숫자는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충격적인 점수였다. 하지만 꿈이라고 생각해서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 당시에는.

#17 이름없음 2019/08/16 01:25:55

하지만 내가 계속해서 꿈을 이어 꾸게 되면서 꿈이라고 해서 함부로 생활하면 안된다는 걸 느꼈다. 망친 과학수행평가는 내가 이후의 꿈에서 과학 보충수업을 듣게 만들었다;;

#18 이름없음 2019/08/16 01:26:28

친구들 이름을 외우는 게 너무 힘들었다.

#19 이름없음 2019/08/16 01:27:19

나는 꿈 같은 거 크게 의미 두지 않아서 금방금방 까먹어버리기 일쑤였기 때문에 이 여자애의 학교생활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상당히 많이 걸렸다.

#20 이름없음 2019/08/16 01:28:41

당연히 여자애의 친구들은 나를 이상하다는 듯 여기며 웃었다. 하지만 기분 나쁜 웃음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살갑게 다가왔다. 이 몸 주인은 아마 친구들에게 상당히 사랑받으며 지냈던 것 같다.

#21 이름없음 2019/08/16 01:31:46

아, 참고로 여자애가 사는 지역과 내가 사는 지역은 다른 곳이었던 것 같다. 우선 나는 경기도 북쪽에 살고 있는데, 여자애가 사는 곳은 서울이었던 것 같다.

#22 이름없음 2019/08/16 01:33:11

한 번 꾼 꿈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약간의 소소한 이벤트가 지나가고 나면 항상 꿈에서 깨는 방식이었다.

#23 이름없음 2019/08/16 01:34:45

이 여자애는 미술을 하는 애였던 것으로 추측한다. 방에 보면 늘 도화지가 구비되어 있고, 물감도 아크릴, 포스터, 수채화 이런 것들이 즐비했다.

#24 이름없음 2019/08/16 01:35:26

대충 이 정도면 내가 대신 살고 있는 여자애에 대한 간단한 설명은 끝낸 것 같다.

#25 이름없음 2019/08/16 01:36:26

이제 내가 꿈 속에서 이 여자애로 살게 되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다만, 이 꿈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조금 전개가 느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