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나온 이야기를 잊기 전에 구체화하려는 스레. -이야기 개연성이 떨어질지도 모름. -내가 꾼 꿈 기반, 학교 배경. -주인공과 주인공 친구는 꿈 속에서의 나 그리고 내 친구. -고로 이 둘로는 과한 행동을 하지 말아줘. -엔딩은 내가 꿈에서 깨기 직전의 내용. -거기에 도달하기까지 따라와 주길 바람. -내가 게을러서 탈주할지도 모름. 내가 한 달 이상 안 돌아오면 선착 한 명 아무나 스레 맘대로 이어가도 돼. + 가벼운 정보 -배경은 2019년 현재, 중학교임. -내가 다니는 중학교가 배경인 것도, 모티프인 것도 아님. -은하수: 나. 화자. -김경진: 내 친구. 모범생. 도서부장. -박연주: 내 친구. 가톨릭 신자. 세례명은 '마리아'. 고등학교는 미션스쿨에 합격함. -문학도: 수학 교사. 8년 정도 근무하심. + '내가 주장하는' 이 스레를 (읽을 때) 200% 즐기는 법 암호같은 게 나올 때마다 은하수 그리고 김경진이 해독해버리기 전에, 스레더들이 먼저 해독해버린다!
"우리의 작전은 간단해."
헕헕 기대된다 빨리!!
일단 시험삼아 세워본다. 제대로 운영을 할 수나 있을련지. 주인공(나)와 주인공 친구(내 친구)의 이름을 지어보자. 한국식 이름이어야 한다? 나의 이름 >>4 친구의 이름 >>5
은하수
김경진
은하수란 이름은 예쁜데 하수라 하면 묘하네..
아 맞아. 여잔데 이야기를 안 했네. 뭐 성별은 상관 없으니까. 학교에 있을 법한 곳으로. 중학교, 꿈에서도 우리 학교 배경이 아니었어서 우리 학교에 없는 장소여도 재앵커 안 받을 듯? 시작하는 위치 >>9
가속
미술실
ㅡ 미술실 책상 위에 편지를 두었다. 며칠 전 우리에게 도착한 의문의 편지다. 정확히 말하자면, 학교 전체를 대상으로 도착한 편지였다. 종이에 한 글자 한 글자 쓴 글씨로 보아, 우리는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 우리만 그랬던 모양인지, 미술실에 모인 사람은 나와 내 친구 둘뿐이었다. 김경진. [미친자여술을마셔실수를하로구나!] "뭐야. 경진이 너랑 나만 이걸 눈치 챈 거야?" "작년 기가 시간에 배우지 않았어? 스퀴탈레 암호. 그런데 우리만 모이다니." 이 편지는 스퀴탈레 암호로 [미술실로]라는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막대기의 기준은 학생이라는 걸 감안하였는지 연필에 맞춰져 있었다. "아무래도 학교에서 연필 쓰는 건 너뿐이잖아. 그래서 아냐?" "그렇다고 하기엔 넌 샤프 쓰잖아." "난 암호 좋아하니까." 샤프가 아닌 연필을 이용하는 건 경진뿐이었다. 그래서 더욱 그런 거였겠지. 나야 암호 해독이 취미이기 때문에 이런 기초 수준의 암호는 어렵잖았다. 경진이 긴 종이 편지를 돌돌 말았다 풀면서 입을 열었다. "일단 암호에 따라서 미술실에 오긴 했는데……. 뭐지? 아무런 일도 없어." "그래도 모은 데 이유는 있겠지. 둘 밖에 안 되어서 실망한 거 아냐?" 우리가 그런 대화를 나누는 와중이었다. 미술실 불이 꺼지더니, 미술실의 컴퓨터 화면이 켜졌다. ㅡ 컴퓨터 화면에 나타난 것 >>13
가속
ㄱㅅ
어떤 미술작품의 사진
ㅡ 컴퓨터 화면에는 어떤 미술작품의 사진이 나타났다. 섬세한 터치, 아름다운 색감과 구도…… 이 그림은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가 그린 종교화 같았다. 다 빈치의 그림이라 해도 믿을 수 있을 법한 작품이었다. 잠깐, 다 빈치? "설마 다 빈치?" 무의식적으로 그리 내뱉었지만 진심은 아니었다. 미술 수행평가로 다 빈치의 작품을 다 조사해본 적이 있었지만, 이런 작품을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건 분명히 다 빈치의 작품 같았다. 내가 르네상스 시대의 다른 화가를 잘 모른다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이건 다 빈치의 그림이다. 내 촉이 그렇게 말했다. "다 빈치 그림 중에 이런 건 없던 거 같은데." 경진이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생각하던 차였는데, 그렇지만, 촉이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이 화풍은 아무리 봐도 다 빈치야……." "다른 사람일걸. 다 빈치 작품 중에는 이런 그림 없잖아." "……." 그 순간 나에게는 놀라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 사진의 해상도가 몇이지? 창 아래에 적힌 해상도를 읽어보니, 가로세로 이만 픽셀 이상이었다. 사진의 화질로 보건데, 이건 찍을 때부터의 해상도가 분명했다. 잡아 늘린 사이즈가 아니다. "확대해 보자." "뭐?" "이 그림 말이야. 다 빈치는 그림을 손가락으로 마무리한다고 했어. 화질도 좋으니까, 확대해서 지문이 보인다면…… 다 빈치의 작품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아!" 경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경진이 마우스를 붙잡아서 휠을 돌렸다. 사진의 가장 왼쪽 위부터 차근차근 오른쪽 아래로 훑어 내려갔다. ㅡ 지문은 있었는가? >>16
ㄱㅅ
Yes
ㅡ 그렇게 한참을 반복하는 와중, 사진에서 의문스런 모양을 발견한 모양이었다. 내가 미술실 문 바깥을 기웃거리는데, 경진이 소리치는 게 들렸다. 지문일 확률이 가장 크다고 생각됐다. "찾았다! 찾았어! 다 빈치 맞는 거 아냐?"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컴퓨터 화면을 보니, 빙글 도는 소용돌이 문양이 보였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지문의 형태가 있었다. 그 미술작품 사진에. 주변의 붓 자국과는 확연하게 다른 모양새였다. "다 빈치야! 매우 높은 확률로 다 빈치라고!" 하지만 이 정보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놀란 목소리였던 경진도 금세 침착을 되찾았다. 한숨을 푹 쉬더니 입을 열었다. "하. 근데 이 정보로 뭘 할 수 있는 게 있어?" "글쎄, 우리가 다 빈치의 미공개 작품을 알아냈다는 것만으로도 의의가 있지 않을까?" "그럼 암호로 편지를 쓴 이유가 고작 이걸 공개하는 쇼를 열겠다고? 스케일 큰 사람이구먼." "…… 아닐 거 같은데……. 다른 이유가 있는 거 같아." 나는 말을 마치며 마우스의 주도권을 가졌다. 휠을 쭉 내려서 사진 전체를 보았다. 아름다운 외모, 익숙한 얼굴. 젊음…… 사도 요한. 이 얼굴은 '최후의 만찬'에서 묘사된 사도 요한의 얼굴이었다. 설마, 하는 의심감이 스쳐 지나가자 나는 눈을 굴려 파일명을 보았다. [ToTheDaVinciCode.png] 이 그림은 사도 요한이 아니다. 마리아 막달레나였다. "마리아 막달레나의 그림이야! 아니, 정확히는 사도 요한의 그림이 맞지만 현재 우리는 마리아 막달레나를 나타내고 있다고 이해해야 해." ㅡ 경진의 반응 >>18 이후 미술실에 나타난 징후 >>20
예상치 못한 결론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밟
교내 스피커로 성모송이 들렸다.
ㅡ "세상에…… 그거 진심이야? 하지만 왜 마리아 막달레나지? 이 그림은 사도 요한이라며! 그럼 요한으로 이해해야 맞지 않아? 막달레나라기에는 논리적 비약이잖아!"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마우스 커서를 움직여 사진 파일의 이름을 가리켰다. '다빈치 코드'에게. The Da Vinci Code. 댄 브라운의 소설로, 유명한 이 소설은 최후의 만찬'에 그려진 사도 요한을 마리아 막달레나로 해석함으로 이야기를 벌인다. 나는 다빈치 코드를 읽은 적 있었다. 다빈치 코드의 도입부를 경진에게 말했다. 경진이 설명을 듣자 납득한 모양이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경악하는 본새였다. 우리가 이 작품 사진이 마리아 막달레나를 뜻한다는 사실에 시선이 팔린 그때, 교내 스피커로 아베 마리아가 울려 퍼졌다. 성모송. https://youtu.be/cqoP8rkNIsY "마리아…… 이 편지를 쓴 장본인은 마리아라는 이름 자체를 강조하고 있어." 경진이 내린 판단이었다. 분명하다. 나도 그 말에 동의했다. 마리아 막달레나나 아베 마리아, 둘 중 한 명만 계속 나왔다면 그 인물에게 의심을 했겠지만, 이 두 인물을 둘 다 강조해서 '마리아'란 이름 자체에 초점을 맞추게 만들었다. 나는 이게 무슨 의미인가 생각했지만, 몇 번의 사고를 거쳐 결론 하나를 내렸다. 내 친구다. 경진 말고, 다른 친구. ㅡ 또 다른 내 친구의 이름 >>23
가속
박연주
ㅡ 박연주. 고등학교 입시를 마친 친구였는데, 가톨릭이라서 가톨릭 계열 미션스쿨에 넣었다고 했다. 그리고 거기에 붙었기에 기말고사 부담이 없었다고 말했다. 물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가톨릭인 박연주의 세례명이 '마리아'였다. 그 사실이 중요했다. "연주! 연주야. 이건 연주, 적어도 연주 관련된 걸 가리키는 거야." "연주 세례명이 마리아니까……. 맞는 거 같네." 우리는 이 정보로부터 더 많은 정보를 얻건, 결론을 짓건 해야 했다. 난 그렇게 하기 위해서 핸드폰을 꺼냈다. 연주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서였지만, 아쉽게도 연락은 닿지 않았다. 스피커폰으로 크게 소리가 들렸다. [지금 부재중이므로…….] 나는 한숨을 푹 쉬었다. 잠깐, 컴퓨터에 정보가 더 있지 않을까.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었다. 컴퓨터를 더 뒤져보았지만 컴퓨터에는 특별한 무언가도 아무것도 없었다. 포기하려는 참이었다. 경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칠판 받침대에 USB가 있어!" "뭐? 당장 꽂아 봐!" 경진이 내 말을 따라 USB를 컴퓨터 본체에 꽂았다. USB 안에는 꼴랑 파일 하나만 들어있었다. ㅡ 들어있던 파일 >>25
뭔가를 표시하는 듯한 삼각형이 찍혀져 있는 지도 이미지 파일
ㅡ 이미지 파일 하나. 단지 지도인데…… 삼각형이 찍혀있었다. 경진이 보고서 말했다. "보물 지도인가? 뭐지?" "장소를 나타내는 것 같긴 한데……. 근처에 이런 장소가 있나?" 그것을 빤히 바라보던 경진은 무언가 깨달은 듯 말했다. "이건 복도, 이건 문을 나타내. 복도인데 이렇게 꺾이고 문이 이렇게 있는 곳은 한 군데밖에 없어. 그리고 이 삼각형 표시는……." "인쇄실이야!" 우리는 그걸 깨닫고 인쇄실로 향했다. USB는 당연히 챙겼다, 겸사 다 빈치의 미공개작 파일도 넣어서. ㅡ 인쇄실로 가는 중 문제 발생? >>28
어딘가의 교실에서 책상들을 드륵 드르륵 움직이는 소리가 났지만 창문 너머로 사람이 보이진 않았다
>>27
ㅡ 우리가 복도를 걸어가는 와중, 교실에서 책상이 드르륵대는 소리가 들렸다. 이 시간대에 우리 말고 여기에 왔다면, 수위인가 생각이 들었다. 확인해보니 아니었다. 교실 창문을 통해 안을 봤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네." "무섭다……. 귀신 아냐?" "설마." 다행인 점은, 그 외에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는 것. 우리는 소름 돋는 감각을 뒤로하고 계단을 내려왔다. 인쇄실은 1층에 있었다. 이 시간대에 계단을 내려오려니 한 걸음 내딛기가 무섭기만 하다. 올라가는 건 덜 무서웠는데. 금세 우리는 인쇄실에 도착했다. 인쇄실 문은 잠겨 있었다. 다행하게도 교무실 바로 옆이었기 때문에 어렵잖이 열고 들어갈 수 있었다. 열쇠는 모두 교무실에 모아두는데, 교무실 창문 보안이 약해서 열쇠 하나 빼 오기쯤이야 식은 죽 먹기였다. 내가 오른손에 열쇠를 잡고 인쇄실 열쇠 구멍에 맞춰 돌리자, 철컥 소리가 나더니 문이 열렸다. "열렸다!" 내가 먼저 인쇄실 안에 들어갔다. 경진이 내 뒤를 따라 들어와 인쇄실 불을 켰다. 우리 눈앞에는 커다란 인쇄기 하나가 보였다. 윙 소리를 내며 무언가 인쇄하고 있었다. A4 용지에 글이 가로로 길게 적혀 있었다. [학이오작교에서물에떨어져비참히박밀듯울음이지속돼있으니힘다든다네] "또 스퀴탈레 암호인가?" 경진이 인쇄된 글을 보고 말했다. 누가 봐도 이건 스퀴탈레 암호다. 하지만 A4 용지이기 때문에 막대에 둘러보려건들 잘라내야 했다. 거기에 더해서, 가장 큰 문제. 막대가 없었다. "스퀴탈레 암호 맞는 거 같은데, 막대가 없잖아. 어떡하냐, 글자 크기로 보건데 또 연필은 아닌데." ㅡ 우리는 이 난관을 어찌할 것인가. 운인가, 노가다인가, 기적적인 힌트인가! >>30
기적적인 힌트
ㅡ 난 종이를 들어 올렸다. 가만 보니 같이 인쇄된 종이가 한 장 더 있던 것 같다. 또 다른 종이에는 양반다리로 앉아있는 사람의 이미지가 인쇄되어 있었다. 우리 중학교의 교복을 입고 있는 학생의 사진이었다. 현재 재학생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전체적으로 스타일이 현세대의 느낌이 아니었으니까. 우리는 이게 암호를 쓰는 종이에 대한 힌트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경진아. 힌트가 있었다, 힌트가 있었어!" "뭐? 봐봐." 몇 초 후 경진과 나는 동시에 깨달은 듯 반응했다. 설마 같은 생각인가. "설마……?" "동시에 말해 보자. 1, 2, 3……." 우리 둘은 동시에 "책상다리."라고 말했다. 사진의 자세는 책상다리라고도 불리니만치, 어렵지 않게 깨달았다. 인쇄실을 둘러봤다. 교실 책상이 없을까 불안했지만, 다행하게도 존재했다. 온갖 잡동사니가 올라가 있었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책상다리뿐이니 상관없다. 종이를 자르는 건…… 좀 불안하기야 하지만 손으로 찢기로 했다. 경진보다 손재주가 좋은 내가 손끝으로 꾹꾹 눌러 접은 뒤, 종이를 양쪽으로 잡아당겼다. 지익 소리를 내며 종이가 찢어졌다. 생각보다 깔끔하게 찢었다. [학교에비밀이있다] "학교에 비밀이 있다고?" 경진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대부분의 학교에는 비밀이 있을 것이다. 직접 은폐하건, 그냥 은폐된 것이건. 하지만 그런 걸 굳이 이렇게 불러서 할 린 없다. 난 그런 생각에 섬찟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까지 암호화할 정도라면 더더욱 보통 일은 아니겠지. 이러고도 그냥 장난에 불과했다면…… 그건 그거 나름대로 더욱 소름 감이다. "연주와 학교에 있는 비밀 때문에 우릴 불렀다……. 현재 여기까지 추론할 수 있겠네." "연주랑 학교의 비밀이 무슨 상관이람?" "내가 어찌 알겠어." "연주한테 다시 전화 걸어 보…… 기엔 지금은 민폐네." 우리는 이상의 정보를 바탕으로 결론을 지으려 했지만, 아무런 결론도 찾을 수 없었다. 사진 안의 인물에 대해서 몇 번 설왕설래를 거쳤지만, 단순히 힌트를 위한 용도였다고 결론을 지었다. 경진이 하품을 하며 말했다. "돌아가자, 슬슬……. 너무 늦었어." 경진의 말을 듣고 핸드폰을 켜서 시간을 봤다. 한참 모두가 잠에 빠졌을 시간이었다. 아쉽지만, 여기에서 더 이상의 정보를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돌아가는 게 확실히 이득이다. "그래야겠네. 이 일을 벌인 사람은 대체 뭐하려던 건지." 우리는 그 대화를 마지막으로 이만 헤어졌다. 사진이 뭔가 마음에 걸렸던 나는 슬쩍 종이를 가져갔다. 그리고 얼마 뒤. 이 사진을 건으로 일이 터졌다. ㅡ 무슨 일일까 >>33
가속
시험문제 뽑는중이였던 것이다
ㅡ 이 사진 때문에 학교가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우리 3학년이야 이미 기말고사를 다 봤지만, 2학년과 1학년들은 그게 아니었다. 1, 2학년의 시험지를 뽑아야 하는데 인쇄기가 해당 이미지만 출력했다. 나오라는 시험지는 안 나오고 말이다. 미리 인쇄해두는지라 망정이지, 만일 기말고사를 바로 코앞에 두고 벌어진 사건이라면…… 당사자는 아니지만, 좀 무섭다. 선생님들이 이에 모든 학생을 잡아다 수소문해도 할 말이 없을 건이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3학년 담임들이 "이런 짓 한 범인은 자백해라." 정도로만 말하고, 더 이상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 이조차 3학년에 한정되어 있었다. 1학년과 2학년은 자백의 '자' 자도 듣지 못했다고. 다행히 시험지는 어찌어찌 처리한 모양이긴 했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 "왜?" 경진과 연주가 무슨 뜻이냐는 듯 눈을 둥그렇게 떴다. 나는 앞선 시험지와 사진 이야기를 경진과 연주에게 설명했다. 연주가 입을 열었다. "단순히 학생이 벌인 장난으로 본 거겠지? 어차피 시험지도 해결했으니까 굳이 힘 빼지 않는 거 아닐까?" "아니야, 아니야……. 그렇다고 해도 3학년에게만 알린 건 이상하지." "인쇄기 출력…… 아무튼 그거 관련해서 1, 2학년이 벌이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한 거 같은데?" "그래도 혹시 모르는 거잖아. 아무리 그렇다 해도 3학년에게만? 제정신이 아니구먼!" 경진이 거들었다. "하수 말이 맞아. 아니면 아예 교내 방송으로 범인은 자수하라고 할 수도 있을 텐데 굳이 이렇게 전했단 말이지. 뭔가 있는 거 같긴 해. 잘 모르겠지만……." 연주가 "음……."하며 약간의 군소리를 냈다. 뭔가 생각하는 본새였다. 곧 연주가 말했다. "쌤에게 직접 물어보는 게 좋지 않을까?" "인정. 근데 물어보다가 우리 큰일 나는 거 아냐? 우리 내신 산출 아직 안 끝났잖아." 내가 웃으면서 답했다. 물론 큰일 날지도 모른다는 건 진심이었다. 이상의 연유로 난 지금 교무실 문 앞에 서 있었다. 차마 지금 같은 상황에도 창문을 열어제끼고 뛰어넘을 순 없었고, 조용히 교무실 문을 두드렸다. ㅡ 나는 어느 선생님께 볼일이 있었다고 말할까. 담당, 이름 >>35
지리, 오지리
중학교라 지리를 안 배운다. >>38
가속
수학, 문학도 쌤
ㅡ "문학도 선생님께 볼일이 있어서 왔는데요!" 곧 교무실 안으로 들어오라는 허가가 떨어졌다. 문학도 선생님은 우리 학교에서 8년 정도 수학 교사로 근무하셨다고 했다. 어차피 나 혼자 이야기하나 친구들과 이야기하나 큰 차이가 없으리라 판단한 우리는, 나부터 선두로 보냈다. 자기는 위험을 최소화하겠다니, 이 친구들아…… 난 너희가 너무 좋으니 그렇게 하겠다! 학도 선생님이 나를 보시더니 말씀하셨다. "무슨 일이지?" "아…… 그게, 사진 말이에요. 시험지가 안 나오고 웬 학생 사진만 나온 사건 있잖아요." "네가 범인이었구나." "아뇨, 그런 건 아닌데요. 범인을 잡으려거든 전 학년에게 물어봐야지, 왜 3학년에만 자수하라고 전한 거죠? 1학년과 2학년은요? 그쪽에 범인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아니, 걔네들 중엔 없어. 분명히……." 선생님의 얼굴에 그림자가 졌다. 나는 사진이 보통 사진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지만, 정확히 무슨 사진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마도……. "사진 속 학생은 이미 죽은 학생인가 봐요?" 선생님은 머리가 아픈 듯, 이마를 짚고 고개를 끄덕거리셨다. "그럼 그 학생에 대해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이번에는 고개를 도리질하셨다. 깔린 목소리로 말하셨다. "아니. 너와는 완전히 무관한 건이야." "아까는 저보고 범인이라면서?" "방금 전 네가 범인이 아니라는 걸 알았어." 나는 이 이후 몇 번 더 대화를 시도했지만 알아낼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였다. 알아낼 수 있던 건 사진 속 학생은 죽었고, 내 대화는 범인에게서는 나올 수 없는 대화라는 것. 나는 슬슬 돌아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만 하기로 결정했다. ㅡ 무슨 질문 >>42
철벽이시네
가속 :)
오늘 급식 뭐에요?
ㅡ 마지막 질문은 간단했다. 혈기왕성한 중학생의 줄인 배를 어찌할 순 없었다. 더 가치 있는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음, 급식도 가치 있다. 급식실이 멀지 않은 위치에 있어, 교무실까지의 틈새를 비집고 냄새가 맡아졌다. 아무래도 이 냄새를 계속 맡으니 본능이 이성을 앞질러 질문한 건지, 원래 내 이성이란 이런 건지 모르겠다. "오늘 급식이 뭐예요?" "……뭐?" "계속 냄새 맡다 보니 배고파져서요, 아." 학도 선생님이 피식 웃고 말씀하셨다. "과일 젤리. 스파게티. 마늘 빵. 육개장." "아싸, 오늘 맛있는 거 나온다." 학도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시고는, 오늘 급식 맛있다며 좋아하는 날 쳐다보셨다. 몇 초간 그러시다, 나에게 제안을 하나 하셨다. 거래를 하자고, 그러면 사진 속 학생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겠다고. 딱히 의도한 건 아니었다. 그래도 이 제안을 급식 얘기로 일궈낸 거 같으니, 계획대로 됐다고 생각했다. 우연보다는 계획이 멋지니까, 혼자 생각하는 건데 누가 뭐라 하겠나. 계획대로!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은하수, 우리 거래 하나 해 볼래? 난 너한테 그 사진 속 학생에 관해 정보를 제공해 줄게, 넌 내 조건을 지켜주기만 하면 말이야. …… 안 지키면? 당연히 네가 먼저 조건을 지켜야 내가 제공하는 거지. 나야 무조건 지킬 테니까. …… 좋아. 이 거래의 조건을 듣고 싶다면, 점심시간에 나한테 와." 이라 하셨다. ㅡ 나는 이 제안에 대한 대답으로 >>44
맡겨만 주시지요, 선생님. 이라고 근엄하게 답했다.
ㅡ "맡겨만 주시지요, 선생님." 내가 근엄하게 답했다. 살면서 이런 답변을 할 기회가 있다니, 뭔가 영화 찍는 거 같고 기분이 좋다. 나는 최대한 근엄함을 유지하고 교무실 밖으로 돌아갔다. 문밖에 경진과 연주가 잡담을 나누고 있다가, 내가 나온 걸 보자 둘이 입을 모아 물었다. "어땠어?" "3학년밖에 범인이 없는 게 분명하대. 그리고 그 사진의 학생은 이미 죽었고, 거래를 제안하셨어. 그 학생에 대해서 알려주는…… 뭐 이렇네?" "오오오." 경진이 물었다. "수락했어?" "겁나 영화처럼." 그렇게 희희낙락대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었다. 급식은 문학도 선생님이 말씀하신 바와 같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맛있었다. 점심을 먹고 교무실에 와 보니, 문학도 선생님의 자리가 비어있었다. 잠시 자리를 비우셨다고. 돌아오실 때까지 난 뭘 해야 하나. ㅡ 뭘 해야하나 >>47
발판
문학도 선생님의 책상을 살펴본다
ㅡ 일단 문학도 선생님의 책상을 살펴보기로 했다. 살짝 둘러본다고 닳는 것도 아니겠지……? 가장 눈에 먼저 띈 건, 노란빛을 띤 파일이었다. 살짝 보이는 부분을 보니, 그 사진의 학생 얼굴과 같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살짝 건드려서 안 내용물을 보려고 했지만, 주변 눈치가 보여서 맘대로 되진 않았다. 몇 번 주변을 둘러보고서 봐도 괜찮겠다 싶어서 파일을 잡아 든 순간이었다. 교무실 문이 드르륵 소리를 내며 열렸다. 갑작스런 소리에 당황해서 교무실 문을 보니, 문학도 선생님이 오셨다. 문학도 선생님은 내가 파일을 들고 있는 걸 보자 내게 다가와서 파일을 손에서 채갔다. 그리고 입을 여셨다. "너, 뭐 하는 거야." "단지…… 뭔가 있길래요." "봤냐?" "아직이요." "다행이네." 문학도 선생님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가슴을 쓸어내리셨다. 반은 사실이지만 반은 거짓말이었다. 사진은 봤으니까. "그러니까,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거래 조건이 뭐예요?" "백…… 아니다. 오십." "네?" "오십만 원. 감당할 수 있겠어?" 나는 오십만 원이라는 액수를 듣고 순간 벙쪘다. 무슨 의미지? 선생님이 이어서 말을 덧붙이셨다. "오십만 원을 나한테 줄 수 있겠느냐는 논지야."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아무리 선생이라지만, 거래를 시도했다지만, 이건 아니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다. 일개 평범한 중3 학생이 이게 얼마나 중대할지 아니할지 알고 50만 원이라는 액수를 구해온단 말인가. 그리고 또 드는 생각이 있었다. "김영란법은 어쩌고요?" "어차피 그거야 나한테는 무의미해." "허……." 어이가 없어 턱 나온 소리였다. ㅡ 나의 대답 >>50
왜 무의미한데요?
>>49
ㅡ "왜 무의미한데요?" "고인 과거사 들춰보려는 것도 부족해서 살아있는 사람 과거사도 들춰보게?" "네, 어차피 둘 중 하나의 과거사를 들춘다면 죽은 사람 과거사 들춰보는 것보단 그게 윤리적으로 허용되는 범위 아니겠어요?" 문학도 선생님이 이마를 짚고 한숨을 쉬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튼, 50만 원은 무리예요." "그래그래. 그렇담 그 학생에 대한 정보 거래는 실패야." "대신 선생님에 대한 정보를 알아가야 되겠어요." "내 정보는 쓸모없잖아." "쓸데없긴 무슨, 제 의문 하나를 해결할 수 있으니 쓸모 있는 겁니다." 이어서 나는 여러 가지 질문을 했지만, 선생님은 고개를 젓고 침묵으로만 일관하셨다. 단지 끄덕이지도, 군소리를 내지조차 않았다. 고개를 젓는 건 대답이 아니었다. "대답하지 않겠다."라는 의지를 표명하는 행위였을 뿐. 나는 아무런 수완도 없는 행위에 지쳐 교무실에서 빠져나갔다. 의문이 해결되긴커녕 문제만 쌓였다. 문을 닫고 나오니 경진이 나를 기다리려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경진은 날 보더니 말했다. ㅡ 경진이 한 말 >>53
선생님이 어떤 조건을 제시하셨길래 그렇게 풀이 죽었어?
>>52
ㅡ "선생님이 어떤 조건을 제시하셨길래 그렇게 풀이 죽어있어?" "어, 아니. 풀이 죽지는 않았어……. 아마. 아니, 아니. 이게 논지가 아니지. 아니, 50만 원을 딜하자 하시는 거 아니겠어? 허, 내 참 어이가 없어서." "김영란법은 안 걸리나?" "자기는 그거야 무의미하다네. 대체 왜 무의미한지 알고 싶은데 딜 안 하면 안 알려주실 거 같아. 말을 안 하셔!" "어이구……. 이를 어떡하냐."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나도록 우리는 더 이상 이 일에 관여하지 않았고, 관여할 수도 없었다. 더 이상 자세한 정보를 구할 수 없기도 했고, 더 이상의 이상징후가 나타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생각했다. 일주일이 지나 중앙 현관을 지나가고 있을 때, 눈에 띄는 게 있었다. 기술·가정 책이었다. 2012년 발간된 기술·가정 교과서가 중앙 현관 게시판 뒤에 감춰져 있었다. 그게 빼꼼 삐져나와서 내 시선을 앗아갔다. 나는 홀리듯이 책을 가져가서 펼쳐보니, 이상한 점이 있었다. 사용된 흔적이 없었고, 페이지가 찢겨나가 있었다. 정확히는 무슨 파트의 페이지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 와중에 책에 끼워져 있는 쪽지도 있었다. ㄱ부터 ㅎ까지의 한글 초성이 적힌 쪽지였다. "이상하네." 그로부터 매일매일, 총 일주일간 7개의 책이 발견되었다. 책마다 찢어진 페이지가 있는가 하면, 완전히 새 책도 있었다. 페이지가 찢어진, 2012년 발간 기술·가정 교과서.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웨인 다이어의 '행복한 이기주의자'. 마구잡이로 난도질 된, 2012년 발간 도덕 교과서. '남', '시샘', '적의' 세 단어에 체크가 되어있는 국어사전. 미하엘 엔데의 '모모'. 그리고 이미 너덜너덜해진 'why? 사춘기와 성'.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된 7가지의 ㄱ부터 ㅎ까지 적힌 쪽지. 대체 이게 무슨 의미란 말인가. 나는 경진에게 묻기로 했다. ㅡ 경진이 내놓은 결론 >>55 내가 내놓은 결론 >>57
누군가가 그 사건에 대해 비밀스럽게 단서를 주고 있는 것 같아. 아니면 한번 풀어보라고 문제를 주고 있는 거라거나.
가속
이하동문. 아무리 생각해도 사진 속 학생이 뭔가 있어
두근
ㅡ 경진은 내 말을 듣고 생각에 잠기더니, 답했다. "누군가가 그 사건에 대해 비밀스럽게 단서를 주고 있는 것 같아. 아니면 한번 풀어보라고 문제를 주고 있는 거라거나."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분명히 사진 속 학생이 뭔가 있단 말이지." "아, 혹시 그 쪽지 말야, 보여줄 수 있어?" "물론." 나는 주머니에서 ㄱ부터 ㅎ까지 적힌 종이 쪽지 일곱 장을 꺼냈다. 종이 쪽지에는 발견된 순서에 따라 내가 연필로 1부터 7까지 적어놨다. 경진이 쪽지를 하나 받아들고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곧 무언가 깨달았는지 입을 열었다. "아하. 한 글자만 잉크가 다르네." "그럼 초성퀴즈인가? 일곱 글자짜리? 그런 거 같은데." "뚫어져라 바라봐야 깨달을 만한 걸 암호화 하는 데 쓰다니. 다 보려면 눈알 빠지겠다." 나는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닐 거 같은데…… 순간 떠오른 아이디어가 있었다. 난 종이 쪽지를 쳐다봤다. 확실히 한 글자만 잉크가 달랐다. 내가 종이 쪽지를 들고 화장실에 들고 가자, 경진이 당황하며 뭐하냐고 물었다. "크로마토그래피!" "걍 물 묻혀서 확인한다고 쉽게 표현하지." "어? 아니, 그 말을 알고있는 네가 신기하다." 이 일곱 장의 종이에 물을 묻혀 확인해보자, 다른 글씨와는 다르게 번진 건 총 일곱 자. 처음 발견된 순서부터 ㅋ, ㅅ, ㅍ, ㅇ, ㅌ, ㅅ, ㄷ이었다. ㅋㅅㅍㅇㅌㅅㄷ. 나는 종이에 초성을 순서대로 적고서 경진과 뜻을 추측해 보려 했다. "키윽…… 시옷…… 아니. 이게 무슨 뜻이야?" "뒤에서부터 읽어 보면 어때?" "뒤에서? 잠시만." 경진의 제안대로 초성 일곱 글자를 뒤집어서 썼다. ㄷㅅㅌㅇㅍㅅㅋ. "뭐지? 난 그래도 모르겠는데." 경진이 초성을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무언가 깨달은 모양이었다. 경진이 말했다. "도스토예프스키같은데?" "도스토예프스키…… 맞네!" "앞선 7권의 책은 7대 죄악을 의미하는 거 아닐까?" "도스토예프스키의 대표작이 '죄와 벌'이니까?" "응." 맞는 거 같았다. '오만과 편견'은 '오만'을, '행복한 이기주의자'는 이기주의, '탐욕'을, '남'과 '시샘' 또 '적의'가 체크된 국어사전은 세 단어가 뜻을 이루는 데 필수적인 '질투'를, 'why? 사춘기와 성'은…… 안 봐도 '색욕'을 의미하고 있었다. 애매한 건 교과서 둘과 '모모'뿐이었다. 그러고 보면 전에 읽었던 '모모'의 기억으로 보면, 엔데가 들으면 놀라겠지만, '모모'가 '나태'인 것 같다. "그럼 기술·가정 교과서가 '식탐'을, 도덕 교과서가 '분노'겠네." "아! 찢어진 페이지가 가정 파트의 요리 관련 부분인가 보구나." "그리고 도덕은…… 분노와 도덕은 충돌하기 쉬우니까?" "그런 거 같지?" ㅡ 이제 우리는 무슨 행동을 해야할까 >>60
갱신 그리고 떠넘기기 :) >>61
교과서를 다시 한 번 살핀다. 적혀있는 이름이나 글씨의 필적 등으로 교과서의 주인을 찾는다
ㅡ 내가 뭘 해야할까 고민하던 참이었다. "이름은 안 적혀있나?" 경진이 말하며 교과서를 가져갔다. 나도 경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다른 교과서에서 이름을 찾아보려 했다. 내가 잡은 건 하필 난도질된지 한참인 교과서라 그런지, 이름을 찾기보단 멀쩡하게 다루기가 더 힘들었다. 곧 경진이 이름을 찾은 듯 보여주었다. 교과서 상단에 네임펜으로 적은 모양이었다. ㅡ 무슨 이름일까 >>63
이선빈
ㅡ 이선빈. 재학생 중에 들은 적 있는 이름은 아니었다. 아마도 2012년 발간된 교과서를 썼을 테고, 그렇담 2013년에 중학생이었다는 거겠지. 설마 선배들 중 이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던 걸까. 알아봐야겠다. ㅡ 알아본 방식은? 교무실 학생파일 잠입액션같은 거도 있겠고, 걍 대놓고 뜯어왔을 수도 있겠고, 협박 같은거도 있겠고... >>66
가속 :)
1. 잠입액션 2. 대놓고 뜯어옴 3. 협박 Dice(1,3) value : 1
ㅡ "선배 중에 이런 사람이 있었을 걸로 추정되는데." "응. …… 응?" "그런 고로 오늘 밤, 교무실에서 학생파일을 빼온다." "…… 대놓고?" "아니, 그런 건 아니야. 잠입하지. 당연히." 경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나에게 질문을 했다. "저번에 교무실 침입한 건 주말 새벽경이었으니까 그러려니 하지만, 오늘 밤은 그때보다 경비가 셀 텐데 말이야. 어쩌려고?" "상관없어." 나는 우리 집 안에 놓인 30년 전 생산된 무전기를 생각하며 말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그리고 오늘 밤, 경진과 내가 학교에 모였다. 역시나 전과 마찬가지로 정상 루트로 출입하진 않았다. 정확히는 출입할 수 없었던 거지만. 뭐 어떤가, 세콤도 안 걸리고. ㅡ 자 이제 우리가 할 일은 >>68
솔직히 사담 할까말까 하다 못 하고 스레 끝내는 게 더 한이 될 거 같아서 남겨 대신 인코는 생략 이 스레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길어졌어 모두 참여해준 레더들 덕분이야 내 스레에 참여해준 모든 레더들에게 행복과 행운 가득하기를 :) 아무튼 앵커는 넘겨야지... >>69
무전기를 들고왔다는거겠지?? 무전기가 잘작동하나 확인한다
ㅡ 나는 경진에게 무전기를 건네고 전원을 켰다. 경진도 내가 전원을 켜는 모습을 보고 따라서 전원을 켰다. 무전기에 노란색 불빛이 들어오자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니다. 나는 들고 오기 전에 배터리를 갈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버튼을 누르고 말을 남겼다. "되나?" 곧바로 경진에게 건넨 무전기에서 소리가 났다. [되나?] "된다, 된다." 이어서 경진의 무전기에서 내 무전기로 건넨 통신도 멀쩡하게 작동했다. 원래 낡은 물건이 더 오래간다 하지 않는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무전기뿐 아니라 다른 물건도 준비해왔다. 복면, 스마트폰용 빔프로젝터. 경진이 이 물건을 가지고 뭐 어쩔 생각이냐는 듯 날 쳐다보았다. 나는 최대한 작은 목소리로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간단하지. 한 명은 스마트폰 화면과 빔프로젝터를 이용해 멀리서 보기엔 화재인 장면을 연출하는 거야. 교무실에서 멀리! 그다음 화재경보기를 울려. 그러면 대피는 안 하시더라도, 적어도 교무실에 혼란이 올 거야. 그 틈을 타 다른 한 명이 교무실 학생 파일을 꺼내 오는 거지." "흠……." "좋지?" "민폐잖아." 나는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이건 민폐긴 하다. "원래 대의를 위한 희생은 비싼 법이야." "뭐가 대의를 위한 희생인데." 경진이 어이없었는지 웃으며 말했다. 좀 진정되자 이어서 입을 열었다. "일단 뭐…… 여기까지 와버린 이상 나도 공범이지. 할 테니까, 대신 나중에 내 소원 들어줘라." "좋았어." 우리는 이제 누가 어느 역할을 맡을지 토의했다. ㅡ 나, 경진. 교무실 침입을 맡은 건 >>72 나머지 한 명이 화재 연출이 되겠지
발판
경진 만에 하나 안에 계신 문학도 선생님이 소란을 틈타 잠입액션을 펼치는 '나'를 목격하시게 되면 그 모든 소동이 '나'의 고의였다는 걸 눈치채실 것 같아
ㅡ 기왕이면 내가 더 멋 나는 잠입을 할까 했지만, 토의해보니 그건 좋지 않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내가 문학도 선생님과 딜을 시도해본 적 있는바, 들키기라도 하면 내가 화재를 연출했다고 눈치챌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경진에게 복면을 건넸다. 나도 복면을 뒤집어썼다. 어느 고무장갑 래퍼의 복면과 같은 색깔…… 이었지만 물이 빠져서 이젠 허연 복면이다. "자. 보관실에 접근하면 돼." 경진이 교무실 문 근처에 몸을 숙이는 걸 확인하자마자 난 발걸음을 옮겼다. ㅡ 목표 위치로 내가 가는 사이 나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75
가속
다행스럽게도 아무 일 없었다
ㅡ 혹시 수위에게 들키는 건 아닐까, 나는 조마조마하며 위치로 갔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아무런 사람도 마주치지 않았고, 재물손괴죄를 범하지도 않았다. 여긴 학교 구조를 생각하며 상당히 고심한 장소였다. 나는 각도를 맞춰서 빔프로젝터로 화재 장면을 연출했다. 빔프로젝터라곤 해도 그냥 스마트폰 화면을 비추는 물건인지라 이젠 스마트폰을 쓸 수 없게 되었지만 상관없었다. 나는 무전기로 경진에게 연락을 보냈다. "어때? 그럴듯해?" [그럴듯하네.] "좋아 좋아. 그럼 간다. 준비해." 나는 화재경보기를 건드렸다. 시끄럽게 왜애앵 소리가 울렸다. 이 정도면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나는 두근두근하며 경진에게서 무전이 오길 기다렸다. 곧 경진이 나에게 무전을 보냈다. ㅡ 경진이 보낸 무전의 내용은 >>77
성공적이야
ㅡ […… 성공적이야.] 치직거리는 무전기 특유의 잡음 뒤에, 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안 들키길 바라였지만 진짜로 안 들키다니. "이선빈. 학생 파일 찾아봐." [안 그래도 찾고 있어.] "일단은 화재 연출 그만 끌게. 쌤들 반응 어땠어?" [너 진짜 위치선정 잘했더라. 얼핏 설핏 보이는 게 꼭 진짜 같았는지 쌤들은 바깥 운동장으로 가셨어.] "쌤들 돌아오기 전에 빨리 찾아서 나와." [안 그래도 2013년 재학한 학생들 목록 중에서 찾고 있거든.] 나는 일단 화재 연출을 하려 설치한 빔프로젝터를 정리했다. 안에서 핸드폰을 뺐다. 이제 다시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었다. 얼마를 기다렸을까, 무전기에서 소리가 들렸다. [찾았어! 이선빈 학생 파일. 지금 갈게.] 경진이 내가 있는 위치로 오기까진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본새를 보니, 들키지도 않은 것 같았다. 경진의 손에는 학생 파일이 쥐어져 있었다. ㅡ 이선빈의 성별 >>79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80 선생님들의 반응 >>82
1여자 2남자 dice(1,2) value : 2
소동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린 후 분위기를 봐서 아까 교내로 잠입했을 때처럼 은밀하게 밖으로 나간다.
가속
이게 대체 무슨 일인 거냐고 불안하게 웅성거렸다
ㅡ 나는 얼른 학생 파일을 보고 싶었지만, 분위기가 그걸 못하게 막았다. 바깥에서 선생님들이 웅성거리며 누가 이런 짓을 벌인 거냐는 말을 하시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먼 위치에서도 들린 걸 보니 밤은 밤이다. 아마 대피하고 보니 실제로 화재가 나지 않은 상황이라 그러셨겠지. 우리는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렸다. 창문 너머로, 선생님들이 교무실로 돌아가실 때까지 지켜보았다. 다들 금세 돌아가셨다. 다행이었다. 대화는 분명하게 들렸다. 그중에서도 특히나 귀에 잘 들어온 건 문학도 선생님의 목소리. "은하수가 벌인 일 같아요." "에이. 학도 쌤도 참, 애꿎은 학생을 그렇게 의심하면 어떡해요." "그럴 만한 애예요, 은하수. 아마 자기가 화재 연출한 거라고 들키지 않으려고 꾀를 부렸을걸요." "아하하……." 한 학교에서 8년 정도 근무하면 저런 촉이 생기는 걸까. 우리는 다시 조용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학생 파일을 어서 보고 싶었지만 불가능했다. 주의를 늦출 수가 없었다. 꽤 오래 기다린 후에야 분위기는 안정되었다. 우리는 들어올 때의 루트를 역으로 탔다. 세콤에 안 들키고 안전하려면 이 루트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어서 운동장으로 빠져나와서 정자에 앉았다. 그리고 갑갑하기 그지없는 복면을 벗었다. "내가 벌인 거 들켰다. 학도 쌤……." "이런 짓 벌이고 안 들키려고 하는 사람이 더 이상해." "아! 그래서 소원. 경진이 너 소원이 뭐야?" "나중에 쓸 거야. 기억 똑똑히 해놔라." 경진이 그렇게 말하며 학생 파일을 내려놓았다. 나는 그 학생 파일을 가져가서 쓱 보았다. 핸드폰 플래시로 비추니 보인 것은, 다름 아닌 익숙한 얼굴. 전에 인쇄실에서 계속 나왔던 그 사진, 그리고 문학도 선생님과 딜을 시도할 때 보았던 얼굴이었다. ㅡ 이선빈(2013년 당시 중3/남)에 대한 간략한 프로필 >>84 우리는 이에 어떠한 반응을 했는가 >>85
키/ 몸무게: 171cm, 몸무게 66kg 성격: 낙천적
어떻게 일찍 죽어버린 건지 의문이 들었다
ㅡ 나는 익숙한 얼굴의 프로필을 읽어갔다. 이선빈. 키는 171cm에 몸무게는 66kg. 적힌 학생부를 보니 낙천적인 성격으로 보였다. 가족 관계는 아버지 한 분에 동생 하나, 한부모 가족이다. 그리고 넘겨보니, 도서관 대출기록도 있고…… 선빈 선배에 대한 마지막 기록은 16세의 나이로 사망이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왜 이리 일찍 죽어버린 거지?" 경진이 우리와 동갑의 나이에 죽어버렸단 걸 보자마자 놀라서 말했다. 나도 동의했다. 그리고 이어서 내 머릿속에서 정리된 말을 꺼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추리였다. "학교에 비밀이 있다고 했잖아. 그리고 '죄악'을 나타냈고. 학교의 비밀이 이선빈…… 선배와 관련된 '죄' 아니야?" "헉……." 경진이 놀라서 입을 가렸다. 아마 내 추리가 맞는다고 생각된 거겠지. 나는 내 추리가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지만, 현재로서는 이게 최고의 정답이라고 추정되었다. ㅡ 학생 파일에서 더 찾아볼 게 있어? 아니면 슬슬 다른 행동을 취할래? >>88
이선빈이 1학년 때, 2학년 때, 3학년 때의 담임이 누구인지 살펴본다.
>>87
Dice(0,3) value : 3
이선빈의 담임(이름) >>92 >>93 >>91 아니, 두 명이야
성 >>92 이름 >>93 이렇게 앵커인가
문학도
조훈현
잠깐. 이선빈이 1학년이었을 때 담임 한 명만 더 받아야겠다. >>95
강해림
ㅡ 나는 이선빈 선배의 담임이었던 이름을 찾아봤다. 1학년, 강해림…… 2학년, 조훈현…… 3학년 담임은…… 문학도. 나는 낯익은 이름에 순간 과호흡을 할 뻔했다. "경진아, 여기 이선빈 선배 3학년 담임 이름 좀 봐." "학도 쌤? …… 아……." 경진이 이제 모든 걸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경진이 자신의 추리를 말했다. "6년 전, 중학교 3학년이던 이선빈 선배는 학도 쌤에 의해 살해당한 거야. 하지만 그걸 학교 측에서 은폐한 거지, 그게 즉 '학교의 비밀'이자 '죄'인 거야……. 그리고 6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된 누군가가 이러한 일을 벌이고 있는 거고." ㅡ 나는 경진의 의견에 동의했을까 >>97 그럼 이제 우리가 할 일은 >>99
0: 못함 1: 동의 Dice(0,1) value : 0
가속
이선빈 선배의 집 주소를 보고 집을 찾아간다
ㅡ "그렇다기엔 지금 네 추리는 쓰이지 않은 키워드가 많아. 생각해보자. 연주는 뭐하러 가리킨 거야?" "연주……." 경진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렇겠지. 난 그게 틀린 추리라고 알 수 있었다. 6년 전이라면 문학도 선생님은 2년 정도 재직하셨을 때. 2년밖에 재직하지 않은 교사를 학교가 뭐가 좋다고 감싸주겠는가. 그걸 가리키는데 연주를 가리킬 필요는 어디 있느냔 말인가. 이러한 점을 모아서 난 틀린 추리라고 생각했다. 경진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었다. 물론 학도 쌤의 반응이 이상하긴 했지만, 그 반응을 직접 본 이는 나밖에 없다. "그러지 말고 직접 찾아가 보자. 선빈 선배의 가족들 말이야." "그러는 편이 더 나아?" "학교의 죄는 선빈 선배의 죄와 연관되어 있어. 아버지 홀로서기 하며 키웠는데 풋풋한 나이에 죽어버리고 만 장남이야. 학생 파일에는 사인이 적혀있지 않아. 더 자세한 사항을 조사하려면 찾아가는 게 낫겠지." "너무 스케일이 커지는 느낌인데……. 좋아." ㅡ 이선빈의 주소 >>101 현재도 같은 주소에 살고 있나 >>103
학교에서 30분 거리인 XX 빌라 203동 이렇게 적어도 되려나
>>100 발판
YES
빌라 이름은 >>105
말리부 빌라
ㅡ 이선빈의 주소라고 적힌 건, 말리부 빌라 203호. 학교에서 걸어서 30분 정도면 금방 가는 곳이다. 우리는 여러 토의를 거쳐 사흘 뒤 말리부 빌라에 찾아가 보기로 했다. 며칠 뒤, 우리는 말리부 빌라에 도착했다. 경진이 초인종을 눌렀지만, 초인종이 고장 난 모양이었는지 소리가 나지 않았다. 대신 경진은 노크를 했다. 똑똑. "누구시죠?" 곧 문이 열리며 쉰 살은 되어 보이는 사람이 나왔다. 이선빈의 동생은 아닐 테고, 아버지일 것이다. 스무 살에 낳았다 치더라도 22년이 흐른 셈일테니까. 주소가 바뀌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네, 그 혹시 6년 전 죽은 이선빈 학생 아버지 분 되시나요?" 경진이 조심스러운 어조로 중년의 사내에게 물었다. 중년은 오랜만에 들린 아들의 이름에 놀라 대답했다. "맞아, 어떻게 그걸 알고 있는 거냐……?" "이선빈 선배랑 같은 학교 후배예요. 그러다보니 여차저차……. 그냥 좀 뵐 일이 있어서 왔어요." 여전히 조심스러운 어조로 경진이 대답했다. "선빈이 후배라고?" 중년은 턱수염이 짧게 솟아있는 턱을 손끝으로 어루만졌다. 약간 생각에 잠겼다는 신호겠지. 곧 중년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너희, 혹시 선빈이 동생이랑 아는 사이일지도 모르겠구나. 선빈이 동생이…… 지금 그 중학교 3학년이거든." ㅡ 이선빈 동생의 이름 >>107 성별 >>109 우리의(경진의) 반응 >>111
이선우
왜앵갱신
남자
꺄아속
우리반 반장!
ㅡ 곧 중년이 이선빈 선배 동생의 이름을 말했다. 이선우. 난 입을 다물고 있었기에 놀라도 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마침 대화하고 있던 경진은 저도 모르게 놀라 군소리를 냈다. "허걱."하는 짧은 군소리인지라 그다지 독특하거나 이상한 느낌도 아니다. 중년이 뭔가 아는구나, 싶은 표정을 짓자 경진이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 "선우는 우리 반 반장이에요. 이런 인연이……?" "방금 뭐라 했니? 요새 귀가 어두워져서……." 중년은 뒤의 문장을 못 들은 모양이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제 친구가 질문하고 싶은 게 있대서요, 좀 여쭤봐도 괜찮을련지요?" "아아, 그래그래. 물어보거라." 대답이 돌아오자 경진이 내 손목을 잡아당겨서 자리를 바꾸었다. 아마 나보고 직접 물어보라는 의미다. 내가 작게 "네가 물어보지!"라고 속닥이자 "난 이 일에 관해서 할만한 좋은 질문을 모른단 말이야, 네가 나보다 더 나을걸."이라는 회답이 돌아왔다. 옆에서 현관문을 들여다보는 자세일 땐 몰랐는데, 이 위치에서 마주 보니 중년의 숨에서 큼큼한 냄새가 났다. 아마도 담배 냄새겠지. 손을 보니 굳은살이 빼곡한 게 노가다판이라도 뛰시는 걸까. "어…… 그러니까요." 좀 머뭇거리다 난 총 다섯 가지의 질문을 떠올렸다. ㅡ 내가 이선빈/선우의 아버지에게 할 질문 다섯 개 >>113 >>114 >>115 >>116 >>117 선우에 대한 대략적인 프로필 >>119 나와 경진은 선우와 어느정도 아는 사이? >>120
담배 어느 것을 주로 태우시나요?
선빈 선배는 어떤 분이셨나요?
실례지만 어디 이씨입니까?
화장실은 어디에...
뭐하시는 분이신가요?
발판
모두와 친하게 지낸다. 선생님하고도 친하게 지낸다. 가끔 교실에 오는 3학년과도 거리낌없이 대화를 잘한다. 문과/이과 개그에 나오는 문과생뇌를 가졌다. 국어랑 영어에 능통하며 다른 외국어들도 미숙하게나마 알고 있다. 그 대신 수학과 과학 등은 성적이 낮다.
가끔 서로 장난도 치는 친한 사이
ㅡ 일단 첫 번째 질문. "화장실은 어디에……?" 급하다! 안타까운 소리지만 난 지금 급했다. 급한 불부터 끄는 게 도리 아니이겠는가. "아, 그건…… 들어오거라. 여기란다." 나는 조심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갔다. 큼큼한 냄새가 집안에서 전체적으로 풍겼다. 담배 냄새가 집에 밴 걸까. 솔직히, 종이로 된 벽지를 뜯으면 시퍼렇게 곰팡이가 올라와 있는 벽이 보일 것 같았다. 나는 중년이 가리키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상당히 낡은 시설이었다. 나는 몇 분 후 시원하게 물을 빼고서 나왔다. 내가 화장실 안에 있는 동안 경진과 중년이 거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옆에는 나무 방문이 보였다. 경진이 앉아있는 폼이 꼭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것 같았다. 나는 경진의 옆에 가서 슬쩍 앉았다. "무슨 얘기 했어?" "선우 아버지 분이, 요새 선우 학교생활 어떻게 지내냐고 하시길래." "아하." 솔직히 우리 학년 중에서 이선우를 모르는 인물은 없다. 모두하고 친하게 지내거니와 선생님들과도 친하다. 후배들도 그를 따르며 좋아하는 이들이 많았다. 머리도 나름 나쁘지 않다, 단지 언어영역뿐이라는 게 흠이었지만. 늘 국어와 영어는 A를 받아오는 학생이었다. 리더쉽도 있는지라 반장까지 하고 있으니, 뭐 할 말이 더 있는가. 솔직히 나는 그래서 놀랐었다. 그 이선우가 6년 전에 형의 죽음을 겪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으니까. 아니, 어쩌면 오히려 그래서 다른 학생들보다 성숙한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목을 한 번 가다듬었다. "어음…… 그래서 질문 말인데요. 담배는 주로 어느 것으로 태우시나요?" 처음, 사실은 두 번째지만 초장부터 너무 캐묻는 질문을 하면 노골적으로 이상해 보일지도 모른다고 난 판단했다. 이 정도면 괜찮을까, 싶은 질문을 솎아내보았다. 전혀 궁금하지 않지만, 일종의 빌드업이라고 생각하자. 중년이 턱을 문지르며 답했다. "씁. 에헤이, 무슨 학생이 담배를 묻고 그런다냐." "아하하하…… 역시 너무 그랬나요? 뭔가 담배 냄새가 나는 거 같길래요." "허, 잠깐. 담배 냄새가 그리 많이 나나?" 중년은 살짝 놀란 눈으로 자신의 팔오금 부근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았다. 그러고 보면, 냄새가 단순히 담배 냄새라기에는 오묘했다. 방향제 비슷한 냄새가 섞인 향이다. 나는 일단 이 주제를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빌드업이라지만, 너무 마음에 안 들었다. 담배라고는 듣기만 해도 치를 떠는 나인데. "다음 질문인데요……. 실례지만, 어디 이 씨이신지요?" "그게 말이다……." 중년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말끝을 흐리는 이유는 대답하기 싫어서일까. 나는 곤란한 표정을 지어봤지만, 오히려 중년이 더 곤란한 표정으로 대꾸할 뿐이었다. 이러니까 괜히 더 궁금해졌다. 어차피…… 이선우도 같은 이 씨이니 나중에 생각났을 때, 선우에게 물으면 되겠지. 나는 네 번째 질문으로 넘겼다. 빌드업이 너무 길었지만 이제 본격적인 질문이었다. "선우 아버지 분이시잖아요, 뭐하시는 분이신가요?" "글쎄 뭐, 이곳저곳 공사판에서 일하는지라……. 아, 예전에는 상하차했었지."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 전체적인 모습이나, 잔 근육, 손에 배긴 굳은살. 내가 예상한 대로의 대답. 이어서 중년이 말을 이어나갔다. "맞아 맞아, 아내는 31살 때 만났었는데, 그때는 아내랑 죽을 때까지 함께할 줄 알았건마는……." "이혼하셨나요?" "이혼은 안 했지. 문제만 없다면 그 사람, 아직도 살아 있을 거야. 나 41살 때, 부부 재산 싹 털어다 노름판에 쓰고서 야반도주했더만……. 그때가 선빈이 10살 때였지. 노름만 안 했으면 정말 좋은 아내였는데 말이야……." "도박하시기 전의 부부는 어땠어요?" "에이, 뭐 지금이랑 다른 거 없었지. 지금보다 좀 더 사람 사는 태만 났다 뿐." 나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질문이자, 원래 하고 싶어서 계속된 빌드업을 하도록 유도한 질문. "선빈 선배는 어떤 분이었나요?" "아, 선빈이? 정말 좋은 애였어. 사람 좋아하고 낙천적인 애였지. 애가 성실하기도 성실해서 봉사시간은 학생들 중에서 제일 많이 채웠고, 정의감도 넘쳐서 생기부엔 좋은 말만 실리고 그랬어. 어쩌다가 그런 사고로 죽어버렸는지 말이야……." "사고요?" "교내에서 추락사고가 일어났었지." "아……. 선빈 선배가 어느 날 우연히 낙사했다…… 이 말이네요." "그래." 더이상 듣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아니, 정확한 심정은 이와 달랐다. 뭘까. 듣기 싫은 거였을까. 더이상 충격적인 진실을 파헤치고 싶지 않았던 걸까. 아직도 진실을 다 알지는 못했지만, 파악할 수 없었지만……. 나는 이윽고 방문이 열리며 안에서 이선우가 나오는 모습을 보았다. ㅡ >>119 3학년인데 3학년이랑 친하다는 이상해서 후배로 바꿨어. 이제 우리는 뭘 할까 >>123 이선우가 방에서 나온 이유? >>124 선우가 할 행동이나 말은 >>125
선우에게 인사를 한다
>>122
물 좀 마시려고
멍하니 부엌으로 향하다가 둘을 보고 멈칫하고는 인사를 했다
갱신
ㅡ 나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오, 이선우! 여기 있었구나?" 선우는 내 말을 못 들은 건지 멍하니 컵 하나를 꺼내서 물을 마시려던 차, 순간 몸이 굳는 게 보였다. 곧 몇 번 눈을 끔뻑이더니, 살짝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나랑 경진을 몇 초간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다. 선우가 입을 열었다. "너희 둘, 여긴 무슨 일이냐? 일단 안녕." "그냥 너희 아버지에게 볼일이 있어서." "볼일?" "질문." "무슨 질문?" "그건……." 나는 답하기 전에 위화감을 깨달았다. 내가 했던 행동을 내가 그대로 받았을 때 느끼는, 그러한 위화감. 마치 거울이 내 행동을 따라 하는 것 같은 위화감이 선우에게서 느껴졌다. 하지만, 확실한 건 선우는 내가 한 행동을 알고 하는 게 아니…… 맞을지도 모른다. 아까 전까지 중년에게 물어본 거, 다 들렸을지도 모른다. "흐음, 말 안 해도 알 거 같은데?" 난 한 번 떠보기로 했다. 선우는 눈을 지그시 감고 얘기했다. "6년 전에 죽은 내 형 얘기?" "……." 나는 입을 다물었다. 들렸나? 역시 들린 걸까? 옆의 경진을 슬쩍슬쩍 곁눈질했지만, 경진이라고 해서 뭐 나랑 다른 반응은 아니었다. 선우가 다시 물 한 잔을 마시며 말했다. "뭔가 경황스러워 보이는데?" "잠시만, 잠시만. 아……." 무슨 대답을 해야 할까 싶은 내 눈이 이리저리 돌아가더니, 순간적으로 열린 방문 안에서 무언가를 찾아냈다. 뭔가 보이는 게 있었다. 더할 나위 없이 익숙한 제목의 책. 몇 번이나 앞서 보았던 세 글자의 제목. 익숙한 일곱 글자의 지은이의 이름. [죄와 벌 -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나는 저도 모르게 입에서 비명을 지를 뻔했다. 맞아! 선빈 선배의 대출 이력, 죽기 직전 가장 마지막에 반납한 책도……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이었다. "너……, 너. 그 책은……!" "응? 아, 이거?" 선우가 방 안으로 들어가 '죄와 벌'을 들어 보였다. 선우는 책을 나직이 쳐다보더니 "반납해야 되는데, 깜빡했네……."라며, 중얼거렸다. 이어서 선우는 책을 들고 나왔다. 나에게 책을 건네는 손짓이었다. 선우가 말하기를. "혹시 이거 읽고 싶은 거면, 여기. 대신 반납해주는 겸사 바로 대출할래?" ㅡ 내 대답은? >>128 경진의 반응 >>129
그래!
이거 괜찮으려나....
ㅡ "그래! 뭐 닳는 것도 아니고." 나는 책을 받아들여버렸다. 이후 선우와는 약간의 실없는 얘기만 하다가 돌아왔다. 올 해 졸업앨범 사진은 다들 컨셉잡고 찍은 거 같은데 나만 정상이니, 뭐니. 별다른 이야기는 없었다. 돌아오는 길목에서 경진이 하는 얘기가 있었다. "이거 괜찮으려나…… 많이 싸한데." "왜?" "안 그래도 선빈 선배가 가장 마지막에 반납한 책인데. 하필이면 선빈 선배 동생인 선우가 책을 빌리고 있던 것도 그렇고, 하필 너에게 건넨 것도 그렇고……." "걱정도 참. 별 거 없을걸?" 사실 말만 그렇지, 나도 책을 보자마자 식은땀이 흘렀던 걸 보면 거짓말이다. 그냥 나도 큰 일이 아니길 바라며 스스로에게 가짜 생각을 하고 있을 뿐. 나는 집에 돌아오고서 책상 위에 책을 올려놨다. 800번대의 책 번호가 부착된 옆표지를 손가락으로 훑었다. 얘라고 별다른 감촉은 아니었다. 평소의 내가 늘 읽는 책과 같다. 익숙한 감촉, 감각……. 팩을 스르륵 훑어보았다. 책이 들어온 건 2001년인가. 표지를 펼치자마자 보이는 안표지에는 도장으로 찍힌 등록일자가, 그 안에는 볼펜으로 써넣은 날짜가 보였다. 스르륵 넘기자 별다른 것 없는, 평범한 세리프체의 폰트로 작성된 본문이 보였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이 읽지 않은 책이었던 걸까. 책은 마치 새 책마냥, 너덜거리거나 바래긴커녕 뽀얗고 판판했다. 페이지를 휘날리듯이 차르르 넘겼다. 팔락팔락 소리를 내면서 페이지가 공중을 지나갔다. 아무런 이상한 특징도 없었다.그러다가 탁, 종이가 멈추는 곳이 있었다. 책갈피가 있다거나, 가름끈이 있는 건 아니었다. 노란색 포스트잇이 붙어있었다. 글씨가 적혀있었는데, 이 글씨는 큰 사각형을 그려놓은 안에 적혀있었다. [12 3217 NO NMBR - 뱀의 깃발] 그리고 사각형 밖에는 간단하게 세 글자가 적혀있었다. LSB. 나는 발견한 즉시 경진과 연주에게 연락을 시도해보았다. "이거 무슨 뜻인 거 같아?"라는 말을 사진과 함께 보냈다. 연주는 '뱀의 깃발'에, 경진은 위에 있는 수와 문자열에 집중했다. 뭐, 난 분명히 이게 하나를 가리키는 지표라고 생각했다. 큰 사각형 안에 괜히 가둔 게 아닐 거라고. 적어도 모두 하나같이 나온 공통 의견은, 'LSB'가 Lee Sunbin의 이니셜이라는 점이었다. [나: 선빈 선배는 6년 전에 죽었는데] [나: 왜 6년 후인 지금까지 고생을 선사하는거야ㅠㅜ] [경진: 고생은] [나: 아 알어 내가 자초한거] [경진: ㅋㅋㅋ] [연주: 뱀의 깃발이라는 건 뱀이 깃대를 타고 오르는 모양새를 의미하는 게 아닐까?] [나: 아스클레피오스의 막대기?] [경진: 지팡이] [나: 아] [연주: 만약 의학, 생명과 무관한 분야라면 뱀이 한 마리가 아니라 두 마리라 봐도 되겠고.] [경진: 뭔가 하수같은 얘기다, 난 그런 거 하수밖에 모르는 줄 알았는데] [연주: 아, 하수가 예전에 얘기 해준 거 맞아 ㅎㅎ] [경진: 척하면 역시나지] [나: 뱀이 두마리면 헤르메스네? 도둑?] [경진: 도둑?] [연주: 도둑이라...] ㅡ 경진의 회신 >>134 연주의 회신 >>135 내가 할 말 >>136
어. 잠깐 사담타임 갱신이다. 방금 추천수를 봤어. 추천수가 6개를 넘어가서 이제 레전드판에 올라갔겠네. 다들 고마워! 원래 레전드판 올라가면 기념으로 등장인물을 간단하게 그려보려고 했는데 타이밍이 썩 좋지 아니해서 음... 언제 그려오지
레전드판 올라간 것 축하해 스레주!
발판이라고
수빈 선배의 죄명이 도둑질이라도 되는 건가?
그래서 그 죄목 때문에 죽을 수 밖에 없던 거고
정말 심각하네...
ㅡ [경진: 수빈 선배의 죄명이 도둑질이라도 되는 건가?] [나: 선빈] [경진: 아 오타] [연주: 어쨌든, 선빈 선배는 도둑질을 했고,] [연주: 그래서 그 죄목 때문에 죽을 수 밖에 없던 거고...?] [나: 정말 심각하네...] [나: 정말... 심각해.] [경진: 선빈 선배가 도둑질 했었다는 게?] [나: ㄴㄴ] [나: 도둑질 했었다고 죽을 수밖에 없었단 발상이] [경진: 아 ㅇㅈ] [연주: 어...] [연주: 그렇지만 선빈 선배는 죽었잖아.] 그렇게 따지면 아무 이유로 인해서나 죽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명확하게 그럴듯한 이유가 있어야 했다. 아스클레피오스로 보아서 선빈 선배가 살인을 했다가 복수 당했다고 추측 할 수도 있을 것 아닌가. [나: 아니 현재 교사 분들 대부분이 6년 이상 재임하신 분들이고] [나: 학교 이사장도 6년 전이랑 똑같거든?] [연주: 그게 왜...??] [경진: ㅇㅎ] [경진: 왜 매년 꾸준히 발생하는 도둑질 사건의 범인들은 안 죽었느냐는 거네] [나: ㅇㅇ] [연주: 뭔가 위험한 걸 훔친 거 아니었을까?] [경진: 위험한 거?] [연주: 음... 학교 기밀 문서?] 연주의 한 마디에 내 머릿속에는 전에 이선빈 학생 파일을 훔친 기억이 떠올랐다. 이 추론이 사실이면 나도 죽어야겠는데, 그건 좀 싫다…… 역시 아니길 바라야겠다. [나: ㅁㅊ 우리 죽는다] [경진: 학생 파일은 기밀 아닐걸] [경진: 그러고보니 연주는 그거 못 들었지 않나?] [연주: 뭐가?] [경진: 선빈 선배는 낙사했어] [나: 단순 도둑질에서 발생하긴 어렵거든 이거. 자살이거나 밀어져서 살해당했거나, 아니면 진짜 사고거나. 이건데] [나: 사고일 확률은 적다고 생각해. 우리 학교가 옥상은 막힌 것도 아니고 아예 옥상으로 가는 길이 없으니 떨어지려거든 창문 뿐이거든.] [나: 근데 창문은 꽤 높히 위치해 있으니까] 물론, 지난 6년간 공사로 막아버린 거라면 모른다. 하지만 전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왜 이놈의 학교는 5년 전부터 리모델링이라곤 하나도 안 하냐"라 하시는 푸념을 엿들은 기억이 있었다. 6년 전에도 옥상이 막혀 있었겠지. [연주: 아...] [연주: 그럼 도둑질은 맞을까?] [나: 그거 선빈 선배가 직접 쓴 쪽지 아냐?] [나: 그럼 자기가 자기를 나 도둑이요~ 할 이유가 있을까?] [경진: 선빈 선배 본인 작성으로 추정하는 거야?] [나: 헐 나 계속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는 너무 큰 착각을 하고있었다. 이거 중대한 실수다. [경진: ㅇㄴ..] [연주: 졸업앨범에 손글씨로 메시지 적잖아?] [연주: 만약 6년 전에도 같았고, 선빈 선배가 2014년 졸업 앨범에 실려 있다면?] [경진: ㅇ?] [나: ?? 학교에 이전학년도 졸업앨범 있어?] [연주: 도서관에 있던데] [나: 도서부장 ????] [경진: 도서부장이라고 모든 책을 꿰고 있는 건 아니야] [연주: 그냥 내일 확인해보자!] 이상. 다음 날, 그 필체가 있는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ㅡ +이전에 누락한 정보를 추가함 선빈은 2014년 졸업앨범에 실려 있을까? >>139 그 외에 나/경진/연주가 할 행동은 >>140 깜빡할 뻔했네 6년 전 졸업앨범 양식은 지금과 동일? >>141
가속
실려 있었다
편의점에서 까까를 사먹는다
그으렇다
ㅡ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 점심시간. 우리의 목표점은 다 같았기에 도서관에 우리 셋이 모이게 됐다. 아무래도 도서부장인 경진이 제일 먼저 도착한 모양이었다. 내 다음으로는 연주가 도착했다. 연주는 우리를 졸업앨범이 있는 위치로 안내했다. 그곳엔 14년 졸업앨범 외에 10년 전 졸업앨범까지 보관되어 있었다. 관리가 안 된 모양섀로 보건데 도서부가 관리하는 위치는 아닌가 보다. "여기는 도서부가 관리 안 하거든? 모를 수밖에야……." 경진이 말했다. 내 추측이 맞았다. 옳다구나, 나는 내심 만족스런 표정을 짓고 2014 졸업앨범을 찾았다. 겉표지만 봐서는 다른 년도 졸업앨범과 크게 다른 점이 보이진 않았다. 책을 잡으니, 딱 졸업앨범스러운 무게감이 손에 들어왔다. 나는 우리 셋이 같이 볼 수 있게 책상 위에 얹어두고 펼쳤다. 이선빈, 이선빈…… 나는 이제 선배라기엔 너무 익숙해져버린 세 글자를 찾았다. 다행이다! 이선빈 선배가 졸업앨범에 실려 있었다. 선배 개인의 이미지가 담긴 쪽에는 선빈 선배의 이름과 숫자가 있었다. 1114, 2116…… 3215? 아. 학번이구나. 학번……. 그 포스트잇이 떠올랐다. 설마 그 숫자일까? 일단 우선한 의문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아마 잘 찾아보면 선빈 선배가 직접 적은 손글씨가 있을 것이다. 양식이 달라졌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쭉 보니 보였다. 선빈 선배의 손글씨. 마치 그 포스트잇이 자기가 작성한 거라고 그렇게나 알려주고 싶은가, 하는 우스갯소리가 생각날 정도였다. 자기 글씨라는 걸 매우 어필하고 있었다. "선빈 선배 글씨가 아니라고 하면 더 이상할 정도네." 연주가 말했다. 경진도 동의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우리 셋이 같은 생각을 했다는 게 증명됐다. 손글씨가 그 포스트잇과 매우 유사함은 물론이요, LSB란 세 글자는 여기에도 있었다. 일종의 서명인 걸까? 내용은 간단했다. [배움의 깃발의 최전선에 서다! LSB] 설마. 이제 확인해 보아야 겠다. "2012년도, 2013년도 졸업앨범도 있지?" "어, 있어. 그게 왜?" 연주가 책장을 확인해보더니 말했다. "그 쪽지에 숫자 있잖아, 그거 확인해 보려고." 내 말에 연주가 답하려 했다. 헌데 "그게……."라며 말끝이 흐려지자, 연주의 말에 경진이 덧붙였다. "12 3217."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그거였지. 앞 두 글자는 년도, 뒤는 학번 아니야?" "NO NMBR는?" "No number, 대출 번호가 없다는 거지." "그러니까, 대출 번호가 없어 대출 불가능한 졸업앨범을 의미한다?" "선빈 선배가 배움의 깃발을 '학교'의 동의어로 쓰는 거 같아. 뱀의 깃발은 그걸 줄여부른 거 같고……. 네모는 아마도 '책'의 의미겠지. 따라서 '배움의 깃발에 관한 대출 불가능한 도서'를 의미하는 거야." "오호." 경진이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경진과 대화하는 새 연주가 2012년 그리고 2013년 졸업앨범을 꺼내놨다. 찾을 건 단 하나, 3217 학번을 가진 사람의 개인 사진이 담긴 페이지. 이걸 두 번 찾기만 하면 됐다. ㅡ 먼저 페이지를 찾을 건 몇년도 졸업앨범 >>143 무엇을 발견했을까 >>145
2012년도
2012졸업앨범
성 미카엘 대천사 기도문
먼저 뒤진 건 2012년도 졸업앨범. 11년 당시 16살이었으면…… 한참 인생선배구나. 페이지를 뒤져보는 건 한 번 해보니 손에 익어서, 그리 오래걸리지는 않았다. 발견한 건 익숙한 종교의 기도문이었다. 나는 이 종교인도 아니고 무신론자인데, 왜 자꾸 이런 문장을 만나는지. [성미카엘대천사님, 싸움중에 있는 저희를 보호하소서. 사탄의 악의와 간계에 대한 저희의 보호자가 되소서. 오, 하느님 겸손되이 하느님께 청하오니, 그를 감금하소서. 그리고 천상 군대의 영도자시여, 영혼을 멸망시키기 위하여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사탄과 모든 악령들을 지옥으로 쫓아버리소서. 아멘.] 손바닥만한 편지지에 마스킹테이프로 대충 붙어있는 미카엘 기도문이었다. 음, 그 외엔 딱히 이상 사항을 모르겠는데. 이어서 2013년 졸업앨범도 뒤져봤지만, 거기에도 같은 편지지 같은 방식으로 기도문이 붙어 있었다. 편지지 자체에서 나는 향인지 은은한 레몬향이 났다. 앞면에만 기도문이 적혀 있었고, 뒤는 그냥 허연 맨 종이였다. 우리는 이 종이에 대해 왈가왈부…… 해야 겠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끝판을 보아야 겠지만! 점심시간이라는 한정된 대신 방과후 시간을 활용하기로 했다. 방과후 편의점에서 주전부리를 사먹으면서 이야기 하기로. 이후 7교시를 마치는 종이 울렸다. 종례를 끝내고 학교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 들어갔다. 경진과 같이 들어왔지만, 연주는 아직 종례가 마쳐지지 않은 모양이다. ㅡ 사먹을 까까 >>147 편의점 안에는 나와 경진 외에 인물이 있어? 있다면 누구 >>149
감자칩
가속
인자한 얼굴의 점장님
점장님과 우리는 얼마나 어떻게 아는사이 >>151
친한 단골손님
ㅡ 나는 연주도 기다리는 겸사겸사 프링글스를 샀다. 카운터에는 점장님이 서 계셨다. 그 외에 딱히 다른 인물이 보이지는 않았다. 오가는 인물이라 해 봐야 편의점에서 뭐 사가는 정도 뿐이었다. 점장님이 호탕하게 웃으며 우리를 반겼다. 우리는 단골로 점장님과 잘 아는 사이였다. "오랜만이네! 요새 편의점에 안 와서 뭔 일이라도 생긴 줄 알았지." "좀 바쁜 일이 생겨서요." "바빠? 하긴 년말에 중3이라면, 고입으로 한참 바쁠 때야." "하하하." 그거랑 좀 다른 이유긴 한데…… 딱히 더 설명해서 귀찮아질 필요는 없겠지. 나는 프링글스를 들고 의자에 앉았다. 맞은 편에는 경진이 앉아있었다. 나는 책가방을 의자에 걸고 졸업앨범에서 발견한 기도문을 책상에 올려놨다. "이런 걸 발견했잖아. 대체 무슨 메시지일까." "나도 모르지." 주머니에서 꺼낸 편지지에서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레몬 향이 났다. 낡은 책 특유의 종이, 먼지냄새가 없는 곳에서 꺼내니 레몬 향이 한층 명확했다. 경진이 아까는 못 맡았던 향인 듯 코를 세우고 킁킁댔다. 이어서 말했다. "레몬 냄새가 나네?" "편지지 냄새 아냐?" "굳이?" 굳이…… 사실 그렇다. 굳이 레몬 향이 나는 편지지를 쓸 리가 없다. 경진이 말을 덧붙였다. "있잖아, 그거. 비밀 연락. 레몬즙으로 글씨 쓰기." "손바닥 크기에 다 들어갈까?" "키워드만 적으면 안 들어갈 것도 없지." 확실히 한 두 마디 키워드라면, 들어갈 만했다. 하지만……. "라이터 있어?" "담배 피는 애들이나 가지고 있겠지. 난 없어." "나도 없는데." "……." 내용이 뭘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라이터부터 구해야겠다. ㅡ 라이터를 구하자 >>153
점장님께 친구에게서 받은 비밀 편지를 읽어야되는데 레몬즙으로 쓴 거라 라이터가 필요한 상황인데 혹시 빌려주실 수 있는지 여쭤본다
발판
Dice(1,2) value : 2
Dice(1,2) value : 1
ㅡ 현 상황에서 생각해보았다. 라이터를 구하기 가장 쉬운 인물은 다름아닌 점장님. 심지어 고지식할 인물상도 아니다. 나는 점장님에게 양해를 구했다. "점장님, 라이터가 필요합니다." "라이터? 그건 왜?" "이거 보이시죠?" "성미카엘뭐시기…… 뭔가 기도문 같네?" "뒤에 보면…… 흰 종이. 여기 뭔가 있을 거 같지 않아요? 냄새도 막 레몬 냄새 나는게." 점장님이 안경테를 고쳐쓰며 얘기했다. "그래서?" "레몬즙 보려면 열을 가해야 합니다. 라이터가 필요해요." "흐음." 점장님이 대답을 하기 전 약간의 뜸을 들였다. 나는 이게 뭐라고 이리 긴장감이 감도나 싶었다. 침을 꿀꺽 삼키고 몇 초가 지나니 점장님이 입을 열었다. "안 돼." "예? 왜요!" "그러다 불 붙는 꼴 못 본다?" "안 붙어요, 저도 그정도 실수를 할 정도로 어리지는 않거든요." "그런 말 하는 애가 꼭 실수하더라." 내가 카운터에 고개를 들이밀자, 점장님이 손으로 내 머리를 눌러서 뒤로 뺐다. 진심인지 농담인지 웃으면서 얘기하는 점장님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문학도 선생님도 그렇고, 점장님도 그렇고 이번 일 때문에 내가 부탁을 하는 성인 남성들은 다 협조적이지 않구나. ㅡ 이제 어떡할래 >>158
1. 그럼 점장님이 직접 해주시면 되겠다고 한다 2. 나중에 집에 가서 가스 버너로 조심스럽게 그을린다 Dice(1,2) value : 1
스레주가 편의점 점장님에게 치여버린 관계 상 이름을 정할까 말까 Dice(1,2) value : 2
ㅡ 그렇다면 점장님의 논지는 단순히 내가 불을 붙일까봐 불안하다는 것! 주체는 다름 아닌 '나'였다.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 특히, 점장님 본인이라면 다를지도 모른다. "그럼 점장님이 직접 그슬려 보실래요?" "첫 번째, 난 네가 불 붙여서 다치거나 화재를 내는 걸 걱정한 게 아니야." 나는 무심결에 "네?"라며 말했지만, 점장님은 입에 부드러운 호선을 그리며 말을 이어갔을 뿐이었다. "너희한테 라이터를 준 것에 대한 책임자가 되고싶지 않은 거지. 두 번째, 그렇다면 내가 할 시? 온전히 내가 책임자가 되는 거지. 하고싶지 않은 사유가 더 강해지는 거야. 세 번째, 그냥 무시할 만한 종이인데 불구 이렇게 알아보려고 하는 이유가 뭘까? 뭔진 나야 뭐, 모르겠지만 그다지 엮여서 좋을 기미는 아니야." "으으……." 이러나저러나, 내가 이 순간 라이터를 탁 들고 훔쳐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유일한 권리자인 사람이 거절을 하니 난 뭐 어찌 할 수가 없었다. 집에 가서? 그러기엔 난 성미가 급해져 있었다. 연속된 거부에 어느샌가 더 마음이 촉박해진 것 같았다. ㅡ 그 순간 편의점 안에서는 새로운 상황이 벌어지는데 (누군가 들어온다거나) >>162 난 그 상황에 어떤 반응을 보였지 >>164
가속
갑자기 편의점 안쪽에서 진열대 물건이 와르르 쏟아짐
가속
소스라치게 놀라며 그쪽을 돌아보았다
ㅡ 내가 마지막으로 협상을 시도해보는 중, 문이 여닫히는 소리가 났다. 나는 누가 들어온 건가 보고 싶었지만, 별 건 아니겠지 싶어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최종 협상도 결렬되었다. 나는 결국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렸다. 포기의 신호였다. 헌데 이상한 것이, 경진이 눈에 딱 보여야 할 자리에 보이지 않았다. 경진이 자리에 없었다. 책상 위에 있어야 할 것은 다 있었고, 웬 이상한 종이도 하나 추가되었고…… 그 종이는 별건 아니었다. 경진의 필체로 적혀 있었는데, "연주가 너무 늦어서, 연주 데리러 갔다온다"라는 단순한 쪽지였다. 자기가 들고다니는 노트의 구석을 찢은 모양이다. 아마 아까 전 문이 여닫히는 소리는 경진이 나가는 소리였나 보다. 나는 쪽지를 내려놨다. 그리고 곧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무언가 잔뜩 무너지는 소리. 비정상적, 일상적이지 않은 소리였다. "으악! 이게 무슨 소리야!"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의 근원을 깜짝 놀라며 쳐다보니, 진열대에 있던 물건들이 전부 쏟아져 있었다. 다행히 쏟아진다고 부서지는, 그런 물건들은 아니었다. 다시 주우면 태도 안 날 것 같은 수준. 점장님이 한숨을 쉬며 카운터에서 빠져나왔다. 허둥지둥 쏟아진 물건들을 다시 올리는 내 옆에 서서 물건들을 진열대에 올렸다. 한 두 번 해본 사람이 아니니만치, 능숙한 손길로 올리는 모습이었다. 익숙하고 능숙했다. 그렇게 몇 개만 더 다시 얹으면 될쯤. 물건더미에 묻혀있던 무언가를 찾았다. 배가 갈라진 곰인형. 곰인형 안에서 무언가 빼간 흔적과 이상한 쪽지가 들어가 있었다. 성 뭐시기 기도문과 같은 편지지였다. [답답한 사람아. 전자렌지에 돌리거나 온수로 밀어.] 세상에나.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훈수를 듣다니……. 이를 보더니 점장님이 말하기를. "이 곰인형…… 너희 오기 저네 선물 받은 거랑 같은데?" "네? 선물요?" "너희 학교네 학생 중 한 명이 줬어." "헐." 사실 그다지 놀랍지는 않았다. 점장님은 20대 후반인지, 30대 초반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꽤 젊은 편이었고, 키도 크고, 몸도 다부지고, 안경을 쓴 모습이 잘 어울리는…… 아무튼 미형이었다. 덕분에 나름대로의 인기를 쏠쏠히 챙기고 있었다. 점장님에게 선물을 주는 학생이야 뭐 흔했다. 점장님이 인형을 보며 말했다. "남학생이었는데, 귀여운 선물을 주더만 이렇게 됐다니. 인형만 안타깝게 됐어," 남학생? 남학생이라……. 여학생이 준 선물일 줄 알았는데. 방금 소동을 일으킨 건 여학생이든 남학생이든 상관 없다고 생각했지마는. 일단 그보다 더 중요한 거. 대체 누가 일을 벌인 것이느냐는 부분. 나는 주변을 쓱 둘러보고는 말했다. "CCTV나 봅시다. 있잖아요. 어후, 이게 뭔 난리람." "안 그래도 그러려던 참이야." ㅡ CCTV에 찍혀 있었을까 >>167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169
발판
찍혀있었지만 모자를 눌러쓰고 있어서 얼굴이 제대로 안 나왔다
가속
헐
미쳤나봐
원래는 쓰고나면 어딘가에 백업하는데 어떻게 딱 백업 안 한 레스에서 발생하니
일단앵커 뭉갠거 >>173
저번에 그랬던 것처럼 쪽지에 쓰여진 대로 해볼까
ㅡ "역시 그래야죠. 그럼 전 일단 쪽지가 말한 대로 해볼게요." "그래. 그건 내 책임소재도 없겠네." 나는 따라서, 쪽지에 쓰인 훈수를 따르기 위해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구매했다. 겸사 마실 것으로는 펩시를 샀다. 당연히 코카콜라보다는 펩시인 법이라. 절대 내가 먹으려고 산 게 아니라, 그냥 훈수만 따르기 아까워서 그런 것이었다. 진짜로. 어차피 안 될 게 뻔하다는 직감이 들긴 했다. 이건 과학쌤의 총애를 받는 나로서의 직감이었다. 확신은 아니긴 했지만. 먼저, 왕뚜껑에 물을 붓고 그 바로 밑에다 편지지를 깔았다. 역시 라면은 왕뚜껑이 맛있단 말이지. 그 다음 맛있게 취식을 끝내고 편지지를 보았다. 예상과 같이 아무런 글씨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전자레인지가 성공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삼각김밥은 역시 참치마요인지라 맛있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나는 하나 확실한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문과다! 이거 쓴 새끼 문과야!" 나는 이제 열을 구할 방법이 뭐 없다는 게 확실해지자 순간적으로 짜증이 솟구쳤다. 짜증을 평화로이 해결하기 위해 펩시를 원샷…… 하려고 했는데. 아까 라면과 삼각김밥을 맛있게 먹으며 다 마셔버렸다. 그 순간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경진과 연주였다. 연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미안, 늦으려던 건 아닌데 종례가 이상해서 말이야…… 하수야. 너 표정이 안 좋아 보이네? 무슨 일 있었어?" 나는 여지껏 있던 일에 간략하게 설명을 하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덧붙이며 말을 마쳤다. "멍청한 훈수를 받았어. 안 될 줄 직감적으로 느꼈으면서 따라했다가 괜히……." 경진이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다, 말했다. "결국 쪽지는 핑계고 맛있는걸 먹고싶었던 거네?" "아니, 야, 맞긴 하지만, 아니야." "불이 아니면 안 되는 거지?" "그럴 거 같아." "흐음……." 불이 아니면 안 된다는 말을 듣고 무언가 생각해낸 듯, 연주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나도 연주의 말을 듣자마자 작년의 기억이 떠오름과 동시에 왜 그걸 잊고 있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건전지랑 껌종이로 불 붙일 수 있지 않아?" "아. 아아! 그게 있었네!" 하지만 작년의 기억이 떠올랐다는 게,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니다. 작년에 학교 축제 준비 중, 불이 잠깐 필요했지만 라이터도 성냥도 없어 건전지와 껌종이로 불씨를 만들려던 적이 있었다. 건전지도 멀쩡했고, 껌종이는 안 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실패했었다. 연주도 알고 있을 터였다. 작년엔 같은 반이었으니까. "근데 그건 작년에 이맘 때쯤 해서 실패했었지." "그럼 올 해도 해보자." ㅡ 성공? >>175
성공했다!
ㅡ "그게 이유야? 뭐, 안 해보는 것보단 낫지." 나는 제발 되기를 고대하며 건전지와 껌을 구매…… 하진 않았고, 경진의 주머니와 연주의 가방에서 물건이 나와서 소비는 없었다. 가위는 내 가방에서 꺼내 종이의 폭을 좁게 잘라냈다. 마치 바벨처럼 생긴 모양이 됐다. 그 다음 건전지의 +극과 -극에 갖다댄다…… 되어라! 붉은 빛이 보였다. 그리고 이윽고 불이 붙었다. 작년과는 다르게 성공이었다. 경진이 재빠르게 편지지를 갖다대어 그을렸다. 천천히 글씨가 나타나는 게 보였다. ㅡ 나타난 글씨 크기는? 대/중/소 >>178
가속
1. 대 2. 중 3. 소 Dice(1,3) value : 3
작네...
ㅡ 나타난 글씨는 레몬즙으로 쓴거라기엔 작았다. 상당히 작았다. 어떻게 저게 가능한거지? 고민해보니 답은 간단했다. 세필붓이거나, 사인펜 잉크 빼고 레몬즙으로 적셨거나…… 세필붓인 듯 하다. 이거 하나 하겠다고 잉크 빼는 노고를 감수할 리가 없지. [미션스쿨에는 진실이 감추어져 있으매. 그는 최전선의 머리의 방이니라. 총애를 받는 제자는 진실의 근간이구나. 이로써 진실을 직접 추론, 밝혀내시라. 빛은 아래에 있다. "조개 위로 버금가는 자가 첫이고 그 다음으로는 헤아리는 자가 둘이다. 마지막으로는 첫과 둘로 이로어진 공간."] 다른 하나. [원래 있어야 하는게 사라져서 어찌저찌 암호처럼 적었는데 적을 말이 없다. 2013년 앨범에 넣으려다 또 사라질까봐 2012년 앨범에도 넣었다. 하나는 남겠지? 아래의 장소에 증거 있음. "조개 위로 버금가는 자가 첫이고 그 다음으로는 헤아리는 자가 둘이다. 마지막으로는 첫과 둘로 이로어진 공간."] 쓴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세필붓으로 열심히 적었고 그와중에 레몬즙임에도 물구 가독성이 멀쩡한 것에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 아니, 기도문 적은 걸 생각해보면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르겠다. 일단 진실을 직접 추론하라 하니…… 일단 추론부터 해볼까. 그게 아니더라도 현재는 방과후. 뭐 할만한 상황은 아니다. 나는 기억을 되짚어가며 키워드를 생각해냈다. "진실을 밝혀내라는데, 우리가 알고있는 키워드가 뭐 있더라?" "마리아, 즉 연주. 학교의 비밀, 이거는 학교의 죄였고. 선빈 선배 사진도 키워드였을까? 아마 미션스쿨 얘기가 나온 거 보면 미션스쿨 이거 중요한가 본데." "그럼 아직 추론을 완성하기는 힘들겠네." 경진의 대답에 나는 그러한 생각이 들었다. ㅡ 그냥 질문인데, 직접 추리한 결과를 적어보고 싶은 사람? 아직 키워드를 다 공개시키진 못했긴 한데, 어떤 추리가 나왔을지 궁금해 우리가 생각하기에 의심가는 문장은? 한개부터 세개까지 >>181
마지막으로는 첫과 둘로 이로어진 공간
ㅡ 그럼 그 대신, 추론에 쓸 수 있는 키워드를 조금 더 진전시켜보기로 했다. 일단 가장 신경쓰이는 문장은 하나. "여기, '마지막으로는 첫과 둘로 이루어진 공간.'이라는 말 말이야. 뭔가 의심스럽지?" "안 의심스러운 문장 없지." 연주와 경진의 목소리가 아닌, 다른 목소리가 나타나자 순간 놀라서 몸이 경직해버렸다. 하지만 이내 익숙한 목소리라는 걸 깨닫고 뒤를 돌아보니 점장님이 서 있었다. 점장님이 편지지의 문구를 눈으로 훑더니 말했다. "성공했어?" 말하며 옆에 늘어진 건전지와 껌종이를 보더니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실패했고 다른 걸로 성공했나 보네." "아, 네. 뭐, 그렇죠. CCTV엔 누가 엎고 갔는지 찍혀 있었어요?" "찍혀야 있었지." 한숨을 쉬며 점장님이 핸드폰 카메라로 찍은 CCTV 속 사람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점장님이 보여준 사진 파일 속 인물을 들여다보았다. 옷은 전혀 특징적이지 않았고,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를 쓴지라 뭐 얼굴은 보이긴커녕이었다. 경진이 눈을 찌푸리며 사진을 더 자세히 들여다 보더니 목소리를 높였다. "나! 얘 기억 나. 연주 데리러 나갈 때 나랑 동시에 들어왔거든." "정말?" 점장님이 기대하는 목소리로 답했다. "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덩치가 한…… 이정도였어요." 경진이 손짓하며 덩치를 그려냈다. 경진의 키보다 머리 반 개 정도 컸다. 일단 옷은 우리 학교 남자 체육복이니 경진보다 머리 반 개 정도 큰 남학생이라는 걸까. "적어도 2학년은 아니겠네." "걔넨 다 땅꼬마들이잖아." 경진이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 연주는 사진과 경진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놀란 듯 입을 가렸다. 곧 연주가 입을 열기를. "이선우……?" 연주의 그 한마디에 점장님이 안경을 고쳐쓰며 말했다. "박연주, 잠깐. 그 이름 좀 다시 말해볼래?" "이선우." "걔야." 우리가 "예?"라며 반문하기도 전에 점장님이 말을 더했다. "나한테 그 곰인형 걔가 선물한 거거든. 맞아, 그러고 보니 복장도 같네." 나는 점장님의 말을 듣고 생각해보았다. 그 쪽지의 작성자, 분명히 문과……. 그리고 이선우는 매우 문과생 타입. 높은 가능성이다. "이거…… 이선우가 아닐 지도 모르지만, 일단 이선우라고 생각해보자. 상당히 가능성이 커." 경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듣고 보니, 이선우일 거 같긴 하다. 그럼 네가 아까 의심간다던 문장……." "'마지막으로는 첫과 둘로 이루어진 공간.'?" "응. 직접 물어 볼래? 이 모든 일의 주모자가 이선우일지 모르잖아?" 나는 몇 번 고민해봤다. 이선우가 맞는다면 쉽게 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로써 진실을 직접 추론, 밝혀내시라."라는 문장이 뇌리에서 계속 밟혔다. 아직 진실을 완전히 다 추론해내지 못 한 거 같은데, 아니, 애초에 주모자에게 직접 묻는 행위를 바란 것 같지도 않고……. 괜찮은 걸까? 나는 선택권을 넘기기로 했다. "연주야. 네 선택은 어때?" ㅡ 연주의 선택 >>183
추론할 수 있는 데까지 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아니오
ㅡ 연주는 나와 경진을 둘러보더니, 목을 가다듬었다. "하지 말자. 확정도 아니고…… 무엇보다 추론을 할 수 있는 데까지 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경진은 이외라는 듯 눈을 둥글게 뜨고 턱을 문질렀다. 나는 솔직히 연주와 비슷한 의견이었다. 단지 물어보면 쉬울 게 확실하니 고민했을 뿐. "그래. 그럼 추론…… 해볼까?" 내가 자세를 고쳐앉으며 입을 열었다. 경진이 편지지에 적힌 문구를 쓱 읽더니 문구를 그대로 인용했다. "'마지막으로는 첫과 둘로 이루어진 공간.'." "아마도 학교의 장소를 의미하겠지." "계속 그랬잖아." "그러니까." "첫과 둘은 위 두 줄이 가리킨 걸 얘기하는 걸 거야. 뭐시기 버금가는 자 뭐시기 헤아리는 자." 연주가 입을 열었다. "한자겠지?" "한자겠지. …… 한자라고?" 나는 아무런 의심 없이 한자라는 걸 받아들이며 대답했다. 수 초가 지나고서야 내가 자연스럽게 한자라고 납득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연주가 이어서 대답했다. "도서실, 학생회의실, 교무실, 교실, 미술실…… 대부분 한자명칭이니까." "아하. 납득." 경진도 이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쳐다보는 모습이 보였다. 슬슬 지치거나 지루해진 걸까? 연주도 경진이 보였는지 나에게 말했다. "슬슬 돌아갈까?" "그럴까……. 뭔가 다사다난한 방과후였어." "하하." 연주가 멋쩍게 웃는 모습에 나도 같이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경진은 우리의 대화를 듣고 연주를 몇 초간 빤히 바라보더니 말했다. "좋아. 이제 곧 모든 일이 풀릴 거 같은 기분이 드는 걸." 우리는 경진의 말에 웃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ㅡ 명일. 나는 누구에게 무슨 말을 해볼까? >>185
경진이
무슨 말을 걸지가 빠졌어 >>187
어제 많이 피곤해보이던데 잘 자고 일어났니
ㅡ 그리고 자고 일어난 다음날, 금요일. 한 주의 평일 마지막을 장식하는 날이자, 모든 학생들이 고대하는 날. 그리고 곧 이틀의 주말을 맞이하는 날. 나는 이번주에 마지막으로 맞는 학교에 들어오자 마자 생각이 하나 들었다. '경진이, 피로해 보이던데…….' 나는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경진의 자리를 둘러봤다. 역시 나보다 근면성실한 아이답게 이미 착석해서 시험공부를…… 아니었다.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무언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경진이 뭐라 중얼거리는지 자세히 들어보니, "따옴표 치고 가리킨 장소는 확실해…… 그럼 그 위에서 말한 미션스쿨 어쩌구저쩌구는 무슨 의미인가……." 이러한 말이었다. 원래 이런 애 아니었던 거 같은데. "경진아?" "아마 연주를 가리킨 건 미션스쿨을 가리키기 위함……." "경진아?" "……." 경진은 몇 박자 늦게 반응했다. "어, 응?" "어제 많이 피곤해보이던데, 잘 자고 일어났어?" "아주 큰 일이 잘 일어났지." "잘못 들었니. 그거 논점이탈이야." 경진이 히쭉 웃으며 보여준 핸드폰 화면에, 나는 논점이탈이라는 말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이건…… "조개 위로 버금가는 자가 첫이고/그 다음으로는 헤아리는 자가 둘이다./마지막으로는 첫과 둘로 이로어진 공간."이라는 말의 해독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자료資料실. 이게 해독된 결과가 아니라 함은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봐, 이게 조개 패貝 자, 이게 버금 차次 자, 패 자 위에 차 자를 올리면 되고. 이건 헤아릴 료料. 따라서 자료를 의미하는 거야!" "이…… 중2 시절 한문 시간에 뼈빠지게 고생한 값이 있었구나!" ㅡ 자. 그럼 이 정보를 안 건 좋아. 이젠 또 뭘 해야 하는거지 >>190
가속!!!!!
자료실로 찾아가야 한다는 것 같으니 계획을 세워본다
ㅡ 그럼, 이제 이게 자료실에 증거가 있다는 의미…… 자료실에 가려거든 좀 작전이 필요할 듯 싶었다. 다른 건 몰라도 문학도 선생님이 걸린다. 분명히 우리의 이상 움직임을 잡아내실 게 분명했다. "자료실에 접근할 작전을 세워볼까?" "보관실처럼?" "아마도." 경진이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 "연주는?" ㅡ 연주는 지금 어때? >>193 교직원들은 우리들의 이상 움직임을 어디까지 알아챘을까? >>194
가속
조금 피곤했는지 엎드려 자고 있었다
좀 의심스럽긴 한데 애들끼리 심심하다고 무슨 놀이라도 하나 싶어서 넘어갔다
ㅡ "자고 있던데." "나 연주가 학교에서 자기도 한다는 거 처음 알았다." "나도." 아마도 피곤했던 모양이겠지. 옆 반 종례도 그렇고, 그냥 우리들 일에 끼워진 것도 그렇고. 피로가 몰려온 듯했다. 계획은 아무래도 우리 둘이서만 진행해야 되겠다. "우리 둘이서만 작전을 짜야하려나." "지금으로선." 경진은 노트를 꺼내들어서 학교 지도를 간략하게 그렸다. 자료실은 복도 끝에 있고, 교무실을 거쳐가야만 갈 수 있었다. 정 원한다면 2층 도서실 후문으로 빠져나와서 슬금슬금 들어가도 되겠지만, 도서실은 점심시간에만 열리는데다 후문은 열기가 힘든 데다, 점심시간 내에 계단을 뛰어내려간다라…… 지금 상황에는 좀 쓰기 힘들다. ㅡ 계획: 언제? >>197 계획: 참여할 인물 수는? 둘부터 셋 >>198 계획: 자료실에서는 무엇을 할 것? >>199
점심시간 ㄱㄱ
3
dice(2,3) value : 3명
우선 다음 시험지를 몰래 하나 빼오고 생각한다.
3. 무슨 의미일까. Dice(1,2) value : 2
다갓님이 재앵커 하랍신다 언제? >>202
방과후에 사람 별로 없을 때
갱신
갱신
인코가 뭐더라... 사흘간의 혹사를 끝내고 돌아왔다
오오오
ㅡ 나는 경진의 지도에 손가락으로 루트를 그리며 말했다. "자료실로 가려거든 도서실로 가는게 일단 안전하지. 하지만 점심시간이건 도서실 후문 억지로 열다가 우리는 쎄콤녀석에게 당할 거야." "그래서?" "점심시간에 가봤자라는 거지." "야. 내가…… 솔직히 말하는 건데. 내가 도서부장이니까." 경진이 분위기를 잡고 말했다. "도서실 후문 열쇠 학교가 잃어버렸어." "마치 2학기의 반이나 되는 기간동안 3학년 1반 출석부가 실종된 것과 깉군." "왜 안 놀라?" "교무실 루트로 가고싶었으니까." 경진이 날 보고 뭐? 싶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교무실 루트로 선생님들의 시야에도 불구하고 자료실에 접근한다. 멋지잖아. 난 이 기세를 몰아 한마디 했다. "방과후에 하자. 오늘 당장." "왜?" "이틀을 뻐겨서 다음주에 하다가는 디펜스당해." "연주도 포함이야?" "물론." 경진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마치 띵킹페이스와 닮은 표정이었다. ㅡ 그럼 방과후 될 때까지 짠 작전! 세 줄로 대충 표현해보자. (문장의 예시: 교무실따위 무시하고 직진한다!/쎄콤을 울려버리자!/문학도 쌤에게 정중히 다가가서 딜을 시도해보자! 등등) >>208 >>209 >>210
수업이 끝날 무렵 도서실에 숨어있는다. 도서실에 몰래 찾아가는게 아니라, 미리 안에 있는거지.
세콤을 울리자고
교무실따위 무시하고 직진
ㅡ 나는 지도 속 도서실을 가리켰다. "일단 경진아. 네가 여기 가 있어. 미리." "뭐?" "미리 안에 들어가 있자고." "점심시간부터 탈주하라고?" "어차피 학기말이라 쌤들 아무도 신경 안 써." "그건 그렇지." 나는 그 다음 교실에서 교무실로 가는 직진 루트를 따라 손가락을 그었다. "그리고 난 복도에서 자료실로, 직진하는 거야." "들킬텐데?" "쎄콤 울려." "더 들킬텐데." "…… 그럼 내가 쎄콤 울릴 게." "내가 또 잡입해?"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쎄콤 울린 쪽에 관심이 쏠릴 거 아니야. 울리고 나서 일반 루트로 튀면……." "잠겨있어서 도서실 후문 거기로만 나가야 할텐데." "계단 난간 타고 내려오지 뭐." "그런 거라면 내가 해야할 걸." 어쨌든 이리저리 대화하다 보니 자료실에 들어가는 건 내가 됐고, 쎄콤 울려서 시선 분산시키는 건 연주의 역할이 됐다. 경진은 나와 함께 자료실에 처들어 가기로 했다. ㅡ 본인모르게 계획에 휘말린 연주, 반응은? >>213
가속
마치 스릴러 영화 한 편 찍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 했다
ㄱㅅ
ㄱㅅ
ㅡ 그렇다고 해서 본인도 모르게 참여시킬 순 없었다. 다음 교시 쉬는 시간 연주를 찾아가서 얘기했다. 혹여나 싫어하면 계획을 수정할 생각이었다. 헌데 의외로 연주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마치 스릴러 영화 한 편 찍는 것 같은 기분"이라나? 그렇게 방과후가 되었다. 모든 학급이 종례를 마치고 선생님들이 교무실에 앉아있다. 지금이 우리가 계획하려던 시간이었다. 때에 따라 다르지만, 종례후에도 도서관이 열려있는 경우도 있고…… 그걸 도서부장이 한다면? 이상할 게 보일리가 없다. 경진이 도서관 문을 열어서 연주가 대기하도록 했다. 우리가 연주에게 핸드폰으로 신호를 보내면, 그 때 연주가 세콤을 울린다. 그리고 우리가 교무실로 달려간다. 나와 경진은 교실 안에서 대기타서, 세콤의 근원으로 선생님들이 가시면 바로 뛴다. 우리는 도서관 문을 열고 내려오는 참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세콤 경보가 울리는 게 아니겠던가? 위잉 우는 것이 아주 시끄럽고, 무엇보다 우린 아직 복도에 있었다. 연주가 우리에게 메시지를 하나 급하게 보냈다. [연주: 헐 미안해 실수했어...ㅠㅠ] 세콤이 울리자 가장 먼저 나온 선생님은 역시나 문학도 선생님이었다. 심지어 복도에 나와있는 우리를 보더니 바로 우리를 향해 다가오시기 시작했다. 문학도 선생님의 목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우렁차다. "역시 네 짓이었구나, 은하수!" 으악, 안 돼! 다행히 쌤들의 시선은 모두 우리에게 집중되어서 연주에게는 관심이 돌아가지 않은 듯 했다. ㅡ 늦어서 미안. 일단 어디로 도망갈래? >>217
급식실
ㄱ..ㅅ..
ㅡ 우리는 직감적으로 도망쳐야 함을 느꼈다. 우리는 재빨리 도망치기 시작했다. 문학도 선생님, 그리고 다른 선생님들! 우리는 마구 뛰어 도망쳤다. 연주는 밑에서 나는 소리가 심상찮는지, 자꾸 우리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도망치기 바쁜 우리는 확인할 시간따위 없었다. 그리고 복도 끝도 모자라, 체육관 끝과 끝을 왕복한 것도 모자라, 결국 야외로 내몰렸다. 그리고 갈 곳에는…… 탁구부 연습실과 역도부 연습실, 급식실이 딸린 뒷동 뿐이다. 물론 문은 다 잠겨있었다. 나갈 길은 쌤들이 있어 이 상태로 집에 갈 수도 없고…… 그리고 그 순간, 경진이 내 소매를 붙들고 끌고갔다. "따라와!" 그 순간 기적이 발생했다. 우리는 기적적으로, 완벽하진 않지만 선생님을 따돌리는 데 성공했다. 급식실 창문이 열려있던 것이다. 빠르게 창문을 넘고서 닫았다. 그 다음, 창문을 잠갔다. 선생님들은 아마 이제 교무실로 돌아가셔서 급식실에 들어오려고 하실 것이다. 경진이 입을 열었다. "자, 쌤들 교무실로 가시면…… 2층으로 올라가자." "도서실 루트는 별론데." 이 짧은 대화 후에, 사실 기적따위는 없었다는 게 증명되었다. "…… 세상에!" 문학도 선생님이 열쇠를 들고오셨던 모양이다. 잠긴 급식실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소리가 들렸다. 경진이 급하게 급식실 창문을 열고 다시 도망쳤다. 나도 그 뒤를 따라갔다. 하지만 이 흐름을 타서 우리는 자료실에 바로 달려가기로 했다. ㅡ 크흑... 자료실 성공? >>222 이제 끝이네. 꿈은 여기서 깼었거든
두근두근
ㄱㅅ!
성공!!
ㅡ 우리는 급하게 자료실로 달려갔다. 이렇게 됐지만, 빠르게 들어가서 찾아내기만 한다면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작은 실날같은 가능성에 걸고 달려갔다. 다행히 무언의 위협을 느껴서인지, 극한의 속도로 달릴 수 있었다. 선생님들은 아직 우리를 따라잡지 못하셨다. "네가 왜 여깄어?" 그리고 나는 놀란 토끼 눈으로 자료실 안을 쳐다보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선우가 자료실 안에 있었다. 선우는 조용히 나에게 CD를 건넸다. 우리는 자료실 컴퓨터로 그걸 시청하려고 했지만, 혹시 모르므로 내가 망을 보고 선우와 경진이 CD 안의 내용물을 확인하기로 했다. 그리고 CD의 확인을 마친 순간, 우리는 선생님들에게 붙잡혔다. 끝. ㅡ 이제 에필로그 작성할게
ㅡ 에필로그 정말 다행인 점은, CD를 나머지 둘이 보았다는 것. 그 덕분에 우리는 3학년 학기말, 졸업을 앞두고 징계위원회에서 징계를 받으면서도 뜻을 굽히지 않을 수 있었다. 징계는 봉사활동으로 내려졌지만, 상황을 보고 우리의 졸업을 취소, 유급이나 정학시킬 생각이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이미 졸업을 취소시키고 유급이나 정학을 시키려 하는 게 분명했다. 그러나 우리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 CD의 내용물은 2013년 제작된 중학교 홍보 비디오였다. 그리고 제일 무서운 사실은, 비디오에 이선빈이 투신자살 하는 모습이 그대로 찍혔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선명하고 생생하게. 비디오에서의 이선빈은 투신 전 카메라를 향해 자신의 유언장을 비추고 떨어졌다. 그리고 그 유언장은 두 장 있었다. 이 CD 케이스 안에 한 장 더 있던 게 아닌가. [이사장의 죄를 고발한다.] 붉은 글씨로 강건하게 적힌 이 글씨는 선빈 선배의 당시 심정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이사장은 미션스쿨의 이사장과 서로 비리 관계이며, 그들은 협박 및 강도행위를 해왔다는 사실이었다. 중학교의 이사장이 다 빈치의 작품을 발굴해낸 자로부터 강제로 다 빈치의 미공개작인 사도 요한 그림을 가져갔으며, 그 과정은 불법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불법적인 과정을 그 자가 직접 고발하려 하자, 이사장 본인의 재력으로 그 자를 사회적으로 매장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선빈 본인이 이 사실을 뒤늦게 알고 이사장을 회유하려 하였으나, 이사장은 이선빈에게도 그 자와 같은 식으로 매장하겠다며 협박으로 일관했고, 결국 죽음을 통해 고발하겠다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한다. "근데 이게 왜 지금와서?" 이후의 내용은 이선빈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ㅡ
ㅡ 에필로그 "이선빈 선배가 내 형인 건 알지?" "어떻게 모르겠나." "형은 죽음 전, 나에게 부디 꼭 이 사실을 뒤늦게라도 밝혀달라며 이 계획을 노트에 작성해서 나에게 주고 갔어. 그게 형한테서 받은 마지막 물건이라서, 뭔지도 모르고 소중히 지키고 있었어. 그러다가 찾았지, 그래서 실행했어. 형은 노트에 우리 중학교에 올 무리 중에 그 미션스쿨로 갈 게 뻔한 아이를 연상시키고, 미션스쿨을 연상시키도록 만드는 식으로, 미리 온갖 암호들을 미리 정해줬지. 상황에 따라. 결국 상황이 안 따라줘서 내가 직접 지은 것도 많지만. 형은 자신의 죽음을 학교 측에서 은폐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 그래서 대비해서 이런 계획을 미리 해두었지. 학교 홍보 비디오 촬영과 편집응 모두 문학도 선생님이 하도록 서로 딜했어. 형 3학년 때 담임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 그렇지만 시체 자체는 안 보였대도 투신 장면을 찍은 건 너무 자극적이고…… 형이 그걸 원란 거긴 했지만. 비디오는 당연히 검수 차원에서 취소되고, 다른 게 완성된 모양이지만, 그 최종본은 남아있었어. 자료실을 문학도 선생님이 관리한다는 거 알아?" "…… 잠깐, 그럼 왜 학도 쌤 왜이리 비협조적이셨던 거지?" "형의 노트에 적혀 있었어. 과외 선생으로 일할 적, 어느 여고생 살해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었던 적 있고, 그로 인해 교직생활을 영위하지 못할 정도로 이미지가 추락했던 적이 있으셨대. 물론 무죄 판결이었지만, 진범은 따로 잡지 못했어. 여론은 매우 안 좋았다나. 그런 와중에 자길 데려간 곳이 우리 학교였고, 이사장은 또 이 사실을 가지고 문학도 선생님을 협박. 따라서 여기서 짤리면 갈 곳이 없을지도 모르므로, 비협조적이실지도 모른다고 적혀있어."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래도 참 다행히, 그 CD와 케이스를 훔치는 데 성공했고, CD 안에는 홍보 비디오 외에도 이사장의 비리에 대해서 증거가 수집되어 있었다. 그것도 매우 체계적으로. 몇 년이나 지났지만, 지금 와서라도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리는 진실을 드러내려고 시도하기로 했다. 이건 성공할 수 있을까. 나는 확신이 안 서면서도 뜻을 굽히지 않고 이 사실을 공개했다. ……. ㅡ 더 자세한 결말은 상상하는 대로.
근데 개인적으로는 그대로 징계받고 진실은 은폐되었다 결말이면 좋겠다. 물론 단순 내 취향이고 정식 에필로그는 아니니까 신경쓰지 말고. 현실적으로는... 잘 되는 게 좋지.
스레 진행하느라 고생 많았어 스레주 에필로그까지 써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