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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0/03/29 18:13:33
누구든지~
누구든지~
세 끼 밥은 잊지않고 늘 챙겨먹자! 눌러 쓴 아기자기한 글씨가 꽤 깜찍하다. 세 끼 밥은 무얼 말하는 걸까. 아침, 점심, 저녁? 브런치니 이른 저녁이니 야식이니 갖은 식사가 있다. 오늘은 아침을 먹고 브런치를 먹은 뒤 야식을 먹겠다. 잊지않으면 괜찮은건가? 오후 6시가 되면 식사해야한다는 사실은 머리속에 꼭 새겨져있으니 오늘 저녁은 먹지 않겠다. 내일은 잊지않고 점심을 무시할 예정이다. 뭘 챙겨먹자는걸까. 아침으로 식은 양배추 세 조각을 챙겨먹었다. 물기가 축축하게 배어난 찐감자 한 봉지가 활동성높은 오후의 식사다.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든 것이 없어 볼품없이 쪼그라든 천가방을 들어본다. 바스락 바스락. 종이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그저께 두유를 사고 받은 영수증일까. 지난주에 두부 한 모를 사고 받은 거스름돈일까. 그것도 아니면 오늘의 점심식사일까. 하여간 비쩍비쩍 말라가는 꼴로 한사코 터져나오는 독백이 제가 보기에도 가엾다. 저 연둣빛 발랄한 글씨는 그저 먼지낀 종잇조각이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