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5.16 돈이 필요하다. 전역하고 2년, 새 직장에서 열심히 일했지만, 솔직히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하나뿐인 가족인 할아버지의 병세가 심해져 가는게 빤히 보이지만 돈이 없어서 그것을 외면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괴롭다. 하지만 내가 무슨 일을 할수 있을까? 정말로 동네술집 아재의 말대로 마구로 배라도 타야 하는건가. 선배들한테 연락이라도 돌려봐야겠다.
낡은 용병의 일기장
'05. 5.30 태식이 형님이 뜻밖의 제안을 했다. 외국의 사설군사업체에 취직해 보지 않겠냐는 것이다. 보수는 파격적이다. 하지만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태식이 형님은 어차피 PMC의 업무의 절반이상은 단순경비고 전쟁터에 내던져 지는 일은 그리 없겠지만 그래도 아주 없다고는 말 못할테니 잘 생각하고 결정하라고 했다. 나는 돈을 위해 사람을 죽여야 하는걸까?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이 되지만, 할아버지를 위해서라면...
'05. 6.6 문제가 생겼다. 여러날의 고뇌끝에 결국 그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나는 영어가 짧다. 태식 형님한테 전화해서 쭈뼛거리며 이야기 했더니 우선 면접까지 시간이 있으니 그동안 최대한 공부를 해두란다. 책꽂이에 꽂혀있는 영어단어장을 꺼냈다. 고등학교 졸업이후 처음 뽑아보는 영어책. 첫장만 넘겼을 뿐인데 정신이 아득해진다. ...힘내자
'05. 6.17 면접날짜는 6.30으로 잡혔다. 태식이 형님이 면접비로 30만원을 요구했다. 선의에 의한 소개가 아니라 이런식의 알선 브로커로 전직한 모양이다. 설마 사기는 아니겠지.갑자기 불안해졌다. 우선 입금은 한다만...만약 사기이기만 해봐라. 지구 끝까지 쫓아갈테다.
'05. 6.22 태식형님이 집 근처 카페로 불러내길래 나가봤더니 예상 문제집과 답변을 정리한 종이뭉치를 줬다. 같이 면접을 볼 경쟁자가 10명 정도 있고, 다들 특수부대 출신이라 특별히 문제발언을 하지 않는한 거의 채용이 확정될것이라고 했다. 역시 문제는 영어. 들어가고 나서는 눈치코치로 해 나가더라도 면접관 앞에서는 준비된 답변을 잘 해야할것 아닌가? 종이뭉치가 괜시리 무겁게 느껴졌다.
'05.6.30 면접은 생각보다 긴장되었다. 애당초 10명이 면접보기로 되어 있었는데 면접장에 나타난건 7명 뿐 이었고, 한명씩 들어가서 면접을 보았다. 내 차례는 6번째였다. 한국인 면접관 하나, 백인 면접관 2명, 흑인 면접관 1명이 앉아있었는데, 다들 관상이 빡새보였다. 군 복무경력, 지원동기 같은 간단한 질문부터 시작해서, 점차 어려운 질문으로 들어갔는데, 영어때문에 잔뜩 긴장했던게 허무하게, 복잡한 질문과 답변에는 한국인 면접관이 통역을 해주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은 5UT(5명을 1분대로 묶은 팀)의 팀장이라고 가정하고, 자동화기가 설치되어있는 초소를 점령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라는 질문이었고. 나는 점령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왜냐고 면접관이 되물어서 솔직하게 이야기 했다. 나머지 팀원 4명이 어떤 인물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개죽음이라고. 예상 질문답에도 없는 내용이라 좀 당황했는데 다행히 내 대답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지는 않은듯, 합격통지가 곧바로 내려졌다.
'05. 7.7 할아버지께 합격사실을 말씀드렸다. 군사업체에 들어갔다고 말하면 걱정하실것 같아서 그냥 외국에 건설현장에 나간다고 말씀드렸다. 주름진 얼굴에 수심을 가득 비치며 걱정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걱정마세요, 돈 많이 벌어와서 다시 건강하게 해드릴게요
'05.7.10 출국 '05.7.12 '학교'에 도착했다. 다양한 국적의 수강생들이 100명, 미국, 영국, 브라질, 아르헨티나,러시아, 한국, 싱가폴 등에서 모여든 이들은 대부분 군 경험자였다. 실전에 나가면 최소 5UT 단위로 움직이기 때문에 5명씩 엮어서 분대를 지정받았다. 그리고 곧바로 분대장을 지정했는데, 보통 이런 귀찮은 감투는 안 쓰는게 상책이라 애시당초 관심이 없었던 나와는 달리 우리 팀원들은 서로 분대장이 되려고 야단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분대장은 리더쉽 차지라고 해서 300달러 정도 추가수당이 나온다고 하더라. 우리팀의 경우 비교적 평화적으로 제비뽑기로 분대장이 정해졌지만, 다른곳에선 주먹다짐도 벌어졌다. 특이한건 조교들이 그것을 전혀 말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군대였으면 곧바로 난리가 나고 단체기합을 받았을텐데. 여기선 조교가 그냥 분대장이 정해질때 까지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었다. 우리팀의 분대장이 된 토마스는 캡틴 아메리카를 떠올리게 만드는 나이스가이였다. 분대장을 뽑고 난 다음에는 곧바로 보직을 결정하라고 해서 또 혼란스러웠다. 보통 이런건 교육자가 일괄지정하거나, 아님 교육을 마칠때 개인적성에 따라 지정,혹은 지원하는게 아닌가? 나와 같은 의문을 가진게 한둘이 아니라서 질문시간에 질문이 나왔고, 교관은 처음부터 각자의 보직에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서 교육과정에서 부터 차이를 둔다고 했다.
분대장(헤드)를 뺀 보직들은 1.프로페서 = 전술교수자, 전술전략에 대한 정보를 공유,작전담당 2.슈터 = 저격수, 스나이퍼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는 저격에만 특화된게 아니기 때문 3.파일럿= 운전수, 자동차, 보트,헬기등 탈것을 운전 4.네비게이터 = 정보원, 말 그대로 정보수집 담당 5.네고시에이터 = 협상가, 인질을 잡고있는 범죄자 대상으로 협상한다던지 외국 작전시 현지인과 접촉담당등의 달변가 6.헬퍼=도움이. 사실상 취사병 겸 팀의 따까리. 당연히 헬퍼는 서로 안하려고 했지만, 결국 한명은 그 역할을 맡는 수 밖에 없었다. 우리중 가장 어리고 군 경력이 없던(얘는 CRIPS 갱단 소속의 양아치다) 콜 이 헬퍼가 되었다. 나는 외국의, 좌우가 바뀐 차를 운전할 자신도 없었고 영어도 딸리는지라 당연히 파일럿, 네고시에이터, 네이게이터,프로페서 적성이 없었는데, 결과적으로 자연스럽게 슈터 후보생이 되었다. 팀 헤드인 토마스가 프로페서 보직을 직무교육훈련과정을 수강하겠다고 했고, 덩치가 가장 큰 컸던 스킨헤드 깍두기 던은 파일럿 과정에 지원했다. 말많고 쉴세업이 떠들어대던 브루스가 네고시에이터, 헬퍼 보직에 불만을 표하다가 복수보직이 가능하다는 말에 반색한 콜이 네비게이터 보직을 지원하고, 내가 슈터에, 영어능력을 조금이라도 보강해 보려고 영어 교육과정이 있는 네고시에이터를 복수지원하자 우리팀이 대충 구색이 갖추어졌다.
'05.7.17 오늘은 일요일이다. 어제 하루내내 숙소에 뻗어있었고 오늘에서야 겨우 몸 상태가 회복이 되었다. 머리쪽은 괜찮아 졌지만 뱃속은 아직 거북하다. 속을 풀어주는 메뉴가 있으면 좋겠지만 숙소 식당에 그런걸 바랄수 있을리 없고, 그렇다고 외출하기에도 버거운 지라 그냥 단념했다. 빵종류는 입에 대기도 뭣하고, 닭고기 스프만 홀짝홀짝 몇술 뜨고와서 다시 침대에 쳐박혔다. 뜨끈한 돼지국밥 한그릇이 그립다...
'05.7.22 일주일 동안 일기를 쓰지 못했다. 육체적으로 계속 빡세게 잡아돌리니 저녁만 되면 뻗어자기 바쁘다. 기초체력단련 위주의 커리큘럼이 짜여있는 주간이라 예상은 했지만... 내가 영어로 내려오는 빠른 지시사항이나 욕설을 알아듣지 못하고 몇번 버벅거렸더니 눈에띄게 비웃는 놈들이 있다. 어떻게 할까...
'05.7.25 인종차별을 주도하는 놈들이 있다. 나와 같이 면접을 봐서 들어온 한국인 동기들이나, 다른 분대의 중국인,인도인들도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중국인이나 인도인들은 영어가 우리보다 능숙해서 더 정신적으로 힘든 모양이고(나는 욕이나 빈정거림을 뉘앙스로만 알아듣지만 그들은 그 의미를 정확히 알아들으므로) 특히 같은 분대놈들이 괴롭히는 경우에는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서 더욱 괴로울 것이다. 분대 단위로 점수가 매겨지는 마당에 같은 분대원을 격려하지는 못할망정 조롱과 괴롭힘의 대상으로 삼다니? 빡대가리새끼들인가? 이걸 어찌한다... 관리자들에게 이야기 한다고 해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올것 같지는 않은데...
'05.7.28 일이 터졌다. 점심시간에 식당에서 배식을 받고 테이블로 이동중에 누군가 내 발을 걸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탓에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고, 넘어진 나를 놈들이 비웃었다. 내가 화를 내기도 전에 내 뒤를 따라오던 던이 내 발을 건 멀대같은 놈의 죽빵을 갈겨버렸고, 그러자 그놈에게 동조하는 패거리들이(같은 분대원들만은 아니었다. 수가 많았으니) 일어서서 욕설과 함께 달려들었다. 졸지에 분대단위 패싸움이 벌어졌고, 싸움은 5분정도, 교관들이 달려오자 빠르게 끝이났다. 몇대 맞았는지도 모르겠고, 몇대 때려줬는지도 모르겠다.하여간 난 내 발을 걸었던 그놈만 죽어라 팼다. 사감실에 들러 사건의 경위와 그 동안 약 1주일간에 있었던 인종차별 피해사실에 대해 보고하자 사감은 으레 있는 일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숙사 방으로 돌아가는 길에 던이 토마스에게 사과했다. 팀이 패널티를 받게되면 내 책임이다, 미안하다, 라고. 토마스는 나와 던과 콜을 빤히 보더니, 웃으며 딱 한마디 했다. 포더 넥스트 타임, 킥 히스 에스 비포 히 던잇. 그리고 우리는 멍이들어서 엉망진창이 된 얼굴로 낄낄낄 웃었다. 유쾌하다. 좋은 녀석들이야. 살짝 눈물이 찔끔 난건 아파서가 아니다.
'05.7.29 어제일로 뭔가 이야기가 있을 줄 알았는데 별다른 제제가 없다. 역시나 외국 군대도 별 다를것 없다 싶었다. 가벼운 실망감과 함께 일과를 시작했는데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훈련 메뉴가 통째로 바뀐 것이다. 워 게임 이라고 해서, 모의 전투의 일종인데, 주어진 미션을 실행하는, 그나마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는 종류의 훈련이 있다. 오늘은 워게임을 하는 날이 아니었는데 갑자기 아침에 찾아온 조교가 오늘은 워 게임을 치룬다고 통보한 것이다.
워 게임의 이름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 룰은 다음과 같다. 기존의 5UT를 깨고, 위에서 랜덤하게 지정한 5UT를 새로이 편성한다. 두개의 5UT는 각자 팀에서 한명을 '라이언일병' 으로서 교환하여 포로로 삼아 결박한다. 결박한 장소는 알아서. 자신이 빼앗은 적팀의 라이언일병을 지키면서, 상대방에게 포로가 된 라이언일병을 찾아서 구해내면 승리인 게임이다. 그런갑다~ 하고 룰을 숙지한 다음 게임에 들어갔는데, 그때 나는 관리자들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관리자들이 새로 짜온 팀 구성이, 유색인종 4명에 백인 1명의 비율이었다. 물론 유색인종 비율이 적다보니 이런식으로 팀 구성이 몇 팀 안나왔고, 나머지 팀들은 상대적으로 숫자가 많은 백인들과 흑인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워 게임이 시작되자 마자 우리 팀원들이 한 일은 작전을 짜는 것도 아니고 이동하는것도 아닌, '포로'로서 결박된 '라이언 일병'을 집단구타 하는 것이었다. 그 라이언 일병은, 인종차별을 시행하는 그룹 맴버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를 구하러 와야 할 팀원들은, 다름아닌 그가 괴롭혔던 유색인종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내가 구해야 할 상대는 내 발을 걸었던 그 멀대였다.
다들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과부 사정은 홀아비가 안다고 했던가. 서로 라이언을 구하러 가기는 커녕 자신측의 라이언을 두들겨 패거나 욕하기 바빴다. 우리팀만 그런게 아니라 다른팀도 모두 사정은 비슷했다. 이게 또다른 분노를 부르고 인종차별을 불러서 더한 골와 벽을 만드는 일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오전훈련이 끝나고 오후에 관리자들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 워게임은 모든 종류의 차별이 사라질때 까지 계속될 것이다. 만약 훈련중에 '불행한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나와도' 뭐 늘 있는일이다.
너희가 정식으로 채용이 되면 기본적으로 팀 단위로 움직이지만 그 팀 맴버가 매번 같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인종차별따위 바보같은 생각이 사로잡혀 있다가는 아군에게 총 맞는다는 것을 깨달아라. 한 인도인이 손을 번쩍 들고 질문했다. 정말 훈련중에 사상자가 나와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겁니까? 그는 번뜩이는 눈동자로 자신을 괴롭히던 그룹 맴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겁에 질린 백인들을 재밌다는 듯이 자애로운 표정으로 바라본후, 백인 관리자는 이렇게 말했다. 너네 들어왔을때, 훈련중에 죽어도 좋다고 서명했잖아? 눈에 보이는 인종차별은 빠르게 사라질 듯 하다.
'05.7.30 주말이다. 어제의 워 게임 건으로 몇몇 훈련생들이 관리측에 항의하러 갔던 모양이다. 결과적으로 씨알도 안먹혔고, 격하게 항의하던 몇명은 그대로 퇴소처리 되 버렸다고 한다. 워게임도 그렇고 빠른 퇴소처리도 그렇고, 관리측에서는 인종차별 이슈가 매번 있는 익숙한 일처럼 느껴진다. 세삼 내가 외국에 있다는 것, 한국이 아닌 나라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이런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해졌다. 지난 주말은 숙취로 통째로 날렸기 때문에 이번 주말은 좀 건실하게 쓰고싶었다. 침구류를 세탁하고, 할아버지께 메일을 쓰고,체단실에서 운동을 하고, 저녁에는 외출해서 팀원들과 같이 가볍게 맥주한잔했다.
'05.8.2 영어 시발. 내가 고3때도 이렇게 공부안해봤는데.
'05.8.4 CQC라는게 클로즈 쿼터 컴뱃 CBQ가 클로즈 쿼터 배틀 컴뱃이나 베틀이나 뭐 싸움,격투 비슷한 단어고 나는 뜻 구분을 잘 못하겠지만. 일단 여기서 가르치기로-, CQC는 CQB를 포함하는 개념이며 근접전투술을 말하고, CQB는 그 중에서도 실내전투술 만을 콕 찝어서 말하는 거라고 한다. 디테일하게 차이를 들어가면 CQC는 소총 장비중에 적이 육박해 오거나 내가 육박해 들어간 경우(총알이 없어서)를 상정한 총검술을 포함하고 있으며 그쪽에 좀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반면, CQB는 실내에서의 요인보호 같은 상황, 그러니까 소총같은 정식무장을 장비하지 못하고 숨겨둔 권총, 대검,혹은 맨손으로 적에게 맞서는 방법들이 주류를 이룬다고 할까.
총검술이나 백병전, 특전무술 같은건 복무중에 배웠던 적이 있어서 조금 적응이 편할거라고 생각했는데 큰 착각이었다. 한국에서 배웠던 것 들과 다른점, 인상적이었던 것을 몇가지 기록해본다. 1.총검은 평균적으로 10명의 적을 처치할수 있다. 미 해병대의 과거 통계로 볼때, 10회 이상 사용하게 되면 부러진다. 군용대검은 단조강이 아닌 주조강 이므로, 강도는 높지만 탄력이 적다. 적의 뼈를 치거나 총검끼리 부딪치게 되면 높은 확률로 손상된다. 2.상대와 총검술로 대적하는 상황이 될 경우, 총검을 창처럼 활용하기 보다는 총구를 거꾸로 잡고 개머리 판 쪽으로 도끼질 하듯이 휘두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양손으로 파지한 총검의 리치는 생각보다 짧고, 미군이 사용하는 개머리판에는 납덩어리가 들어가 있어서 풀스윙 할 경우 인간의 뼈 정도는 쉽게 두동강난다. 3.도수공권의 타격은 큰 의미가 없다. 굳이 타격을 하려거든 팔꿈치로 목을 노려서 휘두르면 대충 턱이나 관자놀이에 명중한다. 눈찌르기, 울대치기 같은 기술들은 의미가 없다. 움직이는 사람의 눈이나 목을 정확히 노려치기는 어렵고 손가락이 부러지기 십상이다. -가장 당황한 것. 한국 특수부대는 이런걸 엄청 강조한다. 4.메친후 밟기, 메친후 대검으로 마무리, 메친후 돌로 내리찍기 등, 일단 상대를 넘어뜨리는게 좋다.
대강 이것 말고도 새로운 개념의 연속이었다. 솔직히 영어가 딸려서 수업도중에는 동작이랑 눈치코치로 이해하고 나중에 따로 토마스에게 물어봐서 보충해야 했다. 실습도중 모의대련이 있었다. 고무로 만든 소총, 고무로 만든 대검에 흰 천을 감아 붉은 립스틱 같은 크레용을 발라서 장착한 후 대련하는 건데, 끝나고 몸에 붉은줄이 그이면 '넌 이렇게 죽었다' 라고 지적해주는 대련이었다.
실제로 맞붙어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몸 여기저기 빨간줄이 그여있었다. 근접전투의 위험성을 세삼 느낄수 있었다. 몇번 해보니 적이랑 가까워지지 않는게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다들 도끼질(총검 거꾸로 들고 휘두르기)를 하고있었다. 실제 소총 도끼질에 맞으면 하이바를 쓰고있어도 의식이 쉽게 날아갈것 같았다. 영화같이 멋진 근접전 따위 현실은 시궁창이구나 하는걸 완전히 납득했다.
'05.8.5 오늘도 CQC 수련을 하는 날인데 아침부터 웅성웅성하는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인종차별 사건때 친해진 양(중국인이다) 에게 물어보니, CQC 강사로 우리회사 선배 용병을 초빙해 왔다는 모양이다. 이른바 OB의 시연이라는 거지. 근데 왜들 난리? 잔뜩 흥분한 양의 말에 따르면 상대방은 레전더리 로 추앙받는 인물이란다. 시리아 내전, 이라크 전 같이 실제 전쟁에 투입되서 여러번 생환해 돌아온 용병이라는 것이다. 실화냐... 양은 그게 얼마나 대단한건지 나에게 설명하려고 했지만 그런거 없이 대단한것임을 알겠다.
기대반 긴장반으로 실습장으로 향하니, 키가 2미터는 넘어보이는 근육벽이 서있었다. 180대의 장신들이 흔히 보이는 이곳에서도 압도적인 덩치. 단순히 길기만 한게 아니라 두껍다. NFL 선수들이 실제로 보면 이런 느낌이려나? 싶을 정도의, 흑인인 것도 있고해서 사람이라기 보다는 롤랜드 고릴라 처럼 보이는 거구였다. Eddie alvarez.(대단한 사람 같으니 기록해 둔다) 라는 사람으로, 미스터 퍼펙트라는 별명까지 있다고 한다.
터미네이터 보다 더 터미네이터 같은 위압적인 인상의 에디는 의외로 지적인 느낌의 인물이었다. 절대로 웃지않아서 인간미 없어보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그의 어조는 정중하고, 발음도 정확했으며, 명백히 비영어권 훈련생들을 배려한듯이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여기 와서 영어강의 말고는 처음으로 다 알아들을수 있는 수준의 영어였다. 그의 가르침에 따르면 최고의 CQC는 부무장 이라고 한다. 즉 CQC 할 생각말고 부무장으로 권총한정 더 챙기는게 낫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쩔수 없이 CQC를 해야만 하는 경우는 한가지 뿐이어야 한다. "내가, 총성을 내지 않고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몰래 상대방을 기습하는 경우." 그 밖의 CQC를 쓰는 상황이라고 하다면, 내가 상대에게 기습을 당하거나,혹은 교전중에 내 총탄이 바닥난 경우 뿐을텐데 두 경우 모두 극도로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시중에 돌아다니는 나이프 호신술의 허구성을 보여준다고, 한명을 불러 일으켜서 모의전을 했는데, 상대방은 에디를 한번 찌르려다가 이두근이 있는 쪽을 크게 베였다. 그의 팔을 낚아채서 우리에게 보여주면서, 에디는 이렇게 상완동맥을 벤것 만으로도 수분 안에 죽음에 이른다며 담담히 무서운 소리를 했다. 굳이 달려들어서 목이나 배를 찌르려 들 필요도 없다. 손목, 팔오금, 발목, 허벅지 등은 노리기도 쉽고 다칠경우 치명적인 대동맥들이 지나가는 곳이다. 다들 침을 삼키는 것도 잊고 그의 강의에 몰입되었다.
그가 알려준 수업 내용은 백병전의 마음가짐이나 상황에 대한것도 있었고, 실제로 서로 뒤엉켜 싸우는 상황에서의 기술들도 있었다. 레슬링, 아이키도,주짓수,복싱, 펜싱의 기술들을 군무에 맞게 변형한 것들, 그리고 실용적인 소품을 사용한 전투법, 예를들어 군번줄이나 넥타이를 이용한 목조르기, 차키나 빈 탄창, 뾰족한 돌맹이 따위로 목을 찌르는 법, 정신없이 지켜보다 보니 금새 하루가 다 지나가 버렸다. 강의가 끝날 무렵에 그는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충고했다. 영웅이 되려하지 말고 리얼리스트가 되어라. 아무도 너보고 맨몸으로 하늘을 날아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네가 할수있는 노력을 신중하게 반복해서 쌓아올려라. 평범이야 말로 비범에 이르는 길이다.
그가 강의를 마치고 인사했을때, 우리는 모두 한마음으로 우레같은 박수를 보냈다. 끝가지 웃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이 되서 식당에 모인 우리는 낮에 있었던 모의전과 강의 이야기를 하며 흥분에 젖어 떠들었다. 우리도 언젠가 그처럼 대단한 용병이 될수 있다며 잔뜩 흥분한 콜이 떠들자, 토마스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be realist man.
'05.8.6 할아버지께 메일이 왔다. 여기 메일 시스템은 특이해서 보안문제때문에 우리들이 직접 메일을 쓰고받을수 없다. 싸지방 같은 곳이 있긴 하지만 구글메일이니 뭐 그런 메일 도메인으로 연결이 안됀다. 그럼 어떻게 메일을 주고 받느냐? 메일보낼 내용을 종이에 자필로 적어서 포스트 담당자에게 주면, 그가 그걸 스캔해서 일괄적으로 메일 작성해서 보내준다. 답장도 그가 메일을 받아서 인쇄한 후 우리에게 저녁점호시간에 나눠주는 식이다. 할아버지의 메일은 별 내용은 없었다. 난 건강하니 너 몸조심하라는 이야기. 밥은 잘 챙겨먹고 다니냐는 한마디가 왜 이리도 울컥하는지...
오늘은 여기까지. 관심가져줘서 고맙다.
괴담같지 않다는 말이 있으니 훈련소에서 있었던 기간은 좀 건너뛰어 보겠다.
'05.12.2 드디어 내일이면 이곳에서의 훈련도 끝을 맞이한다. 예전에 임관식 전날에도 이렇게 싱숭생숭했었는데... 오늘이 지나면 나는 부사관도 사병도 아닌, 용병으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한국은 휴전국가이며 특별히 해외파병이 된다거나, 특별한 군사적 엑시던트가 생기지 않는 한 사람을 죽고 죽이는 상황에 내던져질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용병이 되어버린 이상, 이제는 전 세계의 모든 분쟁지역이 잠정적인 일터가 된다. 그 말은 가까운 미래에 나는 누군가를 죽여야 하고, 죽임을 당할지도 모르는 입장으로 내몰리게 된다는 것이다...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렇지만 이미 16주 동안 가불받은 월급도 상당한 것이어서 일시불로 토해낼수 없다. 이들이 월급 가불제도를 만든 의도가 바로 이런 것이겠지. 받을때는 주급단위로 받으니 크게 느껴지지도 않고 이런저런 필요성과 남들도 다 받는 분위기에 휩쓸려서 받기 시작하지만, 16주나 쌓이고 나면 일시변제하기 부담스런 금액이 된다. 겁쟁이들을 일터로 차질없이 보내기 위한 마지막 올가미인 것이다.
수료식이 치러졌다. 훈련생중 종합누적평가 1위인 맥켈리스터 팀의 헤드 조나단 맥켈리스터가 대표로 상장을 수여받았다. 한국군대였으면 그동안 치떨리게 미워하던 조교들과 미운정도 들고해서 이런저런 이벤트도 있고 한 법인데 여긴 그런게 하나도 없었다. 수여식 말미에 우리는 각장의 ID 카드를 받았다. 나의 이름과 혈액형, 종교,보직이 새겨진 ID 카드. 네고시에이터가 되기위해 16주간 열심히 했지만 결국 평가에서 떨어져 버렸다. 그나마 어느정도 회화능력이 향상된 걸로 만족해야겠지... ID 카드에 새겨진 보직은 예상대로 슈터, 그리고 예상치 못한 파일럿 이었다. 옛 경력때문일까? 수중침투훈련 등에서 고무보트 조종을 능숙하게 했었기 때문인가? 복잡한 기분이다. 나가면 차량 렌탈이라도 해서 도로주행 연습이라도 해야하나. 아쉽지만, 16주간 정이 들었던 5UT는 이걸로 해산이다. 우리 비기너 클래스의 용병들은 각각 뭉쳐놓으면 생존율이 형편없기 때문에 우리는 전부 찢어져서 다른 선배들의 팀에 한명식 들어가게 된다. 맴버가 자신의 팀을 꾸리기 위해 독립한다던지, 용병일을 접는다던지, 혹은 업무중 순직하던지 해서 결원이 생긴 팀에 투입되는 것이다. 우리에게 팀을 고를 권리따위 없으며, '선배'측에서 우리를 지명하는 형식이다. 어떤 팀에 지명되게 될런지...걱정이 앞선다. 훈련소를 나오고, 우리 팀은 마지막으로 뭉쳤다. 이렇게 이별하면 이승에서의 이별일수도 있다. 후회없도록, 신나게 밤을 보낼 예정이다. 일기를 미리쓰는 이유가 있지. 내일은 아마도 호텔방에서 못 나올테니까.
'05.12.4 지명이 올 때 까지는 무기한 대기다. 이게 참 애매해서, 당장 내일 지명이 올 수도 있는거고, 한달후에 지명이 올 수도 있다.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가기가 무척 애매했다. 재수없으면 한국으로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지명되어 한국 도착과 동시에 다시 출국해야 할수도 있으니 말이다. 수료식날 저녁 술집에서 그점을 토로했더니 토마스가 제안했다. 본인의 집에서 지명이 올때까지 지내는 것은 어떻겠냐는 것이다. 본인이 먼저 지명 받아 나가게 되면 어쩔수 없지만 그 전까지는 지내게 해 주겠다는 것이다. 토마스, 넌 시바...잘생긴놈이 성격도 좋냐. 그래서 그의 호의를 받아들여 그의 집에 온 나는 깜짝 놀랐다. 그의 집에는 가족사진이 있었다. 토마스와 그의 부모, 아름다운 여인과, 귀여운 아이. 사진 아래에 붉은 마커로 휘갈겨 써진 글귀. NEVER FORGET 9.11 ...타인의 아픔을 들여다보게 되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참 난감하다.
>>76 놉, 이건 자작괴담이다. 옛날에 재밌게 읽었던 모 스레의 내용을 참고해서 쓰는 거고. 귀신 나오는 괴담은 흔하니까 현실세계에서 일어날수 있는 다른 무서운 일을 한번 적어보고 싶어서 스레 새웠다. 물어보는 사람 없으면 끝까지 어물쩡 넘어가려고 했는데 대놓고 물어보니 피하기가 그러네.
말 나온김에, 자작괴담은 올리면 안돼는 건가? 일단 기다려 볼게 여기서 스톱하라는 의견이 많으면 그냥 스톱하겠어.
>>79,80,81 고맙다. '05.12.7 걱정하던것과 달리 생각보다 금방 지명이 들어왔다. 나를 지명한 것은 팀 '타이런트' 보통 팀의 명칭은 특별한 경우 아니면 팀 헤드의 성을 따라간다. 하지만 종종 헤드의 성이 아니라 다른 별칭으로 불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좋은 의미로든 나쁜의미로든 유명하기 때문이다.
'05.12.8 정든 토마스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나는 소집장소인 뉴 하노버 카운티로 향했다. 솔직히 걱정이 앞선다. 임무가 무엇인지는 커녕, 나를 쓰겠다는 팀과 그 리더에 대해서도 나는 아는바가 전혀 없었다. 정보력이 떨어진다는게 실감이 난다. 우수한 용병은 자신만의 독자적인 정보망도 갖추고 활동하는 법이라는데...나는 아직 병아리 이니까. 알바레즈도 그랬다. 할수있는 노력을 쌓아가라고. 우선은 목적지 까지 잘 찾아가보자.
'05.12.9 미국땅이 넓은것을 실감한다. 무슨 국내에서 국내를 움직이는데 한국 국토종주를 한것같은 달성감이 있다. 결국 나는, 약속한 장소에 도착해서 팀 타이런트의 맴버들과 만날수 있었다. 혹독한 신고식을 각오하고 별의 별 생각을 다 했던것 치고는 다들 우호적으로 날 맞이해 주었다. 문제는 내가 이 팀의 일원으로 뽑힌 이유, 즉 결원의 발생이었다. 지난번 미션을 수행하던 도중, 지뢰를 밟아서 한쪽 발이 날아가 버린 팀원을 대신한 벌충, 그게 바로 나였던 것이다. 팀 헤드, 제임스 '타이런트' 모슬리는 헐크 호건을 떠올리게 만드는 수염이 부슬부슬하게 난 근육질의 중년남자였다. 핏발이 선 눈으로 나를 빤히 노려보던 그는 마시던 보드카 병을 그대로 나에게 건냈다. 병을 받아들고 잠시 망설이자 다른 팀원들이 흥미롭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며 웃었고, 나는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남은 보드카를 원샷했다. 모슬리는 내 어깨를 두드리며 크게 웃었다.
이봐 신참, 대체로 이 일은 배짱이 8할이야. 모슬리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쫄지말고, 할말있으면 해. 그래도 내 지시에는 따라야 해. 안 그랬다간 다리 한짝이 문제가 아닐수도 있어. 알겠나? 나도 모르게 서, 옛서! 하고 대답하자 모두가 와하하하 웃었다. 이새퀴 이거 귀엽네 하는 듯한 웃음이었다.
내가 정식으로 합류하고 나자, 모슬리는 팀원들을 원탁에 앉게 하고 미션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다름아닌 해적퇴치, 그것도 말로만 듣던 캐리비안의 해적을 퇴치하는 일 이었다. 카리브 해를 배경으로 해적을 무찌르는 낭만적이고 정의로운 이야기......는 아니었다. 우리의 고용주는 다름아닌 콜롬비아의 마약왕 이었다.
이야기는 이러했다. 남미에서 생산한 마약을 미국으로 들여오고 싶은 마약상들은 여러가지 루트를 이용하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카리브 해를 통해서 USCG(미국해안경비대)의 감시를 피해 밀반입 하는 방법이다. 우리의 의뢰주는, 그 유통망을 독점하기 위해서 자신의 경쟁자들을 우리가 제거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즉, USCG의 눈을 피해서, 밀무역을 하는 고용주 이외의 마약운송업자들을 사살하라...가 이번 미션의 목적이 된다. 모슬리는 나를 선택한 이유를 내가 UDU(Underwater Demolition Unit) 출신이며 해상침투에 익숙하다는 점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첫 임무부터 사람을 죽이는 임무에 배정되게 되다니, 호흡이 가빠오는 기분이었다.
살인 글자로 써보면 단 두글자일 뿐이다. 실제로 나는 UDU대원으로서 북파공작에 대한 여러 훈련을 받았었고, 새로 입사한 이 회사에서도 인명살상에 대한 교육을 지나칠 만큼 많이 받아왔다. 그렇지만 그냥 지식으로서 그것을 접하는 것과 실제로 시행하게 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심지어, 아무리 PMC라 할지라도 국제법과 각 나라의 로컬 로(LOCAL LAW)위에 존재하지 않는다. 나라 사이의 선전포고를 통한 정당한 전쟁에 파견되는 경우, 혹은 국가공권력이 고용주인 파병의 경우라면 살인의 책임이 면책되거나, 국가가 나서서 변호해 주지만, 이것은 그저 마약상이 경쟁 마약상을 사람을 사서 죽이는 행위, 즉 살인청부업이 스케일이 조금 커진것 뿐이다. 즉, 만일 우리 팀이 USCG나 바하마 해안경비대, 쿠바 해군에게 붙잡히게 되면 우리는 '범죄자'로서 각 나라 '법'의 심판을 받게 되는 것이다. 긴장이 되지 않을리가 없다.
나의 그런 걱정이 표정에 나타난 것인지, 모슬리는 조금 험악한 표정으로 으르렁 거렸다. 뭐야 이제와서 총맞아 죽을가봐 겁나냐? 아니요, 범죄자가 될까바 겁납니다. 내 말에 그는 코웃음 쳤다. 죽이는 장면을 현행범으로 목격당하지만 않으면 문제가 없다는 거다.그렇게 단순한 문제인가? 갸우뚱 하는 나를 마뜩찮게 보더니 모슬리는 실망시키지 말라고~ 하고 다음 술병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나는 팀원들에 대한 소개를 받을 수 있었다.
모슬리는 본 그대로 기분파에 감정기복이 심해보이는 거한이었지만 그래뵈도 곧 베테랑 승급을 앞두고 있는 파이터 였다. 그 말은 'ㅁㅁ 전' 'ㅁㅁ 작전' 'ㅁㅁ전투'라고 이름 붙을만한 어느정도 규모있는 전투에서 6번 가까이 생환해 온 경험많은 용병이라는 의미다. 그리고 그의 부관쯤 되는, 팀의 네고시에이터 역할을 맡고 있는 사람이 브라이언 잭슨. 클락 캔트의 슈퍼맨을 떠올리게 만드는 비교적 온화해 보이는너드스러운 얼굴이었지만, 몸은 모슬리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근육질 거구였다. 사무엘 건필드. 날렵한 인상의 레게머리 흑인, 슈터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존 도, 평범한 체격과 인상의 갈색머리 백인. 팀의 정보원인 네비게이터 역할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길거리에서 마주치면 세발짝 걷기전에 잊어버릴 저 얼굴이 참 도움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슬리는 잭슨에게 나를 교육시키라고 말하고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출발은 내일 오전 10그대로 기분파에 감정기복이 심해보이는 거한이었지만 그래뵈도 곧 베테랑 승급을 앞두고 있는 파이터 였다. 그 말은 'ㅁㅁ 전' 'ㅁㅁ 작전' 'ㅁㅁ전투'라고 이름 붙을만한 어느정도 규모있는 전투에서 6번 가까이 생환해 온 경험많은 용병이라는 의미다. 그리고 그의 부관쯤 되는, 팀의 네고시에이터 역할을 맡고 있는 사람이 브라이언 잭슨. 클락 캔트의 슈퍼맨을 떠올리게 만드는 비교적 온화해 보이는너드스러운 얼굴이었지만, 몸은 모슬리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근육질 거구였다. 사무엘 건필드. 날렵한 인상의 레게머리 흑인, 슈터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존 도, 평범한 체격과 인상의 갈색머리 백인. 팀의 정보원인 네비게이터 역할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길거리에서 마주치면 세발짝 걷기전에 잊어버릴 저 얼굴이 참 도움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슬리는 잭슨에게 나를 교육시키라고 말하고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출발은 내일 오전 10시. 이곳 뉴 하노버 카운티에서 마이에미로 곧바로 직항할 예정이다.
담주 월욜에 다시 쓰러 오겠음.
>>103 고맙다 '05.12.14 4일만에 일기를 쓴다. 우리는 현재, 마이애미에 있다. 10일 아침, 뉴 하노버 카운티에서 출항한 미 동남부 해안선을 따라 찰스턴, 서배너, 잭슨빌,포트 루시 등의 해변도시들이 늘어선 바다를 항해하여 마침내 마이애미에 도착했다. 돈을 주고 대중교통으로서 페리선 따위를 타고 이동할거라고 생각한 나의 예측은 완전히 빚나가 버렸다. 그들은 팀 타이런트 소유의 요트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이 요트라는게 수십억씩 하는 고급 요트(보통 요트라고 하면 가지는 그런 이미지)인건 아니고, 경매에 흘러나온 사연이 있는 물건(주로 소유주가 클린하지 못한 일을 하시던 그런 분들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을 헐값으로 구입한 것이라고 한다. 이번일은 미국법에 보호를 받지 못하는 '초법적인 임무' 이므로, 공식 기록이 남는 회사의 재화, 그러니까 보트, 요트, 무기류 까지 동원할 수 없다. 따라서, 전부 각자 조달하고, 회사는 무기판매 수수료나 요트 임대료 같은건 일절 받지 않는 대신 의뢰 알선 수수료와 네트워크 수수료만 먹는 그런 임무라는 말이다. 이런 부류의 임무는 장점이자 단점이 모두 '자기책임'이라는 것에 있다. 즉, 이걸로 한몫 벌면 정규임무에 비해서 월등히 많은 돈을 챙길수가 있지만, 잘못해서 해안경비대에게 걸려서 재판에 넘어가게 된다면 사요나라. 회사측에서 변호사 정도야 알아봐 주겠지만 회사차원에서 빼준다 뭐 이런건 없다는 것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무기가 가득 든 웨펀 컨테이너 따위를 들고 이동할수도 없으니 당연히 개인이나 회사 소유의 요트를 이용했어야 겠지만 설명해 주기 전까지 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역시 애송이는 애송이라 이건가. 항해는 3일하고 10시간 동안 지속되었다. 팀원이 5명이라 시간을 나누어서 한명당 4시간씩 당직을 섰다. 파일럿 이라고 나에게 전부 떠넘기는 것 아닌가 걱정도 했었는데, 자연스레 시간이 분배되어 좋았다. 하긴 나라도 갖 입대한 짬찌에게 조타를 맞기고 맘편히 쉴수야 없었겠지. 상상도 못할 일이다.오히려 4시간이나 나에게 맡긴다는 것 자체가 파격적인 신뢰라고 해야 하나.
겨울바다는 거칠었고, 바람은 거샜다. 요트는 고무단정보다는 컸지만 군함보다는 한참이나 작았기에 오뚜기 처럼 흔들렸고, 우리는 대충 방수포를 이불 겸 바닷물 막이로 덮은채 선실(조타실과 화장실을 제외하고는 사방이 오픈되어 있다보니 선실이랄것도 없지만 일단 지붕은 있었다.)에서 파도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배의 흐름에 맞춰 여기저기로 굴러다니며 쪽잠을 자거나. 때로는 멀미로 기절해 있다가, 교대시간이 되면 조타실로 가서 키를 잡는 그런 항해를 했다. 식사는 육포와 맥주, 그리고 비스킷, 모슬리 본인이 주당이다 보니 맥주는 아주 풍족하게 준비되어 있었고, 짭짤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탁트인 바다위에서 맛보는 육포와 맥주, 비스킷, 치즈와 갖 낚아올린 생선은 꽤나 환상적인 조합이었다. 난 나도 모르게 인종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다고 느꼈는데, 왜냐면 모슬리가 낚아올린 전갱이를 존 도가 능숙하게 즉석에서 회쳐버린다음 인스턴트 와사비를 곁들인 간장소스까지 만들어 내는 것을 보고 놀랐기 때문이다. 백인들이 이걸?
어찌되었건, 이렇게 듣기만 하면 제법 낭만적이기도 했지만, 실지로는 대부분의 시간을 거친 파도에 대한 차마 표현하지 못할 욕설과, 파도에 대한 복수(우웨에에엑) 으로 점철되기도 한 항해가 끝나고, 우리는 마이애미에 접안했다. 이번 임무 기간동안 우리 팀의 베이스 캠프가 될 곳이었다.
'05.12.15 오늘 낮은 쉬었다. 각자 체력을 비축하고, 무기를 정비하고, 탄약을 확인하고, 교전메뉴얼을 숙지했다. 이따가 해가 지고나면, 우리는 조용히 마이애미를 떠나 우리의 전진 캠프가 있는 터크스 케이거스 제도중 하나인, 지도에 나와있지도 않은 작은 무인도로 이동할 것이다. 푹 쉬어야 하는데 오늘 밤 사람을 죽이거나 죽임당할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에 좀처럼 쉴수가 없다. 진정하자 진정해...
>>109 고맙다. 기다려줘서 >>110 아 컵라면에 헷반 한그릇 땡기네. '05.12.16 결론부터 말하면, 그날은 마약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15일 저녁 8시, 해가 저물고 나자 우리는 마이애미 선착장을 빠져나왔다. 앞바다로 나올 때 까지만 기관항해를 한 후, 우리는 엔진과 조명을 전부 끄고, 어둠속에서 돛을 올려서 범선항해로 전환했다. 엔진소리가 들리면 마약상들이나 해안경비대 양쪽에 다 들킬수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범선항해를 해야 한다고 했다. 콜럼버스나 마젤란 시대도 아니고, 돛을 펼치고 카리브 해를 항해하게 되는 날이 내 인생에 올 줄이야. 금방이라도 어두운 밤의 장막을 뚫고 '앤 여왕의 복수'호에 탄 검은수염 선장의 망령이라도 튀어나올것 같았다. 머리위에는 보석같은 별빛이 쏟아지고, 달빛을 의지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검은 바다를 조용히 소리없이 나가는 모험과도 같은 순간. 일기를 적는 지금 돌이켜 보면 꽤나 낭만적인 순간이라 할 수도 있었으리라. 당시에는 카빈소총을 부서져라 움켜쥐고 긴장하고 있었지만.

그렇게 6시간 정도를 항해한 우리는 마침내 우리의 전진 캠프가 있는 어느 무인도에 도착했다. 어둠속에서도 별자리만 보고도 정확히 방향을 읽어낸...건 아니고, gps덕 이었지만. 그 무인도는 팀 타이런트 맴버들에게 '캡틴 조'의 섬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왜 캡틴 조냐, 다름아닌 이 섬에서 인간의 해골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입고 있던 옷가지는 커녕 유골조차도 성치 않아, 발견한 것은 해골 하나뿐이었는데, 턱(JAW)뼈가 실하고 건치를 가지고 있었기에, 그 해골에 캡틴 조 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 섬의 주인으로 임명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요트를 접안시킨 야트막한 모래톱 부근에는 바위가 하나 있었는데, 비바람을 피할수 있게 페인 홈 안에 캡틴 조의 해골이 놓여 있었다. 입 안에는 타다 만 촛불 대신에 녹슨 손전등이 들어있었고, 모슬리가 씩 웃으며 전원을 켜자 뻥 뚤린 안구와 깨진 두개골 사이로 빛이 새어나와 제법 할로윈 소품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소품따위가 아니라 머리에 총알구멍이 난 진품이라는게 심히 거슬리지만. 천벌받을지도.
캡틴 조의 유골에 입국심사(?) 를 마친 우리는 그대로 섬 안쪽으로 들어갔다. 사슴이나 고라니 같은 큰 우제목의 동물이 살만한 큰 규모의 섬은 아니었고, 작은 새들이나 도마뱀, 뱀과 곤충 따위가 이 섬의 지배자 들인 모양이었다. 찾아본다면 굴토끼 정도는 찾아낼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곤충들이 득실거리는 지도 모를 열대기후의 숲속을 뒤지고 다니고 싶지는 않았다. 팀 타이런트가 이 섬을 오래 이용해 왔다는 것을 느낄수 있는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차가운 물이 솟는 샘 부근에는 간이 화학식 정수장치가 설치되어 있었고, 침구류를 대신해서 나무 사이에 매달아 둔 해먹, 바닥에 파놓은 빗물 빠지는 고랑, 그리고 나무 위에 둘둘 말아 올려둔 비닐 천막까지.
비닐 천막을 끌어내려 사방의 나무줄기에 묶어서 빗물을 막는 상자같은 비닐 천장을 만들고, 그 천장아래에 우리가 요트에 실어온 식량과 탄약, 총기류, 각종 편의 물품들을 옮겼다. 요트는 섬의 바위그늘로 옮겨서 외부에서 보이지 않도록 했다. 여름에 오지 않고 겨울에 온 나는 운이 좋은거라고 잭슨은 웃었다. 봄 여름 가을에는 정말 살갗을 파고드는 이름모를 벌래들 때문에 미칠 지경이라고 말이다. 그래도 만약을 대비해 살충가스 깡통을 몇개 터트려서 캠프 주변에 결계를 치듯이 몇개 둘러놓었다. 매캐한 냄새지만 인체에는 해롭지는 않다나. 짐 정리가 대충 끝나고 나니 벌써 아침해가 떠오를 시간이 되었다. 우리는 식사 대신에 스팸과 비스킷, 맥주로 식사를 간단히 마치고 밤이 될 때까지 한숨 자기로 했다.
생각보다 많이 썼네, 역시 격려가 있으니까 힘이나. 이따 새벽에 일어나야 하니 지금은 이만 할게, 다들 좋은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