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나무꾼이라는 책 알아?

괴담 2020/08/16 15:00:40

#1 이름없음 2020/08/16 15:00:40

잡담판에 올릴지 괴담판에 올릴지 고민하다가 괴담판에 올려. 어떻게 보면 작은 해프닝이지만 내겐 공포스러운 경험이었거든.

#3 이름없음 2020/08/16 15:04:20

얘기를 어디서부터 푸는 게 좋을까. 벌어진 일들이 기괴하고 기상천외해서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막막하다. 일단 이 책을 아는 사람이 있는지부터 물어보고 싶어. 흰색 바탕에 나무와 한 남자의 그림자가 검게 그러진 표지에 크기는 A5 사이즈 정도 돼. 일반적인 소설책 크기야.

#4 이름없음 2020/08/16 15:06:19

내용을 짧게 풀어보자면 나무를 베고 팔며 생계를 이어가던 나무꾼이 커다란 나무를 발견하고 나무를 베려고 해. 그런데 그 나무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자신이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줄 테니 자신을 살려달라고 애원을 하고 이야기들을 쭉 풀어나가.

#5 이름없음 2020/08/16 15:10:50

그런데 나무가 풀어나가는 이야기들은 소름끼치고 기괴했어.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몸이 말그대로 뒤집혀져서 장기들이 신체 외부에, 피부와 머리카락은 신체 내부에 있는 남자 이야기, 인육에 맛이 들려 자신의 손가락부터 도려내서 먹다가 결국 얼굴만 남겨놓고 자신의 신체를 전부 먹어버린 사람의 이야기 같은 내용이 나왔어. 잔인하고 역겨운 이야기들이었어. 혹시 이 책을 본 사람이 있어?

#6 이름없음 2020/08/16 15:11:53

솔직히 본 사람이 있다고 기대하고 있지는 않아. 주변 사람들에게 계속 물어봤지만 나만 이상한 사람 취급 받았거든.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내게 있었던 일을 얘기해볼게.

#8 이름없음 2020/08/16 15:16:05

난 평소에 책을 읽는 걸 좋아하는 편이야.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도 되지만 기한에 맞춰 촉박하게 읽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주로 책을 사서 읽어. 사는 지역 특성상 출판사나 서점이 모여있는 곳도 있고, 중고서점도 근처에 있어서 책을 구하는 건 쉬웠지. 그 날도 어김없이 중고서점에서 읽을 책을 고르는 중이었어.

#10 이름없음 2020/08/16 15:21:01

그 서점은 이름만 대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대중적인 중고서점이었어. 전국에 그 서점이 없는 곳이 없을 만큼이나 흔한 서점이었지.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있었던 일이라 사람들도 적당히 많았고, 그 날따라 새로 들어온 책들도 많아서 난 기분이 좋았었어. 책이 많다는 얘기는 재밌는 책이 있을 확률이 높다는 얘기랑 같잖아.

#12 이름없음 2020/08/16 15:24:16

새로 들어온 책 코너로 가서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하고 있던 와중에 책 한 권이 내 눈에 들어왔어. 그 책이 바로 나무와 나무꾼이었어. 옛 전래동화 같은 제목인데 두께도 제법 있고 표지도 소설같아서 눈에 띄더라. 특히 나무와 나무꾼의 실루엣만 있고 텅 비어 허전해보이는 표지가 너무 마음에 들더라. 내 취향이었거든. 그래서 그 자리에서 뽑아 도입부를 읽기 시작했어.

#14 이름없음 2020/08/16 15:28:16

나무꾼이 숲으로 향해 가는 과정, 베려는 찰나에 커다란 나무가 나무꾼에게 애원하는 내용, 그리고 나무가 들려주는 괴이한 이야기들. 어림잡아 50페이지 정도만 봤는데 너무 흥미진진하더라. 문체가 딱딱하긴 했지만 저자의 필력도 아주 좋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해서 읽게 됐거든. 이런 이유들로 난 그 책을 사게 됐어. 정말 운좋게 가격까지 아주 쌌거든.

#15 이름없음 2020/08/16 15:33:23

근처라 말하긴 했지만 그 중고서점은 집에서 약간 거리가 있는 편이었어. 그래서 올 때와 마찬가지로 버스를 탔지. 집으로 가는 30분 동안 난 아까 샀던 책을 마저 읽기 위해 가방 속에서 책을 꺼냈어. 아무 생각 없이 표지를 눈으로 훑었는데 책엔 저자의 이름도, 출판사의 이름도 없더라. 그 땐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 소름끼치는 일이야. 이 책처럼 신원이 불분명한 책을 서점에서 팔 리가 없으니까. 그래도 그 땐 책의 뒷내용을 읽는데 급급해서 책을 마저 읽었지.

#16 이름없음 2020/08/16 15:39:13

아니, 정확하게는 계속 읽으려고 했어. 버스에서 사고가 나지만 않았다면 말이야. 책을 읽은 지 5분도 안 되서 마을버스랑 내가 타고있던 버스가 충돌했어. 다행히 정면충돌은 아니었지만 버스의 귀퉁이는 완전히 찌그러져 수리를 맡겨야 했을 만큼 가볍지 않은 사고였지. 그 사고로 승객 몇 명이 병원에 실려갔던 게 기억이 나. 다행히 난 가벼운 뇌진탕 말고는 아무런 부상도 없었지만 말이야.

#17 이름없음 2020/08/16 15:45:05

사고가 나서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기 전까지 내가 뭘하고 있었는 줄 알아? 계속 책을 읽고 있었대. 아무 일도 벌어나지 않은 것처럼, 마치 도서관에 앉아 책을 읽는 것처럼 말이야. 내 사고 소식에 병원으로 왔던 엄마는 내 이런 모습을 보고 약간의 두려움을 느꼈었대. 지금 생각해보면 머리가 아프다, 다른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된다기 보단 뒷내용을 아는 게 더 급급했던 거 같아. 그래서 미친듯이 책을 읽던 중 엄마가 이런 내 모습을 본 거였고.

#18 이름없음 2020/08/16 15:47:09

지금 가족끼리 밥 먹기로 해서 좀 이따가 돌아올 거 같아. 친척들도 오셔서 좀 오래 걸릴 수도 있어. 금방 돌아올게.

#25 이름없음 2020/08/16 17:14:58

누군가 봐주길 바라면서 쓴 글은 아닌데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스레를 읽었네? 이렇게 많은 주목을 받은 건 처음이라 신기하다ㅎㅎㅎㅎ 이제 이어서 풀게

#26 ◆9fU7s1fSJWk 2020/08/16 17:19:40

편의를 위해서 지금부터 인코를 붙일게. >>17 그 때 상황은 뚜렷하게 기억나지 않아. 의사선생님이 가벼운 뇌진탕이라고 했던 말이랑 허겁지겁 뛰어오던 엄마까진 기억이 나는데 나머지 부분은 끊긴 것처럼 드문드문 어렴풋하게 기억 나. 아마 책을 읽고 있었던 거 같아. 버스에서 쭉 이어서 말이야. 그리고 자각하지 못하고 있던 것도 맞을 거고.

#27 ◆9fU7s1fSJWk 2020/08/16 17:25:47

그날 엄마와 함께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공부를 하다가 자기 위해 침대에 누웠어. 서점에서 산 그 책과 함께. 내일 학교도 가야하고 할 일정도 많아서 자야되는데 잠이 하나도 안 오더라. 책의 뒷내용이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어. 그래서 5페이지만 더 봐야지라는 마음으로 책을 폈어. 5페이지에 5페이지를 더 더한 만큼 책을 읽었는데도 아침이 될 때까지 책을 놓진 못했지만. 지금 당장 이 책을 더 읽지 않으면 말그대로 정말 미쳐버릴 거 같았어.

#29 ◆9fU7s1fSJWk 2020/08/16 17:32:48

가족끼리 아침을 먹는데도 난 손에서 책을 놓지 못했어. 여느 가부장적인 아버지들이 그러하듯 우리 아빠도 이를 못마땅하게 보셨어. 그리곤 내손에서 책을 빼앗으며 소리쳤지. 밥상 앞에서 누가 체통머리 없이 책을 읽냐고 말이야. 평소 같았으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을 텐데 그 날은 너무 화가 났었어. 어떻게 내 책을 그렇게 다룰 수가 있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진지하게 아빠를 죽이고 싶었어.

#30 ◆9fU7s1fSJWk 2020/08/16 17:37:21

평소 같았으면 내가 아빠께 사과를 드리고 넘어갔겠지만 책 때문에 눈이 돌아간 내가 사과를 했겠어? 속으로 끊임없이 욕을 읊으며 밥을 먹었지. 덕분에 아침식사 자리는 아주 어색하고 조용했어. 식기가 달그락거리는 소리 말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어.

#32 ◆9fU7s1fSJWk 2020/08/16 17:42:41

식사가 마치고 아빠에게 한소리를 들은 뒤에야 책을 돌려받을 수 있었지. 아빠에게 품었던 악감정이 모두 사라질 만큼 기뻐했던 기억이 나. 그리고 들뜬 기분으로 학교에 갔어. 아직 다 못 읽은 책을 품에 끼고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학교를 향했지.

#33 ◆9fU7s1fSJWk 2020/08/16 17:45:38

등굣길에서도, 쉬는 시간은 물론이고 수업 시간까지 책을 읽으니까 친한 애들 몇명이 뭔 책을 그리 오래 읽냐고 물었어. 난 책을 아주 빨리 읽는 편이거든. 700페이지가 넘는 책도 이틀이면 읽을 수 있을 만큼. 그런데 그 책은 고작해야 400페이지가 안되보이는데 내가 반도 못 읽으니 궁금해서 그랬나봐.

#34 ◆9fU7s1fSJWk 2020/08/16 17:46:50

그 때 내게 질문한 친구들을 각각 별이와 솔이라고 부를게. 그 친구들의 이름에 들어가는 글자를 하나씩 땄어.

#35 ◆9fU7s1fSJWk 2020/08/16 17:49:44

별이는 초등학생 때부터, 솔이는 그 전년도에 친해진 친구라 나랑은 제법 친분이 쌓여있었어. 서로 얘기도 자주 나누고 말 못할 고민도 쉽게 털어놓는 사이였기에 서로를 아주 잘 알고 있었지.

#36 ◆9fU7s1fSJWk 2020/08/16 17:55:28

근데 내가 그 질문에 발작하듯이 화를 내며 말했어. 너네가 뭔 상관이냐고, 신경 끄고 너네 할 일이나 하라며 막 화를 냈어. 아마 욕설도 좀 섞여있던 거 같아. 날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난 남에게, 그것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절대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아. 그런데 그런 내가 욕설을 퍼부으며 미친 듯이 화를 내니까 별이랑 솔이는 뭔가 좀 이상하다고 느꼈대.

#37 ◆9fU7s1fSJWk 2020/08/16 18:28:10

그리고 그 문제점을 가족과의 트러블이라고 생각했었대. 걔네들은 내가 우리가족들과 자주 갈등을 맺는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 그래서 별이는 내게 치대면서 혹시 가족들이랑 싸웠냐고 물어봤어. 별이가 애교도 많고 사람 챙겨주는 성격이라 이런 일 있으면 먼저 물어보곤 해서 그랬을 거야. 언제나 늘 그래왔고. 그런데 그 날은 뭐가 그렇게 문제였는지 모르겠어. 별이가 나를 확 안는 과정에서 책이 떨어졌는데 거기서 또 이성의 끈이 끊어졌거든.

#38 ◆9fU7s1fSJWk 2020/08/16 18:31:35

10년을 알고 지낸 친구, 철부지 많은 동생 같으면서도 어떨 땐 누구보다 의지가 되는 내 친구 별이. 난 별이의 목을 조르려고 했어. 진심으로 살의를 담아서 말이야. 손이 옷자락까지 가서야 정신이 번쩍 들더라. 지금 내가 무슨 짓을 하려고 한 건지 깨닫자마자 역한 구토감이 밀려왔어. 별이에게 너무 미안해서, 내 소중한 친구에게 손찌검을 하려고 했던 내가 너무 원망스러워서 난 미안하다는 한 마디를 남기고 보건실로 갔어. 도저히 애들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어. 마침 시간도 딱 점심시간이었어서 시기도 아주 적절했지.

#39 ◆9fU7s1fSJWk 2020/08/16 18:34:30

침대에 누워 계속 고민했어. 오늘 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갑자기 미치기라도 한 걸까.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 원인을 금방 유추할 수 있었겠지만 난 책이 그 원인일 거라곤 상상도 못했어. 애초에 책 때문에 사람이 이상해지는 건 말이 안 되잖아? 무슨 영화관에서 개봉한 싸구려 공포 영화도 아니고 말이야. 그러다가 깜빡 잠이 들었어. 앞서 말했지만 난 한숨도 못 잔 상태였으니까.

#44 ◆9fU7s1fSJWk 2020/08/16 19:14:15

그리고 점심시간 내내 꿈을 꿨어. 별 하나 뜨지 않은 어두운 밤에 아주 커다란 고목이 있는 꿈. 그 크기가 도시 한복판의 건물보다도 훨씬 우람했는데 신기하게도 보자마자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어. 일자로 곧게 뻗었다기보단 구불구불하고 잔가지도 많은 생동감이 느껴지는 나무였어. 난 나무의 커다란 줄기에 감겨 누워있었는데 그 감촉이나 경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감 그 모든 게 좋아서 그냥 눈을 감고 있었어. 아직도 그 감각이 생생해. 정말 그 무엇보다 편안하고 안락했거든.

#45 ◆9fU7s1fSJWk 2020/08/16 19:19:02

아주 긴 시간을 나무와 함께 있던 것 같아. 실제로도 아주 오래있었을 거야. 꿈 속의 시간과 현실의 시간은 다른 속도로 흘러가니까. 한참 만에 눈을 떴을 땐 고작해야 20분 밖에 흐르지 않아 있었어. 참 신기한 일이었어. 난 10시간은 잔 것만큼 아주 개운했는데 말이야. 그리고 핸드폰을 하며 누워있는데 내 뒤척이는 소리를 들은 건지 침대 주위를 치고 있던 커튼이 걷혔어. 그 너머에 있던 건 별이랑 솔이였지.

#47 ◆9fU7s1fSJWk 2020/08/16 19:22:08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서로 우물쭈물대고 있는데, 별이랑 솔이가 먼저 몸이 안 좋았었냐면서 아까 귀찮게 해서 미안하다고 했어. 도리어 난 별거 아닌 일에 과민반응해서 미안하다고 했고. 아까 일로 약간은 서먹했던 사이가 나아지는 듯했지. 솔이 손에 들린 내 책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야.

#48 ◆9fU7s1fSJWk 2020/08/16 19:23:04

>>46 동접맞아ㅎㅎㅎㅎ 결말에 스포가 될 거 같아 자세히는 못 말하지만 책의 정체는 끝내 밝혀지지 않아. 그리고 내가 이 스레를 쓰게 된 이유기도 해.

#50 ◆9fU7s1fSJWk 2020/08/16 19:26:38

나무 꿈으로 좋아졌던 기분은 다시 곤두박질 쳤어. 대신 아까와 마찬가지로 화가 밀려왔지. 다들 왜 이렇게 내 책에 관심이 많지? 책에 관심을 갖는 사람을 다 죽여버려야 하나? 아니다, 쳐다보기라도 하면 죽여버려야겠다. 이런 잔혹한 생각들을 했어. 만약 솔이가 네가 떨어뜨린 책 주워왔다며 내게 건내지 않았다면 정말 실행에 옮겼을 지도 몰라.

#52 ◆9fU7s1fSJWk 2020/08/16 19:31:39

계속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게 웃기긴 하지만 난 다시 책을 받고 기분이 좋아졌어. 그리고 다시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지. 내가 지금 미쳐가고 있구나. 제정신이 아니라서 사람들을 함부로 죽일 마음을 품는 구나. 또다시 내 친구를 해할 마음을 품은 사실이 너무 비참해서 난 친구들에게 핑계를 대고 나가달라고 했어. 다시 자고 싶었거든. 아까 나왔던 나무가 다시 꿈에 나와 날 위로해주길 바랐어. 솔이가 준 책을 끌어안고 다시 자기 위해 눈을 감았지. 신기하게 잠은 금방왔어. 내가 자길 바랐던 것처럼 말이야. 그리고 다시 꿈엔 나무가 나왔지. 아까 꿈에 나온 나무와 같은 나무가.

#54 ◆9fU7s1fSJWk 2020/08/16 19:37:57

꿈 속의 난 그저 눈을 감고 나무에 몸을 맡기고 있었어. 자고 있는 건지 그냥 눈을 감고 있는 건지 구분은 안 되지만 그 편안한 감각은 내게 흘러들어왔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혼란스러웠던 감정이 다시 잦아들었어. 아까와 같은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은 안락한 감정만이 남아있었지.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날 감싼 줄기의 감촉이 미묘하게 생생해진 거? 뭐라고 해야할까, 아까보다 더 세게 안는 느낌이었어. 그래도 그 느낌이 싫지 않고 오히려 날 끌어안아 위로해주는 것 같아 그냥 좋기만 했지.

#55 ◆9fU7s1fSJWk 2020/08/16 19:44:17

다시 일어났을 땐 5교시가 시작할 무렵이었어. 이번엔 내 의지로 일어난 게 아니라 보건선생님이 깨운 거였어. 선생님이 얘기 들었다며 얼른 조퇴하라고 하길래 난 상황 파악 할 겨를 없이 바로 조퇴했지. 갑자기 찾아온 집에 갈 기회를 놓칠 리가 없잖아? 그래도 아프지도 않은데 조퇴하는 건 약간 죄책감이 들더라고. 그래서 머리 아픈 척 이맛살을 찌푸리며 머리 잡으면서 집에 왔어. 한 손에 들린 책을 읽으면서 말이야. 참고로 보건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신 이유는 별이랑 솔이 때문이었어. 그 둘이 내가 오전부터 몸이 안 좋았다고 미리 말해뒀었거든.

#56 ◆9fU7s1fSJWk 2020/08/16 19:46:27

그리곤 한참동안 책을 읽었어. 저녁 먹으라며 나오라는 엄마의 말도 무시하고 계속 읽었어. 학원 숙제, 예습, 복습 같은 건 하나도 안 하고 오로지 책에 몰두했어.

#59 ◆9fU7s1fSJWk 2020/08/16 19:49:39

아, 지금 생각해보니까 책만 읽진 않았던 거 같아. 책을 읽다가 잠을 자고, 다시 일어나면 책을 읽고 다시 잠들고를 반복했던 거 같아. 씻지도 먹지도 않고 계속. 오죽하면 아빠가 나 살아있는지 걱정되서 방문을 들여다보곤 했을 정도였어.

#60 ◆9fU7s1fSJWk 2020/08/16 19:50:31

>>58 잠시만, 너 혹시 그 책 행방 아는 사람이야? 어떻게 알았어? 그 저자는 알 수 있어? 넌 그 사실을 어떻게 아는 거야?

#62 ◆9fU7s1fSJWk 2020/08/16 19:52:20

>>58 혹시 나머지 15권은 어딨는지 알아? 나 이 책에 대한 정보 찾으려고 스레 쓰게 됐는데 나머지 알고 있는 게 있으면 더 말해줘.

#63 ◆9fU7s1fSJWk 2020/08/16 19:53:16

>>61 지금은 내 손에 없어. 책에 대한 행방은 결말 부분에 나올 거니까 조금만 기다려줬으면 좋겠어.

#67 ◆9fU7s1fSJWk 2020/08/16 20:03:21

>>64 하나 의문인 게 있어. 내가 갖고 있던 책은 번역본이었어. 원본이 뭔진 몰라도 번역체 특유의 느낌이 있었거든.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모두 외국 이름이었고 말이야. 내 책엔 삽화가 없었으니 남은 12권 중 하나가 내 책이라는 건데 그럼 현실적으로 그 나라 언어로 되어있는 게 말이 되지 않아? 그 16권의 책을 따로 수입해 번역하여 새로 출판한 게 아니라면 말이야. 하지만 내 책엔 저자의 이름은 물론이고 출판사까지 적혀 있지 않았으니 앞서 말한 내용은 성립이 되지 않아.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너 지금 있지도 않은 허상의 책을 말하는 거야? 그게 아니라면 내가 가지고 있던 책과 다른 책을 착각했거나. 좀더 명확한 정보를 줬으면 좋겠어.

#68 ◆9fU7s1fSJWk 2020/08/16 20:04:21

>>65 불편하지 않았어. 말투가 딱딱해서 그렇게 느껴졌나봐ㅎㅎㅎㅎ 아무튼 전혀 불편하지 않았으니까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69 이름없음 2020/08/16 20:06:09

.

#71 이름없음 2020/08/16 20:07:47

>>70 엥? 넌 그걸 어떻게 아는데??

#73 ◆9fU7s1fSJWk 2020/08/16 20:14:10

계속 이어서 풀게. 책에 몰두하고 지낸 지 사흘 쯤 됐을 때 난 사람의 몰골이 아니었어. 누가 봐도 안색이 안 좋아졌고 체중 뿐만 아니라 머리카락도 많이 빠졌지. 뭔가 꺼림직하긴 해도 책이 우선이었기에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어. 근데 친구들 눈엔 그게 아니었나봐. 별이 솔이를 포함해서 같은 반 친구들, 선생님들, 그리고 내가 좋아하던 남자애까지 나의 안부를 물어봤어. 너 요즘 무슨 일 있냐고 말이야.

#75 ◆9fU7s1fSJWk 2020/08/16 20:15:52

>>69 정말 동아줄 붙잡는 심정으로 물어본 건데 주작이면 기분이 좋진 않을 거 같아. 주작이 아니길 바라면서도 한편으로 거짓말 치는 거 같아서 씁쓸하네. 정말 꼭 찾아야 하는데.

#77 ◆9fU7s1fSJWk 2020/08/16 20:18:05

>>72 네가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는 가정하에 하나만 물어볼게. 아깐 너무 반갑고 절실한 마음에 허겁지겁 말을 걸었는데 솔직히 지금은 그리 신뢰가 가진 않거든. 너 이 책 결말 알아?

#78 ◆9fU7s1fSJWk 2020/08/16 20:19:54

>>76 읽지 않는 게 좋아. 단순히 나 같은 상황에 처하는 것에 앞서서 내용이 정말 기괴하고 끔찍했거든. 정말 정신병 걸려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말이야.

#81 ◆9fU7s1fSJWk 2020/08/16 20:22:54

>>79 4번 스레(>>4), 5번 스레(>>5)보면 줄거리 대충 나와있어. 자세한 내용은 나도 잘 기억 안 나서 못 말해주겠다. 그 때 이후로 내용 거의 다 잊어버렸거든.

#84 ◆9fU7s1fSJWk 2020/08/16 20:28:56

이젠 정말 최대한 안 끊고 쭉 얘기할게. 내가 좋아하던 친구 이름을 빈이라고 부를게. 빈이는 나랑 3년 정도 알고 지낸 사이면서 내가 2년 동안 짝사랑하고 있는 사이야.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솔이랑 별이 밖에 없고. 오랫동안 좋아했지만 고백할 마음은 없어서 늘 티를 내지 않고 지냈어. 그런데 빈이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걱정해주니까 울컥하더라고. 사실 그 땐 힘든 것도 없었는데 말이야. 그냥 그 땐 걔랑 내가 절대 엮일 수 없다는 게 너무 속상했어.

#86 ◆9fU7s1fSJWk 2020/08/16 20:31:52

그래도 별거 아니라는 듯이 웃으면서 지나갔어. 난 괜찮았는데 너 때문에 기분이 안 좋아졌다고 말할 순 없으니까. 손에 든 책을 읽을 생각도 못하고 터덜터덜 반으로 들어가려는데 솔이랑 별이가 날 막았어.

#91 ◆9fU7s1fSJWk 2020/08/16 20:46:00

그 땐 이상하게 갑자기 책 생각이 안 났어서 주변 사람들 표정이 한눈에 들어왔는데, 애들 얼굴이 엄청 심각했었어. 솔이야 평소에 말수 적고 진중한 성격이라 그렇다고 치지만 별이까지 그러니까 좀 당황스럽더라.

#93 ◆9fU7s1fSJWk 2020/08/16 20:49:06

이렇게까지 진지한 친구들의 모습은 처음이라 난 얼떨떨했어. 갑자기 왜그러냐는 물음에도 친구들은 시선교환만 할 뿐 말이 없었어. 그런데 그 눈빛 알아? 서로 이미 의견 조율한 상태에서 지금 할까? 그래, 지금 하자라고 말하는 것 같은 눈빛. 뭐지 싶어서 그냥 그 둘 눈치만 보고 있었는데 솔이가 내 손에 들려있던 책을 뺏어 달아났어. 얼마나 순식간이었는지 놀라서 아무 말도 안 나오더라.

#94 ◆9fU7s1fSJWk 2020/08/16 20:53:15

그리고 상황파악이 끝난 다음엔 머릿속이 차분해져 있었어. 머릿 속에 든 생각은 단 하나였어. 죽여버려야겠다. 저 도둑을 잡아 죽여버려야겠다. 차마 스레에 말은 못하지만 사람이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잔혹한 살인을 머릿 속에 그리고 있었어. 도망가는 솔이를 미친 듯이 쫓아가며 말이야. 조금만 달려도 헉헉대며 주저앉는 비루한 몸뚱아리가 어쩐 일인지 무척이나 가벼웠어. 덕분에 솔이와의 격차는 점점 줄어져만 갔지. 솔이는 체육 전공자라 달리기를 포함한 체육을 무척 잘하는데 내가 어떻게 그렇게까지 달려갈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

#96 ◆9fU7s1fSJWk 2020/08/16 20:58:22

3층 교실서부터 시작된 경주는 운동장 밖을 나가서도 이어졌어. 나랑 솔이 둘 다 슬리퍼를 신고 있었는데 어떻게 한 번 안 미끄러지고 그렇게 잘 달릴 수 있었는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거리가 좁혀져가고, 마침내 팔 하나만 뻗으면 솔이를 붙잡을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어. 그런데 솔이가 그대로 교문 밖으로 나가버렸어. 학교를 마치려면 한참 멀었는데 말이야.

#97 ◆9fU7s1fSJWk 2020/08/16 21:01:27

난 거기에 약이 올라 솔이를 따라 학교 밖을 나서려고 했고, 빈이가 날 붙잡으며 말린 덕분에 학탈은 면하게 됐지. 단순히 팔을 낚아챈 것도 아니고 뒤에서 날 끌어안은 거라 어떻게 빠져나갈 수도 없었어. 통통하긴 해도 키가 작은 나에 비해 빈이는 키도 크고 힘이 셌거든. 정말 웃긴 얘기지만 거기서 심장이 너무 두근거려서 솔이를 쫓을 생각을 하지도 못했어. 좋아하는 남자애가 뒤에서 끌어안는데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100 ◆9fU7s1fSJWk 2020/08/16 21:06:24

뒤에서 날 힘껏 안은 빈이는 계속 괜찮다, 수업 시작할 시간이니까 반으로 돌아가자 같은 말을 계속했어. 지나치게 흥분해있는 날 진정시키려는 듯이 말이야. 실제로 그 말을 듣고 책 때문에 눈이 돌아갈 만큼 치솟은 화가 순식간에 내려갔어. 대신 민망함과 설렘만이 남았지. 상황이 좀 묘해지자 빈이는 웃으면서 장난을 쳤어. 너 이대로 학탈했으면 수시 광탈이다, 성적이 아깝네라고 깐죽댔지. 뭐, 솔직히 내 눈엔 그냥 귀여워보이기만 했지만 말이야.

#103 이름없음 2020/08/16 21: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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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9fU7s1fSJWk 2020/08/16 21:13:25

어색했던 분위기가 풀리고 우리는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누며 교실로 올라갔어. 난 8반, 빈이는 11반이라 가는 길도 달랐는데 빈이는 반 앞까지 날 데려다줬어. 그게 그렇게 좋았어. 책 생각은 하나도 안 나고 말이야. 마음 같아선 더 얘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아직 아침조회도 안 한 시간이었어. 그래서 좀 이따가 연락하자며 인사 나누고 헤어졌지. 그리고 반으로 돌아갔을 땐 별이가 여전히 진지한 표정을 짓고 날 기다리고 있었어.

#109 ◆9fU7s1fSJWk 2020/08/16 21:24:44

우리반은 그냥 애들끼리 자리 바꿔 앉아서 별이가 내 대각선 자리였거든. 그런데 자리에서 일어나 내 옆자리에 앉았어. 솔이 자리라 별로 상관은 없었지만 워낙에 엉덩이가 무거운 친구라 좀 당황스러웠어. 얘가 자리까지 옮겨가며 내게 올거라곤 상상도 못했거든. 별이는 말을 잠시 고르더니 내게 미안하다고 말했어. 최근에 네가 좀 이상해서 네 동의도 없이 이렇게 하게 됐다, 아무리 생각해도 책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거 같은데 어디서 구한 거냐고 말했어. 근데 별이의 입에서 책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부터 난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어. 아까까지만 해도 정말 멀쩡하던 몸에 식은땀이 나면서 쉴 새 없이 떨렸어. 내 책. 내 책. 책을 찾아야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메우면서 극도로 불안해졌어. 내 책 찾아야 하는데. 솔이가 망가뜨리면 안 되는데.

#112 ◆9fU7s1fSJWk 2020/08/16 21:28:42

정말 발작을 일으키듯이 온몸이 벌벌 떨렸고, 난 그대로 정신을 잃었어. 지금도 그 때 왜 기절한 건진 모르겠어. 책을 잃어버렸다는 불안감과 찾아야한다는 압박감이 합쳐져서 그런 결과가 나온 거였을까? 하지만 문제는 내가 교실 한복판에서 기절을 했다는 거지. 그리고 그거보다 가장 큰 문제는 내가 또 꿈을 꿨다는 거야. 그 나무가 나오는 꿈. 최근 잘 때마다 나오는 그 나무가 나오는 꿈 말이야.

#115 ◆9fU7s1fSJWk 2020/08/16 21:30:37

솔직히 처음엔 좀 안도했어. 나무는 불안정한 날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매개체니까. 그래서 처음엔 안심했어. 아, 이번에도 나무가 아늑한 품을 내어주겠구나 하고 말이야. 그런데 오늘은 달랐어.

#116 ◆9fU7s1fSJWk 2020/08/16 21:31:33

>>113 지금은 다 해결됐어. 다 해결됐다고 말해도 되는진 모르겠지만 더 이상 그 책은 나랑 관련이 있는 존재는 아니야.

#118 ◆9fU7s1fSJWk 2020/08/16 21:33:19

>>114 그것보단 최근에 있었던 일이야. 그래도 그 책이 내가 아는 책이랑 같은 책일지 모르지.

#119 ◆9fU7s1fSJWk 2020/08/16 21:35:27

꿈의 초반에는 여태까지 꿨던 꿈과 다를 게 없었어. 살면서 처음 느껴볼 법한 편안함, 그리고 이를 제공해주는 나무. 정말 다를 게 없었지. 그 나무가 말을 걸기 전까진 말이야.

#122 ◆9fU7s1fSJWk 2020/08/16 21:38:23

너 나 알지. 나무가 한 말이었어. 이유는 몰라도 바로 알 수 있었어. 나무가 한 말인 걸 말이야. 음성으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했다기 보단 머릿 속 울림처럼 느껴진 음성이었는데 약간 소름이 돋는 느낌이었던 거 같아. 목소리를 듣자마자 아까까지 느껴졌던 모든 편안함이 모조리 사라져버렸거든.

#125 ◆9fU7s1fSJWk 2020/08/16 21:42:27

그런데 난 대답을 할 수 없었어. 입으로 소리를 내는 법이 기억이 나질 않았거든. 그 가지의 품 속에 몸을 맡기는데 너무 익숙해져 어떻게 움직이는 건지도 모르겠고 말이야. 내가 할 수 있는 건 미동도 없이 누워 머릿 속으로 열심히 외치는 것 뿐이었어. 난 너를 몰라, 지난 며칠간 꿈 속에 네가 나온 건 말곤 너에 대해 아는 건 하나도 없어를 끊임없이 외쳤지.

#128 ◆9fU7s1fSJWk 2020/08/16 21:44:44

>>124 아마 텔레파시가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긴 해. 고막을 거쳐 음성이 들어오는 게 아니라 내 뇌에 직접 얘기를 전달하는 느낌. 그런데 귀가 웅웅대는, 그런 기묘한 느낌이었어. 굳이 말로 따지면 이명과 텔레파시의 중간 단계 정도가 아닐까 싶어.

#129 ◆9fU7s1fSJWk 2020/08/16 21:50:46

역시 속으로만 말하는 건 나무의 귀에 들리지 않는지 다시 소름끼치는 아우성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왔어. 너 날 모르지? 너 날 모르지? 너 날 모르지? 나무가 가지를 점점 조여가며 끊임없이 되물었어. 너무 아프고 숨이 막혀서 비명을 지르고 싶었어. 꿈에서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만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 거야.

#132 이름없음 2020/08/16 21:56:36

그렇게 나무는 한참동안 나를 옥죄었고, 난 이순간이 빨리 끝나기를 기도했어. 꽤나 긴 시간이 흘렀을 무렵 순식간에 나무가 힘을 풀었고, 난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어. 아프다기 보단 드디어 벗어났구나라는 생각에 너무 기뻤어. 정말 끊임없이 묻는 나무의 목소리와 조여가는 몸 때문에 괴로웠거든. 그리고 점점 의식이 멀어져갔고, 난 내가 꿈에서 깨어간다는 걸 자각했어. 그냥 절로 알게 됐어.

#133 이름없음 2020/08/16 21:58:29

그리고 꿈에서 깨기 직전에 나무가 말했어. 이번엔 머릿 속에 울리는 음성이 아닌 귀를 통해 들을 수 있는 그런 말이었지. "책이 없네?" 그 말과 함께 난 꿈에서 완전히 깨어났어. 더 정확히 말하면 간신히 벗어날 수 있었어.

#135 ◆9fU7s1fSJWk 2020/08/16 22:02:32

>>134 좀 피곤하긴 해. 혹시 티 많이 났어?

#137 ◆9fU7s1fSJWk 2020/08/16 22:06:56

>>136 그래 알았어ㅠㅠㅠ 내일 독서실 가야하니까 좀 일찍 자야겠다. 내일 시간 여유있으면 다시 올게.

#139 이름없음 2020/08/16 22: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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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9fU7s1fSJWk 2020/08/17 09:42:28

여러 레스들이 많이 달렸네. 만약 원한다면 책의 내용을 좀 더 상세히 말해줄 수 있어. 내가 기억하는 범주 내에서 말이야. 책의 결말은 이 스레가 끝나갈 때쯤, 아니면 그보다 더 가까운 때에 나올 거야. 그리고 앞으로 풀어나갈 스레를 보면 알겠지만 난 이 책을 전부 읽지 못했어. 기억나는 에피소드도 >>5에 나온 내용이 전부고. 그래도 겉과 속이 뒤집힌 남자의 이야기는 약간 기억이 나.

#151 ◆9fU7s1fSJWk 2020/08/17 09:50:29

그 남자에 대해 좀 더 풀어볼게. 그 남자는 어떤 이유로 마녀를 찾아갔고, 마녀는 남자를 천으로 만들었어. 마녀에겐 낮잠을 잘 때 필요한 베게가 필요했거든. 천이 된 남자의 몸에 도안을 그리고, 바느질을 한 다음에, 솜을 넣기 위해 천을 뒤집었어. 그런데 어떤 이유에선지 바느질까지 끝난 원단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거야. 그래서 그대로 저주를 풀어버렸고, 남자는 겉과 속이 뒤집힌 모습으로 변하게 돼.

#152 ◆9fU7s1fSJWk 2020/08/17 09:52:17

저런 에피소드들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여러 개 엮여져 있었어. 하나 특이한 점은 그 에피소드의 결말들은 전부 같았다는 거야.

#154 ◆9fU7s1fSJWk 2020/08/17 10:04:59

어제 나무 때문에 악몽을 꿨다는 내용에서 끝났지? 거기서부터 다시 이어나갈게. 잠에서 깨어난 난 주변 사람이나 장소에 신경쓰지 않고 비명을 질렀어. 점점 조여오는 가지 때문에 몸이 터져버릴 것 같았는데도 소리 한 번 낼 수 없었다는 무력감, 언제나 내 편일 것 같던 나무의 달라진 행동에 대한 배신감 같은 것들 때문에 눈이 돌아갔었거든. 무엇보다 눈을 뜨자마자 책이 없다은 사실에 죽을 만큼 불안했어.

#156 ◆9fU7s1fSJWk 2020/08/17 10:55:32

그렇게 무릎을 끌어안고 비명을 질러대는데 괜찮냐고, 악몽이라도 꾼 거냐며 걱정해주는 목소리가 들렸어. 별이와 빈이였어. 별이야 같은 반이라 그렇다고 치지만 빈이가 있는 건 의외였어. 이상하게 급속도로 차분해지더라. 내 손이 책이 없는데도 정말 아무렇지 않았어. 그래서 의아했지. 뭐때문에 내가 이렇게 침착해졌는지 말이야

#162 ◆9fU7s1fSJWk 2020/08/17 15:51:07

그렇게 곰곰히 고민을 하고 있는데 별이가 내 손을 잡고 말했어. 너 반에서 쓰러졌던 건 기억하냐. 조회도 하기 전에 네가 기절해서 보건쌤이 보건실로 데려갔다. 대충 이런 말들이었던 거 같아. 그리고 내 책을 가져갔던 이유에 대해 설명했어. 얘기가 진행되는 내내 별이는 답지 않게 진중한 표정을 유지하며 말이야.

#164 ◆9fU7s1fSJWk 2020/08/17 15:54:59

별이의 말은 이러했어. 책을 훔치기로 한 건 이미 솔이, 빈이, 그리고 자기까지 계획해서 저지른 일이었대. 내가 그 책을 받은 이후로 눈에 띄게 수척해지고 이상해져 가는 게 신경이 쓰였다나봐. 정말 멍청한 사실은 난 그 얘길 듣고서 내가 이렇게까지 된 이유가 책 때문인 걸 짐작하게 됐어. 정확히는 체념했다고 보는 게 맞지만. 책이 곁에 없어서였는진 몰라도 그제야 이성적인 사고가 하나 둘씩 되기 시작했거든.

#165 ◆9fU7s1fSJWk 2020/08/17 16:01:58

책을 없앨까 아니면 내게서 훔칠까 고민하다가 일단 책을 훔치고 그 뒤에 태우기로 얘기가 마무리됐대. 그래서 빈이가 아침 조회 전에 날 방심하게 만들고, 솔이가 책을 훔쳐 달아나고, 별이가 나를 막는 계획을 세웠대. 내가 솔이를 미친 듯이 추격하면서 이미 계획은 물거품이 됐지만. 그렇게 솔이는 학탈까지 하게 됐고, 별이보단 상대적으로 빠른 빈이가 달려와 날 붙잡으면서 오늘 있었던 사건이 전개된 거지.

#166 ◆9fU7s1fSJWk 2020/08/17 16:08:19

난 처음으로 책에 대한 공포를 느꼈어. 정말 자칫하다간 내가 책 때문에 돌아버리거나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책이 없어 불안하다는 생각은 진작에 사라져버린지 오래였어.

#167 ◆9fU7s1fSJWk 2020/08/17 16:10:57

시계는 2교시가 시작될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고, 난 반으로 돌아가려고 했어. 이미 며칠 전에 수업도 빼먹었는데 또 빠질 순 없으니까. 그런데 애들이 극구 말렸어. 보건실에서 더 쉬거나 저번처럼 조퇴를 하라고 했어. 내 안색이 너무 안 좋다고, 쌤들이 보기만 해도 바로 조퇴하라고 말할 만큼 어 상태 안 좋아 보이니까 그냥 조퇴하라고 했어.

#168 ◆9fU7s1fSJWk 2020/08/17 16:12:42

그런데 난 거절했어. 책 때문에 불안한데 혼자 있으면 정말 위험해질 거라는 예감이 들었거든. 보건실에 누워있든 조퇴를 하든 결국 난 혼자 있어야한다는 얘기잖아. 별이와 빈이의 만류에도 난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로 향했어.

#169 이름없음 2020/08/17 16: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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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9fU7s1fSJWk 2020/08/17 17:31:14

독서실인데 집중 정말 안 된다. 오래 놀 생각은 없으니까 질문을 받아볼까 해. 어림잡아 5개 정도만. 혹시 보고 있는 사람들 중에 궁금한 거 있어? 책과 관련된 물음도 괜찮아.

#172 ◆vCphwE3Bgji 2020/08/17 17:41:17

아무도 궁금한 게 없나보네. 그럼 난 가볼게. 10시 쯤에 최대한 많이 써볼게. 실수로 인코 잘못 단 거 같은데 수정이 안 된다. 나 스레주야

#175 ◆9fU7s1fSJWk 2020/08/17 22:11:14

>>173 지금은 없어. 계속 보다보면 알겠지만 더 이상은 내 손에 존재하지 않아.

#176 ◆9fU7s1fSJWk 2020/08/17 22:19:04

아침에 빈이가 반까지 데려다 준 게 고마워서 이번엔 내가 빈이 반 앞까지 데려다주려고 했어. 빈이랑 별이의 만류에 그러진 못했지만. 나랑 별이가 먼저 반으로 들어가고 빈이가 자기네 반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온몸에 힘이 쫙 빠졌어. 말 그대로 누가 뚝 떼어가버린 것처럼 순식간에 기운이 없어졌어. 두 다리로 지탱해서 서있기도 버거울 만큼이나.

#178 ◆9fU7s1fSJWk 2020/08/17 22:36:49

그리곤 여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불안감이 닥쳐왔어. 책을 찾아야 해. 책을 찾지 못하면 나무가 날 죽일지도 몰라라는 생각에 온몸이 덜덜 떨렸어. 전신이 딱딱하게 굳고, 체내의 피가 밖으로 빠져나가 눈앞이 컴컴해지는 느낌, 드릴로 두개골을 가는 것처럼 뽀개질 것 같던 두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 신음도 안 나올 정도로 정말 고통스러웠어. 책을 찾던가 아니면 빨리 죽어버리고 싶을 만큼이나. 정신을 잃을 것 같았는데 이를 악물고 버텼어. 이번에 잠들면 아까보다 더 나무에게 끊임없이 시달릴 것 같았거든. 왠지 그런 예감이 들었어.

#181 ◆vCphwE3Bgji 2020/08/17 22:43:41

정신을 붙드는 거야 어떻게든 내 의지로 버틸 수 있지만 통증은 아니잖아. 정말 몸도 너무 아프고 책을 찾아야한다는 생각도 멈추지 않는 게 너무 서러워서 별이를 붙잡고 엉엉 울었어. 그것도 교문 앞에서, 이 나이를 먹고 애처럼 말처럼 말이야. 무슨 일이냐, 괜찮냐고 묻는 별이의 물음이나 반애들의 웅성거림은 하나도 들리지 않았어. 거의 쓰러지듯 별이한테 매달려서 펑펑 울었던 기억만 나.

#182 ◆9fU7s1fSJWk 2020/08/17 22:53:10

복도 쪽에서 사람이 그렇게 울고 있는데 사람들이 몰리는 건 당연한 일 아니겠어? 소문과 재밌는 일거리에 흥미를 보이는 고등학교에선 말이야. 반애들의 만류에도 점점 내주위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결국 빈이까지 울고 있는 날 발견했지. 몸도 안 좋아보이던 애가 잠깐 안 본 사이에 거의 쓰러져서 울고 있는데 눈이 안 돌아갈 수가 없었겠지. 항상 쾌활하게 웃고 장난만 많이 치던 걔가 미친 듯이 화내더라. 욕설은 안 썼지만 지금 구경났냐고, 빨리 반으로 안 가고 뭐하냐면서 고래고래 소리지르면서 화냈어. 그렇게 화난 빈이를 본 건 처음이라 당황스러웠어. 재밌긴 해도 사람 시선 받는 걸 꺼려하는 애가 이렇게까지 한다는 게 놀라웠거든.

#183 ◆9fU7s1fSJWk 2020/08/17 22:56:14

그리고 정말 신기했던 게 뭔줄 알아? 그 고통이랑 불안감이 순식간에 눈녹듯 사라졌어. 단순히 빈이를 봤다는 이유로 말이야. 빈이가 그렇게 화를 냈고 난 더 이상 울지 않았으니 애들은 하나 둘씩 반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어. 걔네들이 반으로 돌아갈 때 난 그동안의 일들을 생각했지만 말이야.

#185 ◆9fU7s1fSJWk 2020/08/17 23:01:11

가끔씩 책에 대한 생각이 전혀 나지 않았을 때, 미친 듯이 불안했던 감정이 순식간에 진정될 때. 그럴 때마다 빈이가 내 옆에 있었어. 신기하게도 말이야. 단순히 착각으로 치부하기엔 상황이 항상 딱 들어맞았어. 그래서 한 가지 가설을 세웠지. 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빈이가 필요하고, 어쩌면 빈이가 그 책과 관련이 있을 지도 모른다고.

#186 ◆9fU7s1fSJWk 2020/08/17 23:08:14

별이와 빈이에게 이 사실을 곧잘 말하려고 했어. 빈이가 내 증상을 완화시키는 거 같다고. 더불어 책을 얻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나무와 관련된 꿈까지 모든 걸 말하려고 했지. 거짓말처럼 종이 울리지만 않았다면 말이야. 쉬는 시간까지 끝난 마당에 무슨 이야길 더 할 수 있었겠어. 아쉽긴 해도 다음 쉬는 시간을 기약하기로 했어.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수업 시간 동안 빈이 없이 내가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187 ◆9fU7s1fSJWk 2020/08/17 23:17:00

하지만 예상대로 몸이 되게 안 좋더라. 교문 앞에서 만큼 죽을 듯이 아픈 건 아닌데 허리를 피고 수업을 들을 수 있을 수준은 아니었어. 마침 그 시간이 기가 시간이라 그냥 대놓고 엎드려서 통증이 잦아들기를 기다렸어. 그 때 기가 선생님은 애들 가르치는 거에 열정적인 분도, 애들이 자고있다고 해서 막 깨우는 분이 아니셨거든. 수업이 끝날 때까지 난 엎드려서 책을 찾으러 가겠다는 생각을 무시하기 위해 애썼어. 별이는 그런 내 손을 계속 쥐고 있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뭐라도 해주고 싶은데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별이는 정말 다정한 애니까.

#188 ◆9fU7s1fSJWk 2020/08/17 23:24:25

수업이 끝나자마자 난 별이에게 빈이를 데려와달라고 했어. 마음 같아선 내가 직접 보러 가고 싶었지만 도저히 움직일 수 있는 몸상태가 아니었거든. 얼마 지나지 않아 별이가 빈이를 데려왔고, 난 최근 며칠 동안 내게 있었던 일을 빠짐없이 얘기했어. 우연히 갖게 된 계기나 이상할 만큼 강했던 책에 대한 집착, 그로 인한 불안감과 잘 때마다 나온 커다란 나무 얘기. 이야기를 듣는 둘의 얼굴은 점점 무거워져 갔어. 본인 일인 것처럼 말이야.

#189 ◆9fU7s1fSJWk 2020/08/17 23:30:09

그리고 빈이가 옆에 있을 땐 신기하게 마음이 진정된다는 얘길 꺼내려는데 너무 부끄러워졌어. 이게 다 뭔 헛소리인지 허무맹랑한 얘기 같았거든. 무엇보다 빈이 앞에서 그 말을 하려니까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어. 그런 의도가 아니긴 해도 너무 고백같잖아. 내가 걔에게 아무 사심도 없었으면 문제 없지만 난 걜 좋아하잖아. 갑자기 얘기하기 너무 창피해지더라.

#190 ◆9fU7s1fSJWk 2020/08/17 23:33:17

그래도 눈 딱 감고 얘기했어. 얘네의 도움이 필요하니까. 얘네가 아니면 얘길 털어놓을 사람도 없으니까. 그런 얘길 꺼내면 다짜고짜 정신병원으로 끌고 갈 엄마한테 얘길 하겠어, 아니면 자기 관심사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는 가부장적인 아빠한테 얘길 하겠어. 정말 별이, 솔이, 빈이 밖에 없었어. 얘네들이 유일하게 내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어.

#192 ◆9fU7s1fSJWk 2020/08/17 23:36:20

다행히 별이와 빈이는 내 말을 못 믿는 눈치는 아니였어. 별이는 약간 긴가민가한 듯 했지만 빈이는 내 말을 완전히 신뢰하는 듯했지. 그리고는 책을 없애는 걸 도와주기로 했어. 정말 고맙게도 말이야. 솔직히 말해서 저때 눈물도 약간 고였어.

#194 ◆9fU7s1fSJWk 2020/08/17 23:44:48

일단 학교에 있을 땐 쉬는시간이나 점심시간마다 빈이와 함께 있기, 학교가 끝나면 책을 없앨 방법을 모색하기와 같은 계획들을 세웠어. 그러다가 점집에 가볼까라는 의견이 나왔어. 책을 못 없앨지는 몰라도 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이유 때문이었지. 꽤 괜찮은 생각이었어. 우리 세 명 중 점집이나 무당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말이야.

#196 ◆9fU7s1fSJWk 2020/08/17 23:57:03

하지만 그 전에 솔이를 찾아가기로 했어.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까지 솔이가 돌아오자 않는 게 좀 이상했거든. 무엇보다 걘 책도 갖고 있었잖아. 그리고 스레에 적는 걸 잊어버렸는데 난 책이 손에 들어온 이후로 크고 작은 사고가 자주 났었거든. 작게는 종이에 손가락을 베이거나 운나쁘게 발목을 삐는 거, 크게는 첫날에 있었던 교통사고 같은 게 있었어. 그래서 솔이도 무슨 일이 벌어나지 않을까, 솔이도 책에 집착하게 되지 않을까하고 걱정이 됐어. 그런 이유로 학교가 끝나자마자 우린 솔이네 집으로 가기로 했어. 얘가 연락도 받질 않으니 집으로 쳐들어가야 했지.

#198 ◆9fU7s1fSJWk 2020/08/18 00:05:41

그런데 우리 중 솔이네 집 주소를 아는 사람은 없었어. 정말 난감했지. 솔이는 연락도 받질 않았고, 우리 중 솔이네 집에 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거든. 친구에 대한 걱정으로 우린 간덩이가 크게 부었어. 그리고 평소라면 절대 하지도 못할 생각을 했지. 출석부를 훔쳐보자. 출석부의 맨 뒷면엔 반애들의 인적사항과 집주소가 적혀있었거든. 그런데 그 출석부는 교무실에 있었어. 우린 교무실에서 출석부를 훔쳐야했어. 한 마디로 범죄였지.

#200 ◆9fU7s1fSJWk 2020/08/18 00:10:57

대놓고 훔칠 순 없으니 적당한 핑계를 들고 출석부를 갖고 와야했어. 선생님을 납득시킬 거짓말을 해야 했지. 난 연기도 못하는 데다가 빈이 없인 몸을 가눌 수가 없었고, 빈이는 우리랑 다른 반이라 출석부를 가져올 수 없었어. 남은 사람이 별이 뿐이라 우린 별이에게 모든 걸 걸기로 했어. 이 사건은 현재 시점까지 일어난 일들을 전부 포함해서 내가 저지른 가장 큰 일탈이야. 그만큼 잘못된 행동이었지. 그래도 친구한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는데 가만히 있을 순 없잖아.

#202 ◆9fU7s1fSJWk 2020/08/18 00:21:29

그리고 열심히 머리를 굴려보는데 다 바보같은 얘기들 뿐이었어. 빈이가 낸 의견인데 출석부가 커다란 초콜릿 인 것처럼 이빨로 물고 가자는 말은 정말 충격적이었어. 우리 출석부 색이 짙은 갈색이긴 해도 저건 무리수가 있었거든. 결국 별이가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고 한 뒤에야 좀 조용해졌지. 우린 마지막 수업이 마치자마자 출석부를 가져오자고 계획을 세웠어. 나랑 빈이는 밖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별이가 모든 걸 총괄하기로 했지.

#203 이름없음 2020/08/18 00:40:24

.

#204 ◆9fU7s1fSJWk 2020/08/18 00:42:52

최대한 많이 쓰려고 노력 중인데 역시 너무 피곤하다.

#206 ◆9fU7s1fSJWk 2020/08/18 05:49:48

스레를 쓰다가 그대로 잠들었어.. 미안해ㅠㅠ 지금이라도 올릴게. 솔이는 눈꼬리도 올라가고 표정이 무뚝뚝해서 그런지 도도한 고양이 같은 이미지야. 키도 굉장히 커서 처음엔 좀 무섭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서툴긴 해도 엄청 착하고 남 잘 챙겨주는 애였어. 별이는 눈도 초롱초롱하고 볼살도 많아서 다람쥐가 생각나는 얼굴이야. 표정이 굉장히 다채롭고 웃기는 행동도 자주해서 볼 때마다 만화 캐릭터 같아. 굳이 따지면 어탐의 핀 정도? 빈이는 눈이 굉장히 짙어서 눈만 보면 외국인이나 혼혈 같은 느낌이 나. 또 웃을 때 눈이 초승달처럼 감겨서 되게 예쁘다고 생각했어. 콩깍지 때문인지 난 걔가 엄청 잘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애들은 그렇진 않다고 하더라.

#210 ◆9fU7s1fSJWk 2020/08/18 12:39:25

>>207 나중에 나오게 되니까 조금만 더 읽어 줘.

#211 ◆9fU7s1fSJWk 2020/08/18 12:48:17

그렇게 약속했던 시간기 다가왔고, 우리는 다같이 교무실로 향했어. 별이는 표정관리를 하며 교무실로 들어갔고, 나와 빈이는 문 밖에서 상황을 지켜봤지. 나는 기껏해야 출석부를 몰래 보는 거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별이는 오히려 선생님께 다가갔어. 무슨 일을 벌일 지 도저히 예상할 수가 없었어. 걱정도 됐고 말이야. 그래도 할 수 있는 건 없었어서 빈이와 함께 별이를 바라봤지.

#213 ◆9fU7s1fSJWk 2020/08/18 14:30:23

담임 선생님께 다가간 별이는 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어. 쌤 보고 싶어서 왔다, 오늘 급식 맛없지 않았냐 같은 안부를 건네면서 말이야. 워낙에 친화력 좋고 쌤들이랑 친했어서 가능했던 거 같아. 난 죽어도 절대 못하거든. 평소엔 종례를 할 때 선생님이 출석부를 들고 교실로 들어가셔. 선생님이 출석부를 가지러 출석부들이 꽂혀 있는 책장으로 가셨을 땐 우리 계획이 실패할 거라 생각했어. 선생님 손에 있는 출석부를 무슨 수로 빼앗아.

#214 ◆9fU7s1fSJWk 2020/08/18 14:36:17

그런데 별이가 쾌활하게 말했어. 선생님 손에 짐도 많으신데 출석부는 자기가 들겠다고. 그제야 별이 계획이 뭔지 짐작이 됐어. 자연스럽게 출석부를 손에 넣은 다음 재빨리 솔이네 주소를 보려고 한 거였지. 선생님께서 아무 말씀도 없으시길래 처음엔 선생님이 거절을 하시려나 하고 걱정을 했어. 심장이 뛰고 두 손엔 절로 땀이 고였지. 빈이와 숨을 죽여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는데 선생님께선 흔쾌히 허락을 했어. 그 장면을 보자마자 온몸에 긴장이 풀려서 절로 웃음이 나오더라. 그 뒤 별이는 재빠르게 주소를 확인하고 교실로 걸음을 옮겼어. 계획이 순조롭게 잘 풀려가고 있었지.

#215 ◆9fU7s1fSJWk 2020/08/18 14:41:38

종례가 마치고 솔이네 집 주소까지 얻은 우리는 바로 솔이네 집으로 출발하기로 했어. 솔이가 워낙 자기 얘기를 안 해서 몰랐는데 집이 학교랑 제법 거리가 있더라고. 처음엔 거기가 어딘지 몰라서 지도를 켜보니 버스를 타고 20분은 족히 가야 나오는 데였어. 우린 지체할 필요 없이 바로 버스를 탔지. 빈이가 옆에 있어서 책 생각에 불안하진 않았지만 솔이가 너무 걱정됐어. 평소라면 시끌벅적할 빈이와 별이 모두 그 때만큼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가더라.

#216 ◆9fU7s1fSJWk 2020/08/18 14:45:50

익숙한 상가들을 지나 있는 줄도 몰랐던 아파트 단지가 모인 정류장 앞에서 버스가 멈췄어. 솔이가 살고 있다는 아파트였어. 우리가 아는 그런 일반적인 아파트가 아니라 가파른 경사의 골목길을 걸어 올라가야 되는 옛날 아파트였지. 우리는 지나가는 사람을 몇 붙잡고 길을 물어 간신히 솔이네 집으로 도착할 수 있었어.

#217 ◆9fU7s1fSJWk 2020/08/18 14:50:21

초인종을 누르면 솔이네 어머니가 나올지 솔이가 나올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무작정 초인종을 눌렀어. 솔이가 집에 있을 거란 확신은 없지만 왠지 이 곳에 솔이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거든. 초인종을 두어번 눌렀는데도 아무도 나오지 않아서 결국 빈이가 노크를 했어. 그렇게 세게 두드린 것도 아니었는데 통로식 아파트여서 그런 지 소리가 꽤 많이 울렸어. 그리고 몇 차례 더 두드렸는데도 아무도 나오지 않았지.

#218 ◆9fU7s1fSJWk 2020/08/18 14:53:54

우리는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아무 대답도 없는 걸 보면 집에 아무도 없구나라고 판단했어. 그리고 그냥 가려고 했어. 어디서 솔이를 찾아야 할 지 막막한 심정으로 말이야. 발걸음을 돌리려던 찰나에 갑자기 문이 열렸어. 누군가 힘차게 문을 여는 게 아니라 저절로 스르륵 열린 것처럼. 문이 삐걱이며 끼익하는 소리에 약간 겁을 먹었어. 정말 공포 영화에 나올 것 같은 소름끼치는 소리였거든. 하지만 열른 문 사이로 보이는 솔이의 모습에 안도할 수 있었어.

#219 ◆9fU7s1fSJWk 2020/08/18 14:57:59

자다가 나오기라도 한 건지 솔이는 머리는 까치집을 한 상태로 눈을 비비고 있었어. 그리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어. 너네가 여기까지 무슨 일로 왔냐고. 네가 갑자기 연락두절 돼 걱정도 되고, 책에 관해 할 얘기도 있어 이렇게 오게 됐다고 빈이가 깔끔하게 답했어. 그리곤 물었지. 실례가 아니면 들어가도 되냐고. 솔이는 약간 망설이는 듯하더니 들어오라고 했어.

#220 ◆9fU7s1fSJWk 2020/08/18 15:04:50

아니다. 들어오라고 하기 전에 현관문 바깥에 있는 쟁반을 가리키며 몸에 뿌리고 들어오라고 했어. 쟁반에는 소금이 잔뜩 담겨 있었지. 무슨 의도인지는 몰라도 솔이 표정을 보니 안 뿌리면 안 될 것 같았어. 우리는 서로의 몸에 한웅큼씩은 뿌려주고 솔이네 집으로 들어갔지.

#227 ◆9fU7s1fSJWk 2020/08/18 17:52:06

갑자기 흐름 끊어서 미안. 스레딕에서 제목 부분이 좀 두꺼워진 거 같은데 왜 이런 건지 알아? 아깐 안 그랬던 거 같은데 갑자기 바뀌어서.

#229 이름없음 2020/08/18 18:21:13

.

#231 ◆9fU7s1fSJWk 2020/08/18 19:29:21

>>228 글 써본 게 이번이 처음이라 이제 알게 됐어. 알려줘서 고마워

#232 ◆9fU7s1fSJWk 2020/08/18 19:35:54

그렇게 들어가게 된 솔이네 집엔 이상한 향이 났어. 뭘 태운 거 같은 이상한 냄새였는데 요리를 하다가 뭘 태운 냄샌 아니었어. 굳이 따지면 제사 지낼 때 피우는 향 냄새랑 비슷했지. 내부는 일반적인 가정집과 다를 게 없었는데 그런 냄새가 나길래 최근에 솔이네 집에서 제사를 드렸나보다 하고 처음엔 그렇게 넘어갔어.

#236 ◆9fU7s1fSJWk 2020/08/18 19:42:54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속이 메슥거리고 머리가 지끈거리는 거야. 엄청 심하진 않고 좀 신경쓰이는 정도로. 그래도 책 얘길 하러 온 거니까 그냥 얘길 하려고 했어. 그런데 빈이가 갑자기 내 말을 막고 밖에서 얘기하자고 말했어. 훗날 얘기 들어보니까 내 안색이 갑자기 파리해져서 그랬대.

#245 ◆9fU7s1fSJWk 2020/08/18 20:03:39

다행히 집 밖으로 나오니까 컨디션이 괜찮아졌어. 그렇게 자연스럽게 우린 근처 놀이터 정자에 앉아 얘길 시작했어. 물론 주로 얘기를 하는 사람은 나였지. 책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나니까. 여태까지 있던 일, 그리고 솔이가 가고나서 내게 있었던 일들을 쭉 말해줬어. 솔이는 진지한 자세로 들어줬고. 어떻게보면 허무맹랑한 이야기라 헛소리라고 넘길 법도 한데 진지하게 들어준 애들이 너무 고맙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었는데.

#246 ◆9fU7s1fSJWk 2020/08/18 20:04:43

>>243 저 책은 아니야. 그런데 내용이 유사하긴 해. 나무와 나무꾼에서도 결국 나무꾼이 나무를 베어버리거든. 이야기를 다 듣고 말이야.

#252 ◆9fU7s1fSJWk 2020/08/18 21:12:10

>>250 내용 자체가 잘 기억이 나진 않아. 사건이 마무리가 되면서 내용은 거의 다 잊어버렸거든. 그리고 하나 기억나는 얘기가 있긴 한데 이게 그 책에서 나온 건지, 아니면 그냥 여기저기서 들은 괴담이 기억에 남아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어.

#253 ◆9fU7s1fSJWk 2020/08/18 21:24:32

피부가 미친 듯이 가려워 쉴 새없이 긁다가 결국 백골까지 드러나게 됐는데, 거기서도 멈추지 않고 계속 긁어 뼈까지 가루가 되어 사라진 여자 얘기도 있던 거 같아. 이건 정말 책에 있었는지 확실하진 않지만.

#259 ◆9fU7s1fSJWk 2020/08/19 01:00:03

얘기가 끝나자마자 솔이는 고생 많았어, 여태껏 힘들었겠다라고 말해줬어. 사람이 심리적으로 육체적으로 몰려있다가 저런 위로를 들으니까 갑자기 울컥하더라고. 정말 눈물이 뚝뚝 떨어졌어. 그 때 빈이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줬어. 허둥대던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절로 울음이 멈추더라.

#261 ◆9fU7s1fSJWk 2020/08/19 01:05:03

그 뒤에 솔이는 학교를 나오고 지금껏 뭘했는지에 대해 말해줬어. 책을 들고 무작정 나온 솔이는 처음에 뭘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대. 반으로 돌아가면 다시 아까와 같은 소동이 일어날 것 같았고, 책을 버리면 내가 멘홀 뚜껑을 열어서라도 책을 가지러 갈 것 같았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어떡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집으로 가기로 했대.

#262 ◆9fU7s1fSJWk 2020/08/19 01:10:53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이 뭔진 모르갰지만 자신이 갖고 있는 게 좋을 거란 확신이 있었대. 일반인인 나와 달리 솔이네 집안은 대대로 무당 사주를 타고 난다고 하더라고. 솔이네 어머니가 무당이신 것도 그 때 처음 알았어. 솔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솔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가족들이 살아온 곳이라 무슨 기운이 되게 강하고 좋다고 했어. 그래서 이 책이 자신의 집에선 아무 효력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대.

#264 ◆9fU7s1fSJWk 2020/08/19 01:19:14

그리고 집에 오자마자 책이 든 가방을 방에 아무렇게나 놔두고 뭘 하다가 지금까지 쭉 잠들었다고 했어. 핸드폰은 무음으로 해놨어서 여태껏 못 받은 거고. 그 말까지 들으니까 정말 안심이 됐어. 적어도 솔이한테는 책이 영향을 주지 않았으니 말이야. 그래도 솔이가 계속 안전할 거란 보장은 없어서 책은 내가 가져가기로 마음 먹었어. 차라리 내 상태가 악화되는 게 낫지 솔이까지 그렇게 둘 순 없었거든. 솔이가 펄쩍 뛰면서 안 된다고 말하길래 그냥 몰래 가져가기로 했지. 다른 애들도 모르게 말이야.

#266 ◆9fU7s1fSJWk 2020/08/19 01:27:01

화장실이 급한데 잠깐 너네 집 좀 들려도 되냐고 물으니까 빈이가 처음엔 안 된다고 했어. 내가 걔네 집에서 상태 안 좋은 걸 봤으니까.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순간 자괴감이 왔지만 화장실이 너무 급해서 그렇다고, 후딱 갖다 오겠다고 말한 뒤에야 빈이도 순순히 날 보내줬어. 정말 운좋게 여기 근방엔 공중 화장실도 없었거든. 솔이가 문을 열어준 뒤 난 화장실에 들어가는 척했다가 솔이의 방에 들어가 책을 챙겨나왔어. 애들이 모두 현관 밖에 있었어서 가능한 일이었어. 내가 민망하다고 현관 밖에서 기다려달라고 했었거든.

#267 ◆9fU7s1fSJWk 2020/08/19 01:30:11

확실히 빈이와 조금 떨어진 것만으로 몸이 쑤시고 책 생각이 머릿 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어. 책을 손에 얻었을 땐 더 심했지. 그래도 이 악물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애들한테 돌아갔어. 다행히 책이 내 손에 있더라도 빈이가 옆에 있으면 안정이 되더라고. 솔이는 버스 정류장 앞까지 우릴 데려다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가 오길래 우리 모두 버스를 탔어.

#268 ◆9fU7s1fSJWk 2020/08/19 01:36:49

우리는 처음 버스를 탔을 때와 마찬가지로 맨 뒷좌석에 앉았어. 책 같은 어두운 주제를 일부로 피하려는 듯 시시콜콜한 얘기가 계속 됐고, 시간은 금방 흘러갔지. 나와 빈이보다 내릴 정류장이 가까웠던 별이가 먼저 버스에서 내렸고, 나는 빈이와 단둘이 남게 됐어. 갑자기 둘만 남으니까 되게 의식되더라. 누누이 말했지만 난 빈이에게 호감이 있었잖아. 신기하게 대화도 뚝 끊어져서 우린 아무 말없이 계속 앉아있었어. 내가 내릴 정거장에 도착할 때까지 말이야.

#269 ◆9fU7s1fSJWk 2020/08/19 01:42:43

버스카드를 찍고 딱 내리는데 빈이도 허겁지겁 같이 내렸어. 당황할 수 밖에 없었지. 내가 알기로 빈이네 집은 여기서 5정거장은 더 가야 했거든. 혹시 나 때문에 같이 내렸나하고 잠깐 기대를 품었지만 금세 접었어. 너무 사사로운 거에 의미부여하는 것 같았거든. 무엇보다 얘가 그럴 리도 없고. 그냥 이 근처에 들릴 곳이 있구나라고 생각했지.

#276 ◆9fU7s1fSJWk 2020/08/19 10:26:01

그래서 잘가라는 인사를 하고 집으로 가려는데 걔가 날 붙잡았어. 그리곤 같이 놀자고 얘기했지. 그런 얘길 들으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잖아. 얼굴에 확 열이 오르더라고. 심장도 아까보다 더 세차게 뛰었어. 좋기도 하고 좀 당황스럽기도 해서 그 연유를 물어봤어. 너무 궁금했으니까.

#277 ◆9fU7s1fSJWk 2020/08/19 10:30:02

우리랑 같이 솔이네 집으로 가기 전에, 빈이는 다른 친구랑 놀 계획을 세워놨었대. 그런데 약속이 취소됐고, 이미 가족한텐 친구집에서 자고 오기로 말해놔서 다시 가기도 좀 그랬대. 그래서 나보고 놀아달라고, 돈은 자기가 쏘겠다고 말했어. 용돈도 두둑히 받아서 자기 돈 좀 많다고 의기양양하게 말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절로 웃음이 나왔어.

#278 ◆9fU7s1fSJWk 2020/08/19 10:38:20

마침 지갑도 가방 안에 있었어서 난 좋다고 했어. 빈이가 자기가 쏜다고 말하긴 했지만 다 내게 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좋다고, 옷만 갈아입고 올 테니까 너도 집 들려서 옷 갈아입고 나오라 했어. 그런데 빈이는 자긴 가방 안에 사복 있으니까 나만 갈아입고 나오라 했어. 집 앞까지 같이 가주겠다고 말하면서 말이야.

#279 ◆9fU7s1fSJWk 2020/08/19 10:44:36

빈이는 현관 밖에 있고, 난 내 방에서 입을 옷을 고르고 있었어. 어떤 옷이 입는 게 예뻐 보일 지 고민하기보단 밖에서 빈이가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최대한 빨리 옷을 골랐어. 아마 평범한 트레이닝 바지에 면티였을 거야. 서둘러서 입고 나갔는데 빈이도 옷을 갈아입었더라? 그렇게 빨리 갈아입은 것도 신기하고 바지는 어디서 갈아입었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니까 마침 지나가는 사람 한 명도 없길래 계단에서 후다닥 갈아입었대. 이 일로 내가 변태라고 거의 1년간 놀려먹었어.

#280 이름없음 2020/08/19 10:46:20

와악 동접인가?? 세상에 반가워 레주!!!! 아 진짜 빈이랑 레주랑 썸타는 얘기 너무 귀엽다ㅠㅠㅠㅠㅠ 무서운 부분은 진짜 흥미진진하고!! 으아 달달해!!!!!

#283 ◆9fU7s1fSJWk 2020/08/19 11:12:50

맞아, 빈이랑 놀 때 난 책가방을 그대로 들고 나왔어. 노트북이나 교과서 같이 무거운 건 빼고. 아무래도 책을 그냥 집에 뒀다고 다른 사람들이 보면 큰일 날 거 같았거든. 아무튼 집 근처에 걸어서 10분 정도만 가면 놀거리가 많이 모여있는 상가가 있어서 나랑 빈이는 그 쪽에서 놀기로 했어. 떡볶이도 먹고, 인형 뽑기도 하고, 오락실에 가면 있는 총쏘는 게임 같은 것도 했어. 진짜 너무 재밌더라. 책과 관련된 건 전부 잊고 정말 신나게 놀았어.

#285 ◆9fU7s1fSJWk 2020/08/19 11:18:38

놀다 보니까 시간도 어둑어둑해져서 우린 코인 노래방에 갔어. 실은 내가 먼저 가기로 했다? 그냥 내가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기도 했고, 빈이가 노래를 어떻게 부를지 궁금했거든.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게 있어. 아무래도 코인 노래방은 내부가 좁아서 사람들이랑 좀 붙어 앉아야 하잖아. 갑자기 엄청 의식이 되는 거야. 나와 빈이가 완전히 붙어앉은 건 아니었지만 그냥 내 바로 옆에 빈이가 앉아있다는 게 너무 의식 됐어. 그제서야 지금까지의 루틴이 데이트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286 ◆9fU7s1fSJWk 2020/08/19 11:23:12

지금까지 멀쩡했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어. 최대한 티 안내려고 했지. 그때까지만 해도 난 빈이랑 사귀겠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있었거든. 그냥 좋은 친구로 남고 싶었으니까. 사람들이 다 알 법한 발라드와 팝송을 부르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삑소리도 나고 음정을 놓치기도 하면서 실수를 연달아서 했어. 빈이가 뭘 그렇게 긴장했냐고 웃으면서 말하는데 너무 창피했어. 그래도 친구들한테 노래 잘 부른다는 소리 몇 번 들었는데 오늘따라 안 되니까.

#287 ◆9fU7s1fSJWk 2020/08/19 11:29:52

괜히 속상한 마음에 시무룩해져서 노래를 불렀어. 그런데 빈이가 혼자서 노래 해보면 안되냐고 물었어. 하고 싶은 노래가 있는데 내가 잘 모를 것 같다면서 말이야. 노래 부르고 싶은 마음도 아니라 그냥 그러라고 했지. 그리고 빈이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리모콘을 들어 노래를 틀었어. 난 그날 처음으로 한번도 안 틀리고 누구도 부르기 어려운 노래를 풀버전으로 들었어.

#289 ◆9fU7s1fSJWk 2020/08/19 11:33:38

근데 그 노래가 가사도 웃기고 부르기도 어렵잖아. 애가 고통스러워 하면서 열심히 부르는데 정말 배꼽이 빠지는 줄 알았어. 그 뒤에 흥보가 기가 막혀까지 부를 땐 진짜 거의 바닥에 엎어져서 울었지. 그때부터 분위기가 확 살아서 같이 싸이 노래도 부르고 노라조 노래도 부르면서 엄청 재밌게 놀았어. 아마 둘이서 10000원 어치는 불렀을 거야.

#291 ◆9fU7s1fSJWk 2020/08/19 11:50:53

마지막으로 두 곡쯤 남았을 무렵엔 우리 둘다 기력이 빠져있어서 잔잔한 발라드를 부르기로 했어. 십센치 노래를 같이 불렀는데 기분이 몽글몽글하면서 좋고 쑥쓰럽고 그러더라. 또 아까 그런 곡들을 부를 땐 몰랐는데 의외로 노래를 엄청 잘 불러서 더 설렜던 거 같아.

#295 ◆9fU7s1fSJWk 2020/08/19 17:23:52

그렇게 계속 놀고 놀다보니까 어느 새 10시 정도가 됐어. 대부분 알겠지만 학생들은 10시가 되면 노래방을 이용할 수가 없잖아. 그래서 그냥 헤어지려고 했어. 더 하고 놀 것도 없으니까. 그런데 빈이가 조금만 더 놀다 가자고 했어. 자기가 오늘 집에 못 들어가는 상황이라 혼자 있기 무섭다고. 다른 사람이었으면 딱 잘라 거절했겠지만 빈이는 내가 정말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 중 한 명이라 알겠다고 말했어.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엉성한 변명이었는데 그냥 빈이가 말해서 믿었던 거 같아.

#296 ◆9fU7s1fSJWk 2020/08/19 17:33:20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말 갈 데가 없더라고. 아까 떡볶이 먹어서 배는 부르지, 웬만한 놀 거리는 이미 다 즐겼는데다가 들어갈 수도 없지. 어디를 좀 돌아다녀 볼까란 생각도 했는데 여기 근처엔 공원이나 산길 같은 곳도 없었어. 그래서 정말 재미없지만 24시간 스터디 카페로 갔어. 그리고 그제서야 가족들한테 연락을 넣었어. 독서실에서 공부하느라 늦으니까 나 기다리지 말라고. 성적만 잘 나오면 체벌도 마다하지 않는 분이셔서 그런 지 흔쾌히 허락하시더라.

#297 ◆9fU7s1fSJWk 2020/08/19 17:35:48

그리고 놀랍지만 거기서 공부만 했어. 신기하지? 간간히 페메로 잡담을 하긴 했지만 한참을 공부에 집중했지. 무엇보다 최근에 책 때문에 제대로 공부를 할 시간이 없었거든. 그 동안 못한 공부를 하는데 집중했었어. 빈이는 아무 것도 공부할 게 없길래 내 수학 문제집을 빌려줬었고.

#298 ◆9fU7s1fSJWk 2020/08/19 17:42:28

그렇게 한 새벽 2시까지 공부하니까 사람들이 아무도 없더라. 들어갈 때부터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았는데 2시 정도가 되니까 우리 말곤 정말 아무도 없었어. 그날따라 별로 잠도 안 오고 집중도 잘 되서 난 그냥 계속 공부를 하려고 했는데 빈이가 피곤해 쓰러지려고 하더라고. 빈이가 잠들어도 난 상관 없었는데 빈이가 계속 안 자려고 했어. 그러다가 못 참겠는지 휴게실에 가서 잠깐 떠들고 오자고 하길래 빈이를 따라갔지.

#299 ◆9fU7s1fSJWk 2020/08/19 17:47:26

오늘 놀았던 얘기도 하고 진로 얘기도 나누는데 빈이가 엄청나게 피곤해 했어. 막 허벅지까지 꼬집으면서 잠을 안 자려고 하는 거야. 정말 이러다가 쓰러질까봐 걱정이 되서 그렇게 피곤하면 집에 가서 자라니까 빈이가 그건 안 된대.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이상하더라고. 부모님한테는 약속이 취소됐다고 말한 뒤에 집으로 들어가면 되잖아. 정말 말그대로 너무 궁금해서 빈이한테 물었어. 너 오늘 나랑 왜 논 거냐고. 집에 그냥 돌아갈 수도 있었던 거 아니냐고.

#300 ◆9fU7s1fSJWk 2020/08/19 17:52:57

빈이의 상태는 정말 잠들기 전이었어. 자기 직전에 사람이 말을 걸면 정말 아무 말이나 대답하잖아. 빈이도 그러더라고. 눈 감고 의자 등받이 허리를 기대며 나 때문이라고 말했어. 내가 그동안 너무 힘들어 보였는데 자기가 옆에 있으면 괜찮아지는 게 너무 안심이 됐대. 학교에서는 쉬는 시간마다 찾아오면 어떻게든 할 수 있지만 학교가 끝나면 아니잖아. 그래서 처음부터 나랑 계속 같이 있으려고 했다는 거야.

#302 이름없음 2020/08/19 17:5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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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7 이름없음 2020/08/19 23:3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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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 ◆9fU7s1fSJWk 2020/08/20 00:57:50

아무튼 빈이 말을 정리해보자면 날 생각해서 지금까지 같이 있어준 거라는 얘기잖아. 너무 고맙고 미안한데 한편으로는 정말 설레더라고. 좋아하는 애가 잠까지 참아가며 날 배려해주는데 어떻게 안 설렐 수가 있었겠어. 그러니까 한 가지 기대가 생기더라고. 혹시나 빈이도 나랑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하고 말이야. 김칫국을 사발로 들이키는 것 같아 바로 생각을 접었지만.

#309 ◆9fU7s1fSJWk 2020/08/20 01:04:52

대신 다른 걸 물었어. 이렇게까지 날 챙겨주는 이유가 뭐냐고. 솔직히 말해서 원하는 답을 듣고 싶은 마음에 한 질문이었어. 혹시 얘도 날 좋아하지 않을까, 너도 날 좋아해서 이렇게까지 챙겨준 게 아닒가 하는 아주 작은 희망을 품고 말이야. 그런데 답이 없었어. 무슨 말을 할 지 고민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잠든 건지 구별이 되지 않아서 자세히 보니까 잠들었더라고. 조금 허탈하긴 했지만 잠들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빈이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진 모르겠지만 바로 마주할 준비는 안 되어 있었거든.

#311 ◆9fU7s1fSJWk 2020/08/20 01:07:39

스터디 카페 안 쪽에 배치된 담요를 빈이에게 덮어주고 자는 빈이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나도 깜빡 잠들었어. 얘 옆이면 괜찮다는 안도감 때문에 긴장이 풀려서 잠들었던 거 같아. 그리고 그날엔 꿈에 나무가 등장하지 않았어. 덕분에 단비 같은 깊은 잠을 잤지.

#312 ◆9fU7s1fSJWk 2020/08/20 01:14:35

그렇게 한참을 자다가 6시에서 7시 사이에 일어났던 걸로 기억해. 정확히는 테이블에 엎드려서 자던 날 빈이가 깨웠어. 같이 학교 가자면서 말이야. 자기 전까지만 해도 후드티에 편한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일어나니 교복으로 갈아 입었더라고. 급하게 얼굴을 더듬거렸는데 다행히 침을 흘린 자국은 없었어. 내 교복은 집에 있으니까 가족들 몰래 집에 들려서 옷을 갈아입고 바로 학교로 향했어. 빈이는 그때처럼 현관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말이야.

#314 ◆9fU7s1fSJWk 2020/08/20 01:22:47

우리집에서 학교까지의 거리는 그리 먼 편이 아니라서 학교까지는 금방 갔어. 우리 학교는 8시 50분까지 등교라 가는 길에 사람도 거의 없었지. 그러다 하나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는데, 우리가 학교에 너무 일찍 도착해서 교문도 안 열려있던 거야. 다행히 근처에 계시던 순찰아저씨가 우릴 보고 금방 문을 열어주시긴 했지만.

#315 ◆9fU7s1fSJWk 2020/08/20 01:31:15

여기서 궁금한 점이 있을 레더도 있을 거야. 분명 어제 학교 끝나고부터 집에 안 들어갔으면 씻지 않았을 텐데, 그럼 아침까지 그렇게 안 씻고 있었던 거냐고. 결론부터 말하면, 맞아. 나랑 빈이는 전날 급식을 먹은 이후로 전혀 씻지 않은 상태였어. 한 마디로 꼬질꼬질했지. 그래서 우린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같이 씻었어. 머리까진 어쩔 수 없으니 일단 양치와 세수를 했어. 그마저도 빨랫비누로 대충 세수를 한 거라 엄청 깨끗해지진 않았지만 말이야. 얼굴이 진짜 뻣뻣해지더라.

#316 이름없음 2020/08/20 01:3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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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 ◆9fU7s1fSJWk 2020/08/20 01:39:03

더러운 건 참겠는데 얼굴 빳빳해지는 건 도저히 못 참겠더라. 정말 참다참다 도저히 못 참겠어서 별이한테 학교 올 때 스킨 로션 좀 챙겨와달라고 부탁했어. 아무튼 그 뒤엔 애들이 올 때까지 빈이랑 장난도 치고 시끄럽게 떠들면서 놀았어. 확실히 전날에 그렇게 노니까 더 친해진 거 같더라고.

#318 ◆9fU7s1fSJWk 2020/08/20 01:4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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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 ◆9fU7s1fSJWk 2020/08/20 01:53:01

그리고 그 뒤에 우리반에서 더 떠들었나 아님 잠을 잤나? 잘 기억은 안 나는데 별이가 돌아오기 전까진 우리반에 있었을 거야. 별이는 웬일인지 평소보다 아주 일찍 학교에 도착했어. 그리고 내게 스킨이랑 로션을 건네줬지. 드디어 피부에 수분 공급을 하는 구나라는 심정으로 야무지게 로션을 바르고 있는데 별이가 물었어. 혹시 둘이 어제부터 같이 있었냐고 말이야. 평소엔 눈치도 느린 애인데 이렇게 정곡을 찔러서 당황했어. 그리고 너무 당황스럽고 부끄럽더라고.

#324 ◆9fU7s1fSJWk 2020/08/20 10:56:45

여기서 어제부터 빈이랑 같이 있었다고 하면 별이가 둘이 무슨 사이냐, 혹시 사귀냐면서 놀릴까봐 도저히 말을 못 꺼내겠더라고. 거짓말은 못하겠고 사실대로 말할 수도 없어서 진땀을 빼고 있었어. 그런데 빈이가 나랑 어제부터 같이 있었다고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더라. 아무렇지 않은 걸 넘어서서 너무 산뜻하게 말하길래 얘 뭐하는 애지 싶었어.

#325 ◆9fU7s1fSJWk 2020/08/20 11:04:42

그런데 의외로 별이가 덤덤하게 받아들이더라고. 아 그래? 라는 말이 끝이었어. 다음엔 자기랑도 같이 놀자는 말을 덧붙이긴 했지만 거기서 정말 끝. 혹시라도 내가 빈이한테 어떤 맘을 품고 있는지 들킬까봐 노심초사하긴 했지만 이렇게 넘어가니 조금 허탈했어. 뭐 물론 다행이었지만 말이야. 모든 게 평화롭고 아침 조회 시간이라 빈이도 자기 반으로 돌아가야 했을 때 우린 잊고 있던 사실을 기억했어. 솔이가 아직까지 학교를 오지 않은 거야.

#328 ◆9fU7s1fSJWk 2020/08/20 11:10:12

평소 지각도 자주하는 애지만 최근에 책 사건이 있었잖아. 설마 솔이가 책의 영향을 받아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봐 너무 불안했어. 나도 그 책 때문에 제대로 된 일상생활을 할 수 없었는 데다가 이런저런 사고도 자주 겪었는데 솔이도 그런 걸까봐. 급하게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수신음만 갈 뿐 솔이는 전화를 받지 않았어. 그렇게까지 되니까 정말 불안해서 미칠 것 같더라.

#337 이름없음 2020/08/21 01:5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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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 ◆9fU7s1fSJWk 2020/08/21 10:02:42

스레주야. 맨처음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내 글에 관심을 가져줄 거라 생각하지 몰랐어. 일단 여기 있는 레더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 내가 겪은 일을 몰입해서 별거 아닌 내 글을 읽어주고 있으니까. 하지만 난 아직 학생이라 한 번에 긴 얘길 풀기엔 어려움이 있어ㅠㅠ 최대한 틈틈히 쓰고 있는데 레더들을 기다리게 할 때가 많을 것 같아. 그럼 이제 이어서 풀게.

#343 ◆9fU7s1fSJWk 2020/08/21 10:07:39

다른 반인 빈이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반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됐지만 솔이는 끝까지 오지 않았어. 빈이가 떠나자마자 몸이 바로 안 좋아져서 난 계속 엎드려 있었고, 별이는 선생님들 몰래 한참을 솔이에게 연락했어. 몇 통의 전화를 걸고, 수십 통의 문자를 남겼지만 끝끝내 솔이는 연락을 받지 않았어. 수업이 끝난 뒤에도 말이야.

#344 이름없음 2020/08/21 10: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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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 ◆9fU7s1fSJWk 2020/08/21 10:16:46

별이가 솔이에게 연락하는 동안 난 한참을 자책하고 있었어. 내가 왜 그 책을 샀을까. 왜 나 때문에 친구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는 걸까. 그 날 서점에 가지 말걸. 그런 자책을 한참하다가 순간 책이 떠올랐어. 읽고 싶어서 떠올랐다기보단 정말 말그대로 책이 지금 내 가방에 있는지 의문이 들었어. 분명 어제 책가방에 챙겼지만 만에 하나라는 게 있잖아. 아무리 버려도 물건이 사람에게 되돌아가는 유명한 괴담도 있고. 떨리는 마음으로 가방을 살펴봤는데 다행히 내 가방 안에 있었어. 정말 다행이었지. 적어도 그 책이 솔이에게 돌아가 악영향을 준 건 아닐 테니까.

#346 ◆9fU7s1fSJWk 2020/08/21 10:28:50

하지만 문제는 다음이었어. 별이가 그 책을 봐버렸거든. 별이는 공포에 질린 표정을 감추지도 못하고 내게 물었어. 그 책이 왜 여기 있냐고. 자연스럽게 우리 반으로 들어온 빈이도 그 책을 보게 됐어. 둘은 책이 저절로 내 가방에 들어온 것이다, 솔이가 자기 가방인 줄 알고 책을 내 가방에 넣은 것이다라며 의견을 맞춰가고 있었어. 내가 스스로 가방에 넣은 거라곤 생각도 못하고 말이야.

#351 ◆9fU7s1fSJWk 2020/08/21 12:17:39

아, 그날 되게 신기했던 게 평소보다는 몸이 좋았어. 빈이가 옆에 없었는데 말이야. 전에는 망치로 쉴 새 없이 뇌를 내리치는 느낌이었으면 이젠 뇌를 주물거리는 정도였어. 물론 괜찮거나 완전 안 아픈 건 아니지만 지난 고통에 비하면 참을 느낌이었어. 그래서 별이가 연락 거는 걸 볼 수 있었어. 예전 같았으면 거의 기절 직전까지 가느라 주변을 볼 겨를도 없었을 텐데 말이야. 앞에 부분에 쓰려고 했는데 깜박하고 못 썼어ㅠㅠ

#352 ◆9fU7s1fSJWk 2020/08/21 12:24:35

그런데 점점 애들의 얘기가 심각한 방향으로 흘러갔어. 무당집에서도 나올 정도면 우리 상상 이상으로 책이 강한 거 아니냐, 이거 어떡해야하는 거냐 라며 분위기가 심각해져 갔지. 그래서 사실대로 말했어. 내가 가져온 거라고. 만약 솔이에게 있다가 더 안 좋은 영향이 갈까봐 들고 올 수밖에 없었다고. 차라리 내가 더 아픈 게 낫지 솔이까지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서 들고 왔다고.

#353 ◆9fU7s1fSJWk 2020/08/21 12:29:11

나도 내가 답답하다는 걸 알아. 내 몸 하나 관수도 못하면서 그 난리를 겪어 놓고 또 책을 들고 온 거니까. 하지만 책을 들고 온 건 후회하지 않아. 정말 얘네들은 소중한 친구라서, 내 목숨을 버려서라도 지키고 싶은 내 친구들이라서 이 책이 걔네들한테까지 영향을 끼치게 하고 싶지 않았어. 그런데 이미 솔이는 이 책과 접촉을 했잖아. 만약 그 짧은 접촉으로도 그 책이 영향을 줬다면 차라리 내가 갖고 있는 게 가장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어.

#354 ◆9fU7s1fSJWk 2020/08/21 12:34:43

솔직히 이해해주기를 바라진 않았지만 별이랑 빈이가 정말 크게 화내더라. 사소하게 툭닥거린 적은 있지만 이렇게까지 화를 내던 건 처음이었어. 별이가 제정신이냐고 크게 소리쳐서 순식간에 반애들의 이목이 우리에게 집중됐어. 지금 네가 죽게 생겼는데 누굴 생각하는 거냐고, 이렇게 하면 솔이가 좋아할 줄 알았냐면서 한참을 화를 내는데 빈이가 제지했어. 밖에 나가서 얘기하자면서 말이야.

#355 ◆9fU7s1fSJWk 2020/08/21 12:37:36

빈이가 그렇게 말한 이유를 알고 있어. 또 나를 배려했던 거야. 별이보다 자기가 더 화나보였으면서. 내가 사람들 시선을 받는 데에 트라우마가 있다는 걸 기억하고 그렇게 말한 거야.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 왜 그렇게까지 날 위했던 건지 모르겠어. 정말로.

#356 ◆9fU7s1fSJWk 2020/08/21 12:47:44

우리 학교엔 층마다 바깥에 나가 앉을 수 있는 정자가 놓인 장소가 있었어. 쉼터처럼. 거기로 자리를 옮겨 얘기하려는데 우리가 싸움났다는 얘기가 퍼져 애들 몇 명이 우리를 따라오려고 했어. 그 때 빈이가 욕하는 거 처음 봤어. 남에 일에 사사건건 왜 시비냐. 좆같이 따라다니지 말고 꺼져라 라며 크게 화냈어. 워낙 조근조근하고 예쁘게 말하던 애라 그때 한 욕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더라.

#357 이름없음 2020/08/21 12:4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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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 ◆9fU7s1fSJWk 2020/08/21 12:5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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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 이름없음 2020/08/21 12:5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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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 이름없음 2020/08/21 21: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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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6 ◆9fU7s1fSJWk 2020/08/22 01:25:58

>>364 난 이 일이 얼마 되지 않은 일이라고 언급한 적이 없어. 아니 애초에 이 일이 고등학생 때 있었던 일이란 것만 밝혔지 그 외의 정보는 밝히지 않았어. 결론만 말해서, 지금 풀어가고 있는 시점은 고1 여름 쯤이고 지금 난 고3이야.

#367 ◆9fU7s1fSJWk 2020/08/22 01:28:49

>>362 몇 번 말했다시피 내가 기억하는 에피소드는 겉과 속이 뒤집힌 남자랑 자신의 신체를 전부 먹어버린 사람이 전부야. 나머지는 정말 거의 기억이 나지 않아. 하지만 나무와 나무꾼은 서양을 배경으로 적혀있던 작품이라 그 이야긴 책에 수록되지 않았을 거야.

#368 ◆9fU7s1fSJWk 2020/08/22 01:46:22

순식간에 구경꾼들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고, 나는 애들에게 끝없는 질책을 받았어. 주로 남 생각하기 전에 내 생각부터 하라는 내용이 대다수였어. 솔이도 자신들도 네가 그렇게까지 헌신해야 할 대상들이 아니라고 말했어. 화를 간신히 억누르는 듯이 떨리는 음성으로 한 글자 한 글자 내뱉는데 그 땐 별이랑 빈이가 이해가 가질 않았어. 그냥 나 하나만 아프면 끝날 문젠데 왜이렇게까지 나를 몰아붙이는지 말이야. 좀 시간이 흐른 뒤에야 내가 별이, 솔이, 빈이를 소중하게 여기듯이 걔네도 날 소중하게 여겨서 그런다는 걸 알게 됐지. 나였어도 그 셋 중 하나가 나와 같은 행동을 했다면 빈이, 별이와 같은 반응을 했을 거야.

#369 ◆9fU7s1fSJWk 2020/08/22 01:51:43

그 땐 내가 미안하다는 말로 넘어가서 되게 얼렁뚱땅하게 넘어갔어. 그냥 빨리 상황을 모면하려는 핑겨처럼 말이야.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건 아니지만 생각할 수록 그 시절의 내가 참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남들이 원하는 대답을 해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거든. 사실은 그게 전혀 아닌데. 애들도 별말을 하진 않았지만 내가 말로만 그렇게 대답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을 거야.

#370 ◆9fU7s1fSJWk 2020/08/22 01:57:23

아무튼 처음으로 생긴 우리의 불화는 어영부영 마무리 됐어. 서로 불만은 남아있었지만 일단은 그렇게 넘어갔지. 아직가지도 오지 않는 솔이의 소식을 아는 게 급선무 였으니까. 바로 이어서 였는지 아니면 그 다음 쉬는시간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우린 우리반 담임 선생님께 여쭌 뒤에야 솔이의 행방을 찾을 수 있었어. 그 소식이 좋은 소식은 아니었기에 마냥 기뻐할 순 없었지만 말이야.

#372 ◆9fU7s1fSJWk 2020/08/22 02:04:02

솔이는 집이 멀다고 했잖아. 그래서 매일 대중교통을 타고 등교를 했어. 오늘도 어김없이 그렇게 학교를 오려는데 사고가 났대. 그것도 좀 큰 사고였나봐. 사고가 나자마자 병원으로 이송됐고, 아직까지 의식 불명이라는 거야. 난 그 사고가 책 때문이란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지. 그 책은 불행을 몰고 왔고, 그 불행 중 하나인 사고는 나조차도 경험한 거였으니까. 얘길 듣자마자 속이 너무 역해서 화장실로 달려가 구토를 했어. 이유야 어찌됐든 솔이가 사경을 헤매게 된 원인 제공자는 바로 나였으니까. 솔이에게 너무 미안하고 내가 너무 원망스러워서 눈물이 끊이질 않았어.

#374 ◆9fU7s1fSJWk 2020/08/22 02:19:22

아까 다퉜던 일 때문에 우리 셋 사이의 분위기는 꽤나 어색했어. 정말 서로 친해지고 나서 처음으로 다툰 거였거든. 그런데 제대로 해결되지도 않았으니 어색할 만도 했지. 그래도 쉬는시간마다 빈이가 우리 반에 찾아와줬어. 내가 걔 옆에 있으면 상태가 호전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학교가 끝마칠 때까지 그 어색한 분위기가 유지되긴 했지만 다들 암묵적으로 한 약속이 있었지. 솔이가 입원해있는 병동에 찾아가는 거 말이야. 난 곧바로 화장실로 뛰어가느라 제대로 못 들었지만 선생님은 별이에게 솔이가 입원한 병원과 그 방을 알려주었다고 해. 버스를 타고 40분 정도 가다보면 나오는 커다란 병원이었지. 우리는 곧바로 그 병원으로 출발했어. 여전히 대화를 이어나가는 건 어색했지만 말이야.

#379 이름없음 2020/08/22 13:3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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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 ◆9fU7s1fSJWk 2020/08/22 15:20:27

늦게 돌아와서 미안ㅠㅠ 오늘은 정말 바빠서 글 못 올릴 거 같아ㅠㅠ 내일 여유 있으면 돌아올게.

#388 ◆9fU7s1fSJWk 2020/08/23 10:16:21

윗스레들 중에서 최근에 있던 일이 아닌 거 아니냐는 이유로 스레가 혼잡해진 거 같아서 이렇게 글을 남겨. 일단 내가 단어 선택을 잘못했다고 생각해. '최근'이라는 단어는 굉장히 추상적이잖아. 레더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118 스레에 정확히 2018년도에 있었던 일이라 표기했어야 하는데 단순히 최근이라고 뭉뚱그려 레더들에게 혼란을 준 점 사과할게. 내 기준에서 2년 전이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깊은 고민 없이 쓴 스레였어서 이 단어가 문제를 불러일으킬 거라 생각하지 못했거든. 만약 레더들이 저 스레가 거슬린다면 지금이라도 수정할게.

#389 ◆9fU7s1fSJWk 2020/08/23 10:22:07

지금은 밖에 나가봐야 해서 바로 얘기를 풀기는 어려울 거 같아ㅠㅠ 그리 오래 걸리는 외출은 아니니까 최대한 빨리 돌아와서 이어서 풀게. 아마 2시 정도엔 돌아오지 않을까 싶어.

#397 이름없음 2020/08/24 02: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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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 ◆9fU7s1fSJWk 2020/08/24 07:58:54

스레 쓴다고 해놓고 완전 잊고 있었어.. 미안해 레더들ㅠㅠ

#401 ◆9fU7s1fSJWk 2020/08/24 08:00:50

>>398 원래 사람 유추하는 거 금지 항목 아니야? 일단 난 아니긴 해.

#410 이름없음 2020/08/25 1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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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 ◆9fU7s1fSJWk 2020/08/27 00:49:17

다들 오랜만이야. 얘기도 없이 안 돌아와서 많이들 당황했을 거라 생각해. 일단 그동안 왜 돌아오지 못했는지 알려줄게. 내가 언급한 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부모님께선 굉장히 엄격하신 편이야. 사람의 됨됨이나 성적 같은 걸 굉장히 중요시 여기셔서 그 밖의 다른 모든 것들은 전부 무시하는 경향이 있으셔. 그런데 내가 이 스레를 쓰면서 전보다 공부에 시간을 투자하지 못했고, 나태해진 내 모습을 보고 부모님이 내 전자기기를 모두 압수했어. 노트북이나 휴대전화 같은 거. 9월 모고가 곧인데 내가 풀어진 모습이 아니꼬웠나봐. 컴퓨터로 내 사정을 알릴 수도 있었지만 컴퓨터는 아빠 서재에만 있어서 할 수 없었어. 지금은 동생한테 휴대폰을 빌려서 스레를 적고 있어. 동생은 내가 이 스레를 올리는 걸 알거든. 아무튼 일이 이렇게 되서 당분간 스레를 올리는 건 무리일 거 같아. 그래도 수능이 끝날 때쯤엔 돌려받을 수 있을 테니까 그 때까지만 기다려줘ㅠㅠ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돌아올게.

#421 이름없음 2020/08/27 00:5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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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 이름없음 2020/08/27 00:5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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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이름없음 2020/08/27 18:5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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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5 이름없음 2020/08/28 20: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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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0 이름없음 2020/08/31 08: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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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3 이름없음 2020/09/01 18: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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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6 이름없음 2020/09/03 02:4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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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 이름없음 2020/09/04 01: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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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4 이름없음 2020/09/07 18:2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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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5 이름없음 2020/09/09 11: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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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2 이름없음 2020/09/16 02: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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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5 이름없음 2020/09/22 13:4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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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7 이름없음 2020/09/25 16:5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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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0 이름없음 2020/10/24 21: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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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2 이름없음 2020/10/24 23: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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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6 이름없음 2020/11/24 22: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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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1 ◆9fU7s1fSJWk 2020/12/05 17:36:30

다들 안녕? 너무 오랜만에 돌아와서 약간은 긴장된다ㅎㅎㅎㅎ 그동안 잘 지냈어?

#513 ◆9fU7s1fSJWk 2020/12/05 17:38:34

오랫동안 스레를 올리지 않아서 어떻게 스레를 다시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더라고. 수능이 끝난 날부터 말을 고르고 고르다가 이렇게 다시 글을 올려.

#516 ◆9fU7s1fSJWk 2020/12/05 17:42:01

일단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는데도 잊지 않고 찾아와준 레더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 사실 수능 준비로 잠수를 탈 동안 스레가 완전히 묻힐거라고 생각했거든. 예상과 다르게 너무도 많은 응원과 격려가 스레를 가득 채웠더라고. 비록 수능이 끝나고 발견해서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다들 너무 고마워! 정말, 진심으로.

#517 ◆9fU7s1fSJWk 2020/12/05 17:45:43

>>374 둘러보니 이 스레가 마지막으로 올렸던 썰이더라고. 이 부분을 기준으로 쭉 이어서 풀게.

#518 ◆9fU7s1fSJWk 2020/12/05 18:02:26

병원에 도착하고 길을 물어물어 겨우 솔이의 병실을 찾을 수 있었어. 솔이에게 미안한 감정이 너무 커서 문을 여는 것조차 망설이고 있는데 별이가 벌컥 문을 열었어. 아마 긴장해서 그랬을 거야. 걘 침착하지 못할 때 평소보다 과장되게 행동하니까.

#528 ◆9fU7s1fSJWk 2020/12/06 01:43:55

>>527 그 책이랑 분위기는 비슷하지만 다른 표지인 거 같아. 그 표지는 남자의 측면 얼굴을 비추고 있었거든. 그래도 신기하다. 조금 덜 음침하긴 해도 내가 알던 표지랑 무척 인상이 닮았어.

#529 ◆9fU7s1fSJWk 2020/12/06 01:45:29

돌아온 기념으로 연달아 스레를 올리려고 했는데 너무 피곤하다ㅠㅠ 수능 끝나고 나선 하루에 12시간은 자는 거 같아. 내일 아침에 다시 돌아올게. 궁금한 점 있으면 스레에 남겨 줘. 아는만큼 최대한 답변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