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니뭐니 해도 사람이 가장 무섭다는 말에 동의해

괴담 2020/10/14 14:31:23

#1 ◆bu1bbgZg46n 2020/10/14 14:31:23

스레딕 시작한지 4개월 정도 돼서 이렇게 글을 쓰려고 작정한 건 처음이야. 전에 사람이 가장 무섭다는 글을 보고 나도 꽤 오래 생각해봤는데 내 경험담도 진짜 사람이 무서운 일화라고 생각해서 쓰게 됐어... 조금 편협한, 내 기준에서 쓰이는 가정사로 보일수도 있지만 일단 지금의 나로써는 이게 굉장히 크리피하고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거든. 들어주면 좋겠어. 우선 나는 지금 30대 초반이고, 내가 겪은 일은 23살 성인때까지 집안에서 이어진 일이야. 혹시라도 짧은 내용을 원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요약하자면... 1. 내가 태어날 무렵부터 부모님은 나를 정신적 장애 (지적 장애)가 있는 아이로 소개하고 다녔고, 그렇게 보이도록 강요했다. 2. 윗쪽에 대하여 내가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반항하기 시작하자, 실제로 정신병원에 잠시 입원시켰었다. 3. 이것들이 잘못된 것을 깨닫고 성인이 되어 경제적 여유를 만든 뒤 독립했다. 내 인생의 이야기야. 음... 조금 부끄럽긴 한데 어디가서 얘기했다가 문제 될까봐 무서워서 여태까지 어딘가에 말한 적은 없어. 혹시라도 이렇게 올린 스레가 문제가 될까 걱정되기도 해... 우선 지금은 회사 쉬는 시간이라 적고 있는데 정확하게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는 천천히 풀게.

#2 이름없음 2020/10/14 14:33:20

보고있어 잠깐만 봐도 굴곡이 많았구나 레주...

#3 이름없음 2020/10/14 14:33:45

ㅂㄱㅇㅇ

#4 ◆bu1bbgZg46n 2020/10/14 14:37:12

>>2 그렇게 느껴져? 사실 당시엔 엄청 힘들고 지금도 생각하면 고통스러운 기억이긴 하지만... 지금은 꽤 시간이 많이 지나서 괜찮아진 것 같아. ㅎㅎ 사실 시간이 많이 지난만큼 어딘가에 올리면 지금보다 더 괜찮아질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나 나처럼 좀 이상한 집안에 있는 사람들이 자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까 싶네. 고마워!

#5 ◆bu1bbgZg46n 2020/10/14 14:39:37

우선 우리 집안 사람들을 알려줄게. 아빠는 4 남매중에 장남이야. 아빠 아래로는 여동생, 여동생, 남동생. 이렇게 작은 아빠 한 분이랑 고모가 두 분 계셔. 엄마는 6 남매중에 차녀. 엄마의 오빠, 그리고 엄마의 여동생 셋, 남동생 한 명. 그리고 그런 아빠와 엄마가 결혼해서 낳은 자식은 내가 유일한 외동딸이야. 두분은 결혼을 다른 형제자매에 비해서 조금 늦게 하셨어, 안 그래도 늦게 결혼하신 분들이라 내가 태어났을 때 다른 친척 언니 오빠들은 어느정도 나이가 있는 편이었고.

#6 ◆bu1bbgZg46n 2020/10/14 14:42:08

이유는 나중에 조금이나마 알게 되지만, 우선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지적 장애아가 되는 걸 강요받았어. 글을 읽고 쓰게끔 교육하지만, 말할 땐 꼭 말을 더듬어야만 했어. 이 영향 때문에 아직도 감정이 고조되거나 긴장하거나 무서울 땐 말을 심하게 버벅거려. 평상시엔 잘 안그러지만 아무튼... 어려서부터 말을 할 때에는 꼭 한 번 입을 열었을 때 3번 이상 버벅거리고 더듬는게 필수였어. 버벅거리는게 힘들면 그냥 헤헤~ 하고 웃어버리라고 계속 강조하고 또 강조하셨지. 내가 버벅거리지 않고 똑바로 말을 하기라도 하면 회초리로 종아리를 열 대 맞았어.

#7 이름없음 2020/10/14 14:42:26

ㅂㄱㅇㅇ!!

#8 ◆bu1bbgZg46n 2020/10/14 14:44:31

그 외에도 글을 쓸 때에는 반드시 삐뚤빼뚤하게 써야만 했어. 어딘가 맞춤법이 틀린 곳도 있어야 했지. 사실 이 정도는 어린 아이때는 누구나 틀릴 수 있는 정도다~ 싶은 그런 것들 있잖아? 내 기준에선 그것보다 조금 더 심하게 맞춤법이 틀리고 지그재그 느낌의 글씨를 쓰게 했었어. 예를 들자면 평범한 어린 아이가 "놀이공원에 가서 엄청 조앗다"정도로 쓴다고 치면 그 때의 나는 "노리공언에 가 엄청 조다" 정도로 쓰게 했었어... 내 기억이 조금 부정확할 순 있지만 일단 이 정도.

#9 ◆bu1bbgZg46n 2020/10/14 14:46:31

당연하겠지만 엄마 아빠는 내가 다른 아이들과 노는 건 전혀 허락하지 않았어. 가끔 엄마 손을 잡고 시장에 가거나 밖에 놀러다닌 적이 있지만 그건 절대로 엄마 손을 잡고 엄마 옆에만 있어야 했고, 다른 아이들이랑 놀고 싶다고 하면 절대 안된다고 하셨어. 엄마는 주로 날 시장에 데리고 나가도, 뭔가 좀 시장에 있는 아줌마 아저씨들에게 말을 더듬거리면서 인사만 하게끔 시켰지. 그리고 초등학교 3학년 때 까지 나갈때의 규칙이 있었어. 말을 하거나 웃을 때에 실수로 침을 흘리라는 거... 뭔가 지적 장애인의 이미지라는 걸 살리기 위해서 실수로 침을 줄줄 흘리면 엄마가 우리 OO이~ 기분 좋아? 하면서 다정하게 닦아주셨어. 다른 사람들 눈에는 어떻게 보였을까... 회상하고 있자니 조금 먹먹하네.

#10 ◆bu1bbgZg46n 2020/10/14 14:49:26

마을 사람들은 날 지적 장애가 있는 애라고 받아들였어. 당장 옆집 아주머니만 해도 나만 보면 늘 안타깝다는 시선을 줬던 것 같거든. 나는 유치원에서도 초등학교에서도 늘 특별 취급을 받았어. 그 나이때에는 조금 있을법한 이야기지만... 장애인이니까 옆에 있기 싫다고 따돌림 받거나, 내 짝궁이 된 애는 울어버리거나 하기도 했어. 그 때엔 괜히 억울한 마음이 들고 왜 내가 이런 취급을 받아야하는지 몰랐지만, 엄마 아빠가 가르친 것 때문에 그럴 때에도 늘 말을 버벅거리면서 어눌하게 말했더니 아무도 내가 정상인이란 걸 믿지 않았어. 오히려 선생님은 정신적으로 아픈 나를 반 아이들이 따돌린다고 내가 없을 때 훈계를 했던 걸로 기억해.

#11 ◆bu1bbgZg46n 2020/10/14 14:51:20

나는 유치원을 다닐때나 초등학교를 다닐 때 늘 엄마가 데리러 와줬어. 내가 사는 지역은 인구가 많은 지역은 아니었어. 적어도 우리 동네는...? 초등학교 중학교가 있긴 하지만 전교생이 그렇게 많진 않았던 것 같아. 초등학생 때는 한 반에 25명 정도 있고 그 인원수로 반이 3개였어. 아무튼 이 적은 인원에서 엄마가 매일 아침 점심으로 등하교를 데리러 와주는 지적 장애인으로 낙인 찍혔어. 사실 이제와서 생각해보지만 이건 엄마가 나를 지극 정성으로 돌본게 아니라, 그저 내가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뭔가 들키거나 할까봐 제때제때 집에 귀가시키려고 한거겠지. 실제로 수업이 조금만 늦게 끝나도 교실로 직접 찾아오셨거든.

#12 ◆bu1bbgZg46n 2020/10/14 14:51:42

아... 쉬는 시간 끝나서 잠깐 일좀 하고 틈날때 마저 쓸게!

#13 이름없음 2020/10/14 14:52:56

>>4 장해!!! 행복하게 살자

#14 이름없음 2020/10/14 14:55:13

미친;; 이게 부모야???

#15 ◆bu1bbgZg46n 2020/10/14 15:08:44

지금 회사인데 우선 틈틈히 한 줄씩 써서 띄엄띄엄 올릴게! 어릴 적의 나한텐 정해진 규칙이 있었어. 1. 학교를 다녀오는 것 외에는 절대로 엄마나 아빠 없이 혼자 외출하지 않을 것. 다른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이웃집에 가는 것도 불가능. 2. 집에 혼자 있더라도 누가 오면 문을 열어주지 말 것. 이건 사실 안전 교육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엄마 아빠는 다른 사람들에게 날 보이고 싶지 않았던 불안증이었던 거겠지. 3. 엄마 아빠만 집에 있더라도 말을 계속 더듬어야하고, 밥을 먹을 때엔 꼭 흘리면서 먹을 것. 가끔 말을 할 때 침을 흘리는 것도 잊지 말기. 4. 다른 사람이 있을 때엔 수시로 그냥 웃거나 갑자기 울어버릴 것.

#16 ◆bu1bbgZg46n 2020/10/14 15:18:57

그 외에 다른 규칙들도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잊어버렸어... ㅠㅠㅎ 사실 별로 좋은 기억이 아니다보니 일부러 잊어버리려고 애쓴 것들도 꽤 있어서 다 말하진 못할 것 같아. 아무튼... 우리 엄마 아빠는 보다시피 형제자매가 많은만큼 서로 교류하거나 명절에 되게 많이들 모였었어. 주로 외가에 있는 시간보단 친가에 있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 같아. 명절이 5일 연휴라고 치면 4일동안 친가에 있고 1일 외가에 내려가는 느낌... 엄마는 별 불만은 없어보였어. 다만 문제는 친가에서 지낼 때의 일들이었지... 난 가족들이 다 보는 앞에서도 지적 장애인 흉내를 내야만 했어. 초등학생인 나는 엄마 아빠가 하라는 대로 해야만 하는게 맞는 줄 알고 명절 음식을 먹다가도 그냥 웃으면서 음식을 다 흘리고, 침도 흘리고 그랬지. 약간 정서불안이 있는 것처럼 계속 이것저것 건드려보고 심지어는 그릇을 깨거나 나한테 큰 소릴 내는 사람들한테 울음을 터뜨리고 엄마한테 매달리고 그랬었어. 사실 어린 마음에 큰 소릴 낼때마다 울어버리는 건 마음에 들었을지도... 이런식으로 사고치고 울어버리고 엄마가 달래주다가 작은 방에 혼자 들어가서 자게 해. 사실 한낮이라서 잠이 오지 않았었는데도 이상하게 엄마가 주는 물을 받아마시고 누우면 잠이 오더라. 아마 거기에 수면제가 있었던 거겠지... 싶긴 한데 이건 확실하진 않아. 설마하니 초등학생 때에도 수면제를 먹였을거라곤 상상을 못하겠기도 하고... 그치만 우리 엄마 아빠니까 가능할 것 같기도 하고. 심란하네.

#17 ◆bu1bbgZg46n 2020/10/14 15:25:47

참고로 우리집 친가는 되게 꽉 막힌 전통을 중요시하는 집안이야. 제사는 물론이고... 애초에 제사 지내는 조상님이 네 분정도 계셔... 그래서 제삿상이 늘 식탁다리 휘어지도록 그득그득해. 아빠는 물론이고 엄마부터 작은 아빠들이랑 고모들까지 전부 꽉 막힌 사람들이거든. 그런 집안에서 유일하게 막히지 않은 사람이라고 해봤자 아직 철이 덜든 친척 언니오빠 몇명 뿐... 그 언니 오빠들도 나이가 많은 언니 오빠들은 똑같이 꽉 막힌 성격이었어. 어른들이 나한테 직접 뭐라 하는 일은 거의 없었지만 나를 볼 때엔 어쩐지 한심하다거나 안타까워하는 눈이었다고 생각해...

#18 이름없음 2020/10/14 15:28:29

허류ㅠ 많이 힘들었겠다...ㅠㅠ

#19 ◆bu1bbgZg46n 2020/10/14 15:46:36

그런데 정말 무서웠던 것 중 하나는 엄마가 준 물을 마시고 자고 일어났을 때였어. 그 때마다 내 옆에 작은 아빠나 고모가 옆에 앉아서 날 내려보고 있었거든. 되게 아무말도 안하고 덤덤한 표정으로 날 내려보고 있었어. 그냥 우연히 같은 방에 있었다고 하기엔 아빠 다리까지 하고 바로 옆에서 날 내려보는데 좀 그런거 있잖아... 어린 마음엔 그냥 졸리고, 어른들한테 칭얼거리고 싶어서 그게 누구든 꼬옥 붙어서 더 자고싶다고 했던 것 같아. 좀 나이 먹어가면서부터 인식이 바뀌었지...

#20 ◆bu1bbgZg46n 2020/10/14 15:46:59

>>18 ㅠㅠ 고마워! 지금은 괜찮아 독립한지 꽤 오래 됐으니까.

#21 ◆bu1bbgZg46n 2020/10/14 15:55:30

내가 가장 무서웠던 것 중 하나는 사실 친척 어른들이 은근슬쩍 내가 지적 장애인이 맞는지 계속 확인해보려 한다는 거였어. 초등학생 때까진 몰랐는데, 그 때 당시엔 친가에서 4일씩 자고 그러니까 친가에서도 일기를 썼었거든. 그림 일기... 허접한 실력이지만 그래도 열심히 그리고 꾸미면서 글을 썼어. 엄마 아빠가 시킨대로 맞춤법 다 틀리고 삐뚤빼뚤하게 말이야... 뭔가 이상했지만 그래도 그 때엔 일기를 꾸민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했어. 그런데 내가 친가에서 일기를 쓰면 큰 고모가 매일 일기장을 구경해주겠다면서 봤었어. 근데 일기장을 보고 나서 매번 나한테 이렇게 물어보더라. 우리 OO이 일기 잘 쓰네~ 그런데 여기에서는 "좋아씁니다"라고 썼는데 왜 오늘은 "조하씁니다"라고 썼어? OO는 그림을 왜이렇게 잘그려? OO이 받아쓰기도 해볼래? 이런 식... 어린 난 그런걸 잘 몰랐으니까 무조건 좋다고 하고 잘 모르겠다고 하고 넘어갔는데. 고모가 받아쓰기를 시켜서 하고 있으면 중간에 아빠가 들어와서 고모한테 막 소리를 지르더니 고모 머리채를 잡고 나간다거나 그랬어... 진짜 무서웠음.

#22 이름없음 2020/10/14 15:56:29

ㅂㄱㅇㅇ

#23 ◆bu1bbgZg46n 2020/10/14 15:58:13

대체 왜 그걸로 싸우는진 몰랐지만, 일단 싸우는 얘기를 들을 때 아마 내가 지적 장애인인 것 관련으로 싸운 것 같았어. 아빠는 내가 지금 거짓말이라도 하고 있다는거야 뭐야, 우리 OO한테 손대지마 이런식으로 고모한테 따졌고 고모는 거기에 대고 그냥 한번 확인해본건데 애랑 놀아준건데 왜 그러냐고 서로 싸우고 난리나고... 이건 초등학생때 들은게 아니라 중~고등학생 때 들은 싸움 이야기긴 한데 아마 초등학생때 싸운 것도 레파토리가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어...

#24 ◆bu1bbgZg46n 2020/10/14 16:09:58

ㅠㅠ 너무 바빠서 지금은 좀 끊어야겠다 퇴근하고 집에가서 마저 이을게..!

#25 이름없음 2020/10/14 16:20:25

응! >>24

#26 이름없음 2020/10/15 12:59:56

ㅂㄱㅇㅇ!

#27 이름없음 2020/10/15 13:40:57

ㅂㄱㅇㅇ 뒷이야기 궁금하다ㅠㅠ 나도 가정환경이 불우하고 가족들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자살 생각도 많이하고 정말 힘들게 커서 일찍 독립했는데, 스레주 글 보니깐 난 아무것도 아니였단 생각이 드네.. 고생했어 앞으론 행복하자!

#28 이름없음 2020/10/15 14:00:55

ㅂㄱㅇㅇ!! 많이 힘들었겠다..

#29 ◆bu1bbgZg46n 2020/10/15 15:52:26

안녕 스레주야! 너무 바쁘고 피곤해서 어제 씻고 그대로 뻗었더니 뒤늦게 생각나서 급하게 접속해봤어! 많이 기다려주고 있어서 조금 기쁘다... 남은 이야기가 많으니까 휴식 시간마다 틈틈히 써볼게! 내 일화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극복할 수 있는 기회나 상황을 자각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엄청 기뻐. 괴담스러운 이야기는 아닐 수 있지만 그냥 사람이 얼마나 무서워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만 알려주고 싶어.

#30 이름없음 2020/10/15 16:19:54

ㅂㄱㅇㅇ

#31 이름없음 2020/10/15 16:23:56

미친거 아냐...????

#32 이름없음 2020/10/15 16:24:20

스레주 진짜 힘들었겠다...

#33 이름없음 2020/10/15 16:26:10

헐... 미쳤네...... 근데 이유가 있나?

#34 이름없음 2020/10/15 16:27:45

그게 부모야?????? 그건 부모가 아니잖아;;;;;;;

#35 이름없음 2020/10/15 16:46:02

ㅂㄱㅇㅇ

#36 ◆bu1bbgZg46n 2020/10/15 18:09:49

안녕 스레주야...! 이제 막 퇴근해서 이것저것 천천히 풀어볼게! 걱정해주고 위로해주고 힘들었겠다고 말해준 레스더들 전부 고마워! 지금은 많이 나아졌어. 치료도 주기적으로 받고 있고 이젠 말도 더듬지 않아 ㅎㅎ 오히려 말하는게 직업인 일을 하고 있는 걸!! 우선 마저 얘기 써볼게... 우리 친인척 집에 대해서 더 얘기하기에 앞서 우리 집안 사람들 직업을 말해줄 필요가 있는 것 같아! 우리 아빠는 약국 약사 일을 하시고, 엄마는 재활치료사...? 인지 뭔가 양로원이나 요양원에서 일하는 분이셨어. 정확하게 직업이 뭔지 몰라. 엄마 아빠랑 진득하게 대화하거나 부모님에 대해 알기 위한 대화를 나눠본 적이 거의 없거든. 그 외에도 고모랑 작은 아빠들은 교사도 있고 그냥 가정주부나 보험일 하시는 분도 계셔.

#37 ◆bu1bbgZg46n 2020/10/15 18:11:12

우리 아빠랑 엄마는 나를 지적 장애인으로 소개하고 다니고 주변 사람들한테 눈이 박히게끔 만들었지만 사실 정작 보험같은건 많이 들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해. 사실 어릴 때 일이라서 잘 모르겠지만 가끔 검사같은 걸 받긴 했어. 뭔가 시험처럼 문제를 풀거나 말하는거나 그런 걸 전혀 모른 사람이 체크하고 그런... 뇌검사 같은것도 어릴 때 몇 번 받았던 것 같은데 이게 초등학생~중학생때 일이다 보니 30대인 지금은 잘 기억이 안나ㅠㅠ...

#38 이름없음 2020/10/15 18:12:29

ㅂㄱㅇㅇ!

#39 ◆bu1bbgZg46n 2020/10/15 18:13:57

내 친인척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우리 엄마를 좀 껄끄러워하거나 못미더워 하는 것 같기도 했어. 그러니까 그만큼 내가 지적 장애인이 맞는지 몇 번씩이나 테스트 해보려고 했겠지? 그치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엄마 아빠가 나를 숨기고 품안에서 키우려고 하는게 너무 심했기 때문에 그 때의 나도 친인척들을 무의식적으로 거부하게 됐어. 뭔가... 부모님이 이러면 안돼! 라고 하면 진짜로 안된다고 생각해서 안하게 되는 그런 거 있잖아. 그 때의 엄마 아빠는 나한테 절대로 친인척들이 뭔가 하자고 해도 하려고 하면 안된다고 몇 번이나 말해줬거든.

#40 이름없음 2020/10/15 18:14:59

완전..세뇌 수준인데..

#41 ◆bu1bbgZg46n 2020/10/15 18:16:19

그리고 크면 클수록 나도 지식이나 생각이 생기니까 말을 더듬지 않는 일이 종종 생겼어. 어릴 때에 엄마 아빠는 무조건 말을 더듬으라고 했지만 학교에 계신 선생님이나 주변 친구들이 말을 더듬지 않고 말할 때 와~ 잘한다~ 우리 OO 말 잘하네~ 이런식으로 칭찬해주는거 있잖아? 이게 되게 뿌듯했던거야... 우리 엄마 아빠는 칭찬을 절대 해주지 않았거든. 그냥 묵묵하게 알았다고 대답하거나 뭔가 해도 하지 말라고 하는 게 전부라서.

#42 ◆bu1bbgZg46n 2020/10/15 18:18:03

그래서 칭찬받는게 너무 좋아서 초등학생 때 선생님 앞에서 또박또박 안 더듬고 말하는 걸 해냈더니 엄청 칭찬을 받았어. 너무너무 좋아서 그 이후로도 몇 번 그랬던 것 같은데 선생님이 이걸로 부모님한테 전화를 했나봐. 잘 모르겠지만 아마 칭찬하는 내용으로 전화를 했겠지? 내 발음이 갈수록 좋아진다거나 말 더듬는게 사라진다거나... 사실 어려서부터 말을 더듬고 어눌하게 말하는 걸 반복해서 되풀이 했더니 실제로도 어릴 땐 발음이 어눌한 편이었는데. 선생님이랑 학교 애들 덕분에 아주 조금씩 나아진거지...

#43 ◆bu1bbgZg46n 2020/10/15 18:20:13

근데 선생님이 부모님한테 전화를 한 날 거의 처음으로 부모님한테 크게 혼났어. 아빠가 그날은 학교에서 돌아온 나를 방으로 부르더니 구두주걱으로 엄청 두드려 팼어. 어릴 때 기억이 드문드문 하긴 한데 그래도 이땐 정말 죽도록 아파서 기억해. 엄마 아빠가 없을 때에도 말은 더듬어야 한다고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냐면서 왜이렇게 말을 안듣냐고 답답해 죽겠다는 식으로 너는 ㅄ년으로 살아가면 된다고 구두주걱으로 엄청 때렸어... 이때가 아마도 초등학교 3~4학년일거야... 아마도?

#44 이름없음 2020/10/15 18:23:05

뭘까? 지원금이나 후원금 사기?

#45 이름없음 2020/10/15 18:23:17

미친..

#46 ◆bu1bbgZg46n 2020/10/15 18:23:23

그 때 이후로 엄청 충격을 먹어서 오히려 더 말을 심하게 더듬게 됐어. 말을 하려고 해도 무서워서 말이 안 나오니까 더듬어지게 되는 그런거였어. 이렇게 말하면 되는건지 아니면 이것도 잘 못하고 있는건지 고민하면서 말하게 됐고 고개를 숙이고 걷게 됐어. 아빠한테 심하게 얻어맞으니까 너무 무서워서 아빠랑 눈도 제대로 못 마주쳤어.

#47 ◆bu1bbgZg46n 2020/10/15 18:24:18

학교도 매맞은 날 이후로 일주일정도 쉬었어. 내가 아프다고 말한건지 아니면 뭔가 치료 캠페인...? 그런 걸 갔다고 한건지 일주일 뒤에 학교에 가도 선생님도 잘 다녀왔냐고 몸은 괜찮냐고 물어보는게 전부더라고.

#48 ◆bu1bbgZg46n 2020/10/15 18:26:25

그런데 어린 아이인 나는 엄마 아빠한테 애교도 부리고 싶었고 아양도 부리고 싶었고 되게 화목하고 좋은 가정처럼 잘 지내고 싶었어... 아빠가 아무리 날 때렸어도 다른 집안 애들처럼 아빠한테 업히고 싶고 끌어안고 싶고 먹을것도 얻어먹고 싶고 그랬거든. 엄마는 겁먹은 나를 잘 타일러서 아빠한테 다시는 안그러겠다고 아빠 말 잘 듣는 착한 딸이 되겠다고 가서 말해보라고 했고 그때의 나는 엄마만큼은 내편이라고 생각해서 엄마 말대로 했어. 아빠 앞에서 무서움 반으로 더듬더듬 이야기를 하니까 아빠가 미안하다면서 아빠가 날 사랑해서 그런거라고 끌어안아주더라... 이때는 정말로 내가 잘못했엇던 거고 아빠는 날 위한 거라고 생각해서 엄청 울면서 끌어안고 사과했던 것 같아. 이 날 이후로 똑바로 말하기는 그만뒀었어.

#49 이름없음 2020/10/15 18:27:08

헐..

#50 이름없음 2020/10/15 18:28:35

진짜 헐…

#51 ◆bu1bbgZg46n 2020/10/15 18:28:59

그 이후로 초등학생 때는 그냥저냥 평범하게 지적 장애인을 연기하고 나 스스로도 내가 지적 장애인이라고 생각하면서 컸던 것 같아... 뭔가 일이 생겼어도 어린 시절 누구나 그러는 것 처럼 혼나고,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해서 사과하면서 용서받고...

#52 이름없음 2020/10/15 18:29:55

에반데

#53 ◆bu1bbgZg46n 2020/10/15 18:31:03

명절 때가 아니면 친인척들을 만날 기회도 별로 없었어서... 아무튼 가장 문제가 된 건 사실 요약본의 2번에 해당되는 정신병원에 입원했을 때인데 이건 중학교 졸업할 무렵이라 아직 얘기하긴 시간이 남은 것 같기도 하고... 일단 더 늦기 전에 저녁 좀 준비해서 가져오고 마저 풀어볼게!! 혹시 질문 있으면 해줘도 돼!

#54 이름없음 2020/10/15 18:37:15

지금은 아예 연 끊은 거려나..언제부터 잘못된 거 깨달았는지 궁금한데 이건 읽다보면 나올테니 기다릴게! 지금은 괜찮은거지? 독립할 때 반대 심했을 거 같은데 혹시 그것도 얘기해줄 수 있어..?

#55 ◆bu1bbgZg46n 2020/10/15 18:50:02

>>54 음 사실 무언가 잘못됐다는 건 중학생 때부터 은은하게 알고 있었는데 그간 자라온 환경도 있고 부모님의 압박도 있었다보니 내가 자각했다는 사실로 일이 터지는 건 한참 뒤의 이야기긴 해 ㅠㅠ!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어! 부모님이랑 연도 아예 끊었고... 독립할 때 이야기도 당연히 맨끝에 나와! ㅎㅎ 쉽진 않았지만 무사히 해냈어~!!

#56 이름없음 2020/10/15 19:12:33

>>55 와 이제 괜찮다니 다행이야 진짜 수고많았어..썰 계속 기다릴게 히히

#57 이름없음 2020/10/15 19:20:36

와 진짜 힘들었겠다... 보통은 장애를 갖고 있어도 숨기는 게 일반적인데 왜 그러셨다냐

#58 이름없음 2020/10/15 19:21:30

나도 기다릴게~!

#59 ◆bu1bbgZg46n 2020/10/15 19:40:03

왔어! 많이 기다려주고 있었네 고마워... 우선 위에 초등학생 일은 그대로 그냥저냥 흘러가. 사실 매일매일이 험난하고 기괴했지만 지금으로썬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여기에 적을 정도로 큰 사건사고는 없었던 만큼 그냥 생략하고 더 생각나는게 있으면 적도록 할게.

#60 ◆bu1bbgZg46n 2020/10/15 19:42:48

나는 초등학교 졸업 이후에 당연하게도 중학교를 입학했어... 말했지만 우리 지역은 인구가 많은 지역이 아니야. 서울권 사람들 눈에는 좀 촌으로 보일만한 지역이라서... 집에 가까운 중학교로 입학하게 됐어. 중학생이 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건 물론 없었지. 달라진 점이 있다고 한다면 엄마가 매일 등하교를 마중나와주던 날이 가끔 적어졌다는 점 정도? 초등학생인 내가 순종적으로 자라니까, 별다른 일탈도 안하고 친구들과 놀겠다고 늦게 오는 것도 아니고... 중학교는 초등학교보다 가까워서 1~2주에 하루 정도는 내가 혼자 등하교 하는 날이 생겼어.

#61 ◆bu1bbgZg46n 2020/10/15 19:43:38

그리고 이건 아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반에 지적 장애인이나 지체 장애인 같은 몸이 불편한 학생이 있으면 도우미 학생? 같은 게 생기거든. 우리 학교만 그런건진 잘 모르겠지만 뭔가 마음씨 착하고 고운 애가 불편한 학생 옆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주고 그런거야.

#62 ◆bu1bbgZg46n 2020/10/15 19:45:41

당연하겠지만 나한테도 도우미 학생이 생겼어! 이름은 적지 않겠지만 되게 착한 애였어. 성적도 되게 좋고 학생 부회장 선거에도 나간애야... 우리 학교가 인원이 적어서 뭐 큰 의미는 없을수도 있긴 하지만ㅋㅋ 그 애는 나한테 되게 잘해줬어. 사실 속으로도 그렇게 착했을지는 늘 의문이지만 적어도 나에겐 늘 상냥했기 때문에 좋은 애라고 생각해.

#63 ◆bu1bbgZg46n 2020/10/15 19:47:01

아 그리고 당시에 내 상태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나는 물론 지적 장애인이 아니야! ㅠㅠ 난 정말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어려서부터 엄마 아빠의 끈질긴 세뇌와 지적 장애인을 연기할 걸 강요받았기 때문인지 그 쯔음의 나는 정말 상태가 나쁘긴 했어. 무언가 하나에 집중하기도 어려웠고, 말은 정말 심하게 더듬거렸고, 맞춤법을 알고 있음에도 일부러 글같은거 쓰고싶지 않다고 책이나 노트를 구기거나 찢어버리고 그랬어. 이렇게 보면 진짜 어딘가 불편한 것 처럼 보이는... 그런 애 말이야 ㅠㅠ!

#64 ◆bu1bbgZg46n 2020/10/15 19:48:54

그 무렵의 나는 1~2주에 한 번 엄마가 등하교를 함께하는 날이 아닐 때엔 도우미 친구랑 같이 하교를 했어. 등교야 혼자서 했다지만 엄마가 선생님한테 연락을 한건지 교문에서 늘 선생님이 날 기다리고 계셨고... 하교는 다같이 끝나니까 도우미 친구가 대신 맡아준 느낌?

#65 ◆bu1bbgZg46n 2020/10/15 19:58:00

잠깐 집에 친구가 놀러와서 밤에 다시 쓸게!!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66 이름없음 2020/10/15 20:00:30

아냐 아냐 천천히 써줘! 잘보고있어!

#67 이름없음 2020/10/15 20:29:20

천천히 와!! 지금은 독립했다니 다행이다ㅜㅜ

#68 ◆bu1bbgZg46n 2020/10/15 22:00:25

친구 집까지 바래다주고 집에 왔어! >>66 >>67 고마워ㅠㅠ! 솔직히 처음 독립할 때엔 자신 없었는데 서투르게라도 혼자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여기까지 와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 지금처럼 내 얘기를 인터넷에 올리면서 위로 받는 건 옛날엔 상상도 못했는데 생각해보면 참 벅차고 감격스러운 일 같아.

#69 ◆bu1bbgZg46n 2020/10/15 22:04:47

마저 풀어볼게! 우선 1~2주마다 한번정도 그 도우미 친구와 같이 하교를 하게 됐어. 그 친구는 나랑 둘이서 하교할 때에도 나름 친절하게 대해줬어. 원래 학교에선 착하게 대해줘도 둘만 남으면 나쁘게 대한다거나 그런 사람들도 있잖아...? 일단 그 친구는 아니었어. 나는 그 친구가 완전 호감형이었지. 평상시에 안그래도 내가 지적 장애인처럼 보이다보니 나를 멀리하는 애들이 대다수였거든. 옆에 앉으면 병균이 옮는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고 그랬으니까... 그 친구랑 같이 있는게 너무 좋았어. 그렇다보니 그 친구랑 대화를 어렵지만 열심히 했고, 그 친구는 나한테 자기 가정 이야기를 해주기 시작했어.

#70 이름없음 2020/10/15 22:06:43

친절한 친구 있어서 다행이다!

#71 ◆bu1bbgZg46n 2020/10/15 22:10:13

사실 그때 내 집중력이 안 좋아서 친구 얘기를 다 듣거나 기억하진 못했어...! 그치만 나한테 잘해주는 친구인만큼 나도 그 친구가 좋아서 그 때의 집중력에 비해선 엄청 귀기울여서 잘 들었다고 생각해. 그 친구는 주로 가족들이랑 어디 놀러갔다 왔는데 재밌었으니까 나도 가보면 좋겠다는 식으로 얘기를 시작했어. 학교 끝나고 나선 주로 어느 학원을 갔다가 어느 날엔 친구랑 논다거나 그런 사소한 이야기였지... 근데 나는 엄마 아빠랑 한 번도 어딜 놀러가본적이 없어. 말했지만 엄마가 어디 시장에 같이 데려갈 때나 엄마 아빠랑 외식하러 아주 가끔? 3~4달에 한 번... 나가는게 전부였거든.

#72 ◆bu1bbgZg46n 2020/10/15 22:12:33

근데 그 친구가 엄청 재밌었다면서 놀이동산 다녀온 이야기나 어디 서울같은 곳 놀러갔다 온 이야기를 하니까 너무너무 부러웠던거야. 어느날은 집에 돌아가서 엄마한테 나도 서울에 놀러가고 싶다고 말을 했어. 엄마는 당연히 안된다고 했지. 근데 그 시절의 나는 대체 무슨 용기였을까ㅠ 사춘기, 반항기가 겹치면서 오게 된 용기인가? 엄마가 안된다고 하니까 갑자기 막 화가 났어. 그래서 그 자리에서 엄마를 밀치면서 주변 물건들을 다 깼어. 그 때 부엌에서 요리하는 엄마한테 졸랐던거라 부엌에 있던 그릇들을 몇개씩 막 깨고 수저 집어던지고 그랬던 기억이 나.

#73 이름없음 2020/10/15 22:12:50

오 돌아왔네 기달리구 있었어 ㅂㄱㅇㅇ!!

#74 ◆bu1bbgZg46n 2020/10/15 22:14:38

엄마 아빠한테 지적 장애인이기를 강요받으면서 그렇게 큰 만큼 사실 사소하게 말썽을 피우거나 책을 찢어놓는 것 정도는 몇 번 있었어. 그치만 엄마 아빠는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였고 오히려 혼낸적도 없어. (물론 중요한 책이었다거나 하면 그러지 말라고 몇 매를 맞긴 했었지) 그러니까 나도 중학교 1학년 때가 처음으로 가장 크게 난리를 피운거나 다름 없지?

#75 ◆bu1bbgZg46n 2020/10/15 22:15:35

나는 나도 놀이동산에 가고싶고 서울에 가고싶다고 다른 애들처럼 엄마 아빠랑 놀러다니고 싶다고 친구랑도 놀고싶은데 엄마 아빠는 다 안된다고 한다고 더듬더듬 울면서 물건들을 다 집어던지고 엄마도 밀치고 때렸어. 그치만 그 땐 몸집이 꽤 외소한 편이었어서 별 타격은... 없지 않았을까... 싶긴 해! 그래도 어린 마음에 물건을 들고 엄마를 때릴 마음은 죽어도 들지 않아서 솜방망이로 퍽퍽 친거지...

#76 이름없음 2020/10/15 22:16:44

ㅠㅠ

#77 ◆bu1bbgZg46n 2020/10/15 22:17:36

엄마는 내가 처음으로 크게 반항하고 난리법썩에 말썽 피우니까 좀 놀라셨나봐. 나를 말리려고 했던 것 같은데 그때의 나는 뭐가 그렇게 분했는지 그냥 계속 서럽고 억울했어.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당연했던거야... 중학교 1학년 때까지 내 인생을 지적 장애인으로 알면서 강제로 세뇌당하고 가스라이팅 당하며 컸으니까.

#78 ◆bu1bbgZg46n 2020/10/15 22:19:23

결국 엄마한테 엄마 싫다고 밉다고 데리고 놀러가달라고 울면서 소리지르다가 화장실에 들어갔어. 나는 엄마 아빠랑 살면서 한 번도 내 방이 있어본 적이 없어서... 유일하게 혼자 있을 수 있는 곳이 화장실이었거든. 사실 그 마저도 씻을 때엔 엄마가 따라 들어와서 좀 애매하긴 한데... 아무튼 그대로 화장실에 들어가서 문을 잠구고 욕조에 혼자 앉아서 한참 울었어. 근데 한참 울다가 잠들었던 것 같아... 뭔가 너무 울고 난리 치니까 피곤하고 지쳐서 잠들었던 것 같고 정신을 차렸을 땐 엄마 아빠 방에서 자고 있었어.

#79 ◆bu1bbgZg46n 2020/10/15 22:21:27

참고로 덧붙여두자면 나는 내 방이 없었던 만큼! 평상시 생활을 거실과 엄마아빠 방에서 했어. 그니까 잠을 잘 때에 엄마랑 아빠는 안방에 있는 큰 사이즈 침대에서 잤고, 나는 침대 옆에 있는 바닥에 이부자리를 깔고 잤어. 눈을 떠보니까 그 이부자리 위에 누워 있었고 옆에 엄마 아빠가 침대에서 자고 있었어. 아마 욕조에서 잠든 걸 옮겼겠거니 싶어.

#80 ◆bu1bbgZg46n 2020/10/15 22:24:28

한밤중에 일어난 나는 엄마아빠가 자는 모습을 보다가 몰래 안방 밖으로 나갔어. 나름 조심조심해서 거실로 나가서 베란다에 앉아서 창밖을 구경했지. 사실 중학생이 되도록 나는 밤 11시가 되면 안방에 들어가서 엄마가 보는 앞에서 잠드는게 필수 생활 패턴이었기 때문에 밤하늘을 그렇게 마음대로 구경한 건 거의 처음이었어. 이 때의 나는 어린 마음에 엄마 아빠는 왜 나를 데리고 나가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우울해 있었고.

#81 ◆bu1bbgZg46n 2020/10/15 22:26:51

말했지만 나는 혼자서는 밖에 나가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어린 마음에 지금 잠깐 나갔다 와볼까? 하는 마음이 문득 들었어. 엄마 아빠도 자고 있었고 그 때가 몇시인진 정확하게 기억 안나지만 잠깐정도 밖에 돌아다니다가 오면 상관 없을거라는 마음에 큰맘먹고 그대로 집을 나갔어!! ㅋㅋ

#82 이름없음 2020/10/15 22:28:21

흥미진진!

#83 ◆bu1bbgZg46n 2020/10/15 22:29:02

이제 막 봄 끝무렵이었어서 나는 운동화를 신고 그대로 조용히 나갔어. 우리집은 정말 다행이게도 열쇠로 열었다 닫았다 하는 문이라 소리가 되게 작은 편이야. 그대로 엄마 아빠 몰래 집을 나가서 한밤중에 동네를 뛰어다녔어... 그 때엔 진짜 무슨 기분이었는진 모르겠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는데... 문제가 있다면 내가 정말 혼자 나간게 처음이었단 점이야 ㅠㅠ 나는 중학교 초등학교 등하굣길, 엄마랑 같이 시장으로 가는 길 외에는 외운 길이 없었어...!

#84 ◆bu1bbgZg46n 2020/10/15 22:30:11

길을 모르니까 당연히 여기저기 뛰어다니다 보니 여기가 어딘지 알 수 없게 돼서 집으로 돌아갈수도 없게 됐어.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진짜 모르겠는데 뭔가 한참 어두운 밤중에 마을을 싸돌아 다니다 보니 집으로 가는 길이 어딘지를 몰라서 문득 무서워진거야.

#85 ◆bu1bbgZg46n 2020/10/15 22:35:18

그대로 길을 몰라서 울면서 돌아다니기 시작했어... 엉엉 울면서 돌아다니니까 어느 할머니가 그 소리를 들었는지 나한테 와서 왜 우냐고 물어봐 주시더라고. 나는 급하게 집에 가야하는데 집이 어딘지 모른다고 울면서 할머니한테 매달렸어. 할머니는 어린 내가 우는게 딱했는지 알겠으니까 우선 진정하라면서 집에 데려갔어. 할머니는 날 집에 데려가서 쌀과자 같은 걸 먹여주면서 그 옛날의 유선 전화기... 집전화기 있지? 그걸로 다른 사람한테 전화를 거는 것 같았어.

#86 ◆bu1bbgZg46n 2020/10/15 22:39:31

할머니가 이제 괜찮을거라고 해서 조금 안심하면서 쌀과자를 먹고 할머니랑 같이 있었어... 다른 건 모르겠고 할머니가 나한테 무릎베개를 해주면서 옛날 얘기들을 해주던게 엄청 좋았어. 그리고 엄청 편안했던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니까 할머니가 날 데리고 나가서 다른 할아버지랑 할머니를 더 만났어.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날 보고 어린애가 왜 길을 잃어버렸냐고 뭐라 하시는 것 같지만 착한 분들이었어. 다른 사람들이 날 이렇게 걱정해주고 둘러 싸주는게 엄청 좋았던 것 같아... 그 때의 나는 모험을, 새로운 경험을 한다고 느꼈던거겠지.

#87 ◆bu1bbgZg46n 2020/10/15 22:40:45

그렇게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나를 데리고 동네 파출소에 갔어... 파출소에 가서 얼마 안되니까 엄마 아빠가 나를 데리러 오더라. 엄마는 울고 있었고 아빠는 뭔가... 잘모르겠지만 뭔가 화나지 않았을까. 집에 가서 혼났으니까... 아무튼 그때 아빠 표정은 기억이 안나. 파출소에서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한테 할머니랑 더 있고 싶다고 엄마가 밉다고 계속 울었어...

#88 이름없음 2020/10/15 22:42:30

ㅂㄱㅇㅇ…ㅠㅠ

#89 ◆bu1bbgZg46n 2020/10/15 22:42:36

할머니가 우는 나를 달래주겠다고 나중에 다시 놀러오라고 하면서 위로해줬고 나는 나중에 꼭 놀러갈거라고 하면서 엄마 아빠를 따라갔어. 그 때의 나는 집에 돌아가면 혼날거라고 생각은 못했는데... 아무튼 집에 돌아가니까 엄마는 바로 안방으로 들어가버리고 아빠는 돌변해서 나한테 마구 화를 냈어. 엄마 아빠 말 안듣고 밤중에 나갈 생각을 다 하냐면서 뺨을 때리고 윽박 질렀던게 생각나. 발로 차였던 것도 기억나는데 아... 생각하니까 좀 머리 아프다...

#90 이름없음 2020/10/15 22:42:42

ㅂㄱㅇㅇㅇ...ㅠㅠㅠ

#91 ◆bu1bbgZg46n 2020/10/15 22:44:20

근데 나는... 아빠가 나를 혼내는게 이해가 안됐어!! ㅠㅠ 그때의 나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였어. 말도 제대로 더듬었고 뭔가 하면 안되는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못했어. 아빠가 나를 아프게 하니까 그게 너무 속상하고 서러워서 나도 덩달아 화를 내면서 마구 난동을 부렸어. 그 때 처음으로 아빠한테 대들면서 아빠 팔을 물어버렸던 것도 기억이 나 ㅋㅋ...

#92 ◆bu1bbgZg46n 2020/10/15 22:46:19

정말 뜬금없는 나레이션같은 문구지만 딱 이 날부터 내 반항기... 가 시작된 것 같아. 지적 장애인을 연기한다는 자각은 없었어. 나는 내가 진짜 지적 장애인인 줄 알았어. 적어도 중2까지는. 다만 중1때부터 내가 왜 엄마 아빠 말대로만 해야하는지를 몰라서 마구 반항하기 시작했어. 나 때리지 말라고 아빠도 미워할거라고 아빠 발에 매달리고 팔을 물어버리고... 아빠는 오히려 날 더 때리고 화를 냈지만 아무튼 나도 가만히 있진 않았어. 한참 싸우고 나서 내가 지쳐서 누워 있으니까 아빠는 결국 다른... 뭐라 그러지? 아빠 개인방? ㅠㅠ 안방 말고 다른 방에 들어가버렸고 나중에 엄마가 나와서 날 치료해줬어.

#93 ◆bu1bbgZg46n 2020/10/15 22:50:55

그날 이후로 우리집은 좀 더 얼음장 같아졌어... 나는 엄마 아빠가 무슨 말을 하든 매번 싫다고 했어. 나는 좀... 엄마 아빠가 나를 데리고 놀이동산같은 곳에 데려가주기 전까지 화가 나있기로 작정했어. 특히 아빠는 날 때렸으니까? 아프게 한 게 너무 화가나서 더더욱 화를 풀지 말자고 생각했지... 그치만 당연하게도 우리 엄마 아빠는 날 데리고 놀러가주지 않았어.

#94 ◆bu1bbgZg46n 2020/10/15 22:53:41

놀러가주지 않으니까 더더욱 화가난 나는... 또 며칠이 지나서 어느날 엄마가 하교하는 나를 데리러 학교에 오지 않았을때... 도우미 친구랑 하교를 하면서 집에 가기 싫다고 징징거렸어. 착한 그 친구는 그럼 어디에 가고싶냐고 물어봐줬어. 나는 문득 기억나는 할머니가 보고싶어서 할머니 보러가고 싶어! 라고 했는데, 친구가 그 할머니가 누군지 알리가 없었지...

#95 ◆bu1bbgZg46n 2020/10/15 22:54:31

그치만 나는 정말 집에 가기 싫어서 할머니를 절대로 보러갈거라고 계속 꼬장을 부리고 있었고, 그 애는 좀 걱정하다가 나를 마을에 있는 경로당에 데려갔어.

#96 ◆bu1bbgZg46n 2020/10/15 22:55:30

경로당에 가서 여기에 할머니가 있나 신난 나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살펴봤지만 그 때 나를 돌봐준 할머니는 없었어. 진짜 정말정말 실망스러워서 할머니가 없다고 그 친구한테 왜 없냐고 하면서 울려고 하던 때에... 진짜 운이 좋게도... 날 알아본 할머니가 계셨어! 그 때, 할머니가 날 파출소에 데려가는 길에 다른 할머니랑 할아버지들을 더 만났다고 했잖아. 그 중 한 분이 나를 알아본거야.

#97 ◆bu1bbgZg46n 2020/10/15 22:56:51

난 그 할머니가 보고싶다고 자꾸 울먹거리면서 고집을 부리고 있었고 결국 날 알아본 할머니가 그 할머니가 계신 곳으로 데려가주기로 했어. 편의상 내가 집을 나와서 뛰어다닌 날 밤에 날 보살펴주고 파출소에 데려가준 할머니를 김씨 할머니라고 할게.

#98 ◆bu1bbgZg46n 2020/10/15 23:00:02

김씨 할머니 집에 도착한 나는 김씨 할머니가 너무 반갑고 좋아서 끌어안고 애교를 부리고 난리도 아니었어. 도우미 친구는 이미 경로당에서 헤어졌고 김씨 할머니는 어떻게 왔냐면서 날 마구 예뻐해주고 잘 왔다고 해주셨지. 그게 너무 좋아서 그대로 집에 안가고 할머니랑 있겠다고 했어. 할머니한테 마구 아양을 부리면서 결정적인 이야기들을 꺼냈지... 바로 우리집 얘기들을 한거야... 나는 엄마 아빠가 밖에 절대 못나가게 한다고, 나도 도우미 친구처럼 다른곳에 데리고 가주면 좋겠는데 절대 안 데려간다고 슬프다고. 아빠가 날 막 때리고 아프게 한다고 그게 싫다고 이야기 하니까 할머니는 가만가만 내 얘기를 들어주다가 아직까지 아픈 곳이 있냐고 해서 배나 허벅지에 생긴 멍자국들을 보여줬어.

#99 ◆bu1bbgZg46n 2020/10/15 23:02:33

김씨 할머니는 바로 엄청 아팠겠다면서 나를 보살펴줬고... 또 어디로 전화를 하는 것 같았어 ㅠㅋㅋㅋ 이번에도 경로당이었을까...? 파출소였을지도 모르는데... 아무튼 그래... ㅠ 얼마 안지나서 다른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또 김씨 할머니네 집에 왔어. 잘... 은 기억이 안나지만 한 3명정도...

#100 ◆bu1bbgZg46n 2020/10/15 23:04:52

그리고 그 다음에 김씨 할머니네 집에 엄마가 왔어. 아빠는 아마 일하느라 바쁘셔서 엄마만 오신 것 같아. 엄마는 와서 나를 데리고 가려고 했지만 김씨 할머니가 엄마랑 할 얘기가 있다면서 나랑 다른 할머니더러 방에 들어가서 놀고 있으라고 했어. 다른 할머니도 날 되게 예뻐해주면서 방에 가서 그림 그리기 할까? 하면서 데려가주셨어. 나는 당연히 신나서 할머니랑 같이 방에 들어갔고. 거실에서 김씨 할머니랑 엄마가 목소리를 높여가면서 대화를 했어. 아마 싸웠을 것 같은데 정확히 어떤 대화를 하면서 싸웠을지 난 잘 모르겠어. 들은 바가 없거든...

#101 이름없음 2020/10/15 23:06:31

와ㅠ

#102 ◆bu1bbgZg46n 2020/10/15 23:09:14

그 날 엄마는... 나를 데리고 가지 않고 혼자 돌아갔어.... 정말 기적적이지... 나는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아직까지도 궁금해. 대충 감은 잡히지만... 김씨 할머니한테 직접 들을 수 있다면 더 좋을텐데... 하고 생각해. ... 아무튼 나는 그날 저녁이 지나기 이전까지 할머니 집에서 놀다가 김씨할머니 손을 잡고 집에 돌아갔어. 집에 가니까 아빠랑 엄마가 날 기다리고 있었지. 잘 놀고 있었냐면서 인사해줬지만 할머니한텐 별로 좋은 태도가 아니었던걸로 기억해.

#103 ◆bu1bbgZg46n 2020/10/15 23:10:28

헉 벌써 100개 넘게 썼구나...! 집중해서 쓰느라 확인을 못했네 이렇게 길게 쓰게 될줄은 진짜 몰랐는데 신기하다... ㅎㅎ

#104 ◆bu1bbgZg46n 2020/10/15 23:11:15

아무튼 그 날 집에 돌아가고 나서 엄마 아빠 분위기가 많이 안좋았어. 엄마 아빠랑 뭔가 심각한 대화를 하면서 싸우는 것 같았지만 김씨 할머니랑 놀아서 기분이 좋은 나에게 부모님이 싸우는 건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었거든...ㅋㅋ 나는 열심히 그림그리기나 하면서 나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고 있었어...

#105 이름없음 2020/10/15 23:11:34

ㅂㄱㅇㅇ

#106 ◆bu1bbgZg46n 2020/10/15 23:12:49

그러다가 엄마가 자기 전에 나를 붙잡고 내일부터 김씨 할머니랑 같이 있어도 엄마 아빠에 대해서 나쁘게 말하면 안 돼, 알겠지? 이런식으로 말하면서 날 자꾸 쏘아붙이고 강조하려고 했는데 그 때의 나는 무슨 소린지도 잘 모르겠고 엄마 아빠한테 아직 삐져있었어서 으으응~ 으응~ 이런식으로 뭔가... 앓는 소리라도 내는 것처럼 대답했어. 그니까 정확한 대답은 회피하고 그냥 귀찮다는 식으로 엄마한테 빠져나와서 잠들었지.

#107 ◆bu1bbgZg46n 2020/10/15 23:14:20

놀랍게도 그 다음날부터 일주일에 두 번은 김씨 할머니네 집에 놀러가게 됐어... 그것도 심지어 김씨 할머니가 직접 우리 학교 앞으로 날 데리러 왔어 ㅠㅠ 엄마도 같이 오긴 했지만 엄마는 우리 OO 김씨 할머니네 집에서 잘 놀다 와야해? 이런식으로 말하면서 날 김씨 할머니랑 같이 가게 냅뒀어... 진짜 감격의 감격의 감격... 그냥 나는 그 때 할머니 손을 잡고 어딜 간다는게 되게 좋았던걸지도... 할머니는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해주고 다른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부르면 그 사람들도 날 예뻐해주고... 그러니까.

#108 ◆bu1bbgZg46n 2020/10/15 23:15:21

이때가 아마 여름방학되기 한두달 전이었던 것 같아...! 그 이후로 일주일에 두번은 김씨 할머니의 손을 잡고 할머니 집에 놀러가거나 마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간식을 사먹기도 했고, 경로당에 놀러가서 재롱이라도 부리면서 할머니 할아버지를 도우며 놀았지.

#109 ◆bu1bbgZg46n 2020/10/15 23:15:57

정말 어린 시절에 가장 행복했던 때를 골라보자면 김씨 할머니와 지냈던 날들이 가장 클거야. 그 정도로 정말 좋은 분이었고 나한테 많은 도움이 된 분이야. 다시 뵐 수 있다면 정말 감사했다고 친할머니처럼 대하고 싶어... 음

#110 ◆bu1bbgZg46n 2020/10/15 23:16:39

우선... 김씨 할머니와 놀수 있게 된 나는 엄마 아빠한테 화가 어느정도 풀렸어. 그야 엄마 아빠는 아니지만 김씨 할머니가 날 데리고 마을 여기저기를 놀러다니게 해주니까 그걸로 좋았던거지. 일주일에 두 번 김씨 할머니랑 놀러가게 되는 순간을 기다렸어.

#111 ◆bu1bbgZg46n 2020/10/15 23:18:33

여름방학 때에도... 나는 학교를 안다니면 김씨 할머니를 볼 수 없을까봐 슬퍼졌는데 다행이게도 그런 일은 없었어. 대신 일주일에 두 번 김씨 할머니가 우리 집으로 직접 찾아왔기 때문에... 여름방학도 정말 별일 없이 김씨 할머니랑 같이 놀면서 지냈어. 가을 중순 무렵부터 다시 생기니까 그 때까지는 정말 평화롭게 잘 지냈어. 아빠도 날 안 때리고 엄마도 내가 김씨 할머니랑 노는 걸 크게 뭐라하지 않으니까... 아빠랑 엄마한테도 화가 풀려서 별로 아무렇지 않았고.

#112 ◆bu1bbgZg46n 2020/10/15 23:19:36

그리고 이제 다시 개학하고 가을 중순무렵부터 일이 생기는데... 이 이후부턴 내일 풀어볼까해! 시간이 너무 늦기도 했고 이만 씻고 자려구... 내일도 출근해야하거든... ㅠㅠㅎ 너무 길고 진부해져서 보는 사람은 얼마 없을 것 같지만 혹시 보는 사람 있으면 이제 다른 거 하면서 쉬어! ㅎㅎ 오늘 내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마워. 너희같은 친절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나도 여태까지 살아있을 수 있는거야.

#113 이름없음 2020/10/15 23:20:35

오옹..맘 따뜻해지고 있어 할머니 최고

#114 이름없음 2020/10/15 23:21:26

친절하다고 해줘서 너무 고맙당! 감동 ㅠㅠ 잘자!

#115 이름없음 2020/10/15 23:21:28

>>112 글쓰느라 수고많았어 잘자 레주 기다릴게!! 좋은 꿈 꿔!

#116 이름없음 2020/10/15 23:22:03

ㅂㄱㅇㅇ!! 스레주 언능 내일와서 뒷이야기 해줘!!

#117 ◆bu1bbgZg46n 2020/10/15 23:22:59

>>113 >>114 >>115 >>116 고마워!! >< 내일 점심즈음부터 여유가 생기면 틈틈히 와서 또 이야기 풀어둘게!! 이렇게 인터넷으로 얘기 길게길게 하는거 처음이라 뭔가 두근두근하고 색다른 기분이야 ㅋㅋ 정말 고마워! 너희도 오늘 밤이 되게 친절하고 좋은 밤이 되면 좋겠다! 잘 자!

#118 이름없음 2020/10/16 01:46:26

ㅂㄱㅇㅇ!! 할머니 진짜 착하시다... 이야기 푸느라 수고했어!! 시간날때마다 들어와서 풀어줘!!

#119 이름없음 2020/10/16 13:05:48

ㅂㄱㅇㅇ 완전 힘들었겠다...

#120 이름없음 2020/10/16 15:45:13

ㅂㄱㅇㅇ!! 기다리고있어!! 주말내내 기다릴꺼같아!!

#121 ◆bu1bbgZg46n 2020/10/16 16:01:28

좋은 오후야! 점심 먹고 열일하다가 어느정도 쉬엄쉬엄 하는 타이밍이 와서 돌아왔어. 기다려준 >>118 >>119 >>120 전부 고마워! 다시 어제 풀다만 가을즈음부터 풀어볼게.

#122 ◆bu1bbgZg46n 2020/10/16 16:03:15

나는 여름 방학동안에도, 여름 방학이 지난 이후에도 평범한 지적 장애인 행세를 하며 살았어. 일주일에 두 번 김씨 할머니와 만나는 날이면 김씨 할머니는 나를 데리고 놀아주거나 김씨 할머니 집에서 날 옆에 앉혀두고 간식거리를 먹여주면서 옛날 이야기나 할머니가 살아온 이야기들을 해주셨지. 정말 슬프게도 이 이야기들은 기억나지 않아. 그리고 한가지 더 한게 있다면 김씨 할머니는 나한테 말하는 연습을 해주기 시작했어. 그러니까... 더듬거리지 않고 말하게 되는 거 말이야. 의견 표현을 조금 더 확실하게 하는 법? 이건 그냥 내 추측인데, 김씨 할머니는 내가 그렇게 말을 심하게 더듬고 집중력에 문제가 있는 행위가 집안에서 일어나는 학대, 폭력으로 인한 거라고 생각하셨나봐. 그러니까 나를 잘 가르치면 분명 평범한 아이들처럼 지낼 수 있을거라 믿으셨던 건 아닐까 싶어.

#123 ◆bu1bbgZg46n 2020/10/16 16:06:36

앗 방금 쓴 레스가 안 올라갔네 왜지??... 우선 할머니는 내가 또박또박 말할 수 있도록 단어를 하나씩 말하는 연습같은 걸 시켰어. 좋아하는 음식들 이름 나열하기 같은 걸 한거지. 짜장면, 케이크, 찐빵, 귤... 이런식으로 말하다가 중간에 심하게 더듬거리면 할머니가 잘 안들렸다고 다시 말해줄래? 하면 나는 다시 들으실 수 있게끔 크고 또박또박 케이크! 라고 다시 말하는 형식이었어. 그게 점점 발전하면서 한문장 두문장 정도는 더듬지 않고 말하게 됐지.

#124 이름없음 2020/10/16 16:08:11

동접이네! ㅂㄱㅇㅇ

#125 이름없음 2020/10/16 16:09:09

ㅂㄱㅇㅇ

#126 ◆bu1bbgZg46n 2020/10/16 16:10:01

그치만 집에서 엄마 아빠와 대화를 많이 하진 않았기 때문에 엄마 아빠는 크게 눈치채진 못한 것 같았어. 말이야 여전히 더듬고 있었고 집에서도 맨날 그림만 벅벅 그리거나 빈둥거리는게 일상이었거든. 그런데 가을이 되고 가을 중순 쯔음에 문제가 생겼는데 바로 김씨 할머니 건강 상태였어. 김씨 할머니는 진짜 연세가 많은 분이라 남편분도 이미 돌아가시고 딸 한명 아들 한명 있는데 자식들도 다 수도권에 가셔서 잘 안내려오시던 분이야... 김씨 할머니가 아프시니까 집을 비울 일도 잦았고 아파서 날 못 보살필 일이 많아졌어. 원랜 일주일에 두번 많게는 세번까지도 만났지만 일주일에 한번으로 줄었어. 나를 데리고 놀러다니시기 보단 집에 앉아서 이야기만 주고받는걸 많이 하셨고.

#127 이름없음 2020/10/16 16:10:16

오 동접!! ㅂㄱㅇㅇ

#128 ◆bu1bbgZg46n 2020/10/16 16:11:47

그치만 아직 정신이 심하게 세뇌당해서 온전하지 못했던 나는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할머니를 만난다는게 좋았고, 이미 할머니가 많이 놀러 다녀준 적이 있으니 별로 상관 없었어. 할머니한테 놀러나가고 싶다고 해도 할머니 아픈게 사라지면 꼭 같이 나가자꾸나 이런식으로 말해주셔서 얌전히 기다리겠다고 착한 아이로 있었지. 근데 김씨 할머니는 아마 이 때부터 나를 많이 걱정하신거야. 병원에 입원이라도 하거나 하면 나를 못 만나게 될거고 그럼 내가 그 집에서 다시 학대를 당할거라고 걱정하신 모양이지. 몸이 아파서 일주일에 한번, 2주에 한 번 만날 정도로 악화될 때 쯔음에 할머니는 날 붙잡고 진지하게 말하셨어.

#129 ◆bu1bbgZg46n 2020/10/16 16:12:43

나는 절대로 이상한 아이가 아니고, 다른 아이들처럼 친구들과 놀거나 가고싶은 곳에 어디든 가도 되고, 노력한다면 지금처럼 더듬거리지 않아도 되고, 공부도 훨씬 잘해서 학교에서 1등도 될 수 있고, 그런 식으로 나를 마구 칭찬하고 아껴주는 말씀이었어. 그러니까, 아마 그 때의 나는 내가 이렇게 사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무언가에 집중하지 못해서 더더욱 나아지는게 더뎠으니 어떻게든 잘 말씀해주고 싶으셨나봐.

#130 ◆bu1bbgZg46n 2020/10/16 16:14:03

정말 철없는 이야기지만 그 때의 나는 할머니가 학교에서 노력만 하면 전교 1등도 할 수 있을거라는 말이 그렇게 멋지게 들렸어. ㅋㅋㅋ 나는 정말 공부같은건 한 적도 없었고 학교에서 다른 애들이 1등을 했다고 하면 축하의 박수만 쳐주는 포지션이었거든. 초등학생엔 선생님한테 나도 일등 하고 싶어어~ 이런식으로 말했다가 선생님께서 우리 OO도 같이 1등~ 이런식으로 아직 정신이 어린 아이를 대하듯이 넘어가주셨던 적도 있을거야 아마... 기억에 의하면?

#131 이름없음 2020/10/16 16:15:17

나이수 동접 ㅂㄱㅇㅇ

#132 ◆bu1bbgZg46n 2020/10/16 16:16:40

정말로 공부를 열심히 하면 1등이 될 수 있냐고 물어봤고 할머니는 그렇다고 했어. 나는 그 때부터 열심히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때까지 한 번도 공부를 제대로 하려고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정말 아는게 없었어. 그나마 잘하는게 수학에선 10의 자리 수까지만 해당되는 덧셈 뺄셈 정도...

#133 이름없음 2020/10/16 16:17:45

헉 돌아왔다 ㅂㄱㅇㅇ!

#134 ◆bu1bbgZg46n 2020/10/16 16:20:31

할머니는 가장 좋아하는 과목을 골라서 연습하면 그 과목의 1등이 될 수 있을거라고 했어... 그래서 그 중 내가 고른건 국어 과목이었어... 진짜 웃기지 않니 ㅠㅠ 말을 그렇게 더듬고 글씨도 삐뚤빼뚤하고 맞춤법도 다 틀리는 내가 기껏해서 고른게 국어라는게... 그치만 역사얘기는 들어도 이해가 안됐고, 수학은 도저히 안될 것 같았고, 과학도 뭐가 뭔지 모르겠고, 국어 과목이 그나마 책속에 이야기가 많으니까... 내가 책을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 글은 확실히 읽을 순 있었기 때문에 골랐던거야. 할머니는 그럼 국어 과목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1등을 하면 놀이동산에 데려가주겠다고 하셨어.

#135 ◆bu1bbgZg46n 2020/10/16 16:25:36

미안 지금 일하는 중이라 자꾸 늦어지네... 아무튼 그날 이후로 나는 학교에서 엄청 열심히... 공부를 했어. 아마 나름...? 다른 과목 때에는 물론 집중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국어 시간엔 멍하게 있거나 딴짓이 조금씩 줄어들었어. 교과서에 있는 소설 이야기들을 읽고 아는 문제만 몇 개 풀어두는 정도로...

#136 ◆bu1bbgZg46n 2020/10/16 16:28:20

음... 사실 결과는 처참했어. 아는 문제가 거의 없었거든. 문제 10개가 있다고 치면 그나마 2~3개 정도... 그 외엔 정확하게 몰랐어. 그니까... 문제의 뜻은 아는데 정확하게 머릿속에서 조합을 못했다고 해야하나? 다음 보기 중 올바른 대답을 고르시오. 라고 있으면 어떤 보기에서 뭘 고르라는건지 두뇌 속에서 정확하게 매치가 안됐던거야... 진짜 그 때엔 상태가 심각했던 거겠지.

#137 ◆bu1bbgZg46n 2020/10/16 16:32:22

전에 말한 그 도우미 친구가 날 되게 많이 도와줬어. 도우미 친구가 워낙 날 잘 도와주다보니까 학교에서도 내 짝꿍으로 고정이었는데 내가 문제 풀고 있는 걸 보니까 옆에서 잘 알려줬어. 사실 걔도 똑같은 중1이니까 엄청 열정적으로... 잘... 알려주진 못했겠지만? 내가 틀린 문제가 있으면 이건 왜 틀렸을 것 같아? 이런식으로 물어봐서 내가 직접 답을 알아내게끔 유도하는 느낌이었거든. 나는 원래 시험을 봐도 점수가 평균 20~30대였는데 국어 점수는 점점 높아졌어. 물론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직접 보기 전이어서 정확하겐 모르겠지만 그 때 당시에 40~50으로 올라가지 않았을까... 점수가 높아졌다고 좋아하는 나는 할머니한테 자랑을 했어. 나 열심히 해서 예전에 틀린 문제도 맞출 수 있다고 자랑했더니 할머니가 장하다고 칭찬해줬고... 엄마 아빠한테도 말하면 좋아할까? 하고 물어봤더니 할머니는 물론 좋아하시겠지만 엄마 아빠한테는 비밀로 하고 나중에 기말고사를 제일 잘 봐서 그때 놀래켜주자고 하시더라.

#138 ◆bu1bbgZg46n 2020/10/16 16:34:37

솔직히 쬐끔 이해는 안됐지만 할머니 말은 잘 듣는 나였기 때문에 그냥 넘어갔어. 가을~겨울 동안은 정말 국어공부에 매진한 것 같아. ... 매진이라고 해도 학교에서나 공부를 했고 집에서는 동화책을 계속 읽는 정도... 집에서 내가 읽을 수 있는 책이 동화책이었어서...

#139 ◆bu1bbgZg46n 2020/10/16 16:36:42

그래서 겨울에 대망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험을 보게 됐는데 음... 뭐 영화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 1등은 당연히 무리수였고 국어점수가 61점... 나왔던 것 같아. 아마도...

#140 ◆bu1bbgZg46n 2020/10/16 16:38:57

그 전에 본 1회차 시험은 사실 점수가 기억이 안나... 기억 안나는 걸 보면 그렇게 잘 본것도 아니었던 것 같고 기억나는 건 2회차 시험인데... 61점이 나오고 나서 나는 서러워했어. 1등을 못했잖아! 노력하면 1등을 할 수 있다고 했는데 뭔가 속은 기분이어서... 도우미 친구도 그래도 이정도로 한거면 내년엔 1등 할 수 있을거라고 위로해주고 그래서 할머니한테 가서 들려줬어. 국어시험 점수가 61점이라고... 할머니는 엄청 잘했다고 하시면서 그래도 1등은 아니니까 엄마 아빠한텐 비밀로 하자고 했어. 그리고 나중에 놀이동산을 데려다준다고 했지. 근데 나는 잘 이해가 안됐어... 왜 엄마아빠한테 점수를 비밀로 해야할까? 난 엄마아빠한테도 칭찬이 받고 싶은데.

#141 ◆bu1bbgZg46n 2020/10/16 16:40:07

그 길로 나는 집에 돌아가서 엄마 뒤를 따라다니다가 엄마한테 솔직하게 말했어. 엄마 나 이번에 시험봤는데 국어 61점 나왔어 나 잘했어? 하는데 엄마 표정이 대놓고 안 좋아지더라. 엄마는 정말 질린 것 같은 표정이면서도 겁먹은 것 같은 표정이면서도 화가난 것 같으면서도... 잘 모르겠어. 그 때는 어렸고, 엄마의 감정이 어떤지 따위는 이해하고 싶지 않아.

#142 ◆bu1bbgZg46n 2020/10/16 16:41:40

ㅋㅋㅋ아 뭔가 쓰다보니 우울한 표정으로 쓰고 있어서 상사가 초코파이 주고 갔어ㅠㅠ 나 곧 퇴근 시간이라... 초코파이 먹고 퇴근해서 마저 쓸게 얘들아!! 뭔가 질질 끄는 것 같아서 미안...

#143 이름없음 2020/10/16 17:23:24

ㅋㅋㅋㅋㅋㅋㅋㅋ초코파잌ㅋㅋㅋㅋㄲ

#144 ◆bu1bbgZg46n 2020/10/16 20:43:22

집이야. 길게 끈 만큼 이번엔 큼직큼직하게 올려볼게. 엄마는 내 점수가 잘 나온 걸 듣고 나서 아무말도 하지 않다가 내 어깨를 잡고 설득했어. 엄마는 OO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도, 잘하지 않아도 사랑해, OO가 힘들면 굳이 공부하지 않아도 괜찮아, 엄마는 OO가 억지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등등... 하지만 난 엄마가 그런 말을 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어. 나는 점수가 높게 나와서 그래도 기분이 좋았는데, 할머니도 나한테 잘했다고 칭찬해줬는데 왜 엄마가 그런 말을 하지? 내가 점수가 높은게 기쁘지 않냐고 물으니까 엄마는 기쁘지 않다고 대답했어. 속상한 마음에 왜? 라고 하니까 엄마는... ... 내가 어딘가 모자라고 아픈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다고 대답했어. 대체 무슨 의미인지 몰랐지. 나는 아프지 않다고 대답했어. 그러니까, 그 때의 나는 몸이 어딘가 불편하거나 아픈 아이라고 이해하고 아프지 않다고 대답했는데. 엄마는 이상한 표정으로 날 내려보면서 그런 뜻이 아니라고만 했어... 나는 엄마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고... 그냥 속상했어. 지금의 나는 어딘가 모자라고 아픈 사람인걸까? 나는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아이들이랑 다르게 말을 버벅거리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어디 모자란 애라고 생각한 적 없었어. 뭔가... 그 일상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거든. 나는 그 다음날 학교에 가서 도우미 친구가 국어 공부를 도와주는데 도저히 집중하지 못했어. 평소처럼 딴짓을 하고 집중력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다가 그 애가 오늘은 공부하기 싫냐고 물어봤어. 나는 삐진 것 처럼 행동하다가 엄마가 나 아프고 모자란 애로 크는게 좋대. 라고 대답했던 것 같아. 그 애는 무슨 뜻인지 이해는 잘 못했던건지 나한테 니가 더 열심히 해서 엄청 모범적이고 똑똑한 애가 되면 엄마도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까? 라고 했어.

#145 이름없음 2020/10/16 20:44:49

ㅂㄱㅇㅇ!

#146 ◆bu1bbgZg46n 2020/10/16 20:48:28

사실 이해를 못했어... 그치만 나는 지금 국어 점수도 이렇게 많이 올랐는데? 이런 심정이었을 걸. 내가 잘 납득하지 못한 것 같으니까 열심히 해서 멋진 대학에 갈 수 있게 되면 그 땐 엄마도 보람차게 여기실 거라고 그런 나를 좋아해줄거라고 했어. 뭔 소린지 정확하게 파악하진 못했지만 정말? 이라고 대답했고 그 애는 그렇다고 대답했어. 그리고 그날부터 며칠 뒤에 김씨 할머니네 집에 가서도 그렇게 말했어. 엄마는 내가 모자라고 아픈 애로 크는게 좋다고 했다면서 결국 서러워져서 울었던 것 같아. 김씨 할머니는 날 달래주면서 엄마는 아직 네 진가를 몰라서 그런거고, 내가 멋지고 똑똑한 아이로 자라면 자긴 너무 기쁠거라면서 다독여줬어. 나는 도우미 친구도 김씨 할머니도 그렇게 말해주니 정말로 엄마가 아직 내 멋진 모습을 직접 보지 못해서 그런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때부터 정말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계기가 생겼어. 사실 이렇게 다짐해놓고도 그놈의 집중력 부족때문에 몇개월간은 크게 는 무언가가 없지만... 그래도 평균 20~30대 점수가 30~40대로 올랐다는 점에서 그 때엔 나름 열심히였지~ 정도로 생각해.

#147 ◆bu1bbgZg46n 2020/10/16 20:54:04

성적이 오르기 전에 앞서서 슬슬 겨울방학이 다가오고 있었어. 그 해 겨울방학은 다른 겨울방학과는 좀 달랐어. 뭐가 달랐느냐면... 내가 우리 동네에 있지 않았다는 점이야. 그 해 겨울방학에는 엄마가 날 데리고 외가로 올라갔어. 외가에는 엄마를 포함한 6남매 외에도 외할머니가 계셨어. 진짜 연세가 많으셨는데 생각보다 꽤 정정하시고 건강하셨다는 느낌이야. 나는 집에서 김씨 할머니랑 지내고 싶었는데 엄마는 이번 겨울방학동안만 엄마랑 같이 외할머니네에서 한두달 자고 올거라고 말했어. 나는 김씨 할머니는? 했지만 당연히 못 만난다고 으름장이 박혔지. 울면서 서러워했지만 딱히 바뀌는 건 없었고... 겨울 방학이 되니까 나는 외할머니네 집으로 올라갔어. 외할머니는 솔직히 나쁜 분은 아니야. 김씨 할머니보단 조금 엄하시지만 그래도 착한 분이거든.

#148 이름없음 2020/10/16 20:55:49

ㅂㄱㅇㅇ!!

#149 ◆bu1bbgZg46n 2020/10/16 20:57:41

아는 곳도 없이 그냥 외할머니네 집에 올라가서 두 달동안 엄마랑 같이 지냈어. 외할머니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괜찮은 분이었어. 내가 밥을 먹으면서 다 흘리거나 침을 흘리면 혀를 차긴 하셨지만 내가 졸려할 땐 가끔 옆에서 날 토닥여주고 자장가를 불러주셨거든. 외가에서 지내는 두달은 정말 별 거 없었어. 나는 외가에 있는 동화책을 읽거나 엄마랑 외할머니를 따라서 밖을 돌아다니거나 마당에 있는 진돗개랑 놀았어. 그러는 사이에 안 게 있다면 외할머니는 나를 정말 딱하게 여겼다는 점이야. 나에 대한 건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외할머니는 나를 딱하게 여기는 것과 동시에 외할머니의 딸인 우리 엄마를 안타까워했어. 나 때문에 우리 엄마가 고생한다고 여긴거겠지...? 외할머니는 늘 엄마를 걱정하면서 엄마가 날 챙기려고 하면 말리고 외할머니가 직접 나를 챙겨줬어. 나야 덕분에 엄격한 외할머니랑 조금이나마 더 가까워질 수 있었지. 사실 그 전까진 말했다시피 명절이 5일이어도 친가에 4일, 외가에 1일 있었거든.

#150 ◆bu1bbgZg46n 2020/10/16 21:02:45

외할머니네 집에서 지내는 2달동안 기억나는 사건사고라고 하면 두가지야. 1. 개를 키우는 집에 오랫동안 머물렀던게 신기했던 어린 내가 개를 자꾸 못살게 굴어서 (이땐 놀아준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전혀 아니었던 듯.) 물렸던 일. 그리고 남은 한가지가 조오금 결정적인데, 우리 엄마가 나랑 둘만 있을 때 일부러 외할머니가 아끼는 화병을 깨버리고 외할머니가 돌아오니 내가 깼다고 거짓말을 한 일이야.

#151 ◆bu1bbgZg46n 2020/10/16 21:08:20

어느날은 외할머니가 외출하시고 집에 나랑 엄마만 남아있는데, 거실에 앉아서 개 발을 잡고 장난치던 나를 엄마가 불렀어. 엄마쪽을 향해서 고갤 돌리니까 엄마가 외할머니가 아끼는 화병을 들고 있었어. 화병이라고 하나? 그 뭔가... 난초같은게 들어있는...? 기다란 꽃병같은 그런거였어. 내가 엄마를 쳐다보고 있으니까 그대로 엄마가 화병을 들어 올리더니 아래로 내던져서 깨트렸어. 진짜 깜짝 놀랐지. 개는 놀라서 도망갔고 나는 그 자리에 멈춰서 놀란 표정으로 엄마를 쳐다보고 있었어. 엄마는 아무말도 안하다가 이건 OO가 깼다고 할머니한테 말하는거야, 알겠지? 라고 말했어. 내가 왜? 라고 하니까 엄마가 그렇게 하라고 하면 그렇게 해. 라고 했어. 그치만 엄마가 깼잖아? 하니까 그 때 엄마가 화가 난 표정으로 내 이름을 크게 부르면서 엄마 말 좀 들으라고 뭐라 했어. 엄마는 그상태로 깨진 파편을 내버려두고 방에 들어갔어. 나는 놀라서 어버버한 상태로 있다가 깨진 파편들을 치우려고 서투르게 조각들을 손바닥에 주워담았어. 얼마 안 지나서 외할머니가 오셨는데, 외할머니가 오시니까 방에서 빗자루랑 쓰레받기를 가지고 나와서 파편들을 치웠어. 내 손바닥 위에 있는 파편들도 다 가져갔고. 외할머니가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하니까 내가 실수로 개랑 놀다가 깨트린 것 같다고 하더라. 나는 화가 났어... 엄마가 깨놓고 왜 나한테 그러는거지? 싶어서, 울먹거리면서 아니라고 엄마가 그랬다고 더듬거리면서 말했지.

#152 ◆bu1bbgZg46n 2020/10/16 21:10:48

외할머니는 당연하겠지만 엄마 말을 믿었어... 아무리 겁이 나도 그렇지 엄마 핑계를 대면 안된다면서 깨진 걸 치우는 걸 도와줬고 아끼던게 깨졌다면서 속상해하셨지. 이 날을 기준으로 나는 엄마가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하게 됐어. 엄마는 나를 데리고 놀러가주지도 않고, 내가 공부를 잘해도 싫어하고, 꽃병도 엄마가 깨놓고 내가 깼다고 뭐라고 하니까. 엄마가 거짓말쟁이라고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됐어.

#153 이름없음 2020/10/16 21:12:07

이건 아무리 봐도 가스라이팅+대리 뮌하우젠 증후군이 합쳐진 것 같은데... 이야기를 들을수록 공포밖에 안 느껴진다

#154 ◆bu1bbgZg46n 2020/10/16 21:16:08

깨진 파편을 다 치운 이후에 외할머니는 나를 혼자 불러서 따끔하게 혼을 내셨어. 아무리 개랑 노는게 좋아도 실내에선 조심해야하고 뛰어다니면 안되고, 무서워도 엄마 탓으로 돌리면 안된다고 뭐라 잔소리를 했지. 나는 너무 서러웠어... 내가 한 게 아니라 엄마가 깬건데, 외할머니는 내 말을 절대 믿어주지 않잖아. 그게 내가 공부를 못해서 그런거라고 생각하고 너무 서러워서 듣는 내내 계속 울었어. 외할머니는 내가 반성하느라 운다고 생각했는지 어느정도 화를 내시곤 날 안아주면서 달래줬어. 울지 말라고 화내서 미안하다고 다음부턴 그러지 말라고 달래주셨지만 어린 마음에 엄마가 너무 밉고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던 나는 계속 울다가 결국 또 잠들었어.

#155 ◆bu1bbgZg46n 2020/10/16 21:21:10

그 날 이후론 말을 더듬는 건 둘째치고 아예 말수가 적어졌어. 엄마랑 대화를 거의 하지 않고 싶었거든. 엄마가 평소보다 더 싫고 미웠어. 나는 어떻게든 공부를 잘하게 돼서 엄마를 놀라게 만들고 주변 사람들이 엄마보다 내 말을 더 믿게끔 하고 말겠다고 다짐했지.

#156 ◆bu1bbgZg46n 2020/10/16 21:23:01

2달의 시간이 지나고 나는 원래 동네로 돌아왔어. 아직 방학이 남아 있어서 학교는 가지 않았고, 나는 김씨 할머니를 다시 만나고 나서 김씨 할머니한테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고 공부를 더 잘하고 싶다고 졸랐어. 김씨 할머니는 사실 공부를 잘 알려주시는 분은 아니셨나봐. 자기는 그런거엔 소질이 없으니 다른 분을 알려주셨는데 경로당에 계시는 다른 할아버지셨어. 되게 깐깐하고 고집이 세신 분인데 이 분은 이제 최씨 할아버지라고 부를게. 최씨 할아버지는 내가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하니까 그럼 자기가 알려주겠다고 하셨어.

#157 ◆bu1bbgZg46n 2020/10/16 21:25:03

>>153 사실 둘 다 맞긴 해... 이거에 대해선 후반부에 제일 자세히 나올 것 같아 ㅠㅠ 내가 글을 짧게 쓰는 걸 어려워해서 점점 더 길어지는 것 같은데 고민이야... 차라리 결론적으로 엄마 아빠가 왜 그런 일을 했는지, 결정적인 마지막 이야기들이라도 먼저 설명해두는게 긴거 싫어하는 레스더들한테 도움이 될까? ㅠㅠ

#158 ◆bu1bbgZg46n 2020/10/16 21:27:44

아무튼 나는 최씨 할아버지를 통해서 공부를 조금씩 배우기 시작했어. 그치만 진짜 공부를 아예 안했던 애가 하려고 하니까 어려움이 많더라. 더군다나 나는 집중력도 별로고 말도 더듬고 그랬잖아. 최씨 할아버지는 공부를 알려주려고 하시다가 내 집중력 상태를 보고 글러먹었다면서 ㅋㅋ 집중력을 높이는 연습부터 하라고 했어... 집중력은 어떻게 높이냐고 하니까 진짜 웃기게도 야바위를 하셨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종이컵 세개를 놔두고 세개 중 하나에만 사탕을 넣어서 마구 섞어서 어떤거에 사탕이 들어갔는지 맞추는 그거 있지? 그것부터 시작하셨어 ㅋㅋ 그리고 틀리면 5분동안 할아버지 어깨 주무르기 이런걸로... 나는 그길로 일주일에 두번씩 경로당에 다니면서 할아버지와 야바위를 하고 할아버지 어깨를 신나게 주무르거나 맞춰서 사탕을 먹기 시작했지... 겨울 방학이 끝나고 2학년이 될 무렵엔 안마를 하는 횟수보단 사탕을 먹는 횟수가 현저히 많아졌어.

#159 ◆bu1bbgZg46n 2020/10/16 21:30:27

그러니까 나는 1년사이에 김씨 할머니, 최씨 할아버지를 만나면서 말 더듬는 횟수도 눈에 띄지 않게 조금씩 줄어들고 집중력도 많이 좋아진거야. 그 덕분인지 개학하고 나서 처음으로 본 시험도 평균 30~40대로 올라갔어. (원래는 20~30)

#160 ◆bu1bbgZg46n 2020/10/16 21:32:56

근데 사실 내가 공부를 안한다는 걸 초등학생 때부터 봐온 탓인지 엄마 아빠는 내 성적표나 성적같은걸 굳이 확인하려고 하지 않았어. 나는 학교에서도 수업시간에 대충이나마 수업을 듣게 됐고 국어는 여전히 50~60점대를 유지하면서 다른 점수는 뭐.. 평균을 웃도는 점수를 냈지. 도우미 친구와는 반이 달라졌지만 다른 도우미 친구가 생겨서 공부를 배웠어. 그 친구는 1학년때 도우미 친구만큼 착하진 않아서 내가 물어보는 것만 도와줬어. 나 이거 몰라... 하면 이건 1번이 답이야. 하고 알려주는 정도?

#161 이름없음 2020/10/16 21:33:55

주변 분들이 착해서 다행

#162 ◆bu1bbgZg46n 2020/10/16 21:36:18

성적이 아주 얼추 좋아지고 집중력도 아주 나쁜 정도는 탈출하니까 봄 끝무렵 부턴 최씨 할아버지가 나한테 공부를 알려줬어. 좀 기본적인 문제였어... 곱하기 같은 거... 근데 솔직히 그 때엔 곱하기랑 나눗셈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웠어 ㅎ ㅠ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하기 싫어서 수학은 안할거라고 꼬장부리다가 혼난 기억이 있어...

#163 ◆bu1bbgZg46n 2020/10/16 21:37:52

그래도 역사(아주 쪼금)랑 국어가 살짝 올랐고 과학(매우 많이 쪼금)도 살짝 배웠어. 이건 뭐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한자 과목도 있어서 한자도 몇개씩 찔끔찔끔 외웠어. 그 땐 주로 김씨 할머니랑 같이 하교하는 길에 그대로 경로당으로 빠져서 최씨 할아버지를 만나고 공부를 하는 그런거였어. 엄마는 매번 경로당에서 다른 분들한테 피해주지 말고 놀아야 한다고 한 걸 보면 공부를 배운다는 건 몰랐던 것 같기도 해.

#164 ◆bu1bbgZg46n 2020/10/16 21:42:11

하루는... 김씨 할머니가 최씨 할아버지한테 내 얘길 해주는 것 같았어. 무슨 얘길 해주는건진 정확하게 잘 몰랐는데 엄청 화를 내시면서 썩을롬들이라고 막 뭐라뭐라 욕을 하시고... 멀쩡한 애를 호구로 키우려고 한다고 엄청 역정을 내셨던 건 기억나. 내 얘기라곤 생각을 못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 얘기겠지...? 그리고 그날 집에 돌아가기 전에 날 붙잡고 앞으로는 절대 엄마 아빠 말 듣지 말라고, 엄마 아빠가 괴롭게 하면 할아버지랑 할머니한테 말하라고 신신당부를 하셨지. 나는 뭔가... 든든한 내 편이 생긴 것 같아서 좋아서 철없게 응!! 하고 돌아갔어.

#165 ◆bu1bbgZg46n 2020/10/16 21:47:03

이 쯔음의 집에 대해서 얘기해보자면... 별 거 없이 똑같았어. 아... 진짜 정말로 중학교 때 기억은 할아버지랑 할머니들 관련된 거랑 내 필사적인 반항 말고는 잘 기억이 안나 ㅠㅠ 늘 외출은 불가능했고 엄마 아빠랑 대화를 많이 하진 않았고 조금 철없이 행동했던 나... 정도... 명절 때에도 똑같았어. 친인척들이 중학생때부턴 별로 나를 테스트 해보려고 한다거나 하진 않았다는 점...? 특히 친가 사람들은 나한테 관심이 거의 없어보였고 사고 칠때나 좀 귀찮은 조카 취급했지. 외가 사람들은 그냥 철없는 지적 장애인이라 생각하고 놀아준 것 같아.

#166 ◆bu1bbgZg46n 2020/10/16 21:50:27

아휴 ㅠㅠ 글이 엄청 길어진다...! 늦기 전에 후다닥 씻고 올게! 혹시 보고있는 레스더들이 있으면 의견 남겨줄 수 있을까? 1. 글이 너무 길어지니까 결론적으로 엄마 아빠가 왜 그랬고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먼저 쓴다 2. 그냥 계속 쓰고 마지막에 쓴다! 답답한 사람들이 생길까봐 너무 무서워... 첫 스레가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거든 ㅠㅠ...!!! 우선 다녀올게! 늘 고마워!

#167 이름없음 2020/10/16 21:51:52

ㅂㄱㅇㅇ! 난 2번!

#168 이름없음 2020/10/16 22:06:41

나도 2번!

#169 이름없음 2020/10/16 22:16:08

ㅂㄱㅇㅇ 2번!!

#170 이름없음 2020/10/16 22:16:12

222!! 잘 보고있어 스레주

#171 이름없음 2020/10/16 22:19:29

ㅂㄱㅇㅇ 나도 2번!

#172 이름없음 2020/10/16 22:21:18

ㅂㄱㅇㅇ 나두 2번!! 근데 레주 이야기 읽다보니 부모님이 왜 그랬는지 약간 짐작가기도 하는데.. 이건 짐작이라 일단은 계속 들어볼래!!

#173 이름없음 2020/10/16 22:25:13

ㅂㄱㅇㅇ 2번이야!!

#174 이름없음 2020/10/16 22:44:08

>>166 결정적인 건 나중에 나와야 재밌징 2번 투표!

#175 이름없음 2020/10/16 22:46:16

222

#176 ◆bu1bbgZg46n 2020/10/16 22:55:28

헉 엄청 많이 남겨줬네 ㅠㅠ!! 다들 고마워! 그럼 씻고 왔으니까 다시 이야기해볼게...! 그리고 >>172 이거 너무 궁금하다 ㅠㅠ

#177 이름없음 2020/10/16 22:59:16

스레주 최대한 많이 풀어줘 현기증나

#178 ◆bu1bbgZg46n 2020/10/16 23:03:37

우선 다시 사고가 일어나는 건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야. 그냥저냥 평범한 날들을 보내면서 여름방학이 다시 왔는데, 김씨 할머니는 건강이 점점 더 나빠져서 이제 날 데리러 올 수 없게 됐어. 경로당에도 잘 못오셨고 영락없이 나는 다시 집에 박히게 생겼는데 그즈음에 날 가르치던 최씨 할아버지가 직접 집으로 찾아와서 엄마 아빠한테 이제부턴 김씨 할머니 대신 날 데리고 다니겠다 하신 것 같아.

#179 ◆bu1bbgZg46n 2020/10/16 23:03:41

>>177 ㅠ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 응 알았어...!

#180 ◆bu1bbgZg46n 2020/10/16 23:05:54

근데 엄마 아빠는... 당연하지만 최씨 할아버지를 반기지 않았어. 안그래도 김씨 할머니랑 있는걸 별로 좋아하진 않으셨을테니 최씨 할아버지가 그렇게 하겠다는걸 완강히 반대하셨지. 여름 방학이라 나도 엄마 아빠도 집에 있을 때 할아버지가 찾아오신 거라서 결국 나를 데리고 가겠느니 말겠느니로 할아버지랑 엄마 아빠가 말다툼을 하셨어.

#181 ◆bu1bbgZg46n 2020/10/16 23:06:50

나한테는 방에 들어가 있으라고 윽박지르셔서 (아빠가) 사실 무서워서 바로 방에 들어와서 정확하게는 뭐라고 싸웠는진 모르지만 이때는 방문에 귀를 대고 듣고 있었어. 니들 가정 학대하는거 우리 경로당에서 다 안다 이런식으로 말하셨고 그런 적 없다고 아빠가 따졌어. 난 나때문에 싸우는 것 같아서 불안하고 무서웠지만 내심 할아버지가 싸움에서 이기고 날 집밖으로 데려가줬으면 했어.

#182 이름없음 2020/10/16 23:08:39

ㅂㄱㅇㅇ

#183 ◆bu1bbgZg46n 2020/10/16 23:10:13

그치만 뭐... 이런 표현이 괜찮은지는 모르겠지만 할아버지가 졌어. 당연하기도 해... 솔직히 나는 집 안에 있고 집에 엄마도 아빠도 계시는데 나이드신 할아버지가 무력을 쓰실수도 없고 뭘 어떡하겠어... 나는 여름방학동안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못만날거란 생각에 서러워져서 할아버지가 현관문을 닫고 나가는 소리를 듣고 뛰쳐나갔어. 할아버지랑 같이 경로당에 가고 싶다고 계속 우겼지만 당연히도 부탁은 안 들어주셨어. 아빠는 오히려 나랑 같이 소리 높여서 싸웠어. 나는 경로당에 가고싶다고 계속 우겼고 아빠는 절대 안된다고 방에나 들어가 있으라고 그랬지.

#184 ◆bu1bbgZg46n 2020/10/16 23:11:44

하지만 중학교 2학년밖에 안된 내가 아빠를 이길 수 있을리가 만무하잖아? 아빠는 내가 자꾸 짜증나게 구니까 그대로 날 밀쳤고 나는 벽에 부딪히면서 넘어졌어. 사실 크게 다치거나 어디가 부러진 것도 아닌데 그게 너무 아파서 전의를 상실했어. 아프니까 결국 화내는 것 보다 울음이 먼저 나오더라고. 아빠는 또 개인 방으로 들어가버리고 엄마만 우는 나를 일으켜서 화장실에 데려가 억지로 세수를 시키고 울음을 그치게 만들었어. 부딪힌 머리가 얼얼했던 기억이 나.

#185 ◆bu1bbgZg46n 2020/10/16 23:13:59

결국 나는 외출을 금지당했고 초등학생 때처럼 집에 갇혀서 여름 방학을 보냈어. 정말... 어릴 때 복수심을 가지면 끝도 없어진다는 그런 글 있었던가? 어린 아이가 앙심을 품게 하면 안된다는 글 말이야... 그때 내 상태가 딱 그랬어. 여기에 사춘기+반항기 이런것까지 겹친 것 같으니 그때의 내 심정은 진심으로... 진짜...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래. 그 때엔 가끔 아빠를 죽여버리고 싶었어. 엄마는 그래도 날 달래줄 때가 있으니까 죽이긴 싫고, 날 아프게 하는 아빠만큼은 진심으로 죽여버리고 싶었던 날이 많았어. 왜 나는 이렇게 살아야하지, 왜 나는 아무것도 못하게 하지. 다른 애들은 잘 하는 것 같은데 왜 나만...?

#186 ◆bu1bbgZg46n 2020/10/16 23:15:38

사람이 외출도 못하고 집에 처박혀서 지적 장애인이길 강요받으면 쉽게 망가지고 쉽게 미치는 것 같더라. 그때의 나는 진짜 정신병에 걸려있었을거야. 다 큰 성인이 되어서도 심리 치료를 받고 있는 걸 보면 말은 다 했지. 하지만 생각하는 거랑 다르게 집에서 움직일 의욕은 없었고 하루종일 누워있거나 엄마가 시켜서 하는 집안 청소가 그나마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일이었어. 여름방학동안 난 말 그대로 폐인이었어.

#187 이름없음 2020/10/16 23:16:05

아...

#188 ◆bu1bbgZg46n 2020/10/16 23:18:06

폐인을 그나마 탈출한 건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됐을때야. 다시 학교에 나가면서 나는 조금씩 의욕을 되찾았어. 의욕이라기보단... 사실 아빠가 너무너무 싫고 미워서, 어떻게든 해버리고 싶어서 뭐든 하려고 안달이 난 상태였지. 증오심 때문에 참을 수 없어서 움직일 수 있게 된거야. 그 때엔 공부가 중요하다기 보단 내가 왜 이러고 살아야하는지 이유를 알아야만 했어.

#189 ◆bu1bbgZg46n 2020/10/16 23:19:44

차라리 하다못해 내가 지적 장애인이기 때문에, 라고 제3자가 그렇게 말해줬으면 나는 쉽게 포기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김씨 할머니도 최씨 할아버지도 그러지 않았잖아? 늘 나를 예쁘게 애정해주고 좋게 보살펴주셨지. 그거 때문에 이유를 찾으려고 한거야. 그치만 어떻게 이유를 찾아야할지 몰랐던 나는 반 친구들한테 내가 이상한 애냐고 직접 물어보고 다녔어. 사실... 그렇게 반 친구들한테 직접 뭔가 물어보거나 말 걸고 다닌 건 처음이야. 근데 솔직히 너희도 비장애인 동급생이 나 이상하냐고 물어봐도 이상하다고 대답하진 않잖아? 걔네도 그랬지. 안 이상하다고 어색하게 대답해줬어. (대다수는.)

#190 이름없음 2020/10/16 23:20:18

ㅂㄱㅇㅇ

#191 이름없음 2020/10/16 23:21:10

와 진짜..부모 속이 너무 궁금해 ㅂㄱㅇㅇ!

#192 ◆bu1bbgZg46n 2020/10/16 23:21:39

나는 그대로 자신감을 얻었고! 여름방학이 끝난만큼 최씨 할아버지와 다시 만났어. 어느날 하교하려고 교문으로 가보니까 엄마가 최씨 할아버지가 같이 계시더라고. 솔직히 경로당에서 학교 개학 소식을 직접 알 순 없을테니 좀 늦게 오신 것 같아. 할아버지가 오랜만에 만난 날 보고 같이 경로당에 놀러가자고 했고 엄마랑 이미 대화는 한건지 난 아무런 제지 없이 오랜만에 신나게 경로당에 갔어.

#193 ◆bu1bbgZg46n 2020/10/16 23:23:59

그치만 신난건 둘째치고 경로당에 도착하고 나서 할아버지랑 오랜만에 만난만큼 어떻게 지냈냐는 질문을 받았지. 나는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했어. 할아버지가 가고나서 아빠한테 경로당에 가고싶다고 했는데 아빠가 나한테 화를냈고 벽에 밀쳐서 부딪혔다고 하니까 할아버지가 같이 욕을 해줬지. 나는 신나서 할아버지한테 계속 얘기를 했어. 아빠가 너무싫어서 없어져버리면 좋겠다고... 사실 죽여버리고 싶었다는 게 절대 거짓말은 아닌데 할아버지 앞에서 나쁜 말을 하면 안될 것 같아서 없어지면 좋겠다 정도로 순화해서 말한 것 같아. 그리고 할아버지한테도 내가 이상한 애라서 그런거냐고, 엄마 아빠가 나한테 왜 그러는 거냐고 물어봤어.

#194 ◆bu1bbgZg46n 2020/10/16 23:25:58

할아버지는 내 얘기를 들어주다가 장애인이란 거에서 설명해주기 시작했어. 이것도 내 추측이긴 한데... 최씨 할아버지는 처음엔 내가 살짝 아이큐가 떨어진다거나 지적 장애인까진 아니더라도 머리가 나쁜 애.. .라고 생각하고 계셨던 건 아닐까! ㅠㅠ 처음에 나에게 장애인이라고 말해줄 때 좀 뉘앙스가 그랬거든. OO처럼 말을 더듬거나 집중력이 나쁘거나 한 게 아주 심하면 장애인이라는 거에 해당된다 뭐 이런식으로...

#195 ◆bu1bbgZg46n 2020/10/16 23:27:14

근데 말했지만 내가 말을 더듬거나 침을 흘리거나 음식을 흘리면서 먹는 그런 건 사실 엄마랑 아빠가 시켜서 한거잖아? 난 할아버지한테 말했어. 엄마 아빠가 이렇게 하라고 했다고. 안그럴수도 있다고 울먹거렸지. 근데 울먹거리긴 했는데 사실 자신은 없었어. 김씨 할머니가 많이 도와주시긴 했지만 말은 여전히 버벅거렸고 집중력도 나쁜게 맞잖아. 나에 대한 확신이 없었어. 내가 정말 장애인일거라고 생각되는 순간이었지...

#196 ◆bu1bbgZg46n 2020/10/16 23:29:48

그치만 내가 한 말을 잘 캐치해서 들은 최씨 할아버지가 나한테 그럼 앞으로는 말을 똑바로 하고 침을 안흘리고 음식을 흘리지 않으면서 먹는 법을 배우자고 했어. 나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지. 사실 그 이후로 뭔가 연습하긴 했는데 다른 건 잘 기억 안나고 경로당에 갈때마다 안녕하세요~ 안녕히 계세요~ 이런 기본적인 말들을 더듬지 않고 말하는 연습을 한 것 같아. 나는 아주 오랫동안 말을 버벅거렸지만 열심히 연습하니까 조금씩 조금씩 나아졌어. 안녕하세요, 안녕히 계세요 같은 인사 정도는 그냥 말할 수 있었지. 아마 중1때 김씨 할머니가 말하기 연습을 그나마 시켜준 덕분이라고 생각해.

#197 이름없음 2020/10/16 23:31:34

ㅂㄱㅇㅇ!

#198 ◆bu1bbgZg46n 2020/10/16 23:32:32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나한테 장애인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을 해주셨어. 네가 정말 장애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엄마 아빠한테 계속 속아선 안된다고 했지. 다만 나는 지금 아주 어리니까 당장 부모님에게 너무 대들어도 또 아빠가 나를 아프게 할거라고 이건 비밀로 해야한다고 했어. 솔직히 정확하게 무슨 느낌인지 감은 안 잡혔는데 아빠한테 또 얻어맞을 생각을 하면 비밀로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어.

#199 ◆bu1bbgZg46n 2020/10/16 23:35:37

이게 쉽진 않았지... 만. 아빠가 나한테 평상시에 관심이 많은 편이 아니야. 그나마 엄마가 나를 제일 잘 관찰하고 많이 신경쓰는 편인데 말했지만 집에서도 가족들끼리 대화가 많은 편이 아니야. 게다가 아무리 연습을 해도 아빠 앞에 서있으면 화가 나니까 말이 자동적으로 더 더듬어 지더라고. 진짜... 이걸 다행이라고 여겨야할지 말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의심을 샀다거나 해본적은 없어. 공부도 하긴 했지만 뭐... 평균 30~40에서 벗어나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ㅎㅎ

#200 이름없음 2020/10/16 23:35:44

스레주 잘때까지 잠을 못잘고 같애 ㅋㅋ ㅂㄱㅇㅇ

#201 이름없음 2020/10/16 23:36:54

ㅂㄱㅇㅇ

#202 ◆bu1bbgZg46n 2020/10/16 23:38:13

>>200 그래도 졸리면 자야해...!

#203 ◆bu1bbgZg46n 2020/10/16 23:40:25

그래서... 결론적으로 중학교 2학년도 그렇게 지나갔어. 겨울 방학이 오니까 또 집에 혼자 남게 될까봐 되게 무서웠어. 근데 다행이게도 이때 김씨 할머니가 몸이 약간 좋아지셔서 최씨 할아버지랑 같이 집에 찾아오셨기 때문에 경로당으로 갈 수 있었지...

#204 ◆bu1bbgZg46n 2020/10/16 23:42:13

내 말솜씨는 정말 청산유수처럼 좋아졌어. 겨울 방학이 시작된지 얼마 안돼서는 동화책 2~3페이지를 아주 느리지만 또박또박 더듬지 않고 말할 수 있게 됐지. 스스로도 너무 좋았어. 초등학생 때에도 분명 이런식으로 칭찬을 받아서 좋아했었는데 이번엔 경로당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다 잘한다고 칭찬해주고 예뻐해주니까 너무너무 좋았어. 이대로 평범하고 훌륭한 사람이 돼서 아빠한테 복수할 생각만 수없이 많이 했지만ㅋㅋ

#205 ◆bu1bbgZg46n 2020/10/16 23:45:05

무난무난한 날들 사이에서도 물론 사소한 일들은 많이 있었어. 다 기억나진 않지만... 가끔씩 아빠랑 말다툼같은 걸 할 뻔 했지만 아빠가 너무 무서워서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울어버린 나 때문에 무마돼서 끝난 일들이라던가 그런거... 이런 건 생략할게.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사건 사고라고 할 정도는 아니라서.)

#206 ◆bu1bbgZg46n 2020/10/16 23:47:17

아... 진짜 중학교 3학년때부터 진짜 정말정말 힘든 순간들의 연속이라 조금 릴렉스를 할게! 봐주는 사람들 모두 고마워.

#207 ◆bu1bbgZg46n 2020/10/16 23:47:56

그러고보니 벌써 200레스를 넘었네!! 너희들 덕분에 여기까지 쓸 수 있었어! 14일부터 계속 말하는거지만 들어줘서 고마워! 매일매일이 너희한테 상냥하고 친절한 하루였으면 좋겠다.

#208 ◆bu1bbgZg46n 2020/10/16 23:52:28

음, 우선 중학교 3학년 때 일어난 일은 김씨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단 거야. 김씨 할머니는 원래부터가 건강이 좋았다가 나빠지셨다가 하셨지만 나는 그렇게 돌아가실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어. 내 살아 생전 처음으로 가까운 사람이 죽은 거였지. 학교가 끝나고 교문에 가는데 최씨 할아버지가 있었어. 오늘도 경로당에 갈거라고 생각하고 의기양양했지만 교문 앞에서 엄마랑 최씨 할아버지가 심각하게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어.

#209 ◆bu1bbgZg46n 2020/10/16 23:53:48

최씨 할아버지는 교문으로 나온 날 보고 김씨 할머니가 죽었다고 장례식장에 가서 마지막 인사를 하자고 했어. 나는 솔직히 처음엔 뭔 소린지 몰랐는데, 그 와중에 엄마가 절대 안된다고 했어. 혈연관계도 아니고 그냥 동네 꼬맹이가 장례식장에 가서 뭘하냐고 애가 충격받을 건 걱정 안되냐고 뭐라 하던게 생각나네. 내가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다고 물어보는데도 최씨 할아버지는 우리 엄마를 이 여편네라고 부르면서 뭐라 막 화를 내셨어. 목소리는 최씨 할아버지가 더 컸기 때문에... 교문 앞에서 우리 엄마한테 최씨 할아버지가 윽박 지르는 것 같은 상황이 됐어.

#210 이름없음 2020/10/16 23:55:10

ㅂㄱㅇㅇ

#211 ◆bu1bbgZg46n 2020/10/16 23:56:02

솔직히 아무리 내가 지적 장애인으로 속아서 컸다지만 죽었다는게 뭔지는 알아. 그건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서도 나오는 요소잖아. 근데 솔직히 처음으로 가까운 사람이 죽은거라 나는 실감나지 않았지... 나는 엄마를 잡고 할머니한테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어. 엄마는 절대 안된다고 했고, 할아버지가 계속 소리를 지르니 학교 선생님들이 나와서 할아버지를 말리고 그 틈에 엄마는 내 팔을 잡고 억지로 집에 끌고 갔어.

#212 ◆bu1bbgZg46n 2020/10/16 23:57:35

나는 집에 가는 길 내내 무서워하다가 결국 울었어. 김씨 할머니를 더 이상 못본다니 솔직히 서러웠어. 차라리 거짓말이면 좋겠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잖아. 집에 도착해서도 계속 소리내면서 우니까 엄마는 질렸다는 것 마냥 그만좀 울라고 그 할머니의 뭐가 그렇게 좋냐고 화를 냈어.

#213 ◆bu1bbgZg46n 2020/10/16 23:59:17

2년동안 쌓여왔던게 터지는 느낌이었어. 아니... 쌓인게 터지는 것보단... 솔직히 늘 억울했던 것 같아. 나는 엄마 아빠는 거짓말쟁이라고 화를 냈어. 할아버지는 내가 더 클때까지 숨기자고 말했었지만 나는 숨기고 싶지도 않았고 엄마 아빠가 나를 할머니한테 보내줬으면 했어. 말을 더듬지 않으면서 말하려고 했지만 솔직히 우는데다가 흥분한 상태라 결국 말을 더듬긴 했어. 화를 내는 엄마한테 내가 장애인이 아니라는 거 알고 있다고 최씨 할아버지가 알려줬다고 하면서 온갖 말을 다 했어. 무슨 말을 했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 나는 일단 닥치는 대로 엄마를 밀치고 화를 내면서 소리를 바락바락 질렀어.

#214 ◆bu1bbgZg46n 2020/10/17 00:00:00

정확하게 머리가 식는 순간은 한 순간이었어. 엄마가 보다못해 내 뺨을 친거야. 뺨이 얼얼하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어. 뭔가 머리꼭대기까지 화가났는데 순식간에 식어버리는 느낌이라 더 이상 화도 안 내고 뺨을 맞은 상태로 서있었어.

#215 ◆bu1bbgZg46n 2020/10/17 00:01:44

그래도 아빠를 죽여버리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있어도 엄마는 그런 적 없다고 했잖아... 이 때는 솔직히 엄마가 원망스러웠어. 엄마도 죽여버리고 싶다고 생각했을지도 몰라. 그냥... 다 미웠어. 뛰쳐나가고 싶었지. 100m 달리기라도 한 것 마냥 헉헉거리다가 엄마를 노려보면서 엄마는 비정상에 거짓말쟁이야 라고 소리를 지르고 집을 뛰쳐나갔어.

#216 ◆bu1bbgZg46n 2020/10/17 00:03:29

그대로 뛰쳐나가서 경로당으로 뛰어갔어. 최씨 할아버지랑, 김씨 할머니랑 2~3년동안 주구장창 다닌 길이니까 외웠어. 경로당으로 뛰어가니까 엄마가 당연히 뒤따라왔어. 나는 집에 안 갈거라면서 할머니 할아버지들한테 매달렸고 엄마는 그런 나를 억지로 끌고 가려다가 안되겠는지 경찰인지 파출소인지에 연락을 했어. 경찰같은 사람들이 와서 어른들이랑 대화를 했고 나는 경로당에 있는 안면있는 할머니 한명한테 안겨서 진정하고 있었어.

#217 이름없음 2020/10/17 00:04:28

헐....ㅂㄱㅇㅇ

#218 ◆bu1bbgZg46n 2020/10/17 00:05:00

나는 집에 가기 싫다고 집에 가지 않을거라고 엄마 아빠는 거짓말쟁이라고 계속 경찰한테도 소리지르고 엄마한테도 소리지르고 경로당 사람들 앞에서도 소리를 질렀어. 그치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소식을 듣고 한참 뒤에 온 아빠랑 엄마, 경찰들한테 이끌려서 다시 집에 돌아갔어. 그 땐... 진짜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깽판을 쳤을거야. 그냥... 집에 안 갈거라고 악바리를 쓰고 비명을 지르면서 난동을 부렸거든. 뭔가 깨트린 물건도 있는 것 같은데 기억이 안나. 그냥 닥치는대로 주먹질을 하고 발길질하고 소릴 질렀어. 날 말리려고 아빠가 머리채를 잡는 느낌도 들고 그랬어.

#219 ◆bu1bbgZg46n 2020/10/17 00:06:46

그 뒤로는... 잘 기억이 안나. 그냥 계속 난리를 치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어. 그냥... 어느순간 너무 피곤해서 잤어.

#220 ◆bu1bbgZg46n 2020/10/17 00:07:40

잤다고 해야하나... 잘 기억나지 않지만 기절한 것도 맞을지 몰라. 그렇게 잠들어놓고 일어났을 땐 집에 엄마 아빠가 둘 다 있었어. 엄마랑 아빠가 싸우는 소리가 났어. 우리 엄마 아빠는 사실 엄청 심하게 싸우거나 한 적은 없는데 그렇게 소리 지르면서 싸운 건 처음이었어.

#221 ◆bu1bbgZg46n 2020/10/17 00:09:30

그리고 내가 밖으로 나가니까 싸우던 걸 멈추더니 아빠가 나한테 말했어. 엄마 아빠말을 안 들으니까 안되겠다고. 네가 말을 잘 듣게 될 때까지 혼낼거라고... 나는 엄청 무서웠지만 그래도 분했어. 일어나자마자 울먹거리면서 하나도 안무섭다고 악을 쓰면서 말했지. 아빠는 잘 알겠다면서 집을 나갔어.

#222 ◆bu1bbgZg46n 2020/10/17 00:10:20

여기부터가 문제의 >>1 레스의 2번이 시작되는 시기야. 며칠정도 안 지났어. 그렇게 말한 것 치곤 나름 조용히 시간이 지났어. 며칠정도 엄마가 학교에도 가지 말라고 하고 집에 처박힌 상태로 지냈을까. 아빠랑 엄마가 나를 차에 태우고 어딘가로 갔어.

#223 이름없음 2020/10/17 00:10:47

ㅂㄱㅇㅇ

#224 ◆bu1bbgZg46n 2020/10/17 00:12:51

도착한 곳은 정신병원이었어. 근데 난 사실 정신병원이 어떤식으로 되는지 잘 몰랐어. 그냥 평범한 병원인 줄 알았는데... 그래서 들어가서 뭔가 검사같은 걸 했어. 뭔가 체크하고 그런거였는데 내용은 잘 기억 안나. 엄마 아빠도 옆에 있었고 나는 그냥 억지로 그걸 했어. 의사 선생님이 나중에 나한테 뭔가 이름을 쓰라고 해서 이름을 몇 번 썼어. 그리고 아빠랑 엄마가 차례대로 의사 선생님이랑 1:1로 대화를 했던 것 같아. 나는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어.

#225 ◆bu1bbgZg46n 2020/10/17 00:14:49

그리고 한참 뒤에 나는 어느 병실로 안내 받았어. 방 안에는 침대가 네개있었고 감옥마냥 쇠창살이 있어. 창문에도 쇠창살이 있고. 요즘 정신병원도 있는진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내가 간 곳은 그랬어. 금방이라도 바퀴벌레가 나올 것 마냥 좀 낡은 곳이었어.

#226 ◆bu1bbgZg46n 2020/10/17 00:15:51

영문을 모르겠는 상황에 가만히 있다가 아빠가 말했어. 앞으로... 아빠 말을 잘 듣게 될 때까지 여기에 있는거라고... 솔직히 그 땐... 사실 잘 기억은 안 나... 근데 진짜... 어... 모르겠어ㅠㅠ 나는... 아빠랑 같이 안 지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몰라... 이게 나쁜건지 정확하게 자각을 못한거야

#227 ◆bu1bbgZg46n 2020/10/17 00:18:17

같은 병실엔 사람이 한명밖에 없었어. 4인실을 두명이서 쓰게 된거지. 애초에 병원에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을... 걸?? 아마... 근데 진짜 정신병원에선... 사실 큰 사건사고는 없었어. 좀 허무하긴 한데... 약을 먹으면 진짜 정신이 멍해지거든. 졸리고 나른하고...? 졸린 건 아닌데 그냥 멍해져. 감정이 되게 차분해진다고 해야하나... 되게 멍하고 아무 생각도 안든단 말이야.

#228 ◆bu1bbgZg46n 2020/10/17 00:19:06

거기 정확하게 며칠 입원했는지 몰라. 별로 알아볼 마음도 없었고... 근데 한달은 넘게 있었을거야. 다른 사람들은 비슷비슷했어. 애초에 다들 조용하고 그나마 시끄러운 사람들은 남자들이라 가까이 갈 마음도 없었어. 창살이 있으니까 마음대로 나갔다 들어왔다도 못하고... 그냥... 아무 의미도 없었어. 정말 아무 의미 없는 시간들이 계속계속 지나갔어 거기선.

#229 ◆bu1bbgZg46n 2020/10/17 00:20:00

같은방 쓰던 사람도 조용한 성격이라... 근데 가끔 발작같은걸 일으키는 사람이어서 무서웠어. 나는 발작은 안 일으켰지만 약은 꾸준히 먹거나 주사를 맞았고 진짜 나 스스로도 아무 생각 없이 멍때리는 시간들이 엄청 길어졌어. 엄마 아빠도 옆에 없으니 화가 나지도 않았고... 애초에 왜 그렇게 화를 내야하는지도 잘 몰랐고 그래.

#230 ◆bu1bbgZg46n 2020/10/17 00:20:58

휴... 쓰다보니 벌써 12시가 지났네. 오늘은 여기까지 써볼까 해...! 생각한 것보다 정신병원에서 뭐 큰 일이 있진 않았어. 정신병원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많기야 하지만 정신병원의 시설 자체가 나쁜 건 아니라고 미리 첨언해두고 싶네... 우리 나라는 정신병원에 대한 인식이 너무 나빠서 좀 큰일이야 ㅠㅠ 나도 정신병원 약간 꺼려하긴 하지만 진짜로 치료를 받아야할 사람들도 많고... 암튼 주저리주저리 해봐.

#231 ◆bu1bbgZg46n 2020/10/17 00:21:55

내일은 주말이라 출근은 안해. 아마 운이 좋으면 점심 먹고 바로 스레딕 키지 않을까 싶네...! 오늘도 길고 진부한 이야기 전부 들어준 레스더들에게 고마워! 너희들이 살아가는데에 있어서 내 이야기들이 아주아주 조금이나마 위안이나 기회, 격려, 기타등등 좋은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면 좋겠어!

#232 ◆bu1bbgZg46n 2020/10/17 00:23:13

다들 잘자고 좋은 밤 보내! 기분 좋은 꿈만 꾸길 바랄게!

#233 이름없음 2020/10/17 00:26:38

레주가 자면 나도 자야지 이제!! 내일 또 봐~ 굿밤!

#234 이름없음 2020/10/17 00:40:26

ㅂㄱㅇㅇ...!!

#235 이름없음 2020/10/17 00:51:07

잘자!! 담에 봐 레주~~

#236 ◆bu1bbgZg46n 2020/10/17 16:25:05

안녕 스레주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어 시간내서 들어왔어. 의도하지 않게 외출 일정이 생겨서 오늘도 저녁이나 밤에 다시 올 것 같아! ㅠ_ㅠ 다들 좋은 하루 보내!

#237 이름없음 2020/10/17 18:12:44

아냐 기다리고 있을게 스레주! 좋은 하루 보내~

#238 이름없음 2020/10/17 20:17:05

레주 기다리고 있을게~ 레주도 좋은 하루 보내!!

#239 이름없음 2020/10/17 22:50:50

레주 보고싶어 히힝ㅠ좋은 밤 돼!

#240 이름없음 2020/10/18 01:24:11

시간가는줄모르고 봤네ㅜㅜ여러모로 대단하다 스레주 잘자구 굿밤보내!

#241 ◆bu1bbgZg46n 2020/10/18 15:00:11

안녕, 스레주야! 점심 먹고 컴퓨터 앞에 앉았어. 마저 이야기를 해볼게. 정신병원에 입원해있는동안 있었던 일들을 짧게나마 풀업로게. 우선 정신병원에서 크게 사건사고가 일어난 적은 없어. 약 때문인지 아니면 체념한 것 때문인지 위에서도 말한 것 처럼 하루종일 멍하고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어. 요즘에도 우울증이나 뭔가 심리적인 문제로 먹는 약들은 멍해지거나 생각을 덜하게 하는 그런 효과가 있다며? 아마 그 때의 나도 그런 약에 익숙해진게 아닐까 싶어. 정신병원에서 친해진 사람도 없었고 간호사나 의사도 딱히 나한테 말을 걸진 않았어. 주기적으로 뭔가 확인하는 것 같긴 했지만 그건 내 상태를 확인한거고. 그리고 며칠에 한번씩 엄마 아빠가 와서 나를 만났어. 보호자 면담이 있을 때엔 사실 철창같은 곳에서 하진 않아. 그냥 평범하게 병원 로비에 있는... 휴게실? 같은 곳에서 만났던 것 같아. 원래라면 엄마 아빠를 보고 엄청 화가 났을텐데 그때는 그냥 지쳐 있었어. 피곤하고 힘들고 나른하고 멍해서 딱히 화를 낼 기운도 없었지. 그렇게 매일매일을 의미없이 무념무상으로 보내고 엄마 아빠가 날 데리고 퇴원하셨어. 이제와서 기억에 가장 남는 건 병원 밥이 그닥 맛이 없었던 것들 정도야. 퇴원을 하는 건 정말 어렵지 않았어. 그냥 간단한 검사나 엄마 아빠가 의사랑 대화하는 것 같더니 나는 병원복에서 사복으로 갈아입고 병원을 나왔어. 그대로 집에 돌아가는 길까지 나는 엄마 아빠랑 아무 대화도 하지 않았어. 엄마 아빠도 나한테 말을 걸지 않았고. 집에 돌아온 이후로도 딱히 바뀐 건 없었어. 며칠정도 쉬다가 다시 학교에 나가야했고, 나는 아무런 의욕이 없었어. 마을에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할머니 할아버지가 나를 데리러 오는 일도 없었고, 매일매일 학교를 갔다가 엄마를 따라서 집에 돌아가는 하루의 반복이었어. 나는 말을 더듬는 횟수는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멍해진 게 너무 커진 탓에 말하는 속도가 굉장히!! 엄청!! 느려졌어. 그 때의 나에게 신경쓰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어. 선생님도 같은 반 친구들도... 도우미 친구가 가끔 내가 멍하게 있거나 아무것도 안할 때 체육 수업으로 운동장에 데리고 나가주거나 그런게 전부야. 중학교 3학년 때는 정말 의미없었어. 사실 기억나는 날들도 별로 없는 걸 보면 말 다한 것 같아.

#242 이름없음 2020/10/18 15:01:21

레주 왔구나!

#243 이름없음 2020/10/18 15:05:45

앗 실수로 레스 잘못 올렸다

#244 ◆bu1bbgZg46n 2020/10/18 15:08:23

아무튼 중학교 3학년은 아무 일 없이 흘러갔어. 기억나는 바가 없어서 정신병원 입원 외에 올리는 게 없다는 점 이해해줘...! 그리고 고등학생 때 되어서야 알게 되는 일인데, 내가 경로당에서 집에 가지 않을거라고 난리 친 일 때문에 경로당 몇몇 할머니 할아버지는 내가 지적 장애인이 맞다고, 적어도 정신병을 가지고 있는 아이라고 추측한 것 같았어.

#245 ◆bu1bbgZg46n 2020/10/18 15:10:17

그래서 경로당에서도 한동안 나에 대한 나쁜 소문이 돌았다고 하더라고. 그 전까진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경로당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나에 대해 모르거나 그냥 전해받은 게 없어서 놓아버린 줄 알았어. 그냥 막연하게 뭐 되는 일이 없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허탈해한 기억이 있네.

#246 ◆bu1bbgZg46n 2020/10/18 15:13:35

우리 마을, 그니까 내가 집에서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거리에는 중학교랑 초등학교밖에 없었어. 고등학교는 버스를 타고 40분정도 가야 있는 게 가장 가까운 고등학교라... 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진 모르겠지만 우리 가족은 내 고등학교를 위해서 (난 들은 바가 없지만 아무래도 다른 이유가 있었을수도 있을 것 같아.) 다른 고등학교 인근으로 이사를 했어.

#247 이름없음 2020/10/18 15:16:02

우와 동접이네! 열심히 볼게:-)

#248 ◆bu1bbgZg46n 2020/10/18 15:22:51

이사간 동네도 인적 드문 동네였어. 수도권에 비하면 정말 택없이 사람이 적은 동네... 아파트는 없고 기껏 있어봤자 빌라 정도인 동네? 그마저도 한두개밖에 없고... 우리집은 개인주택에 이사갔고, 나는 고등학교를 다녔어.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동안은 사실 여전히 멍하고 아무것도 안하는 날들의 연속이었어. 다른 점이 있다면 고등학교에는 반 내에서 왕따를 당하는 친구가 있었단 점이야. 나는 아니었고 뭔가 좀 말을 어눌하게 하는 친구가 있었어. 걔는 다른 애들한테 왕따를... 당했는데,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올 것 처럼 심각하게 당하는 건 아니고 다른 애들이 걜 무시하고 뭔가 행동을 하면 자기들끼리 키득거리면서 비웃는 그런거. 나도 사실 처음엔 몰랐는데 그 애가 나한테 말을 걸기 시작하면서 어느정도 자각이 생겼어, 반 애들이 얘를 싫어하구나... 이런 느낌으로.

#249 ◆bu1bbgZg46n 2020/10/18 15:23:56

걘 반에 친구가 없으니까 마지막으로 날 고른 느낌이었어. 적어도 나는 걜 비웃거나 하지 않았거든. 좀 의식이 없는 사람마냥 멍하게 있거나 말수가 적었던 것 뿐이지. 나는 안 그래도 반에서 지적 장애인으로 은은하게 겉돌고 있었고 걘 누구든 친구가 필요했던거야.

#250 ◆bu1bbgZg46n 2020/10/18 15:27:51

나는 그 애가 내 옆에서 뭘 하든 딱히 신경쓰지 않고 가만히 있었어. 느리지만 반응도 해줬어. 걔가 어제 뭘 했다거나 뭘 먹었다던지, 요즘 무슨 노래가 좋다거나 그런 걸 얘기할때 그렇구나... 이런 정도로 반응한 게 전부였지만 걘 그걸로 괜찮았는지 나랑 계속 같이 지냈어. 점심시간엔 같이 밥을 먹고 그러다보니 선생님도 자연스럽게 도우미 친구마냥 걜 내 옆에 붙였지. 고등학교엔 딱 지정된 도우미 친구라는 게 없었는데 그냥 뭔가... 그래도 굳이 도우미 친구를 지정한다면 네가 해라~ 라는 느낌으로 그 친구가 됐어. 그리고 짝꿍이 된 이후로 알게 된 사실인데 걔네 집안도 별로 좋은 집안은 아니었어. 우리 집안과는 달랐지만 아버지가 술을 자주 마신다고 하더라고. 알코올 중독자에 잘못하면 폭력을 휘두르는 집안이었어.

#251 ◆bu1bbgZg46n 2020/10/18 15:31:10

아마 걔 눈에는 매일매일 등하교를 마중 나와주는 엄마 덕분에 내가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큰다고 생각했나봐. 어느날 하루는 점심을 먹다가 걔가 나를 부럽다고 했어. 차라리 자기도 나처럼 어딘가 정신이 아팠으면 부모님이 지극정성으로 돌봤거나 주변 애들이 불쌍하게 생각해서라도 따돌림은 안했을거라고 말했지. 그 때의 나는 약을 먹는 상태는 아니라서 그런지 그 애의 말에 정말 오랜만에 어이가 없단 기분이 들었어. 내가 부러워? 왜? 조금 어이가 없었지만 엄청 화가 나거나 따질 정도는 아니었고. 나는 그냥 걜 보면서 우리 집도 별로야. 같은 말을 했어.

#252 ◆bu1bbgZg46n 2020/10/18 15:34:35

걔가 왜? 라고 물어보니까 나는 우리 아빠도 나 때려. 이런 뉘앙스로... 대답을 했고 거기서 걘 엄청 놀라서 흥분했어. 아빠가 어떻게 때리냐고 하는데 나는 뭐라 해야할지 몰라서 뺨도 때리고... 화나면 때려... 이런식으로 조금씩 대답하면 걔가 나보다 더 흥분하고 화내면서 뭐라 했어. 그런 걸 왜 이제 말하냐면서 어떻게 참고 사냐면서... 자기도 당해본 일이니까 당연히 공감이 된 거겠지만, 그 애는 내가 겪은 일이 자기 일인 것 마냥 화를 내면서 아빠들은 죄다 똑같다면서 나한테 동질감을 느껴했지. 그 날 이후로 걘 나를 더더욱 친한 친구라고 생각했는지 혼자 떠드는 빈도가 늘어났어. 나는... 사실 그게 싫진 않았어. 사실 그 애는 좀 허언증이라고 해야하나 과하게 부풀려서 말하는 성향이 심했기 때문에 반 애들은 걜 싫어했는데, 난 그냥 그 애가 하는 말을 묵묵하게 듣기만 하고 좀 웃기다고 생각할 때가 많아서 큰 문제가 없었어.

#253 이름없음 2020/10/18 15:40:44

ㅂㄱㅇㅇ

#254 ◆bu1bbgZg46n 2020/10/18 15:41:51

그러는 동안 나는 큰 문제 없이 집에서 지냈어. 명절이나 제삿날엔 친가와 외가에 갔고, 내가 정신병원에 입웠했단 사실을 아는건지 친인척들 그 누구도 날 건들지 않았어. 나보다 어린 동생들도 날 무시하고 내 근처에 오지 않으려고 한 걸 보면 아마 고모나 작은 아빠가 무슨 말을 해둔 것 같아. 나는 오히려 혼자 있으니 됐다고 생각하면서 얌전히 있었지. 그리고 이건 고등학교 들어서 처음 외가에 갔을 때? 내가 멍하게 앉아있는 앞에서 외할머니는 우리 엄마 손을 잡으면서 불쌍해 죽겠다는 식으로 말하는 걸 본 것 같아. 이게 고2인지 고1인지 헷갈리는데 아마 고1일 때가 맞을거야... 설날이었던 것 같거든...

#255 ◆bu1bbgZg46n 2020/10/18 15:49:32

그러다가 어느날은 학교에 갔는데 걔가 되게 우울해보였어. 엄청 힘든 것 처럼 말수가 적어지더니 결국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어. 수업시간에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니까 선생님이 놀라셔서 화장실에 다녀오라면서 보내주셨고, 나는 그애가 대체 왜그러는지도 모르고 화장실에 가는 걸 봤어. 그날 점심엔 같이 밥을 먹는게 아니라 사람 없는 빈 미술실 같은 곳에 가서 날 붙잡고 그 애가 엄청 울었어. 아빠가 술마시고 들어와서 뭐라 하는 바람에 엄마가 집을 나갔다고... 자기만 집에 있는게 너무 무섭다고 우는데 내가 뭐라고 해줘야할질 몰라서 그 앨 지켜보고 있었어.

#256 ◆bu1bbgZg46n 2020/10/18 15:52:36

그 애는 계속 울다가 날 보면서 어서 돈을 벌어서 집을 나가고 혼자 살고 싶다고 했어. 엄마가 이대로 영영 집에 안돌아오면 아빠랑 살게 될텐데 그게 끔찍하니까 어떻게든 돈을 모아서 자취하겠다고 했지. 그러면서 나한텐 그러고싶지 않냐고 물어보더라. 자긴 이렇게 사는게 지긋지긋하고 어떻게든 혼자 살고 싶다고 했어. 근데 나는 솔직히... 혼자 산다는 건 생각해본 적이 없어. 아무리 엄마 아빠가 짜증나고 이상한 사람들 같았어도 혼자 살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거든. 여태까지 엄마 아빠랑 같이 살았으니까 그게 엄청 당연하단 느낌이 들었어. 김씨 할머니, 최씨 할아버지가 아무리 좋았어도 집에 돌아가자~ 할 때엔 조금 아쉽기만 했지 돌아가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한 적이 거의 없기도 했고.

#257 ◆bu1bbgZg46n 2020/10/18 15:58:42

나는 그 말을 듣고 뭔가... 감정이 이상했어. 사실 이 때 느낀 감정이 뭔지는 아직까지도 정의하지 못하겠어. 그냥... 뭔가... 심장이 엄청 쿵쿵 뛰었어. 혼자 살면... 내 마음대로 하면서 살 수 있을까?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하루종일 놀거나 엄마 아빠 눈치를 보면서 살지 않아도 될까... 그 때엔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던 것 같은데 그 애는 너도 아빠가 널 학대하는 거면 어서 돈을 벌어서 나가자고 했어. 그 때엔 여자들 직업이 엄청 다양하게 알려지진 않았는데 내 친구는 식당을 차려서 나가고 싶다거나 이런식으로 말한 것 같아. 나도 혼자 살고 싶은데 잘 모르겠다는 식으로 말했을거야 아마... 나는 정말 오랜만에 감정이 벅차다는 느낌으로 그 애랑 점심시간 동안 대화를 했어. 그렇게 긴 대화를 하는 건 할아버지를 만나지 못한 이후로 거의 처음이었기 때문에 말은 엄청 느렸지만 걘 아무렇지 않게 나랑 같이 얘기를 했어. 내 아빠 욕을 자기가 대신 해주는 것 마냥 화를 내면서 노발대발 했지.

#258 ◆bu1bbgZg46n 2020/10/18 16:02:26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고등학생 때에 이 친구 덕분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어. 아주 느리게지만. 여름방학 동안은 연락도 안됐어. 애초에 연락할 수단도 없었고 서로 집주소도 모르니까 걔도 나도 방학 끝나고 무사히 보자면서 헤어지고 다시 개학한 이후에 다시 만났거든. 어색해진 점은 없었고 그냥 둘이서 계속 평범한 친구로 지냈어. 걘 주기적으로 우리 집안 욕을 대신 해주면서 자기가 얼마나 필사적인지를 설명했어. 이건... 내 생각인데, 아마 걔가 말하는 본인의 열악한 집안 환경 중 일부는 과장해서 말한 것 같긴 해...

#259 ◆bu1bbgZg46n 2020/10/18 16:08:04

사실 이게 정말 내가 화가나서 그런건지, 아니면 얘가 나만큼이나 화를 내니까 동화돼서 더 그런건진 모르겠지만. 갈수록 엄마 아빠가 (특히 아빠가) 미워지고 화가 났어. 그치만 화낼 기운도 없었고... 하지만 조금씩조금씩 의욕을 되찾았어. 놓았던 공부도 아주 조금씩 다시 시작했지만... 근데 진짜 공부를 놓은지 너무 오래돼서 성적은 절대 안 올라가더라... ㅠㅠ 떠올리면 괴로워... 그치만 성적이 중요한 것도 아니니 나는 그냥 계속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했어. 걘 뭐니뭐니 해도 나중에 성공해서 부모님을 떨쳐내고 혼자서 승승장구하며 잘 사는게 가장 큰 복수라고 의기양양했지. 자긴 절대로 부자가 돼서 엄마 아빠랑 연을 끊고 살거라면서, 어린 아이들의 흔한 소망처럼 나한테 같이 살자고 했어. 그니까... 요즘으로 따지자면 어른이 되고 나서 자취를 시작할 때, 룸메이트를 하자고 한거지. 혼자선 비용이 너무 부담되기도 하니까, 둘이서 같이 살면 훨씬 편하잖아? 내가 아무리 못해도 공장 일은 잘 할거라고 하면서 나름 위로랍시고 하던 말이 떠올라 ㅋㅋ

#260 이름없음 2020/10/18 16:12:23

보고있어

#261 ◆bu1bbgZg46n 2020/10/18 16:16:25

내 인생에서 좋은 기억만 남겨준 친구는 딱히 아니었지만, 그 친구 덕분에 이것저것 할 수 있었어. 나는 공부는 못했지만 그래도 포기하진 않는 사람이 됐고, 말수가 없고 더듬거리는 건 여전했지만 엄마 아빠의 그늘을 벗어날 계획을 세우는 걸 포기하지 않았어. 그치만 고등학생인 나는 딱히 뭔가 할 순 없었고... 그냥 마음속으로 칼을 가는 날들만 이어졌어. 사실 어릴 때엔 지적 장애인으로 알려진 나에게 관심을 갖는 애들이 그나마 많았는데 고등학생 시절엔 딱히 관심 갖지 않았어. 지적 장애인이라는 것도... 어릴 때엔 뭔가 다들 여유가 있고 착한 아이들이니까 내가 도와줄래~ 이런식이라고 치면... 고등학생인 애들은 안 그래도 귀찮은데 뭘 더 귀찮게 하는거야~ 라는 느낌... 으로 날 피했지.

#262 ◆bu1bbgZg46n 2020/10/18 16:18:42

그런데 사실 그 때엔 일자리를 알아볼 방법이 없었어. 그 친구는 나름대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친화력으로 친해진 아주머니가 일하는 식당에 아르바이트라도 할 계획이었지만 나는 그런 인맥도 없었고, 인터넷을 막 잘 활용하고 그러던 때도 아니라서 알아볼 수 있는 곳도 없었어. 나도 그 애처럼 어른이 되자마자 집을 나가서 일을 하고 내 돈으로 살고 싶었지만 뭔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던거지.

#263 이름없음 2020/10/18 16:20:08

보고있어

#264 ◆bu1bbgZg46n 2020/10/18 16:21:52

나는 늘 생각만, 계획만, 상상만 하면서 고등학교 생활을 보냈어... 내 일상은 바뀌는게 없었어. 이미 오랜시간 그렇게 지냈기 때문에 그 누구도 내가 지적 장애인이 아니라곤 생각하지 않았을거야. 나만해도 중학생 때까진 내가 이렇게 사는 건 내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시절이 있으니까 말 다한거겠지.

#265 ◆bu1bbgZg46n 2020/10/18 16:26:02

정말 놀라울 정도로 고등학교 생활도 평화롭게 흘러갔어. 가끔씩 내가 더듬는 일 없이 말하면 회초리로 종아리를 맞거나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2시간동안 무릎을 꿇고 있는 일들이 사소하게 있긴 했지만, 이건 사실 고등학생 때만 그런것도 아니라 고등학생 때의 역경이라고 하긴 어려운 것 같아. 나는 정말 머리로만 모든 걸 해결하는 무능한 상태로 20살 어른이 됐어. 당연하겠지만 대학은 가지 않았어. 애초에 이 성적으로 갈 수 있는 대학이 없었을 뿐더러 면접이나 그 외의 다른 걸 부모님이 허락도 안해주니까...

#266 ◆bu1bbgZg46n 2020/10/18 16:29:28

그리고 그 때에 촌 같은 곳에서는 여자가 대학을 가거나 엄청난 직업을 얻는 게 동경의 인물이 되기도 하면서 무슨 여자가 그런 일을 하냐는 어른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어. 고작해봤자 식당 주인이나 요리사, 이런 게 보편적인 동네였거든. 고등학교 중간중간에 있던 방학동안 다행이게도 걘 나와 주소를 공유하고 가끔 만나기도 했어. 애초에 우리집이 좀 꽉막힌 집안이긴 한데 걔가 다짜고짜 놀러와서 날 만나도 되냐고 하는 바람에 만난게 한두번 정도이긴 해. 놀랍게도 졸업 이후에 걘 걔가 말한대로 그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로 했고... 나한텐 어떻게 할거냐고 물어봤지만 난 딱히 할 말이 없었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으니까... 나는 그냥 집에서 살거라고 했지.

#267 ◆bu1bbgZg46n 2020/10/18 16:35:54

졸업 이후 그 친구와 만나는 횟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어. 아니 애초에 거의 안만났다고 하는게 더 맞을지도 몰라. 두달에 한 번 정도 만날까 말까 했고 나는 계속 집에 있었어. 졸업 이후 어른이 된 나는 어딘가에 일을 다니지도 않았고, 집에 틀어박혀서 하루하루 무의미한 시간을 보냈어. 그러다가 3월달이 되고나서 갑자기 아빠가 날 데리고 말했어, 오늘부터 일을 다니게 될거라고. 애초에 내가 어딘가에 일을 다니게 될거란 사실 자체가 좀 의외였어, 그럴수가 있나? 내가?

#268 이름없음 2020/10/18 16:35:54

.

#269 ◆bu1bbgZg46n 2020/10/18 16:36:36

??? >>267 왜 올라온거지

#270 이름없음 2020/10/18 16:40:15

아빠는 날 데리고 어느 공장같은 곳에 갔어. 거기서 하는 일은 간단했어, 공장에서 뭔가 기계가 만들어내고 그 중에 이상한 물건이 있는지 확인하는거야. 내가 기억하기론 우선 아침 8시 아니면 9시까지 가서 저녁 4시 이후엔 아빠가 데리러 올 때에 같이 집에 돌아가는 형식이었어.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이 입는 뭔가 작업복같은게 있어서 그걸 입고 가만히 서서 물건들을 확인만 하면 되는 일이었고... 아마 거기서 일하는 좀 상사같은 사람이 아빠랑 지인이었나봐. 지적 장애인인 나를 찜찜하게 여기긴 했지만 (아빠가 없을 땐 나만 보면 혀를 찼거든) 그래도 다른 사람이랑 같이 붙여놓고 한쪽 검수대를 계속 확인하는 일을 시켰어.

#271 ◆bu1bbgZg46n 2020/10/18 16:44:45

얼마나 받았는진 모르겠지만 그 일을 하면서 생기는 돈은 전부 아빠가 받아갔어. 1~2주에 한번씩 그 아저씨가 아빠한테 흰 봉투를 전달해주고 같이 집에 돌아갔으니 아마도 그럴거야.

#272 ◆bu1bbgZg46n 2020/10/18 16:45:01

이제 곧 마지막 이야기인데... 그 전에 나 너무 배가 고파서 밥 좀 먹고 올게 ㅠ

#273 이름없음 2020/10/18 16:45:32

기다릴게 스레주~

#274 이름없음 2020/10/18 16:48:10

밥 맛있게먹고와!

#275 ◆bu1bbgZg46n 2020/10/18 17:16:12

라면먹고 치우고 왔어! 마저 풀어볼게! 오늘 안으로 이야기를 다 끝낼 수 있을 것 같아서 뿌듯하다.

#276 ◆bu1bbgZg46n 2020/10/18 17:18:34

우선 나는 거기서 일하면서도 매일매일이 우울하다가도 화나다가도 아무 생각도 없는 시간의 연속이었어. 화를 내고 싶어도 딱히 기운도 없었고, 아침엔 아빠 차를 타고 공장에 가서 일을 시작한 다음 오후 4시 이후엔 아빠가 시간날 때 데리러 와서 다시 차를 타고 집으로 갔어. 그 공장이 정확하게 어느 위치였는지도 난 잘 몰라. 늘 아빠가 차로 태워주는 것 외엔 안했기 때문에... 어쩌다가 하루이틀 정도 아빠가 집을 비우면 그 날로 나도 공장에 가지 못했었거든. 공장을 다녀도 나한텐 돈이 생기지 않았어, 죄다 엄마 아빠가 가져갔겠지. 나한테 돈이 필요할 일이 애초에 없었어. 난 공장을 다니는 것 이외에 딱히 외출할 일도 없었고 밥도 그 공장에서 따로 거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그날그날 밥을 제공했거든.

#277 ◆bu1bbgZg46n 2020/10/18 17:26:07

그렇게 지내면서도 공장에 있는 사람들은 날 별로 상대하지 않았어. 이건 생산직에 다닌 사람들이라면 잘 알텐데 생산직은 원래 텃세가 좀 심한 편이야. 새로 들어온 사람을 잘 반기지 않아. 더군다나 나는 지적장애인으로 알려진데다가 거기 상사가 날 떨떠름하게 여기니까 더더욱 갑자기 굴러들어온 돌 취급을 받은거야.

#278 ◆bu1bbgZg46n 2020/10/18 17:28:17

공장에서 일을 시작한지 얼마나 됐을까, 다시 친가와 외가에 가야할 날이 왔어. 아마 명절이었던 걸로 기억해. 친가에서 며칠 자고 외가로 가기로 했으니까. 제삿날이나 그런거면 당일치기인데 며칠씩이나 머문거 보면 명절이겠지... 그리고 외가, 친가에 가기 전에 아빠랑 엄마가 집에서 날 붙잡고 얘기했어. 다른 가족들 앞에서 일하고 있다는 거 말하지 말라고. 무슨 말을 해도 대답하지 말고 그냥 싫다 하라고. 공장같은 곳 다닌다거나 언급하지 말고 외출하기 싫어서 집에만 있다고 하라 그러는거야.

#279 ◆bu1bbgZg46n 2020/10/18 17:31:46

왜? 라고 물어봤지만 딱히 대답이 돌아오진 않았어. 그냥 엄마 아빠가 시키는대로만 하라고 했지. 평소랑 똑같았어. 나는 그대로 친가에 먼저 내려갔어. 평소처럼 친인척들은 날 무시했지만 그래도 예의상 고등학교 졸업하고 뭐하고 지내냐는 질문을 하긴 했지. 그치만 대답하지 않았어. 그 무렵의 나는 친인척들도 전부 미워하고 있었어. 친인척들이야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모를테니 당연하지만, 나로써는 엄마 아빠의 진짜 모습을 알아주지 못하는 친인척들이 전부 밉고 귀찮았을 뿐이야. 그러니까 뭔가 질문해도 대답하지 않았어. 어쩌다보니 엄마 아빠의 말을 듣게 된 격이 됐어.

#280 ◆bu1bbgZg46n 2020/10/18 17:37:23

그 해 명절에는 뭔가 분위기가 좀 달랐어. 나랑 같은 세대인... 그니까 고모와 작은 아빠들의 자식들은 다 따로 거실이나 주방에서 해야할 일을 했고, 친할아버지는 엄마랑 아빠, 고모와 작은 아빠들만 불러서 안방에 들어가서 무슨 대화를 했어. 한참 대화를 하다가 다같이 밖에 나왔고, 작은 아빠가 우리 아빠한테 화가난 것 처럼 소리를 지르더니 둘이 가볍게 싸웠어. 말다툼을 하다가 할아버지가 역정을 내면서 멈췄고.

#281 ◆bu1bbgZg46n 2020/10/18 17:38:35

외가로 내려가기 전까지 친가 분위기는 진짜 최악이었어... 자식 세대들은 어렴풋하게 어른들 분위기가 안 좋다는 건 알았지만 굳이 신경쓰지 않았고. 어른들은... 특히 우리 둘째 작은 아빠가 우리 아빠한테 되게 비아냥거리고 못되게 말을 했어. 아빠는 일부러 작은 아빠를 무시하면서 지냈고 고모들은 그냥 한숨만 쉬면서 집안일을 했어.

#282 ◆bu1bbgZg46n 2020/10/18 17:41:13

그리고 외가로 내려가면서 차에 타있을 때... 엄마 아빠가 하는 얘기를 들었어. 정확하게 어떤식으로 말했는진 기억 안나고, 내용만 말할게. 할아버지가 아빠한테 가지고 계신 땅을 주겠다 했단 얘기였어. 우리집은 친가도 외가도 환경이 어려운 편은 아니야.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올 만큼 엄청 부유한 집안은 아닌데, 그래도 평균 이상은 한다는 정도의 집안이야. 땅도 엄청 좋은 땅은 아니고 수도권 땅도 아니지만... 그래도 그 땅이 작은 땅은 아니거든. 우리 아빠는 자기가 뭐랬냐면서 조금 참고 살면 이렇게 알아서 자기 아래로 다 들어올 땅일 줄 알았다고 신나했어.

#283 ◆bu1bbgZg46n 2020/10/18 17:47:09

쓰다보니 컨디션이 점점 나빠져서 체할 것 같아; 아빠는 아무말도 안하다가 뒷자리에 앉은 날 백미러로 쳐다보면서 말했어. 저 ㅄ같은 년도 이럴 때 도움이 되라고 있는거라고...

#284 ◆bu1bbgZg46n 2020/10/18 17:48:47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는데 그 말을 듣고나서 그냥 몸이 엄청 차가웠어. 난 뭐라고 하지도 못했어. 왜 나한테 저런 말을 하는지부터... 그 대화 내용에서 내 얘기가 왜 나오는지도 모르겠고... 엄마가 아빠한테 뭐라하는 것 같았지만 들을 정신머리가 없어서 모르겠어. 그냥... 그 땐 너무 쓰라렸어. 나는 뭘까? 아빠한테 자식이긴 할까? 그제서야 친인척들 집에서 아무말도 안하고 입을 다물고 있던 게 어쩌면 엄마 아빠한테만 좋은 일을 시킨걸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어. 차라리 솔직하게 말하고 깽판이라도 쳤으면 내가 그렇게 싫어하는 아빠한텐 앙갚음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285 ◆bu1bbgZg46n 2020/10/18 17:51:50

나는 속이 쓰리고 머리가 아프고 그냥 얼굴에 열이 쏠렸어. 몸이 엄청 차가워서 손도 발도 내 손이 아닌 것 같았지만 얼굴이 엄청 뜨거웠어. 심장이 쿵쿵쿵 뛰는데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차 뒷좌석에 찌그러지듯이 앉아서 한참을 창밖을 바라봤어. 풍경이 지나가는게 굉장히 느린 것 같은 착각이라도 들었어. 내 인생에서 가장 비참했던 순간 5개를 꼽아보라고 하면 이 순간이 들어갈거야. 그냥... 모르겠어. 그 때엔 정확하게 모든 걸 알지도 못했는데 그냥 계속 서럽고 감정이 동요됐었어. 울고 싶었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았고 그 자리에서 차 문을 열고 뛰어내리고 싶었어.

#286 ◆bu1bbgZg46n 2020/10/18 17:53:15

그대로 외가에 도착했어. 외가에 도착한 이후로도 몸이 진정되지 않았어. 아무리 생각해도 감정이 격해지면서 스트레스 때문에 몸이 아픈 거였겠지만 친인척들은 내가 그냥 평소처럼 잔병치레라도 하는 줄 알고 작은 방에 들여보내서 재웠어. 나는 하고싶은 말이 잔뜩 있었지만 이걸 해도 되는지 안되는지도 모르겠고 몸도 마음도 말이 아닌 상태라 우선 한 숨 자고 일어나기로 했어.

#287 ◆bu1bbgZg46n 2020/10/18 17:54:44

이 상태로는 잠들수도 없을거라고 눈앞이 캄캄하고 우울해져서 자리에 눕고 작은 방에 나밖에 남지 않으니 눈물이 나왔어. 최대한 소리를 죽여서 문에서 등을 돌린 상태로 울다가 결국 잠들었어. 얼마나 잤는진 모르겠지만 다시 눈을 떴을 땐 머리가 조금 아픈 걸 빼고 엄청 진정한 상태였어.

#288 ◆bu1bbgZg46n 2020/10/18 17:58:25

나는 누워서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했어. 당장이라도 밖에 나가서 엄마 아빠가 한 일들이나 내가 공장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 등등을 소리치면서 말하고 싶었지만 용기는 없었어. 이 때의 나는 사춘기도 반항기도 없었고 3년 이상의 무의미하고 의욕없는 시간을 보내온만큼 용기도 없었어. 하지만 이대로 넘어가면 나는 앞으로도 계속 아빠에게 ㅄ이라는 말이나 들으면서 살아야 하는걸까 서러웠어. 다시 머리에 열이라도 쏠릴 것 같아서 애써 진정하려고 노력했지. 나는 그렇게 지내고 싶지 않았어.

#289 ◆bu1bbgZg46n 2020/10/18 18:02:44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을 고등학생 때의 친구나 최씨 할아버지, 김씨 할머니가 생각났어. 꾸역꾸역 어기적거리며 일어나던게 꼭 어제같이 생생해. 방밖으로 나가니까 거실에 외가 사람들이 모여 있었어. 많지는 않았지만 거기엔 엄마랑 외할머니가 있었어. 난 그 옆에 가서 서서 한참 아무말도 못했어. 외할머니랑 엄마가 왜 그러냐고 물어보고, 엄마가 방으로 들어가자고 몸을 일으키는데 눈물이 나왔어. 안 울려고 그렇게 노력했는데 그냥 결국 울면서 말했어. 더듬거리면서 요즘 공장에 일하러 다닌다고 했어. 엄마가 당황해서 무슨 말을 하는거냐고 왜 우냐면서 방에 들어가자고 했지만 내가 일부러 힘을 주고 버텨서서 아빠가 공장에 다니게 했고 돈을 다 아빠가 가져간다고 했어. 나는 평범하게 크고 싶은데 엄마 아빠는 나를 집 밖으로 못 나가게 한다고, 왜 아무도 내 말을 믿어주지 않는거냐고 서러워하면서 울분을 토했어.

#290 ◆bu1bbgZg46n 2020/10/18 18:04:42

그 때 어른들이 무슨 반응이었는지 기억이 안나. 그냥 내가 필사적으로 울면서 얘기를 하고 엄마가 결국 억지로 날 달래면서 방에 데려갔어. 그치만 정작 방에 데려간 이후로도 우린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았어. 엄마는 아무말도 안하고 내 어깨를 쓸어주고 눈물을 닦아주면서 집에 가서 얘기하자고 했어. 나를 혼내려는 걸까 싶었지. 엄마는 아빠만큼 나를 때리거나 고통스럽게 대하진 않았지만 한 번도 내 편을 들어준 적은 없잖아. 엄마를 믿을 수 없었어. 엄마는 대체 누구 편일까? 굳이 고르자면 아빠 편이겠지.

#291 이름없음 2020/10/18 18:04:53

레주야 보고있어 정말 고생 많았다

#292 ◆bu1bbgZg46n 2020/10/18 18:08:21

내가 서러워하는 것과는 별개로 엄마는 아빠에게 전화통화를 했어. 아빠는 그 때 어딜 나갔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빠가 왔어. 거실에서 어른들이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고 쿵쿵거리면서 화가난 것 같은 걸음걸이 소리랑 내 심장소리가 쿵쿵거리는 소리가 겹쳤던 순간이 기억나. 나는 또 본능적으로 시야가 흐려지면서 눈물이 맺혔어. 방문이 열리고 아빠가 들어왔어. 짐을 챙기는 소리랑 할머니가 내말 안끝났는데 지금 뭐하는거냐고 소리를 지르는 게 들렸고 나중에 와서 다시 말씀 드리겠다는 아빠는 내 팔을 붙잡아서 억지로 날 끌고 갔어. 나는 비명을 질렀어. 아빠가 또 날 아프게 할 것 같아서 무서웠어. 내 기억속에 있는 아빠는 날 보고 욕을 하거나 나한테 폭력을 휘두르는 것, 무심한 눈으로 쳐다보는 것, 어쩌다 한 번 기분이 좋을 때나 내 머리를 쓰다듬던게 전부였어. 이대로 돌아가면 분명히 날 때릴거라고 생각해서 나는 무서웠어. 소리를 지르면서 울었고 외할머니가 내 손을 붙잡았지만 아빠는 억지로 외할머니의 팔을 떼어내고 날 끌고갔어.

#293 이름없음 2020/10/18 18:09:29

보고이ㅛ어!

#294 ◆bu1bbgZg46n 2020/10/18 18:09:39

엄마도 아빠를 말리려는 것 같았지만 아빠는 화가나서 날 억지로 차 뒷좌석에 태웠어. 내가 내리려고 하니까 그대로 날 밀쳤고 나는 차 문 안쪽에? 그니까 손잡이가 있는 쪽에 머리를 부딪히면서 넘어졌어. 머리를 부딪히니까 힘이 안 났어. 그대로 축 늘어지면서 계속 울었어. 엄마도 억지로 조수석에 타는 것 같았고 결국 아빠가 운전을 해서 집으로 돌아갔어. 그 이후는 예상하고 있겠지만 아빠는 나를 죽을만큼 팼어.

#295 ◆bu1bbgZg46n 2020/10/18 18:11:00

나를 때리면서도 뭐라 말하는 것 같았지만 기억나지 않아. 나는 아픈게 너무 싫었기 때문에 그냥 다짜고짜 잘못했다고 빌고 죄송하다고 빌었지만 멈추지 않았어. 바닥에 웅크리고 누워서 머리가 걷어차이거나 회초리 같은걸로 어깨를 얻어 맞았어. 뭐 말이 죽을만큼이지 몸 곳곳에 멍이 들고 코피가 터질 정도로 맞은게 전부야. 그 때의 나는 정말 이대로 죽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팠지만 그건 체감상 그랬다는 것 뿐이야.

#296 ◆bu1bbgZg46n 2020/10/18 18:12:31

거의 기절할 것 같았어. 숨쉬기가 어려웠어. 눈물 콧물 침 모조리 다 나오고 코피까지 나니까 자꾸 헉헉거리고 금방 숨이 넘어갈 것 같았어. 그런 내 어깨를 억지로 붙잡고 아빠 말 들을거야 안들을거야! 하고 소리지르는 말에 듣겠다고 무작정 사과했어. 너무 무서워서 사실 말이 제대로 안 나왔어. 체감상으론 한 10번씩 말을 버벅거리면서 어눌하고 어색하게 말했지만 여태까지 그렇게 살아왔으니 아빠도 대충 이해했겠지. 나는 그대로 내팽겨쳐지고 아빠는 밖에 나갔어.

#297 이름없음 2020/10/18 18:14:04

ㅂㄱㅇㅇ

#298 ◆bu1bbgZg46n 2020/10/18 18:14:35

난생 처음으로 엄마가 내 앞에서 울면서 날 쳐다봤어. 사실... 나를 좀 원망하지도 않았을까 싶어. 하지만... 그건 둘째치고... 엄마는 울면서 날 쳐다보다가 내 얼굴을 닦아줬어. 이후는 잘 기억 나지 않아. 그냥... 침대에 누웠고 치료를 받은 것 같기도 해. 다른 건 다 제쳐놓고 그냥 잠들었어. 몸이 천근만근이었어.

#299 ◆bu1bbgZg46n 2020/10/18 18:15:57

다시 눈을 떴을때 집은 조용했어. 아빠는 여전히 집에 안들어온 것 같았고 밖에선 엄마가 뭔가 요리하는 소리가 들렸어. 침대에 누워있는데 몸이 너무너무 아파서 움직이고 싶지 않았어. 일어나고 싶지 않았어. 이대로 죽고 싶었어. 너무 힘들었어. 그 때 나는 혼자였어. 최씨 할아버지도 김씨 할머니도 친구도 없었어. 마지막으로 내 손을 잡고 안 보내주려던 외할머니가 아른아른거리는게 고작이었어. 외할머니는 정말 좋은분이야. 좋은 분이야...

#300 ◆bu1bbgZg46n 2020/10/18 18:19:13

그냥 그대로 죽고 싶었지만 결국 일어났어. 여전히 몸은 천근만근처럼 무거웠지만 억지로 일어나서 밖에 나갔어. 엄마가 일어난 날 보고 내 옆에 와서 부축해줬어. 말했지만 엄마는 요양원에서 일하시는? 그런 분이야. 이걸 뭐라고 하는지 정확하게 모르겠는데 간병인 일을 돈받고 하시는 분이겠지. 그만큼 익숙했던 것 같아. 날 부축한 엄마는 식탁 앞 의자에 앉게 하고 죽을 떠줬어. 뭔가 먹을 기분이 아니었어서 죽을 마구 헤집었어. 엄마는 내 앞에 앉아서 그런 날 바라보다가 나한테 죽을 떠먹여줬어. 먹을 기분은 아니었지만 어떻게든 받아 먹었고... 엄마가 나한테 미안하다고 했어.

#301 ◆bu1bbgZg46n 2020/10/18 18:21:15

>>291 고마워

#302 ◆bu1bbgZg46n 2020/10/18 18:23:20

그 날 처음으로 엄마한테 많은 이야기를 들었어. 엄마가 말한 내용을 요약할게, 다 쓰면 내가 너무 힘들 것 같아서...

#303 이름없음 2020/10/18 18:24:22

ㅂㄱㅇㅇ

#304 ◆bu1bbgZg46n 2020/10/18 18:26:22

1. 엄마와 아빠는 원래부터 아이 예정이 없었다. 애초부터 서로 사랑을 해서 결혼한게 아니었다. 각자 저마다의 집안의 강요로 결혼하게 되었다. 하지만, 만약 아이를 갖는다면 기형아, 장애아를 갖고 싶었다. 2. 이유라 한다면, 양측 부모님의 재산 문제가 가장 크다. 우리집은 친가도, 외가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어느정도의 재산이 있다. (마냥 적지 않음.) 문제가 있는 아이를 키운다면, 분명 다른 자식들보다 엄마 아빠를 더 신경써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3. 또한, 엄마는 오랫동안 간병인 일을 하며 장애아를 갖게 된다 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계획에 동참했다. 4. 장애아를 갖기 위해 일부러 임신 중 피지 않던 담배를 피거나 몸에 안 좋은 음식을 챙겨먹었었으나, 나는 정상적으로 태어났다...

#305 이름없음 2020/10/18 18:28:30

저게 사람이 할 짓인지 모르겠다 그동안 고생 많았어

#306 ◆bu1bbgZg46n 2020/10/18 18:28:33

멀쩡한 아이는 고모에게도, 작은 아빠에게도, 엄마의 다른 이모나 삼촌들에게도 있으니까. 장애아가 아니면 안됐던거야.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돈을 물려받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던거지. 그렇지만 나는 정상적으로 태어났어. 아빠는 포기하지 않고 날 억지로 장애아로 키우려 했어. 그리고, 엄마는 장애아를 키우고 있다는 소문을 이용해서 더 많은 일과 보수를 받았어. 장애아를 키우는 만큼 자신의 부모나 혈육을 더 잘 간병할거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돈을 더 얹어서 엄마를 간병인으로 쓰려고 했었지. 그러니까 엄마도 아무 불만 없이 함구한거야.

#307 ◆bu1bbgZg46n 2020/10/18 18:29:36

엄마는 오랜 시간 죄책감에 시달렸지만 아빠의 뜻을 거역하면 엄마도 폭행 당한적이 내가 태어나기 이전에 있었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 하면서 미안하다고 내 손을 잡았어. 나는... 그러니까... 그 때의 나는... 토할 것 같았어. 이해를 아예 못한 건 아냐. 그래도 결론적으로 이해를 하긴 했는데, 너무 어지럽고 몇몇 말은 시간이 지난 뒤에서야 파악이 되더라.

#308 ◆bu1bbgZg46n 2020/10/18 18:32:33

지친 나는... 그걸 왜 얘기해주냐고 물어봤어. 엄마는 죄책감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하면서 이제 내가 성인이니까 말해야겠다고 느꼈대. 엄마가 밉다고 말했어. 엄마는... 이해할 수 있다면서, 나한테 제발 조금만 더 참아달라고 했어. 외할머니도 곧 재산 상속에 대한 얘기를 할테니 그 때까지만 아빠의 비위를 맞춰서 살자고 했어. 그 때 내 나이는 20살이었어.

#309 이름없음 2020/10/18 18:36:34

보고있어 스레주! 수고 많았어ㅠㅠ 외할머님 이야기 하는데 내가 다 눈물이 나네ㅜㅜ

#310 이름없음 2020/10/18 18:37:38

ㅂㄱㅇㅇ!!

#311 ◆bu1bbgZg46n 2020/10/18 18:38:30

나는... 그냥 지쳐있어서... 알겠다고 했어. ... 알겠다고 했지만 그래도 피곤하고 지쳤어. 그렇구나, 나는 그러려고 태어난거구나. 내가 운이 나쁘게 정상적으로 태어났구나... 내가 장애아로 태어났으면 애초에 처음부터 그럴 일이 없었겠지? 서러웠어. 그냥... 이 집을 나가고 싶었어.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다가 외할머니가 재산을 주고 나면 혼자 살면 안되냐고 했어. 그러고 싶다고, 엄마 아빠랑 같이 살고싶지 않다고 했어.

#312 ◆bu1bbgZg46n 2020/10/18 18:40:33

엄마는 아무말도 하지 않다가 알겠다고 했어. 외할머니 재산 문제만 끝나면 나가서 살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어. 엄마가 아빠 몰래 모아둔 돈이 있다면서 마지막으로 엄마된 도리로 나한테 전부 주겠다고 했어. 그러니까 더도말고 덜도말고 밖에 나가서 엄마랑만 연락하고 지내달라고 했어. 나는... 그 때의 나는 그래도... 엄마한테 조금은 위안을 얻었어. 엄마도 힘들었구나, 엄마도 미안했구나, 엄마도 괴로웠구나. 이런 생각을 했어. 엄마는 내 편이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울면서 엄마를 끌어안았어. 엄마도 울면서 날 마주안았고 내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어줬어. 이게 내 살아 생전 가장 엄마를 사랑했던 순간일거야.

#313 이름없음 2020/10/18 18:41:47

보고있어 레주 그동안 정말 많이 힘들었을텐데 버텨내고 이겨내줘서 고마워 진짜 앞으로 좋은 일들만 가득했으면 좋겠다ㅠㅠㅠ

#314 ◆bu1bbgZg46n 2020/10/18 18:43:01

그 이후로는... 나는 다시 지적 장애인 행세를 하며 살았어. 엄마 아빠가 외할머니랑 외가 사람들한테 대체 무슨 말을 했는진 모르겠지만, 그 다음 명절에 다시 만나게 됐을 때 나한테 뭔가 더 물어보는 사람은 없었어. 외할머니가 나한테 괜찮냐고 물어봤지만 나는 철없는 어린애처럼 웃으면서 외할머니를 끌어안았어. 내가 아빠 비위를 맞추고 사니 아빠가 나를 때리는 일은 현저히 줄어들었어.

#315 이름없음 2020/10/18 18:43:47

시바룐들.... 레주 고생 너무 많았어 이제 앞으로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아

#316 ◆bu1bbgZg46n 2020/10/18 18:44:11

>>309 >>313 진짜 고마워!! 쓰면서도 옛날 생각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결국 울었는데 너희들처럼 위로해주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엄청 기분이 좋아.

#317 ◆bu1bbgZg46n 2020/10/18 18:44:23

>>315 진짜 고마워!! ㅠㅠ

#318 ◆bu1bbgZg46n 2020/10/18 18:46:50

이제 이 이야기의 끝부분이 다 와가. 23살의 여름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어. 외할머니의 유서 내용은 듣지 못했지만 우리 엄마가 큰삼촌보다도 재산을 더 많이 받았다는 건 들었어. 재산 관련 이야기를 했던 날이었을진 잘 모르겠지만, 어느날은 집에 돌아온 술취한 아빠가 나를 끌어안으면서 우리 집 복덩이라며 깔깔거리고 웃고 예뻐해주던 날이 기억나. 역겨웠어.

#319 ◆bu1bbgZg46n 2020/10/18 18:48:28

그렇게 장례식을 치르고 한달정도 흘렀어. 엄마는 아빠가 없는 때에 날 데리고 집을 나왔어. 엄마가 싼 커다란 가방 두개에는 내가 입을 옷과 필요한 기본적인 도구들이 들어 있었어. 나는 엄마랑 같이 버스를 타고 어딘가로 갔어. 한시간이 넘도록 버스를 타고 가서 엄마랑 같이 어느 정거장에서 내렸어. 나는 어느 하숙집에 들어가게 됐어. 엄마는 그 집 아주머니와 잘 아는 사이인지 잘 부탁한다면서 아주머니에게 거듭 인사 드렸어. 아주머니는 맡겨만 달라면서 내가 우리 엄마 딸이냐며 정말 잘 컸다고 예쁜 아이라고 칭찬해줬지.

#320 ◆bu1bbgZg46n 2020/10/18 18:49:23

아주머니가 방 정리를 해주겠다면서 들어가고 엄마는 내 손을 감싸쥐었어. 엄마는 날 바라보면서 그동안 정말 미안했다고, 정말 사랑한다고 말했어. 무슨 말로 다 사과해야할진 모르겠다며 그래도 엄마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거짓말이 아니란 걸 알아달라고 했어. 그 상황에선 나도 울어야 할 것 같았지만, 정말 유감스럽게도 난 울지 않았어. 울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았거든.

#321 ◆bu1bbgZg46n 2020/10/18 18:52:11

엄마는 나에게 주기적으로 연락하겠다고 했어. 나는 알겠다고 했지. 엄마는 한참 나랑 헤어지는 걸 망설이다가 돌아갔어. 나는 아주머니의 소개를 받아 내가 지낼 방으로 갔어. 엄마는 반년동안 내가 그 하숙집에서 지낼 비용, 생활비를 아주머니에게 대주셨어. 아주머니는 적어도 반년까진 자기가 잘 보살펴주겠다며 자길 믿으라고 했지. 아주머니 딸이 일하는 미용실에서 일하게 해줄테니 앞으로 열심히 연습해서 돈을 벌어오라고 하셨어. 그렇게 하겠다고 하고 나는 방에 혼자 남았어.

#322 ◆bu1bbgZg46n 2020/10/18 18:54:16

23년동안 엄마 아빠와 함께 살았지만 집에서 나올 때 들고온 건 캐리어만큼 큰 가방 두 개 안에 다 담길 정도의 옷과 생필품들 뿐이었어. 그 어떤 것도 내 물건이 아니었어. 다른 아이는 가끔 자기가 아끼는 인형이나 장신구라도 들고 나왔을테지만, 나한텐 그런것조차 없었어. 방에 혼자 남고 나니 눈물이 나왔어. 혼자 남고 나서야 엉엉 울면서 그동안 있었던 일들과 앞으로 있을 일들을 생각했어. 돌아간 엄마가 아빠한테 야단을 맞으면 어쩌지, 아빠한테 얻어맞으면 어쩌지, 이런 걱정도 들었어. 엄마가 갈 때 한 번 정도는 붙잡아줄 걸 그랬나, 싶었어. 나를 죽도록 괴롭히던 엄마 아빠를 벗어나면 그래도 분명 통쾌하고 행복할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혼자 남은 나는 괴로웠어.

#323 ◆bu1bbgZg46n 2020/10/18 18:56:05

더는 말을 더듬지 않아도 되고, 음식을 먹을 때 억지로 흘리거나 침을 흘리지 않아도 되고, 아빠 말을 듣지 않는다고 얻어맞을 걱정도 안해도 됐어. 그치만 너무너무 힘들었어. 뭐가 그렇게 힘들었을까, 내 인생은 분명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되고 있었지만. 나는 지난 23년을 평생 씻어내는 것 처럼 한참 울었어. 우는 소리를 들은 하숙집 아주머니가 들어와서 날 달래줬어. 한참을 울던 나는 주인 아주머니가 깎아준 배를 얻어먹으면서 진정했어. 앞날은 막막하고 입에서 씹히는 배는 생각보다 달달했어.

#324 ◆bu1bbgZg46n 2020/10/18 18:58:01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할까, 그런 고민을 하면서 그 날 잠들었어. 하지만... 걱정한 것과 별개로 나는 잘 살았어. 그 다음날부터 아주머니를 따라 아주머니의 딸이 일하는 미용실에서 일을 배웠어. 아주머니의 딸은 나보다 3살 많았어. 미용실에는 그 언니 외에도 미용실 사장님인 아줌마가 계셨어. 그 아줌마는 내가 실수만 하면 나를 마구 나무랐지만 나쁜 분은 아니었어. 하숙집 아줌마의 딸인 미용실 언니는 날 예쁜 후배처럼 대했고 염색약을 만들거나 머리를 감기는 법을 열심히 가르쳐줬어. 나는 정말 하루가 멀다 하고 일을 배웠어.

#325 ◆bu1bbgZg46n 2020/10/18 19:00:15

한두달에 한번씩 엄마가 나를 찾아왔어. 그리고 2주에 한번씩 엄마가 보낸 편지와 아주 적은 용돈도 왔어. 생활에 보탤 수 있을만한 금액은 아니었지만 그 나이엔 그 돈을 꾸준히 모아 두달에 한 번 미용실 언니와 좋아하는 음식을 사먹었어. 나는 한두달에 한 번 찾아오는 엄마가 멀쩡한 모습을 보며 안심했어. 아빠가 그래도 엄마를 때리진 않았구나 싶었지. 그리고 그렇게 몇 개월 정도 지나고 나서, 엄마는 이사를 갈거라고 말했어.

#326 ◆bu1bbgZg46n 2020/10/18 19:00:45

아빠는 나를 찾지 않았고, 엄마는 재산을 두둑히 받았으니 아빠와 함께 수도권으로 이사를 갈거라고 했어. 더 이상 나를 이렇게 자주 만나러 올 수 없을거라고 했지.

#327 ◆bu1bbgZg46n 2020/10/18 19:01:04

나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어. 같은 방에 앉아서 엄마를 바라보다가, 그냥... 잘 가라고 했어. 몸 건강히 잘 지내라고.

#328 ◆bu1bbgZg46n 2020/10/18 19:02:14

엄마는 전화번호를 남겨둘테니 나중에 꼭 연락하라고 했어. 그렇게 엄마는 돌아갔어. 엄마가 돌아가고나선 다신 만나지 않았어. 몇주 뒤에 전화번호와 이사간 집 주소, 근황을 써넣은 편지가 도착했지만 보관만 해두고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았어. 나는 미용실 언니에게 착실히 일을 배웠고 이젠 아르바이트로 인정을 받아서 아주 조금씩이지만 일한만큼의 돈도 받았어.

#329 ◆bu1bbgZg46n 2020/10/18 19:05:29

그냥... 그렇게 컸어. 그래도 역시 어느날은 사무치게 춥고 외롭고 슬퍼서 울어버렸던 적도 많아. 아빠에 비하면 비교적 다정했던 엄마를 그리워하면서 보고싶다고 느껴버리고 밤새 훌쩍인 나날들도 있어. 지금이라도 못이기는 척 전화를 해볼까, 잘 지내는지 확인만 해볼까 싶었지. 하지만 연락하지 않았어. 혼자 살았어. 영영 혼자 살았어... 나는 4년동안 그 하숙집에서 지냈지만 엄마의 편지는 2주에서 한달, 한달에서 세달, 세달에서 반년, 반년에서 1년에 한번씩으로 뜸해졌어. 편지가 뜸해질수록 엄마는 잘 살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고. 나는... 그냥 그렇게 컸어. 4년째 되는 때엔 하숙집을 나와서 미용실 일을 하며 사귄 친구와 룸메이트가 됐어. 그렇게 엄마와의 마지막 연락인 편지도 끊겼어.

#330 ◆bu1bbgZg46n 2020/10/18 19:07:36

어쩌면 엄마는 날 위해서라도 마지막 연락 수단인 전화번호는 그대로 남겨뒀을지도 몰라. 아니면 진작에 그 번호는 없어져버렸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제와서 연락할 용기는 없어. 어쩌면 우리 엄마 아빠가 죽어버렸을지도 몰라. 아니, 아직까지 그 어디에서도 연락이 안 온 걸 보면 안 죽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별로 알고싶지 않아. 나는 20대 후반부터 정신과 상담, 심리 치료를 다니면서 많이 괜찮아졌어. 이제는 말을 더듬지도 않고, 평일엔 일이 끝나고 나서 친구들과 놀러다니기도 해. 미용실에서 나와 룸메이트가 된 그 친구는 아니지만, 이제는 다른 좋은 룸메이트와 지낸지 2년째야. 귀여운 강아지도 키우고 있고, 지금 일하고 있는 미용실 사장님이랑은 사이도 좋아.

#331 ◆bu1bbgZg46n 2020/10/18 19:08:32

아주 길고 긴 내 인생 괴담은 이제 여기서 끝이야. 엄마 아빠가 뭐 어떻게 지낼진 모르겠어, 궁금하면서도... 별로 궁금하지가 않아. 길고 진부한 이야기였지, 여태까지 읽어준 모든 레스더들에게 정말 감사함을 전하고 싶어. 어디가서 꺼내겠어 이런 얘기를. 돈 받고 심리 상담 진행해주는 전문가들에게나 한 게 전부인걸.

#332 이름없음 2020/10/18 19:09:40

아이고 ㅠㅠㅠ 아빠란 작자는 끝까지 사과 한마디라도 안하네...힘든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멋지게 자라줘서 고마워 앞으로 정말 행복하게 살아!!

#333 이름없음 2020/10/18 19:10:30

쓰느라 수고했어 진짜 극적일 정도로 잘 살았으면 좋겠다

#334 ◆bu1bbgZg46n 2020/10/18 19:10:50

힘들고 고통스러운 삶의 연속이었지만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여기까지 왔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겠지. 앞으로도 힘든 일이야 많겠지만 그래도 어릴 때 만큼이나 힘들까 싶어... 여태까지 읽어줘서 정말 고마워!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이건 애초에 하소연판에 올렸어야 할지도 모른단 생각이 드네. ㅠㅠ

#335 이름없음 2020/10/18 19:11:25

에구... 고생 많았네 스레주, 앞으로 행복한 일만 있길 바라!!

#336 ◆bu1bbgZg46n 2020/10/18 19:11:37

괴담판이랑은 좀 거리가 먼 것 같지? 그래도 좀 인간이 얼마나 잔인하고 무서운지에 대해서는 괴담과 약간이라도 취지가 맞았으면 좋겠다... 혹시라도 질문할 게 있다면 물어봐줘도 돼! 더 이상 쓸 이야기는 없지만 기억나는게 있다면 성심성의껏 대답할게.

#337 ◆bu1bbgZg46n 2020/10/18 19:12:16

>>332 >>333 >>335 정말 고마워! 너희들도 앞으로 매일매일 행복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어. ^_^ 여태까지 읽어줘서 진짜진짜 고마워!

#338 이름없음 2020/10/18 19:16:59

스레주 그동안 맘고생 고생 많았고 여태까지 버텨줘서 고마워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음 좋겠다 앞으론 행복하게 살자

#339 이름없음 2020/10/18 21:19:31

스레주 너무 고생많았어ㅜㅜ...보는내내 안쓰러워서 안아주고 싶다 그 어린나이에....지금이라도 잘 살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340 이름없음 2020/10/18 21:44:18

보다가 조금 울었다..ㅠㅠㅠ레주 진짜 고생많았어. 앞으로 레주 길에 행복만 있길 바랄게. 고생하고 아팠던 만큼 이제 잘 될거야 레주 행복해야해!!

#341 이름없음 2020/10/18 22:18:45

와 읽다가 울었다 진심 어ㅏㅠㅠㅠㅠㅠ

#342 이름없음 2020/10/18 22:30:14

와ㅠㅠㅠ 레주 고생 정말 많았어ㅠㅠㅠ 이렇게 버텨줘서 다행이다ㅜㅜ

#343 이름없음 2020/10/19 03:28:36

고생 많았어 레주...지금은 잘 살고 있어서 진짜 다행이다 앞으로도 좋은 일만 있길 바라🥰

#344 이름없음 2020/10/19 04:43:18

고생 많았어 레주... 앞으로의 레주 인생은 행복하고 즐거운 날들만 있길 바라 지금이라도 잘 지내서 다행이야

#345 ◆bu1bbgZg46n 2020/10/19 13:21:32

>>338 >>339 >>340 >>341 >>342 >>343 >>344 모두 정말 고마워. 스레딕에 올려서 잘했다는 생각이 엄청 들어서 다행이야. 괴담판 이탈은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마조마 하지만 그래도 너희들이 안정적으로 이야기를 끝까지 읽었으면 좋겠어. 나는 앞으로도 행복하고 별탈없이 무난한 삶을 살게! 너희도 행복하고 큰 굴곡 없이 즐거운 삶을 살아줘. 잘 지내!

#346 이름없음 2020/10/19 18:10:16

>>345 스레주가 지금 잘살고 있는것같아 다행이야...근데 억울하지않아? 한평생을 지체장애인으로 강요받으면서 학대를 당했는데. 키워준 은혜?고아원에서도 그러진않아.그거 고소할수있을거야. 난 스레주가 생물학적 부모에게 복수했으면 좋겠어. 물론 내 주관적의견이지만...스레주부모님은 스레주를 이용해서 자기 욕망을 채운거야. 심지어 그게 20대까지 이뤄졌으니...충분히 고소가능할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스레주가 별뜻이 없다면 이 레스는 그냥 무시해줘. 스레주가 언제나 행복하길바랄게.

#347 이름없음 2020/10/19 20:19:39

>>345 이런 말 기분 나쁠 수도 있겠지만 레주 얘기 듣고 많이 위로받고 공감받았어 나도 언젠가 망할 집에서 나와서 레주처럼 잘 살고 싶어 나도 나중엔 이겨내고 이런 곳에 글 올릴 수 있겠지? 고마워 레주 이야기 해줘서

#348 이름없음 2020/10/20 00:10:19

진짜 고생많았어 레주야 ㅠㅠ 앞으로 계속 잘 살았으면 좋겠다ㅠㅠ 글 보고 많이 울었어.. 잘지내!!

#349 ◆bu1bbgZg46n 2020/10/20 08:49:06

>>347 내 이야기로 위로받거나 격려받고, 자기가 어떤 환경에 처해있는지 자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했어. 네가 그렇게 느꼈다는건 내 목적을 달성했단 뜻이라 엄청 기뻐. 전혀 기분나쁘지 않아. 네가 열심히 해서 집에서 나와 혼자 살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앞으로는 좋은 날도 많을테니까 꼭 이겨내줘. 나야말로 글 남겨줘서 고마워!

#350 ◆bu1bbgZg46n 2020/10/20 08:51:50

>>346 물론 억울해. 아직도 아빠에게 얻어맞거나 욕을 먹었을 때를 생각하면 참담한 기분이고 손이 떨려. 복수하는 것도 사실 여러번 생각해봤어.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이미 10년 가까이 지난 일이라 시간도 많이 지났고, 나한테 남은 증거나 물증도 없고, 엄마 아빠와의 연락을 이어가거나 그쪽에서 연락을 해오는 것도 아니라 어떻게 해야할지 감도 잘 안와. 그리고 아빠를 다시 만났을 때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억지로 돈 들여가며 고소나 기타등등에 소비하고 싶지 않아. 오늘 당장 퇴근 이후에 좋아하는 음식이나 사먹으면서 날 달래는 데에 쓰고 싶어. 네 의견이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냐, 실제로도 어느 상담사는 갚아주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본 적도 있고 그래.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봤을 때 나는 당장 나에게만 시간을 쏟고 싶어. 그래도 이런 글 볼때마다 위로가 돼. 정말 고마워, 너도 언제나 행복하면 좋겠어.

#351 ◆bu1bbgZg46n 2020/10/20 08:52:07

>>348 눈이 안 부었으면 좋겠다 ㅎㅎ 응! 난 앞으로 잘 살게, 너도 잘 살아!!

#352 이름없음 2020/10/20 18:40:53

>>350 정말 스레주가 잘 살고 있는것같아 다행이야. 스레주가 스레주를위한 소확행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있는것같네. 언젠가 훌훌털어버리고 성공하길바랄게!

#353 이름없음 2020/10/21 11:14:27

지금까지 잘 버텨주어서 정말 고맙고 다행이야 앞으로는 행복한일만 가득하길 바랄게

#354 이름없음 2020/10/22 02:08:27

안울수가 없잖아.. 이제 진짜 행복하게 살아.. 누구보다 힘든시간을 버텨왔으니까 넌 행복해질수있어 행복해져야만 해.. 진짜 행복해라 제발

#355 이름없음 2020/11/02 19:58:46

얘기 읽으면서 레주 부모님이라는 사람들한테 화도 나고 눈물도 나고 많은 감정을 느꼈어 힘든 시간 잘 버텨줘서 고마워 넌 누구보다 빛나는 존재고 특별하다는 걸 항상 잊지 말고 정말 너무너무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매일매일을 응원할게!

#356 이름없음 2020/11/06 00:37:55

와...보면서 나도 모르게 울었어. 레주가 어릴때 겪은 일들이 너무 무섭고 마음 아프고 안타깝고 그러네. 그러면서 레주가 너무 이쁘게,당당하게 잘 살고있는 모습이 너무 예쁘고 예쁘고 예뻐. 이런 이야기 꺼내기 힘들었을텐데 들려줘서 정말 고마워. 레주 이야기에서 많은 위로를 받았어 레주 얼마나 힘들었는지 내가 다 이해는 하지못하지만 정말 고생했어...김씨할머니,최씨할아버지가 있어서 다행이다.. 버텨줘서 정말 고마워. 레주는 항상 행복했음 좋겠어. 어릴때 힘든 일 다 겪었으니까 이제는 행복한 일만 남았네. 이야기 들려줘서 고마워. 힘들땐 레주 이야기 생각하면서 힘내볼게. 레주도 힘내. 레주 항상 행복해야해🙏

#357 이름없음 2020/11/06 02:35:01

힘들었지?네가 상처가 있다면 어떻게 얘길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잘 버텨주어서 고마워.넌 강하고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것 같아.

#358 이름없음 2020/11/20 00:42:39

나 진짜 읽으면서 울어ㅓㅅ다....레쥬야 너무 대단하다...지금처럼 당당하게 행복하게 살아...

#359 이름없음 2020/11/28 21:09:34

>>350 레주야..... 늦게나마 보고 댓글 달아 나는 레주가 학생때 붙여주던 도우미 학생을 했었던 그냥 그런 친구였어 해 본 입장으로써 레주의 첫 도우미 친구가 정말 마음이 예뻤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커서 유니세프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이 되고싶다 생각하면서 남을 도와주고싶은 마음이 컸던 사람이어서 도우미학생을 자청해서했었어 근데 하면서 한번씩은 힘들고 귀찮은 생각을 하곤 했어 그 생각이 들때마다 나에 대한 괴리감이 들었고 결국 나 같은 사람은 안되겠구나 싶어서 중학생이 되고는 도우미같은건 하지않았어 처음으로 돈을 벌어서 나가 산다는것을 말해줬던 친구와 사회생활에 처음으로 발을 내밀수있게 해준 하숙집 아줌마 딸도 레주에게 아주 많은 영향을 줬네 쓴다고 고생했어 읽으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어 지금은 아파트가 많은 동네에서 살고있지만 어릴땐 노인분들이 많고 동네에 내 또래 아이들이 다서여섯명? 어릴때 생각하는 동네의 범위와 지금 생각하는 동네의 범위가 다르다보니 아무래도 더 많았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환경이 좋진 않은 동네에서 자랐던지라 어렸을때 내 친구들 중에 가정폭력을 당했던 친구가 있었어 내가 중학생때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오면서 연락을 못하게 되었는데 레주처럼 강인하게 잘 이겨내고 잘 지내고있었으면 좋겠네 레주야 정말 고생 너무너무 많았고 이렇게 글을 써줘서 고마워 용기가 대단한거같아 나는 행복과 불행이 숫자로 용량으로 친다고했을때 불행이 50만큼 온다면 행복도 50만큼 온다고 생각하고 살아 늘 레주가 어릴때 겪었던 힘듦이 앞으로 행복으로 꼭 올거야 나는 레주처럼 가정폭력이나 그런건 없었지만 이혼가정의 자녀야 그래서그런지 나는 감정적으로 많이 불안정해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가 있어 거기서 주인공 역할인 지안이가 처음으로 사람에게 정을 받고 그게 동경인지 사랑인지 몰라하거든 그게 엄청 마음이 아팠어 정을 받고자라지 못해서 처음 받아보는 정이라 내가 그 사람에게 느끼는 정이 동경인지 사랑인지 구분을 못하는게... 레주야 레주가 겪은거와는 다른 이야기라 괴리감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그 드라마 추천해 시간이 된다면 꼭 봤으면 좋겠어 아마 레주도 나도 감정의 폭이 다른 일반 가정의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를거야.. 그래서 나는 드라마나 책으로나마 그런것들을 깨우차려 해 레주야 이래저래 뭔가 앞뒤가 좀 안맞고 두서가 긴데 아무튼 잘 살아와줘서 고마워 너처럼 강한 사람도 있는데 난 참 나약하다싶어 다시금 마음을 다잡게되네 레주야 살아와줘서 고맙고 버텨와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강인하게 살아나가자.

#360 이름없음 2021/01/29 17:31:57

>>142 레주야 근데 왜 미용실에 일하고 있다면서 상사가 초코파이를 줘?? 미용실에도 상사가 있어??

#361 이름없음 2021/01/29 20:4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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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 이름없음 2021/01/29 20:5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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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3 이름없음 2021/01/29 23:01:54

>>362 레주가 미쳤다고 그러겠어? 가정폭력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실례되는 말인거 같아.

#364 이름없음 2021/11/24 09:21:45

>>360 미용실에도 원장 신입 이렇게 계급? 은 좀 있지 않나? 특히 큰 미용실들

#365 이름없음 2021/11/25 04:23:17

레주야 요즘은 잘 지내? 날씨가 너무 추운데 감기 걸린건 아니지? 글을 읽어보니 레주의 고통까지는 내가 감히 알 수 없지만 마음이 너무 아팠어 많이 힘들었지.. 글을 쓰면서 옛날 기억을 끄집어 내는게 쉬운 일이 아닌데...힘들었을텐데도 불구하고 써줘서 너무 고마워 레주가 마음 한켠에 아픔을 글로 쓰면서 속이 시원해졌으면 좋겠어 훌훌 털기는 어렵지만 ...그리고 레주가 항상 행복하고 자신을 사랑하고 아꼈으면 좋겠어 레주 글 보니까 우리집도 어렸을때 싸우고 욕하고 냉장고 깨고 선풍기 던지고 그런 집이었는데 어찌저찌 나도 살긴 살더라.. 사실 우리집 환경 이런거 절대 아무한테 말 못해 ..15년지기 친구한테도 우리집 사정 비밀이거든..ㅎㅎ레주야 건강하고 행복하렴 같이 힘내자!

#366 이름없음 2021/11/25 17:31:08

>>331 레주야 진짜 고생 많았다.. 결국은 돈 때문이었던 거잖아. 진짜 부모같지도 않은 것들.. 에휴 진짜 너무 고생많았고 진짜 내가 뭐라고 말해야할지 모르겠다ㅜㅜ 너무 힘든 삶이었다.. 진짜 버텨줘서 고맙고 앞으로 행복한 일들만 있을거야❤️

#367 이름없음 2021/11/26 05:40:11

하.. 레주의 인생 얘기 들으면서 진짜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한 것 같아. 슬프고, 우울하고, 힘들고, 아프고, 억울하고, 분하고.. 글에서 여러가지의 감정들이 다 느껴져서.. 그게 너무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났어. 진짜 너무 어떻게 사람이.. 그것도 혈육 핏줄인 부모가 자식한테 그런 짓을 저질러버린건지.. 진짜 인간에게 지독한 악마가 있다면 레주의 혈육 두 분이 정말 악마가 아닐까.. 특히 아빠라는 분은 더욱 더. 그냥 인간의 탈을 쓴 악마야. 그래 엄마의 사정은 이해는 해. 그치만 이해하면서도 그냥 너무 분하고 악에 받칠 것 같아. 진짜 짧은 시간도 아닌 어릴 적 부터 20대의 청춘까지 그 긴 인생동안, 그 긴 시간들의 인생을 통채로 날리고 지내면서 얼마나 고통스러웠고, 외롭고, 아팠을까.. 괴로웠을까.. 정말 숨이 턱 막히더라. 너무 가여워서. 진짜 인과응보는 반드시 있어. 먼 훗 날 천벌을 받을꺼야 그 두 분은 꼭. 시대가 많이 발전했으니 요새 시대에는 그런 일 있었으면 온 국민한테 질타를 받을만한 큰 사건이지 않을까싶다. 레주야 그 긴 시간동안 너 자신과의 힘든 싸움을 이겨내느라 너무 수고했고, 고생 많았어. 정말 만나면, 아는 사이였다면 꼬옥 안아주며 토닥여주고싶다. 삶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이겨내며 열심히 살아줘서 정말 고마워. 많이.. 정말 힘들었을텐데 너의 어린 시절부터 20대까지의 아픈 기억을 얘기해줘서 고마웠어. 마음 속의 응어리도 엄청 많을거구 그 때의 그 끔찍했던 일. 지금은 가슴 깊숙이 묻혀두면서 잊지 못할 상처가 되겠지만 레주 정말 앞으로 꽃 길만 걷고 정말 행복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 그 동안 고생했으니 이제 레주한테 기쁜 소식만 들릴 수 있도록. 아무 탈 없이 남은 인생 잘 지낼 수 있도록 순탄하게 행복하게 잘 살길 빌게. 수고했어, 오늘도.

#368 이름없음 2026/05/14 11:34:30

부모는 대리인을 통한 뮌하우젠증후군이었을까 단지 돈 때문일까 부모같지도 않은 악마들 너무 악한다 레주가 외롭지 않고 행복하길 바라

#369 이름없음 2026/05/19 15:17:37

댓글 잘 안다는데..레주야 잘 커줘서 너무 고마워 ㅠㅠ 나도 아직은 어리지만 딸이 있는데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장애가 있는 아이도 정상으로 보이려고 노력하는게 부모인데 레주는 반대였구나 얼마나 힘들었을까. 내가 엄마였으면 딸만 데리고 열백번은 도망갔을거같지만 그래 남은 남이니까... 항상 행복해. 응원할게!

#370 이름없음 2026/05/19 16:13:34

౨ৎ ⠀⠀⠀⠀⠀⠀⣠⣶⣶⣶⣦⠀⠀✧ ⠀⠀⣠⣤⣤⣄⣀⣾⣿⠟⠛⠻⢿⣷⠀ ⢰⣿⡿⠛⠙⠻⣿⣿⠁⠀⠀⠀⢸⣿⡇ ⢿⣿⣇⠀⠀⠀⠈⠏⠀⠀⠀⠀⣼⣿⠀ ⠀⠻⣿⣷⣮⣤⣀⠀ ᡣ𐭩 ⊹˚₊ ⠀⠀⠀⠀⠉⠉⠻⣿⣄⣴⣿⠟⠀⠀⠀ ✧⠀⠀⠀⠀⠀⠀⣿⡿⠟⠁⠀⠀⠀⠀ ౨ৎ 레주 앞으로 행복만 가득가득하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