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어있던 3개월, 나는 깨어있었다.

괴담 2020/12/30 23:50:55

1 이름없음 2020/12/30 23:50:55

내가 불과 3년전에 겪었던 일을 정리해서 써보려고 한다. 3년전 일임에도 마치 어제 겪은 것처럼 생생히 기억이 난다. 지금은 다 지나간 일이고, 조금의 각색을 첨가해봤으니 내가 겪은 이 기이한 일을 재밌게 즐겼으면 한다. --------- 스레주는 원래 건강이 좋지 않았다. 병원을 학교가듯이 들락거렸고, 살면서 여러번 생명의 고비를 넘었던 적이 있다. 호흡기와 심장에 문제가 있었다. 선천적으로나 후천적으로나. 천식과 관상동맥의 기형... 이외에도 몇가지 질환들을 달고 태어났다. 달리 일상생활을 하는데 의외로 큰 지장은 없었지만, 조금만 방심하면 훅 정신을 잃곤 했다.

2 이름없음 2020/12/30 23:51:20

몸이 약해서 학교에 다니는 건 좀 무리였고, 검정고시로 초, 중, 고를 모두 마쳤다. 당연히 친구같은건 사귈 수 있을리가 없었다.

3 이름없음 2020/12/30 23:51:36

무료하게 살아가던 나는, 유튜브나 웹서핑으로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보냈다. 주로 관심있던 분야는 미스터리. 처음 미스터리에 관한 영상을 보니 그 뒤로 쭉 비슷한 영상만 추천됐기에...

4 이름없음 2020/12/30 23:52:02

그러다 문득, 나에게 동기를 준 유튜브 영상을 보게되었다. 제목은 "Powhoaenam" (실제와는 다름.) 3분 정도 되는 짧은 비디오였다. 썸네일은 그저 검은 바탕에 하얀 색상으로 앞서 말한 "Powhoaenam"이 써져있었을 뿐. 평소에도 비슷한 영상을 보고 있던 나는 별다른 의심없이 그 영상을 클릭했다. 영상 재생 처음 4초간은 아무것도 없이 검은 화면이 계속됐다.

5 이름없음 2020/12/30 23:52:59

성급한 한국인인 나는 흥미를 잃고 영상을 넘기려던 찰나, 요란한 타자기 소리와 함께 검은 바탕에 흰 글씨가 써지는 것을 보았다. (영어로 나왔었음.)

6 이름없음 2020/12/30 23:54:03

놀랐다. 마치 무당이 내 과거를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입을 꾹 다물고 영상을 지켜보았다. 곧이어 다른 글씨들이 촤르륵 써내려가지기 시작했다.

7 이름없음 2020/12/30 23:54:54

그리고는 흰 새가 태양을 향해 날아가는 장면이 대략 2분 넘게 페이드인 됐다. 배경음악은 그냥 지직거리는 소리 뿐. 그 채널엔 다른 영상도 없었다. 오직 그 의문스런 영상만이 게시되어있었다.

8 이름없음 2020/12/30 23:55:57

원래 이런건 시덥지 않게 재미로 보던 나는, 그때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영상의 신비한 분위기는 둘째치고, 그걸 보고 이상하게도 내 마음이 동요하는게 느껴졌다. 사실, 나에겐 내가 두 살때 돌아가신 아빠가 있었다.

9 이름없음 2020/12/30 23:56:13

오 ㅂㄱㅇㅇ

10 이름없음 2020/12/30 23:56:43

아기인 내가 멋도 모르고 도로에 나가있었을 때, 몸을 던져서 나를 살리시고 대신 희생하신 아빠.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내겐 무척이나 소중한 느낌이 드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때 아빠를 한 번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도저히 기억나지 않는 그 얼굴에 대고,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이상했다. 평소에도 종종 아빠를 만나고 싶은 감정이 들긴 했지만, 그땐 유독 끌림이 있었다. 내 가슴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11 이름없음 2020/12/30 23:56:43

ㅂㄱㅇㅇ!!

12 이름없음 2020/12/30 23:57:42

>>9 동접이다! 반가워 -------- 그날은 유독 공부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살짝 어지럽기도 했고, 계속 가슴이 쿵쿵 뛰었다. 하루 종일 그 영상이 머리 속을 맴돌았기 때문이다. 공부할때나, 씻을때나, 자려고 침대에 누웠을때나, 계속 그 타자기 소리가 귀에 맴돌고, 문구가 생각났다. 기분 나쁘게도, 섬짓하고 기이해서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

13 이름없음 2020/12/30 23:58:47

>>11 동접이 두 명씩이나 되네. 반갑다 너레더! ------------- 결국 잠을 못이룬 나는, 새벽 2시에 이불을 걷어차고 거실로 나왔다. 흰 꽃병, 고양이의 털. 모두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꽃병은 거실에 여러개가 놓여있었고, 고양이는 키우고 있었으니까. 영상에서 말한걸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14 이름없음 2020/12/31 00:00:35

ㅂㄱㅇㅇ!!!

15 이름없음 2020/12/31 00:01:00

거실은 조용했다. 그리고 어두웠다. 나는 재빨리 베란다쪽에 있던 화분 중 희고 얇은 화분 하나를 골라 집어들었다. 물이 들어차 있었던 것을 따라보냈다. 그 다음 고양이의 털을 줍고, 흰 병에 넣었다. 그리고 그걸 방 안으로 가져왔다.

16 이름없음 2020/12/31 00:01:38

>>14 되게 많이 보고있네. 이거 더 성실하게 써야겠다. -------------- 그렇게 꽃병과 고양이의 털은 간단히 준비됐다. 그런데 장미는? 내겐 붉은 장미가 없었다. 원래는 다른 꽃(뭔지 모름)이 담겨있던 꽃병이었다. 꽃가게에 가서 사볼까도 생각해봤지만 연 곳이 있을리가 없었고, 애초에 가진 돈도 없으니 딱히 사올 수도 없었다.

17 이름없음 2020/12/31 00:02:23

나는 결국 인터넷에서 장미 사진을 찾아 프린트하여 꽃병에 집어넣었다. 어차피 기분이나 좀 나아지자고 한 일이니까, 퀄리티는 별로 상관 없었다. 곧바로 꽃병에 붉은 눈을 그린 나는, 그 안에 숨결을 불어넣었다. 당연히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당장은. 실망스러웠다기보다는 달밤에 그러고 있는 내가 스스로 한심했다. 나는 한숨을 쉬고 꽃병을 원래 자리에 가져다두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난 나에게 엄마가 물었다.

18 이름없음 2020/12/31 00:02:49

"저기 있던 꽃병 네가 치웠니?" "무슨 소리야 엄마..." "꽃병말야. 노란색 꽃 담겨있던거. 느이 이모 주려고 사둔건데 도통 안 보여. 혹시 깨먹었어?"

19 이름없음 2020/12/31 00:03:47

엄마는 틀림없이 그 꽃병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확인해보니, 꽃병은 진짜로 자취를 감췄다. 도둑이 든 것도 아니고, 누가 깨먹은 것도 아니었다. 꽃병은 제자리를 지키다 새벽 중에 홀연히 사라졌다. 그럴리가 없다며 온 집안을 샅샅히 뒤져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엄마는 이게 대체 어디를 갔냐며 역정을 냈지만, 나는 손끝과 발끝으로부터 냉기가 치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20 이름없음 2020/12/31 00:04:01

냉기가 목까지 닿자, 그때부터 점점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난데없이 숨이 차기 시작하고, 가슴이 빠르게 뛰었다. 눈 앞이 캄캄해졌다. 내가 식은 땀을 흘리며 쓰러지자, 엄마는 곧장 119를 불러 나를 병원으로 데려갔다.

21 이름없음 2020/12/31 00:04:45

병원으로 가는 앰뷸런스 안에서, 나는 눈 앞이 완전히 깜깜해졌다. 몸엔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가슴에 망치질을 하는 것 같은 통증이 밀려왔다. 숨이 점점 가빠지고, 급기야 자력으로 숨을 쉴 수도 없게 되었다. 그때 유일하게 생생하게 살아있던 감각은 아마도 귀였을 것이다. 아니, 어떤 의미론 죽었다고 해야할지도 모른다.

22 이름없음 2020/12/31 00:05:58

나는 환청을 듣고 있었다. 모르는 언어로 남녀가 빠르게 대화하는 소리, 시소 움직이는 소리를 빠르게 감아놓은 듯한 소리 등... 이상한 소리를 병원에 가는 내내 듣고 있었다. 누군가 내게 말을 거는 듯했지만,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외에도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이상한 소리 때문에 점점 섬뜩해지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그런 증상은 병원에 도착해서 병상에 눕자 조금 나아졌다.

23 이름없음 2020/12/31 00:08:08

병원에 도착하자, 나는 응급환자로 분류되어 응급실로 들어갔다. 응급실은 우울하면서도 소란스러운 곳이기에 내가 기피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말은 커녕 입술조차 뗄 수 없었으니! 날 맡은 의사는 내 심장에 후유증이 남아있다며, 장기 입원하고 좀 더 관찰을 해야겠다는 소견을 내놓았다. 나는 병상에 누워 손가락하나 꼼짝 못하고 머리만 움직이고 있었다. 엄마는 울고 있었다. 나는 그때 또 다시 생명의 고비를 겪었다.

24 이름없음 2020/12/31 00:09:38

그렇게 나의 입원이 결정됐다. 그날 즉시 입원하고, 간호사분들의 케어 덕분에 증상이 조금 나아졌다. 눈도 보였고, 환청도 거의 사라졌다. 그치만 몸을 움직이는건 여전히 버거웠다. 너스콜을 손에 쥐고 겨우 누를 정도였다. 아쉽게도 엄마는 바쁜 분이었기 때문에 날 돌봐줄 수 없었다. 결국 넓은 병실을 혼자 쓰게 된 나는, tv로 영화를 틀어놓고 하루종일을 보냈다.

25 이름없음 2020/12/31 00:11:16

병원에도 밤이 찾아오고, 병동은 벌레 기어다니는 소리 하나 없이 조용해졌다. 낮에 깜빡 잠들었다 깬 나는, 자는 사이에 몸에 의료장비 같은 것을 치렁치렁 달고 있었다. 간호사분들이 달아주고 간 것이다. 엄청난 갈증과 함께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26 이름없음 2020/12/31 00:13:06

그런데 문득 소름이 끼쳤다. tv는 뚜- 소리만 내며 검은 화면을 송출했고, 창문엔 바람이 계속해서 불어닥쳤다. 불길했다. 두려웠다.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이질감이 몸을 감쌌다. 나밖에 없는 넓은 6인실의 입구로 귀신이 머리를 들이밀것만 같았다. 급기야 코피가 나기 시작하더니, 가슴이 또 다시 쥐어짜지는 것을 느꼈다. 너스콜을 눌렀다.

27 이름없음 2020/12/31 00:14:45

그러자 복도에서 저벅, 저벅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간호사가 오는 것이었다. 간호사는 복도에서부터 카트를 밀고 나타났다. 홀로 누워있는 6인실에 들어온 간호사는, 이상하게도 웃고 있었다. 아주 이상하게. 위아랫니가 전부 드러나도록. 그 얼굴을 보고 심장이 멎는 것만 같았다. 가뜩이나 약한 심장이었으니, 실제로 멈추기 직전이었다. 간호사는 기이한 표정을 유지한채로 내게 다가왔다. 성큼, 성큼, 사람이 걸을 때 몸이 반동하는데, 그런 것도 없이 내게 다가왔다.

28 이름없음 2020/12/31 00:17:42

"저기... 간호사님, 지금 코피가 나서요...." 간호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내 앞에서 멈춰선 그는 몸은 창문쪽을 바라본 채로 얼굴만 나에게 돌린 다음,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때 직감했다. 이건 간호사도 아니요, 사람도 아님을. 싸늘함이 발목을 휘감고 지나갔다. 입술이 떨렸다. 온 몸에 근육통이 시작됐다. 긴장한 탓이었다.

29 이름없음 2020/12/31 00:18:08

무언가 잘못됐음을 깨닫고 너스콜을 계속 연타했지만, 반응이 없었다. 고장난 것처럼. 간호사는 내게 '게걸음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금방 목이 막혔다. 두려움에 눈물까지 흘리며 몸을 움직여봤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간호사는 내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녀는 그 섬뜩한 웃는 얼굴로 종이 한 장과 작은 물약 한 통을 보여주었다.

30 이름없음 2020/12/31 00:21:24

간호사의 입술이 계속 움직였지만,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내 귀가 멀어버린 걸지도 모른다. 간호사는 무언가를 계속 지껄여대더니, 종이를 내 눈 앞에 디밀었다. 읽을 수 없는 이상한 글씨가 빼곡한 종이를 팔랑거렸다. 그 문자들은 한글같아 보였는데, 일반적인 한글의 쓰는 방식이 아니었다. (나 라는 글자가 있으면 모음과 자음의 위치가 바뀌어있고, 자음이 90도 회전한 상태라던지) 그 괴상한 글자를 강제로 보고 있으니 글자만으로 두려웠다. 글자 자체가 소름끼쳤다.

31 이름없음 2020/12/31 00:23:55

간호사는 그걸 계속 팔랑이더니, 갑자기 또 그걸 치우고, 물약을 내 입속에 떨어트리기 시작했다. 한 방울 한 방울, 그 투명한 물약이 내 목 안으로 흘러들어올 때마다, 근육통이 사라지고 몸이 점점 나른해져갔다. 옆에 달린 기계장치는, 내 심박이 떨어지는걸 보여주고 있었다.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심박은 점점 낮아지기 시작했다.

32 이름없음 2020/12/31 00:25:20

점점 눈 앞이 희미해져갔다. 대신 청각이 선명해져갔다. 그때 분명히 들었다. 간호사가 하는 말을. "멋진 여행이 되길 빌어요. 독수리처럼 날아 올라봐요. 그리고 돌아올지 거기에 머무를지 정해요. 새는 자유롭잖아요."

33 이름없음 2020/12/31 00:28:25

간호사는 계속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멋진 여행이 되길 빌어요. 독수리처럼 날아 올라봐요. 그리고 돌아올지 거기에 머무를지 정해요. 새는 자유롭잖아요." "멋진 여행이 되길 빌어요. 독수리처럼 날아 올라봐요. 그리고 돌아올지 거기에 머무를지 정해요. 새는 자유롭잖아요." "멋진 여행이 되길 빌어요. 독수리처럼 날아 올라봐요. 그리고 돌아올지 거기에 머무를지 정해요. 새는 자유롭잖아요." "멋진 여행이 되길 빌어요. 독수리처럼 날아 올라봐요. 그리고 돌아올지 거기에 머무를지 정해요. 새는 자유롭잖아요." 소름끼쳤다. 귀신인지 모를 기괴한 여자가 내 귀에다 대고 몇십분가량을 계속 저렇게 떠들어댔다. 그러다 간호사는 문득 말하기를 멈추고, 정색하더니 복도로 나가버렸다. 너스콜을 쥐고 있던 내 손에 힘이 빠졌다. 숨이 막혔다. 몸은 불구덩이처럼 열이 올라있었다. 그렇게 몇십분을 앓다가, 한순간에 열이 싹 사라지고, 시야도 선명해졌다. 몸이 움직이기 시작한 건 물론이었다. 그리고 그건, 나의 3개월간의 혼수상태의 시작이었다.

34 이름없음 2020/12/31 00:30:34

나는 그때를 기점으로 3개월동안 혼수상태에 빠졌다. 현실의 나는 몸도 움직일 수도 없었고, 무언가에 반응할 수도 없었다. 마치 영혼을 잃은 사람처럼, 마치 시체처럼 병상에 눕혀져 있었을 뿐이었다. 그건 나의 껍데기, 육신의 이야기고, 나의 영혼은 다른 상황을 겪고 있었다. 여지껏 겪어본적 없는,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상황을.

35 이름없음 2020/12/31 00:31:47

와 ㅂㄱㅇㅇ!

36 이름없음 2020/12/31 00:33:39

내 정신은 내 몸이 혼수상태에 빠진 동안 기괴한 세계에 갇혀있었다. 이를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다. 일종의 긴 꿈이라기엔, 그건 꿈이라는 용어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내 영혼이 3개월동안 다른 세계에 갇혀있었다고 표현하는게 제일 바람직할 것 같다. 그곳은 영원히 밤이었고, 달은 보이지 않았다. 검은 구름이 하늘에 가득했기 때문이다. 시간을 확인하고자 핸드폰을 켠 나는, 깜짝 놀라 핸드폰을 바닥에 집어던졌다. 누구라도 시간이 72:88 이런 식으로 표시되어있다면 놀랐을 것이다.

37 이름없음 2020/12/31 00:36:56

>>35 동접 안녕! -------------------- 나는 몸에 부착된 장치들을 하나둘씩 떼어냈다. 링거를 제외한 모든 장치를 떼어내고, 비틀비틀 몸을 일으켰다. 나는 간호사에게 직접 도움을 요청하고자 복도로 나갔다. 웬 정신나간 싸이코가 나에게 이상한 물약을 먹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호사가 있어야할 곳 그 어디에도 간호사는 없었다. 다른 환자도 말이다. 그저 나를 제외한 병원 전체의 사람들이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38 이름없음 2020/12/31 00:38:08

내가 있던 병실과 몇몇 복도는 불이 꺼져있었고, 어느 곳은 불이 켜져있고 중구난방이었다. 방금까지만해도 사람이 있었던 것처럼 서랍이 열려있거나, 화장실 문이 잠겨있거나 했다.

39 이름없음 2020/12/31 00:40:09

내가 그곳이 기존에 살던 세상과 다른 곳이라는 징후를 처음 발견한 것은, 바로 복도에 걸린 시계였다. 시계를 가만히 지켜봤는데, 거꾸로 흘러가고 있었다. 나는 일단 복도 전체에 불을 켜고 도움을 줄만한 사람을 찾아다녔다. 다른 층 복도로 내려가거나, 혹은 올라가거나. 내가 있는 곳은 3층 입원층이었고, 병동은 내 위로 총 12층까지 있었다.

40 이름없음 2020/12/31 00:42:43

ㅂㄱㅇㅇ!

41 이름없음 2020/12/31 00:43:09

9층까지 올라갔을때 어렴풋이 깨달았다. 평소라면 감히 오르지 못할 계단을 자유자재로 오르고 있었음을. 그 세계 속에선 격하게 달리지 않는 이상 지치지 않았다. 물론 원래 나에겐 계단 오르기 자체가 격한 활동이었지만... 나는 스스로 그 사실을 깨닫고 가슴에 손을 얹어보았다. 심박이 느껴지지 않았고, 내 몸이 너무 차가웠다. 충격을 받은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이빨을 떨며 부딪히기 시작했다.

42 이름없음 2020/12/31 00:45:15

층계에 주저앉은 나는, 1층부터 12층까지 쭉 나있는 긴 창문을 보고 있었다. 그 창문을 보며 내가 죽어서 저승에 온 건가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저승에 관해서는 영상으로 배운 지식이 있었지만, 내가 처한 상황은 그 어떤 영상에도 나와있지 않았다. 설마하니 나만 이곳에 남겨진건가 하고 생각할 무렵, 밑에 층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놀란 나는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창문을 슬쩍 봤는데, "그것"도 밑에 층에서 창문을 통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43 이름없음 2020/12/31 00:46:53

>>40 오 동접이 또! 오늘 동접이 많네. 오늘은 졸려서 이 정도만 해볼까 한다. 얘기는 그렇게 길지 않고 대충 800레스 쯤 가면 끝날 것 같다. 만약 내용에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질문해도 좋다. 잠들기 전까진 핸드폰 붙잡고 있을테니.

44 이름없음 2020/12/31 02:39:47

나도 동접이야 레주!! 반갑다 :D 내일 또 다시 올게!

45 이름없음 2020/12/31 13:50:37

ㅂㄱㅇㅇ

46 이름없음 2020/12/31 17:30:28

오 ㅂㄱㅇㅇ!!

47 이름없음 2020/12/31 17:52:11

ㅂㄱㅇㅇ!

48 이름없음 2020/12/31 18:46:36

진짜 흡입력 대박이다...

49 이름없음 2020/12/31 19:31:22

>>44-48 안녕 레스주들! 내 글을 봐줘서 정말 고맙다. 오늘이 벌써 연말이라니, 2020년도 이렇게 흘러가는구나. 스레더 여러분들은 부디 아픈데 없이 신년 맞이했으면 좋겠어. 오늘은 어제 11시쯤에 온 것처럼 오후 11시 쯤에 올 것 같다. 그럼 이따가 봅시다. 안뇽.

50 이름없음 2020/12/31 19:34:33

>>49 나 44야 바로왔다~ 11시에 보자~!!

51 이름없음 2020/12/31 21:58:57

안뇽! 11시에 보장!

52 이름없음 2020/12/31 23:10:11

지금은 11시! 가 조금 지났다. 스레주는 돌아왔습니다. 혹시 기다리고 있던 레스주는 칭찬한다. >>50-51 정말 고맙다. 이런 레스 덕에 글 쓰는 맛 난다. 이제 이야기를 마저 시작해보겠다.

53 이름없음 2020/12/31 23:11:37

창문을 통해서 나와 눈이 마주친 그것은 분명 생명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건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분명 사람같은 외형이지만, 손발을 모두 계단에 착 붙이고 있었고, 가슴은 땅을 향했지만 얼굴은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그것은 나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54 이름없음 2020/12/31 23:12:04

그것과 눈이 마주친 순간 나는 얼어붙었다. 그 기괴한것 역시 미동도하지 않았다. 두려웠다. 두려운 나머지 손을 떨기 시작했다. 무심코 내가 눈을 깜빡인 순간, 그것은 사라지고 없었다.

55 이름없음 2020/12/31 23:12:35

그것의 정체가 뭔지 되새기기도 전에, 층계의 전등이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벽에 붙은 스위치를 껐다 켰다 반복해보았다. 무의미했다. 전등은 꺼지지도, 켜지지도 않고, 그저 계속 미약한 불빛을 깜빡대기만 했을 뿐.

56 이름없음 2020/12/31 23:13:22

나는 놀란 몸을 일으켜 윗층으로 올라갔다. 내 윗층은 10층, 그리고 11층, 12층이 더 있어야했다. 하지만 내가 층계를 올라가 만난 것은 10층이 아닌, 그저 벽 뿐이었다. 10층 복도로 가는 문이 있어야할 자리는 벽으로 대체되어있었고, 11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끊어져있었다.

57 이름없음 2020/12/31 23:16:18

벽에 손을 짚었다. 그저 차가운 벽이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랬다는 듯. 이전부터 이 병원에 입원을 해온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이곳은 분명 굳건한 철문이 있는 자리였다. 분명 창문도 위쪽으로 더 나있는걸 봐선, 위층이 있는건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58 이름없음 2020/12/31 23:17:19

하지만 그 벽은 낯선 것이었다. 낡지도, 오래되지도 않은, 다른 벽들과 마찬가지인 벽. 그런 황당한 현상에 낙심한 나는 계단에 걸터앉아 가슴을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다시 일어나 전 층을 돌아보고 확신할 수 있었다. 내가 이승과는 다른 세계에 있음을. 꿈이라고도 생각을 해봤다. 하지만 이렇게 생생한 기분은 꿈일 수 없었다. 아무리 세간에서 흔히 말하는 자각몽이라고 해도 이런 생생함은 존재할 수 없었다. 오히려 기시감이 느껴질 정도의 이 생생함이 나로 하여금 계속해서 기분나쁜 감정을 유발하고 있었으니까.

59 이름없음 2020/12/31 23:18:22

시계는 거꾸로 흘러가고, 전자 시계는 존재할 수 없는 시간을 나타내며(나타내는 시각은 각각 달랐다.) 기괴한 무언가가 밑에서 출몰... 거기에 사람은 모두 홀연히 사라져있다. 그들이 활동했던 흔적만 남긴채. 바깥도 마찬가지였다. 도로를 가득히 메우고 있던 차량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살아있는 모든 것이 종적을 감췄다.

60 이름없음 2020/12/31 23:19:44

마치 악몽을 꾸는 듯한 기분이 계속 들었다. 깰 수 없는 영원한 악몽. 몸이 부르르 떨렸다. 이 기분나쁜 감정을 어떻게 해도 떨쳐낼 수 없었다. 공포심에 숨을 헐떡이던 찰나, 밑에 층에서 전화기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내 핸드폰의 알람음이, 건물 내를 가득히 메웠다.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61 이름없음 2020/12/31 23:20:59

바닥에 내팽개쳤던 핸드폰에게로 전화가 온게 틀림없었다. 누구지? 설마 엄마가? 아니면 담당의 선생님이? 내가 고민하는 동안에도 소리는 울렸다. 그 음색이 너무 소름끼쳤다. 두려운 그 음색이 귀를 막아도, 막아도... 계속해서 손가락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머릿속을 괴롭혔다. 이런 이상한 상황에 걸려오는 전화도 결코 정상적이진 않을 것이다.

62 이름없음 2020/12/31 23:22:46

ㅂㄱㅇㅇ!! :D

63 이름없음 2020/12/31 23:23:06

두려운 나머지 전화가 끊어지기까지 몸을 웅크리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결국 벨소리는 멈췄다. 나는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곧바로 다리에 힘이 풀리고 주저앉게 되었다. 이건, 전화가 끊어진게 아니었으니까. 누군가 내 핸드폰에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톡하는 소리와 함께 기분나쁜 잡음이 시작됐다.

64 이름없음 2020/12/31 23:23:29

>>62 너레더 반갑다. 사실 사람이 안 보여서 끊고 이따 다시올까 하는 참이었거든...

65 이름없음 2020/12/31 23:25:41

누군가 내 전화를 받은게 확실했다. 지직거리는 잡음은 심해져만 갔다. 하지만, 전화를 받은 누군가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전화의 발신자는 계속 무언가 말하고 있었다. 3층에 있는 내 전화기의 통화 소리가 10층의 층계까지도 생생히 들렸다.

66 이름없음 2020/12/31 23:25:42

>>64 아니야! 보고있더라도 ㅂㄱㅇㅇ 안하는 래더도 많아! 난 잘 읽고있오!! :)

67 이름없음 2020/12/31 23:27:44

"레주를 바꿔주세요." (마땅한 별명이 생각 안 나서...) 젊은 여성의 목소리였다. 수신자는 아무말도 없었다. 나는 입을 틀어막고 주위를 살폈다. 진절머리가 나도록 공허했다. 그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내 담을 서늘하게 했다. 젊은 여자의 목소리지만, 억양이 완전히 이상했다. 굳이 설명하자면, 레-주를- 바--꿔주-세요- 같이, 이상하게 장단을 넣고, 음의 고저도 멋대로 넣어 일반적인 한국어를 구사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

68 이름없음 2020/12/31 23:30:52

>>66 아 그렇구나. 앞으론 그냥 와서 쓰면 되겠네 ------------------- "레주를 바꿔주세요. 미나입니다." 여전히 수신자는 아무말도 없었다. 수신자는 누구이며, 내 전화를 어째서 받은걸까? 아니 애초에, 그곳엔 아무도 없었는데. 단지 있을법한 것이라면 내가 만났던, 나보다 아래층에 있었던. "그것"

69 이름없음 2020/12/31 23:31:52

하지만 "그것"이 전화를 받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그렇다기엔, 그것은 너무 기괴하게 꼬여있었으니까.

70 이름없음 2020/12/31 23:35:12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었다. 전화기에선 계속해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화의 발신자는 계속해서 나를 찾는 듯한 말을 남겼다. "레주를 바꿔주세요. 미나입니다.""레주를 바꿔주세요. 미나입니다.""레주를 바꿔주세요. 미나입니다." 나는 미나라는 여자가 누군지도 모른다. 스레딕에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그런 이름을 가진 사람은 만난 일이 없다. 그러다, 발신자는 어느 순간 말을 바꾸어 무언가 혼자 얘기하기 시작했다.

71 이름없음 2020/12/31 23:37:03

"도망치고있죠?" 나에게 하는 소린가? 하고 고개를 들었다.

72 이름없음 2020/12/31 23:39:10

"도망치고 있는거잖아요. 레주씨. 갈 수도 없는 10층 계단에 몸을 웅크리고 말이죠." 나한테 하는 소리였다. 그러고는 내가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깔깔 내뱉었다. 그와 동시에 전화에선 기이한 음악과도 같은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두려움에 눈을 꾹 감고 얼굴을 무릎 사이에 파묻었다.

73 이름없음 2020/12/31 23:40:32

그리고 발신자는 곧장 뒤이어 말했다. "너도 결국 그들 중 하나야." 그리곤, 한참이나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74 이름없음 2020/12/31 23:41:20

여기서 잠깐 컷트. 물 좀 마시고 허리 좀 피고 그러고 오겠다. 내용 중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자유롭게 물어봐주세요.

75 이름없음 2020/12/31 23:51:09

스레주 물 마시고 왔다. 에비앙 통에 끓인 물 담아서 마신다. 근데 물 마시는데 어디서 사악사악 하는 소리가 나네. 소름돋게... 집에 나뿐인데. 엄마 들어오시면 같이 자자고 해봐야겠다. ---------------- 폭풍이 지나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다. 아무도 없었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생생한 조용함이 날 두렵게 했다. 나는 그때 병원 밖으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안에 계속 있다간 아까 마주쳤던 그것과 다시 만나게 될 수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이런 기현상이 일어나는 곳에 계속 있다간 미쳐버릴게 틀림없었다. 밖에 무엇이 있는지는 확실치 않았다. 여긴 고층이다 보니, 밖에 차량이 싹 빠져있는것 정도나 분간이 될 뿐, 뭐가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76 이름없음 2020/12/31 23:53:09

나는 심호흡을 하고 창문을 살폈다. 아래 층계는 텅 비어있었다. '좋아...' 나는 조심스럽게 3층에 있는 내 병실로 향했다. 최대한 조용히, 인기척을 죽이고.

77 이름없음 2020/12/31 23:53:53

병실 문은 닫혀있었다. 나올때만해도 열어뒀었는데 말이다. 앞서서 온갖 기현상을 겪었기 때문에, 별로 특별할 건 아니었다.

78 이름없음 2020/12/31 23:55:07

문에 달린 작은 창을 통해 보니, 깜깜했지만 내 병상쪽으로 미약한 불빛이 있었다. 핸드폰의 불빛이었다. 사람은 없었다. 핸드폰을 빠르게 챙기고 병원 밖으로 나가 도움을 청하러 간다는게 내 계획이었다. 충격에 뇌가 돌아버린건지, 아니면 공포에 감각이 무뎌진건지, 잘도 그런 용기가 났다. 밖에 뭐가 있을 줄 알고, 스레주?

79 이름없음 2020/12/31 23:56:29

나는 살포시 문을 열고 들어가 내 병상으로 향했다.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에서 불빛이 나오고 있었다. 당연히 잠금화면이 떠있을거라 생각한 나는 무심코 핸드폰에 손을 뻗었다. 하지만 핸드폰 화면을 본 나는, 함정에 걸렸음을 깨달았다.

80 이름없음 2020/12/31 23:58:42

불빛이 녹색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눈치챘어야 했다. 핸드폰은 처음 전화가 걸렸을때부터 여전히 "통화중"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놀라 입을 틀어막자, 전화가 끊어지고, 내 뒤로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홱 뒤돌아봤다.

81 이름없음 2021/01/01 00:01:37

그것과 정면으로 마주한 순간, 눈물이 흘렀다. 살해당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그 끔찍한 형체에게서 벗어날 생각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그저 머릿속이 공포에 잠식당했다.

82 이름없음 2021/01/01 00:02:15

뒤돌아본 곳엔 어떤 장신의 남자가 서있었다. 190? 200?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나의 공포심이 그의 키를 크게 인식한건지? 아니면 진짜로 천장에 닿을락말락 키가 컸던건지. 다만 확실한 것은 그의 눈이 기괴하게 생겼다는 것이다.

83 이름없음 2021/01/01 00:05:40

그의 눈, 주먹만한 눈 크기에 눈동자가 두 개였다. 각 눈에 두 개씩, 총 네 개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그 눈동자가 꾸물거리며 나를 훑어보았다. 남자는 차렷자세로 벽에 달라붙어 나를 쳐다볼 뿐이었다. 겁에 질린 나는 핸드폰을 주워 재빨리 달아났다. 그것이 날 쫓아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멀리 벗어나던, 그것은 저 멀리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84 이름없음 2021/01/01 00:08:31

스레준데 지금 가족이 신년이라고 서프라이즈를 해주시네.. 스레더들 일단 새해복 많이 받고, 잠깐 자리 좀 비우겠습니다.

85 이름없음 2021/01/01 00:09:20

와 동접이네! 새해 복 많이 받아!!

86 이름없음 2021/01/01 01:41:46

너무 재밌ㄸ다ㅠㅜㅜ

87 이름없음 2021/01/01 15:43:54

스레주 해피 뉴이어! 엊그제 보고 중독돼서 지금 이틀째 댓도 못 달고 보고있는 중이야ㅋㅋ

88 이름없음 2021/01/01 16:44:26

스레주다. 오늘 새벽엔 가족이랑 시간을 보내느라 미처 돌아오지 못했네. 오늘은 예정된 시간보다 좀 늦게, 11시 반 쯤에 돌아올 것 같다. >>85 너레더도 새해복 많이 받길. >>86 재밌게 봐준다니 정말 고마워 더 노력해서 써볼게 >>87 레스주도 해피 뉴이어! 글 쓰는게 힘든 일인 줄 처음 알았어. 이런 레스 볼때마다 보람차네 ㅎㅎ

89 이름없음 2021/01/01 20:28:29

헉 무섭다 야... 잘 보고 있어!!

90 이름없음 2021/01/01 21:58:34

ㅂㄱㅇㅇ!!!!

91 이름없음 2021/01/01 22:00:41

>>88 기다리고있을게! 천천히왕!

92 이름없음 2021/01/01 23:34:43

약속한 11시 반이 되었다. 기다리고 있던 레스주들에겐 감사하다. 이야기 마저 이어나갈게. 레전드 판 갔던데 재밌게 봐줘서 너무 고맙다. >>89 무섭다면 내가 잘 쓰고 있나보다. >>90 봐줘서 고마워. 덕분에 힘내서 쓰고 있다. >>91 자, 이제 왔다!

93 이름없음 2021/01/01 23:36:13

그것은 계단을 내려가도, 코너를 돌아도, 어둠에 숨어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황급히 병동을 빠져나왔다. 병동을 빠져나오자 그것은 더 이상 나를 쫓지 않았다.

94 이름없음 2021/01/01 23:37:02

병동을 빠져나오니 정원이 있었다. 그 앞으로 병원 로비로 가는 통로가 있었는데, 병원 로비를 빠져나가면 완전히 바깥으로 나갈 수 있었다.

95 이름없음 2021/01/01 23:38:12

바깥에 뭐가 있는지도 몰랐다. 그렇게 무턱대고 나간 이유도 몰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완전히 자살행위인데, 그때는 몰랐다. 다행히 밖으로 황급이 뛰쳐나가는 나에게 누군가 발을 걸었다. 나는 어둠의 밑바닥으로 넘어졌다.

96 이름없음 2021/01/01 23:39:20

나는 바닥에 철퍼덕 엎어졌다. 고통은 없었다. 넘어지면서 턱을 바닥에 찧었는데, 진동과 이물감은 느껴졌어도 고통은 없었다. 그저 기분나쁜 느낌일 뿐. 상처에서 피도 배어나오지 않았다. 대신 주변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로 가득차있었다. 금방이라도 귀신이 튀어나올법한 그런 분위기.

97 이름없음 2021/01/01 23:40:10

여튼, 나는 넘어진 채로 주위를 돌아보았다. 병원 로비는 온통 껌껌했다. 어둠 저 너머에서 흰색 무언가가 펄럭거리며 내 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나는 얼른 일어나 주변에 있던 스위치로 달려갔다. 딸깍, 딸깍, 딸깍, 내가 스위치를 내리면, 다시 스위치가 저절로 올라갔다.

98 이름없음 2021/01/01 23:42:22

"오.. 오.. 오지마!" 소리쳤다. 텅 빈 병원의 로비에 내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하지만 그것은 아랑곳 않고 내게 다가왔다. 그것은 염소 해골을 뒤집어 쓴 흰색 무언가였다. 너무 어두웠던 나머지 잘 식별할 수 없었다.

99 이름없음 2021/01/01 23:44:11

그것은 내 코앞까지 와서는 해골을 벗어던졌다. 그러자 비쩍마른 여자의 창백한 얼굴이 나타났다. 볼은 움푹 들어가있고, 눈은 초점이 없이 흐리멍덩했다. 머리카락은 중간중간 뭉텅이로 빠져있었다. 그리고는 곧이어 입을 쩍 벌렸다.

100 이름없음 2021/01/01 23:45:34

쩍 벌린 입 사이로 이상한 글씨가 뭉게뭉게 튀어나왔다. 이전에 봤던 이상하게 변질된 한글 같은 문자도 있었고, 알파벳이 깨진 것 같은 글자도 있었다. 전혀 생소한, 익숙치 않고 괴괴한 문자들이 자꾸만 튀어나왔다. 정신이 혼미했다. 있을 수 없는 광경을 목도한 심정은 실로 복잡했다. 그것은 계속해서 그런 글씨들을 뱉어냈다.

101 이름없음 2021/01/01 23:48:06

그때, 누군가 그것의 뒤로 나타났다. 은빛 테두리가 있는 검은 가면을 쓴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그것"의 머리통에 어떤 액체를 떨어트렸다. 그러자 그것은 기괴한 소리를 질렀다. "키야아아아악!!!!" 그것은 고통스러워했다. 살점이 녹아 흘러내리면서 이상한 결정이 생겼는데, 그럼에도 발악하며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황급히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나 얼마 못가서 그것은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너무도 흉측한 장면에 나는 그만 바닥에 구토를 하고 말았다. 먹은 것도 없어서 신물이 올라왔다. 가면을 쓴 사람이 나에게 뚜벅뚜벅 다가왔다.

102 이름없음 2021/01/01 23:49:44

"다가오지 마!" 내가 겁에 질려 소리치자, 그 사람이 주춤했다. 나는 뒷걸음질쳤다. 등으로 벽이 느껴졌다. 순간 망했다하는 생각이 머리를 감쌌다. "진정해." "다가오지 말라니까!" "일단 진정하라고!"

103 이름없음 2021/01/01 23:51:27

그가 치는 고함에 나는 순간 딸꾹질이 나왔다. 저 사람, 내게 말을 했다. 해칠 용의도 없어보인다. 하지만 뒤집어 쓴 후드와 두꺼운 가면 탓에 스산한 분위기가 풍겨졌다. 가까워지고 싶단 마음이 들지 않는 외모였다. 마치 흑사병 의사의 까마귀 가면처럼, 음침하면서도 이유모를 공포가 그 가면에서 느껴졌다. 내가 두려워하거나 말거나, 그 사람은 쓰러진 나를 뒤로하고 자판기로 가 음료수를 한 캔 뽑았다. 어떻게 불꺼진 자판기에서 그걸 뽑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사람은 내게 음료수를 건넸다.

104 이름없음 2021/01/01 23:53:10

"마셔." 무심하게 청량음료를 한 캔 건넸다. 의심스러웠다. 과연 여기에서 나온 것들을 마셔도 되는 것일지? 만약 마셨다가 죽게 된다면... 또는 이제까지 봤던 괴물처럼 변하는게 아닌지? 온통 의심스러울 뿐이었다. 처음 만난 기괴한 외모의 사람이 어째서 내게 호의적으로 나오는지도 의문이었다.

105 이름없음 2021/01/01 23:55:00

하지만 음료수를 거절하기도 어려웠다. 가면 뒤로 어떤 표정을 짓는지도 모르는데, 굉장한 위압감이 느껴졌다. 오히려 표정이 보이지 않으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겁에 질린 나는 결국 그 캔을 받아 마셨다. 달고 시원한 음료수였다. 건강때문에 음료수는 많이 못 마신지라, 간만에 느끼는 청량감이었다.

106 이름없음 2021/01/01 23:56:44

그 사람은 내가 음료수를 마시는걸 지켜보더니, 팔짱을 끼고 의자에 털썩 걸터앉았다. "난 이 정도면 됐어..요..." 반말을 할 만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성숙한 여자의 목소리에, 작지 않은, 오히려 큰 키. 어딘가 나를 압도하는 힘이 있었다. 내가 음료수 캔을 다시 건네자, 그 사람은 아무말도 않고 나를 쳐다봤다.

107 이름없음 2021/01/01 23:58:35

그 사람은 뜬금없는 말을 시작했다. "정말... 끔찍이도..." "예?" "끔찍이도 못생겼군...."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 사람은 그말을 남기고 후드를 벗었다.

108 이름없음 2021/01/02 00:00:01

검고 풍성한 머리카락이 드러났다. 머리카락은 아주 길었다. 그 사람의 키는 165cm 정도 되어보였는데, 그 허리 윗부분까지 머리가 내려갔다. "저는 됐으니까... 드세요." "난 마실 수 없어." "예????" 그녀는 계속해서 의미심장한 소리를 했다.

109 이름없음 2021/01/02 00:01:47

"가면을 썼잖아." "벗고 마시면 되잖아요?" "좀 괜찮아지셨나? 계속 대꾸하는걸 보니." 겁먹은 나는 음료수를 억지로 꼴깍꼴깍 삼켰다. 그녀는 당황한 듯 했다. 이내 그녀는 자기 팔을 쓰다듬더니, 바깥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110 이름없음 2021/01/02 00:02:34

"나가려고 하는거야?" "네." "그 몸으로?" 당시 나는 병원복, 그것도 제대로 매여지지 않은 걸 하나 걸치고 있었다. 밖은 겨울 날씨였으니, 확실히 이러고 나가는건 미친 짓이었다. 그런데도 어째서인지 나는 춥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내가 이해한 것과는 조금 다른걸 묻는것 같았다.

111 이름없음 2021/01/02 00:03:52

"조금 쌀쌀하긴 할 것 같은데...." "아니, 밖에 있는 귀신들을 단신으로 상대할 생각이었냐고." 그녀는 내게 밖의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112 이름없음 2021/01/02 00:04:41

그녀가 말하기를, 이 병원 밖에는 생명이 거의 없다고 했다. 평소엔 생기가 넘쳤던 거리에도, 따듯한 온기가 느껴지는 집에도. 대신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건 "귀신"이었다. 수백, 수천마리의 귀신. 저마다 각기 다른 끔찍한 모습을 한 채로 구천을 떠도는 귀신들.

113 이름없음 2021/01/02 00:05:22

병원에 있는 귀신은 극소수로, 힘도 음기도 극히 적은 약골들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방금 그것한테 뿌린건..." "성수야. 그런 귀신은 성수를 뿌려주면 연기가 되어 사라지지. 근데 밖에 있는 종들은 달라. 성수를 뿌려도 참고 네 심장을 노릴거니까."

114 이름없음 2021/01/02 00:06:06

그녀가 내 가슴 오른쪽에 손가락을 꾹 찔러넣었다. "당신은 그럼 귀신이 아닌건가요?" 그녀가 고개를 기울이고는, 내게 얼굴을 들이밀며 답했다.

115 이름없음 2021/01/02 00:07:30

"글쎄. 내가 처음 여기로 굴러떨어졌을땐, 내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여기에 오래 있다보니 가끔은 내가 귀신인 것 같기도 해. 하지만 성수를 만질 수 있으니, 귀신은 아닐거야."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의미심장했다. 한편으로는 종잡을 수 없이 무서웠다. 그치만, 그녀가 하는 말엔 중요한 말이 분명 들어있었다. "굴러떨어졌다고요?"

116 이름없음 2021/01/02 00:08:32

그녀의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그녀가 여기에 온 이유는 악마와 거래를 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목숨을 넘기는 댓가로 자신의 동생을 살렸다고 했다. "너무 간절했어. 하나뿐인 어린 동생이 고통 속에 죽는건 원치 않았으니까. 악마같은게 진짜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있더라고. 이름도 모르는 악마였어. 사람들은 악마라고하면 루시퍼나 벨제부브를 떠올리지. 파리나 염소의 마왕들 말야. 하지만 내가 본 악마는 너무 달랐어." "어떤 모습이었죠?" "독수리의 형상을 하고 있었어."

117 이름없음 2021/01/02 00:10:05

"동생분은 살아계신건가요?" "나도 몰라." "예?" "내 목숨을 거래한 즉시 나는 여기로 굴러떨어졌어. 너처럼 저 병원으로. 웬 미친 간호사가 이상한 약을 주사했는데, 정신이 점차 몽롱해졌어. 그 직전까진 난 살아있었지. 지금은... 잘 모르겠어." 그녀는 발가락을 꼼지락댔다. 그러고보니, 그녀는 이 계절에 샌들, 반바지, 반팔 차림을 하고 있었다. 팔엔 긴 장갑을 하고 있었으니 그렇다쳐도, 하반신은 얼어죽기 딱 좋은 차림이었다. "안 추우세요?" 그녀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118 이름없음 2021/01/02 00:11:12

"넌 지금까지 추웠어?" 순간, 가슴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충격이 목을 조르는 것처럼 숨이 막혔다. "여기선 추위를 느낄 수 없어. 여기 오래있으면, 감각이 점차 사라지지. 제일 첫번째로 사라지는 감각은 '추움'이야."

119 이름없음 2021/01/02 00:11:49

여기서 잠깐 끊을게. 배고파서 야식 시켰는데 배달왔음. 치킨 조금만 뜯고 이어가겠습니다. 만약 이야기 중에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물어봐주세요.

120 이름없음 2021/01/02 00:34:44

ㅂㄱㅇㅇ!

121 이름없음 2021/01/02 11:23:08

언제오닝

122 이름없음 2021/01/02 12:53:34

너무 잘 보고 있어 ㅠㅠㅠ 뒷이야기 궁금하다..!

123 이름없음 2021/01/02 14:44:28

헉 가면을 쓴 사람??

124 이름없음 2021/01/02 17:17:55

헐 너무 재밌다 그 여자분 누군지 궁금해ㅜㅜ

125 이름없음 2021/01/02 23:11:14

스레주임다. 어제 야식으로 닭다리를 뜯다가 그만 배불러서 쿨쿨 자버렸지 뭡니까. 어제 못푼거랑 오늘치 분량 오늘 그냥 한 번에 하겠습니다. >>120 언제나 봐줘서 고맙다 스테디 레스주 >>121 많이 늦었지? 미안해 >>122 지금부터 열심히 풀어나갈테니 재밌게 봐줘. >>123-124 그녀의 정체는 최후반부에 공개가 될 것임.

126 이름없음 2021/01/02 23:11:54

지금 당장은 아니고, 오늘은 40분쯤에 올 것이야. 심야에 달려야 재밌으니까 ㅎㅎ..

127 이름없음 2021/01/02 23:39:38

약속한 40분입니다. 이야기를 마저 진행해보겠습니다.

128 이름없음 2021/01/02 23:40:17

그녀의 이야기는 여러모로 충격적이었다. 독수리 형상을 한 악마의 이야기도 그렇지만, 감각이 사라진다니... 심지어 나는 이미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게 어떤 매커니즘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이곳에 가까워지고, 원래 세상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었다.

129 이름없음 2021/01/02 23:40:46

그녀가 하는 이야기는 계속됐다. 그녀는 자신을 정식으로 소개하고, 이곳에서 겪은 일을 나에게 이야기해주었다.

130 이름없음 2021/01/02 23:41:08

그녀의 이름은 레나(가명), 16살때 여기에 처음 들어왔다. 그 뒤로 꽤 오랫동안 여기에서 지냈다. 그곳은 시간을 알 수 없는 공간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진짜 나이도 얼마인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중학생의 나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성숙한 목소리나, 그녀의 외형으로 봤을때, 확실히 이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게 틀림없었다.

131 이름없음 2021/01/02 23:42:52

그녀는 담담히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또래 여자아이들처럼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했지. 그땐 의심하는 법을 잘 모르는 때니까. 어느날 동생이 큰 사고를 당했는데, 동생은 혼수상태였어. 그때 동생을 살리기 위해서 별 짓을 다 해봤어. 성당에도 찾아가보고, 교회에도 가보고, 절에도 가보고. 영험하다는 무당을 찾아가봤지만 그 무당은 사기꾼이었지. 기도는 내 동생을 살리지 못했어. 그래도 포기할 순 없었어. 인터넷 같은데서 얻은 정보로 어떻게든 살리려 노력해봤는데, 되는게 없었지. 그때 찾은거야. 독수리와 태양이 그려진 책을."

132 이름없음 2021/01/02 23:43:20

검은 겉표지, 그리고 그 가운데에 그려진 금빛 독수리와 태양. 제목은 없었다. 집 안에 그런 책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한다. 레나는 마치 홀린 사람처럼 그 책에 손을 가져다대었다. 표지를 넘기자, 의미없는 목차가 나타났다. 그저 1. 2. 3. 이렇게 순서만 있고, 내용은 없었다. 그 다음장을 넘기자, 백지가 나왔다. 다음 장도, 다다음 장도, 그렇게 쭉 책을 팔락거리며 넘겨도, 텅 빈 백지 뿐이었다.

133 이름없음 2021/01/02 23:43:50

다만 책의 가장 마지막 부분, 마지막 부분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Ende die not." 아무것도 없는 빈 책의 유일한 구절이자 끝맺음이라,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134 이름없음 2021/01/02 23:44:35

헐 보고있어!!! 마지막에 나온다니ㅜㅜㅜ 꼭 마지막까지 다 이야기해죠ㅠㅠ

135 이름없음 2021/01/02 23:45:01

"아직도 무슨 의미인지는 몰라. 하지만, 그 구절을 읽고 나서 나는 고통에 시달렸지. 어지럽기도 하고, 메슥거리기도 하고. 하루는 침대에 피를 토한 적이 있는데, 그날 만났어. 독수리 모습을 한 악마..." 독수리의 모습을 한 악마가 레나를 찾아왔다. 레나는 내게 그 독수리의 모습을 자세히 묘사해주었다.

136 이름없음 2021/01/02 23:45:50

머리가 둘인 독수리, 왼쪽 머리는 하늘을 향해 게걸스레 입을 벌리고 있었고, 하나는 레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독수리의 몸은 날개가 없이 깃털이 가운데로 소용돌이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소용돌이 안에는 읽을 수 없는 문자가 하나 있었다.

137 이름없음 2021/01/02 23:46:18

>>134 대충 800스레 정도가면 이야기가 마무리될 것 같아. 그때까지 힘내볼게

138 이름없음 2021/01/02 23:46:48

레나는 그 독수리 형태의 악마를 만나자마자 기절했다. 정신을 차렸을때는, 나처럼 이 병동에서 눈을 떴다. 그리고 그 다음은... "그 미친 간호사를 만난거지. 그리고 여기서의 끝나지 않는 생활이 시작됐어."

139 이름없음 2021/01/02 23:46:49

>>137 근데 레주 몸 약하다며 몸 잘 챙겨가면서 하는게 제일 중요해

140 이름없음 2021/01/02 23:48:05

>>139 지금은 전보단 많이 나아졌어. 그래도 격무는 안 되지만. 걱정해줘서 고마워 ㅎㅎ ---------------------- 레나가 너털웃음을 지었다. 나는 레나의 말을 듣고, 내가 여기로 오게 된 과정을 떠올렸다. 유튜브에서 본 그 영상을 떠올렸다. 영상의 말미에는 독수리가 태양을 향해 날아가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이는 레나가 말한 독수리 형상의 악마와 관련이 있을지도 몰랐다.

141 이름없음 2021/01/02 23:49:03

뒤이어, 레나는 바깥의 이야기를 해주기 시작했다. "저 문 밖으로 나가면, 네가 아는 그 풍경이 나타날거야. 네가 기억하던 병원 근처의 야경. 뭐, 가로등은 안 들어오지만."

142 이름없음 2021/01/02 23:49:44

"밖에는 귀신이 있다면서요." "그렇지. 귀신이 득실거리지. 아닐때도 있고." "아닐때가 있다고요?"

143 이름없음 2021/01/02 23:50:59

레나의 말에 따르면, 이 곳의 귀신들은 모두 일정한 때마다 사라진다고 한다. 그때가 활동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레나는 자기도 밖에 도사리는 귀신들을 모두 상대하긴 버겁다고 말했다. "만약 여기서 나가려면, 지금 밖에 넘치는 귀신을 전부 처리하던지, 아니면 기다렸다가 귀신이 사라지면 나가던지. 여긴 엿같은 곳이야. 상식을 기대하지마."

144 이름없음 2021/01/02 23:51:43

"그 시간이 언제쯤인데요?" "몰라." "네?" "육감으로 알아내야 해. 너, 아직 감각이 그래도 살아있지? 그때가 되면 갑자기 추위가 몰려올거야. 그때가 바로 나갈 수 있는 시간이야."

145 이름없음 2021/01/02 23:52:25

그렇게 말한 후, 레나는 일어나 어둠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어디 가시는거에요?" "난 나갈만큼 나가봤어. 많은 것을 부딪혀서 배웠지. 아예 이 세계에서 탈출하고자 노력도 해봤지만... 의미없는 짓이었어. 난 여기 있을거야. 감각이 무뎌지면 돌아와."

146 이름없음 2021/01/02 23:53:19

레나는 그 말을 남기고 어둠 속으로 홀연히 사라졌다. 발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깊은 곳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레나의 말대로, 얼마 안가 몸에 서늘한 감각이 몰려왔다. 더불어 턱의 고통이 느껴졌다. 나는 병원복 상의를 고쳐입고 조심스레 밖으로 나갔다. "...혹시 모르니까 이것도." 로비에 있던 작은 십자가를 집어 손에 쥐었다.

147 이름없음 2021/01/02 23:54:01

밖의 공기가 서늘했다. 안개가 자욱했다.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었지만, 보고 있자니 숨이 턱 막힐 정도였다. 거리는 마치 세기말처럼 고요했다. 사람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텅빈 도로 한 가운데를 비틀비틀 걸어나갔다. 가슴이 욱신댔기 때문이다.

148 이름없음 2021/01/02 23:55:06

신호등도 모두 꺼져있는 거리를 걷는 와중에, 도로 저 너머에서 불빛 한 무리가 나타났다. 경사가 꽤 가파른 언덕 아래로, 번화가가 있었다. 빛은 아름답고 황홀했다. 형형색색의 광채가 고요하고 어두운 도시를 밝히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거기선 인간미가 느껴졌다. 나는 말도 안 된다는걸 알지만, 혹시나 레나를 만난 것처럼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빛의 숲을 향해 걸어갔다. 너무 낙관적인, 낭만에 젖은 관측이었지만.

149 이름없음 2021/01/02 23:57:05

번화가에 닿기도 전에 눈 앞이 어질어질했다. 숨이 차올랐다. 저질인 내 체력이 원상복구된 것 같았다.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고나서야 결국 불이 켜진 건물에 다다랐다. 건물 밖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던 나는 벽에 몸을 기댄채로 주저앉았다.

150 이름없음 2021/01/02 23:58:10

깊은 숨을 몰아쉬고 있던 와중에도 주위를 둘러보는건 잊지 않았다. 하지만 그곳에서 숨소리를 내고 있던건 나 뿐이었다. 이렇게 화려하고 넓은 번화가인데도, 사람은 단 하나도 없었다. 좌절한 그때, 전화기가 울렸다. 숨이 멎는 줄 알았다.

151 이름없음 2021/01/02 23:59:13

순간 가슴이 놀랐다. 나는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모든걸 꿈으로 치부하는 생각이 남아있던 것이다. 그 전화를 받으면, 이 기괴한 악몽에서 깰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나는 무심코 초록 버튼을 슬라이드해버렸다.

152 이름없음 2021/01/03 00:01:18

"여보세요! 엄마! 엄마!" 응답이 없었다. 소리가 안 켜진건가? 나는 벨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지직거리는 소리만 들려올뿐, 응답은 없었다. 전화는 곧 그쪽에서 끊었다. 그제서야 뭔가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곧바로, 쉴 틈도 없이 전화기엔 문자가 수백통씩 전송됐다.

153 이름없음 2021/01/03 00:02:01

이런 의미를 추정하기 어려운 문자열과 수열들이 이라는 번호로부터 계속해서 전송됐다. 매우 빠른 간격으로, 계속해서.

154 이름없음 2021/01/03 00:04:03

두려웠다. 평상시에도 밤중에 그런 문자를 받으면 간담이 서늘했을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나는 문자를 차단했다. 그러자 더 이상 문자는 오지 않았다. 대신 이번엔 카톡 알람음이 딱 한 번 울렸다. 겁먹은 나는 확인하지 않으려 했지만, 이번엔 조금 다른 느낌이 들어 카톡을 확인했다. 발신자는 "powhoaenam", 프로필 사진은 없었다. 숨이 멎는 기분과 함께 눈을 질끈 감았다.

155 이름없음 2021/01/03 00:07:11

내용은 두 장의 사진이었다. 하나는 육망성과 그 밑으로 나열된 히브리어, 다른 하나는 약도였다. 히브리어는 형태는 알지만 읽지도, 이해하지도 못했기에 넘겼지만, 다른 약도는 익숙한 것이었다. 바로 이 번화가의 약도였기 때문이다.

156 이름없음 2021/01/03 00:07:24

ㅂㄱㅇㅇ!!

157 이름없음 2021/01/03 00:09:38

약도에는 내 위치가 노란 점으로, 그리고 붉은 점이 목적지로 나타나있었다. 가는 길까지 친절하게 선으로 나타나있었지만, 문제는 여기가 어떤 곳일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 갑자기 나타나 이런 힌트를 주는 것도 의문스러웠다.

158 이름없음 2021/01/03 00:12:00

>>156 앗, 봐줘서 고마워. ㅎㅎ ------ 그러나 의심도 곧 그쳤다. 가보는 것 외엔 다른 수가 없었다. 레나의 말대로라면 어차피 정해진 시간 동안은 귀신 같은 것들이 나타나지 않을테니... 밑져야 본전이라는 식이었다. 현재 위치와도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쉬고 그곳으로 향했다.

159 이름없음 2021/01/03 00:14:03

가는 길에 계속해서 전화벨이 울렸다. 발신자는 "엄마"였다. "받지 말자..." 내가 반응을 않자, 전화벨 소리가 계속 바뀌었다. 기본 벨소리, 중국풍의 음악, 스웨디시 랩소디... 소리를 줄여도 음악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텅 빈 거리에서 그런 소리를 듣고 있자니 등 뒤가 유난히 서늘한 기분이었다.

160 이름없음 2021/01/03 00:15:03

>>159 혹시 전화는 안 받은 이유가있으까...? 엄마잖아ㅜㅜㅜㅜ 나였으면 무서워서 당장받는다ㅠㅠ

161 이름없음 2021/01/03 00:16:02

걷고 걸어 목적지에 다다르니, 음악이 끊어졌다. 목적지는 내 기억 상으론, 지하철역이 있는 자리였다. (실제로도 지하철역이다.) 하지만, 지하철역의 모습은 간데 없고, 공사장의 모습만이 있었다. 공사장에 도착하자 곧바로 카톡 알람음이 울렸다. 이 보낸 것이었다.

162 이름없음 2021/01/03 00:17:30

>>160 바로 이전에 받자마자 대답도 없이 전화가 끊기고 해석불가능의 이상한 메세지가 계속 왔기 때문에... 단념하고 안 받았었지. ----------------------------

163 이름없음 2021/01/03 00:18:18

두 메시지가 연달아 도착했다. 내가 발신하는건 불가능했다. 입력란이 막혀있었다. 메세지의 의미를 파악해야했다. 다행히 그 의미를 이해하는덴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부가 훤히 드러난 공사장에는 층별로 1f, 2f라는 표식이 써져있었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r4는 room 4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t의 의미는 해석해내지 못했다.

164 이름없음 2021/01/03 00:20:24

그리고, powhoaenam 65p의 의미도 이해하지 못했다. 65p는 페이지를 나타내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지시하는 것일지.. powhoaenam이라는 어구가 들어간 순간부터 썩 유쾌한 일은 아닐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165 이름없음 2021/01/03 00:21:27

나는 공사장의 계단을 걸어 4층으로 올라갔다. 심장이 터질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드문드문 마감처리가 안 된 철골이 훤히 드러나 숨이 턱턱 막혔다. room4, 네번째 방... 나는 계속 그런 공간을 찾아 두리번댔다. 하지만 애초에 그곳엔 방이라 불릴만한 공간이 없었다. 그저 기둥만이 있을 뿐. 대신 기둥들 가운데 R4라는 글씨가 쓰여진 기둥이 있었다. 아마도 기둥의 넘버를 세기 위한 분류였을 것이다.

166 이름없음 2021/01/03 00:22:18

공사장에 널린 공구들이 발에 툭툭 치이는 동안, 나는 기둥 앞에 서서 t의 의미에 대해 생각했다. 도대체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이러나저러나 그곳은 너무 어두웠다. 나는 일단 불을 킬 수는 없을까 하고 주변을 돌아다녔다. 그러다 실수로 발을 헛디뎠는데, 바닥에 세게 엉덩방아를 찧었다. ...고통이 없었다.

167 이름없음 2021/01/03 00:22:55

추위도 없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그 순간에, 내 정신은 전적으로 공포에 지배당했다. 곧 이곳에서 수많은 영혼들의 행진이 시작될테니까.

168 이름없음 2021/01/03 00:23:53

생각이 그치기가 무섭게, 계단에서 무언가 희끗희끗거리는게 보였다. 나는 황급히 야음에 숨어 입을 틀어막았다. 희끗희끗한것은 계속해서 R2 기둥을 배회했다. 슬쩍 살펴보니, 흰 드레스를 입은 여자였다. 여자는 계속해서 그 기둥 주변을 배회했다. 기이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나에겐 다가오지 않을 것 같다 생각해 조금 안심되었다.

169 이름없음 2021/01/03 00:25:07

나는 방심한채로 고개를 들어 정면을 보았다. 어둑어둑한 저 편에서 무언가 밝은게 눈에 띄었다. 거울이었다. 거울은 나와 그 배회하는 여인을 비추고 있었다. 그때였다. 내가 눈을 한 번 깜빡이는 사이, 배회하는 여인이 거울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또 한 번 깜빡이자, 여인은 바로 내가 숨은 기둥 뒤에 있었다.

170 이름없음 2021/01/03 00:26:15

입을 틀어막았다. 여인은 눈이 없었다. 코도 없었다. 있어야 할 자리는 녹아내린 피부가 너덜너덜 걸려있었다. 여인은 갑자기 왼팔을 머리위로 치켜들고, 한 팔을 배꼽에 가져다댔다. 춤을 추는 자세였다. 그러더니 빙그르르 제자리에서 돌기 시작했다. 나는 눈물을 흘리며 입을 틀어막았다. 들키면 끝장이다. 그때 내 핸드폰의 전원이 꺼졌다. 진동이 울렸다. 여인은 혼령의 속도로 내 앞에 서서 다리를 굴러댔다.

171 이름없음 2021/01/03 00:27:00

예, 오늘 준비한 분량은 여기까지... 좀 짧은것 같아서 내일부턴 조금 일찍시작해서 분량을 두 배로 늘려볼까한다. 그럼, 봐준 레스주들에게 감사! 오늘은 이만 안뇽~

172 이름없음 2021/01/03 00:27:32

웅 잘가

173 이름없음 2021/01/03 00:30:37

굿밤

174 이름없음 2021/01/03 00:35:46

이제 봤는데 존잼ㅠㅠ 굿밤 잘자!

175 이름없음 2021/01/03 00:48:15

잘자아!

176 이름없음 2021/01/03 01:03:20

와 너무 잘봤어 ㅠㅠㅠ 끊기 장인이구나! 담에 또 올게 !! ㅎㅎㅎ

177 이름없음 2021/01/03 01:42:22

너무 재밌게 보고있어ㅠ 꼭 소설 읽는거 같디ㅏ!! 몰입감 최고야ㅠㅜ

178 이름없음 2021/01/03 23:37:36

너무 재밌어우유ㅠㅠㅠㅠㅠㅠㅠㅠ

179 이름없음 2021/01/05 14:26:23

언제오닝

180 이름없음 2021/01/05 14:51:48

기다리고잇을게

181 이름없음 2021/01/08 20:29:11

스레주다. 너무 늦게 돌아왔지? 어깨에 염증이 생겨서 치료 좀 하고 돌아왔다. 내일 다시 이야기 이어나갈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줘. 기다려준 레스주들 너무 고맙다!

182 이름없음 2021/01/08 23:45:30

>>181 몸잘챙기구...! 낼보자! 와줘서 고마우ㅜ

183 이름없음 2021/01/09 14:06:56

>>181 건강이 최고지 건강 챙겨!!! 글 너무 재밌어!!

184 이름없음 2021/01/09 14:30:23

오 사일런트 힐같은 느낌이네, 재밌다 잘 보고 있어!

185 이름없음 2021/01/09 17:04:08

우와 진짜 재밌다 몰입력이 진짜 장난 아닌것 같아 잘 보고있어 !!

186 이름없음 2021/01/09 23:28:29

그 때 나는 달리고 있었다. 내 뒤에 바짝 쫓아오는 귀신을 피해 정처없이, 그저 앞만 바라보고. 심장이 쾅쾅 뛰어대는대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내달렸다.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며, 갈 곳 없이 그 주변을 뱅뱅 돌던 나는, 무의식적으로 한 은행에 뛰쳐들어갔다. 텅빈 깜깜한 은행, 나는 입을 틀어막고 커튼을 살짝 들춰 창밖을 쳐다봤다. 그 앞으로 처참한 모습의 귀신이 슥 지나가는 걸 보고 기절할뻔 했다. 다행히 귀신은 내가 숨었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겨우 한숨 돌린 나는 밀려오는 갈증을 느꼈다. 소리를 질러대서였을까. 그리 크지도 않은 은행이었지만, 정수기를 찾는덴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두컴컴한 은행 안, 눈이 안 좋은 나는 한치 앞을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187 이름없음 2021/01/09 23:33:34

계속해서 발 밑에 무언가가 치이는것은 고사하고, 혹시나 이 안에도 귀신이 있는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털이 쭈뼛 서는 기분을 느꼈다. 스산한 공기가 내 몸을 감싸며, 그림자 장막이 내 눈을 가린다. 나는 좀 걸려서야 겨우 정수기를 찾아냈다. 하지만 정수기는 작동하지 않았다. 어찌보면 당연한걸지도. 정수기는 이제 됐고, 나는 다음으로 불을 찾아다녔다. 전원이 혹시 있지 않을까 하고 벽을 더듬어댔지만, 느껴지는건 딱딱한 콘크리트 벽의 감촉 뿐. 결국 불빛 찾기도 실패로 돌아갔다. 나는 벽이 느껴지는 구석에 쪼그려앉아 추위가 돌아올 때를 기다렸다. 그때가 되면 귀신은 사라질테고, 다시 병동으로 돌아갈 수 있을테니. 도대체 언제인가? 내 추위가 다시 살아나는 순간은. 도저히 예측할 수 없었다.

188 이름없음 2021/01/09 23:37:15

나는 구석에 앉아 생각하고 있었다. 그 암호문의 의미, 도저히 간파할 수 없었다. 마지막 T의 의미도, powhoaenam 65p의 의미도. 그저 나를 속이려는 악마의 농간일지도 모른다. 나를 이 세계에 끌어들여 재미를 보려는 못된 악마의 악취미... 그렇게 생각이 왜곡되어가고 있었다. 그때, 행원들이 앉는 자리 중 하나에 있던 컴퓨터가 빛을 발했다. 두둣! 하는 에러음과 함께, 모니터에서 불을 밝혔다. 컴퓨터는 저절로 켜져서 작동하고 있었다.

189 이름없음 2021/01/09 23:40:55

컴퓨터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컴퓨터는 저절로 부팅되며, 난해한 문자열을 매우 빠른 속도로 나열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팩스에서 나는 그 소리...가 작게 들리며, 윈도우 배경화면이 보이는가 싶더니, powershell 화면으로 넘어갔다. 이후 또 기계음을 마구 내다가, 전용 프로토콜에 연결됐다. 인터넷은 불가, 컴퓨터가 저절로 연결한 네트워크만 이용할 수 있었고, 기초적인 명령어조차 먹히지 않았다. 네트워크의 이름은 , 마지막으로 게시물이 업데이트 된건 20주 전. 작성자는 한 명에서 두 명 뿐이었는데, 유독 한 명의 작성자가 글을 많이 작성했다.

190 이름없음 2021/01/09 23:41:58

ㅂㄱㅇㅇ

191 이름없음 2021/01/09 23:43:42

내용은 대저 "귀신에 관한 정보", "탈출" 등에 관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들의 향연으로 그 내용을 받아들이긴 어려웠다. 작성자의 이름은 각각 , . 이 중 호스트가 가장 많은 글을 작성했고, 가장 최근에 글을 작성했다. 차근히 글을 읽어가며 나는 생각했다. '혹시 나와 레나 말고도 다른 사람이...?' 그 때, 띠링하는 음성과 함께 새로운 게시글이 올라왔다. [unnunu?]

192 이름없음 2021/01/09 23:48:01

순간 놀라 사고가 둔해진 것인지, 아니면 공포에 젖어 실낱같은 희망에 도취됐는지, 나는 아무런 의심없이 그 게시글을 클릭했다. [제목 : unnunu?] [본문 : 누구세요? 어떻게 접속한거야? (12초 전)] 옛날에 쓰인 하이텔을 아는가? 이건 그런 UI였는지라 단순하기 그지 없었다. 다만 사용자가 현재 네트워크에 접속중인 사람을 알 수 있었다. 네트워크에 가입된 아이디는 많았다. unnunu, hoyung18, dlwl1234 등... 어림잡아 8명 정도 되어보였다. 그 중 접속중이라는 의미의 초록불은 나, unnunu 쪽과 host뿐, 나머지는 음영처리된 상태였다.

193 이름없음 2021/01/09 23:50:33

본문에는 댓글을 다는 기능이 없었다. 그와 통신하려면 나도 새로운 게시글을 써야했다. 나는 주저않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글을 작성하기 위해선 정해진 문법을 따라야했는데, 다행히 문법을 정리한 표가 주변에 있어 참고하면서 쓸 수 있었다. [제목 : 누구세요] [본문 : 이 컴퓨터에 연결된 계정이 unnunu인 것 같은데 전 여기 처음 왔어요. 혹시 사람이세요?] ...답신할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글쓰기. 나는 딱히 사회성이랄게 없었으니.

194 이름없음 2021/01/09 23:53:58

얼마 안 가 새로운 게시글이 올라왔다. host의 글이었다. [제목 : 은빈동 부흥은행] (동네 이름은 가칭을 사용함) [본문 : 거기 계신거면 당장 빠져나와서 수성1동 주민센터로 오세요. 보는 즉시. 이유 묻지는 말고. 당장 튀어.] 글을 다 읽기가 무섭게, 바로 윗층에서 질질 끄는 소리가 들려왔다.

195 이름없음 2021/01/09 23:57:39

질질 끄는 소리는 점점 계단에 가까워졌다. 문을 세게 잡아당기는 소리가 나더니, 잘 열리지 않는지 심한 소리를 내며 문을 덜컹거렸다. 수성 1동? 수성 1동이라면 현 위치인 은빈동에서 5km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애초에 은빈동은 남구, 수성동은 남동구였으니. 하지만 점점 소리는 거세지고, 이곳에 있다간 죽임당할 거란 확신이 들었다. 나는 잽싸게 창문에 붙어 거리를 살펴보았다. 귀신이랄 것은 없었다. 거리는 텅 빈채로 한적한 모습이었다. 나는 결심하고 조심히 은행의 문을 열어 몸을 쭉 내밀었다. 다행히, 주변엔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무심코 위를 올려다보기 전까지는.

196 이름없음 2021/01/10 00:03:24

아까 그 여인 귀신은 문 바로 위에 달라붙어 나를 향해 얼굴을 내밀었다. 내가 들어간 직후부터 계속 거기에 숨어있던 것이다. 곧이어 위층에 있던 무언가도 문을 부수고 층계로 꿈지럭꿈지럭 내려왔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나는 다시 한 번 두 다리를 혹사시켰다. 하지만 이미 한바탕 달리기를 하고 난 뒤였고, 난 그리 오래 뛸 수 있는 몸이 아니었다. 결국 나는 빠진 보도블럭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귀신이 내 턱밑에 손가락을 들이댔다.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으로, 주머니에 넣어둔 작은 십자가를 꺼내보였다. 귀신은 아랑곳 않고 내게 덤벼드는가 싶더니, 이내 비명을 지르며 기화되었다. "효과가 있는거야, 이거?" "야! 빨리 일어나!" 레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귀신을 잡은건 레나였다.

197 이름없음 2021/01/10 00:06:35

"바보같이 앉아있지 말고 업혀!" "네??" "곧 귀신이 몰려올거야. 무슨 깡으로 이렇게 멀리까지 나온거지? 제정신이 아니네!" 레나는 나를 향해 고함을 치며 쪼그려앉아 등을 허락했다. 다리에 힘이 풀려가던 나는 염치없이 그녀의 등에 업혔다. 나는 체중이 많이 나가는 편이 아니었다. 밥보다 약을 많이 먹으면 살이 찌기 힘드니까. 그런데, 그렇다고 해도, 레나는 나를 업고도 엄청난 속도로 내달렸다. "혹시 운동부셨어요??" "헛소리하지 마!"

198 이름없음 2021/01/10 00:09:48

얼마 안가, 정말로 귀신들이 쏟아져나와 도로를 메워가기 시작했다. 빌딩에서, 공원에서, 가는 길마다 귀신들이 하나둘 빠져나왔다. 레나는 나를 업고 병동까지 죽어라 달리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말을 시키기 미안했지만, 아까 통신한 host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도 없었다. "레나, 수성1동으로 가야해요!" "수성1동? 거긴 남동구잖아! 여기서 5~6키로미터는 될텐데! 거긴 가서 뭐하려고?" 레나는 숨을 헐떡이지도 않았다. 나보다 한참 오래 여기에 머무른 탓인지, 그녀는 지친다는 감각도 무뎌진듯 했다. "거기에 사람이 있어요!" "사람?"

199 이름없음 2021/01/10 00:11:35

"host라는 사람이 있어요. 아까 저 은행에서...." "그런건 일단 돌아가서 생각해. 밤은 길잖아? 여긴 영원히 밤이지마는." 레나는 차분한 어조로 답했다. 확실히 그랬다. 그녀는 나보다 이곳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으니까, 그녀의 말을 들어 나쁠 건 없었다. '그런데, 내가 거기있는걸 어떻게 안거지?'

200 이름없음 2021/01/10 00:14:47

예 잠깐 휴식. 어깨 때문인지 이전처럼 글을 빨리빨리 쓰는건 무리네. 많이 쓰지도 못하겠고. 어깨 아프니 잠깐만 쉬겠습니다. >>184 사일런트 힐이라... 그거 좀비게임이었나? 한 번 해보고 싶다. >>185 글을 써본 경험이 적은데.. 아직 부족한 것도 많으니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는게 좋아 레스주 ㅋㅋ >>190 봐줘서 감사합니다!

201 이름없음 2021/01/10 13:30:15

와 몰입감 왜이래 내가 대신 경험하는것 같아...

202 이름없음 2021/01/10 13:33:22

재밌다 레주야

203 이름없음 2021/01/10 15:03:34

레나는 엄청난 준족이었다. 내가 좀 오래 걸어서 온 곳을 한달음에 빠져나와 병동까지 들어왔으니 말이다. 레나의 말에 따르면, 병동은 일종의 특수한 구역이었다. 귀신이 외부에서 유입되기 어려운 구조라나. 그때문에 병동은 안전구역 정도로 인식되었다. 나는 레나의 도움을 받아 병원 로비의 의자에 앉아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레나는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자판기로 가서는 음료수를 뽑아 내게 건넸다. 레나는 태연히 말했다. "그래, 바깥체험 해본 소감이 어떠냐." "지옥도에요. 한 무리의 귀신들이 제 바로 뒤에서 손을 뻗어대니까... 미치는 줄 알았어요." "아직도 나가고 싶어? 내 말은, 여기도 지내다보면 그렇게 나쁘진 않아. 햇빛을 못보는건 좀 뼈아프지만 뭐 어때? 너는 원래 햇빛을 바라는 그런 성격도 아닌 것 같은데." "그걸 어떻게 알아요?" 나는 음료수 캔을 따 마셨다. 레나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답했다. "여기 떨어진 사람치고는 밝은 사람도 없었지."

204 이름없음 2021/01/10 15:09:30

레나의 말은 의외였다. 나 말고 여기에서 다른 사람을 본건가? 하지만, 어딘가 이상하다. 레나는 여기서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둥 시덥잖은 소리를 했다. 그렇다면 두 가지 사실이, 하나는 이곳에 레나와 나 외에도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 또 하나는 지금 레나는 조금 수상하다는 것. 나는 레나를 자극하기보단 맞장구를 치길 택했다. 내게 있어서 저 사람은 괴수니까. 얼굴도 모르는 기이한 사람. "전 원래 몸이 약해서 집에만 있었죠. 음지를 바라는 타입이었어요." "그렇겠지." "알고 계셨군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알고 있었지." 레나는 내가 저벅저벅 다가왔다. 그리고는 쪼그려앉아 나와 눈을 맞추었다. 가면 너머로, 반짝이는 눈동자가 보였다. "이런 허수아비 같은 몰골로 병원복이나 입고 다니니, 썩 건강한 사람은 아니겠거니 했어."

205 이름없음 2021/01/10 15:18:34

레나의 눈치가 어딘지 모르게 싸늘했다. 불안했다. 레나는 계속해서 의심스러운 말을 하며 나를 시험하기 시작했다. "난 말이야, 여기서 많은 사람을 만났어. 너까지 포함해서 한 열 하나 정도? 그 쯤. 하나같이 패닉에 빠져서는 여기서 나가겠다며 온갖 난리를 쳐댔지. 너를 제외하면, 나랑 가장 마지막까지 있던 아이도 결국 나갔다가 다신 돌아오지 않고 있어." "혹시 여기서 탈출한 건 아닐까요?" 레나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그럴리가." 레나가 내 옆에 걸터앉아 어깨에 팔을 둘렀다. 살결이 차가웠다. 아, 귀신은 또 다시 어디론가 향하겠군. "난 여기에서부터 공항이 있는 인유도까지 가봤어. (지명은 가칭.) 여기서 30km 넘게 떨어졌어. 그 이상으론 갈 수가 없었어." "어째서죠?" "막혀있었으니까."

206 이름없음 2021/01/10 15:21:05

진짜 너무 재밌다 ..

207 이름없음 2021/01/10 15:22:49

레나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공항이 있는 인유도, 그곳으로 걸어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인유대교'는 꽝꽝 얼어붙은 시체와 괴상한 변이체들의 사체가 엉겨붙어 길을 막고 있었다. 병동으로 반경 30km 이상은 나아갈 수 없었다. 웬만한 시외버스도 그것보단 멀리 나갈텐데. 그리고 또 하나, 병동에서 멀어질 수록 사람이 약해진다. "보통 병원에서 멀어진다는 뜻은 건강하다는 의미잖아? 여기선 이 병원에서 멀어지면 점점 힘을 잃어. 나도 여기서 나가고 싶어서 별 난리를 다 쳐봤지만, 그저 운이 좋았지. 나도 어쩌면 이미 그들처럼 사라져야했을지도 몰라."

208 이름없음 2021/01/10 15:35:04

레나는 내게 겁을 주고 있었다. 왜? 굳이? 나는 이 우울하고 두려운 곳을 한시라도 빨리 나가고 싶은데. 하지만 레나의 경우를 보면, 그녀는 아주 오래 여기 갇혀있었던게 틀림없다. 정말로 여기서 나갈 방법이 없는걸까? 체념해야하는걸까? 내 표정이 썩어들어가자, 레나는 갑자기 끄윽끄윽 웃어대기 시작했다. "왜 웃는거에요?" "지금 네 표정을 네가 봐야하는데!" 레나는 한참이나 박장대소하고 나서야 내게 다시 말을 건넸다. "정말로 나가고 싶어?" "나가고 싶어요. 저희 어머니가 절 기다릴거에요." "누구라도 나가고 싶어하지. 그게 우리의 존재 이유야. 잘 새겨들어. 우리가 여기 있는 이유는 여기에 적응하는게 아니야. 여기서 탈출해서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거라고. 여긴 절대로 익숙해질 수 없는 곳이야. 네가 겪은건 새발의 피도 못되는 수준이야. 정말 나가고 싶어? 내말은, 나갈 수 있겠어? 네 의지를 나한테 보여."

209 이름없음 2021/01/10 15:39:55

레나는 내게 나가고자 하는 목표와 의지가 필요하다 말했다. 그저 이곳이 답답하고 소름끼쳐서 나가고자 하는 거라면, 절대로 나갈 수 없을거라고. 나가기는 커녕 이 병동 밖에 나서지도 못할거라 말했다. 내가 나가고 싶은 이유? 글쎄, 이런 나락에 빠졌는데 안 나갈 이유도 없잖은가. 달궈진 프라이팬에 빠진다면 설령 한낱 미물에 불과한 벌레들도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하지만 그건 레나에게 충분한 답변이 아니었다. 레나는 뒤이어 내게 말했다. "잊었나본데, 우리가 여기에 있는건 엄연히 '우리' 때문이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의 탓이지."

210 이름없음 2021/01/10 15:42:21

>>201 최대한 생동감이 느껴지게 쓰고 싶어서... ㅎㅎ 몰입감이 있다니 다행이다. >>202 이런 칭찬에 레주는 몸둘바를 모르지요 ㅋㅋㅋ 고마워. >>206 기습적으로 3시에 와봤는데 보는 사람이 있었구나? 신기하당.. 동접 ㅎㅎ 오늘은 3시에 한번 와봤어. 딱히 이유는 없고 그냥 어제 올리려다가 못 올린거 올리려고... ㅎㅎ 오늘은 평소보다 좀 일찍 올 것 같아. 자꾸 늦게자니까 염증이 심해지는 것 같아서.

211 이름없음 2021/01/10 15:53:00

레주야 !! 급하게 올리지 말구 천천히 몸 관리하면서 올려줘 !! 기다릴게 !! 진짜 재밌어

212 이름없음 2021/01/10 15:53:21

레주 아프지마ㅠㅠㅠ무리하지말구..

213 이름없음 2021/01/10 21:04:37

재밌다..

214 이름없음 2021/01/10 21:08:46

레나는 말했다. 이곳에 떨어지는 모두는 어떤 선택을 한다고. 레나는 동생의 목숨을 살리는 대신,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선택을 했다. 나는? "너는 어떤 선택을 해서 여기에 떨어진거지?" 레나의 말에 섣불리 답하지 못했다. 나? 나는... 외로워서. 고립감 탓에, 얼굴도 모르는 아빠를 만나보고 싶어서. 목숨바쳐 나를 사랑해준 사람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하여. 레나의 숭고함과는 사뭇 다른 이유였다. "어서 말해봐." "저는... 아빠를 만나려고...."

215 이름없음 2021/01/10 21:09:41

왕....진짜 너무 재밋게 쓴다... 잘 보구있오!

216 이름없음 2021/01/10 21:11:29

"그래? 그 선택을 마지막으로 여기에 떨어지게 된거지? 스레주." 레나가 내 이름을 말했다. 젠장, 난 알려준 기억이 없는데. 아까부터 계속 의미심장한 암시를 해댄다. 그러고보니, 레나는 나에 대해 그다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간만에 나타난 사람이라면 이것저것 호기심이 들어서라도 캐물을텐데. 순간 여러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몸이 으슬으슬 떨렸다. 나는 나에게 바짝 다가선 레나에게 말했다. "이름을 말해준 기억이 없어요."

217 이름없음 2021/01/10 21:15:04

"이름? 네 이름은 스레주잖아." "맞아요. 근데 당신한테 알려준 적이 없어요." "맞아. 그랬지. 생각해보니 우린 만난지 그렇게 오래되지도 않았고." "말해줘요. 어떻게 제 이름을 알고 있죠? 그리고 내가 거기에 있다는건 어떻게 알고 구하러 온거죠? 말해주세요." 레나는 나를 뚤어져라 쳐다보며 숨을 내쉬었다. 차가웠다. "날 의심하는거냐?" "의심스러워요. 절 구해주신건 너무 고맙지만... 의심스럽다고요. 아까부터 이상한 말을 하시고." "거기까지 해." 레나는 짧은 바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보였다.

218 이름없음 2021/01/10 21:17:59

무기를 꺼내는걸로 착각한 나는 레나를 밀치고 일어났다. 레나가 바닥으로 넘어졌다. "뭐하냐!" 레나는 열쇠를 꺼냈다. 내가 오인한 것이다. 레나는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다. "나랑 싸우려고?"

219 이름없음 2021/01/10 21:19:08

미쳐따미쳐따 너무 재밌어

220 이름없음 2021/01/10 21:23:34

"따라와. 다 설명해줄테니까." 레나가 앞장서서 병원 내에 있는 보안실로 향했다. 뭐길래 이렇게 비밀스럽게 행동하는걸까. 열쇠로 보안실의 문을 연 레나는 나에게 따라들어오라 손짓했다. 나는 긴장한 채로 따라들어갔다. 그 안에는 수많은 컴퓨터가 있었다. 마치 기업의 서버실처럼, 병원 내의 시스템을 총괄하는 곳 정도로 보였다. 그 중에서 미로같은 컴퓨터 벽을 지나 나타난 것은 다름 아닌 서재였다. "이게 다 뭐죠?" "책들이야." "그건 아는데... 왜 이런곳에 책이?" "여긴 내 서고야. 여기 앉아. 앉아서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 그럼 너도 이해가 갈테니까." 레나가 의자를 끌어와 놓았다. 딱딱한 나무 의자였다.

221 이름없음 2021/01/10 21:29:30

"나는 여기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간절했어.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동생의 자란 모습을 보고 싶었어." 레나가 책을 뒤적이며 말했다. "여긴 100권이 안 되는 양의 책이 있어. 내가 모아온 건 70권 정도... 나머지는... 아, 여깄다." 레나는 책 한 권을 꺼내보였다. 검은 표지, 하드커버... 붉은 금빛의 테두리... 이라는 제목이 새겨진 책이었다.

222 이름없음 2021/01/10 21:34:57

>>211~212 너레더 말대로 요즘 힘에 부쳐서 조금씩 조금씩 올리고 있다. 어깨 좀 나아지면 날잡게 쭉 길게 가보려고. >>213 재밌게 봐줘서 고맙다 >>215 동접 ㅎㅇ! 잘 보고 있다니 기쁘다. >>219 오 그정도야? ㅋㅋㅋ 재밌다니 고마워. 200레스가 넘었다. 추천도 23개나 받아서 레전드 게시판에 올라갔어. 좀 더 분발해서 1000레스 꽉 채우고 마무리까지 지을 수 있도록 해볼게.

223 이름없음 2021/01/10 21:49:40

개재미잇다진짜...이런 고퀄스레 오랜만ㅠ 추천박고간다.

224 이름없음 2021/01/10 21:58:42

와 진짜재밌어 레주 필력 진짜좋다

225 이름없음 2021/01/10 23:07:28

ㅂㄱㅇ⍤⃝!!

226 이름없음 2021/01/11 00:15:57

>>222 허구ㅜㅜㅜ 동접이였다니ㅜㅜㅜㅜ 나동접 처음이야 영광ㅠㅠㅠㅠㅠㅠ

227 이름없음 2021/01/11 02:02:51

와 레주 진짜 필력 진짜 장난 없다..빨리와ㅠㅠ 완전 재밌어!!

228 이름없음 2021/01/11 13:49:59

헐랭 와 짱 재밌어 레주 오늘도 기다릴게 !! 그래도 몸 관리하면서 해줘 ㅠㅠ 걱정된다..

229 이름없음 2021/01/11 15:08:24

ㅂㄱㅇㅇ

230 이름없음 2021/01/11 20:12:02

보고있어!!! 넘 재밌다ㅜㅜ

231 이름없음 2021/01/11 20:12:21

.

232 이름없음 2021/01/11 23:43:50

스레주 왔다. 기다리는 사람이 엄청 많네 ㄷㄷ... 추천도 30개 넘어서 제목이 볼드체로 바뀌었고, 곧 250레스, 300레스 채울 것 같네.

233 이름없음 2021/01/11 23:46:13

>>223 고퀄스레... 최고의 칭찬이다. 고마워 >>224 아직 모자라지만. 더 열심히 해볼게 >>225 어떻게 한거야 너레더? >>226 첫 동접 축하해(?) 나도 동접 있으면 얼마나 행복한지.. 글쓰다 외롭지 않아서 좋아. >>227 필력... 아직 부족한데 ㅎㅎ 다들 좋게 봐주니 고마워

234 이름없음 2021/01/11 23:47:31

>>228 다행히 염증은 많이 나아졌다. 걱정해줘서 고마워~ >>229 옙! 오늘도 봐주십쇼. >>230 과찬이야. ㅎㅎㅋㅋ

235 이름없음 2021/01/11 23:49:32

시작하기 앞서, 혹시 레스주들은 "스웨디시 랩소디"라고 알아? 뭐, 괴담판 레스주들이면 거의 대부분이 알겠지. 원곡은 그냥 듣기 좋은 협주곡인데, 난수방송에서 그 노래를 섬뜩하게 변형한걸 사용하는 바람에 무서운 노래의 대명사로 알려졌지. 오늘은 그걸 들으면서 글을 써보려고. 그런 외부적인 요인이 내가 글쓰는데 영향을 미칠까 궁금해서. 잡설은 이쯤하고, 이야기를 이어나가볼까.

236 이름없음 2021/01/11 23:51:51

동접이다!! 보고있어!! 반가워!!!

237 이름없음 2021/01/11 23:52:04

동접!! 보고있어!

238 이름없음 2021/01/11 23:52:46

보고있어!! 동접이다!

239 이름없음 2021/01/11 23:53:00

powhoaenam, 그건 나를 여기로 끌고 온 계기. 떨리는 손으로 책을 받았다. 이런, 손을 떨어대다 책을 떨어트렸다. 책은 바닥에 떨어져 펼쳐졌다. 65페이지. "말도 안 돼...." "이건 내가 여기 처음 왔을 때부터 있었던 책이야. 여기에 딱 두 권만 있었는데, 이거랑 다른 하나는... 그건 나도 기억이 잘 안 나네. 그건 누가 가져갔으니까 신경쓰지 말고." "혹시 이게 전에 레나...님이 말했던...." "편하게 언니라고 불러. 가만, 내가 더 나이가 많은건가? 너, 여기에 들어올때 몇 년도였어?" "2017년이요." 2017년... 레나는 나를 멍하니 쳐다봤다. "2017년이면... 가장 마지막으로 들어온 애랑 7년 차인데...."

240 이름없음 2021/01/11 23:57:38

>>236~238 동접이 되게 많다??? 덕분에 외롭지는 않겠군! --------------------- 나는 생선마냥 눈을 꿈뻑거렸다. 레나는 2003년에 여길 들어왔다고 했고, 당시 나이가 16살이었다. ...가장 최근에 들어온 나는 2017년에 들어왔고, 당시 내 나이는... 마찬가지로 16살이었다. 그렇다면 레나는 이미 서른... 레나는 새삼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이런 미친... 이딴 데에서 썩은지가 벌써 14년이라고...?"

241 이름없음 2021/01/11 23:59:42

레나는 헛웃음을 짓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여긴 말야, 오래 있을수록 둔감해져. 내가 늙어가는지도, 죽어가는지도 모른다니까?" 가면 너머로 새어나오는 레나의 목소리를 떨리고 있었다. 충격이겠지. 14년이라는 긴 시간을, 여기서 보냈으니까.

242 이름없음 2021/01/12 00:03:20

와..... 두근두근

243 이름없음 2021/01/12 00:04:58

와..

244 이름없음 2021/01/12 00:06:36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게 그리 놀랄일인가 싶었다. 물론, 충분히 까무러칠 일이지만, 본인도 이곳에 지내면서 직감하지 않았겠는가? 사람은 누구나 늙어가는데. 레나는 그렇게 잠깐동안 실의에 빠진 듯 보였다. 그런데, 그녀가 입을 열자, 한 순간 레나의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 "정말 모든게 완벽히 맞아 떨어지잖아." "뭐라고요?" "별거 아냐. 그것보다, 나 갑자기 궁금해진게 있어. 너는 대체 이곳에 왜 오게 된거지?"

245 이름없음 2021/01/12 00:10:12

레나의 눈치가 조금 이상했다. 그러고보니, 나는 레나에게 내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아까부터 계속 의심스러운 레나의 모습, 저 시커먼 가면 속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모르니 마치 벽과 대담하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물었다면 대답해주는게 인지상정. 나는 내가 이곳에 오게 된 경위를 레나에게 설명해줬다. "아빠를 만나보고 싶었어요." "아빠?" "네. 저희 아빠는 제가 두 살 때 돌아가셨거든요." "계속해봐."

246 이름없음 2021/01/12 00:15:05

"제가 두 살때, 멋도 모르고 도로에 나갔다가 차에 치일뻔한 적이 있었어요. 사실 기억도 안 나지만... 그때 아빠가 몸을 던져 저를 구해주시고 돌아가셨거든요. 그런데 정작 저는 아빠의 얼굴도 기억 못하고 있죠." "사진 같은거는? 집에 있을거 아냐." "사진은 본 적 없어요. 엄마가 아빠 사진을 보면 마음이 괴롭다면서 다 없앴거든요." 레나는 아무말 않고 내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그때 유튭... 아 이렇게 말하면 모르... 시려나...?" "몰라." "그... 동영상 같은거를 올리는 사이트가 있어요. 거기를 보다가 갑자기 어떤 영상이 뜬 거에요. 그게.. 저기 책에 제목으로 되어있는..." "powhoaenam. 이란 말이지? 잘은 모르겠지만... 대충 어떤건진 알겠다."

247 이름없음 2021/01/12 00:17:15

나는 그 뒤로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물론 이곳으로 오기 전까지만. 그 다음 얘기는 불필요한 것이었다. 레나는 내 말을 잠자코 듣더니, 떨어진 책을 주워 탁상에 올려놨다. 65페이지. "너, powhoaenam이 무슨 뜻인지 알아?" "모르겠어요." "태평양의 통가라는 섬, 그 섬 원주민의 언어로 '재회'라는 뜻이지."

248 이름없음 2021/01/12 00:19:18

"이 책에는 별 내용이 없어. 한 번 읽어볼래?" 레나가 책을 내게 밀었다. 65페이지. 계속해서 65페이지가.... 아. 이거였나. 나는 급히 핸드폰을 꺼냈다. 이런 뜻이었나...

249 이름없음 2021/01/12 00:21:18

나는 65페이지를 미친듯이 탐독했다. 코를 책무덤에 쳐박고, 어두운 방 안에서 레나가 켜주는 불빛에 의존하며, 글자 한 자 한 자를 읽어내려갔다. 레나는 그런 나를 의문스런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뭐하는거야?" "제 핸드폰으로 온 문자에 이 책 65페이지를 읽으라고 되어있었어요!" 내용은 정말로 별게 없었다. 작자 미상의 시 한 편과, 그 밑으로 그 시를 설명하는 내용. 아 그런데, 문단 마지막 줄에서 두 번째 줄. T로 시작하는 문단이-

250 이름없음 2021/01/12 00:23:29

"...! 레나, 이걸 봐주세요. 이 문단, 뜬금없이 T가 시작에 들어가있어요." "오타겠거니 했는데." "아니야... 이 문단은..." 나는 문단을 읽어나갔다.

251 이름없음 2021/01/12 00:26:09

이 문단이 무슨 의미인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위에 있는 시의 내용과도 맞지 않는 내용이고, 이 문단만 별다른 소리를 하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그래." "모르겠어요...." "...당황스럽다 얘."

252 이름없음 2021/01/12 00:27:09

일단 지금은 이쯤만 할까. 이따 와도 되니까... 오늘은 낮에 중요한 일이 있으니 짧게 끊고 갈게. 안뇽!

253 이름없음 2021/01/12 00:28:11

아ㅜㅜ 알았어 잘가! 끊는거 장난아니다

254 이름없음 2021/01/12 00:44:20

레주..너무 짧게 끈ㅎ고 갔는데..??물론 그럴수는 있지만 너무 재밌어ㅜㅠㅠㅠㅠ현기증나ㅜㅜㅜㅜㅜㅜ기다리고있을기ㅜㅜㅜ

255 이름없음 2021/01/12 00:50:29

재밌어서 시간가는줄 모르고 봤네..

256 이름없음 2021/01/12 14:00:31

나 225인데 저거 텍스트대치한거양!!

257 이름없음 2021/01/13 04:07:23

레주.. 넘재밌어ㅠㅠ

258 이름없음 2021/01/13 14:17:55

ㅂㄱㅇㅇ

259 이름없음 2021/01/13 18:38:55

레주 오늘은 왜 안와? 다음내용 궁금한데ㅠ

260 이름없음 2021/01/13 20:26:17

뿌엥유ㅠㅠ 재밌어!!

261 이름없음 2021/01/13 21:02:37

>뭐야 레주 언제와?? 이거 개존잼인데..? 진짜 어디 소설로 내놔도 될 정도의 큐ㅓㄹ리티다.. 아 미안 손가락이 올어서 오타가 많이나네

262 이름없음 2021/01/14 00:26:52

레주 오늘도 안오는거야??ㅜㅜ

263 이름없음 2021/01/14 02:14:57

레주 언제와ㅠㅠ 넘재밌어

264 이름없음 2021/01/14 12:19:49

몰입감 장난 아니다... 레주 기다릴게 돌아와줘 ㅜㅜ!

265 이름없음 2021/01/14 12:47:12

레즈 언제와?

266 이름없음 2021/01/14 20:03:38

레주? 12일 이후에 소식 끊겼는데 몸 안좋아진거야? 그럼 푹 쉬다가 와..난 여기서 기다릴께! 언제나 ㅂㄱㅇㅇ!

267 이름없음 2021/01/14 23:31:21

나두나두 기다릴겡

268 이름없음 2021/01/15 03:06:42

뭐야 벌써 다 읽었다... 기다릴껭!!

269 이름없음 2021/01/15 15:57:11

3일이나 부재라니.. 무슨 일 있는건가?

270 이름없음 2021/01/15 19:52:07

레주야 보고파ㅠㅠㅠㅠ

271 이름없음 2021/01/16 04:34:41

례주 언제와..ㅠㅠ 보구밍

272 이름없음 2021/01/16 08:18:08

레주야 이거 스레 세워놓고 잊어버린거 아니지..?

273 이름없음 2021/01/16 09:52:52

헐...레주 건강 악화된 건 아니겠지..

274 이름없음 2021/01/16 14:54:15

레주 언제왕 ㅜㅜㅜㅜ

275 이름없음 2021/01/16 20:27:32

레주 돌아와줘ㅠㅠ

276 이름없음 2021/01/16 22:52:51

이거 실제 경험이야..??

277 이름없음 2021/01/17 14:24:41

ㄱㅅ

278 이름없음 2021/01/18 12:12:13

ㄱㅅ

279 이름없음 2021/01/19 19:32:27

ㄱㅅ

280 이름없음 2021/01/20 20:58:10

ㄱㅅ

281 이름없음 2021/01/21 08:59:38

ㄱㅅ

282 이름없음 2021/01/22 07:57:00

ㄱㅅ

283 이름없음 2021/01/22 09:03:58

레주야 ㅠㅠ 나 이거 읽고 비슷한 꿈도 꿨어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ㅠㅠ??ㅠ

284 이름없음 2021/01/22 23:29:29

레쥬 도라와ㅠㅠ

285 이름없음 2021/01/23 08:31:42

ㄱㅅ

286 이름없음 2021/01/23 16:47:50

레주 언제오냐... 보고싶다

287 이름없음 2021/01/24 09:14:16

ㄱㅅ

288 이름없음 2021/01/25 08:51:29

ㄱㅅ

289 이름없음 2021/01/26 20:30:17

ㄱㅅ

290 이름없음 2021/01/26 20:34:58

레주 어디간거야..돌아올꺼지??

291 이름없음 2021/01/27 08:13:11

ㄱㅅ

292 이름없음 2021/01/28 12:53:48

레주 왜 안와..?ㅜ 무슨일 있어....??

293 이름없음 2021/01/30 11:45:20

ㄱㅅ

294 이름없음 2021/01/31 17:13:14

레주 돌아와 ㅜ ㅠㅠㅠㅠ ㅜ

295 이름없음 2021/01/31 20:02:32

악마한태 잡혀갔누 ㄷㄷ

296 이름없음 2021/01/31 22:44:12

ㄱㅅ

297 이름없음 2021/02/02 09:48:37

ㄱㅅ

298 이름없음 2021/02/03 07:17:54

ㄱㅅ

299 이름없음 2021/02/04 21:28:31

스레주!!어디갓숴....ㅜㅠㅜㅜ 돌아와조!

300 이름없음 2021/02/05 09:54:38

ㄱㅅ

301 이름없음 2021/02/07 01:33:30

어디갔어ㅠㅠㅠ

302 이름없음 2021/02/08 11:51:00

ㄱㅅ

303 이름없음 2021/02/09 00:30:48

ㄱㅅ

304 이름없음 2021/02/09 00:48:59

이제 그만 스탑걸자;; 레주도 안오고

305 이름없음 2021/02/10 01:28:58

제발 갱신 그만

306 이름없음 2021/02/10 10:17:51

스레주 스레 세워놓고 튄건가 그정도의 각오로 스레를 세우다니 참..

307 이름없음 2021/02/14 19:50:22

ㄱㅅ 레주 돌아왔으면 좋겠다

308 이름없음 2021/02/14 21:25:06

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

309 이름없음 2021/02/14 21:25:40

아니 얘들아 스탑좀 걸라니까?? 레주가 이런다고 오겠니..

310 대단하네;; 2021/02/17 07:39:19

진짜 이렇게 몰입감 넘치는 스레 오랜만이네 내가 여태쓴건 그냥 장난에 불과하잖아?...

311 이름없음 2021/02/17 11:52:42

레주야 언젠가는 올꺼라고 믿을께

312 이름없음 2021/02/27 15:40:20

313 이름없음 2021/03/03 19:27:48

레주 언제와....

314 이름없음 2021/03/03 22:43:18

레주야 ㅠㅠㅠ

315 이름없음 2021/03/12 13:44:07

레주 언재오ㅏ..

316 이름없음 2021/03/17 17:54:03

오랜만에 와봤더니 아직도 레주 안왔나보네 소재 떨어져서 런한건가

317 이름없음 2021/03/17 17:54:42

오랜만에 와봤더니 레주 아직도 안왔나보네. 소재 떨어져서 런한건가

318 이름없음 2021/03/17 19:09:05

모야

319 이름없음 2021/07/27 20:38:59

레주 아직도 안왔네.. 언제오는거야..

320 이름없음 2025/11/28 19:57:01

스크랩에 있길래 오랜만에 왔는데 이제 진짜 영원히 레주가 올 일은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