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악몽을 꾼 건 고등학생 때였는데... 그 때 정신적으로 꽤 몰려있었거든 지금 생각해보면 자책감이나 무력함? 그런 것 때문에 우울증으로 발전했던 거 같아 아무튼 그 당시에 굉장히 힘들었었고 밤에는 생각이 너무 많아서 잠을 못자고 자도 옅게 자는 바람에 꿈을 자주 꿨었어
같은 악몽을 계속 꾼다는 건 이상한 일인 것 같아
초반에는 내 주변 환경이나 내가 두려워하던 상황들이 번갈아가면서 나왔었는데 그냥 불안감의 연장선이었으니까 그건 딱히 악몽이라는 생각은 안들었던 거 같아
몇달을 그런 식으로 지내다가 처음으로 좀 다른 꿈을 꾸게 됐어
눈을 떠보니까 목 바로 아래까지 물이 차있었어 위를 보면 어둡고 흐린 하늘밖에 안보이고 파도는 잔잔한데 그게 그렇게 괴롭더라 서러웠던 거 같기도 하고 아무리 필사적으로 헤엄쳐도 주변엔 아무것도 없고 점점 가라앉아 너무 무서워서 어떻게든 발버둥치는데 점점 더 어두워져서 더이상 아무것도 안보일 때 즈음이 되서야 겨우 잠이 깨더라
일어나니까 눈물 범벅인데 무섭고 힘들었던 것보다는 왠지 황당했어 몇달간 여러 꿈을 꿨지만 운 적은 없었는데 이런 걸로 운 게 이상하더라 게다가 아무리 물이나 심해를 무서워한다고 해도 바다 자체는 좋아하는데 이런 꿈을 꾸니까 더 그런 느낌이었어 실제로 그 전에 꿨던 바다 꿈은 그냥 내가 바다를 보는 꿈이었기도 했고 그땐 반갑기만 했는데... 그게 참 이상하더라 그런 특징 때문인지 묘하게 잊기 힘든 악몽이었어
그래도 다른 꿈들처럼 시간이 지나면 안나타날 거라 생각했어 찝찝하고 불편한 느낌은 남아있었지만 다른 꿈들처럼 그렇게 서서히 잊혀질 줄 알았어
문제는 그게 내 착각이었던 거지 사흘 정도 지난 뒤에 또 같은 꿈을 꿨어 같은 상황이고 아무것도 바뀐 게 없었어 꿈속이라서 그런지 난 그게 꿈인줄도 모르고 그냥 무섭고 살고싶어서 계속 헤엄쳐 물밖으로 나와도 다시 가라앉고 그러다가 아무것도 안보여서 포기하면 어느 순간 잠이 깨
그래도 한 번 꾼 꿈이라 그런지 전보다는 익숙해지더라 정신 차렸을 때 심장이 엄청 빨리 뛰던 거만 빼면 괜찮았는데 정신적으로는 오히려 반대였어 같은 악몽을 꾼다는 게 생각보다 더 찝찝했기도 하고 그 꿈에서는 정말 헤엄치는 거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거든 그 전에 꿨던 꿈들 속에서는 내가 뭔가를 할 수는 있었는데 이건 그런 것도 없어 그냥 죽기 직전의 상황이고 그상태로 죽는 거니까 무력하고 참담하기만 해 깨고 나서도 그 느낌이 그대로 남아있어서 더 기분이 더럽고
내가 이 꿈을 꾸던 시기에 많이 힘들었다고 했잖아 그래서 그땐 불쑥불쑥 기분나쁜 감정들이 많이 튀어나왔거든 속이 울렁거리고 무기력하고 불안하고 괴롭고 그런 것들이 그냥 밥을 먹거나 놀 때도 갑자기 이유 없이 느껴져서 나도 내가 상태가 꽤 안좋구나 생각했었어 근데 그 꿈을 꾸면 꿈속에서 그런 감정들이 극대화되더라 꿈 자체가 내 부정적인 감정의 집합체같은 느낌이었어 그래서 더이상 가라앉은 꿈은 꾸기 싫었지만 그게 내 맘대로 될리가 없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