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소복히 쌓인, 발자국

창작소설 2021/07/25 08:21:44

1 눈꽃 2021/07/25 08:21:44

그저 나만이 아는 한가지 주제에 대해 늘어놓는 스레. 어쩌면 누군가를 찾기 위함이자 동시에 무언가를 잊기 위함이자 그러나 누군가를 기억하기 위함인 (난입은 환영이지만, 피드백은 받지 않습니다)

2 눈꽃 2021/07/25 08:23:07

붉은 꽃. 그것은 거대한 사랑을 갉아먹던 멸망.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른 붉은 꽃과, 하늘을 거슬어 올라가는 회백색의 눈송이들.

3 눈꽃 2021/07/25 08:24:07

사랑, 연민, 동정이 한데 섞였다. 기억만으로 아프다. 어쩌면 그것은 아주 오래전의 일이지만, 동시에 아주 가까운 시대의 일이기에.

4 눈꽃 2021/07/25 08:26:05

새하얀 눈길 위로 새빨간 꽃잎이 떨어질 때. 그 꽃잎이, 눈길을 적실 때. 내 발자국이 불안정한 내 마음마냥 갈피를 잡지 못할 때. 내 모든 흔적이 눈길 위에 오롯이 드러날 때.

5 눈꽃 2021/07/25 08:27:10

파도가 그렸던 눈물. 거대한 바다 위, 홀로 너무나 조그마한 위력 없는 나룻배 한 척. 그 안에 담긴 눈물 젖은 애원.

6 눈꽃 2021/07/25 08:29:26

나룻배에 비해 터무니 없이 거대한 그 애원이 어쩌면 나룻배를 침몰시켰을 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너와 내가 한날 한시에 죽었다면, 나는 필히 너를 원망하리라. 질책 가득한 눈망울로 너를 바라보리라.

7 눈꽃 2021/07/25 08:35:34

너에게 던졌던 수많은 말들이 여적 가슴에 남는다. 내 기억 속에선 잊혔을 지언정, 가슴에 온전히 남아 네 기억이 나를 울게 한다.

8 눈꽃 2021/07/25 08:36:27

이 눈물은 슬픔이 아니라 그저 그리움이라. 과연 네가 질책할 필요는 없다. 너는 그 자체로 나를 살게 했음을 잊지 않기를. 몇 자 적어 하늘에 올려보낸다.

9 눈꽃 2021/07/25 08:37:13

내가 적은 모든 글들이 너에게 향하길 바란다. 하늘에 올리거든 밤을 비추던 달이 네게 전해줄까 싶어, 그저 달을 보고선 매일 바란다.

10 눈꽃 2021/07/25 08:42:05

예리하게 선 칼날. 그 위로 스쳐가는 붉은 덩어리. 너로 인한 위로, 그리고 위안. 너만을 위했던 일생의 기도. 동시에 온전히 나의 것이었던 최초의 바람.

11 눈꽃 2021/07/25 08:56:48

사랑한단 말 하나로는 표현이 되지 않을 감정. 너만큼, 그저 단순히 딱 너만큼 너를 사랑했다. 너를 위해서 세상 어떤 일도 감행할 수 있을 정도로.

12 눈꽃 2021/07/25 10:02:27

너를 위해선 내 목숨조차 흩날릴 수 있었다. 어쩌면 그건, 어리석고도 이기적인 행동이었을지 모른다. 너 없인 살 수 없는 나를 위해, 나 없인 살 수 없는 너를 버린 것이었으니.

13 눈꽃 2021/07/25 10:32:16

적절한 지점 어딘가에 너를 묻어두었다. 그곳이 내 가슴인지 마음인지 머리인지는 아직 나도 알지 못한다. 내가 너를 이리 그리고 기억하는 걸 보면, 아마 마음일 것이다.

14 눈꽃 2021/07/25 10:37:23

살아갈 의미마저 찾지 못한 채 죽어가던 나를, 네가 살렸다. 너로 인해 살아갈 의미를 찾았다. 그런 네가 죽거든 내가 살아가지 못할 것을 알았다.

15 눈꽃 2021/07/25 14:00:19

수려하고 유려하게 피어난 꽃 한송이. 눈길을 붉게 적신다. 그것이, 눈 앞에 아른거린다. 하아얀 눈송이가 붉어진다. 보고 있자니 괴롭다.

16 눈꽃 2021/07/25 14:04:30

120년. 두번의 육십갑자를 보냈다. 내 삶이 무르고 더뎌서 살아숨쉬는 시간은 채 30도 안됐음에도 불구하고, 90년이 넘는 시간을 채 소중히 쓰지 못했다.

17 눈꽃 2021/07/26 14:01:57

푸른 하늘. 유유자적 흐르는 구름. 그것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눈이 시릴 정도로 원망스런 날이었다. 하늘이 데려간 아이들의 웃음인 양 파아란 하늘이 참으로 미웠다.

18 눈꽃 2021/07/26 14:04:14

새파란 하늘과 대조되는 붉은 꽃들이, 바닥에 낭자했다. 벌건 색에 가까운 갈색 나무문이 삐걱이며 열리는 소리. 선명하다. 귓가에 여전히 울리는 듯 하다.

19 눈꽃 2021/07/26 14:09:37

뼛속까지 아리는 추위. 금방이라도 꺼져 버릴 것 같은 생명줄. 눈 앞에 아른거리는 하아얀 눈송이. 이미 너덜너덜한 넝마. 갈 곳을 잃은 조그마한 발.

20 눈꽃 2021/07/27 13:44:18

어쩌면 죽지 못해 살았던 날들이, 너로 인해 아직 붙잡아야 할 의미가 생긴 날들로 변화했다. 너는 내 삶의 이유이자 근본이었다.

21 눈꽃 2021/07/27 13:59:32

미안해 사랑해 기억해줘 잊지마 제발 부디 부탁 한줄의 나룻배 눈물젖은 푸른바다 선착장 칼날 번뜩이는 검붉은 썩어문드러진

22 눈꽃 2021/07/28 10:33:42

눈꽃이 검어질 때, 그 때가 어쩌면 절망의 순간일 것이다. 나는 그대를 기다렸고, 기다리고, 그린다. 하늘에 그리고 달빛에 그리고 내 마음에 그린다.

23 눈꽃 2021/07/28 13:34:13

시간이 멈춰버리길 기도해도 괜찮은걸까. 너를 찾기를 바라도 괜찮은걸까. 이대로 너를 잊어야 하는 걸까. 그것조차 천명이라면 어찌할 도리가 없겠지.

24 눈꽃 2021/07/29 19:04:13

아주 자그마한 희망을 품었었다. 너로 인해 행복을 깨닫고 살아가길 소망했다. 부질 없는 일이란 것을 깨달은 건, 네가 나를 보고 눈물 짓던 그 날이었다.

25 눈꽃 2021/07/29 19:21:07

내 사람들이 사라져가는 것을 보는 건 크나큰 고역이었다. 그 마지막 순간이 설령 나였을지언정, 그건 분명 고역이었다. 내가 나를 사랑했음을 알았던 것도, 어쩌면 고역이었다.

26 눈꽃 2021/07/30 09:04:35

봄은 내게서 희망을 품게 만들었다. 여름은 희망을 관두게 만들었고, 가을은 내 삶의 지표를 앗아갔다. 마침내 겨울이 나를 앗아갔을 때, 나는 더 이상 고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감사히 여겼을지도 모른다.

27 눈꽃 2021/08/01 15:53:59

어쩌면 너를 놓아주어야 할 수도 있다. 너무나 긴 시간이었다. 그것은, 너와 나를 갈라놓기에 충분하다못해 넘쳐 흘렀고, 구태여 만남보다 더욱이 긴 시간이었다.

28 눈꽃 2021/08/01 16:01:02

네가 살기를 희망했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네가 잊었기를 희망한다. 그 고된 기억이 너를 갉아먹지 않기를 희망한다.

29 눈꽃 2021/08/04 11:35:59

빛바랜 기억 속에 너란 사람이 살아있다. 그러나 그 마지막 장면이, 수없이 머릿속에서 반복 재생된다. 그 기억 속의 너의 모습은 절규.

30 이름없음 2021/09/02 15:09:19

잘 보고 있었는데 멈췄네 ㅜㅜ 나중에라도 꼭 돌아와주면 좋겠다!

31 눈꽃 2021/09/04 21:45:27

너를, 잊기로 했다.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아직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다. 그저 허망한 계획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럼에도 결심한 이유는, 더 이상 너를 잡아둔단 것이 이기적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32 눈꽃 2021/09/04 21:49:00

머리로 잊고, 마음에 담는다. 너를 보게 되거든 가슴 속 한 구석에서 커다란 불길이 일기를 바란다, 알아보길 바란다, 그리고 덮어두길 바란다. 나는 그런 것들을 바라다 이내 눈을 감는다. 네가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

33 눈꽃 2021/09/04 22:20:58

꽃잎이 떨어지거든, 부디 네가 찾아오리라. 그 전에 내가 너를 찾거든, 또한 죽기 직전 네가 나를 찾아오리라. 나는 곧 너고, 내가 곧 너니. 네가 그대를 잊는다면, 나 또한 그대를 잊을 것이다.

34 눈꽃 2021/09/11 13:29:24

기억 저 편 어딘가에 널 넣어둔다면, 언젠가 두고두고 꺼내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망상을 던졌다. 하늘은 푸르고, 땅은 붉고, 나무 기둥은 매끄라워서 그날의 핏덩이가 더 세차게 보였을 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