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중순, 부반장이 자살했다. 나는 2달을 되돌아와 있었다. 루프물 레주는 치유물을 지향 장문 위주 개그성 앵커 비허용 연속앵커 비허용
[루프물] 부반장 (>>121)
>>3 주인공의 성별을 정해주세요 >>4 주인공의 이름을 정해주세요 >>5 부반장과의 친밀도를 정해주세요(낮음, 약간 낮음, 보통, 약간 높음)
그 애는 아무런 전조 없이 죽었다. 2학년 11반의 부반장은 자존감이 높은데다가 꽤 솔직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입에 붙어있는 듯, 욕이 자주 튀어나오는 주제에 애교가 많았다. 활발해서 분위기를 띄우지만, 가끔 너무 활발할 때가 있었다. 그 성격에 반장이 부담스럽다며, 2학기째 바지반장을 내세우고선 반장 역할을 하는 애였다. 전교권이었지만, 마킹 실수를 내고서도 풀이 죽는 일이 없었다. 모두가 그랬듯 나도 가끔은 그 애를 부러워했다. 어쩌면 자주. 그걸 시기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고, 동경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전자일 때가 조금 더 많았다. 그래서 그날 아침의 조례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선생님도 부자연스러운 얼굴로 말을 읊었다. 언뜻 흔들리는 입꼬리를 본 것 같기도 했다. 부반장의 책상이 빠지고 내 책상은 앞쪽으로 옮겨졌다. 국화는 없었다. 공부에 방해되지 않기 위함이라고 했다. 자리표가 바꿔 끼워졌다. 사물함에서 그 애의 이름표가 떼어졌다. 짐을 챙겨주려 연 사물함은 텅 비어 있었다. 책상도 마찬가지였다. 장례식장 주소는 단체채팅방에 올리겠다고 하셨다. 반은 조용했다. 선생님은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그 애의 사인을 알려주셨다. 자살. 그 애 근처에 있기에는 너무 위화감 넘치는 단어였다. 아는 게 있느냐는 말에 반의 모두가 고개를 저었다. 그 애는 어제까지만 해도 입시가 끝난 뒤를 기약하고 다녔다. 선생님이 나가자마자 아이들은 둥글게 모였다. 어제 그 애에게서 잘 자라는 메세지를 받았다던 여자애가 울었다. 어제 그 애와 저녁쯤에 마주쳤다던 남자애도 울었다. 그 애와 가장 친하던 여자애도 울었다. 나머지는 그저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나도 그랬다. 친하지는 않지만, 갑자기 떠날 아이는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았다. 그냥 질 나쁜 장난인 것 같았다. 어제까지 멀쩡했는데. 모두가 말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었다. 9월 11일의 아침은 때 아닌 만우절이 찾아온 것만 같았다.
*** 그리고 나는 거짓말처럼 시험이 끝난 다음날으로 돌아왔다. ***
친하지는 않았지만, 단체로 가기로 한 장례식장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어제의 부반장이 계속 떠올랐다. 평소보다 힘이 없었나. 잘 기억나지 않았다. 나는 한참을 뒤척이다 잠들었다. 새벽녘에 눈을 뜨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시간을 확인하려 핸드폰을 켰는데, 반톡에서 그 애의 이름이 보였다. 부반장이 사진을 보낸 것이다. 누르기 무서웠다. 무슨 일일지 모르니까. 어쩌면 카톡에 예약 기능 같은 게 새로 생겼을지도. 그래서, 그게 생겨서, 지금 보낸 게 부반장의 마지막 말이라면 난 어떻게 해야 할까. 알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손은 착실히 알람을 눌러 메세지를 확인했다. 사진은 정오표였다. 그 위에는 시험 보느라 수고했다는 상투적인 말이 덧붙여져 있었다. 이상했다. 카톡을 올려 보니 날짜가 보였다. 7월 4일. 어제 온 메세지. 이건 질 나쁜 악몽일까. 나는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내가 부반장을 살리라는 뜻일까, 하는 것이었다. 워낙 절묘했으니까. 현실이라는 것을 자각하기도 전의 일이었다. 두번째는, 그래. 두달이 되돌아갔다는 환희였다. >>10 나는 1.부반장을 살리기 위해 친해지기로 한다. 2.그냥 관찰해 보기로 한다. 3.9월 10일에만 신경쓰기로 한다. 4.자유
어영부영 주말을 보내고선 학교에 갔다. 더운 날씨와 흘러내리는 땀이, 교실에 강하게 틀어져 있는 에어컨이, 내가 입고 있는 하복이, 무엇보다 교실 안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부반장이 비현실적이었다. 내가 아는 부반장은 살아있던 날이 죽어있던 날보다 많았음에도. 나는 그날 내내 부반장을 관찰했다. 보통은 상위권들은 성적 비관 자살을 많이 하지 않나 싶어서. 하지만 내가 내내 본 것은 서술형의 점수만 확인하고 들어가는 대부분의 과목과, 1~2점 깎인 듯 잠깐 설명을 듣던 수학과 문학 정도였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돌아와 똑같이 웃는 것까지. 성적에는 한톨의 문제도 없어 보였다. 부반장은 울상인 친구를 품에 안고 어르기도 했고, 이의신청을 하자며 몇줄을 끄적이기도 했다. 마킹 실수를 낸 것을 확인한 직후에서조차 우는 친구를 달래며 화장실로 이끌었을 때는, 나는 길을 잃은 것 같았다. 정말, 도움이 필요해 보이지 않았다. 부고와 다른 사람인 것만 같았고, 언뜻 봤던 것보다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나는 점점 그 애가 어려워졌다. 그 애가 죽은 건 백일몽이 아닐까. 저런 사람이 2달만에 스스로를 비관하지는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속으로 우울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마킹 실수에 대해 물어볼까? >>13
>>13 자유도 높은 스레야! 자기가 생각하기에 더 좋은 선택지가 있다면 언제든지 제시해도 좋아. 오히려 고마워 마킹실수, 진짜 괜찮은 걸까? 해맑게 언급하는 것을 들었지만 걱정됐다. 그 애의 죽음, 다른 사람은 모를 연한 살을 알고 있다는 책임감일까. 괜찮아 보이던 얼굴이 자꾸만 울음으로 덧씌워졌다. 결국 자판기에 들러 딸기우유 하나를 뽑았다. 마침 부반장은 혼자 책상에 앉아 있었다. “수고했어.” 그 애는 얼떨떨하게 나를 올려다 보다가, 자신을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르켰다. “나?”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딸기우유를 책상에 올려놓자, 부반장의 표정이 묘해졌다. 뭔가를 가늠하는 것 같았다. 친하지도 않은데, 너무 뜬금없었나. 핑계를 고민하던 사이, 부반장이 인사를 건넸다. “고마워."
다음날, 나는 부반장에게서 초콜릿 몇개를 건네받았다. “보답이야! 유아 너도 수고했어.” 그 애는 그렇게만 말하고, 바로 자신의 무리로 돌아갔다. 나도 초콜릿 줘, 배고파, 따위의 말이 들렸다. 부반장이 뭐라고 하는지는 들리지 않았다. 손에 든 초콜릿이 금세 녹을 것처럼 느껴졌다. 초콜릿 바 두개가 딸기우유보다 비싸지 않나. 그건 기부한 물품이 돌아온 것처럼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17 이제 당신은 1.초콜릿 핑계로 말을 건다. 2.계속 관찰한다. 3.자유
>>18 너무너무 고마워! 장문인데다 문단도 길어서 걱정이 좀 많았는데, 그렇게 말해주니까 기분 좋다. 열심히 쓸게
초콜릿은 달았다. 두번째로 보는 성적은 여전히 암울했고, 그건 부반장의 죽음만큼이나 슬펐다. 거기에 초콜릿은 꽤 도움이 됐다. 나는 부반장을 연하고 말랑말랑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을 아주 잠시 그만두기로 했다. 우리는 입시생이었고, 부반장의 성적은 내 것보다 덜 비참할 게 분명했으니까. 그래도 평소보다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일주일쯤이 지났다. 부반장과 나의 접점은 여전히 없었고, 부반장은 안내사항을 전달하고, 레포트를 쓰고, 독서록을 제출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방학 직전에 부반장이 내게 말을 걸었을 때,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안녕, 유아야.” 그 애는 자리 주인을 확인하는 것 같더니, 의자를 끌어다가 내 앞에 앉았다. “방학 때 뭐해?” “어...학원?” 정말 평이한 질문이었음에도, 나는 말을 고르기가 힘들었다. 죽고 싶어하는 사람과 대화할 때의 적절한 내용이 무엇일까 하고. 조금 더 특별하고, 살아갈 동기가 되는 말을 내뱉어야 할 것 같은데, 그게 어떤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생각보다 좀, 껄끄러웠던 것 같다. “학원...학원 많이 다녀?” “영어랑 수학, 국어. 이렇게 세개.” “여행같은 건 안 가고? 좀 쉬어야 하지 않아? 텐투텐 같은 건 거의 인권침해야.” 걱정받는 기분이 이상했다. 부반장이 사소한 것에 걱정을 표하는 것이 이상했다. 나는 죽고 싶은 사람에게 위로받을 만큼 몰리지 않았다. 누가 누구를 걱정하는 걸까. “죽을 만큼 힘들지는 않아.” 그래서 그냥, 죽음을 가볍게 입에 담았다. 좀 분위기를 깨는 말 같기도 했다. 부반장은 불쾌해하지도, 찔린 기색을 보이지도 않고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후에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맞다, 딸기우유 잘 먹었어. 고마워!” 마지막에 감사인사를 들었다는 걸 제외하고. 쉬는시간이 끝난 뒤에 들은 것이라, 나도 초콜릿 잘 먹었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우리는 그대로 방학을 맞았다.
부반장과 한 번도 연락해보지 않았는데, 방학 때 연락하는 건 역시 이상할까. >>23 1.선톡해본다 2.SNS를 찾아본다 3.개학까지 기다린다
처음 몇일은 아무 생각 없었지만, 갈수록 부반장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방학 중에 심경의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닐지, 힘든 일이 생긴 것은 아닐지. 그렇다고 먼저 연락하기에는 너무 접점이 없는 사이 같았다. 인스타 있으려나. 부반장이라면 공부에 집중한다고 지웠을 것 같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름을 입력해도 부반장처럼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애들한테 물어봐야 할까. 아니면 부반장과 친한 애들 계정을 둘러봐야 하나 싶었다. 그렇게 찾아낸 부반장의 계정은 간단했다. 팔로잉 9, 팔로워 7, 검색계라는 설명, 하나도 없는 게시물. 찾아내는 게 이상한 계정이었다. 꽤 부반장다웠다.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는데도 좀 허탈했다. 짜증이 난 것도 같았다. 나는 폰을 던지듯 내려놓았다. 계획이 어그러졌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이제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28 1.선톡한다 2.방학이 지난 뒤 살핀다 3.자유
어떻게 선톡을 할까? >>32 1.방학 잘 보내고 있어? 2.공부법 물어볼 수 있을까? 3.우리 방학 과제 있어? 4.자유
>>33 딱 청소년 소설이랑 앵커판 사이의 글을 쓰고 싶었어! 알아줘서 너무 기분 좋다! 앵커판 문법이랑 동떨어져서 좀 불안했는데 덕분에 자신감 충전 빵빵하게 하고 쓸 수 있었어. 부족한 글 좋아해줘서 너무너무 고마워
선톡이라도 해볼까. 이대로 관둔다면 인스타를 뒤지던 게 몽땅 헛수고가 될 것 같았다. 뻑뻑해진 눈만큼의 성과는 얻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안녕] [방학 잘 보내고 있어?] 답장은 두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나는 그걸 이십분 넘게 기다렸다가 읽었다. [응응] [나 부산 갔다왔어!] (사진) [바다 이쁘지] [유아는?] 부반장은 여전히 문제가 없어 보였다. 메세지에서는 어떠한 불안감도 읽을 수가 없었다. 아직 아닌가. 아니면 바다 사진에 나타나지 않는 해양오염이나 쓰레기 섬 같은 걸까. 어쨌든 이런 걸로 알아낼 수 없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난 학원 다녔지] [바다 예쁘네] [나도 여행가고 싶다ㅋㅋㅋ] 나는 대강 답장하고 핸드폰을 껐다. 눈이 급작스레 피로를 호소했다. 좀 자고 싶었다.
이후에 우린 몇번 더 얘기를 나눴다. 나는 부반장이 공부할 때 핸드폰을 잘 보지 않는다는 것과, 그래도 연락에 성실히 답장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시간적 공백 탓에 뚝뚝 끊어지는 대화는 어찌저찌 이어졌다. 그래도 한 번, 시간이 맞아 꽤 오래 말을 주고받은 적이 있다. 진로, 생기부, 취미, 첫인상. 온갖 얘기가 다 나왔다. 나는 부반장이 나쁘지 않은 대화 상대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개학이 다가왔다. 나는 아직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한달도 남지 않은 부반장의 자살.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40 1.힘드냐고 매일 직설적으로 물어본다. 2.더 다가간다 3.이대로 관찰한다
이제 부반장의 자살까지 이십일 남짓 남았다.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부반장의 가장 친한 친구조차 이유를 모르겠다며 울었는데. 나는 부반장과 조금 친해져보기로 했다. 하지만 몇일째 진득하게 대화를 나누는 일이 없었다. 접점은 있었지만 시간 안에 충분히 친해질 수 있을 만큼은 아니었다. 우리의 무리는 달랐고, 그건 대부분의 시간을 떨어져서 보낼 수밖에 없다는 말과 같았다. 이게 친해지는 걸까. 그냥 초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무리에서 겉도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럼에도 부반장에게선 어떠한 낌새도 보이지 않았다. 얻은 건 없었고, 잃은 건 많았다. 맡은 일이 몽땅 어그러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그대로 부반장을 놓아버릴까, 생각했다. 그게 맞는 일 같았다. 수행평가는 몰아치고 있었고, 학원 숙제는 많았고, 내 친구들과 나는 좀 삐걱이고 있었다. 반면, 부반장은 여전히 반에서 가장 당당해 보였다. 어쩌면 이미 해결된 걸지도 모르지. 아니더라도 나는 할 만큼 했다.
그렇게 다짐했음에도, 점심시간에 자리에 엎드려 있는 부반장을 보자 기쁨이 치솟았다. 드디어 약한 부분이 보이는 거구나. 기다리는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나는 부반장이 일어나자마자 그 애에게 다가갔다. “점심 왜 안 먹었어? 어디 아파?” 부반장은 눈을 비비더니, 나인 것을 확인하고선 약간 웃었다. “응, 그냥. 오늘 급식 맛없을 것 같아서.” “괜찮았는데. 그냥 먹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나, 평소보다 작은 성량, 느리게 깜빡이는 눈. 그 모든 게 부반장이 나에게 전부 털어놓을 거라고,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걸 들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래?” 그리고 그게 끝이었다. 나는 점심시간 내내 부반장과 음식 얘기를 했다. 학교 뒤편에 있는 카페와, 옆쪽에 있는 떡볶이 집 몇개와, 몰래 빠져나가는 방법, 외출증 쉽게 끊는 법 같은. 친해지는 과정에서 나올 만한 대화이지만, 자살이 1주 남은 사람과 나누기에는 너무 평탄한 대화였다. 5교시의 화학선생님께 인사하는 부반장에게서는 더이상 우울의 징후가 보이지 않았다. 쌤, 안녕하세요. 쨍한 목소리가 교실을 울렸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48 1.9월 10일에 부반장과 약속을 잡는다 2.그대로 둔다 3.직설적으로 힘든 일이 있는지 묻는다 4.자살에 대해 얘기를 나눠본다 5.자유
9월 9일, 부반장의 자살이 딱 하루 남았을 때, 나는 참지 못하고 말을 걸었다. 자지 못해 뻑뻑한 눈을 억지로 뜨고, 그 애가 하듯이 밝은 목소리를 냈다. “내일 시간 있어?” “내일? 왜?” “코노 가자. 너도 팝송 좋아한다며.” 부반장은 잠깐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난 그게 자살 일정에 관한 게 아니길 바랐다. 충동적인, 뭐, 그런 사고사에 가까운 자살도 있지 않나. 그래서 9월 10일만 피한다면 모든 게 괜찮아졌으면 했다. “나 음치인데 괜찮아?” “나도 음치야.” 부반장은 늘 그렇듯이 크게 웃었다. 정말로 재미있다는 듯이. 교실의 시선이 모였다가 흩어졌다. 좀 시끄럽다는 소리가 들렸다. 부반장은 듣지 못한 것 같았다. 다시 쨍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으니까.
노래 취향이 맞는 사람과 가는 노래방은 재미있었고, 부반장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헤어지는 길, 부반장은 손을 크게 흔들어댔고, 잘 가라고 외쳤다. 곧 죽을 사람의 모습은 아니었다. 다음날, 부반장은 멀쩡하게 등교했고, 나에게 다가와 어제 얼마나 재밌었는지에 대해 한참을 떠들었다. 그 애는 교실에서 엎드리지도 않았고, 쳐저 보이는 기색도 별로 없었다. 내가 사람 하나를 살렸다는 생각이 폐부 깊이 들어찼다. 다 괜찮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부반장은 일주일 뒤에 죽었다.
선생님은 또 조례를 했고, 책상이 빠졌고, 국화는 없었고, 짐도 없었고, 몇명은 울었고, 나는 울지 않았다. 스쳐지나가는 애들한테 누가 아파트에서 떨어졌다는 소리를 들었다. 집에 가서는 엄마에게 장례식장에서 입을 옷을 다려 달라고 했다. 그게 끝이었다.
천둥에 눈을 떴을 때, 나는 놀라지 않았다. 핸드폰을 확인하니 정오표가 있었다. 시험 수고했다는 말도. 7월 4일에 온 메세지였다. 혹시나 해서 열어본 부반장과의 갠톡은 텅 비어 있었다. 나는 주말동안 부반장을 생각했다. 높은 웃음과, 순한 얼굴과, 미래를 기약하던 말들과, 그럴 수 있는 능력을. 꼭 기계공학과 수석을 먹겠다고 벌써부터 큰소리치던 목소리를.
또 돌아왔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58 1.더 친해지기로 한다 2.뭐가 원인인지 알아내기로 한다 3.신경 끄기로 한다 4.자유
[TIP] 루프를 할 때하다 주인공의 심경이 달라지는, 일정 횟수 이상 루프를 해야지만 완결이 나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루프물과는 달리, 저번에는 죽음을 막지 못했던 선택이 이번에는 죽음을 막을 수도 있습니다.
나는 밤잠을 설친 탓에 학교에 일찍 도착했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자니 남자애 몇몇이 등교했다. 조금 있자니 부반장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안녕.” 나도 모르게 인사가 나왔다. 볼 때마다 인사는 꼬박꼬박 하는 사이였으니까. 부반장은 잠시 멈추더니, 자연스럽게 웃었다. “안녕!” 무슨 말을 하며 친해질까 고민하는 사이, 부반장은 남자애들 사이에 끼어 들어가 있었다. 내 앞으로 오는 게 아니라, 반 뒤편에 있었다. 그제서야 돌아왔다는 게 실감이 났다. 또 먹을 것을 주고, 선톡을 하고, 약속을 잡으면, 부반장은 죽을까.
복도로 눈을 돌리자, 화학선생님이 지나가고 있었다. 부반장도 본 것 같았다. “쌤! 저 쌤 과목 1등한 것 같아요! 맞죠?” 부반장이 복도에 대고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복도에서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부반장은 좌절하는 시늉을 했다. 근처에 있던 남자애들이 낄낄거리며 놀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실 확인 안 해봤어.” 화학 선생님은 어느새 내 책상 가까이에 서 계셨다. 곧이어 부반장도 가까이 다가왔다. “에이 쌤, 저 백점이에요.” “너 또 마킹실수했을지 어떻게 알아?” “설마요.” 했다. 화학은 아니지만. “쌤, 저희반 부반장 똑똑해요.” 내가 갑작스럽게 대화에 끼어들자 부반장이 놀란 듯 날 돌아보았다. 딸기우유를 건넸을 때와 비슷한 반응이었다. “그지?” 내가 되묻고서야 부반장은 제정신을 차렸다. “쌤 봐봐요, 저 두 번 그럴 사람 아니라니까요?” “잘하면 합산해서 1등이겠네.” “네, 그렇죠.” 부반장은 자랑스러워서 못 견디겠다는 듯이 웃었다. 세번째로 알게 된 성적이지만, 여전히 얄미웠다. “그럼…유아는 어떻게 봤어?” 선생님의 눈이 내 명찰 훑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아닌 척 시선을 맞추는 것도. 나는 문득 너무 작아진 것만 같았다. 저렇게 많이 가지고서도, 만족하지 못해서 뛰어내리는 애 앞에서 더 보잘것 없는 내 밑천을 내보이기 싫었다. “잘 못 봤어요.” “2학기 때 잘 보면 되지.” “그때 쉽게 내주시면요.” 전교 1등을 옥상에서 밀어버렸다는 전교 2등의 마음을 알 것도 같았다. 전교 1등은 알아서 떨어졌고, 나는 전교 2등이 아니었지만. 어쨌든.
>>62 부반장이 마킹실수를 곧 확인할 것을 안다. 또 딸기우유를 줄까? 아니면 다른 것을 주는 게 나을까? 아예 주지 않아도 친해질 수 있나?
그래도 부반장은 자살할 애였고, 그럴 만큼 힘들다는 건 동정받아 마땅한 사실이었다. 내 가방에 초콜릿 바 두개가 들어있는 것도 그런 이유였다. 하필 자살하고 싶을 때 저지른 마킹실수라서. 해맑게 말할 것을 알기에 더 걱정되는 것도 있었다. 부반장의 죽음은 나밖에 몰랐고, 마킹실수에 대한 아쉬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 아니면 그걸 굳이 챙길 사람이 없었다. “나 마킹 실수했나봐!” “그걸 왜 그렇게 말해?" 부반장은 반의 모두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크게, 그리고 명랑하게 말했다. 가볍게 비웃어주는 애들도 있었고, 걱정하는 애들도 있었다. 1등이냐 1등급이냐의 문제라는 말에 가벼운 야유가 쏟아졌다. 큰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부반장이 혼자 남자마자 나는 그 애에게 다가갔다. “먹을래?” 부반장은 초콜릿 바를 얼떨떨하게 쳐다보더니, 받으면서 웃었다. “고마워.” 그 애는 바로 한 조각을 먹고선 내 손에 몇조각을 떨어뜨렸다. 우물거리느라 발음이 뭉개졌다. “보통은 가나 많이 주던데 크런키라니, 뭘 좀 아네. 너도 이거 더 좋아해?” “어…뭐.” 네가 줬던 거니까,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지. 다른 사람이 모르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건 생각보다 불편했다. 가령 부반장은 어차피 1등급을 맞을 거라는 사실같은 것들. 반 앞쪽에서 물기 어린 목소리가 들렸다. 부반장은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울기 시작한 친구를 달래러 갔다. 체육복 주머니에 쑤셔넣어진 초콜릿이 발걸음에 맞춰 달랑거렸다. 그래도 위로해줘서 고맙단 소리쯤은 들을 줄 알았는데.
점심시간이 끝나고 본 내 자리에는 딸기우유와 새콤달콤이 올려져 있었다. 나는 자리 밑에 떨어진 노란 포스트잇을 주워들었다. 발자국이 조금 찍혀 있었다. [크런키 고마워! 딸기우유 좋아하는 거 맞지?] 이번엔 반대네. 어쩐지 웃겼다. 학교 자판기에 먹을 만한 게 그 두개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내가 딸기우유를 좋아하는 게 맞으면서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허탈했다.
상황이 바뀌지 않는 것만 같다. >>74 나는 1.방학 전에 선톡한다 2.학교에서 말을 건다 3.그냥 둔다 4.자유 +유아 감정선이 잘 안 잡혀서 좀 천천히 진행할게. 어제오늘 해서 만자 정도 적었더니 슬슬 막힌다. 그리고 레전드 간 거 너무 고마워.
>>76 >>77 >>78 >>79 칭찬 고마워ㅠㅠㅠㅠ실력에 비해 많이 칭찬받는 것 같아서 부끄럽다
부반장과 대화하는 건 쉬웠다. 그냥 화제가 떨어질 때쯤, 그 애가 흥미있어할 것들을 던지면 됐다. 생기부, 팝송, 바다, 조금 이상한 선생님에 관한 것들. 그것 외에도 눈사람 이야기나 뼈가 부러졌던 경험담과 같은, 부반장이 말하기 좋아하던 것들을 몇 알고 있었다. 한마디를 던지면 세마디가 돌아올 만한 것들을. 연락이 바로 오지 않는 건 여전했고, 꽤 재밌게 답해주는 것도 똑같았다. 그냥 부반장다웠다. 우리는 예전처럼 메세지가 간간이 오가는 사이가 됐다. 이미 대답을 아는 탓에 자동응답기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었지만, 부반장은 가끔 예전과는 다른 대답을 하기도 했다. 그런 차이점이 보일 때마다, 나는 어떤 대답이 우울의 징후인지 생각하고는 했다. 나만이 알아볼 수 있는 구조신호를 보는 것 같았다. 조금 귀찮고, 또 조금 뿌듯했다. 옆에서 핸드폰만 하는 친구를 두고 부반장에게 카톡을 보낸 것도 그런 이유였다. “유아야, 누구랑 카톡해?” “부반장이랑.” 친구가 내 핸드폰을 흘깃 보더니 자신의 것으로 시선을 돌렸다. 내쪽에 신경을 끈 것 같았다. 부반장은 늘 그랬듯이 카톡을 바로 읽지는 않았다. 지루함에 고개를 꺾었다. 친구의 핸드폰이 시야에 걸쳐졌다. “아.” 나는 나도 모르게 짧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우리 무리는 나까지 다섯명일 텐데, 분명히 그럴 텐데. 애들과 나 사이에 벌써 균열이 일진 않았을 텐데. 나는 겉에 드러난 균열만을 알고 있었나. 세번째인 만큼, 이번에는 고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친구가 내 쪽을 돌아보는 게 느껴졌다. 나는 핸드폰에 고개를 박다시피 했다. 검은 액정에 내 얼굴이 비쳤다. 재미있는 표정을 지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머리카락을 앞으로 내려 얼굴을 가렸다. 곧 시선이 거두어졌다. 타닥거리는 타자소리가 선명했다. 나는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주변의 다른 소음이 아니라, 그 조그만 타자소리에. 그 소리를 따라 몸에 힘이 들어갔던 것 같다. 멍하니 보고 있던 액정이 밝아졌다. 내가 전원 버튼을 눌렀나. 부반장의 카톡이 와 있는 게 보였다. 나는 읽지 않았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요? >>85 1.아이들에게 따진다 2.아이들에게 묻는다 3.모른척한다 4.자유 >>83 앞부분에 이상한 표현이나 비문은 틈틈이 고치고 있어! 바로 앞 레스는 애매한 것 같아서 표현 조금 바꿨어ㅠㅠ
조금씩 풀어나가려고 했는데, 소설이 아니라 앵커판이다 보니 글을 쓰는 법이 다르네. 앵커판이 낯선 스레주라 미안해 "옆에서 핸드폰만 하는 친구를 두고"나 "세번째인 만큼, 이번에는 고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에 집중해서 봐주면 좋겠어. 앞으로는 좀 더 명확하게 써 볼게! 다들 봐줘서 고마워 +부반장이 총 두번 자살했으니 세번 돌아간 게 맞아! 하지만 레스주 캐해석도 아주 좋아
내 기억으로는 2학기의 시작까지는 내 무리와 그럭저럭 지냈던 것 같다. 그 카톡방은 매번 있었겠지만, 내게 티를 낸 시기는 그랬다. 그러니까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아야지. 튕겨져 나가더라도 덜 비참하고 싶었다. 사실은 튕겨나가고 싶지 않았다. 나는 저녁까지 부반장의 메세지를 읽지 않았다. 나는 부반장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친구관계 양호, 상위권, 가정형편 양호, 선생님과의 관계도 양호. 뭐가 그 애를 죽음까지 몰고 갈 수 있다는 걸까. 내가 더 힘들 텐데, 그 애는 왜 죽는 걸까. 그 배부른 투정에 내가 어울려 줄 이유가 있을까? 죽을 거면 죽어보라지. 부반장이 얼른 죽어서 시간이 되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일주일 전에는 그 카톡방이 없었을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어차피 그 애는 살아날 테니까. 나는 내 생각에 소스라쳤다. 부반장도, 애들도, 나도 끔찍했다. 사실은, 부반장이 죽어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죽음이라는 것은 이질적이지만, 시간이 돌아가는 것에 기뻐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더군다나 그게 망쳐버린 시간이라면.
유아는 어떻게 마음먹을까요 >>94 1.이번 루프에서 부반장을 포기한다 2.이번 루프에서 부반장을 말린다
특별할 거 없는 여름방학이 지나고, 예정대로 나는 내 무리와 약간 삐걱거렸다. 모든 게 알던 그대로였다. 부반장이 죽을 날을 셈하고 있는 나만 빼면. 자꾸 그 애가 죽어서, 모든 게 없어지고, 어쩌면 그 전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자주 부반장에게 말을 걸었다. 죄책감의 발산이었다. 우리는 다른 무리치고는 쉬는시간에 자주 어울렸고, 홀수인 무리인 탓에 둘이 모둠을 짓기도 했다. 그렇게 보는 부반장은 행복해 보였지만, 나는 한줌의 불안을 놓을 수 없었다. 부반장이 이번에도 죽으면 어떡하냐는 질문과 부반장이 진짜 안 죽으면 어떡하냐는 불안이 자꾸만 떠올라서. 무리와 완전히 떨어진 건 아니었지만, 학년초부터 그랬듯이 두명씩 짝을 짓는 활동에서는 늘 내가 혼자 남았다. 그때와 달라진 것은 부반장도 매번 혼자 남아서 내게 왔다는 거다. 우리는 음악수행과 체육수행, 과학 실험을 함께 했다. 그리고 또 다시 음악 수행평가를 함께하게 된 날이었다. 두칸씩 띄워져 있는 음악실의 책상에 부반장과 나란히 앉았다. 부반장은 온갖 곡들을 리코더로 불어보고 있었다. “수행평가가 자유곡? 말이 되나 이게.” 혼잣말을 하듯이 남에게 말하는 것은 부반장의 오랜 습관이었다. 나는 이에 매번 대답하지 않을 정도의 권한과 거리를 가지게 되었고. “하고 싶은 곡 있어? 이중주는 별로 없겠지만, 악보 몇개 합치면 되니까.” 부반장이 그렇게 말했을 때, 나는 내 리코더 실력과 부반장이 자유자재로 불던 팝송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널 챙길 때마다, 너는 발목이 잡히고 있는 것 같았다. 그냥 리코더 자유곡을 정하는 것 뿐이고, 나는 리코더를 잘 못 분다고 말하면 되는 일인데. 그게 어려워서 나는 말을 반쯤 씹었다. “나 리코더 잘 못 불어.” “그럼 쉬운 거 하자. 아니면 내 파트만 좀 복잡해도 돼? 인생의 회전목마는 어렵나?” “어, 조금 그렇지?” “그럼 악보 몇개 찾아서 보낼게! 합격인 거 알려주라.” “나 악보 못 읽어….” “그럼 찾아올 테니까, 내일 같이?”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부반장의 친구들이 있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까부터 들려오던 사계의 봄이 저 애였구나. 나는 멍하니 부반장의 친구가 깔끔한 곡조를 뽑아내는 것을 보았다. 성적 비관 자살자일지도 모르는 애를 구하려고, 음악 수행평가 점수를 떨어뜨리고 있는 내가 작게 느껴졌다. 교실 전체가 내게서 한발은 물러선 것 같았다. “클래식이 취향이야? 우리도 저런 거 할까?” 할 수 없는 곡을 할 거냐고 물어오는 부반장이 끔찍했다. 시간이 한번만 더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인생의 회전목마를 충분히 잘 불 수 있게. 그래서, 내가 이 애를 살릴 수 있고, 나만이 이 애를 살릴 수 있고, 아직 친구인 내 무리의 넷과 계속 친구일 수 있게.
그렇게, 우리는 생각보다 괜찮은 학교생활을 보냈다. 부반장에게 기울어져 무리에게 매달리지 않은 탓인지, 그들도 굳이 나를 티나게 떨궈내지 않았다. 교실에서 낄낄대는 일이 없었다는 뜻이다. 어떤 때보다 평탄했다. 부반장만 살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 일을 반복하지 않게, 이 차악을 밀고 나가고 싶었다. 그런데, “유아 잘 챙겨줘. 선생님은 우리 부반장 믿는다.” “제가 챙김받는 거죠, 뭐.”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를 감싼 모든 게 일순 멀어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부반장이 나를 돕는 게 아니라, 내가 부반장을 돕고 있는 건데. 다른 사람들 눈에는 내가 매달리는 것처럼 보일까. 나는 그 애의 유일한 이해자인데, 나만 그 애를 도울 수 있고, 우울의 증후를 관찰할 수 있고, 그냥...그냥. 그때서야 내가 일종의 우월감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잘난 사람의 우울을 안다는, 나만 도울 수 있어 손을 내미는 그 시혜적인 태도. 남들이 보기엔 반대일 그 시혜적인 태도. 역시, 이번에도 자살할 거지?
나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나는>>106 1.부반장에게 화를 낸다. 2.부반장에게 죽음에 관해 언급한다. 3.악담을 한다.
너무 오랜만이지...짬이 도무지 안 났어. 지금은 잔여백신 맞고 오랜만에 쉬는 김에 쓴 거야. 아마 12월 중순 즈음으로 일이 다 정리될 듯해! 최대한 빨리 돌아올게. 이 이야기는 나한테도 소중한 만큼 꼭 완결을 보고 싶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스레요약 총 2번 루프 프롤로그 회차+루프 두번, 총 세번째 반복 첫번째 루프에서 자살 예정일에 약속을 잡아 부반장의 자살을 미룸 주인공은 본인의 무리와 마찰이 있음(루프 이전부터) 아마 주말연재가 될 것 같고...너무 늦게 돌아온 것 같지만 잘 부탁해
나는 부반장을 피했다. 따질 것 같아서였다. 정말 나를 챙겨준다고 생각하는지. 그래서 싹싹하게 군 건지. 그래서 노래방에 가자는 내 말을 군말없이 듣고, 내 갠톡에 꼬박꼬박 답장하고, 친구들 무리에서 빠져나와 나에게 온 건지. 너무 피곤해서 쉬어가겠다는 말은 빈말이었는지. 내가 부반장의 업무 중 하나였는지. 그래서 선생님의 말에 그렇게 자연스럽게 대답했는지. 부반장의 말투는 의외의 말에 대답하는 게 아니었다. 그 애는 목소리의 톤조차 바꾸지 않았다. 어쩌면 부반장은 담임선생님께 어필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자기소개서의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 날 챙기는 게 학종을 챙기는 것과 동일선상인지 궁금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묻고 싶은 말은 그거였다. ‘너도 자살 예방 캠페인을 하고 있었니?’ 둘 모두 자살 예방 캠페인을 펼치는 건 우습기 짝이 없는 일이라서.
그렇게 질문을 삼키고 삼키면서 말을 거는 부반장을 대강 상대하기도 며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죽을 애라면, 뭐든 물어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나는 몇명에게 둘러싸여 있는 부반장에게 충동적으로 다가섰다. 그 애들은 나를 보더니, 부반장을 원에서 내보냈다. 그 애는 몇걸음 다가와 줬다. “부반장,” “왜?” “끝나고 시간 돼? 카페 가자.” 부반장은 자신을 피하는 눈치였던 내가 말을 건 게 의외인 듯, 잠시 굳었다가 웃으면서 알겠다고 했다. 얘기하고 있던 무리에게 슬쩍 눈짓을 보내길래 말을 더 붙이려는 부반장을 무시하고 내 자리로 갔다. 그 애들에게 부반장을 빼았을 생각은 없었다. 의자가 끌리는 소리가 평소보다 요란한 것 같았다. 애들과 함께 떠드는 부반장은 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인기척에 돌아봤다가, 금세 거두어지던 시선들을 천천히 복기했다. 그건 자선사업을 보는 눈빛이었을까?
약속을 잡았다. 어떤 식으로 대화를 이끌어나갈까? 나는 >>115 1. 최대한 평소처럼 말한다 2. 직설적으로 묻는다 3. 마음에 담아놓은 것을 쏟아낸다.
어쨌거나, 나도 결국 자선 사업가였다. 부반장 앞에 앉아 있는 것만 봐도 그랬다. 그리고 부반장도 어쩌면 자선 사업가였다. 피후원자가 겨우 눈치챌 정도로 수완이 좋은. 그 똑똑한 사업가는 내가 자살에 대해 물어본다면, 동반자살 내지는 자살 암시 정도로 알아먹을 게 분명했다. “그 얘기 들었어?” “응?” 난 잠시 빨때 끝을 질겅거렸다. 단번에 들이킨 음료는 골이 울리면 울렸지, 머리를 선명하게 만드는 효과 따위는 없었다. “옆학교에서 또 자살한 애 나온 거.” “아…. 거기는 매번 나오더라. 아직 1학년인데 안타깝지.” “성적이 그렇게 큰 문젠가.” “누군가에겐 그렇지 않을까.” 부반장은 의외로 덤덤한 낯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성적은 아닌 걸까. 손톱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카페에서 틀어준 노래에 소리가 섞였다. 그러고 보니 손톱이 길었다. 깎는 걸 잊어버린 적은 몇번 없었는데. “그래도…, 꽤 상위권이었던데…. 뭐가 그렇게 힘들다고. 전교 꼴지로 떨어진 것도 아니고.” 부반장의 입술 언저리를 바라봤다. 눈을 바라보면 그 애의 동요를 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내 거짓말이 보일 것 같아서 차마 보지 못했다. 부반장은 입술은 안쪽으로 말아 몇번 씹고서야 말을 꺼냈다. “사람마다 다른 거니까.” “성적이 높아도 힘들다는 거구나….” 왜 당연한 걸 말하느냐는 시선이 따라붙었다. 조금만 더 하면 이 애가 계획에 대해 털어놓을까? 시험 준비를 한달 전부터 하는 부반장이 자신의 생을 끝낼 준비를 허투루 할 리가 없었다. 이주쯤 남은 지금, 그 애는 온갖 시나리오를 다 짜 두었을 게 분명했다. “너는 힘든 거 없어?” “딱히 생각나는 게 없는데….” 끈질기게 보고 있던 부반장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시선을 들자 휘어져 있는 눈이 보였다. 고맙다는 듯, 쑥쓰럽다는 듯. 카페의 불빛과, 마침 나오는 장조의 팝송과 잘 어울리는 모양새였다. 딱 편 어깨가 자살을 앞뒀다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당당했다. “그 자살한 애도 그렇게 말했을까….” “뭐?” 부반장은 이상하다는 듯 웃었다. 그 이야기는 그만하자고 했다. 예의가 아니라고 했다. 추모하지도 않을 거면서 얘기하지 말자고. 걱정해 줘서 고맙다고. ‘네 자살이 들킬까봐 그래?’ 부반장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애는 죽은 뒤 이런 이야기거리가 되기 싫다고 생각한 걸까. 비슷한 사람에게 느낀 동질감일까.
우리는 카페에 같이 갈 정도로 친해진 적이 없다는 듯, 일상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나는 부반장에게 말을 걸지 않았고, 그건 그 애도 마찬가지였다. 그래, 부반장은 죽어버릴 애니까. “나 그제 부반장 카페에서 봤어!” “그래?” “응, 근데 유아랑 언제 친해졌어?” 내가 엎드려 있어서 잔다고 생각한 걸까. 지나치게 큰 목소리가 거슬렸다. 반면에 부반장의 대답은 너무 조용해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겹쳐진 팔 사이 틈으로 눈을 굴려 그 애를 찾았다. 머리카락에 가려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나는 또 한없이 비참해졌다. 늘 목소리가 쨍한 부반장이 갑작스럽게 목소리를 낮춘 이유를 알 것만 같아서. 눈을 감자 교실의 소음이 파고드는 것 같았다. 다시금 높아진 부반장의 음성, 남자애들이 투닥거리는 소리, 아직은 친구들인 애들의 수다. 눈을 뜨고 다가가는 순간 어색해질 웃음소리들이 선명해졌다. 지나치게 소란스러웠다. 이곳은 너무 시끄러워서 부반장이 죽고 싶어할 것 같아.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다시금 멀어진 듯한 부반장. 나는 >>121 1.부반장에게 다시 다가간다 2.부반장을 관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