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1스레씩 적어서 장편소설 만들기

창작소설 2021/11/02 23:15:39

#1 이름없음 2021/11/02 23:15:39

초딩 때 일기쓰던 거 이후로는 글이란걸 한 글자도 적어본 적 없는데 갑자기 쓰고 싶은 이야기가 생겨서 해 봄 중간중간 잡담할 수도 있어 잇기 힘든 부분은 (...) 처리하고 나중에 마저 써야지

#2 이름없음 2021/11/02 23:35:34

내가 가장 처음 그 경이로움을 느낀 건 5살쯤 되었을 때였다. 나는 어린이 치과에 비치된 잡지에서 바퀴벌레는 머리가 잘려나가도 그 상태로 10일간 살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을 읽고 있었다. (...) 그 순간 호기심 많은 어린이의 마음은 생명의 놀라운 아름다움으로 벅차올랐다. 이후에 정말로 그렇나 확인해보기 위해서 바퀴 대신 개미의 머리를 떼어내보았던 것 같다. 가엾은 개미(의 3분의 2만큼)는 내 기대와는 달리 몸부림치다 곧 움직임을 멈췄다.

#3 이름없음 2021/11/03 15:09:25

아마도 그 기억은 내게 최초로 과학자의 마음가짐을 심어 주었다. 장래희망 발표에 활용하기는 좀 멋없는 일화지만, 사실이 그랬다. 정말로 그 일 덕분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나는 생물학자로 자라났다. 학자노릇 하는 것만으로 먹고 살 만한 세상은 아니라서 제약회사 밑에서 일한다. 연구직 이름을 달고 있지만 하는 일은 변변찮다. 회사가 내게 어떤 약물을 건네주면, 난 그걸 갖고 일차적인 실험을 한다.

#4 이름없음 2021/11/03 15:14:28

이 때 눈에 띄는 부작용이 보인다면 그 약물은 내 선에서 끝난다. 별 특이사항이 없다면 난 그걸 다음 연구팀에게 갖다주고, 그 다음 일은 알 수가 없게 된다. 그게, 나는 회사가 시키는 대로 일을 하긴 하지만 완전히 종속되었다고 보기엔 좀 모호한 위치에 있다. 오히려 회사가 나에게... 연구를 외주 맡기는 것과 비슷하다. 그렇기 때문에 난 애매한 외부인으로써, 내 손을 거쳐간 연구가 도대체 무엇에 쓰이는지 알기가 어렵다. 내 연구실조차 회사 본사와 완전히 멀리 떨어져 있다. 이 연구실은 이제 거의 내 집이다. 돈은 좀 되냐고? 아니다. 금전적인 관점으로 볼 때 이건 똥같은 직업이다. 만약 내게 생물학 전공을 꿈꾸는 조카가 있었다면 친절하게 조언해 줬을 것이다. 크면 제대로 된 곳에 취업하라고.

#5 이름없음 2021/11/04 22:48:35

아니 뭐, 생물학자란 직업에 장점이 전혀 없다는 건 아니다. 예를 하나 들자면 토끼 내장을 보고 싶을 때마다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것이다.(덤으로 포르말린도 들이마실 수 있다) 아니면 갑자기 머리를 너무 세게 부딪혀 내 혈액형이 뭔지 까먹었을 때 주변에 뾰족한 것만 있다면 즉석으로 알아낼 수도 있다.(감염은 본인 책임이다) 만약 이것들이 별로 유혹적이지 않다면 가장 중요한 게 하나 더 있다. 그건 바로 궁금한 게 생겼을 때 굳이 검색해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 직접 표본을 꺼내고 실험하는 것만큼 즐거운 것은 없기 때문이다. 마침 난 지금 새로운 과학적 유희를 하나 시작해보려 한다.

#6 이름없음 2021/11/05 08:58:39

오늘 내가 할 실험의 주된 목적은 저번 주에 합성한 효소가 인체에 어떻게 작용할지 알아내는 것이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효소는 상당히 특별한 녀석이다. (여기다 이 효소의 역할을 설명해야됨... 이 부분에서 복선을 좀 깔고 싶은데 그러러면 뒤쪽까지 써 봐야 생각날듯함) 효소는 보통 종 특이성이 없다. 만약 어떤 효소가 대장균의 몸 속에서 잘 작동한다면 사람 몸에 넣어도 똑같이 제 기능을 해낸다. 그러나 내가 오늘 확인해야 할 건 이 효소의 작용 여부가 아니다. 난 이게 사람 몸 속으로 들어가 제대로 자기 역할을 하기 시작했을 때, 인체에게 도대체 무슨 영향을 주는지를 알고 싶다. 이것이 별 부작용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그 다음엔... 모르겠다. 그 후의 일은 제약회사 사람들이 알아서 할 거다. 나는 냉동된 멍게를 꺼내러 냉장고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