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BL 미연시

앵커 2022/03/23 18:08:29

#1 이름없음 2022/03/23 18:08:29

미연시인듯 아닌듯 소설 형식으로 이어질 거 같아 우선 공략캐랑 주인공 설정부터 짤게! 나도 공략캐릭터에 속성을 하나씩 부여할 생각이야 주인공 이름:강현준 나이:18세 흑발, 173cm 보통체격, 눈물점이 있다. 약간 허세가 있다, 하지만 속으론 자존감이 낮고 자기 혐오가 심하다, 거짓말이 특기다.

#11 이름없음 2022/03/24 23:30:14

그럼 주인공은 다 정해졌으니 다음은 공략캐릭터! 첫번째 공략캐릭터 주인공의 병약한 소꿉친구 이름:소제서 나이:18세 옅은 갈색 머리칼, 180cm, 목 끝까지 내려오는 부드러운 곱슬머리 주인공에게는 한없이 너그럽고 다정하다, 남들에게 말은 안 하지만 외로움을 많이 탄다, 외로워질 때마다 주인공에게 문자나 전화를 하는게 취미다.

#20 이름없음 2022/03/26 00:45:52

와 레더들 진짜 왜 이렇게 설정천재들이 많아? 나 지금 감탄했어 두번째 공략캐릭터 까칠해보이는 주인공 반의 반장 이 혁 나이:18세 안경, 회색머리, 회색 가디건 공부 관련 얘기 아니면 반 애들이랑 말 안 함, 말 수가 얼마 없어 까칠해보이지만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 틱틱거림, 친해지면 티키타카 오짐

#22 이름없음 2022/03/26 16:52:22

4명까지 할 생각이야! 너무 많을까?

#30 이름없음 2022/03/30 23:20:38

세번째 공략캐릭터 같은 부활동을 하는 열혈 선배 김주성 19세 건강미가 느껴지는 구릿빛 피부, 185cm에 멋진 근육, 탈색한 금발 굉장히 인싸고 누구에게나 인기가 많음, 능글미가 뿜뿜하고 자기 주장도 세지만 역으로 당하면 말문이 막히면서 부끄러워 함, 그 부끄러움을 은근 즐기는 변태 테니스부

#39 이름없음 2022/04/03 14:02:44

세번째 캐릭터까지 완성됐네! 그럼 마지막으로 네번째 공략캐릭터 가끔 주인공과 같이 스터디하는 소심한 후배 이 연 17세 핑크 머리와 핑크 눈, 여리여리 호리호리한 체격과 하얀 피부, 170cm 사소한 일에도 깜짝깜짝 놀라는 게 콤플렉스라 여유있어보이는 주인공을 동경한다(주인공의 본성은 모름), 얀데레 끼가 있는 음침한 성격, 굉장한 금수저이지만 부모에게 방치되어 성장해 자기한테 잘해주는 주인공을 향한 집착이 심함.

#48 이름없음 2022/04/04 03:00:19

좋아! 참여해준 레더들 전부 고마워 조금 있다가 시작할게!!

#49 이름없음 2022/04/04 03:33:20

내 이름은 강현준.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학교에서 친구도 그럭저럭 있고 성적도 그럭저럭이고 성격 좋은척을 하지만 그건 전부 거짓말이다. 하...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해야할까. 그런 생각을 하며 힘 없이 등교하고 있을 때 >>50이(가) 내 이름을 부르며 달려왔다. 놀란 나는 곧바로 웃음을 띄우고 그를 쳐다봤다. >>50이 공략캐릭터 중에 한 명 정해줘~

#51 이름없음 2022/04/04 06:01:48

다가온 이 녀석은 소제서.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소꿉친구다. 키는 나보다 좀 크지만 보고 있으면 꼭 큰 대형견이 따로 없다. "뭐야, 소제서 너였냐? 아침부터 기운도 좋다." "응, 현준아. 좋은 아침. 그런데 현준이 너 어디 아파? 평소보다 기운이 없어보이는데..." 설마 아까 표정이 굳은 걸 본 건가? 이건 잘 얼버무릴 수밖에 없어. 괜찮아, 자주 있던 일이니까. "야, 소제서. 이 형아도 생각할게 있을 땐 무표정이 되기도 하거든? 뭐, 무표정인 나도 꽤 멋있지 않냐?" "맞아, 현준인 언제나 멋있어. 그래도 혹시 고민이 있다면 말해줘. 우린 친구잖아." "어? 어어, 그치~ 너도 상담할 거면 나한테 해. 이 형아가 딱 해결해줄게." 제서가 환하게 웃었다. 솔직히 언제나 상냥하고 다정한 제서에게 거짓된 모습을 보여줄 수 밖에 없는 자신이 원망스럽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무도 나 같은건 좋아하지 않을테니까... 오늘도 억지로 가면을 쓰고 학교에 도착했다. 반 아이들 몇 명이 나에게 인사를 건네며 다가왔다. "야, 현준! 오늘 점심시간에 축구할거냐?" "너는 벌써부터 축구 할 생각밖에 없냐? 공부나 좀 하지?" "쫄리냐? 천하의 강현준이가 설마 쫄려서 빼는 거임?" "웃기는 소리 하지 마. 좋아, 오늘 내가 너 개박살 내준다." 시시껄렁한 대화를 나누며 떠들고 있으니 누군가가 다가와 말을 건다. 고개를 들어 그 쪽을 쳐다보자 아니나 다를까, 이 반의 반장. 이 혁이다. "시끄러워. 곧 수업 시작이니까 자리에 좀 앉지?" "쟤는 맨날 저래. 공부 로봇도 아니고." "근데 쟤 좀 재수없지 않냐? 반장이라고 항상 뭐라고 하고." "강현준, 너는 쟤 어떠냐?" "나? 나는..." 55까지 얘기해보고 >>55 가 현준이가 어떻게 말할지 적어줘!

#56 이름없음 2022/04/04 18:28:51

"나는 뭐...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저렇게 열심히 사는 애도 있어야 우리반 평균점수가 조금이라도 올라가지 않겠어? 그것보다 너, 쟤가 안 듣는다고 뒤에서 그런 얘기하는 거 아니다." 일부러 씩 웃으며 그 녀석 이마에 가볍게, 아프지 않도록 딱밤을 튕겼다. 그러자 그 애는 아프다, 죽겠다는 식으로 엄살을 부려댔지만 적당히 무시하고 자리에 앉았다. 노력을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건 나도 뼈저릴만큼 아니까 그런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자리에 앉았는데도 어디선가 계속 시선이 느껴졌다. 무시하려했지만 집요하게 쳐다보는 바람에 그 쪽을 살짝 바라보니 반장이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뭐지? 나 뭐 잘못했나? 내 얼굴에 뭐 묻었나? 그런 마음에 이리저리 더듬거리고 있었더니 이혁이 풋하고 작게 웃었다. '앗, 웃었다.' 곧바로 다시 고개를 돌려버렸지만 분명히 봤다. 저런 표정도 짓는구나 싶었다. 적당히 수업을 듣고 쉬는 시간. 엎드려 쉬고 있는데 누군가 내 등을 툭툭 쳤다. 그 사람은 >>58 1. 이 혁 2. 같은 반 애가 누가 찾아왔다고 알려줌(이 경우에는 누구인지도 알려줘)

#59 이름없음 2022/04/04 19:26:04

이혁은 내가 무슨 일이냐는 듯이 바라봐도 한참동안 아무 말도 하지않고 가끔 헛기침만 하며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뭐야, 아까부터 진짜 내 얼굴에 뭐 묻었나? 그나저나 별 일이네, 그런 걸 다 알려주러 오고. 원래 숙제 걷어갈 때 빼고는 말도 안 걸던 녀석이었는데. 근데 언제까지 멀뚱히 서있기만 할건데. 어쩔 수 없지. "반장이 나한텐 무슨 볼 일인데? 저기, 나 어제 애들이랑 늦게까지 놀아서 피곤하니까 할 말 없으면 좀 가줄래? 아니면 혹시 숙제 안 낸거 있었던가?" "그... 아까 전에..." "아까 전에? ...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는데." 이혁의 얼굴이 이상하게 붉다. 아침에 했던 말을 들은건가? 크게 신경쓰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괜히 건드리지 않는게 좋을것 같아서 모르는 척을 했더니 뭔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한숨을 내쉬고 말한다. "아니다, 내일 영어 숙제 잊지말고 내." "어? 어... 그래." 그 말만 하고 다시 자기 자리에 가 앉는다. 대체 뭐였던 거야? 근데 내일 영어 수업 없는데. 헷갈렸나? 저 녀석도 사람이긴 하군. 잠시 이상한 생각을 하며 멍때리고 있던 와중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지루했던 수업이 끝나고 기다리던 점심시간이 되었다. 반을 빠져나가며 오늘의 식단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오늘 반찬 뭐냐?" "가지 볶음?" "아, 극혐. 그냥 매점이나 조지러 갈래?" "매점에 사람 겁나 많을걸? 대신 국이 부대찌개임." "안 오고 뭐하냐? 급식 먹으러 가야지." 하여간 단순한 놈들. 급식실에 도착해 배식을 받고 어디에 앉을까 고민하는 사이에 누군가가 내 팔을 끌고 가 자리에 앉혔다. 당황하는 같은 반 애들의 목소리가 들리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끌려와 앉았는데. "강현준, 어디 가!" "냅둬. 쟤 인기 많아서 급식 먹을 때마다 누가 끌고 감." "야, 다 먹고 운동장 와라!" 대충 대답하고 내 옆자리에 앉은 사람을 바라봤다. 거기에는 나를 빤히 쳐다보는 >>60이 있었다.

#62 이름없음 2022/04/05 15:49:23

"뭐야, 선배였어요?" "응, 마침 네가 보이길래 끌고 왔지. 테니스부에 착실히 좀 나오면 안 돼?" "그 말하려고 무작정 끌고 온거예요?" "아니~, 부장으로서 부원도 독려하고 친한 후배랑 밥 먹으면서 얘기도 할 겸?" 친한 후배는 무슨... 마음에도 없는 소리나 하고. 이렇게 아무한테나 잘해주니까 바람둥이라는 소리나 듣지. 아무튼 지금 먹으라는 밥은 안 먹고 날 놀리기에 바쁜 이 사람은 나랑 같은 테니스부의 부장, 김주성. 언제나 당당하고 자기 주장도 확실히 해서 멋있다고 생각하지만 가끔은 귀찮다. "놀리지 마세요. 선배 말마따나 부활동도 제대로 안 나가는 후배가 뭐가 예뻐서 같이 밥을 먹어요?" "지금 그렇게 말해서 삐진거야? 삐졌냐? 응?" "아니거든요? 제가 이런걸로 삐질 사람으로 보여요?" "어이구, 우리 강현준씨가 뭐가 또 마음에 안 들어서 삐딱선을 타셨을까?" "아, 그러니까 그런거 아니라니깐요?!" 처음부터 끝까지 웃으면서 상대하니까 더 짜증난다. 나 말고도 신경쓸 후배가 얼마나 많을텐데 굳이 나한테 와서 이러냐고. 더 이상 대꾸하지않고 밥이나 먹고 빨리 자리를 뜨기로 했다. 그러자 선배는 졌다는 듯이 두 손을 들어보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그 큰 손으로 내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으아아아!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나 때문에 그러다 체할까봐. 천천히 먹으라고. 앞으로는 부르면 꼬박꼬박 참석해, 축구만 하지말고. 나 간다!" 그러고보니 저 사람, 이미 다 먹은 식판을 들고 나가는 걸보니 일부러 올 때까지 기다린건가 싶다. 저렇게 후배 놀리기에 진심이라니... 이해할 수 없다. 밥을 다 먹고 운동장으로 갈까하다가 선배가 놀려서 그런지 다음 시간이 영어라 그런지 그다지 기분이 좋지도 않고 괜한 힘 빼고 싶지 않아서 교실로 돌아갔다. 남은 시간 뭐할까 생각하며 휴대폰을 들어 확인하는데 카톡이 한 통 와있었다. >>65로부터의 카톡이었다. 그리고 그 내용은 >>68 이다.

#69 이름없음 2022/04/06 18:27:55

[현준아, 오늘 학교 마치고 시간 있어? 괜찮으면 우리 집 놀러오지 않을래?] 뭐야, 제서잖아? 오늘 놀러오라고? 오늘도 딱히 특별한 일은 없으니까 괜찮지만... [아니, 시간 없어. 오늘 테니스부 연습이 있어서 안 될 것 같은데.] [... 아,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미안, 갑작스러웠지? 연습 열심히 해!] 꼭 주인에게 꾸중을 들은 강아지가 보이는 것 같다. 가끔씩은 강하게 밀고 나가도 될텐데. 왠지 귀엽다는 생각을 하며 답장을 써내려갔다. [농담이야, 시간 많아. 그럼 학교 마치고 너네 반 앞으로 갈게.] [응! 기다릴게. 그 때 보자!] 그러고보니 제서네 집에 가는 것도 오랜만이네. 어렸을 때는 자주 갔었는데 고등학교 진학 이후론 거의 안 가게 됐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친구들이 들어와 왜 운동장에 안 왔냐고 징징거렸지만 난 그 녀석들을 밀어내면서 나중에 매점 쏠테니 꺼지라고 했다.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지만 기분 탓이려니 하고 넘겼다. 그 뒤로 장난을 치기도하고 수업도 듣고 하니 어느새 하교 시간이 되어 제서네 반 앞으로 향했다. 아직 종례가 끝나지 않은 것인지 학생들이 반에 앉아있었다. '그러니까 제서 자리가... 아, 찾았다.' 교실 뒷문에 달린 작은 창을 통해 제서를 쳐다보니 시계를 힐끔 거리면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나를 봤는지 미소를 지으면서 이 쪽을 향해 손을 흔든다. 마치 놀이동산에서 회전목마를 타다가 발견한 어린애 같아서 조금 귀엽다. 얼마 지나지않아 아이들이 우르르 교실에서 나오고 제서도 나를 향해 다가왔다. "미안, 오래 기다렸지?" "됐어, 집이나 가자." "응, 가서 내가 맛있는 거 해줄게. 게임도 하고 책도 읽자!" "그래, 그래. 어? 네가 요리를 한다고? 아저씨랑 아줌마는?" "여행가셨어. 내가 두 분이서 다녀오라고 했어. 그래서 너 부른 거야." 우리 둘은 시시한 잡담이나 하며 집으로 향했다. 제서의 말대로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난 거실 소파에 앉아 적당히 시간을 떼우기로 했다. 그 시간에 제서는 뭔가를 만들겠다며 주방으로 들어갔지만 어떻게 할까? 제서의 요리 실력은 >>72가 1에서 100 다이스를 굴려줘 숫자가 높을수록 잘하는거야! 그리고 >>73이 현준이가 제서를 도와줄지말지 결정해줘 >>70 재앵커 달았어!

#74 이름없음 2022/04/06 19:31:48

도와주기로 한 현준의 요리 솜씨는 어떨까? >>75가 1,100 다이스 굴려서 정해보자!

#76 이름없음 2022/04/07 00:50:20

소파에 등을 기대는 순간 기억났다. 제서의 요리솜씨는 빈말로도 좋다고 할 수 없다는 걸! 그 사실이 기억남과 동시에 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제서에게 다가갔다. "소제서! 잠깐 기다려! 내가 도와줄게." "아니야, 현준인 그냥 앉아있어. 손님이잖아? 내가 해주고 싶어서그래." 제서의 배려는 고맙지만 이대로면 내 미각이 무사하지 못할 거야. 이건 무슨 수를 써서든 내가 돕는다! "그래도 너만 고생하는 건 내가 싫어서 그래. 나도 1인분은 할 수 있어." "어? 그, 그래? 그럼 미안하지만 같이 할까?" 제서가 살짝 볼을 붉히며 기분 좋은 듯이 웃었다. 뭐지? 뭐, 됐나. 제서도 기분이 좋은 것 같고 나도 내 미각을 지킬 수 있으니까. "그래서 뭐 만들건데?" "오므라이스! 맛있겠지? 현준이도 좋아하잖아." "대체 언제적 얘기냐? 이제 그런 어린애같은 요리 안 좋아해." "정말...? 그럼 다른 거 할까?" "... 아냐. 그거 해." 제서는 자각이 없겠지만 제서의 버려진 강아지 같은 얼굴은 나도 모르게 모든 걸 허락하게 되어버리는 마법의 표정이다. "그러면 야채를 내가 썰테니까 현준이는... 구경을...!" "뭐야, 그게. 난 내가 알아서 잘 하니까 너나 집중해." 고기를 볶으면서 제서의 움직임을 눈에 담았다. 불안한 칼질에 삐뚤빼뚤한 야채가 도마 위에 놓여있다. 금방이라도 손가락을 베일 것 같... 아, 결국에 베였다. "아! 아파..." "야, 괜찮아? 조심 좀 하지! 구급상자 어딨어?" "저기, 거실 TV 옆에." "일단 지혈부터 좀 하자." 피가 방울방울 베어나오는 손가락을 휴지로 감싸 꽉 쥐었다. 제서가 아픈 듯이 표정을 찌푸렸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느 정도 피가 멎은 뒤에는 구급상자를 가져와 간단히 치료했다. "고마워. 현준이는 치료도 능숙하구나?" "네가 덜렁대니까 그렇지! 이제 조심해." 그 후 이어진 요리 시간은 사고방지에 온 힘을 쏟아야했다. 음식이 타거나 간이 너무 세지 않게 조절해야했고 무엇보다 제서가 그걸 몰라야했으니까. 그렇게 요리가 완성될 시점에는 거의 혼이 빠져나가있었다. 제서는 기쁜 듯이 웃고 있었지만. "이제 먹어볼까? 분명 우리 둘이 같이 했으니까 맛있을거야." "어... 그래... 같이... 했으니까." 걱정 반, 피곤함 반으로 먹은 오므라이스의 맛은 >>79였다. 1. 엄청 맛있었다. 천상의 맛. 2. 그럭저럭 평범했다. 3. 못 먹을 정돈 아니었다. 4. 요리가 아니라 연금술인지 의심했다.

#82 이름없음 2022/04/07 09:13:46

한 입 떠먹는 순간 느꼈다. 이 오므라이스 맛없어! 못 먹을 정도로 망친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맛이 없었다. 그 고생을 했는데 이런 맛이 나오다니 역시 제서 혼자뒀으면 오늘 저녁은 배달음식이 될 뻔했다. "현준아, 이거..." "소제서... 예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내가 만든 것 중에 제일 맛있어! 나도 하면 할 수 있구나? 고마워. 역시 현준이가 도와줘서 그래." "... 맛있어? 네가 맛있으면 나도 맛있다..." 반짝반짝 눈을 빛내는 제서때문에 사실대로 말할 수도 없이 만든 걸 전부 입 안에 집어넣어야만 했다. 이게 제일 맛있는 거라니, 제서는 예전부터 그랬지만 심각한 요리치가 분명했다. 식사를 마친 후 디저트니 뭐니 또 손대려는 제서를 말리고 게임이나 하기로 했다. "그럼 방에서 기다려. 마실 거라도 들고 갈게." "같이 가자. 너 또 들고 오다가 넘어져서 다 쏟으면 치우는 것도 일이야." 제서는 냉장고를 열어 안 쪽에서 한 번에 뭔가를 꺼냈다. 그리고 그걸 내 손에 쥐어줬다. 뭔지 확인하려고 내려다봤더니 딸기 우유 하나가 쥐여져있었다. 이게 뭐냐는 듯이 제서를 쳐다보자 제서는 당당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거 좋아하지? 전에 맛있다고해서 사놨어." "응, 좋아해. 근데 이걸 왜 사놓은 거야? 너 이런 거 안 먹잖아." "어? 그, 그게, 네가 맛있다고 해서 먹어보려고 했지~ 자, 얼른 방에 가서 게임 하자!" "그냥 하면 재미없잖아. 우리 내기 할래? 게임해서 진 사람이 이긴 사람 소원 들어주기. 어때?" "나 게임 잘 못하는데... 현준이가 원한다면 어쩔 수 없지." 나는 방 안에 들어가 제서가 준 딸기 우유를 마시며 게임기를 붙잡고 집중했다. 뭔가 바라는 게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이기는게 기분이 좋으니까. 옆을 살짝 바라보니 제서도 답지않게 손을 꼬물꼬물거리며 한껏 집중하고 있었다. 누가 이겼을까? >>84

#87 이름없음 2022/04/07 19:00:39

-현준이는 요리도 잘하고 게임도 잘해~ 사실 머릿속에 아무 플롯이 없는 상태라 늦어질 수도 있어 게임을 못한다는 제서 본인의 말과 달리 꽤 접전 끝에 간신히 이겼다. 게임화면에 뜬 WIN과 함께 제서가 아쉬운 듯 중얼거렸다. "아깝다! 조금만 더 하면 이길 수 있었는데! 그래도 현준이가 엄청 잘해서 그런 거니까..." "아냐, 너도 잘하던데 뭘." "이번에 엄청 열심히 했어. 소원권을 얻고 싶었거든." "그런 거 없어도 부탁하면 들어줄텐데 굳이?" 소원권을 얻고 싶었단 말에 제서 상대로 너무 진심으로 했나싶어 양심이 콕콕 찔려왔다. 제서는 머쓱하다는 듯이 목덜미른 살짝 쓸며 대답했다. "그치만 그런 건 기분이라는 게 있는 거잖아. 나중에 다른 거해서 얻어낼거야! 그래서, 현준이 소원이 뭐야?" "제서야... 난..." "괜찮아. 천천히 얘기해도." 심각해진 내 표정에 제서도 진지해졌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 내 마음 속에 감춰뒀던 비밀을 누구에게라도 털어놓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곧 자연스럽게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냥 이 강현준님 친구로 오래오래 같이 지내. 그거말고는 없어." "현준이도 참~ 당연한 걸 소원으로 빌면 어떡해. 이번 건 무효!" "어... 그거 말고는 원하는 게 없는데... 나중에 말해줄게." "알았어!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진 말아줘." 제서가 부드럽게 대답해서 조금 울컥했다. 난 표정을 들키지 않게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고개를 들었을 때는 슬슬 집에 가야할 시간이었다. 그 때 제서가 내 옷깃을 잡아당겼다. "오늘 나 혼자 있는데 자고 갈래...?" 현준이는 자고 갈까? >>89 침대에서는 누가 자고 소파에서는 누가 잘까? 아니면 같은 곳에서 잘까? >>90

#92 이름없음 2022/04/08 00:16:02

"소제서. 너 아직도 혼자 못 자?" "아, 아니야. 집에 나 혼자 있어서 그래!" "너 어릴 때부터 혼자 자는 거 무서워했잖아. 유치원 다닐 때도 항상 내 옆에 꼭 붙어서 잤잖아. 아닌가?" "그 때는 그랬지만 지금은 나도 다 컸다고." 유치원을 다닐 무렵에도 제서는 항상 나와 같이 낮잠을 잤다. 다른 사람과 같이 자지 않더라도 쿠션이나 인형을 껴안지 않으면 잠들기 싫어했다. 내가 보기엔 어둠이 무서운 것 같다. 본인 말로는 품이 비는 게 허전해서라는데 중학교에 올라가면서는 부끄러운지 그냥 자고 있긴하다. "우리 제서가 무섭다는데 친구된 도리로서 같이 자줘야겠네. 먼저 씻고 와. 그동안 나 부모님한테 연락드려야 되니까." "나 씻는동안 어디 가면 안 돼! 약속이야, 알았지?" "네, 네~ 걱정말고 씻기나 하세요." 제서는 도망가지말라고 몇 번이나 강조하고는 욕실로 들어갔다. 부모님께 전화를 할까하다가 간단히 문자 한 통을 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까 저녁을 먹은 설거지가 그대로 남아있다. 기다리는 동안 할 일도 없었기에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다 됐을 때, 갑자기 등 뒤에서 포근한 느낌과 함께 상쾌한 냄새가 났다. 제서가 내 뒤에서 내 어깨에 고개를 얹고 있었다. "여기서 뭐해? 나 다 씻었는데 현준이도 얼른 씻어. 내일도 학교 가야지." "씻어야지. 아, 그러고보니 난 바닥에서 잘테니까 이불 빌려주라." "바닥에서 자면 추워. 그러다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침대에서 자." "그럼 넌 어쩌고? 너야말로 몸도 약한 애가 따뜻하게 자야지." "음... 그러면 같이 침대에서 자면 되지않을까? 이걸로 현준이도 나도 따뜻하게 잘 수 있네. 내 침대 생각보다 넓어." "뭐? 같은 침대에서? 난 진짜 아무데서나 자도 괜찮아. 뭣하면 거실에 있는 소파에서 잘게." "아무데서나 자도 괜찮은거면 침대에서 자자. 응? 부탁해. 나 무서워..."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지만 제서도 완강했다. 결국 제서의 '그 표정'에 당해 같이 자게 되었다. 게다가 무섭다고 하면 내가 싫다고 할 수가 없잖아. 다 씻고 나오니 제서는 이미 침대에 누워 자기 옆자리를 팡팡치며 들어오라고 하고 있었다. 들뜬 것이 소풍 전 날 잠들지 못하는 초등학생 같아 나도 모르게 살풋 미소짓고는 그 옆에 누웠다. 역시 남자 두 명이 눕기엔 조금 좁았지만 붙어서 자면 어떻게든 괜찮을 것 같았다. "이러니까 옛날 생각 난다, 그치? 초등학생 때는 놀다가 들어와서 이렇게 같이 지쳐서 잠들기도 했는데." "그러게. 그 때랑 비교하면 너무 커버려서 좀 좁지만. 너 어릴 때는 나보다 작았잖아. 언제 혼자 그렇게 큰 거야?" "후후, 어릴 땐 자주 아팠으니까. 지금도 건강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우리는 어린 시절 있었던 일을 하나 둘 얘기하며 추억에 잠겼다. 초등학교 입학식, 첫 소풍, 처음 싸웠던 날, 가을 운동회 등등 이런저런 얘기를하다보니 어느새 졸음이 몰려왔다. "그러고보니 현준이도 많이 변했네. 성격이라던가 행동도 전부." "...그런,가아?" "고등학교에 입학하고나서 그랬잖아. 이미지 변신이라도 한 거야?" 제서의 말이 가물가물하게 들려온다. 제서가 그 뒤로 뭐라뭐라 더 얘기하는 것 같았지만 결국 졸음에 져버렸다. 의식의 마지막 순간에 느꼈던 건 누군가가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는 감각이었다. 눈을 뜨니 옆에는 제서가 없었다. 벌써 아침인가 싶어 일어나니 주방에서 뭔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잠이 확 달아나 달려가니 제서가 웃는 얼굴로 날 맞이했다. "아, 현준아. 좋은 아침. 잘 잤어? 내가 아침을 만들어봤는데 이거 먹고 학교 가자." 제서가 만든 아침 메뉴는 >>93 그 요리의 맛은 >>94 현준이는 그 요리를 >>95

#96 이름없음 2022/04/08 13:37:27

식탁에 놓인 것을 보고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뭘까? 저 까만 물체는. 한동안 멍하게 서있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접시에 담긴 것을 찬찬히 살펴봤다. 모양을 보면 토스트를 하려고 한 건지 구워진, 아니, 타버린 식빵과 엉망인 모양의 계란 후라이가 어지러이 놓여있었다. 식탁에 앉는 것도 잊고 눈 앞의 토스트라고 할 수 있을지 알 수없는 것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에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한참동안 가만히 있는 것을 본 제서가 내 눈치를 살폈다. "열심히하긴 했는데... 미안해, 좀 망쳐서..." "아니, 잘 했네. 맛있겠다. 잘 먹을게." 우물쭈물하던 제서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무언의 압박을 받던 나는 긴장된 마음으로 한 입 크게 베어물었다. 의외로 맛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하지만 그런 기대를 배신하듯이 마치 한약을 원샷때린 것 같은, 미친듯이 쓴맛이 느껴졌다. 다행히도 옆에 놓여져있던 우유와 함께 어찌저찌 삼켰다. 진지하게 어떡하지 싶은 순간에 제서의 해맑은 웃음에 져서 꾸역꾸역 억지로 전부 삼켰다. 맛이 좀 독특하긴 했지만 제서가 좋다면 나도 상관없다. 지옥같은 식사를 마치고 학교로 가던 중 어제 점심시간부터 계속 끈적히 달라붙는 시선이 신경쓰여 제서에게 집에서 챙겨올게 있으니 먼저 학교로 가라고 했다. 제서가 거부하는데 어떡하지? >>99 1. 제서와 같이 간다. 2. 잘 달래서 먼저 보내고 누군지 확인해본다.

#102 이름없음 2022/04/09 01:36:48

-내가 현준이 캐릭터성을 망친게 아닐까 걱정했는데 좋아해줘서 고마워! 같이 가자는 제서에게 금방 다녀올테지만 혹시나 너까지 지각하게 만들 수는 없으니 먼저 가라고하자 제서는 못마땅한 표정이 됐지만 순순히 내 말에 따라주었다. 제서에게 손까지 흔들어주고 간 것을 확인한 뒤 숨어있는 누군가에게 나오라고 하기도 전에 한 사람이 내 눈 앞으로 다가왔다. 저 특이한 분홍빛 머리는 분명히 연이일텐데. "선배... 조, 좋은 아침이네요...!" "응, 연아. 좋은 아침. 이 시간에 등교해?" "네? 아, 아뇨. 매일 다른데 선배가 보이길래 뛰어왔어요. 선배는 이 시간에 등교하시나봐요?" "평소에는 좀 더 일찍 등교하는데 오늘은 일이 좀 있어서." 이 아이는 이 연, 시험기간은 물론이고 가끔씩 도서관이나 카페에서 스터디를 하는 후배다. 워낙 낯을 가리는 녀석이라 친해지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이제는 말도 먼저 걸고 많이 나아진 모양이다. "아~ 혹시 그 친구 분 때문인가요? 부럽네요. 선배와 친구라는 게..." "친구? 누굴 말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게다가 나랑 친한 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나랑 친해져서 좋은 것도 없는데." "아... 제, 제가 선배랑 친... 친하다고요? 아, 아, 네, 네에... 선배는 친절하네요. 선배랑 더 친해지면 좋겠어요." 어쩌다보니 이 아이에게 동경받고 있지만 그건 내 겉모습만 보고 그런 거겠지. 그래서 이 애한테는 계속 멋진 모습만 보여주고 싶다. 더 친해지면 들킬지도 몰라... 하지만 이제와서 친하게 지내지 말자고는 말 못해. "어엉, 그래. 더 친해질 수 있지. 연이도 상냥하니까." 연이가 어쩐지 고개를 숙이고 몸을 부들부들 떤다. 몸이라도 안 좋은건가? 그러고보니 연이랑 대화하는 동안 따라붙던 시선이 사라졌다. 내 착각이었나, 기분 탓이었나. 하긴, 나 같은걸 지켜볼 사람이 어디 있다고. 자의식 과잉이야. "저어, 선배. 혹시 오늘 시간있으면 저랑 같이... 카페라도 안 가실래요? 같이 공부해요..." "잠시만... " 오늘은 특별한 일이 >>103 있다, 없다로 대답해주면 돼! 있다면 어떤 일인지도 적어줘

#105 이름없음 2022/04/09 15:32:48

맞아, 오늘 테니스부 전원 집합날이었지. 원래도 제대로 안 나가긴 했지만 어제 선배 부탁도 있고 이러다 1학년들한테 질 수도 있으니까 부장은 짜증나고 연이한테 미안하긴해도 나가긴 해야겠다. "미안한데 오늘 테니스부 연습이 있거든. 그래서 안 될 것 같아. 나중에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 선배. 그러면 견학하러 가도 돼요?" "그래, 아마 부장도 좋아할거고 오면 나도 좋지." 연이는 왠지 모르겠지만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했다. "선배가 저보다 테니스부 연습을 더 우선해서 좀 슬프니까 머리 쓰다듬어주세요." "여전히 어리광이 심하구나, 우리 연이는." 익숙한 손길로 연이의 부드러운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러자 연이가 쓰는 특유의 복숭아 향 삼푸냄새가 났다. 머리색도 꼭 복숭아 같은데 복숭아 향까지 나다니... "그거 알아요? 사실 저 예전에는 이 샴푸 안 썼어요." "진짜? 근데 왜 바꾼 거야?" "응, 평범한 냄새였는데 선배가 그랬잖아요. 꼭 저한테서 복숭아 냄새 날 것 같다고. 선배의 취향에 맞도록 바꿨어요." "그랬던가?" "그랬다구요! 기억하지 못하다니 너무해!" 속상하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인 연이는 엄청 상처받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기억에 없는 걸로 봐선 아마 지나가는 말로 얘기한 걸 꽤나 신경쓰고 있었나보다. "나 때문에 바꾼 거야? 이야, 나 좀 감동인데?" "가, 감동까지 받을 필요는 없어요! 선배 말이잖아요. 난 다 기억해요..." 연이가 말끝을 얼버무리며 시선을 피했다. 그게 또 귀여워서 웃었더니 연이는 고개를 돌려 나를 한참 쳐다보고는 자기도 웃었다. 연이네 반까지 데려다주고 반에 들어가니 친구들이 늦었다며 주성 선배가 오늘도 안 오면 섭섭해서 울어버릴 거라고 전해달라며 킥킥댔다.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가 지나가고 방과 후 시간이 찾아왔다. 분명 엄청 빨리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연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연이에게 이런저런 말을 걸며 테니스부로 향했다. "선배, 저 오늘은 왔어요. 감사하죠?" "그래. 참 고맙구나. 근데 옆은 누구야?" "얘는 연이라고..." 선배와 내가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연이가 끼어들었다. "저는 >>106" 연이와 주성 선배의 시선이 부딪혔다.

#107 이름없음 2022/04/10 00:41:24

"저는 현준 선배 남자친구예요...! 아, 그러니까, 남자인... 친구요..." 연이가 대뜸 내뱉고는 눈치를 보듯 말소리가 점차 작아졌다. 빤히 쳐다보는 선배의 시선을 견디지 못하겠는지 시선도 점차 내려간다. 주성 선배는 잠시 말문이 막힌 듯 하더니 크게 한 번 웃고는 내 어깨에 팔을 둘러왔다. 그러고는 더더욱 영문 모를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가? 난 진짜 남자친구인데. 하하, 물론, 농담이야." 주성 선배는 농담같지도 않은 농담을 하고 그대로 실력을 확인한다며 모든 부원에게 서로 대결하도록 했다. 오랜만에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라켓을 잡고 코트로 향하는데 연이가 내 옷깃을 꾸욱 잡았다. "선배, 저 사람이랑 친해요?" "부장? 글쎄다, 저 사람 속은 나도 모르겠거든." "저 사람이랑 친하게 지내지마요. 저, 저 사람 싫어요." "싫어? 부장이 그런 평가를 받은 것도 오랜만이네. 장난이 심하긴해도 본성이 나쁜 사람은 아니야." "...전 그래도 싫어요."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티를 내는 연이를 잘 타이르다가 부장이 자신의 연습상대가 나라며 또 불러내는 바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다가 연이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손을 들어 얼른 가버리라는 동작을 취했다. 아, 삐졌다. 어떡하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현준이의 선택은 >>108 1. 연이를 내버려두고 일단 연습한다. 2. 연습을 땡땡이치고 연이가 원하는 걸 해준다.

#109 이름없음 2022/04/10 01:37:47

-연습을 하기로 한 현준쿤 과연 현준이는 테니스도 잘 칠까? 주성이와 현준이의 테니스 실력을 1,100 다이스로 정해줘! 김주성의 실력 >>110 강현준의 실력 >>111

#116 이름없음 2022/04/11 00:28:19

-요리도 게임도 잘하는 현준이지만 테니스는 못 해... 부장은 인기랑 통솔력이 좋아서 그렇다고 해주자... 사람이 라켓을 들었으면 공이라도 한 번 쳐봐야지! 연이한테는 나중에 사과해야겠다. 앉아서 구경이라도 하고 가라고 연이를 벤치에 앉히고 부장에게로 다가갔다. 오랜만이니까 실력이 떨어지지는 않았을까 걱정하며 서브를 넣었다. 하지만 어째선지 네트에 걸린 공은 상대쪽으로 넘어가지도 못하고 다시 이쪽으로 굴러왔다. 그 모습을 본 주성 선배가 웃음을 참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다른 후배들도 보고 있는데 형편없는 실력을 보여주자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결국 선배는 참지 못하고 크게 웃음을 터트리고는 잠시 진정하고 말했다. "야야, 강현준. 너 연습 안 나올 때부터 내가 알아봤지! 아니다, 원래부터 테니스는 못 했던가? 그래도 공을 친 게 어디냐~?" "너무 오랜만이라서 감을 못 잡은 거 뿐이거든요? 그러는 선배는 얼마나 잘 한다고!" "너보단 낫지. 네 서브로 시작하면 오늘 안에 한 번 치지도 못할테니까 내가 서브 넣을게." 악! 열받아! 어떻게든 선배는 이기고 말겠다는 일념으로 공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러나 그렇게 집중하고 있던 게 무색하게도 네트에 걸리며 공이 넘어와 공은 그대로 땅으로 쳐박혔다. 순간 우리 둘 사이에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잠시 쉬며 우리를 보던 다른 부원들도 그저 우리를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선배, 부장 맞죠...? 어째 저한테 큰 소리 친 것치고는 실력이 형편없으신데요?" "어, 어라? 이게 왜 이러지? 하하하... 빗맞았나보다, 다시 갈게." 선배가 잔뜩 붉어진 얼굴로 어색하게 웃으며 다시 공을 쳤지만 이번에는 코트 밖으로 공이 날아갔다. 이 사람, 힘조절을 못하는 것 같다. 선배는 이제 터지기 직전인 얼굴로 아무 말 없이 공을 쳤지만 방향이 전혀 이상한 곳으로 향했다. 힘조절은 고사하고 에임이 구렸다. 하지만 내가 서브를 날리면 날리는 족족 네트에 걸리거나 넘어갔다치더라도 방향이 영 이상했다. 생각해보니 나도 에임이 구렸다. 선배와 함께 대결을 하던 부부장이 새삼 대단해보였다. 볼 때마다 빡쳐있던데 그 이유가 이해가 갔다. 그 뒤로도 몇 번 시도하던 우리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벤치에서 쉬기로 했다. 선배와 나는 이미 얼굴이 달아오를대로 달아올라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았다. 그러자 선배가 답지않게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부장이 이래서 네가 안 나오는 건가. 부원들 다 있는데 부끄럽게 이런 모습이나 보이고." "... 부장이 노력해서 테니스부가 이만큼 커졌잖아요. 게다가 좋은 사람이니까 다들 잘 따르는 거죠. 제가 안 나오는 건... 부장때문이 아니니까 너무 그러지마요. 게다가 실력은 우리 둘 다 형편없잖아요." "우리 강현준이 위로도 할 줄 알고 다 컸네... 내가 좋은 건지 부원들이 좋은 건지 다들 잘 따라주니까 나는 고맙지. 실력없다는 말은 굳이 안 했으면 더 좋을 뻔했는데. 아무튼 고맙다, 현준아." 선배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잔잔히 미소지었다. 어느새 지기 시작한 태양이 선배의 금발을 비춰 더 반짝거리게 했다. 항상 밝기만 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런 표정도 지을 줄 아는구나. 선배는 읏샤하고 일어나더니 손뼉을 쳐 모두의 시선을 모았다. "오늘은 이만하고 집에 가자. 다들 수고했어!" "수고하셨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간 한적한 테니스 코트. 나도 돌아가려는데 어느새부턴가 연이가 없었다. 역시 이런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서 실망했겠지. 나 같아도 그랬을 것이다. 어차피 나는 형편없는 사람이니까 미리 떠나는 게 그 애한테도 좋을 거야. "집에 안 가? 나 락커룸 잠그고 간다?" "잠깐만요! 아, 진짜!" "나도 빨리 집 가고 싶어. 오늘 여러모로 지쳤으니까." "그건 저도 마찬가지거든요?" "얼른 가. 피곤하잖아. 아, 근데 '네 남자친구'는? " "놀리지 마세요... 저도 놀랐거든요?" 언제 풀이 죽었냐는 듯이 또 씩 웃으며 장난을 건다. 괜히 걱정했나 싶다. 어쨌든 내일은 주말이기도 하니 간만에 푹 쉬어야겠다. 오늘은 새벽까지 책을 읽을 수도 있고 게임을 할 수도 있고 영화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집으로 향하며 이런 저런 잡생각을 하느라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전봇대에 부딪혔다. 아, 엄청 아프잖아... 이거 붓겠는데? 앞머리로 가리면 티는 안 나겠지? 이마를 슬슬 문지르며 집에 들어갔다. 씻고 밥을 먹으려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의 발신인은 >>117

#118 이름없음 2022/04/11 18:04:28

이 시간에 누구지, 또 제서인가 싶어 발신인을 확인했지만 모르는 번호였다. 그냥 끊어지게 두려는데 끈질기게 걸려온다. 하는 수 없이 한숨을 쉬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강현준 학생 휴대폰이 맞나요?" "네. 제가 강현준인데요. 누구시죠?" "아, 나야. 이혁. 전화를 꽤 안 받네." "미안, 나 모르는 전화는 잘 안 받아서. 그건그렇고 무슨 일이야?" "반 공지사항이 있어서." "뭔데?" "내일부터 미술실 수리가 있을 예정이라 미술 수업은 자습으로 바뀌었어." "엉, 땡큐. 그럼 끊는다." "잠깐만!" 막 통화종료 버튼을 누르려는 찰나 이혁이 큰 소리를 내며 붙잡았다. 평소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크게 감정 변화가 없던 녀석이라 깜짝 놀랐다. "깜짝이야! 뭐야, 갑자기. 할 말 남았어?" "놀래켜서 미안. 그냥 꼭 감사 인사를 해두고 싶었어. 고마워... 끊을게." 그리고는 내가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전화는 끊어졌다. 뭐야, 대체. 알 수 없는 감사에 의아함을 느끼며 식사를 다 끝마쳤을 무렵 아까 그 번호로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이거 내 번호야. 내가 공지사항도 전달해주고 앞으로 자주 연락할 지도 모르니까 저장해놔.] 그리고 곧 이어 또 한통이 도착했다. [아, 맞다. 나 이 혁이야.] 지금 누구일지 모를까봐 급하게 보낸 건가? 혹시 내가 까먹었을까봐 급하게 문자를 덧붙인걸 생각하니 조금 귀여웠다. 항상 완벽하게만 보였는데 의외로 허당이구나. 난 그 부탁대로 휴대전화의 이혁의 전화번호를 꾹꾹 눌러 저장했다. 내일은 또 뭐하냐. 집에 사람이 없다는건 꽤 쓸쓸한 일이다. 오랜만에 시내에 쇼핑이라도 나가볼까 하며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 눈을 떠보니 이미 아침 11시를 조금 넘긴 시점이었다. 아직도 침대에 더 누워있고 싶은 몸을 이끌고 거실에 나와 티비를 켰다. 보통 이 시간대에는 그다지 재미있는 건 안 하기 때문에 멍때리며 있기에 좋다.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정신을 차린 뒤 어제 저녁에 먹었던 반찬을 꺼내 대충 먹고 씻은 후 나갈 준비를 했다. 자전거를 타고 갈까했지만 귀찮기도하고 꽤 덥기도해서 지하철을 타기로 했다.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가는데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저거 분명 이혁인것 같은데. 어디 가는건가? 말 걸어 볼까? 아니, 친하지도 않은데 오버하지 말까? 어떻게 할까? >>120 1. 다가가서 아는 척 한다. 2. 모르는 척하고 내 볼일이나 본다. 3. 아는 척은 하지말고 어디가는지 몰래 따라가본다.

#121 이름없음 2022/04/11 23:37:52

친하지도 않은데 친한 척을 하면 오히려 기분 나빠할 수도 있고 내가 그렇게 호감상도 아니니까 내 볼 일만 보고 돌아가는 게 최선이지만 저 범생이가 어디에 가는지 조금 호기심이 생기긴 했다. 그래서 들키지않게 몰래 뒤를 밟기로 했다. 이혁은 이동하면서 계속 휴대폰의 자판을 두드리며 뭔가를 했다. 그 녀석은 꽤 오랫동안 이동했다. 그리고 내린 곳은 시내에서 조금 벗어난 마을이었다. 지하철에서 내리고나서부터는 이혁은 계속해서 주위를 경계했다. 그렇게 경계하면서 들어간 곳은 낡은 서점이었다. 역시 그럼 그렇지. 맥이 빠져 한숨을 쉬었는데 이혁은 낡은 서점이 아니라 그 옆의 피씨방으로 들어갔다. 이혁과 피씨방이라니.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아닌가. 조심조심 녀석을 따라 들어가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지 계속 말소리가 들려왔다. "아, 잠시만요. 제가 조금 있다가 다시 연락드릴게요." 그러더니 이혁은 안경을 고쳐쓰고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거기, 이제 나오지? 아까부터 졸졸 따라다니고. 대체 뭐하는 짓이야?" 모른 척을 하고 가만히 있으려다 벌써 들킨 거 정체를 드러내는 편이 좀 더 낫지 않을까싶어 뻘쭘하게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가자 이혁은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뭐야, 왜 네가 여기있어? 네가 날 따라온거냐?" "어, 나 시내에 볼 일이 있었는데 마침 네가 보이길래 어디가나 싶어서. 절대 이상한 뜻이 있는 건 아니야!" "일단 나가자. 서점이라도 들리자." "너 게임하려고 온 거 아니야? 그럼 하고 가. 굳이 힘들게 이 먼 곳까지 왔잖아. 왜 여기까지 온 거야?" "네가 알 거 없어. 바로 옆에 서점 있으니까 가자. 네 수준에 맞춰서 문제집이라도 추천해줄테니까." 자꾸만 이 상황에서 벗어나려 내 옷소매를 잡아당겨 이 장소에서 빠져나가려 한다. 게임 하나 하겠다고 굳이 이 먼 곳까지 온 이유, 나를 보고 당황한 이유, 필사적으로 이 상황을 피하려는 이유. 난 그 이유를 알고있다. 나도 그것과 다름 없는 행동을 매순간 하고 있으니까. 난 그 손을 오히려 단단히 잡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 바로 옆에 앉아 내가 자주 하던 게임을 켰다. "야, 너도 이거 해?" "어? 어... 하긴 하는데." "그럼 빨리 접속해. 나랑 하고 가자. 아까 전화하던 분도 불러." "이미 접속해 있을걸. 너 잘해?" "이 형아는 못 하는 거 없다." 시작은 반쯤 억지였지만 하면 할수록 이혁은 즐거워보였다. 그리고 예상 외로 게임도 무척 잘했다. 난 그 녀석의 길드원들과 파티를 맺기도하고 레이드도 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한참 게임을 즐긴 우리는 기지개를 쭉 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아~ 재밌었다!" "... 그러게. 야, 강현준. 오늘 있었던 일... 다른 사람한테는..." "말 안 해. 누구나 숨기고 싶은게 한 두개쯤은 있잖아. 나도 있고." "근데 너, 이마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받아치며 이혁을 향해 씩 웃었는데 바깥에 나오자 바람이 불어 어느새 상처가 드러난 것을 본 것 같았다. 이혁이 내 이마로 손을 뻗었지만 나는 잽싸게 그 손을 저지했다. "괜찮아. 좀 부딪혔을 뿐이야. 신경 쓰지 마. 그냥 놔두면 나아." "그래도 제대로 치료해. 건드리면 아프잖아." "알았다고. 이제 집에 가?" "가야지. 시간도 늦었고. 저녁먹을 시간이니까." "얼른 가자. 오늘 재밌었어. 잘 가라." "... 고맙다. 언젠간 빚은 갚아줄게. 잘 가고 치료 꼭 해." 우리는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오늘 발견한 이혁의 새로운 모습. 다른 사람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서, 지금까지 쌓아온 이미지를 무너뜨리는 게 무서워서 꽁꽁 숨기고 있는 게 나 같아서 차마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 계속 신경이 쓰이고 이혁이 이마 상처를 지적하는 바람에 의식하게 되어 이마가 계속 욱신거렸다. 그렇게 여러 생각을 하며 집 앞에 도착했는데 누가 서있는 것을 목격했다. 그 사람은 >>122

#124 이름없음 2022/04/12 02:29:33

>>123 혁이는 현준이랑 친해지고 싶은 샤이보이일 뿐ㅋㅋㅋㅋㅋㅋ -어쩌다보니 혁이랑 관계가 엄청 진전됐는데? 나도 결말이나 플롯이 없어서 좀 재밌다ㅋㅋㅋㅋㅋㅋㅋㅋ 독특한 분홍색 머리를 보고 바로 연이인 걸 알았다. 연이가 왜 우리 집 앞에 있지? 분명히 그 날 테니스 연습을 보고 실망해서 돌아간 거 아니었나? 한참 집 앞에서 머뭇거리는 연이를 불렀다. "연아~ 우리 집엔 무슨 일이야?" "앗, 선배... 아직 마음의 준비가... 드릴 말씀이, 아니, 사과부터 할게요, 죄송합니다!" 연이가 날 보자마자 횡설수설하더니 거의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사과했다. 내가 당황하며 연이를 말리고 진정시켰다. "괜찮아, 괜찮으니까 진정하고 차근차근 말해볼래?" "그, 어제 멋대로 돌아가버려서 죄송해요... 테니스부, 억지로 따라간 것도 정말 죄송해요... 저는, 저는 그런 일을 하려고 한 게 아니었어요.선배, 제가 싫어졌나요? 제가 잘못했으니까 싫어하지 말아주세요..." 끝으로 갈수록 연이는 거의 울먹이고 있었다. 나는 연이의 행동에 전혀 화나지 않았을 뿐더러 귀여운 후배를 싫어하게 될 일도 없다. 누군가한테 미움받는 건 굉장히 아픈 일이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내가 남에게 그런 아픔을 주고싶진 않다. "괜찮아, 연아. 나 화 안 났어. 그런 걸로 널 싫어하지도 않아. 너야말로 내가 싫어지지 않았어? 평소에 멋있는 척은 다 해놓고 막상 부활동도 제대로 못했는데." "아뇨, 전 그런 선배도 귀여웠어요. 아, 귀엽다는 말은 실례죠...? 게다가 오히려 선배도 못하는 게 있구나 싶어서 친근감이 느껴졌어요. 저는 잘하는 게 없어서, 제가 정말 좋아하는 선배가 이런 나를 싫어하면 어떡하지 하고 항상 불안했거든요." 이 아이도 나랑 똑같구나. 뭐든지 못하기 때문에 불안하고 남들이 날 싫어할 거라는 생각. 그래도 연이는 날 싫어하지 않았어. 그것만으로 너무 감사해. 그러니까 나도 의지가 되고 싶어. "그랬어? 그랬다면 오히려 다행인가. 우리 좀 더 친해진 것 같은데? 그러면 지금 찾아온 건 사과하려고 온 거야?" "더, 더 친해졌... 선배랑... 네, 네에... 제 잘못에 대해 사과드리고 싶어서, 그런데 어떻게 말해야할지 몰라서 망설이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어디 갔다오는 길이세요?" "시내에 잠깐 다녀왔어. 잠시 쇼핑이나 할까 해서. 그런데 구경만 하다가 아무 것도 못 사고 돌아왔지 뭐야." "그랬군요... 아, 선배! 이마! 다쳤나요? 괜찮으세요? 어떡해..." 아무래도 어느정도 진정이 돼서 주변이 보이게 된 거겠지. 겉모습만 요란할 뿐 그다지 크게 다친 것도 아닌데 과하게 걱정을 받으니 민망해지기 시작했다. 연이는 어쩔 줄 몰라하다가 자신이 치료해주고 싶다고 했다.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었던 나는 그대로 연이와 함께 집으로 들어왔다. "선배, 구급 상자 어딨어요?" "글쎄, 서랍장 어딘가에 넣어뒀을걸? 아니, 진짜 별 거 아니야." "제가 찾아올게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내가 극구 사양해도 연이는 쏜살같이 서랍장 이곳저곳을 살폈다. 잠시 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연이가 돌아와 조심스러운 손길로 상처를 소독하고 커다란 거즈를 대고 그 위에 반창고를 붙였다. 이러니까 오히려 더 아픈 사람 같은데...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연이는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날 쳐다봤고 난 습관처럼 연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역시 선배 손길이 제일 기분 좋아요." "연이 머릿결이 엄청 좋아서 쓰다듬는 맛이 있어. 그러고보니 저녁 안 먹었지? 같이 먹고 갈래?" "헉, 네! 네네! 꼭 먹을래요. 선배는 요리도 잘 하죠? 기대돼요!" "극히 평범한 실력이라 아마 너네집 요리사 분들이 하시는 거에 비하면 소꿉장난일테지만. 뭐 먹고싶은 거라도 있어?" "저 선배가 해주는 거라면 다 좋아요. 그래도 굳이 꼽자면 컵라면?" "컵라면을...?" "네! 저 한 번도 먹어본 적 없어요. 라면을 먹고싶다고하면 요리사씨가 유기농 재료로 육수부터 끓여주시니까요. 제가 먹고 싶은 건 그런게 아닌데 말이죠." 연이는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나랑 먹고 싶은 게 고작 컵라면이라니. 나야편해서 좋긴하지만 과연 사과하러 온 후배에게 컵라면을 먹이고 보내도 되나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몸은 착실하게 찬장 속 컵라면을 꺼냈다. 익숙하게 물을 끓이고 컵라면에 스프를 붓고 3분을 기다렸다. 연이는 뭐가 그렇게 기대되는지 눈을 반짝였다. 마침내 한 젓가락 먹었을 때 "와... 이거 진짜 맛있네요. 왜 이런 걸 못 먹게 했지?" "맛있다니 다행인데 진짜 이걸로 괜찮아?" "네. 전 만족해요." 그렇게 연이는 컵라면 2개를 해치웠다. 그 순간 연이의 핸드폰이 울렸다. "네. 이 연입니다. 아, 데리러 오신다구요? 네, 네. 네, 알겠어요." 전화를 끊은 연이가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전 더 있고 싶은데 기사 아저씨가 데리러 오신대요. 아버지가 찾으셔서... 그럼 월요일날 봐요!" "응, 잘 가. 학교에서 보자." 연이가 가고 나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오늘 처음 본 이혁의 새로운 모습에 대해서도 생각이 복잡한데 연이와의 대화에서 느낀 것이 더 생각을 얽히게 만들었다. 두 사람의 모습에서 나의 컴플렉스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했다. 그런 모습은 싫은데. 그래서 지금까지 노력했는데.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으며 침대에 누웠다가 그대로 잠들었다. 아침이다. 그런데 몸이 무겁고 일어날 힘이 없다. 어제 머리에 과부하가 걸린 탓일까, 아무래도 몸까지 영향을 받은 모양이다. 쉬는 날 아프다니, 최악이야. 침대에서 더 쉬려고 몸을 이불 속에 집어넣는데 누가 찾아왔는지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문을 열었다.밖에는 >>125가 서있었다.

#126 이름없음 2022/04/12 21:25:51

눈 앞이 어질어질해서 제대로 보이진 않지만 내가 아는 사람 중 나보다 큰 키에 목 끝까지 덮은 부드러워보이는 갈색머리를 가진 사람 중에 주말에 무턱대고 우리집까지 찾아올 사람은 제서밖에 없었다. 벽에 기대 무슨 일이냐고 묻자 제서는 우선 들어가서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기운도 없고 내쫒을 이유도 없기에 순순히 제서를 집으로 들였다. 집으로 들어온 제서는 신발을 벗자마자 나를 부축해 내 방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 너 왜 여기로 와?"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해야지. 내가 딱 보니까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였어. 빨리 침대에 누워." "안 아파. 게다가 멋대로 찾아온 건 너잖아." "고집 부리지 말고, 응? 내가 잘못했으니까 누워서 얘기할까? 지금 현준이 엄청 뜨겁단 말이야." 제서가 어린아이 달래 듯이 나를 타일렀다. 이 이상 거짓말을 해도 듣지 않을 것 같기도하고 솔직히 버티기 힘들었기 때문에 못이기는 척 침대에 누웠다. 제서가 내 이마를 슬슬 쓸었다. "이건 또 언제 다친 거야? 속상하게..." "길 가다가... 부딪혔어." "그래도 이번엔 제대로 치료했네? 기특해." "어, 그렇지, 뭐." 최대한 집중을 하며 대답을 하고 있는데 점점 눈꺼풀이 감긴다. 제서가 좀 더 자라며 손으로 눈가를 덮어주었다. 시원한 게 기분이 좋아진다. "시원해... 기분 좋아..." "그렇지, 물이랑 수건 들고 올게. 조금만 기다려." 침대옆에 앉아있다 일어나려는 제서의 손 끝을 가까스로 잡았다. 제서가 뭐 필요한거 있냐는 눈빛으로 쳐다보며 내 말을 기다렸다. "그냥, 옆에 있어줘. 잠시만... 응?" "... 현준이가 원한다면. 나 어디 안 갈테니까 어서 자." 그 말을 들은 나는 그제서야 스르르 잠에 빠져들었다. 눈을 떴다. 분명히 눈을 떴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어둠만이 펼쳐져있다. 나는 앞으로 천천히 나아갔다. 하지만 계속 걸어가도 보이는 건 그저 어둠 뿐. 얼마나 걸었을까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작았던 소리는 점차 커져 사방에서 들려왔다. 자신을 부정하는 소리, 자신을 깎아내리는 소리, 들리는 건 전부 부정이었다. 그 소리를 피해 달리기 시작했지만 그것은 끈질기게 따라왔다. 한참을 달리던 나는 깨달았다. 그것은 내 목소리라는 걸. 소리가 점점 듣기 싫은 음성으로 변해간다. "-아, 일--." "무슨 소리지?" "--준아" "안 들려..." "현준아!" 헉하고 큰 숨을 들이쉬며 눈을 떴다. 눈 앞에는 제서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현준아, 괜찮아? 안 좋은 꿈이라도 꾼 거야?" "제서야... 아, 아무것도 아니야. 응, 좀 이상한 꿈을 꿔서." "무슨 꿈이길래 그렇게 끙끙댄거야?" "걱정하지 마. 진짜 개꿈이었어." 제서가 땀에 달라붙은 내 앞머리를 정리해주며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물론 표정은 걱정돼죽겠다는 표정이었지만. "알겠어. 말하기 힘들면 말 안해도 돼. 일단 밥부터 먹자!" "밥?" 제서가 침대 옆 서랍장에 내려놓은 죽그릇을 들었다. 아직 따뜻한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다. 지금 제서 요리는 못 먹을텐데... "현준아, 이거 내가 >>127 !" 1. 배달시킨거야 2. 만든거야 만들었다면 그 맛은? >>128 1.믿을 수 없지만 엄청 맛있다. 2. 보통수준이다. 3. 못 먹을 정도는 아니다. 4. 연금술이다.

#130 이름없음 2022/04/13 12:25:20

"이거 내가 배달시킨거야! 직접 만들고 싶었는데 내가 아직 요리가 서툴러서 망칠까봐..." 오히려 고마워할 일이었다. 평소라면 몰라도 지금의 나는 제서의 요리를 억지로나마 삼킬 컨디션이 아니었다. 어쩐지 죽 색깔이 지극히 정상적이었다. 침대 헤드에 어떻게든 기대서 죽을 달라고 손짓했지만 제서는 쟁반을 자신의 무릎 위에 올리고 한 숟갈을 떠 내게 내밀었다. "야, 야. 혼자 먹을 수 있어." "내가 해주고 싶어서 그래. 자, 아~" "부끄럽게 뭐 그런 걸... 됐어." "솔직히 현준이 지금 숟가락 들 힘도 없어보여. 나 팔 아파, 얼른! 아~" "... 아~" 제서의 재촉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입을 벌려 받아먹었다. 평범하지만 그래서 맛있었다. 제서가 떠주는 족족 받아먹다 반쯤 먹자 더 이상 먹고싶지 않았다. 아무래도 몸 상태가 나쁘긴 한 것 같다. "이제 그만 먹을래." "그럼 이제 약 먹자." "그건 또 언제 준비한 거야?" "아까 현준이가 잘 때 나가서 사왔지." 제서가 준비한 건 시럽 형태의 해열제였다. 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그래도 준비된 것을 버릴 수도 없으니 물과 함께 얌전히 약을 먹었다. "현준아, 나 여기서 자고 갈까?" "안 돼. 너까지 상태가 나빠지면 큰일이니까." "뭐가 어때서. 감기도 아닌 것 같으니까 옮지도 않잖아." "그건 그렇지만..." "나, 현준이가 걱정돼서 잠도 못 잘 거라구..." 그래, 내가 널 어떻게 이기겠냐. 결국 제서는 부모님과 통화를 해서 외박하는 것을 허락받은 모양이었다. "이제 됐지? 이제 나는 없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있어." "너 같으면 편하겠냐? 할 거 없을텐데 게임이라도 해. 저쪽에 컴퓨터도 있고 거실에 TV도 있으니까..." "내가 알아서 할게요~" 그 뒤로 제서가 뭘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이마에 시원한 물수건이 놓인 것 말고는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새벽인지 사방이 깜깜했다. 고개를 돌려 시계를 확인해보니 새벽 4시였다. 침대 옆 의자에 앉은 제서가 꾸벅꾸벅 졸고있었다. "소제서. 일어나봐. 누워서 편하게 자." "으응...? 현준이 깼어? 난 좀 더 있다가 잘게." "나 이제 괜찮아. 몇 시간 뒤에 학교 가야되는데 그러다 수업시간에 잔다?" "그, 그래도..." "이리 와. 같이 자자. 아, 땀 때문에 축축해서 싫겠다." 내가 조금 옆으로 가 자리를 만들며 그 자리를 한 두번 손으로 툭툭 쳤다. 하지만 곧 이불이 땀에 젖어 불쾌한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제서는 상관없다는 듯이 내 옆에 누워 자신의 이마와 내 이마를 서로 맞댔다. "흠, 이제 열은 많이 떨어진 것 같은데..." "저, 저기... 야... 좀 떨어져." "불편해? 좀 더 바깥으로 갈까?" "하아... 잠이나 자자. 잘 자." "응, 현준이도 잘 자!" 다음 날, 침대에 제서는 이미 없었고 대신 쪽지 한 장이 남겨져있었다. [나 집에 가서 교복으로 갈아입고 올게. 학교 먼저 가도 돼.] "일단 씻고 생각해볼까." 현준이는 완전히 나았을까? >>131 제서를 기다려볼까? >>132

#134 이름없음 2022/04/14 11:02:53

나는 천천히 씻으면서 생각해보니 어제 그렇게 지극정성으로 돌봐준 제서를 두고 가는 것은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결국 제서와 함께 학교를 가기로 결정한 나는 후다닥 씻고 나와 문자를 보냈다. [학교 같이 가자. 내가 먼저 나갈 거 같지만 내가 늦어도 우리집 앞에서 조금만 기다려.] 교복으로 갈아입은 나는 잠시 주방을 쳐다보다가 아침은 건너뛰기로 했다. 누군가가 차려주면 먹겠지만 혼자 있다보니 가끔씩은 귀찮아서 먹지 않는다. 책가방까지 꼼꼼히 확인하고 집 밖으로 나섰다. 역시 아직까지 제서는 오지 않았다. 시간은 7시 10분. 천천히 걸어가도 늦지 않을 시간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서가 날 발견하고 활짝 웃으며 달려왔다. "현준아~! 오래 기다렸어?" "나도 나온지 얼마 안 됐어." "그럼 학교 갈까? 올해도 같은 반이었으면 좋았을텐데." "난 오히려 반이 갈라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올해도 같은 반이면 6년째 같은 반이잖아." "우린 가족같은 사이인데 뭐 어때~" 어찌되든 상관없는 얘기를 하며 걸어가는데 누군가와 어깨를 부딪혔다. 꽤 세게 부딪혔는지 아니면 내가 기운이 없어서 그런지 몸이 크게 휘청거렸고 놀란 제서가 나를 다급히 끌어안았다. "괜찮아? 다친 데 없어?" "어, 어어... 난 멀쩡해." "그럼 다행인데... 저기, 저기요!" 제서의 외침에 뒤를 돌아보는 사람들이 같은 교복을 입고 있는 걸로 보아 우리 학교 학생인 것 같았다. 그 사람들을 쳐다보는 제서는 처음 보는 무뚝뚝한 표정이었다. "뭐야?" "사람을 쳤으면 사과하셔야죠." "내가 친 거 아닌데. 거 뭐냐, 먄함다~ 됐지?" "하... 미친..." 그 사람들은 장난스럽게 손을 흔들며 사라졌고 나는 깜짝 놀랐다. 언제나 온화했던 제서가 차가운 얼굴로 작은 목소리로 욕을 짓이기듯 씹으며 내뱉었다. "야, 너 왜 그래?" "아. ...미안, 저 사람들 태도에 좀 화나서... 많이 놀랐어...?" "너도 사람인데 욕 정도는 쓸 수도 있지. 그것보다 너 진심으로 화난 거 처음 봤어." "화내면 뭐해. 화내면 나만 힘들다고." 한숨을 내쉰 제서가 언제나의 웃음을 띄고 내 손을 잡아끌었다. "이러다 지각하겠어." "아직 시간 충분... 그래, 지각할지도 모르겠다. 어서 가자." 시간은 별로 지나지 않았지만 그 모습을 잊어주길 바라는 것 같아 말을 돌리며 발걸음을 빨리했다. 교문에 들어서니 >>135의 뒷모습이 보였다.

#138 이름없음 2022/04/15 13:01:31

-현준이가 어깨를 쳤더라도 제서는 저랬을 것 같아... 몇 발자국 떨어지지 않은 곳에 이혁이 서있었다. 내가 다가가 가볍게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야, 안녕?" "너였군. 그래, 좋은 아침이야." "오, 웬일이야, 네가 인사를 다 받아주고?" "어떤 말로 대답을 할지 고민하다보니 무시하는 것처럼 돼버렸을 뿐이야." "그런 거였냐?" 인사 하나에도 그렇게 고민을 하다니 생각보다 훨씬 신중한 성격인가? 아니면 엄청나게 낯을 가리는 성격인가? 갑자기 이혁이 내 옆을 흘끔거리며 묻는다. "그, 옆에는...?" "옆? 아, 얘는 내 소꿉친구인 소제서. 7반이야. 제서야, 이쪽은 우리 반 반장. 이혁." "소꿉친구... 였구나." "응, 난 소제서. 아까 들었듯이 현준이 소꿉친구야. 잘 부탁해." "그래, 난 이혁. 소제서... 기억해둘게." 생각 외로 두 사람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혁은 그렇다치더라도 제서가 부드럽고 친근한 성격이니 둘도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어색하지만 걸어가는 동안 세 명이서 얘기를 했다. 이혁은 제서가 있는 게 익숙하지 않은지 말을 별로 꺼내지 않았지만 제서가 자주 말을 걸어줘서 불편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우리 이제 이쪽으로 갈게. 나중에 봐." "그래. 수업 잘 들어, 현준아!" 그렇게 제서랑 헤어지고 반으로 향하는데 이혁이 말을 걸었다. "네 친구, 친절한 사람이네. 조금 묘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묘하다고? 어떤 점이?" "... 뭐, 우린 오늘 처음 만난 거고 내 착각일 수도 있으니까 신경 쓰지 마." "? 알겠어." 교실 문을 열자 공부도 안 하면서 왜 일찍 와있는지 모를 친구놈들이 손을 들어 내 뒤통수를 한 대 쳤다. 난 뒤통수를 살살 문지르며 녀석을 째려봤다. "야!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이야!" "늦었잖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네가 쓸데없이 빨리 오는 거거든? 공부도 안 하면서." "시끄러워. 오늘도 축구?" "넌 아침부터 또 그 소리냐, 이 축구무새야. 네 부활동이나 잘 나가." "사진부 개노잼이거든? 나도 운동부 들어갈걸. 근데 너 왜 쟤랑 같이 와?" "오는 길에 교문 앞에서 만났어. 별 말 없길래 같이 왔는데?" 친구는 신기하다는 표정을 짓고는 내 옆구리를 쿡쿡 찔러댔다. "쟤가 같이 걸어왔다고? 인사도 안 받아주는 놈인데 뭔 수로 같이 오냐." "그런 애 아니야. 말해보면 착한 애야." "강현준이 눈에 안 착해보이는 애가 어딨나?" "너요, 너." 또 그렇게 영양가 없는 소리만하고 떠들고 있으니 이혁이 그때와 똑같이 다가와 똑같은 소리만 하고 돌아간다. 좀 친해졌나싶었는데 내 착각이었던 것 같다. 얼마 후 선생님이 들어오고 수업이 시작됐다. 햇빛이 따뜻하고 선생님이 목소리가 자장가로 변해 잠에 빠지기에 충분했다. 그 때 옆자리에서 쪽지 하나가 나에게로 넘어왔다. 뭐라고 쓰여있을까? >>139 1.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모를 잡답 메모 2. 발신인 불명의 러브레터 (장난이든 진심이든) 3. 축구무새들의 축구 얘기 4. 그 외의 내용 (어떤 내용인지 말해줘)

#142 이름없음 2022/04/15 16:03:19

아 갑자기 떠올랐다 현준이가 다니는 고등학교 남고로 하는게 좋을까? >>140 여기서 잊으면 안 돼 이건 전부 현준이의 시선이라구

#146 이름없음 2022/04/15 20:10:42

자꾸만 재촉하는 옆 자리 친구때문에 조심스레 쪽지를 펼쳤을 때 난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건 무려 러브레터였다. 분명 보통 상황에서는 기뻐해야하지만 우리 학교는 남고다. 그러니까 이 쪽지인지 편지인지 모를 이것을 보낸 사람도 남자라는 말이다. 게이에 큰 편견은 없지만 그 상대가 내가 되는 것은 상상해본 적이 없다. 나는 편지를 건네준 녀석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누가 전해달라고 했어?" "나도 몰라. 나도 건네받으면서 강현준한테 줘. 라고만 들었거든." "미치겠네..." "뭐길래 그러냐?" "그게... 아무것도 아니다." 러브레터를 받았다고 소문내고 다닐 생각도 없고 편지 보낸 애를 곤란하게 할 생각도 없기에 이 일은 비밀로 해야한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편지 안에 쓰인 글자를 아주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오늘 점심시간에 옥상으로 나와줘. 하고싶은 얘기가 있어. 올 때까지 기다릴게.] 다시보니 어떻게보면 도전장이라고 할 수도 있는 애매한 문장이다. 차라리 도전장이라고 하는 편이 좀 더 마음이 편할텐데. 도전장이든 러브레터든 일단 얼굴보고 거절하든가 수락하든가 해야겠지? 누군지 알기라도 해야 좀 더 편할텐데. 반말인걸로 봐선 2학년 아니면 3학년인가? 스쳐지나간 사람이 너무 많다. 이놈의 넓고 얕은 대외용 인간관계는 도움 되는 날이 없다. 그래, 계속 고민해봐야 별 수 없지. 일단 부딪혀봐야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그 시간이 다가왔다. 난 단숨에 해결하려고 밥도 먹지 않고 옥상으로 향했다. 어차피 너무 신경 쓰여서 먹더라도 체할 것 같았다. "야! 너 또 어디가! 오늘 치킨 나와!" "입맛이 없어서 안 먹으련다." 긴장된 마음으로 옥상 문을 열었다. 근데 이게 왜 열려? 보통 잠가두지 않나? 옥상에 한 번도 안 와봤으니 알 수가 없다. 아무튼 들어가니 키가 조금 작은 남자애가 굳은 채로 조금 떨면서 서있었다. 그러자 내가 다가가자 고개를 꾸벅 숙였다. "어, 나와줘서 고마워. 강현준이지?" "응. 잠깐만, 너 며칠 전에 테니스부 입부한 애 아니야?" "나, 나를 알고 있어?" "중간에 입부하는 2학년은 드물기도 하고 나 사람 얼굴 기억하는 게 특기거든." "그랬구나... 대단해." "저기, 할 말이 뭔데?" "아, 그거...? 그게, 음." 고개를 숙이고 어쩔 줄 몰라하는 게 도전장은 아닌 모양이다. 어떻게 거절하지. 거절하기 너무 미안할 정도로 떨고 있다. "널 좋아해! 그래서, 그러니까... 나랑 사귀어줘!" "미안. 네가 남자라 그런게 아니라 난 아직 누구랑 사귈 생각이 없어. 미안해." "아... 그, 그렇구나. 미안해... 그냥 잊어줘. 나와줘서 고마워." 그 남자애는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났다. 우는 모습을 보니 내 탓은 아니지만 나쁜 짓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치 내가 거절이라도 당한듯 힘없이 교실로 들어와 책상에 엎드렸다. 잠시 후, 누군가 다가와 내가 엎드린 옆으로 빵과 이온음료를 조용히 내려놓았다. "얘는 왜 밥도 안 먹고 다녀..." "누구야..." "뭐야? 자고 있는 거 아니었어?" "그냥 엎드려 있었는데. 이거는 뭐냐?" "너 점심 안 먹었잖아. 뭐 좋아하는지 몰라서 대충 샀어." 이혁이었다. 확실히 무난한 선택이네. 소시지빵에 파워에*드. 그 와중에 탄산을 고르지 않은 게 이혁답다. "야, 소시지빵에 파*에이드가 뭐냐. 탄산이 국룰이지." "내가 못 마셔서 그 생각을 못했네. 미안하다. 다음에는 참고할게." "다음에도 점심 먹지말라고?" "뭐? 내 말은 그게 아니잖아!" "알아, 농담이야. 어쨌든 고맙다. 잘 먹을게." 그렇게 빵을 먹으면서 애써 복잡한 기분을 없애려 애썼다. 이혁이 그 질문만 꺼내지 않았다면 좋았을텐데. "궁금한게 있는데 너 왜 점심 안 먹었어? 오늘 치킨 나왔는데." "그건..." 여기서 현준이가 뭐라고 할까? >>149

#151 이름없음 2022/04/15 23:42:28

"어... 그게... 하, 이걸... 됐다, 아무것도 아니야." 아까의 광경을 떠올리니 저절로 식욕이 없어져 먹던 빵을 내려놓고 한숨을 쉬었다. 급격히 머릿속이 복잡해지며 지끈거렸다. 분명히 잘못한 일은 없는데 잘못한 것 같이 마음이 불편했다. 그렇다고 마음이 없는데 받아주는 건 그 애한테 진짜 못할 짓이고... 한참동안 머리를 싸매고 고민을 하고 있으니 이혁이 책상 앞에 쭈그려앉아 나와 눈을 맞췄다. "고민이 있으면 상담해줄게. 잘하진 못해도..." "너 연애해본 적 있냐?" "연애? 갑자기 왜 그런... 너 혹시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아니거든. 그럼 너 좋아하는 사람은 있어?" "어? 갑자기? 좋아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신경쓰이는 사람은 있어." "너도 청춘이구만. 됐다... 말한다고 되겠냐." 이혁이 눈썹만 한 번 까딱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더니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야! 갑자기 왜 그러는데." "말한다고 되겠냐..." "내가 뭐 잘못했어?" "에휴, 내가 말을 말아야지." 그리고는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는 건지 책을 펴 읽기 시작했다. 하긴 이 나이때의 남자애들은 사랑같은 간지러운 얘기에 면역이 없으니까 부끄러워하는 거겠지. 곧 다른 애들도 하나둘 교실에 들어오고 오늘도 축구무새들은 왜 안 왔냐며 찡찡댔다. 어쩌다보니 금요일부터 쭉 바람맞히고 있긴했다. 미안하니까 내일은 꼭 가줘야겠다. 그리고 6교시쯤 내일 수학 쪽지시험이 있다는 말을 들었고 오늘 저녁 뭐하지라는 생각이 쏙 들어갔다. 오늘 저녁엔 수학 공부로군. 오랜만에 연이랑 수학클래스인가. 근데 공부라면 이혁한테 부탁해도 될 것 같기도 한데 아까 뭐 때문에 그러는지 이쪽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제서는 안 혼내고 가르쳐줄 것 같긴한데 전혀 진도가 안 나가겠고 부장은... 실례일지도 모르지만 공부를 잘 할 것 같지는 않다. 누구에게 부탁해볼까? >>153

#154 이름없음 2022/04/16 10:04:02

하지만 세상은 항상 내 맘대로 안되는 법이지! 현준이랑 연이의 공부 실력은 1, 100 다이스로 정하겠어! 현준이의 실력 >>155 연이의 실력 >>156

#160 이름없음 2022/04/17 14:25:20

-현준이... 공부도 운동도 못하는 대한민국에서 착하기 쉽지않은 학생인데... 하던대로 연이랑 해야겠다. 화해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실망시킬 순 없으니까. 우선 문자 한 통 넣어둘까. [연아, 우리 오늘 같이 공부할래?] 몇 초 지나지도 않았는데 곧바로 답장이 왔다. [선배! 전 엄청 좋아요! 어디서 할까요? 저 분위기 좋고 음료가 맛있는 카페 알아요. 아니면 학교 도서관은 어때요? 시끄러운 거 싫어하잖아요.] 시끄러운 걸 싫어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연이가 사람이 많은 건 싫어하는 것 같아서 그렇게 말한 걸 기억하고 있었구나. 본의아니게 속이게 돼서 미안한걸. 연이가 가는 단골 카페는 맛도 있고 사람들도 잘 안 오긴해도 어쩐지 거기 사장님이 가끔씩 힐끔힐끔 거리셔서 기분이 이상한데. 그래도 피해주는 건 없고 오히려 잘해주시니까 큰 불만은 없다. 한참 고민하고 있었더니 연이에게서 문자가 하나 더 도착했다. [현준 선배? 무슨 일 있나요?] [아니야. 그럼 항상 가던 카페로 갈까? 수업마치고 1학년 교실로 갈게.] [네! 기다릴게요!] 수업이 끝나고 나는 수학책을 가방에 집어넣었다. 솔직히 수학에는 재능이 없다. 새삼 이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는 선배랑 같이 공부해주는 연이가 대단했다. 자기 공부하기도 바쁠텐데... 아, 자책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서둘러 계단을 내려가는데 올라오고 있던 연이와 마주쳤다. "연아, 많이 기다렸어?" "아니요. 저도 방금 마쳤어요. 그, 카페 가까우니까 걸어가도 되겠죠...?" "그럴까? 오늘 날씨도 좋으니까. " "네. 기사 아저씨께는 데리러 오지 말라고 했으니까... 느긋하게... 아, 아니, 열심히 공부해요!" 연이는 기분이 좋은지 평소보다 기운이 넘쳤다. 잠시 걸으니 카페에 도착했다. 언제나와 같은 미소를 지은 사장님이 우리를 반겼다. "선배는 항상 먹던 거죠? 딸기 듬뿍 라떼." "응, 연이는 뭐 마실래? 오늘은 내가 살게." "아, 안 그래도 되는데...! 저는 그럼, 선배랑 같은 걸로..." "사장님, 딸기 듬뿍 라떼 2개요." "네, 자리에 앉아 계시면 가져다 드릴게요." 자리에 앉자 연이가 내 맞은편에 앉았다. 그러더니 가방을 내려놓고 나에게 물었다. "선배, 오늘 공부할 건 어떤 거예요?" "내일 수학 쪽지 시험이 있거든. 그래서 간단한 문제랑 공식을 좀 풀어보려고." "수학... 학년마다 배우는 게 달라서 제가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 노력할게요!" 이미 연이 넌 충분히 노력하고 있어... 노력은 내가 해야지... 어쨌든 준비해온 책을 폈는데 솔직히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교과서에 실린 문제도 못 푸는데 내일 시험을 잘 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내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문제와 싸우고 있는 걸 본 연이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열심히 푸는 도중에 죄송하지만 여기 공식 틀렸어요." "어? 어디?" "괜찮으면 제가 좀 봐도 될까요?" 연이가 문제를 쓱 훑더니 차근차근 설명해주기 시작한다. 어쩌다보니 연이에게 처음부터 개념을 하나하나 듣고 있다. 그와중에 주문한 음료도 나오고 사장님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떠났다. "그러니까 여기서는 이거 말고 이걸 쓰시면 더 쉽게 풀려요. 어때요? 아시겠어요? 1학년 개념으로 설명하느라 좀 시간이 걸렸지만..." "응, 이제 좀 알 것 같아." "그럼 이거 풀어보실래요?" 분명 잘 들었는데 왜 못 푸는 거지? 진짜 난 빡대가리가 틀림없다. 절망감에 고개를 들지 못하자 연이가 일어나 내 옆으로 다가오더니 내 손을 꼬옥 잡고 작게 웃었다. "같이 풀까요? 저, 싫으면 싫다고 하세요..." "싫은 건 아냐... 좀 부끄러워서..." "앗, 저는 없다고 생각하세요!" 없다고 생각하려해도 손에 닿는 감촉, 귓가에 느껴지는 목소리와 숨결, 다정히 건네지는 말투. 자연히 신경이 쏠리게 되어있다. 그래도 연이가 끈질기게 가르쳐준 덕에 어느정도 이해가 됐다. 그 뒤로 몇 시간이나 연이가 내 옆에 꼭 붙어 설명과 문제풀이를 반복했다. 어째선지 연이의 눈이 시간이 갈 수록 빛났다. "아... 드디어 풀었어..." "와! 잘하셨어요! 역시 선배는 대단해... 잘했어요~" 테이블에 옆드린 나를 보며 연이는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가 항상 연이에게 해주던 행동인데 내가 받으니 어쩐지 기분이 묘했다. 강아지 취급을 받는 것 같기도하고... 그래도 연이의 조심스러운 손길이 따뜻해서 나도 모르게 웃었다. 결국 저녁 10시가 넘어서야 우리는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연이를 집으로 데려다주고 침대에 누우니 절로 잠이 쏟아졌다. 내일 시험 어떻게든 되겠지.., 다음날 현준이의 시험 결과는 >>162 가 1,100다이스로 정하거나 레스주 생각을 말해줘도 좋아 -솔직히 연이도 제서도 현준이가 자기들 강아지같은 얼굴에 약하다는 걸 알까?

#164 이름없음 2022/04/17 20:26:53

나는 연이와 공부한대로 최선을 다해서 문제에 집중했다. 그런데 잠을 자면서 다 까먹었는지 아니면 내가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인지 두세문제 푸는 게 고작이었다. 그것조차도 맞는지 틀렸는지 모르겠다. 어제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데... 나보다도 연이에게 미안해 어쩔 줄을 모르겠다. 이걸 어떻게 말해야하지? 연아, 미안해! 절망적인 학습 능력과 성적에 죄책감과 자기혐오가 크게 올라왔다. 이런 내가 너무 싫어... 자칫하면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주먹을 꽉 쥐고 입 안쪽을 가만히 깨물었다. "강현준, 나 완전 망함~ 현준님은 잘 보셨는지?" "......" "무시하냐? 반장이랑 친하게 지내더니 공부 못하는 애들이랑은 얘기도 안 해주냐? 섭섭해~" "그런 거 아니야..." 남의 기분도 모르고 계속 종알거리며 농담을 내뱉는다. 나도 안다. 고작 쪽지시험일 뿐이다. 아무런 문제도 없다. 그런데 이런 비참함을 느껴도 되는걸까.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교실을 빠져나가 복도를 달렸다. 그리고 곧바로 화장실에 틀어박혔다. 얼마지나지 않아 누군가 화장실에 들어왔고 내가 있는 칸 앞에 서서 노크했다. 내가 잘 아는 목소리였다. 노크 한 건 누굴까? >>166 -혁이면 교실에서 봤을거고 다른 애들이면 복도를 달려가는 현준이를 봤다거나 아예 다른 인물일 수도 있겠지?

#168 이름없음 2022/04/17 23:22:55

>>167 헉 어떻게 알았지? 들켰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혁이었다. "강현준, 안에 있지? 무슨 일 있어? 일단 나와. 나와서 얼굴보고 얘기해." "싫어. 나 신경쓰지말고 가." "신경쓰이게 해놓고 그렇게 말하면 내가 알겠어, 하고 가겠냐?" "그냥 가라고! 지금, 아무도 보기 싫어." 그러자 큰 한숨소리가 들리더니 다시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싫은... 아니다, 그럼 이렇게라도 얘기 좀 해." "할 얘기 없다니까! 왜 이렇게 날 못 괴롭혀서 안달인데!" 솔직히 말하면 화풀이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이 너무 괴로워서 누구랑도 얘기하고 싶지 않은데, 평소처럼 혼자 처리해버리고 싶은데 그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난 널 괴롭히려고 온 게 아니라 걱정이 돼서..."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누가 걱정해달랬냐고." 이를 꽉 깨물었지만 결국엔 눈물이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울음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최대한 소리를 억누르며 눈물을 소매로 훔쳤다. 이혁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너한테 고마워하고 있어. 네 덕분에 마음이 조금은 후련해졌어. 그러니까 나도 너를 도와주고 싶어. 내가 널 도와줄 수 있도록 적어도 문 열고 나와주면 안 돼? 그래도 네가 만약 싫다면 나도 더 이상 간섭하지 않을게." 처음 들은 이혁의 진심어린 말이었다. 쉬는 시간의 끝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그래도 이혁은 돌아가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기다려주었다. 나는 반쯤 포기한 심정으로 문을 열었다.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을 남에게 보여주는 것이 얼마만일까. 아주 오래전의 일인 것처럼 느껴졌다. 내 얼굴은 본 이혁은 살짝 놀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너, 울었어? 진짜 무슨 일 있어?" "별 거 아니야." "어제부터 너 진짜 이상해. 괜찮은 거 맞아?" "괜찮아." 항상 하던 거짓말을 입에 올렸다. 다정한 목소리에 또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소매로 거칠게 눈가를 훔치자 이혁이 재빨리 손목을 잡아챘다. "야, 그러면 아프잖아. 흐르게 내버려둬." "그래도 이 모습으로 교실에 돌아갈 수는 없어." "하아... 너 진짜 귀찮은 사람이야." 몇 번째일지 모를 한숨을 뱉은 이혁이 내 손목을 잡은 그대로 어딘가로 끌고 갔다. 도착한 곳은 보건실이었다. 내가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쳐다보자 이혁은 아무 말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선생님, 얘가 아프대요. 좀 쉬게 해줘야할 것 같아요." 무슨 소리냐는 듯이 쳐다보자 그냥 닥치고 있으라는 강한 눈빛이 나를 향해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그래? 알겠다. 저쪽 침대 비었으니까 쓰고 이름이나 제대로 적고 가." "네, 감사합니다." 여전히 어리둥절한 나를 이끌고 침대의 커튼을 젖힌 이혁이 나를 침대에 눕혔다. 그러더니 내 머리를 한 번 쓰다듬더니 일어섰다. "넌 아파서 이번 수업을 못 듣는 거고 난 그런 널 보건실에 데려다주느라 수업에 늦은 거야. 알았지? 불만 있어?" "... 없어." "좋아, 이걸로 빚은 갚은 거다. 너한테도 숨기고 싶은 게 있겠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네가 그랬던 것처럼 일단 모른 척 해줄게. 진정되면 교실로 와. 난 먼저 갈게." 이혁이 침대 커튼을 꼼꼼히 치고 보건실을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더 이상 캐묻지 않고 내가 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려주는 모습이 너무 고마웠다. 이혁을 조금 더 믿어도 될 것 같은, 이유는 없지만 그런 강렬한 느낌이 왔다. 지금은 이불에 파묻혀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편하게 보내고 싶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내 옆에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억지로 눈을 뜨니 >>170이 보였다.

#171 이름없음 2022/04/18 15:30:07

"너 왜 여기있어? 수업 들으러 갔잖아." "넌 지금이 몇 시라고 생각하는 거냐?" "4교시 시작하고 좀 지났을텐데. 혹시 점심 시간이야?" "막 오늘 수업이 전부 끝난 참이다." 그 말을 듣고 잠이 확 달아나 반사적으로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내가 그렇게 오래 잤다고? "... 나 언제부터 잠들었지?" "언제부터긴. 점심시간에 데리러 오니까 이미 자고 있던데." "점심 시간에 네가 날 데리러 왔다고? 왜?" "아까부터 질문이 너무 많아. 대답해주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만." 이혁이 안경을 고쳐쓰며 한 번만 설명할테니 잘 들으라는 듯이 말을 시작했다. "너랑 점심 먹고 싶어하는 애들이 너무 많아서. 상태가 어떤가 보러왔지. 아, 그 애들 중에 소제서도 있었어." "제서... 걱정했겠다." "난리도 아니었다. 돌려보내느라 진땀 뺐다고." 어쩐지 안절부절 못하고 쩔쩔매는 제서와 단호하게 막아서는 이혁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제서 정도는 들여줘도 됐을텐데 생각하던 중, 휴대전화가 부르르 떨렸다. 수많은 부재중 전화와 문자가 도착해있었다. 제서는 물론이고 연이와 주성 선배, 같은 반 친구들까지. "대체 뭐라고 했는데 애들이 이렇게 연락이 많이 왔어?" "그냥 좀 컨디션이 안 좋다고 했는데. 너, 인기많구나?" "아니야. 귀찮은 애들도 많아. 근데 그 손에 든 거 또 빵이냐?" "... 응. 어쩌다보니 너 오늘도 점심 안 먹었잖아." "이제 집에 갈 건데 뭐하러 사왔냐." 손을 내밀어 받았는데... 뭐지? 치즈케이크랑 딸기 우유? 내가 좋아하는 걸 어떻게 알았지? 우연인가? 놀랍다는 듯이 이혁을 쳐다보자 이혁이 시선을 피했다. "사실 내가 준비한 게 아니다. 소제서가 준비해줬어. 수분 보충이 필요할까해서 이온음료 쪽을 추천했지만." "아, 어쩐지 딱 내 취향이더라." "그런걸 좋아해? 달달한 거?" "응, 어릴 때부터 그랬어. 푸딩 같은 것도 좋아해." "푸딩..." "뭐. 어린애 같다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어. 좋아하는 거라고." "... 됐다, 일어나. 하교해야지. 집에 혼자 갈 수 있지?" "당연하지. 내일 보자." 어딘가 아쉬워보이는 이혁에게 인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문자에 하나하나 답장하기 시작했다. 어찌되든 상관없는 얘기부터 제서의 걱정어린 문자까지.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보낸 다음 남아있는 문자를 터치했다. 연이의 문자였다. [선배! 오늘 시험 어떠셨어요? 분명 열심히 하셨으니 좋은 결과 있을 거라 믿어요!] [왜 답이 없어요? 혹시 망쳤나요? 그래도 괜찮으니까 연락주세요!] [무슨 일 있어요?] [선배 컨디션이 별로였군요. 죄송해요... 쉬는데 방해해서... 푹 쉬세요...] 이 문자를 보니 죄책감이 두배가 된다. 내 걱정까지 해줬는데 난 제대로 하지도 못했어. 그래도 더 이상 기다리게 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걱정끼쳐서 미안해. 나 이제 완전 괜찮아. 시험은... 덕분에 잘 쳤어. 고맙다. 너도 피곤할텐데 쉬어.] 답장을 전부 보내고나니 어느새 집 앞이었다. 아무래도 다시 기분이 다운되어버렸다. 옷만 갈아입고 꾸물꾸물 침대로 기어들어갔다. 방금까지 잠을 자고 일어나서 잠은 오지 않지만 밥을 먹을 기분도 들지 않았다. 그 때 휴대폰이 반짝하고 빛이 났다. 연이가 답장을 보냈나?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문자의 발신인은 이혁이었다. [너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꼭 밥 먹어. 또 울지 말고. 울보 강현준.] "하, 누가 울보래." 덕분에 피식 웃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아주 막 괜찮은 건 아니었지만 어느정도 기운이 났다. 이건 그 쪽에서 빚으로 달아둬도 할 말이 없겠네. 다음 날, 등교 준비를 하는데 누군가 찾아왔다. 누가 찾아올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막상 진짜 오니 내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하냐는 생각이 들었다. 누굴까하며 문을 열었다. 찾아 온 사람 >>172 이번 사건 혁이 시점으로 짧게 적어 볼까...? >>175까지 응 아니로 대답해주면 다수결에 따라 결정할게!

#175 이름없음 2022/04/19 00:01:28

175까지 갈 필요도 없겠네! SIDE 이 혁 오늘은 수학 쪽지 시험이 있었던 날이다. 뭐, 상관없다. 쪽지시험 정도는 평소의 실력으로 치는 거고 준비도 완벽했으니까. 그런데 강현준의 상태가 이상하다. 혹시 결과가 안 좋은 건가? 그래도 저렇게까지 낙담한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주변 친구들의 농담에도 전혀 웃지 않고 심지어 자리를 박차고 교실을 나가버렸다. 뭐지? 확실히 어제도 반응이 수상하긴했다. 무슨 일이 있는 건 분명한데 도통 말을 안 하니 알 수가 없다. 어제 있었던 일도 궁금하고 지금 행동도 눈에 밟히니 따라가는 수 밖에 없다. 주변이 소란스러운 틈을 타 자리를 빠져나갔다. 어디로 갔을까. 수업 시간이 시작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 그리 먼 곳으로 간 것은 아닐거다. 그렇다면 한 군데밖에 없겠군, 화장실이다. 난 조용히 화장실에 들어가 잠겨있는 칸 앞에 섰다. 애초에 잠긴 곳이 한 군데 뿐이어서 찾는 수고를 덜었다. 나는 작게 노크하며 말했다. "강현준, 안에 있지? 무슨 일 있어? 일단 나와. 나와서 얼굴보고 얘기해." "싫어. 나 신경쓰지말고 가." "신경쓰이게 해놓고 그렇게 말하면 내가 알겠어, 하고 가겠냐?" "그냥 가라고! 지금, 아무도 보기 싫어." 뭔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패닉상태인 것 같다. 진정시켜야하는데 이런 거 해본 적 없으니까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우선은 차분히 대화하는 게 좋겠지만... "난 널 괴롭히려고 온 게 아니라 걱정이 돼서..."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누가 걱정해달랬냐고." 그 말을 끝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매번 대화를 끝내는 건 나였는데. 나는 강현준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고 말 재주가 좋지도 친화력이 좋지도 않아서 할 수 있는 건 내 마음을 솔직히 보여주는 게 최선이다. 조금이라도 그 마음이 닿길 바라며 조곤조곤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너한테 고마워하고 있어. 네 덕분에 마음이 조금은 후련해졌어. 그러니까 나도 너를 도와주고 싶어. 내가 널 도와줄 수 있도록 적어도 문 열고 나와주면 안 돼? 그래도 네가 만약 싫다면 나도 더 이상 간섭하지 않을게."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 말에 어찌된 건지는 몰라도 순순히 문을 열고 나와주었다. 하지만 마주본 얼굴은 눈물 자국이 선명해서 꽤 놀랐다. 게다가 꽤 거칠게 닦아냈는지 눈가가 붉다. 어째서 우는 거지? 그러다 강현준이 다시금 소매를 눈가로 향하기에 붙잡았다. 같이 교실로 돌아가려는데 이런 모습으로는 교실에 돌아갈 수 없다고 한다. 너도 나랑 똑같은 부류인가.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도 보여줘서는 안 되는 모습이 존재한다. 어쩔 수 없지. 그의 손을 그대로 이끌어 보건실로 향했다. 보건선생님한테는 대충 얼버무렸다. 뭐, 저 선생님 그다지 성실한 것 같지 않으니까 오히려 지금은 좋다. 아직까지 어리둥절한 강현준을 침대에 눕히며 설명했다. "넌 아파서 이번 수업을 못 듣는 거고 난 그런 널 보건실에 데려다주느라 수업에 늦은 거야. 알았지? 불만 있어?" "... 없어." "좋아, 이걸로 빚은 갚은 거다. 너한테도 숨기고 싶은 게 있겠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네가 그랬던 것처럼 일단 모른 척 해줄게. 진정되면 교실로 와. 난 먼저 갈게." 빚이다 뭐다 했지만 우선은 쉬게 하는 게 중요했다. 우는 건 생각외로 체력을 많이 소모하니까. 곧바로 교실에 돌아왔지만 수업 내용이 제대로 들어오지를 않았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계속 강현준이 눈물을 참아내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결국 수업은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강현준과 자주 떠들던 녀석들이 아까 내가 선생님에게 사정설명하는 걸 들었는지 보건실로 간다기에 환자를 깨우는 건 좋지않다는 설명을 해서 결국 질리게 만들었다. 나도 대충 점심을 먹고 강현준의 점심을 고르러 매점에 왔는데 마침 소제서가 보였다. 저번에 같이 등교한 일도 있고 서로 소개도 했겠다싶어 말을 걸었다.

#176 이름없음 2022/04/19 00:32:45

"소제서 맞지?" "네, 제가 소제서는 맞는데 누구... 더라?" "어? 나 저번에 얘기했던 이혁인데." "이혁? 아~ 현준이네 반 반장이라던. 근데 나한텐 무슨 볼 일이야? 할 말 없으면 말 걸지 말아줄래?" 원래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 때도 묘한 느낌은 있었지만 그런 타입인가, 특정인한테만 친절한. "아니, 나 강현준 점심 사주러 왔어. 걔 점심을 못 먹었거든." "잠깐, 현준이가 왜 점심을 못 먹어?" "컨디션이 안 좋다고 했던가. 그래서 잠깐 보건실에 있어." "뭐? 그런 얘기는 빨리 하라고! 현준이 취향은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아니까 내가 골라줄거야. 반론이라도 있어?" 잠시 생각하던 나는 걔가 생각보다 많이 울었을지도 모르겠딘고 생각하며 이온 음료를 권했다. 하지만 내 말은 들은 척도 하지않고 자기가 고른 것을 계산하고 어디론가 걸어갔다. "너 어디 가려고?" "당연히 보건실이지. 난 현준이한테 이거 전해줄테니까 넌 교실로 꺼져. 아무튼 알려준 건 고마워." "아니, 내가 전해줄게. 환자를 멋대로 깨우는 건..." "그건 그쪽도 마찬가지 아닌가? 환자의 안정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모르는 반 친구보다는 계속 같이 있던 내가 더 낫잖아." "그, 그건 그렇지만..." 확실히 그의 말은 틀린 것이 없었다. 나보다는 소제서가 강현준을 더 잘 알고있었다. 아마 강현준도 나보다 소제서가 더 편할 것이다. 그래도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을 강제로 보려고 하는 녀석은 나도 정말 싫어한다. 물론, 소제서가 그걸 알 리는 없지만 그래도 도와주기로 했으니까. "역시 내가 할게. 이건 강현준이랑 나 사이의 일이야. 네가 끼어들만한 일이 아니라고." "꽤 자신감이 있네? 나도 현준이랑 알고 지낸지 한참 됐어. 끼어드는 건 네 쪽이잖아." "너야말로 강현준을 다 안다고 착각하지 마. 이건 내가 해결할거야. 돌아가." 그 녀석도 나름대로 완고했지만 나도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몇 분의 말싸움 끝에 소제서는 표정을 찌푸리며 교실로 돌아갔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보건실로 들어가 강현준을 살폈다. 그 녀석은 아직도 자고 있었다. 내가 네 비밀을 지키려고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나도 모르겠다. 그냥 언젠가부터 자꾸 네가 신경쓰였다. 난 자고 있는 강현준의 볼을 한 번 쓰다듬고는 나도 놀라 후다닥 손을 떼고 보건실을 나왔다. "네가 미쳤구나, 이혁!" 난 자신의 볼을 때리며 나를 타일렀다. 강현준이 교실로 돌아오면 평소처럼 행동하는 거야. 할 수 있어. 몇 번이나 다짐했지만 강현준은 그 날 수업이 끝날 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걱정된 나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보건실로 향했다. 아직도 자고 있다... 잠시 자는 얼굴을 쳐다보고 있으니 눈을 떴다. 잠꼬대를 하는지 정신을 못 차리는 강현준과 만담아닌 만담을 하다가 빵을 건네줬다. 거기서 소제서의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제서... 걱정했겠다." 왜 그 말이 먼저 나오지? 널 걱정한 건 걔 뿐만이 아닌데. 아니지, 강현준의 입장에선 당연했다. 그런데 왜인지 납득이 안 됐다. 이런 상태를 전과 다른 의미로 들키기 싫어서 나는 혼자 강현준을 보냈고 잊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밥을 먹으면서도 씻으면서도 숙제를 하면서도 기운이 없던 모습이 생각나 오지랖을 부려 문자를 보내두었다. 어디까지 참견해도 될 지 모르겠으니까 싫으면 그쪽에서 쳐내겠지 싶었다. 어쨌든 내일부터는 또 평소처럼 대해야지. 그게 쉽지 않더라도... 이 혁 SIDE 끝

#181 이름없음 2022/04/19 21:12:12

초인종이 쉴 새 없이 울렸다. 옷차림을 갈무리하고 나가는데 시간이 걸려 좀 더 늦게 나갔더니 이번에는 대문을 쾅쾅 두드린다. 대체 누구길래 이렇게 시끄럽게 구는거야? 문을 열자 제서가 심각한 얼굴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현준아! 왜 이렇게 대답이 없어!" "제서야...? 왜, 왜 이렇게 흥분했어?"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진짜, 엄청 걱정했단 말이야." 제서가 흥분해서 말을 강하게 내뱉다가 나를 보며 점점 누그러졌다. 어제 문자도 했으니 이 정도로 걱정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제서를 안심시키려 평소와 같이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데 제서가 나를 껴안았다. "어디가 안 좋았던 거야? 주말에도 아팠었잖아. 설마 그 때 덜 나았는데 무리한 거야?" "그런 거 아냐. 나 멀쩡하잖아. 많이 놀랐어?" "응, 엄청. 갑자기 현준이가 사라질까봐 불안해. 날 두고 어디 안 갈거지?" "답지않게 어리광 부리는 거야? 어디 안 가. 내가 널 두고 어떻게 떠나냐? 나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할 것 같은데." 나보다 큰 제서를 받아주느라 힘은 들었지만 우선 달래기 위해 등을 토닥였다. 제서가 나에게 이렇게까지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보인 적은 별로 없었는데 어제 일이 그렇게나 충격이었던 건가? 난 제서를 계속 토닥이며 괜찮아, 괜찮아하고 말해줬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제서가 평소의 온화한 미소를 띄우며 나에게서 떨어졌다. "현준이한테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네... 어쩐지, 불안하고 외롭달까. 현준이를 믿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아니야, 지금 건 잊어줘." "제서야, 방금도 말했지만 난 절대 널 혼자 두지 않아. 우린 친구잖아." "친구... 맞아, 우린 친구잖아. 가장 친한. 그렇지?" 제서가 활짝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나도 그 손을 꽉 마주잡으며 우리는 학교로 향했다. 그러던 중 문득 어제 이혁이 제서가 내 점심을 준비했다고 한 것이 기억났다. "아, 맞아. 어제 점심 고마워. 역시 소제서, 내 취향 잘 아네?" "당연하지. 내가 현준이에 대해서 모르는 건 없어. 현준이가 다섯 살 때 이불에 오줌싸서 엉엉 울었던 것도 기억하는 걸?" "그, 그런 건 좀 잊어줘. 그것보다 어제 이혁이랑 만났다며?" "응, 혁이랑 마주쳤지. 나랑 혁이랑 얘기하면서 네 점심 고르다가 내가 일이 있어서 혁이한테 가져다 달랬는데. 들었구나?" 혁이? 둘이 꽤 친해졌나보네. 뭐, 잘된 거지. 근데 엄청 짧게 마주친 걸로 기억하는데... 어제 얘기하다가 친해진 걸 수도 있고. 두 사람이 사이가 좋다는데 의심하는 것도 이상하지. 학교에 가까워질수록 학생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 인파 속을 걸어가며 오늘도 시작되는 똑같은 하루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멍하게 복도에 서있다 제서가 내 어깨를 툭 건드려 흠칫하고 놀랐다. "여기서 뭐해? 얼른 교실 가자." "그래야지. 넌 저 쪽이지? 나 이제 간다. 수업 잘 듣고!" "응, 잘 가~" 나와 제서는 헤어졌다. 교실엔 예상했다시피 그 녀석들과 이혁도 있었다. 얘네는 대체 몇 시에 오는 거야. 왜 쓸데없이 일찍 오냐고. 그나저나 방금까지도 정신이 없어서 깜빡하고 있었는데 나는 이혁에게 꽤나 부끄러운 일을 한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만 모른 척해준다고 했으니 그걸 믿을 수 밖에. 그래서 오늘은 저 녀석들보다 이혁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야, 안녕?" "... 어, 왔군. 떠들지말고 자리에 앉아." 이제와서 갑자기 또 뭐야. 서로 비밀까지 공유한 사이에... 하긴, 다른 애들은 그런 거 모르니까. 그러면 교실에서는 아는 척하지말자고 얘기를 해줬으면 싶은데... 나도 포기해야하는 부분이 있겠지. 얌전히 자리에 앉아 교과서를 꺼내는데 가방이 살짝 열려있다. 아침에 급하게 나온다고 제대로 못 잠근 모양이다. 그리고 잊고 있었지만 아직 그대로 러브레터가 남아있다. 분명 그래야하는데. 없다. 없어졌다. 러브레터가 없어! 나는 급하게 바닥을 둘러봤다. 하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보낸 사람 이름도 없고 받는 사람 이름도 없으니 이상한 소문이 날 걱정은 없다. 하지만 만약 그걸 쓴 본인이 주우면 그건 그것대로 큰 일인데. 뭐, 그럴 확률은 적다. 게다가 확실히 거절했으니 그걸 보고 빨리 정 떨어지는 것이 어쩌면 좋을 수도 있다. 그것보다도 지금 나한테는 더 큰 이슈가 있다. 그게 뭐냐하면 >>185 1. 중간고사 2. 테니스부 합숙 3. 운동회 4. 학교 축제 5. 수학 여행 이벤트의 종류에 따라 그에 맞게 시기도 맞춰질거야 레더들이 여러 의견을 내줘도 좋아~

#186 이름없음 2022/04/20 19:46:44

그건 바로 테니스부 합숙. 열정 가득한 부장이 신입생들과 결속도 다지고 무엇보다 실력을 기르기위해 한 명도 빠짐없이 합숙에 참가하라고 했었다. 못 간다고하면 자기 주장을 밀어붙이면서도 결국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라며 빠지게 해준다. 작년에는 부장의 권유에 못 이겨 입부해 합숙도 빠졌지만 이번에는 가야겠지... 실력이 형편 없었으니. 중간고사가 끝난지 얼마 안 된 시기지만 꼭 지금이어야한다는 부장의 뜻에 따라 하게 되었다. 부장이 내는 기획서는 전부 기각되니까 대신 작성하는 부부장만 불쌍하다. 그런 생각을 하기 무섭게 부장이 교실 밖에서 크게 내 이름을 부르며 달려왔다. 여기 2학년 교실이라고! 나는 기겁하며 부장에게 다가가 입을 틀어막았다. "강현준!!! 좋은 소ㅅ..으우웁?" "알겠으니까 좀 조용히해요. 수업 시작까지 얼마 안 남았는데 왜 온 거예요?" "푸하! 숨 막혀 죽을 뻔 했잖아. 잘 물어봤다! 드디어 합숙 허가가 떨어졌어! 선생님들 설득도 순조로웠어." "그건 부부장 얘기도 들어봐야 될 것 같은데요." 선생님들 앞에서 대략적인 느낌으로 설명하는 부장과 일일히 설명을 덧붙이는 부부장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불쌍한 부부장. "음, 아마 수한이도 좋아서 하는 걸텐데. 어쩌니저쩌니해도 재작년부터 계속 부부장 자리 맡아주고 있으니까." "그건 그 선배가 부장 친구니까 그렇죠. 아무튼 그 말 하려고 온 거예요?" "아, 맞다! 다른 애들한테도 알리러 가야 돼. 그러면 이번 주말에 보자!" 지금 학교를 뛰어다니면서 부원 전부한테 알려주고 있는 거냐고. 굳이 그래야 할 이유가 없잖아. 그냥 단체 문자를 보내면 되는 일이잖아. 다르게 생각해보면 부원들의 반과 이름을 다 외우고 다니는 거잖아? 대단하다고 할지, 무모하다고 할지. 어쨌든 부장은 그 말만 남기고 떠났다. 하여튼 한결같이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다. 학교 생활은 평소와같이 흘러갔다. 수업을 듣고 점심을 먹고 오랜만에 점심시간에 축구도 하고 그런 평범한 일상. 너무 평화로운 일상이라 나는 러브레터의 일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하교할 시간이 되어서 나는 반의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학교 뒷문 쪽에 있는 쓰레기 소각장으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한 무리의 학생들이 약해보이는 학생 한 명을 괴롭히는 것을 목격했다. 사실 저런 건 무시하고 싶은데 무시하고 집에 갔다가는 최소 일주일은 잠을 못 잘 것 같다. 내가 못 본척 해서 큰 일이라도 생기면 그건 내 탓이니까. 어쩔 수 없이 두드려맞는 걸 각오하고 천천히 다가갔다. 명찰을 보니 3학년인 것 같은데. "저기, 후배를 괴롭히는 건 그만두세요." "엉? 넌 또 뭐야. 저 녀석이랑 아는 사이냐? 다치기 싫으면 상관말고 집에나 가." "그건 안 되겠는데요. 선생님 부를겁니다. 3학년이신데 학교폭력 사건에 휘말려서 좋은 건 없다고 생각해요." "이 자식이! 지금 협박하냐?" 별안간 선배 한 명이 내 멱살을 잡아올렸다. 보기보다 센 힘에 숨이 턱 막혔다. 그래도 여기서 물러날 순 없다. 뭐라 한마디 더 하려고 하려던 그 때 저 멀리서 주성 선배가 이리 오는 것이 보였다. 아, 이쪽으로 오면 안 돼요! 쓸데없이 정의감이 있는 사람이니까 나 때문에 심하게 다칠 지도 몰라. 그러나 주성 선배가 빠르게 달려와 말을 꺼냈다. "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용서해줘라. 3학년이니까 후배가 사소한 잘못을 했다고 이렇게 감정적으로 대응할 거라고는 생각 안 해. 뭔가 큰 잘못을 했겠지? 그래도 후배가 잘 모르고 했을거야. 그러니까 너네가 용서해줘. 너도 선배들한테 제대로 사과하고." "어... 뭐, 그렇지... 너, 이번만 봐줄게, 운 좋은 줄 알아라!" "죄송합니다..." 그렇게 선배의 개입으로 양아치들은 나를 바닥에 내동댕이 치고 떠났다. 주성 선배가 받아준 덕분에 넘어지진 않았지만 기분이 나빴다. 내가 잘못한 건 없는데 사과까지 했다고. 그러자 선배가 내 옷을 정리해주며 물었다. "다친데 없어? 저 녀석들 유명하잖아. 적당히 맞춰주고 보내는 게 상책이야. 네 잘못 아닌 거 알아. 아, 그 뒤의 친구도 괜찮아?" "아, 네! 감사해요, 주성 선배. 그리고 현준이도 고마워..." "어, 너... 그 때 그..." "응... 내 이름은 권태경이야." "오! 태경이었네. 부장으로서 부원을 두 명이나 구했군. 오늘 나 좀 멋있지 않아?" "네? 마, 맞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받아주지 마. 받아줄 수록 귀찮게 구는 사람이니까." "하하, 너무한 거 아니야? 그래서 내가 널 좋아하긴 해." 선배는 또 웃으며 내 어깨에 팔을 둘렀다. 이 사람, 아무 생각 없는줄 알았는데 이게 선배의 여유라는 건가? 새삼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앞을 보는데 제서도 마침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그리고 제서의 손에 무언가 하얀색이 들려있었는데 그게 좀 불길했다. 제서는 그 쪽지의 내용을 어떻게 이해했을까? >>188 1. 현준이가 누군가한테 고백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2. 현준이가 누군가에게 고백을 하려한다고 생각한다. 3. 이건 도전장이다! 현준이가 위험하다!

#190 이름없음 2022/04/21 14:34:08

가까이 다가오는 제서의 표정은 평소와 같았지만 어딘가 어색했다. 나를 발견하고도 급하게 달려오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더 천천히 다가왔다. "여기 있었구나. 주성 선배도 같이 있었네요. 여기서 다들 뭐해?" "나는 쓰레기 버리러 왔어." "같은 부 후배 두 명이 보이기에 쏜살같이 달려와서 안아줬어." "네?" "후배는 언제봐도 귀엽지. 제서도 안아줄까?" 어쩐지 부장이랑 같이 있으면 분위기가 개그가 된단말이야. 제서가 난감한 표정을 지어 나는 부장을 말렸다. 주변을 휙 둘러본 제서가 권태경을 보고 살짝 미간을 구겼다. "쟨 누구야?" "권태경이라고 며칠 전에 테니스 부 가입한 애야." "아~ 테니스 부? 현준이 친구야?" 제서가 부드럽게 질문했지만 권태경은 제서를 보더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나는 현준이랑... 그게..." "응, 우리 친구 맞아. 그치?" "으, 응. 친구야..." "현준이 친구구나... 난 현준이랑 가장 친한 현준이 소꿉친구인 소제서라고 해. 반가워~" 그렇게 말하며 제서가 내 옆으로 바짝 다가와 내 팔짱을 끼고 날 바라보며 맑게 웃고는 다시 권태경을 쳐다봤다. 그러자 그 아이는 억지로 웃으며 자리를 떴다. 그걸 빤히 보던 주성 선배가 슬쩍 웃으면서 뭔가를 중얼거리더니 자기는 할 일이 있어서 가겠다며 내 머리를 쓰다듬고 어디론가 뛰어갔다. 선배가 무슨 말을 했는지 난 못 들었지만 제서는 들었는지 표정이 좋지 못했다. 선배가 남들 기분을 안 좋게 하는 말을 할 리가 없는데 대체 무슨 말을 들은거지? 물어보려 했지만 싫어하는데 굳이 말하게 하고 싶진 않았다. "우리, 이제 집에 가자." "응. 근데 제서야, 그 손에 든 거 말인데." "아, 잊어버릴 뻔 했네. 이거에 대해선 이제 신경 쓰지 마." "그게 뭔데?" "현준이는 몰라도 되는 얘기야. 이미 알고 있어도 잊어버리면 돼. ...현준이, 인기 많구나?" "아, 내가 좀. 나 친구가 많잖아." 장난스레 대답했는데 제서가 잠시 고민하더니 천천히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맞아, 그래도 내가 제일 오래되고 친한 친구지?" "소제서. 왜 자꾸 당연한 거 물어? 무슨 일 있어?" "아니야, 그럼 됐어. 다 왔다. 내일 보자!" 다시 명랑한 모습으로 돌아왔지만 오늘의 제서는 어딘가 이상했다. 나한테 뭔가를 숨기는 듯한... 내가 할 말은 아닌가. 내가 숨기는 게 있으니 제서에게 다 말해달라고 얘기할 자격은 없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는데 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 부장의 문자였다. [테니스 부 전체 합숙 공지. 일시: 5월 2일 ~ 5월 3일, 오전 9시 집합. 장소: 학교 내 테니스 부 부실. 샤워 용품과 운동복은 개인이 준비해주시고 시간 엄수 부탁드립니다. 만일 부득이하게 불참하게 될 경우에는 이 번호로 불참의사와 사유를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질서 정연한 문자는 분명 부장의 번호로 전달되었지만 쓴 사람은 따로 있겠지. 한국의 부활동 합숙은 주말 시간을 이용해 이뤄지는 게 대부분이다. 다른 부는 그런 이유로 합숙을 안 하는 곳도 많은데 부장은 작년에 부장이 된 이후로 계속 합숙을 계획했다. 아무튼 주말에 합숙이니 당분간 테니스 부 활동은 없겠군. 그리고 거짓말처럼 시간이 흘러 주말이 되었다. 그 동안 제서에게서 러브레터를 돌려받지 못했고 그 얘기를 꺼내면 그저 웃기만해서 더 이상 얘기할 수 없었다. 이혁도 상태가 이상했다. 내가 다가가면 뻣뻣하게 굳어 나를 피했다. 두 사람의 관계에 답답함을 느끼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짐을 챙겨 테니스 부실로 향했다. 부실에 들어가니... 전체 부원수 >>191 그 중에 참가한 사람 수 >>192

#193 이름없음 2022/04/22 16:16:11

-전부 왔네 대단하다... 이 테니스부 다들 진심이네 놀랍게도 부원 전원이 와있었다. 순간 내가 늦었나해서 시계를 확인했지만 아직 집합 시간 10분 전이었다. 이 학교 테니스부 다들 엄청난 사람들이네. 마지막으로 들어온 나를 보던 부장이 큰 소리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다들 와줬구나, 고마워! 오늘 우리가 모인 건 공지했다시피 합숙을 하기 위해서다. 다들 알겠지만 라켓이랑 네트는 학교 물품이니까 조심히 쓰고... 오전에는 기초 체력 훈련이고 오후에는 둘이서 짝지어서 1:1 훈련을 할게. 불편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나에게 얘기해라. 단숨에 해결해줄테니까!" 부장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얘기했다. 가벼워보이긴해도 부장은 말한 것은 꼭 지키려고 노력하고 능력도 있으니까 저 말도 빈말은 아닐 것이다. 난 합숙이 처음이라 모르겠지만 다른 2, 3학년들은 크게 걱정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아마 큰 일이 있지는 않겠지. 부장의 신호에 따라 오전에는 시원한 실내에서 기초 훈련이 시작됐다.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왕복 달리기, 높이뛰기 등등 이건 왜 하나 싶은 것들도 하긴했지만 모두 군말없이 성실히 훈련에 임했다. 막 달리기를 끝낸 내 앞에 부장이 헉헉대며 다가와 물을 내밀었다. "허억... 강, 현준... 수, 수고했어...! 하아..." "후우... 아, 감사합니다. 왜 이렇게 헉헉거려요? 어디 아파요?" "아, 아니... 헉..." "일단 숨 좀 고르고 말해요." 난 부장과 함께 체육관 구석에 있는 벤치로 가서 앉았다. 부장은 여전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아니, 체력은 남아도는 사람이 웬일로 이렇게 지쳤대? "이제 좀 괜찮아요? 왜 그렇게 지친 거예요?" "사실은 애들 이온 음료랑 타월 챙겨주고 결과 기록도 하고 비품이 모자라서 가져오고 했더니..." "그걸 왜 부장이 다 해요?" "원래 이런 걸 하는 게 부장아닌가? 부원들이 불편하지 않게 누구보다 열심히 뛰어다니는 일을 하는 사람." "그게 맞긴한데요 부장 혼자 모든 걸 감당할 필요는 없단 소리예요." 그러자 부장이 당황한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 사람은 지금까지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한 적 없나? 설마 부장이 1학년 때의 테니스부도 그런 시스템이었나? 하지만 그랬다면 왜 테니스부는 폐부 위기였던 거지? 의아함을 담아 부장을 쳐다봤다. 그랬더니 크게 한 번 웃으며 내 머리를 거칠게 쓰담았다. "하하하! 나를 걱정해준거야? 그럴 필요 없어. 네 몸이나 생각해. 그래도 고마워. ...너무 많이 쉬었구나. 가볼게." "잠깐, 부장!" 부장은 내 말은 들은 척도 안 하고 다시 달려갔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따라가 그 옆에 섰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그러다 부장이 쓰러지기라도 하면 그게 더 문제라구요." "그럴 필요 없는데... 그럼 미안하지만 체육 창고가서 라켓이랑 공 좀 다 들고 와줄래?" "알았어요. 또 없어요?" "저쪽 2학년들 훈련 결과 대충 기록해줄래? 정리는 내가 할게." "네. 기록부터 할게요." 나는 막 훈련을 끝낸 애들에게 다가가 결과를 물어보고 기록했다. 하는 김에 불편함은 없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2학년이 마지막인지 부원들이 벤치에 앉거나 체육관 바닥에 드러누워 쉬기 시작했다. 그 때도 부장은 쉬지않고 체육관에 놓인 측정기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몇몇 부원이 다가와 도와주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부장은 부부장을 제외하고 모두 거절한 듯 보였다. 그걸 잠시 바라보다 체육 창고로 향했다. 라켓과 공을 모두 챙겼는데 이게 생각보다 무거웠다. 평소에도 이걸 옮긴 부장은 대체 체력이 얼마나 좋은 거야? "엄청 무거워... 오후에 1:1 훈련이랬으니까 테니스 코트에 가져다놓으면 되겠지?" "어! 역시 강현준! 거기 대충 내려놔." "아무리 그래도 이걸 체육관까지 가져갈 생각은 없었어요." "많이 무겁지? 내가 좀 들어줄까?" "됐어요. 다 왔잖아요. 근데 부장 다쳤어요? 손목에..." 어느새 부장에 손목에는 보호대가 둘러져있었다. 내가 그걸 지적하자 부장이 손목을 슬슬 쓸어내렸다. "난 괜찮아. 그리 심한 것도 아니고. 별로 아프지도 않으니까." "그래도 무리하면 안 돼요. 아까처럼 무거운 거 들려고하지도 말고요." "하하, 알았어. 걱정이 심하네." 그 뒤 우리는 급식실로 향했다. 학교측에 말해둔 듯 이미 밥이 준비되어있었다. 부원들 전부가 모여 식사를 하고 짧은 자유시간을 보냈다.

#195 이름없음 2022/04/22 17:14:06

- >>194 그 얘기는 아마 이번이나 다음에 나올 것 같은데? 자유시간이 끝나고 이 남고생들은 더욱 활력이 넘치는 것 같았다. 애초에 테니스가 좋아서 입부한 애들일테니 오후 훈련을 기대하고 왔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평소 연습은 하고 싶은 사람들끼리 혹은 실력이 맞는 사람들끼리 하고 있다. 부원들이 다들 좋은 사람들이라 누구 한 명이 소외되는 일은 없다. 분명 부장도 평소처럼 부부장이랑 연습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아무나 붙잡고 말을 거는데 갑자기 부장이 뒤에서 내 어깨에 팔을 걸며 말했다. "이 녀석은 나랑 하기로 했거든. 미안하지만 넌 수한이랑 해줄래?" "네! 열심히 할게요!" "그래! 보기 좋네!" 부장이 그 부원에게 화이팅을 보냈다. 난 부장의 팔을 슬슬 밀어내며 쳐다봤다. 그러자 부장이 민망한듯 볼을 긁적였다. "수한이도 제대로 연습해봐야하지 않겠나 싶어서. 나랑 하면 너무 힘들테고 실력은 너랑 내가 맞잖아." "반박하고 싶은데 못 쳐서 미안하네요. 부부장 테니스 잘 쳐요?" "엄청 잘 해. 잘 못하는 애가 나한테 맞추면서 테니스 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하긴. 그럼 왜 부부장이에요? 부장이 아니라." "뭐라더라. 자긴 남들을 잘 챙기는 성격이 아니랬나." 부장을 챙겨주는 거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데... 부부장도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부장만큼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아마 후배들이 편하게 지냈으면해서 그렇게 말한 거겠지. 갑자기 부장이 정신을 차린 듯 나를 코트로 끌고 갔다. "잡담을 할 때가 아니지! 연습하자. 라켓은 준비됐지?" "당연하죠. 부장, 연습해도 괜찮아요?" 내가 부장의 손목을 가리키며 얘기했지만 부장의 손목에는 보호대가 없어져 있었다. 하지만 약간 부은 것이 확실히 보였다. 부장이 손목을 두어 번 털더니 괜찮다는 듯이 나를 마주하며 미소지었다. 그래, 어차피 나나 부장이나 실력은 형편없으니까 조금만 하다가 쉬면 되겠지. 무리한다 싶으면 내가 말리면 되고. 약간의 불안함을 안고 공을 쳤다. 과연 오늘의 현준이는 달라져있을 것인가? >>196 1,100 다이스 굴려줘!

#197 이름없음 2022/04/22 21:33:43

그런데 오늘 컨디션이 말도 안 되게 좋다. 분명 오전 훈련으로 지쳤다고 생각했는데 적당히 몸이 풀린 것인지 평소라면 어디로 날아가든 이상할 것 없는 공이 부장을 향해 적당한 속도로 날아갔다. 부장이 살짝 당황해하는 것이 보였지만 어쨌든 이쪽으로 다시 온 공을 쳐냈다. 물론 내 컨디션이 좋은 거지 부장까지 그런 건 아니었으므로 부장의 실력까지 수습하며 하기엔 무리였다. 어쩐지 몸이 가볍다고 생각하며 기분이 좋아서 한동안 계속 연습을 하다가 반대쪽을 바라봤다. 부장의 반짝이는 금발, 건강미가 느껴지는 구릿빛 피부를 타고 흐르는 땀, 그 아래 조금 찡그린 표정. 아, 맞다. 저 사람 부상이었지? 그 생각이 든 순간 마침 공이 저 멀리 날아갔다. 빨리 부장에게 다가가자 부장은 왜 왔냐는 듯이 날 쳐다봤다. "손 내밀어봐요." "갑자기 왜?" "잔말말고 어서요." 부장은 조금 주저하더니 라켓을 내려놓고 팔을 내밀었다.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아까보다 부어오른 손목은 보는 내가 더 아팠다. 나는 크게 한숨을 쉬고 반대쪽 손을 잡아 부장을 부실로 이끌었다. "이렇게 될 때까지 참으면 어떡해요?" "... 화 났어?" "네. 말 시키지마요. 진짜 화낼 것 같으니까." 나는 그저 앞만 보고 걸었다. 부장을 의자에 앉히고 여기저기 뒤지다 선반을 열어 구급상자를 꺼냈다. 꼼꼼하게 붕대를 감고 있는 도중에도 아무 말하지 않았다. 부장은 뭔가를 말하고 싶어했지만 내 눈치만 보며 입을 열지 않았다. 빠르게 응급처치를 마치고 적막이 흘렀다. 결국 말을 먼저 꺼낸 건 나였다. "병원 안 가도 되겠어요?" "이 정도는 자고나면 나아." "... 미안해요. 쓸데없이 들떠서 부장 상태도 까먹고. 아까 화낸 거 부장한테 그런 거 아니에요." "내가 말도 안 한 탓이지. 너 때문 아니야." 다시 고요함이 부실을 감쌌다. 어색한 분위기를 견디지 못한 내가 다시 나가려고 문고리를 잡았을 때였다. 어느 때보다 진중한 부장의 목소리가 나를 불러세웠다. "현준아. 내 얘기 좀 들어줄래? 싫으면 그냥 나가봐도 돼." "들을게요. 듣고 싶어요." "옛날 얘기라서 재미 없을지도 모르지만 잘 들어줘." "네, 준비되면 시작해도 돼요." 선배는 짧게 심호흡을 하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어디부터 말해야할까. 네가 이 학교에 입학했을 때부터 시작해보자면 그 때 내가 꽤 막무가내로 테니스부에 가입해달라고 했던 거 기억나? 너 엄청 싫어하면서도 내가 유령부원이라도 좋으니까 가입만 해달라고 하니까 사인했잖아." "그랬죠. 실제로 성실하게 나가지도 않았잖아요." "그래도 그만큼 나한텐 테니스부가 유지되는 게 중요했어. 나는 테니스를 좋아하니까. 분명 1학년 때도 그랬는데. 그래서 입부했는데." 부장은 잠시 말을 멈췄다. 잠시 그 때를 회상하듯 눈동자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나는 재촉하지 않고 그저 계속 기다렸다. "사실 내가 입부한 당시의 테니스부는 좋은 부가 아니었어. 대부분 그다지 흥미도 없던 사람들이 부활동이 필수라길래 들어와있던 거에 불과했지. 분명 오래된 부인데도 적당히 시간때우기 좋은 부라고 입소문이 나서 점점 상태가 나빠졌지. 나는 1학년이었지만 그게 잘못됐다고 생각했어. 후배를 괴롭히기도 하고 다른 부에 민폐를 끼친 적도 많았으니까. 그 때 어중간한 정의감으로 선배들에게 항의했다가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어." 나는 이 때 조금 놀랐다. 부장은 원래부터 밝기만하고 아픔따위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에게도 어두웠던 과거가 있었다. 저번에 양아치들에게서 날 구해줬을 때, 좀 더 앞뒤 안 가리고 뛰어들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경험으로 만들어진 반응이었나보다. "그러다가 그 선배들은 3학년 2학기쯤 은퇴해버렸고 대부분의 부원들도 퇴부했어. 나더러 네가 그렇게 잘났으면 네가 부장을 하라고 했어. 그게 은퇴식에서 했던 말이야. 그리고 실제로 서류상에도 내가 부장이 되어있더라. 그래서 그 다음부턴 네가 아는대로야. 부원이 없어서 폐부 위기에 놓이고 나는 어떻게든 부를 계속 유지하고 싶어서 그랬어. 난 그저 너희들을 이용한 거야. 정말 미안해." 부장은 얘기를 마치고 고개를 떨궜다. 깊은 죄책감. 그래서 그렇게 열심이었나? 우리들에게 미안해서? 하지만 그 결과 부는 다시 원래의 목적을 되찾았고 다들 즐겁다. 과연 잘못이라고만 말할 수 있을까? "하나만 물어볼게요. 다른 사람들한테 잘해준 것도 미안해서 그랬나요?" "그것도 있었지만 나는 그 선배들처럼 되고 싶진 않았어. 특히 후배들한테만 일하라고 시키고 자기가 뭐라도 된 마냥 거들먹거리던 그 부장처럼은 되기 싫었어. 난 다같이 즐거운 부활동이 하고 싶었어. 하지만 이것도 결국은 내 죄책감을 덜기 위해서였어. 이게 면죄부가 되지는 않아." "누가 죄책감을 덜기 위해서 숨도 제대로 못 쉴 때까지 일을 해요? 대체 어느 누가 들떠있는 후배를 위해서 손목이 그 지경이 될 때까지 참고 연습을 해요? 난 부장이 너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왜 대체 다른 사람한테 이 얘길 안 하는 거예요? 부장이 찾아냈잖아요. 진짜로 열정있는 사람들을. 제가 장담하는데 이 부에는 부장이 잘못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나도 모르게 입에서 그런 말이 술술 튀어나왔다. 끔찍한 죄책감과 자기혐오. 그것은 나도 지겨울 정도로 겪어왔던 감정이다. 설마 이 사람한테서 그걸 느낄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다른 애들이 알 필요는 없는 얘기라고 생각했어. 불쌍하다고 동정받기도 싫었고. 그리고 조금이지만... 아니다." "... 그럼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물어볼게요. 왜 나한테 이 얘기를 한 거예요?" "그러게, 왜 일까? 날 도와주겠다고 한 너를 보고 더 이상 죄책감이 숨길 수 없을 정도로 커졌을지도 모르지. 안 그래?" 부장은 웃었다. 평소와 같은 표정이다. 능글맞은, 내게 가끔 짜증을 유발하는, 하지만 여느 때와 다른 나를 보지 않는 진실을 숨긴 미소. "진짜 하나만 더요. 이게 진짜 마지막이에요. 나는 왜 입부시킨거예요? 다른 애들은 다 열심히 하는 애들을 찾은 거면서. 열정도 뭣도 없는 나를." 부장이 그 말에 나를 빤히 쳐다봤다. 분명히 나를 쳐다보는데 어딘가 다른 것을 보는 듯한 느낌. 나를 통해 무언가를 보는 느낌. 그 눈동자 속에서 정확한 무언가를 잡아내기는 힘들었다. 단 하나 느껴진 것은 각오 뿐이다. "그것까지 가르쳐주긴 싫어지네. 난 선생님이 아니잖아~ 이제 나가자. 씻고 자야지. 애들 훈련하다 지쳐서 쓰러지게 만들 순 없잖아?" 그대로 우리는 첫날 훈련을 마치고 구석에 비치된 샤워실에서 씻었다. 그리고 역시 제대로 된 취침 시설은 없어서 우리는 체육관에 매트리스를 깔고 담요를 이불 삼아 자기로 했다. 현준이의 잠자리는 어떻게 됐을까? >>199

#200 이름없음 2022/04/23 02:39:22

주성 선배가 중얼거린 제서가 들은 말 궁금해하는 사람 있으면 합숙얘기 끝나고 그 사건의 제서시점을 적어볼까 싶은데 이런식으로 다른 사람 시점 나오는 거 싫으면 말해줘

#204 이름없음 2022/04/23 21:14:44

몸이 무겁다. 분명히 합숙 중이었고 분명히 잠에 들었을텐데? 설마 감기라도 걸린 건가? 하지만 가뿐한 기분이라 아픈 것 같진 않았다. 천천히 눈을 뜨자 내 몸 여기저기를 사람들이 누르고 있었다. 아마 잠버릇이 험한 애들이 여기까지 넘어온 것 같았다. 떨쳐내고 일어나고 싶었지만 내 옆에 누운 건 1학년 후배들이었다. 내가 격하게 움직이면 잠에서 깰 것 같아 최대한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빠져나왔다. 체육관에 비치된 시계를 쳐다보니 아직 새벽 6시였다. 기상까지 한 시간밖에 남지않은 애매한 시간에 깨버렸다. 다시 잘 수도 없고 그렇다고 시끄럽게 할 수도 없어 나는 조심스레 먼저 씻기로 했다. 화장실로 가는 길에 부장이 자리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대체 또 뭘하고 있는 건지. 여기저기를 둘러보다 부실에서 나오는 부장과 마주쳤다. "뭐야. 강현준? 엄청 일찍 일어났네?" "부장이야말로 이 시간에 여기서 뭐해요?" "난 잠이 좀 안 와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지." "그래요? 저는 방금 깼어요. 그래서 미리 씻을까하고 여기 오는데 부장이 자리에 없길래..." 그러자 부장은 같이 씻자며 치약과 칫솔을 챙겼다. 우리는 같이 양치하고 세수를 했다. 돌아오는 길에 아무래도 손목이 신경쓰여 물었다. "이제 손목은 괜찮아요?" "아무렇지도 않아. 다 나았어!" "... 거짓말. 그게 어떻게 하루만에 나아요?" 내가 부장을 흘겨보자 부장은 급히 자리를 떠 체육관으로 달아났다. 체육관에 들어서니 거의 7시가 되어있었다. 부장이 크게 박수를 치며 큰 소리로 외쳤다. "아침이다!!!! 일어나라!!! 일어나지 않으면 아침밥 못 먹는다!!!" 언제 들어도 정말 신기한 목청이다. 아침부터 저렇게 시끄러운 소리를 낼 수 있다니. 저것도 재능이다. 어쨌든 부장의 시끄러운 알림에 부원들은 전부 부스스하게 일어났다. 잠시 멍하게 앉아있던 부원들은 매트를 정리하는 부장과 나를 보며 일어나 자기 자리를 치우기 시작했다. 모두가 아침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얼마간의 쉬는 시간이 끝나고 어제와 같이 체력 측정을 진행했다. "오늘은 2학년부터 하고 3학년이 마지막이다. 어제랑 반대로 할 뿐이니까 다들 이해해줘." 부장의 말에 따라 나를 포함한 2학년들이 빠르게 훈련을 시작했다. 훈련 메뉴는 어제와 비슷했는데 결과도 비슷했다. 그리고 여전히 부장이 뛰어다니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마침 훈련을 마친 내 앞에 부장이 달려오기에 타월을 받아든 뒤 눈짓으로 벤치를 가리켰다. 부장은 싱긋 웃더니 내 말을 개무시했다. "그냥 제가 할테니까 쉬세요. 아마 저 혼자는 못할 거 같으니까 다른 애 한 명이랑 같이 할게요." 그리고 억지로 손에서 차트를 빼앗아 누구에게 부탁할지 두리번거리고 있었는데 권태경이 다가왔다. "현준이만 괜찮으면 나, 내가 할게." "그럴래? 1학년은 3명뿐이니까 한 명은 기록하고 한 명은 음료랑 타월 가져다주는 걸로 하자." 우리는 역할을 분담해 각자 할 일을 했다. 부장이 멍한 표정으로 서서 우리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우리 둘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었다. 그렇게 3학년까지 전부 마치고 또 점심 식사를 하고 쉬는 시간을 가졌다. 오늘도 부장이랑 같이 연습을 하려는데 부장의 반응이 어딘가 이상하다. "연습 안 해요?" "어? 어, 어... 해야지." 말은 하지만 어째선지 라켓을 쉽게 잡지 못한다. 안색도 별로 좋지 않다. 그 원인일 거라고 생각되는 곳을 한 번 쳐다보고 한숨을 쉬었다. 이 사람은 대체 언제까지 숨길 생각인지. "아파요? 일단 따라와요." "저..." "잘한 거 없는 거 알죠?" 결국 오늘도 부장은 조용히하고 나를 따라왔다. 어제와 같은 곳에서 구급상자를 꺼내 진통제를 건넸다. "일단 급하니까 이거라도 먹고... 지금은 죽어도 병원 안 갈거죠? 내일 학교 오기 전에라도 다녀와요. 그리고 오늘은 더 이상 아무 것도 하지말고 제발 가만히 있어요. 알았죠?" "네가 엄마보다 잔소리 심해. 알겠어." 부부장에게만 대충 상황을 설명하고 오후 훈련도 아무 문제 없이 끝냈다. 내일은 월요일이므로 오늘 저녁에 다들 집으로 돌아간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냐, 다들 잘 가라!" 빨리 집에 가고 싶었지만 부원들이 전부 집에 갈 때까지 떠나지 않는 부장이 또 무슨 짓을 할까 신경이 쓰여 나도 마지막까지 남았다. 그래도 다행히 부장은 아무 것도 하지않고 문단속만 하고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안 가고 뭐해? 아직 합숙이 더 하고 싶어? 여기서 자고 갈래?" "아뇨. 더 있다간 너무 피곤할 거 같아요. 쓸데없는 짓하지말고 바로 집에 가요. 아니다, 내가 집에 데려다줄게요." "무, 뭐? 됐어~" "내가 데려다주고 싶어서 그래요. 피곤하니까 얼른 가죠." 나는 더 이상 듣지 않고 앞서 걸었다. 부장이 같이 가자며 급하게 나를 따라왔다. 아무 말도 못하는 부장을 대신해 내가 이것저것 말을 걸었다.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왜 탈색한거예요? 교칙에 안 걸려요?" ">>207" 왜 탈색했을까? 1학년 때도 금발이었을까?

#206 이름없음 2022/04/24 11:45:33

셀프 발판! 나도 1학년때의 선배는 흑발이었을 것 같아 하지만 현준이가 봤던 부장은 쭉 금발이라고 생각해 TMI 쭉 보면 알겠지만 현준이는 딸기로 된 음료를 좋아한다 강현준 착해? 옆에 소제서 없었으면 벌써 사기당했을걸?

#209 이름없음 2022/04/25 20:19:21

"믿기진 않겠지만 1학년 땐 흑발이었어. 피부도 백옥같이 하얀 피부였어." "흑발에 하얀 피부... 그런 부장은 상상이 안 돼요." "하하, 아무리 나라도 태어날 때부터 금발은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왜 염색한 거예요?" 아까의 화제를 정확히 집어 다시 꺼내자 부장이 쑥스러운 듯이 시선을 옮겼다. "별 이유는 없어. 1학년 때 테니스 하다보니까 피부가 많이 타버렸거든. 피부도 이런데 머리까지 흑발이니까 사람이 우중충해보이더라고. 그래서 금발로 바꿔서 밝아 보이려고 한건데. 어때?" "솔직하게 말하면 밝아보이는 건 모르겠는데 그렇게 다니니까 자꾸 애들이 양아치라고 하잖아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진짜? 전혀 몰랐는데. 지금까지 나한테 그렇게 말한 애들이 없어서." "선배, 그걸 본인한테 말하는 사람이 어디있어요!" 이 사람, 과거에 노골적으로 적의를 받아서 그런지 은근한 불편함은 못 느끼는 건가?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나 때문에 혹시 네가 피해받으면 말해. 머리색 같은 거 때문에 누가 힘들어하는 건 말이 안 되니까." "피해 받는 거 없어요. ... 설마 내가 힘들어서 그렇게 말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아니었어? 없으면 다행이고. 잠깐이지만 걱정했어." "저는 괜찮은데 선배가 오해받는 게 좀 속상해서요. 좋은 사람인데." "마음 써줘서 고마운데 난 신경 안 써. 어차피 모르는 사람인데 왜 내가 고민해야 돼?" 그 말에 조금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게 엄청 당연한 태도인데 가끔씩 나는 그 당연한 생각을 못한다. 생각보다 단단한 사람인걸 잊고 있었다. 어느새 선배의 집에 도착해 선배를 집 안까지 밀어넣고 돌아왔다. 결국 선배가 어떻게 금발로도 계속 학교를 문제없이 다닐 수 있는지는 알아낼 수 없었지만 그것보단 어떻게든 테니스부 부원들에게 미안함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방법을 생각할 틈도 없이 고된 훈련의 여파가 몰려와 나는 잠에 들었다. 평소보다 훨씬 더 개운하게 일어난 나는 걱정이 되어 선배에게 문자를 보냈지만 답이 없었다. 설마 아직 자고 있나? 아니면 등교 중에 휴대폰을 안 보는 타입인가? 만약 그런 거면 얼마나 바른 생활 어린인거야. 혼자 생각해봐야 어쩔 수 없지. 나는 여유롭게 가방을 챙겨 문을 열고 나섰다. 학교에 도착했는데 웬일로 그 3명이 없다. 어쩐 일로 이혁도 아직 자리에 없다. "내가 시간을 착각했나? 아, 좀 일찍 오긴 했네. 그래도 항상 나보다 일찍 와 있는 애들이었는데." 일찍 온 김에 더 자려고 생각도 해봤지만 이상하게 너무 개운해서 더 자고 싶지도 않았다. 이게 바로 운동의 효과인가. 가만히 있기도 심심한데 시간이나 때울 겸 누구한테 연락이라도 해볼까? 나는 >>211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전화를 >>212 받았다, 안 받았다 말해줘 받았다면 어떤 목소리, 어떤 분위기인지도 가볍게 적어줘도 좋아

#212 이름없음 2022/04/26 16:39:45

스스로 앵커하겠어 Dice(1,2) value : 2 1. 받는다 2. 안받는다

#213 이름없음 2022/04/26 19:16:26

일단 제서 시점 진행할게! 조금만 기다려줘

#217 이름없음 2022/04/26 21:43:08

SIDE 소제서 이혁과 불쾌한 만남을 가진 다음날 나는 급하게 현준이를 찾아갔다. 대체 이혁, 자기가 뭐라고 나랑 현준이 사이를 갈라놓는단 말이야. 현준이네 집 초인종을 눌렀다. 반응이 없다. 현준이에게는 이러고 싶지 않은데 자꾸 조급해져 문을 두드렸다. 잠시 후 나온 현준이를 보니 조금은 안심이 됐다. 그래도 불안감이 쉽게 사라지지 않아 현준이를 꽉 끌어안았다. "어디가 안 좋았던 거야? 주말에도 아팠었잖아. 설마 그 때 덜 나았는데 무리한 거야?" "그런 거 아냐. 나 멀쩡하잖아. 많이 놀랐어?" "응, 엄청. 갑자기 현준이가 사라질까봐 불안해. 날 두고 어디 안 갈거지?" "답지않게 어리광 부리는 거야? 어디 안 가. 내가 널 두고 어떻게 떠나냐? 나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할 것 같은데." 맞아, 난 현준이가 없으면 너무 힘들 거야. 현준이는 아무말도 없이 내 등을 계속 토닥여줬다. 내 품 안의 현준이가 너무 다정하고 따뜻해서 좋은데 동시에 불안했다. 현준이의 다정함은 다른 사람들도 느낄테니까. 그래서 현준이를 좋아하게 될테니까.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내보여도 현준이는 나를 비난하지 않고 무시하지도 않았다. 그저 평소와같이 행동했다. "제서야, 방금도 말했지만 난 절대 널 혼자 두지 않아. 우린 친구잖아." 친구. 맞다, 현준이에게 난 가장 친한 친구였다. 일부러 가장 친하다는 걸 강조하며 현준이의 손을 꼭 잡았더니 그쪽에서 더 꼭 잡아줘서 설렜다. 하지만 곧 이혁의 얘기가 나와서 나는 더 이상 그에게 관심이 쏠리게 하고 싶지 않아 별일 없던 것처럼 대꾸했다. 그리고 어쩐지 멍해보이는 현준이를 가볍게 건드려 각자 교실로 향하려했다. 하지만 현준이가 떠난 자리에 쪽지가 떨어져있었다. 남의 편지를 멋대로 보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지만 왠지 엄청 신경이 쓰여 조심스레 내용을 읽었다. 그건 러브레터였다. 틀림 없다. 누군가 현준이에게 고백을 한 것 같다. 누구지? 이혁인가? 절대로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다. 바로 현준이를 찾아가고 싶었지만 지금은 현준이에게 화풀이 할 것 같았다. 나쁜 건 현준이가 아니니까 화를 내선 안 된다. 이건 조용히 처리하는 편이 좋겠다. 오늘 학교 마치고 소각로에 넣어서 태워버리자. 학교가 끝나고 나는 소각장으로 향했다. 물론 러브레터도 챙겼다. 그런데 거기에는 현준이와 주성 선배, 모르는 애도 한 명 있었다. 셋이서 뭘 하는 거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나는 어떻게할지 생각하며 발걸음을 늦췄다. 현준이가 있으니까 너무 차갑게 대하는 것도 좋지 않다. "여기 있었구나. 주성 선배도 같이 있었네요. 여기서 다들 뭐해?" "나는 쓰레기 버리러 왔어." "같은 부 후배 두 명이 보이기에 쏜살같이 달려와서 안아줬어." "네?" "후배는 언제봐도 귀엽지. 제서도 안아줄까?" 나는 주성 선배에게 안기고 싶은 마음은 하나도 없다. 짜증나게 현준이를 마음대로 안지 말아줬으면 좋겠는데. 주성 선배는 그렇다치고 저 애는 대체 뭐야. 현준이가 새로 사귄 친구인가? 키도 작고 자신감도 없어보이는데. 친구냐고 물었는데 눈에 띄게 안절부절하는 모습에 혹시 얘가 러브레터를 보냈나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긴, 이혁이라면 이런 거 보낼 필요가 없지. 같은 반이니까. 의심이 확신으로 바뀐 나는 가장 친한 친구라는 걸 어필하고 그 애가 보라는 듯이 팔짱을 끼고 현준이 곁에 다가갔다. 현준이에게는 저절로 다정한 시선이 보내지지만 저 녀석에게는 시선이 절대 곱게 나가지는 않았다. 내 현준인데. 지금까지는 나만의 현준이였는데. 내가 더 많이, 더 오래 좋아했는데. 너 같은 녀석에게는 절대로 못 줘. 잠깐 쏘아본 걸로도 그 녀석은 자리에서 도망쳤다. 속으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데 주성 선배가 날 보더니 씩 웃었다. 그리고는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귀여운 강아지인줄 알았는데 호랑이 새끼였네." 순간적으로 표정 관리가 안 됐다. 분명히 나더러 들으라고 한 소리였다. 당신이 뭔데 그런 말을 해? 당신도 현준이를 채가려는 사람으로 밖에 안 보인다고. 기분이 나빴다. 현준이 머리를 쓰다듬는 저 손을 당장 치우고 싶었다. 집에 가는 도중에 현준이가 러브레터를 신경썼지만 나는 더 이상 이것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대충 넘기고 현준이를 살짝 떠봤다. "현준이, 인기 많구나?" 그러나 현준이는 눈치가 없는 건지 긍정의 답을 내놓았다. 질투는 나지만 그런 현준이도 귀여웠다. 현준이에게 다시 한 번 가장 친한 친구라는 확인을 받은 뒤에야 마음이 조금 풀렸다. 현준이가 좋은 사람이라서 자꾸 불안하다. 난 네가 조금만 나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현준아. 내가 욕심이 많아서 미안해. 난 너에게 친구 이상의 소중한 존재가 되고 싶어. 그 다음날 아무도 모르게 소각장에서 그 편지를 처분했다. 그리고 조금 울었다. 나도 내가 어쩌고 싶은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분명 더 특별한 사이가 되고 싶은데 만약 실패해서 멀어지면 그 때는 진짜 죽을 것만 같았다. 그러니까 현준이가 정해줬으면 좋겠어. 기다릴게. 계속 좋아할게. 소제서 SIDE 끝

#220 이름없음 2022/04/27 01:57:33

선배에게 전화를 했지만 끝내 받지 않았다. 대체 왜 안 받지? 이정도면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닐까? 걱정되는 마음에 선배에게 문자를 보내뒀다. [무슨 일 있어요? 왜 연락이 안 돼요? 이거 보면 연락해요.] 문자를 보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번에도 답장 없겠지. 예상대로 답장은 오지 않았다. 바쁜 일이 있겠거니, 곧 답장도 하겠거니 하며 애써 무시했다. 그리고 잠시 후, 평소와 같이 3명의 친구와 이혁이 차례로 등교했다. 먼저 와있는 나를 보고 꽤 놀라는 듯했지만 나는 장난을 치며 자연스레 받아쳤다. 그리고 잊어버리고 있던 선배에게서 연락이 온 건 점심시간이 막 시작된 시각이었다. 문자도 전화도 아닌 본인이 직접 교실 앞으로 찾아왔다. 그리고 오른손에는 반깁스를 하고 있었다. 아니, 설마? "늦어서 미안. 연락 일부러 씹은 거 아니야. 보다시피 이 상태라 문자는 불편하고 학교에 있는데 전화하긴 좀 그래서." "어떻게 된 거예요?" "걱정하지 마. 별 거 아니야." "별 거 아닌데 깁스까지 해요? 뭔데요. 그 때 손목 부상 심한 거예요?" 진심 어린 걱정에도 선배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다행히 부러지거나 금간 건 아니고 뼈가 살짝 어긋났다나봐. 2주 정도만 있으면 낫는대." "그게 다행이냐구요! 선배 바보예요?" 그렇게 말하는 선배의 어조는 평소같이 기운이 넘쳐서 오히려 이쪽이 맥이 풀렸다. 그런 얘기를 어떻게 점심엔 카레를 먹었어, 같은 평범한 얘기처럼 하는 거냐고. 아무튼 선배와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가는데 선배는 계속 신경쓰지 말라는데도 난 돌덩이가 아니기 때문에 선배 대신 급식을 받아주기로 했다. "민폐를 끼쳤네. 내가 나중에 뭐라도 보답해줄게." "그러면 헛소리하지 말고 빨리 낫기나 하세요." "으음, 평소같이 신랄하네. 그런 너라서 좋아해." "그럼 테니스부 활동은 어떻게 돼요?" "글쎄, 일단은 수한이한테 맡기고... 합숙 일지도 써야되는데." "어차피 서류작성은 부부장 몫이잖아요." 잔말말고 밥이나 먹으라는 뜻으로 선배를 흘겨보니 그저 싱긋이 웃으며 조용히 식사를 했다. 식사 후, 선배를 돌려보내고 교실로 돌아갔다. 다음 시간은 체육인가. 점심 시간 바로 후가 체육이라니, 최악이다. 체육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6교시부터는 남자애들의 땀냄새로 교실이 가득 찰 것이다.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이혁의 표정도 일그러져있다. 부디 오늘은 실내 운동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내 바람은 철저하게 무시당했다. 오늘 체육은 또 그 놈의 축구였다. 근데 저쪽에서 또 다른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 것이 보였다. 저쪽도 체육인가보다. 도대체 어느 반이지? 그렇게 한눈을 팔며 유심히 관찰하는데. "강현준!!" "어? 아! 큰일 날 뻔 했네!" 내 쪽으로 날아온 공에 얼굴을 처박기 직전이었다. 다행히 그런 일 없이 깔끔하게 슛을 넣어주고 땀냄새 더 나기 싫다는 핑계로 다른 녀석과 교대를 하고 구석에서 쉬면서 다시 다른 반을 관찰했다. 거기서 나는 익숙한 >>221 을 발견했다. 1. 갈색의 곱슬머리 2. 탈색한 금발머리 3. 특이한 분홍머리 4. 유난히 부드러워 보이는 검은 머리

#225 이름없음 2022/04/27 17:28:43

>>224 맞아! 다들 어떻게 알지? -부장 시점... 적당한 이벤트가 나오면 써볼게 부장이랑 연이는 제서나 혁이보단 솔직한 편이라고 생각해서... 눈에 보인 건 색이 조금 옅은 연이 특유의 분홍머리였다. 이제는 연이의 머리만 봐도 복숭아 냄새가 나는 착각이 드는지 은은한 과일향이 났다. 내심 달달한 향이 싫지않아 눈을 감고 향기를 맡았다. "선배...?" 와, 냄새 맡으니까 연이 목소리도 들리는 것 같아. 뇌의 착각은무섭구나. "현준 선배, 저 무시하지 말아주세요..." 순간, 손에 따뜻한 무언가가 닿아 눈을 뜨니 진짜로 연이가 눈 앞에서 내 손을 잡고 있었다. 놀란 내가 흠칫 몸을 떨자 연이는 작게 웃었다. 이렇게 웃으니까 예쁘네. "연아, 언제 왔어?" "선배가 저를 쳐다볼 때부터? 왜 쳐다봤어요?" "이 날씨에 밖에서 체육하는 불쌍한 학생들이 또 있구나싶어서. 교실 돌아가면 땀 냄새 장난 아닐텐데." "그래도 선배를 만나서... 나쁘기만 한 건..." 그러고보니 연이도 땀 흘렸을텐데 왜... 내가 의아한 듯이 멍하니 연이를 바라보는데 연이의 얼굴이 점점 빨개지더니 시선이 이리저리 흔들린다. 결국 연이는 고개를 떨구고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건다. "서, 선배는 너무... 너무, 자각이 없어요..." "무슨 소리야?" "모르셔도 돼요." 연이가 내 어깨에 몸을 기댔다. 기댄 상태로 내게 파고들듯 머리를 들이미는 모습에 머리를 쓰다듬었다. 폭신폭신한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눈을 감고 쓰다듬받던 연이가 스륵 눈을 뜨더니 내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으켰다. "잠깐, 연아. 어디 가려고?" "어차피 별로 신경도 안 쓰는데 매점 가요." "그래도 그건 좀..." "이번 한 번만요... 네?" 윽, 버려진 강아지 같은 표정 짓지 마. 넘어가게 되잖아. 어쩌면 당연하게도 나는 연이와 매점으로 향했다. 대체 뭘 먹고 싶었길래 수업 도중 몰래 빠져나온 걸까? 하지만 연이는 쉽게 고르지 못하고 계속 물건들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왜? 뭐 먹고 싶은데?" "있죠, 이 딸기 카스테라랑 딸기 크림빵. 어느 쪽이 맛있어요?" "나는 크림빵 쪽이 좀 더 맛있었어. 그거 사게?" "응, 잠시만요." 연이는 크림빵과 딸기 우유, 딸기 맛 아이스크림을 사서 전부 내 손에 들려줬다. 나는 영문도 모른 채로 그걸 전부 들고 서있었다. "이건 대체?" "선배 드세요. 좋아하죠?" "응, 좋아해." 갑자기 연이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어딘가 넋이 나간 듯이 놀란 표정 그대로 멈췄다. 그 모습에 당황한 내가 연이 어깨에 살짝 손을 얹자 놀라운 속도로 양손으로 내 손을 꼬옥 잡아왔다. "한 번만 더 해주세요, 방금 했던 말." "응, 좋아해." "... 저도 좋아해요." "그래? 잘 됐네. 우리 둘 다 좋아하잖아." 식성이 비슷하면 좋다. 그럼 밥 먹을 때도 싸울 일이 없으니. 하지만 연이는 주먹을 꽉 말아쥔 채 다시 운동장을 향해 내달렸다. 왜 저러는 거야... 그건 그렇고 이제 어쩐다. 이 많은 걸 들고 다시 돌아가야하나? 다시 돌아가야할까? >>226 1. 뭐 어때. 들고 운동장으로 돌아간다. 2. 그래도 이건 좀... 몰래 교실로 간다. 3. 까짓거 배에 넣어가자. 다 먹고 돌아간다.

#229 이름없음 2022/04/28 17:01:38

매점 간 것도 모를텐데 이거 들고 가도 괜찮겠지? 나는 그것들을 들고 운동장으로 돌아갔다. 평소와 똑같이 걸어왔는데 어째 친구라는 놈들은 나보다 내 손에 들린 음식에 더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 "뭐야, 너 매점 갔다왔냐? 맛있겠네. 한 입만 주라." "야, 안 돼. 내가 먼저임." "난 준다고 한 마디도 안 했는데..." "째째하게 굴지말고 좀 줘. 엄청 많잖아~" "양심 없냐?" 한숨을 쉬면서도 받은 걸 전부 바닥에 내려놓았다. 딸기 맛이다보니 내려놓은 부분이 전부 분홍 일색이다. 그걸 보고 애들이 우와... 라고 감탄사를 뱉은 뒤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왜 딸기 맛 뿐이야? 콜라는? 소시지빵은?" "... 얻어먹는 주제에 뭔 요구사항이 그렇게 많냐? 그냥 주는대로 먹어." "의외네, 이런 거 좋아하는지 몰랐네." "내가 산 거 아니야. 후배가 사줘서 어쩔 수 없이 들고 온 거라고." "뭐야뭐야, 후배가 너한테 왜 이런 걸 사줘? 그리고 후배가 준다고 받는 것도 가오 상하는데? 강현준, 이 정도밖에 안 되냐?" "너처럼 친구 선물 뺏어먹는 것보단 덜 상하네요~" 결과적으로 내가 먹은 건 하나도 없었다. 누구라도 맛있게 먹었으면 됐나... 투덜거리면서도 결국은 다 엄청 잘 먹었으니까. 그리고 이혁은 멀리서 그런 우리를 바라보기만 할 뿐 다가오지도 않았다. 하긴, 이런 거에 끼어들 이미지는 아니야. 그렇게 기껏 연이가 사준 선물을 다 털리고 수업은 끝났다. 교실로 돌아가는 길에 이혁이 다가와 조용히 속삭였다. "너 인간관계 정리 좀 하는 게 좋겠다." 그런 알쏭달쏭한 말만 남기고 이혁은 다시 나에게서 멀어졌다. 물론 가끔은 기억도 안 나는 사람들이 친한 척해서 피곤하긴해도 쟤네는 확실히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혁의 눈에는 안 좋게 보일 수도 있겠지? 오늘도 무사히 학교 생활을 끝냈다. 드디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건가 하며 책가방을 맸을 때 제서가 찾아왔다. "현준아~" "소제서? 너 왜 왔어?" "집에 갈 거지? 같이 가자." "상관은 없는데..." "얼른 가자~" 제서는 기분좋게 웃으며 내 팔짱을 꼈다. 조금 당황했지만 나도 같이 웃어주며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동안 제서는 항상 그랬듯이 오늘은 이랬고 무슨 일이 있었고 집에 가선 뭘 할 거다 하며 재잘거렸다. 그걸 들어주며 나는 가끔 응, 그렇구나하며 반응했다. "그러고보니 오늘 현준이 체육 시간에 축구했지?" "어? 어떻게 알았어?" "창문으로 봤어. 수업 도중에 어디 가던데, 어디 간 거야?" "아, 그거? 매점 갔다왔지." "혼자?" "아니, 친구랑 갔는데..." "그래? 그렇구나." 지금 순간이지만 제서 표정이 안 좋아보였는데...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짝 웃는 제서는 평소와 같았다. 우리는 손을 흔들며 갈림길에서 헤어졌다. 집으로 들어간 나는 잠시 게임을 하다 휴대폰의 진동을 느끼고 확인했다. 전화가 오고 있었다. >>230 전화한 사람 >>231 전화한 이유

#232 이름없음 2022/04/28 18:53:03

연이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레더들은 누구랑 이어졌으면 좋겠어?

#234 이름없음 2022/04/28 20:53:47

"여보세-" "선배!" "깜짝이야! 대체 무슨 일인데 이렇게 급해?" "그 사람 누구예요?" "그 사람이라니? 누구 말하는 거야?" 전화를 받자 인사를 할 새도 없이 연이가 질문을 했다. 하지만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알 수 있는 건 연이가 꽤 초조해한다는 것 뿐이다. 그리고 작은 소리로 계속 같은 말을 중얼거렸다. 제대로 들리지도 않지만 우선은 연이를 진정시켜야겠다. "좀 진정해. 크게 심호흡하고 천천히 말해볼래?" "아까...! 후우, 아까 집에 갈 때 선배랑 누가 집에 같이 가는 걸 봤어요. 다정하게 팔짱까지 끼고. 누구예요?" "제서 말하는 거야? 내 소꿉친구야." "소꿉친구... 많이 친하겠네요...? 그 분 이름이 제서예요?" 그렇게 말하는 연이의 목소리는 어딘가 싸늘했다. 평소에 귀엽고 애교까지 느껴지는 연이의 목소리는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니에요, 아무것도. 하교하는데 선배가 보여서 같이 가자고 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이미 친구 분이랑 집에 가시더라구요?" "아... 있었구나. 미안, 몰랐어. 말이라도 걸어보지. 세 명이서 집에 가도 재밌었을 것 같은데." 연이가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지만 나도 있고 제서는 편안한 분위기를 풍기니까 연이도 쉽게 말할 수 있을테고. 귀여운 강아지 두 명이랑 다니는 기분일텐데. 너무 귀여워서 내가 좀 힘들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나도 처음엔 연이랑 말하기조차 힘들었으니까. "... 감사하지만 저는 선배랑 둘이서 가고 싶어요. 같이 가는 거 싫어요." "그렇구나, 내가 배려를 못 했네. 그럼 다음에는 둘이서 가자. 언제든지 연락해." "언제든지요...? 진짜 그래도 돼요? 약속... 한 거예요." 기쁜듯 하면서도 얼떨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혹시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도 부담스러운가? 조금 더 천천히 다가가는 게 좋을까? "만약에 내가 너무 친근하게 군다고 생각하면 얘기해줘. 나 때문에 불편한 거 싫어. 알았지?" "저 선배는 다 괜찮아요... 오히려, 좀 더... 아, 아니다.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 "? 응, 그래. 곧 저녁 먹지? 맛있게 먹어. 다음에 보자. 아, 오늘 간식 잘 먹었어. 다음엔 내가 사줄게." "네, 넷! 선배도, 저녁 맛있게 드세요!" 그 말을 끝으로 전화는 끊어졌다. 말이 나온 김에 저녁이나 먹으려고 냉장고를 열었다. 그런데 냉장고가 텅텅 비었다. 그러고보니 주말에 합숙한다고 그 전에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다 털어썼지? 보통은 배달시켜놓는데 몇 시간 걸릴테니 직접 장보러 가야겠다. 난 걸려있는 옷을 대충 걸쳐입고 나갔다. 마트에 도착해 야채를 고르고 있는데 누가 내 어깨를 치며 아는체 했다.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235 였다. 왜 하필 지금 마주친거야! 나 지금 >>236 차림인데! (현준이가 입은 옷 차림) +연이가 다시 연락해오는 건 언제일까? >>238 ++ >>235 사실 그 이벤트가 좀 큰 터닝포인트여서 그렇게 됐다... 나도 이렇게 될 줄 몰랐어...

#239 이름없음 2022/04/28 23:17:20

나도 누구랑 이어줄지 고민이라서 물어본거야 물론 본엔딩은 하나지만 IF엔딩도 레더들이 원한다면... TMI 공략캐릭터와 현준이의 핸드폰에 저장된 이름 소제서 내 친구 현준이/제서 이 혁 강현준/이혁 김주성 강현준/주성 선배 이 연 ♡현준 선배♡/연이

#244 이름없음 2022/04/29 22:02:39

하필이면 들켜도 얘한테 이런 차림을 들키냐! 당황한 나는 근처의 양배추를 들어 얼굴을 가렸다. "너 뭐하냐?" "... 잊어줘." 빨개진 얼굴로 양배추를 내리자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이혁이 있었다. 아무도 안 마주칠 거라고 생각하고 목 다 늘어난 티에 곰돌이 그려진 수면 바지를 입고 왔는데! 상당히 부끄러워하는 나와 달리 이혁은 매우 평온해보였다. 얘는 마트올 때도 잘 갖춰입고 오네, 하여간 대단한 녀석. "저녁 장보러 온 거야?" "응, 너도?" "어, 부모님 심부름이야." "그래? 나는 혼자 사니까 가끔은 밥하는 것도 귀찮아." "혼자 살아? 왜?" "부모님 일 때문에." 이혁이 대충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두어번 끄덕였다. 그리고 뭔가를 한참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저번에 네가 연애해본 적 있냐고 물어봤잖아?" "네가 없댔잖아. 좋아하는 사람도 없고." "응, 그거 말인데 왜 물어봤는지 이제는 대답해줄 수 있어? 그 때 대충 뭉개고 넘어갔잖아." "그랬던가? 기억이 안 나는데." 사실 기억난다. 그 때의 경험을 어떻게 잊어. 권태경이랑도 그렇게 껄끄러운 관계는 아니다만 그거랑 그건 별개지. 이혁이 또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표정을 구긴다. "거짓말하지 마. 나 거짓말 하는 거 싫어해. 차라리 말하기 싫으면 싫다고 솔직히 말해." 날 바라보는 안경 너머의 회색 눈동자가 진지한 빛을 띠었다. 매사에 진지한 이혁이다. 이렇게 집요하게 굴어오면 피할 수가 없다. 아니, 그래도 매번 어물쩍 넘어가주더니 오늘따라 왜 이래. 현준이는 러브레터의 존재를 솔직히 말할까? >>246

#247 이름없음 2022/04/30 00:02:07

나는 어떻게든 확실한 대답을 피하려고 했지만 그런 짓을 하면 이혁의 기분만 나쁘게 만들 것 같아서 솔직하게 대답하기로 했다. "듣고 놀라지 마. 내가 그 때 러브레터를 받았거든." "... 그럼 물어본 이유가... 너, 그 애랑 사귀어서 연애 상담하려고 했던거야?" "뭐? 아니, 잠깐만!" "그래서 말을 안 하려고 한 거였어? 미안하다, 남의 연애사에 참견한 꼴이 됐네." 무슨 상상을 했는지 이혁은 나와 그 러브레터의 주인이 사귀고 있다고 오해하는 것 같았다. 이혁은 러브레터의 주인이 권태경인 것도 모르고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를텐데. 살짝 고개까지 숙이며 사과하는 모습에 난 얼른 정정하려 했다. "난 거절했어! 거절했는데 마음이 좀 안 좋더라고. 나한테 거절당하고 걔가 울어서 나쁜 짓 한 거같고 나는 누굴 좋아해본 적이 없으니까 어떤 느낌인지 감도 안 오더라." 내 말에 이혁이 한숨을 내뱉었다. 얘는 내가 뭔 말만 하면 한숨을 쉬는 것 같다. 내가 그렇게 한심해보이나? "그래, 일단 알았어. 너는 나쁜 일을 한 게 아니야. 오히려 마음이 없는데 사귀면 그게 나쁜 놈이지. 나도 누군갈 좋아해본 적은 없... 지만, 그 애 마음은 좀 알 것 같아." "진짜? 어떤 느낌인데?" "기껏 용기내서 마음을 전했는데 그게 실패한 거니까 부끄럽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상대가 좀 원망스러울 수도 있겠지." "그런가..." 자신은 그런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면서 다른 사람에게는 쉽게 상처준 것을 깨닫고 어쩔 수 없는 일인 걸 알면서도 자책했다.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야. 아예 아프지 않게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좀 더 잘 거절할 방법이 있었을텐데. 나만 보면 이혁이 한숨 쉬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 때 내 눈 앞으로 이혁이 손을 흔들며 나를 현실로 끌어올렸다. "무슨 생각해? 갑자기 기운이 없는데... 내가 말 실수라도 했어?" "아냐, 네 잘못은 하나도 없어. 그냥 좀 피곤해서. 나 간다, 내일 보자." "야! 강현준!" 가까스로 평소의 미소를 띄우고 이혁의 부름을 못 들은 척 하며 집으로 달렸다. 숨가쁘게 달려 집 앞에 도착하고 아무도 없는 것을확인하고 집 안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나랑 엮이면 좋은 꼴은 못 보는 걸 원래부터 알고 있었는데 요즘 왜 이렇게 견디기가 힘든 건지. 저녁도 포기하고 핸드폰이나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연락이 오는 일도 없었고 나는 휴대폰 전원도 꺼버리고 억지로 잠을 청했다. 눈을 떴을 때는 아직 어두웠다. 자고 나니 어느 정도 기분이 풀려서 좀 부끄러워졌다. 다시 휴대폰을 켜고 시간을 확인하니 새벽 3시였다. 그리고 부재중 전화랑 문자가 쌓여있었다. 부재중 전화랑 문자를 보낸 사람 >>249 (한명도 되고 여러명도 돼)

#250 이름없음 2022/04/30 13:41:10

문자랑 전화가 얼마나 쌓여있을까? >>251 +고마워 수정했어!!

#252 이름없음 2022/04/30 22:30:24

전화 2통, 문자 5통 전부 이혁인가. 그렇게 많은 수는 아니지만 그렇게 적은 수도 아니다. 하나같이 걱정하는 말이 적혀있어 그대로 뛰쳐나온 일이 미안해졌다. 답장을 보내려고 하다가 깊은새벽이라는 것을 깨닫고 혹시라도 잠을 깨울까봐 그만뒀다. 내일 직접 얼굴보고 말하면 되겠지. 나는 내일을 대비해 좀 더 자기로 했다. 다음날 등교하는 길에 교문 앞에서 이혁을 마주쳤다. "아." "아." 모른척할 수도 없어 우리는 같이 걸었다. 나는 어떤 말을 해야할지 몰라 우물쭈물하며 바닥만 보고 걷는데 이혁이 먼저 말을 꺼냈다. "그러다 다쳐. 앞을 보고 걸어." "응, 알았어..." "어제, 괜찮았어?" "뭐? 뭐어... 괜찮았어." "...연락 좀 잘 받아. 어제 그렇게 가버려서... 내가... 하아, 됐다." 나를 타박하긴 해도 더 이상은 캐묻지 않았다. 게다가 이제 보니 이혁의 얼굴은 제대로 못 잔 사람처럼 퀭했다. 설마 나 때문인가? 아니겠지, 자의식 과잉이야. 내가 뭐라고 이혁이 잠을 못 자? 책이라도 밤새 읽었겠지. "어어, 미안하다. 다음부터는 잘 받을게. 너는 밤새 책이라도 읽었냐? 적당히 해. 그러다 몸 상한다?" 평소의 텐션으로 돌아와 이혁의 어깨에 과장스럽게 팔을 둘렀다. 이혁이 놀란듯 살짝 몸이 떨렸지만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그저 교실로 향하는 걸음이 좀 더 빨라졌다. 교실에서도 학교 안에만 들어오면 나랑 그다지 엮이려고 하지 않는 이혁이었지만 계속 힐끔힐끔 나를 쳐다보고 방금 전에는 이온음료도 건네줬다. 자기가 생각하기엔 티 안 나게 챙겨주려는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엔 서툴렀다. 그게 좀 귀여워보였다. 그리고 4교시 수업을 듣던 중 결국 이혁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스스로 뒤로 나가서 수업을 듣는가 했더니 서서도 졸고 있다. 수업이 끝나서도 정신을 못차리기에 다가가 말을 걸었다. "너 괜찮아? 밥도 못 먹겠네. 일단 너, 자리에서라도 좀 자. 밥 먹고 오면서 뭐라도 사다줄게." "그런 거 필요없어. 너나 잘 먹고 다녀. ...강현준, 나쁜 놈." 잠에 취해서 아무 소리나 하고 있는 것 같다. 얼른 이혁을 제 자리에 앉히고 자라고 토닥이니 곧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잠들었다. 오늘도 급식실 가는 길에 누군가에게 끌려가 식사를 마치고 매점에 들렀다. 그리고 그 때 깨달았다. 나는 이혁이 뭘 좋아하는지 모른다. 한참을 서서 고민하던 나는 그 날 이혁이 나한테 사줬던 소시지빵과 이온음료를 사서 돌아갔다. 당연히 아직도 자고 있는 이혁을 가만히 내버려두다 수업 시작 10분 전에 흔들어 깨웠다. "야, 일어나. 곧 5교시 시작해." "으음... 벌써? 뭐야, 내가 사오지 말랬잖아..." "너 배고파서 안 돼. 이럴 땐 그냥 고맙다고 하고 먹어." "... 응, 고마워." 더 이상 토달지않고 얌전히 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실없는 대화를 하고 있었더니 문자가 한 통 왔다. 연이였다. [오늘 같이 집에 가요!] [그래, 그러자. 내가 수업 마치고 그쪽으로 갈게.] [네! 그럼 좀 있다가 봐요.]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했지만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네. 싫지는 않으니까 수락하고 다시 앞을 보는데 이혁이 말을 걸었다. "누구야?" "친구." "친구 누구? 소제서?" "아니, 내가 친구가 걔밖에 없겠냐? 한 학년 후밴데, 있어." "그럼 친구 아니잖아." "친하면 다 친구지 뭐. 아무튼 다 먹었네. 이번엔 졸지말고 잘 들어!" 오후수업에서 이혁은 나를 더 이상 힐끔거리지도 않았고 졸지도 않았다. 그런데 수업이 끝난 뒤에 아무 말 없이 나에게 다가왔다. "집에 같이 갈래?" "나한테 말한 거야?" "그럼 내가 너 말고 누구한테 말하겠냐?" "음, 저기..." 오늘은 연이랑 가기로 했는데 어쩌지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 이혁이 먼저 교실 문 밖으로 나갔다. 당황한 내가 이혁을 따라 문밖으로 나오는 순간 연이와 마주쳤다. "연아, 왜 여기까지 온 거야?" "선배를 빨리 만나고 싶어서 수업 끝나자마자 왔는데 저기..." "얘는 이혁인데 우리 반 반장. 이혁, 이쪽은 이연이라고 나랑 친한 후배. 둘이 인사해." 어떻게든 분위기를 바꾸려고 애썼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나는 이혁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툭툭 치며 소곤거렸다. "연이가 낯을 많이 가려. 그러니까 네가 먼저 인사하고 말 걸어줘." "... 그래, 반갑다. 나는 이혁. 2학년 3반의 반장이다." "네에... 저는 이연이에요. 1학년 8반입니다." 이 무슨 부활동 대면식 같은 인사란 말인가. 둘을 소개시켜주는 게 잘못된 선택이었나? 둘 다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란 걸 잠시 까먹었다. 이럴 땐 내가 나서줘야지. "에이, 둘이 너무 딱딱한 거 아니야? 너무 어색하게 굴면 더 말하기 힘들어진다? 편하게 상대방이 나라고 생각하고 얘기해봐." 하지만 나의 그런 노력이 무색하게 두 사람은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았다. 진짜 그런 가시방석에 앉은 듯한 시간이 지나간다. -여기서 누구 한 명 더 등장시킬까? >>254 -교실에서 혁이랑 현준이 자리는 각각 어딜까? >>255

#256 이름없음 2022/05/01 15:09:40

불편한 기류에 더 이상 어쩌지도 못하고 식은땀만 흘리고 있는데 누군가 내 팔을 잡아당겼다. 그쪽을 바라보니 은은한 미소를 짓는 제서가 있었다. 제서야! 고마워! 살았다! 나도 모르게 눈짓을 하며 제서에게 도움을 청했는지 제서가 싱긋 웃고는 앞으로 나섰다. "다들 왜 모여있어? 아, 혁이였네? 안녕~ 그리고 이쪽의 귀여운 친구는 누구야?" "... 이연, 입니다." 웬일로 연이가 처음 보는 사람에게 직접 대답했다. 아, 일방적이긴 해도 어제 봤으니 처음은 아닌가? 그래도 대화는 처음이고... 제서 특유의 친화적인 분위기도 있겠지만 연이도 조금은 성장한 건가? 기특해져 연이의 머리를 슬슬 쓰다듬었더니 순간 이혁과 제서의 눈빛이 굉장히 날카로워진 느낌이 들었다. 얘네가 왜 이러지? 의아함을 품고 다시 보니 어느새 원래의 분위기로 돌아와있다. 내 기분 탓인가? 연이를 바라보자 수줍은 듯 두 볼을 붉히며 좀 더 내 쪽으로 다가와있다. 귀여워... 연이가 점점 가까워져 내 품에 기대기 직전 제서가 내 팔을 끌어당기며 말했다. 부드러운 미소 그대로. "이제 집에 갈까? 너무 늦으면 부모님도 걱정하시고." "그래, 얼른 가서 저녁도 먹어야지." 이혁도 거들며 나를 쳐다봤다. 연이는 어딘가 기분 나쁜 기색으로 두 사람을 쳐다보고 나를 보더니 싱긋 웃었다. 어째 미소짓는 세 사람의 시선을 받으며 우리는 하교했다. 집에 가는 길에도 어색한 분위기는 풀어지지 않았다. 제서가 나와 대화를 몇 마디 했지만 남은 두 사람이 전혀 대화에 참여하지 않았다. 답답해진 내가 연이와 이혁에게 말을 걸어도 단답으로 대답하고 넘어갈 뿐이었다. 전체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에 숨 막혀 죽을 것 같다. 죽어가는 나와 다르게 세 사람은 아무렇지 않은 듯 묵묵히 걸었다. 무거운 분위기를 견디지 못한 내가 일부러 더 밝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내가 음료라도 사줄게. 아님 아이스크림이라도! 저기, 편의점 가자! 설마 내가 사주는데 안 오는 사람 없지?" "우리 현준이가 말하는데 당연히 같이 가지~ 그치, 얘들아?" "같이 가자." "저, 저도 가요!" 편의점으로 들어가 각자 물건을 골라오라고 하고 한참 아이스크림 냉장고 앞에서 고민하고 있었더니 갑자기 뒤에서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제서가 내 뒤에서 내 허리를 살짝 끌어당겨 안고 고개를 내 어깨 위로 빼꼼 내밀었다. "현준아, 뭐 살지 정했어?" "아, 아직. 새로 나온 거 없나 보고 있었어." "그렇구나~ 그럼 이거 어때?" "글쎄. 나 콘보다는 바가 좋은데." 평소처럼 제서와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 이혁과 연이도 다가왔다. 이혁은 내 왼손을 꾹 잡았고 연이는 내 오른팔에 단단히 팔짱을 껴왔다. 상반신이 전부 묶인 나는 눈치를 보며 슬슬 몸을 틀었지만 세 사람은 점점 더 강한 힘으로 날 붙잡았다. 주변의 분위기도 점차 험악해져가는 듯 했다. "얘들아, 나 못 움직이겠는데..." "..." "저기요? 나 끊어질 거 같아." "..." "아! 아파! 좀 놔 줘!" "앗, 미안." 아프다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는지 제서가 제일 먼저 슬그머니 손을 풀었다. 그걸 본 이혁과 연이도 차례로 손을 뗐다. 나는 후다닥 빵, 과자, 아이스크림, 사탕 따위를 집히는대로 계산대로 가져가 계산하고 편의점을 빠져나왔다. 이제 얌전히 집에만 가야겠다. 이런 어색함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다... 각 캐릭터의 집은 학교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을까? (마지막으로 남는 캐릭터랑 요런저런 얘기를 할 수도 있겠지?) 레더들이 >>263까지 마음껏 정해줘! 현준이랑 주성 선배도 정해주면 좋겠어!

#258 이름없음 2022/05/01 17:32:43

>>257 선배네 집은 왜 그렇게 먼 거야ㅋㅋㅋㅋㅋㅋㅋ

#262 이름없음 2022/05/01 22:33:39

>>261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선배가 멀리 산다면 지하철이나 버스타고 등교할거 같아 지하철은 로망이 없으니 버스로...?

#264 이름없음 2022/05/02 03:24:20

하교만 할 뿐인데 기운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편의점에서 나온지 얼마 지나지않아 연이네 집에 도착했다. 연이가 부자인 건 알고 있었지만 언제봐도 익숙해지지 않는 집이다. 연이가 초인종을 누르기도 전에 연이네 사용인으로 보이는 남자분이 문을 열어 연이의 가방을 자연스레 받아들었다. 그 남자는 아주 귀한 분을 모시듯 행동했지만 어딘가 사무적인 분위기가 풍겼다. 연이의 표정도 어둡다. 그래도 연이는 나에게 손을 흔들며 웃어주었다. 연이 뒤의 남자도 우리에게 깍듯이 고개 숙이고 집으로 들어갔다. "우와... 엄청난 집이네." "그러게. 나 사용인 있는 집 처음 봐." 두 사람은 얼빠진 듯이 순수한 감탄을 내뱉었다. 나도 볼 때마다 놀라긴해도 두 사람보단 익숙했기에 정신을 차리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러고보니 이 과자, 연이한테 주고 싶었는데 못 줬네." "그냥 네가 먹어. 너부터 제대로 챙겨 먹어야지." "누가 들으면 내가 맨날 굶고 다니는 줄 알겠다." "현준이는 가끔 자기를 안 돌볼 때가 있으니까 걱정돼." 이혁과 제서는 마치 합이라도 맞춘 듯이 나에게 잔소리했다. 내가 알겠다고 이제 끼니 거르지 않고 챙기겠다고 하자 두 명 모두 그제야 만족한 듯 잔소리를 멈췄다. 곧 이혁의 집에도 도착해 헤어지기 전 손에 뭐라도 쥐어주려했으나 바로 저녁을 먹을 거라며 너나 먹으라는 말로 거절당했다. 난 내가 먹으려고 산 건 아니라 조금 우울해졌다. 어쨌든 이혁도 인사를 한 후 우리와 헤어졌다. 마지막까지 남은 건 제서였다. 하긴, 바로 옆 집이니 이렇게 되는 건 당연할지도 몰랐다. 나를 제외한 애들이 전부 돌아갔음에도 제서는 평소와 달리 이것저것 말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이라 나도 쉽게 말을 걸지 못했다. 그러다 집 앞에 다다랐을 때 제서가 내 손에 들린 봉지를 가리키며 문득 말을 꺼냈다. "그거, 내가 전부 받아가도 될까?" "그거? 아, 이거? 당연하지." "후후, 고마워. 맞다, 잠시만." 제서가 잠시 봉지를 뒤적이더니 무언가를 내 손에 쥐어줬다. 확인해보니 그건 딸기맛 츄파츕스였다. "그건 현준이가 먹어. 아까보니까 딸기맛 사탕 딱 하나 있더라. 잘 먹을게. 내일 보자." "으, 응. 잘 가, 제서야."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 분명 30분도 걸리지 않았는데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곧바로 침대에 드러누운 나는 손 안의 사탕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분명 내 기분이 안 좋은 걸 알고 제서는 전부 가져가줬다. 그리고 그걸로 기분이 덜 풀렸을까봐 이걸 건넸다. 항상 나를 배려해주는 제서에게 너무 고마웠다. 나도 제서에게 뭔가 해주고 싶어졌다. 그리고 깨달았다. 난 제서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그동안 뭘 말해도 계속 좋아, 좋아 라고만 했던 제서였기에. "하, 나 말로만 친구지 진짜 하나도 모르네. 친구 실격일지도 모르겠다." 미안함과 함께 말로 설명 불가능한 묘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아무래도 이혁과 제서에게 한 약속을 못 지킬 것 같다. 식사 제대로 챙기기로 했는데. 너무 피곤하기도 하고 감정을 갈무리하기엔 잠이 최고였다. 나는 또 잠으로 도망쳤다. 완전 한심했다. 눈을 떴다. 오늘도 똑같은 하루가 되겠지. 제대로 기분이 풀리지 않아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래도 지각을 할 순 없으니까 몸은 충실히 움직여 교실까지 한 번에 도착했다. "강현준, 좋은 아침." "너도." "어디 아파? 표정이 안 좋은데?" "잠을 좀 설쳤어." 이혁이 내 안색을 살폈지만 나는 애써 크게 웃어보였다. 이혁은 알겠다며 더 이상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날수록 기분이 조금씩 나아졌다. 오늘은 이상한 짓을 안 하겠지... 모든 게 평화로웠다. 어제 있었던 끔찍한 하교길을 보상이라도 하듯이 지극히 보통의 일상이 흘러갔다. 그러나, 내 인생은 잘못된 게 틀림없다. 혼자서 하교하는 길에 양아치들을 만났다. 학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인데 왜 이러고 있지? 그리고 그 사람들은 정확히 날 보고 씩 웃었다. 마치 날 기다렸다는 듯이. "너, 강현준 맞지?" "그런데?" "너 요즘 잘 나가더라? 근데 그게 진짜 거슬린다고. 이 사람 저 사람 다 친한 척 해놓고 인사하니까 생까고 다니더라?" "그, 그건..." 아, 그만해. 더 이상 말하지 마. "착한 줄 알았는데 싸가지 증발했네? 하긴, 김주성이랑 붙어다닐 때부터 알아봤지. 걔 딱 봐도 양아치 아니냐? 금발로 멀쩡히 학교 다니는 게 영 수상했다고." "... 그건 아니야." 나를 욕하는 건 참을 수 있어도 내 사람들까지 욕하는 건 못 참아. 내가 눈을 부릅뜨고 한껏 째려보자 그 양아치들이 내 멱살을 잡아올려 뺨을 주먹으로 한 대 갈겼다. 순간적인 고통에 눈물이 핑 돌았지만 꼿꼿이 그 녀석들을 계속 쳐다봤다. 그게 더 마음에 안 들었는지 나를 바닥에 내동댕이 치고 그대로 밟기 시작했다. 그 순간 누군가가 이쪽으로 뛰어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저 화려한 금발은 틀림없는 선배였다. 지금 여기로 오면 안 돼! >>265 선배가 뛰어들어서 한 행동이나 대사는?

#267 이름없음 2022/05/02 22:59:12

‪선배가 이쪽으로 달려옴과 동시에 깁스로 양아치들을 때려눕혔다. 난 바닥에 널브러진 상태라 제대로 볼 순 없었지만 아마도 갑작스런 공격에 대응하지 못한거겠지. 전부 쓰러진 걸 확인한 선배가 나에게 다가왔다. "괜찮아? 일어날 수 있겠어? 저 녀석들 곧 정신차릴 거야. 지금 도망쳐야돼." "전 괜찮아요. 알았어요. 일단 뛰죠." 우리는 전속력으로 뛰어 그 자리를 벗어났다. 몇 분간 달린 뒤 아무도 따라오지 않는단걸 확인하고 멈춰 숨을 골랐다. 일단 급한 상황을 해결하고 나니 차분히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제일 먼저 한 일은 선배에게 화를 내는 것이었다. "선배 미쳤어요? 왜 거길 들어와요? 그리고 그 팔로 싸우면 어떡해요! 큰일나면 어쩌려고!" "아니, 그럼 네가 맞고있는데 가만히 있어?" "경찰에 신고하든가 학교 근처였으니까 선생님을 불러오든가 하면 되잖아요." "그런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내가 화낼 일이 아닌데. 오히려 감사해야하는데 왜 자꾸 짜증이 나지?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혼란스러운 감정은 제쳐두고 우리 몰골을 보아하니 나도 선배도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우리 병원부터 가요." "왜? 많이 아파?" "저 때문이 아니라 선배 때문에 가야겠어요." "난 멀쩡해. 약국가서 진통제나 사먹으면..." "제발 얌전히 가요." 자신은 괜찮다고 우기는 선배를 병원으로 이끌었다. 나는 타박상 뿐이라 간단한 치료만 받고 바로 나왔지만 선배는 그렇지 않은지 꽤 오랫동안 진료실과 처치실에 있었다. 몇 분 뒤에 지친 기색이 역력한 선배가 밖으로 걸어 나왔다. "오래 걸렸네요. 뭐라고 해요?" "엄청 혼났어... 내 예상보다 상태가 안 좋은가봐. 당분간 오른손 움직일 생각도 하지 말래." "당연히 혼나야죠! ...미안해요. 나 때문에 다쳤잖아요."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나만 아니었다면 선배가 오지도 않았을 거고 그랬다면 다칠 일도 없었을텐데. 그 때 선배가 정말모르겠다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게 왜 너 때문이야? 그 양아치들 때문이지. 네 잘못은 하나도 없어." "그래도... 내가 그런 일에 휘말려서, 선배가 나 도와주다가..." "강현준, 나 봐봐. 널 도와주기로 선택한 건 나야. 내 의지였어. 그러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마." 고개를 들어 선배를 마주봤다. 내가 어떤 표정이길래 이런 말을 하는 걸까? 선배가 진지한 표정으로 손을 뻗어 내 뺨을 쓰다듬었다. 약간의 따끔함이 느껴져 몸을 움찔거리자 선배가 속상한 표정으로 말했다. "애 때릴 데가 어딨다고 얼굴을 이렇게 만들어놓냐. 다른 곳은 안 아파?" "그냥 좀 붓고 까진 거예요. 이정도는 자고 나면 나아요." 나보다는 자기가 더 아프면서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거야. 자기 몸 생각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안 하지. 우리는 약국에 들러 약을 받아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넌 왜 여기로 와?" "데려다줄게요." "뭐? 아냐, 너도 힘들텐데 집에 가서 쉬어. 우리 집 많이 먼 거 너도 알잖아." "그러니까 걱정된다구요. 아, 저 버스 아니에요? 얼른 타요." 어리둥절해하는 선배를 버스에 밀어넣고 자리에 앉혔다. 일어나려는 선배를 꾹 누르고 가방도 뺏듯이 가져왔다. "가방은 내가 들어도 되는데. 내가 앉아있고 넌 서있잖아." "... 제가 하고 싶어서요. 아무리 앉아있다고 해도 오래 갈텐데 그러면 손목에 무리 가요." "너도 참 과보호구나. 이러다 옷도 갈아입혀주겠다?" 선배가 농담처럼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날 쳐다봤다. 날 놀리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나도 언제까지고 당하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의미로 똑같이 능글맞게 웃으며 받아쳤다. "원한다면 못 할 것도 없죠. 갈아입혀 드릴까요?" >>268 선배의 반응은?

#269 이름없음 2022/05/03 23:41:38

"...어? 너, 무, 무슨 말을...!" 선배는 얼굴이 붉어져 어버버거리다 부끄러운지 시선을 피해버렸다. 자기가 한 말이잖아... "왜요? 선배도 원해서 말한 거 아니에요?" "내,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그만해..." "선배가 이상한 말 할 때마다 느낀 제 기분 알겠죠?" "알겠어. 그래도 난 나쁘기만 한 건 아닌 거 같은데...?" "뭐래... 선배 짜증나." 소심한 선배의 반문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줬다. 그러자 민망한지 선배는 아무 말도 없었다. 그러고도 한참동안 말이 없어 이럴 사람이 아닌데 싶어 쳐다보니 선배가 많이 피곤했는지 창문에 기대 자고 있었다. 이런 무방비한 모습의 선배의 모습은 처음 보는데 잘 때는 이런 얼굴로 자는구나.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 선배의 얼굴은... 솔직히 미남이다. 이 얼굴에서 그런 큰 목소리가 나올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홀린듯 선배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는데 크게 흔들거리자 선배가 얼굴을 찌푸리며 부스스 눈을 떴다. 그 모습에 괜히 놀라 시선을 돌렸다. "으음... 아, 잠들었네. 어느 정도 왔어?" "거의 다 온 것 같은데요. 근데 어제 늦게 잤어요?" "아니? 평소처럼 잤는데." "그럼 잠 설쳤어요?" "아니? 잘 잤는데. 왜 물어봐? 내 사생활에 그렇게 관심이 있어?" "또 그런 소리 하죠!" "이게 내 매력인데 이걸 몰라주네." 나는 질렸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선배의 손을 잡고 일으켰다. 버스에서 내린 뒤 우리는 잠시 걸었다. 평소라면 이미 집에 들어가서 저녁을 다 먹었을 시간인데 새삼 선배 집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집이 멀기만 한 이유는 아니었지만. "선배 집 엄청 머네요. 왜 이 학교로 온 거예요? 근처에 다른 학교도 많잖아요." "으음... 그냥? 별 이유 없어." "그래요? 우리 학교 급식도 맛없는데." "그건 인정." 우리는 웃으며 선배네 집 앞에 도착했다. 선배네 집은 전에도 한 번 와본 적이 있지만 꽤 아담했다. 여기까지면 괜찮다는 선배의 만류에도 나는 집 안까지 들어가서 조용히 가방만 놔두고 올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가 혼자 살고 있기 때문인지 선배네 가족들이 집에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선배가 집에 들어가 다녀왔다고 인사를 할 때, 그제야 깨달았다. "다녀왔습니다!" "그래, 늦었구나. 얼른 씻고 오렴." "네! 그런데 오늘은 손님이 있어요." "선배! 저, 지금 갈거예요. 실례했습니다." "잠깐만. 밥 먹고 가." 현준이는 밥을 먹고 갈까? >>270 선배네 가족 구성 >>272

#273 이름없음 2022/05/04 12:21:18

동생들은 남자? 여자? 다이스 굴려서 정하겠어 1. 남동생 2. 여동생 3. 남매 Dice(1,3) value : 1

#275 이름없음 2022/05/04 14:37:39

"아뇨. 가족들끼리 식사하는데 끼어들 생각도 없고 민폐 끼칠 수는 없으니까 돌아갈게요." 정중히 거절하고 돌아가려는데 선배의 남동생으로 보이는 애들이 나를 불러세웠다. "괜찮으니까 같이 먹어요! 사람은 많을수록 즐겁잖아요." "맞아! 형아 같이 먹어요! 네?" "그래, 애들도 이렇게 부탁하니까 먹고 가. 시간도 늦었잖아." "그래도... 선배 아버지랑 어머니가 불편하실지도 모르잖아요." "우린 전혀 상관없단다. 신경쓰지 마렴." 선배의 기운은 집안 내력인가.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나는 식탁에 앉아있었다. 굉장히 화목한 집안이다. 항상 혼자 식사를 하던 나한테는 굉장히 낯선 일이지만 선배의 가족들이 다 좋은 사람들이라 어색하지는 않았다. "그러고보니 형, 형은 이름이 뭐예요?" "아! 맞다!" 나는 식사를 하다말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꾸벅 인사했다. "저는 강현준이라고합니다. 주성 선배랑 같은 테니스부예요." "아~ 형이 강현준 씨구나. 왜 일어나요? 앉아요. 형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저는 김주찬이에요. 이제 중학교 3학년이에요." "안녕하세요, 형아! 저는 김주원, 초등학교 1학년입니다. 큰 형아가 계속 현준이 형아 얘기했었어요." "내 얘기를 했었다고? 그게 무슨 소리예요, 선배?" "얘들아! 쉿, 쉿!" 선배가 당황한 듯 입가에 검지손가락을 가져다대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주찬이가 씩 웃었다. 아, 이 형제들은 웃는 모습도 똑같네. 선배의 예전 모습이 이랬을까. 여러 생각을 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빤히 쳐다보게 되었다. "형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 왜 빤히 쳐다보세요?" "아. 미, 미안. 그냥 예전에 선배가 이랬을까해서." "네? 저, 형이랑 닮았어요? 그건 싫은데. 전 저런 겁쟁이에 희생만 하는 사람은 되기 싫거든요." "선배가 겁쟁이는 아닌 것 같은데..." "우리 형 엄청 겁쟁이에요. 그러니까 아직 제대로 말도 못하고 저러고 있죠." "야! 김주찬! 쓸데없는 말 하지 말랬지! 강현준, 신경쓰지 마." "? 네." 주찬이는 식사가 끝날 때까지 히죽거렸고 선배 어머니도 어딘가 흐뭇하게 웃으셨다. 선배는 고개도 들지 않고 묵묵히 밥만 먹었다. 그럭저럭 평화로운 식사가 끝나고 식기를 정리하는 나를 보며 선배는 말을 걸었다. "놔두고 내 방에 가있어." "네? 이제 갈건데요." "잠깐이면 돼. 나도 금방 갈게." "알았어요." 천천히 선배의 방으로 들어갔다. 형제가 많아서 그런가 문 앞에 자기 이름이 적힌 문패가 달려있어 방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선배 방은 예상 외로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없는 듯했다. 꽉 차 있을 거란 편견이 있었는데. 그렇게 선배 방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곧 선배가 음료와 과일이 담긴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 "이거, 어머니가 주셨어." "저 부르지 그랬어요!" "손님한테 그런 걸 어떻게 시키냐? 어머니가 가져다주신댔는데 그냥 내가 들고 왔어." "완전 바보네요. 아무튼 왜 부른 거예요?" 그러자 선배는 잠시 고민하더니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너, 다친 거 괜찮아? 뭐, 우리 가족은 눈치껏 모른 척 해줬지만 내일 학교 가야하잖아." "마스크라도 쓰면 되겠죠... 좀 덥겠지만 춘추복입고...?" "미안하다... 내가 좀 더 빨리 구해줬다면..." "잠깐! 갑자기 왜 그래요? 아까 선배가 저한테 잘못 없다고 했듯이 선배도 잘못 없어요." "그건 알고 있지만 속상해서. 걔네 3학년이었는데 진짜 나 때문인거 아니지?" 그 때 그 사람들이 선배 이름을 들먹이면서 양아치네 뭐네 했던 것이 떠올랐다. 솔직히 그걸 듣고 퓨즈가 나가서 덤빈 건 맞는데 이걸 굳이 선배한테 말할 필요는 없겠지? "선배는 너무 걱정이 많아요. 아무한테나 삥 뜯으려는 거 운 나쁘게 제가 걸린 거예요. 선배가 쫒아내줬으니까 이제 안 오겠죠." "그랬으면 좋겠네. 그래, 이제 집에 가. 늦었으니까 조심하고." "네. 내일 봐요. 도착하면 연락할게요." 선배의 배웅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너무 피곤했다. 어쩐지 주찬이가 말했던, 선배가 겁쟁이라는 그 말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그래도 내가 보기엔 선배는 충분히 용기 있고 멋있었다. 집에 도착해 씻고 바로 침대에 드러누웠다. 아, 선배한테 연락해주기로 했는데. 슬슬 눈이 감기는데 휴대폰이 짧게 점멸했다. 제서에게서 온 문자였다. [현준아, 뭐 해? 나 심심해. 나랑 놀아줘.] [나는 그냥 침대에 누워있어. 뭐하고 놀아줄까?] [계속 이렇게 대화만해도 좋은걸?] 잠은 오지만 제서와 얘기하기 위해 침대헤드에 몸을 기댔다. 그렇게 얘기하다가 정신을 차리니 제서에게 전화가 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잠깐 졸았던 모양이다. 곧바로 받았다. "어, 제서야. 왜?" "현준이 목소리 잠겼는데 자고 있었어? 내가 깨운 거야?" "아니야. 순간적으로 그런 거야. 왜 전화했어?" "음... 현준이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오늘 한 번도 못 보기도 했고 연락이라도 해야겠다 싶었어." 연락? 그러고보니 뭔가를 잊은 것 같은데. 맞다! 선배한테 연락해주기로 했는데! 벌써 11시가 넘었잖아? "제서야, 미안한데 나 급한 일이 생각나서 끊을게! 나중에 또 연락해!" "급한 일? 어떤 일인데?" "그... 부모님한테 연락해야될 일이 있거든." "알았어. 아저씨랑 아줌마한테 안부 전해드려. 잘 자, 현준아." "응, 제서도 잘 자." 제대로 전화를 끊고 선배에게 전화하려고 했다. 11시가 넘었으니 선배같은 바른 생활 청소년이면 자고 있을 지도 모른다. 어떡하지? 선배에게 전화해볼까? >>276 선배는 >>277 1. 자고 있으라 못 받는다. 2. 연락을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3. 자고 있었지만 전화소리에 깨서 받았다.

#278 이름없음 2022/05/04 20:08:05

한참 고민한 끝에 문자만 보냈다. 그랬더니 바로 전화가 왔다. 선배였다. "여보세요? 선배?" "응... 집에 잘 들어갔어?" "네. 선배 목소리 너무 졸려보이는데 지금까지 참았어요?" "으응... 걱정돼서..." "제가 어린애도 아니고 당연히 잘 들어왔죠." "시간도 늦었고, 아까 걔네한테 해코지 당할까봐...?" 졸음이 가득한 목소리로도 계속 조잘조잘 말을 꺼낸다. 곧 잠들 것같은 소리에 얼른 재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자요. 늦게 연락해서 미안해요." "아냐, 원래느은, 이 시간, 에 안 자는데... 약 때문인가... 너무 졸려..." "버티지 말고 얼른 자요." "응... 잘, 자." 그 소리를 끝으로 전화는 끊어졌다. 이번에 전화를 하면서 느낀건데 선배의 졸린 목소리는 좀 귀여웠다. 게다가 여유가 없어서 그런가 평소보다 솔직한 느낌이었다. 연락을 까먹은걸 깨달아서 잠이 확 깼었지만 슬슬 자야 내일 지각 안할테니까. 눈을 뜬 나는 온몸이 욱씬거려 겨우 침대에서 일어났다. 어제 얻어맞았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겨우 씻고 얼굴에 큰 반창고를 붙이고 마스크를 꼈다. 그리고 저번주에 넣어뒀던 춘추복을 꺼냈다. 아직 춘추복 혼용 기간이지만 날씨가 더워서 다 하복입는데 몸 여기저기에 멍이 크게 들었으니 어쩔 수 없다. 나는 등교길에 제발 아무도 마주치지 않기를 기도하며 집을 나섰다. 나는 혹시나 아는 얼굴을 보지 않도록 노력하며 교실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 안으로 들어가면 빼도박도 못하고 해명해야할텐데. 한숨을 쉬며 안으로 들어갔다. "와, 강현준 뭐냐? 이 날씨에 춘추복 실화냐?" "시끄러워. 내가 뭘 입든 뭔 상관이야?" "오늘따라 까칠하네?" "어, 겜하느라 늦게 자서 그래." "치사하게 너 혼자 하냐. 다음엔 나도 불러." "오냐." 간단하게 거기까지만 말하고 자리에 엎어졌다. 덥다, 여기저기 안 아픈데가 없다. 작게 숨을 뱉으며 앞으로 학교 생활을 어떻게해나가야하나 고민하는데 이혁이 조심스레 내 앞으로 다가왔다. "너 왜 춘추복 입었어? 마스크는 또 뭐고." "아, 감기 기운이 좀 있어서. 다른 애들한테 옮기면 민폐잖아." 대충 그럴듯한 변명을 했다. 얘 거짓말하는 거 싫어하는데 이건 솔직히 말 못해. 일주일정도는 들키지 않게 조심해야겠다. 이혁이 미심쩍은 듯이 흐음하며 살짝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곧 다시 자리에 앉았다. 난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난 생각하지 못했다. 점심시간에는 어쨌든 마스크를 벗어야한다는 걸. "강현준씨, 점심 드시러 안 갑니까?" "너네 먼저 가. 나는 나중에 갈게." "오케이. 빨리 와." 반 애들이 전부 나간 걸 확인한 나는 그제서야 몸을 일으켜 급식실로 향했다. 하지만 급식실로 향하는 중에 >>280을 마주치고 말았다. 음, 이거 무조건 점심 같이 먹어야하는 전개인데...

#281 이름없음 2022/05/04 23:17:16

연이를 발견한 순간 뒤돌아서 다시 교실로 돌아갈 뻔했다. 하지만 간신히 그러지 않을 수 있었다. 평소에는 내가 연이에게 먼저 인사를 하면서 대화가 시작되는데 어떤 말을 해야할지 몰라 가만히 있었더니 연이가 나에게 다가왔다. "음... 현준 선배, 맞죠?" "연이구나. 하하, 못 알아볼 뻔 했네." "선배가 절 못 알아볼 리가 없는데... 복숭아 냄새 안 나요?" 연이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날 올려다본다. 그런 표정으로 바라보면 죄책감이 2배가 된다고! 난 얼른 수습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하하, 미안. 잠시 생각을 좀 하느라 앞을 제대로 안 봤어." "그러면 어쩔 수 없지만... 지금 밥 먹으러 가는 거죠? 같이 가요..." "그, 그래. 가자." 연이가 자연스레 팔짱을 꽉 껴왔다. 아릿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억지로 참았다. 그 상태로 급식실 앞까지 온 연이가 물었다. "왜 춘추복 입으셨어요? 날씨 엄청 더운데. 게다가 단추도 목 끝까지 잠그시고 마스크까지..." "그게... 그럴 일이 좀 있었어." 곧 들통날텐데 감기라고 거짓말을 해봤자 소용없을 것 같아 대충 얼버무렸다. 연이가 뾰로통한 표정이 되었지만 차마 내 입으로 말하기가 좀 그랬다. 연이와 사이좋게 급식을 받아 자리에 앉았다. "잘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연이가 눈 앞의 두부를 집어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어 삼켰다. 나는 크게 숨을 한 번 들이쉬고 마스크를 벗었다. 동시에 연이의 눈이 커졌다. "선배! 그 얼굴 어떻게 된 거예요!" "쉿, 연아. 소리가 너무 커." "앗, 죄송해요... 너무 놀라서... 무슨 일이에요, 이게. 선배 혹시 괴롭힘 당하나요?" "아니야. 그냥 길 가다가 양아치들 만나서 그런거야." 연이의 표정이 급격히 싸늘해졌다. 진심으로 화난 표정. 나한테 화를 낼 때는 마냥 귀엽기만 했는데 연이도 이런 표정이 되면 상당히 무섭다. "누구인지 알아요? 어디서 만났나요?" "어? 연아, 위험하니까 그런 곳엔 안 가는 게 좋아." "그냥 알려만 주세요." "그래도..." "위험한 일 하려는 게 아니에요. 학교 측에 그 지역 순찰을 좀 더 강화하도록 건의하려는 거니까. 말해주시면 안 돼요?" 수저를 내려놓고 내 손을 꼬옥 잡아오는 연이에게 내가 더 이상 반대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사실은 말하고 싶지 않지만... "얼굴은 못 봐서 누군지는 몰라. 우리 학교 3학년이란 것만 알고 장소는... 학교 정문 벗어나서 바로 있는 골목쪽인데 뭐, 얘기해봤자 바뀌는 거 없을텐데." "그래도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죠. 선배, 안 아파요? 다른 데는 다친데 없어요? 설마..."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온 연이는 내 상처를 아프지 않게 손가락으로 살짝 쓸더니 곧 내 소매를 걷어올렸다. 내가 필사적으로 막아봤지만 어찌나 빠른지 연이 손에 스치지도 못했다. 훤히 드러난 팔뚝에는 자잘한 타박상과 커다란 멍이 자리잡고 있었다. 아, 망했다. 이런 거 연이한테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연이가 고개를 숙이고 부들부들 떤다. 충격을 받은 걸까? 그럴만도 하지. 동경하던 선배가 양아치들한테 쳐맞고 다닌다는 걸 알아버렸으니. 많이 실망했겠지. 나는 연이의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진정시키려 애썼다. "연아, 나는 괜찮아. 많이 놀랐지? 이런 모습 보여줘서 미안해." "선배, 사과하지 마요... 노, 놀라긴 했지만... 선배가 사과하실 일은 아니니까요." 비록 손과 목소리는 떨리고 있지만 연이의 눈동자는 나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그 눈동자에 고개를 숙이게 된 것은 내 쪽이다. 나도 모르게 계속 연이를 지켜줘야하는 연약한 아이로만 보고 있었는데 내 생각보다 강한 아이일지도 모르겠다. 연이는 내 손을 놓지않고 일으켜세워 보건실로 나를 데려갔다. 꼼꼼히 소독하고 약을 바르고 붕대와 반창고까지 붙여준 연이는 자기가 더 아픈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이제 걱정마세요. 이제 두 번 다시 이런 일 없을 거예요. 절대로, 이런 일 없을 거예요." 연이는 그렇게 말하며 예쁘게 싱긋 웃었다. 연이가 특별히 뭔가를 할 수는 없겠지만 그 미소에 나도 따라 웃으며 당연히 그럴 거라고 말했다. 치료를 마치고 오늘은 평소와 반대로 연이가 나를 반에 데려다주며 점심시간이 끝났다. 연이 상태가 걱정되긴 해도 나쁜 짓을 할 애는 아니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자리로 돌아왔더니 쪽지가 하나 놓여있었다. 이건 또 뭐야... 쪽지의 내용 >>282

#283 이름없음 2022/05/05 23:01:25

쪽지를 보자마자 러브레터 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설마 그 때처럼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모르는 내용은 아니겠지? 제발 그런 내용만은 아니기를 빌며 쪽지를 펼쳤다. 어?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글씨체인데? 기억을 떠올려보니 분명 러브레터와 똑같은 글씨체였다. 그럼 이건 권태경이 보낸 건가? 그 쪽지의 내용은 이랬다. 이번에도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이름은 어디에도 적혀있지 않았다. 자기 정체가 드러나는 걸 바라지 않아서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자기 이름만 안 쓰면 될테니 아마 나를 배려해서 그런거겠지. 저번 합숙 때 스스로 나서서 나를 도와주기도 했고 아무래도 엄청 착한 애인 것 같다. 그나저나 표현을 한다고해도 미리 알려주는 게 좋겠지? 나는 적당히 공책을 찢을까하다가 아무리 그래도 그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교무실에서 A4용지 한 장을 가져왔다. 교무실 비품을 가져오는 것도 예의는 아닌 것 같지만 이 정도의 일탈은 괜찮지 않을까? 아무튼 적당히 답장을 적었다. 남은 건 이걸 어떻게 전달하느냐인데. 반도 다르니까 함부로 들어갈 수는 없고. 그보다 그냥 만나서 얼굴보고 말하면 되잖아? 그렇게 결론 내린 나는 다음 쉬는 시간을 기다려 권태경의 반 앞으로 찾아왔다. 마침 교실에서 나오는 녀석을 붙잡아 권태경을 불러냈다. 교실 밖으로 나온 권태경은 나를 보더니 깜짝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혀, 현준이가 왜... 여기있어?"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 쪽지의 답장하려고 왔어." "읽었구나. 그냥 종이에 써서 보내줘도 되는데..." "처음엔 나도 답장을 쓰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얼굴보고 얘기하면 되는 일이잖아. 그게 더 편하고. 너도 앞으로 할 말 있으면 찾아와서 직접 얘기해." "진짜? 찾아가서 말 걸어도 돼?" "그래. 할 말이나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찾아와도 되니까." 항상 긴장하고 있던 얼굴이 처음으로 화악 펴졌다. 그러더니 조심조심 하지만 기분 좋은 목소리로 질문을 한다. "앞으로 테니스부 갈 때 같이 가도 될까?" "좋아. 어차피 만나게 될 테니까." "응! 그러면 앞으로 내가 너네 반으로 갈게. 기다리고 있어줘." "알았어. 나 갈게. 다음에 보자. 잠깐만, 어딨지... 아, 찾았다. 자, 너 줄게." "이게 뭐야?" "비타민. 레몬 맛인데 내가 종종 먹는 거야. 친하게 지내달라는 일종의 뇌물같은 거지." 그 말을 들은 권태경이 크게 웃었다. 나, 웃긴 말은 한 기억이 없는데. 대체 뭐가 웃긴 거지? 내가 멀뚱히 서있자 권태경은 가까스로 웃음을 멈추며 말했다. "아하하, 미안미안. 현준이가 귀여워서. 게다가 이런 건 내 쪽에서 줘야지. 아무튼 고마워. 수업 시작하겠다. 얼른 가." "그럼 나 진짜 간다!" "응! 잘 가! 다음에 꼭 기다리고 있어!" 소리치는 권태경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반으로 돌아왔다. 근데 쟤 내가 춘추복입고 마스크 낀 거에 대해선 아무 말도 없네? 뭐, 신경 안 쓰는 편이 나한테는 편해서 좋긴 한데... 반으로 다시 돌아왔는데 반이 꽤 소란스럽다.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애들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쳐다봤다. 그런데 거기에는 >>287. 어떤 일이 일어나 있을까? 누구랑 누가 싸운다던가 뭔가 이상한 물건이 놓여있다던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있을 수도 있겠지? 레더들이 상의해서 정해주면 좋을거같아

#286 이름없음 2022/05/07 00:16:28

애들 싸우면 현준이 수명 깎이는 소리 들린다... TMI 제서는 학교 내에서 차가운 사람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혁이는 친구가 별로 없어서 몰랐고 현준이는 헛소문으로 여기고 있다.

#288 이름없음 2022/05/08 01:04:29

이혁이 같은 반 애 한 명이랑 꽤 언성을 높여 대화하는 중이었다. 정확히는 이혁이 아닌 상대쪽만 목소리가 커진 거지만. "슬슬 인정하라니까?" "그런 곳에는 흥미도 없는데 내가 거기 있었다고 계속 주장할 셈이야?" "그거야 네 생각이고. 내가 내 두 눈으로 똑똑히봤다고! 지금 내가 거짓말한다고 말하는 거야?" "그게 아니라 네가 잘못봤다고 얘기하는 거야." 그 녀석은 슬슬 열이 받는지 이혁의 책상을 손바닥으로 크게 내리쳤다. 하지만 이혁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앉은 채로 그 아이를 쳐다봤다. 오가는 눈빛이 심상찮은 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조심스레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물론 장난스런 미소는 장착한 채였다. "둘이 무슨 얘기해? 왜 이렇게 분위기가 안 좋아?" "아니, 이 새끼가 질문 하나 했는데 날 구라쟁이로 몰아가잖아!" "그런 적 없어. 난 그냥 네 기억에 착오가 있는 거라고 했을 뿐이야." "그게 그거지! 한 번 인정하면 편한데 뭘 자꾸 일을 키우냐고!" 심하게 흥분해있는 녀석을 진정시키며 둘을 좀 떨어트려놓았다. 대체 왜 이렇게 소란이 커진거야. "좀 진정해. 무슨 일인지 정확히 얘기해줄 수 있어? 이혁?" "쟤가, 내가 학교 마치고 피씨방에 가는 걸 봤대. 난 안 갔다고 한 거고." 이혁 이미지상 안 갔다고 해도 납득할 수 있지 않나? 점점 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정말 그게 다야?" "진짜야." "네가 간 거 안 간 거, 그딴게 중요한 게 아니라 말투가 사람 낮잡아보는 거 같아서 빡친다고!" "나 한 번도 그런 말투 쓴 적 없어. 네가 받아들이기를 그렇게 받아들인 거 아니야?" 씩씩대며 공격적인 투로 나오는 말에 이혁이 평소보다 조금 더 날카로운 말투로 받아쳤다. 다시 시작되는 말다툼에 이걸 어떻게 수습해야하나 머리가 아파왔다. 일단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 이상 당연히 해결을 해야하는데. 저쪽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혁은 확실히 거짓말을 하고 있으니 길게 싸워봤자 도움이 되지도 않고 적당히 끝내야겠다. "자자, 그만하고! 내가 보기엔 두 사람 다 잘못한 거 같으니까 사과하고 끝내자. 그리고 이혁. 너, 안 간 거 확실하지?" "... 안 갔어." "그럼 됐어."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억지로 싸움을 멈췄다. 상대방은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지만 더 이상 뭐라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폭력으로 대응하는 애가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두 사람 모두 더 이상 말을 꺼내지는 않았지만 표정을 풀지도 않았고 기싸움을 하듯 서로를 쳐다보았다.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겉으로는 여전히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한쪽 팔로 이혁을 툭툭 쳤다. 그러자 이혁이 노골적으로 싫은 티를 냈지만 곧 차분하게 말했다. "...말투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 미안." "됐어. 나도 소리질러서 미안." 그 아이도 사과를 하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곧 싸움을 지켜보던 사람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 하던 일을 하기 시작했다. 난 이혁에게 눈을 맞추며 물었다. "괜찮아?" "미안, 강현준. 이런 일 처리하게 해서. 그냥 갔다고 하면 되는데 내 고집때문에..." "난 신경 안 써. 들키기 싫은 거잖아? 이해할 수 있어." "강현준, 넌 왜 항상..." "아, 선생님 오셨다. 나중에 얘기하자." 이혁이 뭔가를 말하고 싶어했지만 선생님이 오셔서 나는 아쉽게 발걸음을 돌렸다. 다음 쉬는 시간에 물어보려고 했지만 학교 안에서는 말하기 싫어하는 것 같아서 관뒀다. 그렇게 수업이 끝나고 잠시 고민했다. 이혁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선배는 상태가 괜찮은지 걱정도 됐고 연이의 일도 신경이 쓰여서 다 같이 집에 가면서 물어보고 싶은데 선배는 그렇다쳐도 이혁이나 연이는 남들이 있으면 절대 말을 안 할 것 같기에 누구와 함께 가야할지 고민했다. 누구와 같이 갈까? >>290

#291 이름없음 2022/05/09 00:43:31

역시 신경쓰여서 안 되겠다. 궁금한건 못 참는 성격이기도 하고 오늘은 이혁이랑 가면서 말이나 해봐야지. "이혁, 오늘 집에 같이 갈래?" "그래. 듣고 싶은 말이 있는 거지? 해줄게. 대신 너도 대답 확실히 해줘." "... 뭔데 그래?" "여기서는 말 못해. 길 걸어가면서 할 얘기도 아니니까 근처 카페 갈래?" "뭐길래 카페까지 가?" "대단한 건 아닌데 너 도망갈까봐." "어?" 내가 이해하지 못하고 얼빠진 소리를 내도 이혁은 대답하지않고 교실을 나섰다. 무슨 소리인지는 몰랐지만 나도 이혁을 따라나섰다. 이혁이 데려간 카페는 개인실이 따로 마련돼있는 공간이 많았다. 어떻게 이런 데를 알고 있는 거지? 아까부터 멍청한 얼굴로 쳐다보니 이혁이 한 번 웃고는 자연스레 나를 이끌었다. 우리는 자리에 앉아서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불편한 분위기는 아니었고 단지 이혁이 어떻게 말을 꺼낼까 고민하는 걸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계속 테이블만 쳐다보던 이혁이 결심이 선 듯 고개를 들고 날 바라봤다. "아까 하려던 말 말인데 그 때는 감정이 좀 올라와서 쓸데없는 말을 주절거리는거라고 생각해서 말 하기 싫었어. 근데 지금도 계속 생각나는 거보면 한 번은 물어봐야겠어." "그러니까 그게 뭔데." "강현준, 넌 왜 항상 다 괜찮아?" "뭔 소리야?" "사실 하나도 안 괜찮으면서 왜 다 괜찮다고 해?" 순간 이혁이 무슨 말을 하는지 받아들이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조금씩 말의 뜻을 이해했을 때 조금은 화가 났다. 나라고 괜찮은 척하고 싶어서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말을 들어야하지? 넌 왜 그런 표정을 지어? 도와주겠다고 했잖아. 너도 나를 한심하게 생각하는 거야? 아니야,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닌 걸 알아. 하지만 불안해서 참을 수가 없어. 날 공격하려는 의도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예민하게 반응해버렸다.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데? 계속 이렇게 살아왔는데." "조금만 편하게 살아." "내가 힘들게 살고있는 것처럼 보여? 왜? 나한테서 뭔가 느껴져?" "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해? 난 널 도와주려고..." "됐어. 듣기 싫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기에서 도망치듯이 달아났다. 이혁은 잡으려는 듯이 몸을 일으켰지만 쫒아오지는 않았다. 이래서 굳이 시간을 들여가며 여기로 온건가? 내가 또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넘기고 도망칠까봐? 근데 어떡하냐. 나는 또 도망쳤는데. 나 또 바보같이 기대했네. 쟤는 그냥 학교에서 질질 짜는 애가 불쌍해보여서 도와준건데. 그냥 이혁이 착해서. 그렇게 생각하니 꽉 막아놓은 감정이 폭발해 눈물이 났다. 게다가 운도 지지리 없는지 비가 오기 시작했다. "하... 진짜 왜 이러고 사냐." 비를 맞으며 터덜터덜 걸어갔다. 차라리 잘 됐다. 비 오니까 내가 우는지 아무도 모를거야. 집 앞에 도착했다. 하지만 집에 들어가고 싶진 않았다. 어차피 들어가봐야 아무도 없잖아. 집 앞에 가만히 서있었더니 누군가 우산을 내 머리에 씌워줬다. 힘겹게 고개를 들어 본 곳에는 >>292가 한 손에 우산을 들고 나를 걱정스레 쳐다보고 있었다.

#293 이름없음 2022/05/10 12:17:51

"제서...?" "여기서 왜 이러고 있어? 옷은 또 왜 이거 입고 있어? 현준아, 울어?" "제서야..." 제서의 따뜻한 시선에 충동적으로 제서의 품에 안겼다. "잠시만 이러고 있어줘." "현준이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제서는 놀란듯했지만 곧 부드럽게 내 등을 토닥이며 괜찮아, 괜찮아 해줬다. 그 안에서 최대한 소리를 죽여가며 울었다. 어느정도 울고나니 정신이 들었다. 강현준, 미쳤지! 난 어색하게 제서의 품에서 벗어났다. 지금은 제서와 눈도 마주칠 수 없었다. 이럴 때는 집에 빨리 돌아가는 게 답이다. "나, 이제 집에 갈게. 미안해, 방금 일은 잊어." "잠시만. 우리 집에 안 갈래? 잠깐이라도 좋으니까 있다가 가." "하지만 지금 너희 집엔 부모님 계시잖아." "우리 부모님한턴 내가 잘 말할게. 그리고 현준이는 친자식이나 다름 없다고 부모님이 자주 그러셨는걸?" 지금은 도저히 감정을 숨길만한 상태가 아닌데다 분명 씻으라고 할텐데... 하지만 이 이상 깊게 생각하기도 지쳐서 그저 제서가 이끄는대로 따라갔다. "저 왔어요. 나간 김에 현준이도 데리고 왔어요." "어머, 현준아. 오랜만이네. 왜 이렇게 젖었어?" "안녕하세요. 아, 우산을 못 챙겨서..." "엄마, 저희 제 방에 가서 놀게요." "그러렴." 현관에서 신발을 벗자마자 제서가 나를 화장실에 밀어넣었다. "감기걸리겠다. 어서 씻어. 갈아입을 옷은 내가 이 바구니에 담아둘게." "응, 알았어." 비에 온 몸이 푹 젖은 상태에서 안 씻겠다고 버티는 것도 웃기는 일이기에 욕실에 틀어박혀 붕대와 반창고따위를 전부 떼어버리고 깨끗이 씻기 시작했다. 다 씻고 고개만 빼꼼 내밀어 밖을 내다보니 티셔츠 하나와 바지 하나가 깔끔히 개어져 바구니에 놓여있었다. 한숨을 쉬고 재빨리 옷을 갈아입었다. 당연하게도 반팔에 반바지였고 나한테는 조금 컸다. 그 순간 제서가 제서가 씻으러 왔는지 욕실 앞에 서있었다. "야! 맘대로 들어오면 어떡해!" "... 그 상처 다 뭐야?" "계단에서 굴렀어." "진짜야?" "내가 너한테 뭐하러 거짓말을 해." "하아... 알았어. 일단 내 방에 가 있을래? 나 금방 씻고 갈게." 제서가 희미하게 웃으며 욕실 안으로 사라졌다. 제서 방에 들어가자 익숙한 향기가 느껴졌다. 저번에도 느낀 거지만 어째 얘 방은 어릴 때랑 달라진 게 하나도 없지. 잠깐 방 안을 두리번거리다 어차피 달라진 것도 없으니 제서 침대에 등을 기댔다. 뭐라고 얘길 하지? 어떻게 해야 좋을까? 이대로 집에 갈까? 아무리 생각해도 무엇 하나 답을 낼 수 없었다. 그 사이 제서가 다 씻었는지 방에 들어와 내 옆에 앉았다. 묻고 싶은 게 산더미처럼 있는 모양이다. 그러면서도 쉽게 입을 떼지 못한다. 무엇부터 물어야할지 어떻게 물어야 좋을지 고민하는 게 안 봐도 뻔했다. "뭐 묻고 싶은데? 그냥 하나씩 차례로 물어봐." ">>296." 이 상황에서 제서가 현준이한테 최우선으로 묻고 싶은 게 뭘까? +내가 생각하기에도 현준이 너무 개복치야... 제서라면 워딩을 잘 골라주지 않을까싶어

#294 이름없음 2022/05/11 00:44:06

내가 제서였으면 와다다 질문세례할것 같은데 현준이 못 버티겠지? 차례로 조심스레 물어볼것 같기도한데 제서는 아무것도 안 물어볼 것 같기도하고?

#296 이름없음 2022/05/13 00:49:26

1. 상처에 관해서 2. 운 것에 대해서 3. 아무말도 안한다 4. 스스로 말할 수 있게 한다 Dice(1,4) value : 3

#297 이름없음 2022/05/13 01:41:54

제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할 말이 잔뜩 있어보이는데 왜 입을 다물고 있는걸까? 그저 내 눈치를 보듯이 슬쩍슬쩍 내 얼굴을 훔쳐볼 뿐이었다. 그러다 내 앞으로 자리를 옮기더니 나를 진지한 얼굴로 바라본다.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그래도 이거 하나만 알아줘. 나는 현준이가 너무 걱정돼. 내가 모르는 현준이의 모습이 늘어날 때마다 네가 언젠가 갑자기 사라질까봐 불안해." "그럴리가 없, 잖아." 나는 너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어. 그래서 사라질까봐 불안한 건 오히려 내 쪽인데. 기다려 주겠다고는 했지만 언제까지나 기다리면 지치게 되어있어. 그러면 그 때는 정말 되돌릴 수 없을지도 몰라. 물론 말한 걸 계기로 멀어질 수도 있어. 그래도, 역시 나는 버림받고 싶지 않아. "나 좀 힘들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왜 힘든지 그 이유, 물어봐도 될까?" "......" "거기까진 아직 말하기 좀 그래?" "응... 미안. 시간이 좀 더 필요해. 그래도 나중에 꼭 얘기해줄테니까... 정말 미안하지만..." 점점 목소리에 물기가 섞인다. 자연스레 시선이 아래를 향한다. 이까짓거 하나 제대로 말 못해서 제서를 또 기다리게 해야해. 그 때 제서가 나를 꽉 껴안았다. 그러더니 내 머리를 다정하게, 천천히 쓰다듬는다. "나 기다리는 거 잘해. 나한테 미안해 하지 마.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알아주지 못해서 오히려 내가 더 미안한걸?" "바보야... 네가 왜 미안해..." 그 날 제서의 품에서 좀 더 울었다. 제서는 아무 말 없이 계속 나를 토닥이고 쓰다듬었다. 진짜 미쳤지... 이거 하나 말했다고 이렇게 눈물이 나냐... 머쓱한 표정으로 제서의 품에서 나오자 제서가 손가락으로 내 눈가를 쓸어주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현준이 어른 다 된 줄 알았더니 완전 애기네, 애기야." "윽... 언제는 너무 어른 같아서 좀 외롭기까지 하다더니." "에이, 그건 그 때고 지금은 완전 애기야." "그만해, 부끄러우니까... 아무튼 고마워. 그리고 이런 거 받아주게 해서 미안해." "앞으로 미안하다는 말 금지시켜야겠네! 나한테 사과할 일이 아닌걸? 난 현준이가 솔직한 마음을 얘기해줘서 고맙고 기뻤어. 그러니까 사과하지 마." 다행이다. 제서가 날 이해해줘서. 내 주변 사람들이 다 착해서 무섭지만 고마움이 더 크니까. 조금은 안도하고 있을 때 저녁을 먹으라고 알려주려 제서네 어머니가 방 문을 노크하셨다. 제서가 얼른 몸을 일으켜 내게 손을 내밀었다. "저녁 먹을거지? 우리 엄마 요리 엄청 잘하잖아." "응, 오랜만에 먹어보네. 기다리시겠다, 얼른 가자." 내밀어진 손을 단단히 잡아 일어섰다. 오랜만에 제서 부모님이랑 얘기도 하고 맛있게 저녁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친 후 집에 가려는데 제서가 아쉬운 듯 내 손을 놓지 않았다. "내일이 주말이면 좋을텐데. 그러면 현준이랑 같이 잘 수도 있고 얘기도 더 할 수 있고 좋을텐데..." "내일만 지나면 주말이잖아. 조금만 더 힘내. 그 때 영화라도 보러 가자." "좋아! 약속한 거다? 아, 교복 세탁 중이니까 내일 학교에서 돌려줄게." "알았어. 지금 입고 있는 옷 빨아줄테니까 교환하면 되겠네." "그럼 내일 학교에서 보자! 잘 가, 현준아! 언제든지 연락해." "응, 너도. 잘 자." 가방만 챙겨 나서는데 어느새 비는 그쳐있었다. 밤이고 비도 오니 제법 쌀쌀해져 얼른 집으로 들어왔다. 침대에 눕기 전에 옷을 갈아입고 제서 옷을 세탁기에 넣어 돌렸다.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어떤 영화를 볼지 검색했다. 지금 인기있는 영화는 >>298(영화장르) 이다. 뭐, 괜찮겠지. 내일 제서한테 물어보고 예매해야지. 적당히 시간을 때우니 세탁기가 다 돌아가 빨래를 널고 곧바로 잠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옷장 앞에서 한참 고민하고 있었다. 춘추복을 꺼내입자니 너무 더웠고 하복을 입자니 상처가 신경쓰였다. 고민 끝에 나는 >>299를 꺼내들었다. >>298 현재 상영중인 인기있는 영화의 장르 >>299 현준이는 춘추복과 하복 중에 어떤 걸 입고갈까?

#300 이름없음 2022/05/13 14:17:51

TMI 각 캐릭터별 공부 스타일&성적 강현준 시험 기간이 돼서야 부랴부랴 공부한다. 시험치기 삼일 전날 교과서 펴고 공부하는 편. 노력은 하는데 성적은 전혀 안 오른다. 죽을만큼 노력해야 겨우 중위권에 들 수 있다. 소제서 매일 공부하지는 않는다. 시험 한 달 전부터 조금씩 준비하는 편. 현준이가 물어보면 가르쳐 줄 수준은 된다. 노력에 비해 성적이 잘 나오는 스타일. 이혁 매일매일 복습한다. 덕분에 성적은 최상위권. 어쩔 때는 복습하지 못하면 불안해하기도 한다. 의외로 엄청난 노력파. 공부한만큼 성적이 나온다. 김주성 현준이처럼 벼락치기하는 편. 일주일 전부터 한 과목씩 조지겠다는 생각으로 공부한다. 머리가 나쁜 편은 아니라 이해가 안 되면 그냥 외워버린다. 반에 한 두명씩 있는, 같이 놀았는데 성적 잘 나오는 친구가 이 사람. 이연 하기 싫지만 집 안의 압박으로 매일 복습하고 시험 기간 때 현준이 때문에 좀 더 의욕이 생긴다. 열심히 하긴 하지만 효율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 성적도 그저 그런 편.

#303 이름없음 2022/05/14 03:23:55

>>302 그럼 다음에는 애들 매점 간식 취향을 털어볼게! 한참의 고민 끝에 나는 하복을 집어들었다. 어차피 들킬만큼 들켰고 더 이상 스트레스 받기도 싫었다. 어제 비가 내려서 그런지 평소만큼 덥지는 않았다. 등교하는데 분명히 내 기분 탓이겠지만 사람들이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분명히 아무도 안 보고 있다는 걸 아는데. 이런 성격 좀 고쳐야하는데 쉽지가 않다. 날씨가 그렇게 덥지않아 기뻤던 마음이 순식간에 나빠졌다. 힘이 빠져 터덜터덜 등교했다. 교실로 들어서 곧바로 책상에 엎어졌다. 매일 있던 3명이 내 옆으로 다가와 아는 척을 했다. 약간의 놀람과 함께. "강현준, 왜 아침부터 저기압이야? 아니, 그것보다 이거, 멍든 거 다 뭐냐? 너 맞고 다녀?" "내가 맞고 다닐 사람으로 보이냐? 계단에서 굴렀어." "그래도 심한데? 뭐, 치료 잘 해. 여름이라서 잘못하면 곪아." "오냐, 고맙다." 그래도 친구라고 걱정스러운 말들을 듣고 있는데 이혁이 다가왔다. 친구들이 이혁을 슬쩍 쳐다보고는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다. "야! 너네 다 어디가!" "어? 아, 아니. 반장님께서 너한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거같아서. 나중에 다시 말 걸러 올게." 왠지는 모르겠지만 자리를 피해준건가? 그렇게까지 불편한 애 아닌데. 친해지면 얼마나 말을 잘 하는데. 그렇게 책상에 엎드려 고개만 들어 이혁을 쳐다봤다. 이혁이 나와 눈 높이를 맞추려는 듯 쭈그려 앉았다. 저렇게 표정을 굳히는 걸 보니 또 뭐가 마음에 안 드는 게 분명했다. 나 오늘 너랑 처음 보는 건데. "하아... 또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어서 표정이 그러냐?" "표정에 티가 났어? 최대한 무표정이었는데." "그러니까 왜 무표정인데. 나랑 얘기할 때는 뭐랄까, 좀 더 부드러운 표정이라고 생각했거든." 나는 아무 생각없이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이혁이 갑자기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며 진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곧 양 볼을 짝짝 치더니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나를 마주했다. 그리고 이게 본론이라는 듯이 입을 열었다. "아까 본의아니게 대화를 엿들었는데 계단에서 구른 거 확실해?" "... 그게 중요해?" "아무리 봐도 누구한테 맞은 거 같아서. 계단에서 굴렀는데 이런데에 멍이 생길 수는 없어." "넌 왜..." 걱정해주는 건 고맙지만 이혁은 배려가 부족했다. 나름대로 배려를 해주는데 내가 받아들이지 못하는건가. 하긴, 원래부터 뭐 숨기고 속이고 그런 거 싫어하는 애였으니까. "내가 또 뭔가 실수했어? ... 나, 친구가 별로 없어서 말을 잘 못해. 그러니까 내가 잘못했으면 꼭 얘기해줘." "잘못이랄 것까진 없는데. 넌 이대로도 좋아. 그게 네 매력이라고 생각하지, 뭐." "그럼 사실대로 말해줘. 그 상처들 어떻게 된 건지." "그래, 네 생각대로 누구한테 맞았다. 됐지?" "누구?" 이혁의 미간이 구겨졌다. 내 문제 때문에 애들이 마음쓰게 하기 싫어. 벌써 일어난 일이고 다른 사람들이 신경쓴다고 상처가 빨리 낫는 것도 아니잖아. "몰라. 그냥 어디든 흔히 있는 양아치. 우리 이 얘기 그만하면 안 돼? 이렇게 누가 내 걱정해주는 거 좀 부끄러워." "걱정...? 아, 그렇구나. 알았어. 그러고보니 다음 주에 우리 짝 바꾸는 거 알지? ... 그냥 그렇다고. 알고 있으라고." "? 그래. 이제 자리로 가. 곧 수업 시작한다. 화이팅!" "너나 졸지 마." 이혁이 나에게 작게 웃어줬다. 중간고사 끝나고 자리를 바꾸다니 철저하게 성적 순으로 나누는 건가? 그럼 나는 맨 뒷자리겠는걸. 처참한 성적을 떠올렸다. 나, 분명히 엄청나게 노력했는데... 진도가 안 나가는 게 내 탓이냐고! 혼자 조용히 분을 삭이며 수업을 들었다. 오전 수업이 전부 끝나고 나는 오늘 식단을 확인하고 미련없이 친구들을 버리고 매점으로 향했다. 고등어 구이에 동태국에 코다리 강정까지 생선 일색이었다. 생선 싫어. 그렇게 향한 매점에는 >>304가 진지한 표정으로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305 이름없음 2022/05/14 13:55:15

선배가 너무 진지하게 물건들을 쳐다보고 있어서 그냥 모른 척할까 하다가 그래도 인사는 해야지싶어 어깨에 살짝 손을 올렸더니 놀랐는지 몸이 크게 튀었다. "악!!" "어우, 깜짝이야!" "뭐야? 너였어? 깜짝 놀랐네... 말부터 걸어줘. 선배를 상냥하게 대해달라고~" "선배 목소리에 제가 더 놀랐거든요? 항상 기운이 넘치는 것도 좋지만은 않네요." "그런 식으로 말하면 나 약간 상처받는데~" 하나도 상처 안 받은 얼굴로 말해봤자 믿음이 하나도 안 가거든요! 나는 선배를 열심히 째려봐주었다. 그런데도 뭐가 좋은지 선배는 연신 싱긋거렸다. 사람이 좋은건지 바보같은건지. "선배도 점심 대신 뭐라도 먹으려고 온 거 아니에요? 오늘 점심 완전 별로던데." "나는 크게 싫어하는 건 없어서... 알다시피 내가 남동생들밖에 없잖아? 그래서 어머니가 우리를 좀 강하게 키우셨거든. 반찬투정같은 거 꿈도 못 꿔." "아... 그렇구나. 선배네 어머니, 좋은 분이네요." 뭔가 선배 말에 알맞는 반응은 아닌 것 같았지만 선배는 나에게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잡담을 하다보니 잠깐 잊어버리고 있었지만 난 점심을 사러 온 거였다. 평소와 같이 별 신경 쓰지 않고 딸기 크림빵을 집어들었는데 그 때까지도 선배가 나한테서 시선을 떼지 않아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왜, 왜 계속 쳐다봐요. 할 말 있어요?" "아니, 없어. 그냥 나 뭐로 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너랑 같은 걸로할까! 그거 맛있냐?" "뭐, 그럭저럭? 아, 근데 좀 달아요. 선배 단 거 좋아해요?" "... 많이 달아?" "글쎄요. 저한테 물어보셔도 저는 이게 좋아서 사는거라." 내 말에 선배는 조금 주저하는가 싶더니 나와 같은 걸 집어들었다. 그러더니 매점 아줌마에게 천연덕스럽게 말을 걸었다. "이모님, 저번에 주셨던 녹차 하나 더 주시면 안돼요?" "허이고, 김주성 이눔의 자식이 다 뺏어 먹네." "아, 그러지말고~ 하나만 더 줘요~" 매점 아줌마랑도 친하다니. 저 사람 친화력 대체 무슨 일이야. 결국 선배는 원하는 걸 얻어낸듯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돌아왔다. "이제 운동장 가서 같이 먹자." "잠시만요! 계산 좀..." "이미 내가 했어. 빨리 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느낄 새도 없이 선배를 따라 운동장 벤치에 앉아 식사를 하게 됐다. "오늘은 하복 입었네?" "너무 더워서요. 게다가 이미 동네방네 다 들킨 것 같아서요." "하하, 너 같이 인기많은 애가 눈에 안 띄는게 더 어렵지." "괜히 마음에도 없는 소리마세요. 인기는 선배가 더 많잖아요." "그건 내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맡고있으니까 그런 것뿐이야." 언제나 바쁜 사람이긴하지. 사람이 너무 좋아도 곤란하다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인가. 그래도 지금은 다치기까지 했는데 자기부터 챙겼으면 좋겠다고. "너무 아무 부탁이나 다 들어주고 다니지마요. 그러면 선배 몸만 상해요." "나 아무 부탁이나 다 들어주는 거 아닌데? 나도 귀찮고 싫은 건 안 해." "그, 그치만 선배 제 부탁도 다 들어주고 잘해주잖아요." "그건 너니까 해주는 거야." "네?" "나 두번 말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해. 나 간다~" 선배가 나를 쓰다듬더니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나라서 잘해주는 거라고? 대체 그게 무슨 말이야? 혼란스러운 마음을 어떻게든 무시하며 교실로 향했다. 교실 문 앞에 제서가 서 있었다. 그러고보니 옷 교환하기로 한 걸 깜빡 잊었어! "제서야!" "앗, 현준이다. 어디갔었어? 교복 돌려주러 왔는데." "잠깐 운동장 산책했어. 옷, 미안한데 못 가져왔어." "괜찮아. 다음에 갖다줘. 영화 얘기도 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네. 집에 같이 가도 되지?" "어. 그래. 이따가 보자." 제서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교실로 들어갔다. 과연 현준이는 오늘 제서와 단 둘이 집에 돌아갈 수 있을까? >>306

#307 이름없음 2022/05/14 16:30:06

>>308 단 둘이 돌아갈 수 없는 이유는?

#311 이름없음 2022/05/15 11:54:54

수업이 끝나고 제서에게 가려고 했지만 선생님이 날 불러세웠다. "현준아, 선생님이랑 얘기 좀 하자." "네." 교무실은 언제 와도 그 특유의 분위기가 불편하다. 왜 부르신거지? 설마 저번에 A4용지 훔친 게 들켰나? 딱 한 장이었는데! 지금까지 했던 나쁜 짓이 머릿속에 주르륵 흘러갔다. 선생님이 자리에 앉더니 종이 몇 장을 꺼내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1학년 때부터 지난 시험까지의 성적표다." "제 성적표요?" "그래. 이번 시험 성적이 좀 심각하길래 실수한 줄 알고 작년도 성적표도 찾아봤다." "네에..." 그 때 직감했다. 집에 일찍 가는 건 포기해야겠다. 작년에도 한 번 이런 적이 있었는데 진짜 거짓말 안 하고 영혼 1그램까지 탈탈 털리고 집에 갔었다. 이번에는 작년의 결과까지 합해 그 때보다 더 했으면 했지 덜 하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얘기는 하고 싶지 않지만 이 성적이면 아무 대학도 못 간다. 알고 있지?" "... 죄송합니다." "나한테 사과하라고 한 말이 아니고 위기감을 가지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고 하는 말이니까 행동으로 보여주렴." "알겠습니다." 한참 설교 겸 잔소리를 들었다. 그 때 핸드폰이 반짝하고 빛났다. 제서인가? 집에 같이 가자고 했는데 이 상태로는 못 가겠는걸. 문자를 보내려고 해도 선생님과 마주하고 있어 그것도 불가능했다. 설교가 끝난 다음에는 공부법을 알려주겠다며 붙잡겠지. 그리고 내 예상은 딱 맞아떨어졌다. 해도 안 되는 걸 어쩌라고! 선생님이 막 입을 열었을 때 이번에는 전화가 왔다. 발신인은 제서였다. "선생님, 한 번만 받을게요." 난 최대한 소리를 죽여 전화를 받았다. 받자마자 제서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 "현준아! 어디야?" "제서야, 조금만 조용히 말해줄래?" "왜? 어디 아파? 무슨 일 있지." "그런 거 아니야. 오늘 면담이 있어서 아직 교무실이거든. 너 먼저 가." "기다릴게." "아냐, 오래 걸릴 것 같아. 먼저 가. 시간 늦었으니까 조심하고." 제서가 뭐라고 더 말하기 전에 전화를 끊어버렸다. 아, 전화에 대한 잔소리도 추가되겠군. 나는 장장 3시간에 걸친 설교와 조언을 가장한 다그침을 들은 후에야 집에 갈 수 있었다. 내가 잘못한 건 맞는데 괜히 서러웠다. 오늘도 작년과 같이 아주 모든 게 탈탈 털린 채 집에 오자마자 거실바닥에 주저앉았다. 지금은 누가 온다고 해도 문을 열어줄 기력마저 없다. 그러고보니 제서한테 연락하고 예매도 해야되는데 정신적으로 너무 피곤했다. "조금만 쉬다가 연락하자..." 소파에 기대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내가 다시 눈을 뜬 것은 시끄럽게 울리는 초인종 소리가 들렸을 때였다. 아니, 미친! 나 그대로 잠든 거야? 벌떡 일어나 문을 열었더니 깔끔하게 차려입은 사복차림의 제서가 서 있었다. 나 지금... 엄청 이상한 꼴이지...? "안녕~ 어라? 왜 교복입고 있어?" "아, 아~ 그, 건 어제 그대로 잠들었달까... 아하하..." "많이 피곤했구나. 나랑 영화보러 가도 되겠어? 내일 갈까?" "아니야! 들어와. 나 금방 준비할게. 아, 예매 안 했는데." "내가 했어. 내가 영화는 잘 몰라서 제일 인기있는 걸로 골랐는데 괜찮지?" 어차피 나도 영화에 대해서 아는 게 없기 때문에 내가 골랐어도 똑같은 걸 봤을거다. 취향은 또 다른 문제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최대한 빨리 준비했다. "많이 기다렸지? 가자." "응, 기대된다." 제서가 내 팔짱을 끼며 영화관을 향해 걸었다. 영화관에 도착해보니 제서가 예약한 건 공포영화였다. 그래, 내가 봤을 때도 이 영화였지. 우선 팝콘이랑 콜라 좀 살까? "제서야, 뭐 먹을래? 내가 살게. 예매는 네가 했으니까." "안 그래도 돼." "내가 미안해서. 카라멜? 치즈?" "그럼 카라멜로 하자." 그렇게 사이좋게 간식거리를 사고 상영관 앞에서 >>314를 마주친 기분이 들었다. 제서와 현준이는 공포 영화를 잘 볼까? >>312

#313 이름없음 2022/05/15 13:43:56

>>312 내가 잘못 이해했을수도 있는데 내가 얘기한건 공포영화라는 장르를 잘보냐 못보냐의 얘기였어!

#315 이름없음 2022/05/15 17:15:53

한 손에는 카라멜 팝콘을 들고 반대 손은 제서 손을 잡고 상영관 앞에 도착했을 때는 연이가 보인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착각이겠지? 하지만 착각이 아니라는 듯이 분홍색 머리가 계속 눈 앞에서 어른거렸다. 나는 현실도피를 그만두고 연이의 이름을 불렀다. "연아!" "으악! 서서, 서, 선배? 여기는 어쩐 일로..." "놀랐어? 미안해. 난 당연히 영화보러 왔지. 너는?" 내 부름에 연이가 화들짝 놀라 되물었다. 그나저나 연이도 영화보러 영화관에 오는구나. 왠지 집에 상영관이 있을 느낌이었는데. "저, 저도 영화보러 왔어요. 집에도 스크린이 있지만 이런 자극적인 영화는 못 보게 해서요." "그렇구나. 어떤 거 보는데?" 갑자기 제서가 끼어들어 연이에게 물었다. 연이는 또 한 번 놀랐다. 아까부터 손 잡고 옆에 있었는데 눈치채지 못한 건가? "그, 그, 그게. 그러니까... 저, 저거요..." "저건..." 연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건 우리가 보기로했던 영화 포스터였다. 잔뜩 긴장한 연이는 그렇다치고 제서도 표정이 굳어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연이와 제서가 같이 있으면 귀여운 강아지 두 마리가 같이 있는 기분이 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두 사람은 너무 서먹했다. 이혁, 주성 선배와는 잘 얘기하던 제서도 어째서인지 연이와는 말을 잘 하지 못했다. "두 사람 다 왜 이렇게 어색해해? 저번에도 봤잖아. 기억 안 나?" "기억하지. 같이 하교도 했잖아? 난 연이가 날 불편해하는것 같아서 말 안 걸고 있는건데." "그랬어? 말 많이 걸어줘. 낯가림이 심해서 그렇지 친해지면 진짜 귀여워." "그래? 뭐, 알았어. 연아, 영화 재밌겠다, 그치?" "그렇겠죠." 아직 둘이서만 얘기하는 건 무리다. 그렇게 판단한 나는 양팔로 두 사람의 팔짱을 끼고 상영관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정말 신기하게도 연이의 자리는 나와 제서 바로 옆자리였다. 우연도 이만큼 겹치면 운명이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제서와 연이 사이에 앉았다. 내 왼쪽에 제서가, 내 오른쪽엔 연이가. 그 상태로 영화가 시작했다. >>316 연이는 공포 영화를 잘 볼까? >>317 연이와 제서는 현준이한테 수작질(?)을 부릴까?

#318 이름없음 2022/05/15 21:09:57

영화는 그런대로 재밌었다. 적당히 스릴넘치고 적당한 갑툭튀도 있었고 다만 조금 잔인했다. 이게 15세 관람가가 맞나싶을정도로 피와 시체가 많이 나왔다. 나는 괜찮지만 양 옆의 여린 애들이 제정신은 잡고 있을까 걱정돼서 슬쩍 쳐다보니 연이는 무표정으로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었고 제서쪽을 쳐다보려는 순간 조금 떨리는 손이 내 손을 잡아왔다. 난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소제서? 괜찮아?" "미안... 좀 무서워서. 잠깐만 이렇게 잡고 있어도 돼?" "그럼 왜 이걸... 아니다. 그래, 못 보겠으면 나갈테니까 꼭 말해. 알았지?" "응, 고마워." 제서가 불안한 듯이 미소를 지어서 나는 제서가 안심하도록 손을 더 꼭 잡았다. 영화에 너무 집중하지 않게 노력하며 제서의 상태를 틈틈히 살펴야겠다고 결심한 그 때 반대쪽 손이 세게 잡혔다. 그쪽을 쳐다보니 연이가 두 눈을 꼭 감은 채로 내 손을 꾹 잡고 있었다. 설마 아까 무표정이 영혼이 빠져나가서 반응 못하던 거였어? 손을 살살 빼내서 연이 머리를 몇번 쓰다듬고 그대로 내 어깨에 기대게 했다. 그리고 손으로 눈가를 가려줬다. "많이 무서워? 이러면 안 보이지?" "네..." "무서운 장면 끝나면 손 내려줄게." "선배 손 따뜻해서 진정이 되네요. 무서울 때마다 기대도 돼요?" "그래." 조금 뒤에 연이의 눈을 가렸던 손을 내렸다. 하지만 연이는 내 어깨에 기대 일어나지 않았고 그 직후 반대쪽 어깨에도 무게감이 느껴졌다. 결국 난 양 손을 제서와 연이의 어깨를 토닥이는데에 써야했다. 두 사람이 한동안 움직이지 않자 그런 생각이 들었다. 팝콘 먹고싶어! 이제 슬슬 어깨 아파! 어쩐지 어디선가 시선도 느껴져! 하지만 무서워하는 애들을 떼놓을 수도 없고 그냥 참자... 영화가 끝나고 나서야 뻐근한 어깨를 두드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팝콘과 콜라는 거의 먹지도 못했다. 조금 아깝지만 어쩔 수 없지... 어차피 이제 점심 먹을거고. 두 사람은 영화관을 나선 직후부터는 조금 개운한 얼굴이었다. 그러고보니 두 명 다 무서운 걸 못 보는데 굳이 이걸 선택한 이유가 있나? "소제서, 넌 무서운 거 보지도 못하면서 왜 이거 예매했어? 그 바로 밑에 러브코미디? 그거 봐도 됐는데." "아무 생각 없이 제일 위에 있는 거 예매했어. 그리고 현준이는 이런 거 좋아하잖아." "다음부터는 무리하지 마. 알았지?" "현준이는 상냥하네. 고마워." 다음은 연이를 향해 질문했다. 연이가 제서보다 더 못 보는 거 같던데 혼자 왔으면서 왜 이 영화를? "연이 너도 못 보면서 왜 이걸 본 거야?" "... 재밌을 거 같기도하고 집에서 나왔으니 자극적인 게 보고 싶어서... 이렇게 무서울 줄은 몰랐어요." 그래도 엄청 기대했을 두 사람에게 더 이상 뭐라고 할 수는 없어서 입을 다물었다. "나 점심 먹고 싶은데. 둘 다 혹시 먹고 싶은 거 있어?" "난 현준이가 먹고 싶은거." "넌 맨날 그렇게 말하잖아. 가끔은 네 의견도 듣고 싶어." "저, 저도 선배가 먹고 싶은 거면 다 좋아요." 그런 말을 들으니 곤란해졌다. 사실 나야말로 아무거나 먹어도 상관없는데. 딱히 편식을 하는 것도 아니고. 생선을 싫어하지 않냐고? 못 먹는 건 아니니까 괜찮다. >>320 세 사람은 어떻게 할까? 1. 현준이가 패스트푸드점으로 끌고 간다. 2. 연이가 고급 레스토랑으로 가자고 의견을 낸다. 3. 제서가 한식당으로 가자고 한다. 4. 서로 침묵하다가 현준이 요리가 먹고싶다고 한다. 5. 기타 의견

#322 이름없음 2022/05/16 13:11:06

우리 셋 다 한참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점심 메뉴 정하는게 이렇게 힘든 일인가? 그 때 잠자코 눈치만 살피던 연이가 손을 살짝 들었다. 무슨 일인가싶어 그 쪽을 쳐다보니 조심조심 말을 꺼낸다. "저는 선배가 만든 게 먹고싶어요... 혹시 실례였다면 죄송해요." "내가 만든 거? 자신 없는데." "현준이 요리 맛있어! 나도 현준이 요리가 먹고싶은데?" 두 명이 기대감으로 반짝반짝 눈을 빛냈다. 이렇게 기대받으면 부담스럽지만 할 수밖에 없잖아. 혼자 먹는 거면 대충 차리고 먹겠지만 손님에게 어제 먹다 남은 걸 줄 수는 없으니 냉장고에 재료가 있는지 생각하며 걸었다. 아마 오늘 집에 가면 배달이 와있을 거니까 괜찮겠다. 나는 제서, 연이와 함께 집까지 걸었다. 두 사람은 현관에 들어서 인사를 하고 조용히 주방으로 갔다. "두 사람 다 거실에 가있어. 다 되면 부를게. 대단한 거 하지도 못하고 하지도 않을 거야." 연이는 잘 몰라도 제서는 요리치가 분명했고 연이도 부잣집 도련님이니까 잘하는 건 아닐 것같았다. 일단 연이의 요리 실력도 봐볼까? >>323 1,100다이스 굴려줘

#326 이름없음 2022/05/17 11:47:27

-현준이 주변 인물 캐해석 다 틀리는거 너무 웃겨 거실로 가라는 말에 제서는 어느정도 수긍을 한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연이는 불만이 있어보였다. 그래도 나는 내 미각이 온전치 못한 게 더 무서웠기에 연이를 살살 어르고 달래 거실로 보냈다. 이참에 둘이 더 친해지기도 했으면 좋겠고. 내 바람이 닿은 건지 거실쪽에서 말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요리에 집중했다. 요리가 끝나갈 무렵 두 사람을 부르려는데 티비소리가 아까보다 커진 느낌이 들었다. 왜지? 뭐 재밌는거라도 하나? "얘들아! 밥 다 됐어!" 내가 큰 소리로 부르자 연이와 제서가 쪼르르 다가와 자리에 앉았다. 우와- 하는 소리를 내며 감탄을 했지만 나는 부끄러웠다. 연이의 일류 요리사들은 물론이고 제서의 어머니 요리 실력에도 한참 못 미치는 솜씨인데 그런 반응이 나오니 당연히 민망할 수밖에 없다. "이거 정말 다 현준이가 만든 거야?" "선배는 역시 대단해!" "얘들아 부탁이니까 제발 그냥 먹어주지 않을래?"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지 못하고 먼저 밥을 먹기 시작했다. 김치찌개와 계란말이, 감자조림이라는 평범한 메뉴에 어디 그렇게 칭찬할 점이 있다는 거지? 어찌됐든 애들이 잘 먹어주니 다행이다. 꽤 많이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남고생 3명의 식사량은 얕볼게 아니었다. 점심치고는 꽤 많이 먹어서 휴식이라도 할까하며 거실 바닥에 늘어지게 누웠다. 제서와 연이도 날 따라 거실 바닥에 앉았다. 왜 두 사람은 내가 있으면 아무 말도 안 하는거냐고. 나도 괜히 어색해지는 기분이다. 딱딱한 바닥에 어색한 공기까지 더해지니 가만히 누워있기가 힘들어 일어나려하니 제서가 무릎을 꿇어앉았다. "불편해보이는데 내가 무릎베개 해줄까?" "뭐? 뭔 소리야..." "서, 선배! 그럼 제가 해드릴까요?" 제서의 황당한 말을 넘겼는데 연이의 이건 또 뭐냐싶은 소리에 돌아보니 어느새 연이도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나는 둘 중 하나의 무릎에 눕는 운명이 되어있었다. 난 폭신하고 평범한 베개에 눕고 싶은데! 차라리 그냥 일어날까? 하지만 두 사람은 진지한 얼굴이었다. 웃고는 있지만 무서워... 나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나 무겁고 너네 그러고 있으면 다리도 아프고 나도 마음 불편하니까..." "현준이는 하나도 안 무거워." "맞아요! 그, 그리고 저 보기보다 힘세요." "그, 그래도..." "내가 부담스러워?" "사실은 제가 싫으신 거죠...? 그럼 그렇다고 말을 하시지..." 그 얼굴 하지마! 한 사람의 시무룩함도 견디기 힘든데 두 사람 다 그런 표정하면 난 어떡하라고... >>327 현준이는 어떻게 행동할까? 1. 제서 무릎에 눕는다. 2. 연이 무릎에 눕는다. 3. 한쪽 무릎씩 가져다 눕는다. 4.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 말을 듣기로 한다.

#328 이름없음 2022/05/17 13:00:07

연이와 제서 현준이까지 참가한 가위바위보의 결과는? 운이 얼마나 좋은지에 걸려있겠지? 각각 1,100 다이스 굴려줘 >>329 현준이 운 >>330 제서 운 >>331 연이 운

#330 이름없음 2022/05/17 19:06:53

나 운 없는데 Dice(1,100) value : 7

#332 이름없음 2022/05/17 20:51:07

TMI 캐릭터별 매점 간식 취향 강현준 다들 알다시피 딸기로 된 모든 간식. 딸기 크림빵, 딸기 우유, 딸기 사탕, 딸기 젤리, 딸기 아이스크림 등등 전부 다. 가끔은 바나나맛으로 기분 전환을 한다는 소문이 있다. 소제서 건강상의 문제로 매점에 자주 가지 않는다. 그래도 먹는다면 부드러운 음식이나 우유, 두유를 주로 먹는다. 다만 최근엔 딸기맛 간식을 눈여겨보고 있다. 이혁 평범하다. 그 나이대의 남자애가 좋아하는 감자칩, 소시지빵, 초코빵같은걸 좋아한다. 하지만 탄산을 못 마셔서 이온음료를 선호한다. 탄산이 넘어갈 때 목이 따가운 느낌을 못 견디겠다고 한다. 김주성 의외로 간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달달한 건 속이 달아서 많이 못 먹는다고. 굳이 고르자면 커피를 주로 마시고 매점 사장님이랑 친해서 녹차나 믹스커피를 자주 얻어먹는다. 이연 달달한 과일맛 간식을 주로 사먹는다. 빵이나 음료보다는 젤리나 초콜릿쪽을 좋아한다. 외모가 귀여운 탓인지 가끔 매점 사장님께 계피맛 사탕을 받는데 싫지는 않은 모양.

#335 이름없음 2022/05/18 13:41:52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는 역시 승부를 해서 겨루는 게 최고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가위바위보를 하자는 제안을 했고 결국엔 이겼다. 아, 다행이다! 나는 가까스로 애처로운 눈망울을 무시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일단 무릎베개를 피한 것까진 좋은데 다운된 분위기를 푸는 것도 내 몫이다. 연이가 앉은 상태로나에게 꾸물꾸물 다가온다. "선배 무릎배게 못 해드렸으니까 대신에 선배가 제 머리 쓰다듬어주세요." "그래. 착하다, 착하지. 우리 연이." "헤헤, 역시 선배가 쓰다듬는 게 제일 좋아요. 따뜻하고 조심스럽고 무엇보다-" 연이가 기분 좋은 어린애처럼 밝게 웃으며 자연스레 내 품에 기댔다. 난 거의 연이를 품에 안은 상태가 되어 머리를 쓰다듬을 때마다 복숭아 향이 짙게 났다. 그 때 별안간 몸이 뒤로 휙 넘어갔다. 제서가 나를 뒤에서 힘껏 껴안았다. "나는 착하다고 해주지 않는 거야?" "에이~ 우리 제서도 당연히 착하지." 나는 급하게 손을 뒤로 뻗어 제서의 머리도 쓰다듬어주었다. 결 좋은 곱슬머리가 폭신했다. 진짜 강아지들 사이에 있는 것 같아... 이대로 다시 어색해지기 전에 질문을 던졌다. "아까 둘이 얘기하던데 무슨 얘기한 거야?" "아까 그거? 별 거 아니야. 좋아하는 거나 평소엔 뭘하고 지내는지 그런거?" "마, 맞아요. 대단한 얘기는 아니었어요." "그렇구나. 두 사람 친해져서 다행이다."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어쩐지 두 사람이 바쁘게 눈빛을 교환하는 것도 같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아까 티비소리도 좋아하는 예능프로나 본 거겠지. 나와 같이 다른 두 사람도 기분이 나름 풀렸는지 너무 오래 있는 것도 실례일테니 돌아가보겠다고 했다. 두 사람을 현관 밖까지 배웅해주고 텅 빈 집 안을 바라봤다. 굉장히 한적해진 느낌이 들었다. 고작 몇 시간 같이 있었을 뿐인데. 생각해보니 대접한 것도 없네. 다음에는 디저트라도 사놔야겠다고 생각하며 쌓여있는 설거지 거리에 다가갔다. 심심하고 그렇지만 움직이기엔 너무 기력이 없고 침대에 드러누워 휴대폰만 만지작거리고 있다가 게임이나 할까 해서 컴퓨터를 켰다. "아, 이 게임 이혁도 잘 하는데. 연락해볼까?" 망설임없이 연락처에서 이혁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얼마 지나지않아 이혁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네, 이혁입니다." "야, 지금 집이냐?" "그렇긴한데 왜?" "지금 시간있으면 게임 접속해. 저번에 했던 거 있잖아." "... 저녁 7시쯤에 하면 안 되냐? 그 때 길드원들 다 모이거든." 난 그다지 열심히 하는 게임은 아니라 솔플 위주로 하고 있지만 이혁은 길드가 있었지. 그 사람들도 참 잘했었지. 이혁의 길드원들에게 좋은 인상이 남았던 나는 알겠다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어쩔 수 없이 컴퓨터를 끄고 다시 침대 붙박이가 된 나는 어느새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나 잔 거지. 천천히 휴대폰을 들어올려 시간을 확인하니 아직 저녁 5시반이었다. 다행히 게임 약속까지는 시간이 있다. 안도의 한숨을 내뱉기도 잠시 이번에는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열어보니 거기에는 처음보는 검은 외제차가 한 대 놓여있었고 그 안에서 연이가 나왔다. 당황한 내가 무슨 일인지 파악하는 사이 연이는 나에게 다가와 정중한 말투로 말했다. "선배를 저희 집 저녁식사에 초대하고 싶습니다." 어? 어어? 여전히 혼란스러운 머리를 어떻게든 정리하며 입을 열었다. 현준이는 어떻게 할까? >>336

#337 이름없음 2022/05/18 22:22:43

"식사? 어? 저녁 식사에 나를? 왜?" "선배가 점심을 대접해주셨으니 저녁은 저희가 준비해드리고 싶습니다. 아, 혹시 선약이라도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거절하셔도 괜찮습니다." 단정한 옷을 입은 연이는 떨지도 않았고 당당해보였다. 정말 예의바른 도련님의 이미지였다. 옆에 수행원 분들 때문인가 여기서 거절했다간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것만 같아 살짝 무서웠지만 어쨌든 선약이 있는건 맞으니까 좋게 좋게 거절을 해야겠다. "정말 고맙지만 너무 갑작스럽고 조금 긴장도 되고 저녁에 게임 약속이 있어서... 다음에 먹으면 안될까?" "그랬군요. 알겠습니다.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해요. 그럼 내일은 괜찮으실까요?" "내일은 괜찮을것 같은데." "저, 정말요? 약속한 거예요...!" 연이가 잠시 평소의 말투로 돌아와 들뜬 듯이 얘기하자 옆의 남자가 연이를 쳐다보며 도련님하고 말했다. 그러자 연이가 흠칫 떨더니 다시 표정을 정리했다. "아... 실례했습니다. 그럼 내일 뵙죠." "어... 응. 조심히 들어가." 연이를 실은 차는 그대로 골목을 빠져나가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런 모습의 연이는 처음 봤다. 멋있긴 했지만 불편해보였는데... 부자들의 삶은 다 그런걸까? 연이도 힘들겠구나. 사소한 의문을 느끼며 귀찮다고 미뤘던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설거지가 끝나고 잠시 야구 경기를 보던 나는 시계를 확인하고 부랴부랴 컴퓨터를 켰다. 이미 다른 사람들이 모두 접속해 있었다. 늦게 와서 죄송하다며 사과를 하고 던전도 돌고 일일 퀘스트도 같이 깨고 시시한 잡담도 나눴다. 그 때 '하늘우리'가 대뜸 내게 말을 걸었다. 물론 직접 말을 걸었다는 건 아니고 파티 대화로. [파티] 하늘우리: 딸기님 혹시 여자세요? [파티] 딸기우유1리터: 네? 갑자기 왜요? [파티] 하늘우리: 이온오빠가 잘해주는 게 신기해서요. [파티] 딸기우유1리터: 저 남자예요. 이온이랑은 학교 친구라서 그런거 아닐까요? [파티] 길드노예: 아닐걸요. 이온님 누구한테나 공평하게 철벽쳐요. 얘 그래도 친한 사람한테는 마음 열고 얘기도 잘 할텐데? 이 사람들한테까지 서먹하게 구나? [파티] 딸기우유1리터: 이온이 여기 사람들하고도 말 잘 안 해요? [파티] 길드노예: 말은 잘 하는데 딸기님한테처럼 다정하게 굴진 않아요. [파티] 이온음료슈퍼푸드: 형 쓸데없는 말 하지마요. 게다가 소름돋게 이온님은 뭐예요. 님은. [파티] 수확이찰지구나: 그래서 처음엔 두 분 사귀는줄 알았어요. 불쾌하셨다면 죄송해요. 나한테 평소랑 똑같이 대하길래 몰랐는데 게임에선 이런 성격이었구나. 아직 내가 덜 친해진 걸수도 있겠네... 나, 그렇게 미덥지 못한 사람인가? 물어볼 용기는 없으니 저쪽이 더 편하게 느끼도록 노력할 뿐이다. 저녁 10시쯤이 되어 우리는 하나둘 게임을 끝냈다. 게임을 끄자마자 이혁에게 문자가 왔다. 문자 내용은? >>339

#340 이름없음 2022/05/19 15:56:24

그럼 여기 앵커는 338로 할게! - >>339 괜찮아! 모두가 즐거운 앵커판이 목적이잖아 즐겨 [아까 혹시 불쾌했다면 미안해.] 아까? 길드원분들이 얘기한 거 말하는 건가? 전혀 그렇다고 느끼지 않았는데. 대화가 흐지부지돼서 그렇게 생각하는건가? 그정도 오해는 누구나 할 수 있고 나한테 욕을 한 것도 아닌데... [난 신경 안 써. 혹시 길드원분들께서 미안해하면 안 그래도 된다고 전해줘.] [알았어. 내가 더 이상 이상한 소리 못하게 말해둘게.] [안 그래도 돼. 누구나 오해는 할 수 있으니까.] [고마워. 나중에 또 같이 플레이하자. 길마형이 너 엄청 좋아해.] [나를? 나 잘 못하는데.] [뉴비가 맛있다나 뭐라나. 아무튼 늦었네. 잘 자라.] [잘 자.] 이혁과의 문자를 마무리하자 그제서야 저녁을 건너뛴게 생각났다. 게임할 때는 배고픔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엔도르핀이 사라지니 그런가보다. 냉장고를 뒤적이던 나는 시간도 늦었고 빨리 해치워야겠다는 생각에 계란 후라이를 해서 밥에 간장과 참기름을 한 숟갈씩 부어 섞어먹었다. 오늘 하루종일 사람들이랑 있다시피해서 그런가 엄청 피곤했다. 원래는 새벽에 잘 예정이었는데 빨리 씻고 잠이나 자야겠다. 아침 햇살이 따갑게 눈을 찔러 겨우 일어난 나는 한동안 멍하니 침대 위에 앉아있다가 다시 누웠다. "귀찮아... 더 자고 싶어..." 누워서 밍기적대며 휴대폰으로 유튜브 게임방송을 켰다. 진짜 한심하다. 일어나자마자 하는 일이 유튜브 보기라니... 한 시간정도 시간을 버린 나는 그제야 꾸물꾸물 일어나 씻었다. 아침 햇살이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오후 1시가 넘었다. 하긴, 아침에 해가 그렇게 쨍쨍할 리가 없지. 거실로 나가 티비를 틀었다. 그다지 재미있는 프로는 하지 않는다. 벌써 1시가 넘었으니 가끔씩 스토리가 산으로가는 재미로 보던 아침 드라마도 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티비를 틀어놓고 낙서나 하며 시간을 보내고 간단한 점심을 챙기는 것 뿐이었다. 무료함에 말라가고 있는데 휴대폰이 반짝였다. 곧바로 확인하니 연이의 문자였다. [오늘 5시쯤에 데리러 갈게요.] 순간 어제 봤던 연이의 모습, 비싸보이는 외제차, 무뚝뚝한 인상의 수행원들이 떠올랐다. 그렇게 귀한 사람 모시러오듯이 오지 말았으면 해서 나는 재빨리 답장했다. [그냥 내가 찾아갈게. 괜히 여러사람 고생할 필요는 없잖아.] [고생이라뇨! 전혀 그렇지 않아요!] [나 혼자 갈 수 있어. 몇 시까지 가면 돼?] [선배가 정 그러시다면... 6시까지 오시면 돼요. 그 때 뵐게요.] 호의를 무시한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웠다. 어차피 나 혼자 조금 부담스럽고 끝나면 될 일인데 연이한테 상황설명을 맡긴 것 같아 미안했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바빠졌다. 옷장에서 옷을 고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런 집에 가면 무슨 옷을 입어야하지? 역시 정장인가? 난 정장이 없는데 교복이라도 입어야하나? 옷장 앞에서 한참 난리를 치던 나는 조금 간단하게 입기로 했다. 색이 너무 밝지않은 티셔츠에 검은색의 여름용 긴바지를 골라입었다. 겨우 후배네 집에 가는 건데 너무 예의를 차리는 것도 이상하게 보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를 예의없는 사람으로 치부하면 어쩌지하는 걱정이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았지만 그럴리 없다며 자신을 타일렀다. 5시가 조금 지난 시각 나는 집을 나섰다. 역시 늦는 것보단 조금 빨리 가는 게 예의겠지. 학교에 가는 길로 가는 것 뿐인데 이게 뭐라고 긴장된다. 떨지 말자. 아, 그러고보니 뭐라도 들고 가야하나? 급하게 연이에게 문자를 보냈지만 답장을 해주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빈 손으로 가는 건 좀 아닌 것 같아 근처 슈퍼에서 음료세트를 하나 샀다. "하하... 이런 걸 줘도 되나..." 오히려 마이너스 요소가 되는 건 아닐까 걱정하며 연이네 집 앞에 도착했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벨을 누르자 중년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시죠?" "저는 연이 선배 강현준이라고 합니다. 오늘 저녁 식사에 초대받아서 왔습니다." "아, 강현준님. 실례했습니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천천히 걸어 현관에 다다르자 키가 큰 남성이 문을 열어주며 목례했다. 나는 놀라 고개를 꾸벅 숙이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거실로 추정되는 곳으로 나를 안내한 남성분이 여기서 기다려달라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 몇 분 후 연이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어서 오세요. 선배." 그렇게 말하며 웃는 연이는 >>341차림이었다. 비교적 가볍게 입고 간 현준이 과연 연이는 차려입었을까 아니면 가벼운 차림일까?

#342 이름없음 2022/05/19 20:48:24

>>341 패알못인 스레주... 조금 가벼운 차림이라고 생각하면 되는걸까

#343 이름없음 2022/05/19 22:01:11

일단 그렇다고 생각하고 갈게 붉은 셔츠에 반바지라. 생각보다 딱딱한 옷차림은 아닌것 같아서 다행이다. 옷차림을 살피느라 연이를 빤히 쳐다봤더니 연이는 얼굴을 붉히며 민망해했다. "저기, 선배... 왜 그렇게 쳐다보세요? 저 이상해요...?" "아니야! 그런 뜻으로 본 게 아니라 평소랑은 느낌이 좀 달라서..." "확실히... 집에서는 좀 다르죠. 손에 들고 계신 그건 뭔가요? 설마, 저 주시려고 가져온건가요?" "어, 응. 평범한 슈퍼마켓에서 사온 건데 빈 손으로 오기는 좀 뭐해서 사긴했어." "와, 고마워요! 그냥 오셔도 되는데."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연이는 기쁜 듯이 웃고 있었다. 그러더니 시계를 힐끔 살핀 연이가 내 손을 잡고 어디론가 이끌었다. 연이가 거실을 나오자 가사도우미로 보이는 분이 내 선물을 들고 우리를 식당으로 안내했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하얀 식탁보가 덮힌 긴 테이블이 자리하고 있었다. 나 이제 여기서 밥 먹는 거야? 연이는 자연스레 사용인이 빼주는 의자에 앉았다. 그 모습을 보고 내가 허둥지둥 의자에 손을 얹자 다른 사용인이 조용히 말을 건넸다. "현준님께서 직접 의자를 빼실 필요는 없습니다." "네? 그런가요? 아, 감사합니다." 멀뚱히 의자에 앉아있는데 저 멀리서 연이의 부모님으로 보이는 분들이 식당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두 분이 가까이 다가오자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아, 안녕하세요. 강현준이라고 합니다." "그래요. 반갑습니다. 어서 자리에 앉으세요." 뭐지, 저게 다인가? 보통 자신이 누구다 정도는 밝히지 않나? 마치 내가 누구인지도 관심없다는 태도다. 빈말로라도 얘기 많이 들었다거나 안부를 물어볼 수는 있잖아? 연이의 맞은 편에 앉은 연이의 부모님은 연이를 한 번 정도만 쳐다보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연이의 표정은 딱딱히 굳어있었다. 그러나 자세만은 똑바르게 당당히 허리를 펴고 있었다. 연이네의 식사는 코스 요리로 이루어져있었다. 놀란 내가 소곤소곤 연이에게 말을 건넸지만 옆에 서있던 집사로 보이는 분이 도련님께서 손님이 오신다고 신경 써달라고 했다고 대신 전달해주셨다. 이럴줄 알았으면 테이블 매너를 공부하고 오는 건데! 내가 어쩔 줄 모르며 음식만 빤히 쳐다보자 연이가 작게 물어온다. "혹시 음식이 입에 안 맞으세요?" "음식은 맛있어보이는데..." "아, 테이블 매너는 신경쓰지 않으셔도 돼요. 어차피... 아니다. 아무튼 편히 드세요." "... 도련님." "죄송합니다." 연이 부모님의 시선이 연이에게 향했고 연이는 사과하고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조용히 식사만 했다. 더 이상 말을 꺼내기도 힘든 분위기에 깊게 생각하지 않고 아무 숟가락이나 들어 스프를 떠 먹기 시작했다. 그 누구도 나한테 뭐라고 하지 않는데 나를 감시하는 듯한 불편함 속에서 식사는 이어졌다. 현준이는 그 식사가 >>344 1. 분위기는 불편했지만 엄청 잘 먹었다. 2. 뭘 먹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어쨌든 배는 부르다. 3.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겠고 체했다.

#347 이름없음 2022/05/20 19:31:33

>>346 다같살엔딩도 재미는 있을거같아ㅋㅋㅋㅋ 길고 긴 식사가 끝나자마자 연이의 부모님은 그대로 식당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부담을 견디지 못한 나는 결국 체했다. 주먹을 꽉 쥐고 명치쪽을 꾹 눌렀지만 소용없었다. 그래도 여기서 체했다고 하면 얼마나 다들 챙겨주려고 할지 몰랐기에 최대한 티내지 않고 연이네 수행원들이 안내하는대로 연이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온 연이는 조심스레 방문을 닫고 크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나에게 앉으라고 손짓했다. "하아... 죄송해요. 부모님이 같이 드신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응? 평소에도 식사는 같이 하는 거 아니었어?" "아뇨. 보통은 따로 먹어요. 일이 바쁘시니까 얼굴 보기도 힘든걸요. 그나저나 선배, 얼굴이 왜 이렇게 창백해요? 어디 안 좋아요?" "속이 좀 안 좋아서." 내 말에 연이는 안절부절하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어, 어떡해... 괜히 제가 초대했나봐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연이가 방 밖으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한 손에 병 하나를 들고 돌아왔다. 어딘가 지친 표정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그 병을 내밀었다. "소화제인데 드세요..." "왜 이렇게 지쳤어?" "제가 소화제 하나만 달라고 했더니 어디가 아픈거냐, 의사를 부르겠다며 집사님이 호들갑을 떠셔서 말리느라고요." 연이는 질린 표정을 지었지만 그만큼 신경을 써주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다행히 이 집에도 연이를 챙겨주는 사람이 있구나. 나는 미소를 지으며 소화제를 마셨다. 얼마지나지 않아 상태가 나아진 나는 연이에게 감사를 표하고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내가 조심스레 연이에게 질문을 건넸다. "연아, 힘들지 않아? 이 집에서 그런 연기를 하는 거." "글쎄요. 아예 힘들지 않다... 고하면 거짓말이지만 어쨌든 필요한거잖아요? 제가 아버지가 바라는 아들상을 연기한다고 해도 내가 이연인건 변함 없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 말하는 연이는 살짝 웃고 있었다. 웃으며 나와 눈을 맞춘 연이는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현준 선배는 이런 저를 이상하다고 하지 않았으니까. 그거면 됐어요." 그럼 나도 그럴까? 내가 다른 모습을 보여줘도 나는 여전히 강현준일까? 연이는 나를 초대할 때부터 다른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각오하고 있었어. 그런 마음에 대답할 용기가 나한테 있을까? 아마도 없을 거야. 그 때 연이가 나를 자기 품에 꼭 안았다. 하지만 항상 기분 좋던 향기가 나 자신을 꽉 옥죄는 것같아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속이 불편했다. 문제는 나한테 있는데 왜 다른 사람 탓만 하는 거지. 나는 연이를 살짝 밀어냈다. 연이가 내 얼굴을 쳐다봤지만 고개를 푹 숙였다. 이런 얼굴 보여주고 싶지 않아. 하지만 내 표정을 봤는지 연이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갈게. 저녁 고마워." "집까지 데려다 드릴게요." "필요없어." "아뇨. 꼭 데려다 드리고 싶어요." 집 밖으로 나오자 이미 차 한 대가 준비되어있었다. 집사님이 차 문을 열어주었다. 조용히 차 안에 몸을 실었고 연이도 그저 나를따라 차를 탔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곧 연이가 입을 열었다. "제가 잘못했어요." "......" "기분 상하게 해서 죄송해요. 그치만 이유를 말하지 않으면... 저는 몰라요." "왜 사과를 해. 오히려 내가 미안해. 괜히 분위기 망치고 가서." "지금 제가 뭘 해드릴 수 있을진 모르겠어요. ... 손 잡아도 돼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연이는 부드럽고 조심스레 손을 잡아주었다. 따뜻하다. 우리는 그대로 집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 말도 주고받지 않았다. 집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는데 연이가 슬쩍 미소지으며 말했다. "좀 더 믿음직해지면 선배도 나한테 의지해줄까요?" "무슨 말이야?" "이런, 혼잣말이이에요. 맞다, 내일쯤 선물 하나 갈건데 놀라지 마요. 갈게요." 아무리 생각해도 혼잣말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나 혼자 아무리 생각해도 별 수 없지. 내일도 학교 가야하니까 씻고 잠이나 자자. 눈을 떴다. 이상하게 몸이 가볍다. 시계를 봤더니 이미 7시반이 조금 지나있었다. 지각이잖아! 허겁지겁 준비를 끝내고 전속력으로 뛰어 교실로 들어갔다. 아슬아슬하게 세이프다. 큰일날 뻔했군. 곧 담임 선생님이 들어와 자리를 바꾸겠다고 했다. 그러고보니 그런 말을 들었던 것도 같다. 중간고사가 끝난 직후 자리를 바꿔서 역시 성적순인줄 알았는데 제비뽑기란다. 뭐지? 굳이 그럼 이 시기에 자리를 바꿀 필요가 있나? 의문은 넣어두고 종이 한 장을 뽑아들었다. >>348 현준이 자리는 어딜까? >>349 짝은 누가 될까?

#351 이름없음 2022/05/21 02:12:06

종이를 조심조심 펼쳐보니 재수없게도 교탁 바로 앞자리였다. 이거 빼도박도 못하고 공부만 하게 생겼구나. 나는 내가 망했으니 다른 친구놈들도 망했으면 좋겠다하고 간절하게 기도했지만 어쩐지 망한 건 나 하나 뿐인 것 같다. 자리 배정이 끝나고 나는 우울하게 짐을 챙겨 앞자리로 옮겨갔다. 짝이라도 잘 만났으면 좋겠네. 그런데 반 애들이 각자 자리를 다 찾아갔음에도 불구하고 내 옆자리는 비어있었다. 그러고보니 우리 반 홀수지? 설마 내 옆자리만 사람이 없는 거야? 심지어 이혁도 맨 앞줄이 아닌데. 근데 왠지 이혁은 좀 불만스러워 보였다. 믿기 싫은 현실에 체념하며 한숨을 쉬었다. 자리를 바꾸는데 1교시를 다 썼기때문에 난 하소연을 할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애들을 찾아갔다. "야, 너무하지 않냐. 나 맨 앞자리, 게다가 교탁 바로 앞인 거 봤지?" "강현준 운 무슨 일이냐. 이 형님은 뒤에서 두번짼데." "나는 두번째 줄이긴한데 맨 창가쪽이라서 괜찮음." "부럽다. 나랑 바꿔." "미쳤다고 너랑 바꾸냐. 공부나 열심히 해라." "지도 공부 안 하면서!" 속으로 이를 갈며 언젠간 갚아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어째 불만스러워보이는 이혁에게 다가갔다. 얘는 왜 또 저런 표정이래. "이혁, 너 왜 표정이 안 좋냐." "하, 맨 앞 줄 앉고 싶었는데. 앞에 앉은 애 키가 너무 커서 칠판이 안 보여." "그럼 앞에 앉은 애한테 자리 바꿔달라고 해봐. 아님 선생님한테 말하던가. " "그 선생이 말한다고 들을 인간이냐. 괜히 나만 성격 더러워지지." 어찌됐든 나름의 불만을 가졌지만 받아들이겠다는 의미같다. 자리가 바뀌었지만 하루아침에 공부 습관이 바뀔 수는 없는 법. 선생님 목소리 너무 잘 들려서 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전부 받아들일 수도 없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거지같은 세 시간을 견디고 나서 점심시간을 맞이했을 때는 체력과 정신력이 바닥을 쳤다. 그렇게 엎드려 있는데 교실 밖이 시끄럽다. 대체 뭐길래 이렇게 시끄러워... 비척비척 일어나 교실밖으로 나가니 그 때 골목길에서 마주쳤던 3학년들이 어디 한 군데가 부러진 채로 서있었다. 그 사람들은 나를 찾아내자마자 벌벌 떨면서 사과하고 도망치듯이 자리를 떴다. "이게 대체 뭐야...?"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저마다 수군댄다. 친구들이 설명을 요구했지만 나도 이게 무슨 일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억지로 머릿속을 헤집어 기억 하나를 꺼낼 수 있었다. 연이의 선물은 설마 이걸 말하는 거였나. 당분간 고개를 들고 다닐 수도 없을 것 같다. 근데 대체 연이가 무슨 수로 저 사람들을 찾아냈지? 나는 생각하기를 그만두고 밥이나 먹으러 가기로 했다. 오늘 식단은 듣도보도 못한 음식이 나와서 먹는둥 마는둥하고 교실로 돌아왔다. 교실 문 앞에서 반 애들과 얘기하고 있는 >>352가 날 보고 작게 웃었다.

#353 이름없음 2022/05/21 12:48:16

"아, 찾았다!" "웬일이야?" "우리가 일이 있어야만 찾아오는 사이야?" "아니긴하지. 그래도 일부러 찾아올거면 이유가 있겠지." "음, 옷 돌려받으러 왔는데?" 그러고보니 그랬다. 난 또 까먹고 말았다. 우리집 건조대에 널려있는 제서의 옷을. "옷 말이지..." "근데 이제 그건 됐어. 언제든지 돌려받을 수 있고 현준이가 가져도 상관없어." "나한테 사이즈도 안 맞는데 그걸 어디다 쓰냐." "농담이야. 사실은 이상한 소문이 돌아서 와봤는데 걱정 안 해도 되겠다." "이상한 소문?" 제서는 대답대신 내 주머니에 뭔가를 넣어주고 싱긋 웃더니 내 뒤편을 한번 쳐다봤다. 뒤에 뭔가 있나해서 돌아보려하는데 제서가 나를 살짝 끌어안았다가 놓았다. "이제 현준이 얼굴도 봤고 충전도 했으니까 가볼게." "조심해서 가." 진짜 아무 이유없이 온 건가? 가끔 이유없이 전화를 하기도 하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몸을 틀어 오후 수업을 들을 준비를 했다. 새로 바뀐 자리 탓인지 평소보다 피곤하다. 오늘은 집에 가자마자 자야겠다. 힘겹게 일어나 짐을 싸 교실에서 나왔는데 저 멀리서 선배가 다가와 그 속도 그대로 나를 껴안았다. 덕분에 우리는 복도에 큰 소리를 내며 넘어지고 말았다. 자기 밑에 깔린 나를 보던 선배가 벌떡 몸을 일으켜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미안! 괜찮아? 넘어진다고는 생각 못 했어!" "아, 아파라... 제가 저번부터 복도에선 뛰지말라고 했잖아요." "미안하다. 반가운 마음에 그만..." "선배가 무슨 개예요? 사람만 보면 달려들게?" "나도 아무한테나 달려들진 않아!" 선배의 손을 잡고 일어난 나는 선배를 잔뜩 째려봐주었다. 그 눈빛에도 선배는 전혀 주눅들거나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하여튼 멘탈 하나는 끝내주는 것 같다. "저 지쳐서 집에 가고 싶거든요? 할 말 없으면 가볼게요." "잠깐 기다려! 내일 테니스부 연습있어. 꼭 와. 알았지?" "네? 연습 해요? 선배 손목은 괜찮아요?" "완전히 괜찮은 건 아니라서 나는 내일 쉴거고 전체적인 진행은 수한이가 해줄거야." "그렇구나. 알았어요. 그럼 가볼게요." 이번에야말로 집에 가기 위해 발을 옮겼는데 뒤에서 계속 끈적히 달라붙는 시선에 한숨을 쉬고 다시 뒤를 돌아봤다. "왜요. 또 뭐 할 말 있어요?" "지금부터 시간 있어?" "있죠. 아껴쓰라고 하려구요?" "언제적 농담이냐. 배고프지 않아?" "배고파요. 그러니까 빨리 집에 갈래요." 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길래 저렇게 질문만 해대는 건지. 무슨 생각인지는 몰라도 착실히 대답을 했더니 선배가 뜬금없이 자기 지갑을 확인하더니 충분하군. 하고 말했다. "밥 먹으러 가지 않을래? 편의점에서 라면이랑 삼각김밥이라도 사주마." "굳이요? 그런 것보다 집가서 먹는 게 더 나아요." "그렇지? 이건 그냥 못 들은 걸로 해." 저렇게 풀 죽으면 또 신경쓰이잖아! 나쁜 뜻으로 한 얘기는 절대 아니라서 내버려둘 수가 없는 사람이라니까... >>355 현준이는 선배에게 어떻게 얘기할까? 1. 같이 편의점에 간다. 2. 내가 차려주겠다면서 집에 초대한다. 3. 역시 귀찮다. 얼른 집에 보내버린다.

#356 이름없음 2022/05/22 00:06:21

"저희 집에 갈래요? 대단한 건 못해도 간단한 요리는 할 줄 알아요. 제가 저녁해드릴게요." "가도 돼? 아무리 너 혼자 산다지만 이렇게 아무나 막 들여도 돼?" "뭐 어때요. 혼자 사니까 이런 것도 하는거죠. 싫으면 못 들은걸로 해요." 아까 선배가 했던 말을 그대로 따라했다. 물론 나는 웃는 표정이었다. 그 말에 잠시 벙쪄있던 선배가 웃음을 터트리며 내 손을 잡아왔다. "너한텐 못 당하겠네. 자, 가자. 어느쪽이야?" "이쪽이에요. 선배 저희 집가는 거 처음이죠?" "응. 아무래도 혼자 사는 집이니까 넓지는 않겠는데." "생각보다 넓을걸요? 원래는 부모님이랑 같이 살고 있었거든요. 아버지가 갑자기 다른 지역으로 발령이 나는 바람에 두 분 다 그쪽으로 가셨지만." 선배는 내 말을 가만히 듣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마도 나를 혼자 두고 간 게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이다. 부모님 사이가 너무 좋아도 문제라는 말을 하니 그제야 납득한 듯 얼빠진 소리를 냈다. 집에 도착해 현관에 들어서자 아무도 없다고 말을 했음에도 선배는 큰 소리로 인사했다. "실례합니다!" "저기, 집 주인은 당신 뒤에 있는데요." "하하, 아무리 사람이 없다고해도 인사하는 게 맞는거다." "듣고 보니 맞는 말 같기도 하네요." 어찌됐든 선배와 주방으로 향했다. 거실에서 기다리라고 했는데 굳이 주방까지 따라와서 내가 요리하는 걸 구경해야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닌데. "미리 얘기하지만 저는 진짜 엄청나게 평범한 요리 실력이니까 불평하지마요." "전에도 얘기했잖아. 나 반찬투정 안 해. 그 증거로 오늘 점심도 나름대로 먹을만했어." "그건 선배 미각이 마비가 된 게 아닐까요?" 그 뒤로도 선배는 계속해서 나에게 말을 걸며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다. 한두번정도 도와주겠다고 나섰지만 이 사람도 요리랑은 영 거리가 멀어보였으므로 사양했다. 그래도 내가 반응하든 하지 않든 계속 떠들어줘서 심심하지는 않았다. 나는 마지막으로 콩나물무침을 식탁에 내려놓으며 의자에 앉았다. 급하게 준비하느라 멸치볶음, 콩나물무침, 순두부찌개밖에 없었지만 선배는 정말 한마디 불평도 없이 맛있게 먹어줬다. "너 요리 잘하네. 매일 네가 해준 밥 먹고 싶어." "그런 말하면 선배 어머니께 실례잖아요. 실제로 매일 만들고 있는 건 어머니실테니까." "아, 물론 어머니껜 감사해. 강현준, 책 좀 읽어야겠네." "나름 독서도 하거든요?!" "네네, 그러시겠죠." 선배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짜증난다. 그러는 자기는 얼마나 열심히 책 읽는다고!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밥을 입에 쑤셔넣었다. 선배는 내가 햄스터 같다, 또 뭐가 불만이냐며 놀려댔지만 딱히 반박할 말도 없어 조용히 식사만 했다. 그러던 와중에 선배가 갑자기 손을 뻗어 내 얼굴 가까이로 가져다온다. 순간적으로 몸을 뒤로 빼자 얼굴을 찌푸리며 몸을 더 가까이 숙인다. "뭐, 뭐하는 거예요?" "가만히 있어봐."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선배의 얼굴을 어쩐지 보기 힘들어 두 눈을 꼭 감았다. 그러나 입가에 따뜻한 감촉이 살짝 닿았다 떨어졌다. 눈을 떠보니 선배 손가락에 밥풀이 붙어있었다. 뭐야, 저거 떼어주려고 그랬던 거야? 그런 선배를 두고 이상한 생각이나 하다니! 일단 한번 죽자... 그런데 그 직후 선배가 자연스레 그걸 자기 입에 집어넣었다. 나는 머리 위로 물음표 백만개를 띄운 표정으로 선배를 쳐다봤지만 정작 본인은 아무렇지 않아보였다. "음식 버리면 벌 받는다고 어머니가 그러셨어. 게다가 네 얼굴에 붙었던 건데 뭐. 아~ 배부르다." "그런 문제가 아니고..." "아니고?" "기분이 좀 묘하네요." "그래? 어떻게 묘한데?" "싫다기보단... 몰라요! 이런 거 묻지마요." 동생이랑 나이차이가 좀 나서 무의식적으로 했던 행동일지도 모르지만 곱씹을수록 기분이 이상해졌다. 나한테 편하게 하는 건 좋지만 너무 편하게 대해서 그것도 나름대로 가슴이 답답해졌다. 시계를 보니 이제 집에 보내주지 않으면 안 될 시간이었다. 난 선배를 버스정류장까지 배웅해주며 한참 말을 고르다 한 마디 내뱉었다. "있잖아요. 동생같다고 다 그런 짓하면 안돼요." "무슨 소리야?" "아까 밥풀..." "나도 그렇게 가볍고 쉬운 사람 아니야. 여기까지면 됐어. 내일 부활동 할 때 보자. 얼른 집에 들어가." 멀어지는 선배의 뒷모습을 보며 나도 집으로 돌아갔다. 분명히 간단명료한 단어로 명확한 목소리로 얘기를 하는데 요즘 선배가 하는 말이 조금씩 이해가 안됐다. 분명히 피곤해서 그런 걸거야. 자고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결론이 나오겠지. 그렇게 단정짓고 침대로 몸을 던졌다. 오늘도 어김없이 학교로 등교해 조례시간이 되기를 기다리는데 선생님 옆에 처음 보는 애가 같이 들어왔다. 전학생인가? 머리는 검은색이지만 교복도 제대로 입지 않았고 어딘가 불량한 느낌이 물씬 풍겼다. 첫인상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건 좋지 않지만 그다지 엮이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오늘부터 우리 학교에서 같이 생활할 전학생이다. 다들 친하게 지내라. 자리는 여기 바로 앞에 앉으면 된다." "넵." 따분한 표정으로 내 옆에 앉아 나를 한번 슥 쳐다본다. 그러고보니 내 옆자리가 비어있었지. 망할! 짝인데 아예 말을 안 걸수도 없으니 간단히 인사만 하기로 했다. "안녕? 내 이름은 강현준이야. 너는?" "진이언. 흐음, 너 좀 잘 생겼다?" "그, 그런가? 고마워. 너도 잘 생겼는데." 진이언은 허, 하고 어이없는 소리를 내더니 표정이 변했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세상만사 다 귀찮은 표정이었는데 생기를 되찾은 눈빛이다. "너 원래 이렇게 아무한테나 말 잘 걸어?" "내가 좀 인기가 많아. 이 학교에서 나 모르면 간첩일걸?" "너 좀 웃긴다. 나 네가 마음에 들어. 앞으로 잘 부탁한다, 그러니까... 아, 맞다. 강현준이었지." 그새 이름을 까먹었는지 내 명찰을 보고 이름을 말해준다. 특이하긴해도 나쁜 애는 아닌 것 같은데. 적당히 유쾌하고 다른 애들이랑도 잘 어울릴 것 같아. 더 많은 얘기는 조례가 끝난 후에 하기로 했다. 그러나 끝난 직후 반 애들이 우르르 몰려와 이것저것 물었는데 진이언은 웃으며 적당히 넘겼다. 결국 내가 제대로 얘기할 수 있었던 건 3교시 쉬는 시간이었다. "야, 너는 나한테 궁금한 거 없어?" "음, 보통 이 시기에 전학 안 오지 않아? 왜 전학 왔어? 부모님 일 때문이야?" "그건 아니고 >>357." 진이언은 왜 전학 왔을까? 전에 다니던 학교는 남고? 공학? 어느쪽이었을까?

#358 이름없음 2022/05/22 14:27:41

누굴 찾으러 왔을까? >>359 1. 오래전에 헤어진 친구 2. 첫사랑 3. 날 재미있게 만들어줄 사람 4. 기타(어떤 관계를 가지는지 적어줘)

#361 이름없음 2022/05/22 21:20:20

"그건 아니고 찾을 사람이 있어서." "찾을 사람?" "응, 꼭 찾고 싶어." "누군진 모르겠지만 꼭 찾을 수 있을거야. 응원할게." 난 진이언의 어깨를 가볍게 두어번 두드렸다. 진이언은 고맙다며 나중에 힘든 일이 있으면 자기한테 말하라고 했다. 1시간 뒤 점심시간에 갑자기 진이언이 급식실로 향하는 내 어깨를 붙잡으며 말을 걸었다. "점심시간에 밥 같이 먹는 애들 있어?" "나는 아무하고나 먹어." "그럼 오늘부터는 나랑 먹어. 전학생 좀 챙겨줘~" "그러지 뭐. 아, 친구 몇 명 더 불러도 돼?" "나는 좋아. 네 친구 중에 내가 찾는 애가 있을 수도 있고." 나는 항상 같이 다니던 친구 3명을 불러서 점심을 먹으러 갔다. 반응을 봐선 일단 얘네는 찾는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진이언은 웃고 있었지만 흥미 없어보이는 반응을 했으니까. 친구놈들이랑 반찬 뺏기도 하고 망해버린 자리배치에 대해 한탄도 하며 식사를 마쳤다. "현준님이랑 밥먹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오늘 할 거 다 해야겠네. 야, 진이언 너도 우리랑 축구할래?" "아니, 난 됐어. 아, 구경은 해도 돼?" "축구 싫어하냐?" "그런 건 아닌데..." "야, 사정이 있겠지. 그냥 우리끼리 하자." 진이언이 난감해해서 내가 대수롭지 않은 듯이 말을 돌렸다. 친구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고 운동장으로 달려갔다. 땀냄새나는 거 싫은데. 진이언은 축구 경기가 제일 잘 보이는 위치에 앉아 우리를 구경했다. 아마 사람을 찾고 있겠지. 엄청 소중한 사람인가?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진지하게 이쪽을 관찰하는 진이언을 쳐다보는데 순간 걔가 놀란 표정을 지었고 그 직후 머리어 격렬한 통증을 느끼고 내 의식은 끊어졌다.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니 나는 학교 보건실에 누워있었다. 축구공에 머리를 맞고 기절하다니. 이 녀석들은 어디 추리 만화 주인공이 신는 신발이라도 신은 거냐. "으윽... 아파 죽겠네." "정신이 좀 들어?" 욱신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몸을 일으켰을 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마 날 여기까지 데려다 준 사람이겠지. 감사인사를 하러 그쪽을 쳐다보니 >>363 이 있었다. +고마워 수정했어!

#364 이름없음 2022/05/23 00:47:24

진이언이 조심스레 내 안색을 살펴왔다. 얘가 날 여기까지 데려와준건가? 진이언 이외에는 다른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봐야겠지? 내가 멍하게 쳐다보고 있자 진이언이 다가와 내 눈 앞에 손을 흔든다. "야, 괜찮아? 머리 맞은 게 잘못 됐나?" "나 괜찮아. 네가 나 옮겨줬어?" "어. 축구공에 맞더니 그대로 기절해서 완전 놀랐잖아." "생각 좀 하다보니... 근데 지금 몇 시야? 점심시간 끝났겠다." "그건 당연한거고. 지금 6교시 시작한지 10분쯤 지났을걸?" "아~ 6교시 지난지... 뭐? 나 그만큼이나 기절해있었어? 얼른 가야... 아..." 너무 태연한 말투에 잠시 속을 뻔했다. 급하게 몸을 일으키자 시야가 핑 돌았다. 진이언이 내 팔을 재빨리 잡아준 덕분에 넘어지진 않았다. 난 팔을 잡힌채로 다시 침대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갑자기 일어나면 안 돼. 좀 더 누워있어." "너 수업은 안 들어도 돼?" "내 복장을 보고도 모르겠냐? 나 양아치야. 수업엔 관심없어. 어차피 공부해보려고 전학온 것도 아니고." "사람 찾는다고 했잖아. 그럼 여기 있으면 안되는 거 아니야?" "일단 누워. 얘기는 그 다음." 진이언이 강력하게 주장해서 결국 다시 침대에 누웠다. 본인은 양아치라고 했지만 폭력을 쓰지도 않고 내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려주는데 이런 양아치가 어딨냐고. 물론 처음 봤을 때는 나도 오해하긴 했지만... 내가 얌전히 누워있자 진이언이 말을 이어나갔다. "친구가 쓰러졌는데 그냥 갈 수는 없잖아." "나 너랑 친구야?" "아니야? 뭐, 아니어도 상관없어. 말했잖아, 난 너 마음에 든다고." "왜 나 따위가 마음에 드는데?" "너 말이 좀 이상하다? 굳이 말하면 잘생겨서." 이 녀석 얼빠인가. 스스로 잘 생겼다고 생각해본 적은 유치원 때 이후로 한 번도 없는데. 어쩌다보니까 내가 얘 취향으로 생겼겠지. 우리는 6교시가 끝날 때까지 이런저런 잡담을 나눴다. 그리고 얘기를 들어보니 이 녀석은 정의로운 양아치였다. 괴롭힘 당하는 애들을 구해주다보니 어느새 자주 싸움에 휘말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건 그렇고 7교시도 땡땡이치려는 진이언을 붙잡고 교실로 돌아갔을 때 그 축구무새들이 괜찮냐며 질문세례를 쏟아냈고 난 걔네들에게 딱밤을 한대씩 먹여줬다. 그 시끄러운 난리통에 이혁도 슬그머니 다가왔다. "강현준, 너 기절했다며." "그렇게 심한 거 아니고 축구공에 맞은 거야." "얘가 반장이지?" "... 2학년 3반 반장 이혁이다. 앞으로 잘 부탁해." "흐음... 그렇구나, 그렇구나." 이혁의 인사를 받은 진이언이 뭔가를 생각하다 혼자 납득한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상당히 마이페이스인 사람이다. 자유분방하고 쭉 밀고 나가고 이혁이랑은 잘 안 맞을 것 같은데. 벌써부터 걱정이다. 7교시 수업을 듣는 내내 진이언은 졸고 있었다. 선생님 바로 앞에서 졸다니. 여러모로 대단하다. 게다가 수업 끝 종소리는 기가 막히게 들어서 수업이 끝나면 활력이 넘친다. "강현준, 오늘 집에 같이 갈래?" "안 돼. 오늘 부활동 있어." "부활동 뭐 하는데?" "테니스. 왜? 너도 관심 있어?" "나도 가도 돼?" "사람 찾게?" "꼭 그것만은 아냐." 싱글벙글하며 나를 잡아끄는데 정신을 못차리다 권태경을 기억해내곤 1반으로 향했다. 1반 앞으로 가자 나를 본 권태경의 얼굴이 활짝 피었다. 그러다 내 옆의 진이언을 본 건지 급속도로 표정이 굳어갔다. "현준아! ... 그 옆은 누구... 어떤 분이야?" "이쪽은 진이언. 오늘 우리반에 전학왔어. 진이언, 이쪽은 권태경 나랑 같은 테니스부야." "아, 안녕... 하세요." "말 편하게 해. 내가 양아치긴해도 선빵은 안 날려." "네? 네네, 네!" 진이언이 뭐라고 할 수록 권태경은 점점 쪼그라들었다. 이 둘은 누가봐도 명확히 상성이 안 좋았다. 파들파들 떠는 권태경에게 진이언은 더 이상 관심이 없어보였다. 권태경이 긴장과 스트레스로 죽기 전에 얼른 테니스 부실로 향했다. 부실로 향하니 어째선지 부장이 부부장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혼나고 있었다. 좀 일찍 온 탓인지 다른 부원들은 아직 오지 않았다. 한참 부장을 혼내던 부부장이 우리가 온 것을 눈치챈듯 말을 멈췄다. "너네들 언제 왔어? 김주성 너는 나중에 봐." "방금 왔어요. 근데 왜 혼나고 계셨던건가요?" 부장은 왜 혼나고 있었을까? >>365

#367 이름없음 2022/05/23 12:42:06

"너네 멍청한 부장이 마음대로 경기 일정을 잡았거든. 진짜 멍청이야?!" "그, 그만해... 애들이 다 보잖아." "왜? 애들 앞에서 혼내니까 쪽팔리냐?" 우리에게 설명을 하려던 부부장이 다시 열이 받았는지 큰소리를 냈다. 그러던 와중에 다른 부원들도 차례로 도착했다. 부부장이 억지로 진정하고 옷을 갈아입고 잠시 부실에서 대기하라고 했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모두 빠르게 옷을 갈아입었다. 진이언도 부실 의자에 앉아 기다려주었다. "그럼 빠르게 설명하겠습니다. 여러분의 멍청한 부장이 다른 학교랑 마음대로 연습시합 일정을 잡았답니다. 그리고 그 날짜가 이틀 뒤입니다. 하아..." 차가운 목소리로 설명하던 부부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부원들도 당황스러운지 누구도 말을 꺼내지 못했다. 부장만이 모두의 눈치를 보며 고개를 들지 못했을 뿐. 분위기를 대충 파악한 부부장이 설명을 이어갔다. "갑작스러운 통보라 이해 못하실 줄 압니다. 그러니 이번 시합은 참가하기 싫으시면 안 하셔도 됩니다. 욕은 이 자식... 아니, 여러분의 자랑스러운 부장님께 해주세요." "내가 잘못했어. 제발 그만..." 하지만 부원들은 전부 열의에 가득차 금방이라도 출전할 분위기를 풍겼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다들 테니스 좋아하니까. 그러더니 자기들끼리 이것저것 준비해서 연습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부부장이 머쓱하게 서있는 부장에게 얘기했다. "애들이랑 얘기도 안 해보고 네 멋대로 결정한 거 잘못한 건 알지? 애들이 다 좋은 사람이라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넌 이미 가루가 되도록 까였어." "반성하고 있어." "그리고 너 때문에 3학년이 돼서도 급하게 서류를 처리해야하는 나는 무슨 죄냐?" "그건 걱정 안 했는데. 네가 어떻게든 해줄거잖아." "애들한테 하는 걱정 반만 나한테도 해줄래? " 두 사람도 티격태격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나도 따분히 앉아있는 진이언을 챙겨 코트로 나서서 연습을 했다. 부장과 진이언은 나란히 코트 구석에 있는 벤치에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부장이 얘기를 잘하는지 진이언도 흥미가 돋는 모양이다. 아니면 저 사람이 단순히 인싸라서 그런건가.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을 잠시 쳐다보다가 연습에 집중했다. 테니스 공에 맞으면 이번에야말로 병원에 실려갈지도 몰라. "오늘 연습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들 몸관리 잘 하시고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연습이 끝나자마자 진이언이 나에게 다가와 내 손을 붙잡았다. "강현준!" "어, 잠깐만 기다려. 나 옷 갈아입고 올게." "... 그래. 기다릴게." 교복으로 갈아입기 위해서 부실로 돌아왔는데 부장이 날 붙잡았다. "뭐예요?" "진이언이라는 친구말인데 어떤 애야? 영 감을 못 잡겠네." "아까 진이언이랑 한참 얘기한 거 아니었어요?" "대화는 했는데 어떤 앤지를 모르겠어. 너 걔랑 친해?" "음, 글쎄요. 걔한테 물어봐요. 밖에 기다리는 사람 있어서 갈게요." "기다리는 사람 누구? 같이 가도 돼?" "그래요." 내가 부실에서 선배랑 같이 나오자 진이언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렇지 않게 나에게 어깨동무를 하면서 진이언은 선배의 표정을 살폈다. "선배님도 같이 가시게요? 이건 예상 못 했는데. 좀 재밌네요." "으음... 상급생이라고 따돌리지말고 같이 가자." "뭐, 상관없습니다." 두 사람은 완벽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화기애애하면서도 이상한 분위기에 어색해진 건 나뿐인 듯 했다. 내가 혼이 빠진 듯이 허공을 쳐다보며 걷자 선배가 내 허리에 팔을 감아왔다. 어깨에는 진이언의 팔이, 허리에는 선배의 팔이 있어서 걷기가 엄청 힘들었다. 정작 본인들은 아무렇지 않게 대화하고 있다. 그 두 사람을 배웅하고 집에 도착한 나는 곧바로 씻고 잠에 들었다. 일찍 잠든 탓에 새벽에 깨버린 나는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핸드폰을 집어들었는데 문자가 몇 통 와있었다. 누가 문자했을까? >>368

#372 이름없음 2022/05/23 19:29:48

애들 외모 설정은 레더들의 상상에 맡기고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미지는 대략 이런 느낌이다~ 정도로만 봐줘 강현준 단정하게 정리하려고 하지만 여기저기 머리가 뻗쳐있다. 무표정일때는 살짝 무서운 인상이지만 웃거나 누군가와 얘기할때는 상당히 부드러운 표정이 된다. 기본적으론 호감상인데 본인은 자각이 없다. 웃을 때 눈꼬리가 내려가서 순한 이미지가 된다. 소제서 곱슬머리이기 때문에 비가 오면 장난이 아니게 된다. 거슬린다고 수업들을 때는 머리를 묶기도 한다. 현준이에게는 항상 부드러운 미소를 보이지만 평소에는 날카롭고 예민한 인상. 이혁 한 가닥의 흐트러짐도 허용하지 않는 단정한 머리. 만약 공학이었다면 여자애들한테 아이스 프린스라고 불릴만한 차가운 인상. 초여름까지 가디건을 입고 다녀서 피부가 상당히 하얗다. 김주성 평균보다 조금 짧은 머리. 한 번 털기만해도 정리가 된다. 어쩐지 가만히 서있기만해도 주변 온도가 올라갈 것 같은 밝은 인상. 현준이의 평가가 조금 박해서 그렇지 쾌활한 미남상. 이연 평균보다 조금 긴 머리. 앞머리도 간신히 눈을 가리지 않을 정도고 뒷머리도 목 중간까지는 오는 길이. 한 눈에 봐도 햄스터를 닮은 귀염상이다. 눈이 남들보다 조금 큰 편.

#374 이름없음 2022/05/24 03:17:22

이혁에게서 세 통정도 문자가 와있었다. 처음 문자를 보내고 텀이 좀 있었던걸 보니 원래는 한 통만 보낼 예정이었던 것 같다. 차근차근 내용을 읽어보기로 했다. [머리 맞은 건 괜찮아? 무리하지 말고 푹 쉬어.] [답장정도는 해줬으면 좋겠는데. 하나만 물어볼게.] [혹시 진이언이 너한테 일부러 맞춘 거야?] 마지막 문자까지 읽은 나는 이혁이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진이언은 아무 짓도 안 했다. 내가 한 눈을 판 사이에 일어난 사고일 뿐이다. 억울하게 괴롭힌 사람으로 몰린 진이언을 위해서라도 빨리 답장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냥 사고야. 내가 한 눈 판 사이에 그렇게 됐어.] [그리고 진이언 나쁜 애 아니야. 착한 애야.] 그렇게 문자를 보내두고 다시 눈을 감으려는데 바로 답장이 왔다. 지금 새벽 3시인데 안 자고 있었던건가? [진짜야? 그냥 사고 맞지? 나도 같은 반인 애를 의심하고 싶진 않아.] [그것보다 이제 안 아파?] 대체 왜 진이언을 의심하지? 아냐,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자. 내일 본인한테 직접 물어보면 될 일이야.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 잡념을 애써 없애고 답장을 보내기로 했다. [진짜 사고. 그 얘기는 그만하자.] [멀쩡해, 혹이 하나 생긴 정도. 이제 자자. 내일 봐.] 혹시나해서 조금 기다려봤지만 더이상은 답장이 오지 않았다. 나도 다시 잠을 자기 위해 눈을 감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그저 눈을 감고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렸다. 아침까지 잠들지 않은채로 기다리는 것도 지겨워서 7시가 되자마자 교복으로 갈아입었다. 해가 길어져서 그런가 7시인데도 꽤 밝다. 여유롭게 주변을 감상하며 걸었다. "날씨 좋네. 오늘 좋은 일 있으려나." 혼자 궁상맞게 혼잣말을 하고 있는데 누가 내 이름을 부르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나말고 또 누가 등교를 하는거지? >>376 그 사람의 정체

#375 이름없음 2022/05/24 03:18:10

이언이랑 부장이 나눈대화 시점 바꿔서 적을건데 누구 시점으로 할까?

#378 이름없음 2022/05/25 10:03:52

SIDE 김주성 지금 내가 왜 수한이 앞에 무릎꿇고 앉아 설교를 듣고 있는가하면 며칠전 우리 연습을 지켜보던 다른 학교 테니스부 녀석들과 신경전을 벌이다가 얼떨결에 연습경기를 하기로 됐기 때문이다. "미쳤어? 그게 너 혼자 홀라당 결정할 일이야?" "그쪽이 먼저 도발했다고." "그래서 지금 네가 잘했다는 거야?" "... 잘못했습니다." 내가 잘못한 걸 인지하고 있었기에 순순히 계속 불만을 들어주었다. 그 때 부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강현준과 권태경 그리고 처음 보는 남자애가 들어왔다. 후배들한테 이런 쪽팔리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급하게 수한이를 제지시켰지만 당연히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 뒤로도 애들이 속속히 부실로 오자 잔뜩 화를 눌러담은 수한이가 빠르게 상황을 설명했다. "그럼 빠르게 설명하겠습니다. 여러분의 멍청한 부장이 다른 학교랑 마음대로 연습시합 일정을 잡았답니다. 그리고 그 날짜가 이틀 뒤입니다. 하아..." 다른 애들이 다 자기보다 나이도 어리거나 같은 나이인데도 공지사항을 전달할 때는 항상 존댓말을 사용한다. 솔직히 나는 딱딱해보여서 싫어하는데 가끔은 본받아볼까 생각을 한다. 안 어울리는 짓 하지말라며 질색할 애들이 벌써 눈에 선하지만... 갑작스러운 일정에도 부원들은 벌써 의지를 불태우며 스스로 준비해 연습하기 시작했다. 어쩐지 그 모습이 눈부셔서 멀뚱히 서 있었다. "애들이랑 얘기도 안 해보고 네 멋대로 결정한 거 잘못한 건 알지? 애들이 다 좋은 사람이라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넌 이미 가루가 되도록 까였어." "반성하고 있어." "그리고 너 때문에 3학년이 돼서도 급하게 서류를 처리해야하는 나는 무슨 죄냐?" "그건 걱정 안 했는데. 네가 어떻게든 해줄거잖아." "애들한테 하는 걱정 반만 나한테도 해줄래? " 유감이지만 방금 한 말에는 단 하나의 거짓도 섞지않았다. 그만큼 믿고 있다는 뜻이라는게 전해졌을 거다. 아마도... 손목은 거의 다 나았지만 혹시나 해서 오늘 연습은 보기만 하기로 했다. 강현준과 같이 온 처음 본 남자애도 오늘은 견학을 온 건지 진지한 눈빛으로 부원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관찰하고 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거다. 우선은 환영해줄까. "안녕! 나는 테니스부의 부장인 김주성이라고 한다! 오늘 견학 온 김에 나중에라도 너도 입부하면 좋을 것 같은데." "아, 예..." "하하... 나에게 관심이 없구나. 이름 정도는 알려줘도 괜찮지 않아?" "진이언입니다." 그 이상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런 어색한 분위기는 안 된다. 그런 생각을 하며 진이언의 시선을 조용히 따라가보니 언제부턴가 강현준만을 보고있었다. 그와 같은 곳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을 꺼냈다. "강현준 말이야, 진짜 신기한 녀석이지?" "네. 좀 웃긴 녀석인데 마음에 드네요." "뭐? 마음에 든다고?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날 보고도 쫄지 않는 태도나 누구에게나 상냥한 점? 귀엽기도 하구요." "그래. 귀엽지. 하아... 아무한테나 잘해줘서 좋은데 조금 답답하고." 갑자기 진이언이 나를 빤히 쳐다보며 히죽히죽 웃었다. 그러다 뭔가 혼자 납득한듯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군 하며 중얼거리더니 대뜸 말을 꺼냈다.

#379 이름없음 2022/05/25 10:14:48

"선배님 강현준 좋아하죠?" "뭐?" "100프로인 것 같은데. 누가 그냥 후배를 그런 끈적한 시선으로 봐요." "끄, 끈적? 그렇게 본 적 없어!" "농담이에요. 아, 좋아하죠 물어본건 진짭니다." 대체 어떻게 안 거지? 고작 대화 몇 마디 해봤다고?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바보같이 쳐다보고 있다가 다급히 말을 꺼냈다. "어떻게 알았어? 강현준한테는 말하면 안 돼! 알았지?" "말은 안 합니다. 근데 빨리 안 하면 안 될걸요." "무슨 뜻이야?" "연습 끝났나보네요. 저 강현준이랑 집에 갑니다. 안녕히 가세요, 선배님." 찝찝한 마음으로 부실에 돌아가니 강현준이 있었다. 마지막에 들었던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려 물어봤다. "진이언이라는 친구말인데 어떤 애야? 영 감을 못 잡겠네." "아까 진이언이랑 한참 얘기한 거 아니었어요?" "대화는 했는데 어떤 앤지를 모르겠어. 너 걔랑 친해?" "음, 글쎄요. 걔한테 물어봐요. 밖에 기다리는 사람 있어서 갈게요." 친구끼리 집에 가는데 선배가 끼어들어봤자 불편할 걸 알지만 불안해져 집에 같이 가자고 했더니 흔쾌히 수락해줬다. 근데 진이언이 대뜸 강현준 어깨에 팔을 두르는 게 아닌가! 그러더니 내얼굴을 한 번 슥 쳐다봤다. 쟤는 대체 뭐지? 쟤도 강현준 좋아하나? 애써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슬그머니 강현준의 허리에 손을 감았다. 걷기 불편할텐데 우리 둘을 배웅할 때까지 강현준은 내 손도 진이언의 손도 쳐내지 않았다. 정말이지, 미치겠네. 그렇게 다른 사람한테도 상냥하게 해주니까 나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잖아. 어쨌든 저 녀석한테는 뺏기지 않을거야. 김주성 SIDE 끝

#381 이름없음 2022/05/26 12:47:42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연이가 해맑게 웃으며 걸어왔다. 연이는 종종 걸음으로 다가와 내 팔에 쏙하고 팔짱을 껴왔다. "일찍 나왔네?" "네, 오늘은 왠지 일찍 나오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선배를 만나려고 그랬나봐요." "빈말이라도 기분은 좋네. 일찍 나오니까 여유롭게 구경도 하고 아, 저기 고양이 있다." "어디요? 와, 진짜 귀엽다~" 까만 길고양이가 보여 손을 내밀었더니 조심스레 다가와 내 손에 얼굴을 부비며 작게 울음소리를 낸다. 사람을 엄청 좋아하는구나. 고양이는 꼬리를 내 다리에 감으며 내 주위를 빙빙 돌기 시작했다. 엄청 귀엽다... 연이가 나와 고양이의 모습을 보며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선배가 마음에 들었나봐요. 까맣고 귀엽고 사람 좋아하고. 선배 닮았네요. 사진 찍어도 될까요?" "날 닮았나? 얘가 더 귀여운데. 고양이 안 놀라게 조용히 찍으면 되지 않을까?" "응, 그럼 소리 없는 카메라로 찍을게요." 연이가 흐뭇하게 웃으며 나와 고양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고양이는 여전히 야옹하며 내 다리에 머리를 부비적거렸다. 그런데 어쩐지 연이에게는 다가가지 않았다. 연이도 아쉬운지 고양이에게 손을 내밀어도 다가가지 않고 멀뚱히 쳐다보기만 했다. 연이가 가까워져도 보기만 하던 고양이는 연이가 쓰다듬으려하자 고개를 휙 돌렸다. "정말-...랑- 어." "뭐라고 했어?" "아뇨, 아무말도 안 했어요. 이제 고양이는 내버려두고 학교 가죠." "그래. 잘 있어, 우리 갈게." 손을 흔들며 고양이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연이는 미련을 털어낸 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시 내 팔짱을 끼고 걷기 시작했다. 그동안 시간이 많이 지났는지 학생들이 하나 둘 늘어났다. 학교에 가까워질수록 주변이 시끄러워져갔다. 그 때 예상치 못하게 꽤 거친 어깨동무가 걸려왔다. 안 봐도 진이언이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니 미소짓는 진이언이 있었다. "하이, 나 안 늦었지?" "너 양아치라고 하지 않았냐? 신빙성이 없는데?" "내가 그런 경우도 없는 양아치들이랑 똑같냐. 잠깐만, 어디서 냄새 안 나? 음, 무슨 냄새지..." "혹시 복숭아 냄새?" "어, 맞다! 네 냄새야?" "아니, 얘 냄새야." 난 내 팔짱을 끼고 있는 연이를 가리켰다. 그제서야 진이언이 눈을 크게 떴다. 아마 눈치채지 못한 거겠지. 얘 흥미없는 거엔 진짜 관심 하나도 없구나. 곧 진이언이 시선을 돌리겠구나 싶었는데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연이를 계속 쳐다본다. 그러더니 기억 났는지 아. 하고 얼빠진 소리를 내더니 이내 관심을 끊었다. 연이는 끈질긴 시선에도 불구하고 계속 진이언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혹시 둘이 아는 사이야?" "나는 쟤를 아는데, 쟨 나 모를걸?" "어떻게 알아?" "TV에서 봤어. 무슨무슨 그룹회장 아들이라며? 그래서 좀 놀랐어. 도련님이 이 학교에 다닐줄이야." "아, 그래?" 연이가 TV에 나온적이 있던가 생각하며 시선을 주니 연이가 허둥지둥 입을 열었다. "예, 예전에 몇 번 같이 사진 찍힌 것뿐이에요! 밖에서 밥 먹는거나 회사 구경가는 그런거요..." "그랬구나. 난 뉴스 잘 안 봐서 몰랐어." "그래서 선배가 좋아요. 나를... 아니에요." 연이는 뭐가 부끄러운지 팔짱을 낀 상태에서 내 팔에 얼굴을 파묻었다. 내가 착하다, 착하다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진이언은 한숨을 쉬었지만 흥미있는 얼굴을 했다. 쟤는 또 뭐에 꽂힌거람. 연이를 배웅해주고 교실까지 왔는데 들어가기 전에 진이언은 뜬금없이 나를 불러세우더니 한 마디 했다. "강현준 너 >>382" 이언이가 뭐라고 했을까?

#383 이름없음 2022/05/26 21:08:23

"강현준 너 나 좋아하냐?" "무슨 질문이 그러냐? 당연히 좋아하지. 친구로서." "그거 말고. 연애감정으로." "그그그그게 무슨말이야!" "대답해." 대체 얘가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건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장난으로 넘기기엔 눈빛이 너무 진지했다. 진이언의 시선을 필사적으로 피하며 아니라고 말하려는 순간. "장난이야. 왜 그렇게 쫄아? 너, 진짜로 나 좋아해?" "뭐래. 누가 장난을 그렇게 치냐." "이거 안 되겠네. 넌 진짜 나쁜 놈이야. 자각도 없고. 그래서 더나빠." "자꾸 뭐라는 거야. 교실에나 들어가자." "그래. 내가 이것저것 참견하는 것도 웃긴 꼴이긴 하지. 나도 모르겠다♪" 엄청나게 신나보이는데 내 착각이겠지. 교실에 들어서자 나와 진이언이 함께 있는 걸 보고 이혁이 나에게 다가왔다. 그러더니 진이언을 살짝 경계하듯이 쳐다본다. "강현준, 이리 와봐." "? 왜? 잠깐만." "야, 가지말아봐." "넌 또 왜?" "할 말 있어. 귀 좀." 어차피 바로 옆에 진이언이 있었기에 살짝 고개를 기울였더니 기껏 한다는 말이. "아무 할 말 없어. 농담이야." "뭐가 하고 싶은건데..." "아무것도."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다고 생각하며 이혁에게 가까이 갔다. 이혁은 내 몸 곳곳을 한 번 쭉 훑어보고 말을 꺼냈다. "쟤가 뭐라고 했어?"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귓속말로 뭐라고 했잖아." "그러니까 아무 내용도 아니었어. 나도 궁금한거 있어. 왜 진이언이 나 맞췄다고 생각해?" 그러자 이혁이 머쓱하게 목덜미를 한 번 쓸더니 얘기를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니라고 확신이 드는데 네가 기절했을 때 진이언이 데려갔다는 걸 듣고 잠깐 정신이 나갔었어." "항상 침착한 네가 웬일이래? 내 걱정을 다 하고." "나도 남 걱정 정도는 해. 아무튼, 진이언이 양아치인 건 맞으니까 너도 조심해." "에이, 쟤 그런 애 아니야. 애는 착해. 나 자리에 갈게." 이혁을 진정시키고 자리에 돌아왔다. 진이언은 딱 봐도 즐거워보였다. 얘는 대체 뭘하고 싶은거지? 지내면 지낼수록 알 수가 없는 놈이다. 조금은 조심하는 게 좋을까...? 그래도 친구를 의심하는 건 좋지 않아. 끝까지 믿어야지. 수업 중에 진이언은 여전히 졸고 있었고 나는 여전히 수업 내용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시간은 점심시간을 지나 방과후까지 정신없이 지나갔다. 내일 연습이 시합이 있으니 아마 부원들이 자율 연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 란 생각이 들어 테니스부실로 향하려는데 누군가 내 팔을 붙잡았다.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384가 >>385 한 얼굴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과연 이언이도 현준이한테 감길까? 어떻게 생각해?

#386 이름없음 2022/05/28 12:35:20

애가 왜 울려고하는거야 진정하기위해 앵커건다 >>387 1. 장난이다 2. 장난아니다

#388 이름없음 2022/05/29 21:48:41

진이언이 금방 울 것 같은 얼굴로 날 붙잡고 있어서 엄청 놀랐다. "진이언, 너 왜 그래? 어디 아파? 무슨 일 있어?" "강현준... 나 사실..." 진이언은 더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다. 몸이 살짝씩 떨리는게 느껴진다. 얘 진짜 우는 거야? 진짜 큰 일 난 거 아니야? "야, 괜찮아? 무슨 일인데. 천천히 말해봐." "사실... 장난이야." "그럼 무슨 일은 없는거지?" "응." 순간 몸에서 힘이 빠졌다. 어쨌든 별일이 없으니 다행이긴했다. 한숨을 내쉬고 진이언을 뒤로 하고 말없이 부실로 향했다. 내 뒤로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와 잠깐 걸음을 멈췄다. "강현준, 나한테 화 안 났어?" "큰 일 없으면 그걸로 됐어. 내가 만만해서 그런 장난쳤겠지." "어? 그, 그런 게 아니라 난 그냥..." "나한텐 그런 장난칠 가치도 없어?" "너 말을 왜 그렇게 해? 나보단 네가 괜찮은지 걱정 돼." "걱정하지 마. 나 연습하러 갈게. 따라오지 마." 난 진이언을 떼어놓고 테니스 부실로 달려갔다. 거기엔 거의 모든 부원들이 있었고 부장도 있었다. 내 엉망인 표정을 눈치챘는지 부장이 괜히 농담을 하며 나를 아무도 없는 구석으로 데려갔다. "네가 그런 표정하면 나도 기운이 빠지는데. 얘기라도 해봐. 들어주는건 자신있어." "진이언 말인데요." "... 어, 계속 말해." "부장이 전에 걔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했잖아요. 저도 모르겠어요. 어차피 진심도 아니면서 나한테 친절하게 대해주고 자꾸 장난치고... 진짜, 짜증나요." 그러자 잠자코 듣던 부장이 나를 살짝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깜짝 놀란 내가 버둥거리자 부장은 나를 더 꽉 안아왔다. "너, 진이언 좋아해?" "아뇨. 친구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지금은 잘 몰라도 되지않을까? 나는 단지, 네가 걔 때문에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 걔가 나쁜 애라고는 생각 안 해. 그래도 너한테는 네가 최우선이야. 기억해." "부장... 고마워요." "기분 좀 풀렸으면 이제 연습 좀 할까?" 부장이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나는 싱긋 웃으며 그 손을 잡고일어섰다. 나를 최우선으로 두라는 그 말에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여느때보다 부장이 더 든든해보이는 착각이 든 것도 같다. 아니, 착각이 아니겠지. 엄청 든든했다. 다음 날 진이언이 나에게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뭔가 말하고 싶어하는데 쉽게 입을 열진 않았다. 그저 손에 들려있는 딸기 우유가 눈에 거슬렸다. 현준이는 >>389 1. 먼저 다가가서 얘기해본다. 2. 저 쪽에서 말을 걸 때까지 기다린다. 3. 손절이다. 뭘 하든 신경쓰지 않는다. 4. 기타

#390 이름없음 2022/05/29 23:56:20

저쪽에서 다가오지 않으면 나도 딱히 말을 걸지 않기로 했다. 나한테 심한 장난을 친 것도 사실이고 이런 찝찝한 기분으로는 대화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 녀석과 짝이라는 사실이 오늘따라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수업 시간 내내 나를 몰래 힐끔거리는 진이언의 시선을 견뎌야했다. 전처럼 대놓고 쳐다보진 않지만 차라리 대놓고 쳐다보는 편이 더 나았다. 그러면 뭐하는 거냐고 따질 수라도 있는데. 쉬는 시간이 되자 자리를 뜨려는 나를 붙잡았다. "야." "왜." "... 미안. 내가 장난 너무 심하게 쳐서 나한테 화난거지." "알고는 있네." "네 기분 상하게 하려고 한 건 아니었어. 사과할게. 미안해." 과연 이 사과는 진심일까? 내가 받아주면 다시 전처럼 돌아가는 건 아닐까. 하지만 나는 소위말하는 물러터진 성격인게 분명했다. 사과를 들은 순간 서운함보다 한 번 더 믿어보고 싶은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기 때문에. "... 알았어. 너한테 악의가 없다는 건 잘 알겠으니까 다시는 그러지마." "응! 절대 안 그럴게! 나, 앞으로는 안 그래!" 침울한 표정의 진이언은 내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내 양손을 꼬옥 잡아오며 눈을 빛냈다. 진짜 강아지는 얘가 아닐까. 한참 나에게 고맙다고 말하던 진이언이 내 앞으로 딸기 우유 하나를 내밀었다. "이거 줄게. 좋아하는 거지?" "어떻게 알았어?" "나 관찰 잘 하거든. 사과하는 의미로 줄게." "그래, 주는 거니까 일단 잘 먹을게." 그 뒤로는 평화로웠다. 약속대로 진이언은 심한 장난을 치지않았고 나도 어색하게 대하지 않았다. 그리고 방과 후, 오늘은 다른 학교랑 연습시합이 있는 날이다. 작년에는 연습시합은커녕 정식대회에도 나가본 적이 없어서 굉장히 심장이 두근거렸다. 실력이 형편없으니까 내가 나갈 일은 거의 없다고 봐야겠지만 그래도 떨리는 건 어쩔 수 없다. 한 번 크게 십호흡하고 교실 문을 나섰는데 저 멀리서 누군가 다가왔다. >>391 다가온 사람 >>392 현준이는 시합에 나갔을까?

#393 이름없음 2022/05/31 12:14:24

나에게 빠른 걸음으로 다가온 제서가 화사하게 웃었다. 뒤늦게 나를 따라나온 진이언이 제서를 보고 살짝 몸을 떨었다. 제서는 그런 반응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예쁘게 웃었다. "현준아, 어디가?" "나 오늘 다른 학교 테니스부랑 연습시합이 있어서." "그거 참가하러 가? 옆의 친구는?" "아, 얘는 우리 반 전학생 진이언이야." "그렇구나, 반가워. 난 소제서야. 현준이 소꿉친구고." "어, 응..." 진이언이 떨떠름하게 반응하며 제서와 진이언은 나를 사이에 두고 걷기 시작했다. 이것도 테니스부 활동의 일환이니 권태경을 데리러 갈까 하며 1반으로 갔다. 그런데 이미 먼저 간 것인지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반의 아무나 붙잡고 물어봤다. "권태경? 방금 전까지 여기 있었는데?" "그래? 먼저 갔나? 아무튼 고마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부실로 갔을 때는 대부분의 부원들이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언제나 연습하는 코트로 나서자 곧 상대 학교의 학생들이 도착했다. 부장이 상대팀을 탈의실로 안내하는데 그 사이에 권태경이 막 부실에서 나왔다. 활짝 웃는 얼굴로 나에게 다가온다. "현준아, 오늘 시합 되게 기대된다. 그치?" "응, 나가진 못하더라도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될테니까." "복식 경기도 한다던데 같이 하면 좋겠다... " "내가 잘 못해서 괜히 피해만 주는게 아닐까?" "아니야. 난 너랑 같이 코트에 서보고 싶은걸." 나와 권태경은 기대에 부풀어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연습경기라 그런지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 부원들 이외에도 학생들이 몇 명 더 있었다. 제서와 진이언도 조용히 코트 밖 의자에 앉아 있었다. 제서는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며 응원했고 진이언은 어째선지 제서에게서 좀 떨어진 곳에 앉아 나를 보고 있었다. "현준아! 힘 내!" "강현준, 보고 있을게!" 살짝 웃으며 둘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고 몸을 풀기 시작했다. 경기는 단식 2경기, 복식 2경기가 예정되어 있었다. 뭐, 단식 경기는 부부장이랑 3학년 선배 한 명이 나가게 됐으니 복식은 1,2학년 위주가 되겠네. 그렇게 예상하며 벤치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부부장이 시합을 뛰는 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항상 부장이 농담처럼 자기 실력을 커버해주면서 훈련을 한다고 했을 때 과장이 섞여있을줄 알았는데 정말 그랬던 모양이다. 경기는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하지만 문제는 그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이 다음 경기에 나가는 걸 꺼려했다는 점이다. 그 분위기를 읽었는지 부부장도 아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 이상 가만히 있다간 분위기만 더 가라앉을 뿐이다. 결심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시 그래도 혼자 뛰기엔 자신감이 없었기에 >>394 와 함께 뛰기로 했다.

#395 이름없음 2022/05/31 21:16:46

>>394 앗 내가 표현을 잘 못했나봐 그 뛴다는건 경기를 한다는거였어. 아니면 혁이랑 같이 경기 하는걸 말하는거야?

#397 이름없음 2022/05/31 21:36:39

그럼 혁이의 테니스 실력은 어느정도일까? >>398

#399 이름없음 2022/06/01 00:40:42

어차피 나는 그다지 잘 하지도 못하니까 분위기도 풀겸 먼저 해버리는 편이 낫겠다. 1,2학년 중에는 얼어붙어서 나오려고 하는 애들이 없을테고 그렇다고 3학년 선배 중에 이런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려는 사람은 없을테니까... 어쩔 수 없다. 관객 중에 한 명으로 가자. 머쓱한 표정으로 서있는 부부장에게 귓속말로 상황을 전달하니 곧바로 부장에게 그대로 제안하는 듯 했다. 잠시 고민하던 부장도 곧 나에게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제서와 진이언을 잠깐 쳐다보다가 포기했다. 제서는 몸이 약해서 이런 격한 스포츠를 할 수 없었고 진이언은... 다른 의미로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말은 꺼냈지만 어떡하지 싶던 순간에 어디선가 자주 본 듯한 회색머리가 시선에 걸렸다. 나는 바로 벤치로 다가가 이혁의 손을 이끌고 코트로 돌아왔다. "뭐, 뭐하는 거야!" "부탁해. 이런 걸 부탁할 사람이 너밖에 없어." "그, 그래도 이런 건..." "내가 나중에 네가 원하는 거 한 가지 무조건 들어줄테니까, 부탁해." "... 그 말 꼭 지켜." 반쯤 억지로 이혁의 손에 라켓을 쥐어줬다. 이혁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게 익숙하지 않은지 안경을 만지작거렸지만 코트에 들어서자 진지한 눈빛을 띠었다. 뭐든지 열심히 하는 애니까 진심으로 임해주는 거겠지. 상대방의 서브로 시작된 경기, 이혁은 날렵한 몸짓으로 공을 쳐냈다. 공부를 잘해서 운동은 잘 못 할 줄 알았는데 신은 불공평했다. 누가봐도 감탄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일단 나보단 잘했다. 그럭저럭 상대와 팽팽한 접전을 벌이는데 반대쪽에서 잘못 친 건지 내 얼굴을 향해서 공이 날아왔다. 상대와 공을 주고받기도 힘든 내가 그걸 쳐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픔을 예감하고 눈을 감았다. 그런데 그 순간. "강현준!" 이혁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급하게 라켓에 공이 빗맞는 소리가 겹쳤다. 조심스레 눈을 떠보니 라켓을 땅에 떨어뜨린 채 내 앞으로 다가온 이혁이 보였다. "괜찮아?" "나, 난 괜찮아. 좀 놀란 것 뿐이야." 어느새 상대 학교의 학생도 당황한 얼굴로 이쪽으로 다가와 꾸벅 고개를 숙였다. 나보다 더 놀라 어쩔 줄 모르는 그 사람에게 괜찮다고, 신경쓰지 말라고 한 후에 시합을 재개했다. 쉬는게 좋지 않겠냐는 이혁의 말에도 끝은 내고 싶다며 경기는 진행되었다. 그 이후에는 특별히 이렇다 할 사건도 없었고 특별히 뛰어난 솜씨를 보여주지도 않고 무난히 경기는 마무리 되었다. 그래도 땀을 흘리며 코트를 뛰어다니는 이혁은 평소와 달라서 멋있었다. "수고했다. 너 잘하더라, 고마워. 약속은 꼭 지킬테니까 원하는 건 언제든 말해." "너도 잘 하던데. 나중에 천천히 생각해볼게. 일단은 너부터 쉬어." "두 사람 다 멋진 승부였다! 다치지않고 잘 끝내서 다행이다. 덕분에 다른 애들도 다시 의욕이 넘치는구나. 고마워!" 부장이 끼어들어 우리 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착하다, 착하다 해줬다. 이혁과 나는 서로 바라보며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부장이 어리둥절해하며 이혁에게 입부 신청을 제의했지만 이혁은 조용히 고개를 가로젓고 관중석의 자기 자리로 돌아가버렸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다시 시합을 보는데에 열중했다. 나에게 타월과 이온음료를 건네는 권태경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연습시합이 끝날 때까지 집중해서 관찰했다. 결국 현준이네 학교는 이겼을까? >>400 시합이 끝난 후 제일 먼저 현준이에게 달려오는 사람 >>401

#402 이름없음 2022/06/02 18:14:16

준비된 경기가 모두 끝났다. 결과적으로 시합은 졌다. 그리고 결과를 봤을 때 아쉬움보다도 먼저 느낀 건 자책감이었다. 혹시 내가 진지하게 하지 않은 그 시합때문에 우리가 진 건 아닐까? 아무것도 하지말고 가만히 있을걸. 내가 나서면 아무것도 안되는걸 알고 있었는데. 여러가지 부정적인 감정들이 뒤섞여 주변이 하나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갑자기 잡힌 어깨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현준아, 어디 안 좋아? 우리 인사 해야되는데..." "... 해야지." 억지로 다리에 힘을 줘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 중앙으로 갔다. 네트를 경계로 마주 선 상대 학교 학생들 얼굴을 쳐다볼 용기가 없어 그저 바닥만 내려다봤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여러가지 인사를 건네며 고개를 숙였다. 나올 뻔한 눈물을 간신히 참으며 고개를 들었다. 일부러 표정을 구기며 코트 중앙에서 벗어났다. 어떻게든 표정관리를 하려고 노력하는데 관중석 쪽에서 제일 먼저 제서가 나에게 다가와 내 손을 꼬옥 잡았다. "현준아, 수고 많았어. 오늘 진짜 멋있었어." "... 그래." 평온함을 유지하려다보니 자연히 대답이 짧아졌다. 곧 제서의 뒤를 이어 이혁과 진이언도 나에게 말을 붙였다. "야~ 멋있더라? 너랑 그... 음, 이혁? 둘 다 같이 뛰는거 잘 봤어." "음, 별 일 없어서 다행이지. 졌지만 재밌었어." "그래도 결국엔 졌잖아." "졌지만 되게 재밌게 봤어. 우리 학교 애들도 엄청 잘했고." "나 때문에 진 거야. 그런 말을 들을 자격 없어." 나와 제서, 이혁, 진이언 이 네 명이 모여있는 것을 본 부장이 권태경과 함께 다가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강현준 넌 항상 인기가 많구나? 다들 잘 해줬다.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 잘 봤다. 옆에서 보는 내가 다 두근두근거렸어." "맞아요. 오늘 엄청 즐거웠어요. 배울 점도 많이 보였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더라구요." 어째서 그렇게 아무렇지 않을 수가 있는거지. 내가 너무 예민한가? 아니지, 나 때문에 졌을 지도 모르는데 당연한거야. 나만 빼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만들어져 더더욱 버티기 힘들었다.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깨문채 그 자리에서 달려나갔다. "잠깐. 어디가!" "잠시만 혼자 있게 해줘. 아무도 따라오지 마." 가까스로 작게나마 말을 전달하고 아무도 없는 학교 뒤뜰로 향했다. 스멀거리며 올라오는 자기혐오와 두통으로 그 자리에 쓰러지듯 누웠다. 풀 때문에 아프지는 않았다. 차라리 아팠더라면 조금이나마 나았을텐데. 잠시 그대로 풀 냄새를 맡고 있었더니 제멋대로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온 것이 떠올랐다. 또 내 감정 하나를 추스리지 못해서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쳤네... 얼른 돌아가야하는데 오늘은 더 이상 아무도 보기 싫었다. 아니, 볼 수가 없다. 이런 꼴사나운 모습 보여주기 싫어... 하지만 저 멀리서 누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이 들렸다. 현준이가 사라진 직후 찾으러 간 사람은 >>403(한명일수도 있고여러명일수도 있고) 목소리의 주인 >>404 찾아낸 현준이의 상태는 >>405 1. 멍하게 앉아있었다. 2. 소리 없이 울고있었다. 3. 아무일도 없다는 듯 웃고있었다. 4. 기타 행동

#406 이름없음 2022/06/05 19:19:50

고개만 겨우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하니 큰소리로 나를 부르며 이리저리 분주하게 나를 찾는 제서가 보였다. "현준아! 어디있어?" 제서의 부름에도 대답할 기운이 없었다. 그저 땅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을 뿐. 잠시 후, 내 앞에 그림자가 드리워져 고개를 드니 땀에 젖은 제서가 가쁜 숨을 내쉬며 서있었다. "찾았다..." "... 소제서." "다들, 너 찾고 있어. 갑자, 기 그렇게 가버, 려서 얼마나 놀, 랐는데." 중간중간 숨을 쉬느라 말이 뚝뚝 끊어져 들렸다. 평소라면 제서를 진정시키기 위해 어떻게든 일어났을텐데 왠지 너무 지쳤다. 제서가 갸웃거리며 나와 시선을 맞췄다. 그리고 내 이마에 손을 얹었다. "열은 없는데... 왜 이렇게 멍해?" "그냥..."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현준이가 그러면 나도 속상해." 제서는 나와 마주보고 앉아 나를 조심스레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내 등을 토닥이며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많이 힘들어? 저번에도 힘들다고 했잖아. 그 때랑 똑같은 표정이야." "넌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왤까? 아마도 내가 현준이를 많이 좋아해서 그런거 아닐까?" 내가 뭘 묻는지도 물어보지 않고 제서는 살짝 웃음기를 머금은 투로 정확히 내 질문에 대한 답을 해주었다. 이럴 때면 제서가 나에 대해 정말 많이 알고 있다는걸 실감한다. 한동안 나를 토닥이던 제서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내 손을 잡아 나도 일으켰다. "혁이도 너 찾고 있어. 다른 사람들도 기다릴거야. 가서 인사하고 집에 가야지?" "... 응. 사과해야지." "지금 가도 되겠어? 더 있고 싶으면 이따가 가자." "더 이상 민폐 끼칠 순 없어. 얼른 가자. 이혁한테도 연락하고." 그렇게 제세와 나는 테니스 코트로 돌아왔다. 하지만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긴, 생각해보면 이 더운 날에 나 따위를 계속 기다리고 있을리가 없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집으로 가기 위해 테니스부실 문을 열었을 때는 >>407 이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408 이름없음 2022/06/06 20:14:43

내가 문을 열자 그 소리에 반응하듯 권태경이 이쪽을 돌아봤다. 내가 올 걸 예상 못 했는지 꽤 놀란 표정이었다. "현준이 왔구나." "응. 아까 미안해. 갑자기 혼자 가버려서." "아냐, 괜찮아. 많이 분했던거지?" "맞아. 그래서 감정이 격해졌나봐." 평소와 같이 거짓말을 입에 담았다. 분하다 같은 건강한 감정이 아니니까 쉽게 말하기 힘들다. "그러고보니 다른 사람들은?" "아, 현준이가 여기 안 돌아올지도 모르니까 먼저 집에 가라고 했어. 진이언... 씨는 잘 모르겠지만 부장은 어딘가에서 너 찾고 있을거야." "그럼 부장한테도 연락해야겠네." 나는 내 락커를 열어 휴대폰을 꺼냈다. 아까부터 날 찾고 있었을 이혁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잠깐의 통화음이 이어지다 곧 이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강현준, 너 어디야." "나 지금 테니스부 부실이야. 제서가 찾아줘서 같이 왔어." "그러냐. 그럼 내가 지금 그쪽으로 갈테니까-" "아냐. 그냥 집에 가. 어차피 이쪽으로 와도 바로 집에 가야되잖아." "... 알았어. 집에 조심해서 가." 이혁은 담담한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다. 목소리가 좀 떨리는 것 같았는데 기분 탓인가? 이럴 때가 아니지. 정신을 차린 나는 이번에는 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음이 한 번 울렸을 뿐인데 부장은 전화를 받은 듯 했다. "너 어디야!" "윽, 시끄러워요." "... 어디야." "지금 부실이에요. 제서랑 권태경이랑 같이 있어요. 걱정끼쳐서 죄송해요. 전 괜찮으니까 부장도 이제 집에 가요." "음, 한 번 부실에 들릴게." "됐어요. 얼른 집에 가요. 시간도 늦었잖아요." "하아... 바보 강현준. 알았다. 나중에 보자." "네, 들어가세요." 이렇게 부장에게도 소식을 전했으니 나도 집으로 가면 된다. 제서와 권태경을 챙겨 부실 문을 잠그고 교문을 나서는데 아직까지 연락하지 않은 진이언이 떠올랐다. 제서는 아무 신경을 안 쓰는것 같았지만 권태경은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는지 내 옷깃을 살짝 잡아당겨 말을 붙였다. "그, 진이언... 씨한테는 연락 안 해도 될까?" "나도 조금 신경이 쓰이긴하는데..." 어떻게 할까? >>409

#410 이름없음 2022/06/06 23:53:04

어련히 잘 알아서 집에 갔겠거니 생각하려 했지만 확인은 해보는 편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판단한 나는 전화를 걸었다. 전화번호를 첫날 교환한게 다행이었다. 한참 신호가 가는데도 받지 않아서 끊으려는 찰나 휴대폰 너머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 들려?" "그래. 뭐 하느라 늦게 받아?" "나 원래... 아, 잠깐만 옆에 누구 있어?" "응, 제서랑 권태경." "스피커폰 해봐." "왜? 갑자기?" "아~ 얼른~" 자꾸 칭얼거리며 졸라대기에 한숨을 쉬고 스피커폰으로 바꿨다. 얘는 지금까지도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했어?" "우리도 들려." "소제서 목소리! 잘 된 거 같네. 아까 질문이 뭐였지?" "왜 이렇게 늦게 받냐고." "아, 맞다맞다. 그거였지? 나 원래 전화 잘 안 받아. 주머니에 넣어놨다가 너라서 받은 거야." "나라서 받았다고? 농담이지?" "농담 아닌데~ 진짠데. 지금 하교중? 딱 기다려." "잠-" 진이언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했던 탓에 권태경과 제서도 내용을 다 들어버렸다. 이런 쓸데없는 내용을 전해주려고 그런 말을 하다니 이 녀석은 진짜 알 수 없는 놈이다. 어쨌든 교문을 나서려다말고 운동장 가장자리에 서서 진이언을 기다리기로 했다. 가만히 기다리기도 뭐해서 난 두 사람과 대화하기로 했다. 그런데 권태경이 제서와 합류한 이후로 불편한 기색이어서 마음에 걸렸다. 내가 그 점을 지적하자 권태경이 눈을 불안하게 굴리며 입을 열려다가 제서를 쳐다보고 다시 입을 다물었다. 제서가 무서운 사람은 아닌데 겁이 많은 건가? "그으, 소제서씨는..." "후후, 소제서씨는 무슨. 그냥 제서라고 불러." "그, 그치만..." "괜찮으니까. 난 태경이랑도 많은 얘기를 하고 싶어. 말도 놓고." "네... 아니, 응..." 어쩐지 연신 부드러운 제서의 말에도 권태경은 엄청나게 긴장을 한 듯 보였다. 안색이 창백한 것 같기도 하고... 몸 상태가 안 좋은건가? 내가 권태경에게 가까이 몸을 숙여 말을 걸었다. "괜찮아? 안색이 안 좋은데." "으응, 괜찮아. 시합 끝나고 긴장이 풀렸나봐. 아하하..." "기운이 없어보여서. 힘들면 먼저 가도 돼." "아, 아니야! 그 정돈 아니야. 너무 신경쓰지 마." 억지로 웃으며 나에게 손사래를 친다. 본인이 괜찮다는데 이 이상 뭐라고 할 수도 없다. 잠시 그렇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갑자기 제서가 >>411 제서가 어떤 행동을 또는 말을 했는지 적어주면 돼!

#412 이름없음 2022/06/07 13:42:33

제서가 먼저 가자고 제안했는데 현준이는 어떻게 할까? >>413

#414 이름없음 2022/06/09 18:03:43

제서가 내 팔을 부드럽게 잡아끌며 말했다. "진이언이 많이 늦는데? 현준이 피곤할텐데 우리 먼저 집에 갈까?" "그래도 여기 온다고 했는데..." "언제 올지도 모르고 둘 다 시합하느라 힘들잖아. 응? 걔도 이해해줄거야." "그럼 문자만 하고!" 대충 피곤해서 먼저 가겠다는 내용의 문자를 짤막하게 남기고 우리들은 곧바로 하교했다. 물론 미안하긴 했으므로 내일 뭐라도 사주겠다는 생각도 했다. 집에 가는 길에 두 사람과 대화를 해보려했으나 나랑은 잘만 얘기하던 제서와 권태경이 서로에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권태경이 일방적으로 제서를 무서워하며 피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 따로 말이라도 해봐야하나... 잠시 다른 생각을 하며 걷는데 제서가 단단히 내 팔짱을 끼며 웃었다. 나도 제서를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권태경은 그런 우리를 어딘가 침울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 나는 집에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 나중에 보자, 현준아." "어? 어. 잘 가!" 급하게 자리를 뜬 권태경이 간 방향을 쳐다보고 있자니 제서가 한숨을 쉬었다. "현준아, 나 봐봐. 태경이는 집에 갔잖아? 그러니까 나한테 조금 더 집중해주면 안될까?" "당연히 그래야지. 다른 사람이 있어도 나한테는 네가 제일 신경쓰여." "... 고마워. 현준이랑 친구여서 다행이야." 제서가 조금은 씁쓸하게 웃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어느새 집 앞에 도착한 우리는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옆에 권태경이 있을 때는 표정관리를 해야해서 잠시 잊고 있었는데 혼자가 되니 아까의 부정적인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힘없이 거실 바닥에 주저앉았을 때 휴대폰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전화가 온 것을 알렸다. 발신인도 확인하지 않고 곧바로 전화를 받았더니 시끄러운 목소리가 내 귀를 강타했다. 선배였다. "강현준! 지금쯤이면 집에 들어갔겠네?" "네... 들어왔어요." "기운이 없네. 고민이라도 있어? 나한테만 살짝 얘기해봐." "... 아무한테도 얘기하면 안돼요. 알았죠?" "응, 어머니한테도 얘기 안 할게." 선배가 웃는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아마 분위기를 풀어주려 노력한거겠지. 나는 작게 한숨을 쉬고 잠시 뜸을 들이다 얘기를 시작했다. "오늘 시합 말인데요. ... 죄송해요. 저 때문에, 진 거잖아요." "음?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제가... 진지하게 하지 않았으니까, 실력도 형편 없는 주제에 멋대로 나가서 이기지도 못했고... 그러니까-" 점점 목소리가 떨린다. 눈물은 나지 않는다. 감히 울어도 된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자 선배는 조용히 듣더니 입을 열었다. "그래서?" "네? 그, 그러니까 다 제, 잘못..." "네가 졌다고 우리 부원들이 너한테 뭐라고 하던가?" "... 아뇨. 그치만 그건 다른 사람들이 착해서-" "그 이유만 있는 건 아냐. 스포츠라는게 원래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는거지. 어떻게 항상 이기기만 하냐?" "......" "맞지? 그리고 네가 나서준 덕분에 다른 애들도 기운을 차렸어. 그래서 나는 오히려 너한테 감사하게 생각해. 고맙다, 역시 너를 데려온 건 정답이었어." 그게 맞다. 나도 그렇게 확신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항상 아무리 당연한 거라도 남이 알려주기 전까진 깨닫지 못한다. 하나가 해결되면 다른 문제가 생기는 나야말로 진짜 문제가 아닐까? 한동안 내가 입을 다물고 있자 선배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지금은 아무 생각도 하지마." "선배, 저 무서워요..." "응? 뭐가 무서운데?" "모르겠어요. 저도 모르겠다구요... 그냥..." "너 집이랬지? 아무데도 가지말고 가만히 있어." 전화는 끊어졌다. 지독한 고요함이 나를 감쌌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체감되지 않았다. 초인종이 울려 그저 홀린듯이 문을 열었다. 눈 앞에는 >>415 의 선배가 서 있었다. 선배는 어떤 상태 혹은 어떤 표정이었을까? >>415 현준이가 선배를 보고 한 행동 >>416

#417 이름없음 2022/06/10 21:06:53

선배가 폭죽 꽃가루를 뒤집어 쓴 이유 >>418 1. 친구 생일축하를 하다가 2. 길 가다가 모르는 사람에 폭죽에 맞아서 3. 기타 이유

#419 이름없음 2022/06/13 00:48:42

선배는 어째선지 머리부터 어깨까지 폭죽에서 나온 꽃가루를 잔뜩 뒤집어쓰고 있었다. 게다가 급하게 뛰어왔는지 헉헉대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선배...? 어쩐 일로 온 건가요? 아니지, 일단 들어오세요." 선배를 거실로 안내하고 마실 것을 준비했다. 냉장고에 들어있는 딸기 우유 2개를 꺼내 거실로 돌아갔다. 조금의 공간을 두고 마주앉은 우리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선배의 머리에 붙어있는 금색의 비닐조각이 신경쓰여 물었다. "선배, 머리에 뭐 붙어있어요." "어디? 여긴가?" "좀 더 오른쪽이요. 아, 거기!" "이게 붙어있었구나... 부끄러운걸." "그게 뭐예요?" "음, 별 거 아니야." 선배는 멋쩍은 듯이 어색하게 웃으며 얼버무렸다. 선배에게도 말하고 싶지않은 프라이버시가 있는건 당연한데 감정이 불안정한 탓인지 서운하게 느껴졌다.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면 되는데 어째서 그거 하나조차 넘기지 못하는 걸까. 혹시 선배도 나를 싫어하는걸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갔다. "별 거 아니면 그냥 말해주면 안 돼요? 그것도 저한테 말하기 싫어요?" "그, 그게 아니야! 일단 좀 진정해." 혼란스럽다. 당황한 선배의 얼굴이 보인다. 이러면 안 되는데, 더 싫어할텐데. 어딘가 고장난 듯이 감정 조절이 불가능했다. 결국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그 모습을 들키기 싫어 고개를 푹 숙인다. 현준이가 우는 걸 본 선배의 반응은 >>420 1. 어쩔 줄 몰라하며 횡설수설한다. 2. 꼭 안고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준다. 3.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울지말라고 말한다. 선배는 결국 그 금박 비닐의 정체에 대해 말할까? >>421

#422 이름없음 2022/06/13 17:18:00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을 멈추기 위해서 애쓰고 있는데 선배가 나를 꽉 끌어안아 왔다. 당황한 내가 버둥거렸지만 선배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안겨있으니 선배는 익숙한 듯이 말했다. "울고 싶을 땐 울어도 돼." 선배는 그 이후로 아무말도 하지 않고 내가 진정할 때까지 그저 나를 품에 안고 토닥였다. 나는 선배의 품에서 한참을 울었다. 이렇게 펑펑 울어본 것이 얼마만일까. 얼마나 울었는지 선배에게서 빠져나왔을 때는 머리가 띵했다. 그런 내 얼굴을 본 선배는 장난스런 웃음을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얼굴이 이게 뭐야~ 못생겨졌어." "... 놀리지마세요." "좀 후련해졌지? 우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그러네요. 기분 나아졌어요." 잠깐 잡담을 나누던 선배가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뭐가 그렇게 무서웠어?" "... 제 질문에 먼저 답해주시면 안될까요? 그 금박 비닐 뭐예요?" "진짜 별 거 아닌데. 학교 근처에서 친구 생일 파티에 끌려갔거든. 그 때 붙은건가봐." "아... 그랬구나..." 진짜 사소한 이유라서 볼이 화끈거렸다. 하지만 그럼 친구 생일 파티는? 나 때문에... 그렇게 다시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들어가는데 선배가 내 손을 덥썩 잡더니 말을 이었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건데 나 그 생일파티에 있기 싫었어. 어차피 그렇게 친한 애도 아니었고. 네가 불러준 덕분에 빠져나왔어, 고맙다." 언제나처럼 쓰다듬어주는 손길이 오늘 따라 더욱 기분 좋았다. 여느때와 같은 환한 미소를 지은 선배는 다시 나에게 왜 그랬냐고 물어왔다. 평소처럼 거짓말로 둘러댈수도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뭔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그걸 원하고 있었다. "선배, 아까 저는 제가 항상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뭐든 잘 안되고 노력해도 항상 부족하고 친구는 많아도 어딘가 허전하고. 그 이유가 다 제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문제는 나니까... 내가 사라지면 다들, 좋아하지 않을까해서..." 완전히 다 털어놓은 건 아니지만 반 이상은 사실이었다. 간신히 멈춘 눈물이 다시 흐를 것만 같다. 시선을 피한 나는 선배가 어떤 얼굴인지조차 알 수 없다. 한동안 아무런 말이 없던 선배가 입을 열었다. ">>423" 선배가 뭐라고 했을까? 행동지문도 가능해!

#424 이름없음 2022/06/15 13:16:55

"다들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럴리가 없어요." "나 좀 봐봐." 그 말에 선배를 쳐다봤을 때 선배는 싱긋이 웃고 있었다. 그렇게 웃은 선배는 어딘가 씁쓸해보였다. "정말이야. 다들 널 정말로 좋아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그런건 다 거짓말이에요. 왜냐하면 나는..." 말을 꺼내려다 멈칫했다. 지금의 나는, 사람들이 아는 나는 거짓말 투성이고 본래의 나 같은건 찾아볼 수조차 없는 모순덩어리인데. 그런걸 좋아할 사람은 없어. 겨우 나를 받아준 사람들에게까지 미움받고 싶지 않아. 나는 결국 입을 다무는걸 선택했다. 그러자 선배가 내 손을 꼬옥 감싸더니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여기서 약속할게.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널 싫어한다고 해도 난 널 계속 좋아할거야." "선배..." "난 한 번 한 약속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 그러니까 날 조금만 믿어줄래?" "... 노력할게요." 불안하지만 조금 믿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기로 했다. 완전히 믿었다가 배신당하면 힘든 건 나니까. 그래도 믿기로 했다. 아무도 믿지 않는 것보다 배신당하는게 나았다. 생각을 정리하고 선배에게 미소를 지어보이는데 어디선가 꼬르륵 소리가 들려왔다. 선배가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아마 시합 직후에 나를 찾다가 그대로 생일 파티에 간 것 같았다. 파티 중간에 나왔다고 했으니 아무것도 못 먹었을 거다. "밥 해줄테니까 먹고 가요." "그럴까? 도와줄 거 있으면 말해. 힘 쓰는 일은 자신있어!" "요리하는데 힘 쓰는 일은 필요 없어요. 손목 다 나은지 얼마나 됐다고 그러는 거예요, 정말..."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많이 운 탓인지 눈 앞이 핑하고 돌았다. 선배가 재빨리 잡아 제 품에 나를 안았다. 그대로 나를 주방으로 이끈 선배가 나를 식탁 의자에 앉히고 물을 떠다줬다. "괜찮아?" "네, 조금 어지러워서 그랬어요. 지금 바로..." "그냥 뭐 시켜먹자. 요리하다가 그러면 큰일 나." "집에 손님이 왔는데 그러는 것도 좀..." "그럼 내가 할까?" "선배 요리 잘해요? 아니, 손님한테 그런걸 어떻게 시켜요!" "어떻게든 되겠지!" 선배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자신에 찬 표정으로 싱크대로 향했다. 선배의 요리 실력은 >>425 (1,100다이스 굴려줘) 선배가 만든 요리>>426 +연이 시점 써보려는데 시기를 놓쳤어... 써도 될까?

#427 이름없음 2022/06/16 15:01:57

선배가 뭔가를 할 때마다 불안했다. 뭔가가 쓰러지고 뭔가가 타는 냄새도 나고 간간히 선배가 허둥지둥하며 급하게 수습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내가 의자에서 일어나려하면 선배는 앉아있으라며 도움을 극구 사양했기에 나는 미리 내 미각에게 애도를 표하며 그대로 그 난리를 지켜봤다. 한참 뒤에야 선배는 조금 민망한 얼굴로 무언가를 식탁에 내려놨다. "선배... 이건..." "음, 좀 망쳤어. 하하하..." 완성품을 보고는 도저히 이게 뭔지 알 수가 없었다. 당근으로 추정되는 무언가가 있고 밥이 있고... 아까 여러 야채들을 썰던데 이게 다 그건가? 그렇다면 믿을 순 없지만 이건 볶음밥인 모양이다. "이거 볶음밥인가요?" "어? 알아보겠어? 그렇게 망친 건 아닌 모양이네." "지금 이 꼴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요?" "장난이야, 장난! 망쳤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어." 말은 그렇게해도 표정에서 실망감이 묻어났다. 자, 결국은 이걸 어떻게 처리하냐의 문제인데. 볶음밥으로 가장한 무언가를 어떻게 처리할까? >>428 1. 일단 먹기를 시도한다. 2. 딱 보기에도 위험하다. 버리고 배달시킨다. 3. 선배한테 먹여본다.

#429 이름없음 2022/06/20 23:51:14

난 누군가의 실망감이 담긴 표정을 보고도 곧바로 버리자는 말을 할 정도로 못된 인간은 안 될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한 숟갈을 떠 입에 넣었다. 어쩌면 맛있을지도 몰라! 그런 내 간절한 바람을 비웃듯이 맛은 보이는 그대로였다. 말그대로 처음 느껴보는 맛이었다. 반사적으로 도로 뱉어낼 뻔했지만 겨우겨우 삼켰다. "어때?" "그게요... 음, 뭐랄까..." "괜찮으니까 솔직하게 말해줘!" "... 맛없어요, 심각하게." "하하, 어릴 때부터 손재주는 없었어. 맛없는 식사를 만들어서 미안." 선배는 쾌활하게 웃고 있었다. 어째서 이렇게 웃을 수 있는거지? 단순히 멘탈이 좋다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었다. "선배는 어떻게 그렇게 웃을 수 있죠? 실패한 거잖아요?" "확실히 이번은 실패였지. 하지만 나는 내가 못하는 걸 할 때 가장 노력하거든. 그러고나면 후회는 남지않아. 게다가 계속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간 보답받는다고 생각하니까." "이상한 사람... 이상주의자 같은 말이네요." "세상은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지만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선배의 말에서는 단호함을 넘어 단단함마저 느껴졌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언젠간 보답받는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다시 생각했다. 과연 나는 지금까지 노력했을까? 그저 핑계만 대고 도망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나도 노력한다면 선배처럼 될 수 있을까?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그 때 선배가 내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밝게 웃었다. "요리는 안될 것 같고 뭐 시켜먹자. 내가 사줄게!" "사준다면 사양하진 않을게요." "그래, 이래야 강현준답지. 뭐 먹을래?" 우리는 치킨 두 마리를 시켰다. 당연히 1인 1닭이지. 계산하는 선배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봤다. 나중에 갚아야겠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뒷처리까지 끝낸 선배는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나는 현관 앞까지 선배를 배웅했다. "조심히 가세요. 다치지 말고." "오냐. 너도 문단속 잘 하고." "... 오늘 고마웠어요. 얘기 들어준 것도, 밥 만들어준 것도." "뭘 그 정도로. 안 좋은 생각 들면 또 연락해. 바로 달려올게." "고맙습니다." 살풋 미소를 지어보였더니 선배는 황급히 시선을 피하고 우리집을 나섰다. 집에 다시 혼자 남게 되었지만 아까같은 공포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무언가 포근함이 감도는 듯했다. 느긋이 소파에 기대 앉은 순간 전화가 왔다. 전화한 사람>>430 전화한 이유>>431

#432 이름없음 2022/06/28 10:31:30

TMI 주변 인물에 대해서 강현준 인복이 많다. 주변 인물이 기본적으로 선한 편. 공략 캐릭터 뿐만아니라 친한 반 친구들도 장난은 심하지만 천성이 나쁜 애들은 아니다. 소제서 현준이와 가족 외의 사람들한테는 굉장히 차가운 편. 자기 평판이 안 좋은 것을 안다. 가끔씩 시비가 걸려오지만 기존쎄 제서는 물러서지 않는다. 친구는 많지 않지만 그 싸가지에도 나름의 친구는 있는 모양. 이혁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과 차가운 인상이 합쳐져 친구가 거의 없다. 그래도 이혁 본인이 인성질하고 다니지는 않아서 나쁜 이미지는 아니다. 현준이와 친해질수록 현준이 친구=본인 친구가 돼서 착한 애들과 친해진다. 김주성 여기저기서 일을 다 떠맡고 다니는 성격이라 착한 애들도 많지만 나쁜 애들도 많다. 본인도 자각은 하고 있지만 굳이 티내지 않는다. 이연 친구는 타의 반, 자의 반으로 안 만든다. 연이가 부자인 걸 티내고 다니지는 않지만 어쩌다 알게 된 애들이 달라붙는데 크게 데인 적이 있어 싫어한다. 본인에게 인신공격을 해도 신경쓰지 않는 편.

#434 이름없음 2022/06/29 22:42:04

SIDE 이 연 오늘은 정말 행복한 날이었다. 선배랑 같이 영화도 보고 선배네 집에서 선배가 직접 만들어준 밥도 먹었다. 재수없는 선배의 소꿉친구가 함께 있었다는게 문제였지만. 얼마나 선배한테 치대던지. 그건 그렇고 나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께 끊임없이 들어온 예절교육을 거부하지 못하고 살아왔으니 오늘도 점심 식사를 대접받은 대가를 3배로 돌려줘야했다. "기사 아저씨랑 같이 선배 모시러 갈까? 그치만 선배가 불편해하면 어쩌지?" 혼자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옷을 차려입고 항상 이동하는 차에 타고 선배 집으로 향했다. 이미 식사를 한 상태의 선배를 초대하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일찍 출발했다. 하지만 내가 여러가지를 신경쓴 것이 무색하게도 선배는 식사초대를 거절했다. "정말 고맙지만 너무 갑작스럽고 조금 긴장도 되고 저녁에 게임 약속이 있어서... 다음에 먹으면 안될까?" "그랬군요. 알겠습니다.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해요. 그럼 내일은 괜찮으실까요?" "내일은 괜찮을것 같은데." "저, 정말요? 약속한 거예요...!" 순간 옆에 수행원들이 있다는 것도 잠시 잊고 진심으로 기쁜 듯이 얘기하자 아니나다를까 수행원 중 한명이 도련님하고 무감정한 목소리로 나를 질책했다. 이런, 부모님께 혼나겠네. 조금 침울해졌지만 최대한 끝까지 예의를 차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내 일상은 대부분 부모님께는 전달되지 않는다. 어차피 나한테는 관심도 없으시니까. 대신 세상의 시선에는 민감하셔서 내 잘못은 반드시 보고된다. 그리고 방금 선배 앞에서의 실수도 그대로 전달되었다. 그 직후 나는 아버지 방에 불려갔다. "네, 아버지. 부르셨어요?" "설명하거라." "그게, 선배님께 식사 대접을 할 수 있게 된 게 기뻐서 그만 실수를..." "지금 그걸 변명이라고 하는거냐? 네가 내 교육 아래 살아온지가 벌써 17년 째다! 아직도 그런 어처구니 없는 실패를 한단 말이냐!" "... 죄송합니다." "듣기 싫다! 썩 꺼져라." 그러면 나는 그저 고개를 푹 숙이고 밖으로 나온다. 내가 하고 싶은대로 꾸미지 않고 행동하는 게 뭐가 나쁘지? 어차피 나한테 관심도 없으면서. 나를 걱정하는 집사님을 뒤로하고 한참동안 방에서 내일 올 선배를 생각하며 감정을 정리했다. 다음날 선배에게 데리러 가겠다는 문자를 보냈지만 그냥 알아서 오겠다는 답장이 왔다. 선배 말로는 여러사람 고생시키기 싫어서라는데 아마도 부담스러웠던 거겠지. 적당히 알겠다고 하고 옷장앞에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집에 있는데 정장은 너무 오버하는거 같고 그렇다고 너무 편하게 입는 것도 실례니까. 결국 나는 빨간 셔츠에 반바지 슬렉스를 입었다. 아, 맞아. 요리사님께 말하는 걸 잊었네. 후다닥 주방으로 향해 말을 꺼냈다. "요리사 아저씨! 오늘 저녁 신경 좀 많이 써주세요.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오거든요." "네, 도련님. 걱정마세요." 요리사 아저씨도 집사님과 마찬가지로 이 집에서 나한테 호의적으로 대해주는 사람 중 한 사람이다. 그 뒤 내 방에서 대기하다 선배가 왔다는 말에 거실로 나가 작게 미소지었다. "어서 오세요, 선배."

#435 이름없음 2022/06/29 23:00:40

선배는 긴장한 듯이 동작이 딱딱히 굳어 있다가 나를 빤히 쳐다봤다. "저기, 선배... 왜 그렇게 쳐다보세요? 저 이상해요...?" "아니야! 그런 뜻으로 본 게 아니라 평소랑은 느낌이 좀 달라서..." "확실히... 집에서는 좀 다르죠. 손에 들고 계신 그건 뭔가요? 설마, 저 주시려고 가져온건가요?" "어, 응. 평범한 슈퍼마켓에서 사온 건데 빈 손으로 오기는 좀 뭐해서 사긴했어." "와, 고마워요! 그냥 오셔도 되는데." 정말 사람이 너무 착해도 문제라니까. 나도 모르게 환하게 웃으며 가사도우미 분과 함께 식탁에 앉았다. 음식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부모님께서 같이 식사를 하러 오신 것이다. 순간 나는 표정이 굳어졌다. 같이 식사한다고 들은 적은 없는데... 부모님은 선배의 인사도 적당히 넘겨버렸다. 정말 마음에 안 들었지만 여기서 반항해봤자 선배만 험한 꼴을 볼 것이기 때문에 겨우 참고 식사를 이어갔다. 어째 선배가 잘 먹지 못하는 것 같아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음식이 입에 안 맞으세요?" "음식은 맛있어보이는데..." "아, 테이블 매너는 신경쓰지 않으셔도 돼요. 어차피... 아니다. 아무튼 편히 드세요." "... 도련님." "죄송합니다." 부모님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식사 중 대화 금지라는 예절을어겨서, 그것도 손님 앞에서 어겨서 기분이 언짢으신듯 했다. 내가 선배 때문에 참는다! 꾸역꾸역 식사를 마치고 체한 듯한 선배에게 소화제도 건넸다. 그러다 선배가 갑자기 나에게 물어왔다. "연아, 힘들지 않아? 이 집에서 그런 연기를 하는 거." "글쎄요. 아예 힘들지 않다... 고하면 거짓말이지만 어쨌든 필요한거잖아요? 제가 아버지가 바라는 아들상을 연기한다고 해도 내가 이연인건 변함 없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대로 계속 이용만 당할 생각은 없다. 게다가 그것보다도 나에게 중요한 건 당신이야. 현준 선배는 이런 저를 이상하다고 하지 않았으니까. 그거면 됐어요." 선배를 품에 안았다. 어쩐지 불안해보이는 선배가 조금이라도 편해졌으면해서. 하지만 선배는 나를 살짝 밀어냈다. 생각보다 큰 충격을 받았다. 이대로 미움받는 건가? 마음대로 손을 대서 기분이 나빴을까? 어색해진 분위기를 견디지 못했는지 선배는 집으로 돌아간다고 했고 만류를 굳이 거절하며 선배를 차에 태웠다. 무거운 침묵이 흐르는 차 안에서 선배에게 사과를 하려 입을 열었다. "제가 잘못했어요." "......" "기분 상하게 해서 죄송해요. 그치만 이유를 말하지 않으면... 저는 몰라요." "왜 사과를 해. 오히려 내가 미안해. 괜히 분위기 망치고 가서." "지금 제가 뭘 해드릴 수 있을진 모르겠어요. ... 손 잡아도 돼요?" 다행히 선배는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정말 다행히 내가 싫어진 건 아닌것 같다. 오늘의 선배는 어딘가 불안정해보여서 나라도 괜찮다면 지탱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선배는 분명히 나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 내가 조금 더 믿음직했다면... 테니스부의 부장이나 선배네 반 반장이나, 적어도 그 재수없는 선배의 소꿉친구처럼 강한 사람이었다면. "좀 더 믿음직해지면 선배도 나한테 의지해줄까요?" "무슨 말이야?" "이런, 혼잣말이이에요. 맞다, 내일쯤 선물 하나 갈건데 놀라지 마요. 갈게요." 아직은 이런 것밖에 해줄 수 없지만 언젠간 꼭 진짜로 강한 사람이 되고싶어요. 그때까지 기다려달라면 너무 큰 욕심일까요? 이 연 SIDE 끝

#436 이름없음 2022/07/02 22:24:58

"선배, 저 연이예요." "연이? 무슨 일이야, 이런 시간에." "죄송해요, 늦은 시간에. 숙제가 있는데 선배가 도와주셨으면 해서요." "내가 도와줄 수 있는게 있으면 도와줄게." "감사합니다! 그, 말로 설명하기 힘들어서 그러는데 내일 방과후에 만나서 얘기해도 될까요...?" 연이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거절할 이유도 없기에 우선 수락했다. 그러자 기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내일 방과후 만나기로 하고 나는 씻고 잠에 들었다. 알람소리에 눈을 뜨면 언제나와 같은 일상이 시작된다. 문자 한 통이 와 있는걸 제외하면. [현준아, 오늘 집에 일찍 오렴. 엄마가 가서 맛있는 저녁해줄게.] 엄마다. 가끔씩 내가 사는 집에 들러서 이렇게 여러가지 해주고 가시기는 하는데 왜 하필 오늘이냐고. 그래도 오랜만에 시간내서 오시는 엄마인데 알겠다고 답장하고 등교부터 하기로 했다. 어떻게 할지 고민하며 걸어가고 있는데 누군가 내 옆에 다가왔다. 무심코 그쪽을 쳐다보니 >>437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438 이름없음 2022/07/03 18:31:07

"아이, 깜짝이야!" "뭘 그리 놀래?" "너 때문이잖아. 옆에 왔으면 말을 하던가." "... 꼭 말을 해야 아냐? 하긴, 넌 말해줘야 알겠다." "지금 내 욕했냐?" "하아... 눈치도 없고." 이혁은 질린 표정을 했지만 싫지는 않은 듯 나에게서 멀어지지는 않았다. 우리는 영양가없는 잡담을 하며 교실로 향했다. 가던 중 이혁이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어제 집에 잘 들어갔어?" "응, 잘 갔지." "힘들진 않았어? 나한테 전화해도 됐는데." "괜찮았어. 주성 선배가 와주셨거든." "그 선배가...? ... 좋은 사람이네." 잘 말하던 이혁은 조금 불만스러운 표정이 됐다. 예전엔 몰랐는데 의외로 감정이 얼굴에 다 드러나는 타입이구나. 게다가 표정도 풍부하고. 어딘가 불만스러워 보이는 이혁과 좀 더 얘기하며 교실로 들어갔다. 교실로 들어가 내 자리에 앉았는데 진이언이 >>439 1. 이미 와 있었다. 2. 아직 없었다. 3. 메모만 남겨두고 어딘가로 갔다.

#440 이름없음 2022/07/04 15:09:22

놀랍게도 진이언이 먼저 와있었다. 이혁은 물론 나도 일찍 오는 편인데 그보다도 더 일찍 와있다니. 물론 엎으려서 자고 있었지만. 내가 자리에 앉자 그 소리가 들렸는지 진이언이 부스스 일어났다. "어? 강현준이다. 뭐지? 꿈인가?" "꿈은 무슨. 볼 꼬집어줘?" "네가 꼬집는 건 나쁘지 않을지도." "내가 사양할게. 그나저나 엄청 일찍 오네. 너 양아치라며." "신빙성이 없다, 그렇게 말하려고 했지? 그냥 집에 있어봤자 할 일도 없는데 뭐." 의미없는 농담들을 주고받다가 진이언이 전학온지 꽤 되기도 했고 전학온 목적이 생각나 물어봤다. "그러고보니 찾는다던 사람은 찾았어?" ">>441" 이언이는 과연 첫사랑을 찾았을까?

#442 이름없음 2022/07/04 17:14:37

이언이의 첫사랑을 공략캐릭터 중 한명으로 해도 될까?

#444 이름없음 2022/07/04 23:20:07

"찾았는데 달랐다고...? 겉모습이 바뀐거야?" "아니, 키는 많이 컸는데 그 얘기가 아니야. 내 착각이었던거지." "착각?" "어, 어차피 잘 아는 애도 아니었으니까. 누군지 안 궁금해? 알려줄 수도 있는데." 진이언이 날 부드럽게 바라보며 씩 웃었다. 표정은 분명 온화하지만 어딘가 체념한 듯한 분위기가 풍겼다. 그 느낌에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나는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어쩌면 나라도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알려달라고 했다. 그러자 진이언은 작게 숨을 들이키더니 말했다. "듣고 놀라지마. 내가 찾던 사람, 소제서야." "제서? 제서를 왜...?" "내 첫사랑이거든." "뭐어?!" "쉿, 애들 다 쳐다보잖아." 그제아 아차한 나는 내 입을 틀어막았다. 우리를 쳐다보던 아이들은 다행히 다시 자기들 얘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난 최대한 소리를 죽여 다시 되물었다. "제서가 네 첫사랑이라고?" "응, 확실해. 웃는 모습은 하나도 안 변했더라." "근데 착각 어쩌고는 뭐야?" "아까부터 질문이 너무 많아. 하지만 이제 이런 건 됐어. 다시 만나면 애틋하고 잘해보고 싶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더라." 진이언은 힘없이 웃었다. 나는 힘내라는 의미로 녀석의 어깨를 두어번 두드렸다. "힘내, 사람이 걔 하나냐. 사랑 하나 가면 다른 사랑 하나 오는 거지." "그렇지? 저기, 학교 끝나고 할 말이 있어. 학교 뒷뜰에서 기다릴게. 미리 말하지만 올 때까지 기다릴거야." "뭐?" 오늘 이미 엄마랑 연이 때문에 벌써 복잡한데 진이언까지! 난 어떡해야 되지? 그렇게 고민하며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고 난 결정해야만 했다. 나는 >>445 1. 연이를 기다린다. 2. 뒷뜰로 간다. 3. 모르겠다. 집으로 튄다. 4. 기타 (다른 인물의 개입 등등)

#446 이름없음 2022/07/06 00:11:12

집으로 가기로 한 현준이 과연 무사히 집으로 도망칠 수 있을까? >>447

#448 이름없음 2022/07/06 13:12:21

모르겠다. 나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집으로 냅다 도망쳤다. 연이 숙제 도와주기로 했는데, 진이언이 기다린다고 했는데... 이런 생각들을 떠올랐지만 애써 외면하며 집으로 달렸다. 집에 도착했을 때는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다행히 휴대폰도 잠잠한 채였다. 잔뜩 지친 모습으로 집 안으로 들어갔다. "다녀왔습니다." "현준아, 어서 오렴." "아, 엄마. 벌써 와 계셨어요?" "응, 우리 아들 빨리 보고 싶어서 왔지." 엄마와 오랜만에 안부를 물으며 저녁식사를 했다. 하지만 식사를하는 중에도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도 엄마에겐 티내지 않고 웃으며 식사를 계속했다. 그 때 휴대폰의 알림음이 울렸다. 확인하지 않으려 했지만 끈질기게 몇 번이나 울려 할 수 없이 발신인을 확인했다. >>449 연락한 사람 >>450 연락 내용

#449 이름없음 2022/07/07 10:31:32

한번 정해보겠어! 1 진이언 2 연이 DICE(1,2) value : 2

#451 이름없음 2022/07/08 15:20:53

식사를 하다말고 휴대폰을 확인했다. 연이로부터 문자가 와 있었다. 하나하나 확인해보니... [선배, 저 선배네 반 앞이에요.] [어디계세요?] [무슨 일 있나요?] [보면 답장해주세요.] 이렇게 걱정을 끼쳤다는 생각에 나는 바로 연이에게 전화를 했다. 신호가 3번도 가기 전에 연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현준 선배! 어디 계세요? 연락은 왜 안 된거예요?" "미안. 오늘 집에 엄마가 오셨거든. 연락한다는 걸 깜빡했어." "그랬군요. 큰 소리 내서 죄송해요." "아니야, 나야말로 못 도와줘서 미안해." "어쩔 수 없죠... 저 혼자 해볼게요." 핸드폰 너머로 시무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축 처진 강아지 귀와 꼬리가 보이는 듯했다. 전화를 끊으려는데 역시 신경이 쓰인 내가 연이에게 급하게 말을 꺼냈다. "너만 괜찮으면 우리집에 와서 과제하고 갈래? 엄마, 집에 후배 와도 되죠?" "그러렴." "정말 그래도 돼요? 갈래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그 말을 끝으로 전화는 끊어졌다. 나도 조금은 편안하게 남은 식사를 마쳤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않아 연이가 도착했는지 초인종이 울렸다. 내가 문을 열자 >>452을 든 연이가 서있었다. 연이가 뭘 들고 있었을까? 꽃다발, 인형, 음료, 와인 등등

#455 이름없음 2022/07/09 18:05:45

연이는 놀랍게도 와인을 들고 서있었다. "연아, 빨리 왔네? 근데 손에 든 그건..." "아, 걱정마세요. 포도주스예요." 연이가 제 손에 들린 와인 아니, 포도주스를 보며 허둥지둥 말을 골랐다. 계속 밖에 세워둘 순 없으니 안으로 들였다. 연이가 엄마를 보고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저는 현준 선배의 후배, 이 연이라고 합니다." "그래, 얘기 종종 들었단다. 편하게 있다 가렴." "네, 감사합니다..." 연이는 긴장해서 살짝 떨면서 집으로 들어왔다. 곧바로 내 방에 들어간 우리는 연이의 과제를 꺼내 보았다. 분명 배웠던 것 같은 기억은 있는데 제대로 생각이 나지 않는다. "연아, 그러니까..." "괜찮아요, 선배가 옆에 있어주는 게 좋으니까요. 어떻게든 풀 수 있겠죠." 연이는 볼을 붉히며 수줍은 듯이 웃었다. 무심코 그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해버렸다. 나는 습관처럼 연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연이는 기분 좋은 듯 눈을 감고 미소지었다. 잠시 그렇게 있다가 정신을 차린 우리는 과제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도와줄 것도 없이 연이는 문제를 제법 잘 풀어갔다. 중간중간 잘했나요...? 하며 머리를 쓰다듬어달라고 했지만 귀여우니 괜찮았다. 우리는 연이가 가져온 포도주스를 마시며 과제를 했고 과제가 어느정도 마무리 됐을 때 연이는 문득 입을 열었다. 그것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목소리였다. "선배, 저는 선배에게 의지가 되고 싶어요." "응? 지금도 충분히..." "아뇨. 선배는 저를 아직 어린애로 밖에 보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절 선배의 친구들처럼 대해주실건가요?" 말이 끝날 때쯤에 연이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리고 눈동자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신경을 많이 쓰려고 했는데 연이에게는 상처였나보다. 하지만 그렇다면 왜... "내가 머리 쓰다듬는거 기분 나빴어? 어린애처럼 대해서?" "그래도 선배랑 그렇게라도 닿는게 좋았으니까요..." 그 말에 현준이는 어떻게 반응할까? >>456

#458 이름없음 2022/07/09 22:19:28

>>457 수정해도 괜찮아! 그럼 두번째로 가도 돼?

#460 이름없음 2022/07/09 22:55:21

그렇게라도 닿는게 좋았다. 그 말은 무슨 뜻일까. 머릿속에서 답을 내기도 전에 입 밖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그럼 어떻게 닿고 싶은데?" "... 제가 하고 싶은대로 해도 선배는 절... 싫어하지 않을건가요?" "무슨 뜻이야." 연이는 이제 몸까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또 무의식적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손을 뻗었다. 하지만 연이가 내 손을 잡아 멈추더니 그대로 내 손바닥에 작게 입맞췄다. 놀란 내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있자 거의 토마토처럼 빨개진 연이의 얼굴이 보였다. "더 닿고 싶은데 이 이상은 선배가 원하지 않을지도 모르잖아요. ... 미안해요. 저 그만 가볼게요." "잠깐만, 연아! 기다려!" 연이는 내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달려나갔다. 몰랐어, 연이가 나를 그런식으로 보고 있었다니. 다시 머릿속이 혼란해지기 시작했다. 난 대체 어떻게 답해줘야 되지? 앞으로 연이를 어떻게 봐야되지? 그렇게 혼자 고민하고 있을 때 엄마가 내 방문을 노크하셨다. "현준아, 들어가도 되니?" "아, 네. 들어오세요. 하실 말씀이라도 있어요?" "아니, 연이가 울면서 뛰쳐나가길래 무슨 일 있나해서." "그게... 별 일 아니에요. 그냥, 속마음을 잠시 얘기해줬거든요." 그 말에 엄마는 알쏭달쏭한 표정을 짓고는 다시 가봐야겠다며 집을 나섰다. 다시 혼자가 된 집에서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가 나도 모르게 잠에 들었다. 아무런 해답도 내지 못한 채로 다시 아침이 밝았다. 하지만 학교에 도착해도 오늘은 옆자리에 진이언이 없었다. 얘도 늦는 날이 있구나 하며 책상에 엎드렸다. 하지만 1교시가 지나도 2교시가 지나도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진이언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 때 이혁이 가까이 다가왔다. "진이언한테 무슨 일 있어?" "글쎄, 나도 잘 모르겠는데." "이상하네. 학교 빠질 놈으론 안 보였는데." "아, 설마-" 난 뭔가를 떠올리고 뒤뜰로 질주했다. 거기에는 진이언이 >>461 있었다 없었다로 얘기해주고 있었다면 어떤 상태였는지도 말해줘

#462 이름없음 2022/07/10 19:04:50

혹시나 해서 달려간 뛰뜰에는 아무도 없었다. 혹시나해서 조금 더 기다려봤지만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터덜터덜 다시 교실로 돌아갔지만 역시나 진이언은 보이지 않았다. 이혁도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지만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결국 그 상태로 수업이 시작되고 그 날 수업이 다 끝날 때까지 진이언은 나타나지 않았다. 전화를 걸어봤지만 받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문자를 남기고 기다리기로 했다. [너 왜 학교 안 왔어? 괜찮은거야?] 의외로 답장이 금방 왔다. [양아치 짓 좀 하느라고. 아무 일 없으니까 신경쓰지 마.] [양아치 짓? 싸우기라도 한 거야?] [그런거 끊은지 꽤 됐어. 아무튼 쉬고 싶어.] 대화를 끝내려는 기색이 역력해서 더 이상 뭔가를 캐물어보지도 못했다. 아직도 연이의 고백아닌 고백에 대답해주지 못했는데 진이언은 나를 피하는 느낌이 들어 두 배로 머리가 복잡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어제 나가지 않아서 그런걸까? 그러면 꼭 사과를 해야겠다. 하지만 운이 나쁘게도 내일은 주말이었다. 힘이 쭉 빠져 집에 가자마자 잠에 빠졌고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또 뭐하지? 애들이 걱정되는데..." 뭐할까 누구에게 연락을 해볼까 하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곧바로 문을 열었더니 >>463이 휴대폰을 든 채로 서있었다.

#464 이름없음 2022/07/10 23:14:53

이혁이 휴대폰을 든 채로 초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기까지 웬일이야?" "어제 네가 진이언 녀석이 안 온 거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쓰길래." "그래서 상태를 보러 온거야?" "그것도 있고... 선생님한테 부탁해서 걔 집 주소를 알아봤어. 가볼 거 아니야?" 이혁이 휴대폰을 들이밀며 주소를 보여줬다. 난 잠시 고민했다. 본인이 날 피하고 있는데 굳이 찾아가는게 맞는걸까? 내가 더 부담을 주는 건 아닐까? 하지만 사과도 해야하고 학교에서까지 어색하긴 싫으니까 빨리 푸는 게 맞지. 그렇게 결심한 나는 진이언을 찾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걔가 날 안 들여보내주면 어떡하냐?" "솔직하게 너랑 얘기하고 싶다고 말해. 대충 핑계 만드는 것보단 그게 더 나아." 이혁다운 대답이었다. 그럼 이혁을 믿고 진이언과 차분히 얘기를 해보자. 혁이랑 같이 갈까 혼자갈까? >>465

#466 이름없음 2022/07/11 11:20:25

혼자 가서 차분히 얘기할 생각으로 발걸음을 옮겼는데 어째 이혁이 계속 따라왔다.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자 준비했다는 듯이 말이 쏟아져나왔다. "그래도 혼자 가는 것보단 둘이 가서 집은 어떻게 알았는지 뭐 그런거 설명하는 편이 더 낫지 않아?" "그런가?" "게다가 내가 같이 가면 걔도 집에 들이는거 거절하기 힘들테고." "그건 그렇지. 고맙다, 신경써줘서." "아니... 별 것도 아닌데." 우리는 이혁의 휴대폰에 찍힌 지도에 의지하며 진이언의 집에 도착했다. 하지만 도착하고나서 갑자기 어떤 생각이 들었다. 이혁을 쳐다보자 같은 생각을 했는지 조금 곤란한 눈빛이었다. "얘가 집에 없으면 어떡하냐?" "... 그 생각을 왜 못했지." "부딪혀볼 수밖에 없겠지." 나는 꾹 초인종을 눌렀다. 곧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나야, 강현준." "왜 왔어?" "문 열고 얘기해. 옆에 이혁도 있어." "하아... 알았어." 진이언이 한숨을 내쉬며 문을 열어줬다. 마주본 진이언은 그다지 표정이 좋진 않았다. "그래서 왜 온건데?" "이거 전해주려고." 이혁이 어디선가 종이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그 종이의 내용은 수학여행 참가 동의서였다. 아직 받은 적이 없는 걸로 기억하는데 대체 어디서 가져온건지. 진이언은 종이를 받아들고 얼빠진 표정으로 고맙다고 했다. "용건은 끝이면 나가줘." "... 그건 핑계고 너랑 얘기하고 싶어서 왔어." "난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아." "잠시면 돼." 이번에도 큰 한숨을 내뱉은 진이언은 나와 이혁을 자기 방으로 들였다. 의외라고 할까, 방은 깔끔히 정리되어 있었다. 방에 들어가 앉자마자 난 사과부터 했다. "미안해. 그 날 안 나간거. 너 무시한 건 아니었어." "아, 잠깐만! 왜 사과를 해? 눈치 깐거 아니었어? 그래서 안 나온줄 알았는데." "눈치? 뭔 소리야." "넌... 진짜 나쁜 놈이야." "그건 동감이다." 옆에서 잠자코 듣던 이혁도 맞장구를 쳤다. 졸지에 난 나쁜 놈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진이언이 하려는 말이 궁금했다. 진이언은 그걸 알아챈 눈빛이었지만 시선이 자꾸 이혁을 힐끔거렸다. 불편한 기색을 눈치챈 나는 이혁에게 잠시 자리를 피해달라고 했다. 혁이는 과연 나갈까?>>467

#468 이름없음 2022/07/11 15:59:08

이혁은 할 말이 많아보였지만 다행히 한숨만 한 번 쉬고 순순히 나가주었다. 이혁이 나가고 잠시 적막이 흘렀다. 나도 굳이 말을 꺼내지 않고 진이언이 말하기를 기다렸다. 무엇을 생각하는지 한껏 진지한 표정이 된 그 녀석은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때 불러낸거 말인데, 너한테 고백하려고 했었어." "뭐?! 나한테?" "소리가 너무 커! 이혁한테 들리겠다." "앗, 미안. 진짜 나한테? 제서가 아니고?" 민망한듯 내 시선을 피하며 진이언이 제 머리를 거칠게 헝클였다. 덩달아 민망해진 나도 목덜미만 만지작거렸다. "아, 아무튼 그래서 네가 내가 고백할줄 알고 미리 눈치까고 거절의 의미로 안 나온줄 알았지." "난 그딴식으로 거절 안 해. 용기낸 사람 무시하는 거 싫어해." "그러냐. 왜 이렇게 좋은 놈인거야, 너는. 뭐, 반쯤 거절당할 각오하고 있었으니까 너무 신경쓰지마." 진이언의 얼굴에 씁쓸함이 비쳤다. 나는 뭐라 말을 꺼내지도 못하고 그저 가만히 진이언을 바라보았다. 어색한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내가 말을 돌렸다. "그, 학교 안 나온거 말인데 양아치 짓한다고 안 나왔다며? 그건 뭔데?" "어? 학교 안 나간게 양아치 짓이지. 뭐가 더 필요해?" "그게 끝? 전화는 왜 안 받았는데?" "너랑 얘기하기 민망해서." "문자는 했잖아." "그런게 있어." 점점 대화가 유치해져간다. 그래도 분위기가 풀어지는게 느껴진다. 진이언이 전화를 안 받은 이유는? >>469 1. 진짜 민망해서 2. 울고 있어서 3. 전화가 온 줄 몰라서 4. 기타

#470 이름없음 2022/07/14 10:04:48

혹시 전화를 안 받은 이유가 거짓말이 아닐까 잠시 생각했으나 곧 지웠다. 장난은 잘 치지만 거짓말을 하는 애는 아닐거라고 믿었으니까. "안 왔던 이유는 안 물을테니까 고백에 대한 대답이나 해줘. 아까 반응으로 봐서 이미 들은 것 같지만." 순간 머릿속이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연이에 이어 진이언도 나에게 고백했다. 내가 대체 어디가 좋다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최대한 정리하고 물었다. "내 어디가 좋은데?" "역시 얼굴이려나~?" "농담하지 말고." "농담 아니야. 얼굴도 잘생겼고 다정하고 그러면서 괜히 센 척하고 그런 점이 귀엽고... 계속 보다보니 끌리더라고." "......" 생각보다 제대로 나를 봐주고 있었구나하는 느낌이 들어 말문이 막혔다. 그러자 진이언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덧붙였다. "부담주려고 한 말 아니야. 말했잖아, 반쯤 거절당할 각오로 나갔던 거라고." "... 미안. 우리 만난지도 얼마 안 됐고 너무 갑작스러워서... 미안해." 내 대답에 고개를 푹 숙인 진이언이 잠시 후 웃는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아~ 거절당해버렸다. 그래도 후련하네. 계속 친구해도 돼?" "물론이지. 네가 싫어서 그런 건 아니니까." "나쁜 놈. 그래서 네가 좋은 거지만." "무슨 소리야, 대체." "아무튼 이혁 뻘쭘하겠다. 얼른 집에 가. 점심 먹고 갈래?" 진이언은 아무렇지 않아보였지만 내가 미안해져 거절했다. 거실로 나가니 혼자 티비를 보던 이혁이 나를 돌아봤다. "얘기 잘 끝났냐?" "어, 잘 마무리 됐다. 너 좀 부럽다." 이혁에 말에 나 대신 진이언이 대답했다. 이혁은 시선을 피하더니 나를 이끌고 집 밖으로 나왔다. 한참 말없이 걷던 이혁이 우뚝 멈춰서더니 말을 꺼냈다. "너 저번에 나한테 뭐든 하나 들어준다고 했지? 그거 지금 말할게." "뭔데?" ">>471"

#472 이름없음 2022/07/16 11:56:02

"주말에, 그러니까 내일 나랑 같이 공연보러 갈래. 물어본거 아니야. 정한거야." "그게 소원이야? 너무 쉬운거 아닌가?" "... 그렇게 생각하면 공연 티켓 네가 사." "그쯤이야 쉽지, 이 형아 돈 많다." 이혁이 하하 소리내며 웃었다. 처음으로 큰소리내서 웃는걸 본 느낌인데. "너 그렇게 웃으니까 평범한 고등학생 같네." "그게 무슨 뜻이야?" "보기 좋다는 뜻이야." "보기... 좋아...?" "응, 좀 자주 웃어." "노력할게." 이혁은 나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이혁은 첫인상과는 다르게 굉장히 부끄러움을 많이 탔다. 지금 살짝 이혁의 귀가 붉어진 것도 같았다. "아, 아무튼 내일 극장 앞에서 10시에 만나." "알았어. 그럼 내일 봐. 잘 가라." 집에 돌아오니 벌써 점심시간이 지나있었다. 진이언 문제는 해결했고 남은 건 연이인데... 연이 집에는 무턱대고 찾아갈 수도 없고 문자라도 해볼까? 문자내용 >>473

#474 이름없음 2022/07/18 12:01:14

연이는 답장을 했을까? >>475

#476 이름없음 2022/07/18 16:14:13

[연아, 밥 먹었어? 뭐 먹었어?] 조금 어색함이 느껴지는 문자지만 연이에게 전송했다. 항상 내 문자에 칼같이 답장하던 연이었는데 몇 분 뒤에 답장이 도착했다. [두부조림에 불고기요.] 짧고 어딘가 냉정해보이는 답장. 선배는요? 같은 인사치레도 없다. 연이도 역시 내가 불편하겠지. 뚝 끊어져버린 문자를 어떻게든 다시 이어가려고 노력했다. [그래? 맛있었겠네. 너네 집 요리사분들 음식 맛있었는데.] [네, 맛있죠.]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다는 표시로 받아들인 나는 휴대폰을 침대로 힘없이 던졌다. 역시 거절이든 수락이든 얼굴보고 하는 게 제일 좋겠지? 내일은 이혁이랑 약속이니까 최대한 생각하지 말고 월요일에 어떻게든 해보자. 결연한 의지를 다지며 하루를 보내고 이혁과 약속한 날이 되었다. 미리 공연장 앞에 도착한 나는 표도 구입하고 마실 것도 살겸 먼저 공연장에 들어갔는데 저 멀리서 >>477 의 모습을 본 것 같았다.

#478 이름없음 2022/07/19 16:03:31

분명 제서의 모습이었다. 아니, 제서가 왜 여기 있는거야. 제서도 날 발견한듯 내 쪽으로 다가온다. "현준이? 여기에서 만나네. 웬일이야?" "어, 제서 맞구나. 나 이혁이랑 같이 공연보러 왔는데..." "아~ 혁이랑? 근데 혁이는?" "곧 올거야."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혁이 나와 제서를 발견하고 달려왔다. 사복으로 차려입은 이혁은 마트에서 봤을 때처럼 조금 더 멋져보였다. "내가 좀 늦었지? ... 소제서도 있네." "응,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네." "두 사람 어떤거 보는데?" 난 손으로 코미디 공연을 가리켰다. 제서가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곧 티켓 세 장을 사서 돌아왔다. 어리둥절한 나와 이혁에게 한 장씩 티켓을 나눠준 제서가 무해하게 웃었다. "같이 보자, 그래도 되지?" "... 강현준, 어쩔래?" 현준이는 제서와 같이볼까? >>479 1. 이혁과 약속했으니 다음에 같이 보자고 한다. 2. 이미 표도 샀는데 같이 본다. 3. 기타 같이 본다면 자리 배치는 어떻게 될까? >>480

#481 이름없음 2022/07/21 17:01:49

"우리 표까지 사줬는데 어떻게 그냥 보내냐? 같이 보자." "하아... 그래." "둘이 보기로 했는데 좀 미안하네." 제서가 미안한 듯이 웃어보였다. 내가 괜찮다며 제서를 다독이자 안심했는지 제서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으려는데 이혁이 내 손을 확 잡아 끌었다. "원래 나랑 약속이었으니까 내 옆에 앉아." "뭐? 그러-" "내 옆에 앉아줘. 그게 현준이도 더 편하잖아." 하며 제서도 이혁이 잡은 반대 팔을 꼭 감싸쥐고 말했다. 어째 둘이 주고 받는 시선에서 스파크가 튀기는 것 같지만 애써 무시하고 말을 꺼냈다. "그럼 내가 중간에 앉을게. 그러면 되잖아." "그건 그렇지만..." "... 알았어. 현준이가 원한다면." 나름대로 납득해준 두 사람이 조금 시무룩해 보였다. 나중에 돌아갈때 맛있는 거라도 먹여야지. 근데 왜 날 가지고 저렇게 신경전을 벌이는거야. 둘이 사이가 아직 껄끄럽나? 작은 의문을 품은채 공연은 시작했다. 공연은 적당히 재미있었다. 제서 쪽을 쳐다보니 제서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제서는 날 향해 빙긋 웃고는 다시 공연에 집중했다. 나름 즐기고 있는 것 같아 이혁 쪽도 쳐다보니 이혁과도 눈이 마주쳤다. 눈이 마주치자 후다닥 다시 앞을 바라보는 이혁. 두 사람과 다 눈이 마주치다니 우연이라도 신기하네. 그렇게 공연은 끝이 났다. "아, 재밌었다. 연기 진짜 잘하시더라." "응, 재밌었어." "나도 좋았어, 강현준." "뭐라도 먹을래? 이 형님이 사줄게. 나 돈 많아." 부모님께 받는 용돈이 그래봤자 얼마나 많겠냐만은 둘의 관계도 풀어볼겸 돈 밥먹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난 두 사람의 팔짱을 끼고 햄버거가게로 향했다. "뭐야, 강현준 대단한거 사줄거 같이 얘기하더니." "고등학생의 지갑은 얇다고. " "아까랑 말이 다르잖아." "후후, 현준이의 그런 점이 귀여운 거지만." 두 사람도 나도 햄버거를 고르고 있는데 이혁이 어느 하나를 가리키며 나에게 추천을 하는데 갑자기 제서가 내 뒤에서 내 허리를 감싸안고 끼어들었다. "음, 그거 안될걸. 현준이 새우 알러지 있어. 넌 그런 것도 모르냐?" "내, 내가 물어본적 없어서 그런거야. 강현준, 미안하다." "아니야, 내가 미리 말해야했는데." 방금 제서의 말이 조금 날이 서있어서 흠칫했지만 그러려니 넘기고 식사를 했다. 다행히 식사도중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헤어진 우리는 내일 학교에서 보기로 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들어가 휴대폰을 확인하는데 문자가 몇 통 와있었다. +점점 현준이가 그저 맬렁콩떡이 되어가고 있다... 문자 보낸 사람 >>482 문자의 내용 >>485 1. 약간 서운한 티내는 내용 2. 아무렇지 않게 다음주에 또 만나자고 하는 내용 3. 바보 라는 두글자 4. 자유

#483 이름없음 2022/07/23 11:16:45

발판겸 내 생각 혁이 성격에 2번은 안 할거같지만 적극적으로 나가보기로 한 거 같으니까 될 것 같기도

#486 이름없음 2022/07/23 18:27:00

이혁이 보낸 메세지에는 '바보' 라는 두 글자만 적혀있었다. 저번의 나쁜 놈에 이어서 이번엔 바보라니. 오늘 내가 멍청하게 군 적이 있던가? 평소랑 똑같았던 것 같은데. 나는 한참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다가 장난스럽게 답장을 보냈다. [뭐냐, 뜬금없이. 내가 바보면 너도 바보다.] [... 나쁜 놈.] 2,3분정도 간격을 두고 온 답장에는 또 나쁜 놈이라는 세글자가 적혀있었다. 나한테 서운한게 있는건가? 그래도 이 이상으로 심한 말은 하지 않는게 이혁다웠다. 나쁜 놈이라는 내용에는 어울리지 않게 나는 작게 웃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진지하게, 하지만 너무 무겁지 않게 답장했다.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는데 서운한거 있으면 말해. 이 형님 그렇게 속 좁은 사람 아니다~] 이혁에게서 답장은 없었지만 어쩐지 내일은 평소대로 대해줄 것 같다. 시계를 보니 점심시간이 돼서 대충 밥을 먹고 느긋하게 지내다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에 교실로 들어서니 애들이 들뜬 목소리가 들렸다. 대충 들리는 소리로는 수학여행에 대한 말이었다. 그러고보니 벌써 그렇게 됐구나. 곧 들어온 선생님이 수학여행 참가서를 나눠줬다. 내 옆에 앉은 진이언은 의아한 표정으로 참가서를 집어들었다. "야, 이거 왜 또 주냐?" "실은 저번에 너랑 얘기할때 들어갈 구실 만들려고 이혁이 준비해준거야." "이혁이? 왜지? 의외네..." "쟤가 저래보여도 착해서 힘들어하는 거 보면 가만히 못 놔둬." "아니, 그 얘기가 아니고... 흐음, 쟤도 물러터졌네." 쟤도? 또 진이언 주변에 물러터진 사람이 있던가? 그런 아무래도 좋은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점심시간이 되고 진이언, 이혁과 함께 밥을 먹으러 가던 중에 연이를 마주쳤다. >>487 연이의 행동 1. 냅다 도망친다. 2. 굳어서 가만히 쳐다본다. 3. 대답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다. 4. 자유

#488 이름없음 2022/07/24 14:07:40

현준이는 연이를 >>490 1. 따라간다. 2. 따라가지 않는다.

#491 이름없음 2022/07/25 12:51:26

연이는 날 보자마자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째선지 지금 연이를 놓치면 다시는 못 만날것 같은 예감에 나도 따라 뛰기 시작했다. "연아! 잠깐만 기다려!" "쫒아오지 마세요..." "잠시면 돼!" "안돼요!" 몇 분간의 말싸움과 술래잡기 끝에 난 간신히 연이를 잡을 수 있었다. 여리여리하게 생겨서는 왜 이렇게 체력이 좋은거야? 어쨌든 연이가 발버둥쳤지만 난 연이의 손을 꼬옥 잡고 놓지 않았다. 잠시 후 진정한 연이와 이야기를 나눴다. "연아. 왜 도망친거야?" "무서워서요..." "뭐가 무서운데? 내가 무서워?" "아뇨. 선배는 좋은데, 그래서, 좋아서 거절당하는게 무서워서... 죄송해요..." 연이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그런 연이를 보면서 나는 최대한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그 날 놀라긴 했지만 싫지는 않았어. 그리고 네 마음도 알겠어." "그럼..." "하지만 난 아직 잘 모르겠어. 그래서 미안하지만 시간을 조금만 더 줄 수 있을까?" "네, 좋아요. 기다릴게요." 연이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살짝 웃었다. 그 때문에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난 손가락으로 연이의 눈물을 닦아주며 장난꾸러기처럼 웃었다. "왜 울어, 예쁜 얼굴 못 생겨진다?" "네? 그, 그게..." "왜 그래?"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난 답을 미뤘다. 연이에게는 정말 미안하고 최악인 답이 아닐까? 다시 급식실로 돌아갔지만 밥을 먹을 기분이 들지 않아 그대로 교실로 갔다. 거기에는 진이언과 이혁이 무슨 일이냐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그래서 나는 >>492 +연이고백 받아줄까 말까? 고민이야

#493 이름없음 2022/07/25 15:27:57

나는 두 사람에게 상담하기로 했다. 하지만 내 얘기라고 하기엔 좀 민망하고 진이언도 옆에 있으니까 대충 다른 사람 얘기처럼 말해야겠다. "나한테 친척 동생이 있는데 걔가 나한테 도움을 구하더라고. 괜찮으면 너네도 같이 고민해줘." "뭐, 그거야 어렵지 않지." "그... 걔가 고백을 받았는데 말로 받은게 아니고 행동으로 받았대. 그런데 걔는 그게 싫지가 않더래. 근데 그게 그냥 친구로서 좋아하는건지 연애감정인지 모르겠대." "그러니까 요점은 걔를 찰지 받아줄지 그거 아니야?" "뭐... 그런거지?" 이혁과 진이언은 잠시 고민했다. 의외로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이혁이었다. "좋아하는지 아닌지 헷갈린다는 시점부터 이미 좋아하지 않는다는거 아닐까? 말이 아닌 행동으로 받았을 때 설레지 않고 계속 생각나지 않는다면 이미 안 좋아하는거야." "생각은 계속 나..." "나는 걔랑 안 사귀었으면 좋겠어. ... 내 생각일 뿐이야." 할말을 끝낸 이혁은 나와 함께 진이언을 쳐다봤다. 그러자 진이언은 빙긋 웃더니 말을 꺼냈다. "난 잘 모르겠다~ 애초에 네가 한 얘기 가지고는 판단도 안 되고 당사자들끼리 어떻게 해봐야지. 이미 아웃된 내가 할 말은 아니만. 거기에만 너무 집착하지 말고 주변을 둘러보는 것도 좋지." 그렇게 알쏭달쏭한 말만 남기고 진이언은 책상에 엎어졌다. 결국 어떤 말도 와닿지 않았지만 이혁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내가 거절해도 후회하지 않을까? 그래, 진이언 말대로 주변을 좀 살펴보자. 답이 나올지도 몰라. 다른 사람들한테도 상담 받아볼까? >>494 현준이가 할 행동

#495 이름없음 2022/07/26 13:53:58

오늘 학교 끝난 뒤에 주성 선배한테 상담을 받아보자! 1년이라도 더 살았으니 뭐라도 답을 내주겠지. 난 주성 선배에게 문자를 뵈냈다. [선배, 오늘 학교 마치고 시간 있으세요?] [시간은 많지. 근데 왜?] [상담하고 싶은게 있어서요.] [오, 그런거라면 당연히 들어줘야지. 단숨에 해결해주마.] [든든하네요. 그럼 부실에서 기다려주세요.] [오냐. 천천히 와라.] 그렇게 모든 수업이 끝나고 나는 부실로 달려갔다. 부실에는 어째선지 운동복 차림의 선배가 앉아있었다. "왔냐?" "일찍 왔네요, 선배." "어쩌다보니. 그래서 상담하고 싶은게 뭔데?" "그... 제 문젠 아니고 저한테 친척동생이 있는데요. 걔가 친구한테 고백을 받았대요." "연애 상담이냐? 나 그런 거에 소질없는데." 선배는 민망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래도 나는 말을 이었다. "그 고백이 말이 아닌 행동이라는게 문제였지만요. 근데 그게 싫지 않았대요. 계속 생각도 나고... 어떻게 말해주면 좋을까요?" "자기 마음이 가는대로 하면 될 것 같은데. 싫지 않았단 걸로 봐선 마음 아예 없는 것 같진 않은데 어중간한 마음으로 대했다간 걔한테 미안하고 그런거지?" "그렇죠..." "일단 테니스 한 판하자. 승부가 될진 모르겠지만." "네? 갑자기요?" "빨리 와." 뜬금없이 승부가 시작됐다. 나와 선배 실력은 알다시피 최악이었으므로 그냥 공치고 줍는 걸로 시간을 다 보냈지만. 그래도 땀을 흘리며 몸을 움직이니 조금 생각이 정리되는 기분이다. 이걸 생각한건가? 선배는 역시 멋졌다. 언제나 빛을 받아 반짝이는 금발과 더 반짝이는 그 주인. 어느새 해가 지기 시작해 눈부신 빛이 내 눈을 찔러왔다. 무심코 눈을 가릴만큼 강한 빛이었지만 계속 보고 싶다면 내 욕심일까? "이제 그만 가자." "네... 그, 고마워요. 상담해준거." "고맙긴. 나중에 또 보자." "조심히 가요." 선배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집으로 돌아갔다. 땀으로 범벅이 되어있어 곧바로 씻었다. 씻으면서 생각했다. 항상 장난만 치던 사람인데 진지해지니 엄청 멋있었다고. 그래, 내 마음을 잘 살피는거야. 나는 헷갈리던게 아니야. 누군가에게 미움받기 싫은거야. 그것을 깨부수기 위해서 이제 대답을 하겠어. 현준이가 거절하는 방법 >>497 (뭐 엄청 미안해한다던가 대사를 적어줘도 좋고 문자로 한다, 만나서한다 아무거나 좋아)

#498 이름없음 2022/07/28 14:00:00

역시 그래도 거절은 직접 얼굴보고 하는게 좋겠지. 내일까지 미뤘다간 다시 자신감이 쏙 들어갈 것 같아 나는 무턱대고 연이의 집 앞까지 찾아갔다. 무슨 자신감으로 다시 그 집 앞에 섰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말성임 없이 인터폰을 누르고 연이를 만나고자 했다. 잠시 후 문이 열렸다. 그리고 곧바로 연이 방으로 안내되었다. 사용인 분이 떠난 후에 난 작게 노크했다. "연아, 나 왔어. 할 말 있어." "들어오세요." 연이 방으로 들어간 나는 조금은 어색하게 인사를 건넸다. 연이도 긴장한 기색으로 내 인사를 받았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할지 몰라 입을 다물고 앉아있는데 연이가 내 쪽을 쳐다보며 말을 시작했다. "대답... 하러 오신건가요?" "시간을 달라고 하긴 했는데 빨리 해주는게 좋을 것 같아서." "네, 전 이미 각오했어요." 천천히 눈을 감는 연이를 보며 최대한 미안함을 담아 사과했다. "미안해, 네 고백, 받아줄 수 없어. 네가 싫은 건 아니야. 하지만 너와 같은 의미로 좋아하진 않아. 미안." "... 괜찮아요, 어느정도 예상했던 일이니까. 그럼 하나만 물어볼게요. 제가 선배를 계속 조, 좋아해도 돼요?" "뭐?" "거절당했다해도... 마음이 쉽게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고백같은거 안 할테니까 계속 좋아해도 돼요?" 잠시동안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하지만 곧 웃음을 머금고 얘기했다. "응, 계속 좋아해도 돼. 나도 너 싫어하지 않아." "고마워요." 그렇게 끝이 난 연이와의 일에서 홀가분함과 미안함을 느끼고 집으로 돌아왔다. 수학여행 참가서에서 참가에 동그라미를 치고 부모님께 간단히 설명을 드렸다. 아직은 수학여행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랐지만 상당히 기대가 되었다. 다음날 교실에 들어서니 여느 때와 같이 애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다만 평소와 다르게 수학 여행 얘기로 한껏 들떠있는 것 같았다. 몇 분 뒤 담임 선생님이 들어와 우리 반은 1반, 7반과 함께 행동한다고 알려주셨다. 난 벌써 조금 피곤함을 느꼈다. 1반은 권태경, 7반은 제서가 있었다. 두 사람은 상성이 안 맞았다. 속으로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수학여행 당일 현준이는 버스에서 누구옆에 앉을까?>>499

#500 이름없음 2022/07/29 15:15:20

버스에 타서 자리에 앉으려는데 진이언이 다가왔다. "강현준, 내 옆에 앉아. 나 친한 애 없어." "거짓말 하지 마. 너 반 애들이랑 다 친하잖아." "에이, 그래도 제일 친한 애는 너지." 진이언의 말에 더 이상 반박하지 못하게 된 내가 순순히 옆자리를 내어주려는 순간이었다. 내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저기, 현준이 옆자리 비었으면 내가 앉아도 될까?" "제서? 너 왜 여기 있어? 반 별로 이동하는거 아니었어?" "그렇긴한데 내가 바꿔달라고 부탁했어." 의문은 들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고 옆에 진이언이 앉기로 했다고 말하려는데 진이언은 주춤주춤 옆자리를 내어주었다. 제서가 작게 웃으며 진이언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건넸다. 진이언은 어색하게 삐걱거리며 뒷자리로 가 다른 애들과 앉았다. 그러자 제서는 나를 보며 말을 꺼냈다. "내 몸 상태가 안 좋아지면 현준이밖에 의지할 사람이 없으니까..." "아... 그것도 그렇네. 그럼 가서도 같이 행동하자." "응, 고마워." 나와 제서는 도착할 때까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도착한 곳은 큰 놀이공원이었다. 롤러코스터, 자이로드롭, 범퍼카, 귀신의 집, 후름라이드까지 웬만한 기구는 다 있는듯 했다. 간단히 몇시까지 모이라는 말을 듣고 반 애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물론 이혁과 진이언은 내게 다가왔다. "우리 뭐부터 탈래?" "소제서가 왜 여기있어?" "혁이, 안녕? 나도 같이 놀아도 되지?" "... 그래. 상관없어." 이혁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제서가 하나의 >>501을 가리켰다. 놀이기구 중 하나를 얘기해주면 돼!

#502 이름없음 2022/07/31 11:51:21

"범퍼카? 제서, 너 괜찮겠어?" "괜찮아, 한 번쯤 타보고 싶었단말이야." "오랜만에 실력발휘 좀 해볼까?" "뭐, 재밌을 것 같네." 제서가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다들 좋다는데 안된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나도 결국 범퍼카를 타게 됐다. 오랜만에 범퍼카를 탄다하니 사실은 조금 떨린다. 하지만 티내지않고 익숙하게 좌석에 앉았다. 범퍼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의도는 아니었지만 이렇게 타게 된 이상 마음껏 부딪혀주겠어. ... 제서는 피해서. 그 생각이 무색하게 제서가 나한테 부딪혀왔다. "윽! 제서 너!" "하하, 이거 재미있는데? 현준아, 어때? 나 따라올 수 있겠어?" "내가 이거 얼마나 잘 타는데! 딱 기다려." 그렇게 때 아닌 레이스를 즐기는데 달리는 내 차 앞으로 누군가의 차가 딱 멈춰섰다. 그대로 받으면서 앞을 쳐다보니 씩 웃는 진이언이 있었다. "나랑도 놀아줘. 나 이런거 잘해." "그래? 나도 이거 잘 타." "둘이 뭐해? 나 혼자면 심심한데." 저 앞에서 제서가 재촉해와서 나는 진이언과 둘이 제서를 쫒아갔다. 결국 내가 제서의 차를 한번 들이박고 나서야 레이스는 마무리되었다. 그 난리를 치는 와중에 이혁이 한번도 모습을 안 보이길래 안을 휙 둘러보니 >>505 의 이혁의 모습이 보였다. 혁이는 뭘하고 있을까? 혹은 어떤 모습일까?

#503 이름없음 2022/08/01 14:33:42

셀프발판

#506 이름없음 2022/08/02 02:30:45

이혁은 제자리에서 뱅뱅 돌고 있었다. 게임도 잘해서 이것도 잘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몸 쓰는데는 영 소질이 없나보다. 보다 못한 내가 옆으로 다가가 운전법을 알려줬다. 그러자 서툴게나마 앞으로 나아가던 차가 멈췄다. 시간이 다 된 것이다. 나는 아쉬운 표정으로 범퍼카에서 내렸다. 저쪽의 진이언을 쳐다보니 그사이에 완벽하게 주차해놓고 내리고 있었다. 그 옆에서는 제서가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고 있었다. "야, 너 게임은 잘하면서 이건 못하냐?" "키보드랑 몸 쓰는 건 다른 거잖아..." "뭐, 그렇긴 하지. 그래도 게임하던 실력 어디 안 간거 같던데? 알려주니까 바로바로 알아듣고." "바보야, 그건 이해력의 문제지." 볼이 붉어져 괜히 툴툴거리는 이혁의 모습에 살짝 웃음이 났다. 물론 자기가 웃기냐는 말로 또 타박을 받긴했지만. 어쩐지 진이 빠진 듯한 이혁과 더욱더 활기가 넘치는 제서와 진이언. 기구에서 내려 땅에 발이 닿자마자 제서가 내 팔짱을 끼며 날 어디론가 이끌었다. "다음엔 저거 타자!" "저건 진짜 위험한데..." "한 번만! 응?" "하아... 내가 널 어떻게 이기겠냐, 가자." "고마워." 우리 넷은 또 제서가 원하는대로 롤러코스터를 타러 갔다. 자리배치는 어떻게 될까? >>508

#509 이름없음 2022/08/06 18:42:16

아무리해도 제서가 걱정된 나는 제서의 옆에 앉았다. 우리 자리는 앞에서 두번째였다. 맨 앞에 앉자는 제서의 말을 필사적으로 말려 겨우 둘째 줄에 앉았다. 기대대는 표정의 제서와 함께 경쾌한 직원의 안내가 합쳐져 롤러코스터는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다. 롤러코스터의 높이가 높아질 수록 나도 조금씩 긴장되기 시작했다. 거의 꼭대기까지 올라갔을 때 그제야 무서워졌는지 제서는 한 손을 뻗어 내 손을 꼬옥 잡았다. 그런 제서를 안심시키듯이 나도 제서의 손을 힘주어 잡았고 롤러코스터는 빠른 속도로 하강했다. 짜릿한 속도감, 온몸을 스쳐지나가는 바람. 해방감이 느껴져 걱정을 했던 기억 따위는 씻겨내려갔다. 운행이 끝나고 롤러코스터에서 내리는데 제서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조금씩 비틀거리기도 했다. 재빨리 제서를 부축하며 물었다. "너 괜찮아?" "응, 괜찮아. 조금 어지러운 것 뿐이야. 잠시 쉬면 괜찮아질거야." "일단 앉을만한 장소로 가자." "야, 너네 뭔 일이야?" "제서 상태가 안 좋아졌어. 미안한데 너네 둘이 놀고 있을래? 우린 좀 쉬다 갈게." "어, 조심해라." 이혁과 진이언은 저멀리 걸어갔다. 나는 조심히 제서를 부축해 근처 벤치로 가 앉아 제서가 내 어깨에 기댈 수 있게 했다. 역시 내가 더 강하게 말렸어야 했다. 그랬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텐데. 체육 수업도 힘들어하는 애인데... 내가 멍청했다. 제서에게 미안해져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더니 제서가 말을 꺼냈다. "현준아, 미안해. 나 때문에 놀지도 못하고..." "아, 아니야. 내가 더 미안하지. 네가 고집부려도 안되는 건 안된다고 했어야했는데." "그렇게 따지면 고집부린 내 잘못이지." "하, 하지만." "나한테 미안해 하지마. 현준이 잘못이 아닌걸." 내 잘못이 아니다. 그 말에 어쩐지 울컥해져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세상의 모든 나쁜 일은 내 잘못인줄 알았는데 자기가 힘들어졌어도 내 탓이 아니라고 해주는 제서가 너무 고마웠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한 방울 떨어져 급하게 손등으로 문질러 닦았다. "왜 그래? 미안, 나 무겁지?" "아니야... 네가 내 친구인게 새삼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으응... 그렇지, 나도 현준이가 내 친구라서... 좋아." 목소리가 살짝 떨렸지만 부디 제서가 눈치채지 못하길 바라며 다시 앞을 바라봤다. 진정될 때까지 벤치에 앉아있던 우리는 몇 분 후에 다시 일어섰다. 두 사람이 다음에 할 일 >>510 1. 혁이와 이언이를 찾으러 간다. 2. 그냥 둘이서 놀이기구를 탄다. 3. 먼저 숙소로 돌아간다. 4. 기타

#511 이름없음 2022/08/07 19:21:39

일어난 나는 잠깐 헤어진 두 사람을 찾으러 가려고 했다. 그러나 제서가 내 손을 약하게 잡고 말했다. "어디가게?" "이제 이혁이랑 진이언이랑 합류해야지." "음... 걔네도 둘이 놀고 있을거고 이 넓은데서 다시 만나기도 어려우니까 우리도 우리끼리 놀자, 응?" "그럴까? 걔네도 잘 놀고 있겠지. 어차피 숙소가면 있을거고." 그렇게 제서의 제안에 따라 단 둘이서 놀이공원을 돌아다녔다. 물론 롤러코스터를 탄 이후에는 격한 놀이기구는 절대 타지 않았다. 제서가 비맞은 강아지 같은 표정을 지어도 어찌저찌 거절했다. 양심의 가책이 느껴진다... 그래도 바른 일을 한 거라며 자신을 타일렀다. 시간이 흘러 집합시간이 가까워졌다. 하나정도는 더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제서를 쳐다보자 내가 타고 싶은 걸로 타자고 한다. 근처에서 그다지 격하지 않은 놀이기구를 찾아봤다. "음, 저거 어때?" "난 뭐든 괜찮아. 현준이가 원하는 거라면." "너 그렇게 말하는 것치고는 내가 안된다고 해도 계속 졸랐었잖아." "그, 그거야 난 이런 데에 와본 적 처음이니까 이것저것 궁금해서..." 몸이 약한 것과 별개로 제서는 은근히 스릴을 즐기는 타입인 것 같다. 잠시 고민하던 내가 앞서나가자 제서가 팔짱을 끼며 달라붙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보여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 놀이기구를 향해 걸어갔다.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탄 놀이기구는? >>512 1. 회전컵 2. 귀신의 집 3. 회전목마 4. 그 외

#513 이름없음 2022/08/08 12:13:24

제일 근처에 있던 회전컵으로 다가갔다. 줄이 짧고 한 번에 타는 사람 수가 많아서 그런지 금방 우리 차례가 되었다. 이런 곳에 처음 온 제서는 어떤 놀이기구 줄을 서도 기대에 찬 기색을 보였다. 제서가 먼저 회전컵에 앉고 내가 맞은 편에 앉아 있었는데 제서가 내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왜 여기로 와?" "이렇게 옆에 있는 편이 더 안전한거 아니야?" "돌리기 불편할걸." "그럼 반대편으로 갈까...?" "... 그냥 앉아있어." 시무룩해지려는 제서를 달래기위해 나란히 앉아 같이 핸들을 돌리기 시작했다. 있는 힘껏 핸들을 돌리는 제서를 보고 나는 슬쩍슬쩍 돌리는 시늉만 했다. "이거 돌리는거 생각보다 재밌네." "그래? 다행이네." 내 옆에 찰싹 붙어 핸들을 돌리는 제서가 엄청 즐거워보여서 나도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그런데 제서가 활짝 웃으면서 핸들을 좀 더 세게 돌리기 시작해서 슬슬 말려야겠다. "소제서, 이제 그만 돌려도 될 거 같은데." "응? 돌리는게 더 재밌는데." "그건 그렇지만 이 이상 돌리면 나중에 어지러워." 그 소리에 제서는 손을 놓고 내게 푹 기댔다. "그럼 잠시만 이러고 있자." "그렇게 해." "이러고 있으니까 되게 좋다." "그래? 나도 옛날 생각나고 좋아." 우리는 그대로 운행이 끝날때까지 시시한 잡담을 나눴다. 운행이 끝나고 집합장소로 가던 제서가 뭔가 떠올렸다는 듯이 아! 하고 소리를 냈다. 내가 제서쪽으로 돌아보자 곧바로 말을 꺼낸다. "저번에 게임 내기에서 현준이가 이겼잖아? 그 때 소원 아직이야?" "아, 그거? 난 >>517" 아직이라고 말해도 되고 소원 말해도 돼!

#515 이름없음 2022/08/10 10:41:11

ㅂㅍ

#518 이름없음 2022/08/14 16:56:31

"같이 영화나 볼래?" "어? 이거 데이트 신청인가?" "데, 데이트는 무슨. 헛소리하는거 보니까 아직 아픈가보네." "농담이야~ 영화 좋지." "집합 시간에 늦겠다, 숙소가서 얘기하자." 제서의 손을 붙잡고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늦지않게 도착한 곳에서 진이언과 이혁을 우리를 발견하고 이쪽으로 오는 것이 보였다. "야, 강현준~ 뭐냐, 중간부터 없어지고." "그럴 수도 있지. 제서랑 둘이 놀았다. 너네도 너네끼리 놀았잖아." "... 뭐, 그렇지." "쟤 왜 저래? 왜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야?" "네가 나쁜 놈이라 그래. 눈치 없음이 사람으로 태어나면 강현준일까." "내가 어디가서 눈치없다는 소리는 못 들어봤는데." 그러자 어디선가 나를 향한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다. 오싹해진 나는 주위를 휘휘 둘러보았고 그 시선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이건 절대 기분탓이 아니다. 그래도 한 순간이었고 별 일 없겠지. 숙소는 한 방에 6명이서 자는 듯했다. 나중을 생각하면 같은 반끼리 자는 게 당연하지만 친한 애들끼리 마구 섞여서 어찌저찌 된 것 같다. 그렇게 해서 결정된게 어쩐지 내 옆을 따라다니는 이혁과 한숨을 쉬는 그 옆의 진이언, 생글생글 웃는 제서와 주춤거리고 있는 권태경 그리고 우리반 애 한 명. 어떻게 이런 방 배치가 나온거냐면 사실 나는 한 게 거의 없다. 가만히 있었더니 옆의 이혁과 진이언, 제서는 당연히 같이 자는걸로 인식되었고 그 후 잠깐 주저하던 권태경이 합류했다. 그리고 제서와 권태경의 숨막히는 조합을 보던 내가 평소 자주 말 걸던 애 한 명을 붙잡아서 이렇게 된 거다. "한 명빼고 다 아는 사이네. 그치?" "아니, 난 두 명 모르는데. 얼굴은 봤지만 이름은 몰라." 진이언은 권태경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에 따라 권태경의 시선이 점점 땅으로 향했다. 그 광경을 보다못한 내가 소개해주려 끼어들었다. "얘는-" "아니, 나는 쟤한테 직접 듣고 싶은데." "... 궈, 권태경... 이라고 합니다. 진이언 씨... 죠?" "어... 진이언이야. 그 씨는 좀 떼지? 나 그렇게 무서운 사람 아니야." 그렇게 말하면 더 겁먹잖아... 처음보면 다 오해할만하다. 외모는 잘생겼지만 어디라고 꼭 집어 말할 순 없지만 날티가 났다. 그리고 권태경은 유약한 면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 "진이언, 그만해. 약한 애 괴롭히는거 아니야." "안 괴롭혔어. ... 그, 무서웠다면 미안했다. 권태경." "아, 아뇨. 괘, 괜찮아요." "말은 좀 놓으면 안될까? 내가 불편해서." "응, 알겠어..." 숙소에서 자는 자리배치 >>519 애들은 자유시간에 뭘 할까? >>520 카드놀이나 휴대폰게임, 산책 아무거나 좋아

#521 이름없음 2022/08/16 14:17:24

그렇게 자기소개를 마치고 자유 시간을 잠깐 가졌는데 분위기가 영 어색하다. 꽤 같이 붙어다니던 이혁과 진이언은 그렇다치고 나머지 애들끼리는 말이 없었다. "에이, 통성명한 사이끼리 분위기가 왜 이렇게 다운돼있어? 다들 게임같은거 하지 않아?" "나 그런거 잘 모르는데 가르쳐 줄 사람있어?" 내가 먼저 화제를 꺼내자 제서가 옆에서 거들어줬다. 그러자 다행히 머뭇거리면서도 곧 서로 게임에 대한 얘기로 열기를 띄었다. 진이언은 물론 권태경까지도 나름대로 대화를 즐기고 있는데 이혁만이 멀찍히 떨어져 앉아있었다. 누구보다도 게임을 즐기는 녀석인데 대화에 참여하지 않는게 의아해져 다가갔다. "야, 넌 쟤들이랑 게임 얘기 안 해?" "... 난 게임같은거 안 해서." "아... 맞다. 그런 상태였지. 이 참에 그냥 얘기해보는건? 애들도 좋아할걸?" "나는... 좀 시간이 필요해. 생각보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 "그래, 네가 하고 싶을 때 하는게 맞지. 이해해, 나도 그러니까." "고마워. 너도 저기 가서 애들하고 얘기해." 이혁이 다른 애들이랑 있기를 권해서 난 혼자 있게 될 이혁을 조심스레 바라봤지만 가방에서 교과서를 꺼내며 저리 가라기에 조용히 자리를 피해줬다. 열심히 얘기하다보니 어느새 저녁을 먹으라는 방송이 방내에 울려퍼져 우리는 다 같이 식사를 하러 이동했다. 그리고 나를 중심으로 양옆으로 앉아 식사를 하는 애들을 보니 좀 귀엽기도 하고 왜 내가 중심인지 의아하기도 했으나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맛은 별로였지만 충분히 배를 채우고 우리방으로 돌아왔다. 우리가 방으로 돌아오고 그새 게임얘기를 하며 친해졌는지 다른 얘기도 술술 하고 장난도 치고 있었더니 씻고 자라는 안내 방송이 들렸다. 하지만 순순히 잔다면 한국의 고등학생이 아니지. 우선 차례로 씻은 우리는 밤시간에 무엇을 할까 고민했다. "아, 내가 이런걸 가지고 왔는데. 한 판 하실?" "오, 이언~ 좋은걸 가지고 있잖아?" 진이언이 자신의 가방에서 트럼프 덱 하나를 꺼냈다. 녀석들이 달려들어 우리는 조커 뽑기를 하기로 했다. "그냥 하면 재미없지 않냐? 꼴등이 1등한테 매점쏘기 콜?" "좋지~ 설마 조커 뽑기 모르는 애 있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이 없는 듯했다. 그렇게 긴장속에 우리의 조커뽑기는 시작되었다. 조커 뽑기에서 꼴찌한 사람>>522 조커 뽑기에서 1등한 사람>>523

#524 이름없음 2022/08/17 18:04:19

우리들은 고작 매점 내기라고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게임을 시작했다. 한 턴 한 턴 넘어 내 차례가 올 때마다 손에 땀이 나는 느낌이었다. "천하의 강현준님께서 왜 이렇게 굳어있어?" "굳긴 누가 굳었다고. 내가 너무 잘해서 너네 재미없을까봐 그러지." "하여튼 말은 잘하지." "거짓말 아니거든? 나 이거 잘해." 완전히 운빨인 게임이라 운이 좋지 않다면 잘하고 말고 할 것도 없지만 지지않기 위해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오늘 행운의 여신은 내 편을 들어주었다. 내 손에서 남은 한 장의 카드가 떠날 때의 쾌감!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남은 애들이 게임하는 모습을 바라봤다. 두번째로 게임을 끝낸 사람은 이혁이었다. 얘는 카드게임도 잘하네... 그렇게 이혁을 슬쩍 쳐다봐주고 끝까지 관전했다. 애들이 하나씩 게임을 끝내고 마지막까지 남은 제서와 진이언. 거기선 결국 진이언이 졌다. 진이언이 제 손 안에 남은 조커 카드를 팔락이며 아쉬운 소리를 했다. "아깝다~ 이길 수 있었는데!" "아쉽네, 진이언~" "원래 이런 건 제안한 사람이 지는 법칙 몰라?" "설마 나한테도 적용될지 몰랐지. 나 이거 엄청 많이 했다고." 그러면서 뒤로 벌러덩 드러누웠다. 그러다 곧 벌떡 일어나 나를 향해 말했다. "뭐, 승부는 승부니까 깔끔하게 받아들일게. 넌 먹고 싶은거나 생각해놔." "비싼거 골라도 되냐?" "맘대로 해. 매점 음식이 비싸봤자지." 아무런 고민없이 말하는 걸 보니 용돈을 꽤 많이 받고 있나보다. 난 조금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카드를 정리하고 우리는 각자 자리에 엎드리거나 앉아 얘기를 나누다가 진실게임을 하는 모양새가 됐다. 특별히 거리낄 것도 없기에 또는 분위기에 취해서 다들 들뜬 모양이었다. 차례는 돌고돌아 내가 대답할 차례가 되었다. 지금까지의 질문은 부끄러운 과거나 좋아하는 여자애, 시험 최저 점수 같은 짓궂은 질문이 많아서 조금 긴장이 됐다. 현준이가 받게 될 질문 >>525

#526 이름없음 2022/08/18 16:31:58

내가 들은 질문은 예상대로 난감한 질문이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뜻은 연인이 생긴다면인가? 그렇다면... 둘이서만 영화를 보고 싶기도 하고 같이 카페에서 얘기해도 되지만 역시 1순위라 하면... "같이 피크닉가서 내가 만든 도시락 먹여주고 싶은데." "오~ 뭐야뭐야. 로맨틱한데?" "여, 연인이랑 하는 일인데 뭐..." "뭔가 내가 바라던 대답보다 더한 걸 들은 것 같은데 넘어갈까?" 조금 부끄럽긴했지만 답하지 못할 질문도 아니어서 빠르게 대답하고 넘어갔다. 그나저나 다음 타자가 이혁인데 얘는 이런 거 잘 못 넘어갈 것 같은 타입인데 걱정된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혁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앉아있을 뿐이다. 다른 애들과 좀처럼 교류가 없어서 이 참에 이상한 걸 물어보면 어쩌지싶어서 살짝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이혁에게 돌아간 질문은. "가장 숨기고 싶은 비밀이 뭐야?" "......" 망했다, 이건 무조건 게임이다.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이혁의 성격 상 대충 넘어가지도 거짓말을 하지도 못할텐데... 잠시 말을 고르던 이혁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혁이의 대답은? >>529

#528 이름없음 2022/08/22 20:13:04

ㅂㅍ

#531 이름없음 2022/08/23 22:05:54

이혁은 최대한 담담한 목소리로 자기 비밀을 말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당연히 게임인줄 알고 걱정했으나 다 듣고 난 뒤에는 벙쪄있었다. 그리고 다른 애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왜냐하면... "내가 숨기고 싶은 비밀은 내 왼쪽 겨드랑이 사이에 왕점이 있어. 털까지 나있지. 별 거 아니야." "아, 미치겠다. 풉! 푸하하하! 그걸 곧이곧대로 얘기하냐!" "그럼 얘기 안해도 되는거였어?" "그건 아니지만 대충 둘러대도 되는거잖아." "그런거였어?" 그제야 이혁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아마 이제서야 부끄럽겠지. 그래도 그렇게까지 충격받은 건 아닌듯해서 안심했다. 하긴, 진짜로 숨기고 싶은건 이런 자리에선 얘기도 못할테니까. 우여곡절 끝에 이혁의 차례가 넘어가고 진실게임도 막을 내렸다. 딱히 벌칙도 없었으니 누가 거짓말을 했더라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자리에 벌러덩 드러누웠더니 중간으로 가라며 진이언이 날 슬쩍슬쩍 밀어냈다. "아, 왜 자꾸 밀어." "중간으로 가라고~ 여기서 이 애들 다 모은거 너잖아." "... 그건 그렇지..." 내가 중간에 누운 직후에 그래도 양심이 있지 내가 부른 애를 내 옆에 눕혔다. 그러자 남은 내 옆자리에 눕겠다고 이혁과 제서가 동시에 다가왔다. "너네 뭐냐." "강현준, 내가 옆에서 자도 되지?" "현준이 옆자린 내 거야. 다른데서 잤으면 하는데?" "아무나 좋으니까 빨리 누워 제발." "아무나 좋으면 안되지!" 둘이 눈에서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보던 진이언이 나섰다. "오늘 소제서는 강현준이랑 계속 같이 다녔으니까 양보해줘." "하지만..." "제서야, 그렇게 하자. 나 졸려." "알았어..." 진이언은 결론이 나자마자 낼름 우리반 애 옆에 누웠다. 그리고 권태경에겐 미안하지만 둘을 붙여놓을 순 없어서 이혁과 제서 사이에서 자달라고 부탁했다. 파들파들 떨면서도 알겠다고 수락하는게 어찌나 안쓰럽던지. 나중에 뭐라도 사먹여야겠다. 천천히 눈을 감고 뜨니 아침이었다. 늦게 자서 그런지 굉장히 피곤했지만 일어나서 씻었다. "다들 잘 잤어?" "괜찮았어." "응... 잘, 잤어." 이혁과 권태경이 각각 대답했다. 권태경은 조금 아니. 많이 피곤한 기색이었지만. 현관에 집합한 우리는 나란히 서서 얘기를 나눴다. 그러다가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버스에 탔다. 현준이 옆자리는?>>532

#533 이름없음 2022/08/25 14:58:06

버스에 올라탔는데 간밤에 권태경이 고생한 것이 떠올라 얘기도 좀 해주고 기분도 풀어줄 겸 내 옆자리로 끌고 와 앉혔다. 어안이 벙벙한 듯 앉아서도 잠시 멍을 때리던 권태경이 정신을 차리고 나를 쳐다봤다. "어제 내가 어려운 부탁을 했잖아. 그래서 그거 사과도 할 겸 얘기도 하자." "응? 어, 그래! 난 좋아!" "내가 돌아가면 맛있는거 사줄게." "안 그래도 돼. 내가 들어주고 싶어서 그런거야." 손사래까지 치며 사양하는 권태경에게 내 마음이 불편하다며 사주겠다하자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진이언 말인데 걔가 어제 했던 거..." "어제... 아, 그거? 신경 안 써. 처음엔 무서웠는데 얘기하다보니까 재밌는 애더라고." "그래? 다행이네. 그래도 앞으로 그러지 말라고 얘기해둘게." "... 고마워, 현준아." 우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잠시 잡담을 나눴다. 그러다 내 어깨에 뭔가 무게감이 느껴져 쳐다보니 권태경이 피곤했는지 기대 자고 있었다. 그 모습에 미안해져 좀 더 편하게 기대도록 자세를 바꿨다. 앞 뒤에서 따가운 시선이 따라붙는 것 같았지만 나도 졸렸기에 그대로 좌석에 기대 잠들었다. 눈을 떠보니 권태경이 이미 일어나 있었다. 내가 일어난 것을 확인한 그 녀석이 나에게 안절부절 못하며 사과했다. "미안해... 좀 졸려서 그만..." "아냐, 그럴 수 있지. 이젠 안 피곤해?" "으응. 어깨 빌려줘서 고마워." "별 것도 아닌데, 뭘." 버스가 학교에 도착하고 우리는 잘 가라는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나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하는데 >>534한 모습의 >>535가 내 어깨를 꾹 잡았다.

#536 이름없음 2022/08/27 17:14:05

제서가 현준이를 붙잡은 이유 >>357

#538 이름없음 2022/08/28 14:29:36

뒤를 돌아보니 나보다 더 지친 모습의 제서가 서있었다. 표정을 보니 뭔가 불만스러워 보이는데... "제서야, 왜 그래? 왜 표정이 안 좋아?" "별 건 아니고..." 내 뒤에 선 제서가 나를 끌어안고 내 어깨에 고개를 묻었다. 당황한 내가 반응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더니 제서가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아까 태경이랑 무슨 얘기한거야?" "별 얘기 안 했어." "그런 것치고는 엄청 사이좋게 얘기하던걸?" "뭐, 분위기가 나빠질만한 얘기는 없었으니까...?" "흐응, 그렇구나." 여전히 내 어깨에 고개를 파묻고 중얼거리는 제서의 뒷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어주었다. 제서는 기분이 조금 풀렸는지 내 뒷목 쪽으로 머리를 치댔다. "아하하, 간지러워~" "몰라... 벌이야." "뭐, 뭐에 대한 벌인데?" "음, 비밀~ 알아맞혀봐." "뭐야..." 멍청하게 멍을 때리며 서있었더니 제서가 내 손을 꼬옥 잡으며 집으로 이끌었다. "가자! 나 피곤해." "으응, 가야지. 나도 피곤해." "... 나 현준이한테 상담할게 있는데, 내일 시간 괜찮아?" "상담? 그런건 또 이 강현준님이 잘해주지. 내일 너네 집에 갈까?" "응, 좋아. 고마워, 현준아. 내일 봐!" 제서는 손을 흔들며 집으로 들어갔다. 나도 집으로 들어가 씻고 바로 침대에 누웠다. 그 후 휴대폰으로 웹서핑을 하다가 연이의 사진을 발견했다. 역시 대기업 후계자라 이런 데도 실리는구나. 사진으로 본 연이는 나를 볼 때처럼 웃지도 않았고 소심해보이는 분위기도 없었다. 나를 좋아한다고 했던 연이. 대체 나같은 놈의 어디가 좋아서 고백을 한걸까. 난 우유부단하고 잘난 것 하나없는 거짓말쟁이인데. 그대로 휴대폰을 손에서 놓았다. 끝없는 자기혐오에서 헤엄치다 정신을 차린건 저녁무렵이었다. 한순간 휴대전화가 점멸했다. 문자가 몇 통 와있었다. 그 중 눈에 띄는걸 아무거나 읽어봤다. 문자 보낸사람>>540

#539 이름없음 2022/08/28 14:36:19

TMI 캐릭터의 형제와 생일 강현준 외동 3월 27일 소제서 외동 4월 3일 이 혁 외동 12월 21일 김주성 남동생 2명 8월 1일 이 연 여동생 1명 6월 7일 권태경 누나 2명 6월 30일 진이언 여동생 1명, 남동생 1명 5월 5일

#541 이름없음 2022/08/30 15:03:22

태경이의 문자가 제일 눈에 띄인 이유>>542

#544 이름없음 2022/09/10 12:59:28

늦어서 미안해! 다시 시작할게!

#545 이름없음 2022/09/10 14:42:58

몇 통의 문자 중에 권태경의 문자가 제일 눈에 띄었다. 왜냐하면 문자의 내용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야 강현준. 내일 같이 피씨방 ㄱ?] 평소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분위기에 무슨 일이 있나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권태경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여, 여보세요? 현준아, 미안... 누나들이 장난쳤어..." "아, 그랬구나. 난 무슨 일 있나 걱정했어." "걱정끼쳐서 미안해. 내가 누나들한테 하지말라고 할게." "강현준이지? 내가--" "아, 누나 제발!" 수화기 너머가 소란스럽다. 권태경과 권태경의 누나로 추정되는 사람의 목소리가 어지럽게 섞인다. 한참동안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다 지친 기색의 권태경이 거듭 사과하고 전화를 끊었다. 누나가 있는 집은 이런 느낌인가? 난 형제가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어쩐지 조금 부러운 느낌이 들었다. 나는 한동안 나에게도 누나가... 아니 형이든 동생이든 있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에휴, 부질없는 생각이지. 어차피 없는데." 침대에서 가까스로 일어난 나는 책상에 앉았다. 실컷 시간을 허비하고 나니 현타가 왔다. 그리고 현타를 이겨내기 위해 책을 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공부를 시작한 지 10분째 깨달았다. 나는 공부를 더럽게 못했다. 혼자서는 기본 문제도 겨우 푸는 수준이다. 분명히 현타를 이겨내려고 시작했는데 더더욱 깊이 빠져드는 기분이다. 현준이는 누군가에게 문제를 물어볼까? >>546 그 사람은 그 문제의 답을 알까? >>547

#548 이름없음 2022/09/12 13:24:10

그래도 각잡고 앉았으면 문제는 풀어봐야지! 나는 핸드폰을 켜서 문자로 제서에게 물어보려 했지만 손가락이 미끌어져 진이언에게 보내고 말았다. [모르는 문제 있는데 가르쳐 줄 수 있어?] 그러자 진이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큰 웃음소리와 함께. "강현준, 설마 내가 알 거라고 생각하고 보낸 거임? 나 수업시간에 맨날 자는 거 너도 알잖아." "시끄러워. 잘 못 보낸거야." "누구한테 보내려고 했는데? 이혁?" "... 제서." "흐음, 소제서한테는 엄청 유들유들한 말투구만?" 나는 그 말에 입을 다물었다. 제서한테 약하다는 건 자각하고 있었지만 남들에게도 티가 나나싶었다. 내가 머쓱해져 말을 돌리려는데 진이언이 먼저 말을 꺼냈다. "강현준, 너 공부 못해?" "깜빡이는 좀 켜고 들어올래?" "나도 못하는데 뭐. 노력해봤자 안 되는 거 포기하고 나랑 얘기나 좀 하자. 아니면 뭐 오늘 꼭 공부를 하셔야되는 거면 누구 불러서 나랑도 같이 해." 현준이는 어떻게 할까?>>550

#551 이름없음 2022/09/14 19:46:05

듣다보니 조금씩 열이 받기 시작했다. 내가 공부를 못하는 거지, 자존심이 없나! "나 혼자서도 얼마나 잘하는데. 다른 사람 도움 없어도 나 혼자 다 할 수 있거든!" "아, 그러셔? 그럼 혼자서 열공해, 강현준! 나는 좀 더 뒹굴거릴거야." "감탄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의 실력을 보여주지!" "어엉, 수고~" 진이언은 키득거리며 전화를 끊었다. 잔뜩 약올리기나 하고...! 이를 갈며 문제집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하지만 모르는 걸 쳐다본다고 답이 나오는 건 아니었다. 포기할까 하는 찰나에 또 나를 놀리던 진이언의 모습이 떠올라 아득바득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나고 채점을 하는데 어째 맞는 게 하나도 없는지... 처참한 실력에 절망하고 그대로 문제집을 덮었다. "그래, 내 주제에 무슨 공부를 한다고... 그냥 자존심 부리지말고 같이 하자고 할 걸..." 기운이 쫙 빠진 나는 부엌으로 가 딸기맛 아이스크림이나 뜯어먹었다. 이럴 때 마음을 터놓고 연락할 친구가 있으면 좋을텐데 그럴 사람도 없다. 혼자 울적해져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드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네, 나가요." "야, 강현준." "진이언? 네가 우리 집은 어떻게 알고 왔어?" "이혁한테 물어봤어." "근데 뒤에는 누구야?" 이언이와 함께 온 사람은? >>552 한 명이어도 되고 여러 명이어도 돼!

#553 이름없음 2022/09/20 23:47:44

"현준아~" "제서? 네가 왜 왔어?" "우리가 무슨 일이 있어야 볼 수 있는 사이야?" "그건 아니지만... 어쨌든 둘 다 들어와." 난 얼떨떨하게 두 사람을 집으로 들였다. 두 사람은 제 집이라도 되는 양 익숙하게 신발을 벗었다. 정신을 차린 내가 제서와 진이언을 거실로 안내한 뒤 주방으로 향해 딸기 우유 3개를 꺼내왔다. "줄 건 없고 이거라도 마셔." "나 이거 좋아해." "제서, 너 취향 바뀌었어?" "음, 요즘 딸기 맛 간식이 그렇게 맛있더라~" "흐음~ 그런가..." 옆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던 진이언이 추임새를 넣으며 흥미롭게 우리를 바라보았다. "뭐야, 너 그 눈은?" "내가 뭘? 나는 이 상황이 좀 재밌어서." "이언이라고 했나? 뭐가 재밌는지 같이 좀 알 수 있을까?" "어, 어? 아, 아무것도 아, 아니야." 제서가 활짝 웃으며 말을 걸자 진이언은 금방 시선을 피하며 말을 급히 끊었다. 쟤도 제서한테 어지간히 약한 모양이다. 첫사랑은 특별한 법이지, 이해한다. 마음 속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힘내라고 하고 있었는데 제서가 내 쪽으로 슬쩍 다가왔다. "현준이네 집은 언제와도 마음이 안정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있어서 그런가?" "네가 좋아하는 거? 어떤 건데?" "음, 집의 분위기라던가 특유의 향기라던가. 물론, 현준이도 좋아하고." "갑자기 뭐야... 새삼스럽게..." "근데 너 아까 공부한다고 하지 않았냐?" "아... 그랬었는데..." 그 말에 다시 아까의 처참한 문제집이 생각났다. 여기서 포기했다고 말하기엔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거짓말을 태연히 입에 담았다. "나한텐 너무 쉽더라고~ 그래서 그냥 그만뒀어." "아, 그러셔? 대~단한 천재 나셨네." "현준아, 정말이야? 대단해!" "그, 그럼! 당연... 하지..." "아, 공부 도와달라던 강현준씨는 제가 모르는 사람인가 보죠?" "현준아, 이언이한테 공부 도와달라고 했어?" "뭐? 아니, 그게..." "응, 그랬는데 유감스럽게 나도 바보라서. 놀려고 찾아왔어." "... 그랬구나." 한 순간 제서의 표정이 차가워진 것 같은데 기분 탓일까? 분명히 제서가 적대감을 표시한 것 같은데도 진이언은 싱글벙글 웃고 있다. 쟤는 진짜 알 수가 없는 애다. 잠시 말이 없던 제서가 결의에 찬 표정으로 날 끌고 내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도와줄게, 공부하는 거." "아, 아니야, 괜찮아!" "내가 도와주고 싶어. 안 될까?" "... 그래, 마음대로 해줘." "하는 김에 나도 부탁해도 될까?" 진이언도 나와 제서의 뒤를 따라 들어오며 여전히 웃는 낯으로 제서에게 말했다. 제서는 진이언을 쓱 한 번 쳐다보고는 말했다. ">>554."

#555 이름없음 2022/11/29 06:32:24

레더들 안녕! 나 스레주인데 기다리는 사람은 없겠지만 이어가보도록 할게!

#558 이름없음 2022/12/09 17:51:25

옆에 앉으라는 제서의 말에 냉큼 자리에 앉는다. 우리는 작은 책상을 펴놓고 그 주위로 둘러 앉아 아까 내가 풀던 문제집을 같이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정말 모든 문제를 다 틀렸다는 걸. "푸하하하! 진짜 웃겨 죽겠네~ 아, 너무 쉬워?" "시끄러워..." "괜찮아~ 다시 처음부터 천천히 해보자. 어디가 어려워?" "그렇게 물어도 모를걸? 공부 못하는 애들은 자기가 뭘 모르는지도 모른다고~" "미안한데 난 현준이랑 얘기하고 있어서. 조금만 조용히 해줄래?" "넵..." 내게 바짝 다가온 제서가 조곤조곤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연이와 공부할 때와는 또 다른 느낌. "아, 현준아, 미안한데 머리끈 같은거 없지?" "있을걸? 저번에 네가 놔두고 간 거... 어, 여기있네!" "고마워." 자꾸 내려오는 머리가 거슬렸나보다. 꽁지머리를 묶은 제서는 한결 편안한 표정으로 설명을 계속했다. 어찌저찌 내용을 머릿속에 다 집어넣은 나는 문제와 싸우기 시작했다. 그 뒤에 제서와 진이언이 뭐라뭐라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문제에 집중하느라 내용은 듣지 못했다. 몇 분 후 문제를 다 풀고 고개를 들어보니 진지한 표정의 진이언과 제서가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저기, 나 다 풀었는데. 둘이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냥 좀 그런 일이 있었어..." "응, 별 거 아니야." "그럼 다행이고." 굉장히 신경쓰였지만 두 사람도 나한테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을테고 그걸 끄집어내는 건 안되겠지. 제서가 다시 내 문제집을 들여다보고 어색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리고 진이언은 다시 한 번 폭소를 터트렸다. "그냥 접지 그러냐? 백날 해도 안 될 것 같은데?" "......" "너, 너무 그렇게 기죽지 마! 잘 안 될 때도 있는거지!" 제서의 필사적인 위로에도 내 얼굴은 빨갛게 물들어 터지기 직전이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데 갑자기 진이언의 웃음소리가 뚝 끊겨 고개를 들어보니 살풋 미소짓는 얼굴의 제서가 진이언을 쳐다보고 있었다. "후후, 공부에 방해가 되니 조금 조용히 해주거나 나가줬으면 좋겠는데?" 이언이는 어떻게 할까? >>560 1. 조용히 한다. 2. 방에서 나간다. 3. 오히려 더 시끄럽게 한다. 4. 기타

#562 이름없음 2022/12/14 15:04:11

그건 들은 제서의 반응은? >>563 1. 말로 맞받아친다. 2. 한숨 쉬고 방을 나간다. 3. 현준이를 끌고 방을 나간다. 4. 기타

#565 이름없음 2023/02/12 13:55:56

"그렇게 불만이면 네가 나가는 건 어떠냐?" "뭐? 야, 무슨 말을 그렇게-" "현준아, 됐어. 하아..." 진이언에게 뭐라하려는 나를 제지하고 제서가 한숨을 쉬며 밖으로 나갔다. 어색한 침묵 속에 나도 아무 말하지 못하고 진이언의 얼굴만 빤히 쳐다봤다. "내 얼굴 뚫어지겠다." "네가 잘못한 건 알지?" "내가 뭘..." "애초에 공부하려 했던거고 네가 시끄럽게 군 건 사실이잖아." "나는 방해하려고 한 게 아니라..." 다시 한 번 긴 침묵이 이어졌다. 이런 어두운 분위기를 견디지 못했는지 진이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야. 어디 가는데." "그래, 네 말대로 내가 방해했으니까 내가 나가는 게 맞지. 소제서 불러올게." 그 말만 남기고 진이언도 밖으로 나갔다. 잠시 혼자 남게 된 나는 생각에 잠겼다. 내가 너무 날카롭게 반응한 건 아닐까, 진이언도 나름 생각이 있었을텐데... 역시 내가 너무 예민했다는 생각이 들어 문 밖으로 나가는데 그 순간 들어오던 누군가와 부딪혔다. 한손으로 머리를 문지르며 상황을 살펴보니 내가 제서를 덮치는 자세가 되어있었다. 나는 >>567 1. 당황해서 얼른 일어나려 한다. 2. 묘한 감정이 느껴져 그대로 빤히 쳐다본다. 3. 기타

#568 이름없음 2023/02/20 15:00:35

일어나려하는 현준이를 제서는 >>570 1. 잡아당긴다. 2. 그대로 바라본다. 3. 기타

#572 이름없음 2023/03/24 12:51:27

"미, 미안! 지금 일어날테니까!" "......" 내 밑에 깔린 제서는 말이 없었다. 당황한 나는 당장 일어서려했다. 만약 제서가 나를 끌어당기지 않았더라면. 불안정한 자세로 버티던 나는 제서의 품에 그대로 안기는 자세가 되었다. "소, 소제서?" "그냥... 이대로도 좋지 않을까?" "뭐, 뭐라는 거야!" "이대로 현준이랑... 아니야, 혼잣말." 그 후 내 팔을 놓아준 제서는 어딘가 씁쓸한 표정으로 웃었다. 나도 그냥 따라 애매한 표정으로 웃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지나고 나는 그제야 방문을 나선 이유를 깨달았다. 급하게 몸을 일으킨 뒤 나는 제서에게 진이언의 행방을 물었지만 제서는 어깨를 으쓱하며 모르겠다고 할 뿐. 하지만 진이언이 나가자마자 제서와 부딪혔으니 두 사람은 서로를 봤을텐데... "정말 못 봤어?" "글쎄... 난 잘 모르겠어." 현준이는 어떻게 할까? >>575 1. 제서를 더 추궁한다. 2. 집 안을 뒤져본다. 3. 다시 방으로 들어가 공부한다. 4. 기타

#577 이름없음 2023/06/28 16:26:36

집 안을 뒤지던 현준이가 이언이를 발견한다면 그 장소는? >>580 1. 주방 2. 현관 앞 3. 화장실 4. 그 외 장소 5. 발견하지 못했다

#583 이름없음 2024/11/21 04:59:01

안녕 오랜만이다 스레주야 기다려준 레더들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천천히라도 다시 이어가볼게

#584 이름없음 2024/11/21 05:28:15

제서의 애매한 대답에 나는 혹시나 싶어 집을 한 번 더 뒤져보았다. 그러자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있는 진이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야, 진이언! 너 어디가는데?" "난 방해만 되니까 나가준다고." "제서도 그런 뜻으로 말한 건 아닐거야. 그러니까 돌아가자." 그러자 진이언이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넌 모를거야. 나한텐 소제서도 너도 정말 특별한 존재였어." "진이언..." "나 갈게. 내일 봐." 내가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있자 진이언은 나가버렸다. 나가는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오히려 느릿하게 나가는 그 몇 초동안에도 나는 무슨 말을 해야좋을지 몰랐다. 그저 허망한 표정으로 방으로 돌아올 뿐. 거기에는 아까와 같이 희미한 미소를 띤 제서가 앉아있었다. "현준아...?" "진이언은 집에 갔어. 제서야, 아까 진이언이랑 만났지?" "응, 잠깐이지만 만났어." "무슨 대화를 했어?" 내 말에 제서는 고민하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언이와 제서는 무슨 대화를 했을까? >>586 1. 이언이가 제서에게 네가 내 첫사랑이라고 밝혔다. 2. 제서가 이언이에게 현준이에게 더 접근하지 말라고 했다. 3.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저 스쳐지나갔다. 4. 기타(대사나 행동을 정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