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상담은 아니고 그냥 뭔가 넋두리하고 싶었는데 내가 기억하는 익명사이트가 여기 밖에 없어 여기 가입하고 쓴다 지방직 공무원 필기 합격하고 면접 중인데 합격하자마자 부모님이 다이어트 가루식품 한 달치 사와서 밥 간식 전부 없이 이거만 먹으라더라 하루 1000칼로리던데 이제 나흘이면 끝난다 존나 정신 반쯤 나간 좀비처럼 버티면서도 나는 진짜로 이 가루 다 처먹는 날 딱 한 끼만 치킨 한통 조지겠다고 그날만을 위해 참아왔는데 오늘 부모님이 끝나는 날 치킨은 절대 안되고 닭찜 하나 시켜주겠다더라...나 원래 그런 거 안 먹었는데 그러더니 그 말도 안되는 사상체질 어쩌고하는, 그냥 저칼로리일 뿐인 창렬가루를 또 한 달치 사버렸다 그리고 면접 시험 본 뒤에 쌍수하고 포경수술 하잔다 나는 별로 성형할 생각도 없었고 어릴 때 의사가 보더니 자연포경이라 할 필요 없다고 해서 그거 할 생각도 없었다 다이어트도 할 생각도 없었다 그래도 다이어트 까지는 뭐 그냥 받아들였다 근데 나는 원래 면접시험 보고 두 달간 혼자 국내여행 해 보고 싶었단 말야 그래서 지금 한 달 다이어트 하는 건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가루를 또 다시 처먹어야 하고 쌍수랑 포경까지 하면 아무래도 눈이랑 쥬지 찢긴 채로 븅신가루 처먹으면서 혼자 여행해야 하자나 그거 되겠냐 난 안될 것 같다 합격한다 하더라도 발령받을 때 까지 그냥 집구석에 꼼짝없이 처박혀 있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아무튼 우울한 채로 나는 그냥 요리레시피나 찾아봤다 일반식으로 돌아갈 거면, 내 나름대로 찾아보고 생각해 본 결과 샐러드야채 일주일치 쥰내 씻어서 쌓아놓고 닭가슴살로 현미볶음밥 3종류 벌크로 만들어서 냉동한뒤에 한 끼씩 꺼내먹으면 좋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무당드레싱 저칼로리 소스 이것저것 검색해봤다 근데 오늘 엄마가 올리브기름 두 통 사서 이렇게 말하더라 채식 위주로 자기가 만들어주겠다고 참고로 엄마는 단백질 먹으면 살찌는 줄 아는 사람이다 여행가보고 싶었는데 못 간다 치킨 한번만 먹고 싶었는데 못 먹는다 알아서 식단을 짜 보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다 이제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겠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이쯤 읽으면 내가 얼마나 병신인지 짐작이 갈 거다 왜, 다이어트 하기 싫으면 하기 싫다고 말하든가? 여행가고 싶어서 눈깔도 쥬지도 안 찢겠다고 말하든가 앞으로 식단을 어떻게 짤 지는 니가 알아서 하겠다고 말하든가 왜 말도 안하고 시키는 대로 다 하냐 싶을 거다 나도 모르겠다 왜 말을 못하는 지 모르겠다 이렇게 자랐거나, 이렇게 태어났거나 둘 중 하나 아닐까? 집에서 방문 닫으면 안된다 성인된지 한참인데도 담배 몰래 피운다 adhd인데도 약 처방을 받아서는 안된다 전화하면 네 라는 대답 외의 대화는 없다 게임도 만화도 초등학생때 부터 단 한번도 허락받은 적 없다 공무원이 되면 주말에도 출근하란다 돈을 모아야 하기 때문에 집에서 생활하란다 그리고 결혼준비 하란다 난 모쏠아다고 그냥 집에서는 혼자 있고 싶은데 이 가루를 다 처먹는 날 치킨대신 흙냄새나는 닭찜을 먹는다면 난 그냥 바로 몰래 맘스터치 달려갈거 같다 그리고 예정에 없었던 인크레다블 벅 4개를 뱃속으로 밀어처넣고 아마 다음날에는 이미 존나 처먹은거 더 먹어도 상관없겠지 싶어서 에이스 뉴욕치즈맛 4통을 조지지 않을까? 그게 무섭다 내가 마음이 꺾이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그리고 지금 면접 준비고 뭐고 아무것도 하기 싫다
너무 우울하다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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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름없음
2022/08/17 22:1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