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조장 치료일기

일기 2022/09/03 15:45:19

#1 이름없음 2022/09/03 15:45:19

옛날엔 화를 냈다는 기억이 없어서 이걸 인정하는데도 엄청난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조금 나아져서 고치려고 노력한다 화를 안 느끼는 건 불가능하니까 덜 느끼는 내가 될 수 있게 남들 느끼는 것만큼만 화를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 목표

#2 이름없음 2022/09/03 15:50:30

오늘 알바하는데 3일 연속으로 억울하게 지적받아서 화가 계속 끓어올랐다 하루 이틀은 그래도 내가 멘탈이 많이 좋아져서 웃고 넘겼는데 오늘은 그러기가 힘들었다 힘조절이 안 되니까 손도 제대로 못 가누겠다 음식을 쏟고 재료도 흘리고 쾅쾅 소리나고 그러니까 또 혼나고 악순환이였다 안 되겠다 싶어서 사장님한테 내가 억울하다 느꼈던 점을 말씀드리려 했는데 화가 부글부글 끓어서 말이 제대로 안 나왔다 ㅋㅋㅋ 어버버하다가 결국 스루당했다 제대로 안 나왔다기보다는 뭐라고 할까 입을 열자마자 폭발할 거 같은 느낌? 침착하게 말씀을 드려야 하는데 계속 누구 하나 피를 볼 때까지 싸우고 싶은 충동이 들어서 냉수 마시고 참았다

#3 이름없음 2022/09/03 15:53:19

근데도 퇴근시간이 다 될 때까지 화는 풀리지 않았고 결국 창고에 가서 쟁반을 집어던져버렸다 주운 쟁반으로 또 거기 있던 테이블 한번 내려쳤다 문을 안 닫았지만 아무도 못 들은 것 같다 나중에 혹시 뭐라하면 물건이 떨어졌다고 해야지 한번 집어던지니까 계속 날뛰고 싶어서 입으로 발로 차면 안돼 발로 차면 안돼 발로 차면 안돼 이렇게 되뇌이면서 침착하게 할 거 했다 다신 하지 말아야지... 소리도 지르고 싶었는데 냉수 먹고 또 참았다

#4 이름없음 2022/09/03 15:54:13

집으로 와서 도어락 비번을 누르는데 화가나서 제대로 누를 수가 없었다 계속 헛손질을 하다가 주먹에 힘이 들어갔고 그대로 내려치고 싶었는데 저번에 화난다고 욕조 발로 찼다가 발목 보호대 했던 일을 떠올리면서 또 참았다 그거 부수고 고장내서 집에 못 들어가면 그 무슨 뻘짓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5 이름없음 2022/09/03 15:56:37

집에는 나 혼자였다 다 갈아엎고 싶었는데 참으면서 찬물로 머리 좀 식히려고 오자마자 샤워했다 근데도 계속 화가났다 입에서는 말이 안 나오고 그르렁거리는 소리만 나고 으드득 이가 갈리고 내가 무슨 짐승이라도 된 것 같아서 좀 비참했다

#6 이름없음 2022/09/03 16:00:24

지금도 냉수 마시고 왔다 머리가 계속 화끈거리는 것 같다 뜨겁지는 않은데 음...... 알코올 바른 것마냥 화~한 느낌? 이 든다 진심으로 알바할 때 병원이 간절했는데 오늘 이미 문 닫았다 당연하다 주말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7 이름없음 2022/09/03 16:07:41

알바하면서 소리지르고 화가 터뜨리고 싶을 때가 꽤 많다 근데 현실적으로 그럴 순 없으니까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것에 만족한다 우리 가게가 좀 바쁘고 시끄러워서 크게 말해야 주방에서도 들리니까... 나쁠 건 없다 주문 읊고 손님들한테 인사하고 내가 욕하고 싶은만큼 목소리를 막 내지르니 실제로 조금은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8 이름없음 2022/09/03 16:12:28

글로 쓰다보니 생각이 정리가 좀 된다... 아까보다 화가 좀 가라앉은 것 같다 근데 완전히 참는데에 성공하면 날뛰지 않았다고 해도 기력이 없다..... 영화보고 나올 때의 여운? 비슷하게 축 늘어진다... ㅋㅋ 나는 대체 왜 이렇게 화가 많은 걸까? 몸이 이렇게 지칠 정도로 화낼 일은 아닌 것 같은데...

#9 이름없음 2022/09/03 16:15:40

좀 졸린 것도 같다... 나른하다... ㅋㅋㅋㅋㅋㅋ 일단 지금은 괜찮지만 나중에 또 생각하다가 혼자 빡쳐서 공룡마냥 불뿜을 것 같으니 노래방이라도 갔다올까? 가서 소리를 빽빽 지르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ㅋㅋㅋ 방음도 좋으니까 노래 틀어놓고 마이크 빼고 욕하면 아무도 못 듣겠지... 합법적으로 욕할 수 있는 곳... 방이 넓으면 날뛰고 싶을테니까 좁은 코인노래방 가야겠다

#10 이름없음 2022/09/03 16:18:18

옛날엔 게임으로 화를 풀어보려고 했는데 역효과였다 ㅋㅋㅋㅋㅋㅋㅋ 하필 내가 하는 게임이 혼자 할 수 없는 게임이여서 화가 더 끓어올랐다 PC방에서도 시끄럽다고 여럿 주의를 받고 같이 하던 친구들한테도 뭐하는 짓이냐고 왜 그렇게 화를 내냐고 한소리 들었다 내가 내고 싶어서 내는 게 아닌데....... 거의 버릇이 된 것 같았다 그래서 지금은 피방을 아예 안 간다 그 게임도 끊었다

#11 이름없음 2022/09/03 16:22:06

주치의 선생님이 화도 상대를 봐가면서 내야지 내가 화를 냈을 때 상대가 더 크게 화를 내면 어떡할 거냐고 하셨는데 그 말을 듣자마자 유치하게도 자존심이 상했다 그 사람이 그렇게 나온다 한들 나도 한 성깔하는데 내가 더 크게 화를 내서 찍어눌러버리면 되지 죽여버리면 되지 이런 생각이 들고 화를 조절하는 게 현명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게 약하고 만만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12 이름없음 2022/09/03 16:25:30

그리고 나한테 화를 내는 게 즐겁냐고도 물으셨다 좀 망설이다가 솔직히 그렇다고 인정했다 아드레날린이 핑핑 도는 느낌이고 그 순간만큼은 아픔도 못 느끼고 도핑한 것마냥 온몸에 힘이 넘친다 그래서 지금이라면 날 화나게 한 저 새끼를 족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날뛰고 싶은만큼 날뛰고 나면 후련함과 시원함마저 들었다 물론 그 다음에 엄청난 근육통에 시달려야 했다 내가 모르는 사이 허리를 삐어서 한의원가서 침도 맞았다...

#13 이름없음 2022/09/03 16:33:53

근데 내가 일상에서 짜증이 잦은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잘 웃고 긍정적인 말만 하고 투덜거리는 일도 없다 (나보다 화를 덜 느끼는 사람들이 더 투덜거린다 ㅋㅋㅋ) 날씨가 더워서 불쾌지수가 높았던 날에도 좋아하는 노래 들으면서 즐겁게 산책했다 이것도 억지로 눌러참는 게 아니고 음~ 어쩔 수 없지~ 이 정도... 스트레스도 아니다 문제는 이렇게 잘 지내다가 누가 날 건드리는 순간 눈이 훼까닥 뒤집어진다는 거지 짜증은 안 내는데 폭발은 한다

#14 이름없음 2022/09/03 16:37:47

그래서 웬만하면 혼자 다니는 게 더 편한 것도 있다 타고난 천성이 혼자있는 걸 즐기는 것도 있지만 나도 내가 언제 빡칠지 모르기 때문에 인간관계가 괜히 꺼려진다

#15 이름없음 2022/09/03 16:44:26

내일 또 알바하러 가는데 성질내지 말고 웃으면서 안녕하세요~ 하면서 들어가야지

#16 이름없음 2022/09/03 16:47:13

ㅋㅋㅋ 엄마가 했던 말이 갑자기 생각난다 날뛰어댄 대가로 발목 보호대하고 절뚝거리며 다니는 날 보면서 그래도 교훈을 얻었다며... 화가나서 누굴 죽이고 싶을 때 이 경험을 떠올리면서 참으라고 했다 그래서 지금도 그렇게 참고 있다 화내면 나만 손해니까

#17 이름없음 2022/09/03 16:49:58

내가 화를 덜 느끼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18 이름없음 2022/09/03 16:51:25

화가나는 순간 거울을 보고 내 표정을 인지하면서 천천히 안면근육을 풀어보려고 한다 ㅋㅋㅋㅋ 아까 샤워할 때도 계속 빡치길래 거울 봐주면서 씻었다

#19 이름없음 2022/09/04 00:02:31

ㅋㅋㅋㅋ 나 오늘 화가 엄청 열심히 참았는데 얼굴이 새빨개져있어서 티가 났다고 하네...... 전혀 몰랐다... 몸에 열이 확확 오르긴 했지만 그래도 냉수도 마시고 찬물로 씻기도 했는데 얘기가 나올 정도면 얼마나 빨갰단 걸까

#20 이름없음 2022/09/04 00:03:09

지금도 살짝 뒷골이 땡기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