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빗방울 속에서 노아는 느린 걸음으로 따뜻한 추위를 느꼈다. 탁 트인 벌판은 어색한 자유였지만 온 몸에 든 멍은 노아에게 완전한 해방을 주었다.
조급한 노아
괘종시계 소리가 들리자 맨날 보는 사람들이 노아에게 다가왔다. "잘 잤니? 옆 방으로 가자." 특이한 옷을 입은 사람이 노아의 팔을 당기며 말했다. 노아는 항상 가던 방과 방을 지나치며 항상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사람들 중에 검은 옷을 입은 한 여성은 그런 노아를 보며 방긋 웃었다. 결코 부정적이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한 노아는 자신도 웃어보이며 잠이 들 때 까지 사람들의 요청대로 움직였다.
노아에게 하프슬란드는 자기가 아는 것의 전부였다. 하프슬란드는 콘크리트로 된 커다란 건물이지만 창문도, 비상탈출구도 없는 작은 환풍기와 1층에 있는 출입문이 전부인 감옥보다도 답답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하지만 노아는 세상을 몰랐고, 하프슬란드가 집이자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듣는 소리가 노아를 두렵게 했다. 음산한 그 소리는 노아의 발걸음을 돌렸다. 하프슬란드는 지금 밤이었고, 노아는 밤에는 돌아다니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소리의 근원을 찾기 위해 어두컴컴한 복도를 조심스레 걸어갔다. 미로 같은 통로를 얼마나 걸었을까, 작은 철창이 있었고 그 안에는 특이한 머리를 한 여자아이가 눈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노아는 그녀가 외계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를 두려워 하지 않았다. "살려줘!" 여자아이가 철창 밖으로 손을 내밀며 노아에게 소리쳤다. "쉿. 밤에는 조용히 해야 해." 노아는 조용히 여자아이에게 다가가며 주위를 살폈다. "이상한 사람들이 나를 납치했어! 혹시 너도 납치를 당했니?" 여자아이는 몹시 불안해 하며 노아에게 물었다. "여긴 하프슬란드야. 납치? 그게 뭐지?" 노아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에 생소해하며 철창 안에 갇힌 여자아이를 본능적으로 꺼내려 했다.
그들이 세계는 너무나도 달랐다. 노아는 하프슬란드 안에서 배운 것들로만 평생을 살아왔고, 여자아이는 바깥 세상에서 하프슬란드의 존재 자체도 모르며 살아왔다. "납치도 모르다니, 생긴 것만 이상한 줄 알았는데 정상은 아니네." 여자아이는 노아를 비아냥 거렸다.
여자아이가 가까스로 철창에서 나오자 노아의 손을 잡고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우린 여기서 도망쳐야 해."
"그게 무슨 소리야? 어디로 도망 간다는 거야?" 노아는 자신의 행동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았지만 속도를 늦출 수 없었다. 그들은 점점 아래 층으로 내려갔다. 노아는 아래로 내려갈수록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고 여자아이를 막으려 했지만 여자아이는 홀린 듯이 계속 내려갈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