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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상처 주게 허락할 테니
속상하고 화도 나고 그랬지만 결국 내가 느낀 감정은 서운함이었다. 너에게는 쉬운 일인지. 그냥 내가 너에겐 그 정도의 사람인 건지. 함께 보냈던 날들, 추억들, 모두 다 나에게만 소중했던 것인지. 그냥 그렇구나, 라고 넘기기에는 나에게 너는 꽤나 소중한 사람이었다.
서운하고 속상한 마음, 아프고 상처받은 마음, 꾹꾹 눌러담아 써내려간 말이.. 고작 잘못을 인정하기 싫어 자존심 세우는 말처럼 들릴지 몰랐다. 내 표현이 내 설명이 내 사과가, 모두 부족하고 서툴 수는 있다. 충분하지 못했고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의 진심까지 폄하 당하는 건 나를 꽤나 많이 속상하게 했다. 내가 어떤 말을 해도 너에게는 닿지 않을 것 같았다. 상실감, 회의감 같은 감정이 들었다.
너와 내가 잘 맞지 않는 건 아주 오래전부터 느끼고 있었다. 생각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고 그러다보니 의견도 늘 대립했다. 누가 옳다고 얘기할 수 없는 부분에서 자주 말다툼이 일었다. 불편한 감정을 자주 느끼곤 했다. 서운하거나 화가 나거나 이해되지 않는 행동도 많았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어렵고 힘들었지만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런 사소한 너의 단점, 나와 잘 안 맞는 부분들을 하나하나 따지고 넘어가기엔 너의 장점과 너의 특별함 너의 존재가 나에게 훨씬 더 소중했기 때문이다. 친구니까 그런 것쯤은 괜찮았다.
허탈한 감정도 컸다. 그동안 참고 이해하고 인정하고 배려하고, 너와의 관계 유지를 위해 노력해왔는데.. 그런 내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 같았다. 결국 이렇게 될 것을, 나는 무엇 때문에 노력해왔던 걸까.
무엇이 그렇게 너를 화나게 만들었을까? 왜 내 말들이 자존심을 세우며 대충 넘어가려는 것처럼, 화해할 마음이 없는 것처럼 비춰졌을까? 속상하고 서운하고..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을 애써 추스리며 뱉은 말들이... 어떻게 그렇게.. 보여졌을까.
밤은 자주 길어졌다. 항상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의 곁을 지켜주는 가족과 연인도 자주 내 얘기를 들어줬다. 우는 나를 달래며 어쩔 수 없는 일이니, 너무 힘들어하지 말라고도 해줬다. 나는 고장난 로보트처럼 행동하고는 했다. 자주 멍해졌고 내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까먹어 멈칫거리는 순간이 많아졌고 업무에 도저히 집중할 수 없었다.
다시 그날 일을 회상해보면, 오해의 연속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내 잘못을 인정한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언행을 했고 잘못된 단어선택을 했고 그래서 내 의도와 다르게 네가 받아드린 부분이 많다. 그날 만나기로 한날 새벽, 나는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다. 가끔 우울한 기분이 나를 덮칠 때면 나는 자기부정을 심하게 한다. 내가 한심하고 죽어 마땅한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자살충동과 함께 밤을 샜다. 해가 뜬지 한참이 지나고야 기절하듯 잠에 들었고 그래서 제때 일어나지 못해 약속시간도 조금 늦었었다. 그 당시에는 생각치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날의 나는 제대로 자지 못해 피곤하고 정신이 없음과 동시에 예민하고 불안정한 상태였을 것이다. 계속 '괜찮은척'을 하고 있었던 기억도 어렴풋이 난다. 그렇기에 평소보다 더 예민하게 굴었고 공격적으로 말을 했을 것이라 예상한다. 그렇기에 더더욱 나의 언행에 네가 화가 났고 상처를 받았겠지. 이 얘기를 한다면 너는 똑같이 자기합리화라고 대답할까? 변명, 핑계, 그뿐이라고. 내 예상이 맞을까봐 그게 두려워 차마 말하지 못했다.
가질 수 없는 것을 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