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추 꼽추 양상추

창작소설 2023/01/14 13:25:38

#1 이름없음 2023/01/14 13:25:38

화면 너머의 너는 때로 망각하는 모양이다 우리의 모든 유희는 언어에서 비롯되었음을

#2 이름없음 2023/01/14 14:30:36

[글 평가 부탁] 대충 쓴 초고를 인터넷에 올렸다. 물론 댓글은 한두 개뿐이 달리지 않는다. [세줄요약좀] [노잼 ㅅㄱ] 따위의 반응이 돌아오는 것이 일상이고, 스스로도 큰 기대는 없다. 누군가 제대로 된 평을 남길 리가. 지망생이란 사람은 넘쳐나니까. 나는 돋보이지 못하니까. 그러나 그 밑에 달린 댓글 작성자는 좀 다르게 생각했나 보다. [퇴고부터 해라. 맞춤법 다 틀린 거 안 보임? 난 니 글 읽고 싶으니까 제대로 된 거 들고 갠챗 와라] 신종 사기 수법인가? 그런 질문 대신 순순히 그 말에 따랐다. 관심에 갈증 난 인간답게. 너는 그렇게 나와의 일대일 채팅을 시작했다. 기실 너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는 단서란 거의 없었다. 온갖 사이트에서 개인정보를 뿌리고 다녔던 나와는 대조적으로. 유일하게 감을 잡은 것은 우리가 불평등한 관계라는 점이다. 너는 일정량 이상의 글을 요구했고 나는 따르기로 했다. 얼마나 활자가 부족했으면 이쪽이 쓰는 것을 읽고 싶어해. 아니면 그저 사람을 조종하는 데서 재미를 느끼는 부류거나. [아무거나 써라. 보내는 건 채팅으로 문서파일.] 채팅이 날아왔다. 상대의 개인정보를 신경 쓸 겨를 없었다. 아무런 주제도 정해 주지 않는다 하니 글감부터 잡아야 했다. 하자. 여기까지 와서 쓰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다. 관념의 바다가 범람하여 나를 덮친다. 얼마든지 오라. 아득한 수심 속으로 침잠하여, 삼천, 육천 구천 미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