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모이면 군대 이야기 많이 하지만 저는 좀 꺼리는 편이에요. 사건이 많았던 부대에서 복무했거든요. 근데 한 번쯤 얘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나서 이렇게 찾아왔어요.
군대 이야기
1. 13년 10월 추워지기 시작할 때 입대했던 저는 12월이 돼서 강원도 고성에 자대배치를 받게 됐어요. 논산에서 올라와 도착하니 어둑해졌고, 곧장 사수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저녁 식사를 마치곤 전입신고를 하고 생활관에 들어갔어요.
다행히 무거운 분위기는 아니었고 좋은 선임들이 많았어요. 웃으며 인사해주고 관물대 정리도 도와줬어요. 물론 제게 팔다리 없이도 이길 것 같은 선임을 골라보라고 하며 장난을 치기도 했지만요.
그렇게 얼렁뚱땅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행보관과 중대장 등 간부들과 면담을 하고 맞선임에게 선임들 이름을 받아적고 생활을 배우며 시간을 보냈어요. 그렇게 석식 시간이 다가오고 생활관의 한 선임이 생일이라 간부가 케이크를 챙겨줬다며 다같이 나눠먹었어요.
모두 축하해주며 선물도 챙겨주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그 선임이 나지막이 “마지막 생일이네.“ 하며 홀가분한 느낌으로 작게 후 하고 숨을 내쉬곤 웃으며 케이크를 나눠먹었어요. 아마도 내년에 생일 전에 전역하기에 그런 말을 했을거라 생각했죠.
그렇게 좋은 시간을 보내고 당일 생활관TV연등이 있어서 모두 영화 한 편을 골라 시청했어요. 그 선임은 정말 좋은 생일을 보낸 거죠. 영화가 끝난 뒤 ‘편안한 밤 되십시오.’ 하는 밤 인사와 함께 생활관의 불이 꺼지고 잠에 들었어요.
신병이라 2주 동안은 야간 근무가 없기도 했고, 온종일 몸이 긴장해 있어 그런지 아주 깊은 잠에 빠졌던 것 같아요. 군대에서는 취침 시간이 전투력과 직결되기에 굉장히 중요한 사안인데 새벽이 됐을 무렵 누군가 제 이름을 부르고 흔들며 깨웠어요. “야 OOO 일어나, 얼른!”
“으으…” 밝은 생활관의 형광등에 눈이 부셨고 신음하며 일어났어요. 제 머리 맡에는 하얀 A4 용지와 모나미 볼펜이 놓여져 있었어요. 옆자리에 있던 맞선임은 제게 “OO아, 정신차려봐. OO선임 자살했어. 진술서 작성해야해.” 라고 말했어요.
당시 선임들 이름을 못 외웠기에 “누구… 말씀이십니까…?” 하며 되물었고, 생일을 맞이했던 그 선임이란 걸 알게 됐어요. 그 선임이 작게 혼잣말 했던 “마지막 생일이네…”는 정말 생애 마지막을 의미했던 거에요.
당연히 아무것도 모르는 저는 진술서에 ’엊그제 전입왔으며 아무것도 모릅니다.‘ 라는 짤막한 한 줄을 적어내곤 헌병대가 다녀가고 다시 잠에 들었어요. 제게 군생활은 충격적으로 다가왔어요. ’부대가 사실 엄청 부조리가 심하거나 선임들이 무섭구나.‘하며 지레 겁도 먹었고요.
알고보니 선임은 우울증을 앓고 있어서 수면제와 우울증 약을 처방받았었어요. 그리고 생일에 생을 마감하기 위해 꾸준히 약을 복용하지 않고 모아두고 있었고요. 모두가 잘 시간에 침상에서 관물대에 허리를 기대고 가진 약을 한 번에 입에 털어넣고 자살시도를 했다고 했어요. 입에 거품을 물고 고개를 앞 뒤로 휘청거리고 있는 모습을 불침번이 보고해 응급조치가 취해졌고, 시간이 꽤 지난 뒤 살아나 이후에 의가사 전역을 했다고 들었어요.
오늘은 시간이 늦어서 내일 또 이야기 하나 적어놓을게요. 다들 편안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