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에는 되게 밝고, 어떤 날에는 되게 무기력해보인다네. 내가 생각하기에는 감정기복이 그렇게 심한 것 같지도 않고, 오히려 무덤덤한 편이거든. 근데 사람들이 얘기하는 거 들어보면 가끔 이상하기도 해.. 도대체 뭘까.
사람들이 자꾸 내가 이상하다고 해
내가 사실 요즘 건망증이 심해졌나봐.. 남자친구랑 어제 전화로 무슨 얘기를 했는지, 회사 사람들이랑 뭘 먹었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나. 어제 뿐이 아니라 아까는 팀장님이 오늘 점심 때 뭐 먹었냐고 물어보셨는데도 한참을 생각하다가 돈까스 먹었다고 할 만큼 기억력도 안 좋아졌어.
회사 분들이 요즘 하시는 말씀 중 하나가 오늘은 기분 좋아보이네? 혹은 무슨 일 있어요? 두 가지야.. 그리고 언제 썼는지 기억도 안 나는 돈, 게다가 이전보다 분명히 똑같이 먹는데도 두 배 넘게 나오는 식비.. 친구들이랑 밥을 먹었다는데 먹은 기억도 잘 없고, 배고프다고 말하면 1시간 반 지났대 밥 먹은지.
그런데 난 아무리 생각해도 밥을 먹은 기억이 없었거든..? 처음 이상하다고 느낀 건 이거였어. 그리고 그 다음에 두 달 정도 지나니까 먹은 적도 없는데, 그리고 내 카드 번호가 분명히 맞는데 뭘 먹었다는 결제내역이 있고..
>>3 봐줘서 고마워. 그치..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뭔가 그 다음부터 조금씩 낌새가 이상한 것들이 있어서.
우선 윗 레스를 봐도 뭔가 기괴하잖아..? 정리하자면 1. 먹은 게 없는 줄 알고 있거나 뭘 먹은지 별로 지나지 않아 배고픈 경우 2. 결제내역이 있는데 내 기억엔 어느 곳에 간 적이 없고, 그렇다고 카드 분실을 한 것도 아님..
처음에는 단기성 치매같은 거로 생각했어. 그러다 얼마 전에 남자친구네 집에서 나 혼자 잠에 들었던 적이 있는데 남자친구 말로는 내가 잠꼬대로 내 이름이 아니라 다른 사람 이름을 부르면서 00이는 행복하게 살고싶어요. 이러면서 벌떡 일어났다가 잤다는 거야. 베개에 머리가 퍽 박혀서 난 소리 때문에 깜짝 놀랐대.
아, 그리고 아까 거의 두 배 이상으로 먹는다고 했잖아, 분명히 나는 하루에 2끼를 먹거든? 그런데 돈이 떨어져서 카드내역을 보면 식당에서 결제한 건만 하루에 4건, 5건인 적도 있고.. 그 카드는 세상에 하나 뿐일 텐데 왜 그러나 싶어서 카드사에 문의도 해보고, 카드를 정지하고 다른 카드사를 이용해본 적도 있었어.
>>9 아예 없어.. 병원 진료도 받아봤어. 그래서 이상하다는 거야.. 뭐에 홀린 그런 느낌도 안 들어. 그냥 많이 먹고 기력이 딸린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는 그래. 근데 내가 기억도 안 나는 상황에서 내가 한 말들이 뭔가 기괴해. 주변 사람들한테 들은 얘기가 너무 많다보니까.. 뭐 다중인격 장애 단기치매 이런 쪽으로 검사도 다 했는데 아무 이상이 없대. 무당을 찾아간 건 아닌데 내가 무신론자긴 해도 절이나 교회에 가서 상담도 받아봤거든.. 차근차근 얘기해줄게
먼저 카드내역이 있다고 했잖아, 다른 카드사를 이용해도 똑같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어. 그래서 카드내역에 있는 음식점에 가보기로 했어.
>>14 정신과상담 받으러 여러 군데를 갔는데 아무 이상이 없대.. 나도 그게 이상해. 오죽했으면 의사 선생님께 다중인격일 경우에 의사가 못 알아채는 경우나 검사 결과에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냐고 여쭤봤었어..
>>15 이거부터 이어서 얘기하자면 음식점 두 곳 중에 먼저 한 곳에 가서 제가 먹은 적도 없는 음식이 결제됐다고 나온다. 정말 죄송하지만 제가 온 적도 없다. 다른 분한테 카드를 빌려준 적도 없다. 혹시 결제된 날짜와 시각에 씨씨티비 확인이 가능하겠냐고 했어.
첫 번째 음식점 주인이셨던 사장님은 경찰을 대동해서 온 것도 아니고, 가게 씨씨티비를 막 보여주는 건 안 된다고 하셨어. 설득을 해도 안 되더라..ㅎ 사실 틀린 말 하나도 없지. 그게 맞는 거긴 해.
두 번째 음식점에 갔는데 여기는 내가 진짜 자주 가던 분식집이라.. 집 앞이기도 하고 해서 사장님이랑 좀 친하거든. 가서 씨씨티비 좀 보여달라니까 왜 이렇게 오랜만이녜. 그쵸! 하면서 속으로 오랜만인데 왜 이틀 전에 결제내역이 있어요..?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니까 온 적이 없다는 거야.
사장님도 결제내역을 보시더니 이상하다면서 씨씨티비 확인해보고 연락 줄까? 하시다가 그냥 지금 별로 안 바쁘니까 보자 하면서 폰을 켜셨어. 요즘 씨씨티비는 폰으로도 연동이 되나보더라.
결제내역에 맞게 쭉 돌려봤는데 결제된 시간에 내가 온 적이 없는 거야. 부끄럽지만 내가 좀 눈에 많이 튀는 색으로 염색을 해서(형광연두, 새빨간 체리 이런 식으로) 얼굴이 안 보여도 머리 색으로 어떻게든 알아볼 수 있는데 전혀 그런 게 없었어. 그렇다고 카드 번호나 비밀번호를 유출한 적도 없고.. 결제처는 그 분식집이 맞아서 사장님이 결제취소 해주기로 하셨다.
그리고 하루는 집에 있는데 하루종일 누가 종이를 튕기는 듯한 소리가 나는 거야.
어느 방인지도 모르겠고 꼭 나를 따라다니는 것처럼 하루 종일.. 내가 잠귀도 밝고 청각이 좀 예민해서 평소처럼 신경 안 쓰려고 했는데 불규칙적으로 그러니까 너무 신경쓰이더라. 아 참고로 나랑 비슷한 사람 없진 않을 거야. 자기 집 말고 다른 집 알람소리나 진동 소리, 티비 소리도 들려서 아침에 깨고 그런 사람들 있잖아.
너무 정신이 사나워서 이어폰을 꽂고 있었는데, 에어컨 옆에 시커먼 게 있었어. 우리 집이 좀 고옥이라 원래도 여름에 벌레가 가끔 나오긴 하거든.. 가난한 자취생이라 ㅋㅎ.. 집을 구할 때 제대로 봤어야 했는데.
집이 오래 돼서 에어컨을 새로 설치한지 얼마 안 됐는데, 에어컨을 새로 설치할 때 뚫은 구멍 쪽 벽지가 완전 뜯어져 있거든. 그 벽지 뜯어진 부분에 시커먼 게 있었어.
불을 켜고 보니까 내 엄지 손가락만한 바퀴벌레가 있는 거야. 너무 놀라기도 했고.. 그 ㅅㅂ 알지 안 무서운데 갑툭튀로 보이면 놀라는 거. 너무 놀랐는데 그 와중에 너무 커서 신기했거든..? 그래서 사진도 찍어놨어. 에어컨이랑 벽지 모양에 그 바퀴벌레가 어떻게 있었는지 궁금하다면 사진도 올릴 수 있어.. 보고싶은 사람은 없겠지만.
뭐 암튼 뿌리는 에프킬라같은 게 있는데 그거로 치익 해서 죽여버리고 어찌저찌 잘 해결한 듯 싶었어. 그러다 한 일 주일 정도 지났을 거야. 갑자기 남자친구가 얘기를 해서 들어보니까 아무리 들어도 이상해.
보통 남자친구랑 자기 전에 전화를 매일 하고 자는 편인데, 바퀴가 나온 날도 전화를 하다가 잠들었어. 항상 우리는 남친이 나한테 00아, 끊어줄게~ 폰 보지 말고 자~ 하고 자. 괜히 화면 켜지면 눈부시다고.
그 때도 평소처럼 그러다가 갑자기 끊으려고 하니까 내가 남친한테 (남친이름)아, 바퀴벌레를 먹어보고싶다. 무슨 맛일까? 그래서 남친이 무슨 소리야~ 얼른 자~ 이런 식으로 얘기하고 끊었다는 거야. 뭐 그런 얘기를 하냐고 물어보더라.
별로 이상할 게 없다면 이상한 거고 한데..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 그리고 생각난 게 있는데, 요즘 내가 이런 자잘한 일이 너무 많으니까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지 거울을 보면 자꾸 슬프지도 않은데 눈물이 나와. 나도 내가 꼭 정신병이 있는 것 같아서 좀 해결하고 싶은데 어디에 물어봐도 답이 안 나오더라.
그냥.. 차라리 무서운 일이 팍 하고 터지면 좋겠어. 자잘하게 기괴한 것만 모아두니까 더 스트레스 받아. 도대체 뭘까.
쓸 얘기가 많은데 직장에서 월급루팡하지 말라고 그러나 갑자기 일을 시키네. 휴.. 해결하고 올게.. 보고있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없어도 그냥 기록용으로 와서 쓸게. 진짜 정신병이라면 모든 내용을 출력해서 의사한테 보여줘도 좋을 것 같고. 혹시라도 읽은 사람이 있다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