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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2023/08/10 16:48:45

#1 이름없음 2023/08/10 16:48:45

염증(炎症) 또는 염(炎)은 유해한 자극에 대한 생체반응 중 하나로 면역세포, 혈관, 염증 매개체들이 관여하는 보호반응이다. 염증의 목적은 세포의 손상을 초기 단계에서 억제하고, 상처부분의 파괴된 조직 및 괴사된 세포를 제거하며, 동시에 조직을 재생하는 것이다.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로는 병원체, 손상된 세포, 자극물질, 위험신호 등이 있다. 염증 자체는 질병이 아니며, 오히려 생명체에 필요한 방어 체계에 해당한다. (출처: 위키피디아)

#2 이름없음 2023/08/10 16:52:53

울음은 스스로에게 잠겨드는 것이다. 혹은 익사의 예행연습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눌러담지 못한 말은 기도를 막고, 앞을 가리고, 세상을 아지랑이 속에 던져넣는다. 그러나 흔들리는 모든 것들을 환상이라 할 순 없다. 표면장력은 영원하지 않기에. 그렇기에 때로는 향수를 느낀다. 잠겨들지 않고 태어날 순 없고, 바다를 떠나는 건 두려운 일이었으니. 첫 숨의 온도는 바닷물의 온도. 익사는 탄생을 추억하는 행위다.

#3 이름없음 2024/06/16 15:57:15

그러니까 나는 산소통이고 잠수복이고 뭐고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데 냅다 바다로 떠밀더니 지나가는 열대어 좀 보라는거다. 난 당장 익사할 것 같은데, 필사적으로 내뿜은 공기방울에 얼굴이 가려진건지, 그냥 무시한건지 모르겠지만 난 웃었다. 바다는 행복한 여행지여야 했으니까. 어쩌면 그 사람도 열대어에 그렇게 관심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추하게 개헤엄치고 있는 날 보고 '그래도 이렇게 예쁜 걸 보면 좋아하겠지' 싶은 마음에서 나온 선의였을지도 모른다. 고맙지만 필요없었고 헛수고였다. 난 당장 내 폐에 들이차는 바닷물이 문제였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결국 숨을 쉬려면 아가미를 만들어야 했다. 몇 번 붉은 숨을 내쉬면서도 들키지 않기만을 바랬다. 그러는 중에도 난 가라앉았다. 수압을 견딜 수 없어 몸부림쳤다. 결국 들켰고 몇몇은 박장대소했다. 아마 집에 돌아가서 신나게 떠들었겠지. 산소통도 안 매달고 잠수한 미친년이 있었다고. 그냥 나는 숨을 쉬고 싶었다. 그게 다였다.

#4 이름없음 2024/06/16 15:57:49

별은 죽을 때 가장 밝게 빛난다

#5 이름없음 2024/06/16 15:58:14

곧 하늘이 푸른색으로 뒤덮였다. 역설적이게도 청색 시대의 종말이었다. 누군가는 우울에 동사했지만, 누군가는 여름 한낮의 아득함에 휘청였다. 그리고는 가장 뜨겁게 불타올랐다. 아마 모순으로 가득찬 마찰열이었을 테다. 푸른색은 그런 이상한 색이었다.

#6 이름없음 2024/06/16 16:00:21

오늘은 학교에 실내화주머니를 안 들고 갔다 그래서 담임 선생님께 혼이 났다 한자 500번 쓰기 숙제를 받아서 슬펐다 하지만 오늘 4교시는 내가 좋아하는 미술시간이라서 좋았다 집에 오는 길에 슬러시도 사먹었다 재밌었다

#7 이름없음 2024/06/16 16:01:31

너와 한여름밤에 가로수길을 걸으며 눈물나도록 철없이 시끄럽게 웃고 같은 달을 떠나보내며 구름을 세고 싶어 별들은 빙글빙글 돌고 밤은 영원하지 않겠지만 시끄러운 푸른색으로부터 도망치기 전에 작별인사는 하고 가고 싶어서 더운 바람에 흩어지는 네 웃음소리가 어지러운 이 밤에 잠길때까지

#8 이름없음 2024/06/16 16:03:20

태양은 달빛을 사랑했다. 그 빛이 자신한테서 반사된 빛이라는 건 그에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달도 빛나기 싫을 때가 있었을텐데 말이다. 햇빛만을 바라보며 아지랑이에 잠겨 춤추거나, 흐르는 물 마저 죽여버리던 지난 자신의 사계절은 한심할 정도로 헛된 것이었다는 걸. 지구는 깨달았다. 오늘 밤은 네 번의 겨울보다도 춥다. 사무치는 새벽을 이겨낼 용기가 없어 기약없는 겨울잠에 빠지기로 했다. 이번에는 따뜻한 꿈을 꿀 수 있겠지.

#9 이름없음 2024/06/16 16:03:31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무의식이 만들어낸 허상을 사랑했다

#10 이름없음 2024/06/16 16:04:00

부서지는 파도가 아플까봐 나는 주저앉아 우는데, 정작 너는 보석처럼 찬란하게 흩어지고 햇빛은 어지럽고 하늘은 눈부시고 걱정하지 말라는듯 장난치며 내 발을 간질이는 너 눈에 맺히는 슬프도록 황홀한 여름의 바다 냄새

#11 이름없음 2024/06/16 16:08:12

오늘따라 보도블럭이 유난히 질척질척하다. 첫째 날엔 바다의 모든 물고기가 사라졌다. 둘째 날에는 모든 곤충들이 차례로 물로 뛰어들었다. 셋째 날엔 쥐들이, 넷째 날엔 개와 고양이가, 그리고 그 다음엔 사슴, 멧돼지, 뒤이어 아주 많은 동물들이 차례로 바다를 향해 뛰어들었다. 세상은 천천히 물로 변해갔다. 그리고 바로 어제, 그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그의 자취방엔 어디서 왔는지 모를 물이 온 방을 채우고 있었다. TV는 무심하게 노이즈를 내보내고 있었다. 짠 냄새가 난다. 오늘의 낮은 세 번의 겨울보다도 추웠다. 내가 녹아내린다면 얼어붙지 않을 수 있을까. 조용히 스며들고 싶다. 말 없는 햇빛을 뒤로하고, 아직 강으로 흘러가지 못한 누군가를 피해 보도블럭을 걸었다. 도로를 채운 물에 하늘이 비친다. 뛰어들 수 있을 것만 같다. 저 물은 따뜻할까. 나는 사실 어제 물이 된 그를 페트병에 담아왔다. 라벨도 뜯어냈고 열심히 본드도 떼어냈지만, 페트병이 많이 구겨진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급하게 여기에라도 넣어둔 게 다행이다. 그는 변하지 않기만을 바랬다. 나에게는 아가미가 달려있지 않으니까. 나와 연락이 닿는 것도 그 뿐이었고, 나를 마지막으로 본 사람도 그였다. 페트병을 끌어안았다. 분명 밖은 추운데, 물은 아직까지도 따뜻하다. 금방이라도 다시 사람이 될 것만 같이. 그렇지만 물에서는 짠 냄새가 난다. 약간의 비린내도 나는 것이 바닷물 같다. 바다를 처음 본 건 20년 전이었다. 바다는 눈 깜짝할 새 집 앞까지 치고 들어와, 파도가 평화롭던 집을 덮쳤고, 밀물과 썰물은 온 집안을 뒤흔들어놓았다. 그때는 참 무서웠는데, 이제는 바다로 향하는 것이 낫겠다. 물에 빠질 뻔한 나를 구해준 것이 그였다. 하지만 그도 바다로 변해버렸으니 이제는 어쩔 수 없다. 페트병 뚜껑을 열고 그를 아스팔트에 부어준다. 가둬놨어서 미안하다는 나의 마음이 전해졌을까. 밤 공기가 습하다. 이제 나도 돌아갈 준비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