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거리를 글로 표현하는 스레

창작소설 2023/12/28 20:27:11

#1 이름없음 2023/12/28 20:27:11

도시의 시끄러운 번화가는 온통 클럽과 노래방, 술집, 모텔로 가득했고 낮에 비추지 못한 알록달록한 색깔의 불빛들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술 냄새와 담배 냄새가 풍겼고 길바닥은 종종 담배꽁초가 떨어져있었다. 도시의 밤은 그야말로 낮보다 화려하고 밝았다.

#2 이름없음 2023/12/28 22:28:51

몽환적인 밤이다. 그녀의 눈에 비친 인간들의 도시는 그랬다. 철과 콘크리트로 뒤덮인 제국을 불만스레 바라보던 엘프는 지금 그곳에 없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기계들이 자아내는 빛의 전경에 압도되어, 그저 멍하니 서 있었을 뿐. "어때, 인간들의 도시도 괜찮지? 어떤 엘프는 엘븐하임의 5월이 생각난다고도 하던데." "그러고보니…." 그녀는 긴장이 풀린 몸을 바로하며 중얼거렸다. 비록 인공적인 빛이라지만, 반딫불이들이 가득한 5월의 엘븐하임이 생각나는 빛이었다. 고속도로와 자동차들의 별빛, 빌딩의 숲은 반딫불이, 엘프의 눈으로도 아주 작게 보이는 인간들은 엘프일까. "…닮았네." "그치? 여긴 밤이 예쁘다니까?" "뭐, 실상은 전혀 딴판이지만." 여기는 공해가 너무 심해. 말을 끝맺은 엘프는 창밖에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그래서, 당신 누구야?"

#3 이름없음 2023/12/31 08:37:32

노년의 우울감이 묻어난 여인이 프릴이 달린 새 양산을 쓰고 무작정 나온 것처럼 회백의 페인트 자국이 얼룩한 건물들 양편에는 새로 설치된 신식 가로등이 줄지어 서 있었다. 시청 설립에 적극 후원했다는 어느 대도시 출신 상속녀의 거금이 알차게 이 도시에 쓰이기는 했던 모양이다. 유령같이 희끄무레했던 전경이 이렇게 순식간에 환해진 걸 보면. 제법 멀끔하게 도시의 시선을 앗아가는 빛은 쭉 뻗은 다리까지 이어져 그 끝의 불 꺼진 전당포 밤거리에서 끊어졌다. 철거가 확정된 건물 몇 채를 빼고 제일 오래 남은 전당포는 좀도둑이 한번 드나들었던 걸 빼면 무난하게 한때 귀족이던 노부인들이 귀금속을 사러 드나드는 곳이었다. 하긴, 시청이 세워지기 전에 이 거리는 몇 세기 동안은 마차가 오가고 길가의 울퉁불퉁한 자갈들이 귀족가 여식들의 힐에 채여 굴러가곤 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