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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3/12/31 02:36:09
피🩸를 다양하게 묘사해줘
피🩸를 다양하게 묘사해줘
붉은 것은 언제나 밉다. 가령, 사랑을 터놓을 때 뜨거워졌던 그의 눈시울, 눈부신 아침이지 않느냐고 물어왔던 그의 입술, 그해 여름에 그의 집 정원에 흐드러졌던 장미와... 아직 따뜻한 그의 몸. 고작 몇 시간이면 사라질 온기를 나는 영원인 양 붙들었다. 잘 알면서도 그랬다. 그를 덮친 빨강은 수만 개의 눈물로도 씻어낼 수 없고, 무력한 나는 영영 붉어지기만 하리란 것을.
생명을 다루는 자들은 고통에 쉽게 무뎌진다. 날선 비명과 신경질에도, 장시간 수술복을 적신 거무죽죽한 액체에도. 살려고 또는 살리려고 발버둥치는 행위는 죽음과도 가깝다. 하루에도 숱한 죽음이 스쳐간다. 그럼 삶의 이유는 무엇일까, 별안간 든 생각에 다인은 어지러워졌다. 무의미하지 않은가, 언젠가 거멓게 말라붙고 말 피 같은 것은. 언젠가 숨이 멎을 인간 같은 생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