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내가 피폐한 일본 만화, 락앤롤, 수학 이론 탐구 등을 평생 좋아하며 살 줄 알았다. 평생 연애도 안 할 줄 알았고 연락처에도 가장 친한 친구 2명과 가족들만 남겨두려고 했었다. 대학도 안 갈 거라고 생각했었다. 공부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세상 물정도 몰랐기 때문에 (사실 이게 모든 헛바람의 원인) 한국에서 대학 진학을 포기한다는 결정을 감히 내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새 일기장...
그리고 나는 180도 변했다! 사실 어느 정도 변할 줄은 알았지만 적어도 큰 틀은 유지하고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난 앞에서 언급한 모습과 완전히 반대되는 사람이 되었다. 세상 물정을 모른다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나는 대학에 잘 왔고.. 그나마 오고싶었던 수학과에 왔고.. 유튜브에서 고딩때 수학 잘했던 수학과 인간들이 대학 수학을 극혐해하며 수학과 오지 말라고 떠드는 영상을 개소리라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딱 그렇게 됐다. (난 내가 진심으로 수학을 좋아하는 줄 알았기 때문에 한동안 상심에 빠졌다...) 난 좀 특별할 줄 알았는데 그게 걍 에고가 존나 짱 쎘을 뿐이라는 걸 알아버렸고 그 사실을 조용히 받이들이기로 했다...
지금 괴로운 이유는 그 뿐만이 아니다. 과거의 내가 즐기던 것들이 지금 보기엔 유치하기 짝이 없게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난 락음악이랑 락 듣는 걸 자랑스럽게 떠벌리고 다니는 인간들이 싫고 제 방구석을 벗어난 범위에서 애니 보는 걸 티 내는 인간들이 싫고 몇몇 작품을 제외한 일본 만화들이 모두 유치하고 오그라들어서 싫다. 위의 것들은 그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고 내 머릿속에 흑역사처럼 남아있어서... (사실 저것들이 정말로 싸구려 문화라서 그렇다고 조금은 생각한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막론하고 일애만과 락앤롤 얘기가 나오면 혼자서 몸서리치게 되는 것이다. 쪽팔림 때문에...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난 어린 마음에 내가 특별하다고 생각해서 제딴에 멋있어보이는 작품들을 향유하려고 했었고 콜라츠 추측을 증명하려고 했었고 간지나는 고졸로 살 줄 알았지만 사실 내가 듣던 노래와 읽던 책들이 존나 허접이었다는 게 보였고 콜라츠 추측을 증명하기에는 내 대가리가 평범하다는 게 보였고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평범하게라도 살려면 대학 나와야 한다는 게 보였다는 거다. 대가리가 크니까 자연스럽게 그런 게 보였다는 거다...
이 뼈아픈 팩트들을 갑자기 깨닫지는 않았고 하루하루를 흘러가는 대로 막연하게 살다 보니까 서서히 느끼게 되었다. 천천히 깨달았다. 그럼에도 새삼스럽게 글로 남기는 이유는 내가 아까 스레딕에 4년 전에 쓴 일기를 봤기 때문에... 쪽팔려서 죽을 것 같았고 그게 트리거가 돼엇따 이제 다시는 스레딕에 일기 쓰지 말아야지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