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꿈을 자주 꾸는 편이야 그 중 짧게는 몇주, 길게는 몇년에 걸쳐서 반복되는 꿈들이 있어 재미있는 건 꿈 속의 나는 그 꿈이 반복된다는 걸 인지하고 있는데 막상 꿈에서 깨고나면 내가 어떤 꿈을 꿨는지 까맣게 잊어버려 그러다가 그 꿈을 클리어하는 날 '내가 이 꿈을 반복해서 꿨구나' 하고 기억해내는거야
너희는 꿈을 <클리어>해본 적 있어?
내 기억 속 첫번째 반복되는 꿈은 내가 초등학생때였어 꿈의 배경은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였구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건물이 H자 모양으로 중앙에 넓은 통로가 2층부터 연결된 구조였어
그 꿈의 시작은 항상 어두운 밤 아무도 없는 학교에서 덩그러니 남겨진 나였어 불도 전부 꺼져있고 내가 의지할 수 있는 불빛이라고는 비상구를 알리는 초록색 불빛과 창문으로 들어오는 달빛 뿐이였어
그리고 나는 언제나 '무언가'에 쫓기고 있었어
내 남은 기억은 단편적인 장면 몇가지 뿐이지만 그 장면들을 짜집기해서 서술해볼게 일단 그 녀석의 생김새는 전형적인 처녀귀신이였어 붉은 원피스 또각거리는 새빨간 구두 얼굴을 뒤덮은 검은 긴생머리 옛날에 500원짜리 손바닥만한 괴담책 알아? 딱 그런 곳에 나올법한 귀신의 모습이였어
그게 다가올때면 또각또각 소리가 났고 나는 그 소리를 듣고선 어딘가 숨었던 거 같아 교장실 소파 아래에 숨어서 숨 참고 있을때 그것의 붉은 구두가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내 눈 앞을 지나가는 장면이 기억나거든
어느 날은 화장실 칸 안에 문을 잠그고 숨어있었는데 그게 옆칸에서 벽을 타고 넘어와서 손을 뻗어 내 머리채를 붙잡으려했고 또 다른 날은 중앙복도에서 그것이 날 발견해서 숨을 곳이 없었던 내가 창밖으로 뛰어내리기도 했어 간혹 그건 야구배트나 망치같은 걸 들고있기도 했던 거 같아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항상 그것에게 붙잡히기 직전에, 손이 내 코앞까지 다가왔을때 혹은 내가 죽기 직전에... 꿈에서 깨어났었어 그리고 눈을 뜨고 나면 아무것도 기억을 못했지 난 꿈 속에서 공포를 느낄지언정 고통을 느낀 적은 없었어
이 꿈을 꽤 여러번 꿨을거야 기억장면이 여러개 있으니까 그리고 학교에서 겨우겨우 탈출했던 날 탈출과 동시에 꿈에서 깬 나는 한참동안 그 꿈을 복기하다가 깨달았어 아 나 이 꿈 되게 여러번 꿨던 거 같은데, 왜 이제까지 몰랐지?
그날 이후로 초등학교에서 붉은 여자에게 쫓기는 꿈은 더이상 꾼 적이 없어
두번째 반복되는 꿈은 중학생때였어 그때 난 한창 메이즈러너와 프레디의 피자가게에 빠져있을 때였거든 그래서 그런지 아주 컴컴하고 거대한 미로에서 손전등을 들고 내 뒤를 쫓아오는 커다란 인형을 피해 탈출구를 찾는 꿈을 꿨어 이 꿈에 대한 기억은 많이 흐릿해 아마 몇번만에 탈출했었나봐
그 이후로 난 한동안 반복되는 꿈을 안꿨던 거 같아 내가 기억을 못하는 걸 수도 있지만
그러다 성인이 되고나서 세번째 반복되는 꿈을 꿨어 세번째부터는 좀 더 구체적일거야 세번째쯤 되니까 이 패턴이 신기해져서 여기저기 많이 얘기하고 다녔거든
오 신기하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