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더워서 땀을 흘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지면서 한기가 머리끝까지 도는 느낌이더라. 이 이야기는 한번도 쎄함을 느껴보지 못했던 내가 쎄함이라는 걸 진짜로 느끼게 된 중학교 때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야. 서울의 한 놀이공원에서 있었어.
너네 쎄하다는 느낌 알아?
기말고사가 끝난 후, 우리 학교는 중3들을 계속 수업량 유연화라는 걸 시킨다며 놀이공원이나 연극 같은 걸 보게 했어. 물론 나도 그 중3들 중에 하나였지. 어느 날, 우리 학교는 서울의 한 놀이 공원으로 학생들을 보냈어.
나 역시 친구들과 놀이기구를 타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 그러다 친구들은 배가 고프고 좀 지친다며 잠시 어딘가에 앉아서 쉬거나 음식을 사 먹었고, 나는 친구들이 쉬는 동안 놀이기구 하나만 더 타고 오겠다며 근처의 놀이기구로 향했어.
그 놀이기구는 아이들용 놀이기구여서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었어. 나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에 안도하며 그 놀이기구로 달려갔지. 그때가 겨울이였는데도 달려서 그런지 땀이 났었어.
놀이기구에 도착한 뒤, 한 남자 직원이 나를 보고 혼자 왔어요? 라고 했어. 나는 당연히 놀이기구에 혼자 왔으니까 네 혼자 왔어요 라고 했지. 근데 나 혼자 왔으니까 놀이기구를 혼자 운행시킬 수 없잖아? 그래서 남자 직원이 사람들이 좀 모여든 뒤에 놀이기구를 운행시키겠다고 했어. 그 뒤로 그 남자 직원은 좀 이상한 질문을 했던 것 같아.
나이가 몇살이냐고 물어봤는데, 이때 아직도 털옷 때문에 더웠음에도 불구하고, 등골이 추울 정도로 서늘해졌어. 그리고 정신이 딱 들더라. 그래도 그냥 아 내가 또 쓸데없는 생각 하는건가? 하고 혹시 모르니 17살이다. 라고 대답했어.
그 뒤로 남자 친구 사귀어 본 적 있냐고 물어보더라. 나는 사귀어 본적 있다고 했어. 그러자 그 남자 직원이 지금은 없냐고 물어봤어. 나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지금은 없다라고 했어.
사람들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직원은 어디 고등학교냐교 물어봤고, 나는 가가여고(지역 나오니까 가려쓸게) 1학년이라고 했어. 그러자 그 남직원은 나도 거기 출신인데? 나나고(가가여고랑 같은 지역 고등학교) 다녔어요. 하고 친구 되게 예뻐요. 라고 하더라. 또 우리 세살 밖에 차이 안나는 거 아냐고 했었어.
또 남친 사귈 마음 있냐 여고라서 못 사귀지 않냐 이러는 거야. 그리고 인스타 하냐고, 맞팔 하자고 했어. 나는 또 얼어서 아 인스타 한다고 했어. 그리고 맞팔을 했는데, 다른 혼자 온 여자 손님, 남자 손님한테는 안 그러더라.
그 놀이기구를 타는 3분 동안, 나는 빨리 도망가자, 라는 생각을 했어. 그 생각밖에 할 수 없었지. 저 알바생이 나한테 뭔 짓을 할지, 전화번호를 달라고 할지 모르는 일이였으니까. 지옥 같은 3분이 지나고, 나는 그 알바생이 뭐라 하기 전에 미친듯이 달렸어. 친구들과 모이기로 한 장소가 마침 근처에 있었고, 나는 친구들을 만나자마자 울음이 터져나왔어.
친구들은 왜 우냐고 물어봤어. 나는 아까 있었던 남직원과의 자초지종을 얘기했지. 애들은 일단 그 놀이기구 없는데로 피하자 라고 얘기했어. 다른 곳으로 가던 도중에, 나는 뒤를 돌아봤고, 놀이기구가 있던 곳에서 그 알바생이 웃으면서 나를 끝까지 쳐다보는 것을 봤어. 너무 소름이 끼쳤고, 나는 그 알바생의 인스타를 차단했어.
더 놀라운 건 나나고에 다녔던 그 남직원과 같은 나이인 내 친구의 오빠가 있었거든? 나중에 그 사람의 이름과 얼굴 모습을 얘기했더니, 졸업 앨범에서 찾아봤는데, 그런 이름을 가진 사람은 없었대. 도대체 가가여고가 있는 지역에 나나고가 있었다는 건 어떻게 알았고, 나한테 왜 거짓말을 한 걸까. 초등학교 아이들이 많이 현장체험학습으로 가던 놀이공원이였는데, 이게 내가 아직도 그 놀이공원을 가지 말라고 지인들에게 말하는 이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