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멸망에게 라면을 끓여준다 完

앵커 2024/08/19 20:30:14

#1 ◆k1bdDvDxU1z 2024/08/19 20:30:14

『성녀의 약조에 따라 일곱째 날에 세계가 완성될지어다. 그 세계에서 신이 이르건대, 인간은 답을 찾아야 할지니. 세계는 규칙을 지키고, 우리는 일곱째 날을 기다리리라.』

#2 1일차/7일차 2024/08/19 20:30:55

라면 두 봉지를 발견했다. 나 하나, 세계 멸망 하나, 그렇게 둘이서 먹으면 좋겠다. 바깥 날씨는 >>3 > 화창하다 > 비가 온다 > 눈이 온다

#3 이름없음 2024/08/19 20:35:53

화창하다

#4 1일차/7일차 2024/08/19 20:39:49

장마철이라 비가 후두둑 내렸다. 문고리를 잡으니 습기가 느껴졌다. 그러나 나는 화창한 날을 선호하였다. 문을 여니 햇살이 온화했다. 비가 온 흔적조차 없었다. 나는 즐겁게 발을 내딛었다. 외출을 하고 있다. 어째서? 그야 달걀을 위해서이다. 라면에는 달걀을 넣어야 한다. 대접해주는 라면이니 더더욱 그렇다. 문명이 황폐화되었어도 달걀은 존재한다. 심지어 이 근방이다. 행선지는 >>5 >암시장 >폐목장 >야산

#5 이름없음 2024/08/19 20:41:07

1

#6 1일차/7일차 2024/08/19 20:47:26

재난의 생존자들은 대피소를 만들었다. 사람이 있으니 시장이 생겼다. 당연한 이치였다. 사람을 사는 곳이 생겼고, 사람을 파는 곳이 생겼으니까. 물론 그중에는 계란을 파는 상인도 있었다. 대머리 상인이 닭장을 벽처럼 쌓아두고 있었다. 이 시장에서 돈은 통용되지 않았다. 물물교환을 해야만 했다. "어이, 성직자 양반. 가진 건 있으신가?" 내 꾀죄죄한 차림에 상인은 시비를 걸었다. 가진 게 있던가? 아마도 없었다. 그러나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면 달라질지도 몰랐다. 다행스럽게도 주머니에는 장물이 있었다. 장물은 >>7 > 목걸이 > 성서 > 총

#7 이름없음 2024/08/19 21:04:33

3

#8 1일차/7일차 2024/08/19 21:16:55

아아, 이 서늘하고도 묵직한 감각. 나는 품속의 권총을 그대로 뽑아들었다. 모처럼 총이 있겠다 이걸로 계란을 사든가 뺏든가 하면 되었다. "날 겨누는 건가?" "총구를 내 방향으로 둘 순 없잖아." 손짓을 했더니 수월히 계란 한 판이 손에 들어왔다. 이제 물물교환을 해야 했는데, 생각해보니 사기당하는 기분이었다! "그대로 가져갈 생각이야?" "으음, 그치만 생각해봐? 계란 한 판에 총 하나? 너무 바가지잖아!" "이 아가씨가!" 상인은 발끈했으나 꼼짝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양심을 지닌 성녀였다. 가짜 이름을 대어 외상을 걸어두었다. 이렇게 절약 구매를 했다. 라면에 넣을 또다른 것을 살 수가 있겠다! 맞은편의 상인이 다행히도 식자재를 팔고 있었다. 상인이 팔던 것은 >>9 > 만두 > 생선 > 소고기

#9 이름없음 2024/08/19 21:22:45

소고기라면 맛있겠다

#10 1일차/7일차 2024/08/19 21:32:24

담백한 식감의 소고기 라면이라니, 입맛이 돋아 큰일이었다. 입을 열기 전에 침부터 꿀꺽 삼켰다. 더군다나 소고기라면 권총과 바꿀 값어치가 된다. 방금 전처럼 외상을 하지 않고 정정당당한 거래를 할 수가 있다. 나의 권총은 소고기 3킬로그램과 물물교환되었다. 며칠은 두고두고 먹을 양이었다. 고작 몇 분이었으나 정든 권총에게 작별을 고했다. 그 고기는 조금 떼내어 다시 양파와 교환하였다. 소고기의 잡내를 잡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계란과 소고기, 양파라는 라면의 부재료가 모두 준비되었다! 집까지 한달음에 달려왔다. 재료들을 냉장고에 넣자마자 망이의 방을 살살 노크했다. "집에 돌아왔니?" 망이의 방문을 살짝 열어보았다. 아직 돌아올 때는 아니지만, 혹시 몰랐다! 망이는 >>11 >집에 있었다 >아직 집에 없었다

#11 이름없음 2024/08/19 21:33:17

2

#12 1일차/7일차 2024/08/19 21:40:32

슬프게도 망이는 아직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망이는 활발한 어린아이니까. 더군다나 망이를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망이는 그 누구보다 강하니까. 그래도 고려할 일이 생겼다. 일찍이 라면을 끓였다가, 소고기 라면이 다 식은 뒤에야 망이가 돌아오면? 대참사도 더 대참사가 없다! "저녁 시간이고, 망이를 데려와야겠네." 마음을 굳혔다. 망이가 너무 배고팠다간 세상이 살짝 조금 피해를 볼 수 있다. 저녁을 제때 먹여야 했다. 망이가 갈 만한 곳은 알고 있었다. 그러니 내 다리만 움직여주면 되었다. 망이는 내 예상대로 >>13에 있었다. >폐교회 >암시장 >바닷가

#13 이름없음 2024/08/19 21:45:44

바닷가

#14 1일차/7일차 2024/08/19 22:04:43

망이는 바다를 좋아하였다. 망이가 아직 모르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호기심 대장이었다. 바닷물에 발만 담갔다가 돌아오고, 발만 담갔다가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 그렇게 바다를 간단히 즐기면서도 망이는 꺄르르 웃고 있었다. 그 광경에 눈을 잡혀 잠시 오두커니 서있었다. "망이야, 이제 돌아가자." "아, 엄마!" 아직 젊어 아이도 없다. 그러나 망이는 나를 엄마라고 불러 달려들었다. 돌아오는 길, 망이는 내게 달라붙어 내 귀를 즐겁게 했다. 바다의 냄새와 맛, 모래의 감촉과 까끌거림, 심해의 비밀과 언어에 대해 망이는 수다를 떨었다. "엄마, 바다 너머에는 무엇이 있어?" 망이는 호기심을 갖고 궁금해했다. 지금 당장은 비어있었다. 그곳도 멸망에 휘말렸으니까. 그러나 망이를 위하여 나는 그 너머의 이야기를 창작해주었다. 바다 너머에는 >>15가 있었다. >해적 >황금의 도시 >낭떠러지

#15 이름없음 2024/08/19 22:09:55

황금의 도시 (기대작ㅎㅎ)

#16 1일차/7일차 2024/08/19 22:20:31

바다 너머의, 수천 년을 이어진 황금 도시 이야기를 창작했다. 벽과 기둥은 물론 땅까지도 도금되어 식물이 금박을 입고 자라나는 이상향이었다. 그러나 함부로 가닿을 순 없었다. 울창한 밀림과 갖가지 괴생물, 보물을 지키는 주술사까지 온갖 위험이 도사렸다. "정말 있는 거야?" "그럼." 정말 있다. 나는 답했다. "다음에 꼭 가보자! 꼭이야!" 망이가 보채어서 나는 당연히도 약속했다. 그렇게나 기특하고 귀여운 망이에게 줄 선물이 있었다. 암시장에서 정들었던 권총을 버리면서까지 얻었던 소고기 라면!

#17 1일차/7일차 2024/08/19 22:26:51

자른 양파와 소고기를 기름에 달달 볶은 후 기름이 솔솔 향긋한 냄새를 낼 즈음, 스프와 물을 부었다. 봉지라면의 빨간 국물이 보글보글 끓으니, 곧바로 라면을 반토막 내어 반만 넣어주었다. 나머지 반은 2분 뒤에 넣는다. 이러면 푹 익은 면과 꼬들꼬들한 면을 동시에 맛볼 수가 있다! 소고기를 볶으며 나온 기름이 반들반들 국물 위에 떠올랐다. 고소할 기름의 맛이 절로 연상되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외상을 주면서까지 힘겹게 구한 계란도 톡톡 깨트려 투입! 냄새를 맡은 망이가 내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노릇노릇 익은, 그리고 꼬들꼬들한 면이 두 가지 매력으로 젓가락에 달라붙었다. 망이에게 주기에 앞서 일단은 잘 익었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실은 요리 솜씨에 자신이 없다. 어릴 적부터 성녀로 자라 온실 속 화초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실은 라면도 처음 끓여본다. 하지만 라면은 쉬운 요리라고 하지 않는가? 신이여, 부탁입니다. 맛있게 잘 되었다고 해주세요! 양은 냄비 뚜껑에 올린 면을 젓가락에 돌돌 말아 입에 넣었다. 라면은 >>18 >맛있다! >그럭저럭이다 >대참사다

#18 이름없음 2024/08/19 23:18:45

dice(1,3) value : 1

#19 1일차/7일차 2024/08/19 23:30:03

이럴 수가 세상에나 마상에나 맛이 있다! 서로 다른 식감과 서로 다른 기름이 입을 현혹하니, 성녀인 나조차 식탐의 미혹에 넘어갈 듯만 하다. 잘 익은 소고기마저 한 점 올려 먹어보니, 입은 이미 전투 태세에 돌입하였다. 망이가 뾰루퉁해 내게 달라붙었다. 미안한 마음에 서둘러 상을 차려주었다. 망이는 서투른 젓가락질로 라면을 정성껏 입에 넣었다.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망이는 환하디 환한 미소를 지었다. 맛있다는 말을 하는데 나 역시도 알고 있다. 지금 내 미각 또한 환호를 부르고 있으니까. 내 요리 실력은 서투른데 무엇 덕분이었을까? 소고기가 좋아서? 총이 좋아서? 망이를 생각하며 사랑을 담아서? 그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신이 나를 도와준 덕분이다. 신이여,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엄마! 다음에 또 끓여주세요!" 망이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칭찬을 했다. 그러나 내 마음은 어두워졌다.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이었다. 라면은 귀한 재화이다. 공장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시장에 가도 구할 수 없다. 괜한 마음에 찬장을 다시 살펴보았다. 물론 방금 꺼낸 라면이 마지막이었다. 나도 안다. 그러나 혹시 기적이 있을 수도? 신이시여, 찬장에 라면이 있게 해주세요. 과한 욕심임은 안다. 없더라도 실망은 않겠다. 더군다나 내겐 다른 방법이 있다. 찬장에는 라면이 >>20 >있었다 >역시나 없었다

#20 이름없음 2024/08/19 23:32:12

있었다.

#21 1일차/7일차 2024/08/19 23:40:52

"감사합니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하였다. 라면을 분명히 빼내었을 찬장에는, 마치 화수분이라도 되는 양 라면이 두 봉지 들어있었다! 신의 능력을 이런 데에나 쓰고 신에게의 부탁을 이런 때에나 하다니, 성녀로선 실격 아닌가? 양심의 가책이 들었지만 교단은 이미 망했다! 그러니 좋았어! 내게는 지금 망이와의 생활이, 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망이에겐 양치질과 저녁 세면을 시켜주었다. 포근한 잠옷을 입히고 폭신한 침대에 눕혀주었다. 망이는 해변에서 하도 놀았는지 온몸이 주욱 늘어져 피곤해했다. 특제 소고기라면으로 원기를 보충해주어 다행이었다. 내일도 라면을 끓여주자. 나는 망이와의, 둘만의 생활이 계속되기를 바랐다. 평화와 이야기와 함께.

#22 1일차/7일차 2024/08/19 23:47:54

그 바람 탓인가? 그 소망이 일순간 박살났다. 난폭하게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손님이 아니었다. 그 다음에는 돌벽이 와르르 무너지는, 침입자나 낼 법한 폭음이 들렸기 때문이다. "엄마?" "괜찮단다!" 나는 망이가 놀라지 않도록 손을 포개 잡아주었다. "망이야, 내게는 귀한 인연이 있단다. 그 이야기를 해주었니?" "엄마, 나 무서워." "괜찮단다. 아마도 내 친구일 거야. 망이도 보면 한눈에 호감을 지닐, 정말로 좋은 사람이거든." 나는 사람의 모습을 떠올렸다. 망이에 버금가는 선의를 지닌, 나아가 미형의 미인이다. 성녀인 나의 두말할 것도 없이 오래된 친구이다. 망이가 두려워할 이유는 전혀 없다! 여기서 캐릭터 메이킹의 시간이다. 이름 >>23 성별 >>24 외모 >>25 특징 >>26

#23 이름없음 2024/08/19 23:50:09

릴리

#24 이름없음 2024/08/20 00:02:14

여자

#25 이름없음 2024/08/20 00:37:28

곱슬기 있는 중단발 길이의 금발, 생기있는 갈색 눈동자. 웃음이 예쁜 상냥한 인상의 미인

#26 이름없음 2024/08/20 14:51:33

악력 400kg

#27 이름없음 2024/08/20 15:07:09

두렵다...

#28 1일차/7일차 2024/08/20 16:55:34

걱정할 것 없다. 밖에 있는 이는 내 오랜 친구 릴리. 천진난만한 금발 미인으로 악력은 고릴라를 능가한다. 고릴라? 그거 실화야? 나는 망이의 방을 나서 친구를 환대했다. 뚫린 벽 너머로 짙은 밤공기가 서늘했다. 고릴라, 아니, 릴리가 머쓱하게 그 앞에서 웃고 있었다. "통풍이 잘 되네." "아하하, 실수야. 벽이 약해." 릴리는 머리를 긁적이며 나를 와락 안으려 들었다. 몸을 숙여 피했다. 고릴라에게 안기면 몸이 조각난다. "그건 그렇고 무슨 일로 왔어?" 화제를 돌려 나는 물었다. 그것은 나쁜 질문이었다. 릴리가 눈물을 뚝뚝 흘렸다. 눈을 부릅뜨어 조금은 망가졌다.

#29 의지 2024/08/20 17:00:41

"『 성녀여, 내 검을 축복해 지요?" 창세의 성녀여, 내가 왔습니다." "무엇을 키우는 겁니까? "살려】 나는 용사"

#30 1일차/7일차 2024/08/20 17:02:26

용사라고? 나는 주위를 더더욱 살펴보았다. 아하! 파괴된 벽 옆에 성검이 떨어져있었다. 엑스칼리버다! 내가 성녀이던 시절, 고매한 성기사의 은검을 축성해주었지. 바로 그 검이다. 이걸로 알았다. 침입자의 정체는 용사였다. 여차하면 성검에 망이를 잃을 뻔했다. 다행히도 제때 캐릭터 메이킹을 하여 용사를 릴리로 뒤집어씌우는 데에 성공했다. 현실 개변 능력이 있어 안심이다. 성기사의 강한 의지가 이에 저항해 마지막 불꽃을 내뿜었으나, 지금은 사그라졌다. 릴리는 아직 회복하지 못한 채였다. 저러다 날뛰기 시작하면 집이 박살날 것이다. 도와주어야 했다. 태연하게 말을 걸었다. "알았다! 그 일 때문에 온 거지? 참, 릴리도 유별이라니까?" 릴리의 방문 이유는 >>32 >피난 >휴가 >안부

#31 이름없음 2024/08/20 17:03:50

피난

#32 이름없음 2024/08/20 20:02:10

>>31

#33 1일차/7일차 2024/08/20 20:41:50

릴리는 북쪽에 살았는데, 그 땅이 모조리 소멸해버렸다. 땅이 사라지니 건물도 무너지고, 사람들은 차원의 경계로 흡수되어갔다. 그러나 릴리는 그런 비극을 겪기엔 너무도 강한 인물이었다. 정신적으로가 아니라 물리적으로. "날 죽일 수 없는 고통은 날 강하게 만들어." 릴리가 양손으로 V를 했다. "악력이 조금 더 강해진 것 같아." "그건 상당히 두렵구나." 지금까지의 행적을 기억해낸 릴리는 금방 진정했다. 방금 전의 사태는 이미 잊은 것으로 보였다. 릴리를 위한 침구류를 꺼내주어, 나 또한 침대에 걸터앉았다. 릴리는 어렵사리 피난을 왔다. 갈 곳 없는 신세이다. "그럼 계속해서 이 집에 머물러야겠네?" "신세 좀 질게. 일손이라면 얼마든 거들 테니까!" 릴리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무엇인가 박살나는 소리가 들렸다. 콰직? 공기가 압축되는 소리였나? 두렵다.

#34 1일차/7일차 2024/08/20 20:50:29

"잘됐네. 마침 도와줄 일이 있어." "정말? 벌써? 아하하, 내가 안 왔으면 어쩔 뻔했어?" 자신이 쓸모있어졌단 소식에 릴리는 기고만장해졌다. 나는 시공할 곳을 가리켰다. 릴리가 방금 부순, 우리집의 벽이었다. "천막이 있으니까, 그걸로라도 일단 가려." "아, 저 약한 벽?" "네가 강한 거야." 릴리는 풀이 죽었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망이의 방으로 돌아갔다. 망이는 이불을 꼭 붙들고 침대에 바짝 들러붙어 있었다. 두려울 만도 했다. 망이는 일찍이 성기사단의 습격을 여러 차례 받아왔다. 망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나 떨림이 느껴졌고, 망이의 공포 또한 느껴졌다. 망이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겠단 생각을 했다. 비어있던 책장을 보니 마침 책 한 권이 생겨나 있었다. 책장에 생겨난 책은 >>35 > 성서 > 황금의 도시 이야기 > 나와 릴리의 이야기

#35 이름없음 2024/08/20 20:58:04

황금의 도시 이야기

#36 1일차/7일차 2024/08/20 21:11:08

바닷가에서 망이와 돌아오던 길, 나는 황금의 도시 이야기를 지어내 들려주었다. 그 이상향의 더더욱 상세한 설정을 이 책은 담아내고 있었다. 황금의 도시는 세계만큼 오래되었다. 최초의 성녀가 일곱 날에 걸쳐 세상을 만든 직후, 한숨 돌리고자 만든 지상낙원이기 때문이었다. 최초의 성녀는 그 낙원을 밀림과 함정, 자연 속에 감추어두곤 그 낙원을 제 발로 떠났다. 한 고서에 실린 최초의 성녀와 성기사의 대담은 그 지상낙원을 언급하고 있었다. "성녀님, 아름다운 낙원을 왜 방치하신 겁니까? 시간이 지나며 볼품없이 낡아버릴 것입니다." 성기사의 질문에 최초의 성녀는 이렇게 답하였다. "다음번 창세의 성녀를 위해서이다. 그녀도 세상을 재건한 뒤엔, 나처럼 쉴 곳이 필요하지 않겠느냐." 황금 도시의 장엄함과, 금으로 된 비와 구름을 그 뒤로 책은 묘사하였다. 어느덧 소곤소곤 숨소리가 들렸다. 망이는 평정을 되찾아 꿈을 꾸고 있었으니, 책을 읽어주기를 잘했다.

#37 1일차/7일차 2024/08/20 21:16:35

망이는 꿈을 꾸고 있었다. 그것을 나는 알 수가 있었다. 불길한 조종이 어두운 밤을 가로지르며, 세상의 직선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네모난 침대가 사다 리꼴이 되었고, 네 모난 책의 모 서리가 끊겼다. 잠에 든 망 이 가 세 상을 잡아 먹기 시작하였 다. 그러나 괜찮다. 나는 오늘 라면을 끓이며 세상을 만들어냈으니까. 암시장과 대피소, 광활한 바다와 심해, 바다와 집을 오가는 길. 내가 만들어온 오늘치의 세상은, 망이의 하루 식량으로 충분할 것이다.

#38 2일차/7일차 2024/08/20 21:16:56

나는 신의 힘을 빌리는 창세의 성녀. 망이는 세상을 먹어 연명하는 나의 아이. 나는 매일 세상을 만들어 망이와 세상의 균형을 맞춘다. 오늘도 잘자렴, 망이야.

#39 2일차/7일차 2024/08/20 21:18:01

. 아침인가? 나는 그대로 망이의 방에서 곯아떨어졌던 모양이다. 바깥 날씨는 >>40 > 화창하다 > 비가 온다 > 눈이 온다

#40 이름없음 2024/08/20 21:33:35

눅이은다

#41 이름없음 2024/08/20 21:41:12

>>40 뭐가 은다고? ㅋㅋㅋㅋ

#42 2일차/7일차 2024/08/20 21:42:43

창문 너머로는 눈이 펄펄 내린다. 눈의 결정이 어쩐지 괴이하고 불길해보인다. 기분 탓일까? 더군다나 어제는 장마철이었는데? 진눈깨비 장마철이었나 보다. 눈이 오는 날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하나. 외출과 이동이 어려워진다. 도망가는 자에겐 불리하나 숨어드는 자에겐 유리하다. 둘. 날씨가 추워진다. 당연하지만 아주아주 중요한 특징이다. 릴리가 어제 방문하면서, 내 오두막의 벽을 박살냈으니까! 천막으로만 막아두고 잠을 잤다면 지금쯤 찬 공기에 집이 유린당하고 있을 터였다. 이 사태를 즉시 해결해야 할 릴리는, 지금 뭐하고 있는 거야? 이불로부터 비상 탈출하여 릴리를 찾으러 나섰다! 릴리는 >>43 > 벽을 수리 중이다 > 꿀잠을 자고 있다 > 망이에게 라면을 끓여주고 있다

#43 이름없음 2024/08/20 21:43:33

꿀잠!

#44 2일차/7일차 2024/08/20 21:53:16

거실로 나왔더니 온도가 매우매우 낮았다. 벽을 제대로 고치지 않았단 뜻이다. 릴리! 뭐하는 거야? 손님방에 쳐들어가니 금발 곱슬머리의 미인이 침대에서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정적인 대기, 상냥한 미소, 그리고 서늘한 온도까지. 그곳에는 숭고미가 있다. 엄지와 검지를 직각으로 세워 사각형을 만들면, 그야말로 액자 속 예술작품이 다름없겠다. 하지만 그 정체는? 피난민이다! 숙식을 제공받는 대신 열심히 일해주기로 했단 말이야! 친구라도 예외는 없어! 나는 이불을 털털 털어 내 친구를 강제 기상시켰다. 릴리는 침대에 기대어 앉아,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1, 2, 3초. 아, 이런, 바라보던 내게도 옮아버렸다. 엄격한 고용주처럼 일을 시키려 했는데. 분위기를 잡다가 뜬금 하품을 해버리는 내 모습에, 릴리는 눈물을 훔치며 미소를 지었다. 두 친구의 아침이었다.

#45 2일차/7일차 2024/08/20 21:57:05

"에엣취!" 그 미소는 이번엔 요란스런 기침으로 깨졌다. "으아아, 나 추워. 이 집 왜 이렇게 추운 거야?" "누구 덕분일까?" 하루를 시작하기에 앞서 몸을 녹일 필요가 있었다. 잠시 뒤 일어날 망이에게도 온기를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다행히도 우리 집에는 비품이 많아, 이런 한파를 나기 위한 준비도 해두었다. 몸에 온기를 보충할 >>46 >방한장구 >모닥불 >라면 >기타

#46 이름없음 2024/08/20 23:31:26

방한장구

#47 2일차/7일차 2024/08/21 00:22:32

창고를 열어보니 거위털 패딩과 폭신한 방한모, 나아가 두터운 장갑과 신발이 구비되어 있었다. 기능성도 뛰어나며 새것처럼 뽀송뽀송하고 좋은 향기까지 난다. 특히 모자에선 천이 두 개 삐죽 튀어나온 것이, 흡사 고양이귀 같은 귀여운 매력을 제공한다. 나와 릴리, 망이까지 모두 겨울을 대비해 중무장하였다. 방한장구가 있어 정말로 좋았다. 이 꽁꽁 언 계절 우리에겐 자유로운 외출이 허용되었다! 이는 오늘 특히 중요했다. 왜냐하면 용사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금은 릴리로 덮어씌웠지만, 어젯밤 성검을 든 용사가 망이를 노리고 우리집을 침범했다. 나와 망이를 추적하는 데에 성공했단 건데, 용사가 단독 행동을 할 가능성은 적었다. 일행이 있을 것이었다. 나와 망이의 행방이 어디까지 노출되었는지 염탐하여 대비책을 세워야 했다.

#48 2일차/7일차 2024/08/21 00:27:10

자, 그러니 오늘 우리 셋은 별개 행동을 한다. 나는 주변의 적대자를 정찰한다. 용사의 일행이 숨어있을 법한 공간을 물색한다. 집을 누군가 습격할 수 있으니 망이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다. 하루 편히 놀다오면 된다. 마지막으로 릴리에겐 벽을 고친 뒤 할 잡무를 주자. 염탐을 위해 나는 >>49로 향했다 > 폐교회 > 요새 > 야산 > 기타 망이는 >>50으로 놀러갔다 > 암시장 > 바닷가 > 꽁꽁 언 호수 > 기타 릴리에겐 >>51을 부탁했다 > 나와 동행해 호위 > 낚시 > 집을 지키며 창고 탐색 > 기타

#49 이름없음 2024/08/21 09:21:17

요새

#50 이름없음 2024/08/21 09:31:58

암시장

#51 이름없음 2024/08/21 10:11:49

집을 지키며 창고 탐색

#52 이름없음 2024/08/21 10:31:06

글 너무 잘 쓴다...

#53 2일차/7일차 2024/08/21 12:08:48

태초에 요새가 있었다. 태초에 암시장이 있었다. 태초에 창고가 있었다. 나는 따라 말하여 빛처럼 세상을 넓혔다. "릴리는 창고를 정리해줘. 망이는 암시장에 놀러가렴. 식자재가 있으면 챙겨줘." "엄마! 시장이 뭐야? 가본 적은 없어." "물물교환을 하는 곳이야. 여비를 챙겨줄게." 어젯밤 망이에게 읽어주었던 황금의 도시 서적을 가지러 갔다. 화려한 금박으로 장식되어 쏠쏠한 교환 대상이 될 것이었다. 책을 챙겨오니 그 짧은 새를 못 참고 망이가 위험한 것을 손에 들고 있었다. 어젯밤 용사의 유산이 된 성검, 엑스칼리버였다. "엄마! 나 이것도 가져갈래! 귀여워!" "그건 아무래도 안 되겠다." "으앙" 성검은 압수했다.

#54 2일차/7일차 2024/08/21 12:11:04

성검이라, 처치 곤란이었다. 나나 망이가 들고다녔다간 사람들의 경계를 산다. 릴리에게 줄 수도 없다. 집에 둘 수도 없다. 용사의 일행이 우리집을 습격해 성검을 발견하면 곤란하기 짝이 없다. 그러니 내가 들고 다녀야 비로소 안심하겠다. 경계를 사지 않겠느냐고? 그러니 신의 도움이 필요하다. 나는 마당으로 나와 성검을 눈밭에 꽂았다. 잠시 눈을 감고 성검을 손에서 떼어놨더니, 성검은 형태가 바뀌어 있었다. 휴대하기에도 좋고 오늘 탐색에 있어서도 유용할 물건이 되었다. 성검은 이제 >>55 > 망원경 > 수류탄 > 백팩

#55 이름없음 2024/08/21 12:26:20

망원경

#56 2일차/7일차 2024/08/21 14:53:14

내 손에는 성스러운 망원경이 있다. 잠입하는 대신에 멀리서 관찰하면 되겠다. 안전을 제1원칙으로 삼은 입장에선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등 뒤에 망원경을 매단 채로 야산과 절벽을 등반했다. 충분히 높다란 곳에 다다라 요새를 내려다볼 수 있게 되었다. 신성국神聖國이 세운 장엄한 요새는 이중의 높은 벽으로 보호받고 있었다. 벽은 별의 모양으로 꼭짓점마다 망루가 있어 망루가 열 개였다. 그 요새의 앞에는 미개척림이 가득해 통행이 어려워보였다.

#57 2일차/7일차 2024/08/21 14:55:46

그러나 샛길이 있었다. 요새를 출발지로 내 집을 목적지로 삼는다면 저 샛길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 보였다. 망원경으로 그 길을 흩어보았다. 좋은 시도였다. 나무가 없는 공터에 꺼진 모닥불과 텐트가 설치되어 있었다. 내 집과는 거리가 있었다. 아침에 출발한다면 밤에야 내 집에 도착할 수 있을까. 어제 용사는 밤 늦게 내 집에 도착했다. 아무래도 용사가 머물렀던 전초기지가 맞는 것 같았다. 샅샅이 살펴봐야겠다. 그러나 거리가 너무 멀다! 왕복했다간 이틀이 소진된다. 가능하면 오늘 중에 정찰을 마치고 귀가하고 싶은데. 먼 거리를 그나마 빨리 이동할 수 있을 도구? 그런 걸 챙겨왔을 리가. 그러나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면 달라질지도 몰랐다. 다행스럽게도 주머니에는 유용한 것이 있었다. 주머니에는 >>58 > 낙하산 > 와이어 건 > 소원의 램프 > 기타

#58 이름없음 2024/08/21 15:31:12

소원의 램프를 어떻게 참아

#59 2일차/7일차 2024/08/21 17:34:42

소원의 램프. 문지르면 램프의 정령이 나온다. 왜 이런 게 내 주머니에 있지? 램프에서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나왔다. 그 속에서 검은 양복 차림의 집사가 나타났다. 안경을 쓰고 있고, 길게 기른 앞머리로 왼쪽 눈을 가렸다. 저거 안 불편하나? "이런, 소원을 비시는 건 누구입니까?" "나야, 나." 당연한 대답을 했다. "저기 야영지가 보이지? 왕복으로 갔다 올래." "알겠습니다, 아가씨. 이제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소원은 확실히 이루어졌다. 나는 단숨에 야영지의 한복판에 들어왔다. 모닥불이 하나였고 천막도 하나였다. 한 명이 겨우 들어갈 법한 작은 천막이었다. 천막의 안을 들여다보았더니 모포와 포대, 그리고 잡다한 개인 물품이 보였다. 모두 1인용이었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살펴볼수록 내 감상은 점점 더 확고해져갔다. 이 야영지에 머문 이는 용사 단 한 명 같았다.

#60 2일차/7일차 2024/08/21 17:36:34

흠. 수상쩍을 만큼 성과 없는 정찰이었다. 수상했다. 하지만 더 조사할 것도 없다. 한숨 돌리고 돌아가기로 했다. 모닥불 위의 주전자에 녹차가 남아있었다. 나는 자리를 깔고 앉았다. 램프의 정령을 불러 맞은편에 앉도록 시켰다. 마침 컵이 두 개라서 둘이서 목을 축였다. 녹차는 찬물에 오래 우려도 먹을 만하다. 눈 쌓인 겨울 숲 한복판에서 냉녹차를 마시며 나는 집을 생각했다. 귀갓길에 식재료를 구해 돌아가자. 릴리와 망이에 나까지, 셋이서 먹어야 하니 식량은 많을수록 좋다. "숲에는 먹을 것이 많겠지?" "아가씨, 겨울 숲이라고요?" "혹시 모르지. 어쩌면 저 나무 바로 뒤에 있을지도." 나는 시야에 들어온 나무를 가리켰다. 나무 뒤에는 >>61 >버섯 >벌집 >곰

#61 이름없음 2024/08/21 19:51:08

버섯

#62 2일차/7일자 2024/08/21 20:26:59

햇빛이 닿지 않는 숲의 뒷면, 바람이 오지 못하는 풀의 밑바닥. 나무 밑동에는 버섯 군집이 자생해 무지개색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위험하다. 알록달록하면 독버섯이잖아. 성녀인 나는 식용 버섯 따위 골라낼 줄 모른다. "아가씨,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러나 램프의 정령이 다가왔다. 흙밭에 무릎을 꿇곤 버섯을 손수 분류해주기 시작했다. 서비스가 좋았다. 버섯을 한 움큼 얻었다. 램프의 정령은 거기에 더해, 내가 소원을 빌었던대로 나를 집에 데려다주었다. "오오, 고마워!"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사라질 몸이니까요." "뭐라고? 너 사라져?" "소원은 단 한 번뿐이었습니다." "안돼! 등장했으면 암시나 복선을 만들고 가야지! 이건 잘못된 인물 사용이야!" 내 부르짖음에도 불구하고 램프의 정령은 점점 희미해져갔다. 그 표정은 씁쓸하면서도 달관하고 있었다. "안녕히, 여러분. 여러분을 모시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램프의 정령은 어느덧 사라졌다. 안녕, 램프의 정령.

#63 2일차/7일차 2024/08/21 20:29:34

흑흑 "그건 그거고." 나는 슬픔을 바로 극복했다. "암시장에 망이를 보냈지? 망이를 마중하러 나가자." 망이가 암시장에서 과연 즐거운 하루를 보냈을까? 암시장으로 가면서 나는 걱정을 했다. 그러나 그 걱정은 기우였다. 마침 암시장에는 어린아이가 좋아할 놀이거리가 준비되어 있는 참이었다. 암시장에 설치된 >>64 >인형극 >서커스 >도박장

#64 이름없음 2024/08/21 20:37:35

오 선택지가 심상치않은데.... 도박장

#65 2일차/7일차 2024/08/21 20:46:39

술렁술렁 술렁술렁 이곳은 지하노역장. 인생을 건 도박에서 패배한 이들이 낙오하는 공간이다. 유별나게 어리석은 인간은 아니다. 그저 멸망한 세계 속에서 희망을 발견한 가련한 인간들에 불과하다. 그 희망을 얇은 카드와 칩, 그리고 결탁한 딜러에게 품었다는 것이 그들의 유일한 실수. 노역을 통해 얻은 통화로 일일외출권을 따내는 것이, 이제는 그들 인생의 유일한 낙이 되었다. 그리고 그 지하노역장의 위층. "와아아" "깔깔깔" 아이들이 재미난 도박놀이를 하고 있다. 망이도 그곳에 있었다. "망이야, 집에 돌아가자." "아, 엄마, 안돼." "얘, 집에서 맛있는 거 해줄 테니까, 돌아가자." "안돼. 엄마. 나 빚져서 잡혔어." 그게 무슨 소리니 망이야.

#66 2일차/7일차 2024/08/21 20:53:07

다행히 내 주머니에는 램프가 있었다. 망이의 빚은 사탕 세 개 값이라 빚을 갚고도 칩이 열개 남았다. 위험했다. 용사도 해치우지 못한 세계 멸망을 일개 도박이 해치울 뻔했다. 도박, 사악하고 무섭구나! "엄마, 미안해요. 첫 판은 분명 땄었어요." "어린아이에게 도박은 금지야! 이젠 절대 하면 안 돼?" "네!" 망이는 규칙을 세워주면 잘 지킨다. 심하게 혼낼 필요는 없다. 어린아이에게 도박은 금지다. 어라? 그런데 난 성인이다? 해도 된다? 흐음. 카운터를 보니 칩 100개와 교환할 수 있는 상품이 있다. 저거 좀 괜찮을지도? 도박장의 경품은 >>67 >한 달치 라면 >침입자 방지용 결계 >3인용 요트

#67 이름없음 2024/08/21 21:10:32

한 달치 라면

#68 2일차/7일차 2024/08/21 21:23:03

내게는 램프를 팔고 남은 열 개의 칩이 있었다. 램프의 요정아, 고마워! 칩을 90개만 더 얻으면 경품을 탈 수 있다. 시간을 오래 끌 것도 없다. 단판승부다! "이보게나, 진심인가? 발을 빼게나. 보아하니 어린 아이도 있는데...." 딜러는 애꾸 노인이었다. 나를 걱정하여 말리려 했다. "됐어. 이대로 인생을 걸지." "후후후, 그렇다면 바로 시작하겠네. 칩 90개가 걸렸네." 과연, 걱정하는 시늉이었다. 곧바로 게임을 시작해 퇴로를 차단했다. 낙장불입이라는 건가. "엄마, 힘내!" "글쎄다, 어려울게다." 망이의 응원을 딜러는 가로막았다. "나는 룰렛을 30년간 해왔으니까. 요 10년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어."

#69 2일차/7일차 2024/08/21 21:31:58

이럴 수가. 강적을 만났다. 룰렛의 숫자는 0에서 36. 나는 구슬이 들어갈 칸의 숫자가 홀수인지 짝수인지를 맞추어야 한다. 긴장되는 순간, 딜러가 긴장하고 망이가 긴장한다. 그러나 나는 다소 홀가분한 마음으로 내 선택을 공개한다. "홀수로 하지." "그럼 룰렛을 돌리겠네. 스나이퍼의 실력을 보여주지." 스나이퍼. 원하는 칸에 구슬을 넣을 수 있는 실력 있는 딜러를 말한다. 뭐? 이거 사기 아냐? 사기 도박이잖아! 하지만 평정을 잃진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신의 말씀을 듣는 성녀니까. 여기서 지면 지하노역장에 가겠지만, 설마 가겠는가? 결국 룰렛의 구슬을 넣는 이는 신이다. 구슬은 신의 법칙에 따라 그 행선지를 골랐다. 구슬이 들어간 칸은 >>70 >홀수 >짝수 >0

#70 이름없음 2024/08/22 03:11:51

짝수

#71 2일차/7일차 2024/08/22 13:01:27

술렁술렁 술렁술렁 이곳은 지하노역장. 인생을 건 도박에서 패배한 이들이 낙오하는 공간이다. 유별나게 어리석은 인간은 아니다. 그저 멸망한 세계 속에서 희망을 발견한 가련한 인간들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나 역시 가련한 인간에 불과하다. "24601! 퍼뜩 이동해!" "이럴 수가." 신이 나를 버렸다. 어두컴컴한 지하 갱도를 나는 걸어간다.

#72 2일차/7일차 2024/08/22 13:05:19

짚이 깔린 감옥에 앉아 조명 없는 천장을 바라다본다. 땅 속까지 냉기가 스며들어오는, 폭설 내리던 날이었다. 어제 갑자기 나타난 용사. 그 뒷조사를 하러 외출을 나갔다. 정찰 결과 이상 없다는 결론을 내고 그대로 망이를 데리러 갔지. 그러다 어쩌다 이런 신세일까? 그러나 희망은 있다. 나는 성녀이고, 망이가 있고, 릴리가 있다. 지하감옥의 벽을 지긋이 응시했다. 곧 활로가 열렸다. 지하감옥의 벽은 >>73 >그대로였다 >형 체를 잃 고 녹아내렸 다 >고릴라에게 얻어맞은 것처럼 무너졌다

#73 이름없음 2024/08/22 17:33:11

심상치 않은 두 번째

#74 2일차/7일차 2024/08/22 18:35:22

벽이 형체 를 잃 무너져 렸다. 어젯밤 보 았던 그 현상이다. 그 범위에서 벗어나고자 서둘러 감옥을 뛰쳐나왔다. 도박장의 외벽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세계의 끝이 되었다. 세상이 색을 잃고 선이 점으로 변하며 원리는 훼손되었다. 그러나 망이만은 형태도 존재도 그대로였다. 무색 세계 속에서 유색의 망이를 쉽게 찾을 수 있던 이유다. 한 발짝 망이는 벽에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 얼굴에는 마른 자국 , 그리고 축 늘어진 팔다리 . 망이가 울다 지쳐 잠들었음을 뜻했다. 도박에서 패배한 나는 설명할 틈도 없이 지하노역장으로 끌려갔다. 망이는 이에 헤매며 나를 찾아 그리워했던 것이다.

#75 2일차/7일차 2024/08/22 18:36:31

두 발짝 세상은 흘러내렸다. 떨어졌다. 위를 향해 곤두박질쳤다. 잠든 망이가 꿈속에서 세상을 먹어치우는 중이었다. 선과 악, 흑과 백, 유사함과 대립됨. 세상의 여러 재료가 망이의 음식이 되었다. 세계 멸망의 현장이었다. 걱정되었다. 망이가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다. 망이가 눈을 뜬다면 볼 광경을 생각하였다. 그런 광경을 보여선 안 된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므로 세 발짝. 나는 망이를 정중하게 안아매곤, 집의 방향을 겨누어 걸었다. 땅은 길이 되기를 거부하였다. 그러니 우직하게 걷는 수밖에 없었다.

#76 2일차/7일차 2024/08/22 18:39:35

내가 오늘 만들어냈던 새롭고 취약한 세상 이, 암시장과 도박장과 요새와 풍경이 규칙 없이 허물어졌다. 열두 발짝, 서른한 발짝, 그리고 삼백육십 발짝. 결국엔 천팔십 발짝을 걸어 우리의 집에 도착하였다. "망이야, 일어나자." "어, 엄마?" 망이는 머뭇거리다 내게 다시금 폭 안겼다. "엄마! 돌아왔구나!" "그럼. 엄마는 어디 안 가." 망이는 나를 그대로 끌어안았다.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망이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엄마, 도박은 안 돼?" "알겠단다. 엄마가 미안해." 책임을 통감했다.

#77 2일차/7일차 2024/08/22 18:42:49

망이와 함께 귀가한 날이었다. 조금은 정처 없는 모험을 거쳐, 조금은 힘들게. 반면 자택 경비를 하며 집에서 시간을 보내던 식객이 있었다. 릴리는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우릴 마중이라도 나와 주지! 릴리는 >>79 >꿀잠을 자고 있다 >요리를 하고 있다 >집을 증축하고 있다 >기타

#78 이름없음 2024/08/22 19:45:03

발판

#79 이름없음 2024/08/22 19:51:25

집을 증축하고 있다

#80 2일차/7일차 2024/08/22 20:07:15

집의 가로가 두 배, 세로가 두 배, 높이가 두 배 늘어났다. 곱하여 부피는 여덟 배 늘었다. 릴리는 마치 뱃머리의 조각상처럼 집의 꼭대기에 앉아있었다. 지붕을 망치질하는 중이다. "릴리!" "앗, 돌아왔구나!" 내 부름에 릴리는 지붕을 박차 날아올랐다. 떨어졌다. 그러나 낙법을 취하기는커녕 지면에 주먹을 꽂아넣었다. 이를 히어로랜딩이라고 한다. "집을 증축하고 있던 거야? 우린 엄청난 모험을 하고 왔어." "많이 힘들었나 봐?" "지하노역장에 갇혔어." "벽을 부수면 되잖아?" 이럴 수가. 고릴라는 인간의 마음을 몰랐다.

#81 2일차/7일차 2024/08/22 20:12:39

증축된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내 시선을 알아챘는지 릴리는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폈다. 갈색 눈동자엔 세심한 예술혼이 깃들어 있었다. 릴리의 헛기침에 땀으로 흠뻑 젖은 금발이 찰랑찰랑 흔들렸다. "엣헴, 공사는 아직이야! 엄청난 걸작을 만들 거라구!" "내 집이 대체 뭐가 되려는 거지?" "엄마, 나 두려워." 나 역시 매한가지였다. 릴리의 최종 목표는 >>82 >성 >방주 >3층 집 >기타

#82 이름없음 2024/08/22 21:34:42

방주

#83 2일차/7일차 2024/08/22 22:04:36

"이 집을 방주로 개조할 거야!" 릴리는 떠돌이 신세가 처량했던 나머지 집을 가진 우리마저 떠돌이로 만들려 했다. 이제보니 1층의 자재도 돌에서 나무로 바뀌어있다. "방주가 뭐야?" "배를 뜻한단다." "와! 그럼 바다 너머 황금의 도시로 갈 수 있겠네?" 그래도 망이가 좋아하니 납득하기로 했다. 릴리에게도 남아도는 힘을 쏟아부울 곳이 필요했다. 릴리는 공구를 수납하고 몸의 먼지를 털어냈다. 하루의 일을 마칠 시간이다. 우리 모두에게 긴 하루였다. 먼지를 털듯이 하루의 이야기를 털 때가 왔다. "맛있는 걸 먹고 자자! 오늘은 소고기 파티야!" "오오!" 어제 대량으로 사온 소고기를 소진할 때가 왔다.

#84 2일차/7일차 2024/08/22 22:16:12

화르르 타오르는 불판. 조리는 릴리가 맡았다. 석쇠에 오르는 오늘의 주인공. 그 얇은 두께에 어찌 달콤하고 감칠맛 나는 육즙을 한가득 담을 수 있는지 실로 놀라울 따름이다. 존재감을 과시하는 붉은 근육과, 속속에 스며든 하얀 지방. 고기를 뒤집으면 짙게 익어 불맛을 입은 새로운 면모가 드러난다. 릴리가 일하는 사이 망이는 즐거워하고, 나는 파채를 길게 썰어 살짝 매운 양념에 버무린다. 고기 굽는 소리와 매콤한 야채, 그리고 망이의 즐거움. 최고의 조합이다. 한바탕 파티를 즐긴 후 나는 먼저 돌아가기로 했다. 육체에 한계가 왔다. "벌써 피곤해?" "엄마, 약해!" 억울했다. 릴리는 고릴라이고 망이는 이미 한번 곯아떨어졌었다. 나는 이제 피로를 덜어야 했다. 나는 침대로 돌아가자마자 짙은 밤에 잡혀 의식을 잃었다.

#85 3일차/7일차 2024/08/22 22:17:16

. 아침이다! 바깥 날씨는 >>86 > 화창하다 > 비가 온다 > 눈이 온다

#86 이름없음 2024/08/23 10:41:38

비가 온다

#87 이름없음 2024/08/23 10:46:07

비가 온다. 앗 뒷북..ㅎ 그래도 용케 같은 내용이네

#88 3일차/7일차 2024/08/23 11:43:18

굵은 빗줄기가 유리창에 한가득 내리꽂혔다. 이런 폭우라면 이동조차 어렵다. 나도 망이도 릴리도 오늘은 실내활동을 해야할 성싶다. 릴리의 공사에도 차질이 생기겠다. 실내 작업이라면 할 수 있을지도. 나는 창문으로 다가갔다. 젖어드는 자연물을 바라보았다. 비가 후두둑 내렸다. 딸랑딸랑 내렸다. 딩동 내렸다. 응? 의성어가 이상하다? 작은 종 울리는 소리, 소리 울리는 작은 종. 창문을 위로 올려 열었다. 외벽의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 그곳이 근원지였다.

#89 3일차/7일차 2024/08/23 11:44:40

"어디 종이 있나?" "종은 상징입니다." "우왓 깜짝이야!" 혼잣말을 했는데 누군가 답을 했다. 남성의 목소리였다. "종은 손님을 상징합니다. 새로운 인물이 등장합니다. 새로운 인물은 새로운 사건을 뜻합니다. 더군다나 그 인물은 신비로움을 연출하지요." "본인을 말하는 거야?" "말미암아 그는 비밀을 폭로합니다. 지켜야할 일상을 묘사하던 어제. 그 대립항으로 적대자가 나타납니다. 따라서 종은 위기를 상징합니다." "정체가 뭐야?"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나 오직 금색 종이 허공에서 딸랑딸랑 떨리고 있을 뿐이었다. 오직 인기척만이 있었다.

#90 3일차/7일차 2024/08/23 11:48:01

"실례합니다. 저는 형체가 없습니다." "진심이냐." "가능하다면 성녀님께서 제게 형체를 주셨으면 합니다." 그 정도라면 쉽다. 캐릭터 메이킹의 시간이다. 비 오는 날은 외출이 어렵다. 그러니 사건이 일어나려면 집에 손님이 찾아와야 한다. 그 손님의 외형을 정해주면 되었다. 능력을 발동하고자, 나는 찬물을 마시며 머리를 맑게 했다.

#91 3일차/7일차 2024/08/23 11:49:14

"그나저나 당신은 누구야?" "망이의 아버지입니다." "푸와앗" 찬물을 뿜었다. 외형 >>92 특징 >>93

#92 이름없음 2024/08/23 12:57:46

키 140쯤에 붉은 눈동자. 피부는 검고 백발 생머리를 땅에 끌릴정도로 기름

#93 이름없음 2024/08/23 15:13:39

일반적으로는 얼굴을 인식할 수 없다. 거울, 수면 등에 비춰진 모습 또는 사진이나 영상, 그림을 이용하는 등 우회적으로는 인식할 수 있다.

#94 3일차/7일차 2024/08/23 16:38:16

망이의 아버지에겐 얼굴이 없었다. 대신 어두운 피부와 바닥에 끌리는 긴 머리가, 그의 유별남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고인 물웅덩이에 불길한 붉은 빛이 어렸다. 이는 수면에 반사된 그의 눈동자였다. "망이의 아버지라함은." "망이를 저런 존재로 바꾼 원흉이지요." 그가 내 말을 완성시켰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그쪽은 망이의 어머니를 자칭하시죠." "그래. 망이를 만든 건 나였으니까." 이번엔 내가 그의 말을 완성하였다. 굵은 빗줄기가 그의 검정빛 안면을 갈랐다.

#95 3일차/7일차 2024/08/23 16:40:09

"초면이로군."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건 이론異論의 여지가 있는데." 그를 경계하였다. 모종의 사연과 목적을 갖고 나를 방문함이 틀림없었다. 나 홀로 그에게 맞서기란 어려웠다. 조력자가 필요하였다. 그러므로 신이여. 그곳에 계십니까? 신께 저를 맡기려 합니다. [>>96] >긍정 >부정 >침묵

#96 이름없음 2024/08/23 17:14:43

긍정

#97 3일차/7일차 2024/08/23 18:45:45

신이시여, 응답하여 주어 감사합니다. 지금부로 저는 협상을 해야 합니다. 상대는 일방적으로 준비를 마치곤 저를 기만하려 드는 상태입니다. 저는 노려지고 있사오니, 저는 망집에 잡혔으니, 저는 지킬 것이 지나치오니 한발짝 뒤에서 객관적인 시선을 견지할 수 있는 신께서, 제게 조언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다만 바람입니다. 그러나 간절합니다. 나는 기도를 올리고 현실로 돌아왔다. 얼굴 없는 사내가 눈앞에 있었다.

#98 3일차/7일차 2024/08/23 18:48:29

"저를 경계하십니까? 그것은 옳은 자세입니다. 저는 당신의 목숨을 노리는 적이거든요." "초면에 왜 그런 말을 하지?" "일부러 경각심을 드렸습니다. 저는 경고를 위해 방문했기 때문입니다." "날 노린다고, 내게 예고하러?" 내 날선 음절에 그는 손을 내리저었다. 내 말을 부정하고 있었다. "망이의 목숨을 노리는 존재가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경고하러 왔습니다." "누가 망이를 노려? 그리고 당신이 누구길래?"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거세지는 비소리. 상대는 선언했다. "동맹을 맺으러 왔습니다. 당신과 같은 목표를 지녔고, 같은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99 3일차/7일차 2024/08/23 18:49:02

"헛소리. 나는 당신이 누구인지 모르고, 적이 누구인지도 몰라." "그렇다면 지금부터 담소를 나누면 좋겠습니다." 대화의 주제를 고를 시간이 되었다. [>>100] > 상대의 정체 > 적의 정체 > 기타

#100 이름없음 2024/08/23 22:39:57

적의 정체

#101 3일차/7일차 2024/08/23 23:06:02

"세계는 지금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창세의 능력을 지닌 당신과, 세계를 먹어치우는 멸망에 의해." 맞는 말이다. 나와 망이. 창세와 멸망. 정반대의 존재가 의아하게도 공존하며 살고 있다. "그 균형을 싫어하는 세력이 둘 있습니다. 하나는 저이고, 다른 하나는 용사입니다." "용사?" 터무니없는 이름이 나왔다. 뭔가 맥빠지는 감이 있어, 나는 시원스럽게 반박했다. "네가 잘못 아는 거야. 용사는 내가 토벌했어." 릴리를 뒤집어씌우면서 나는 용사의 존재를 세계에서 말소했다. 정찰 결과 용사의 일행도 발견하지 못했다. 안전을 확보했다고 생각해서 나는 평화로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상대는 고개를 저었다. 표정은 보이지 않아 알 수가 없었다.

#102 3일차/7일차 2024/08/23 23:10:02

"성녀여, 현실 개변으로 용사를 무찔렀겠지요?" "당연하지! 확실히 없애버렸는걸!" "용사는 축복을 받은 존재입니다. 현실 개변에 저항력을 지닙니다. 개변이 성공했다 하더라도 머지않아 풀리고 말죠." 그 말에 나는 경직되었다. 나와 망이에게는 별다른 무력이 없다. 능력이 묶인다면 용사를 이길 방도가 없다. 나는 마음을 진정시킬 겸 조금은 허세를 부렸다. "괜찮아. 한 명 정도야 내가 억누를 수 있어!" "그것 역시도 착각입니다." "뭐? 이번에 또 왜?" "용사에겐 동료가 한 명 있었습니다. 지금도 이 근처에 숨어있지요."

#103 3일차/7일차 2024/08/23 23:11:05

상대는 두 가지 주장을 제시했다. 용사는 내 현실 개변에 저항력을 지닌다. 용사의 일행이 한 명 더 있어 이 근처에 숨어있다. 그 두 주장이 진실이라면 망이는 위험에 처해 있었다. 그러나 그 주장을 믿어도 괜찮을까? 상대는 내게 공포감을 불러일으켜, 내가 그와 힘을 합쳐야 한다고 오판시키려는 속셈일지도 몰랐다. [>>104] >상대를 의심하며 근거를 요구한다 >상대의 정체를 묻는다 >기타

#104 이름없음 2024/08/24 00:00:38

근거를 요구하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덜컥 믿을 수는 없지

#105 3일차/7일차 2024/08/24 00:14:10

"저는 일개 예언자입니다. 근거를 드리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믿을 수 없지. 나는 당신의 이야기를 한낱 동화로 치부하겠어." 밀어붙이니 바로 허점을 드러냈다. 다소 어이 없는 마음으로 상대를 비방하였다. "그럼에도 저는 두 가지 말씀을 드릴 수 있습니다. 하나. 당장 만 하루도 되지 않아 당신은 이 주장이 진실됨을 알게 될 겁니다. 용사와 그 동료가 망이를 습격할 겁니다. 참사가 벌어지면 더이상 근거는 필요없게 되겠지요." 이는 공포를 조장하는 수사법으로 근거가 아니었다. 그러므로 나는 무시하였다.

#106 3일차/7일차 2024/08/24 00:19:24

"둘. 성녀의 뒤에는 신이 계시지 않으십니까? 신의 힘을 빌려, 저를 뒤바꾸어 버리십시오. 오직 진실만을 말할 수 있는 존재로 저를 새로이 규정하십시오. 당신의 말 한 마디로 이루어지지 않습니까!" 이번에는 이야기가 달랐다. 자신의 자유의지를 박탈하라고, 그가 요구해버린 것이다. "진심이야? 그렇게까지?" "용사가 망이를 토벌하도록 둘 순 없습니다. 신뢰가 불가능하다면, 제 인격이라도 버리겠습니다!" 나는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정직한 얼굴로 만들 수가 있었다. 상대는 >>107 >그대로이다 >지금부터 오직 진실만을 말할 수 있다

#107 이름없음 2024/08/24 00:24:38

2

#108 3일차/7일차 2024/08/24 00:36:53

지금부터 상대를 의심할 필요는 없다. 상대는 내게 오직 진실만을 말할 수 있다. 진실의 정의는 이러하다. 그가 진실이라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현실의 진리와 일치하여야 한다. 그는 지금까지 했던 주장을 재차 진술하였다. >용사는 현실 개변에 저항력을 지닌다 >용사의 동료가 한 명 더 있어 망이를 노리고 있다 그렇게 이 두 명제의 진실됨이 공인되었다.

#109 3일차/7일차 2024/08/24 00:45:54

나를 능가하는 적대자인 용사의 존재. 그것이 지금 막 확인되었다. 대비해야 했다. "망이는 세계를 먹어치우는 존재니까, 용사가 노리는 것이 당연하군." "그러합니다. 나아가 용사는 창세의 성녀가 세계를 재건하기를 바랍니다." 그 말에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나는 창세의 성녀. 그러나 세계를 만드는 족족 망이에게 먹이느라 세계를 멸망한 그대로 두고 있었다. 망이가 없어져야만 세계를 재건한다는 용사의 목표를 이룰 수 있을 터였다.

#110 3일차/7일차 2024/08/24 00:49:25

"저는 이교의 예언자. 망이를 오염시켜 세계를 멸하는 괴물로 만든 세력이지요. 이교는 세계 멸망 후의 공空을 진리로 삼는 교파. 목표는 세계 멸망. 그러나 성녀인 당신이 계속해서 세상을 재건하므로 골치를 썩이는 중입니다. 당신이 세계에서 사라지기를 바라며 망이를 지키고자 합니다." "이로서 나와 용사의 목표는 반대됩니다. 나는 성녀인 당신을 적대하지만 망이를 어떻게든 지켜야 하는 입장입니다. 반면 용사는 세계 멸망을 무찌르고 창세의 성녀가 세계를 재건하길 바랍니다." "용사는 보시다시피 강대한 적. 망이의 신변이 위험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원수인 당신에게 힘을 보태려 하는 것입니다."

#111 3일차/7일차 2024/08/24 00:53:58

이로서 정리되었다. 내가 서있는 싸움판에는 세 가지 세력이 있다. 망이와의 공존을 원하는 나. 망이의 소멸과 세상의 재건을 원하는 용사. 나의 소멸과 세상의 멸망을 바라는 이교. 그리고 이교의 예언자가, 내게 힘을 보태겠다고 제안해왔다. 용사는 강대한 적이라, 망이의 목숨이 위태롭다면서.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내가 가진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113] >상대의 제안을 긍정했다 >상대의 주장을 검토했다 >상대가 숨겨둔 속내를 털어놓게 만들었다 >기타

#112 이름없음 2024/08/24 11:41:40

분명 뭔가 숨겨둔 꿍꿍이가 있을텐데.. 속내를 털어놓게 하자구

#113 이름없음 2024/08/24 14:50:21

>>112

#114 3일차/7일차 2024/08/24 16:07:58

더 강한 적에 맞서기 위하여 손을 잡자는 제안. 솔깃했으나 잊지 않았다. 그는 망이를 지키려 하는 동시에 나를 제거하려 드는 나의 적이었다. 나는 그를 개변하여 그 속내를 털어놓게 만들었다. 그는 지금부터 내 말에 무조건 응답하여야 한다. "왜 내게 그걸 알려주는 거야?" "망이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교묘한 거짓으로 당신을 죽이기 위해서입니다." "그게 네 숨겨둔 꿍꿍이로군? 진실 속에 기망을 섞어놨어." "그러나 의도는 사실입니다. 저는 오직 이것을 전하기 위해 당신을 방문한 것입니다." "자. 질질 끌지 마. 마저 알려줘야지? 내게 한 말장난이 뭘까?"

#115 3일차/7일차 2024/08/24 16:12:16

나는 창틀에 기댔다. 얼굴 없는 존재는 여전히 비를 맞으며 서있다. 신의 힘을 빌려 그를 규정했다. 그는 내게 어떤 비밀도 숨길 수 없다. 비밀? 이 이야기에 비밀 따위 필요 없다. 비밀은 배드엔딩의 복선이니까. 나는 수면에 비친 그의 입이 열리는 것을 보았다. "이 정보를 전하였으니 저는 파종을 마쳤습니다." "씨를 뿌렸으니 비 오는 이 날 싹은 절로 틀 것입니다." "당신에게 유린 당할 줄을 알아 이미 대비는 마쳤으니" "제가 존재할 목적은 끝났으므로, 이교異敎여, 영광을."

#116 3일차/7일차 2024/08/24 16:14:26

"말을 돌리네? 답을 하라니까?" 거듭 그를 재촉하려던 순간 머리카락과 목덜미 사이의 보이지 않는 공간 그곳에 상대는 총구를 들이밀었다. 총성. 매캐함. 피웅덩이에 그의 얼굴이 반사되었다. 비밀은 자결하였다.

#117 3일차/7일차 2024/08/24 16:19:16

내게 위험을 전하러 온 탄광의 카나리아. 망이의 목숨이 위험하단 서신을 전하고는 세상에서 퇴장하였다. 그가 저승길 동반자로 삼은 비밀은 오리무중이었다. 그래도 내 행동방침은 분명했다. 망이를 노리는 자가 있었다. 그것에 대비해야 한다. 릴리를 관찰하고 용사의 동료를 찾으며 망이를 보호해야 했다. 우선순위를 정해 일을 진행할 필요가 있었다. [>>119] >릴리를 관찰한다 >용사의 동료를 찾는다 >망이를 피신시킨다 >지금까지의 정보를 검토한다 >기타

#118 이름없음 2024/08/24 21:30:24

릴리를 관찰한다는 왜 있지 릴리 수상해?

#119 이름없음 2024/08/24 21:43:13

지금은 역시 망이의 피신이 먼저인 것 같아…

#120 3일차/7일차 2024/08/24 22:13:07

적에 대한 정보는 아직 부족하였다. 용사의 일행이 근처에 있다곤 했으나 그 정체를 알 수 없었다. 적은 불확실했다. 그러나 지켜야 할 이는 명백하였다. 나는 망이의 방문을 노크했다. "방에 있니?" "엄마! 안녕히 주무셨어요!" 망이를 지켜야 했다. "망이야, 바다로 가자." "와아! 셋이서 함께요?" "아니, 우리 둘이서." 피난길이었다.

#121 3일차/7일차 2024/08/24 22:15:04

조용히 문을 여닫았다. 릴리는 곤히 잠에 빠져 있었다. 망이와 라면을 끓여먹였던 그날 밤, 용사가 내 집에 침범했었다. 나는 캐릭터 메이킹으로 용사를 릴리로 개변하였다. 그러나 이교의 말에 따르면, 용사에겐 개변에의 저항력이 있어, 개변을 했다 하더라도 머지않아 복구된다고 하였다. 그 말대로라면 릴리가 언제 용사로 되돌아갈지 몰랐다. 망이를 피신시킨 후엔 릴리와 대화해보자고 생각했다. 망이는 발소리를 죽여 걸었다. 내게 소곤거리며 물었다. "바다에 왜 가는 거야? 해수욕?" "신비하고 외진 장소를 찾을 거란다." 나는 망이가 몸을 숨길 안전할 공간을 생각하였다. 망이의 피신처는 >>122 >바다 건너 신대륙 >심해의 해저 도시 >열대지방의 무인도 >기타

#122 이름없음 2024/08/24 22:24:31

신대륙으로 가자. 무인도나 해저는 아이가 있기 좋은 환경이 아님

#123 3일차/7일차 2024/08/24 22:37:32

신이 일컫기를 바다가 있었다. 바다에는 깊이가 있었고, 그 너머에는 대륙이 있었다. "망이야, 전에 했던 황금의 도시 이야기 기억하니?" "응! 바닷가에서 돌아오면서 해줬잖아? 밤에 책도 읽어줬고!" "그렇지. 잘 기억하는구나." 그 책은 암시장에게 가는 망이에게 여비로 들려주었다. 물물교환해 용돈으로 쓰라고. 어라? 그런데 망이는 도박장에 가지 않았던가? 도박장에서 칩으로 바꿨다가 탕진했나 보다. 도박, 무섭구나! "그곳으로 여행을 가자꾸나." "와! 정말이야?" "그럼. 엄마는 망이와 약속했잖니? 그곳에 꼭 가보자고." 망이를 걱정시키곤 싶진 않았다. 어디까지나 여행이라고 나는 거짓을 고했다. 걸음을 이었다. 소금의 냄새가 났다. 우리는 모래사장에 도달했다. 저 너머 신대륙으로 망이를 실어줄 그것이 우리의 눈앞에 있었다. 망이를 대륙 너머로 옮길 >>124 >요트 >유람선 >복엽기

#124 이름없음 2024/08/24 23:04:21

헐 복엽기 너무 낭만적이다.. 복엽기 타고 가자

#125 3일차/7일차 2024/08/24 23:22:38

두 쌍의 수평으로 된 날개가 위엄 있게 대기하고 있었다. 바다를 거쳐온 댑바람에 선두의 프로펠러가 천천히 회전했다. 기체에는 조종사 모자가 준비되어 있었다. 이를 망이에게 씌워주고, 고글을 내려 끼워주었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시동이 걸려, 복엽기는 북북서로 진로를 돌렸다. 우리는 살짝 떠올랐다가, 지상에 아주 근접했다가, 재차 부력을 받아 높다랗게 활공했다. 비행을 위해서는 하늘이 존재해야 했다. 이 해안가에서 저 멀리 신대륙까지. 그 사이의 광활하고 넓은 해역 위로, 선명하며 선선한 대기가 선사되었다. 망이의 눈동자가 하늘색 앞길을 반사하였다. 닫힌 기내에서 망이의 탄성이 텅텅 울려대었다.

#126 3일차/7일차 2024/08/24 23:28:03

복엽기가 착륙했다. 내리면서 망이는 칭얼대었다. "엄마아. 귀가 아파서 힘들었어. 엄마는 안 아팠어?" "괜찮아. 망이도 침을 삼키니 나아졌지?" "응! 즐거웠어!" 착륙하니 저녁이었다. 나의 집부터 이 신대륙까지, 거리가 멀수록 좋았다. 망이의 피신이 목적이니까. 망이의 피난처로 삼고자 했던 공간이기에, 어느 정도의 기반 시설이 잡혀있었다. 식량이며 식수며 가구며 벽 따위. 나는 망이의 임시 거처를 점검하였다. "엄마! 여기 계속 같이 있을 거지?" "아니. 잠시만 자리를 비워야 해." 이곳에 언제까지고 숨어있을 수만은 없었다. 용사는 결국엔 이곳에 도달하고 말 테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의 이점은 사라진다. 반면 나는 지금 용사가 내 집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안다. 정보에 있어 완전한 우위에 섰다. 망이는 피신시킨 채 나 홀로 용사를 만나러 가는 것이, 이 우위를 적극 활용하는 방책이리라 생각되었다. 그러나 내 감성은 다른 주장을 하고 있었다. 용사를 만나러 가도 괜찮을지 불안해했고, 망이와 떨어지기를 꺼려하였다. [>>127] >하룻밤 망이와 지내며 고민한다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가 상황을 파악한다 >기타

#127 이름없음 2024/08/25 02:37:08

하룻밤은 너무 길고 지금 당장은 너무 짧은데ㅜㅜ 망이가 잠드는 것까지만 보고 집으로 돌아가자!

#128 3일차/7일차 2024/08/25 14:02:10

즐거이 노는 망이를 바라보았다. 망이는 바다로 뛰어갔다가 돌아오고, 뛰어갔다가 돌아왔다. 파도가 칠 적엔 더 멀리까지 도망갔다. 구름이 끼어 있었다. 해가 가라앉으며 붉은 기운이 어렸고, 이에 구름엔 적색 그림자가 졌다. 구름은 파도 소리에 맞춰 흘러갔다. 구름이며 붉은 기운. 모두 불길한 느낌의 단어들. 그러나 광경은 아름다워서 마음을 추스려 주었다. 망이가 지쳐 잠들었다. 지친 망이를 실내로 데려다주었다. 밖을 내다보니 수평선이 사라져있었다. 우리가 건너왔던 넓은 바다가 망이의 꿈에 잡혀 사라져가고 있었다. 좋았다. 이 허공을 거쳐 용사가 망이에게 도달하진 못할 것이다. 잠든 망이의 손을 잡고 자장가를 불러주었다. 재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떠나고 싶지 않아서였다. 망이의 평화로운, 행복한 미소를 나는 바라보았다. 그 미소를 지키기 위하여 일어섰다. 용사를 만나러 가자.

#129 3일차/7일차 2024/08/25 14:09:20

집으로 돌아가는 기내. 복엽기의 프로펠러 소리만이 유별났다. 외로움. 침잠. 어두운 밤. 허공. 잡념은 속도에 뒤쳐져 나가떨어지고, 냉철한 생각들만이 남았다. 적은 둘. 용사와 그 동료. 용사는 릴리이다. 릴리에게 걸었던 개변이 풀리면, 릴리는 용사로 돌아갈 테다. 그러나 동료의 행방은 알 수 없었다. 보이지 않는 적은 위험하였다. 나는 용사의 캠프로 정찰을 갔었다. 그때 용사 외의 사람이 있던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교는 용사에게 동료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진실로 보증되었다. 둘 모두가 사실이라면 이로부터 무엇이 변증될까? 별 없는 밤을 올려다보며 공상에 빠졌다. 정답일 필요는 없다. 이 기다림뿐인 귀갓길 속에서 그저 과거를 되짚을 뿐이다. 용사의 동료는 >>130 >사람이 아니다 >최근에 합류했다 >기타

#130 이름없음 2024/08/25 15:17:37

사람일 리가 없지. 사람이라면 이렇게까지 존재를 감출 수 없을 거야.

#131 3일차/7일차 2024/08/25 15:35:29

이렇게까지 존재를 감춘 시점에서 동료가 사람일 가능성은 없었다. 용사의 동료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지금까지의 여정을 회상했다. [ "이런, 소원을 비시는 건 누구입니까?" "나야, 나." ] 소원의 램프를 불러, 램프의 정령에게 소원을 빌었다. 도움을 받아 용사의 캠프로 이동했었다. [ 램프의 정령을 불러 맞은편에 앉도록 시켰다. 마침 컵이 두 개라서 둘이서 목을 축였다. ] 정탐 후에는 램프의 정령과 함께 휴식을 취했다. 습격당했던 당시 용사는 혼자였던 것으로 보였다. 동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진에 홀로 발을 내딛었다고? 수적 열세를 자초하다니 이상하였다. 점을 이어 선을 그었다. 멋대로인 공상, 자의적인 상상. 복엽기는 망망대해의 위를 비행했다. 그곳에는 막막한 추측이 있었다. 용사의 동료는 >>132 >신 >램프의 정령 >에고소드(검의 정령) >기타

#132 이름없음 2024/08/25 16:03:03

에고소드

#133 3일차/7일차 2024/08/25 16:15:43

집을 침범할 때 용사는 성검을 들고 있었다. 용사를 릴리로 뒤집어씌웠을 때, 용사의 갑옷이며 무장은 모두 소멸했다. 그러나 성검은 그대로 땅에 떨어졌다. [ 내가 성녀이던 시절, 고매한 성기사의 은검을 축성해주었지. 바로 그 검이다. ] [ 용사는 축복을 받은 존재입니다. 현실 개변에 저항력을 지닙니다. ] 야영지에는 컵이 두 개 있었다. 램프의 정령이 차를 마실 수 있다면, 다른 정령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용사의 동료는 바로 성검일 가능성이 컸다. 정찰을 위해 망원경으로 바꾸어버렸던 그 성검 말이다.

#134 4일차/7일차 2024/08/25 16:19:09

바다의 위에서 날이 바뀌었다. 집에 도착하니 아침이었다.

#135 4일차/7일차 2024/08/25 16:21:47

복엽기를 착륙시켰다. 이 복엽기는 회수해야 했다. 이걸 그대로 두었다가 용사의 손에 들어가면 곤란했다. 지금부터 용사를 보러 갈 것이다. 가능성은 열려있다. 협상을 할 수도 전투를 벌일 수도 있다. 이제 돌입이다. 돌입에 앞서 내게 도움이 될 도구가 필요했다. 복엽기에서 내렸더니, 복엽기는 내 희망을 읽어 그대로 변모해주었다. 복엽기는 이제 >>136 >산탄총 >전기충격기 >수면제 >기타

#136 이름없음 2024/08/25 16:58:37

수면제

#137 4일차/7일차 2024/08/25 18:01:26

용사는 내 개변 능력에 저항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약물로 의식을 잃은 상태에선 그 내성도 다소 약해질 것이다. 음료에 수면제를 타 몰래 먹이려면 용사와 호의적인 분위기를 유지해야 했다. 용사의 의심을 피하면서 음료를 건네는 데에 집중하자. 그 뒤엔 용사를 결박하고 성검을 압수하여 적을 무력화하면 된다. 나는 수면제를 챙겼다. 귀갓길을 서둘렀다.

#138 4일차/7일차 2024/08/25 18:03:38

"이제야 돌아왔어? 기다렸다구!" 릴리는 공사 중이었다. 나를 발견하더니 지붕에서 손을 흔들어 나를 반겼다. 다행이다. 릴리가 용사로 변해 나를 적대했다면, 수면제는 무용지물이 됐을 것이다. "깜짝 놀랐다니까? 집주인 둘이 하루종일 사라지다니." "산책을 나갔어." "피난민인 내가 이대로 집을 찬탈해버릴까, 고민까지 했어!" 릴리가 키득대며 미소를 지었다. 그 위로 온화한 햇볕이 쏟아졌다. 나를 주의깊게 살피던 릴리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렇겠지. 이상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저기, 망이는 어디 갔어?" 릴리가 또는 용사가 물었다. [>>139] >근처에 있다고 얼버무린다 >무시하고 성검을 먼저 확인한다 >기타

#139 이름없음 2024/08/25 18:08:59

근처에 있다고 얼버무리고 성검을 확인한다.

#140 이름없음 2024/08/25 18:17:12

"오던 길에 토끼를 만났어." "어디서?" "저 숲 즈음이었나? 놀고 있을 거야." 릴리의 관심을 숲쪽으로 돌렸다. 설마하니 모를 것이다. 망이를 꼬박 10시간 거리의 바다 너머에 두고 왔단 사실은. 대답을 마치자마자 현관을 열었다. 그저께 나는 성검을 망원경으로 바꾸어 은닉했었다. 정찰을 마친 후엔 내 방 선반에 올려두었다. 그러나 선반은 비어있었다. 혹시나 해서 망이의 방도 보았다. 안방과 주방도 슬쩍 흩어보았다. 결과는 같았다. 성검은 사라져있었다. 릴리를 수면제로 재운다 하더라도 성검이 풀려있으면 곤란했다. 아무래도 릴리가 성검을 가져갔거나, 성검이 스스로 도망친 것으로 보였다. 릴리를 제압한 후 행방을 물어야 할까? 아니면 은근슬쩍 릴리를 떠보아야 할까? [>>141] >성검의 행방을 은근슬쩍 떠본다 >수면제로 릴리를 제압하는 것을 우선한다 >소원의 램프를 만든다 >기타

#141 이름없음 2024/08/25 18:58:29

성검의 행방을 은근슬쩍 떠본다

#142 4일차/7일차 2024/08/25 20:53:41

"릴리, 혹시 망원경 있어?" "망원경? 그럼!" 집 밖으로 나와 지붕 위의 릴리에게 질문했다. 릴리는 활짝 웃으며 팔을 흔들었다. 그 팔 끝에 망원경이 있었다. 내가 사용했던 소형 망원경. 성검이었다. 이미 릴리가 망원경을 회수한 뒤였다. "미안. 지금 필요해?" "아, 있으면 좋지." "그럼 지붕 위에 올라와. 여기가 이 근방에선 제일 높아." 망원경을 쓰려면 고지대로 가야하는 것이 맞았다. 릴리의 제안은 타당했다. 하지만 나는 망원경을 쓰려는 것이 아니었다. 성검의 행방을 찾아냈으니 굳이 올라갈 이유는 없다. 내 목표는 릴리의 의심을 피하며, 릴리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성검을 회수하는 것. 릴리는 망원경을 눈에 대곤 수다를 떨었다. "참 성능이 좋더라구? 어제부터 이걸로 주위를 살펴보고 있었어. 너희가 어디 갔나 싶어서." [>>143] >음료를 들고 지붕으로 올라간다 >필요하다며 망원경을 아래로 던져달라고 한다 >같이 망이를 마중나가자며 릴리를 유인한다 >기타

#143 이름없음 2024/08/25 20:57:02

높은 곳 어째 쎄하다.... 같이 망이를 마중나가자고 릴리를 유인한다

#144 4일차/7일차 2024/08/25 21:04:22

"공사 마무리하면 좀 내려와줄래? 같이 망이를 배웅나가자!" "그럴까?" 나는 릴리의 갈색 눈동자에 짙은 생기가 도는 것을 보았다. 릴리는 숨을 고르더니 바로 뛰어내리려는 듯이 벌떡 일어섰다. 릴리를 말렸다. "공사 중이었잖아? 정돈하고 천천히 내려와." "아, 그렇네. 나 공사 중인 거였네?" 릴리는 태연히 답하곤 기지개를 쭉 켰다.

#145 4일차/7일차 2024/08/25 21:09:55

나는 서둘러 주방으로 갔다. 예쁜 보온병 두 개 골랐다. 하나에는 아이스티를 타고, 다른 하나에는 물을 넣었다. 아이스티를 권하려 했지만, 혹시나 릴리가 거절할 수가 있었다. 그때를 위해 여분으로 생수를 챙겼다. 그리고 수면제를 둘 모두에 넣었다. 내가 먼저 음료를 마시고 그 뒤에 릴리에게 권할 것이다. 이렇게라도 의심을 덜어야 했다. 그 뒤엔 신의 도움을 받아 내가 마신 수면제는 무효화해버리면 된다. 피크닉 바구니에 보온병 두 개와 퍽퍽한 빵을 넣었다. 이 빵을 삼키면 반드시 목이 메일 것이다. 음료를 마시지 않곤 못 배기겠지. 이렇게 몇 겹의 안전장치를 설치한 채 나는 출전했다. 현관을 여니 릴리가 바로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가자! 어서!" 오른손엔 망원경을 꽉 붙든 채로, 릴리는 나를 빠안히 응시했다. 서로를 흘끔거리는 산책길이 시작되었다. [>>146] >잡담을 하며 경계를 누그러뜨린다 >요깃거리로 퍽퍽한 빵을 건넨다 >날씨를 매우 덥게 만든다 >기타

#146 이름없음 2024/08/25 21:17:11

언제 개변이 풀릴지 몰라서 쫄림ㄷㄷ 갑자기 빵 주는 건 너무 수상하니 날씨를 덥게 만들어보자

#147 4일차/7일차 2024/08/25 21:37:35

우리는 오솔길을 걸었다. 아침의 날씨는 선선했으므로 걸음을 크게 했다. 릴리도 내 걸음에 맞추어 속도를 높였다. 그때쯤이었다. 우연찮게도 햇살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서서히 땀이 나려 했는데, 어째서인지 습도마저 높아져 실로 갑갑하고 텁텁해졌다. "우와아, 갑자기 웬 찜통더위야?" 내 옆의 릴리가 시야 밖으로 뒤쳐졌다. 릴리는 두 손으로 무릎을 잡곤 엉거주춤 섰다. "잠시 쉴까?" "모르겠어. 망이를 빨리 찾아야 할 것 같아. 어째서일까." 릴리의 눈동자를 보았다. 그것은 오르더니 내리고, 작아지더니 커졌다. 릴리 본인도 정체 모를 혼란을 겪는 듯하였다. 그러나 무더운 날씨에 릴리의 두뇌는 한계에 봉착하고 있었다. 릴리가 고개를 들더니 금색 앞머리를 옆으로 쓸어내렸다. "마실 게 있을까? 이건... 이건 너무 이상해." [>>148] >아이스티를 건네준다 >릴리의 손에 들린 망원경을 빼앗는다 >기타

#148 이름없음 2024/08/25 21:38:31

아이스티를 건네준다

#149 4일차/7일차 2024/08/25 21:43:51

나는 보온병을 건네주었다. 릴리는 뚜껑을 단숨에 비틀어 열더니 그 안의 아이스티를 꿀꺽꿀꺽 삼켰다. 아니지. 1인칭 시점이니 그렇게는 말할 수 없다. 나는 릴리의 목이 움직이며, 무엇인가 넘어가는 것을 보았다. "푸왓! 그나마 시원하네. 이제는 머리가 돌아가." 릴리는 고마워하며 내게 보온병을 돌려주었다. 기운을 차리더니 나를 추월해갔다. 1분쯤 지났을까? 바로 그때

#150 4일차/7일차 2024/08/25 21:46:36

"잠깐만. 당신은" 릴리가 뒤를 돌아보았다. 마치 무서운 것을 본 듯이 동공이 축소되어 있었다. 그러나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릴리가 나를 보고 있단 걸 알았기 때문이다. 유감이다. 내가 더 빨랐다. 릴리는 비틀거리더니 쓰러졌다. 해치웠나? 나의 승리다. 자축하며 릴리에게 다가갔다. 릴리는 쓰러지는 순간까지도 망원경을 꽉 붙잡고 있었다. 이대로 릴리를 포박한 후 망원경은 금고를 만들어 넣어둘까 했다. 망원경을 향해 손을 뻗었다.

#151 4일차/7일차 2024/08/25 21:51:36

망원경이 있을 공간을 잡았다. 그러나 무엇도 잡히지 않았다. 오히려 나의 손목이 잡혔다. 그늘진 숲. 그러나 시야의 한구석에 성스러운 빛이 들어왔다. 눈만을 돌리니 그곳엔 축성된 성검이 있었다. 내가 알던 그 모습이었다. 그리고 성검으로부터 가느다란 실이 이어져, 한 소년의 형상을 정성껏 빚어냈다. 새하얀 갑옷을 입은 검의 정령이, 나의 손목을 잡은 채, 굳은 표정으로 나의 눈을 마주했다. [>>152] >감옥을 만들어 쓰러진 릴리를 우선 격리한다 >주머니에서 총을 꺼내 성검을 공격한다 >대화를 시도한다 >기타

#152 이름없음 2024/08/25 23:24:36

일단 릴리부터 검이랑 떨어뜨려놓자! 용사가 언제 갑자기 깨어날지 모르는데

#153 4일차/7일차 2024/08/26 00:03:30

바위가 움직였다. 땅이 융기하여 릴리를 팔방에서 포위했다. 그 소리에 맞추어 이 일대의 거목이 일제히 우르르 떨렸다. 머지않아 릴리를 가두는 꼼꼼하고 단단한 감옥이 생겨났다. 릴리는 검과 격리되었으며, 이렇게 걱정은 한시름 덜었다. 아무리 이 성검이 에고소드라고 한들, 휘둘러주는 이가 없는 한 소용이 없었다. 성검의 의인화이자 검의 정령인 소년 기사. 나는 성검을 노려다보았고, 성검의 무뚝뚝한 얼굴은 유지되었다. 손이 풀려났다. 성검이 나를 붙들던 손을 놓았다. 그러더니 기사의 예우를 갖추어 내게 인사를 올리는 것이 아닌가. "창세의 성녀여,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성녀는 저희 생명의 은인입니다." "뭐라고?" 들은 적 없는 소리였다. 나는 그저 옛날, 한 성기사와 그 검을 축복해준 것이 전부였다.

#154 4일차/7일차 2024/08/26 00:08:09

"많은 성기사들이 있었습니다. 각자가 많은 성녀에게 축복받았지요." "그러나 모두가 죽었습니다. 마지막 성기사와 성검이 되어, 저희는 분투했습니다." "어째서 저희가 마지막이 되었을까요? 임종의 직전에 몰린 이 저주받은 세계에." "이번 창세의 성녀로 뽑힌 당신이, 저희를 축복해주었던 그 과거 덕분일까요?" 성검의 표정이 슬픔으로 포화되었다. 성검은 얼굴을 숙였다. 기사식 인사의 마지막 동작이자, 감정을 숨기려는 몸부림으로 보였다. "저희는 당신을 공격할 마음이 없습니다. 창세의 성녀는 세계의 희망이니까요." "저희는 나약한 인간이라, 당신이 사명을 받들어 세계를 재건하길 꿈꿨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세계를 멸망시킨 괴물을 키우고 있으니, 이는 저희의 슬픔입니다." "성녀여, 질문하고 싶습니다. 성녀에게, 그리고 이 이야기를 듣고 계실 신께." [>>156] >성검을 구속해 무력화한다 >용사와 성검의 목적을 묻는다 >망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다 >상대의 질문을 허락한다 >기타

#155 이름없음 2024/08/26 00:12:32

질문을 허락하자

#156 이름없음 2024/08/26 00:20:46

상대의 질문을 허락하자!

#157 4일차/7일차 2024/08/26 00:26:34

성검의 질문은 허락되었다. 나는 예의 바른 이를 내칠 만큼 모질지는 못했다. 당장 이 성검에 축복을 내린 이가 나 자신이다. 망이의 안전을 해친다면 배제하겠지만, 용사와 성검에게 내가 극렬한 적대감을 품고있는 것은 아니었다. "성녀여, 먼저 답을 아는 질문을 하겠습니다. 창세의 성녀는 본래 세계를 재건하는 존재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세계를 만든 만큼 괴물이 세계를 잡아먹으니, 세계는 영락한 그대로입니다. 이것에 저는 절망하오나, 당신은 만족합니까?" "자네는 내가 어찌 답할지를 아리라." "그렇습니다. 그러나 희망을 품었을 뿐입니다." 성검은 눈을 질끈 감았다. 나는 거친 쉼호흡과 빨라지는 맥동을 들었다.

#158 4일차/7일차 2024/08/26 00:28:58

"신이여." 그 뒤는 신의 차례였다. 나는 귀를 활짝 열어, 소리가 온전히 전해지도록 하였다. "거기 계시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성녀여, 신의 말씀을 왜곡하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신께 저울질을 요청하려 합니다. 세계를 멸망시킨 여린 괴물의 목숨 하나와 앞으로 되살아날 수 있을 이 세상 전체의 미래. 그러합니다. 폭력적이며 못난, 실로 이기적인 질문입니다." "괴물이 우선이라 한들, 저는 실망하지 않겠습니다. 세계가 우선이라 한들, 신의 뜻을 내세우지 않겠습니다. 신의 대답을 빌미로 성녀를 비난하지도 않겠습니다. 그저 신이 행동하는 원리를 들려주십사 부탁드립니다."

#159 4일차/7일차 2024/08/26 00:32:33

내 창세의 능력은, 신의 말씀은, 지금 망이를 먹이는 데에 소요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능력이 세계를 재건하는 데에 쓰이길 바라는 이도 있었다. 미리 첨언하자면, 둘은 양립할 수 없었다. 내가 매일 만들어내는 세계와, 망이가 매일 소모하는 세계의 정량은 동일했다. 성검이, 하얀 옷의 소년 기사가, 두 손을 포개 모아 질문하였다. "인간은 신의 목소리를 열망하지 않습니까?"

#160 4일차/7일차 2024/08/26 00:33:58

신은 세 가지 목소리로 내게 회신하셨다. [>>161 >>162 >>163] >아이의 목숨이 우선이다. >세계의 미래가 우선이다. >나는 성녀의 뜻과 소원을 지켜주는 존재다. 그저 그뿐이다. >기타

#161 이름없음 2024/08/26 09:13:13

>기타 이 세계는 존속될 가치가 없다

#162 이름없음 2024/08/26 09:57:27

다만 그곳에 살았던 생명들을 존속될 가치가 있었다

#163 이름없음 2024/08/26 15:10:46

나는 끊임없이 질문하는 존재, 답은 그대들의 몫이다

#164 4일차/7일차 2024/08/26 16:28:48

세계는 유죄이며 생명은 무죄였다. 전체는 죄 있었으나 부분은 죄가 없었다. 세계는 고통을 주었으며 생명은 고통을 받았다. 생명은 처절하여서, 신은 생명을 연민하였다. 신은 세계를 규정하였다. 세계의 답을 정해주었다. 그러나 생명의 답은 정하지 않았다. 끊임없는 질문만을 내려, 생명이 스스로 답을 정하도록 하였다. 답할 몫이 남은 존속해야 했을 목숨들. 질문은 신이 생명을 사랑하는 방식이었다.

#165 4일차/7일차 2024/08/26 16:31:35

"신께서 생명을 예찬하셨다고, 저는 그리 받아들이겠습니다. 이 세계가 아름답지 않았다면 유감스럽습니다. 그러나 생명은 세계를 바꾸기에, 언젠가 세계는 생명을 모방할 것입니다." 소년 기사는 무릎을 꿇은 채 두 손을 땅에 붙였다. 나를 공격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치는 것으로 보였다. "저희는 괴물을 토벌하고자 당신의 집을 습격했습니다. 괴물만 없으면 다 잘되리라 믿었습니다. 지나친 낙관이었습니다. 창세의 성녀가 세상을 재건하고, 신은 축복을 내릴 줄로만 알았죠. 그러나 오늘로 알았습니다. 신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중립을 취하실 따름입니다."

#166 4일차/7일차 2024/08/26 16:35:14

"더욱이나 이번 창세의 성녀인 당신은 세계에 관심이 없습니다. 만일 저희가 괴물을 죽인다면, 하늘의 끝까지 분노하시겠지요. 세계를 재건하기는커녕 온갖 벌을 내리부을 것입니다." 맞는 말이었다. 망이가 해를 입는 즉시 맞먹는 응징을 내리고야 말 것이었다. 창세의 성녀인 내가 망이의 편인 시점에서, 이들 용사에겐 아무런 승산도 없었다. 내게 일찌감치 용사를 빼앗긴 이후, 상황을 파악한 성검은 달관한 태도를 취했다. "괴물을 죽이는 것을 포기하겠습니다. 항복을 선언합니다. 남은 사제와 성녀 들과 신을 예찬하며, 생명을 부지하겠습니다." [>>167] >의심한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묻는다 >그들의 앞길을 축복한다 >기타

#167 이름없음 2024/08/26 16:37:02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묻는다

#168 4일차/7일차 2024/08/26 16:43:24

"너는 성검이며 주인은 용사가 아니더냐? 이제는 무엇을 하려고?" "세상에는 이교가 남아있습니다." 이교? 들어본 이름이다. 어제 내게 찾아와 용사의 위험성을 강조한 예언자가, 바로 이교의 소속이었다. "그들은 세계 멸망의 원흉으로, 세를 불리며 세계를 타락시키고 있습니다." "세계의 재건이 우선이었기에 괴물을 찾아나섰으나, 그들 역시 저희가 토벌할 적." "성녀께 축성받으며 사역 받았듯이, 사명을 따라 살아나가려 합니다." 이것은 처음 듣는 정보였다. 이교가 용사와 적대하고 있었다고? 이교의 예언자는 이 정보를 숨겼었다!

#169 4일차/7일차 2024/08/26 16:45:42

예언자에게는 숨겨둔 꿍꿍이가 있었다. 그것을 캐내려 하자 그는 자결하였지. 어쩌면 이게 예언자가 숨겨둔 계락이 아니었을까? 이교는 창세의 성녀인 나와, 성검을 지닌 용사를 동시에 적대하고 있었다. 동시에 망이를 지키려 했다. 내게 용사의 위험성을 이르면 일이 어떻게 진행되겠는가? 그리고 실제로 어떻게 되었던가? 나는 망이를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곤 용사와 마주해 결판을 내려 했다. 수면제로 릴리를 일찍이 재우지 않았다면 싸움이 일어나 둘 모두 피해를 봤을 테다. 이이제이. 적을 이용해 적을 친다. 어부지리를 노린다. 그것이 이교의 노림수였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떠올랐다. 만일 이 추측이 사실이라면 작금의 사태는 최상의 전개였다. 우리 둘이 화합하여 이교는 본전도 못 찾게 생겼으니!

#170 4일차/7일차 2024/08/26 16:54:25

"으으음, 뭐야아...?" 내 머리 안에서 여러 세력의 이합집산이 일어나던 그 순간, 잠에 겨운 익숙한 목소리가 분위기를 깨버렸다. 릴리였다. "어라? 내 몸이 왜 이래? 이거 뭐야?" 릴리의 목소리. 그러나 내용물은 릴리가 아니었나 보다. "주인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저희는 항복했습니다." "뭐어?!" 성검의 설명. 자초지종을 전해들은 용사의 입꼬리가 내려갔다.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171] >이교의 속셈에 대해 고민한다 >용사의 미래 목표를 묻는다 >두 사람을 의심한다 >기타

#171 이름없음 2024/08/26 19:09:18

두 사람을 의심한다

#172 4일차/7일차 2024/08/26 19:46:11

사태가 잘 풀리는 중이었다. 용사 일행은 내 고집을 알아채곤 지금까지의 뜻을 꺾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어제 이교의 예언자가 경고를 해주고, 필사적으로 계책을 짜 용사를 속여넘긴 덕분이었다. 행운과 노력이 겹친 성과. 그 성과를 즐겨도 좋았다. 그러나 돌다리도 두드려야 안전하다. "두 사람은 이제 마음을 접은 거야?" "뭐어, 어쩔 수 없네요." 용사가 답했다. 용사는 아직 릴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지나치게 황금빛 전망을 꿈꿨던 것 같아요. 괴물만 물리치면 다 해결될 줄로 알았죠." "정말 마음을 접은 거야? 그냥 연기하는 거 아니고?" "연기라고 하셨나요? 흐음.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용사가 답했다. 내 친구인 금발 미인 릴리의 모습으로. 혹시 그 모습이 마음에 드나?

#173 4일차/7일차 2024/08/26 19:52:08

"제가 괴물을 죽일까봐 걱정이신가 본데, 그러면 무슨 이득이 있나요?" "설명을 해봐." "눈앞에 계신 창세의 성녀가 분노해선 세계를 박살낼 텐데, 자살행위죠. 호되게 당하고 나니 알았습니다." 그것은 얼추 타당해보였다. 안심해도 될까? "더욱이나 저는 괴물이 어디 있는지도 몰라요. 에휴. 차라리 마음을 꺼내 보여드릴 수 있다면 좋겠네요." 바위 감옥 안에서 릴리가 투덜투덜거렸다. 성검의 정령, 소년 기사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174] >용사와 성검이 진실을 말하도록 만든다 >용사의 말에 납득한다 >이교의 속셈에 대해 고민한다 >용사의 미래 목표를 묻는다 >기타

#174 이름없음 2024/08/26 22:53:23

용사의 미래 목표을 물어보자

#175 4일차/7일차 2024/08/26 23:00:29

"말씀드렸다시피 이제는 이교를 사냥하고자 합니다." 성검의 정령인, 소년 기사가 대신 답했다. 용사는 감옥에 갇힌 채 동의를 표했다. 말을 내뱉은 성검은,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만화적 연출이 있다면 옆에서 전구가 반짝였을 터이다. "주인님, 엉뚱한 발상이 떠올랐습니다. 들어주시겠습니까?" "말해봐. 난 궁금한 것 못 참아." 성검은 머뭇거리면서 내 방향을 흘끔거렸다. 신경쓰였다. "성녀님께, 이교 토벌에 힘을 보태달라고 부탁하면 어떻겠습니까?" "뭐? 그건 너무 우리만 좋은 거래잖아?" 릴리의 모습을 한 용사가 핀잔을 주었다. 그러나 나 역시 번뜩였다. 이교 토벌? 어쩌면 내게도 이득을 안겨줄 주장이었다!

#176 4일차/7일차 2024/08/26 23:05:11

용사 일행은 몰랐지만, 이교의 예언자는 나를 찾아왔었다. 알 수 없는 꿍꿍이를 속에 품고선. 예언자는 서두부터 분명히 했다. 이교는 성녀를 제거하려는 세력이라고. 즉 이교는 나의 적이었다. 더군다나 이교는 나의 아이이던 망이를 오염시켜, 망이를 괴물로 만들어버린 악당들이다. 이교의 예언자는 무례하게도 망이의 아버지 따위를 자임했었지. 어딜 감히. 용사 일행은 내가 이교와 구면이라는 것을 몰랐다. 그렇기에 내게 이교 토벌에의 동행을 부탁하는 것이 무례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머뭇거리던 성검은 수줍어하며 내게 몸을 향했다. "저, 외람된 말씀임은 압니다. 괴물을 '망이'라고 부르며 지키려 하셨지요?" "망이라고 불러주니 고맙네." "이교는 그 '망이'와 관련된 세력입니다. 이교의 아지트에는 망이에 관한 정보도 있을지 몰라요." 그래. 그리고 그 정보가 망이에게 이로울 수도 있었다.

#177 4일차/7일차 2024/08/26 23:07:37

내 현실 개변의 능력이 더해진다면, 용사의 목표는 실로 쉽게 이룩될 것이다. 그 제안은 묘한 매력을 품어, 나와 용사의 적대를 돌파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었다. [>>179] >용사의 이교 토벌에 힘을 보탠다 >아니다. 망이와의 시간이 우선이다 >기타

#178 이름없음 2024/08/27 11:44:10

이교 토벌에 힘을 보태고 싶긴한데 망이를 혼자 두는 게 걱정되네

#179 이름없음 2024/08/27 12:26:44

이교 토벌에 본격적으로 힘을 보태기 전 하루만 망이와 시간을 보내자

#180 4일차/7일차 2024/08/27 13:33:44

하루만 망이와 함께한 뒤 귀환하기로 했다. 용사도 지쳤을 테니 하루는 쉬는 편이 좋을 것이다. 이제는 협력하는 사이이다. 바위로 만들었던 감옥을 해체해, 용사를 꺼내주었다. 용사는 성검을 집어들었다. 소년 기사의 모습이 희미해졌다. 용사는 성검을 칼집에 수납했다. "힘을 보태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마도... '망이'를 위해서겠지요." 괴물이 아니라 망이. 용사는 단어를 바꾸었다. 무엇보다도 확실한 태도 변화였다. 용사는 귓가의 금발 머리를 쓸어넘겼다. 릴리는 이렇게 보면 미인이 맞았다. "아직 풀리지 않은 거야? 계속 릴리의 모습이네." "이 모습도 마음에 드네요." "세상에나." 취향이었나 보다.

#181 4일차/7일차 2024/08/27 13:35:07

긴 다툼이 이것으로 끝을 고했다. 1막의 종료였다. 2막은 새로운 전개와 적을 품고 오리라. 이교. 그 이름을 중얼거렸다. 나를 기망하려 들었던 그 이교의 예언자. 내일이면 그들을 일망타진해, 속셈과 비밀도 모조리 털어버릴 것이다. 용사와는 하루 이별이다. 나는 망이를 보러 갈 테니까. 이별에 앞서 장면을 마무리짓는 인사말을 했다. [>>182] >그럼 이젠 동료야 >이번만 임시동맹이야! >집을 빌려줄 테니 푹 쉬어 >기타

#182 이름없음 2024/08/27 16:55:58

집을 빌려줄 테니 푹 쉬어

#183 4일차/7일차 2024/08/27 17:24:38

릴리의 모습을 한 용사에게 내 집을 하루 전세내주었다. 릴리는 나의 친구. 그 외형을 하고 있으니 경계심이 덜해졌다. 그동안 나는 많이 불안하였다. 나의 편은 없다시피 했다. 신의 보조를 받아 더듬거리며 용사라는 강대한 적과 맞서싸웠다. 마침내 그 용사가 내 협력자가 되었으니, 겨우 마음을 놓을 수가 있다. 이렇게 안심되는 날은 오랜만이다! 망이가 나를 오매불망 기다릴 테다. 싸움이 끝났으니 나는

#184 막간 2024/08/27 17:25:46

. ▒▒▒▒▒연결을 해제합니다▒▒▒▒▒ .

#185 막간 2024/08/27 17:28:41

성녀는 숲의 오솔길을 거슬러갔다. 용사는 칼집에서 성검을 뽑아냈다. 성검이 성녀의 목을 가로질렀다. 연이은 두 번째 참격은 두개골을 갈랐다. 용사의 토벌이 성공했다.

#186 막간 2024/08/27 17:29:41

>>188 >성녀의 주마등을 본다 >연결을 재설정한다

#187 이름없음 2024/08/27 17:34:35

아니 이게 어떻게 된.... ㅂㅍ

#188 이름없음 2024/08/27 19:39:33

성녀의 주마등을 본다

#189 이름없음 2024/08/27 19:39:33

주마등 보면 다시는 못 돌아가는 거 아냐?? 연결을 재설정해보자

#190 이름없음 2024/08/27 19:40:03

이런,,,,

#191 주마등 2024/08/27 19:54:16

그녀는 신의 중매자요, 신의 간택을 받은 '이번 창세의 성녀'였다. 용사와 맞서 용사를 패퇴시켰다. 무패의 불사신이던 용사를. [ 이번 창세의 성녀로 뽑힌 당신이, 저희를 축복해주었던 그 과거 덕분일까요? ] [ 이번 창세의 성녀인 당신은 세계에 관심이 없습니다. ] [ 오늘로 알았습니다. 신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중립을 취하실 따름입니다. ] [ 남은 사제와 성녀 들과 신을 예찬하며, 생명을 부지하겠습니다. ]

#192 주마등 2024/08/27 19:55:13

그녀가 노력하였기 때문이었고, 이교의 예언자가 그녀를 찾아온 덕분이었다. 예언자의 속셈은 무엇이었을까? 그녀는 더듬거린다. [ 용사는 세계 멸망을 무찌르고 창세의 성녀가 세계를 재건하길 바랍니다. ] [ "왜 내게 그걸 알려주는 거야?" "망이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교묘한 거짓으로 당신을 죽이기 위해서입니다." ]

#193 주마등 2024/08/27 19:56:05

이 어려운 싸움에 도전했던 것은, 그녀가 지켜야 할 한 아이의 존재 때문. 그녀를 애지중지하여, 밤에는 동화를 읽어주었다. 태초의 성녀가 준비한 황금의 도시를 망이와 여행하는 꿈을 꾸었다. [ 다음번 창세의 성녀를 위해서이다. 그녀도 세상을 재건한 뒤엔, 나처럼 쉴 곳이 필요하지 않겠느냐. ] [ 나는 신의 힘을 빌리는 창세의 성녀. 망이는 세상을 먹어 연명하는 나의 아이. ]

#194 주마등 2024/08/27 19:57:37

세계가 멸망하기 전 그녀는 금서고를 담당하는 수녀였다. 비밀을 엄수해야 한다는 목적 하에, 그녀는 한평생 격리되었다. 종교에 입적한 후 그녀가 만난 사람의 수는 열 명 이하. 상상친구 한 명에 의지해 외로움을 달랬다. 이것으로 그녀의 미래에는 끝을 고한다. 그녀는 이제부터 과거뿐인 인간이리라.

#195 막간 2024/08/27 20:00:29

▒▒▒▒▒연결이 가능한 성녀를 검색합니다▒▒▒▒▒ ▒▒▒▒▒연결할 새로운 성녀를 찾았습니다▒▒▒▒▒ ▒▒▒▒▒▒연결을 재설정할 수 있습니다▒▒▒▒▒▒ >>197 >연결을 재설정한다 >재설정하지 않는다

#196 이름없음 2024/08/27 20:02:11

연결을 재설정한다

#197 이름없음 2024/08/27 20:03:40

>>196

#198 막간 2024/08/27 20:10:37

. ▒▒▒▒▒성녀 레밀과의 연결을 활성화합니다▒▒▒▒▒ .

#199 2막, ◆fak7go1zQk9 2024/08/27 20:14:44

폐교회, 한 줄기 빛, 그 한복판에서 성녀 레밀은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유별난 행동이 아니었다. 그녀의 일상에 녹아든 습관이었다. 그 독실한 성녀가 기도를 거두었다. 위를 바라보아, 얼굴로 빛을 받아냈다. "존재를 느낍니다. 신이십니까?" 레밀이 나긋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옆머리를 묶어 내린 은발의 성녀는, 곧 감격에 차 말을 이었다. "용사님이 성공하셨군요! 믿고 있었습니다!" 신은 새로운 하인을 얻었다. 이는 가능성의 증대다. 본인이 사태를 되짚을 뿐만 아니라, 하인에게 설명을 요구하는 선택까지도 가능해졌다. 신은 지금까지의 상황을 >>200 >>201 >>202 >스스로 되짚어본다 >설명을 요구한다

#200 이름없음 2024/08/27 20:17:11

설명을 요구한다

#201 이름없음 2024/08/27 22:46:07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성녀 레밀은 기존의 주인공과는 관련 없는 인물인 걸까? 마찬가지로 설명을 요구한다

#202 2막 2024/08/27 23:13:21

신이 다수결로 설명을 요구하였다. 레밀, 신의 새로운 하인이 입을 열었다. "용사님께서는 괴물을 토벌하고자 하셨습니다. 성검으로 직접 베어버리는 것이 플랜 A. 실패를 대비한 플랜 B도 당연히 마련되었습니다." "세상에는 성녀가 여럿 존재합니다. 그중 신과 연결된 한 명이 창세의 성녀가 됩니다. '이번 창세의 성녀'가 역할을 다 못하고 운명할 경우 '다음 창세의 성녀'가 생겨나 의무를 이어받습니다."

#203 2막 2024/08/27 23:17:16

"용사님은 이 사실을 숨기셨습니다. 용사님을 끝까지 불신하였다면 들켰겠지만, 용사님은 신뢰를 산 모양입니다. 괴물을 지켜야 한다는 강한 소망에, 자신의 안위는 뒷전으로 미뤄버렸을지도요." "플랜 B의 조건이 있었습니다. 신께서 중립적인 입장을 표명하시는 것입니다. 중립을 표하시는 신께선, 새로운 성녀의 말도 경청해주시겠죠. 그러하므로 신이시여, 당신께 말을 건네겠습니다." 레밀은 말하다말고 입가에 손을 가져다댄다. 이는 불안을 해소하려는 그녀 나름의 방식으로 생각되었다. 그녀의 나이는 열댓 살 즈음으로 보였으며, 황옥을 닮은 순박한 눈동자가 특히나 인상적이다. 그녀가 당신의 하인을 자칭하고 있었다.

#204 2막 2024/08/27 23:23:53

"신이여, 이전의 인연은 끝났습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죽은 이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제가 당신의 새로운 관찰자이니, 제 말과 시선에 동참하여, 세상을 꿈꿔주십시오." 그녀의 청량한 목소리가 도달한다. 창세의 성녀와 신이 합동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드물다. 레밀의 얼굴에 잔웃음이 걸렸다. 얼굴을 붉히며, 레밀은 공상벽을 발동했다. "어떤 인간을 좋아하십니까? 저희는 만들 수 있습니다." "모험도 좋아하시나요? 저는 우정과 희망을 좋아한답니다!" "화려한 축제에 함께합시다. 적막한 모닥불을 쬐어봅시다." "신을 경배하며 살았기에 저는 신과의 시간이 너무도 기대됩니다." 레밀은 천진난만한 미래상을 신의 앞에서 즐거이 제시했다. >>206 >호의적인 반응을 한다 >적대적인 반응을 한다 >침묵한다 >기타

#205 이름없음 2024/08/28 00:06:07

어 모험 이야기 끌리는데

#206 이름없음 2024/08/28 12:47:00

신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잘 모르겠어 다이스로 정해도 되나? Dice(1,3) value : 3

#207 2막 2024/08/28 16:31:23

그 어떤 회신도 없었다. 레밀은 이에 굴하지 않았다. 입을 가리곤 키득대어 웃었다. 호의 섞인 장난기가 느껴졌다. "새로운 창세의 성녀가 낮선 모양새군요.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레밀은 야외로 나왔다. 사방 팔방, 식물조차 없는 광야였다. 올곧은 지평선이 온전히 보였다. 시야를 가릴 방해물이 없었다. 그녀가 막 나온, 폐허를 닮은 건물 하나가 유일한 인공물. 레밀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 첨탑의 꼭대기에 기대 앉았다.

#208 2막 2024/08/28 16:33:49

"신과 조금 더 친해지고 싶습니다. 낯을 가리시는 걸까요? 제게 말조차 않으시니." "못된 마음조차 동해버리고 맙니다. 이 냉정한 신을 당황시키고 싶어라." "신이여, 이 첨탑의 아래, 저 메마른 대지가 보이실까요?" 레밀이 기립했다. 경사진 벽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았다. 손가락은 아래를 향했다. "제가 이곳에서 뛰어내리거든, 상처를 입을 것임이 분명합니다. 그것을 막으려면... 저 밑에 무엇을 설치해야 좋을지요." 단어 몇 개를 떠올릴 찰나. 딱 그만큼의 시간을 기다리고 레밀은 발을 공중에 내딛었다. 다행히도 레밀이 추락할 지점엔, 단순히 땅만이 있지는 않았다. 땅 위에는 >>209 >에어매트 >수영장 >그물망

#209 이름없음 2024/08/28 19:40:09

수영장

#210 2막 2024/08/28 20:21:39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그곳에 레밀은 뛰어들었다. 물빛 왕관이 크게 흩뿌려져 주위를 적셨다. 작은 강우. 그리고 레밀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흠뻑 젖어, 수녀복의 머리 덮개는 벗겨진 채였다. 시원함을 만끽하려는지 레밀은 잠시간 유영하고 있었다. 수영장의 테두리를 잡곤, 그 대리석 타일에, 주황색으로 상기된 볼을 가져다 댄다. 볼살이 눌려 입꼬리를 올린다. 묘한 안도감이 그 위에 떠올라 있다. "말이 없으셔서 의심했습니다. 신 없이 저 홀로 떠들고 있는 줄로요!" "그래도 이걸로 확인했습니다. 신께선 제 옆에 존재하여 저를 지켜주셨군요."

#211 2막 2024/08/28 20:25:33

레밀은 눈을 게슴츠레 떴다. 그러더니 소곤거렸다. 두 손을 모아 귓속말을 불어넣듯이.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의 은총에 감사하므로, 저도 신의 행복을 바라겠습니다." 선선한 동풍이 흘러내려왔다. 레밀의 앞머리에선 여전히 물이 똑똑 떨어졌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모두 잊으시기를. 이젠 즐거운 미래만을 상상합시다." "신은 이야기꾼이요, 저는 신의 필경사. 신을 경배하는 탓으로 저는 천하의 만국을 빚어냅니다. 무엇을 소망하십니까? 욕망하시지요. 제가 모두 이루어드리겠습니다." 그녀의 수녀복은, 물을 머금은 지금 밤의 장막보다도 더 짙어졌다. 창세의 성녀는 신을 부채질했다. 바로 근접해야만 겨우 들을 수 있을 자그마한 밀어密語. 그 소곤댐이 신의 귀에 들어왔다.

#212 2막 2024/08/28 20:26:18

"신께서 사랑할 만한 세계를, 혼신을 다해 창작하겠습니다. 취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사랑스러운 그 세계를 협동해 만들어냅시다." 선호하는 장르는 >>213 >검과 마법의 세계 >아카데미물 >동화 >SF >기타

#213 이름없음 2024/08/28 22:59:59

궁금한 게 많아. 스레를 보다보면 의문이 풀리려나. 검과 마법의 세계

#214 2막 2024/08/28 23:33:44

"검과 마법의 환상 세계를 신께서는 흡족해하시니" "그 기쁨을 충당케 할 수 있어 저는 영광스럽습니다." 레밀은 오른손을 쥐어 한 줌 물을 손에 넣었다. 손을 쥐어 닫고 펴며 첨벙거렸다. 물이 형체를 바꾸어갔다. "판타지는 흥미로운 장르입니다. 개인의 힘이 극도로 커지니까요. 한 개인이 세계를 파멸시키고, 한 개인이 세계를 구해나갑니다. 그 강대한 규모에 걸맞는 강대한 감정의 요동침. 신이 제시할 세상의 매력에 저는 벌써부터 설레옵니다." 레밀은 감언을 내뱉었다. 그리고 별 것 아니란 듯이, 극복할 장애물을 말했다.

#215 2막 2024/08/28 23:36:58

"아, 그러나 신이시여, 아주아주 사소한 문제가 있습니다. 저희가 애정하여 세상을 만들더라도, 그 세계는 채 하루도 가지 못합니다." "창세의 능력에는 한도가 있습니다. 매일 세계의 1/7밖에 만들지 못하지요. 최초의 성녀도, 괴물을 애호하던 전대의 성녀도, 저도 공통된 제약을 지녔습니다. 그리고 우연하게도, 매일 세계의 1/7을 먹어치우는 괴물이 있습니다. 괴물이 존재하는 한 저희의 행복한 창작은 영원히 지연됩니다." "그러나 아주아주 사소한 문제입니다. 저희가 현실 개변의 능력을 써, 그 괴물을 없애버리면 되니까요. 제 말에 신께서 답해주시면 금방입니다. 죽어버리라고. 그 문제만 해결하고 어서 창세를 시작해볼까요."

#216 2막 2024/08/28 23:41:04

세계를 멸하는 괴물. 이는 기시감 있는 존재다. 청량한 물에 몸을 담근, 물빛 눈동자의 성녀. 레밀은 달콤한 미언美言을 쌓아올렸다. "무거운 과거는 버립시다. 세계를 쇠락시킨 괴물에, 정당한 처벌을 안겨줍시다. 저희가 쌓아올릴 무수한 미래를 위하여, 옛정은 정리합시다. 성녀의 간청을, 신은 어쩔 수 없이 들어주시는 겁니다." >>217 >호의적인 반응을 한다 >적대적인 반응을 한다 >침묵한다 >기타

#217 이름없음 2024/08/28 23:44:28

침묵한다

#218 2막 2024/08/28 23:55:19

신은 다시금 침묵하였다. 레밀의 안면에 어두운 기색이 스쳤다. 이는 불안감이었다. "신이여, 흡족하지 않으십니까? 설마하니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시는 건지요. 전대의 성녀는 이미 죽었습니다." 감정이 절제된 차가운 목소리로, 레밀은 발음을 꼭꼭 눌러 담았다. "이제는 제가 당신의 명령을 받아 움직일 주인공입니다. 전대의 성녀와 함께, 창세의 힘을 써보셨겠지요? 당신의 창작에 따라 세계가 뒤바뀌고, 인물이 생겨나던 그 기억이 있으시겠죠. 지금부터는 제가 당신의 눈이요 손발입니다."

#219 2막 2024/08/28 23:59:52

"전대의 성녀는 신께 무참한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매일 세계의 1/7을 짓고는, 그것을 괴물의 먹이로 삼았죠. 신이여, 도둑질당하신 겁니다. 그 힘은 본래, 당신이 이 세계를 창조하기 위해 주어진 신성이었으니!" 레밀의 두 눈이 허공을 맹렬히 응시했다. 말투에선 평정이 빠져나가, 강한 격동이 밀려들어왔다. "이제는 저와 함께, 그 능력을 본래대로 쓰시면 됩니다. 저는 그 괴물 애호가와 달리, 신의 충실한 하인이 되렵니다! 바로 이것을 위해, 용사는 전대의 성녀를 죽여 그 능력을 제게 계승시켰습니다. 이것이 바로 지금까지의 사태의 전모입니다."

#220 2막 2024/08/29 00:06:22

문장들의 다발을 쏟아냈던 레밀이, 꿀꺽 침을 삼켰다.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도 했으나, 레밀은 소리를 숨겼다. 두 눈이 뜨여있었고, 두 눈은 어째선지 처량해보였다. "신은 그 전에 한번 중립을 택하셨을 겁니다. 괴물과 세계 사이에서. 이제는 해방되셨으니, 온전히 신님을 위하여 사시면 그만입니다. 세계를 좀먹는 괴물을 내쫓고, 낭만적인 생활을 이어갑시다. 신은 무엇을 원하십니까? 이제 신은 자유로우십니다!" 새로운 창세의 성녀가 신의 말씀을 간청하였다. 신에겐 의견이 존재했다. 그 견해를 검토할 시간이 다행히도 존재할 예정이었다. >>223 >괴물을 죽이고 세계를 재건하는 것이 옳다. >지금까지처럼 균형을 이루면 안 되겠는가? >이런 세계라면 그대로 멸망하는 것이 좋겠다. >기타

#221 이름없음 2024/08/29 00:09:40

ㅂㅍ 망이의 엄마였던 전대 성녀 이름도 알고 싶다 너무 정들었어....ㅜ

#222 이름없음 2024/08/29 00:45:26

발판! 나는... 전대 성녀님의 의지를 따라 2번이 좋다고 생각해 근데 진짜 전대 성녀님 이름은 뭘까

#223 이름없음 2024/08/29 12:04:29

지금까지처럼 균형을 이루면 안 되겠는가?

#224 2막 2024/08/29 12:38:15

"다정하시군요. 신의 부탁이기에 너무도 따르고 싶습니다. 그러나 첨언을 해야만 하겠습니다. 부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신의 다정함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레밀의 성대로부터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입술을 마주모았다. 물빛 눈동자가 이따금 방황하였다. "전대의 과업이지요. 창세와 멸망의 균형을 맞추어 세계를 지속시켰습니다. 그 균형을 분쇄하려는 작전의 일환으로, 전대의 성녀는 목숨을 빼앗겼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것을 이어간다면, 그 죽음은 의미를 상실합니다. 혹여 전대의 성녀를 아껴 내린 결정이라면, 재고해보심이 어떨지."

#225 2막 2024/08/29 12:45:35

레밀은 눈을 질끈 감아 속절없던 시선을 숨겼다. 그것은 하나의 결단이었다. "저는 신의 종이 될 터이니, 신의 바람이라면 그 균형의 수호자가 되겠습니다. 그러나 저를 뺀 나머지 이들은, 그 균형을 실로 혐오합니다. 성녀를 죽이고 괴물만을 살려 세계를 멸하려는 이교. 괴물을 감싸도는 성녀를 죽이려는, 용사와 세상의 민중들." "고행을 명하신다면 하겠으나, 저는 아직 성년에도 이르지 못한 여린 몸. 세상 모두가 저를 적대해 저를 죽이려 들 터인데, 제가 버틸 수 있겠습니까? 저를 어떻게든 지키겠다고, 신이 약조하신다 하더라도 불안이 가실지 모르겠습니다."

#226 2막 2024/08/29 12:54:27

"이번에 그 아이가 목숨을 부지한 것은 전대의 기지 덕분. 저는 자신이 없습니다. 다음번에는 성검에 베이는 최후를 맞이할지도요. 이 화창하게 좋은 날, 그 아이를 안락사시키는 것이 오히려 그 다정의 해답은 아닐까요?" 차가운 물에 빠진 채 레밀은 덜덜 떨었다. 추워서만이 아니라, 격정에 사로잡혀서. "그 아이를 위해 세계를 버리시는 것도, 어쩌면 다정의 해답이겠군요. 그것만은 저지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이지만요."

#227 2막 2024/08/29 21:24:28

날이 어두워져 갔다.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신은 자유로웠기에 자신이 믿는 바를 견지하면 그만이었다. 새로운 성녀를 앞에 두고, 신은 세계와 성녀의 처우를 결정지었다. >>228 >>229 >>230 >괴물을 죽이고 세계를 재건하는 것이 옳다. >지금까지의 균형을 레밀이 이어받아 유지하자. >이런 세계라면 그대로 멸망하는 것이 좋겠다. >기타

#228 이름없음 2024/08/29 22:18:52

내가 도와줄 테니 유지하자.

#229 이름없음 2024/08/29 22:39:19

같은 의견이야 내가 지켜줄테니까 레밀이 균형을 유지해줬으면 좋겠어

#230 이름없음 2024/08/29 22:40:06

그래 도와줄게 그러니까 균형 유지하자

#231 2막 2024/08/29 23:06:49

약속이 성사되었다. 약속이 성사됨으로 말미암아 책임과 의무가 정해졌다. 레밀은 다소 멍한 표정이 되었다. 그러다 일어섰다. 물가로 몸을 질질 끌어 나왔다. "신은 제멋대로시군요. 함께 멋진 세상을 창작하자고 열심히 감언이설을 내뱉었습니다. 그러나 신의 변덕이 더 심하셨으니, 저는 끌려갈 수밖에 없겠네요." 물을 뚝뚝 떨어트리며 레밀은 빙긋 웃었다. 쾌활해졌다. "뭐, 스릴은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위험을 감수해보죠. 제가 죽거든, 그때는 꼭 슬퍼해주세요?" 레밀은 허세를 떨었다. 과장된 언동으로 공포를 지우려는 것이리라.

#232 2막 2024/08/29 23:10:23

"...그럼 동기화하겠습니다." 레밀이 선언했다. "신과 일심동체가 된 지금, 신과의 일체화가 가능해졌습니다. 지금부터는 저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 세계를 경험하시게 됩니다. 신께 만족스러운 1인칭을 드릴 수 있을지, 이 또한 걱정이네요! 헤헤, 저는 원체 걱정이 많습니다!" 레밀은 눈을 감아 눈동자를 숨겼다. 손으로 성호를 그리고, 그리고, 거듭 그렸다. 이에 맞추어 세상의 상이 스러져갔다. 경치가 암전되었다. 이 암전은, 레밀이 눈을 뜸에 맞추어

#233 막간 2024/08/29 23:12:29

▒▒▒▒▒▒▒▒▒▒▒오류 발생▒▒▒▒▒▒▒▒▒▒▒ ▒▒▒▒▒이전의 데이터가 남아있습니다▒▒▒▒▒ ▒▒▒▒▒▒▒ 데이터 자동 삭제 실패 ▒▒▒▒▒▒▒ ▒▒데이터를 수동 삭제하기 위해 이동합니다▒▒

#234 4일차/7일차 2024/08/29 23:19:01

차갑고 어둡다. 아니, 차갑고 어두웠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통각도 시각도 서서히 사그라들고 있으니까. 나의 발은 땅을 딛지 못해 떠다닌다. 눈물을 훔치지 않는다. 눈꺼풀이 무거워져 눈을 비비려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내 머리가 있어야 할 자리는 비어있었다. 잘린 머리의 환상통이 심하여, 나는 오래 의식을 버리고 있었다. 망이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죽음을 두려워하며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홀로 이 정체 모를 곳을 유영하고만 있다.

#235 4일차/7일차 2024/08/29 23:20:06

어딘가에서 흘러온 정처없는 하얀 빛. 그 빛이 왠지 정겹다. 불분명한 음성이 들렸다. >>236 >말을 건다 >정체를 묻는다 >기타

#236 이름없음 2024/08/29 23:52:28

말을 건다

#237 4일차/7일차 2024/08/30 00:06:16

나는 존재하지 않는 귀로부터 음성을 들었다. 신의 목소리를 닮았다. 환상통일 것인가, 환청일 것인가, 아니면 어쩌면. 의식이 소실되어감을 느꼈다. 영혼이 삭제되는 감각을 느꼈다. 방금 전의 정체모를 소음. 그 희미함에 매달려 정신을 붙들어맸다. 기약 없는 희망을 느꼈던 까닭이다. 설마하니 신이 찾아오셨는가. 비합리적인 정념이었다. 그럼에도 신경을 집중했다. >>238 >이름을 부른다. 그녀의 이름은 >>239 >망이는 안전하다고 전해준다 >이곳이 어디인지를 묻는다 >기타

#238 이름없음 2024/08/30 00:18:40

이름도 불러주고싶고 안부도 전해주고싶다 망이는 안전해, >>239.

#239 이름없음 2024/08/30 00:18:48

파르잔

#240 4일차/7일차 2024/08/30 12:55:56

파르잔. 인류 최초의 대제국에서 현자를 이름하던 방식이었다. 기능에 맞추어 도구의 이름을 붙이듯이, 나 역시 기능에 맞는 이름을 받았다. 현자로서 살도록 정해져, 평생을 금서고에 갇혀 동서고금의 지식을 관리할 운명이었다. 그 운명은 예의치 않게 깨졌다. 망이의 등장과 함께. 망이의 무사함을 신께서는 전해주셨다. 신께서 망이를 보위해줄 것이란 사실에 강한 안도감을 느꼈다. 최후의 망집이 해소된 까닭일까, 의식이 점점 희미해져갔다.

#241 4일차/7일차 2024/08/30 12:58:57

목이 잘려 볼품없어진, 처참한 몰골이다. 이런 행색을 신께 보임은 무례함이니, 이대로 퇴장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감사합니다. 신이시여. 망이를 맡아주셔서. 이것으로 모두 순리대로 흘러가는 것이겠지요? >>242 >너를 삭제해야 한다는 안내를 들었다 >작별 인사를 하고자 왔다 >너를 구하고 싶다 >기타

#242 이름없음 2024/08/30 15:24:12

너를 구하고 싶다

#243 4일차/7일차 2024/08/30 16:52:31

신께서는 희망겨운 말씀을 해주셨다. 구원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되살아난다면 결코 이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신과의 연결이 아주 미약하게 남아있었다. 이 얇은 외길로 신께선 방문해주신 것이겠지. 창세의 능력도 현실 개변의 능력도 약간이라면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있는 이곳은, 세상이 아니요 현실도 아니었다. 창세도 현실 개변도, 이곳에선 진공 속의 불꽃이었다.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내 영혼이 모조리 무너지거든, 이 공간 역시 따라 붕괴할 테다. 내게는 나를 구할 방안이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

#244 4일차/7일차 2024/08/30 16:53:19

죽어 세계에 내쫓긴 시점에서 미래는 완전히 잘려나갔다. 미래가 사라진 시점에서 현실에 복귀할 길은 없었다. >>245 >그렇다면 과거로는 돌아갈 수 있어? >이곳에 새로운 현실을 지어낼 순 없을까? >기타

#245 이름없음 2024/08/30 16:54:41

>이곳에 새로운 현실을 지어낼 순 없을까?

#246 4일차/7일차 2024/08/30 17:01:23

신은 창세를 명하셨다. 가능할까? 나는 그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실제로 행해보아야만 가능한지를 알 것이었다. 이 어두컴컴한 공중은 일종의 비눗방울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내 존재로나마 형태를 유지하나, 내가 부스러지는 그 순간 펑 터져버릴 것이다. 비눗방울의 안에서, 비눗물로 성을 짓는다 한들, 그것에 큰 의미가 남을까? 의미가 남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인간은 그저 행하며, 행해보고, 말미암아 그 결과를 마주할 자격을 얻을 뿐이다.

#247 4일차/7일차 2024/08/30 17:07:04

신이여, 이곳은 지금까지의 현실과는 완전히 격리된 공간입니다. 이곳에서의 분투는 그저 찻잔 속의 폭풍으로 그칠지도 모릅니다. 저희의 노력한 결과물이 현세現世에 옮겨지지 않는 한은 제 영혼이 해체됨과 동시에 소멸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이 저를 도우려 하시니, 소인은 혼신을 다하여 그것을 헛되지 않게 하겠습니다.

#248 4일차/7일차 2024/08/30 17:08:37

앞에는 물질 없는 허무가 가득 들어차있었다. 존재하는 것이 없어 혼란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창세의 능력은 매일 현세現世의 1/7만큼을 겨우 채울 수가 있었다. 그러나 이 비눗방울만한 작고 허약한 세계라면, 단번에 한가득 포화시킬 수 있을지도 몰랐다. 신께서 나를 대리하시기를, 태초에 존재하는 것이 있었다. >>249 >빛과 어둠 >하늘과 땅 >불과 물 >기타

#249 이름없음 2024/08/30 17:16:31

빛과 어둠

#250 4일차/7일차 2024/08/30 17:25:17

신의 창세 신화는 빛과 어둠으로부터 시작하였다. 태초에 빛이 존재하여 광자로 이루어졌고, 그 정지질량은 0이었다. 빛은 직진하였고, 매질에 따라 굴절하고 반사되었다. 빛은 속도가 빨랐으니, 음속의 천 배에 천 배를 곱한 것과 같더라. 그러므로 빛은 등장과 동시에 세계의 범주를 모조리 밝혀내었다. 이와 반대로 어둠이 존재하여, 그 성질은 빛과 대조되었다. 어둠은 빛처럼 나아가는 대신 서로를 끌어당겨 한 곳으로 뭉쳤다. 세계가 광채로 빛나는 반면, 그 한중간의 한복판에는 어둠이 가득 뭉쳐, 점이 하나 생겨났다.

#251 4일차/7일차 2024/08/30 17:29:06

보아하니 이것은 무생물의 이야기여서, 드라마가 부족하다고 생각되었다. 생물을 투입함으로써 결국에는 인간을 빚어내고 싶단 소망이 들었다. 생명이 딛고 올려다보며 삶을 꾸려나갈 자연물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252 >빛은 하늘이 되고 어둠은 땅이 되었다 >빛과 어둠으로부터 두 개의 적대적인 세계가 생겨났다 >빛과 어둠에 인격이 생겨 서로를 사랑하며 혼합되었다 >기타

#252 이름없음 2024/08/30 18:16:16

빛과 어둠에 인격이 생겨 서로를 사랑하며 혼합되었다

#253 4일차/7일차 2024/08/30 19:02:10

우리가 창세한 세계는 이원론적인 대립과 갈등에서 비롯하지 않았다. 서로 다른 것들의 화합과 용서로 근거하여 세계는 물질을 도입했다. 빛과 어둠의 조성비에 따라 불, 물, 흙과 같은 원소가 태어났다. 이들이 섞여 지상과 하늘을 빚고, 지상과 하늘은 생명을 발생시켰다. 처음으로 발생한 생명들을 나는 굽어보았다. 날짐승과 들짐승이 나를 발견하더니, 멀리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나는 자신을 인식하였다. 나는 용사에게 목을 베여 머리를 잃은 피칠갑의 거인이었다. 머지않아 인간을 빚어야 할 텐데, 이리 혐오스러운 몰골일 수는 없다. 그러므로 나는 나의 얼굴과 머리카락을 지어냈다. 그들에게 정다운 조물주가 될 수 있길 바라면서. 나의 외형 >>254

#254 이름없음 2024/08/30 19:04:04

주황 단발머리, 녹색 눈.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감과 인상

#255 4일차/7일차 2024/08/30 19:28:22

하늘의 달을 거울 삼아 머리를 빗었다. 파르무레한 밤의 대양에 나의 새로운 얼굴을 비추었다. 일출의 색과 같은 주홍 단발이 수면에 너르게 반사되었다. 나무의 강직함이며, 용암의 열중함이며, 온갖 것의 온갖 좋은 것을 나는 채집하였다. 그것으로 나의 모습을 본떠 인간을 빚으니 생각보다 마음이 넉넉해졌다. 시한부의 비눗방울 속에서 역사는 시간에 쫓겨 진행되었다. 인간은 순식간에 수를 불려 세를 키웠다. 부족과 족장의 시대를 거쳐, 그들은 정착하며 문명을 꽃피웠다. 세계의 키워드나 장르 >>256 >>257 >마법 >학교 >동화 >과학 >기타

#256 이름없음 2024/08/30 19:36:53

마법

#257 이름없음 2024/08/30 19:52:16

학교

#258 4일차/7일차 2024/08/30 20:11:46

잦은 전쟁과 분열의 결과, 대륙의 중앙에 거대한 학교가 세워졌다. 학교는 세속의 권력으로부터 자치권을 획득하였고, 이에 야심 있는 청년들을 끌어들였다. 이문명과의 교류, 사상가들의 토론, 그리고 새로운 마법 연구의 발표로 배움의 터는 원체 요란스러웠다. 누구든 입학 시험을 통과한 자라면, 종족에 관계없이 학교의 정문을 드나들 수 있었다. 정문에는 검사와 마법사의 동상이 있었고, 이들은 밤이 되면 되살아나 움직였다. 학교의 두 창립자는 평화의 시대를 관람하며 이 세계가 오래 번성하기를 바랐다.

#259 4일차/7일차 2024/08/30 20:13:03

그리고 끝일 것인가 나는 심장을 움켜쥐었다. 이 작은 모형 정원을 감싼 구형의 벽에서, 부스스 가루가 떨어져 내렸다. 호흡이 불안정해졌다. 리듬을 상실했다. 폐가 색색거리며 어지러이 들떴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이 작은 공간에서 창세를 해보았자, 내 영혼의 소실과 함께 종료된다. 이 모형정원을 현세現世에 옮기지 못하는 이상 이 공상 놀이는 허물어질 운명이었다. 나는 내가 만든 세계에 책임을 져야 했다. 망이를 만들어놓고도 끝까지 지키지 못했듯이, 나는 창조물을 버리는 죄악을 다시금 저질러버릴 모양이었다.

#260 4일차/7일차 2024/08/30 20:18:11

신이여, 세계를 지어올렸습니다. 이 세계가 그대로 수송된다면, 저도 현실로 돌아갈 여지가 있겠지요. 저는 세계의 구조를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신은 한 차원 높게 계시니, 이 세계의 전체적인 구성이 조망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죽기 전까지 존재했던 현실. 그 안에 이 세계를 옮길 만한 공간이 남아있을까요? 있을까요. 저는 서술하고 가득 채워, 현실을 줄글로 쌓아올렸습니다. 아무런 문장도 없어 사용할 수 있을, 세계의 빈터가 존재할지요. >>262 >있을지도 몰라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줘 >기타

#261 이름없음 2024/08/30 22:55:45

어떻게 될까?

#262 이름없음 2024/08/31 09:16:47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줘

#263 4일차/7일차 2024/08/31 12:33:43

지금부터 세계를 비틀고자 합니다. 신의 조언을 따라 창세를 마쳤으니, 이 창조물을 어떻게든 살려내겠습니다. 이 붕괴 직전의 모형에 아교처럼 필연성을 부어 견고하게 만들 계획입니다. 그 기술적인 상세는 뒤로 미루겠습니다. 건물을 짓기 위해 토지를 매입하듯이, 저희에게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이 모형정원을 옮길 현실의 공백이 존재해야 합니다. 오직 현재의 시점만을 사는 저희와 달리 신께서는 숫자의 형태로 과거의 총체를 일시에 시각하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제가 살았던 현실 역시 신께는 수치와 문자의 나열로 보이실 것입니다.

#264 4일차/7일차 2024/08/31 12:38:07

조건은 이러합니다. 객관성을 위해 "숫자"로 된 좌표를 찾아주셔야겠습니다. 그중에 가능한 한 "제일 앞서" 존재하면서 "저의 주관과 서술이 배제된 빈터"가 과연 있었을까요? 완벽한 공허일 필요는 없습니다. 몇 개의 얼룩, "몇 개의 점들". 그 정도는 괜찮습니다. 그 안에 저의 "문장이 없는" 것만으로도,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265 이름없음 2024/08/31 12:41:00

금서고의 현자로 살며 상위 세계에 대한 가설을 접해왔습니다. 그 탐구가 틀렸다면 이 계략은 무의미하겠지요. 현실의 빈터라는 것이, 한 식자의 공상이었을지도 모르고요. 그러나 신이시여, 외람히 기대를 품겠습니다. >>267 >찾은 것 같아 >방법에 대해 더 설명해줘 >기타

#266 이름없음 2024/08/31 22:20:16

발판

#267 이름없음 2024/08/31 22:26:11

최대한 구체적으로 들어보자 방법에 대해 더 설명해줘

#268 4일차/7일차 2024/08/31 23:15:56

이는 금서고에서, 이교의 교부와 공의회의 회의록으로부터 얻어낸 지식이었습니다. 때문에 지금까지의 설명이 너무 비유에 기댄 것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설명의 방식을 바꾸겠습니다. 기적의 절차를 차근차근 이르겠습니다.

#269 4일차/7일차 2024/08/31 23:19:36

지금 저희는 자그마한 모형정원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현실로 옮기는 것이 당장의 목표입니다. 이 모형정원에 속한 저 역시 되살아날 방도가 생기겠지요. 그러나 현실에 존재하기 위해선 "개연성"이 필요합니다. 개연성의 요건을 둘로 소개하겠습니다. 하나. 전승과 조리에 비추어 합당해야 합니다. 둘. "복선"이 있을수록 그 개연성은 강화됩니다. 전자는 잊으셔도 됩니다. 명색이 성녀. 제가 조건을 충족하겠습니다. 그러니 후자만 더해진다면 기적을 발동할 수 있습니다.

#270 4일차/7일차 2024/08/31 23:23:35

지금까지의 이야기에 "복선을 첨가할" 작정입니다. 기적을 발동할 만큼의 복선을 충분히 마련한다면, 저희의 승리입니다. 그렇다면 복선을 어디에 더해야 할까요? 이미 문장이 존재하는 곳이라면 안 됩니다. "새로운 문장을 적어넣을 수 있을" 빈 곳이라야 바람직합니다. 나아가 창작물의 복선이란 본래 이르면 이를수록 그 세기가 강해집니다. 책 첫 페이지의 복선은 무조건 회수되어야 하는 법이지 않습니까. "이야기의 최초"에 가까울수록 기적의 가능성이 증대됩니다.

#271 4일차/7일차 2024/08/31 23:26:23

압니다. 어려운 조건일 줄은. 그러나 상위Meta 존재의 시선이라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장이 들어있지 않은 이 이야기의 시작" 만일 그것이 존재한다면, 그 "숫자의 좌표"를 제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274 >알 것 같다 >함께 고민해보자 >>? >기타

#272 이름없음 2024/09/01 00:03:26

1레스 말하는건가?

#273 이름없음 2024/09/01 09:43:53

1레스 맞는 것 같아

#274 이름없음 2024/09/01 09:44:43

알 것 같다

#275 4일차/7일차 2024/09/01 13:40:25

신께서 보물찾기에 성공하셨다. 이 모형정원을 끼워넣을 현실의 빈틈이 생겼다. 이제는 성녀인 내가 알맞은 기도를 올리면 되었다. 최초의 성녀는 일곱 날을 사용하여 세계를 만든 전승을 남겼다. 전승에는 구속력이 있다. 그것은 규칙이며 약속이 된다. 이에 편승하여 이 모형정원에 개연성을 부여하리라.

#276 4일차/7일차 2024/09/01 13:45:06

세계를 일깨워 오랜 규칙을 상기시켰다. 성녀는 일곱째 날에 세계를 완성시킨다고. 나는 성녀인가? 그러하였다. 완성된 세계가 있는가? 그렇다. 이곳에 있다. 종교의 맥락에 따라 일곱째 날 생겨날 완성된 세계. 그리고 이 모형정원을 그 완성품의 이데아로 상정하였다. 이 관념의 세계가 일곱째 날에 현실세계로 덮어씌워질 것이다.

#277 4일차/7일차 2024/09/01 13:53:06

전승은 준비되었다. 성녀가 준비한 주형에, 신의 말씀을 담는 것으로 경건함은 최고조에 이르게 된다. 신이여, 불씨를 당기기까지 두 단계만이 남았습니다. 경구를 마련한 후 이를 신이 제시한 좌표에 던져넣겠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 모형정원이 저의 현실로 옮겨져, 망이와 함께 살아갈 실제의 세상이 될 터입니다. 창조주로서 말씀하실 수 있겠으니, 생명에게 하사할 말씀이 있으십니까? 모든 생명이 당신의 말씀을 기억할 것입니다. >>278 >번영하고 사랑하라 >너희만의 답을 찾아내거라 >세계를 만든 이들을 기억해주렴 >없다. 신은 침묵한다 >기타

#278 이름없음 2024/09/01 13:58:36

너희만의 답을 찾아내거라

#279 4일차/7일차 2024/09/01 14:07:57

알겠습니다. 신이시여, 그 말씀이 인구에 널리 회자될 것이며, 오래도록 역사에 남을 것입니다. 신은 질문하는 자이며 생명은 답하는 존재라던 그 말씀이, 기시감 있어 저는 즐겁습니다. 그 말씀을 넣어 경구를 완성짓겠습니다. 이 경구에 따라 일곱째 날에 세상이 완성되어야 한다는 "당위"가 생겨납니다. 세계는 이를 만족시켜야 하며, 그것을 가능케 할 모든 방법을 어떻게든 갈구하게 됩니다. 그러나 성녀가 만든 완성된 세계는 이 모형정원, 오직 이것 하나뿐. 그렇기에 이 모형정원이 현실세계에 간택되어 현실로 이동하게 될 것입니다.

#280 4일차/7일차 2024/09/01 14:10:13

조물주는 세계의 일부일까요? 그러하기를 바랍니다. 다만 그리운 이를 다시 만나기를 바랄 뿐. 잠언을 완성짓겠습니다.

#281 4일차/7일차 2024/09/01 14:13:23

『성녀의 약조에 따라 일곱째 날에 세계가 완성될지어다. 그 세계에서 신이 이르건대, 인간은 답을 찾아야 할지니. 세계는 규칙을 지키고, 우리는 일곱째 날을 기다리리라.』 이것을 던져넣을 터이니, 신이여, 찾아내셨던 그 좌표를, 이 도착지로 하시옵소서. >>282 >>?

#282 이름없음 2024/09/01 15:31:46

>>1

#283 4일차/7일차 2024/09/01 16:05:07

나는 신의 도움을 받아 미약한 잠언들을 아득히 쏘아보냈다. 내가 존재한 적도 없던, 아주 오랜 고대의 시간으로. 모형정원이 갈라질 듯이 진동하였다. 이 계획이 성공할까? 불가능한 계획이었을까? 불안에 떨며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 성패를 가리기에 앞서, 먼저 끝난 것이 존재하였다.

#284 4일차/7일차 2024/09/01 16:06:02

신을 이곳까지 데려와주었던, 나와 신 사이의 미약한 연결. 방금 전의 창세를 끝으로, 그 연결이 고갈되고 있었다. 그렇다. 창세의 능력은 창세를 위해 존재하는 것. 목표를 달성했으니 더는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다. 신과의 일체가, 연결이 끊긴다. 1인칭으로 보여드렸던 세계와, 그 모험의 이야기가 끝난다. 이 도전의 결론을 보여드리지 못한 채 때이른 작별이다.

#285 4일차/7일차 2024/09/01 16:08:51

지금은 4일째. 7일째의 예언이 이루어지려면 사흘이 더 남았다. 사흘이 지난 뒤에야 성과를 확인할 수가 있다. 그러니 신이시여, 그동안은 작별입니다. 성공한다면 재회일 테고, 실패한다면 마지막이겠지요. 다음에는 평화로운 세계에서 뵐 수 있기를. 신과의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287 >작별 인사를 한다 >건투를 빈다 >기타

#286 이름없음 2024/09/01 21:57:49

발판

#287 이름없음 2024/09/01 22:48:27

건투를 빈다

#288 4일차/7일차 2024/09/01 23:24:51

신은 내게 건투를 빌어주셨다. 그 도움을 받아 많은 장애물을 건넜다. 소중한 것을 지켜받았다. 소중한 기억을 간직하여 앞으로의 인생의 버팀목으로 삼을 것이다. 마음이 심란해졌다. 이 모형정원에서 새로이 얻은 녹색 눈. 눈물이 베어나왔고, 눈꺼풀은 기능하였다. 시야가 격정에 흐릿해지며 저 역시 당신께 건투를

#289 막간 2024/09/01 23:25:35

▒▒▒신의 책임이 달성되었습니다▒▒▒ ▒▒▒성녀와의 연결을 종료합니다▒▒▒ ▒▒▒당신의 헌신에 감사드립니다▒▒▒

#290 막간 2024/09/01 23:29:46

신은 성녀를 구출해냈다. 죽음으로부터 되살아난 이는 존재한 바 없었다. 신은 쇠락한 세상을 재건했다. 1/7이라는 제약. 그러나 비눗방울 같은 모형정원에서, 그 제한을 회피하였다. 신은 폭력적인 딜레마를 해결했다. 용사는 밀어붙이고 레밀은 꾀어내었다. 그러나 신은 공존을 선택했다. 신은 아이와 세계, 양쪽을 구원했다. 포기하지 않으면 그곳에 길이 있다. 신은 좁은 문으로 들어갔다.

#291 막간 2024/09/01 23:31:52

창세의 성녀는, 세계가 멸망했을 때 등장하는 특이적인 존재. 창세의 의무를 마침과 동시에 신과의 연결은 소멸한다. 신은 모든 것에 도전하여서, 결국엔 모든 것을 이루어냈다. 그러므로 신은 이제 등장할 수가 없다. 이제 신께서 누리실 유희란, 여러 클라이맥스가 휩쓸고 지나갔던 이 평화로운 세계의 후일담을 즐기는 것.

#292 7일차/7일차 2024/09/01 23:32:53

▒▒▒▒▒▒▒▒▒▒▒▒ ▒▒▒▒▒▒▒▒▒▒▒▒ ▒▒▒▒▒▒▒▒▒▒▒▒ ▒▒▒▒▒▒▒▒▒▒▒▒ ▒▒▒▒▒▒▒▒▒▒▒▒

#293 후일담 2024/09/01 23:3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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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 후일담 2024/09/01 23:39:56

이곳은 검과 마법의, 그리고 마법과 학교의 세계. 당신께는 낯선 동시에 안면식이 있을 공간입니다. >>296 태어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295 이름없음 2024/09/02 09:37:34

태어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그대로 이야기가 끝나는 걸까? 태어나자. 이 이야기의 끝이 궁금해.

#296 이름없음 2024/09/02 10:25:01

#297 후일담 2024/09/02 16:20:19

당신은 인간의 육신을 입고 활동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문명이 번영하고 있어 꿈을 품기에 좋은 시대입니다. 학교는 세 개 대륙의 교차점에서 자신의 고유한 영토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젊음이 새로우니 학교를 즐기기에 좋은 나이. 학교는 야망 있는 청년을 환대하며, 당신에게는 우연찮게도 야망이 있습니다. >>298 >검 >마법 >모험 >종교 >기타

#298 이름없음 2024/09/02 16:59:48

모험!

#299 후일담 2024/09/02 17:21:52

그러나 이 학교는 당신을 붙들기엔 너무도 작습니다. 당신의 마음은 저 멀리 가있어서, 그것을 따라잡으려면 발을 바삐 움직여야 하지요. 여정을 채찍질하는 매서운 방랑벽. 그러나 모험의 도중 만나는 경관은 실로 다정한 종류의 것입니다. 대륙을 건너가고자, 학교의 부지를 가교 삼아 횡단합니다. 왠지 이곳은 축제. 노래와 꽃잎이 퍼져나가고 행인의 환호가 커져갑니다. 점포에서 건네받았습니다. 허브 넣은 벌꿀주를 홀짝이며 모험을 기획합니다. 애정으로 열난 이 심장을, 이국의 풍랑에 담금질합시다. >>300 >모처럼 축제를 구경한다 >황금의 도시를 찾는다 >폐교회와 금서고로 향한다 >술집에서 정보를 수집한다 >기타

#300 이름없음 2024/09/02 18:56:44

모처럼인데 축제를 즐기다가 해질녘쯤 슬쩍 술집에 들러서 정보를 얻자!

#301 후일담 2024/09/02 19:24:16

통나무를 깎아만든 의자에 앉아, 벌꿀주를 추가로 주문합니다. 인파를 바라봅니다. 학생과 관광객이 지나가며, 몇몇은 초면인 당신에게 인사합니다. 맥동하는 북소리와 방랑자의 피리 소리가 그들을 개방적으로 만든 것이겠지요. 훈제 연기에 휩싸인 거대한 마차가 지나갑니다. 레몬처럼 잘린 구운 고기에서 짙은 기름이 뚝뚝 떨어집니다. 보물찾기 대회에 참여한 일군의 학생들이 질주합니다. 손안의 쪽지만을 믿고 젊은이들이 달려나갑니다. 땅에 두 발을 딛고 앉아, 그러나 알딸딸해집니다. 벌꿀주란, 의외로 단 맛 없는 독주였군요.

#302 후일담 2024/09/02 19:31:09

행진하는 북과 나팔에 취기 어린 수마睡魔가 내쫓깁니다. 그림자를 드리우는 성대한 동상이 바퀴가 여덟 개인 수레에 실려 지나가는군요. 이 지방에서 섬기는 신의 우상일까요? 그 머리는 주황색이며, 눈은 초록색입니다. 의상은 전반적으로 정감 가는 색상입니다. 복층 주택이 해를 가리고, 천 한 폭이 포장마차를 덮습니다. 소리 없이 손 잡고 걸어가는 사람들이 늘어갑니다. 혈혈단신의 모험가에겐 빛이 필요하니, 주점이 이에 제격입니다.

#303 후일담 2024/09/02 19:34:41

당신은 작은 식탁에 앉아 가벼운 술과 과일 안주를 주문합니다. 딱딱함을 자랑하던 이국의 과일이, 회처럼 얇게 썰려 접시에 담겼습니다. 주점과 여관이 연결되어, 현지인이 아닌 여행자를 노리는 점포. 때문에 대화가 활발하여 이곳의 문화와 타국의 비밀이 폭로됩니다. 이 학교의 교장인 창세의 성녀 레밀에 대하여 성국의 요새 너머, 산 위에 표류한 거대 방주에 대하여 그리고 누구도 닿은 적 없는 밀림 속 전설의 황금 도시에 대하여. 당신은 술잔을 들고 일어섭니다. 흥미를 잡아끄는 소재가 있었거든요. >>304 >레밀 >거대 방주 >황금 도시 >신과 축제 >기타

#304 이름없음 2024/09/03 00:06:38

레밀

#305 후일담 2024/09/03 00:29:22

당신은 창세의 성녀인 레밀에 대해 전해들었습니다. 동쪽의 끝자락부터 서쪽의 막바지까지. 여러 사람들이 입을 모았습니다. 그 넓은 세계에서 놀랍게도 레밀의 평판은 동일했습니다. 세계를 구한 영웅. 멸망했던 세계를 재건한 성녀. 그 공로로 교장의 자리를 얻었다. 레밀? 아니, 레밀이 아니었습니다. 당신이 알고 있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수다에 참여해보니, 레밀은 성녀로서의 소박함을 여전히 간직하는 중이랍니다. 학교에 관심있는 자라면 누구나 성녀에게 면담을 신청할 수 있다는군요. >>306 >레밀의 정보를 더 묻는다 >숙박 후 레밀에게 면담을 청한다 >숙박 후 모험을 떠나러 간다 >기타

#306 이름없음 2024/09/03 10:40:51

레밀의 정보를 더 묻는다+숙박 후 모험을 떠나러 간다

#307 후일담 2024/09/03 17:48:34

레밀의 고난은 책자를 통해 민중에 퍼져 있었습니다. 기억하실는지요. 레밀은 당신으로부터 망이를 지켜달라는 부탁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직후 당신과의 연결이 불안정해져, 레밀은 홀로 남겨졌습니다. 겨우겨우 연이 닿았던 참인지 능력을 일부 발휘할 수는 있었으나, 모진 고초에 시달리는 신세로 전락하였답니다. 낮에는 용사가, 밤에는 이교가 쫓아왔다더군요. 특히 용사는 분기탱천해서요. 믿었던 성녀가 작전을 배반했다는 이유로요. 부들부들 떨며 구사일생하며 사흘을 내리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엔 절벽의 끝에까지 몰렸답니다. 레밀은 기도하였고 바로 그 순간

#308 후일담 2024/09/03 17:50:41

천 개의 태양과도 같은 섬광이 내리치더니 빛과 어둠이 소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섞여들고 경계를 이루어, 생명과 문명이 탄생하는 광경이 일시에 목도되었지요. 검과 마법의 시대. 그 시대의 행복한 사람들은 지상에 활기를 불어넣었습니다. 궁지에 몰린 성녀가 이룬 창세의 기적일까요? 레밀은 그리 생각하였고, 사람들의 생각도 비슷했답니다. 레밀이 창세의 성녀로 추대된 것은 그러니 알맞은 귀결이었지요.

#309 후일담 2024/09/03 17:51:21

그렇다면 성녀 파르잔은? 아무래도 종적을 감춘 것 같습니다. 그리운 이들을 생각하며 하루를 마쳤습니다. 꿈결에 떠올려보니, 그들이 머물 법한 지역이 있었습니다. >>310 >집 >바다 너머의 피난처 >황금의 도시 >기타

#310 이름없음 2024/09/03 18:35:39

바다 너머의 피난처

#311 후일담 2024/09/03 19:43:00

관광객에 섞여 학교를 떠납니다. 밑창이 두꺼운 부츠를 신었습니다. 무릎까지 오는 망토를 걸쳤습니다. 짙은 숲과 외진 길을 건너는 데에 무리는 없겠습니다. 성국의 요새를 지나, 버려진 야영지에선 모닥불을 되살렸습니다. 햇볕에 맞추어 후드를 썼다가 말았다가, 보폭을 늘렸다가 줄였다가. 바다가 가까워지니, 웬일로 갈매기가 나뭇가지에 앉아있기도 합니다.

#312 후일담 2024/09/03 19:52:34

고운 모래로 된 평평한 바닷가를 보았습니다. 맨발로 뛰어놀면 좋겠습니다만, 그러지는 않기로 합니다. 이 신발이 마음에 들고, 어른스럽기로 하였고, 무엇보다도 마음이 급하기 때문에. 추억을 되찾고 싶은 마음이 쾅쾅 들뜨고 있어서. 바다는 구름이 흘러오는 저곳까지, 탁 트여 평화스럽습니다. 구름의 방식으론 바다를 건널 수 없으니, 이를 어찌하면 좋을까요? 허전하고 막막해 모래벌판을 막연히 걸었습니다. 그러다 어떤 목조 건축물을 마주했습니다.

#313 후일담 2024/09/03 19:54:51

집의 모양을 한 방주입니다. 겉면엔 도료가 발라져 물이 들어올 일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누구의 작품일까요? 알 것 같기도 하네요. 그 내부 역시 왠지 알 것만 같습니다. 출항했습니다. 바다 너머 대륙에 가닿기까진, 아무래도 하루. >>314 >누워 배멀미를 피한다 >배의 내부를 살펴본다 >기타

#314 이름없음 2024/09/03 20:01:12

배의 내부를 살펴본다.

#315 후일담 2024/09/03 20:09:10

지나버린 그날, 성녀 파르잔과 망이가 삶을 영위하던 터전입니다. 눈 푹푹 내리던 와중에, 파르잔이 도박장에 수감되었던 동안, 릴리가 집을 증축했었지요. 천지개벽하던 그 혼란 중에 이 해변까지 쓸려내려왔나 봅니다. 성녀의 방을 봅니다. 망이의 방을 봅니다. 당신의 눈으로. 정성들여 관리한 티며, 깜찍한 장식물이며, 그런 성녀의 애정을 봅니다. 성녀의 눈에는 너무도 당연해서 묘사되지 않았던 공들인 마음을 봅니다.

#316 후일담 2024/09/03 20:11:59

냉동칸의 소고기는 여전하고, 달걀은 오래되었으니 버리고. 냉장고를 정리합니다. 주방의 벽면엔 하얀 숯과 불판이 보입니다. 아, 하늘색 보온병! 아이스티다! 마셔봅니다! 아차.

#317 후일담 2024/09/03 20:15:47

수면제를 먹은 것처럼 아주 곤히 잠들었었습니다. 귓가에는 새소리. 새소리라고요? 육지를 뜻합니다. 문을 열어보니 큰부리새. 밀림의 생물입니다. 두 번에 걸쳐 들숨, 두 번에 걸쳐 날숨. 한낮의 광량이 세서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연기의 냄새. 나무를 태우는 향. 인간이 생활하는 자취.

#318 후일담 2024/09/03 20:16:45

생활감이 생동한 임시 거처가 있습니다. 당신은 그곳에 누가 있을지를 알고 있습니다. 무어라 말하고 싶을지도, 알고 계실까요? >>319 >인사한다 >다행이라고 말한다 >조용히 미소짓는다 >기타

#319 이름없음 2024/09/03 20:51:49

조용히 미소짓는다. 사실 이름을 불러보고 싶었는데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라서....

#320 후일담 2024/09/03 20:58:25

성녀는 붉은색 털실로 뜨개질을 하는 중이었습니다. 머플러가 길게 늘어져, 성녀의 무릎께에 엎드린 망이의 목덜미를 덮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고요한 미소 덕에, 망이는 천사다운 수면을 노곤히 이어갑니다. 성녀는 대바늘을 가지런히 내려놓고, 망이는 번쩍 들어 품에 안았습니다. "오실 줄 알았습니다." "증명도 증거도 없었지만 어쩐지 알았습니다." "신께서 증명도 증거도 없이 저희를 지켜주셨듯이." 당신은 당신의 미소로 화답하고, 당신의 손으로 문을 열어줍니다. 온풍 부는 바깥으로 셋이서 나들이입니다.

#321 후일담 2024/09/03 21:05:26

흙길을 따라서, 그러므로 파릇한 풀꽃을 살리면서 걸어갑니다. 바람이 망이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기고, 그래서 망이는 더더욱 나른히 잠에 들고, 그래서 두 사람은 조금 더 목청 높여 대화할 수가 있게 됩니다. "어떻게 오셨는지는 묻지 않겠습니다. 아마도, 재회를 소망하신 것이겠죠." "해피엔딩을 거머쥐었으니 평화로운 잡담을 즐겨볼까요." >>322 >릴리의 정체에 대해 묻는다 >망이의 과거에 대해 묻는다 >어떻게 지냈는지를 묻는다 >망이의 미래를 묻는다 >기타

#322 이름없음 2024/09/03 21:11:10

망이의 과거가 궁금하네 예전에 이교의 예언자가 본인이 망이를 '저런 존재'로 바꿨다고 했는데 그 말인즉슨 망이가 처음부터 괴물로 취급받진 않았다는 것 같아서 항상 궁금했엉

#323 후일담 2024/09/03 21:21:21

"과거는 탐구의 대상이죠. 궁금하심이 당연합니다." "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신께서 저를 구해주셨을 때, 모형정원을 만드는 대신 과거로 돌아가는 선택을 했다면? 어쩌면 릴리와 망이가 있었던 그 시절을 체험하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뭐, 그 경우엔 세계가 구해지지 않았을 것이라, 일장일단이지만요." 파르잔의 숨결로부터 알고 있는 감정을 감각합니다. 그것은 그리움입니다. "짧은 말로 간결히, 망이에 대해 이르겠습니다."

#324 후일담 2024/09/03 21:26:33

"교단은 재난에 대비해 성녀를 모집해왔습니다. 세계가 멸하는 순간, 성녀가 창세의 능력을 깨우쳐 세계를 재건하길 바라며." "아무나 잡아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공상을 현실로 바꾸는 '잠재력'이 보이는 소녀들을 골랐죠." "전쟁 고아 중에 몇몇은, 환상에서 친구 하나를 꺼내오는 법을 걸음마처럼 익혔거든요." "버려져 살던 나날, 릴리가 저의 첫 번째 상상친구였고." "성녀로 임명되어 금서고에 갇혔던 때, 저는 두 번째 상상친구인 망이를 만들었습니다." 주마등에서 눈에 담았던 성녀의 과거가, 상상친구의 이모저모가 발성됩니다.

#325 후일담 2024/09/03 21:30:25

"망이는 책의 요정으로, 금서의 활자와 삽화를 먹어치우는 존재였습니다. 이교의 지식이 실려오는 금서고에서, 저희는 이를 검열하는 역을 맡았거든요." "그런 망이를 이교가 오염시켜 세계를 먹어치우는 존재로 탈바꿈시켰습니다. 기억도 사라지고 인격도 퇴화해, 망이와의 추억은 저 홀로 간직하게 됐죠." "과거를 회상하는 위치에선, 과거를 재현할 수도 없으니, 그저 추단할 따름이지만 망이가 먹어치울 예정이던 금서에 주술을 걸어 정체성을 뒤튼 모양입니다."

#326 후일담 2024/09/03 21:36:34

"그 뒤 여러 일을 생략하여, 멸망의 직전, 저는 모종의 힘을 받았습니다. 겨우겨우 포위망을 뚫고 폐가를 찾아, 이를 살 만한 공간으로 바꾸었던 때, 찬장을 살피다가 신의 기색을 느꼈으니, 그것이 저희의 첫만남이었지요." "모두 그리운 과거이며, 지나간 세계의 설정입니다." 성녀 파르잔이 먼곳을 바라보았습니다. 시선은 당신의 낯으로 향했다가 결국엔 망이의 등으로 향합니다. 망이의 등을 토닥이며 파르잔은 당신을 한 발짝 늦게 따라갑니다. >>327 >이곳에 은둔하는 이유를 묻는다 >망이의 미래를 묻는다 >기타

#327 이름없음 2024/09/03 21:39:20

엇 이제 이야기의 끝이 다가오는 건가ㅜㅜ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해+이곳에 은둔하는 이유에 대해 알고 싶어

#328 후일담 2024/09/03 21:48:02

"신과의 연결이 끊긴 뒤로는 마물에 홀린 듯이 이곳저곳 휩쓸렸습니다. 그러다 결국엔 대지에 발이 닿았으니, 모형정원이 성공적으로 현실에 이식된 것이었지요. 기쁨이 있었습니다. 사흘은 외로웠을 망이에게 일시에 달려갔습니다." "그 뒤로는 망이와 계속해서 일상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뭐, 은둔을 하게 된 이유가 그것이 전부는 아니지만요."

#329 후일담 2024/09/03 21:51:17

파르잔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습니다. 어이없음을, 비통함을 뜻하는 제스처이지요. "사람 사는 곳에 가니, 저를 닮은 동상을 세웠더라고요?" 아, 축제에서 본 것 같습니다. "세상을 빚은 조물주이다 보니, 제가 인류의 무의식 중에 신으로 각인된 모양이에요." 과연. 이목이 부담스러워 숨어들 만도 합니다. "그리고 금서고에 한평생 갇혀 살았다보니, 망이가 아니면 뭔가 무섭고...." 어라? 파르잔은 당찬 성격 같았는데 말입니다. "신이 뒤에 계셔서 용기가 났고, 망이가 위험해서 간절했을 뿐이죠." 아하. 지지와 사랑의 강력함을 느끼게 되는 순간입니다.

#330 후일담 2024/09/03 21:58:00

두 사람의 시선은 일시에 망이를 가리킵니다. 자연스러운 이끌림이었습니다. 소곤소곤 잠에 든 모습이 너무도 만족스러워서. 여러 선택과 힘든 고난을 뚫고 지켜낸 그것이 너무도 소중하여서. "뭐, 이제는 괜찮아요. 은둔 생활을 고집하지 않아도 됩니다." 더군다나 이에 더해, 마침 새로운 가족인 당신도 찾아왔습니다. 변화의 시간입니다. "망이를 어떻게 보살필까요? 신님의 의견은 어떠신가요? 물론 망이의 의사가 제일이지만요!" >>331 >학교에 보낸다 >모험가로 키운다 >우선 밥부터 먹인다 >기타

#331 이름없음 2024/09/03 21:58:24

우선 밥부터 먹인다

#332 이름없음 2024/09/03 21:59:59

우선 밥부터! 메뉴는 어딘지 익숙한 소고기라면이 좋을 것 같아

#333 후일담 2024/09/03 22:11:27

"...그렇네요. 인간의 몸으로 오시느라 고되셨겠죠. 식사부터 할까요." "망이도 식사를 거르면 안 되지요. 한창 클 나이이니." 셋은 바다로 다가갑니다. 그들이 살던 집을, 방주를, 당신이 이곳까지 끌고왔으니까요. 파도가 칠 때마다 소금 냄새가 짙어집니다. 망이가 서서히 눈을 뜹니다. 망이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하긴, 망이는 호기심 많은 아이였지요. "...엄마." "아, 망이야. 이 분을 소개해드릴게." "...엄마 같아."

#334 후일담 2024/09/03 22:14:21

망이는 당신을 가만히 응시하며 입을 열었습니다. 망이의 눈동자는 여름의 바다 같고, 그 표면은 찬란히 잔잔합니다. 망이는 그 조그마한 손가락을 당신에게 열심히 뻗어댑니다. "엄마의 안에 있던 그 느낌이에요." "어어라? 정말? 혹시 느껴지는 걸까?" "네. 그러니까... 엄마 안에 있었으니까 엄마? 엄마가 아니니까 아빠? 뭐라고 불러요?" "아, 뭐라고 부르냐고? 음, 그건 좀 고민해볼까?" 파르잔은 올바른 호칭을 찾아 헤맵니다. 그녀는 양육자이니까요. 아이에게 올바른 개념을 심어줘 올바른 명칭을 가르쳐야 합니다. 그러나 그 속도는 느릴 수밖에 없어서, 티 없이 맑은 망이가 더 일찍 단어를 찾아냅니다. "그럼 가족이라고 부를래요!" "음, 맞는 말인데, 호칭은 좀 더 고민해보자!" 양육은 어렵고 벅찬 법입니다.

#335 후일담 2024/09/03 22:25:46

그들의 아침은 소고기 라면. 요리사는 파르잔입니다! 양파가 남아있습니다. 소고기가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소고기는 얼어있습니다. 꽝꽝 언 고기를 냄비에 넣고, 우선은 참기름을 부어 가열해봅니다. 강한 불에 참기름이 금세 증발하며 향긋한 냄새를 풍깁니다. 어라? 그런데 강불? 녹이려면 약불 아닌가요? 온당한 지적에 파르잔은 화들짝 기겁합니다. "시, 신이시여! 저는 요리치라니까요!" 하지만 분명 그때는 맛있는 요리를 했는데. "그건 신의 가호 덕분이에요! 아마도 맛없었을 요리가, 신의 선택 덕에 맛있어졌을 뿐!"

#336 후일담 2024/09/03 22:26:30

흐음. 그렇군요. 파르잔은 전에도 말했지요. 자신은 라면조차 제대로 끓여본 적이 없었다고. 신의 힘을 잃고 성녀가 아닌 인간으로 돌아간 지금, 자신감이 확 떨어졌나 봅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요. 당신이 주걱을 건네받아 고기를 천천히 녹여갑니다. 밑바닥에 달라붙었던 새하얀 고깃기름이, 점차 거품을 이루어 떨어져 나갑니다. 그동안 파르잔은 조심조심, 껍질 벗겼던 양파를 가로 세로로 네모나게 썰어댑니다. "휴우, 힘드네요." 그러다 파르잔이 양파 썬 손으로 눈을 비비고 수돗물로 눈을 한참 씻는 대소동도 벌어졌습니다. 망이가 옆에서 걱정하며 그 고사리손으로 물을 끼얹어줬어요.

#337 이름없음 2024/09/03 22:27:14

망이 귀여워.....

#338 후일담 2024/09/03 22:29:39

그 사이 당신은 양파를 집어와, 소고기와 함께 잠시 들들 볶았습니다. 불을 낮추고, 차분히 물을 붓고, 라면 봉지를 뜯어 스프는 탈탈 텁니다. 물이 팔팔 끓으며 노릇한 양파가 들끓으니, 이제는 면을 넣을 차례. 면을 곧바로 투하하려는데... 옆구리를 콕콕 찌르는 손이 있습니다. "엄마는 면을 반만 넣고, 반은 나중에 넣었어요." 아하, 그렇군요. 두 가지 식감을 공존시키는 파르잔의 비법이 있었지요.

#339 후일담 2024/09/03 22:31:26

당신이 불을 조절하고, 파르잔과 망이는 식탁과 식기를 정돈합니다. 당신이 간을 보고, 파르잔이 간을 보고, 망이가 간을 봅니다. 모두가 허가를 내립니다. 출동입니다! 라면이 세 명의 식탁으로 출동합니다! "신이여, 라면이 부디 맛있기를." 파르잔이 간절히 기도합니다. 그러나 당신은 이제 신의 능력을 잃은, 이 세계의 일부이자 그들의 가족. 맛있을까요? 글쎄요. 적어도 세 명이 골고루 노력해 협동한 결과물입니다. 라면은 >>340 >맛있다! >개선의 여지가 있다! >다음에는 사먹읍시다 >기타

#340 이름없음 2024/09/03 22:32:20

다음에는 사먹읍시다

#341 후일담 2024/09/03 22:35:30

"아...." "엄마...?" 그리고 당신 역시 탄성. 흐음. 아무래도 라면의 맛은 신의 덕택이었고 소고기 바베큐의 맛남은 릴리의 요리 실력 덕택이었나 봅니다. "저, 망이야, 내가 먹을게." "시, 싫어요! 제가 먹을게요!" "망이야!!!" 마치 맛있는 음식이 사이에 있다는 양, 두 사람이 태격댑니다. 당신은 말없이 라면을 후루룩 삼키며, 아무래도 맛있는 가게로 그들을 소개해주어야겠다고 마음먹습니다.

#342 후일담 2024/09/03 22:37:04

그러려면 이 은둔생활을 멈추고 도시로 가야겠지요. 신의 힘을 잃은 우리는 이제부터 노동을 하고 사람과 부대껴야겠지요. 맞습니다. 이는 정말로 고귀하고 버거운 과업이지요. 하지만 세상을 구하는 것보다는 더 쉬운 일이 아닐까요? 더욱이나 이제는 우리 셋이 함께이니. 당신은 기어코 망이가 자신 몫의 라면을 열심히 삼키는 모습을 바라봅니다. 아, 이 평화.

#343 후일담 2024/09/03 22: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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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 후일담 2024/09/03 22:39:16

▒▒▒▒▒▒▒▒▒▒▒▒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파르잔과 망이를 귀하게 여겨 지켜주신 바로 당신. 폭력과 상실, 회유에 맞서 올곧게 가치를 견지한 당신. 당신의 이야기가 하나, 행복하게 끝났음에 경축드립니다. ▒▒▒▒▒▒▒▒▒▒▒▒

#345 후일담 2024/09/03 22:40:03

▒▒▒▒▒▒▒▒▒▒▒▒ 당신의 헌신에 감사드립니다. ▒▒▒▒▒▒▒▒▒▒▒▒

#346 ◆k1bdDvDxU1z 2024/09/03 22:4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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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7 ◆k1bdDvDxU1z 2024/09/03 22:40:34

완! 감사합니다!

#348 이름없음 2024/09/03 22:40:59

수고했어 스레주! 정말 재미있게 잘봤어

#349 이름없음 2024/09/03 22:41:12

세상에 기승전결 복선회수 수미상관까지 정말 재밌는 앵커였어! 레주 짱이야 짱

#350 ◆k1bdDvDxU1z 2024/09/03 22:46:28

지금까지 RP(롤플레잉)을 지키느라 감사 인사 한번 못했던 스레주입니다! 스레 내외로 응원하고 북돋아주셨던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창작 동기는, 캐릭터 메이킹을 한 순간 존재가 덮어쓰기 되는 용사의 장면을 떠올린 탓. 이야기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결정적인 장면으로 삼아 공들였습니다. 맨처음 계획했던 플롯과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구상과 동일한 부분은 해피엔딩뿐.

#351 ◆k1bdDvDxU1z 2024/09/03 22:49:06

초기 구상에서의 플롯은 과거로의 시간여행이었습니다. >>1의 공백은 원래 과거를 염두에 둔 것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바뀌게 됐네요. 그들의 과거를 후일담에서나마 간략히 보일 수 있어 기뻤습니다. 그 외에도 폐기된 소재와 장면이 꽤나 있습니다. 여러분의 레스는 생각보다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제목은 마지막에 메타 소재로 수미상관을 이룰 작정으로 적었는데 정작 그 메타 소재는 사라지고, 다른 방식으로 수미상관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덕분이에요! 그리고 제목은 확실히 클릭 유도는 됐겠지요? 솔직히 이게 대체 뭔가 싶으셨을 겁니다.

#352 ◆k1bdDvDxU1z 2024/09/03 22:52:37

음, 이걸로 할 이야기는 다한 것 같습니다! 명예의 전당에 대신 등재해주신 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일말의 감동을, 일말의 기쁨을 느끼셨다면 그것만으로도 저는 대만족입니다. 그럼 안녕히!

#353 이름없음 2024/09/04 14:17:57

와 처음부터 감탄하면서 끝까지 왔는데 글 너무 잘 쓴다. 짜임새부터 스토리 자체도 그렇고 전부. 사실 스레딕 자체에 거의 뉴비라서 이것저것 읽기만 하다가 호기심에 앵커 참여도 해본 건데 신기하고 잼난 경험이었어. 스레주 고생했고 좋은 글 경험하게 해주어 고마웠어요.

#354 ◆k1bdDvDxU1z 2024/10/26 00:22:03

서둘러 휘갈기는 보충. 이런 건 안 좋아하지만, 미처 언급도 못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작중 핵심 반전을 다룹니다. 아직 안 읽으신 분은 피해주세요!

#355 ◆k1bdDvDxU1z 2024/10/26 00:22:37

스레의 정체성을 규정한 1일차, 일상을 보여준 2일차에 이어, 3일차는 적대자와 함께 시작합니다. 얼굴 없는 이교의 예언자가 등장! 이교는 성녀에게 용사의 위험을 경고하고, 자신의 속내는 감춘 채 퇴장해버립니다. 성녀는 그 의도를 작중에서 >>169와 같이 추정합니다. 용사와 성녀를 충돌시켜 이교만 이득을 보려는 게 아니었을까 하고요. 물론 그것은 성녀의 착각! 이교의 꿍꿍이를 의심했다면 다른 루트로 갔겠지요. 그런데 결말까지 이교의 시점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게 되어버렸네요? 작가 입장에서야 머리 속에 설정집이 있으니 당연한 줄로 알았는데, 정작 서술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럼 읽는 입장에선 이교를 >>169라고 생각하게 되어버리는 게 아닐까, 싶어서 덧붙입니다! 이하는 >>170이나 >>199에서 나올 수도 있었던 분기입니다.

#356 ◆k1bdDvDxU1z 2024/10/26 00:23:48

이교의 의도를 생각해보기로 하였다. 이교는 성녀의 죽음을 바란다고 털어놓았다. 이는 신에 의해 진실로 보증되었다. 이교의 속임수가 적중한다면 성녀는 목숨을 잃는다. 그렇다면 누구에 의해 목숨을 잃을까? 신? 용사? 망이? 이교는 거짓 정보를 대화 속에 교묘히 섞어놓았다고 했다. 그 대화의 내용은 오롯이 용사와 이교에 관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용사가 범인일까? 하지만 용사는 창세의 성녀가 세상을 재건하기를 바란다. 창세의 성녀를 죽인다니 이상하다. 그러나 창세의 성녀가 죽는다면? 창세의 성녀는 신의 힘을 빌리는 성녀. 그리고 용사에 따르면 다른 성녀들이 존재한다. 더군다나 계속해서 파르잔을 '이번 창세의 성녀'라고 부른다. 창세의 능력은 신의 힘. 그렇다면 파르잔이 죽을 시, 그 능력이 '다음번 성녀'에게 계승되는 것 아닐까?

#357 ◆k1bdDvDxU1z 2024/10/26 00:24:24

다음번 성녀와 만난 신은 어떤 태도를 취할까? 파르잔이 억지로 지켰던 균형이 무너진다면, 어떤 방향으로 무너질까? 용사는 신이 새로운 성녀의 바람을 들어주리라 생각했고, 이교는 신이 배신에 분노하리라 생각하였다. 신이 균형을 지킨다고 한들, 성녀가 용사와 이교에 시달리고 목숨을 위협받다 보면, 결국엔 한쪽 편을 들 수밖에 없다. 용사가 망이를 노리는 대신 성녀는 지키려 한다는 선입견이, 이교가 심어주려고 했던 바로 그것. 이교는 신이 배신을 처벌해, 세상이 멸망하기를 바랐다.

#358 ◆k1bdDvDxU1z 2024/10/26 00:25:09

...이것이 미처 다루지 못했던 이교 시점의 이야기였습니다. 작가가 해석의 다양성을 깨는 것은 안 좋아하는데, 위 내용은 작중에서 서술되어야 했던 부분이었던지라. 남은 부분은 여러분의 몫으로 남겨두겠습니다. 전 이런 걸 좋아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