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원체 예민한 분이라 하루에 보는 시간도 적은데 눈 마주치면 신경질 냄 엄마는 아빠는 원래 그러니까 이해하고 참으라고 하고 겸사겸사 공부 그렇게 해서 되겠냐고 잔소리 함 너무 답답하다
공부하는데 집 오니까 더 스트레스 받음
밥도 매일 하루 한 시간만 먹는 걸로 정했는데 집 오면 매일 그제서야 일어나서 30분 후에야 줌… 독서실 오가는데 20분이니까 밥 먹고 양치할 시간 10분밖에 없음. 그냥 찬밥이나 냉동식품 줘도 상관없으니까 바로 먹을 수 있게 해달라고 했는데 알겠다고 하고 다음날이면 도돌이표…. 내가 요리하면 식재료 루틴대로 관리 못한다고 냉장고 차지한다고 짜증내고 라면이나 냉동식품 사서 먹으면 건강에 안 좋다고 내 피부 지적하면서 화내고 어쩌라는 건지
그래서 시간 매일 조금씩 밀리는데 그것도 스트레스고 그렇다고 이 나이 먹고 그걸로 부모님한테 뭐라 할 수도 없어서 그냥 식사시간만 되면 한숨만 나옴 아 그리고 내돈으로 사먹으면 돈 많냐고 비꼼 내가 시간 밀리는 건 상관없지만 매일 루틴은 기계같이 지켰으면 좋겠고 성질부려도 화 안 내는 얌전하고 착한 딸 됐으면 좋겠고
며칠 전에 아빠 올 때 웃는 표정 짓지 않았다고 매일같이 아빠는 나한테 자기 힘든데 은혜도 모르고… 감정적 호소하는 장문의 카톡 습관성으로 보내고 말이 되는지 카톡 또 몇 시간 안 보면 예의 없다고 그걸로도 장문의 메시지 보냄
그냥 왜 사는지 모르겠다 빨리 독립했으면 좋겠다 독립하면 직장 어떻게 잡을지도 모르겠고 부모님은 이제 빚 청산하라고 달마다 돈 보내라고 할 텐데 얼마나 보내지…
직장 다니면 돈은 드릴 수 있지만 이제 얼굴 보고싶지 않음 몰래 독립하고 싶은데 또 집 어디냐고 캐묻고 찾아올까봐 걱정이다 안 알려주면 그걸로도 자존심 상한다고 난리 피우겠지…
난 아빠 때문에 남자 목소리 듣는 것도 너무 싫어서 결혼 안 할 거라고 어릴 때부터 말해왔는데 어릴 땐 그냥 어린아이 철모르는 소리라고 생각해서 알겠다고 하더니 요즘은 자기 때문에 결혼 안 하려는 거냐면서 또 자기 하소연 줄줄이 듣게 한다. 남자 목소리 듣는 게 얼마나 괴롭냐면 저번 대선 때 해설하는 남자 목소리도 듣고 깜짝깜짝 놀랄 정도임… 막상 거실로 나가서 찬찬히 들으니까 소리 지르는 톤도 아니었는데…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 어릴 때부터 형제랑 나 앞에 앉혀두고 외식하다가도 이거 다 빚이고 우리 집은 돈이 없으니까 (그러면서 자기 실적 자랑할 때는 우리나라에서 상위 몇 %라고 그 코찔찔이 유치원 초딩들이 상여금이 뭔지도 모를 때도 박수 치라고 하고) 너네도 빨리 집에서 나갈 준비하라고 은혜를 알라고 하고 그러면서 내가 독립하고 싶다고 하면 뭐가 그렇게 한이 생기는지 속상하다고 뭐라고 하고
숨 막혀
돈 자랑 하면서 아파서 병원 간다거나 뭐 프린트 하겠다고 할 땐 그렇게 아까워서 쩔쩔 맨다 책 많이 사줄테니 많이 보라고 하면서 정작 책 사달라고 하면 모른 척하거나 쓸모없는 거 왜 보냐고 공부나 하라고 화내고 그걸 못할 만한 집안 사정 아니라는 건 커가면서 알음 근데 못하는 것보다 자식들 앞에서조차 책임 없는 허세 부리는 게 어이없음
안녕 레주야. 나도 비슷한 이유로 힘든 레더야. 레주 버티느라 많이 힘들었겠다... 공부는 결과가 확정되는 것도 아니라 가뜩이나 힘든데 부모님이 둘 다 짐을 지우면 더 힘들지... 부모님에게 돈 부족한 집이라고 투정부리는 건 불효지만 이 집에 태어나길 내가 결정하지도 않았는데 내심 꽁기하고 불만이 생기는 마음은 당연하다고 생각해. 더 나은 집에서 더 나은 부모 아래 태어났다면 지금보다는 행복했겠다는 생각도 들고... 왜 나는 이 모양인지 가끔 너무 속상해서 견딜 수 없는 때도 있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면서 나 혼자라도 원하는 대로 살길 바라고 있어. 레주도 힘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