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났을 때부터 했던 짝사랑을 끝내려고 해

하소연 2025/12/17 23:28:38

#1 이름없음 2025/12/17 23:28:38

제목 보고 알았겠지만 우리 엄마 이야기야. 어디 털어놓을 데가 없어서 여기 이야기한다. 사실 다른 썰처럼 심한 가정폭력이나 학대 같은 일은 없었고, 어떻게 보면 또 좋은 엄마라고 생각해. 그래도 나는 내가 생각하는 부모의 의미를 좀 다시 정립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어떻게 보면 심리적 독립을 이루고 싶은 것 같아. 이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도 있겠고 이해를 못 하는 사람도 있을 거야. 조언도 열심히 들을 테니까 많이 남겨줘.

#2 이름없음 2025/12/17 23:28:44

아주 어렸을 때, 나는 좀 모자란 애였던 것 같아. 제대로 기억은 못 하지만 사고도 많이 치고 다녔었는데. 듣기로는 그때 부모님 마음고생이 심하셨대. 그래서 이런 일이 생겼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 내가 정상적인 사람이었으면 나한테 좀 덜 질리지 않았을까.

#3 이름없음 2025/12/17 23:29:00

꽤 오랜 시간 엄마한테 사랑받고 싶다고 생각했어. 자주 안아달라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나 태어났을 때 어떤 기분이었냐고 물어보기도 했어. 사랑한다고 먼저 이야기한 때도 많았던 것 같아.

#4 이름없음 2025/12/17 23:30:23

그런 말을 했을 때 엄마는 항상 그런 소리 징그럽다, 너무 환상에 갇힌 거 아니냐, 너 낳았을 때 기억도 안 나고 별 생각도 없었다, 그냥 진통 끝났네 정도였다, 안아달라니 너무 싫다.... 그런 말들이 엄마한텐 솔직함이었겠지만 나한테는 상처로 다가왔어.

#5 이름없음 2025/12/17 23:31:49

그래도 나는 엄마한테 인정받고 싶었고 사랑받고 싶었어. 그래서 중학교 때 내가 남들보다 머리가 좋다는 걸 알게 된 후로 공부를 시작했던 것 같아. 결과는 꽤 괜찮았어. 이름 있는 고교를 노려볼 정도였으니까. 엄마가 나에 대해 자랑스러워했던 건 그게 전부였어.

#6 이름없음 2025/12/17 23:33:12

그러다가 중학교 삼학년, 괴롭힘을 심하게 당했어. 주도자는 다른 반 남학생이었는데, 전에 사이가 나빴던 내게 앙심을 품었던 모양이야. 정말 죽을 만큼 힘들었어. 성희롱은 밥 먹듯 당했고, 내 노트며 시험지며 안 없어지는 게 없었어.

#7 이름없음 2025/12/17 23:35:17

나랑 성관계하면 어떨 것 같냐는 질문도 공공연하게 돌았고, 여자애들은 cctv 없는 곳에서 내 어깨를 때리는 등 폭력도 서슴지 않았어. 제일 끔찍했던 건 여럿이서 나를 둘러싸고 인사를 하는 척 조롱했던 건데, 그날 정말 어디 멀리로 가버리고 싶다고 생각했어.

#8 이름없음 2025/12/17 23:36:48

그때 처음 엄마한테 사정을 다 말했어. 엉엉 울면서 전학을 보내달라고, 아니면 나를 정신병원에라도 넣어달라고 한참을 애원했어.

#9 이름없음 2025/12/17 23:37:29

그러고 나서 집에 가니까 엄마가 동생이랑 내가 문제라고 말하더라. 내가 뚱뚱해서, 내가 운동을 안 해서, 내가 공부를 못해서, 내가 화장을 안 하고 다녀서 그런 거라고.....

#10 이름없음 2025/12/17 23:38:26

그런 말을 들으면서도 부탁했어. 제발 전학 보내달라고. 제발 나 좀 살려달라고. 의외로 엄마는 내게 삼촌이 아는 곳이 있으니 정 급하면 보내주겠다고 말씀하시더라.

#11 이름없음 2025/12/17 23:39:12

그때부터 삶이 행복해졌어. 괴롭힘이 이어져도 끝이 있다는 걸 아니까 살 맛이 나더라. 누가 내 사진을 몰래 찍어도, 그걸 나 없는 단톡방에 뿌려도 괜찮았어.

#12 이름없음 2025/12/17 23:39:57

근데 그 말이 거짓말이었더라고. 정말 견디기 힘들었던 어느날, 엄마한테 그 학교로 전학 보내달라고, 더는 못 견디겠다고 말했더니 뭘 그것 하나 못 견디냐며 내게 화를 냈어.

#13 이름없음 2025/12/17 23:40:17

전학 수속이 얼마나 힘든지 아냐고. 원래 네 나이에는 다 그러고 사는 거라고.

#14 이름없음 2025/12/17 23:41:21

그래서 이번에는 그렇게 애원했어. 그러면 나 출결 마감되고 나면 쭉 병결 쓰고 집에 있고 싶다고. 저기 있다가 내가 죽을 것 같다고. 그랬더니 동생이 비웃으면서 그러더라. 사람 쉽게 안 죽는다고. 노력도 안 하면서 뭐라고 그러냐고.

#15 이름없음 2025/12/17 23:41:42

우스운 일이지. 지금은 내가 승승장구하는 동안 걔가 히키코모리가 됐거든.

#16 이름없음 2025/12/17 23:46:37

왕따 주동자 부모님 번호를 알아 온 적도 있었어. 엄마한테 제발 전화 한 통만 해 달라고 했어. 딱 한 번만 나를 위해서 싸워 달라고. 나한테 그러더라. 친구끼리 그런 것 가지고 뭘 그러냐고. 몇 번이고 말했어. 걔가 나를 괴롭힌 거라고. 다들 안다고.

#17 이름없음 2025/12/17 23:47:17

엄마는 항상 날 도와줄 듯 이야기하다가 막상 중요한 순간엔 사라지더라. 그게 너무 끔찍했어. 차라리 내가 마음 놓고 죽게 그런 말이라도 하지 말지. 희망 가지게 하지 말지.

#18 이름없음 2025/12/17 23:48:03

매일이 생지옥이었어. 사람이라곤 나 하나뿐인 망망대해에 혼자 버려진 것 같았어.

#19 이름없음 2025/12/17 23:48:32

그래도 계속 공부했어. 그것마저 못하면 엄마가 날 정말 버릴 것 같아서. 날 고아원에 버리고 올 것 같아서.

#20 이름없음 2025/12/17 23:49:27

그리고 그해 겨울, 바라던 고등학교는 아니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곳에 수석으로 들어갔어. 그러니까 엄마가 다시 자상해지더라. 그게 너무 끔찍했어. 결과로 증명하지 못하면 영영 저런 모습을 못 보겠구나.

#21 이름없음 2025/12/17 23:50:03

그 해, 남동생은 완전히 내리막을 걸었어. 요리를 한댔다가 체육을 한댔다가... 체육을 한다더니 또 대학을 포기해 버렸어. 그냥 공부를 하기가 싫었던 것 같아.

#22 이름없음 2025/12/17 23:51:06

근데 정말 우스웠던 건, 내가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을 때는 그런 건 인생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완강하게 거부했던 그 엄마가, 동생한테는 너무나 쉽게 허락해 줬단 거였어. 그때 깨달았어. 아, 내가 코피를 쏟아 가며 공부해도 쟤만큼 사랑받을 일은 영영 없구나....

#23 이름없음 2025/12/17 23:51:36

사실 전에도 어렴풋이 느꼈어. 폭력적인 성향이었던 동생이 날 죽을 정도로 때려도 아무 말 않았거든.

#24 이름없음 2026/05/15 17:04:25

레주는 지금 학대당하면서 학대라고 인지를 못하는 거 같아 레주가 물리적 학대만 안당했다 뿐이지 방임, 언어폭력, 정서적 학대를 다 당했네 엄마가 쓰레기네 레주 엄마 나르시시스트 같아 많이 힘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