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추세츠의 아침 하늘은 맑은 푸른색이다. 엷은 구름이 내 머리 위를 지나가는 가운데, 지구 반대편에서는 나의 가족들이 잠을 자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동생 녀석은 좀 다를지도 모르겠군. 그 녀석이라면 아직도 게임을 하고 있을테니까. 이래서야 대학은 어떻게 갈런지 모르겠어. 이젠 나도 해외에 있으니 공부를 봐 주지도 못할텐데. * * * [목표] 1. 좋은 학점 받기 -수업시간에 열심히 듣고 필기, 매일 그날 배운 것 복습하고 자려고 노력하기 2. 도서관 책 많이 읽기 -의식적으로 도서관에 들러서, 못해도 한 달에 한 권은 읽는 걸 목표로! 3. 좋은 친구 또는 연인 사귀기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고, 더 상냥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기 [얻은 것] "대신하는 이": 검은 벨벳 테디베어. 딱 한번이지만 대신 죽어준다. 심안: 마주할 의지가 있다면 뭐든 꿰뚫어볼 수 있다. 무엇이든 알 수 있고 마음 속도 알 수 있다. 20레스 단위로 1번씩 사용 가능. 쓸 때는 앵커 레스에서, 무엇을 대상으로 쓰고 싶은지도. [연락처] 가족 단톡방(아버지, 어머니, 동생) 외삼촌의 전화번호 사촌동생의 전화번호 민속학부 4학년 씨의 전화번호 중세형이상학부 2학년 씨의 전화번호 철학부 3학년 씨의 전화번호 문학부 2학년 씨의 전화번호 경영학부 1학년 씨의 전화번호 심리학부 1학년 씨의 전화번호 402호 씨의 전화번호 고등학생 씨의 전화번호 천문학부 조교님의 전화번호 천문학부 사무실 전화번호 천문학부 교수님의 메일 주소(현재 답변 불가) 천문학부 디스코드 보드게임 동아리 디스코드(지질학부 3학년 씨, 화학부 4학년 씨, 심리학부 1학년 씨) * * * 대략적인 인물들의 설명과 이미지: https://justpaste.it/kfa4h 크툴루 신화 베이스의 호러 일상물입니다. 인물들이 죽거나 미치거나 실종되는 등 끔찍한 일을 당할 수 있음에 주의. 이전 레스 안 보고 그냥 끌리는 대로 막 앵커를 달아도 됩니다(다만 개그는 적정 선에서!) 연속 앵커 가능, 앵커 미루기 가능, 잡담, 질문, 토론 등 아무튼 뭐든 가능 개그는 적정 선에서
어느 유학생의 평온한 나날 >>610
자, 그런데 이제부턴 뭘 해야 하지? 생각해보면 막연히, 유학의 기회가 있으니까 왔을 뿐 유학을 와서 뭘 하겠다고 생각한 게 딱히 없었다. 이렇게 자취방에 들어와서 짐을 풀 때까지도 말이지. 그런고로 목표를 정해보자. >>3 예시: 연애하기, 좋은 학점 받기, 클럽 활동 하기, 스포츠 활동 하기, 도서관 책 많이 읽기 등.... 몇 개든지!
좋은 학점 받기, 도서관 책 많이 읽기, 좋은 친구(혹은 연인) 사귀기
다이어리의 첫 장을 펼쳐서 우선 떠오른 것을 세 줄 적었다. 1. 좋은 학점 받기 2. 도서관 책 많이 읽기 3. 좋은 친구 또는 연인 사귀기 좋아, 나의 고향에서는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다. 바로 시작해볼까. 우선은 >>5로 가 보자. 거기라면 >>6을 이루기 위한 발판이 될 것이다. *>>5: 대학교에 있을 법한 시설을 적당히 자유롭게 *>>6: 1~3번 목표 중 택1
학교 도서관
1번이랑 2번 목표
도서관에 가면 좋은 학점을 받고, 도서관 책도 많이 읽을 수 있다. 아니 어쩌면 좋은 학점은 받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도서관 책만큼은 많이 읽을 수 있겠지. 간단한 짐을 챙긴 뒤 몸을 일으켜 자취방을 나왔다. 얼마 걷지 않았는데도 벌써 강이 보인다. 실은 기숙사를 구할 수도 있었으나 구태여 자취를 택한 것은, 이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강의 정취 때문이다. 영 꿉꿉하고 우중충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만 나는 어릴 적부터 왜인지 이런 물 흐르는 풍경에 동경을 느껴서, 여기가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왜 이렇게 물을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사주의 영향인가. 사실 사주는 잘 모른다. 그냥 해 본 말이다. 문득 나는 다리 한 중간에 멈춰 서서 저 강바닥에 내 마음을 비추어 본다. 이렇게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다 보면 무언가가 떠내려 온다. 전체적인 형상은 꼭 사람 같은데, 그렇다고 사람이라는 표현을 쓰기엔 어딘가, 왜인지 모르게 부족해보인다. 무엇이 부족한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사람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전체가 푹 젖은 채로 강바닥에 삼켜질 듯이 떨어지며 가라앉다가, 다시금 힘없이 떠오른다. 무언가 붙들고 끌고 가려다가 놓아준 것처럼.
다만 그것을 오래 보고 있을 여유는 없다. 곧 점심이 되니 식사도 해야 했고, 도서관에서 책도 읽어야 했다. 나는 다시금 발걸음을 옮긴다. 그러고보니 근방에 뫼니에르가 맛있는 집이 있다고 했는데. 듣기로는 이 도시 외곽의 항구촌에서 갓 낚아 올린 생선을 직접 공급받는다고 하였던가. 이따가 책을 적당히 읽고 배가 꺼지면 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다리를 지나 조금 더 걷다 보면 대학의 교정이다. 공부하기는 좋아보이는데, 문제는 부지가 여간 넓은 게 아니다. 도서관이 어디였더라. 애초에 나는 길치이기까지 해서, 이런 광활한 미로를 파헤치는 것에는 도통 자신이 없는 것이다. 어디, 도움을 받을 곳이 있을까. 주위를 둘러보다 나는 >>10를 발견한다. 무언가 물을 수 있겠지. *>>10 1. 전신과 옷이 푹 젖어, 머리카락이 뺨에 달라붙은 창백한 피부의 젊은이 2. 대학 축구 팀의 오징어 마스코트가 그려진 옷을 입은 쾌활해보이는 젊은이 3. 키는 멀대같이 크고 도수가 높아보이는 안경을 쓴, 구부정한 자세의 젊은이
1
전신과 옷이 푹 젖어, 머리카락이 뺨에 달라붙은 창백한 피부의 젊은이
그 사람은 창백한 뺨에 검은 머리카락이 달라붙은 것을 뗄 생각도 하지 않고 우두커니 서서 무언가, 저 너머를 바라본다. 눈동자에는 어쩐지 알 수 없는 빛이 서려 있다. 바닥을 보면 보도블럭에는 젖은 발자국의 행렬이 늘어서 있다. 그 사람에게서 멀어질 수록 점차 흐려지는 발자국은 그 자가 온 곳을 가리키고 있다. 이윽고 눈이 마주친다. 그 자는 철퍽철퍽하고 발소리를 내며 다가와서는 가만히 나를 바라본다. 뭔가 물어봐도 된다는 뜻일까. 최대한 예의 있는 투로 도서관이 어디인지 물으니, 그 자는 입꼬리를 쭈욱 늘이며 입을 찢기라도 할 것처럼 웃어보이더니 나의 어휘를 지적했다. 그래, 제법 어색했나보지? 그런데 어쩌라는 건가. 나는 수능용 영어 지문에 더 익숙한 사람이다. 생활용 영어는 익숙치 않단 말이다. 표정이 무심코 조금 구겨진 것이 들켰는지, 그 자는 제법 과장된 몸짓으로 고개를 갸웃거리곤 몸을 숙여 나와 눈을 맞춘다. 얼굴이 가까워지니 물비린내가 짙게 풍겨온다. 그리고 희미하게는 달콤새콤한 과일 향 같은 것도. 그러고는 자기 혼자 재미있다는 듯이 깔깔 웃어제끼고는 나의 양 손을 자신의 양 손으로 잡는다. 축축해.
어쨌든 이 사람, 내가 제법 마음에 든 것 같다. 도서관에 직접 안내해주겠다는 모양이다. 그런데 손은 조금 놔 주면 안 될까. 계속 이렇게 마주본 채 양 손을 붙잡고 갈 셈인가. 손이 붙잡혀 있으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방어하기가 힘들다. 그런 게 뭐가 중요하냐고? 중요하다. 내 안의 투쟁본능이 이건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뭣보다 이 사람 뒤로 걷고 있잖아. 이래서야 제대로 안내가 가능한가. 나는 아무래도 이상한 사람을 만나버린 것 같다. 아무튼, 걷는 폼을 보면 조금 걸릴 것 같으니 가는 동안 이 사람에 대해 알아보도록 할까. *>>13 1. 신분을 묻는다 2. 젖어있던 이유를 묻는다 3. 그 외, 자유로운 질문
1번
신분을 물으니 이 사람은 그런 게 뭐가 중요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가만히 나를 바라본다. 말하길 그런 것 없이도 어차피 자주 볼 사이인데, 학과니 나이니 하는 사회적인 것에 묶이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한다. 어이없음이 역치를 넘어서서 도리어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무심코 실소를 터트리자 자기도 웃는다. 네놈은 뭐가 좋다고 웃는거냐. 기분이 좋아졌는지 녀석은 자신을 소개했다. 듣자하니 민속학과의 4학년이라고 한다. 다행히도 과는 다르군. 안심하고 있었는데, 반대로 질문이 되돌아왔다. 어느 과냐고? 나 얘기하는 건가? 아니, 되물을 것도 없겠지. 주변에 나 말고 사람이 어디 있어. 그렇지만 되도록이면 이 사람한테는 내가 누구인지 특정할만한 정보를 주고 싶지 않은데. 애초에 이렇게 축축하게 젖어있는 시점에서 그다지 멀쩡한 사람이 아니라고. 얼굴이 다가온다. 부담스러워. 어떻게든, 뭐든 말하고 끝내자. 어떻게 대답할까. *>>16 1. 사실대로 말한다 2. 같은 과라고 거짓말한다 3. 다른 과라고 거짓말한다 4. 그 외 자유
다른 과라고 거짓말할까?
3. 다른 과라고 거짓말한다
나는 적당한 과를 이야기했다. 그러자 민속학과 녀석은 가만히 나를 바라본다. 이 녀석의 형형하고 맑은 녹색 눈이, 어쩐지 섬뜩하게 느껴졌다. 마치 꿰뚫어보는듯한 눈. 시선을 맞추기가 어려워져서 고개를 슬쩍 돌리니, 마주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아닐텐데. 녀석은 이전과는 달리 낮고 조용한, 그리고 어딘가 끈적끈적하게 들러붙는 것 같으면서도 미끈하게 핥는 듯한 목소리로 키득거린다. 순간 몸이 굳는다. 어쩐지 압도되는 느낌이다. 삐걱거리는 목을 움직여 다시금 녀석을 돌아보자 그 녀석의 눈은 곱게 접혀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러나, 어쩐지 기묘한 어둠이 느껴진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전부 알고 있다는 것 같은 태도, 붙잡힌 손과 질척거리는 목소리. 어째선지 이 녀석에게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이 이상해진다. 망가진다. 더 이상 나는 내가 아니다. 나는 무엇이지? 무엇을 위해 여기에 있지? 이 앞에 있는 사람은, 아니 존재는 대체 뭐지? 나는 뭘 위해 여기에 왔지? 나는 무엇을 하고 있지? 육신과 정신이 점차 멀어진다. 나약한 몸을 움직이던 가냘픈 숨이 이별을 고하려 한다. 이별의 키스는 나의 타액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산화탄소의 맛. 멍한 머리. 존재한다. 무엇이? 나는? 어째서? 왜?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어쩐지 알 수 없는 죽음의 감각이 발뒤꿈치에서부터 타고 올라와, 몸을 휘감고 나를 집어삼키기 일보직전일 때 나는 정신을 차렸다. 도서관의 의자는 딱딱하지만, 그런대로 앉기 편하다. 무심코 잠들었던 걸까. 조명은 적절하고, 온도도 습도도 괜찮다. 옆에서 의자를 끄는 소리가 들려 돌아본다. 민속학과의 선배가 옆에 앉았다. 갓 빨아 말린 것처럼 햇볕의 냄새가 나는 옷을 입고 있는 그 사람은, 조금 푸석거리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정리하더니 관자놀이를 가볍게 긁는다. 아, 맞아. 그랬었지. 내가 도서관을 찾아 헤메고 있었더니 마침 자신도 도서관에 가던 길이라며, 함께 가자고 했었다. 옆에 앉을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뭐 상관없나. 선배의 맑은 녹색 눈은 두꺼운 책의 한 중간에 꽂혀 있다. 궁금해서 흘낏 들여다보니, 심지어 영어도 아닌 것 같다. 일단 문자 자체는 알파벳 비슷해보이는데, 독일어나 프랑스어려나? 읽는 본인도 외국어는 익숙치 않은 건지, 제법 골머리를 싸매는 것 같다. 음, 어쨌든 앉아만 있을 수는 없다. *>>19 1. 읽을 책을 찾아온다 2. 선배에게 말을 건다 *>>20 19레스가 1을 택할 경우, 0~9 중의 숫자를 선택.(다이스 가능) 19레스가 2를 택할 경우, 어떻게 말을 걸지 자유롭게 서술
1
dice(0,9) value : 5
500번 서가로 가면 과학 서적들이 늘어서있다. 개중에서도 눈에 띄는 건 역시 전공인 천문학 서적들일까. 여러 책들이 있지만, 우선 관심이 가는 건 이 4가지다. 첫번째는 《허블의 시야를 빌리다》 표지 한가운데에는 아름다운 장미 성운의 사진이 있고, 그것을 가리지 않기 위해 일부러 위치를 피한 것처럼 상하에 제목과 저자의 이름이 적혀 있다.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 것인지, 각 모서리 부분이 조금 닳았지만 오히려 그 점이 구미가 당기게 한다. 두번째는 《명왕성을 여행하는 법: 거대한 주방세제가 휩쓸고 지나간 평원에서부터》 옅은 노란색, 매끈한 페이퍼백 표지에는 낙서처럼 단순하지만 위트있는 그림과 너드 냄새가 나는 개드립이 군데군데에 보인다. 본 적 있는 화풍이다. 종종 이 작가의 웹코믹이 번역되어서 돌아다니던 것 같은데, 그 사람이 책도 냈었구나. 전혀 몰랐다. 세번째는 《북극성부터 시작하는 천체 관측》 한국어 번역판도 있는 천체 관측계의 고전 입문서다. 나는 초등학생 때 이 책을 보고 스타호핑법을 배웠다. 정작 도시에서는 별이 안 보여서 헛수고였지만. 그리운 추억이다. 뭐, 한국에 돌아가면 번역된 걸로 읽을 수 있으니까 이 책은.... 잠깐만, 2025년 개정판이라고? 네번째는 《천체물리학 1000》 두껍다. 제목의 1000은 쪽수라는 말이 있다. 물론 거짓말이다. 1000페이지 넘는다. 난 교양서가 이렇게까지 두꺼우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예전부터 궁금하긴 했다. 주변에서 다들 추천하더라. 그래서 읽어볼 생각은 있었는데, 역시 이 정도 두께의 원서는 조금.... ......아. 모르겠다. 이렇게 계속 고민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 그래, 뭐라도 고르자. 나는 >>23했다. *>>23 1. 첫번째, 《허블의 시야를 빌리다》를 선택했다. 2. 두번째, 《명왕성을 여행하는 법: 거대한 주방세제가 휩쓸고 지나간 평원에서부터》를 선택했다. 3. 세번째, 《북극성부터 시작하는 천체 관측》을 선택했다. 4. 네번째, 《천체물리학 1000》을 선택했다. 5. 선배 찬스! 자리로 돌아가서, 민속학과 선배에게 책을 추천받았다. 6. 사서님! 카운터로 향해서, 사서로 보이는 사람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6!
선배찬스ㄱㄱ
선배에게로 돌아가자, 자리에 앉은 그대로 목만 돌려 내 쪽을 가만히 올려다본다. 눈을 깜빡이지도 않는데다가 신기할 정도로 목 관절이 유연하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돌아가지도 않을 각도로 목을 돌렸다. 선배는 내가 말한 책 이름을 듣더니, 관심없다는듯 다시 홱 하고 고개를 돌린다. 그런 것보다는 이 쪽이 더 재미있다고 한다. 맞다 이 사람 민속학과였지. 나랑 관심사가 다를 가능성이 높겠군. 어쩔 수 없이 다시 돌아가서 사서 분께 물어보려고 했더니, 팔을 붙잡혀서 그대로 도로 앉혀졌다. 그리고는 읽던 책을 그대로 내민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쪽 손으로는 턱을 괸 채 뚱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내 팔을 꽉 붙잡고 있는 걸 보면, 이걸 읽으라고 강요하는 것 같다. 그 상태로 몇 분 정도, 무언의 대치 상태가 지속되자 선배는 못내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으로 입술을 짓씹다가 한 마디를 툭 던진다. 싫어? *>>25 1. 네 2. 아니오 3. 네니오 4. 애초에 뭐라고 써 있는지도 모르겠는데요
3 네니오
네와 아니오. 두 가지 선택지가 눈 앞에 그려진다. 굳이 말하자면, 내 마음은 양 쪽 모두이면서 어느 쪽도 아니다. 댁이 그렇게 열심히 읽고 있었으니 아무래도 궁금하긴 했다. 그렇지만, 역시 이런 두꺼운 책은 좀 그렇다고 할까. 양장본에, 엄청 고풍스러운 느낌이고, 그리고 남이 읽는 걸 방해하는 느낌이기도 하고. 횡설수설거리며 부족한 영어로 어떻게든, 내 나름의 이유를 설명했다. 여전히 이 사람은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지만, 그래도 다행히 납득은 한 것 같다. 내 팔을 놓고는 책을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더니 보란 듯이 한숨을 쉬며 책장을 넘긴다. 팔랑 하고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를 뒤덮듯,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났다. 선배의 배에서였다. 선배는 잠시 멍하게 있다가, 책을 아예 덮어버린다. 아무래도 읽을 마음이 사라진 것 같다. 그러고는 잠시 날 보다가, 이것저것 정신없이 과장된 몸짓을 하며 장황한 말을 늘어놓았다. 쓸데없는 미사여구가 많고, 말도 빨라서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들은 채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더니 뭔가 기뻐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끌려가서 도착한 곳은 해산물 요리를 파는 식당이었다. 같이 밥 먹자는 거였나? 듣자하니 여기는 뫼니에르가 유명하다고 한다.... 아? 그러고보니까 그런 얘기를 들었던 것 같다. 근데 오늘 꼭 먹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 뭔가 오늘따라 물비린내를 많이 맡은 듯한 기분이라서 그다지 끌리지 않았다. 어쨌든 사준다고 하니까 맛있게 먹기로 했다. 그럼, 뭘 먹는 게 좋으려나. 메뉴판을 훑어보았다. -가자미 뫼니에르 / $19.55 딜 버터와 레몬이 곁들여진 Deep gourmand 시그니처 메뉴 -(2인 세트)화이트 와인 대구찜 / $35.99 통통하게 살이 오른 대구를 화이트 와인과 함께 쪘습니다 -참치 파스타 / $12.99 감칠맛이 풍부한 오리엔탈 소스와 참치의 조합 -참치 샐러드 / $15.00 바삭한 크루통과 부드러운 참치, 신선한 채소의 삼중주 -클램 차우더 / $11.59 따끈한 클램 차우더 한 그릇이면 속이 든든해져요 -빵 4조각 / $9.99 곁들임 빵 아 맞다 여기 매사추세츠지. 물가가 돌아버렸군. *>>28 1. 메뉴를 고른다 2. 선배를 돌아본다 *>>29 28이 1을 선택할 경우, 상기한 메뉴 중 적당한 것을 원하는 양만큼(뭐든지, 얼마든지) 28이 2를 선택할 경우, 선배는 무슨 메뉴를 골랐는지 묻기 or 2인 세트를 시켜서 함께 나눠 먹자고 제안하기 중 택1
2 사주세요. 지~긋.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ㄷㄷ 선배는 무슨 메뉴를 골랐는지 묻기
선배는 무슨 메뉴를 골랐는지 묻자, 곁들임 빵 4조각을 먹을 생각이라고 한다. 제일 싼 메뉴인데? 정말 그것만 먹으려는 건가. 설마 최대한 싼 걸 고르라는 무언의 압박인가. 그러고 보면 미국은 저맥락 사회라는 얘기를 어디선가 봤었다. 그러니까 무언가 말하고 싶은 게 있으면 굳이 완곡하게 말할 거 없이 대놓고 얘기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서도 이렇게 은근히 돌려서 눈치를 주는 사람이란 있는 거구나. 아니, 어쩌면 이것도 내 편견인가? 나는 선배와 눈을 마주친다. 선배의 두 눈동자는 티 없이 맑은 연녹색을 띠고 있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온화한 것 같으면서도, 기대하는 것 같기도 하다. 역시 모르겠군. 어떻게 하지. 고민하던 끝에, 나는 >>31했다. *>>31: 메뉴를 결정하거나, 선배에게 하고 싶은 질문을 하거나, 아무튼 자유롭게
"사주시는 거 맞죠?"
잘 모르겠으니 일단 확인하기로 했다. 사주시는 거 맞죠? 선배는 신나게 고개를 끄덕인다. 눈이 어쩐지 반짝반짝거리는 것 같다. 하긴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사이드 메뉴만 시키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뭔가 클램 차우더라던지, 아무튼 다른 메뉴를 더 먹을지도 모른다. 안심하고 메뉴를 고르도록 할까. 가자미 뫼니에르, 2인용 화이트 와인 대구찜, 참치 파스타, 참치 샐러드, 클램 차우더, 빵 4조각. 어느 걸 먹을까. *>>33: 적당한 메뉴를 원하는 만큼(뭐든지, 얼마든지 자유롭게) *>>34: 선택 - True or False(참고: 어느 걸 고르든 계산은 선배가 합니다.)
대구찜은 2인용이니까 패스하고 다음으로 비싼 뫼니에르 ㄱㄱ
무슨 의미일까? True
dice(-1,6) value : 2 *1 이하의 값이 나올 경우 전부 1로 간주
잠시 기다리자 내 몫의 가자미 뫼니에르가 담긴 접시와, 빵 여덟 조각이 쌓인 접시, 그리고 작은 버터 그릇이 나왔다. 선배는 내게 가자미 뫼니에르를 밀어주곤 빵을 가져가 버터나이프로 능숙하게 버터를 바르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나는 잠시 선배를 바라본다. 빵을 우물거리는 선배의 입술이 버터로 번들거렸다. 뭐가 문제냐는 듯이 나를 바라본다. 최악의 타입이다. 이 인간 상식이 없다. 놀랍게도 사이드 메뉴만 시키는 사람이었다. 이거 골 때리는 새끼네. 나는 어이가 없어서 고개를 떨어트렸다. 시야를 채운 가자미 뫼니에르는 뽀얀 속살의 군데군데를 옅은 갈색으로 그을린 채 누군가에게 먹히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을 만큼 크고 두툼한 것이 꽤나 질이 좋은 가자미로 보인다. 그러고보니 이 근방의 어촌에서 직접 공급받는 물건이라고 했었지. 산지직송의 매력이군. 싱그러운 허브 향과 고소한 버터 소스는 상당히 유혹적이지만, 그래도 역시 느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건 내가 김치의 민족이라서 그런 것일까. 나는 침을 삼키고, 곁들여진 레몬 조각을 집어들었다. 뿌려진 과즙의 시큼한 향이 코를 찌르고 들어왔다. 포크의 옆날로 가자미의 살결을 누르자 가볍게 부스러지며 한 입 크기의 조각이 만들어진다. 나는 문득 고개를 들어, 반대편에 앉은 선배를 흘낏 바라본다. 내가 생선을 한 조각 써는 동안 벌써 첫 번째 빵을 다 먹었는지, 새 빵에 버터를 바르고 있다. 얼마나 빨리 먹는 거야. 그보다 역시 저것만 먹는 건 좀 불쌍해보이는데. 나눠줘야 하나. *>>38 1. 신경쓸 거 없다. 그냥 내 거나 먹자. 2. 역시 한 입 정도는 나눠줄까. 3. 그 외 자유롭게
2 그래도 얻어먹는건디
드실래요? 물어본다.
선배도 드실래요? 뭔가 눈치가 보여서 묻자, 선배는 빵빵해진 볼을 한 채 말 없이 고개를 젓다가 꿀꺽 삼키고는 괜찮다고 했다. 말하길, 자기는 몇 년째 그걸 먹어서 이젠 더 먹기가 좀 그렇다고 한다. 질린 걸까. 아까 전의 기묘한 모습들과는 다르게 의외로 평범한 사람같은 모습을 보인다. 묘하게 안심이 되어서,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생선 조각을 포크로 찍어 입에 넣었다. 첫 맛은 생각한 대로 조금 느끼했다. 풍족하게 끼얹어진 버터 소스의 느글거림을 레몬즙 조금으로 완전히 중화할수는 없었다. 다만 가볍게 씹으니 흰살 생선 특유의 탱글거리면서 부스러지는 식감이 좋았고, 미국에서는 보기 드물게도 적절한 수준의 짭짤함과 부드러움 속에 섞여들어오는 매콤한 후추 맛이 좋았다. 답지 않게 신나서 몇 조각을 더 허겁지겁 먹자, 선배는 기쁜 듯이 나를 바라본다. 무척이나 사랑스럽고 가여운 것을 보는 것처럼, 상냥하고 따스한 시선이 나를 감싼다. 아무튼 진짜 맛있긴 했다. 조금 과장을 덧붙여서 표현을 하자면, 어쩐지 머릿속에 바다의 풍경이 그려지는 것 같았다. 음울할 정도로 짙푸른 바다와, 퉁방울눈을 가진 생선들이 어부와 혀를 뒤섞는 감미로운 맛. 모독적일 정도로 황홀한 쾌락이 혀 위에서 꿈틀거리며 기어다녔다. 아아, 맛있어....
어쨌든 그렇게 만족스러운 식사를 끝냈다. 앞으로 이 선배와 더 친해지는 게 좋을 지도 모르겠다. 맛잘알이네. 그런데, 배부르게 먹으니 어쩐지 식곤증이 오는 것 같군. 식당을 나오면 근방에는 스타벅스가 보인다. 아아, 익숙한 별다방. 한국에서는 더 싸고 양도 많은 브랜드가 지천에 널려 있으니 거의 갈 이유가 없었다만, 정작 본토에 오고 나니 다른 물가가 너무 비싸서 여기를 찾게 되는 기적이 일어났었지. 뭐 요점을 말하자면, 커피가 마시고 싶었다. 그리고 선배와 친해질 필요성을 느꼈지. 그렇다면 함께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것이 최적의 선택일 것이다. 그리고 결제는 내가 한다! 초면의 선배에게 밥을 얻어먹었으니, 이번에는 커피를 사는 것이 맞는 것이다. 나는 선배에게 커피를 마시자고 제안했다. 선배는 기쁜 듯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는 각자의 몫의 커피를 받아들고 자연스럽게 적당한 테이블에 앉았다. ...근데 무슨 얘기를 하지? *>>41: 이야기의 주제를 자유롭게 지정
선배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자 뭘 좋아하는지, 평소 어떤 생활을 하는지 등등
할 말이 없으니 호구조사를 하기로 했다. 뭘 좋아하냐고 물으니 선배는 최근 라틴어에 빠졌다고 했다. 언젠가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고등학교 때 AP 과정에 도전해볼 걸 그랬다며 아쉬워했다. 그러고 보면 아까 도서관에서 읽고 있던 책도 외국어였지. 혹시 그것도 라틴어 서적이냐고 물으니 맞다고 했다. 이쪽 학과 학생들이라면 꼭 읽어봐야 하는 전설의 명저에, 전 세계적으로도 따져도 몇 부 정도만 남아있는 희귀한 서적이라고 했다. 선배는 관심을 가져준 것이 기뻤는지 잔뜩 들떠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최근에는 그 책에 빠져 주구장창 읽고 있는 것 같다. 나를 만난 것도, 며칠째 도서관에 틀어박혀서 책만 읽고 있으니 사서가 쫒아낸 결과라나. 이야기를 하다 보니 흥분했는지 선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서관에 가고 싶단다. 어쩜 이리 제멋대로일수가. 어쩐지 그 학구열에 기가 눌려서 슬슬 헤어지기로 했다. 그래도 선배의 전화번호는 얻었으니, 나중에 더 친해질 수 있겠지. 나 또한 남은 커피를 다 마시면 자리에서 일어나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빨대를 입에 물자 누군가가 어깨를 두드리는 것이 느껴진다. 그 손길은 >>43 *>>43 1. 거의 붙잡고 흔들듯 해서, 무례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2. 매우 가볍고 조심스럽게, 어쩌면 눈치채지 못했을지도 모를 정도로 약했다. 3. 친근하게 툭툭 치는 것 같았다.
3
그 곳을 돌아보면 와인빛의 야구점퍼를 입고, 한쪽 입꼬리에 붉게 튼 자국이 눈에 띄는 이가 미묘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정돈되지 않은 밤갈색 머리가 이리저리 뻗쳐있어서 척 봐도 그리 단정하진 않다. 그 사람은 입꼬리의 찢어진 부분을 손톱으로 긁으며 걱정하는 듯한 투로 묻는다. 아마 신입생인 것 같아서 하는 말이라며, 아까 전 그 사람이랑은 친해지지 않는 게 좋다고, 충고 같은 말을 했다. 이 근방에서 유명한 정신이상자라고 한다. 정신이상이라곤 하지만 그건 단순한 병적 증상같은 것도 아니며, 마주해선 안 될 것을 마주하곤 완전히 미쳐있다고, 나쁜 소문을 넘어서서 개인의 악의가 응축된 것 같은 표현이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 선배는 좋은 사람이다. 조금 제멋대로인 구석이 있지만, 내게는 계속 상냥하게만 대해주었다. 선배는 분명 독특한 사람이지만, 배려심이 깊고 훌륭한 사람이다. 내 혼란을 눈치챘는지, 그 사람은 자기소개를 한다. 중세형이상학과의 2학년이라고 한다. 그런 학과도 있었구나. 근데 자신의 신분을 말한다고 해서 신뢰가 가지는 않는데. 어쨌든 초대면부터 남을 비난하는 걸 보니 그다지 좋은 사람은 아닌 것 같아서, 적당히 커피를 다 마셔버린 뒤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를 정리한다. 그리고 카페를 나서려던 그때, 그 사람은 급하게 달려와 고이 접힌 영수증을 건넨다. 무슨 일이 생기면 여기 적힌 번호로 연락해달라고, 애원하듯 말한다. *>>45 1. 연락처가 적힌 영수증을 버리고 돌아간다. 2. 연락처가 적힌 영수증을 갖고 돌아간다.
혹시모르니까 챙기자
나는 떨떠름하게 그것을 받아 챙긴 뒤, 어쩐지 지친 정신을 붙들고 자취방으로 향했다. 오늘은 이런저런 일이 많아서 그런 것일까 뭔가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집에 가서 쉬고 싶었다. 도착하자마자 옷을 벗어던지고 냅다 침대에 몸을 던져넣는다. 매트리스도, 시트도 새 것이라 어쩐지 부스럭거리는 느낌이 든다. 천장도, 침대도, 무엇 하나 익숙치가 않다. 이대로 조금만 있을까. 뭐랄까 다 귀찮아졌다. 핸드폰이나 보면서 헛짓거리에 시간을 쏟고 싶었다.
그리고 눈을 뜨자 방은 어두워져있었다. 불길한 예감에 핸드폰을 켜면 시간은 오후 11시를 조금 넘어 있었다. 그렇다. 잤다. 다 내팽겨치고 처 잤다. 조졌다. 루틴이 박살나버렸다. 그 와중에 배도 고프다. 그러나 다행히도 나는 매사추세츠에 있고, 여긴 미국 내에서도 상당히 치안이 좋은 곳이다. 운이 좋다면 야간에 영업하는 곳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할 건 하나뿐이겠지. 편의점을 털러 가자. 나는 적당한 겉옷을 주워 입고 바깥으로 나갔다. 불이 꺼져 있는 곳이 대부분이긴 했다. 그래도 잘 찾아보면 근방에 24시간 편의점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발을 내딛으려는 그때, 등 뒤에서 >>48가 들렸다. *>>48 1. 비명소리 2. 시끄러운 웃음소리 3. 철퍽철퍽거리는 소리 4. 불규칙한 발소리 5. 그 외 자유롭게 *>>49: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볼까? Yes or No
끼아아ㅏ아악 비명소리
세상은 각박하다 무시한다!
째지는 듯한 비명소리에 어깨가 흠칫 떨렸으나, 나는 그것을 애써 무시하고 앞으로 향했다. 돌아봤다간 무언가 일이 일어날 것 같았다. 다행히도 몇 블록 정도 가자 금방 문을 연 편의점을 볼 수 있었다. 다만 역시 이런 시간이 되면 신선식품류는 다 나가는 걸까, 괜찮은 건 없었다. 그나마 있는 컵라면도 그다지 맛있어보이지는 않았다. 나는 하는 수 없이 과자 몇 개를 담고 냉동식품 코너로 향했다. 어쩐지 냉동 라자냐가 할인 행사를 하고 있었다. 일단 싸니까 쟁여둘까. 바구니가 무거워지자 적당히 계산대로 향한다. 양에 비해 싸다! 정크푸드는 저렴해서 좋다. 나는 음식이 한가득 담긴 에코백을 한 손에 들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문을 향해 돌아선다. 바깥에, 뭔가 있다.
나는 무심코 주저앉았다. 기괴할 정도로 큰 눈. 눈동자의 비중이 일반인에 비해 높으나, 그 큰 눈동자 안에 광택은 전혀 없다. 꼭 죽은 생선 눈깔 같다. 그것의 창백한 피부가 밝게 빛난다. 편의점 내부의 조명이 비친 것만으로는 저렇게 밝게 보이기 힘들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피부 자체가 발광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코는 누군가에게 맞고 부러진 것처럼 비뚤어졌고, 한쪽 광대가 무너져있다. 검붉은 피로 범벅이 된 그것의 두툼한 입술이 달싹인다. 저것은 분명 나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 무언가 대답을 바라는 눈빛이나, 나는 아무것도 대답할 수 없다.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대답을 하겠는가? 어째선지 입꼬리가 끌려올라간다. 나는 왜 웃고 있는 걸까. 눈물이 나왔다. 히히, 하하하, 아하하하. 모르겠어. 전혀 모르겠어. 울고 또 웃었다. 문 앞에는 저것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계산대의 직원은 나 따위 신경쓰지 않고, 제 할 일만을 한다. 딴청을 피우는 것 같다. 누구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다. 삐이이 하는 이명이 들린다. 이건 생존본능이 지르는 비명인가? 하지만 어떻게 나가야 해? 밤에 나오는 게 아니었다. 그것만은 확실했다. *>>53: 어떻게 할까요?
편의점에서 아침까지 버티는 건 에반가...? 아니면 아까 그 연락처 준 사람한테 전화라도
>>44에서 연락처 준 사람에게 전화한다
숨이 가빠지고, 눈물이 턱 끝에 맺힌다. 외투 주머니에 손을 넣고 핸드폰을 찾아 뒤적거리던 중에 얄팍한 종이가 떨어졌다. 주머니에 대충 구겨넣은 채 방치해뒀던 영수증이다. 필사적으로 전화번호를 눌렀다. 뚜르르르르, 뚜르르르르.... 툭. 여보세요. 들은 적 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오열로 얼룩진 내 목소리는 스스로가 듣기에도 꼴사나웠다. 아까 전에는 그렇게 대해놓고 이제 와서 찾다니, 내가 생각해봐도 미안한 일이다. 그렇지만 그 사람은 어쩐지 알 것 같다는 듯이 담담한 태도로 나를 진정시켰다. 그것은 여전히 문 앞에 서서 나를 바라본다. 중세형이상학과 선배는 내 호흡이 조금씩 차분해지는 것을 기다려준 뒤, 방법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나는 무엇인지도 모를 것을 하나하나 따라했다. 그것의 관심이 다른 쪽으로 옮겨가는 게 보였다. 마침내 그것이 다른 곳으로 떠나자 나는 있는 힘껏 달려 도주했다. 집이 이렇게나 사랑스럽게 보일 수가 없었다. 안심감에 다리에 힘이 풀렸다. 현관문에 기대어 앉은 채, 식은땀과 눈물로 젖은 얼굴을 소맷단으로 문질러 닦았다. 살아있다. 살아남았다.
문득 핸드폰을 보자 여전히 전화가 연결된 채였다. 나는 감사의 말을 전했다. 멋쩍은 듯한 목소리로 괜찮다고 답한 그 사람은 조언을 덧붙였다. 그것은 밤에 활동하며, 생명의 징후에 이끌린다고 한다. 그러니 아마 나를 쫒아온 것일 거라고도. 하지만 그렇게 말하니 이상하게 걸리는 점이 있었다. 어째서 저것은 오직 나만을 바라보았는가. 분명 그 곳에는 두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나여야만 했는가. 순간 소름이 돋았으나, 어쩐지 그것에 대해 깊게 생각해선 안 될 것 같았다. 이제부터 밤에는 절대 나가지 않겠다고, 선배에게 답하자 그러는 게 좋을 거라는 답과 함께 전화가 끊겼다. 나는 사온 것들을 적당히 정리하고, 냉동 라자냐 한 조각을 꺼내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었다. 그럭저럭, 평범한 공산품의 맛이 났다. 고작 이런 걸 위해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었을까. 어쩐지 허탈해졌다. 다시금 침대에 누워 생각을 했다. 내일은 >>56 일정이 있으니, 부디 이딴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56 1. 첫 수업 2. 알바 면접 3. 친척집 방문 4. 그 외 자유롭게
1 일단 저 선배랑 친분을 다져야 될거같아...살고싶어...
여긴 이름만 메사추세츠고 사실은 인스머스 같은곳인가
바닷바람이 뺨을 스쳤다. 여행을 가기 위해 항구에 왔던 것 같다. 크고 작은 배들이 늘어서 있었는데, 나는 어떤 배에도 타지 못했다. 그렇게 내 앞에서 배가 죄다 떠나간 뒤, 혼자 남겨진 내 앞으로 우윳빛의 고상한 조각배를 탄 누군가가 노를 저어 왔다. 오색의 비단 옷감에 감싸인 몸은 그 실루엣을 알기가 힘들어서,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 부드러운 하얀 피부, 윤기가 흐르는 하얀 머리터럭을 가진 그 사람은 무척이나 고귀하고 또 아름다운 존재처럼 보였다. 달빛을 엮어서 만들어 낸 사람 같았다. 나는 그 사람의 말에 이끌려 그 배에 탔다. 배는 느릿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 사람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했다. 해가 떨어지고, 달이 솟아오르고, 달마저 떨어진 뒤에는 다시 해가 솟아올랐다. 몇 번이나 그런 것이 반복되었다. 이상하게 배도 고프지 않았고 피곤하지도 않았다. 그러던 중 문득 배가 흔들렸다. 아마 계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사람은 일흔 개의 계단을 힘겹게 걸어올라와서 나를 만나러 왔다고 했다. 함께 칠백 개의 계단 밑으로 가고 싶다고도 했다. 깊고 깊은 이해의 다락문 밑으로 향하고 싶다고. 배가 거칠게 흔들렸다. 내가 뭐라 답을 하기도 전에, 배는 전복되었고 뜨끈한 바닷물이 코와 입을 채웠다. 몽롱한 열 속에서 눈을 감았다.
눈을 뜨자 베개 한 쪽이 피로 젖어 있었다. 놀라서 입가를 손등으로 쓸어보니 피가 묻어나온다. 자는 동안 코피를 흘린 모양이었다. 게다가 이마에서는 열도 났다. 왜 중요한 일을 앞두고 늘 이 모양일까. 다행히도 시간표를 잘 짜둔 덕에, 오늘의 수업은 오후에만 있다. 시간을 벌었다는 것이다. 그럼, 이제부터 뭘 하는 게 좋을까? *>>60 1. 수업 준비 2. 휴식 3. 그 외 자유롭게
아니 기 빨리는거냐고 2번 일단 회복하자...
>>57 너무 대놓고 묘사해서 벌써 다들 눈치채버렸군, 이거 큰일인데. 서술 트릭을 쓰려던 내 계획이 무너져버렸어. 배경은 매사추세츠주 아캄시입니다. 근방에 인스머스라는 소박한 어촌과 던위치라는 경치 좋은 농촌마을이 있습니다. 본 스레는 미스캐토닉 대학 천문학부 신입생인 주인공 씨의 일상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ㅋㅋㅋㅋㅋㅋ 찐 마경이잖아 ㅋㅋㅋㅋ 스레주 너무 재미있게 보고있어! 오래 연재해주라
일단은 휴식이 우선이다. 휴식을 하자. 피에 젖은 베개 커버를 벗겨서 세면대에 던져놓은 뒤, 아플 때 먹으려고 아껴둔 레토르트 전복죽을 꺼내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죽이 데워지는 동안 적당히 베개 커버를 손빨래하고, 다음은 세탁기가 어떻게든 해 줄 것이라 믿으며 세탁기로 토스한다. 화장실에서 나오면 죽은 알맞게 데워진 상태다. 나는 죽을 한 숟가락 떠 후후 분 뒤 입에 넣는다. 김치가 있으면 딱 좋았겠지만 솔직히 썰기 귀찮았다. 그냥 이대로도 충분하다고 자기세뇌를 하며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몸이 따끈해지는 느낌. 아주 좋다. 근데 병원을 가 봐야 하려나? *>>64 1. 갑자기 이렇게 아픈 건 이상하다. 일단 병원에 가 본다. 2. 미국 병원비는 비싸다. 드럭스토어에서 적당한 약을 사 오자. 3. 그럴 기운도 없다. 좀 쉬면 낫겠지.
1 병원가야해 근데 의사도 이상한사람은 아니겠지....?
어제만 해도 팔팔했던 사람이 갑자기 이렇게 되는 건 뭔가 보통 일은 아니다. 분명, 필시 뭔가 이상한 점이 있다. 어제 겪은 일만 생각해봐도 솔직히 이상하잖아. 나는 병원에 가기로 했다. 지갑에서 대출혈이 일어나겠지만, 나는 죽고 싶지 않다. 가는 김에 근처에 한인 마트라도 있나 찾아봐야지. 나는 옷을 적당히 챙겨입고 나갔다. 바깥 하늘은 푸르고, 구름은 몽실몽실. 구글 맵을 켜고 근방의 병원을 찾아본다. 다행히도 적절한 곳이 한 곳 있었다. 작은 병원은 어쩐지 한산했다. 접수원 분은 웃으며 나를 응대했고, 거의 기다릴 것도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의사는 날 보고는 안경을 고쳐쓰더니, 친절한 태도로 증상을 묻는다. 원인 불명의 코피, 갑작스러운 열, 몽롱함과 피로감. 그 모든 증상을 이야기했다. 의사는 가볍게 타자를 치고는, 다시금 나를 돌아보며 짐작가는 원인이 있느냐 묻는다. *>>66 1. 어제 있던 비현실적인 일들을 설명한다. 2. 최근 이사를 오고, 환경이 바뀌면서 무리한 것 같다고 말한다. 3. 짐작가는 게 없다고 한다. 4. 그 외, 자유롭게
두루뭉술하게 2번
어제 일이 정신에 영향을 줬다면 그럴 수 있지만, 육체적인 데미지가 있을 법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고보면 최근 집도 구하고, 대학 입학 준비도 하고, 이래저래 무리하긴 했다. 음, 역시 이것만큼 납득이 가는 이유가 없다. 나는 최근의 여러 피로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적당히 이야기했다. 의사는 과로로 일어난 몸살인 것 같다며, 약을 처방해줄테니 며칠간 무리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길 권유했다. 합리적인 진단이었다. 진료비를 결제하고, 처방전을 받고, 털레털레 걸어서 약국으로 향했다. 처방전을 내고, 잠시 앉아서 기다리는 동안 다시 지도를 켰다. 한인 마트는 좀 거리가 있었다. 귀찮고 아프니 그냥 오늘은 가지 않기로 할까. 약을 받아 챙기고, 겸사겸사 진통제도 산 뒤 약국을 나왔다. 역시 병원까지 갈 필요는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 이제, 다시 느긋하게 집으로 가볼까. 그러던 중에 알림 소리가 들렸다. 메세지가 와 있었다. 보낸 이는 >>68이었다. *>>68 1. 민속학과 4학년 선배 2. 중세형이상학과 2학년 선배 3. 엄마 4. 동생 5. 친척 어른 6. 스팸 문자
3 엄마!
엄마였다. 삼촌이 알려줘서 어떤 집인지는 봤다만, 가구가 들어간 걸 못 봐서 어떻게 지내는 지가 궁금했다고 한다. 한국 살 때처럼 청소 안 하고 탱자탱자 놀지 말고, 이제 신경써줄 엄마 없으니까 정신 바짝 차리고. 늘 듣던 잔소리인데 왜인지 울컥했다. 아프고 서러운 와중에, 제일 그리운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어쨌든 궁금해하시는 것 같으니 집에 들어가면 사진을 찍어 보내기로 했다. 인테리어에는 영 소질이 없다만, 사람 사는 방처럼은 꾸며두었다. 좋아, 그러면 빨리 돌아가야지.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쉬고서 수업을 들으러 갈 수 있다. 나는 다시금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리고 조금 걷다 보니 공원이 나왔다. 분명 아까 전에 집에서부터 병원까지 갈 때에는 공원 같은 건 못 봤었는데. 지도 앱을 보니 공원을 가로질러서 가는 루트도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이 루트로 가면 조금 돌아서 가게 된다. 어떻게 할까. *>>70 1. 산책 겸 공원을 가로질러 간다. 2. 다른 빠른 길로 간다.
스트레스 해소할겸 공원을 가로질러 가자
그래. 역시 사람은 풀내음과 신선한 공기를 맡아야 한다. 나는 공원을 가로질러 가기로 했다. 조경이 제법 잘 꾸며진 공원 한가운데에는 예쁜 분수가 있었다. 분수의 한가운데에는 다리를 들어올린 문어나, 혹은 왕관 같은 모양의 장식물이 있어서 각 꼭짓점에서 물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분수 안에서, 후줄근한 군청색 트레이닝복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올린 누군가가 바구니를 들고 동전을 줍고 있었다. 이상한 사람인가봐. 어떡하지. 불길한 예감이 들어 그대로 지나치려 했으나, 물에 젖은 고무 같은 것이 바닥에 마찰하는듯한 소리가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것이 들렸다. *>>72: 어떻게 대처할까
도망가자. 뛰어!
나는 전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정말 있는 힘껏 뛰었다. 이 도시에는 왜 이렇게 미친 놈들이 많을까 생각하며, 부족한 폐활량으로 노력했다. 뒤에서 헉헉대며 허겁지겁 뛰는 소리가 들리다가, 점차 멀어지더니 골목길에 들어갔을 적에는 아예 들리지 않게 되었다. 나는 잠시 벽에 기대어 숨을 골랐다. 진정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진정하고 나서도 나는 안심하지 못한 채 주위를 살폈다. 다행히도 정말, 따돌리는 데 성공한 것 같다.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금 터벅터벅 걸었다. 이젠 정말로 집이다. 나는 약을 먹고, 집안 사진을 찍고, 가족 단톡방에 올렸다. 걱정 말라는 말과 함께. 시간은 열한시 반. 이제 점심 식사를 하고, 수업 준비를 하면 될 것 같다. 뭘 먹지?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메뉴가 떠오른다. 역시 배달을 시키는 편이 낫겠지. 지금 요리할 기력 따위는 없다. 레토르트는 아끼고 싶다. 어제 사온 냉동식품이 있긴 하지만, 어제 먹고 또 먹는 건 좀 그렇다. *>>74: 뭘 먹을까
치킨 인생은 birth와 death 사이의 chicken이다
역시 배달 음식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치킨이다. 참고로 나는 닭이라면 어느 부위든, 어떻게 요리하든 다 좋아한다. 그래도 너무 많이 먹는 건 좀 그러니까, 많이는 시키지 말까. 이윽고 주문이 접수되었다는 알림이 떴다. 나는 기지개를 한번 쭉 펴고, 행주로 가볍게 상을 닦았다. 앱 화면에는 배달원의 움직임이 보였다. 배달원은 >>76 *>>76 1. 평범한 속도로 집을 향해 오고 있었다. 2. 이상할 정도로 헤매고, 때로는 아예 반대 방향으로 돌기까지 하고 있었다. 3. 집 근처에서 멈춘 뒤, 몇 분이 지나도록 계속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1... 괜히 2나 3을 골랐다가 치킨을 잃을 수는 없다
이 속도면 곧 도착할 것 같다. 금방 먹고 준비할 수 있겠지. 곧이어 초인종이 울렸고, 나는 문을 열었다. 그 곳에는 새까만 후드티에, 하얀색의 주름진 마스크를 쓰고, 검은 배달 가방을 등에 멘 사람이 있었다. 아마 배달원이겠지? 신장은 나와 비슷하나 조금 더 크고, 머리는 연분홍색으로 염색되어있었으나 뿌리가 검었다. 배달원은 귀찮다는 듯 나른한 눈을 하고, 웅얼거리는 말투로 주문을 확인한 뒤 치킨 상자를 건네준다. 그리고는 꾸벅 인사를 한 뒤 돌아가버린다. 묘하게 퉁명스럽지만, 뭐 요즘 세대 사람들은 다 그런 법이다. 나는 포장을 열고 치킨을 먹었다. 좀 짰다. 밥이랑 같이 먹으면 괜찮을지도. 어쨌든 지금은 배가 꽤나 찼다. 시간도, 촉박하지는 않지만 슬슬 준비를 하는 게 좋아보인다. 나는 입에 점심분의 약을 털어넣고 물을 삼킨 뒤 가방을 챙겨 수업으로 향했다.
도착한 강의실에는 그럭저럭 사람이 차 있었다. 어디에 앉는 게 좋을까. *>>80 1. 앞에서 두번째 줄, 혼자서 펜을 돌리며 장난을 치고 있는 안경을 쓴 학생의 옆자리. 2. 맨 앞 줄, 허둥지둥거리며 가방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는 주근깨를 가진 학생의 옆자리. 3. 맨 뒷줄, 핸드폰을 만지며 옆 사람과 낄낄대고 있는 경박해보이는 학생의 옆자리.
다 재미있어보이는 발판
가방에서 뭐가 나올지 모름.. 일단 2번은 안돼 + 크아악 그렇다면 3
맨 뒷줄로 갔다. 역시 첫 수업부터 눈에 띄고 싶지는 않았다. 의자를 끄는 소리가 좀 시끄러웠던걸까? 경박해보이는 학생은 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혹시 여기 자리 있냐고 물으니 다행히도 아닌 것 같다. 곱슬거리는 흑발 사이로 보이는 귀에는 은빛 피어싱이 여러 개 보인다. 귀때기에 철물점을 차렸나. 아주 주렁주렁, 무거워보인다. 아, 무심코 너무 봤나. 시선을 눈치챈 그 사람은 내게 가볍게 말을 건다. 같은 신입생인 것 같다. 저 쪽은 경영학과라나. 그는 시덥잖은 이야기를 이것저것 하다가, 내게 한국인이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하니 재밌다는 듯이 눈이 커지며, 내가 한국에서 무엇을 하다 왔는지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첫 질문은 어쩌다가 유학을 왔는지였다. 나는 기억을 되새겨보았다. *>>82, >>83, >>84: 다음 키워드 중 각 1개씩을 겹치지 않게 선택 1. 외삼촌의 추천 2. 엘리트 코스 3. 예전부터의 동경 4. 도피성 5. 새로운 자극 6. 부모님의 의향 7. 그 외 자유
일단은 5번 새로운 자극 그야 도파민은 중요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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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외삼촌의 추천 하면 신봉자 가족이 되는건가? 재밌겠다 1번
솔직히, 꽤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다고 생각한다. 대기업을 다니는 아버지, 승무원 출신의 어머니 사이의 맏이로 태어난 나는, 어릴 적부터 그 나름의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말은 그렇게 해도 사실 대단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돈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만큼 이것저것 배울 기회가 많았던 것 같다. 어린 시절 거실에 놓인 큰 책장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어린이의 흥미를 돋구기 위해 재미있게 쓰여졌지만, 배울 점이 많은 책들이 많았다. 그러나 나는 그것보다도 아버지의 서재에 몰래 숨어들어가는 것을 좋아했다. 아버지의 서재 한 켠에 놓인, 우주에 대한 화집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어쩌면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다른 밤하늘을 보고 싶어, 라는 갈망은. 중학생 시절, 첼로 학원의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며 올려다보는 서울의 저녁 하늘은 어둡기만 하고 별이랄 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있다면 이런 곳에서 벗어나서, 더 아름답고 더 반짝이는 별들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나는 운이 좋았다. 어느 명절날, 외가에 모인 친척들과 둘러앉아 TV를 보며 떡을 주워먹고 있을 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찾아온 것은 미국에서 결혼해 살고 있는 외삼촌 가족이었다. 저희 왔어요. 늦어서 죄송해요, 차가 막혀서. 푸른 눈의 외숙모가 옆에서 밝게 미소지으며 인사했다.
이런저런 근황 얘기가 오가고, 또 한 차례 용돈 수금의 시간이 왔다. 나는 외삼촌에게서 용돈을 받아 챙기며 연신 고개를 꾸벅이다 문득 그런 말을 들었다. 그러고보니 이번에 고등학교 올라간다며? 대학교는 어디 갈 지 정했어? 어머니는 외삼촌의 어깨를 툭 치며, 얘도 참, 아직 중학생인데 벌써 그런 걸 말하게. 그렇게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외삼촌은 나름 생각이 있는 것처럼, 너 혹시 유학에는 관심 없니? 라며 웃었다. 의외의 말에 눈이 팍 뜨였다. 듣자하니 최근에 이런저런 일이 있었는데, 일이 잘 풀리면 모 유명 대학 쪽에 연줄이 생길 것 같다고 했다. 아직 어떻게 확정된 건 아니지만, 유학을 준비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들어갈테니 지금 얘기해두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혹시 준비해 볼 생각 있으면 도와주겠다고. 망설임은 없었다. 나는 그것을 곧바로 수락했다. 나에게는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다. 그 뒤로는 일이 착착 진행되었다.
경영학과 녀석은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가, 문득 궁금해졌는지 >>88에 대해 물었다. *>>88 1. 첼로 2. 외삼촌 3. 그 외, 자유로운 키워드 제시
2
외삼촌? 외삼촌이라. 자유분방한 사람이었다. 너글너글한 성격에, 수완가라서 내가 어릴 적에는 이미 미국에 가 있었다. 자주 보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간간히 선물 같은 것을 보내주거나, 볼 때마다 신기한 것에 대해 알려주는 사람이라서 좋은 기억이 많다. 그 중에서도 특히 내가 좋아했던 건 중학교로 올라갈 무렵 그에게 선물받은 플라네타리움이었다. 척 봐도 고급스러운 외양을 보면, 아마 가격이 꽤 나가는 물건이겠지. 밤이 되면 그것을 켜둔 채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가 잠드는 것이 일과 중 하나였다. 플라네타리움에 딸려온 디스크들 중에서는 특히 눈에 띄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을 끼워넣고 투영시키면 방 안은 여지껏 본 적이 없는 기이하고 비현실적인 색조로 물들었다. 마치 별이 내게로 쏟아지는 것 같은 환희가 그 곳에 있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그 디스크는 한두 번 정도 사용하고 나니, 쥐도 새도 모르게 없어져 있었다. 내가 봐도 심할 정도로 그것에 매달리며 주위를 의심하고 화를 냈지만 그런다고 돌아오지는 않았다. 나는 자연히 그것을 포기하게 되었다. 플라네타리움이란건 결국 언젠가의 밤하늘을 재현한 것이니, 어딘가에는 그것과 같은 밤하늘이 있을 것인데. 과거를 떠올리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었더니 주위가 조금 웅성대기 시작했다. 앞을 보니 교수님이 와 있었다. 수업이 시작되려는 모양이었다. 첫 날이니 대단한 건 없었다. 앞으로 진행될 것에 대한 대략적인 소개와, 뭐 이런저런 잡다한 것들. *>>90 1. 별 내용은 없었지만 집중해서 들었다. 2. 살짝 지루해져서 딴 생각을 했다. 3. 기타 자유롭게
1 >>1에서 학점 잘 받자고 했으니까
그래, 일단 내 목표는 학점을 잘 받는 것이다. 집중해서 듣는 편이 좋겠지. 나는 앞으로의 강의 계획 등을 대략적으로 메모했다. 말이 빨라서, 그걸 따라가려면 휘갈겨 쓸 수밖에 없었다. 흘낏 보니, 옆 자리의 경영학과 녀석 또한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수업을 듣고 있었다. 꽤 의외다. 수업은 그렇게 물 흐르듯 진행된다. 프레젠테이션의 마지막 페이지가 띄워지고, 나는 기지개를 켰다. 학생들은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난다. 다음 강의까지는 시간이 좀 비는데, 할 일도 없으니 나는 교정을 둘러보기로 했다. 화단의 예쁜 꽃이나, 나무 같은 걸 보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러던 중 문득 시선을 잡아끄는 것이 있었다. 호기심이 동한 나는 그 쪽으로 향했다. 그 중심에는 >>92가 있었다. *>>92: 자유롭게 적어주세요
그림을 그리는 학생
스트로베리 블론드색의 생머리를 곱게 내려묶은 한 학생이 연못을 바라보며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연못에는 오리가 발재간을 치며 둥실둥실 떠 다니고 있었다. 꽈악 꽉 하는 울음소리가 들렸다. 어쩐지 멋진 사람이다. 저절로 발길이 멈췄다. 그 사람은 이 쪽을 돌아보더니, 표정이 굳고 안색이 창백해진다. 그의 신비로운 보랏빛 눈동자에 공포가 어린다. ...왜? 아직 아무 것도 안 했어요. 앞으로도 뭘 할 생각은 없지만, 아무튼.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할까? *>>94 1. 뭔가 말한다 2. 말하지 않는다 *>>95 94가 1을 선택할 경우, 말할 내용과 태도를 자유롭게 서술 94가 2를 선택할 경우, 그 자리에 머무른다 or 다른 곳으로 간다 중 택1
1. 뭔가 말한다
왜 그러세요? 저 아세요?
언제 봤다고 이러는 거지. 나는 물었다. 왜 그러세요? 저 아세요? 그 사람은 놀란 듯한 소리를 내더니 시선을 피하며,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고 사과했다. 당신 때문이 아니라고. 뭔가 그 나름의 이유가 있던 것 같으니 대충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는 예의 있게 웃어보이며 자신을 소개한다. 철학과의 3학년이라고 한다. 이것도 인연이라며,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나를 모델로 한번 스케치를 해 보고 싶다고 말하는 그의 눈에는 묘한 흥미가 어려 있었다. *>>97 1. 수락한다. 2. 거절한다. 3. 그림을 보여달라고 한다. 4. 그 외 자유롭게
수락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림도 보여달라고 하자
흥미로우니 일단 수락할까. 대신 겸사겸사 그의 그림도 보고 싶었다. 그에게 그림을 보여달라고 말하자, 그는 조금 곤란한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스케치북을 펼쳐 보여주었다. 오일 파스텔 따위로 그린 듯한 그림들은 전체적으로 색감이 화려하면서도 독특하고, 거친 선으로 형태를 뭉개며 그려서 상당히 매력적인 인상을 주었다. 미술을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은 아닌 것 같았지만, 날것의 생동감이 잘 드러나는 좋은 그림들이었다. 그림을 칭찬하자 그 사람은 배시시 웃는다. 나는 그가 말하는 대로 적당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연필이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조금 지나자 그 사람은 스케치북을 옆에 뒤집어 놓고, 가방에서 물병을 꺼내 목을 축이기 시작했다. 다 그린 건가? 아니면 아직인가? 봐도 되려나? *>>99 1. 그림을 본다 2. 가만히 있는다
궁금한 건 못참지 본다
내가 스케치북을 들추려 하자, 그 사람은 나를 급하게 제지했다. 스케치북은 다시금 덮였다. 그러나 일부지만 확실히 무언가가 보이긴 했다. 그것은 수없이 많은 선이 겹치고 뒤섞이고 뭉쳐진 추상화에 가까웠다. 인간의 실루엣이라고는 한 조각도 보이지 않는, 기이한 비정형의 얽힘. 이 사람은 나에게서 무엇을 보고 있던 것일까. 보랏빛 눈동자가 나를 응시한다. 멋대로 보는 건 무슨 예의에요? 꼭 그렇게 말하려는 것처럼, 질책하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던 그는 자포자기한듯한 한숨을 내뱉곤 나지막히 말한다. 미안해요. 그 사람은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한다. *>>101: 어떻게 할까?
기다려요! 붙잡아서 미안하다고 하자 + 스레주 100레스 돌파 축하해! 🎉🎉🎉
접히는 김에 덧붙이는 몇 가지 앵커는 필요하다면 언제든 자유롭게 미룰 수 있습니다. 개그 앵커도 상관없습니다.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 기행을 저지르는 건 흔한 일입니다. 질문사항이 있다면 언제든지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대부분의 캐릭터는 공략이 가능합니다. 우정이든 연애든 상관없습니다. 왜냐하면 초기에 설정된 목표 중에 좋은 친구 또는 연인 사귀기가 있기 때문에. 어떤 미친놈이 나오든 공략의 가능성 자체는 열려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위대하신 그 분들을 그런 시선으로 보는 것은 곤란합니다. 그러한 행위는 심신에 크나큰 위해를 가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은 떠나려 한다. 하지만, 어째선지 이대로 내버려둬서는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기다려요! 무심코 목소리를 크게 냈다. 그 사람은 흠칫 놀라며 뒤돌아보았다. 나는 그를 붙잡고, 미안하다고 했다. 그 사람은 조금 떨떠름한 태도로 나를 마주보았다. 나는 다시 한번, 나의 무례를 사과했다. 그림이 정말로 멋져서, 어떤 느낌으로 그려졌을지 보고 싶었을 뿐이라고. 그러나 그는 오히려 자신 쪽이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자신의 흥미만을 위해 멋대로 부탁한 것 같다고 한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연락처를 받았다. 언젠가 그림이 완성되면 보내주겠다는 말과 함께, 다음에 또 보자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어쩌다보니 다른 과 선배들의 연락처를 세 개나 땄군. 그러고보면 나도 슬슬 다음 수업에 들어갈 시간이다. 준비해야지. 나는 교양 강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곳에는 어쩐지 익숙한 사람이 있었다. *>>104: 최대 2명까지 선택 1. 저번 수업에서 혼자 펜을 돌리고 있던 안경 쓴 학생 2. 저번 수업에서 허둥대며 가방을 뒤지던 학생 3. 저번 수업에서 본 경영학과 신입생 4. 요전에 봤던 민속학과 4학년 선배 5. 요전에 마주쳤던 중세형이상학과 2학년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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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이 편의점에서도 살려줬고 좀 생명줄 같음
어, 너도 이 수업이야? 선배는 쾌활하게 인사한다. 그러고보니까 저번에는 통성명을 못 했었지. 도와주시기까지 하셨는데. 나는 내 신분을 밝히고 감사를 표했다. 선배는 어쩐지 멋쩍은 듯 웃으며 괜찮다고 했다. 살았으니 됐다고. 기왕 선배를 만난 거, 무언가 이야기를 더 해볼까. 나는 선배의 옆자리에 앉았다. *>>107: 이야기의 주제 1. 민속학과 4학년 선배 2. 그 전 편의점 일과 그 답례 3. 그 외 자유로운 주제 지정
2. 공략해봅시다
그 전의 일에 대해서 이야기해야겠지. 아무래도 무언가 답례를 하고 싶고. 사람 된 도리로서, 도움을 받고 아무 말 없이 넘어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이전 편의점 건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아무래도 목숨을 구해 주신 은인이니 뭐라도 하고 싶다고. 선배는 그러면 언제 한번 밥이나 사 줄래? 라고 장난스레 웃는다. 그야 그 정도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오히려 밥 한 끼로 끝난다니 수상할 정도로 대가가 저렴하다. 나는 그의 일정과 좋아하는 음식 같은 걸 물었다. 선배는 특별히 가리는 음식은 없다만, 근처의 생선 요리 전문점에 가는 건 싫다고 했다. 거기라면 내가 그 전에 가자미 뫼니에르를 먹었던 곳인데. 여기 물가를 생각하면 가격도 제법 합리적인데다가, 양도 많고 맛도 좋아서 솔직히 꺼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생선을 싫어하냐고 물으니 그것도 아니라고 한다. 그럼 그 식당이 마음에 안 드는 건데. 의문이 들어서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묻는다. 혹시 거기 음식 먹었어? 그렇다고 답을 하니, 소스라치게 놀라며 앞으로는 가지 말라고 한다. 거긴 가면 안 되는 곳이라고. 차라리 화단의 꽃을 뜯어먹는 편이 나을 지도 모른다고 했다. *>>109 1. 그 식당에 대해 묻는다 2. 민속학과 4학년 선배가 데려갔다고 말한다 3. 그 외 자유롭게 발언
2
식당에 가게 된 계기를 떠올렸다. 분명 그 전의 그 마음씨 착한 민속학과 선배가 데려다 줬었다. 내가 그 이야기를 꺼내자, 선배는 표정을 팍 구긴 채 고개를 돌리고는 뭐라 중얼거리다가 다시금 이 쪽을 돌아보았다. 방금 중얼거린 거,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욕지거리 같았지. 그 인간과 다시는 관계되지 않는 게 좋다고, 혹시 연락처가 있다면 지우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도저히 내키지가 않았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분명 좋은 사람이었으니까. 애초에 그 사람은 내게 어떠한 위해도 가하지 않았다. 또한 이 선배에게 있어 내 사생활을 통제할 권리는 없다. 연인이나 부모여도 안 될 일을,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에게 허용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는 내 강경한 태도에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는, 혹시 다음 번에 그 식당에 갈 일이 있다면 참치가 들어간 메뉴나 맨빵을 먹는 것을 추천했다. 그것들은 그 더러운 바다와 관련이 없으니, 먹어도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하던 사이 교수님이 들어왔다. 곧이어 수업이 시작되었다. 나는 이번에도 수업을 열심히 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오늘의 마지막 수업까지 끝마치고 돌아가는 길. 강에 노을이 비쳐 주홍빛으로 물들면 이상하게 생각이 많아진다. 어쩌면 나는 여태까지 너무 온실 속의 화초로 자랐는지도 모른다. 유복하고 자유로운 환경은 분명 나의 일상을 안정시키는 데 있어 도움이 되었으나, 이제 이렇게 대학까지 온 이상 새로운 자극에 부딪힐 필요도 있다. 애초에 나는 자극을 얻기 위해 이 곳에 온 거다. 내가 직접 생활을 꾸려나가고 삶을 즐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면 여러 방법이 있겠지. 가령 동아리 같은 걸 들어갈 수도 있겠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취미를 찾아볼 수도 있겠고.... 뭐, 할 일은 산더미다. 이제부터 생각해나가면 되겠지. 일단은 >>112에 도전해보도록 할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집으로 향했다. *>>112 1. 아르바이트 2. 동아리 활동 3. 취미 찾기 4. 그 외 자유롭게
동아리 활동
좋아, 동아리 활동을 해야겠어. 이따가 저녁밥 먹으면서 찾아봐야지. 오늘 저녁은 제대로 요리를 해야겠다. 돌아가는 길에는 식료품 상점이 있었다. 마감 시간이 가까워진 탓에 때때로 세일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나는 적당한 채소나 돼지고기 따위를 사서 집으로 향했다. 나는 이 건물의 맨 꼭대기, 4층에 산다. 월세가 조금 비싸지만 그만큼 괜찮은 곳이라 제법 만족하고 있다. 오늘은 제육볶음을 먹어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엘리베이터를 타서 문을 닫으려는 그때 단정한 검은 셔츠를 입은 누군가가 다급하게 뛰어온다. 나는 급하게 문을 여는 버튼을 누른다. 지쳤는지 무릎에 양 손을 얹고 허리를 숙여 헉헉대던 그 사람은, 살짝 고개를 들어 엘리베이터 계기판을 보더니 허리를 일으킨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걸 보니 같은 층에 사는 사람일까. 그 사람 또한 같은 생각을 했는지, 내게 인사한다. 못 보던 얼굴이네요, 이사 오셨나요? 그렇다고 답하자 그 사람은 내게 웃으며 악수를 청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는 402호에 산다고 한다. 마침 내 옆집이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그는 총알처럼 뛰어나가 402호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간다. 나는 그걸 물끄러미 지켜보다가 마찬가지로 비밀번호 다섯 자리를 누른다. 우선 별을 누르고, >>115. 내 생일이다. 단순하기 짝이 없군. 신발을 벗어 신발장에 넣고 있자니 문 너머에서 다시금 급하게 달려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 나는 짐을 내던지고, 식료품을 냉장고에 넣어둔 뒤 밥을 지었다. 빠르게 샤워를 하고 고기를 볶아내면 딱 시간 맞춰 밥이 완성된다. 나는 식사를 하며 한 손으로는 핸드폰을 살폈다. 괜찮은 동아리가 많았다. 개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116 동아리였다. *>>115: 주인공의 생일(다이스 가능) *>>116: 적당한 동아리 주제
dice(1,12) value : 10 월 dice(1,28) value : 15 일
보드게임
어디 보자, 테이블 게이머즈라. 멋진 이름이군. 보드게임 동아리인가? 이거라면 흥미가 있다. 재미있는 것과는 별개로 사람도 장소도 구하기 힘든 것이 문제라 단념하고 있었는데 마침 운이 좋았다. 여기는 꽤나 사람도 많고, 활성화도 된 것 같았다. 유일한 문제가 있다면 내가 아직 영어에 완전히 익숙하지 않다는 건데, 보드게임은 필연적으로 플레이 과정에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니 오히려 동아리 활동을 하며 영어 실력이 늘 수도 있겠지.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나는 그 동아리에 가입하기로 했다. 구글 폼에 들어가서 신청서를 제출하고.... 좋았어. 바로 메세지가 왔다. 디스코드 서버에 들어가자 반기는 듯한 이모티콘이 우르르 올라왔고, 공지에 대한 안내가 보였다. 보아하니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저녁에 정기적인 활동이 있는 것 같은데, 꼭 두 날 다 참여할 필요는 없는 모양이다. 다만 기존에 돌아가고 있는 TRPG 캠페인 등에 참여하려면 목요일에 일정을 비워 두어야 한다나. 어느새 밥그릇이 텅 비었다. 나는 한 그릇을 더 먹을까, 고민하다가 역시 과식은 좋지 않다는 생각에 식탁을 정리했다. 설거지는 내일 하지 뭐. 일단은 일정을 정리하는 게 우선이다. 나는 다이어리를 펼쳐 오늘의 일기를 쓰고, 일정을 정리했다. 이번주 토요일에는 중세형이상학과 선배와의 밥 약속이 있고, 다음주 >>118에는 동아리에 나가봐야지. *>>118: 수요일과 목요일 중 선택(동시 선택 가능)
수요일~ + 일단 수요일에 가보고 사람들이랑 분위기 좋으면 목요일에도 가서 TRPG 참여하는 것도 가능해?
>>118 가능합니다. 여담으로 궁예스레 보니까 다들 뭔가 초반부터 의심이 많으신 것 같은데 여태까지 대략적인 신상정보가 밝혀진 5명(주인공 씨, 민속학과 씨, 중세형이상학과 씨, 경영학과 씨, 철학과 씨) 중 인간이 아닌 건 0.25명밖에 없습니다. 아직 자세한 게 밝혀지지 않은 인물들까지 범위를 넓혀도 대부분은 인간입니다. 안심하십시오. 위대하고 거대하신 옛 분들이나 저 우주 바깥의 이해를 초월한 존재께서 직접 우리 앞에 강림하실 가능성은 의외로 낮습니다. 그 분들의 힘은 막강합니다. 그 분들의 앞에서 우리는 한낱 비존재로 돌아갈 뿐입니다.
일단 수요일에 한번 가 볼까. 분위기나 사람들을 확인한 뒤에, 마음에 든다면 목요일에도 가 봐야지. TRPG는 해본 적이 없지만.... 뭐, 선배들이 알려주겠지. 계획이 잡혔다. 오늘은 이제 더 할 일도 없고, 아침부터 몸살기가 있기도 했으니 일찍 자는 게 좋겠지. 저녁 분량의 약을 삼키고, 뽀송하게 마른 베갯잇을 다시 씌운 뒤 누웠다. 가라앉는 듯한 편안함과 나른함이 나를 삼켰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토요일. 무리하지 않은 덕에 몸은 말끔히 나았다. 오늘은 중세형이상학과 선배와 식사를 하러 가기로 한 날이다. 오늘 갈 식당은 >>122가 맛있다고 한다. 저번의 그 생선 요리 식당은 앞으로 근처에도 안 가기로 했다. 물론 굉장히 맛있었지만, 그런 말까지 들었는데 가는 건 좀 그렇다. 선배가 말한 >>123 앞으로 향하자, 유리창 너머로 유니폼을 정리하는 선배가 보였다. 곧이어 선배가 나와서 쾌활하게 인사했다. 여기는 아무래도 선배의 아르바이트 장소인 것 같다. 식당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우리는 식당으로 향했다. *>>122: 적당히 맛있을 것 같은 요리 *>>123: 중세형이상학과 선배가 일하는 알바처
햄버거!
스×벅스
들어서자마자 패티가 구워지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양파의 달콤하면서도 톡 쏘는 향에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선배가 추천하는 메뉴는 쿼드러플 맥시멈 버거였다. 뭔가 굉장한 이름이었지만, 잘 모르니 일단 선배가 추천한 대로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잠시 뒤 선배가 자리에서 일어나 쟁반을 들고 왔다. 네 장의 얇고 바삭해보이는 고기 패티 사이사이에는 치즈가 한 장씩 들어있었고, 그위에는 계란 프라이 한 장과 볶은 양파, 베이컨, 무언가 붉은 알갱이가 들어간 상아색 소스와 길게 썰린 피클이 얹어져 있었다. 패티 하나하나를 얇게 찍어눌러서 만든 탓에 생각보다 그렇게 두껍지는 않았다만.... 생채소라곤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여러모로 압도당하는 기분이었다. 나는 일단 현실에서 눈을 돌리기 위해 감자튀김을 집어 한 입 먹었다. 갓 튀겨서 바삭한 감자튀김이 제법 맛이 좋았다. 그렇지만 여긴 버거집이다. 언젠가는 저것과 직면해야 했다. 나는 각오를 다지고 버거를 집어들어 한 입 크게 베어물었다. 맛있었다. 정말 맛있었다. 감칠맛이 아주 죽여줬다. 바삭한 패티에 엉겨붙은 체다 치즈는 느끼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괜찮았고, 소스에서는 의외로 살짝 매콤새콤한 맛이 났다. 문득 선배를 돌아보면 선배는 열심히 버거를 먹고 있었다. 물끄러미 바라보았더니 선배는 입 안의 음식물을 꿀꺽, 삼키고는 뭔가 할 말이 있냐고 물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긴 했다. *>>125: 떠오른 내용 1. 배가 많이 고프셨던걸까 2. 왜 그렇게 민속학과 선배를 싫어하시는 걸까 3. 그 전에 편의점에서 마주친 그것은 뭐였을까 4. 그것을 쫒아내는 방법은 어떻게 알게 된 걸까 5. 그것이 편의점 직원에겐 조금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이유가 뭘까 6. 그 외 자유 *>>126: 떠오른 것을 말할까? Yes or No
2 솔직히 이게 제일 궁금해...
Yes!!!!!!
선배의 눈빛이 갑자기 차갑게 식더니, 먹던 버거를 내려놓고 시선을 돌린다. 그러곤 기대하지 않는 듯한 투로 말한다. 알게 된 지 얼마 안 된 사이에 말할 것도 아니고, 어차피 말해도 못 믿을걸. 그 눈빛은 무언가 깊은 상실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꼭 이해받기를 포기한 사람처럼, 어쩐지 슬픈 얼굴로 잠시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던 선배는 곧이어 지친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뭐, 별로 신경쓸만한 건 아니니까 그냥 식사나 하자. 선배는 다시금 버거를 집어들었다. 그러나 나는 무언가 마음 속이 개운치 않았다. 나는 얼마 전만 해도 이미 이상한 일을 겪었고, 선배로 인해 목숨을 건져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 어떤 믿을 수 없는 일이 그들 사이에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 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분명 이렇게 말했다. 알게 된 지 얼마 안 된 사이에 말할 건이 아니라고. 숨기고 싶은 이야기일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파고들지 않는 것이 역시 예의가 아닐까? 나는 결론을 내렸다. *>>129 1. 역시 알 필요가 있다. 선배는 자신의 개인적인 이유를 가지고 나의 인간관계에 간섭하려 한다. 이유를 알아야지 그 선배와의 관계를 끊던 말던 할 것 같다. 2. 더 묻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누구에게나 비밀이 있고 사정이 있다. 그리고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그런 것에서 시선을 돌리는 것이 관계를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1번 솔직히.. 궁금해!!
그렇다면 1번으로~
나는 선배에게 솔직한 내 생각을 이야기했다. 나는 이유를 알아야 하는 입장이다. 그 이유를 모른 채라면, 나는 선배의 말에 따를 수 없다. 내 말을 들은 선배는 한동안 말 없이 버거를 먹다가, 남은 콜라를 입에 쏟아붓듯이 마신다. 선배가 말이 없어지자 어쩐지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서, 나는 남은 감자튀김을 열심히 먹기만 했다. 한동안 말이 없던 선배는 내가 감자튀김을 거의 다 먹었을 쯤에 입을 열었다. 말해줄게.
식사가 끝난 뒤 우리는 인적이 드문 조용한 곳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라고 했다. 적당히 자리를 잡고 앉은 뒤, 선배는 담담한 태도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두 선배는 어릴 적부터 알고 지냈던 이웃사촌 사이라고 한다. 민속학과 선배는 과거부터 영특하고 총명하여 주변에서 사랑을 받는 사람이었고, 그런 그를 선배는 꽤나 잘 따랐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한밤중에 훌쩍 집을 나가 돌아다니거나, 멋대로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어 자신을 따르게 하거나 하는 기행을 시작해서, 걱정스러워졌다고 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선배는 그를 믿고 있었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어느 날 밤이었다. 그는 민속학과 선배가 한 사람을 살해하는 것을 발견했다. 민속학과 선배는 그 행위에 대해 무엇도 변명하지 않고 사실을 그대로 고했으나, 다만 너를 위한 것이었다며 이해를 요구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처벌받지 않았다. 죽었던 이는 누구의 기억 속에서도 남지 않고 애초에 없던 것처럼 잊혀져버렸다. 민속학과 녀석이 분명 무언가 마법을 부린 거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그 사람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고, 그렇게 털어놓았다. 나는 무심코 질문하고 말았다. *>>132 1. 돌아가신 분은 선배가 소중히 여기던 분이었나요? 2. 민속학과 선배는 그때 정확히 뭐라고 말하셨나요? 3. 마법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죠? 4. 그 외 자유로운 질문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건가 3번
마법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죠. 비현실적인 언급이 튀어나오는 바람에 무심코 물어버렸다. 선배는 아무렇지 않게 설명했다. 저 너머의 지식을 조금이라도 훔쳐보는 데 성공한 이들은, 이성을 대가로 기이한 힘을 다룰 수 있다고 한다. 마법이라는 말 외에는 설명할 표현이 없는 모독적이고 저주스러운 힘을. 그러고보면 저번에 선배에게 도움을 받았던 것도 비슷한 것일까. 무언가 비현실적인 일이긴 했다. 그렇지만, 그건 오히려 괴물을 쫒아내는 쪽이었지. 내가 생각에 잠겨 있자, 선배는 부연설명을 했다. 가령 민속학과 선배는 매번 기행을 저지르고 다녀서 나쁜 소문이 멈춘 적이 없지만 이상할 정도로 호의를 산다. 모두가 그를 용서하고 그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그렇기에 아마 어떠한 암시 마법을 통해 자신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호의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라고. 확실히 그는 괴짜다. 계속 제멋대로 굴기도 했고, 비상식적인 행동도 했었다. 하지만 잘 모르겠다. 알고 보니 좋은 사람이었을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렇게 말하니 선배는 네가 그렇게 호의적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미 그의 마법에 걸려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짜로? *>>134 1. 앞으로는 좀 더 경각심을 갖고 의심하는 게 나을지도. 2. 그래도 솔직히 와닿는 게 없단 말이지.... 3. 자유 서술
그럼 선배가 지난번에 편의점에서 괴물을 쫓아냈던 것도 마법이에요?
[real time event] 오늘(2026-02-28)은 수성, 금성, 토성, 목성, 천왕성, 해왕성이 일렬로 늘어서는 행성 정렬의 날입니다! 별들의 징검다리를 건너 웅대한 우주의 진리가 우리에게 전해지고, 스레주의 기분이 high해진 결과 무언가 재미있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그럼 선배가 저번에 편의점에서 마주친 괴물을 쫒아냈던 것도 마법이에요? 가볍게 묻자, 어느 정도는 그렇다고 했다. 일종의 역소환 범주에 들어가는 주문이나, 어디까지나 가볍게 의식을 흐려 여기에 꼭 있을 이유가 없다고 속이는 정도에 속한다나. 그렇다는 건 꼭 있을 이유가 없더라도 그냥 그 자리에 있고 싶다고 생각하면 떠나지 않을 수도 있나요? 그렇게 물으니 선배는 이해가 빠르다고 칭찬해줬다. 사실 그래서 안 통하는 경우도 꽤 있는데 그때는 운이 좋았던 거라고 한다. 듣다보니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 외에도 선배는 내 질문을 하나하나 친절히 답변해주었다. 선배가 하는 이야기들은 현실성이 없었지만 이상할 정도로 와닿는 게 있어서, 어쩐지 세상의 뒷면을 훔쳐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건 믿을 수밖에 없다. 소름이 돋는 듯한 느낌에 몸을 떨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전화벨이 울린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사촌동생이었다. 전화를 받자 갖다줄 것이 있다며, 혹시 집에 있냐고 물었다. 하긴 슬슬 돌아가보는 것이 좋을 지도 모른다. 선배와의 식사 약속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길어지기도 했다. 내가 몸을 일으키자, 선배는 다음에 또 보자며 쾌활하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급하게 집에 돌아가기 시작하니, 문득 물방울 같은 것이 코끝에 떨어졌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예상치 못하게 흐려져있었다. 큰일이다. 비가 온다. 앓다가 나은지도 얼마 안 됐는데 다시 감기에 걸릴 수는 없다. 나는 가방을 머리 위에 얹어 비로부터 최대한 몸을 보호하며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언뜻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이상하게 신경이 쓰이는 바람에 잠시 멈춰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등 뒤를 보자 민속학과 선배가 우산을 들고 있었다. 놀랐지? 라고 말하는 것 같은, 천진난만하고 장난기 어린 표정이었다. 뭐 하는 인간이야. 우산을 씌워준 건 고맙지만, 갑자기? 나에게 호의적인 것과는 별개로, 아까 전에 들은 말을 생각하면 이 사람은 살인자다. 내가 그간 마주한 좋은 사람이라는 인상과 그에게 얽힌 소문이 만든 꺼림칙한 느낌이 겹쳐져서, 나는 그를 피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또한 나를 졸졸 따라오며 우산을 계속 씌우려 했다. 그러다 뒤에서 누군가 나자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가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어떡하지. 안 움직이는데. 죽었나. *>>138 1. 도와준다 2. 도와주지 않는다 3. 자유롭게
쿡쿡 찔러본다
뭔가 적극적으로 도와주기도 좀 그렇고, 그렇다고 내버려둘 수도 없고. 나는 가방에서 적당한 펜을 꺼내 선배를 쿡쿡 찔러보았다. 잠깐 꿈틀, 하는 것 같더니 고개를 홱 들고는 나를 빤히 올려다보며 웃는다. 웃는 게 제법 순수한 것 같기도 한데. ...어라, 나 진짜로 암시에 당했나? 잠시 그런 생각에 주의가 흐려진 사이, 그는 축축하게 젖은 몸을 일으켜서는 나를 끌어안아 자세를 무너뜨린다. 뭐야, 야, 하지 마. 미친 거 아냐? 나는 몸을 버둥거린다. 그러나 선배는 나를 붙잡은 채 계속해서 나와 시선을 맞춘다. 맑은 춘록색의 눈동자에서 시선이 떨어지지 않는다. 기이한 압도감이 척수를 타고 기어오른다. 왜인지 더 이상 뿌리치고 싶지 않다. 저항할 이유도 없고, 편안하기도 하고.... 쏟아지는 빗방울이 따뜻하다. 뇌가 녹아내리는듯한 고양감이 들었다. 나는 쏟아지는 졸음에 눈을 감았다.
머랭 같은 흰 구름이 바다 위를 떠 다니고 있었다. 손가락 끝으로 슬쩍 찍어서 먹어보니 덜 익은 계란 노른자의 맛이 났다. 머랭은 흰자로 만드는 거 아니었나? 뭐 상관 없지. 바닷물에 몸을 맡기고, 파도가 가는 대로 흔들리며 가만히 늘어져 있다 보니 모르는 땅에 도착했다. 드디어 땅에 발을 딛을 수 있게 되어 일어났다. 하얀 모래가 소금기를 머금은 발바닥에 달라붙고 있었다. 털어도 털어도 떨어지지가 않아서, 나는 포기하고 걷기 시작했다. 걷다 보니 밑으로 내려가는 거대한 계단이 보였다. 궁금해서 다가가보니 그 계단은 유리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였고, 유리 계단 밑에는 새까만 어둠이 비치고 있어서, 나는 그대로 몸을 돌려 다른 곳으로 가기로 했다. 그러나 계단에서 등을 돌린 내 앞에는 누군가가 있었다. 어쩐지 본 듯한 얼굴이었으나, 누군지는 알 수 없었다. 그 사람의 맑은 녹색의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다가, 내 양 어깨를 양 손으로 툭 밀었다. 나는 그대로 밀려 떨어지며, 계단을 굴러 내려갔다. 계단은 쓸데없을 정도로 길었다. 몇십 번 정도를 부딪힌 것 같았다. 겨우 계단참에 도달하자 늙은이 두 명이 있었다. 그들은 미심쩍은 듯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다가 자기들끼리 소곤거렸다. 나를 눈 앞에 두고 수군대는 꼴이 뒷담화라도 하는 거 아닐까 싶어서 조금 기분이 나빴으나, 곧이어 그들은 한숨을 내쉬며 벽장에서 무언가를 꺼내온다. 뭐 어쩔 수 없지, 들여보내라고 하였으니. 그들은 그런 알 수 없는 말을 하곤 내게 가방 하나와 지팡이 하나를 던져주더니, 문을 열고는 다시금 나를 걷어차듯 그 뒤로 던져넣었다. 또 계단이었고, 심지어 이번엔 더 길었다. 아까 전의 열 배는 되는 것 같았다.
정신을 차리니 기묘한 숲이었다. 마법에 걸린 듯한 몽환적인 풍경이 나를 반겼다. 분홍빛 하늘, 파란 나뭇잎과 하얀 가지. 아름다웠지만, 음. 뭐랄까. 전혀 모르겠어. ...이제 나 어떡하면 되지? 막막한 마음에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도 >>142를 발견할 수 있었다. *>>142: 누군가, 무언가, 아무튼 있을 만한 것들. 비현실적이고 이상한 것이어도 상관 없음.
민속학과 선배
민속학과 선배였다. 네놈 왜 여기까지 와 있는 거냐. 뭐라 따지고 싶었지만 따질 기력도 없었다. 어쨌든 아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군. 나는 한숨을 푹 쉬고 그에게 다가갔다. 선배는 방실방실 웃으며 잔뜩 들뜬 얼굴을 했다. 그 태도에 기가 찼지만, 일단 상황 파악부터 하기로 했다. 여기가 어디냐고 물으니 꿈과 환상의 나라라고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한다. 미친놈인가 이거? 역시 미친놈인가? 미친 놈 맞는 거 같은데? 그는 어이가 털려서 가만히 있는 나를 붙잡고 끌고 간다. 혼자 중얼거리는 걸 들어보니 여기 지리에 꽤나 빠삭한 것 같긴 하다. 나는 방향 감각이 좋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이 사람에게 의지해야 했다. 문득 선배는 나를 돌아본다. 어디 가고 싶은 데 있어? 내가 데려다 줄게! 지름길을 알거든. 그렇게 말하며 그는 작은 팸플릿을 꺼내든다. '꿈나라 여행 가이드'라고 쓰여있는 그 책자는 깨끗하게 인쇄되어있긴 하지만 전반적인 삽화의 품질이나 식자 등은 조악하다. 설마 직접 만들었니? 이런 울창한 숲에 지름길 같은 개념이 통할 지는 모르겠고, 애초에 이런 가이드 책자가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팸플릿을 펼쳤다. 여러 가지 재미있어보이는 곳이 있긴 했다. *>>144 1. 항구 도시 - 처음 오는 사람들은 무조건 가 봐야 하는 도시라고 쓰여있다. 2. 고양이 마을 - 본인이 좋아하는 장소인지 뭔가 별과 밑줄을 잔뜩 쳐 뒀다. 3. 사막 도시 - 무역이 유명해서 여러 도시에서 온 기념품을 사기 좋다고 한다. 4. 호수와 폐허 - 먼지가 날려서 마스크를 쓰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고 써 있다. **어딜 선택하든 위험하지 않습니다. 놀이동산이다 생각하고 아무 생각 없이 골라도 괜찮습니다. 안심해주십시오.
dice(1,4) value : 1
내가 항구 도시를 선택하자 선배는 좋은 선택이라며 나를 데리고 걷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금 겁이 났지만, 선배의 자신만만한 태도도 그렇고 주위 풍경도 생각보다 예뻐서 그냥 포기하고 즐기기로 했다. 하긴 이런 데를 또 언제 와 보겠는가. 선배는 문득 멈춰서더니 주위를 살핀다. 꼭 위치가 맞는지 확인하는 것 같다. 그러다 뭔가를 발견하곤 그 곳으로 타타탓 가벼운 발소리를 내며 다가간다. 왜인지 조그맣게 울타리가 쳐져 있고, 밝은 녹색의 덤불이 자라고 있다. 주위의 분홍색, 라벤더색을 띠는 다른 나뭇잎들과는 다르게 이질적인, 현실감을 띤 색이다. 그는 울타리를 살짝 넘더니 그 곳에서 금빛의 잎사귀 주머니 같은 것을 따기 시작한다. 뭐지, 서리하나? 함부로 그런 짓 해도 돼? 왜인지 엮이기 싫어서 뒷걸음질쳤더니 어느새 한아름 따 버렸다. 그는 자신이 메고 있던 가방에 주섬주섬 그것을 쏟아넣다가, 나에게 하나를 건넨다. 뿌듯한 표정이다. *>>146 1. 이게 뭐죠? 2. 도로 가지세요.... 3. 따도 되는 거 맞아요? 4. 자유
따도 되는 거 맞아요?
따도 되는 거 맞아요? 나는 의심스럽게 물어본다. 하지만 선배는 자기가 현실에서부터 챙겨와서 심어 기르고 있는 거라 괜찮다고 했다. 종종 와서 물을 주고 있다나. 선배는 아무렇지 않게 주머니를 찢고는, 그 안에서 동글동글 귀여운 노란색 방울토마토같은 것을 꺼내 내 입에 들이밀었다. 꽈리과인가? 뭔가 망고랑 풍선껌을 섞은 거 같은 향이 나는데. 입술에 문지르듯이 꾹꾹 누르면서 먹을 것을 종용하기에, 어쩔 수 없이 먹었다. 뭔가 이국적이고, 토마토나 파프리카 같은 아삭함에 참외 같은 씨앗이 오돌거리며 씹힌다. 맛은 파인애플같은 느낌이 들면서 새콤달콤하고.... 뭔지 잘 모르겠다. 뭐냐고 물으니 골든베리라고 한다. 가끔 인터넷에서 냉동된 걸 드물게 파니까 사서 갈아먹거나 요거트에 얹어먹어보는 것도 괜찮다고 한다. 과일을 입 안에서 씹으며 걷다 보니 어느새 숲을 지나 항구도시에 도착해 있었다. 거리는 수 세기 전의 과거로 시간여행을 한 것처럼 옛스러운 양식으로 꾸며져 있었고, 벽돌은 대개 검은 현무암이었다. 도로는 회색 벽돌로 포장되어 걷기 편했고, 때때로 세워진 탑들은 고딕 양식의 미를 뽐내고 있었다. 옆에는 주점이 보인다. 곁의 마굿간에는 주점의 손님들이 타고 왔을 듯한 얼룩말이 여럿 매여서.... 잠깐, 얼룩말? 나는 당황하여 선배를 바라보았다. 원래 그렇다고 한다. 아하 그렇구나. 나는 생각을 그만두었다. 생각을 그만둬버리니 이런 미친 환경에서도 들뜨기 시작했다. 이제부턴 뭘 할까? *>>148 1. 여행의 꽃은 식도락이다. 뭔가 먹으러 가자. 2. 여행의 목적은 관광지 탐방이다. 관광지를 찾아보자. 3. 여행에서 남는 건 기념품이다. 상점을 찾아보자. 4. 선배한테 의견을 물어보자. 5. 자유 **오늘(2026-02-28) 행성 정렬의 날 이벤트를 즐겨주시는 여러분들께 드리는 팁: 이 꿈과 환상의 나라에 머무를 수 있는 건 익일 새벽까지입니다. 다음에도 여기에 또 올 가능성은 있으나, 다음 기회는 상당히 나중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다가 아무 패널티 없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게 확정된 건 오늘뿐이기 때문에 부디 열심히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오늘뿐이라면 뭔가 도움이 될만한 걸 챙겨야해 3번!
역시 기념품을 사야겠다. 지금은 핸드폰도 없으니 사진도 못 찍고, 여기 분위기를 생각하면 사진기라는게 과연 존재하는지도 잘 모르겠어. 그렇다면 기념품을 사는 게 옳겠지. 나는 선배에게 뭔가 재밌는 물건이나 기념품 같은 걸 사고 싶다고 했다. 선배는 좋은 선택이지만, 너는 돈이 아예 없고 가방에 짐 넣을 공간도 부족하니 물건은 하나만 고르라고 말했다. 하나 정도는 사줄 수 있다나. 도착한 곳은 부두가 바로 옆에 보이는 큰 시장이었다. 부두 쪽에는 노새를 몰고 온 카라반 상인들과 검은 갤리선들이 보였다. 가판대에는 이것저것 신기해보이는 물건이 많았다. 맑고 투명한 백수정 펜던트가 달린 목걸이, 고급스러운 갈색 나무 상자 형태의 오르골, 월장석을 깎아 만든 2인용 다기 세트, 황동과 장미수정으로 만들어진 오일 램프,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은 가위, 검은 벨벳으로 만들어진 테디베어.... 뭔가 끌리는 게 많지만, 역시 제일 마음에 드는 건 >>152일까. *>>152 1. 맑고 투명한 백수정 펜던트가 달린 목걸이, "보존의 보석" 2. 고급스러운 갈색 나무 상자 형태의 오르골, "다정한 멜로디" 3. 월장석을 깎아 만든 2인용 다기 세트, "함께 걷는 밤" 4. 황동과 장미수정으로 만들어진 오일 램프, "미사여구" 5.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은 가위, "자르기 위한 것" 6. 검은 벨벳으로 만들어진 테디베어, "대신하는 이" **어떤 것이든 이득이 되는 효과입니다만, 효과가 평범한 대신 두고두고 계속 사용 가능한 상품(1, 2, 3, 4)과 효과가 매우 강력한 대신 일회성인 상품(5, 6번)이 있습니다. 원전에 등장하지 않는 것들이기 때문에 이름을 보고 효과를 추측해주십시오. 당연하지만 앵커는 미룰 수 있습니다. 익일 새벽까지 앵커가 달리지 않을 경우 다이스로 강제진행될 예정입니다.
6번은 무조건 목숨 +1 같은데 나머지는 잘 모르겠다... 똑똑한 레더 찾아요
혹시 너무 모호하게 서술했을까요....? 힌트가 필요하다면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단 앵커는 >>155로 미룹니다.
>>151 조심스럽게 힌트를 구걸해봅니다...... 모르겠어요 모르겠어요...
>>152 관련이 있는 것들입니다. 1. 보조 배터리 2. 신경안정제 3. 자각몽 4. 검열삭제 5. 친생자 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 6. 휘핑 보이(whipping boy) 추가로, 1번째와 2번째는 범용적으로 쓸만하고, 3번째는 주인공의 3번째 목표와 조금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며, 4번째는 2번째 목표를 깊게 파고들 시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5번째와 6번째는 쓸 일이 없는 편이 좋으나, 쓸 일이 생길 경우 다른 어떤 것보다도 이득이 되긴 할 겁니다.
생각해보니까 그냥 효과를 공개한 뒤 뭘 고를지 고민할 시간을 드리는 게 나은 것 같습니다. 자유롭게 앵커를 미루거나, 관전스레 등을 통해 고민해주세요, 1. "보존의 보석": 마력을 저장합니다. 부가효과로 마법적인 보호 부적 효과와 직감을 날카롭게 하여 위험 회피에 도움을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아마 제일 무난하게 좋을 것 같습니다. 2. "다정한 멜로디": 들은 이 모두에게 정신적인 치유를 제공하는 노래가 수록된 오르골입니다. 이것도 굉장히 무난하게 좋은 효과입니다. 3. "함께 걷는 밤": 차를 나눠 마신 두 사람이 하룻밤동안 연결된 자각몽을 꾸게 되는 티세트입니다. 완전한 둘만의 시간을 통해 인간관계를 견고히 하거나, 혼자 사용해 꿈의 세계를 탐험할 수도 있습니다. 4. "미사여구": 램프에 비춰진 대상이 입히는 시각적인 충격 및 그로 인한 정신오염에 대해 견고한 방어를 제공합니다. 단, 어디까지나 시각을 근원으로 한 피해만을 방어할 수 있습니다. 5. "자르기 위한 것": 딱 한번이지만, 어떤 것과도 영원히 인연을 끊어 애초부터 관계되지 않았던 것처럼 될 수 있습니다. 6. "대신하는 이": 딱 한번이지만, 대신 죽어줍니다.
그렇다면 테디베어로 얍
역시 귀여운 게 최고다. 나는 검은 벨벳으로 만들어진 테디베어를 사기로 했다. 선배는 지갑에서 동전 몇 개를 꺼내 상인에게 건넸다. 상인은 종이로 테디베어를 잘 포장해 나에게 건넸다. 나는 테디베어가 담긴 꾸러미를 집어넣기 위해 가방을 열었다. 그러고보면 그 노인들이 던져주길래 그냥 받긴 했는데 여태까지 열어본 적이 없었다. 가방 안에는 의외로 평범한 것들이 들어있었다. 가죽 물통, 모포 세 장과 얇은 베개, 여벌 옷과 속옷, 양말 등. 몇 세기 전 물건처럼 보인다는 점을 제외하면 평범한 여행자의 짐이었다. 그것 말고는 무언가 알 수 없는 문자로 쓰여진 서류 한 장과 흰 밀랍으로 봉인된 봉투도 하나 들어있었는데 이 두 가지는 뭔지 모르겠으니 넘어갈까. 나는 가방에 꾸러미를 집어넣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제 또 어딜 보는게 좋으려나. 부둣가로 가서 바다를 볼 수도 있겠고, 아니면 그냥 거리를 돌아다닐 수도 있겠지. 그리고, 그리고 또.... *>>157: 하고 싶은 걸 자유롭게
오늘은 안전하다고 했으니까! 뭔가 먹어볼까! (식도락)
뭔가 먹으러 가보는 것도 좋겠지. 나는 선배에게 괜찮은 식당이 있는지 물어봤다. 선배는 마침 좋은 곳이 있다며 나를 한 식당으로 데려갔다. 술집이었다. 가게에 들어서자 해적이나 선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삼삼오오 모여 술을 마시며 식사를 즐기는 것이 보였다. 식당 한곳에서는 싸구려 바이올린이 춤을 추듯 저절로 움직이며 노래하고 있었다. 적당한 자리에 앉자 방정맞은 걸음으로 점원 하나가 다가온다. 점원은 들고 온 나무 술잔 두 개를 내려놓더니, 익숙한 듯이 까불거리며 선배에게 말을 건다. 아는 사이인걸까. 선배는 식당 한켠에 적힌 메뉴를 보고는 적당한 걸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점원은 큰 소리로 주문을 외치며 주방으로 향한다. 그러고보니까 너 몇살이었더라? 선배는 문득 나를 돌아봤다가, 뭐 상관없지 하고 중얼거리며 술을 권했다. 꿈나라는 아직 정수 기술이 덜 발전해서, 차라리 술을 마시는 게 낫다고 한다. 나는 잔을 들고 몇 모금을 마셨다. 맥주 특유의 보리향과 쌉쌀함에 벌꿀의 달콤함이 은은히 섞여있었다. 근데 나 주량이 어떘더라? *>>159 1. 매우 잘 마심 2. 적당히 잘 마심 3. 평범한 정도 4. 못 마시는 편 5. 알쓰 6. 그 외 자유
1 매우 잘마심!
술은 잘 마시는 편이다. 맥주면 더더욱. 조금 미지근한 것만 빼면 그럭저럭 맛있는 술이기도 하고, 목도 조금 말랐던 터라 나는 한번 더 잔을 기울였다. 곧이어 점원이 쟁반을 들고 왔다. 점원은 갈색으로 잘 익은 두툼한 고깃덩어리를 눈 앞에서 직접 썰기 시작했다. 속이 예쁜 장밋빛을 유지하고 있었다. 곁에는 쪽파가 뿌려진 하얀 소스가 보였는데, 아마 저것에 찍어 먹는 거겠지. 고기를 다 썰어 놓은 점원은 다시금 주방으로 달려가, 푹신해보이는 풀빵 몇 개와 아스파라거스 따위의 가니시가 담긴 그릇을 하나 더 가져왔다. 나는 나이프를 들었다. 고기가 부드럽게 썰리는 게 느껴졌다. 선배는 빵부터 집어들었다. 갑자기 얼마 전 일이 떠올랐다. 그때는 잘도 나한테 이상한 걸 먹였겠다. 심지어 지만 쏙 빠졌어. 갑자기 짜증이 났으나, 일단 화를 내더라도 먹을 건 다 먹고 나서 화를 내기로 했다. 그렇게 식사가 계속되었다. 나는 점원에게 몇 번이고 리필을 부탁하며 맥주를 더 마셨다. 확실히 도수가 그리 세진 않다. 하지만 선배의 잔은 어째선지 내가 몇 번이고 리필을 부탁하는 동안 반 밖에 줄지 않은 상태였다. 잔이 꽤 크기가 있긴 하지만.... 뭐지 싶어서 선배를 보면 얼굴이 꽤 붉고, 묘하게 멍한 느낌이 되어 있다. 평소의 그 맑은 눈빛도 이제는 주정뱅이의 혼탁한 눈이다. *>>161 1. 선배 괜찮아요? 2. 이참에 더 먹이자. 3. 자유
더 먹이자 복수다 이자식아
왠지 짜증나니까 더 먹이기로 했다. 마 셔라 마셔라 마 셔라! 술이 들어간 다 쭉! 쭉 쭉쭉! 익숙한 술 게임의 기억이 머릿속을 지나갔다. 선배에게 술을 권하자 선배는 눈을 크게 뜬다. 답지않게 당황하는 모습이다. 당신 이런 캐릭터 아니었잖아, 왜 이래? 당황하는 건 당신 이미지랑 안 맞는다고. 몇 번 더 권하자 어쩔 수 없다는 듯, 묘하게 온순한 태도로 술을 홀짝이기 시작한다. 이윽고 선배가 끝내 한 잔을 다 비우고, 두 잔째를 받아서 또 반의 반 잔 정도를 마셨을 무렵. 선배의 고개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슬슬 정신이 헤까닥해지기 시작하는구만. *>>163 1. 괴롭힌다. 2. 잘 대해준다. 3. 뭔가 물어본다. *>>164 163이 1이나 2를 선택할 경우, 정확히 어떻게 할 지 자유롭게 서술 163이 3번을 선택할 경우, 물어볼 내용을 자유롭게 서술
3 이때다...!
갸악 오늘이 끝나기 전에 최대한 뭐라도 뽑아야 해 "마법 같은 거 쓸줄 알아요?"
마법 같은 거 쓸 줄 알아요? 일단 제일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선배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설마 중세형이상학과 선배 말이 진짜였을줄이야. 나는 순간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겠지. 선배는 다시 한번 잔을 들었다. 잔을 내려놓았을 때는 반 정도가 남아있었다. *>>166: 질문 1가지(앞으로 2번의 기회 존재)
나도 가르쳐주세요 마법
그러면 저도 알려주세요, 마법. 불안한 느낌을 뒤로 하고 호기심을 채우기로 했다. 일단 이 사람은 내게 호의적이다. 알려달라고 하면 알려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배는 의외로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다가, 그건 안 된다고 중얼거렸다. 그런 거 알면 안 돼, 이렇게 같이 노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야. 쓸쓸하게 웃는 선배의 눈빛이 묘하게 어린아이같았다. 선배는 다시 한번 잔을 들었다. 어쩐지 잔을 내려놓는 손이 떨리고 있었다. 술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168: 마지막 질문 1가지
왜 마지막이에요??
이제 드림랜드에서 쫓겨나나요? ..아쉽다...
무언가 의미심장한 발언에, 나는 선배를 붙잡고 물었다. 왜 마지막이에요? 그러자 선배는 눈을 깜빡, 깜빡 하다가 나를 빠안히 바라본다. 미움받을거야. 선배의 목소리가 유독 작다. 꼭 누군가에게 들릴 것을 걱정하는 것처럼. 누가요? 내가? 당신이? 누가 누구를? 왜? 뭔가 묻고 싶은 건 많았지만 선배는 모른 척 잔에 손을 뻗고, 입 안에 털어넣은 뒤 그대로 정신을 놓듯 엎어져버린다. 다행히도 자는 것 같았다. 나는 선배의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 계산을 하고, 선배를 부축해 나왔다. 어느새 바깥은 저녁이었다. 나는 인사불성이 된 선배를 질질 끌고 부둣가로 향했다. 찬바람이라도 좀 쐬면 정신이 들려나 하는 생각에 그랬던 것 같다. 어쩌면 나도 취했던 걸지 모르지. 소금기를 머금은 바람이 불어온다. 선배는 내 어깨에 기댄 채 잠들어 있다. 꿈 속에서 꾸는 꿈은 어떤 느낌일까. *>>171 1. 선배를 본다 2. 바다를 본다 3. 주위를 본다 4. 눈을 감는다 **아직은 새벽이 오지 않았고 체력도 남아있는 관계로 이대로 진행됩니다.
다음날 아침에 됐는데 괜찮으려나? 바다를 본다
바다는 바람결에 따라 휩쓸리고 흔들린다. 서정적인 라벤더색의 하늘로 갈매기들이 날아간다. 오래 전 누군가의 품 안의 바다에서 무언가를 잃었던 것 같다. 무엇인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분명 이 어딘가에, 내가 두고 온 것이 있다. 뭔지도 모르면서 그리워하다니 신기하지. 묘하게 감상적이게 되는 찰나, 어깨에 약간 축축한 느낌이 느껴진다. 선배가 자면서 침을 흘리고 있다. 이 인간 자꾸 왜 이러지. 눈가를 구기며 바다 저 편으로 다시 시선을 돌린다. 언뜻 저 멀리서 우윳빛의 조각배를 본 것 같았다. 의식의 저편에서부터 전화벨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소리는 점점 커지며, 내 시야를 까맣게 잡아먹는다.
정신을 차리면 버스 정류장이었다. 민속학과 선배는 내 어깨를 침으로 적시며 자고 있었고, 가방에서는 전화가 울리고 있었다. 사촌동생이었다. 자기는 이미 내 집에 와 있는데, 정작 본인이 늦으면 어떡하냐고 짜증을 내고 있었다. 말하길 문 앞에서 30분째 기다리고 있댄다. 언제 그렇게 잤던 거지? 나는 급하게 선배를 깨운 뒤, 이만 가 보겠다고 대충 말하고는 일어났다. 가방에 다시금 핸드폰을 쑤셔넣으려는데 어쩐지 알 수 없는 꾸러미 같은 것이 있었다. 일단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어느새 날은 맑아져 있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어쩐지 복도에서 402호 사람과 사촌동생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사촌동생의 발치에는 백화점 쇼핑백이 하나 있었다. 사촌동생의 파란 눈이 내게로 향하고, 402호 사람이 내게 인사를 하더니 자기 집으로 들어간다. 사촌동생은 내게 성큼성큼 다가온다. 왜 그렇게 늦었냐고 짜증을 내는 사촌동생에게, 나는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다고 최대한 변명을 했다. 생각해보면 이게 다 그 선배 때문인데 말이지. 어쨌든 나는 사촌동생을 집으로 들였다. 온 김에 자취방을 좀 구경하고 싶다고 하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다 문득 사촌동생이 입을 연다. 나 고민이 있는데. *>>175 1.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2. 슬슬 대학을 어디 갈 지 생각은 해 봐야 할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3. 요즘 이상한 사람이 나를 쫒아다니는 것 같다 4. 그 외 자유
3이 재밌어보여
요즘 이상한 사람이 자기를 쫒아다니는 것 같다라. 평범한 고등학생따리 애한테 뭘 볼 일이 있다고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내 코가 석 자라서 도와주지 못할 가능성도 높지만, 뭐 그건 차치하고. 어쩄든 이야기를 들어볼까. 우선 그 이상한 사람의 인상착의나 특징부터 물어보는 게 좋겠지. 스토커는 피해자의 가족이나 친지를 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잘못하면 나까지 휘말릴 수 있다. 사촌동생은 회상하는 것처럼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말하기 시작했다. *>>177: 그 내용은 1. 누군지 특정하기 힘들 정도로 정보가 적다. 2. 대략적인 인상 및 특이한 점은 기억에 남은 것 같으나 아직은 정보가 부족하다. 3. 주변의 친구에게 들은 듯한 정보를 포함해 그럭저럭 특정 가능해보이는 수준의 정보가 모였다. 4. 오히려 수상할 정도로 정보량이 많고 섬세하다.
주변의 친구에게 들은 듯한 정보를 포함해 그럭저럭 특정 가능해보이는 수준의 정보가 모였다
머리는 밝은 금발이고, 피부는 흰 편이나 콧잔등에 주근깨가 있다는 것 같다. 언뜻 본 수준이라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인상은 유순했던 편에 낡아보이는 옷을 입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사촌동생의 친구에게는 직접 접근해서 말을 건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때 들은 정보를 더하자면 말을 더듬거렸지만 태도 자체는 정중했고 목소리는 조금 낮은 톤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눈동자는 갈색이었다나.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를 것 같은 느낌. 보통 언제, 어떤 상황일 때 그런 쫒아다니는 느낌이 드냐고 하니 학교에 있을 때도, 방과 후나 주말에 친구랑 놀러다닐 때도 그렇다고 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집 근처에서는 본 적이 없다나. 말하길 아직까지 특별한 위해를 가한 적은 없다고 하지만, 어쨌든 스토커는 스토커다. 어떻게든 도울 수 있는 데까진 돕고 싶다만.... 모르겠다. 나는 일단, 나중에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다거나 하면 말하라고 한 뒤 동생을 돌려보냈다. 다시금 혼자만이 남은 집. 나는 문득 가방에 들어있던 꾸러미가 떠올랐다. 포장을 벗겨보니 검은 벨벳으로 만들어진 테디베어 하나가 나왔다. 본 적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어디에서 얻었는지는 알 수 없는 흐릿한 느낌. 그러나 어쨌든 이것은 내 것이다. 그런 확신이 들었다. 나는 테디베어를 >>179에 올려놓았다. *>>179: 테디베어를 둘 만한 위치 *>>180: 사촌동생이 가져온 쇼핑백 안에 든 물건
침대 위에 둔다 자는 동안 위험한 일 없도록
케이크
테디베어를 침대에 놓아두었다. 어쩐지 자는 동안 무슨 일이 생겨도 이 녀석이 지켜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안심이 되었다. 그나저나 저 케이크는 언제 다 먹지. 대학 입학을 축하하려는 건 알겠지만 그래도.... 작은 사이즈라곤 해도 홀 케이크를 혼자 먹기엔 무리가 있는데. 나는 한숨을 쉬며 케이크를 자른 뒤, 한 조각을 먹었다. 크림에서 설탕 맛이 좀 강하게 느껴지지만 그런대로 맛은 있었다. 다음 번엔 아메리카노를 사 와서 같이 먹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남은 케이크 상자를 냉장고에 넣었다. 평범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오후는 쏜살같이 지나간다. 어느새 해가 저물어간다. 그럼 슬슬 잠이나 잘까. 오늘은 왜인지 좋은 꿈을 꿀 것 같다. *>>182 1. 꿈을 꾼다 2. 꿈을 꾸지 않는다
꿈을 꾸면... 드림랜드로 가나...?! 꾼다!
눈을 뜨면 우윳빛 조각배 위에 있었다. 어쩐지 본 적 있는 것 같은 풍경이나, 전혀 알지 못하는 곳이었다. 내 앞에는 달빛이 어린 긴 백발을 늘어트린 뒷모습이 있었다. 그 사람은 나를 전혀 돌아보지 않고, 차가운 투로 말하기 시작했다. 나 화 많이 났어. 언제 봤다고 화를 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화가 났다는 말에 나는 무언가 사과를 하려 했다. 그러나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 다음에 이어진 말들은 나를 향한 타박 뿐이었다.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그 녀석들한테도 다 내가 말해둔 건데, 왜 나는 조금도 봐주지 않아?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왜 그깟 녀석한테 이끌려서 멋대로 내 계획을 망치는 거야! 왜.... 왜 저항하지 않은 거야? 어째서? 어째서 나 없이 웃고 다녀? 다시는 나 만날 생각 하지 마. 계단이니 꿈이니 하는 건 다시는 생각도 하지 말고, 평생 현실에만 안주하며 살아. 어차피 나 같은 건 조금도 필요 없잖아. 문득 그 사람이 휙, 하고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본다. 무척이나 화가 난 듯한 그 얼굴은, 어쩐지 무척이나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하얀 손이 내게로 뻗어지고, 오색의 옷 소매가 휘날렸다. 그 사람은 내 위에 올라타서는, 목에 손을 얹고 눌러 죽이려는 듯이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당황한 내가 켁켁대며 기침을 하자 누르는 힘이 더 세지더니, 정말 숨이 넘어가겠다 싶을 쯤에 울먹이며 손을 놓는다. 그는 내 몸 위에 엎어진다. 그러곤 무척이나 비참하고 슬프다는 듯한 투로,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중얼거린다. 널 제일 좋아하는 건 나야. 잊지 마. 그리고는 나를 배에서 밀어 떨어뜨린다. 마지막으로 본 그의 얼굴은 어쩐지 희미한 웃음기를 띠고 있었다.
눈을 뜨면 새벽이다. 식은땀에 젖은 채 주위를 둘러본다. 뭔가 악몽을 꾼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테디베어의 구슬 눈에 달빛이 비쳐 반짝이고 있었다. ......어쩐지 잠을 잘 기분이 아니다. 이른 식사라도 할까? 아니면 잠깐 복도에 나가서 바람이라도 쐴까? 책을 읽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 모르지. *>>185 1. 이른 식사를 한다 2. 복도에 나가 바람을 쐰다 3. 책을 읽는다 4. 그 외 자유
대체 무슨 꿈일까? 이른 식사를 한다
이른 식사를 하기로 했다. 식기를 가볍게 씻고, 냉장고에서 계란을 꺼낸다. 하나? 아니면 두 개? 오늘은 기분이 미묘하니 두 개를 먹자. 프라이팬 위에서 지글거리며 두 개의 계란이 익어가던 중, 한 쪽의 노른자가 터져 흘러내린다. 어차피 비벼먹을 거지만 마음에 안 든단 말이지. 밥은 넉넉히 퍼 담고, 간장을 두 스푼, 참기름도 한 바퀴 두른 뒤 계란 프라이를 얹는다. 숟가락으로 으깨가며 잘 비벼서 한 숟가락 뜬다. 이때 바깥에서 누군가가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삑삑삑삑삑, 막힘없이 번호를 누르지만 문은 당연히 열리지 않는다. 이 집의 비밀번호를 아는 건 나 뿐이다. 곧이어 인기척이 들리더니 발소리가 옆집으로 향한다. 어떡하지, 사촌동생이 말한 그 스토커인가? 나한테까지 뭔가 하려는 건가? 옆집 쪽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와 쓰러지는 소리가 난 뒤로는 한동안 인기척도 없이 잠잠했다. *>>187: 어떻게 할까
그냥 새벽에 귀가한 옆집 사람 같기도 하고 밥을 마저 다 먹는다.
신경쓸 거 없지. 밥이나 마저 다 먹기로 했다. 간장계란밥은 역시 언제 먹어도 무난하게 맛있군. 그나저나 참기름이 슬슬 다 떨어져가는 모양인데, 이따가 오후쯤에는 한인 마트를 갈까. 가야지, 가야지 하고 며칠째 미루다가 이렇게 됐다. 거리가 좀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었지만. 식사를 마치고 그릇을 싱크대에 넣어둔다. 환기를 시키기 위해 창문을 열면 일요일 아침의 맑은 공기가 들어온다. 묘하게 기분이 상쾌해진다. 이대로 다시 푹 자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아니면 이왕 일찍 깬 거 산책을 나갈 수도 있겠고. 마침 이 근방에는 강이 있으니까, 강변을 걷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아, 아니면 도서관에 갈까? 운 좋게도 우리 학교 도서관은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개방되어있다. 나는 문득 다이어리를 꺼내들었다. 첫 장에 적힌 세 개의 목표가 눈에 들어왔다. *>>189: 뭘 할까(자유롭게) *>>190: 무슨 목표를 노릴까(1레스 목표 참고)
강변을 산책한다
3번 목표
좋아, 강변을 산책할까. 나간 김에 주변 이웃들을 만나면 인사를 해 보자. 자만추의 기회가 될 지도 모른다. 나는 기지개를 쭉 펴고, 스트레칭을 한 뒤 가벼운 트레이닝복을 입었다. 혹시 나갔다가 뭐 간식거리라도 사먹을 지 모르니 지갑도 챙기고, 핸드폰 배터리는 넉넉하고, 이어폰은.... 조금 아리까리하긴 한데, 어차피 나는 사람을 만나는 게 목적 중 하나니까 괜찮다. 혹시 모르니 작은 크로스백을 챙긴다. 문을 열고 기운차게 집을 나서면 옆집, 402호에서 반쯤 빠져나온 사람의 다리가 보인다. 저 붉은 머리, 검은 셔츠를 보아하니 그 전에 마주친 그 사람이다. 술냄새가 나는 걸 보니, 잔뜩 취해서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엎어진 것 같은데.... 이러고 자다가 입 돌아갈지도 모르니까 일단 조심스레 깨워봤다. 부시시한 얼굴로 일어난 그는 약간 횡설수설하더니 감사하다고 말한다. 그러곤 꾸벅 인사를 하더니 자기 집으로 들어갔다. 부디 침대에서 자길 바란다. 이제 진짜 가볼까.
물결에 아침 햇살이 비쳐 금빛으로 반짝였다. 평범하게 걷거나 조깅을 하는 사람들,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들, 벤치에서 잠든 노숙자나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사람 등 여러 인간군상이 보였다. 뭔가 재미있군. 이대로 마냥 걷기만 하는 것도 좀 그러니 >>193이라도 할까. 그렇게 생각하던 중에 >>194가 눈에 띄었다. *>>193 1. 음악 감상 2. SNS 업로드 3. 조류 관찰 4. 가벼운 조깅 5. 그 외 자유 *>>194 1. 나에게 달려오는, 빨간 가죽 목줄을 맨 작은 강아지 2. 비둘기를 데리고 길거리 공연을 하고 있는 마술사 3. 작은 카트에 화분 여럿을 싣고 산책시키는 사람 4. 강에서 떠내려가고 있는 무언가 5. 무언가 알 수 없는 종교 전단지 같은 걸 돌리고 있는 사람 6. 그 외 자유
4 운동!
5
조금 뛸 필요가 있다. 여기 음식은 다 기름져서, 이대로 가다간 살이 찌고 말 거다. 우선 적당히 서서 몸부터 풀어볼까. 저기 저 종교쟁이는 무시하고, 최대한 눈 마주치지 말고. 그러나 걸을 줄 아는 건 나만이 아니다. 아무것도 아닌 척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더니, 오히려 저 쪽에서 내게 다가온다. 오지 마. 오지 마세요. 살려주세요. 나는 뒷걸음질을 친다. 나를 향해 전단지가 내밀어진다. *>>197: 다음 순간.... 1. 등 뒤에 누군가, 사람의 체온이 닿았다. 2. 나는 뒤로 돌아 잽싸게 달리기 시작했다.
이벤트가 발생하려면 1번인가? 그게 좋은 건지는 모르겠다만.
1. 등 뒤에 누군가, 사람의 체온이 닿았다.
등 뒤에 누군가 사람의 체온이 닿는다. 흠칫 놀라 다시금 앞으로 한 발 나서며 뒤를 돌아보자 동그란 금테 안경과 금빛 안경줄이, 내 또래나 한두살 정도 더 많아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흑갈색의 단발 정도 되어보이는 머리를 반쯤 올려묶었고, 묘하게 담배 냄새가 난다. 얼굴은 어쩐지 동양적인 인상이고, 조금 피곤한 건지 다크서클이 있다. 안경 너머의 새까만 눈동자가 나를 응시하다가, 내게 내밀어진 전단지를 빼앗듯이 받아간다. 전단지를 돌리던 사람은 만족한 듯 방글방글 웃으며 뭐라 더 말을 하려 했으나, 그는 나에게 무시하고 가자고 말한다. 잠깐, 방금 한국어로 말했지? 역시 한국인인가? 나는 얼떨결에 그 사람을 따라간다. 그는 전단지를 자기 가방 안에 고이 챙기며 내 쪽을 돌아본다. 샐쭉 웃는 표정이 묘하게 얄미운 느낌이다. 그는 이런 타지에서 동향 사람을 만나면 어쩐지 반가워서 뭐라도 말을 걸게 된다며, 제법 살갑게 말한다. 간단히 통성명을 했다. 나와 같은 대학을 다니는 유학생 신분이고, 문학부 2학년이라고 한다. 선배가 되는 셈인가. 타지에서, 친척 외의 말이 통하는 사람을 처음으로 만났다. 굉장히 기쁘군. *>>199: 첫인상 1. 어쩐지 들어본 듯한 느낌? 2. 의지할 수 있을 듯한 느낌이 든다! 3. 시선이 묘한 사람이네. 4. 그 외 자유
오오 동향인이다 2번!
드디어 제대로 의지할 수 있고 말도 아주 편하게 통하는 사람을 만났다. 감동적일 지경이군. 일단 번호를 땄다. 그 사람은 작업 거는 거야? 하고 키득키득 웃더니 농담이라며 담담히 말했다. 나와 그 사람은 아무 생각 없이 근처 벤치에 앉는다. 그런데 정작 말할 만한 주제가 딱히 떠오르질 않네. 일단 친해지고 싶은데. *>>201 1. 그 사람이 들고 있던 노트에 대해서 2. 유학을 온 이유에 대해서 3. 유학 생활에 대해서 4. 한국 살 때 하던 일에 대해서 5. 그 외 자유
그 사람이 들고 있던 노트에 대해서
지난 이야기? '그 대학'의 천문학부 신입생이 된 그 애는 자취방에 짐을 풀고 목표를 정했어. 도서관을 공략하기로 한 그 애는 교정에서 민속학부 녀석을 만나고, 도서관까지 끌려가서 여차저차 하다가 모독적인 가자미 뫼니에르를 얻어먹었지. 그 애는 예의 바르게 커피까지 사 줬는데 그 망할 녀석은 예의도 모르고 바로 떠나버렸지. 짜증나. 그리고 이때를 노린 중세형이상학부 녀석이 난입해서 번호를 주고 갔어. 그리고 그날 밤 편의점에 가서 물건을 사서 나오는 길, 그 애는 '명백히 이상한 뭔가'를 조우했지. 다행히도 중세형이상학부 녀석의 번호를 떠올리고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모양이야. 근데 깨어나보니 코피도 흘리고 몸살도 났고 아주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던거야. 첫 수업 날인데 이래도 되나. 난 그 애가 안 아팠으면 좋겠는데. 아무튼 그 애는 병원을 다녀오고, 닭튀김도 시켜먹었어. 그러고 나서는 좀 몸이 나아져서 수업을 갔고. 장하지? 근데 거기서 또 경영학부에 다니는 새로운 친구를 사귄 것 같아. 공강 시간에는 철학부 녀석을 만나서 스케치 모델이 되어줬는데, 그림이 정말 예쁘더라고. 다음 시간에는 그 전에 그 애를 구해준 중세형이상학부 녀석을 마주쳤지. 걔는 예의가 바르니까 바로 답례를 얘기했지만, 그 녀석은 목숨 한번 구해준 걸로 뭘 그렇게 유세를 떠는 걸까. 그날은 돌아오면서 옆집 사람을 마주치고, 보드게임 동아리에 가입했어. 그리고 며칠 뒤 토요일, 중세형이상학부 녀석에게 말했던 '답례'의 날이야. 맛있게 먹은 뒤 과거의 일을 들었어. 그 민속학부 새끼 그 전에 멋대로 굴던 것도 그렇고 그럴 줄 알았다니까? 죽일 놈이야. 나쁜 놈이고. 근데 그 뒤가 더 나쁜 놈이더라고. 멋대로 둘이 같이 놀면서, 뭘 그렇게 재밌다는 듯이. 꿈 속 유람은 즐거웠어? 응? 대답해 봐. 나 없이 재밌었냐고. 뭐 화내봤자 의미 없겠지. 어차피 그 애는 아직 꿈에 익숙치 않으니까 깨면 기억도 못 할 거고.... 다음에 또 이딴 식으로 선수치면 그땐 정말로 안 봐줄거니까 알아둬. 그 애가 찬 바람을 맞기까지 했잖아. 게다가 사촌동생한테 사과하게 만들었고. 아, 중요하진 않은데 사촌동생한테 스토커가 있대나? 아무튼 다음날. 일요일 새벽이 됐어. 바깥에서 들린 소리에 그 애는 잠깐 겁을 냈었지만, 정체는 아마 옆집 사람이었던 것 같아. 어쩄든 잠이 확 깨버린 그 애는 강변을 산책하기로 했어. 그러다가.... 동향 사람을 만났네. 문학부랬나? 안 친해지면 좋겠다. 그치?
그가 말하길 소설에 쓸 아이디어나 생각난 문장들을 정리하기 위해 노트를 쓰고 있다고 한다. 예전부터 소설을 써 왔다나. 문학부다운 취미구나. 원한다면 사인이라도 해줄 수 있다나? 가볍게 웃어넘겼더니 묘하게 시무룩해지는 표정이다. 약간 씁쓸해보이기도 한다. 그러다 그는 화제를 돌린다. 이번 작품은 SF 쪽으로 쓰고 싶다는데, 단순히 책을 통해서 얻은 천문학 지식만으로는 생생한 느낌이 부족할 것 같다고 한다. 이왕 연락처도 교환했으니 앞으로 종종 이야기를 묻고 싶다고 하는데, 솔직히 거절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저 쪽에서도 유학 생활 관련해서 이런저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하고. 서로 윈윈 아니겠는가. 더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에 나는 다른 주제를 꺼내기로 했다. *>>204 1. 최근 관심사 2. 유학 생활 3. 근처 맛집 4. 그 외 자유(>>200에서 제시된 다른 주제라던지, 아니면 원하는 내용)
지난 이야기 저거 누구 시점일까? ㄷㄷ 유학생활+유학을 온 이유
유학 생활이 어떠냐고 묻자, 그럭저럭 즐겁다고 했다. 아무래도 1학년 때는 적응하느라 좀 버겁긴 했지만 일 년을 어찌저찌 보내고 나니 생각보다 살만해졌다나. 최근에는 연극을 보는 것에 빠졌는데, 이런 식으로 여러 문화생활을 즐기다 보니 새롭게 영감도 떠올라서 담당 편집자도 기뻐하는 것 같다며 좋아했다. 잠깐만, 편집자? 취미 수준이라고는 볼 수 없는 전문성을 띤 인맥에 의문을 표하자, 선배는 담담하게 말한다. 나 작가인데. 설마 이름 듣고도 진짜 몰랐어? 어쩐지.... 선배는 은근히 아쉬운 건지, 핸드폰을 꺼내 네이버를 켜고는 이름 석 자를 검색해서 보여준다. 단 한 권이지만 책이 있다. 그러고보니 책 제목을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핸드폰을 아예 받아들고, 몇 년 전에 쓰여진 한 블로그의 책 리뷰글에 들어갔다. 학생 신분으로 유명 문예지의 장편 소설 부문을 통해 등단한 이후, 어린 나이부터 상당한 재능을 보여주며 문학계의 떠오르는 신예로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는 인재로.... 음, 그만 읽자. 생각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었잖아. 뭐 나는 문학계의 최신 흐름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인 인간이니 어쩔 수가 없는 것이었다만.... 그래도 뭔가 죄송스럽군. 다행히 전자책판도 있는 모양이니 나중에 시간이 난다면 읽어보는 것도 괜찮으려나.
근데 그런 사람이 왜 여기까지 와서 공부를 하고 있지? 궁금해져서 유학을 온 이유에 대해 물었다. 그는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하다가 슬쩍 이유를 말해준다. 말하길 첫 번째 작품이 생각 이상으로 잘 되는 바람에 어쩐지 아무 것도 못 쓰게 되었다더라. 그래서 새로운 자극을 위해 멀리 타지로 떠나 살아보기로 한 결과가 지금이라나. 그런 점에서라면 다행인 것 같다. 어쨌든 새로 영감이 떠오르고 있다고 하니. 그러다 선배는 다시금 장난스레 웃으며, 정말로 사인 안 필요하냐고 다시 묻는다. 이 사람 은근히 알아봐주길 바라고 있군. *>>207 1. 유명한 사람이니 일단 받아두자. 2. 별로 관심도 없는데 그러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은데. 3. 혼인신고서가 어딨더라?(웃음) 4. 이 기회를 틈타 연대 보증 계약서를.... 5. 그 외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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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도 그렇고, 본인도 받아가주길 원하는 것 같고, 유명한 사람이기도 하니까 일단 사인을 받아두기로 했다. 익숙한 모나미 볼펜을 꺼낸 그는, 유려한 글씨로 슥슥 사인을 하고는 건넸다. 밑에는 내 이름과 함께, '번창하세요! ^^' 라는 짧은 문구가 쓰여 있었다. 펜선 끝에 남은 볼펜 똥을 살짝 털어낸 뒤 가방에 넣었다. 작가들은 보통 좀 더 멋진 펜을 쓸 줄 알았는데, 뭔가 소탈하구나. 그러다 선배의 핸드폰에서 알람이 울린다. 선배는 깜짝 놀라며 알람을 끄더니, 이제부터는 글을 쓸 시간이라며 자리를 뜬다. 더 얘기하고 싶긴 하지만, 일정한 루틴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모양이다. 이제 나도 슬슬 조깅을 하러 가 볼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스트레칭을 하고, 가볍게 몸을 움직이며 강변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정도 달렸을까, 제법 체력이 빠지는 느낌이다. 이렇게 된 이상 한인 마트로 간다. 원래는 점심쯤에 가려고 했지만.... 이미 이렇게 밖에 나와버린 이상, 한번 돌아갔다가 다시 외출하는 건 무리다. 그냥 오전 내에 싹 끝내고 돌아가서 쉴 거야. 지금 시간쯤이면 어차피 열었을거고, 조금 거리가 있긴 하지만 충분히 걸을 수는 있을 정도다. 나는 한인 마트로 향했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 도착했다. 대형 체인이라 그런지 확실히 좋다. 푸드코트도 있고 말이지. 벌써부터 한식의 향이 풍긴다. 미국 온 뒤로 집 밖의 장소에서 이런 매콤칼칼한 향을 맡은 건 처음인 것 같다. 어쨌든 본 목적은 장을 보는 거다. 푸드코트는 잠시 접어두고, 일단 참기름부터 담자. 라면도 사야지. 혹시 저번처럼 아플 지 모르니까 레토르트 죽도 사고. 애호박을 사서 된장찌개라도 끓일까. 뭐든 좋겠지.... 어느새 쇼핑 바구니가 한가득 차서 팔이 아프다. 생각해보니까 장바구니 들고 왔던가? 안 들고 왔었지? 계획에 없었으니까.... 이 많은 걸 다 어떻게 들고 가지? 고민하던 찰나 등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조금 어색한 발음이 들린다. 나는 몸을 돌린다. 외숙모? 아, 옆에는 외삼촌이랑 사촌동생도 있구나. 나는 그들에게로 달려간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촌동생이 오랜만에 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해서 재료를 사러 왔다고 한다. 다행히도 그들은 내 많은 짐과 단촐한 차림을 보고 동정심이 들었는지, 자기 차로 집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한다! 뜻밖의 이득이다. 그렇게 계산을 마치고 나와서, 나는 외삼촌네 차 뒷자리에 탄다. 외숙모는 익숙한 듯 운전석에 앉고, 외삼촌은 이 쪽을 돌아보며 묻는다. 그래서 대학 생활은 어때? 잘 지내고 있어? *>>210 1. 잘 지낸다. 수업도 괜찮고, 좋은 선배들도 여럿 알게 됐다. 돌아오는 수요일에는 동아리에도 나가 볼 생각이다. 2. 그럭저럭이었다. 역시 타지 생활은 조금 힘들다. 그래도 곧 적응할 것 같다. 3. 솔직히 좀 빡세다. 환경이 바뀌어서 그런지 얼마 전에는 아파서 앓아눕기까지 했다. 4.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자꾸 일어난다. 여기 대체 뭐 하는 동네인지 모르겠다. 5. 그 외 자유
일단은 잘 지낸다고 할까 1번
고작 일주일 정도긴 하지만, 상당히 잘 지내고 있다는 느낌이긴 했다. 나쁜 일도 있었지만 뭐 세상에 좋은 일만 있으면 그것도 이상하지 않은가. 그것도 자극이다. 나는 잘 지낸다고 말했다. 외삼촌은 다행이라며 밝게 웃는다. 적응하지 못할까 봐 많이 걱정했다나. 네가 잘 지내고 있으니 추천해 준 입장에서도 다행이라나. 그 다음은 늘상 하던 것과 비슷한 따분한 말들이었다. 나 좋으라고 하는 말인 건 알지만 지루하단 말이지. 나는 슬쩍 핸드폰을 열었다. 디스코드 아이콘 옆에, 알림이 가득 떠 있었다. 무슨 일이지? 이렇게까지 알림이 꽉 차있을 이유가 없는데. 나는 별 생각 없이 앱을 열었다. 동아리 서버는 평소대로였지만 천문학부 서버가 문제였다. 흥분과 경악, 당황으로 점철된 채팅방을 천천히 살폈다. 나는 혼란 속에서, 지금 사건의 중심이 된 몇 개의 단어를 건져낼 수 있었다. 교수, 죽음, 자택, 참혹함, 서재, 조사중, 비극.... 그러니까, 저번에 딱 한번 보았던 교수님이 돌아가셨다는 거다. 나는 급하게 이메일을 확인했다. 학과 사무실에서 휴강 공지 메일이 와 있었다. 건조한 텍스트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혼돈이 담겨 있었다. 옆의 사촌동생이 내 어깨를 흔들었다. 듣고 있어? *>>212: 뭐라고 답해야 하지? 1. 미안, 전혀 못 들었어. 2. 지금 그럴 상태가 아냐.... 3. 그 외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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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직하게, 못 들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야 이런 큰 사건이 터졌는데 뭘 들을 수 있을리가 없지 않은가. 사촌동생은 가볍게 핀잔을 주고, 외삼촌은 그래서 뭔 일이길래 갑자기 핸드폰만 보냐고 묻는다. 뭐라 답할 지 모르겠어서, 나는 그냥 담담히 사실을 전했다. 외삼촌은 이야기를 듣고는 한동안 시끄러워지겠다며 한숨을 내쉰다. 디스코드에는 계속해서 채팅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러다 알 수 없는 계정으로 이미지 한 장이 올라왔다. 서재의 한가운데에는 기괴한 푸른색으로 발광하는 기묘한 액체 같은 것이 남아있고, 거칠게 찢어진 살덩어리가 피에 젖어서 이리저리 널려 있는 모습이었다. 어떻게 저것을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싶은 생각이 들 만큼 잔혹한 형상에 순간 구역질이 나올 뻔 했다. 아마 다들 비슷한 충격을 받은 건지 잠시 채팅이 멈췄다. 몇 명의 사람들이 채팅을 입력하고 있다는 문구만이 화면 아래에 뜨다가, 곧 누군가가 관리자를 멘션했다. 그 알 수 없는 계정은 추방되었고, 이미지는 삭제되었다. 그 다음 알 수 없는 누군가가 한 마디를 던졌다. 아까 전 사진, 왜 방 모서리에 콘크리트를 발라둔 거지. ...그런 게 있었나? *>>214 1. 핸드폰 화면을 끄고 무시한다. 2. 다른 걸 보면서 어떻게든 신경을 다른 데에 집중시킨다. 3. 사촌동생과 대화한다. 4. 적당한 선배한테 메세지를 보내본다.(>>1의 연락처 참고) 5. 그 외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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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에 대고 이런 말 하는 거 무례하다는 건 알지만, 솔직히 혐짤.... 이잖아? 못 견뎌, 진짜로. 나는 핸드폰 화면을 끄고 무시하기로 했다. 그러고 조금 있으니 내 집에 도착했다. 나는 짐을 한아름 안아들고 차에서 내렸다. 외삼촌은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했다. 식재료들을 냉장고나 찬장에 쑤셔박고, 생각난 김에 설거지도 하고, 방도 한번 밀었다. 집안일을 하다 보니 그 전 일은 별로 신경쓰이지 않게 되었다. 아니 사실 신경쓰이긴 했지만, 그래도 신경이 다른 데로 가니까 좀 낫달까. 그리 좋지 못한 소식을 들어버렸지만, 어쨌든 오늘 하루는 평범하게 끝났다.
그리고 다음날. 오늘은 월요일이다. ...그렇다, 휴강이 되어버린 그 월요일이다. 다만 강의 하나가 휴강이 되었다고 해서, 학교에 갈 일이 없는 건 아니다. 강의를 그거 하나만 듣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1교시 강의가 빠졌으니 이렇게까지 일찍 올 필요는 없었는데, 뭐 온 김에 이것저것 더 하고 가면 되겠지.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할 수도 있고, 학부 사무실로 가서 향후 수업 진행 관련해서 물어볼 수도 있겠고.... 그냥 나온 김에 산책이라도 하면서 자만추를 노린다던가. 뭐, 할 만한 일은 많다. 적당히 시간을 때우던가, 해야 할 걸 하던가 하자. *>>217: 어떻게 하지? 1. 학부 사무실 2. 도서관 3. 산책 4. 적당한 사람에게 연락(>>1의 연락처 참고) 5. 학식! 밥! 다이닝 홀! 카페테리아! 밥먹자! 6. 그 외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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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을 좀 할까요. 스토리가 드디어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본래는 코미디 5 시리어스 5의 균형 잡힌 스레를 의도했습니다만, 생각보다 코미디의 비중이 줄어들어서 아쉽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일부 예외(아빠, 엄마, 외삼촌, 외숙모)를 제외하면 딱히 성별을 정해두지 않았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냥 대충 적어놓고 나중에 적당한 타이밍이 되면 그때 결정해야지 했다가 그 타이밍이 어디쯤인지 감을 못 잡아서 아예 컨셉으로 밀고 나가기로 했습니다. 노말이든 비엘이든 지엘이든 맛만 좋으면 된 거 아닐까요? 자유롭게 추측해주세요. 이미지는 주인공 씨의 상상도입니다. 생각해보니 여태껏 유일하게 주인공 씨의 외모만이 나오지 않았더군요. 거울 보는 씬이라도 한번 넣어둘 걸 그랬습니다. 사실 근데 저도 대~충 이런 느낌이려나wwwww 하고 멋대로 그린 거라 여러분들 마음에 드는 외모로 생각하셔도 됩니다. 마찬가지로, 다른 녀석들도 자유롭게 상상해주세요. 알고 보니 쇼거스라서 외형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던가 뭐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요? 테켈리-리-
역시 밥부터 먹어야 하지 않을까? 식사만큼 중요한 건 없으니깐 말이지. 나는 식당으로 향했다. 뷔페식으로 되어서, 꽤나 메뉴도 다양하고 맛있어보였다. 한쪽 벽에는 알레르기나 원산지 등이 표기된 보드가 붙어있었다. 로컬 푸드에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있는 걸 보니.... 해산물은 먹지 않는 게 좋겠군. 혹시 모르니 일단 자제하자. 저번에 그 식당도 그렇고 왜 이렇게 이 근방 해산물을 좋아하는 걸까. 콥 샐러드 한 스쿱, 큐브 스테이크도 좀 퍼담고, 버터 바른 토스트랑.... 아, 토마토 수프도 한 그릇 챙길까. 그럭저럭 괜찮은 것들을 골라 담은 뒤 나는 적당한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맛은 제법 괜찮았다. 그냥 앞으로는 학식을 먹는 것도 좋겠군. 그러던 중 누군가가 내 옆자리에 앉는다. *>>220 1. 저번에 수업에서 만난 경영학부 신입생 씨 2. 더티 블론드를 단정하게 포니테일로 묶은, 안경을 쓴 학생 3. 조금 가무잡잡한 피부의, 주근깨가 있는 학생
1 일단 아는사람부터
아, 저번의 그 경영학부 녀석이다. 녀석의 하늘색 눈동자가 나를 응시한다. 옆에 앉아도 될까? 라며 밝게 웃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또 귀에 한 피어싱이 다른 걸 보니, 제법 꾸미는 걸 좋아하는 사람 같다. 그는 식사 전, 눈을 내리깐 채 손을 모으고 낮게 중얼거리며 기도했다. 슬쩍 훔쳐본 그의 그릇은 전반적으로 소박했다. 어쩌면 청교도적인 느낌이 들 정도였다. 호밀 베이글과 훈제 청어를 중심으로, 구운 버섯과 방울토마토 옆에는 올리브유와 발사믹 식초, 후추가 끼얹어진 가벼운 생채소 샐러드가 놓여 있었다. 잠시만, 청어? 나는 잠시 고민했다. 아까 전 원산지 표기에는 분명.... *>>222 1. 물고기는 안 먹는 게 좋을텐데.... 살짝 말해준다. 2. 에이, 됐어.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댔잖아. 말하지 않는다. 3. 그 외 자유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살짝 말해주자
나는 그가 기도를 끝내기를 기다리다가 말했다. 될 수 있다면 물고기는 먹지 않는 편이 좋을 거라고. 그러나 그는 종교적인 이유가 있다며 아무렇지 않게 물고기를 먹는다. 그러고보면 방금도 기도를 했었지. 한국에 살던 시절, 모태신앙인 친구에게 듣기로는 가톨릭에는 고기를 금하고 생선을 먹는 시기가 있다고 했었다. 걔는 정작 전혀 신경쓰지 않고 매번 고기를 먹었지만. 그런 걸 생각하면 이 사람은 꽤나 독실한 신자인 것 같다. 문득 궁금해져서, 어떤 계기로 신자가 되었냐고 묻자 그는 조금 부끄러운 듯 관자놀이를 긁적이다 친구가 되어 주면 말하겠다고 했다. 나는 바로 연락처를 교환했다. 그는 예상 외로 진지하고 어두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야기는 반쯤 슬럼화된 거리를 전전하며 방황했던 어린 시절로부터 시작되었다. 근방의 폭력배들의 똘마니 노릇을 하며 살던 그는, 어느 날 폭력배들에게 근방의 무료 급식소에 가서 식사를 받는 척 지갑을 털어 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아무 생각 없이 그 말에 따랐던 그는 곧 급식소를 운영하던 사람들에게 붙잡히고, 급식소를 운영하던 교회로 데려가졌다고 한다. 그러나 사연을 들은 신부는 오히려 그를 용서해주었고, 따뜻한 식사를 내주었다고 한다. 그 일은 그의 마음 한 곳에 크게 남았고, 이후 개심하여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나. 지금 대학에 다니고 있는 것도 실은 종교 재단의 지원을 받은 거라고 한다. 뭐랄까, 힘든 일이 있었구나 싶다. *>>224 1. 교회에 대해 더 묻는다 2. 과거에 대해 더 묻는다 3. 향후 진로에 대해 묻는다 4. 그 외 자유
>>218 반했어요 1번 교회에 대해 더 묻는다
교회에 대해 묻자, 그는 매우 들떠서 나를 돌아보며 이것저것 말하기 시작한다. 이 근방에 있는 푸른 지붕의 교회고, 물고기 모양 조각상이 특징이고.... 뭐 그런 시덥잖은 얘기로 시작해서, 이야기는 점점 격화된다. 바다에 계신 아버지, 풍어의 축복 등.... 여러 미사여구를 붙여가며, 교리를 설명하기 시작한다. ...뭔가 이상한 트리거를 건드린 것 같다. 일단은 적당히 맞장구를 치며, 그래도 종교를 가질 생각은 없다는 뜻을 전해두었다. 경영학부 녀석은 아쉬운 듯 잠시 입을 비죽거리더니, 가방에서 작은 스프레이 병을 건넨다. 성수가 들어있다고 하는데, 물이 묘하게 뿌옇다. 받아줬으면 한다고 하기에 일단 받아 챙겼지만.... 뭔가 감이 안 좋다. 나는 묵묵히 식사를 끝낸 뒤, 그에게 인사를 하고 식당을 나왔다. 병을 살짝 열어 향을 맡아보니 그냥 소금물 냄새라기엔 이상할 정도로 비릿한 바다 냄새가 났다. 무언가, 취할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상해. *>>226: 성수 병의 처분 1. 버린다. 2. 갖는다. 3. 그 외 자유 *>>227: 다음에 할 것 1. 학부 사무실 2. 도서관 3. 산책 4. 적당한 사람에게 연락(>>1의 연락처 참고) 5. 그 외 자유
뭔가 위험한 느낌인데... 지금은 챙기고 나중에 중세형이상학과 선배에게 물어보자
그렇다면 바로 중세형이상학과 센빠이에게 연락 레츠고
원래 위험성이 있는 물질은 함부로 방류하면 안 된다. 전문가를 불러 처분하는 것이 올바르겠지. 이 문제에 대해 제일 잘 알 것 같고, 상식이 존재하는 사람은 아무래도 중세형이상학부 선배다. 나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여보세요? 너구나? 근데 미안, 무슨 용건인지는 몰라도 나 지금 아르바이트 중이라서. 이따가 점심쯤에 봐도 될까? 뭔가 다급한, 시간에 쫒기는 듯한 말투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 그래도 점심이 되면 처분할 수 있다. 나는 병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럼 이제 진짜 뭘 어떻게 하지. 나는 고민하다가, 핸드폰에 알림이 뜬 것을 보았다. 어디 보자, 동아리 서버인가. 시간 남는 사람 있으면 동아리 방에 와서 점심까지 게임이나 하자고? 흠. 딱 점심까지라면 시간을 때울 수 있긴 하다. 동방 위치는 공지에 써 있으니 알고 있긴 한데. 나같은 뉴비가 가도 되나? 아니면 그냥 다른 걸 하는 게 더 나을지도...? *>>229 1. 학부 사무실 2. 도서관 3. 산책 4. 보드게임 동아리 5. 그 외 자유
동아리 가보자
동아리에 가 볼까. 나는 동아리방이 있는 별관으로 향했다. 이미 누군가가 와서 혼자 체스를 두고 있었다. 뿌리 쪽으로 갈 수록 밝은 금빛이 드러나는 애쉬블루색 머리카락과 청록색 눈. 옷은 청바지에 청자켓. 뭐랄까, 푸른 사람이었다. 아마도 그가 게임을 하자는 글을 올린 사람이겠지? 아까 전에 본 프로필 사진도 파란색이었고. 그 사람은 나를 반갑게 맞이하고는 자기소개를 했다. 지질학부의 3학년이라고 한다. 그는 급하게 체스판을 정리한다. 동아리방 한켠의 책장에는 보드게임 상자가 착착 정리되어 있었다. 두 명이 할 만한 게임을 찾고 있던 중에, 두 명의 사람이 더 왔다. 한 명은 웨이브진 더티 블론드를 단정하게 포니테일로 묶은 안경을 쓴 사람이었고, 다른 한 명은 밝은 갈색의 부드러운 웨이브 머리를 숏 커트로 정리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밝은 갈색 머리의 사람은 지질학부 선배에게 편안히 인사를 하는 것과 다르게, 안경을 쓴 사람은 조금 딱딱해보이는 태도였다. 저쪽도 신입생인걸까. 그렇게 네 명의 사람이 대략 모이고, 다시 한번 통성명을 했다. 파란색은 지질학부의 3학년, 밝은 갈색은 화학부 4학년, 안경은 심리학부 1학년이라고 한다. 지질학부 선배는 신난 것처럼, 뭐 이렇게 모이면 할 게임은 하나밖에 없지! 라면서 큰 박스 하나를 꺼내오려 했으나 화학부 선배에게 제지당한다. 뉴비들 말려죽일 일 있냐고 한다. 제목이, 어디 보자.... GLOOMH.... 아, 음. 그건 확실히 아니지. 몇 달을 할 셈이야. 그러다가 신입생들 쪽으로 선택권이 넘어왔다. 제일 먼저 와 줬으니 우선 내 의견을 묻고 싶다나. *>>231 1. 쉽고 재밌는 파티게임류를 고른다. 2. 조금 머리를 써야 하는 전쟁게임류를 고른다. 3. 협력이 필요한 호러 컨셉 게임을 고른다. 4. 너도 신입생이지? 심리학부 씨에게 선택권을 넘긴다.
친목도 다질 겸 쉽고 재밌는 1번으로!
쉽고 재미있어보이는 개그 컨셉의 파티 게임을 골랐다. 아무래도 분위기 띄우기엔 이런 게 좋지. 뭣보다 룰이 복잡한 건 아무래도 유학생인 내가 하기엔 좀 그렇다. 내가 잘못 이해할 가능성이 있어. 모두가 카드를 세 장씩 받아들고 게임을 시작했다. 지질학부 선배의 눈이 진지해졌다. 카드를 뒤섞고, 사용하고, 눈치 싸움을 하고.... 한편 심리학부 녀석은 아까 전부터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대로면 심리학부 녀석이 이길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 화학부 선배가 방긋 웃으며 카드를 냈다. 뭐, 잠깐만. 전부 뒤섞고 게임 재시작이라고. 이딴 카드도 있어? 그렇게 꽤나 시간이 흘렀다. 시작한 지 1시간도 넘게 지난 것 같은데 한 판이 안 끝난다. 함정에 당해서 카드를 뺏기고, 한 차례를 쉬었다가 남의 행동에 당해서 또 카드를 뺏기고, 뭘 할라 치면 카운터를 처맞더니, 털린 걸 그나마 복구하려 하면 게임이 재시작된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단체 셀카도 찍었다. 그래도 거의 승리가 눈 앞에 보인다. 지질학부 선배는 약간 지친 듯한 눈을 한 채, 다른 손으로는 식은 피자를 먹고 있다. 어쩐지 한쪽 바닥에 다 먹은 피자 상자가 몇 개씩 쌓여 있더라. 초점 잃은 눈이 천장을 향하다가, 자신의 패로 향한다. 심리학부 녀석은 처음의 포커 페이스는 사라진 채,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는 표정이 되어 있다. 아마 게임이 너무 늘어져서겠지. 나도 동감한다. 녀석의 잿빛 눈동자는 이미 평정심을 잃고 흔들리고 있다. 화학부 선배는 여전히 생글생글 웃고 있으나, 그래서 더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게임이 혼돈에 빠지는 건 거진 이 사람 턴에서였다. 꿀 같은 금빛 눈동자에서 알 수 없는 광기가 느껴졌다. 내 손에 든 카드는 아홉 장. 지금 카드 더미에서 한 장을 뽑으면 열 장이 되어 이길 수 있다. 다음 내 차례까지 남의 방해를 받지 않는다면 말이지. 하지만 그게 과연 옳은 행동일까? 이런 상황에서라면, 역시 나 또한 남의 발목을 슬쩍 붙잡아주는 것이 예의 아닐까? *>>233 1. 다 꺼져! 난 이제 이 게임을 끝내고 싶다고. 카드를 받아간다. 2. 손에 든 카드를 써서, 1명을 골라 제대로 엿을 먹인다.(지질학부, 심리학부, 화학부 중 택1)
굳이 누군가를 엿 먹이고 싶지 않으니까 1번
그래, 누굴 괜히 괴롭히는 건 좋지 않다. 마음을 좋게 써야겠지. 그리고 나는 이 게임을 끝내고 싶다. 나는 열 번째 카드를 받아간 뒤, 승리를 선언했다. 이대로 다음 번 내 턴이 올 때까지 손패를 유지하는 데 성공한다면 내가 이기고 게임이 끝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승리를 선언하자마자 초점을 잃었던 지질학부 선배의 눈빛이 돌아왔다. 그는 그것만은 용납을 못 하겠다는 듯한 사악한 표정으로 낄낄 웃으며 무언가 잘 알 수 없는 발음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서 뭐냐고 되묻자 곧바로 함정 카드가 발동되어 세 장의 카드가 버려졌다. 아아악! 이런 게 어딨어. 턴은 순조롭게 화학부 선배에게로 넘어갔다. 화학부 선배는 자신의 카드를 스윽 훑어보더니, 카드 한 장을 들어보이곤 모든 카드를 버린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게임에서 탈주하는 카드가 있었다고...? 화학부 선배는 상쾌한 얼굴로, 다들 잘 있으라는 말을 남긴 채 총총걸음으로 떠났다. 그렇게 세 명이 남은 동방 내에서 게임은 이어졌다. 다음은 심리학부의 차례였다. 그의 손에는 지금 열한 장의 카드가 있지만, 도통 쓸 카드가 없는 모양이다. 그러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는 표정으로 카드를 한 장 사용해 손패를 열 장으로 만들고 승리를 선언한다. 이대로 그의 다음 턴까지 손패를 유지하는 데 성공하면 그가 이기게 될 것이다. 그러나 카드 내용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24시간 내에 약을 먹은 적이 있는 모든 사람은 카드 2장을 뽑는다, 라는 문구를 본 지질학부 선배는 더미에서 카드를 두 장 가져간 뒤 승리를 선언한다. 운 좋게도 딱 열 장이 되었고, 곧바로 그의 턴이 돌아왔다. 지질학부 선배가 포효하며 게임이 끝났다. 뉴비들 상대로 빡겜해서 이겨놓고 좋습니까.
어쨌든, 그렇게 친목을 다진 뒤. 시간은 거의 점심에 가까워졌다. 지질학부 선배는 승자의 특권으로 책상 정리를 면제받은 뒤 다음 수업에 간다며 후다닥 떠났고, 심리학부 녀석과 남은 카드를 정리하며 적당히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 중에 알게 된 건데 심리학부 녀석은 나랑 같은 수업을 듣는 모양이다. 전에 맨 뒷줄에서 경영학부 녀석과 수업을 들었을 때, 조금 앞에 있는 학생들 사이에서 비슷한 외모를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다음 번에는 이 녀석이랑 같이 앉는 것도 좋을지도. 아무튼 정리도 끝났고, 이제 슬슬 가볼까. 중세형이상학부 선배는 >>236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했다. *>>236: 학교 어딘가 적당히 있을 법한 곳을 자유롭게
그룹 스터디룸
그룹 스터디룸으로 가자 중세형이상학부 선배가 보인다. 선배는 손을 흔들며 웃는다. 토요일까지만 해도 흐릿하게나마 있던 입가의 튼 자국이 이제는 완전히 없어져 있다. 대신 손가락에 반창고를 붙이고 있지만. 선배는 아까 전까지 마트에서 재고 정리 알바를 하다 왔다고 한다. 이후에 수업이 있으니 길게 봐 줄 수는 없지만 뭔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말해달라고 한다. 나는 지체 없이 아까 전의 그 성수 병을 꺼냈다. 탁한 기는 줄어들었으나, 어쩐지 안에 무언가 침전물이 생겨 있었다. 선배는 그것을 면밀히 보다가, 가방 안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글이 적힌 종이와 노끈을 꺼내 잘 포장한다. 무언가 마법적인 작용을 막기 위한 부적 같은 것이라는데, 설명을 들어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이제 적당히 처리하면 된다고 하는데.... 선배는 잠시 고민하다가 묻는다. 아무래도 내가 알아서 폐기하는 편이 나을 것 같은데, 내가 가져가도 될까? 걱정하는 듯한 검은 눈동자가 나를 바라본다. *>>238: 대답 1. 그래주시면 감사하죠. 선배에게 처리를 맡긴다. 2. 아뇨, 그렇게까지 폐를 끼칠 순 없죠. 직접 하겠다고 한다. *>>239: 다음 행선지 1. 학부 사무실 2. 도서관 3. 식사 4. 그 외 자유
선배한테 안 맡기면 100% 사건 일어날 느낌이 든다 1번으로
학부 사무실
선배는 종이에 싼 성수 병을 가방 안에 고이 집어넣고는, 맡겨줘서 고맙다며 웃는다. 그 자신에게 부담이 되는 일일텐데도, 그저 내가 신뢰해준 것이 기쁜 것 같다. 선배는 이후에 수업이 있는 모양이다. 그러니 그 전에 빨리 식사를 해 둬야 한다며, 함께 식당을 갈 것을 제안했으나 나는 사양했다. 아직까지는 배가 그리 고프지 않기도 했고, 해야 할 일도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중세형이상학부 선배와 헤어진 뒤, 학부 사무실로 향했다. 걷는 동안,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중세형이상학부는 대체 뭘 배우는 거지? 일단은 철학 비스무리한 느낌이긴 한데, 뭔가 어감이 오컬트적인 느낌이 있단 말이지. ...에이, 몰라. 나중에 물어보자.
학부 사무실로 향한다.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자 그냥 들어오셔도 돼요, 라는 목소리가 안에서 들려온다. 안에는 은회색 생머리에 노란 눈을 가진, 눈가가 붉게 부어있는 사람 한 명이 조교 자리에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빨아먹고 있다. 입가와 뺨, 눈가에 작은 매력점이 하나씩 콕콕 박혀있는 게 눈에 띄고, 묘하게 기가 약해보인다. 다른 근로장학생들은 지금 식사나 수업 중이라서 자기만 있다고 한다. 그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하더니 내가 용건을 말하기도 전에 이것저것 문서를 내민다. 그, 일단 이거 읽어주시고요, 교수님 문제로 오신 거죠? 일단 여기에 적힌 것부터 설명을 드리자면 교내에서 진행하는 애도 상담 서비스가 있긴 한데, 그 관련해서는 지금 대기자가 좀 많아요. 죄송합니다. 우선순위가 조금 밀릴 것 같고.... 애도 상담이 필요한 건 당신같아 보이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가만히 입을 다문다. 이런 건 말하지 않는 게 좋다. 그래서 왜 왔더라? *>>242: 말할 내용 1. 향후 수업 진행 관련 내용을 묻는다. 2. 애도 상담 서비스에 대해 묻는다. 3. ...저기, 그, 괜찮으세요...? 4. 그 외 자유
3번
제대로 정리되지도 않은 푸석한 머리, 잔뜩 쌓인 피로가 보이는 두 눈, 결정적으로 남들이 식사를 하고 있을 점심 시간에 혼자 남겨져서 자리를 지키는 모습까지. 안쓰러움에 나는 무심코 괜찮냐고 물었다. 그는 내 말에 조금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곧 눈이 촉촉해진다. 그의 두 눈에서 눈물이 폭포수처럼 흐르기 시작한다. 저, 저 이제 어떡하죠....... 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 양 손으로 얼굴을 덮은 채 오열하기 시작한다. 허업, 흑, 흐급. 숨도 못 쉬고 엉엉 울면서 신세 한탄을 쏟아낸다. 이제 석사 생활 시작했는데, 자기만 믿고 따라오라던 지도교수님은 갑자기 그런 끔찍한 꼴이 되어서 돌아가셨고, 대체 뭘 어떡하라는지도 모르겠어요. 이전에 랩실에 있던 고연차 선배들이 한번에 훅 빠져서 인수인계도 제대로 안 됐는데 갑자기 이런.... 심지어 사수는 일본인이라서 말도 애매하게 안 통하고.... 저는 뭘 하고 있는 걸까요? 이렇게 신입생 앞에서 질질 짜기나 하고.... 근데 진짜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 횡설수설, 주절주절. 아무래도 멘탈이 무너진 것 같다. 나는 뭐라 할 말이 없어서 그저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그렇게 얼마 정도 울고 난 뒤, 그는 다시금 멘탈을 붙잡은 듯 눈물을 닦으며 추태를 보인 것, 그리고 개인적인 감정으로 시간을 뺏은 것에 사과했다. *>>244 1. 향후 수업 진행 관련 내용을 묻는다. 2. 애도 상담 서비스에 대해 묻는다. 3. 그 외 자유
2번 먼저 묻고 1번 물어보면 되지 않을까? 일단 애도 상담 서비스 관해서 물어본다
용건을 진행할 상황이 되었으니, 우선 궁금했던 애도 상담 서비스에 대해 묻기로 했다. 조교는 이런저런 것들을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대략 십 년 전인가, 아무튼 대략 그 쯤 되는 시기부터 학생 정신건강 증진 프로젝트를 위해 상담 서비스나 근방 정신과 연계 프로그램에 상당히 많은 예산을 들이고 있으니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나 문의해달라고 한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믿거나 말거나지만 여기는 터가 안 좋은건지 예전부터 치안과는 별개로 이런저런 비극이 잦은 동네라고 한다. 특히 여기는 부지 선정 과정에서 사망사고 다발로 인한 저렴한 땅값이 영향을 줬다는 설이 있을 만큼 관련 사건이 많았다는데, 그에 반해 기사화되는 일이 적다던가. 애도 상담 관련 매뉴얼도 아마 우리 학교에나 있을 거라고 한다. 그러더니 그는 문득 슬쩍 시선을 돌렸다가, 다시 이 쪽을 보며 나름 가벼운 투로 말한다. 뭐 그래도 저 학부 생활 하면서는 한동안 잠잠했는데, 이번에 제가 대학원 올라오자마자 제 지도교수님이 그렇게 되셨네요. 말하는 투와는 다르게, 이미 터져버린 문제를 갖고 어떻게든 늘 있던 일이라고 자기세뇌를 하며 현실도피를 하려는 게 눈에 보이는 심란한 표정이었다. 어쨌든 이번 애도 상담의 경우 인연이 있던 이의 상실을 받아들이고, 고통을 표현하는 것을 통해 내 안의 감정을 온전히 이해하고 애도의 과정을 건강하게 마무리지을 수 있게 하는 좋은 시간이 될 수 있을거라고 한다. 그는 최대한 친절한 태도를 유지하며, 관련 서류가 필요하다면 금방 드리겠다고 한다. 물론 대기가 앞에 꽤 있으니 금방 연결되긴 힘들 수도 있겠다고 하지만.... *>>246: 애도 상담 관련 1. 상담 서류를 받겠다고 한다. 2. 상담은 필요 없을 것 같다고 한다. *>>247: 궁금한 것 1. 향후 수업 진행 관련 내용을 묻는다. 2. 근로장학생 관련 내용을 묻는다. 3. 적당한 이유(자유서술)를 대고 개인 연락처를 묻는다. 4. 그 외 자유
주인공 온갖 특이한 사건에 휘말릴 것 같으니끼 미리 멘탈도 기를 수 있게 상담 서류 받아두자
1. 향후 수업 진행 관련 내용을 묻는다.
기왕이면 받아두는 게 좋겠지. 상담 서류를 받겠다고 말하자 그는 바로 옆에 있던 서류철에서 상담 서비스 신청서와 관련 팸플릿을 꺼내 건넨다. 그리고는 또 옆의 서랍에서 특별 애도 프로그램 신청서를 꺼내더니 간단히 몇 가지를 체크하고 보여준다. 첫 번째 신청서는 평범한 상담 신청서고, 두 번째는 이번에 돌아가신 교수님의 수업을 듣던 사람들이나 연구실에 있던 대학원생 등 연관자 한정으로 진행되는 특별 상담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양식이 꽤 낡은 느낌이 드는 걸로 봐서는, 아마 예전부터 이런 식으로 교수의 급사가 있었던 것 같다. 신청서에는 신분과 사유 등을 적는 여러 항목이 있었다. 지금 당장 작성해서 제출할 필요는 없다고 하니 나중에 마음이 굳어지면 신청해볼까. 향후 수업 진행 관련해서 묻자, 아직 제대로 정리가 안 된 사항이긴 하나 얼마간은 임시로 다른 분이 들어와서 진행할 거라고 한다. 그러고는 내가 듣던 강의가 무엇인지 묻더니, 임시로 들어와주실 교수님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이런 분이군. 어쨌든 지금 그의 빈 자리를 채울 다른 교수를 구하고 있을거니까, 선례를 생각하면 꽤 금방 공백이 메워질 거라고 한다. 그러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곳에는 흑갈색 머리, 조금 가무잡잡한 느낌이 드는 피부와 주근깨가 눈에 띄는 학생이 있었다. 보아하니 애도 상담 관련해서 문의를 드리러 온 것 같다. 나는 더 이상 시간을 빼앗을 수 없다는 생각에 이만 인사를 드리고 돌아 나섰다. 문득 방금 들어온 학생과 부딪힌 듯한 느낌이 들어 돌아보았다. 헤이즐색 눈동자가 딱 마주쳤다가, 다시금 내리깔리더니 조교에게로 향하는 것 같았다. 시간은 이제 점심을 먹을 시간이 조금 지났다. 늦은 점심을 먹는 것도 좋겠고, 뭘 할까. 수업도 있으니까 적당히 시간을 보내자. *>>249: 다음 행선지 1. 도서관 2. 학식 3. 외부 식당 4. 산책 5. 그 외 자유
학식 먹으러 가자! 2번
학식을 다시 먹으러 가기로 했다. 그러고보니까 아까 지질학부 선배가 게임을 하면서 피자를 먹고 있었지. 이번엔 피자를 좀 챙겨와볼까. 면류도 맛있어보였고.... 이번에도 식권을 사고, 적당한 메뉴를 그릇에 담은 뒤 자리를 둘러보았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여기저기 빈 자리가 많이 보였다. 흠, 어디에 앉는 게 좋으려나. 곳곳에 아는 사람도 보인다. *>>251 1. 화학부 선배 옆자리 2. 문학부 선배 옆자리 3. 민속학부 선배 옆자리 4. 혼자 앉는다.
동향 사람인 문학부로
아무래도 이런 상황이면 동향 사람이랑 대화를 하고 싶지. 나는 문학부 선배의 자리 옆에 앉았다. 선배 주위에서는 은근한 담배 냄새 같은 것이 나는데, 저번에 마주쳤을 때도 담배 냄새가 났었던 걸 보면 흡연자인 모양이다. 선배는 내게 인사한다. 그릇을 슬쩍 보니 찹스테이크와 뭔가 매콤해보이는 고기볶음 등을 먹고 있었다. 고기만 한가득이군. 굉장한 식단 구성에 딴지를 걸자, 빵이 있긴 했는데 이미 다 먹었다고 한다. 채소는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최소한으로만 먹는다나. 생선 같은 건 안 먹냐고 물으니 참치캔 이외에는 딱히 먹지 않는다고 한다. 뭔가 안심이군. 그런데 그가 보기엔 그의 식단보다 내 표정이 안 좋아보였던 모양이다. 걱정스럽다는 투로 묻는다. 최근 이런저런 일이 많긴 했다. *>>253 1. 힘들다고 말한다. 2. 그럭저럭이라고 말한다. 3. 괜찮다고 말한다. 4. 그 외 자유
최근 이런저런 일이 많았으니까 힘들었을지도 모른다면서 선배는 괜찮은지 물어본다. 추가로 이 학교는 이상한 일이 많이 일어나는지도 넌지시 떠보자.
나는 최근 일에 대한 감상을 떠올리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고 정직하게 말했다.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까지는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선배는 어느 정도 짚이는 것이 있는 것처럼 나를 다독여주었다. 근데 선배는 괜찮으신가요? 여기 터가 안 좋다는 소문이 돌던데. 그렇게 묻자 선배 또한 표정이 잠깐 어두워지다가, 뭐 그런대로 괜찮아. 라고 가볍게 답한다. 잠시간이었지만 낯빛이 어두워진 걸 생각하면, 역시 선배 또한 뭔가 안 좋은 일을 겪은 적이 있었던 거겠지. 잠시 정적이 흐른다. 주위는 삼삼오오 모여 떠드는 소리로 소란한데, 어쩐지 우리 사이에서만 아무 말도 오가지 않는다. 그러다 선배는 처진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것처럼, 혹시 연극 같은 거 좋아해? 라고 묻는다. 저번에 마주쳤을 때도 그런 말을 했었지. 연극이라.... 굳이 따지자면 >>255한 편이다. *>>255 1. 볼 기회가 없었던 2. 그다지 취향이 아닌 3. 좋아하지만 자주 보진 않는 4. 극본에는 관심이 있는 5. 그 외 자유
2
그다지 취향은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영화 쪽이 연출이나 촬영으로 인한 특색이 잘 살아서 좋달까. 연극을 좋아하는 사촌한테 이끌려서 같이 연극을 보러 간 적이 있긴 한데, 그때도 역시 내 취향은 아니었다. 왜 좋아하는지는 알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포인트랑은 조금 다르다고 할까. 대강 대답하니 선배는 조금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짓지만, 그래도 이해는 간다는 것처럼 말한다. 선배는 연극 특유의, 눈 앞에서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생생한 느낌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그런 게 은근히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다고 중얼거렸다. 듣자하니 선배는 내가 연극에 관심이 있다고 한다면, 나를 연극 동아리에 끼워넣을 마음이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보는 것도 그닥인데 직접 무대에 서거나, 스태프가 되거나 하는 걸 어떻게 하겠나요. 선배는 그 말도 맞다는 듯 고개를 푹 숙인다. 게다가 난 이미 보드게임 동아리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렇게 말하자 선배는 오히려 내가 들어간 보드게임 동아리에 더 관심을 보인다. 그런 동아리가 있는 줄 몰랐다고 한다. 알았으면 들어갔을 거라나. 그래도 곧 축제 하는데, 그때 우리 연극도 하거든. 보러 와 줄거지? 선배가 간절히 말한다. *>>257 1. 어.... 보러 갈게요! 2. 아, 저, 시간이 안 될지도.... 3. 벌써 축제 해요? 아직 학기 초인데? 9월인데?! 4. 무슨 연극 해요? 5. 그 외 자유
3번+4번
보통 대학 축제는 5월쯤에 하지 않나? 그건 한국만 그런가?! 어쨌든 입학하고 나서 한두달 정도는 텀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갑작스럽다고. 세상에. 선배는 자기도 처음에는 그렇게 당황했다고 한다. 그래도 거의 입학하자마자 하는 만큼 신입생들에게는 특별히 요구하는 게 없고 적당히 즐기기만 하면 된다며, 부담 가질 필요는 없다고 한다. 어차피 이번 달 말에 하는 거니까, 아직 준비할 시간도 3주 정도는 남았다고 하고. 뭐 그건 다행이다. 그래서 무슨 연극을 하는 걸까? 궁금한 듯 묻자, 선배는 잠깐 고민하다가 비밀이라며 씩 웃는다. 직접 와서 보면 알 거라나. 대략적으로 공지되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직접 말하기엔 부끄럽다고 한다. 혹시 직접 쓴 극본이에요? 그렇게 묻자, 어느 정도는.... 이라며 멋쩍은 듯 고개를 돌려 내 시선을 피한다. 금빛 안경줄이 살짝 흔들리며 그의 뺨에 가볍게 부딪힌다. 뭐 완전히 내 창작은 아니고, 기존에 있던 걸 적당히 각색한 정도지만.... 실은 이 극본의 원작을 보고, 다시 영감을 얻어 글을 쓸 자신이 생겼거든.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작품이지만, 내게는 여러모로 의미가 깊어. 극본으로서는 처음이기도 하고. 쾌활한 미소에서 자신감이 느껴진다.
자, 어쨌든 슬슬 식사도 끝났겠다. 다음에는 수업이 있다. 선배는 자연스럽게 담배갑을 꺼내들며 식당 뒤쪽으로 향하기에, 나는 자연스럽게 그와 헤어져 강의실로 향했다. 이번 수업은 재밌어보여서 적당히 골라넣은 심리학 교양이다. 자리는 듬성듬성 비어 있지만, 곧 채워질 것이다. 자리 한 켠에는 저번에 마주쳤던 철학부 선배가 있고, 옆에는.... 민속학부 선배? 민속학부 선배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철학부 선배를 붙들고 치근덕거리면서 자기 혼자 신나서 이것저것 떠들고 있다. 저, 저 자식 저거 뭐 해. 단순히 친목을 다지는 것 같진 않은데. 철학부 선배, 명백히 곤란해하시고 있는데. 그러다 철학부 선배가 나를 발견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뜬다. 도와달라는 듯이 뭔가를 말하려다가 민속학부 선배의 손에 입이 틀어막힌다. 민속학부 선배의 맑은 녹색 눈동자가 나를 응시하다가, 고개를 홱 돌리며 다시 철학부 선배에게로 향한다. ......나 수업 잘못 선택했을지도. 그렇게 생각하는 찰나에, 등 뒤에 사람의 기척이 느껴진다. 깜짝이야! 놀라서 몸을 돌리면, 그 곳에는 아까 전 학부 사무실에서 마주쳤던 가무잡잡한 피부와 주근깨를 가진 학생이 서 있다. 죄송한데 좀 지나갈게요. 그렇게 말하는 그에게 길을 비켜주고, 나는 다시 한번 자리를 둘러본다. *>>260 1. 철학부 선배 옆에 앉아, 그를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2. 민속학부 선배 옆에 앉아, 그를 어떻게든 제지한다. 3. 저 개판에 끼어들 수는 없지. 그들의 시선을 피해서 혼자 앉는다. 4. 가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학생에게 친한 척을 하며 어떻게든 회피할 명분을 만든다. 5. 그 외 자유
1번 사실 난 철학부 선배가 마음에 들더라
그래, 고통받는 사람을 그냥 두고 봐서는 안 된다. 나는 철학부 선배를 돕기 위해,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철학부 선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으나, 민속학부 선배는 그걸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고개를 갸웃거린다. 저, 선배. 괜찮으세요? 민속학부 선배는 여전히 철학부 선배의 입을 막고 있었으나, 철학부 선배 또한 나름대로 저항하는 데에 성공했다. 철학부 선배는 후배 앞에서 이런 꼴을 보였다며, 조금 시무룩한 모습으로 사과한다. 선배가 사과할 일도 아닌데. 한편 민속학부 선배는 필사적으로 내 시선을 피한다. 마치 숨으려는 것처럼 몸을 움츠린다. 뭐 하잔 거야 저 새, 아니 저 자식. 그러다 철학부 선배는 나를 보고는 마침 그 전에 그리던 걸 다 완성했다며, 조금 쑥스러운듯한 태도로 스케치북을 꺼내 보여준다. 그 전의 추상화는 어디 가고, 오일 파스텔로 멀쩡한 내 얼굴이 그려져 있다. 저번의 그림과는 다르게 형태는 조금 더 섬세하게 그려져 있으나, 여전히 전위적인 색감이 눈에 띈다. 피부톤은 약간 붉은 기가 도는 잿빛에 가깝고, 선 색은 짙은 붉은색에 명암은 올리브 같은 녹빛이고.... 거기에 밝은 노란색, 파란색, 보라색까지. 조화가 안 맞을 듯 하면서도 묘하게 맞는다. 선배는 감상을 기다리는 것처럼, 눈을 빛내며 바라본다. *>>262: 적당한 감상(자유롭게, 개그도 가능하고 아무튼 뭐든 가능)
뭔가 신비한 느낌, 같은 그림이라도 재료에 따라 주는 느낌이 다르다며 칭찬한다
감상을 이야기했다. 신비한 느낌이다, 같은 그림이라도 재료에 따라 주는 느낌이 다른 것 같다며. 그러자 철학부 선배는 상당히 기쁜 것처럼 배시시 웃는다. 칭찬에 약한 것 같다. 그렇지만 저번에는 분명 연필선이 잔뜩 얽힌 추상화 같은 게 그려져 있었단 말이지. 단순히 스케치를 하는 거라기엔 도저히 사람의 형상이라곤 볼 수 없는 뭔가였고, 애초에 스케치를 그런 선으로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림에 조예가 깊진 않지만 그건 이렇게 그릴 수 있는 사람이 이것을 그리기 위해 스케치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무언가 다른 목적을 가지고,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그린 거라면 다르겠지만.... 음. 너무 갔나? 한편 선배는 어쩐지 내 눈치를 보는 것 같은, 조마조마해보이는 모습이다. 이건 아무래도 선배의 옆에서 민속학부 미치광이가 빠안히 선배를 바라보고 있어서려나. 선배는 민속학부 놈의 눈을 필사적으로 피하고 있다. 그보다 네놈, 눈은 좀 깜빡여라. 사람은 맞나, 저거 사람 아닌 거 같은데. ...아, 인공눈물 꺼냈다. 뭐, 신경쓰지 말자. 적당히 다른 얘기를 할까. *>>264 1. 저번의 스케치에 대해 2. 민속학부 선배에 대해 3. 대학 생활에 대해 4. 동아리와 축제에 대해 5. 그 외 자유
2
생각해보면 저 인간은 뭔가 불길한 느낌이 많이 든단 말이지. 중세형이상학부 선배가 얘기해 준 과거 일도 그렇고, 철학부 선배나 나한테는 이상할 정도로 치근덕거리고.... 그 전에, 비 오던 날에는 갑자기 끌어안고 나를 재웠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자는 사이에 뭔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신차려보니 버스 정류장이었던 걸 보면 사람을 무력화시켜서 옮겨놨을 가능성이 높겠지. ...생각할 수록 무서운 인간인데. 저 인간이랑 엮이면 이상한 일이 자꾸 일어나. 순간 오싹, 하고 소름이 돋아서 철학부 선배의 어깨를 톡톡 두드려, 귀를 내밀게 했다. 혹시 선배도 저 사람이랑 무슨 일 있었어요? 왜 자꾸 쳐다봐요? 작게 속삭이자, 선배 또한 내 귀에 속삭인다. 나도 몰라.... 진심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허탈한 말투였다. 뭐가 원인이었는지 이해도 안 가고, 그냥 자연재해 같은 조우였다고 한다. 몇 주 전부터 시작되었는데, 왜인지는 모르게 자기 눈을 빤히 바라보거나, 때로는 눈꺼풀을 억지로 붙잡아 열고 이런저런 걸 물어보았다고 한다. 입에게 묻는 게 아니라, 눈에게 묻는 것 같았다나. 확실히 선배의 보랏빛 눈은 상당히 독특하긴 하다. 현실에 그런 색 눈이 존재할 수 있었구나, 싶을 만큼. 그렇지만 그렇게 사람을 괴롭힐 만한 것도 아닐텐데. 게다가 지금도 억지로 옆자리에 앉혀졌다는 모양이다. 그런데 조금 신경쓰이는 게 있었다. 이런저런 걸 물었다는 대목에서, 조금 표정이 바뀌었었지. 언짢은 것 같기도 했고. 그러는 중에 민속학부 선배가 고개를 쓱 내민다. 아무 말도 안 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그렇지만 뭔가 불만이 있어보인다. 얼굴은 제법 반반한데 하는 짓이 왜 저럴까? 그러다가 그 녀석은 철학부 선배의 어깨를 한 손으로 쥔다. 철학부 선배의 얼굴이 공포로 물든다. *>>266: 어떻게 할까? 1. 일단 민속학부 선배를 한 대 때린다. 2. 민속학부 선배의 손을 떼어낸다. 3. 철학부 선배를 끌어당겨 보호한다. 4. 철학부 선배의 손을 잡고 안심시킨다. 5. 그 외 자유 *>>267: 철학부 선배에게 더 묻고 싶은 내용을 자유롭게
4번
이전에도 이상한 사람이랑 엮인적 있냐면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 물어본다. 추가로 그림은 잘 그리고 있는지, 인물 말고 다른 건 안 그리는지도.
바들바들 떨리는 철학부 선배의 손을 꼭 잡았다. 자, 우선 진정하시고. 선배는 손을 붙잡히자, 당황했는지 얼굴이 살짝 붉어지다가 어렵사리 어깨를 비틀어, 그 녀석의 손을 떼어낸다. 그러고보니까 이전에도 이상한 사람이랑 엮인 적 있으세요? 나는 가볍게 묻는다. 솔직히 이 선배, 사이비한테 잘 걸릴 것 같은 분위기란 말이지. 뭐 얼굴의 인상 자체는 조금 날카롭지만, 사납다기보다는 아기고양이라던지 뭐 그런 느낌의.... 유약한 느낌이고. 음, 이건 너무 귀엽게만 보는 것 같은 비유인데? 근데 솔직히 그리 잘못된 비유같지는 않다. 잘못하다 발에 채이면 죽을지도 모르는 여린 인상이 있다고 해야 할까. 생태계 최하위라는 느낌. 선배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소곤소곤 말한다. 음.... 이상한 사람이라.... 중2병 걸린 애들이, 왠지 관심을 많이 가져서.... 말하는 투를 보니 단순한 중2병에 얽힌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은 느낌이라 더 물어보자, 이거 말해도 되나? 라면서 주위를 둘러보다가 작게 말한다. 왜인진 모르게 눈이, 조금 이상한 방향으로 트여 있는 것 같아서. ......가끔 이상한 게 보여. 귀신이라던가.... 믿지 못할 지도 모르겠다며, 선배는 조금 부끄러워하면서도 말을 이어간다. 예전에는 그런 게 특별한 것 같아서 자랑삼아 이야기하곤 했는데, 중2병 걸린 오컬트 신봉자 애들이 유달리 그런 거에 관심을 가졌다나. 그래도 이번 같은 '진짜 이상한 사람'에게 걸린 건 처음이라는데.
아, 어쩌면 그림의 색감이 독특했던 것도 그래서일까? 문득 궁금해져서 그림에 대한 걸 물어보자, 정곡을 찔린 표정이다. 실은 때때로, 눈에 보이는 흥미로운 것들을 그리곤 했었다는 모양이다. 그것 외에도 그리지만, 그려야겠다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그런 거라나. 음? 잠시만. 그럼 그 전에 절 스케치한다면서 그리던 그건...? 문득 생각이 들어 묻자 선배는 어색하게 시선을 돌리며 여기까지 얘기할까! 하고 최대한 화제를 돌리려 한다. 마침 교수님도 들어오시는 것 같고.... 이 얘기는 슬슬 끝내는 게 맞을지도. 어쨌든 그렇게 수업이 시작되었다. 옆옆자리의 민속학부 선배는 생각보다 수업에 진지하게 임했고, 의외로 철학부 선배가 가끔 졸 듯한 느낌으로 고개를 까딱였다. 그럴 때마다 나는 선배를 톡톡 두드려 깨웠다. 그리고 수업이 끝난 현재. 다들 강의실을 나서기 시작한다. *>>270 1. 철학부 선배를 붙잡는다. 2. 혼자 조용히 나간다. 3. 민속학부 선배에게 말을 건다. 4. 그 외 자유
민속학부 선배한테도 말 걸어보자
철학부 선배는 민속학부 선배에게서인지, 아니면 나에게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도망치듯 황급히 발을 옮긴다. 문득 나는 발을 멈춘다. 옆에는 나와 함께 덩그러니 남겨진 민속학부 선배가 있다. 말이나 걸어볼까. 저기, 하고 가볍게 운을 띄우니 민속학부 선배는 고개를 잽싸게 젓는다. 파다닥 하고. 말 걸지 말라는 건가? 하지만 멋대로 사람한테 치근덕대면서 괴롭혀놓고 내가 말을 걸자마자 갑자기 이러는 건 아니지. 이러면 내가 꼭 질척대는 전 애인 같은 느낌이 되어버리잖아. 괜히 한 발짝 다가가며 그의 이름을 부르자, 민속학부 선배는 뒤로 주춤주춤 물러선다. 그러다가 등 뒤에 벽이 닿아서, 그대로 주저앉는다. 몰아세울 생각까진 없었는데. 뭐, 나름 좋은 기회다. 묘하게 무기력한 표정이고, 도망갈 것 같지도 않다. 느긋하게 대화를 나눠볼까. 나는 그의 손목을 붙잡는다. 그는 시선을 피하며 도서관 가야 해, 라고 말한다. 이제 와서 그런 변명이 통할 것 같아? 그런데 막상 말은 걸었는데, 뭐라고 말해야 할 지 모르겠네. 나는 잠시 고민한다. *>>272: 택1 1. 왜 이런 식의 이상한 행동을 하고 다니는 건가요? 정말로 사람을 죽인 적이 있나요? 중세형이상학부 선배에게 들었던 일들과 평소 행실에 대해 묻는다. 2. 저번에 정류장에서 깼을 때, 제 가방에서 본 적 없는 꾸러미가 있던데, 선배가 넣어두신 건가요? 잠든 동안의, 기억나지 않는 일에 대해 물어본다. 3. 태도가 부자연스러워졌는데, 저를 피하시는 건가요? 그 전에는 저한테 그렇게 치근덕대시더니. 지금 당장의 의문에 대해 묻는다. 4. 그 외 자유로운 질문
왜 이런 식의 이상한 행동을 하고 다니는 건가요?+3번 아무래도 사람 죽인 이야기를 꺼내기는 좀 조심스러우니까
궁금한 건 많았지만, 최우선적으로 물어봐야 할 건 이거였지. 왜 이렇게 이상한 짓거리를 하고 다니는 건지. 그에 대해 묻자 선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그저 나를 올려다본다. 춘록색의 눈동자가 형형히 빛난다. 꼭 봐 달라는 것처럼. 그러나 왜인지 마주치면 안 될 것 같아서, 시선을 피했다. 잠시 기다려주었지만 선배는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대답할 의사가 없다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까. 태도가 부자연스러워졌는데, 저를 피하시는 건가요. 나는 그 다음으로 궁금했던 것에 대해 물었다. 선배는 무언가 말하려는 것처럼 입을 열었다가 헉, 하고 다문다. 말하면 안 될 거라도 있나. 자꾸 입을 다물기만 하려고 하니 나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계속 추궁하자 선배는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는 힘겹게 말한다. 너를 거기에 데려가는 게 아니었어.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미안해, 부탁이야. 제발 걔한테 잘 말해주면 안될까, 용서받고 싶어.... 그렇게 애원하는 선배의 눈은 멍하다. 내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보고 있는 것처럼. 그런데 어디에 데려갔다는 거지? 도서관? 어디 이상한 데라도 갔던가. 솔직히 전혀 기억나는 게 없다. *>>274 1. 걔가 누군데요? 2. 어딜 데려갔는데요? 3. 그래서 왜 이상한 짓거리를 하고 다니는데요? 4. 그 외 자유
3. 솔직히 이게 제일 궁금하다.....
그래서 왜 이상한 짓거리를 하고 다니는데요.... 나는 어이가 없어져서 묻는다. 그러나 선배는 애원하던 걸 멈추고, 잠시 입을 다물더니 반대로 내 질문이 이해가 안 가는듯한 표정으로 뭐가 이상한 짓이냐며 되묻는다. 보아하니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조차 자각이 없는 모양이다. 이 인간한테 상식이란 걸 기대한 내가 잘못인 게 아닐까? 그가 여태까지 했던 것들을, 내가 아는 선에서 하나하나 짚어가며 말하자 그는 고개를 갸웃하며, 현실에서 했었던가? 라고 중얼거린다. 뭔가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건가. 그는 잠시 고민하다 어색하게 사과를 한다. 그러다 선배는 몸을 일으키더니 나를 내려다보며 묻는다. 녹색의 눈동자가 나를 향한다. 그치만 너 나 좋아하는 거 아냐? 용서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닌가? 그치만 지금 쯤이면 날 좋아할텐데.... 음.... 뭔데 이렇게 당당하지. 그는 한 손을 자기 입가에 가져다 대고 생각에 잠긴 듯 눈가를 살짝 구긴다. 뭔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어. *>>276: 단순 호감의 유무를 따지자면.... 1. 호감에 조금 더 가깝긴 하다. 2. 좋지도 싫지도 않다. 3. 비호감이다. 4. 그 외 자유 *>>277: 뭔가 더 묻자. 1. 저한테 뭔가 했나요? 2. 선배 제정신인가요? 3. 그 외 자유
선배가 말하는 걔는 대체 누굴까? 누구길래 주인공 곁에 붙어있는 거지? 선배는 타인이 자신에게 호감을 느끼게 만드는 능력이 있으니까 자신이 이상한 짓 한다는 자각이 없을지도... 앵커는 좋지도 싫지도 않다
선배는 대체 뭐하는 사람인지 물어본다
솔직히 좋지도 싫지도 않다. 좀 좋아질라치면 귀신같이 호감도를 까먹어서.... 그렇다고 아예 싫은 지경까지 가진 않은 게 용할 정도라고 해야 할까. 나는 한숨을 쉬며, 선배에게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배는 진심으로 의문인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다. 왜? 라니 그게 할 소리야? 당신 자기 행동에 자각이 없어? 나는 한숨을 푹 쉬며, 대체 당신 뭐 하는 사람이냐고 따져 물었다. 선배는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 뻔뻔한 얼굴로 자기소개를 늘어놓는다. 이름은 무엇이고, 현재 민속학부에 4학년으로 재학중이고, 꿈을 꾸는 걸 좋아하고 고양이를 좋아하고 책을 읽는 걸 좋아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에 질려서 손을 놓고 떠나려던 차에, 자신의 본심을 이야기하기 시작해서 나는 문득 돌아본다. 자신과 함께 행복한 꿈을 꿔 줄 평생의 친구를 찾고 있는데, 어쩐지 매번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며, 그는 조금 울먹인다. 그러다 겨우 너를 만나서, 포기하고 싶지 않은데 그 사람이 무섭다고도. 싫어하지 말아달라는 듯한 모습으로, 선배는 내 손을 잡으려는 듯 손을 내민다. 어느새 이야기의 주도권이 저 녀석에게로 가 있다. *>>279 1. 손을 쳐낸 뒤 반응을 본다. 2. 냅다 도망친다. 3. 당신 제정신 아니라고 윽박지른다. 4. 역으로 손을 붙잡은 뒤, 자길 어떻게 생각하냐고 떠 본다. 5. 그 외 자유
페이스에 휘말리면 위험하겠지? 손을 뒤로 빼고 자리를 피하자. 사실 선배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
저 손에 붙잡히면 안 된다. 나는 본능적으로 손을 뒤로 빼고, 몸을 슥 피했다. 그대로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려 하니 선배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중얼거린다. 이제 내가 싫어졌어? 내가 뭘 하면 좋아해줄래? 나, 나 이번에는 진짜로 잘 할 테니까.... 급하게 도망쳐서 뒷말은 거의 들리지 않았지만 대충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알 게 뭔가, 나 말고 다른 사람도 많지 않은가. 어떻게 생각해도 나여야만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음에 강의가 있었던가? 나는 핸드폰을 열어 우선 시간표를 확인한다. 다행히도 강의도 없고, 떠오르는 추가 일정도 없다. 그러니 오늘은 이제 여기에 더 있어야만 할 이유가 없고, 돌아가도 되겠지. 문득 화면 상단에 쌓인 아이콘이 신경쓰인다. 펼쳐보면 여러 알림이 와 있다. 그다지 의미 없는 알림은 대충 확인하고, 마지막 남은 알림이 어디 보자. *>>281: 알림의 주제 1. 동아리 등 취미 관련 2. 수업 등 학업 관련 3. 자취방 등 생활 관련 4. 자유기입 *>>282: 알림의 내용 1. 긍정적 2. 평범함 3. 귀찮음 4. 이상함 5. 자유기입
2번이 궁금하다
평범하다
천문학부 디스코드에서 향후 수업에 대한 내용을 떠들고 있었다. 별로 대단한 내용은 없었지만, 이런 당혹스러운 문제에 직면한 사람이 나 뿐만이 아니라는 건 상당히 안심이 된다. 쌓인 채팅을 읽어보니 개중에는 슬퍼하는 사람도 있고, 마냥 떨떠름하기만 한 사람도 있다. 나는 아마 떨떠름한 사람에 속하지 않을까. 솔직히 저번주 금요일에 딱 한 번 본 사람이고, 따로 친분 관계도 없으니까. 뭐 그럼 진짜로 오늘은 더 볼 일 없는 거겠지. 나는 느긋하게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하늘에는 서서히 노을이 깔리기 시작한다. 점차 거리가 주홍빛으로 물들고, 강의 수면에는 햇빛이 금빛으로 반짝인다. 역시 이렇게 노을을 받으니 예쁘긴 하다. 강 때문에 도시가 전반적으로 우중충하다는 사람이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다리 한켠에 서서 감상에 빠지고 있자니 문득 소리가 들려서 그 쪽을 돌아본다. *>>284: 제시된 최소값, 최대값 수치의 묶음들 중 하나를 골라 다이스(*0 이하의 값은 0으로 간주, 0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결과값이 높을수록 리턴도 크지만, 리스크도 큽니다.) 1. -10,50 2. -5,40 3. 0,30 4. 5,20
과감하게 가자 dice(-10,50) value : 49
오오오오오 다갓이시여
dice(1,100) value : 55
돌아본 그 곳에는 알 수 없는 하얀 안개가 서 있었다. 안개임에도 명백히 사람 형태를 한 그것은 내게로 다가오더니, 곧이어 내 입에 입을 맞추더니 혀를 물어뜯었다. 어쩐지 입 안에 알 수 없는, 기분나쁜 점액 같은 것이 느껴져서 무심코 구토해버렸다. 내가 본 것이 환상인 걸까? 아니다, 그건 아닐 것이다. 난간에 있던 장식이 부서져있었다. 아마 그 안개가 부쉈을거야. 그런 거지. 그렇지.... 하지만 현실감이 없다. 나는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앉는다. 무릎에 축축한 토사물의 감촉이 느껴진다. 머리는 깨질 듯이 아프고 귀에는 삐이이 하는 이명이 맴돈다. 나는 그대로 몸을 웅크리고 엎드린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도피는 그런 거였다. 왜냐하면 하늘이 미쳐가고 있었으니까. 누군가 태양에게 독을 먹였다. 그래서 하늘이 이렇게 붉게 달아오른걸거야. 아프면 열이 나는 법이지, 그렇잖아? 누군가, 누군지는 몰라. 누구일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누가 세상을 아프게 하고 있는 게 분명해. 태양은 자기가 아픈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아. 그러니까 눈을 감고, 시선을 피해야 해. 나는 그렇게 한동안 엎어져서 귀를 막고 있었다. 하늘의 비명을 들어선 안 되니까, 아파하는 모습을 봐선 안 되니까. 지나가던 행인이 나의 어깨를 흔들며 괜찮냐고 묻는 것 같지만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코의 뜨끈하고 축축한 감각에 감은 눈을 뜬다. 핏방울이 지면에 떨어져서 토사물과 섞이고 있다. 헉 하고 몸을 일으키면 하늘은 여전히 붉다. 하지만 알 수 있다. 태양은 아프지 않고, 하늘은 미치지 않았다. 정상이 아닌 건 나다. 왜 그런 허무맹랑한 생각을 했던 걸까. 왜 이러고 있는 거지. 어째서지. *>>289: 원하는 행동 선택(현재는 온전한 판단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1.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2. 최대한 빠르게 집으로 도망친다. 3. 난간의 부서진 장식을 살핀다. 4. 누구에게라도 좋으니 연락을 해 본다.(>>1의 연락처에서 원하는 대상을 선택) 5. 그 외 자유 **얼마간 광기 상태에 돌입합니다. 이제부터는 광기 상태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때까지 확률적으로(스레주가 다이스를 굴려, 기준점(현재 49) 이하의 값이 나올 경우) 광기의 발작이 일어납니다. 광기의 발작이 일어났다고 표시된 앵커에서는, 행동 선택지 중 가장 선택하고 싶지 않은 행동을 선택한 뒤 지정된 최소값, 최대값의 다이스 두 개를 함께 굴려주세요. 해당 행동을 제외한 행동들 중 첫 번째 다이스 값에 해당하는 행동이 실행되며, 두 번째 다이스 값에 해당하는 만큼 기준점이 변동됩니다.
많이 위험해 보이는데 괜한 선택을 한 걸까? 혼자 있으면 위험해 보이니까 누군가에게 연락하자. 이런 일은 중세형이상학부 선배가 잘 알겠지? 잘 알았으면 좋겠다 제발.
피곤해서 이 다음은 내일 진행될 예정입니다만 그 전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여러분들 스레주는 아직 큰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습니다 진짜에요 부디 안심해주시길 바랍니다 뭣보다 이 스레 일단은 일상물이고....
현재 기준점 49 dice(1,100) value : 84
마음을 다잡고, 침착하게 중세형이상학부 선배에게 연락했다. 줄줄 흐르는 코피를 손으로 틀어막은 채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기 강인데, 다리에서 갑자기 이상한 걸 보고 토해버렸어요. 뭔가 머리가 쿵 하고 맞는 느낌이었고.... 횡설수설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마음을 다잡는 게 그렇게 힘들다. 선배는 정확히 어떤 일인지, 어디인지, 그런 것들을 다시 설명해달라고 했다. 나는 다시금 말을 골라 대답했다. 어쩐지 선배와 이렇게 대화하고 있으면 진정되는 느낌이 든다. 선배는 아르바이트 때문에 지금 당장 가 줄 수는 없다고 했으나, 될 수 있다면 앞으로는 다른 다리로 돌아서 다니라고 했다. 이 강은 예로부터 영적인 오염이 존재해서 함부로 지날 수 없었는데, 그래도 지나다니긴 해야 하니 도시 계획 과정에서 다리의 난간에 그런 것을 방호하는 장식을 새겨서 정상적으로 지날 수 있게 했다는 모양이다. 하지만 난간의 장식이 부서진 이상, 그 다리는 쓸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 선배의 설명이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정도의 피해를 입는 건 역시 이상하다나. 단순히 유학생이기에 도시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어떠한 체질적인 문제가 아닐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거라고 말했다. ......뭐, 대충은 이해한 것 같다. 그러면 돌아가볼까.
집에 도착하자 현실감이 좀 돌아오는 것 같았다. 비록 옷은 더러워져있었지만 어쨌든 조금은 안심이 된다고 해야 할까. 옷을 벗어서 세탁기에 집어던져 넣은 뒤, 세탁기가 다 돌아갈 때까지 나는 뭔가 하기로 했다. 시간을 낭비하는 것만큼은 용납이 안 된다. 할 수 있는 건 여러 가지가 있긴 하겠지. 뭐라도 식사를 해서 필요한 영양분을 채울 수도 있겠고.... 그러고보니까 욕조가 있는데도 계속 샤워만 했어서, 욕조를 써 보고 싶기도 하다. 아니면 그냥 대충 드러누워서 뒹굴거릴 수도 있겠고. 아니면 다른 누구에게라도 연락해서 억울함을 토로해보거나 할 수도 있겠지. *>>294 현재 판단력이 온전한 상태, 원하는 선택지를 택해주세요. 1. 식사를 한다. 2. 씻는다. 3. 침대에서 뒹굴거린다. 4. 누구에게 연락한다.(중세형이상학부 선배 제외, >>1의 연락처에서.) 5. 그 외 자유
씻는다. 몸이 개운하면 기분이 나아질거야
현재 기준점 49 dice(1,100) value : 41
몸이 개운하면 기분이 나아지겠지. 나는 그나마 있던 속옷마저 벗어던지고 욕실에 들어갔다. 늘 생각하지만 건식 화장실은 익숙하지 않다. 샤워부스가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도 없으니 단순 샤워조차 욕조에 들어가서 커튼을 치고 해야 한다. 물을 틀면 샤워기에서 쏟아진 물이 머리를 적시고, 욕조 바닥에서부터 점차 차오르기 시작했다. 어라, 그러고보니까 욕조 마개를 왜 꽂아 뒀더라. 문득 발 밑을 내려다보자, 차오르는 물에 강의 풍경이 비치는 것 같았다. 어깨가 달싹였다. 무심코 엉덩방아를 찧었다. 어쩐지 코끝에서 소금기와 비린내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점액질의 물이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으려 한다. 게다가 뽀얀 수증기도 적이다. 이건 분명 내 정신을 흔들어놓기 위한 공작이야. 이대로 있다간 그것들의 공격에 목이 졸려 죽을 것이다. 어떻게든 대처해야 해. *>>297 현재 광기의 발작이 일어나 판단력이 온전치 못합니다. 다음 선택지 중 가장 선택하고 싶지 않은 것을 고르고, 제시된 값의 다이스 두 개를 굴려주세요. 다이스: (1,4) / (-10,2) 1. 아마 이건 뇌의 착각일거다. 그러니까 이마를 벽에 반복해서 찧으며 뇌에게 벌을 준다. 맞으면 정신을 차리겠지. 2. 목욕용품이나 자극적인 식료품 등 온갖 걸 있는대로 목욕물에 풀어넣는다. 이 목욕물로 위장한 괴물을 물리치려면 독을 풀어야지! 3. 잠시만, 목욕 중에 기어들어오다니 이건 나를 유혹하는 게 아닐까? 물에게 키스하며 성적인 접촉을 시도한다. 4. 어쨌든 도망이 최우선이다. 수건을 몸에 둘러 적당히 물기를 닦아낸 뒤 집 밖으로 나간다. 5. 이 괴물이 수도꼭지를 통해 왔다면, 그걸 부숴야 다시는 못 오겠지. 집 안에서 적당한 도구를 찾아내 수도꼭지를 부숴버린다. **참고사항: 광기의 발작은 작중 시간으로 하루에 최대 한 번만 일어납니다. 5일간 버티거나, 기준점이 20 이하가 되면 광기 상태에서 벗어납니다. 광기의 발작이 일어난 경우 기본적으로 비상식적인 행동을 저지르게 됩니다만, 어느 방면에서든지 수위는 준수합니다.
3 dice(1,4) value : 3
기준점 변동용 두 번째 다이스를 안 굴려주신고로 스레주가 굴리겠습니다 dice(-10,2) value : 2
어...? 이게 이러면 안 되는데
그래. 최선의 선택은 도주다. 나는 끈덕지게 들러붙는 물을 가까스로 떨쳐내고, 수건을 닥치는 대로 끄집어 내 어떻게든 물기를 닦아낸 뒤 신발도 신지 않은 채로 뛰쳐나갔다. 그렇게나 수건을 많이 썼는데도 여전히 젖어있는 머리카락을 어떻게든 하기 위해 복도에서 머리를 미친 듯이 흔들고 있던 중, 본 적 있는 붉은 머리가 보였다. 머리를 흔드는 것을 멈추고 그 쪽을 돌아보자 거기에 있는 건 옆집 사람이었다. 나는 문득 그에게 달려가 횡설수설 말했다. 지금 물 쓰시면 안 돼요. 물이 이상하게 질척거리고, 절 삼켜 죽이려고 했어요. 그는 내게 많이 취한 것 같다며, 진정하고 옷부터 챙겨 입으라고 말한다. 그 말에 나는 퍼뜩 정신을 차린다. 겨우 수건 한 장을 둘렀을 뿐인 맨몸에 찬 바람이 닿고 있었다. 순식간에 부끄러워져서, 나는 죄송합니다! 라고 외친 뒤 집으로 들어갔다. 다시금 욕실로 향하자 여전히 물이 틀어져 있어서, 욕조가 거의 넘칠 지경이었다. 물에는 아무 이상도 없었다. 이상한 바다 비린내도, 소금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물이 질척거리는 것도, 몸에 들러붙는 것도 그야 당연한 것이다. 액체니까 질척이고 몸에 묻는 것이다. 그렇다. 잘못된 건 결국 내 머리였다. 한순간의 기괴한 망상에 휘둘렸다는 사실이 비참해진 나는 수도꼭지를 잠근 뒤 손을 집어넣어 마개를 뽑고, 마저 샤워를 마친 뒤 옷을 입었다. 조금 뒤 머리를 말리고 있을 적, 문 밖에서 똑똑똑 하는 노크 소리가 들렸다. 말하는 걸로는 옆집 사람인 것 같다. *>>301 1. 나가본다. 2. 나가기 힘들 것 같다고 말한다. 3. 없는 척 한다. 4. 그 외 자유 **현재 광기의 발작이 일어나는 기준점은 51입니다.
나가고 싶은데 발작이라도 일어나면 위험하겠지 나가기 힘들 것 같다고 말한다
슬슬 필요할 것 같아 준비한 대략적인 인물 정리 주인공 씨 흔한 유학생. 그 대학의 천문학부 1학년. 외모에서 알 수 있듯 평범한 한국인. 수능용 영어에 익숙하기 때문에 일상회화는 조금 미묘하다. 유학 오기 전까지는 나름의 엘리트 코스를 밟았던 것 같다. 첼로를 켤 줄 안다. 공동주택 403호에 살고 있다. 생일은 10월 15일(탄생화 스위트 바질(좋은 희망)). 이쪽 계열에서 유명한 모 TRPG의 형식을 빌리자면 모국어(한국어) 60%, 외국어(영어) 35%, 그 기능 00% 정도(대략적) 민속학부 4학년 씨 뭔가 이상한 사람. 검은 머리카락과 맑은 녹색 눈이 특징. 책과 고양이와 꿈나라 여행을 좋아함. 오컬트 50%, 매혹 45%, 그 기능 37% 중세형이상학부 2학년 씨 잘 도와주는 사람. 아마도 동앗줄인 것 같다. 밤갈색 머리에 검은 눈. 아르바이트를 이것저것 하는 것 같다. 오컬트 20%, 그 기능 09% 경영학부 1학년 씨 알고보니 사이비인 사람. 곱슬거리는 검은 머리에 하늘색 눈. 피어스가 주렁주렁. 아마도 생선을 좋아한다. 오컬트 05%, 그 기능 12% 철학부 3학년 씨 기이한 눈을 가진 사람. 스트로베리 블론드 생머리를 내려묶었다. 눈은 보라색. 그림이 취미인 것 같다. 오컬트 30%, 그 기능 00% 문학부 2학년 씨 동향 사람. 흑갈색 단발을 살짝 올려묶었고, 새까만 눈동자와 다크서클이 특징. 금테 안경에 금색 안경줄. 한국에서는 작가를 했었다. 예술(문학) 75%, 그 기능 03%
혹시 또 같은 일이 일어나면 곤란하겠지. 나는 지금은 나가기 힘들 것 같다고 외쳤다. 그는 하긴 생각해보니 많이 취하신 것 같다고, 지금은 푹 쉬고 다음 번에 보면 이야기해달라고 말한 뒤 사라졌다. 이웃간의 정이란 게 이런 걸까. 아니면 그냥 내게 정보를 얻으려는 걸수도 있겠지. 여긴 미쳐돌아가는 동네니까. 어쨌든지간에 좋은 사람인 것 같긴 하다. 이웃과 친해져서 나쁠 건 없겠지. 자, 그럼 이제 슬슬 잠들어버릴까. 시간은 거의 열 시가 다 되었다. 바깥도 어느새 완전히 어두워졌다. 솔직히 뭔가 먹고 싶긴 했지만 무언가를 씹어 삼키는 데도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한 법이다. 지금은 우선 그나마 있는 체력을 보존하는 것이 좋겠지. 나는 침대에 누웠다. 원래 자던 시간보다 일찍 자려고 하니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았지만, 의외로 눈꺼풀이 쉽게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오늘은 이래저래 일이 많았으니, 어쩌면 악몽을 꿀지도 모르겠다. *>>304 1. 꿈을 꾼다 2. 꿈을 꾸지 않는다 *>>305 304가 1을 선택할 경우 적당한 키워드 하나를 자유롭게 기입 304가 2를 선택할 경우 아래에 제시된 최소값, 최대값 중 한 묶음을 골라 다이스 1. 12,16 2. 6,24 3. 2,32 **뭘 선택하든, 어떤 다이스 값이 나오든 안전합니다.
꿈을 꾼다
섬
파란색과 하얀색의 스트라이프 무늬가 있는 파라솔 밑에서 눈을 떴다. 등에는 돗자리 같은 감촉이 느껴졌고, 주위를 둘러보면 카페라떼같은 색의 모래가 한가득에, 등 뒤에는 숲 같은 것이 있었다. 철썩이는 파도 소리가 들렸기에, 나는 몸을 일으켰다. 어딘가의 해수욕장 같은 곳인걸까. 그렇다기엔 이 곳은 너무나도 조용하다. 사람은 나 뿐이었고,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 외에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나마 있는 게 있다면 해변가 한 켠에 묶여있는 우윳빛의 조각배였는데, 같이 있어야 할 노는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자 푸른 바다가 보였다. 아쉽게도 수영을 하기에 적합한 차림은 아니어서, 무턱대고 물에 뛰어들지는 못했다. 대신 이 근방을 산책하도록 할까. 나는 해변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조금 걷다 보니 강의 하구가 있었는데, 다행히도 깊이는 그리 깊지 않았기에 그냥 발을 적시기로 했다. 나는 신발을 벗고 발을 적시며 나아갔다. 그리고 그렇게 강을 지나, 젖은 발이 거의 말랐을 무렵 아까 전의 파라솔과 돗자리를 마주쳤다. 한 바퀴를 돌은 것이다. 여긴 아주 작은 섬인 모양이다. 조각배는 여전히 탈 수 없다. 이러면 갈 곳은 숲 뿐이겠지. 나는 하는 수 없이 숲으로 들어갔다. 숲길을 헤치며 걷다 보니 물이 콸콸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고보니 아까 전에 강이 있었다. 슬슬 목이 말랐던 나는 민물을 마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도착한 곳에는 깨끗한 주방 가구가 있었다. 물은 싱크대의 수도꼭지에서부터 쏟아져서, 끝내는 넘쳐흘러 강을 이루고 있었다. 나는 허겁지겁 물을 마셨다.
눈을 떴을 때는 아침이었다. 베게는 자면서 흘린 침이 말라붙어 하얀 자국이 남아있었다. 자면서 뭔가 꿈을 꾼 것 같은데, 잘 기억나진 않지만 몸이 가뿐한 걸 보면 나쁜 꿈은 아닌 것 같다. 오늘 수업은 점심을 먹고 나서부터니까 조금 느긋해도 되겠지. 그래도 이렇게나 개운하게 잠을 잔 김에, 적당히 뭔가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308 1. 식사를 한다 2. 자취방 청소를 한다 3. 다시 잔다 4. 그 외 자유
자취방 청소를 한다
현재 기준점 51 dice(1,100) value : 32 **본 다이스는 잠에서 깬 직후의 상황이나, 날짜가 바뀐 뒤 광기의 발작이 이미 일어난 뒤의 상황에서는 굴리지 않습니다. 한번 광기의 발작이 일어날 경우 날짜가 바뀌는 묘사가 있기 전까지는 안심해주셔도 좋습니다.
좋아, 방을 청소하자. 나는 몸을 일으켜 침대 밑에 발을 내딛었다. 방 한켠에는 작은 핸디 청소기가 있었다. 대단치는 않은 성능이었지만 혼자 사는 집에서는 충분히 쓸 만한 물건이다. 하지만 단점이 있다면 역시 크기일 것이다. 사이즈가 애매하니 구석진 곳에 청소기를 집어넣으려면 팔을 뻗어야 했다. 지금처럼. 먼지투성이인 구석에 청소기를 집어넣고 빨아들이면 처음 몇 초 정도는 정상작동했다. 그런데 콱 하고 무언가 막히는 소리가 나더니, 곧이어 구석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작은 것이 튀어나온다. 나는 혼비백산하여 청소기를 내던진다. 다행히도 그것은 내던져진 청소기에 맞아 죽어버린 것 같지만 어쩐지 이해가 안 돼서, 뭔 일이야,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고 있자니 등골이 오싹해졌다. 이상해. 저런 건 나오면 안 되는데. 이상해. 이번엔 누구 짓이지? 누가 날 감시하려는 게 뻔해. 누군가 범인이 있어. *>>311 광기의 발작으로 제정신이 아닌 상태, 가장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선택지를 고른 뒤 이하의 다이스 두 개를 같이 굴려주세요. 다이스: (1,5) / (-10,2) 1. 민속학부 4학년 선배의 짓이다. 이 인간 매번 날 괴롭혔어, 그런데 이번에도 이딴 짓을 하다니. 죽여버릴거야. 2. 중세형이상학부 2학년 선배의 짓이다. 그 사람이 정말로 선하기만 한 사람일 것 같아? 그럴 리가. 3. 철학부 3학년 선배의 짓이다. 과연 눈만 이상한 걸까? 머리도 이상할 지 몰라. 누구나 그런 걸 저지를 수 있어. 4. 문학부 2학년 선배의 짓이다. 글쟁이란 것들은 다 그렇지, 소설 소재 따위를 얻으려고 뭔가 저지르는 건 일도 아닐 거야. 5. 경영학부 1학년 녀석의 짓이다. 사이비 녀석이 나를 감시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분명 종교 권유를 위한 걸거야. 6. 402호 사람의 짓이다. 어제도 술에 취했다느니, 대수없다는듯이 굴었어. 이런 이상한 일이 익숙한 사람인거야. **말하자마자 바로 터져서 좀 놀랐습니다. 그래도 시작부터 한번 산치핀치 하고 갔으니까 날짜가 바뀌기 전까지는 안심하세요.
가장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선택지는 1번 dice(1,5) value : 2 dice(-10,2) value : -1
나는 다급하게 핸드폰을 꺼내들어 연락처를 뒤졌다. 분명 그 자식 짓이다. 그러니까 당장 따져 물어야 해. 철학부 선배, 아니 선배라고 부르기도 싫어. 내 집에까지 뭔가를 저질렀으니까.... 내던져진 청소기가 내는 소음과 통화 연결음이 방 안을 가득 메우고, 곧이어 여보세요?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핸드폰에 대고 따져 물었다.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언제 내 집에 왔다 간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짓을 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몇 차례 씩씩대며 화를 내다가, 문득 바닥에 떨어진 청소기 쪽에 시선이 간다. 그 곳에서 찌그러져 죽어있는 건 단순한 벌레다. 가정집이라면 때때로 있을 법한 평범한 벌레. 악마의 하수인이라던지, 괴물이라던지, 어쩌면 누군가가 몰래 숨겨둔 생체 드론이라던지 뭐 그런 게 아니라. 당황한 탓에 잠시 말이 멈추자, 선배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간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잘못했다고, 그렇지만 정말로 아무 것도 안 했다고. 이유도 모른 채 그저 사과하는 모습에 덜컥 정신이 들었다. 또 뭔가 저질러버렸어. 이번엔 심지어 남을 의심하고 상처까지 줘 버렸다. 이러면 안 되는데. 나는 방치된 청소기를 집어들어 끈 뒤, 다시금 입을 열었다. *>>313: 어떻게 대답할까
미안하다고, 잠깐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선배에게 사과한다
죄송해요. 겨우 뱉은 그 목소리는 내가 듣기에도 지독할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변명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잠깐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괜한 의심을 해서 죄송합니다. 요즘 일이 많아서, 신경이 곤두서서.... 그래, 말해봐야 전부 변명이지. 하지만 그럼에도 사실이다. 최근의 일로 나는 무척이나 심신이 피폐해져 있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이미 있지도 않은 일로 심하게 화를 내 버렸다. 엎질러진 물은 결코 주워담을 수가 없다. 행주를 가져와 열심히 닦고 물을 치워도 그 곳에 물이 쏟아진 적이 있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선배는 잠자코 내 변명투성이 사과를 듣다가 말했다. 일단 알았어. 너도 뭔가 일이 많았던 거지? 여기는 원래 그렇게 속앓이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이해할 수 있어. 그렇지만, 저기. 혹시 불쾌하게 들린다면 미안하지만, 힘든 상태같으니까 상담을 받아보는 걸 추천할게. 나는 대충 긍정했다. 적당히 통화가 끊어졌다. 상담.... 그렇지, 나 지금 그런 게 필요한 상태구나. 그 전에 상담 관련 서류를 받아왔었으니까.... 나는 방치해뒀던 가방에서 두 장의 상담 서류를 꺼냈다. 하나는 외부와 연계해서 받는 일반적인 상담치료 프로그램에 대한 서류고, 다른 하나는 이번에 사망한 교수님에 관련된 사람들 한정으로 운영되는 특별 애도 상담 신청용 서류다. *>>315 1. 일반 상담 서류만 작성한다. 2. 연관자 한정 특별 애도 상담 서류만 작성한다. 3. 둘 다 작성한다. 4. 둘 다 작성하지 않는다.
둘 다 작성한다
어느 것이든지간에 일단 작성해두는 게 나을 것이다. 우선 애도 상담 쪽부터 써둘까. 이름과 학번 등을 적고, 필수로 표시된 몇몇 항목에 성실히 체크했다. 특별히 적어야 할 게 더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 서류를 쓰는 사람들은 대개 같은 이유였고, 그 깊이나 필요성만 다를 뿐이니까. 하지만 다른 하나는 다르다. 나는 일반 상담 신청서를 펼쳤다. 이건 주관식이다. 굳이 따지자면 개중에서도 논술형에 가깝고. 뭐라고 적어야 할까. 특히 사유가 제일 문제다. 그야 뭐 이유는 많지만, 너무 솔직하면 상담을 넘어서 정신병원에 입원당할 것 같기도 했다. 게다가 영어로 적어야 하고 말이지. 막막함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나는 핸드폰으로 번역 앱을 켠 뒤, 적당한 문장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317: 상담 신청 사유(대략적으로 적어도 됨)
환경이 갑자기 바뀐 상황에서 여러가지 일을 겪으니 많이 혼란스럽다 정도? 너무 솔직하면 진짜 잡혀갈거 같으니까 적당히 축소해서 적자 나중에 선배한테 괜찮게 적었는지 물어봐도 좋을듯
요즘 혼란스러운 일이 많아서 심적으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아냐, 이건 너무 대충이다. 여기로 온 뒤로 예기치 못한 여러가지 일을 겪었고, 결과적으로 적응해나가는 단계를 제대로 밟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좀 아닌가. 어쨌든 여기 오는 건 내가 선택한 건데,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 내가 너무 문제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유학을 통해 환경이 갑자기 바뀐 상황에서 여러 가지 일을 겪고 상당한 혼란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게 제일 나으려나. 나는 번역 결과로 나온 영어 문장을 다시 한번 검토한 뒤, 그걸 그대로 베껴적었다. 하아. 아무튼 이제 끝이지. 나는 서류를 적당히 가방 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학교에 갈 때까지는 별 일 없었다. 저번처럼 너무 일찍 가는 바람에 아무렇게나 시간을 때워야 하는 상황이 있지도 않았고, 장식이 부서져서 지나가선 안 되는 다리 또한 착실히 피했다. 다만 문제는 배가 고프다는 거다. 생각해보면 아침부터 청소도 하고 서류도 작성하느라 식사는 내던져버렸지. 나는 식당으로 향했다. 이번엔 어디에 앉을까? 식당에는 드문드문 혼자 앉을만한 빈 자리가 있고, 아는 얼굴도 종종 보인다. 개중에서 눈에 띄는 게 있다면 역시 동아리 사람들이려나. *>>319 1. 혼자 앉는다. 2. 지질학부 3학년 선배 옆에 앉는다. 3. 화학부 4학년 선배 옆에 앉는다. 4. 심리학부 1학년 씨 옆에 앉는다.
심리학부 1학년 씨 옆에 앉자
팔을 살짝 들고 머리를 고쳐묶는 중인 사람이 보였다. 역시 선배들보다는 동기랑 좀 더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 나는 심리학부 녀석의 곁으로 향했다. 안경 너머의 회색 눈이 나를 보더니,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나는 그 옆에 앉았다. 그의 그릇에는 한눈에 봐도 많은 양의 미트볼 스파게티가 담겨있었는데, 아무래도 스파게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이윽고 머리를 단정히 묶기를 끝낸 그는 가방에서 적절한 크기의 타바스코 소스 병을 꺼내더니 면에 전체적으로 둘렀다. 그러고는 크게 떠서 한 입에 넣고는 행복한 듯 미소지으며 음미했다. 그는 우물우물 면을 씹다가, 만족한 듯 웃으며 나를 돌아보았다. 그러고보니까 너 어제 한국인이랬던가? 매운 거 좋아하지? 빌려줄까? 아무래도 무심코 타바스코 병에 눈이 간 것이 들킨 모양이다. 굳이 따지자면 매운 맛은 >>321한 편이다. 다만 내가 눈이 간 이유는 호불호가 아니라, 순수하게 개인 타바스코 병을 들고 다니는 건 처음 봤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런 얘기는 좀 그러니까, 다른 이야기로 넘어갈까. 어제는 게임을 끝내고 같이 남은 카드를 정리하며 잡담을 했었지. 그때 나눴던 이야기의 주제를 떠올려볼까. 무슨 얘기를 했었지? *>>321 1. 좋아하는 2. 싫어하는 3. 좋지도 싫지도 않은 4. 익숙하긴 한 5. 그 외 자유 *>>322: 어제 나눈 이야기 주제를 자유롭게
좋아하는
수강하는 강의 및 동기들과의 관계
저번에 나눴던 얘기를 떠올렸다. 그러고보면 그 전 프로그래밍 교양 때도 나를 본 적이 있다고 했었지. 그때 나는 경영학부 녀석 옆에 앉아있었기에 정작 대화는 나누지 못했지만, 수업이 끝나고 돌아갈 때 슬쩍 얼굴을 봤던 것 같다던가. 한국인은 흔치 않으니 기억에 남았다는 모양이다. 그래서 조금 흥미가 있었는데, 마침 이렇게 동아리가 겹쳐 친해질 수 있어 좋았다고 했었지. 어제의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그러고보니 묻고 싶었던 게 있었다고 하고는 면을 한움큼 집어 우물거렸다. 꿀꺽 삼키고, 가방에서 꺼낸 티슈로 입을 닦더니 그는 내게 물었다. 대학생활 힘들지 않아? 외국에서 왔으면 이래저래 힘든 일도 많을텐데. 적응하기도 힘들거고. 나도 초등학생 때는 다른 나라에서 잠깐 살았는데, 그때 적응하는 게 좀 힘들었거든. 그래도 거기서 만난 친구 덕에 잘 버텨서, 너 같은 애들을 보면 이런 걸 묻게 되더라. 그는 나를 걱정해주는 것 같았다. 그래, 여기가 환경이 개판이 나긴 했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은 많다. *>>324 1. 힘들다고 말한다. 2. 그럭저럭이라고 말한다. 3. 힘들지 않다고 말한다. 4. 그 외 자유
힘든 점도 있지만 견딜만하다
힘든 점도 있지만 견딜 만은 했다. 오기 전의 나는 이방인으로서 겪을 수많은 문제를 생각했지만, 여기에는 생각보다 좋은 사람이 많았고 의외로 버티는 게 어렵지도 않았다. 그렇게 말하자 그는 다행이라며 웃는다. 힘든 점도 있지만 견딜 만하다고 느끼는 정도가 딱 좋은 것이 아니겠냐며. 그는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에서 무언가를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뭔가 고행을 즐기는 성자 같은 말이네. 그렇게 말했더니, 그는 딱히 종교를 믿지는 않는다고 가볍게 말했다. 오히려 자신은 Antitheist.... 음? 무슨 단어지. 고개를 갸웃했더니, 그는 초면에 이런 얘기를 하는 건 너무 그런가? 라며 잊어달라고 했다. 그다지 중요한 얘기는 아니고, 오히려 네가 종교를 믿는 사람이라면 불쾌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발언이었다며 사과했다. 사실 나는 종교에 대해 크게 관심은 없다. 믿는 사람도, 믿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뭐, 의미는 없겠지. 이 사람이 종교나 신이나, 아무튼 그런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가진 것 같긴 하지만 그렇다고 친구가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리라. 어쨌든 예의 바른 사람같고. 우리는 그렇게 그럭저럭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했다. 식사가 끝난 뒤에는 겸사겸사 개인 연락처도 주고받았다. 그럼 이제 강의를 가야겠지. 허리를 살짝 숙이며 몸을 일으키다가, 그만 열린 가방에서 다이어리가 빠져나와 떨어졌다. 생각난 김에 다이어리를 펼치자 첫 장에는 세 개의 목표가 적혀있었다. [목표] 1. 좋은 학점 받기 2. 도서관 책 많이 읽기 3. 좋은 친구 또는 연인 사귀기 나는 잠시 벤치에 앉아 목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어쩐지 밑으로 갈 수록 그다지 구체적이지 않은 형태가 되어 있다. 그러니까 좀 더 현실적으로, 눈 앞에 보이는 목표로 수정해볼까. 도서관 책은.... 한 주에 한 권 정도는 읽자. 한국에서였다면 두 권이나 세 권 정도로 했겠지만, 여긴 미국이고 전부 영어다. 그런데 좋은 친구나 연인의 기준은 아직 모르겠단말이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이것들을 본격적으로 이룰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고. *>>326: 좋은 친구/연인의 기준은?(자유롭게 서술) *>>327: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앞으로의 행동 방향성(자유롭게 서술)
나에게 득이 되고 나 자신이 발전하며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
Antitheist 반신론자라네. 1. 좋은 학점 받기 -> 수업시간에 열심히 듣고 필기하기, 매일 그날 배운 것 복습하고 자려고 노력하기 2. 도서관 책 많이 읽기 -> 의식적으로 도서관 자주 가기, 한 달에 한 권씩은 읽어보기. 3. 좋은 친구 또는 연인 사귀기 ->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주려해야 찾아오지 않을까? 조금 더 상냥한 사람이 되어보도록 노력하기.
원론적인 얘기로 넘어가보자. 좋은 사람이란 발전하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좋은 인연이란 건 대개 나에게 득이 되고, 나 자신이 발전하며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겠지. 흠, 나름 납득할 만한 기준이 세워졌다. 그럼 그걸 반영해서 다시 목표를 적어야겠어. 1. 좋은 학점 받기 -수업시간에 열심히 듣고 필기, 매일 그날 배운 것 복습하고 자려고 노력하기 2. 도서관 책 많이 읽기 -의식적으로 도서관에 들러서, 못해도 한 달에 한 권은 읽는 걸 목표로! 3. 좋은 친구 또는 연인 사귀기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고, 더 상냥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기 좋아, 이 정도면 정리 끝이군. 이제 정말로 수업에 가 볼까. 나는 다이어리를 가방에 집어넣고 수업으로 향했다.
그리고 도착한 강의실에는 익숙한 사람이 두 명 보였다. 하나는 저 앞에 앉아 펜을 돌리고 있는, 더티 블론드의 포니테일. 아까 전 같이 식사를 했던 심리학부 녀석이다. 생각해보니 어차피 같이 수업 듣는데 왜 헤어져서 따로 갔지? 낯을 가리는 타입인가.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저 곱슬거리는 흑발에 하늘색 눈. 귀에 잔뜩 걸린 피어스. 그렇다. ...경영학부 녀석이다. 그 전에 받았던 성수 병이 떠올랐다. 처분한 거 알면 엿되겠지? 일단 최대한 조용히 움직이는 편이 좋겠는데. *>>330: 선택지와 함께 다이스 1,100 1. 잽싸게 심리학부 녀석에게로 다가간다. 30 이하 대성공, 45 이하 성공 2. 조용히 혼자 앉는다. 60 이하 성공 3. 저번에 보니까 출석도 안 부르던데 걍 수업 째고 튄다. 다이스 면제
실패하면 경영학부 녀석에게 들키는 건가? 2번 조용히 혼자 앉는다 dice(1,100) value : 67
조용히 혼자 앉으려 했으나, 안타깝게도 의자를 끄는 소리가 너무 시끄러웠던 모양이다. 경영학부 녀석이 이 쪽을 돌아보았고, 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내 옆자리로 자리를 옮겼다. 녀석의 맑은 눈빛이 오늘따라 무섭다. 나는 최대한 시선을 피했으나, 녀석은 아무렇지 않게 나를 바라보며 웃는다. 그러고보니까 너 봉사활동 같은 건 관심 없어? 실은 얼마 전에 교회 어린애들이 넷플릭스에서, 그 뭐더라. 케이팝 아이돌 나오는 그 애니메이션 있는데. 아무튼 그걸 보고 왔다면서, 한국 음식을 해 먹고 싶다고 했거든. 그래서 떡볶이를 만들 예정인데, 배식하고 요리할 사람이 좀 부족하거든. 혹시 해볼 생각 있어? 녀석의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봉사활동.... 봉사활동? 갑자기? 하지만 너네 사이비 아냐...? *>>332 1. 적당한 이유(자유서술)를 대고 거절한다. 2. 승낙한다. 3. 일정을 묻는다. 4. 그 외 자유
요즘 신경쓸 일이 많기도 하고 뭣보다 공부에 집중하고 싶다면서 거절한다 갔다가 무슨 일 당할지 몰라
요즘 신경쓸 일도 많고, 뭣보다 공부에 집중하고 싶어서. 나는 머리를 굴려 변명을 짜냈다. 녀석은 그럼 어쩔 수 없다며 시원스레 넘어갔다. 앞으로도 최대한 이런 식으로 피하다 보면 멀어지겠지. 이윽고 강의가 시작된다. 이제 와서 말하는 거지만 솔직히 프로그래밍은 잘 모르겠다. 천문학 전공이란 게 별을 보기만 하는 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관련 프로그램을 다루는 걸 넘어서 프로그래밍 자체를 해야 할 줄은 몰랐다. 솔직히 암담하다. 하아. 무심코 한숨을 내뱉었다. 대강은 알아듣고 있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다 싶은 부분이 많단 말이지. 필수 교양만 아니었어도 안 들었을텐데. 나름 집중하긴 했지만 자꾸 의식이 저 편으로 날아간다. 집중이 안 되어서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있으니, 경영학부 녀석이 주머니에서 은박지에 싸인 껌 하나를 꺼내 슬쩍 건넨다. 졸리면 이걸 씹으라면서. *>>334 1. 받아서 씹는다. 2. 주머니에 넣는다. 3. 사양한다. 4. 그 외 자유
주머니에 넣는다 씹었다가 이상한 일 휘말릴까봐 불안함
일단 대충 고마운 척을 하고 받아서 주머니에 넣었다. 다음번엔 직접 입에 껌을 넣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강의에 집중했다. 이후에는 생각보다 별 일이 없었다. 어쩌면 정말 순수한 선의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이 들 무렵 강의가 끝났다. 모두가 강의실을 떠나고, 나도 느긋하게 몸을 일으킨다. 다음 강의까지는 시간이 있으니, 일단 학부 사무실에 들렀다 가자. 상담 프로그램 관련 서류를 제출하긴 해야 하니까. 그런데 누군가 따라오는 것 같군. 단순한 착각인가? 하지만 계속 동선이 겹치는 것 같은데. 기지개를 켜는 척 슬쩍 돌아보자 흑갈색 머리와 가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사람이 있었다. 본 적 있는 것 같기도 한데. 나는 아닌 척 다시 걷기 시작했다. *>>336 1. 역시 신경쓰인다. 뒤를 돌아본다. 2. 신경쓰지 말자. 빨리 사무실 가서 끝내고 오자. 3. 그 외 자유
>>248에 등장한 학과 사무실에서 만난 사람 같은데? 뒤를 돌아보자
다시금 뒤를 돌아보자 그 사람이 우뚝 멈춰섰다. 콧잔등과 뺨에는 주근깨가 있었고, 강아지 같은 눈 한가운데에는 헤이즐색의 눈동자가 자리잡고 있었다. 확실히 본 적 있는 얼굴이다. 눈이 마주치자 조금 익숙하지 않은 것처럼 시선을 피하다가, 뺨을 긁적이며 천문학부 사무실 가는 길이냐고 물어왔다. 그렇다고 했더니 그는 다행이라는 듯 웃으며 함께 가자고 말했다. 뭐 특별히 거절할 이유도 없으니 함께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학부 사무실에 도착할 무렵. 그가 문득 귀를 만지작거리더니 중얼거렸다. 아, 이어폰 잃어버렸다.... 듣자하니 강의실에 놓고 왔거나 오는 길에 뇌 빼고 있다가 아무데나 흘렸을거라며, 그는 허둥거리며 뛰어가기 시작했다. 이 사람 뭐지? *>>338 1. 같이 가서 찾는 걸 도와준다. 2. 어차피 문 앞인거 그냥 내 일이나 끝낸다. 3. 그 외 자유
같이 가서 찾는 걸 도와주자
역시 곤경에 처한 사람을 내버려두기는 좀 그렇지. 나는 허둥거리며 뛰어가는 그의 뒤를 쫒았다. 너무 급하게 뛰어가는 바람에 주머니에서 무언가가 빠져나와 떨어지는데도 눈치를 채지 못한다. 펜이군. 나는 그것을 주워 챙긴 뒤 그를 따라간다. 겨우 붙잡아 펜을 건네주며 같이 찾자고 말하자 얼굴에 화색이 돈다. 예전부터 조심성이 없어서 매번 잃어버리곤 한다며. 우리는 그렇게 그의 이어폰을 함께 찾기 시작했다. 얼마간 찾다 보니 그가 한 쪽에서 찾았다며 기쁜 듯한 목소리를 냈다. 네 덕에 찾을 수 있었다나. 그러고보니 우리 통성명도 안 했지, 싶어 뒤늦게 자신을 소개했더니 그 또한 자신을 소개한다. 천문학부의 3학년이라고 한다. 목적지가 같은 시점에서 어느 정도 눈치채긴 했다. 그래도 3학년일 줄은 몰랐는데. 아무튼 이제 다시 학부 사무실로 가볼까. 그런데 찾다 보니 시간이 꽤 흘렀는지 다음 수업까지의 시간을 감안하면 좀 간당간당한 느낌도 든다.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여유가 없어서 열심히 뛰어야 하는 정도. 그러다 문득 그가 묻는다. 혹시 서류 제출하는 정도면 그냥 내가 대신 내고 와 줄까? 괜한 일에 휘말리게 했고. 조교님이랑 잘 아는 사이라서, 아마 넘어가줄거야. *>>340 1. 서류를 부탁한다. 2. 부탁하지 않는다. 3. 그 외 자유
학과 사무실로 가서 직접 제출하자 열심히 뛰어가면 되겠지
내 신상정보가 들어있는 서류를 함부로 맡길 수는 없지. 나는 괜찮다고 말한 뒤 열심히 뛰기 시작했다. 하긴 이런 것도 혼자 못 하면 유학 생활 못 하니까. 나는 겨우 학부 사무실에 도착한다. 그 곳에는 저번에 보았던 조교님이 모니터를 보며 타자를 치다가, 이 쪽을 보고는 서류 제출하러 오신 거면 여기 옆에 놓고 가세요! 라고 말한다. 나는 꾸벅 인사를 한 뒤 서류를 내려놓고 다시 수업으로 향한다. 도착하니 간신히 늦지는 않았지만, 자리가 빽빽해서 그다지 앉을 곳이 없다. 다행히도 아는 얼굴이 하나 보이고, 그 옆에는 자리가 비어 있다. 중세형이상학부 선배다! 나는 선배의 옆자리로 가 앉는다. 선배, 어제는 고마웠어요. 감사를 표하자 별로 그럴 건 없다며, 오히려 덕분에 나도 조심해야 할 곳을 알았다고 했다. 배달 알바 할 때 거기로 가면 편했는데 아쉽다나. 그리고 강의는 시작된다. *>>342: 지금 듣고 있는 교양 수업의 내용이나 주제를 자유롭게(심리학, 천문학, 프로그래밍 제외)
세계 문학을 읽고 토론하기 인문학적 지식을 쌓는 교양
문학에 조예가 깊지는 않지만 이야기를 읽는 것 자체는 좋아한다. 부모님의 교육방침상 어릴 적부터 책을 접할 기회가 많았고, 그 덕에 책을 자주 읽어서 기초는 나름대로 탄탄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수업을 고른 것도, 나름 기초가 있으니 쉽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때문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다만 뭐랄까, 벌써부터 조별과제가 시작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교수님은 주제가 될 책들을 여럿 뽑아두고는, 그것을 각 조마다 하나씩 배분하여 토론을 하고 발표를 하게 할 거라고 했다. 무심코 탄식이 나올 뻔 했으나, 다행히도 옆에는 아군이 있었다. 중세형이상학부 선배는 이왕 옆에 앉은 거, 같이 조를 짜지 않겠냐고 했다. 성심성의껏 노력해보겠다나. 하긴 조별과제를 할 거라면 최소한 아는 사람이 한 명은 있는 편이 낫다. 어떤 병크가 터지더라도 아군이 한 명만 있다면, 나는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나와 선배를 포함해 몇 명이 모였고, 우리는 책을 고르기로 했다. *>>344: 어떤 책을 고를까 1. 루쉰, 《광인일기》 2. 알베르 카뮈, 《이방인》 3.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4. 윌리엄 셰익스피어, 《오셀로》 5. 프란츠 카프카, 《변신》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카뮈의 이방인을 고르기로 했다. 별 이유는 없었다. 광인일기는 너무 짧아서 토론할 만큼의 분량이 안 나왔고, 여기 있는 사람들 중 그걸 읽어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죄와 벌은 너무 길었기에, 이걸 모국어도 아닌 언어로 읽어야 하는 나를 배려한 다른 이들이 제외해주었다. 오셀로는 희곡이라는 점에서 조금 결이 다르다고 생각했기에 다들 그다지 집어가지 않았고. 그래서 적당한 길이의 변신을 하려 했는데.... 정작 고르려고 하니까 먼저 다른 조가 채갔다. 결과적으로 그 다음 후보였던 이방인이 선정되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책까지 고르고 나니 수업이 끝났다. 다음 수업이 있기 전까지 조금이라도 읽어두는 편이 좋으려나. 어쨌든 오늘은 수업도 없는 거, 슬슬 돌아가도 좋을 것 같다. 아니면.... 도서관을 가거나, 뭐 다른 걸 할 수도 있겠고. 이제 뭘 할까? 해야 할 게 있던가? *>>346: 다음에 할 일을 자유롭게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한 배운 내용 복습
음, 그럼 집에 가서 복습을 적당히 하는 게 낫겠네. 도서관을 갈까 싶기도 했지만, 지금 시간이면 사람도 꽤 있을 것 같고.... 아마 열람실 콘센트에 빈 자리가 없을 것 같지. 마침 프로그래밍 교양에서 간단한 코드를 짜 오라는 과제가 있었기도 하다. 집에 가서 과제를 하며 복습하자. 아, 그러고보니 요즘 바이브 코딩이 유행이랬던 것 같은데.... 그런 건 역시 도움이 안 되려나? 솔직히 요즘 AI가 너무 좋아서, 이런 코드를 짜는 과제에서 직접 짜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긴 하다. 뭐 날로 먹고 싶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이러면 유학까지 온 보람이 없다. 역시 직접 해야겠지. 도피성으로 대충 선택한 유학도 아니고, 직접 스스로 몇년 전부터 꾸준히 준비해서 여기까지 온 건데. 이왕 온 거 제대로 하는 게 무조건 낫다. ...별개로 아까 전에 다른 조원들이랑 소통이 가끔 막히는 부분이 있었지. 역시 유학생활을 하면서 이 정도 언어능력은 문제다. 슬슬 수능 영어에 절여진 뇌를 리셋하고 생활 영어를 배울 필요가 있겠다.
나는 집으로 향했다. 도착할 때가 되니 하늘은 붉게 물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4층에 도착하자, 마침 검은 셔츠에 붉은 머리를 가진 사람이 보였다. 그의 잿빛 눈과 눈이 마주쳐서, 나는 꾸벅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그러자 상대 또한 반갑게 인사하더니 내게 묻는다. 어제는 무슨 일이셨나요? 아직 나이도 별로 많지 않아 보이는데 술은 자제하는 게 좋아요, 저는 매번 취객을 보거든요. 얼마나 추한지 모르겠다니까. 묘하게 투덜거리는군. 늘 취객을 본다는 건 무슨 말이지? 의문이 들어 되물었더니, 직업이 바텐더라고 한다. 지금도 사실은 출근길이라나. 하긴 볼 때마다 검은 셔츠를 입고 있었지. 그래서였나.... 어쨌든, 저번에 씻다 말고 뛰쳐나온 건에 대해.... 해명을 해야 할까? *>>349 1. 사실대로 해명한다 2. 적당히 에둘러서 말한다 3. 해명하지 않는다 4. 그 외 자유
적당히 에둘러서 말한다
사실대로 해명하기에는 좀 그렇지. 물이 무슨 괴물처럼 느껴졌다는 건 내가 듣기에도 미친 소리고. 적당히 에둘러서 변명했다. 그는 대충 이해한 것 같았다. 그래도 뭐랄까, 나를 보는 시선이 묘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거겠지.... 그가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이제 와서 생각하는 거지만, 미친 사람이랑 취한 사람 중에서 고르자면 후자가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뭐, 아까 전의 그 측은한 눈빛을 생각하면 아마 나를 향수병에 빠져서 잠시 헛것을 본 사람 정도로 생각하게 된 것 같지만. 뭐, 잡생각은 관두자. 아무튼 겨우 집이다. 아침에 청소를 하려다가 내던진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다. 대충 치우고, 슬슬 진짜로 공부를 해 볼까. 지금 나에게 제일 부족한 건 영어 회화고, 근시일 내로 제출해야 하는 프로그래밍 과제가 있다. 그 외에도 뭐 해야 할 게 있었을지도 모르겠네. 일단 뭐부터 할까? *>>351: 당장 할 것 1. 영어 회화 공부 2. 프로그래밍 과제 3. 그 외 자유 *>>352: 351에서 제시된 주제를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예시: 영어 회화를 위해 듀오링고를 찾는다던가....)구체적으로 적기 힘들다면 대략적인 느낌 정도만 제시해도 좋음.
2번
책이나 인터넷을 참고해서 과제를 수행한다
일단은 과제가 중요하지. 일상회화에서 자꾸 말이 끊기고 로딩이 생기는 걸 해결하는 것도 중요한 것 중 하나지만, 어쨌든 말이 아예 안 통하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자연히 해결될 수도 있다. 하지만 과제는? 이건 내가 노력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다. 일단은 책이나 인터넷을 좀 참고해볼까.... 아무튼 그리하여, 일단 이것저것 찾아보고는 있는데 벌써부터 한숨이 턱턱 나온다. 나는 내가 이과 체질이라고 생각했는데 코딩이 안 맞는 걸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나는 영어도 애매하고 코딩도 못 하는데 왜 미국 대학을 와서 천문학과를 다니지...? 조금 현타가 와서 이마를 짚었다. 그래도 하긴 해야지. 그리고 우연히 본 낡은 블로그에서 괜찮은 설명을 찾아내는 데에 성공했다. 어, 확실히 이렇게 설명하니까 꽤 알 것 같기도. 그렇게 얼마 정도 노트북을 붙잡고 씨름하자 겨우 해낼 수 있었다. 과제 제출도 했고.... 흠, 근데 창 밖이 벌써 어두워졌네. 어쩌다 이런 시간이 됐지? 일단 영어 회화도 공부해야 하긴 하는데, 배도 고프고.... 그냥 밥 먹고 잘까? 아니면 좀 더 공부할까? *>>354: 이제 할 것(최대 2개까지 선택, 3. 잠의 경우 선택하든 선택하지 않든 날짜가 넘어가며, 날짜가 넘어갈 시 다시 광기의 발작을 판정하기 위한 다이스를 굴리게 됩니다.) 1. 저녁식사 2. 영어회화 공부 3. 잠 4. 그 외 자유
저녁식사랑 영어회화 공부
일단 저녁 식사부터 할까. 배고픈 건 못 참겠다. 한국인은 밥심이다. 밥통을 열어보니 밥에 살짝 황달이 와 있다. 역시 혼자 사니까 밥이 자꾸 남아서 쉽게 상한다. 한국 살 때는 네 명이 먹으니까 괜찮았는데 혼자서 살면 밥을 절반만 해도 이렇게 되는구나. 아직 못 먹을 상태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밥을 계속 먹기는 싫다. 어떻게든 대책을 구해봐야지. 적당히 배가 부를 만큼 밥을 먹고, 영어 회화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다만 역시 상대가 없는 게 좀 아쉽다. 전화영어라도 해볼까, 하다가 내가 지금 미국에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여기서 전화영어를 해봤자 돈만 들고 의미가 없잖아. 그냥 사람을 만나라고. 그나저나 공부를 하다 보니 시간이 늦어져서 벌써 자정이 넘었다. 슬슬 목도 탄다. 흠, 커피를 마시는 게 좋으려나, 물을 마시는 게 좋으려나. 그 전에 치킨을 시켜먹고 남은 콜라가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뭐 다른 것도 있을지 모르고. *>>356: 어떤 음료를 마실까?(자유작성, 다음 진행 레스부터는 광기의 발작 다이스가 굴러갑니다.)
콜라콜라콜라곧죽어도콜라
현재 기준점 50 dice(1,100) value : 68
아무래도 이럴 때는 탄산이 제일 적절하겠지. 커피만큼은 아니지만 약간은 카페인이 있고, 탄산은 톡톡 터지니까 잠이 깰 거야. 그리고 뭣보다 콜라는 맛있잖아? 맛있으니까 어쩔 수 없는 거라고. 다행히 냉장고에는 남은 콜라가 있었다. 김 빠진 것도 있었지만 그건 일단 패스하고. 나는 남아있는 콜라 캔을 따서 목구멍에 내용물을 쏟아 부었다. 이 청량하면서도 끈적한 단맛이 너무나도 좋단 말이지. 하아. 콜라 먹으니까 튀긴 거 먹고싶네. 아무튼 슬슬 다시 공부를 들어가볼까. 나는 다시금 책상에 앉았다. 지금은 역시 직접 회화를 연습할 상대가 없으니까.... 수능 영어에서 벗어나, 일상 회화에서 쓸 법한 평범한 문장을 즉각적으로 만들어내는 것부터 해 보는게 좋겠지. 이런 부분에서 시간이 걸리는 게 제일 큰 문제기도 하고. 그렇게 문장을 쓰고, 읽고, 또 이것저것을 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더 늦어져서 1시를 가뿐히 넘기고 있었다. 음. 그러고보니까 내일이 수요일 아니던가? 내일은 저녁에 바로 집으로 돌아와서 잘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 슬슬 잘까? 일단 내일 일정 확인해봐야지. 일정적으로 괜찮으면 공부를 더 할 수도 있겠지만.... 아니면 뭐.... *>>359: 내일 수업 일정 1. 오전 및 오후에 수업이 각각 존재함. 2. 오전에만 수업이 있음. 3. 오후에만 수업이 있음. 4. 비대면 수업이 존재함. 5. 그 외 자유 *>>360: 지금 할 것 1. 슬슬 잔다. 2. 공부를 더 한다. 3. 그 외 자유
3. 오후수업만 있음
이제 그만 자자
현재 기준점 50 dice(1,100) value : 2
내일은 오후 수업 뿐이다. 그러니까 조금 더 공부를 할 수도 있겠지만.... 역시 슬슬 자자. 적어도 아침에 일어나는 생활을 해야지. 부모님이 보고 계시지 않는다고 나태해지는 건 좋지 못한 습관이야. 오히려 부모님이 옆에 없으니까 더더욱 조심해야지. 옆에서 바로 신경써줄 사람이 있으면 조금은 풀어져도 괜찮겠지만, 지금은 나 혼자 해 나가야 한다고. 나는 책상을 대강 정리한다. 문득 창 밖에서 톡톡 빗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어쩐지 거슬렸지만 잠들면 나아질 거라 생각해서, 불을 끄고 침대로 향했다. ......그런데 어째선지 잠이 오지 않는다. 이불은 푹신하고, 침대는 편안한데, 무엇이 문제인지 미칠듯이 신경이 예민해졌다. 눈을 감고, 이를 악물지만 무엇도 해답이 되지 않는다. 문득 어둠 저편에서 무언가가 보이는 것 같았다. 더 이상은 그것이 나를 침범하는 걸 용납할 수 없다. 나는 그것을 몰아내기 위해 불을 다시 켜고, 바깥에서 들리는 빗소리를 차단하기 위해 커튼을 쳤다. 오감에게 공격받는 느낌이라서, 이젠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졌다. *>>363: 광기의 발작이 일어나 판단력이 흐려졌습니다. 선택지 중 마음에 안 드는 것을 한 가지 선택해 제외하고 이하의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다이스: (1,3) / (-10,2) 1. 제정신이 들 때까지 깬 채로 버틴다. 2. 피가 날 때까지 손톱을 물어뜯는다. 3. 가족에게 전화해서 하소연한다. 4.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 생각을 흐린다.
1번 제외하고 싶네. dice(1,3) value : 1 dice(-10,2) value : -8
나는 불안감에 무심코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이가 부딪히며 따각따각 소리를 냈고, 손 끝이 침범벅이 되었다. 더는 물어뜯을 것도 없을 만큼 뜯어내도 진정되지 않아서, 다음에는 침에 불어난 손거스러미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혀 끝에 비릿한 맛이 닿았다. 정신차리니 손가락마다 피가 방울지고 있었다. 손톱이 멀쩡한 곳이 없었다. 어느 곳은 아예 여린 살갗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해버린거지? 내가 또 잠깐 미쳤었던 모양이다. 나는 급하게 옷에 손 끝을 문질러 닦다가, 이래봐야 옷을 더럽힐 뿐이란 걸 깨달았다. 어쩔 수 없이 화장실로 향했다. 세면대에서 손을 씻으며 본, 거울 속 내 모습은 많이 지친 것처럼 보였다. 다크서클이 장난이 아니네. 이젠 정말로 자야겠어.... 상황이 일단락된 뒤, 나는 다시금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이번엔 정말로 잘 수 있으면 좋겠다. *>>365: 오늘 오후에 들을 수업 내용 1. 프로그래밍 2. 심리학 교양 3. 그 외 자유 **일단 시작하자마자 한번 광기가 터졌으니 날짜가 바뀌는 묘사가 나오기 전까지는 안심해주세요. 다음 광기 판정은 42를 기준으로 진행됩니다.
아이고 주인공아 네가 고생이 많다... 심리학 교양
눈을 떴을 때는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일찍 일어난 건 아니지만, 마냥 나태한 것도 아닌 시간대라고 생각한다. 오늘 오후에는 심리학 교양 수업이 있고, 수업이 끝나면 동아리에 가야 한다. 저번에 시간 때우려고 가봤을 때도 분위기가 괜찮았던 것 같다. 오늘은 어떤 활동을 하려나. 나는 느지막이 몸을 일으켰다. 물어뜯었던 손 끝에는 붉거나 때로는 누런 딱지 같은 것이 앉아있었다. 보기 싫지만 어쩔 수 없지. 내가 자초한 일이다. 아무튼, 푹 자고 일어났더니 피로는 조금 풀린 것 같다. 오늘도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해봐야지. 그리고 하루의 시작은 든든한 아침식사다. *>>367: 아침식사는 어떻게? 1. 집에서 먹는다. 2. 근처 식당에서 먹는다. 3. 학식을 먹는다. 4. 그 외 자유
집에서 요리해먹을까
근처 식당은 대개 비싸고, 가격이 멀쩡하면 재료가 이상해서 논외. 학식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그럭저럭 맛있는 식사를 제공하긴 하지만 전형적인 미국 입맛이 기준이었지. 그런고로 좀 귀찮더라도 내가 해먹는 게 제일 나을 것이다. 냉장고에는 계란과 고추장, 김치 같은 것들이 있다. 이거면 뭐, 김치볶음밥이 제일 낫겠네. 밥도 마침 상하기 직전이고, 볶아버리면 어떻게든 된다. 이렇게 생활의 지혜가 쌓여가는거구나. 햄을 썰어 팬에 쏟아넣고, 잘게 썬 김치를 넣어 같이 볶다가 고추장을 한 스푼 넣는다. 그리고 밥을 볶다가 마요네즈도 반 큰술에서 한 큰술 정도를 집어넣으면 감칠맛이 돌지. 예전에 인터넷에서 본 뒤로 매번 써먹고 있는 꿀팁이다. 거기에 계란프라이도 서니 사이드 업으로 하나 해서, 가볍게 얹으면.... 약 2인분에 조금 못 미치는 김치볶음밥이 완성된다. ...남는 밥 처리한다고 너무 많이 해버렸다. 남은 건 냉장고에 넣어둬야지. 아무튼 이제 먹어볼까, 그렇게 생각하며 식사를 하려던 차에 핸드폰에서 알림이 떴다. 뭔가 연락이 왔네. *>>369: >>1의 연락처 중 1개 이상 선택(최대 3개까지)
가족 단톡방(어머니)
어머니로부터의 연락이다. 그러고보면 유학 온 뒤로 가족 단톡방은 잘 쓰질 않았지. 아마 저쪽에서 세 명만 있는 톡방을 따로 팠을거고.... 이번엔 무슨 내용이려나. 적힌 투는 거의 공지에 가까웠다. 이번 추석에는 셋이서 가기로 결정했으니 나는 신경쓰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러고보니까 앞으로 몇 주 정도만 지나면 추석이다. 하긴 납득은 간다. 나는 유학생이다. 애초에 타향에 있으니 그 분위기 안에서 자연스레 논외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도 조금 웃긴 건, 역시 동생 녀석의 처우일까. 나는 작년에 수능 앞두고 공부 때문에 추석에 차례도 못 갔는데 말이지. 솔직히 자조적인 농담으로 내놓은 자식이니 뭐니 했지만.... 역시 정말로 대학 갈 생각 없는 걸까, 걔. 부모님의 판단이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어차피 공부하랍시고 집에 둬봤자, 딱히 힘내서 공부를 할 타입도 아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371: 최대 2개까지 선택 가능 1. 새삼 물리적인 단절이 실감된다. 벌써 한국이 그리워. 가족이 보고 싶다. 2. 한인마트 델리코너에 간단한 전 같은게 있을 지도 모르니, 명절 기분이라도 내 볼까. 3. 동생 녀석, 그러고보니까 언제부터 공부를 관뒀더라. 걔도 많이 힘들었었지. 4. 그러고보면 삼촌네 집에서는 차례 같은 거 안 지내려나? 5. 그 외 자유
2+4
솔직히 명절 분위기를 막 즐기는 편은 아니다. 차례 지내는 거 귀찮고. 그래도 이 건은 나보다는 큰집이 더 잘 알겠지. 사실 제일 곤란한 건 저쪽일 것이다. 우리 집이야 뭐 돈 좀 대고 노동력을 바치는 수준에서 그치지만 거긴 장소제공까지 도맡고 있으니까. 아무튼, 솔직히 명절을 좋아하냐 싫어하냐를 따지자면 사실 명절 자체보다는 갈비찜이나 용돈을 좋아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막상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으로 명절이 스킵되니 왜인지 손해 보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이번 주말에 한인마트를 가면 델리 코너를 찾아보자. 전 같은 게 있을지도 모르니까, 가볍게 기분이라도 내 보는 거야. 어쩌면 외삼촌네 집에다가 자문을 구할 수도 있겠지. 어쨌든 그 쪽도 가족 구성원의 절반은 한국인이다. ...안 챙길지도 모르지만. 문득 숟가락이 멈췄다. 배가 완전히 찬 건 아니었지만, 슬슬 그만 먹어도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1인분을 약간 넘는 양의 남은 볶음밥을 락앤락에 쏟아넣고, 냉장고에 집어넣었다. 시간적으로는 아직 여유가 있다. 일찍 간다면 교내에서 다른 걸 하며 시간을 때울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집에서 다른 걸 하다가 가도 좋겠지. *>>373 1. 지금 나간다. 2. 느지막이 나간다. *>>374 373이 1을 선택했다면: 1. 도서관에서 시간을 때운다. 2. 적당히 교정을 산책한다. 3. 그러고보니까 헬스장 있다고 하지 않았나? 4. 그 외 자유 373이 2를 선택했다면: 1. 설거지를 끝내고 간다. 2. 방 청소를 가볍게 하고 간다. 3. 뒹굴거리며 시간을 때운다. 4. 그 외 자유
지금 나가자
그러고 보니까 헬스장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고보니까 헬스장이 있다고 했었지. 운동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찍 가서 한번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다음에 바로 수업이 있으니, 운동을 할 수 있다고 해도 땀이 날 때까지 하는 건 자제하는 게 좋으려나. 학교로 향하자 여러 가지 것들이 보인다. 그래도 오늘의 목적은 헬스장이니까, 헬스장 쪽으로 가 볼까. 며칠 왔다갔다 하다 보니 슬슬 학교 부지에도 익숙해진 것 같다. 헬스장은 건물의 2층에 있었다. 대충 봐도 시설이 꽤나 괜찮아 보였다. 운동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다만 사람이 좀 있다. 빈 기구가 없는 건 아니고, 지금은 예약 없이 개방되는 시간이니까 쓸 수는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하는 게 좋으려나. 역시 운동을 조금 할까? 아니면 이 건물을 둘러볼까? 그러고보니 1층에는 카페테리아가 있던 것 같다. *>>376: 뭘 하지? 1. 운동을 한다. 어떤 운동을 할 지도 함께 서술. 2. 건물을 돌아본다. 1~3층 내에서 선택. 3. 건물을 나간다. 4. 그 외 자유
1 런닝머신
마침 런닝머신 자리가 남아있다. 조금만 뛰고 가야겠어. 운동을 하면 공부에 좀 더 집중이 잘 될지도 모르고. 신발을 적절히 갈아신고, 런닝머신 위로 올라갔다. 어디 보자, 이걸 누르면 되나? 아무 생각 없이 버튼을 누르자 몸이 기울어지며 넘어질 뻔 했다. 겨우 중심을 잡았지만 속도가 너무 빠르다. 급하게 버튼을 이것저것 눌러 겨우 적절한 속도를 찾는 데에는 성공했다. ...아무래도 그 전에 쓰고 간 사람의 설정이 남아 있던 모양이다. 이래서 다 같이 쓰는 건 귀찮다니까. *>>378: 주인공의 체력은? 1. 좋은 편 2. 평범한 편 3. 조금 운동 부족 4. 저질 체력 5. 그 외 자유
주인공에게 조금이라도 보정을 주고 싶으니까 좋은 편으로 갈게
런닝머신 위에서 얼마간 달렸다. 적당히 몸이 풀린 느낌이 들고, 정신이 깨는 느낌이 든다. 별로 지친 것 같진 않으니, 아무래도 체력이 죽지는 않은 것 같다. 운동 자체를 열심히 한 건 아니라서, 운동신경이 어떤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순수한 체력과 근력이라면 나름 자신이 있다. 중학생 시절부터 하드 케이스에 담긴 첼로를 등에 지고, 다른 가방까지 든 채로 학원을 다니던 나다. 첼로야 뭐 속이 비어 있으니 크기에 비해서는 가볍지만, 설령 직접 들고 다니지 않았더라도 솔직히 계속 같은 자세를 유지하며 악기를 연주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니까. 이 정도 체력이 붙는 건 당연한 것이다. 그래도 슬슬 수업에 가야 하니까, 운동은 여기에서 그만둘까. 나는 런닝머신을 껐다. 도착한 강의실은 언제나처럼 어수선한 분위기다. 친한 사람들끼리 잡담을 하는 경우도 있고, 혼자 조용히 있는 경우도 있지만, 총체적으로는 뭐 그런 느낌이다. 다들 수업이 시작되면 조용해지긴 하지만. 자, 그럼 어디에 앉아볼까. 그렇게 생각하던 중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380: 말을 건 사람 1. 철학부 2학년 선배 2. 민속학부 4학년 선배 3. 천문학부 3학년 선배
철학부 2학년 선배
철학부 선배였다. 선배는 언제나와 같은 보랏빛 눈동자로 이 쪽을 바라보며, 조금 수줍은 듯이 웃어보인다. 저번에도 그랬지만 이 사람 되게 소심한 것 같단 말이지. 이왕 이렇게 마주친 거, 이번에도 같이 앉기로 했다. 저번처럼 민속학부 선배가 갑자기 들러붙으면 곤란하고. 곧이어 강의실에 교수님이 들어오셨다. 강의가 시작되고, 그럭저럭 진도가 나가던 중 학생들의 흥미를 끌려는 것인지 교수님은 문득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교수님은 과거,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으려 했지만 실은 굉장히 오만한 사람이라, 무심코 타인에게 등급을 매기곤 했다는 모양이다. 그리고 높은 등급을 책정한 사람들에게만 다가가는 등, 솔직히 차별 대우라고밖에 할 수 없는 행동을 일삼았다나. 언뜻 자신의 차별적인 태도를 반성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교수님은 의외로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 식으로 계산해서 타인에게 접근하는 과정이 있었기에 자신이 심리학을 전공하고 교수가 될 수 있었다고. 솔직히 등급까지 매기진 않더라도, 마음 한켠에는 더 정이 가는 사람과 덜 정이 가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며, 다만 중요한 것은 '왜' 그런 감정이 드는지를 이해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솔직히, 나라고 해서 그런 게 없는 건 아니다. 문득 이 곳에서 만나게 된 여러 사람이 떠올랐다. *>>382: 호감이 가는 인물들(>>1의 연락처, 또는 >>302의 대략적인 인물 소개 참고, 해당 목록에 없는 인물들도 가능, 최소 1명 이상 몇 명이든 오케이) *>>383: 그다지 달갑지 않은 인물들(>>382레스에서 언급된 인물들과 중복 가능, 최소 0명, 최대는 마찬가지로 몇 명이든 오케이)
가족이랑 친척+중세형이상학부 2학년씨+문학부 2학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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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친척 같은 당연한 사람들을 제외하면 역시 중세형이상학부 선배랑 문학부 선배가 제일 호감이 간다. 중세형이상학부 선배는 매번 나를 도와줬고, 문학부 선배는 아무래도 동향 사람이니까. 다만 누가 싫었느냐, 같은 건 그다지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이게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증거라고 여겨지진 않는다. 운 좋게 유복해서, 누군가를 함부로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 정도로 안정된 환경에서 자라왔을 뿐이니까. 그래도 될 수 있다면 누군가를 미워하고 싶진 않다. 상처를 주고받는 건 그리 좋지 않으니까. 물론 사람들로 인해 화가 나고 억울했던 적도 많다. 하지만 한순간의 감정을 그 사람에 대한 인식으로 이어가고 싶진 않다. ...음. 역시 수업에 집중할까. 그런 마음을 갖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해 이해하는 게 중요하지. 그리고 그걸 위해서는 지금 진행중인 이 심리학 강의에 집중하는 게 좋겠어. 그렇게 얼마간 집중하고 있을 무렵, 문득 옆에 앉은 철학부 선배가 작은 쪽지 하나를 건넨다. 이따가 시간 되면 같이 식사할래? *>>385 1. 승낙한다. 2. 거절한다. 3. 그 외 자유
승낙한다
선배와의 식사는 대개 어느 상황에서나 좋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친목관계를 쌓을 수 있고, 많은 경우 밥을 얻어먹을 수 있다. 이건 뭐, 당연히 승낙해야겠지. 식사를 하고 나서 동아리에 가면 딱 시간이 맞지 않을까? 내가 승낙의 뜻을 표하자, 선배는 배시시 웃어보인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 정도 지나, 수업이 끝나고. 우리는 함께 식당으로 향했다. >>387을 주로 파는 식당인데, 식당 간판부터가 세련된 것이 상당한 고급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식당에 들어가 메뉴판을 보니 가격대가 있었다. 자기가 사는 거니까 뭐든 골라도 된다고 했다. 선배 또한 상당히 비싼 메뉴를 아무렇지 않게 턱턱 고른다. ...이 사람 돈 많은가? 어쨌든 누군가가 호의를 베풀어줄 때에는, 일단 고맙게 받는 것이 예의라 했다. 나는 메뉴판에 큼지막하게 쓰여있는 추천 메뉴를 고른 뒤, 주문을 받아 떠나는 점원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선배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갑작스럽게 같이 식사를 하자고 해서 놀랐지? 사실 그게, 너는 눈치 못 챈 것 같지만.... 아까 수업 중에 민속학부 선배가 계속 자꾸 흘낏흘낏 여길 보더라고. 그래서 부담스러워갖고, 선약이 있는 척 하려고.... 그래서 그런 거야. 그래도 너랑 한번쯤 같이 식사하고 싶었던 건 사실이니까.... 아 생각해보니까 그 인간도 같은 수업이었지? *>>387: 식당에서 파는 요리 *>>388: 선배에게 대답할 주제 1. 민속학부 선배에 대해서 2. 저번에 전화를 걸어 화를 냈던 건에 대해 3. 최근 근황에 대해 4. 그 외 자유
파스타
먼저 민속학부 선배 이야기를 듣자 선배한테 전화로 화낸 것도 사과해야겠지
그 사람 또 그러던가요? 나는 되물었다. 그 양반도 참 징하다. 어떻게 계속 이러냐고. 그래도 이상하게 미운 생각은 들지 않는다. 뭐 나중 가서는 어찌 될 지 모르지만. 선배 또한 한숨을 푹 쉬더니, 그래도 연락처는 아직까지 주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웃었다. 어? 잠시만, 나 그 사람한테 연락처 줘버렸는데 어떡하지.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식사가 나왔다. 파스타는 맛있었다. 매일 직접 반죽해 갓 뽑아낸 생면이라더니, 확실히 면이 다르긴 다르다. 좋은 계란과 고급 치즈가 섞여 만들어진 고소하고 크리미한 소스가 쫀득한 식감의 면에 착 달라붙어 휘감겨 있었다. 거기에다가 느끼해지려 하면 치고 올라오는 짭짤한 고기 조각과 바삭하게 씹히며 톡 쏘는듯한 매콤함을 더해주는 굵은 후추가 진국이었다. 정말 이만큼 맛있는 까르보나라를 먹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문득, 마주한 상대의 얼굴을 보고 며칠 전 일이 생각났다. 생각해보니 사과해야 했다. 나는 그 건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했다. 선배는 잠자코 내 말을 듣다가, 그 당시에 한번 사과했으면 된 일이니, 너무 그렇게 비굴하게 굴면 오히려 안 좋다고 딱 잘라 말한다. 전화할 때 목소리부터가 이상했으니 오히려 납득했다고, 정신 차리고 사과했으니까 더 이상 가책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렇구나, 그건 다행이다. 이 사람은 아량이 넓구나. 근데 이제 무슨 주제로 더 이야기를 하지.... 그릇에는 아직 파스타가 절반 정도 남아있다. *>>390: 이야기의 다음 주제를 자유롭게 서술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보자 특별한 일은 없는지도
슬슬 400레스에 가까워지고 있으니 사담을 좀 하겠습니다. 이제부터는 시간 흐름도 좀 빨라질 예정이고, 쭉쭉 전개해나가려고 합니다. 그러니 별로 중요한 건 아니지만 미리 말을 해 두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이 스레는 시간적 배경(현 시점은 일단 2025년 가을로 설정되어있습니다.)부터가 그렇듯이 어느 정도 원전에서 벗어난 독자적인 해석이나 편의주의적인 설정이 가미되어있습니다. 당장 테디베어부터가 오리지널 아이템이고.... 적당히 넘어가주세요. 또한 어느 정도 등장할 인물은 다 등장한 것 같으니 제대로 인간관계를 쌓아가는 이벤트가 이것저것 나올 것 같은데요, 누굴 공략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불쾌감을 느끼거나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는 소재가 핵심 요소로 포함되어있는 인물도 있으므로, 이제 와서 말하는 건 좀 늦은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지만 아무튼 주의 부탁드립니다. 예시를 들자면 혈연이 있는 상대라던가, 얀데레라던가, 범죄 직전의 윤리의식이나, 실은 사람이 아니라던가 하는 케이스가 있겠네요. 세부 묘사 관련해서는 솔직히 쓰다 보면 어찌 될 지 모르는 거니까 지금 와서 말씀드리는 건 힘들지만 어쨌든 수위는 15금을 초과하지 않도록 노력중입니다.
그러고보니까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그렇게 묻자 선배는 으음, 하며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빠지더니 곧 가볍게 웃으며 말한다. 최근에 알바를 해 볼까 생각하긴 했어. 라고. 알바라는 말에 나는 한 사람을 떠올린다. 중세형이상학부 선배는 이런저런 일을 많이 하는 것 같았지. 나는 문득 궁금해져서 선배에게 묻는다. 해 보고 싶은 일이 있는 거에요? 아니면 사고 싶은 게 있다던가? 그러자 선배는 고개를 젓는다. 사실 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할 뿐이지, 정확히 어떤 걸 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어서.... 솔직히, 여태까지 너무 부모님에게 의지해서만 살아온 느낌이고. 뭐 부모가 자식을 책임지고 양육하는 건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부모의 의무라면 자식의 의무는 독립하여 자신의 삶을 꾸리는 거니까. 요컨대 금전적 의존을 줄이고 싶다는 건가. 뭔가 알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지만 이전부터 약속을 한 것도 아니고, 깊은 사이도 아닌 나에게 비싼 식당에서 턱턱 밥을 사줄 수 있는 수준의 재력이 있는 사람이, 굳이 일을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뭐, 사람마다 생각은 다른 거니까.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나왔다. 동아리 활동이 예정된 시간까지 아직 조금 여유가 있으니, 좀 더 대화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393 1. 카페라도 들러서, 잠시 대화하다가 동아리방에 간다. 2. 지금 동아리방에 간다. 3. 그 외 자유
1. 카페라도 들러서, 잠시 대화하다가 동아리방에 간다.
비싼 밥을 얻어먹었으니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나는 선배에게 근처 카페에서 음료를 사겠다고 제안했다. 선배는 고맙다며 미소짓는다. 다만 선배 또한 이후에 할 일이 있다고 했기에, 우리는 테이크아웃한 음료를 각자 한 잔씩 손에 들고 걸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최근의 일들이나, 한국에서 있었던 일이나, 이런저런 일들을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걷다 보면 어느새 하늘이 조금씩 어두워진다. 선배는 문득 내게 묻는다. 그러고보니까 천문학부라고 했던가? 어쩌다가 전공을 그 쪽으로 선택한거야? 특별히 계기가 있어? 계기? 계기라. 나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예전부터 별을 좋아했다. 하지만 별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이 천문학부를 지망하지는 않는다. 좋아함만으로는 아무 것도 되지 않으니까. *>>395: 천문학부를 지망한 이유 1. 이렇게나 개척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은 이것 말고 없으니까. 될 수 있다면 직접 개척하는 쪽의 인간이 되고 싶었다. 2. 예전에 본 천문학자의 인터뷰가 굉장히 인상깊어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3. 고등학생 때까지 지구과학 성적이 좋았으니까, 아무래도 성적에 맞춰서 진로를 결정했던 것 같다. 4. 역시 별 이유가 없었던 것 같다. 단지 다른 것 중에서 이만큼 흥미를 가진 게 없었으니까, 그나마 제일 좋아하는 걸 택했던 게 아닐까. 5. 그 외 자유
1
사람은 미지를 두려워하고, 때로는 매료되며, 어쩌면 가끔은 어느 쪽이라고 할 수 없는 감정에 빠진다. 나는 어느 쪽이냐고 한다면, 아마 매료된 쪽일 것이다. 저 새까만 밤의 장막을 걷어내면 그 곳에는 운명이 있지 않을까, 그리고 될 수 있다면 그 운명을 직접 손에 쥐고 싶다. 개척하고 싶다, 다가가고 싶다, 그런 감정들이 소용돌이쳐서, 그래서 나는 이 곳에 와 있는 것이다. 나는 선배에게 이야기했다. 가능하다면 직접 닿아 보고 싶다고, 그 마음에 확신을 갖게 되었던 과거의 일을. 여름방학의 어느 날이었다. 시골의 할머니 할아버지 댁은 가로등도 적고, 밤 늦게까지 불을 켜 둘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 많아서, 밤이 되면 새까만 밤하늘에 별이 총총하게 떠 있었다. 뒷마당으로 슬쩍 돌아가면 시멘트로 적당히 만들어진 계단이 있었다. 계단을 오르면 녹색 방수 페인트로 마감된 옥상이 나오고, 한켠에 깔린 돗자리에는 고추가 널어져 있었다. 그날따라 잠이 오지 않아서, 몰래 슬쩍 올라가 별을 보고 있던 나는, 문득 그런 느낌을 받았다. 별무리 너머에서 누군가가 부르는 듯한, 강하게 이끌리는 느낌을. 어쩐지 조금만 더 다가가면 닿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한 발짝, 두 발짝, 그렇게 나아가다 보니 배에 난간이 닿고, 그대로 몸이 고꾸라졌던 기억이 난다. 여기까지 이야기했더니 선배가 당황하여 크게 눈을 떴다. 음, 솔직히 내가 봐도 이상한 짓을 하긴 했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나는 양 다리를 부러뜨려먹고야 말았던 것이다. 첼로를 하게 된 것도 사실 이래서였지. 좀 얌전하고, 실내에서 해야 하는 취미를 갖게 되면 헛짓거리 하다 다리몽둥이를 부숴먹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신 모양이다. 정작 첼로를 배우면서도 별에 대한 집착을 도저히 놓질 못해서, 중학교 졸업을 할 쯤이 되어서는 부모님도 두 손 두 발 다 드셨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의 그 느낌은 정말 뭐였을까 싶다. 왜 누군가가 부른다고 생각했을까. 그냥 별이 많이 보인다고 흥분한 것도 아니고, 이상할 정도로 확신에 차서 행동했었지. 어찌됐건 지금 생각할 문제는 아닌 것 같지만. 슬슬 각자 해야 할 일을 하러 갈 시간이다. 나는 떠나는 선배에게 손을 흔들며 보내고, 동아리 방으로 향했다. 도착한 동아리방에는 본 얼굴도, 못 본 얼굴도 있었다. *>>398: 동아리 규모 1. 크고 사람이 많다 2. 평범한 수준 3. 그리 사람이 많진 않다 *>>399: 봤던 얼굴들(최소 1명, 전원 선택도 가능, 누군지 잘 모르겠다면 >>230~235 참고) 1. 심리학부 1학년 2. 지질학부 3학년 3. 화학부 4학년
역시 주인공은 평범한 사람이 아닌거겠지? 크고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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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에는 꽤나 사람이 많았다. 하긴 보드게임은 기본적으로 여러 사람이 함께 즐기는 취미니까. 개중에서도 취향이 갈리고, 일정 같은 문제까지 고려하면 많은 사람을 모으는 게 중요하겠지. 회장 선배의 말에 따라, 나와 다른 신입 회원들은 적당히 자기소개를 했다. 곧이어 회장 선배가 중요한 사안이 있다며, 한 쪽의 화이트보드에 글을 적기 시작했다. 적당히 삼삼오오 모여 보드게임을 하는 게 동아리 활동의 기본이라고는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주제가 있다나. 저번부터 이야기가 나온 건이긴 하지만, 새로 입부한 녀석들이나 1학년들은 모를 것 같아서 다시 공지할게. 이번 학교 축제에서 자작 보드게임 출품을 해 보기로 했어. 관심 없는 사람은 같이 진행할 간이 보드게임 카페 운영 쪽으로 빠져도 되긴 해. 애초에 시기가 시기다보니 사실 신입들이 꼭 참여해야 하는 건 아니고.... 우리 사람 많으니까. 그래도 뭐, 할 수 있으면 하는 게 좋지. 대학에 왔으면 이런 것도 즐겨 봐야 하지 않겠어? 그리고 선배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다가 가볍게 던진다. 자작 보드게임, 성과가 좋으면 크라우드 펀딩이라도 받아서 실제 판매도 가능할거고.... 남는 주사위나, 공카드 같은 거 많으니까, 솔직히 목업을 만드는 정도라면 돈도 안 들거라 생각해. 아무튼, 신입들은 의견 정리됐으면 말해주고, 기존에 있던 녀석들도 마음 바뀐 거 있으면 말해줘. 그럼 공지는 이상. 그러고 씨익 웃으며, 회장 선배는 한 켠의 책장으로 가서 보드게임을 꺼내기 시작했다. 축제.... 인가. 어떻게 하는 게 좋으려나. 대략적인 분위기를 살펴보자, 다른 선배는 조금 엉성한 디자인의 카드와 주사위 등을 꺼내와서 테스트 플레이에 참여할 사람을 구하기 시작했고, 화학부 선배는 회장 선배와 같이 게임을 하려는 것 같았다. 저거 디자인은 귀여운데 꽤 참혹한 전쟁게임이었지. 저것도 재밌어보이는데. 아, 또 한켠에서는 신입들 위주로 여섯 명 정도가 모여 카드 게임을 꺼내고 있었다. 저건 일곱 명이 해야 재밌지. *>>401 1. 자작 보드게임 테스트 플레이에 참여한다. 2. 회장 선배, 화학부 선배와 함께 게임을 한다. 3. 신입들 쪽으로 가서 게임을 한다. 4. 그 외 자유 **혹시 선택에 있어 도움이 될까 하여: 2번 선택지는 루트(Root), 3번 선택지는 뱅! 입니다. 여담으로 >>230~235에서 하던 건 머핀타임.
신입들 쪽으로 가서 게임을 한다 뉴페이스들이 궁금하니까
자작 보드게임은 조금 꺼려진다. 제대로 완성되어서 팔리는 것도 가끔 허점이 보여서 플레이가 망쳐지곤 하는데, 미완성 게임의 테스트 플레이를 하는 건 거의 노동이지. 그렇다고 저 선배들 사이에 끼는 건.... 저번에 화학부 선배랑 게임할 때를 생각하면 잔뜩 농락당할 것 같으니까 제외. 뭐, 그러면 남은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신입들 쪽에 끼어야지. 쭈뼛거리며 그 쪽으로 다가가자, 마침 잘 됐다는 것처럼 그들은 나에게 함께 할 것을 제안한다. 나는 기쁘게 그것에 응한다. 그렇게 해서 한 테이블에 일곱 명이 둘러앉았다. 이렇게 다시 살펴보니 눈에 띄는 사람이 몇몇 있다. 아까 전에 자기소개를 할 때 엄청 떨었던 일본인과, 부리부리한 눈을 가진 인도인이다. 근데 솔직히 여기 있는 사람들의 국적 같은 게 중요할까? 지금 내 손에 들린 카드가 중요하지. 나는 조용히 카드를 확인했다. *>>403: 손에 들린 카드는? 1. 보안관이다. 2. 부관이다. 3. 무법자다. 4. 배신자다.
보안관이다
보안관?! 보안관이라고?! 이제부터 모든 무법자와 배신자를 쏴죽여야 하는 건가.... 어깨가 무겁구만. 나는 규칙에 따라, 내가 보안관임을 밝혔다. 이제 이 눈 앞에 있는 여섯명중에서 네명을 죽여야 하는 건데.... 아, 다행히도 쓸만한 캐릭터가 나왔다. 자넷 정도면 강한 편이지. 그럼 이제 게임 시작인가. 내 왼쪽에는 아까 전의 인도인이 잔뜩 집중한 얼굴로 게임에 임하고 있고, 오른쪽에는 금발의 젊은이가 생글생글 웃으며 게임을 주도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네가 게임을 주도하려고 해 봤자, 가장 턴이 늦게 돌아오는 건 너다. 지금은 결국엔 내 턴이니까. 자, 그럼 이제.... 흠, 패가 꽤 괜찮게 나왔는데. 고민을 너무 오래 하는 것도 그러니까, 적당히 빨리빨리 넘길까. *>>405 1. 공격적으로 가자. 기관총 있으니까 한번 갈겨둘까. 2. 패부터 받아오자. 잡화점 써서 뭐라도 받아가야지. 3. 나는 미친놈이다. 일단 다이너마이트부터 장착하자. 4. 방어적으로 가자. 강탈을 써서, 뭐라도 뺏어와야겠어.
2번
잡화점을 열기로 했다. 카드가 펼쳐지고.... 개중에서는 카빈이 제일 나아 보이는군. 사거리 4면 뭐 못 쏠 사람이 없지. 나는 카빈을 장착했다. 다른 사람들도 카드를 적당히 하나씩 챙겨갔다. 그렇게 적당히 게임이 진행되고, 두 바퀴가 돌아 내 세 번째 턴도 끝났다. 여차저차해서 현재는 아까 전의 일본인이 세 번째 턴을 맞이한 때다. 그는 안경을 고쳐쓰며 담담히 의문을 내놓는다. 금발 녀석이 아까부터 수상하게 구는데 저거 무법자 아니냐고 이니시를 걸고는 인디언을 쓴 뒤 옆에 있던 푸른 눈을 가진 녀석을 지목해 뱅을 썼다. 지목당한 녀석은 전 턴에 잔뜩 패를 써버린 대가로 손패가 말라 있었다. 빗나감도 맥주도 없었고, 끝내 장렬한 죽음을 맞이했다. 첫 번째 죽음이었고, 그는 무법자였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의 손에는 볼캐닉이 들려있었고, 그에게는 현상금으로 카드 세 장이 들어왔다. 아직 더 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지금 상태라면 이제 내 옆의 금발 녀석에게 한 발이 날아갈 것이다. 거리가 줄어들었을테니까. 확실히 수상하긴 했다. 결국 금발 녀석에게도 총알이 꽂혔다. 녀석은 맥주를 써서 겨우 살아남는 데에 성공했으나, 딸피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금발 녀석은 일본인 녀석에게 한 발을 쏴서 소극적으로 반격을 시도했으나 빗나가버렸다. 결국 별 소득 없이 턴을 끝낸 그는 나와 협상을 시도했다. 흠.... 어떡하지. *>>407 1. 자비를 주자. 주점을 써서 모두에게 체력을 1 채워준다. 2. 어림없다. 죽이자. 금발 녀석에게 뱅을 써서 죽여버린다. 3. 기관총을 갈기자. 광역기를 날린다. 4. 복수해주마. 일본인 녀석에게 뱅을 써서 죽여버린다.
여섯 중 넷을 죽여야하니까... 3! 선량한 사람에겐 미안하게 됐다
dice(1,8) value : 6 1: 배신자 승리 2~4: 무법자 승리 5이상: 보안관&부관 승리 *보정: >>405에 의해 최대값 +2
일단 기관총을 갈기기로 했다. 옆의 인도인은 빗나감 카드를 제출해 회피에 성공했고, 일본인은 술통 뒤에 숨었으나 피하지 못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에게는 맥주가 있어서, 결국 살아남았다. 목숨 한번 질기군. 그리고 금발 녀석은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그는 선량한 부관이었다. 그렇게 나는 카드를 다 털렸다. 하지만 이걸로 끝은 아닐 것이다. 아직 체력이 넉넉하니까. 그렇게 해서 내 턴이 끝나고, 다음 차례로 인도인의 턴이 왔다. 그는 은행을 내고 카드 세 장을 얻어온 뒤, 곧바로 다이너마이트와 야생마를 장착했다. 지옥의 폭탄 돌리기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 손에는 카드를 제거할 수단이 없었고, 저 놈은 야생마를 타고 도망치기까지 해버렸다. 이렇게 된 이상 누군가가 폭탄 제거반이 되어주길 기대해야겠지. 그리고 여차저차해서 한 바퀴가 더 돌았다. 지금 살아있는 건 부관 하나와 무법자 둘, 배신자 하나, 그리고 보안관인 나다. 내 차례까지 끝난 뒤 인도인의 차례가 왔다. 카드가 뒤집히고, 폭탄은 바로 옆 사람에게로 넘어갔다. 인도인은 씨익 웃으며 곱슬머리가 눈에 띄는 복학생에게 결투를 걸었다. 그리고 그 끝에 복학생이 죽게 되었다. 그는 즉흥적으로 오열하는 연기를 펼치며 죽음을 맞이했다. 명연기였다. 그렇게 나의 부관이 하나 스러졌다.... 그리고 또 이래저래 해서 일본인 녀석의 턴이 왔다. 그는 내게 강탈을 써서 주점을 뺏고, 그걸로 모두의 체력을 회복한 뒤 인디언을 써서 모두에게 1데미지씩을 넣었다. 이건 좀 아프군. 나도 거의 실피라서, 이제 폭탄이 내게 오면 정말로 위험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죽어가면서도 어느 정도 손패를 복구하는 데에 성공하고, 볼캐닉까지 장착했다.
운명의 카드가 뒤집혔다. 다행히도 나는 살아남았다. 이젠 정말로 모두를 죽일 수밖에 없다. 나는 손패에 있던 역마차를 써서 카드 두 장을 받아왔고, 손에 들어온 인디언과 뱅으로 일본인을 죽였다. 또 한 명의 무법자가 죽고 카드 세 장이 손에 들어왔다. 이제 보안관, 무법자, 배신자의 3명만이 남았다. 나는 마지막으로 야생마를 빼앗고, 개틀링을 난사한 뒤 있는 카드를 다 써서 남은 녀석들을 다 죽여버렸다. 테이블 위의 서부개척시대는 이렇게 시체 여섯 구와 시체 직전의 보안관으로 끝이 났다. 장렬한 싸움이었다. 게임이 끝나고, 역시 한국인이라서 그런지 게임을 잘 한다는 말을 들었다. 인식이 너무 치우친 것 같은데 그런 인종적 스테레오타입에 기반한 칭찬은 그다지 좋지 않.... 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솔직히 이번 판에서 대활약을 펼치긴 했으므로 틀린 말도 아니고 근데 이걸 진짜 뭐라고 해야 하지. 아무튼 즐거운 시간이었다. 사람도 다들 괜찮은 것 같고. 이러니저러니 해서 슬슬 시간도 늦어졌고, 돌아갈 시간이다. 문득 화이트보드 한켠에 적힌 주요 사항이 보였다. 수요일은 보드게임 중심, 목요일은 TRPG 및 글룸헤이븐 등 장기 캠페인 중심. 자작 보드게임 디자인에 참여할 사람은 밑의 연락처로 연락 바람.... 등등. 흠. *>>411: 내일도 올까? 1. 내일도 와야지. 2. 내일은 좀.... 3. 시간 남으면? 4. 그 외 자유 *>>412: 학교 축제 참여 1. 자작 보드게임 제작에 참여한다. 2. 간이 보드게임 카페 운영에 참여한다. 3. 부스 참여는 좀.... 4. 그 외 자유
시간 남으면?
돌아갈 시간이니 돌아가자
학교 축제 관련해서는 나중에 좀 더 생각해보자. 지금은 일단 돌아가야지. 지금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내일 시간이 남으면 또 와서 그때 분위기를 한번 더 보고 결정할 수도 있겠다. 그런고로 오늘은 이만 여기서 돌아가자. 나는 동아리방을 나왔다. 어느새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져있었다. 느긋하게 교정을 걸으며 빠져나가던 중에, 뒤쪽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뭐지? 사람 발소리같긴 한데. 자박자박 발걸음 소리가 계속해서 나를 향해 다가온다. 아는 사람일까? 아는 사람이라면 말을 걸겠지. 애초에 사람은 맞을까? 여기서 온갖 일을 다 겪다 보니 슬슬 이런 의심까지 든다. 이런 의심을 하게 되었다는 것부터가 비참하다. *>>414 1. 뒤를 돌아본다 2.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느긋하게 걷는다 3. 최대한 빠르게 달려서 도망친다 4. 그 자리에 멈춰선다 5. 그 외 자유
뒤를 돌아본다
뒤를 돌아보자 그 곳에 있는 것은 흔치 않은 은회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이었다. 나를 마주한 금빛 눈동자가 의문으로 물든다. 어라, 조교님이잖아. 나는 가볍게 인사한다. 그의 어깨는 축 처져있고, 오늘도 마찬가지로 지친 듯한 표정이다. 슬쩍 핸드폰으로 시간을 보니 이제 거의 열 시인데, 동아리 활동 같은 걸 하는 건 아닌 것 같고.... 조교님은 힘겹게 웃어보이며 내게 묻는다. 놀라게 해드렸나보네요, 죄송해요. 이제 돌아가시는 거에요? 나는 담담하게 대답한다. 네, 동아리가 있어서요. 이제 슬슬 돌아가려고요. 조교님의 눈빛에 잠시 부러운 듯한 기색이 돈다. 그는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손으로 가볍게 빗어 넘기다가, 문득 떠오른 듯 중얼거린다. 학생 이름이.... 나는 선수를 치듯 내 이름을 답한다. 그러자 조교님은 잠시 생각에 빠지다가, 서류 제출하신 거 아마 다음주 월요일쯤이면 연락 갈 거에요. 그렇게 말하곤 나를 제치듯 앞질러 나아갔다. ...방향을 보니 교문을 나서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렇지만.... 솔직히 나도 길을 잘 몰라서 확신은 안 서지만, 저 쪽엔 뭐가 없을 텐데? *>>416 1. 몰래 따라가본다 2. 따라가지 않는다 3. 그 외 자유 **건강이슈로 좀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몰래 따라갔다가 들키면 상태가 안 좋아보여서 그랬다고 둘러되자
몰래 따라가볼까. 들키면 뭐, 상태가 안 좋아보여서 그랬다고 대강 둘러대면 되겠지. 발소리를 죽이고 슬금슬금 따라가자, 조교님의 은빛 머리카락이 가로등 빛을 받아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조교님은 가만히 멈춰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애인...? 을 기다리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당근이라도 하는 건가...? 그렇게 잠시 숨을 죽이고 기다리다보니 주황색 후드티를 입은 한 사람이 조교님께 다가가서는 작은 상자를 건넨다. 조교님은 상자를 열어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기 쪽에서 무언가를 또 건네는 것 같았다. 뭔가 이것저것 이야기하는 것 같긴 한데.... *>>418 1. 귀를 기울인다 2. 시선을 집중한다 3. 좀 더 제대로 숨는다 4. 그 외 자유
좀 더 제대로 숨자 안 그러면 100% 들킬듯
조금 더 제대로 숨기로 했다. 몸을 슬쩍 움츠리고, 들키지 않도록 조심해서.... 아, 숨는 사이에 뭔가 이야기가 끝난 것 같다. 전혀 못 들었어. 주황색 후드티를 입은 사람은 느긋한 발걸음으로 근처의 벤치에 앉고, 조교님은 다시금 이 쪽을 향해 돌아온다. 그러나 나를 눈치채지는 못한 것 같다. 조교님은 그렇게, 내 근처를 지나쳐 연구동 쪽으로 향한다. 무슨 대화가 있었는지, 손에 든 저 작은 상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스쳐지나가는 조교님의 얼굴 표정은 밤의 어둠 속에서도 확실히 알 수 있을 만큼 우울하고, 또 알 수 없는 결의에 차 있었다. 그건 뭔가를 각오한 사람의 얼굴이었다. ...아, 이거 안 좋은 느낌인데. 만약 내 유학 생활이 소설이었다면, 분명 뭔가 근시일 내로 일이 터질 것 같은 표정이었다. 어떡하지. *>>420: 이제 어떻게 하지? 1. 어떡하긴 뭘 어떡해 집으로 돌아가야지 2. 조교님을 따라가서 붙잡는다 3. 주황색 후드티를 입은 사람에게로 다가간다 4. 그 외 자유
조교님을 몰래 따라가본다
좋아, 이럴 땐 몰래 따라가야지. 내 안의 솔리드 스네이크가 눈을 뜨는 느낌이 드는군. 나는 슬금슬금 그를 쫒아갔다. 그는 걷다가 상자를 내려놓고 기지개를 한번 쭉 펴더니 다시금 어깨를 늘어뜨리고 걷기 시작했다. 잠시 내려놓았을 때 살짝 봤는데, 시약 같은 게 들어있는 것 같았다. 뭔가 기묘한 푸른 빛이 비친 것 같았는데, 기분탓일까.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보통 천문학 쪽에서 시약 같은 걸 쓰던가? 대학원 레벨까지 가면 뭔가 다를 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한 그런 건 없던 것 같았는데. 어쨌든 나는 계속해서 조교님을 뒤쫒았다. 곧이어 연구동 문이 보인다. 시간을 슬쩍 확인하니, 이젠 상당히 늦어 있었다. 이 시간에도 불이 켜져 있다니 슬픈데. 조교님은 문손잡이에 손을 뻗는다. ...이 이상 쫒아갈 수 있으려나? 애초에 대학원생이나 인턴도 아닌데 쫒아들어가는건 좀 아닌가? 역시 안 되려나? *>>422: 이제 어떡하지? 1. 슬슬 돌아간다. 2. 마지막으로 조교님을 붙잡는다. 3. 그 외 자유
2번
그래. 이건 어쩔 수 없다. 조교님을 붙잡자. 붙잡을수밖에 없다. 나는 조교님에게로 달려갔다. 내 발소리를 들은 조교님은 흠칫 놀라며 이 쪽을 돌아보았다. 그 얼굴은 당혹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조교님은 들고 있던 작은 상자를 주섬주섬 숨기며, 내게 묻는다. 돌아갈 시간 아닌가요? 그렇죠, 돌아갈 시간이죠. 돌아갈 시간이긴 한데..... 아, 음. 어떤 명분을 내세워야 하지? 생각이 앞서서 대책도 없이 뛰어들어버렸다. 내가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조교님을 바라보자, 조교님은 시선을 슬쩍 피한다. 뭔가 켕기는 게 있는 건 맞는 것 같은데. *>>424: 뭐라고 대답하지? 1. 그거 뭐에요? 솔직하게 물어본다. 2. 대학원에 관심이 있어서...! 아무렇게나 말한다. 3. 많이 피곤하신 것 같아 보여서.... 걱정하는 투로 말한다. 4. 그 외 자유
3번으로 시작해서 1번으로 넘어가자
저, 많이 피곤하신 것 같아 보여서.... 일단 적당히 걱정하는 투를 내비쳤다. 솔직히 걱정될 만한 모습이긴 했다. 추레한 외모에 피곤이 쌓인 눈까지. 조교님은 신경쓸 거 없다고, 괜찮다고 손을 내저으며 헤실헤실 웃는다. 하지만 솔직히, 단순히 걱정의 말을 전하는 게 목적인 게 아니니까. 그런데, 그 상자는 뭔가요? 시약인가요? 나는 순수한 호기심으로 위장한 질문을 던졌다. 조교님은 표정이 차갑게 굳더니, 신경쓸 거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위험한 물건이라서, 함부로 알려주기 힘들다고. 하지만 명백히 이상했다. 뭔가 굉장히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다. 조교님은 이상할 정도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며, 그것에 대해 알려주길 꺼려했다. 하지만 어쩐지 알고 싶어. 저게 뭐지? 저 꺼림칙한, 기괴한 건 뭐지? *>>426: 둘 중 하나 선택 1. 이 꺼림칙함에 대해 더욱 더 파고든다. - 그것에 대해 알게 됩니다. 알고 나면 확정적으로 광기의 발작 상태에 돌입하게 된다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대신 >>283에서 언급한 리턴을 즉시 얻고, 다시 ???을 만날 수 있으며, >>288에서 시작된 광기 상태가 종료됩니다.(더 이상 광기의 발작 다이스를 굴리지 않습니다.) 2. 역시 꺼림칙하니까 무시하고 돌아간다.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앵커 언제나 미룰 수 있습니다 선택이 어려우면 미루는 것도 완전오케이
여기까지 온 이상 부딪히는 수밖에 이 꺼림칙함에 대해 더욱 더 파고든다
나의 이성이 굴복했다. 호기심은 패배를 모르는 존재다. 한 걸음, 단 한 걸음. 기어코 내딛은 그 한 걸음으로 상자 안을 볼 수 있었다. 상자 안에는 백색 뚜껑으로 밀봉된 작은 코니컬 튜브 몇 개. 절반은 기괴한 푸른색으로 발광하는, 끈적해보이는 액체가 들어있고, 남은 절반은 검붉은 액체다. 누군가가 머릿속에 쿡 하고 찔러넣듯이, 며칠 전에 마주한 한 영상이 뇌리에 꽂혔다. 잊고 싶었던, 그리고 잊었다고 생각한, 누군가의 죽음이 남은 서재의 모습. 짙은 갈색의 책장에 꽂힌 여러 서적들. 푸르고, 붉고, 때로는 옅은 갈색의 표지에, 가끔은 검다. 그리고 그 중에 단 한 권, 살갗과도 같은 색으로, 지독히 낡은 느낌이 있던 어떤 것이 있었다. 바닥에는 피에 절은 채 이리저리 내던져진 살덩어리와 푸른 액체. 사람이 맞이할 수 있을 법한 가장 잔혹한 말로. 어떤 참상이 있었을 지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기괴한 현장. 그리고, 콘크리트가 발려 둥글게 처리되어있던 방 모서리. 올라오자마자 곧장 삭제되었던 그 사진 속, 나의 의식은 포착하지 못했던, 그러나 시신경이 받아들이고 무의식 속에 감춰둔 것들. 고통이 대뇌를 관통하고, 시신경을 건너가, 나의 시야를 암전시킨다. 우주의 진리가 눈꺼풀 뒤에 있었는데, 어째서 몰랐을까. 나는 알았다. 나는 끝내 알아버리는 쪽을 선택했다.
뇌를 태우는 듯한 정보량에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이미 이상해졌을지도 모르겠어. 두정부의 밑에서, 머리의 한중간쯤에서 기묘한 감각이 느껴진다. 이상한 느낌이야. 하지만 지금이라면 모든 걸 알 수 있을 것 같아. 무심코 웃음이 나왔다. 코에서 열감이 느껴지고, 앎이 주는 쾌락에 뇌가 녹아내린다. 눈을 뜨면 보이는 건 기겁한 조교님의 얼굴. 그러나 나는 이제 그 뒤에 숨겨진 것마저 볼 수 있게 되었다. 죽은 이를 뒤쫒는 건 자제하는 게 좋아요. 무심코 말해버렸다. 하지만 틀린 것도 아니잖아. 당신, 교수님이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 지가 알고 싶은 거잖아요. 하지만 사냥개의 한 끼 식사가 되어버린 걸, 이제 와서 어찌 할 수 있을까.... 알고 싶어도, 모르는 게 좋을 내용일거야. 분명. 지금도 머리가 이렇게나 아프니까.... 아, 알아듣지 못하셨던걸까. 하지만 제정신을 차리기 힘든 상황에서, 남의 나라 말을 쓰라니 그것도 좀 심하지 않나. 어쨌든 이까짓 걸로 전지를 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겨우 볼 수 있게 되었을 뿐, 모든 걸 알기엔 나는 너무나도 그릇이 작으니까. 아. 혀 끝에서 비릿한 맛이 느껴진다. 이래서 코피가 싫어.
나는 그렇게 조교님 앞에서 장광설을 늘어놓다가, 훅 하고 정신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 눈에 비치는 건 낯선 풍경이었다. 뭔가 저지른 것 같았다. *>>430: 광기의 발작이 일어난 결과, 어딘가에 도착했습니다. 다음 중 가장 싫은 장소를 하나 골라 제외하고, 다음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다이스: (1,4) 1. 교정 한켠의 벤치 위 2. 근방 경찰서 의자 위 3. 병원 응급실 침대 위 4. 누군가의 집 침대 위 5. 랩실 한켠의 라꾸라꾸 침대 위 **일종의 심안 같은 것을 얻었습니다. 마주할 의지가 있다면 꿰뚫어볼 수 있게 됩니다. 무엇인지 알 수 있고, 마음 속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별도의 디메리트 없이, 20레스 단위로 한 번씩 사용 가능합니다.(1~20레스 사이에 한 번, 21~40레스 사이에 한 번.... 같은 느낌, 20레스에서 쓰고 22레스에서 바로 써도 됨) 쓰고 싶으면 앵커 레스에서, 무엇을 대상으로 쓰고 싶은지 말해주세요.
2번 경찰서를 제외할게 dice(1,4) value : 2
낯선 천장이다. 정확히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신이 한번 으깨졌다가 되돌아온 듯한 얼얼한 느낌이 남아서, 밤동안 뭔가 있었다는 것만을 겨우 알 수 있었다. 손목에는 링거 바늘이 꽂혀있고, 그걸 통해 무언가가 내 안에 들어오고 있다는 감각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병원비도 만만치 않은 나라에서 이런 큰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는데. 일단 누군가 신경을 써서 신고를 해 줬다는 거니 마음만은 감사하게 여기겠다. 세상엔 좋은 사람이 참 많아, 그치. 주춤거리며 몸을 일으키려 하자, 간호사가 달려와서 말한다. 깨어나신 건 좋지만, 아직 안정을 취하셔야 한다고 다급하게 외친다. 어쩌다 응급실에 실려온 건지 의문에 빠진 나에게, 간호사는 설명한다. 어젯밤 나는 원인 불명의, 외상을 동반하지 않은 실혈로 인해 쇼크가 와서 기절했고, 곁에 있던 누군가가 신고를 한 결과 이 곳에 실려왔다고 한다. 실제로 육체적으로는 멀쩡한 것 같았다. 코피가 났었고, 입 안에 약간 피의 비린 맛이 났었고. 거기까진 기억을 하는데 그 뒤로 뭔 일이 있었던 건데. 납득이 안 가는 설명이었다. 누가 칼침을 놓은 것도 아니고, 총알이 몸에 박힌 것도 아니고, 코피 또한 생각보다 금방 멎었는데, 그냥 피가 없어졌다.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일단 수혈을 해서 살긴 했지만, 명백히 비정상적인 상황이니 검사가 좀 더 있을 거고, 그게 아니더라도 일단 안정을 요하는 상태이니 잠시 입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아직은 입원실에 자리가 비지 않아 응급실에서 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그래도 내일이면 자리가 빌 것 같댄다. 응급실 병상을 차지하는 건 죄책감이 든단 말이지. 아무튼 관련해서 연락도 했고.... 이제 뭐 하지. 다시 잘까. *>>432: 다음에 일어난 일 1. 아무 일 없이 편안히 잠든다.(꿈을 꾸었는지, 꾸지 않았는지도 지정) 2. 연락이 왔다.(>>1의 연락처를 보고, 누구에게 연락이 왔는지도 지정) 3. 그 외 자유
2 민속학부 4학년!
핸드폰에서 벨소리가 울린다. 어떤 놈이 내 꿀같은 잠을 방해하나 싶어서 봤더만 민속학부 선배다. 병상에서 받는 첫 연락이 당신일 줄은 정말 꿈에도 예상치 못했는데 말이지. 전화를 받았다. 그는 밝은 목소리로, 얘기 잘 해준거야? 라고 묻는다. 뭔 소리야. 나 아무 것도 안 했는데.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그는 신나서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앞으로 같이 놀러 다닐 일은 별로 없겠지만, 그래도 용서받아서 기쁘다고. 걔는 너를 아주 많이 좋아하니까, 앞으로도 걔랑 자주 만나달라고. 걔가 누군데. 뭔데. 나보고 뭘 어쩌란 건데. 이 인간 자꾸 헛소리만 하는 것 같은데 손절해야 하나. 내가 한숨을 푹 쉬자, 그게 들렸는지 선배는 걔랑 네가 자주 만나는 건 날 위한 일이기도 하다면서, 계속 그 누군지도 모를 사람과 만날 걸 종용했다. *>>434 1. 전화를 끊는다. 2. 뭔가 묻는다.(질문내용은 자유롭게) 3. 계속 듣는다. 4. 그 외 자유
계속 들어보자
기가 차서 대답을 포기한 나는, 어디까지 할지 계속 들어나 보기로 했다. 그러나 정작 그는 시덥잖은 이야기만 계속하다가, 내가 최소한의 대꾸조차 하지 않은 것을 눈치챈 것인지 혹시 자기 말을 이해 못 했냐고 묻는다. 나는 대충 얼버무리려 했지만, 그는 역시 내 의도를 눈치챈 것인지 풀이 죽은 듯한 말투로 대답한다. 미안해. 진심으로 미안한 건지, 아니면 단순히 풀이 죽었을 뿐인지는 모르겠지만.... 에휴, 모르겠다. 제정신 아닌 사람한테 뭐라 말해봤자 의미가 없지. 선배는 다시 한번 사과한다. 너 지금 몸도 안 좋다고 했던 것 같은데, 갑자기 피곤하게 만든 것도 사과할게. 푹 쉬어. 그리고 전화가 끊긴다. 근데 몸 안 좋다고 얘기한 적은 없었는데, 어떻게 안 거지? 에이, 모르겠다. 나는 다시금 누웠다.
그리고 다음 날, 금요일이 되었다. 6인실에 병상 하나가 비었기에, 나는 그 쪽으로 옮기게 되었다. 오전은 다양한 검사로 시간을 보냈고, 금식 같은 문제도 있었기에 겨우 점심이 되어서야 첫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병원 밥은 미묘한 맛이 났다. 대단히 맛있지는 않고, 평균 정도는 하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이랄까. 일단 쌀밥이 특식 취급인 게 아쉽군. 그래도 치킨 수프는 제법 뜨끈하게 속을 채워줬고, 후식으로 무설탕 딸기잼 파이까지 나왔다. 내일은 쌀밥이 나온다고 했으니까 내일을 기대해야겠어. 이때, 누군가가 병실 문을 노크했다. 들어온 이는 내가 잘 아는 얼굴이었다. *>>437: 병문안 온 사람 1. 외삼촌네 가족 2. 문학부 2학년 선배 3. 천문학부 조교님 4. 그 외 자유
문학부 2학년씨!
어, 문학부 선배다. 나는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그는 내게로 다가와, 한 손에 들고 있던 주스 선물세트를 건네주었다. 국룰은 여기서도 적용되는 건가.... 이왕 와준 김에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나는 상자를 열어 주스를 골라 가져가고, 가져와 준 선배에게도 하나를 고르게 했다. 선배는 오렌지 주스 병을 열며 내게 묻는다. 몸 상태는 어때? 빈혈기가 좀 있긴 한데 괜찮아요. 아직 며칠 정도는 더 입원해있어야 할 것 같지만요. 가볍게 답하자, 선배는 다행이라며 웃지만 그래도 몸 조심하라며 걱정하는 기색을 내비친다. 적당히 넘기고 나니, 대화가 끊겨서 정적만이 남는다. 뭔가.... 대화 주제를 생각해야 하는데. 선배도 같은 생각을 한 것처럼, 갑자기 생각났다며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학교에서 쓰러졌다고 했었지? 어쩌다 그렇게 된 거야? 너무 무리한 거 아냐? 전후사정은 기억이 안 난다고 답하자, 선배는 그럴 수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라, 그러고보니까 누가 신고해준거지? *>>439: 신고해 준 사람 1. 천문학부 조교님 2. 중세형이상학부 2학년 선배 3. 지질학부 3학년 선배 4. 지나가던 사람 *>>440: 문학부 선배와 대화를 이어갈 주제를 자유롭게
천문학부 조교님
천문학부 조교님이 어떻게 되었는지+학교에 무슨 일은 없는지 물어본다
아. 선배, 그러고보니까 저희 과 조교님 아세요? 그, 얼굴에 점 있고.... 머리 하얀 분. 얼굴 여기저기, 점이 있던 부위를 가리키며 묻자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다. 아, 그 분. 흡연장에서 자주 마주쳐서 대강 아는 사이긴 해. 근데 그 선배는 왜? 아는 사이였구나. 나는 궁금한 것을 물었다. 그 분이 어떻게 되었는지, 학교에 무슨 일은 없는지. 어젯밤 쓰러지기 전에 조교님이랑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그때 본 얼굴이 굉장히 피로하고 안 좋아보였어서, 괜찮은지 걱정이 된다고. 문학부 선배는 곰곰이 생각하다 입을 연다. 아까 오기 전에 흡연장에서 줄담배 피우는 걸 보긴 했었어. 안색도 나빠보였고.... 근데 학교는 왜? 뭐 일 있을 것 같진 않던데. 과제 때문에 그래? 선배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오렌지 주스를 한 모금 마신다. *>>442 1. 조교님한테 연락해서 직접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 조교님 전화번호 아시려나? 물어보자. 2. 과제? 과제.... 생각해보니까 문학 토론 조별과제 있었는데 어떡하지. ...선배 혹시 나중에 밥 사드릴테니까 과제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3. 이야기 주제를 돌리자. 그러고보니까 선배는 뭐 하고 지내세요? 최근에 이상한 일 너무 많지 않아요? 4. 그 외 자유 **심안의 잔여 횟수가 리셋되었습니다.(1회, 관련사항은 >>1레스)
1번 다음에 2번으로
나는 우선 조교님의 연락처를 아는지 묻기로 했다. 직접 이야기 해야 할 건이 있다고 하자, 선배는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며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나는 그 전화번호를 핸드폰에 저장한다. 일단 전화번호를 알았으니까 이따가 연락을 해 볼까.... 문득 메모 위젯에 적힌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 문학 토론 조별과제.... 맞다. 나는 다급하게 선배에게 부탁한다. 저, 선배! 혹시 나중에 밥 사드릴테니까, 저 과제 좀 도와주실 수 있나요? 선배는 오렌지 주스를 입 안에 털어 넣고는 꿀꺽 삼키더니 묻는다. 나도 좀 바쁘긴 한데.... 무슨 과목이야? 보통 과제 제출 한번정도는 유도리 있게 봐주실텐데. 너 지금 몸도 안 좋잖아. 아, 실은.... 문학 토론인데, 조별과제라서요. 제가 안 하면 다른 분들한테 민폐잖아요? 토론하고 나서 발표도 해야 하는데.... 그러자 선배는 아, 그 수업. 이라고 담담하게 중얼거리더니, 나 작년에 했던 발표 자료 아직 남아있는데, 좀 보여줄까? 참고자료 정도는 될 거야. 무슨 책 하는데? 다른 조는 어때? 라고 가볍게 묻는다.
나는 저번 수업에서의 내용을 이야기한다. 우리 조는 이방인을 골랐고, 다른 조는 변신을, 그 전의 중국인 유학생이 다수였던 조는 광인일기를 골랐다는 둥.... 대략적인 이야기를 하자, 선배는 곰곰이 생각하다 답한다. 그 교수님은 지정하는 책이 대개 하나의 테마로 수렴하는 편인데, 이번 테마는 아마 다수의 일반과 소수의 특이성의 대립일거라고. 그걸 주의하면 어느 정도 풀리는 게 있을 거라고 한다. 가령 변신의 경우 다수에 속해 있던 사람이 한순간에 소수가 되고, 점차 가족 안에서 유리되는 모습을 그려내는 작품이고.... 이방인의 경우 주인공은 분명 잘못을 저지르긴 했으나 오히려 그 잘못보단 외적인 태도로 인해 비난받고, 그럼에도 거짓을 거부하는 결연한 신념을 보여주었기에 사형을 언도받는, 타인과의 마찰을 일으키는 특이한 면모를 숨기지 않는 인물이니까. 그러니까 아마 그런 테마를 속으로 생각하고 계셨던 게 아닐까. 이방인이 그런 내용이었구나. 스포일러를 당했다. 선배는 그렇게 얘기하고 잠시 고민하다가, 문득 떠오른 듯 덧붙인다. 아, 참고로 나 작년에 했던 건 파우스트였어. 괴테. 아마 테마는 절대적이고 초월적인 대상에 대한 매혹이었지 않았을까. 아무튼 나중에 도움 필요하면 연락해. 발표 자료 보내줄테니까. 그렇게 말하고, 선배는 돌아갔다. 한켠에는 내 짐들이 있었다. 삼촌네 가족이 갖다준 물건이다. 안에는 노트북과 읽어야 할 책, 세면도구 등의 필요한 것들이 있었다. *>>445: 이제 해야 할 것 1. 시간 난 김에 과제용으로 이방인을 읽는다. 2. 노트북을 켠다.(뭘 할지도) 3. 바람을 쐬러 병원 옥상의 정원에 가본다. 4. 조교님에게 전화를 해본다. 5. 그 외 자유
왠지 3번 하고 싶어진다
안정을 취하라고 했지만, 그렇다고 누워만 있을 수는 없다. 옥상에 정원이 있다고 하니 이참에 바람이나 쐬러 가볼까. 정신적인 피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로 나섰다. 절반 정도 차 있었던 엘리베이터는 한 층을 올라갈 때마다 몇 명씩 사람이 빠지고 빈 자리에 누군가가 들어오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결국 옥상에 도착할 때는 나만이 남아 있었다. 하늘은 맑았다. 정원은 잘 꾸며져 있었고, 나와 같은 환자복을 입은 사람이나, 한 켠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간병인 등이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단발에 조금 못 미치는 길이의 애쉬블루색 머리를 가진 사람이 있었다. 뿌리 쪽에서 본연의 금빛이 드러나는 특유의 머리색, 살짝 드러난 이마, 그리고 놀란 것처럼 크게 뜬 채 이 쪽을 응시하는 청록색의 눈동자. 저번에 동아리방에서 봤던 지질학부 3학년 선배였다. 누군가의 면회를 온 건가. 선배는 이 쪽을 빤히 보다가, 손을 살짝 흔든다. 나는 마주 손을 흔든 뒤, 그에게 다가간다.
환자복을 입고 있는 날 보고 의문을 느낀 건지, 선배는 어쩌다가 입원한 거냐고 묻는다. 어쩌다보니 학교에서 쓰러졌다고 답하자 너도 몸이 안 좋은가보네, 라며 딱하다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 유학까지 와서 고생이 많네. 내 어깨를 두드리는 손길이 따뜻했다. 그 전에는 마냥 쾌활하고 장난스러운 사람처럼 보였는데, 지금은 어쩐지 어른스러운 느낌이 드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조금은, 슬픈 것처럼도 보였다. 이윽고 선배는 밝게 웃으며, 다시금 장난스레 말한다. 이런 힘 빠지는 얘기는 그만하고, 재밌는 얘기 하자. 혹시 사귀는 사람이나 좀 관심 가는 사람 있어? 우리 동아리 사람이면 슬쩍 자리 만들어 줄 수도 있는데. 나중에 방 탈출 카페 갈거거든. 그때 부장 선배한테 슬쩍 얘기해서.... 선배는 들떠서 이야기한다. 연애 얘기를 좋아하는 걸까. 그보다 사귀는 사람? 사귀는 사람은 없는데. 그렇다고 관심 가는 사람은.... *>>448: 연애적으로 호감이 가는 사람의 유/무 1. 있다. 이 경우 (1,10) 다이스도 함께(공략대상을 정하는 다이스가 아닙니다. 7 이상일 경우 일이 재미있게 흘러갑니다.) 2. 없다. 3. 잘 모르겠다.
1.있다. dice(1,10) value : 1
나는 이 곳에서 보낸 시간들을 떠올린다. 그 중에 설렜던 순간이 정말 단 한 번도 없던가? 하면 그건 아닌 것 같다. 내가 고심하고 있자, 선배는 히죽히죽 웃으며 말한다. 있구나? 이걸 있다고 해도 되나? 단지 조금 '신경이 쓰인다', '관심이 간다' 정도라면, 있다고 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다. 우리는 그 뒤로 적당히 잡담을 하다가, 먹구름이 끼기 시작하는 하늘을 보고 다시금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4층의 문이 열리고, 선배는 먼저 내리더니 오른쪽으로 돌아 떠난다. 정형외과 쪽인데, 저기는. 뭐 선배도 나름 사정이 있겠지.
드디어 저녁 식사까지 끝내고, 소등 시간이 다가왔다. 어두운 창 밖에서 울리는 빗소리가 듣기 좋다. 슬슬 잠에 들까. 나는 침대에 누워, 아까 전 지질학부 선배와의 대화를 떠올린다. 분명, 마음이 흔들렸던 잠깐의 순간이 있었을텐데. 그 순간을 떠올려보자. *>>451: 그 순간은 몇 레스쯤?(지난 레스들 중 마음에 드는 레스 1개를 골라주세요. 해당 레스를 기준으로 +- 5레스 안에 등장했던 인물에게 호감이 생깁니다. 앵커 미루기 가능, 의논 가능, 다이스도 가능.) *>>452: 꿈을 꿀까요? Yes/No **슬슬 전개 속도를 진짜 빠르게 할 필요가 있어보이니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은 일상파트는 좀 스킵하며 가겠습니다. 그리고 448의 다이스에 대한 해설: 감정의 크기를 정하는 다이스였습니다. 10에서 확실히 자각하는 걸 생각하고 있었어요.
미루기 가능하댔으니 질문:레스에 인물이 여러 명이면 어떻게 돼?
>>451 그 상황에서 느낀 설렘이니까, 누구한테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는 확신이 없는 채 지내다가 나중에 앵커걸어서 정하게 되겠죠? 그런 느낌으로.... 일단은 어느 정도 후보를 솎아내는 정도로 처리될거같습니다 굳이 그럴듯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쓰는 건 스레주의 몫이므로 스레주가 적당히 처리할 것 생각해보니까 괜히 >>452레스를 미리 앵커를 걸어버렸네 이거(꿈꾸기 y/n)는 조금 나중에 재앵커를 걸고 일단 지금 앵커(그 순간은?)는 >>453으로 토스를 하겠습니다 물론 그 뒤로 더 넘기셔도 됨
>>389 철학부 선배가 마음에 든다 오랜만에 스레 정주행하는데 재밌네
389의 -+5레스인 384~394 범위로 결정되었습니다. *>>455: 꿈을 꿀까요? y/n
yes
눈을 감았다. 잠이 몰려드는 가운데, 얼마 전의 일이 흐릿하게 떠올랐다. 상냥함, 다정함. 흔히 말하는 미덕. 그런 것을 가진 사람에게 조금 더 호감을 느끼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더는 민폐 끼치고 싶지 않아. 선배는 좋은 사람이니까, 나 또한 호의로 답하고 싶어. 좋은 사람과는 좋은 관계로 나아가고 싶어. 하지만 그게 정말 그런 감정일까. 잘 모르겠어. 이건 너무 옅고, 희미해서, 아직 색을 알기 힘들어. 그래. 어려운 건 생각하지 말자. 점차 다가오는 희미한 꿈결의 파도가, 그 기억을 무의식으로 가라앉힌다. 몸이 나른해진다.
눈을 떴다. 누군가의 턱이 보였다. 달빛을 굳혀 만든 듯한, 폭포수처럼 길고 윤기 흐르는 은백발. 햇빛을 평생 못 본 것처럼 잡티 없이 뽀얀 살결. 입술은 붉은 핏기가 돌고, 뺨에는 혈색이 돌았다. 내가 눈을 뜬 것을 알아챈 그는, 고개를 내려 나를 내려다보았다. 전반적으로 색소가 옅고, 왼눈에도 흰 붕대가 감겨 보이지 않는데, 그나마 오른 눈동자만이 흑갈색을 띠고 있어서 눈에 띄었다. 그는 손을 들어 나의 이마를 쓸어주며 미소짓는다. 많이 힘들었지. 무척이나 다정한 말투였다. 그 웃는 얼굴에서 나는 누군가, 내가 아는 얼굴이라는 감상을 받았다. 그러나 정작 그것이 누구를 닮았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채로, 나는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몸을 일으키자 나는 그제서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있던 곳은 바다 위에 뜬 우윳빛의 작은 조각배였으며, 머리를 베고 있던 건 그의 허벅다리 위였다. 그는 온화한 투로, 다시금 노를 쥐며 말했다. 나 말야, 이젠 너한테 화 낼 마음 없어. 왜냐면 이제 너도 날 조금은 이해하게 됐잖아. 앞으로도 날 이해하려 해 줄거고. 그런 의미로 준 거잖아, 그렇지? 나, 이렇게나 많은 선물을 받을 줄 몰랐어. 엄청 기뻐. 태어난 것 같은 기분이야. 그의 발간 입술이 달싹이며, 들뜬 듯한 말을 내뱉었다. 저번에는 마음만이 겨우 닿았지만, 언젠가 직접 만나러 갈 거야. 그 때가 되면, 내 손을 잡아줄래? *>>458: 어떻게 할까?
YES 하면 배드엔딩 각이야.. 대충 애매하게 얼버무린다.
어쩐지 곧이곧대로 응하면 안될 것 같은 느낌. 그렇다고 반대로 단호히 거절해서도 안 될 것 같다. 나는 적당히 얼버무렸다. 그러자 그는 이상하다는 듯한 눈으로 이 쪽을 내려다보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쉰다. 알았어. 하긴 나는 널 잘 알아도, 너는 아직 나에 대해 전혀 모를테니까. 그래도 앞으로 날 이해해 줄 거잖아, 그렇지? 그러니까 옛날 얘기를 하나 들려줄게. 그는 생긋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아주아주 먼 옛날, 우리의 운명이 얽히기 시작했던 지점의 이야기야. 어떤 여자와 남자가 있었고, 그들은 사랑에 빠졌지. 첫 눈에 반했다느니 하는 진부하고 동화 같은 이야기는 하지 않을게. 우리의 이야기는 동화가 아니잖아, 그렇지. 한창 연애에 가슴 설렐 나이가 되어서, 누군가가 다리를 놓아 줬고. 그런 흔하디 흔한 시작이었어. 두 사람은 몇 번인가 만나고, 그러면서 조금씩 호감을 쌓고, 그렇게 해서 연애관계로 발전했어. 손을 잡고, 입을 맞추고. 평범하게 결혼도 하고.... 뭐 그랬겠지. 그렇게까지 말한 뒤, 그는 나를 내려다보며 다정하게 말한다. 이 다음 이야기는 네 스스로 떠올려 줬으면 좋겠어.
눈을 떴을 때는 다시금 병원의 하얀 천장이 보였고, 고소한 기름 특유의 향이 코 끝을 간질였다. 간호사가 식판이 담긴 카트를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차례로 환자식이 배식되었다. 오늘의 아침 식사는 스크램블드 에그, 버터와 망고 퓨레가 얹어진 팬케이크, 그리고 패티 같은 고깃덩이 하나. 뭐냐고 물어보니 소세지라고 했다. 아, 그 맥모닝에서 나오는 그건가. 오늘 건 그런대로 먹을만 했다. 단짠 조합은 어지간해서는 맛없기 힘들다. 자, 그럼 이제 오늘은 뭘 할까. *>>461: 오전 동안 할 일 1. 과제용으로 준비한 이방인을 읽는다. 2. 노트북을 켜서 적당한 걸 한다.(뭘 할지도) 3. 냉장고에서 주스를 꺼내 마신다.(알로에, 오렌지, 토마토 중 선택) 4. 누군가에게 연락한다.(>>1의 연락처) 5. 옥상 정원에 가 본다. 6. 그 외 자유 **심안의 잔여 횟수가 리셋되었습니다.(1회, 관련사항은 >>1레스)
옥상에 가 보자
오늘도 옥상에 가 보기로 했다. 어제 비가 온 덕에 식은 공기가 목덜미에 닿았다. 바람이 참 좋군. 시원하다. 그러고 보면 어제는 옥상에서 지질학부 선배를 만났었지. 오늘은 안 계시네. 하긴 복장을 보면 잠깐 온 것 같았으니까, 또 볼 수 있을 리가 없다. 하늘은 맑은 푸른색. 주위에 보이는 환자들. 새삼 내가 환자라는 게 실감된다. 흠. 이왕 올라온 김에 뭐라도 할까. 근처에는 환자들, 꽃과 나무들, 그리고 자판기와 의사가 있다. *>>463 1. 근처 환자들과 친목을 다진다. 2. 꽃과 나무를 보며 힐링을 한다. 3.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아 먹는다. 4. 그 외 자유 **외형 묘사 관련 간단한 설문조사? 라고 해야 하나 혹시 기존 외형 묘사가 부족하다고 느끼시진 않으셨나요 뭔가 추가 정보를 원하시면 앞으로 등장 장면에서 외형묘사가 좀 늘어날 것 같고 이미지 자료(어지간하면 픽크루 나나곰 Charat 등 커마 사이트 등을 이용할거같긴하지만)를 원하시면 가져올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고
힐링을 하자 멘탈회복이 필요해... 2번...
꽃들이 바람에 산들거리며 향을 뿜어낸다. 한 곳에는 나무가 몇 그루쯤 세워져 있다. 그 밑에 서자 붉게 물든 나뭇잎이 툭 하고 떨어져 내린다. 하긴 그런 계절이니까. 벤치에 살짝 앉아 낙엽을 보고 있었더니, 누군가가 내 곁에 다가온다. 밝은 금발이 눈에 띄는, 1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학생이다. 사촌동생과 비슷한 정도의 나이려나. 그는 친근하게 웃으며 나를 바라본다. 눈을 고이 접어 웃으니, 부드러운 갈색의 눈동자가 눈꺼풀 사이로 사라진다. 흰 피부 위에 흩뿌려진 주근깨가 활기찬 인상을 준다. 입원한 지 얼마.... 안 됐죠? 그, 그 나무 있잖아요. 준베리거든요. 6월이 되면, 열매가 열려서.... 하하, 음. 그러니까. 그게.... 조금 낮은 톤의 목소리. 붙임성이 있고 예의는 바르지만, 할 말을 잘 고르지 못 하는 것처럼 말을 더듬는다. 아, 맞아. 어린 환자들이, 자꾸 몰래 따서 먹으려고 하는 바람에. 그래서, 아예 다른 나무로 바꿔버릴 생각인가봐요. 지금 즐겨두는 게 좋아요.... 아마도. *>>465 1. 대강 대답한다. 2. 자리를 피한다. 3. 즐겁게 대화한다. 4. 그 외 자유
넌 누구냐?!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르니까 잘 맞춰주자 3번
>>462 사실 위에서 레주가 그려준 주인공 씨 그림체가 취향이라 레주 그림으로도 보고싶긴 하지만 그건 레주가 너무 힘들테고.. 커마 사이트로 이미지자료 넣어주면 좀더 몰입되고 너무 좋징
뭔가 흥미로운 얘기가 나와서, 더 같이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확실히 이 나무 뭔가 좋은 향이 나는 것 같긴 했다. 과일나무 특유의, 열매가 다 떨어졌는데도 나는 그런 상쾌한 향이랄까. 그러고보니 준베리라고 했지. 6월에 열리는. 근데 지금은 9월인데? 병원에 자주 오는 사람인걸까. 나는 그에게 관련된 내용을 물었다. 그러자 그는 가볍게 웃으며 답한다. 실은 그게, 가족이 병원에서 일하고 있어서. 오, 오늘은 심부름 때문에 왔어요. 온 김에 정원을 좀 보고 싶어서.... 그, 그래도 덕분에 좋은 사람을 만난 것 같아서, 기뻐요. 그렇게 말하는 그의 눈빛은, 미묘하게 들뜬 느낌이었다. 플러팅인가. 근데 난 성인이고 넌 암만 봐도 미자인데? 안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던 중에 그가 다시금 말을 이어간다. 저, 혹시.... *>>468 1. 말을 끊고 하고 싶은 말(내용은 자유롭게)을 한다. 2. 일단 뭔 말을 하는지 들어본다. 3. 도망간다. 4. 그 외 자유 **>>466 음 사실 그릴라면 못 그릴 것도 없긴 한데 전부 그려오는 거는 쬐끔 시간이 걸릴거같아서 일단은 시간되면 해보겠고.... 일단 임시 이미지를 가져왔습니다 https://justpaste.it/kfa4h 1레스에도 링크 있음
일단 들어나 보자 2번
일단 들어보기로 했다. 그러자 그는 들뜬 얼굴로, 정말 순수하게 친해지고 싶어서 그러는데 연락처를 줄 수 있냐고 했다. 순수한 의도라는 걸 강조하는 걸 보니 별로 순수해보이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대답해야 하지.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뭔가 말만 적당히 착하게 해 놓고 딴 마음을 숨기고 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나는 고민하면서 핸드폰을 꺼냈다. 연락처, 그래. 연락처.... 어떻게 해야 할까, 정말로. *>>470 1. 연락처를 준다. 2. 반대로 저 쪽의 연락처를 받는다. 3. 거절한다. 4. 그 외 자유
2번이 그나마 안전해보임
저 쪽이 내 연락처를 아는 건 좀 그렇다. 그렇지만 타지에서 아는 사람이 느는 건 나쁘지 않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선에 두는 게 좋아. 그러니 나는 반대로 저 쪽의 연락처를 받아가기로 했다. 반대로 핸드폰을 보여주며 연락처를 물었다. 그러자 그는 흔쾌히 전화번호와 이름 등의 정보를 알려주었다. 그렇군, 나이는 사촌동생이랑 동갑인가. 고등학생이 맞았군. 역시나 급식이었나.... 아니 급식이라고 해도 되나? 런처블충? 도시락충? 음. 뭐 학교에 따라 다른 거니까.... 우리 학교 학식은 제법 맛있고.... 생각하지 말자. 아무튼 우리는 그렇게 좀 더 이야기를 하다가, 저마다의 장소로 돌아갔다. 슬슬 점심도 먹어야 하고.
오늘의 점심은 하얀 쌀밥을 메인으로, 아스파라거스와 당근을 곁들여 볶고 소스를 뿌린 찹스테이크와 코울슬로였다. 드디어! 드디어 쌀밥이다! 나는 곧바로 쌀밥에 숟가락을 꽂아 넣어, 한 숟가락을 크게 떴다. 그러나 그것은 내 기대를 완전히 벗어나는 부스스하고 찰기가 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건 아니지. 이건 아니잖아. 야! 이게 말이 되냐! 그래도 먹을 수밖에 없다. 나는 한숨을 푹 쉬면서, 고기 한 점을 얹어 입에 집어넣었다. 그래, 뭐.... 못 먹을 건 아니네. 좀 새롭지만.... 깨작깨작 숟가락을 놀리던 중, 누군가가 병실 문을 열었다. *>>473 1. 외삼촌네 가족 2. 의사 3. >>1의 연락처에서 적당한 사람을 선택(단, 고등학생 씨는 제외) 4. 누가 오긴 했는데.... 내 손님은 아닌듯.
난 외삼촌이 궁금해! 1번!


번외 업데이트: 민속학부 4학년 씨와 중세형이상학부 2학년 씨의 이미지를 그려왔습니다 >>1의 링크에도 추가됨 이 둘은 예전에 그리다 말았던 짜바리가 있었기 때문에 금방 완성이 되었지만 나머지는 업데이트가 많이 늦어질것
외삼촌네 가족이 왔다. 그 전에 삼촌네 가족들이 간단한 짐을 갖다주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임시였으니까. 추가로 다른 것들을 챙겨주러 오신 김에 상태를 보러 왔다고 한다. 사촌동생은 언제나처럼 밝은 투로, 괜찮냐고 묻는다. 밥이 맛없다고 답했더니 사촌동생은 우습다는 듯 깔깔 웃으며 내게 허락을 받고 한 숟가락을 입에 퍼 넣는다. 그리고는 곧바로 고개를 절레절레. 거봐, 너도 뭔가 아쉽지. 잠시나마 활기가 도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금방 이야기 주제가 없어진다. 뭔가, 더 이야기를 하자. *>>476: 무슨 이야기를 하지? 1. 옥상 정원 2. 대학 생활 3. 플라네타리움 4. 그 외 자유
1, 2, 3 순으로 다 해볼 순 없나?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3
스레주의 거지같은 체력으로 인해 며칠간 좀 쉬다 오겠습니다 적어도 일주일안에는 돌아올것임
문득 옛날의 플라네타리움이 떠오른다. 내게 비현실적인 빛을 가져다 주었던 그것. 내가 문득 그것에 대해 묻자, 외숙모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무언가를 떠올린 듯, 아 하고 작은 목소리를 낸다. 그건 별을 좋아하는 조카의 중학교 입학 선물을 고민중이라는 말에 자신이 구해온 물건이었다며 웃는 그녀의 미소는 무척이나 화사했다. 외삼촌이 사준 줄 알았는데 그런 비하인드가 있었다고...? 라고 생각하기가 무섭게, 물론 돈은 다 외삼촌이 댔다고 했다. 과연, 그렇군. 조달은 숙모가, 결제와 배달은 삼촌인가. 구해와 준 본인이 있는 김에, 쓰다가 잃어버렸던 디스크에 대해 물었다. 신기한 디스크가 있었는데 다시 구할 방법은 없냐고. 숙모가 말하길, 개발사가 도산해서 구할 방법이 이젠 없을 거라고 한다. 그렇다면 뭐 어쩔 수 없지. 타사 제품과 호환되는 기종도 아닌 것 같고, 그냥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새삼 아쉽다. *>>479: 말을 건 사람 1. 사촌동생 2. 외삼촌 3. 옆 침상 환자 4. >>>갑자기 전화벨이1의 연락처에서 누구한테 전화가 왔는지도, 단 고등학생 씨는 제외(저쪽은 주인공의 전화번호를 모릅니다))
2
얻은 것들 관련해서 슬슬 얘기를 해두자면 곰돌쓰는 자동발동이니 별 상관 없는 얘기지만 앞으로 뭐 마법 같은 거라도 배우면 보통 쿨타임이나 횟수 제한이 있을 거 같은데 그런 건 잔여 횟수 관련해서만 알려드림 쓰기 적절한 타이밍까지 알려드리진 않습니다 그래도 팁을 좀 드리자면 진짜로 언제 어디서나 누굴 상대로나 쓸 수는 있습니다 심안의 경우 꿈나라 가서도 쓸 수 있는데 그건 아직은 추천안함(아직 스킬이 부족해서 잠 깨면 잊음) 그리고 지금이 480레스니까 심안의 잔여 횟수가 리셋되었습니다 관련사항 >>1레스 20레스마다 1번씩 사용가능
외삼촌이 문득 내게 말을 건다. 그러고보니까 너 최근에 계속 몸 상태가 안 좋았던 것 같은데, 무리하는 건 아니지? 무리했던가? 조금은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뭣보다도 정신적인 피로가 심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대답할 방도를 찾지 못하고, 찹스테이크를 한 입 먹고 있으니 외삼촌은 한숨을 푹 쉰다. 아, 이건 잔소리가 시작될 징조다. 나는 급하게 말을 돌린다. 그러고보니까 옥상에 정원 있는 거 알아요? 거기에 향이 되게 좋은 나무가 있는데, 준베리라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열매가 다 떨어졌다는데, 애들이 자꾸 먹으려고 해서 갈아치우려고 한다나.... 옥상 한번 가 볼래요? 필사적으로 말을 돌렸지만 삼촌에게는 그다지 와닿지 않은 것 같다. 삼촌은 됐다, 됐어. 하고 가볍게 말한 뒤 내 머리를 몇번 북북 쓰다듬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렇게 점심이 끝난 뒤, 나는 문득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어쩌다보니 새로 일정이 생겨버렸기 때문이다. 곧바로 정리해두는 편이 좋겠지. 날짜는 퇴원한 주의 금요일이다. 그날 오전 수업이 끝나고, 나는 사촌동생과 >>482를 하기로 했다. >>482 1. 캠퍼스 투어 2. 식사 3. 시내 구경 4. 그 외 자유
시내 구경
그리고 시간이 지나, 오늘이 바로 그 금요일이다. 아침에 있었던 전공탐색 수업은 교수가 바뀌어 있었고, 강의 스타일이 전반적으로 달라져서인지 솔직히 내가 선택한 전공인데도 뭔 소리를 하는 건지 감이 안 잡혔지만 어쨌든 무사히 끝마치는데는 성공했다. 그래도 마지막에 뭐라고 하셨는지는 진짜로 못 알아들었어. 듣자하니 중국계 혼혈이라는데, 성조와 강한 발음이 섞인 탓에 감이 안 잡혔다. 뭔가 전문용어 같긴 했다.... 아무튼, 수업이 끝났으니 슬슬 나가볼까. 약속 장소인 >>484까지는 조금 거리가 있고, 그 전의 그 지름길이었던 다리도 이용하기 힘들어졌으니 지금 빨리 나가는 게 좋을 것이다. >>484: 약속장소 1. 식당(무슨 메뉴를 파는 곳인지도) 2. 잡화점 3. 서점 4. 그 외 자유 >>485: 동생이 약속을 제안한 목적
이태리요리집
스토커 문제를 의논하고 싶어서
식당 앞에 가자, 동생은 먼저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여기는 이탈리아 요리를 파는 식당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나로서는 파스타나 피자 말고는 거의 접해볼 일이 없었기 때문에 흥미가 생겼다. 이런 요리는 잘 모르기도 하고, 나름 폼을 잡아 보겠다고 내가 사 준다 했더니 사촌동생은 이것저것을 제안하다가, 마음대로 고르기 시작한다. 나, 나도 대학생이야.... 그렇게 내 속이 타들어가는 상태에서 주문이 끝났다. 사촌동생은 큭큭 웃으며, 밥 같이 사먹으라고 용돈 받아왔다면서, 병원비때문에 돈 없는 거 아니까 걱정 말라고 한다. ...다행인가. 다행이다. 그리고 동생은 주위를 살피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꺼낸다. 암튼, 스토커 건에 대한 건데.... 아, 맞아. 그 얘기를 하기로 했었지. 최근에는 내 친구나 주변 사람들한테도 접근하려는 것 같아서 말야. 그러고는 걱정이라는 듯, 내게도 접근한 적이 있냐고 묻는다.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있던가? 이 녀석이 얘기했던 스토커의 외모가 어땠지? *>>488 1. ...생각해보니 만난 적이 있는 것 같다. 2. 기억이 나지 않는다. 3. 모르겠다.... **미궁게임판 아니고 앵커판이니까.... 만난 적이 있냐 없냐의 정답을 미리 공개하자면 1번 선택지가 맞긴합니다(참고: >>178, >>464) 그니까 진짜 맘대로 고르셔도됨
3
...생각해보니 만난 적이 있는 것 같다.
그 전에 얘기를 들었던 스토커에 대해 되짚어본다. 밝은 금발, 유순한 인상에 갈색 눈동자. 얼굴에는 주근깨가 있고.... 조금 낮은 톤의 목소리에 말을 더듬었다. ...뇌리에서 한 사람이 스쳐지나간다. 생각해보니 인상착의가 거의 일치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는 것 같다. 나이는 대충 너랑 비슷하고, 혹시.... 나는 생각나는 정보를 늘어놓았다. 사촌동생의 표정이 갈수록 질려갔고, 전화번호에 대한 것을 이야기하려고 할 쯤에는 거의 새파래져있었다. 진정시키기 위해, 뭔가 쎄해서 전화번호를 받긴 했지만 내 걸 주진 않았다고 했다. 아직 전화를 건 적도 없고. 이때 요리가 나온다. 메인 메뉴는 카치아토레...? 라고 하는 닭고기 요리다. 빨갛지만 아마 맵지는 않을 것 같다. 흠, 아쉽군. 옆에는 슬라이스해서 토스트된 치아바타와 카프레제 샐러드가 곁들여졌다. 어쨌든, 일단 먹으면서 이야기하기로 했다. 우선 카프레제부터 먹어볼까. 모짜렐라 치즈를 생으로 먹어본 적이 없다 보니 어떨까, 싶었는데 의외로 괜찮았다. 우선 토마토의 맛이 상당히 진했고, 치즈에서 나는 농축된 우유 향과 바질 페스토의 조합이 괜찮았다. 문득 동생이 말한다. 여기 예전에는 페스토 말고 생 바질잎을 썼었는데, 요즘은 바뀌었더라고. 요즘 고등학생들은 다들 이렇게 화제전환이 빠른가?
아무튼,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동생이 말하길 그 녀석이 자신에게 접근한 데에는 분명 다른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어? 나는 닭고기를 우물거리며 말했다. 아 이거 맛있네. 토마토 맛이 아주 적절하고 후추 향이 좋다. 사촌동생은 빵을 갉아먹고는, 음료수를 목구멍에 들이부은 뒤 커피 판나코타를 주문한다. 아, 잠만. 내 것도. 그리고는 고민하다가 답을 내놓는다. 그런.... 눈빛이 아니었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 집착이라던가, 원한이 있다던가, 그런 게 아니었어. 하긴, 눈빛이 묘하긴 했다. 그럼 어떤 이유일까? 그렇게 묻자 사촌동생은 어느 정도 감이 오는 게 있다는 것처럼 말한다. *>>491: 스토커에게 쫒기는 이유(추정) 1. 부모님이랑 연관이 있는 것 같다. 2. 그 녀석의 가족이랑 연관이 있는 것 같다. 3. 사이비 종교 같은 쪽이 아닐까. 4. 그 외 자유
1…이 흥미로울듯 하다...!
부모님이랑 연관이 있는 것 같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나는 무심코 되묻는다. 삼촌이랑 숙모가? 연관이 있다고? 그러자 사촌동생은 의외의 것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말이 길어졌지만 대강 요약하자면 이렇다. 외삼촌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세계를 돌며 사진작가로 일을 했다. 그 덕에 다양한 사람과 친분이 생겼고, 일반적으로는 찾을 일이 없는 곳에도 많이 가 봤다고 한다. 사실 그렇기에 외숙모와도 만나게 된 것이랬던가. 아무튼, 그러던 중 몇 년 전의 일이었다. 동업자들과 함께 사진전을 열게 된 외삼촌은 이 근방의 경관이 좋은 마을을 찍기 위해 답사차 여행을 가게 되었다. 그게 문제였다. 그 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동업자들 중 일부는 돌아오지 못했고, 외삼촌 또한 예상보다 일찍 돌아온데다가, 매우 지친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 건이 있던 뒤로, 종종 자신에게까지 이상한 일이 생겼다. 확실한 인과관계는 없지만, 그러니까 아마도 그럴 거라고. 사촌동생은 지친 얼굴로 말했다. 그리고 그렇기에, 최근에 이상한 일을 겪고 있는 나에게 상담을 청했다고 한다. 커피 판나코타는 맛있었고, 이야기는 감이 안 잡혔지만, 그래도 한 가지는 알 것 같았다. 쉽사리 증명되지 않는 형태긴 하더라도 인과관계가 존재하긴 할 것이다. 뭐, 일단 시내 구경이 목적이니까 기분 전환이라도 하자. 다음 목적지는.... *>>493 1. 오락실 2. 당구장 3. 카페 4. 그 외 자유
오락실!!!!
근방의 오락실을 가기로 했다. 사촌동생이 종종 가는 곳이라고 한다. 문 앞에서부터 벌써 뿅뿅거리는 소리와 일본어 가사의 경박한 노랫소리 등이 들린다. 이 정도로 본격적인 오락실일줄은 몰랐는데. 카운터에는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뭐야, 중세형이상학부 선배? 왜 여깄어. 물어보니, 아르바이트라고 한다. 그 전에는 별다방이었고, 마트에서 재고 정리 알바 하던 것도 들었는데, 여기서도 일한다고? 이래놓고 날 도와줄 형편이 된다니, 체력이 얼마나 대단한거야. 사촌동생은 한편 리듬게임 쪽의 줄을 서고 있다. 그 쪽을 보자, 살짝 접어올려 방해가 되지 않게 꽉 묶은 더티 블론드 포니테일이 흔들리는 것이 보인다. 어, 저건.... 심리학부 걔인가? 같은 동아리 하는.... 손이 버튼 위에서 재빠르게 움직인다. 콤보가 안 끊긴다. 음..... 이제 어떡하지? *>>495 1. 게임은 잘 모르니까 카운터에서 선배랑 대화를 한다. 2. 나도 리듬게임 쪽에 줄을 선다. 3. 격투 게임 쪽에 줄을 선다. 4. 인형뽑기를 한다. 5. 그 외 자유
격투 게임이 궁금하니까 3번
나는 선배랑 대화를 좀 하다가, 격투 게임은 어떠냐는 얘기를 들었다. 격투 게임이라.... 소싯적 감자탕집 놀이방에서 하던 동물철권이 떠오르는군. 나는 추억에 젖어 격투 게임 쪽에 줄을 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차례가 왔다. 어디 보자, 캐릭터는.... 음, 나 근데 이 게임은 잘 모르는데. 잠시만.... 등 뒤에서 누군가가 말을 건다. 이 게임 초보면 얘가 쓰기 편할걸. 음.... 어떡하지. *>>497 1. 추천대로 한다. 2. 마음대로 고른다.
1
초행길에 남의 도움을 받는 건 부끄러울 일이 아니다. 하물며 즐기자고 하는 건데. 나는 추천받은 대로 캐릭터를 고르고, 손을 한번 푼 뒤 게임을 시작했다. 확실히 조작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이 정도면 충분히.... 아, 잠시만. 밀린다. 실수했어. 잠시만, 잠시만! 야! 이거 입력 매커니즘, 아니.... 그렇게 순식간에 밀려서 게임이 끝났다. 그래도 감은 잡았어. 어차피 내 뒤로 줄 선 사람은 없다. 좀 더 하자. 나는 각오를 다지고 다시 한번 조이스틱을 잡았다. 이번엔 아슬아슬했으나, 결국 졌다. 그렇게 얼마 정도 시간이 지났다. 겨우 세 번 정도 이기고, 우리는 슬슬 돌아가기로 했다. 너무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가는 게 좋겠지. 하아, 그나저나 이제 축제까지 정말 얼마 안 남았군.... 돌아가면 축제에 관해 좀 더 확인해봐야겠어. 일단 듣기로는 연극 동아리 쪽에서 공연이 있다고 했고, 보드게임 동아리에서는 간이 보드게임 카페 부스에 자작 보드게임 출품을 한다고 했었지. 다른 데는 또 뭐 할지 모르겠네. 뭐 주점 이런 거나 하려나?
나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가방을 내던지고, 샤워를 한 뒤 뽀송해진 몸을 냅다 침대에 던져넣었다. 어디 보자.... 가을 축제라. 그렇군.... 일정은 금요일 저녁에 개막식이랑 응원전, 졸업생 환영회가 쭉 있고.... 그 뒤로 토요일, 일요일에 부스 행사 쭉 있다가 일요일 저녁에 끝난다라. 음. 그렇군. 일단 대강 이해했어. 강의를 쉬지는 않는구나. 억울하네. 이럴 줄 알았으면 유학 안 올걸.... 뭐, 반은 농담이다. 일단 좀 더 살펴볼까. 아무래도 술은 못 마시는 것 같다. 하긴 음주 연령이 21세인 국가니까. *>>500, >>501: 축제에 있을 법한 부스 이름을 짓고, 부스에 대한 설명도 함께 주인공네 동아리로 예시를 들자면 테이블 마스터즈(보드 게임 및 간단한 식음료를 파는 카페 부스) **502레스에서 한번 접으면서 행사 일정이랑 부스 확정지을거고 그 이후부터는 아마 축제로 넘어갑니다 혹시나 해서 덧붙이자면 엔딩 아닙니다 주요 분기점은 맞음
헌티드 매너 유령의 집 부스 유령으로 분장한 직원들이 매우 열렬하게 맞이해준다...
메이드집사 카페 (물론 메이드가 남자고 집사가 여자인 ^^...)
공연 및 행사 일정- *금요일 개막식 및 응원전 / 대운동장 홈커밍 환영회 / 주차장 *토요일 미식축구 / 대운동장 연극 공연 / 강당 - Monarch of Carcosa *일요일 관현악단 가을 공연 / 강당 - Brahms: Academic Festival Overture, Op. 80 합창단 가을 공연 / 강당 - Fauré: Cantique de Jean Racine 폐회식 / 대운동장 부스 목록 일부 발췌 - 테이블 마스터즈(테이블 게이머즈) / A6-A7 - 보드게임 카페 부스 꼬치문화연구소(글로벌식도락동아리) / A8 - 꼬치구이 전문 식음료 부스 깊이있는신앙회(깊이있는신앙회) / A10 - 신앙활동 부스 헌티드 매너(오컬트연구회) / B1 - 유령의 집 서번트×서비스(일본문화클럽) / B2 - 여장남장 메이드&집사 카페
금요일 저녁, 대학은 축제의 개막으로 인한 흥분과 응원전의 열기로 끓어오르고 있었다. 나는 어느 정도 분위기를 타다가, 슬쩍 빠져 홈커밍 환영회 쪽으로 끼어들었다. 사실 그냥 바베큐가 먹고 싶었다. 홈커밍 환영회에는 의외의 인물이 있었는데, 외삼촌네 가족이었다. 개중에서도 외숙모는 가슴에 하얀색 글씨가 새겨진 보랏빛 리본이 늘어진 로제트 배지를 달고, 한창 때의 젊은 아가씨 같은 쾌활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평소보다 빛나는 느낌이었다. 외숙모는 팔을 크게 흔들며 내 이름을 부르더니, 리본을 살짝 집어들곤 말한다. 나 여기 졸업생이거든, 하하. 몰랐지? 리본에는 졸업년도가 적혀있다. 아하, 그런 거였군요. 외숙모는 소시지를 우물우물 씹어 삼키고는 기대된다는 듯 말한다. 우리 내일은 미식축구 볼 거야! 너도 같이 응원할래? 그 말을 듣고 고민했다. 본격적인 축제는 내일부터다. 내일은 어떤 걸 돌아볼까. 부스는 이틀 내내 열리니까, 행사나 공연 쪽을 돌아보는 것도 좋을지 모른다. *>>504, >>505: 내일 참여할 것, 돌아볼 곳을 다음 선택지에서 각각 하나씩, 겹치지 않게(3번의 경우 예외적으로 중복이 가능하나, 돌아볼 부스 내용은 겹치지 않게) 1. 미식축구 경기 관람(외삼촌네 가족과 함께) 2. 연극부 공연 "Monarch of Carcosa"(문학부 2학년 씨가 참여함) 3. 부스 구경(이 경우 >>502의 목록에서 2개 선택) 4. 휴식 **1레스의 주의문구가 조금 바뀐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제부터는 정말로 괜찮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할 예정입니다 다시 한번 잘 부탁드립니다. 아 그리고 심안의 잔여 횟수가 리셋되었습니다(1회, 관련사항은 >>1레스)
미식축구 경기 보러가자
연극부 공연
dice(1,2) value : 2 *단순 순서 정하기용입니다
2가 나왔군요 dice(-100,100) value : -86 값이 작을수록 ----에게 유리함, 반대로 값이 커질 경우 -------가 우위에 섬 dice(0,100) value : 16 -------의 산치, 상기한 다이스의 절댓값보다 이 다이스의 값이 작을 경우, -------에게 ....
저 미식축구 룰은 잘 모르는데 괜찮나요? 그렇게 묻자, 외숙모는 전혀 문제 없다며 어깨동무를 한다. 나는 그렇게 외삼촌네 가족과 함께 미식축구를 보기로 약속했다. 그러면 어디 보자, 내일 일정이.... 우선 오전에는 미식축구 경기가 있고, 오후에는.... 아, 그래. 연극부 공연을 보는 것도 좋겠다. 그나저나 기름진 걸 많이 먹었더니 슬슬 느글거리는데. 라면 먹고 싶다.... 갓김치 얹어갖고. 친할머니네 갓김치가 그렇게 맛있었는데.... 그래도 미국까지 와서 갓김치를 당장 어떻게 구하겠는가. 나중에 보내달라고 하는 것 외엔 방도가 없다. 나는 기름진 냄새를 피하기 위해 슬쩍 자리를 피했다. 지금은 할 수 있는 게 이런 것 뿐이다.
나는 바베큐 파티로부터 조금 멀어져서, 소화도 시킬 겸 캠퍼스를 산책하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캠퍼스를 돌아볼 기회가 별로 없었지. 그러다 문득 외진 길목이 보였다. 나는 홀린 것처럼 그 곳으로 다가갔다. 사실 늘 그랬다. 이런 식으로 마음이 이끌릴 때면, 보통 그다지 좋은 결과가 없었다. 어떨 때는 별을 보기 위해 나아갔다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고, 최근에만 해도 조교님 앞에서 추태를 보이고 입원했었다.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끌린다는 건, 결국 그 느낌이 이상하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섬뜩한 이상성을 눈치채고도 기어이 호기심 앞에 굴복해버리고 만다. 찝찌름한 바닷물의 냄새. 취할 듯한 감각. 분명히 맡아본 적 있는 그것이 코를 스쳤다.
시꺼먼 봉두난발을 한 누군가의 뒷모습이 보였다. 손에는 끝이 살짝 휘어진 막대 같은 것을 쥐고 있다. 그 옆의 바닥에는 냄새의 진원지로 보이는, 투명한 액체에 젖은 유리조각과 찢어진 종이 따위가 흩어져있었다. 그리고 그 곁에는 한 사람이 주저앉아 어깨를 부여잡고 있었다. 익숙한 사람이었다. 밤갈색의 흐트러진 머리카락, 그리고 검은 눈동자. 그러나 평소와는 다르다. 그 눈동자는 공포에 질린 것 같기도 했고, 악에 받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 눈빛이 너무도 평소와 달라서, 나는 까딱하면 그에게 일어나고 있는 또 다른 변화를 놓칠 뻔했다. 녹아내려 구멍이 난 뺨 사이로 잇몸이 꿈틀대며 치열이 뒤틀려가는 것이 보이고, 그 치아는 또 다시 일그러지며 안구의 형상으로 바뀌어간다. 그 사람은 명백히, 인간이 아닌 것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존재를 내가 알던 중세형이상학부 선배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애초에 저기 있는 게 몇 번이고 나를 도와주었던, 그 사람이 맞긴 할까. 비이성적인 상황을 목도하고 굳어버린 내게, 익숙한 목소리가 말을 건다. 그는 여전히 뒤를 돈 채로, 나와는 조금도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될 수 있다면 조용히 처리하고 싶었는데.
곧이어 그는 들고 있던 것으로 중세형이상학부 선배를 몇번 더 후려갈겨 쓰러뜨리고는, 그제서야 한숨 돌린 것처럼 이 쪽을 돌아본다. 민속학부 선배의 춘록색 눈동자가 나를 바라본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른 인간과 눈을 마주칠 자신이 없었다. 선배의 손에 든 빠루의 끝에는 검붉은 피가 묻어있다. 나는 주춤주춤 물러선다. 그러나 선배는 나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선배는 내 손목을 붙잡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한다. 이해해달라곤 말 안 할게. 그래도, 오해받고 싶지는 않거든. 저 녀석도 숨은 붙어있으니까 안심해줘. *>>512: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1. 손을 어떻게든 뿌리치고 도망간다 2. 일단 민속학부 선배가 하는 말을 들어본다 3. 중세형이상학부 선배에게 다가간다 4. 그 외 자유 **이거 수위 괜찮나요 묘사가 너무 잔인하다면 수정하겠습니다
>>507에 -는 민속학부랑 중세형이상학부일까? 일단 민속학부 선배에게 이게 무슨 상황인지 물어보자. 나중에 민속학부 선배 상대로 심안 한 번 써보고 싶네. 묘사 지금은 괜찮다고 생각해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거죠. 나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에게 붙잡힌 내 손 끝은,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한심할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선배는 여전히 무덤덤한 얼굴로, 잠깐 중세형이상학부 선배를 흘낏 돌아보곤 나직이 말한다. 있잖아. 나는 뇌과학에 대한 건 잘 몰라. 그렇지만, 경험상 이것만은 말할 수 있어. 사람의 뇌라는 건 생각 이상으로 제멋대로거든. 믿음은 결국 주관대로 만들어지는 거고, 선의라는 건 객관적이지 않고, 유전에는 절대로 거스를 수 없어. 손도 발도 얼굴도 닮았는데, 마음이 닮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걸까. 아니면 정말로, 정말로 자기 할아버지가 사람이 아닐 거라고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걸까. 어느 쪽이든 멍청하고, 아둔하기 그지없지. 그리고는, 내게 얼굴을 들이밀고, 숨이 닿을 듯한 거리에서 귓가에 속삭인다. ......아마 이번에도 적당히 좋을 대로 생각하고 잊어버리겠지. 자기 안에 숨겨진 피 따위, 평생 무의식의 저편에 묻어둔 채 다시는 떠올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에게 덤빌 생각도 안 하면 좋겠고. 그러니까, 너도 떠올리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민속학부 선배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귓가를 기어다닌다. 그러다가 선배는 그대로 내 어깨에 뺨을 기대며 중얼거린다. 나도 좀 지쳤는데. 잠시만 이대로 쉬게 해줄래? 아무리 그래도, 그 성수를 접하는 건 나도 그다지 마음에 안 들거든.... 소름끼치는 감각이 등골을 타고 흐른다. 민속학부 선배의 어깨 너머로는, 중세형이상학부 선배가 천천히 본래의 형상으로 돌아오는 모습이 보인다. *>>514 1. 뿌리치고 도망친다 2. 그대로 주저앉는다 3. 그 외 자유 **이제는 말해도 되겠지 >>119의 0.25명은 이분이었습니다 짜잔 덧붙이자면 >>506의 다이스는 상정해놨던 위험요소 4개 중 축제 이전 시점에 확정된 2개의 회수 순서를 결정하는 다이스였고요 축제 진행중의 행동으로 발동 여부가 결정되는 2개의 위험요소가 추가로 존재합니다 >>512 >>507레스는 얘기해주신 그게 맞아요 ----(4글자)가 민속학부 -------(7글자)가 중세형이상학부
튀자 살ㄹ려줘
나는 그를 뿌리치려 발버둥친다. 그러자 그는, 섭섭하다는듯이 중얼거린다. 너까지 떠나는거야? 서글픈 목소리가 끈적하게 들러붙는다. 그 목소리는 달콤하고, 또 무척이나 사랑스럽지만, 어쩐지 이제는 그 안의 의도가 어렴풋이나마 보였다. 그 손동작에는, 눈빛에는, 내뱉을 때의 사소한 억양에까지도. 그의 모든 것에는 일그러진 갈구가 들러붙어있다. 그것은 인류 전체가 단합하여 쌓아온 소통의 역사를 모독하는 형태로 빚어진 구애였고, 지극히 원초적인 소망의 편린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것에 응할 수 없다. 그런 일방적인 요구에 붙잡힐 수 없다. 나는 기어이 그를 뿌리치고 도망쳤다. 가을 저녁의 찬 공기가 폐포 끝까지 닿았다가, 뜨거운 이산화탄소로 바뀌어 목 밖으로 터져나왔다. 이윽고 학교 정문에 닿았을 때, 나는 전에 없던 만큼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돌아가자. 집으로 돌아가자. 더는 아무 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아. 나는 덜덜 떨리는 무릎을 부여잡고 숨을 몰아쉬다가, 터덜거리며 자취방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자, 평소처럼 검은 셔츠를 입은 옆집 사람이 나와 있었다. 그는 언제나처럼 인사치레로 가볍게 인사를 건네려다가, 나와 눈이 딱 마주치고는 괜찮냐고 묻는다. 솔직히 안 괜찮다. 전혀 안 괜찮아. 그래도 남한테 신경쓰게 하기는 좀 그런데. 그냥 얼버무릴까. 근데 사실 이 정도로 티가 나면 얼버무려봤자 의미가 없을 것 같기도 하고. *>>517 1. 얼버무린다 2. 솔직하게 말한다 3. 자유



업데이트: 경영학부 1학년 씨, 철학부 3학년 씨, 그리고 그분의 이미지가 추가되었습니다 그분의 경우 최근 시점(>>457) 기준의 이미지고 기존에 임시이미지를 안 올렸던 건.... 파츠조립식이니까.... 아무래도 파츠가 고대로 겹쳐버리니까 누구닮았는지가 너무 빼박으로 나와버려서 앵커는 >>518로 미룹니다
얼버무린다
나는 적당히 얼버무렸다. 오늘 좀 피곤해서요, 별 일은 없어요. 그러자 그는 내게 뭔가를 더 말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가, 다시금 입을 다물고는 잠시 생각하는 듯 시선을 돌리더니, 곧 말을 이어간다. ...뭐, 괜찮으시다면 됐어요. 내 말을 그다지 믿지는 않는 것 같지만, 어쨌든 괜찮다고 했으니 받아들인다는 게 눈에 보이는 태도였다. 그는 이윽고 나를 지나쳐 엘리베이터로 향한다. 나 또한 현관 앞에 서서,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른다. *1015. 어쩐지 손 끝이 떨린다. 많이 동요하긴 했나보다, 그렇지. 그래도 이제는 집이다. 이젠 괜찮아, 정말로. 나는 서둘러 샤워를 한다. 땀이 씻겨나가 조금은 상쾌한 느낌이 든다.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감싼 채 나와, 침대에 쓰러지듯 누우면 전화벨이 울린다. ...누구지. *>>520 1. 사촌동생 2. 민속학부 4학년 씨 3. 문학부 2학년 씨 4. 철학부 3학년 씨 5. 확인하지 않는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전개상 2번이지..? 전화니까 그렇게 위험하진 않을거라고 믿고 2번
민속학부 선배의 전화였다. 나는 거의 울며 겨자 먹기에 가까운 심정으로, 화면 위에서 손가락을 퉁겼다. 전화가 연결되었다. 날 피하고 싶구나, 그렇지? 당연하잖아요. 무심코 나오려던 말을 억지로 삼켰다. 그래도, 나도 물어볼 게 있어서 말야.... 이번만 이해해주면 좋겠어. 별 건 아냐, 그 성수 원래 네 거였지? 오해라면 사과할게. 어떻게 알았던 거지. 섬뜩해져서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그러나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선배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간다. 너에게는 아무 짓도 안 할 거야. 너도 아마 남한테서 받았을 거고.... 하지만, 이래서 지식도 없고 주제 파악도 안 되는데 알량한 선의만 가지고 설치는 녀석들은 안 된다니까. 선의가 모든 걸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건, 중학교를 졸업할 쯤에는 깨닫고 와야 하는 거잖아. 그렇지 않아? 전화 너머로, 무언가 둔탁한 타격음이 들린다. 나는 무심코 숨을 삼켰다. 무서워. 무슨 일인데. 아니지, 선의는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나한테는 악의였어. 명백히 해칠 의도가 있었잖아. 그래도 난 정도를 아는 사람이니까, 더 심한 짓은 하지 않을 거야. 그러고는 이윽고 무언가를 걷어차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하아 하고 가볍게 숨을 뱉고는 다시 내게 묻는다. 너는 우리 사이의 문제에 휘말렸으니까, 폐를 끼친 대가라기엔 좀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대신 뭔가 경고를 해 주도록 할게. 물어보고 싶은 걸 물어봐. 나라고 해서 뭐든지 아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이번 축제에서 어떤 험한 일이 생길지는 감이 잡히거든.... *>>522: 뭘 물어볼까? **심안 잔여횟수 리셋(잔여 1회, >>1 참조) 힌트: >>502의 축제 일정 및 부스 목록을 잘 살필 경우 질문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태까지는 대개 에둘러서 적었지만 이제부터는 크툴루 신화 관련 소재를 직접적으로 쓸 거라서 그리고 1레스에도 있지만 앵커는 언제나 미룰 수 있어요
토요일의 연극을 중지시킬 방법이 있는지
문득 불길한 감각이 뇌리를 스친다. 그러고 보면 아까 전에, 연극 소품으로 보이는 것들을 들고 지나가는 사람을 봤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생김새가 묘해서.... 하필 그런 게 지금 떠올랐다는 건, 이번엔 직감을 믿어야 할 것이라는 징조겠지. 나는 그것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잠시 정적이 있더니,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린다. 그걸 물을 줄이야. 걔가 알려준 거야? 걔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감이 왔다. 그러나 무어라 대답을 하기도 전에, 선배는 말을 이어갔다. 굳이 중지시키는 방법을 묻는 건, 남들도 휘말리지 않는 쪽을 바라는 거구나. 그렇지? 좋은 사람이네. 근데 나는 조금 생각이 다르거든. 언제나처럼 나긋나긋한 목소리 뒤에는 일그러진 냉소가 담겨있다. 우선 이것부터 말할게. 네 선에서 중지시킬 방법은 없어. 뭐, 강당에 불이라도 지르면 좀 다르려나? 장소가 없으면 안 되겠지. 그렇지만 너는 그럴 만큼 대담한 사람이 아니잖아. ......그러니까 네게 선택권을 줄게. 이번엔 나한테 기대볼래? 선배의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있었다. *>>524: 대답 1. ......뭘 바라는 거에요? 2.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나요? 3. 근본적으로 그 연극은 뭐죠? 4. 그 외 자유
1+3....... 안되면 그냥 3으로...
뭘 바라는 거에요? 아니 애초에, 근본적으로 그 연극은 뭐죠? 나는 떠오른 질문을 쏟아냈다. 그러자 선배는 아주 평온하게 말한다. 나라고 알 리가 있겠니. 예? 황당함에 무심코 되묻자, 선배는 덧붙이듯 말한다. 내가 연극부도 아닌데 원전에서 얼마나 뒤틀어뒀을지를 어떻게 알아. 아니 그럼 무슨 자신감으로 기대보겠냐는 말을 한 거지. 어이가 없어서 잠시 생각에 빠진 동안 선배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금 떨리는 투로 말한다. 뭐, 그건 됐고.... 으음. 그래서, 나랑 데이트 할 마음은 없는거야? 상냥하고, 다정한. 그리고 달콤한 목소리였다. 묘하게 부끄러워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치만.... 이게 무슨 개소리에요. 기댄다는 게 설마 그런 의미였던겁니까. *>>526: 이제 어떡하지 1. 승낙한다 2. 거절한다 3. 통화를 끊는다 4. 통화를 끊고 번호를 차단한다 5. 그 외 자유
데이트라는 게 뭔지 물어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가 아는 그 데이트는 아닐 거 같아..
...그래. 생각해보자. 여태까지 일어난 일을 생각하면, 저건 비유법이다. 매번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던 인간이니 저런 이상한 비유를 갑자기 끌고 나와도 이상하지 않아.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을 게 뻔해. 나는 미간을 짚으며 생각을 정리하다가, 겨우 입을 연다. 데이트라니 그게 무슨 의미에요? 그러자 선배는, 무척이나 순진한 태도로 되묻는다. 한국에서는 데이트에 뭔가 다른 의미가 있는 거야? 아니면, 내일 같이 축제 구경하고 노는 건 데이트가 아닌 거야? 잠시만, 그 의미가 맞다고? 나는 겨우 뗀 손을 다시 한번 미간으로 가져갔다. 이 인간 진짜 왜 이러지...? 황당함이 조금 가시고 나니, 그 다음으로 내게 든 감정은 >>528이었다. *>>528: 주인공의 현재 심리상태 1. 분노 2. 혐오 3. 흥미 4. 자포자기 5. 그 외 자유 *>>529: 그 심리상태를 표출할까? 1. 직접적으로 표출한다. 2. 일단은 삭인다. 3. 통화를 끊는다. 4. 그 외 자유
그러려니 한다 선배는 원래 특이한 사람이니까 의문을 가져봤자 오히려 피곤해
조금 정도는 표출해도 괜찮겠지
정말 분하게도, 이쯤 되니 이 인간의 기괴한 사고방식에도 익숙해진 것 같다. 의외로 황당함이 오래 가지 않았던데다가, 심지어 납득해버리기까지 한 자신을 보고, 나는 새삼 인간의 적응력에 대해 감탄했다. 혹시 피곤해? 선배는 가볍게 묻는다. 아차, 너무 오래 입을 다물고 있었군. 나는 마찬가지로, 가볍게 답했다. 아뇨, 그냥 뭐.... 별 건 아니고요. 그러면 다행이다, 혹시 내가 싫어진 건 아니지? 확인하려는 듯한 목소리에, 나는 덤덤히 답을 내놓았다. 어, 글쎄요. 이젠 별 생각 없어요. 전화 너머에서 잠시 정적이 있다가, 차가운 투의 한 마디가 돌아온다. 고작 그 정도야? 그리고 대답할 새도 없이 전화가 끊어진다. 시간을 보니, 통화를 꽤 오래 했다. 이제는.... 자야겠지 역시. *>>531: 꿈을 꿨을까? 1. 꿈을 꿨다. 2. 꿈을 꾸지 않았다. 3. 애초에 잠에 들 수는 있을까...? 잠을 설친다
2번 (사유: 꿈꾸면 드림랜드 당할것같음)

업데이트: >>1의 링크에 문학부 2학년 씨의 이미지가 추가되었습니다 이미지가 다 그려지고 나면 아마 임시 이미지는 빠질 것 같네요 귀여웠는데 아쉽다 근데 스크롤하기 귀찮아서 빼야 하긴 했음 그리고 사담을 좀 하자면 다들 주인공 씨의 정체에 대해 추측을 많이 해 주시는데 주인공 씨는 정말 순수한 인간이 맞습니다 이걸 왜 말하느냐 하면 여태까지 일어난 일들은 근본적으로 주인공 씨가 사람이라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수상쩍은 정황이 많았는데 그럼 뭐지? 싶으시겠죠 그걸 이제부터 알아나가면 됩니다 채널 고정! ^^
푹 자고 깨면 언제나와 같은 아침이 찾아온다. 토요일 오전의 햇살이 창 너머에서부터 날아들어와 눈꺼풀 틈새를 찌른다. 여기 햇살은 맑아서, 가끔은 아프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어제는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 솔직히 그다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광경이니 깊게 생각하진 않겠다. 나는 몸을 일으키고, 화장실로 향해 양치를 했다. 거울에는 언제나와 같은 내 얼굴이 비치고 있다. 쌍꺼풀이 없어서 평소에도 살짝 졸려보이는 눈은 잠에서 깬 지 얼마 안 된 탓에 평소보다 더 졸려보이고, 입가에는 침이 말라붙은 자국이 있다. 음.... 이렇게 보니 진짜 추레해보이는군. 안 그래도 잘 때는 대충 입고 자는 탓에, 상당히 버러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중학생 시절 맞춘 목 늘어난 반티다. 엄마가 갖다버리려는 거 기어코 들고 오긴 했는데, 이 꼴을 보니 새삼 버려도 됐던 게 아닌가 싶다. 그치만 편하잖아.... 세수를 끝내고, 나갈 준비를 마친 뒤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534: 학교까지 가면서 이용할 교통수단 1. 평소처럼 도보로 간다 2. 외삼촌네 가족네 차를 얻어탄다
얻어탑시다
여유롭게 나와서, 조금 기다리고 있자니 차가 내 앞에 와서 멈춘다. 조수석의 창문이 스윽 열리면서 외숙모가 얼굴을 내민다. 빨리 타렴! 실은 어제 미식축구 얘기를 하며, 외삼촌 가족의 차를 얻어타기로 얘기해뒀었다. 나는 뒷좌석의 문을 열고, 사촌동생 옆에 앉는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사촌동생은 미식축구에 대해 잘 모르는 내게 룰을 설명해준다. 아, 그런 거구만. 완전히 이해했어...? ...사실 이해 못 했다. 사촌동생은 그걸 눈치챘는지, 몸싸움 하고 부딪히는 건 아냐고 물었다. 그건 안다고 대답하자 그것만 알면 됐다고 하고는, 화제를 돌리려는 듯 미식축구 경기가 끝난 뒤에 할 것에 대해 묻는다. 동생은 축제 음식을 먹고 싶은 것 같고, 외삼촌과 외숙모도 정적인 활동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연극 공연을 볼 마음은 없는 것 같아 다행이지만.... *>>536: 오후 일정에 대한 대답 1. 그때 가서 생각해 볼 계획이라고 한다. 2. 연극은 보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고 한다.(적절한 이유도 함께) 3. 집에서 쉴 계획이라고 한다. 4. 다른 사람이랑 같이 다닐 일정이 있다고 한다. 5. 그 외 자유
2... 주인공이 인간이면 가족들도 인간일거아님......... + 연극하는 날에 조금 일찍 나가서 외식하자고 하자. "차도 태워주시고 감사해서 제가 한 끼 사고 싶어요"
아냐, 그래도 마음이 바뀔 수 있잖아. 나는 내 주변 사람들의 신변에 위협이 가는 건 원하지 않는다. 오늘 오후에 있을 연극을 어떻게든 보지 못하게 해야 한다. 목숨이 중요하지 돈이 중요하겠는가. 나는 이따가 미식축구가 끝난 뒤, 조금 일찍 나가서 함께 외식을 하자고 제안했다. 차도 태워주셨고, 이거 대학 온 것도 사실 외삼촌 외숙모가 다리 놔 주신 거잖아요. 고마워서 맛있는 식사 한 끼 사 드리고 싶어요. 내 눈물나는 발버둥이 통했는지, 사촌동생은 화색을 띠며 좋아했고 외삼촌과 외숙모 또한 그럼 그럴까? 라며 가볍게 받아들인다. 네 명분의 식사 정도면 사실 못 낼 것도 없고, 이 정도면 목숨값치고는 엄청나게 싸다. 어쨌든 그렇게 대화를 하며, 우리는 학교에 도착했다. 본격적인 축제의 열기로 달아오르는 분위기 속에서, 외삼촌 가족은 먼저 경기가 있는 대운동장으로 향한다. 먼저 가서 푸드트럭의 음식을 사고, 자리를 잡고 있겠다나. 그렇게 잠시 혼자 남겨진 가운데, 누군가 내게 말을 건다. *>>538 1. 화학부 4학년 씨 2. 지질학부 3학년 씨 3. 철학부 3학년 씨 4. 천문학부 3학년 씨
dice(1,4) value : 3
상황설정용 다이스(지금 당장 일어날 사건은 아님, 주인공에게 직접적인 영향은 없음) 1. dice(-10,10) value : 0 7 이상의 값이 나올 경우 긍정적 결과 -7 이하의 값이 나올 경우 부정적 결과 2. dice(1,10) value : 6 / 1번 다이스에서 7 이상의 값이 나올 경우에만 적용됨, >>507의 1 관련 7 이상의 값이 나올 경우 누군가의 가치관이 무너집니다 10이 나올 경우 그 누군가의 가치관이 무너지는 게 나을 상황이 일어납니다
붉은 기가 도는 화사한 금발. 라벤더 같은 보랏빛 눈. 언제나 조금 수줍은 태도가 눈에 띄는 그 사람, 철학부 선배다. 너도 미식축구 보러 온 거야? 선배는 평소의 얌전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제법 미식축구를 좋아하는 건지 로고가 박힌 야구모자와 점퍼를 입고 있다. 이전과는 꽤나 다른 느낌이라, 그것에 대해 묻자 선배는 살짝 부끄러운 듯이 말한다. 실은 나, 예전에는 친구들이랑 잘 못 어울렸거든. 좀 활동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서 인기 있는 걸 공부했었는데.... 진짜로 좋아하게 됐어. 아, 너도 모자 빌려줄까? 그렇구나, 선배가 노력해 온 증거인가. 계기는 어떻게 되었건, 무언가를 좋아하게 되는 건 좋은 일이다. 나는 이런 선배의 모습이, 꽤나 >>541하다고 생각했다. *>>541 1. 부럽다 2. 멋지다 3. 귀엽다 4. 그 외 자유 **심안 잔여횟수 리셋(잔여 1회, >>1 참조)
멋지다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건 대단한 일이다. 그렇게 노력해 온 선배의 모습이 어쩐지 멋져보여서, 나 또한 선배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해보기로 했다. 미식축구 응원은 어떻게 하는 거에요? 구호 같은 게 있나요? 그렇게 묻자, 선배의 얼굴에는 화색이 돈다. 선배는 가방에서 응원도구를 꺼내어 내게 건네주더니, 대략적인 것을 알려준다. 열정이 느껴진다. 고마워요, 선배. 그렇게 답하자 선배는 별 것도 아니라며 웃는다. 그러다가 등 뒤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사촌동생이다. 자리를 맡아뒀으니 빨리 오라며, 버터구이 오징어가 꽂힌 꼬치를 든 손을 높게 들어올리고 있다. 그 모습을 본 나와 선배는 문득 웃음이 터져 웃다가, 함께 대운동장으로 향한다.
도착한 대운동장은, 사실 운동장이라는 말보다는 스타디움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곳이었다. 그 곳에서 우리는 적당한 곳에 일렬로 늘어서 앉았다. 외삼촌, 외숙모, 사촌동생, 나, 그리고 철학부 선배. 어쩐지 인원 구성이 조금 재밌어졌다. 철학부 선배는 외숙모를 보더니 깍듯이 인사한다. 어라? 왜지? 라고 생각했더니, 아는 얼굴이라고 한다. 예전에 대학 시절 여자 응원단 주장을 했던 걸 바탕으로, 지역 내에서는 꽤 이름이 알려진 인물이라나. 외숙모는 갑자기 과거가 까발려진 것을 조금 부끄러워하는 것 같지만, 그런 시절이 있었다며 훈훈하게 웃어보인다. 하긴 외숙모는 예전부터 상당한 미인이긴 했다. 성격도 활기차고 밝으니, 현역 시절에는 굉장히 인기가 많았겠지. 아, 저 쪽에서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린다. 나는 그 쪽을 돌아본다. *>>544: 오늘 하루 동안 있을 사망자 수(엑스트라)를 정합니다. 제시된 최소값, 최대값 수치의 묶음들 중 하나를 골라 다이스를 굴려주세요(*0 이하의 값은 0으로 간주합니다.) 1. -15,40 2. -10,30 3. -5,20 4. 1,10
3이 평균값이 가장 낮네 dice(-5,20) value : 4
시끌시끌한 소리는 응원단 무대 쪽에서 들리고 있었다. 치어리더들이 대열을 맞춰 나오고 있었다. 곧이어 축제의 열기를 더하는 흥겨운 노래가 울려퍼진다. 그들은 손에 옅은 보랏빛과 은빛의 폼폼을 들고, 건강미가 넘치는 몸을 드러내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제법 아크로바틱한 동작이 많은데, 저걸 어떻게 하는 걸까. 신기할 정도로 유연했다. 게다가 동작 하나하나가 완벽해서, 정말 연습을 많이 한 것 같았다. 이런 게 칼군무구나. 옆의 철학부 선배 또한 흥이 올라서 열심히 응원을 하고, 사촌동생 또한 즐겁게 소리친다. 그렇게 경기 시작 전의 치어리딩 공연이 끝나고, 치어리더들은 무대에 등장할 떄와 마찬가지로 정돈된 대형을 이뤄 떠난다. 그런데 흘낏 돌아본 외숙모의 표정이 미묘했다. 무언가 아쉬운 것인지, 아니면 이상한 점을 느낀 것인지, 아무튼 그다지 좋은 표정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게 묘하게 신경이 쓰여서 무심코 빤히 바라봤더니 눈이 마주쳤다. 외숙모는 표정이 굳더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한다. *>>546: 외숙모의 표정에 대해 1. 이따가 물어보자. 2. 신경쓰지 말자. 3. 그 외 자유
바로 물어보자
외숙모는 조금 떨떠름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지금은 말해주기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이런 신난 분위기에서 말할 건이 아니라고. 나는 더 물을 수 없어져서, 불안한 마음을 끌어안은 채 경기를 즐기려 노력했다. 2쿼터까지의 경기가 끝나고, 전반과 후반 사이의 휴식시간. 다시 한번 무대에 올라왔어야 할 응원단은 올라오지 않았고, 나와 외숙모는 잠시 간식을 사온다는 핑계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외숙모는 무거운 표정으로 내게 말한다. 단순 기우일지도 모르겠지만, 아까 전 치어리딩 공연에서.... 인원수가 한 명 부족했어. 그것도 제일 솔선해서 춤을 춰야 했을 주장이. 그 말만 들어도,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는 건 감이 오지만.... 나는 그것을 애써 부정하고 싶은 마음에 되묻는다. 그렇지만 원래 짝수로 추는 대형인 거 아닌.... 그러나 외숙모의 말은 내 현실도피를 깨트린다. 아냐. 저 대형은 현역 시절에 내가 고안한 거고, 원래대로면 가운데에는 주장이 가장 화려한 차림을 하고 있었어야 해. 단순히 컨디션 같은 문제가 있는 걸수도 있겠지만.... 휴식시간에 2차 치어리딩 공연이 진행되지 않았어. ...분명 뭔가 일이 있는 걸거야. 외숙모의 말은 확신에 차 있었다. ......이제 몇 분 뒤면 경기 시작할테니까, 다시 돌아가자. 지금 얘기는 잊어주렴. 그리고 외숙모는 어두운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곤 돌아서려 한다. *>>548 1. 질문을 한번 할 시간은 남아있다. 질문을 자유롭게 한 가지 한다. 2. 분위기가 무겁다. 그녀의 말대로, 이 이야기는 잊자. 같이 돌아가서 경기를 관람하자. 3. 그 외 자유
설마 이미 죽..은거임..?.. 더 캐면 주인공도 죽을 거 같으니까 일단 경기를 보러가자
우리는 그 건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돌아갔다. 사촌동생이 먹고 싶다 했던 버터구이 오징어를 하나 더 사고, 나초 딥을 한 그릇 사고, 아무튼 먹을 것을 통해 잊어보려고 했다. 그래. 설마 무슨 일이 있었겠어. 진짜로 무슨 일이 있었다면 축제가 이렇게 이어질 리 없지. 설령 이어진다 해도 공지 정도는 나왔을거야. 그 생각대로, 경기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치열한 몸싸움, 바삭바삭한 나초, 뜨거운 함성. 그래. 잊자. 잊어버리자. 나는 그렇게 경기에 몰입했다. 4쿼터까지의 경기가 끝나고, 시간은 어느새 한낮이다. 경기를 보면서 간식을 많이 먹긴 했지만, 힘차게 응원하고 소리를 지르며 경기를 보다 보니 생각보다 몸이 지친다. 철학부 선배는 살짝 갈라진 목소리로, 이후에 일정이 있냐고 묻는다. 그는 이제 부스를 구경하거나, 연극을 볼 생각이라고 했다. ...연극은 안 돼. *>>550 1. 보드게임 동아리의 부스를 추천한다. 인기가 많으니 금방 가야 할 거라고 한다. 2. 꼬치구이 부스를 추천한다. 슬슬 식사를 할 시간이니 좋을 것 같다고 한다. 3. 유령의 집 부스를 추천한다. 재미있을 것 같으니까, 분위기를 한번 보고 와 달라고 하자. 4. 같이 식사를 하자고 한다. 외삼촌네 가족에게도 얘기를 해 봐야 하겠지만.... 5. 그 외 자유 **연애가 주목적인 스레가 아니니까 할 수 있는 잡설인데 공략 가능한 캐릭터와 불가능한 캐릭터의 차이는 격퇴수단의 유무입니다 예를 들자면 위대하신 크툴루님은 주인공의 선택이 의미가 없고 격퇴도 못 하니까 공략 불가 판정입니다 1레스 링크의 인물들은 다 공략 가능 판정이에요 그리고 >>119에서 언급된 건 해당 시점까지의 5명이 기준이었기 때문에 그 이후에 등장한 인물 중에서는 인외 요소가 함유된 인물이 더 있을 수 있음
보드게임 동아리를 추천한다. 꼬치구이는 금방 먹고 끝날 것 같고, 유령의 집도 나오면 끝이잖아? 저거 3개 중에는 그나마 보드게임이 시간 많이 잡아먹을듯..
나는 그를 어떻게든 살리기 위해 머리를 굴리다가, 한 가지를 떠올렸다. 아, 맞아. 우리 동아리. 보드게임 카페 연댔었지. 나는 보드게임 동아리를 강력히 추천했다. 저기 부스 쪽에, 보드게임 동아리가 있거든요. 간이 보드게임 카페를 여는데, 한번 가 보시는 거 어때요? 선배 그런 거 잘 할 것 같아요. 머리 쓰는 거.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괜찮을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부스 쪽으로 떠나는 선배의 모습을 보며, 나는 안심한 채 외삼촌네 가족을 향해 떠났다.
식사를 하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었기에, 우리 넷은 잠시 근처 백화점을 돌며 구경을 하다가 그리스 식당으로 들어갔다. 외삼촌이 말하길 평소에는 웨이팅이 좀 있다고 하는데, 학교 축제 날이라서 다들 그 쪽을 구경하러 가다 보니 이번에는 어느 정도 빈 자리가 생겼다는 모양이다. 단순 대학교 축제가 그 정도로 인기가 있나? 싶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 학교 학생들만 있다기엔 지나칠 정도로 사람이 많긴 했다. 여기 문화가 그런가보다. 식사 자리에서는 생각보다 별 일이 없었다. 바삭하게 튀겨진 오징어와 자지키 소스가 의외로 꽤 괜찮은 조합이었고, 무사카 안의 가지는 내가 알던 그것과는 전혀 달랐다. 가지가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다니! 대체 왜 한국 사람들은 가지를 나물로 만드는 것인가. 나는 식사를 끝내고도 디저트를 먹으며 조금 시간을 끌었다. 연극 공연을 보러 들어가기엔 한참 늦었겠다, 싶은 시간까지 말이다. 그리고 집에 돌아왔을 쯤에는 이미 연극은 끝나 있었다. 내 발악은 성공했다. 나는 그들을 지켜냈다. 나는 안도와 식곤증에 떠밀려 낮잠에 들었다. 잠에서 깼을 때는 >>553시였다. *>>553: 잠에서 깼을 때의 시간(오후 6시~11시 사이)
dice(6,11) value : 10
눈가를 비비며 몸을 일으키자, 핸드폰에는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 찍혀 있고, 디스코드의 알림은 수도 없이 많이 와 있었다. 알림창에 뜬 내용들이 영 심상찮기에 나는 급히 그것을 확인하려 했으나, 정작 전부 지워져서 읽을 수 있는 건 없었다. 등골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아. 결국 뭔가 일이 일어났구나. 머릿속이 멍한데, 이제 와서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내가 깨어 있었다 해도 뭔가 할 수 있는 게 있었을까.... 그건 아니었겠지. 아니었겠지만. ...문득 핸드폰 액정이 빛났다. 나는 무언가를 떠올리고, 떨리는 손 끝을 핸드폰 위에서 움직였다. 연락, 그래.... 연락을.... *>>555 1.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2. 누군가에게 온 연락을 확인했다. *>>556 -555가 1을 선택했을 경우 아래 인물 중에서 선택 1. 민속학부 4학년 씨 2. 중세형이상학부 2학년 씨 3. 철학부 3학년 씨 4. 문학부 2학년 씨 -555가 2를 선택했을 경우 아래 인물 중에서 선택 1. 경영학부 1학년 씨 2. 심리학부 1학년 씨 3. 화학부 4학년 씨(이 경우 디스코드 메세지)
1
중세형이상학부 2학년 씨
중세형이상학부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르르, 연결음이 길어질수록 불안감은 증폭되어간다. 어째서 안 받는 거에요. 단지 자고 있을 거라고 기대하며, 조금 더 기다려보았다. 설마, 아니겠지. 입술을 짓씹기 시작할 무렵, 통화를 받을 수 없는 상태인 것 같다는 안내가 나온다. 끝내 통화는 연결되지 않는다. 나는 이제 누구에게 의지해야 해? 방법을 찾기 위해 핸드폰을 뒤진다. 그러나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다는 것만을 알았다. 축제는 내일도 계속된다. 소란은 끝나지 않는다. 미쳐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다. 머릿속의 생각들이 뒤죽박죽 엉켜서 진짜로 이상해질 것 같은 기분이다. 나는 어떻게든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 현관문을 열고 나가 복도의 콘크리트 난간에 몸을 기대고 찬 공기를 들이마셨다. 그리고, 그런 내 옆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아요? 옆집 사람이다. *>>558: 대답 1. 괜찮아요.... 2. 아뇨.......... 3. 그 외 자유
괜찮아요.............
괜찮아요.... 어떻게든 말을 뱉었지만, 전혀 대답이 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는 나를 딱한 눈으로 바라보며 말한다. 잠깐 거기 있어봐요. 그렇게 말하고 그는 잽싸게 자기 집으로 들어간다. 어찌나 급한지 문도 닫지 않았다. 나는 그 모습을 보다가, 난간에 기댄 채 고개를 푹 숙였다. 지친다 진짜. 저 안쪽에서는 무언가를 흔드는 듯한 소리가 나다가, 그가 곧 부산스럽게 다시 나온다. 커피 우유 같은 색감의, 부드럽게 거품이 얹어진 한 잔의 음료를 들고 있다. 이거 마셔봐요. 화이트 러시안인데, 셰이킹해서 만들어봤어요.... 이러면 맛이 부드러워지거든요. 저는 지쳤을 때 이걸 해먹는데, 필요해 보여서.... 그러다 문득 그가 뭔가를 깨달은 것처럼 말한다. ...잠시만. 음주 연령 안 됐죠? 어.... 이건 우리 사이의 비밀인 걸로 합시다. 몰래 주는 거에요. 그리고 뭐냐.... 혹시나 해서 덧붙이자면, 뭐 이상한 거 넣지도 않았어요. 이 근방에 약 빨고 돌아다니는 이상한 인간들 많잖아요. 전 그런 거 안 하는 깨끗한 사람이에요. 불안하면 제가 먼저 마셔볼 수도 있어요. 그냥 진짜로.... 많이 힘들어보이길래. 그의 표정이 말할수록 어두워지다가, 결국 자기 머리를 쥐어뜯으며 작게 탄식한다. 아, 왜 이렇게 말이 구차해지지?! ...말하는 내용을 보니 스스로도 이 상황이 조금 어이가 없는 것 같다. ...어떡하지. *>>560: 이제 어떡하지 1. 마신다. 2. 마시지 않는다. 3. 그 외 자유
고맙다고 인사하고 마신다 기분 전환이라도 됐으면 좋겠네
나는 그가 건넨 술을 받아 한 모금 마신다. 부드러운 크림의 맛, 달콤쌉쌀한 커피의 맛 뒤로 알코올 특유의 비릿할 정도의 쓴 맛이 올라왔다. 깔루아 밀크 같은 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술 맛이 강했다. 술 자체는 좋아하는 편이지만, 생각보다.... 생각보다 센데. 내가 눈가를 살짝 찌푸리자, 그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묻는다. 혹시 술 잘 못 마셔요...? 눈동자가 흔들린다. 조금 불안해보인다. 잘 마시는 편이라고 답하자,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다. 아, 그래도 보드카가 들어가서 도수가 좀 있는 편이니까 먹기 힘들면 도로 주셔도 돼요. 암튼, 그.... 너무 힘드시면 앞으로도 얘기하세요. 종종 몰래 한두 잔 정도는 드릴 수 있으니까. 그리고는 눈을 찌푸린다. 분위기상 윙크를 하려고 한 것 같은데, 그게 잘 안 되는지 그저 찡그리는 것으로만 보인다. 그 또한 부끄러운 것 같다. 뭔가.... 이렇게 같이 대화를 하게 된 거, 잡담이나 더 할까. 뭔 얘기를 하지. *>>562: 이야기를 이어갈 주제 **심안 잔여횟수 리셋(잔여 1회, >>1 참조)
술 좋아하세요?
술 좋아하세요? 그렇게 가볍게 묻자, 그는 큭큭 웃으며 답한다. 바텐더가 술을 싫어하면 안 돼죠. 좋아해요, 만드는 것도 마시는 것도. 노을 같은 붉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살랑인다. 그는 옆머리를 살짝 귀 뒤로 넘기고는 덧붙인다. 아, 그래도 취객은 싫어해요. 좋아할 수가 없긴 하죠.... 직업상 취객을 만들고 있긴 하지만. 아니, 저번에는 있잖아요. 웬 눈 풀린 사람이 뭔 크.... 뭐? 암튼 그런 게 강림할거다, 계시를 받았다, 이러면서 매장에 들어와가지고 난동을 부렸는데.... 어휴. 한숨을 푹 내쉬더니, 무심코 지친 사람 앞에서 푸념을 해버렸다고 사과한다. 그러곤, 너무 자기 얘기만 한 것 같다면서, 고민이 있다면 들어주겠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고민이라.... 나는 최근의 일들을 떠올린다. *>>564: 고민에 대하여 1. 고맙지만 거절한다. 2. 큰 고민은 없다고 한다. 3. 고민에 대해 말한다.(말하고 싶은 내용도) 4. 그 외 자유
오..바텐더.. 맛있지만 정신차리자 이곳은 마경이다. 아무도 믿을 수 없어 일단은 고민 없다고 한다..
여기에서 일어난 일들을 생각하면, 고민을 말하는 건 좋지 않다. 누구도 믿을 수 없다. 나는 술을 몇 모금 더 마시고, 입술을 소매로 문질러 닦은 뒤 답한다. 별 고민은 없어요. 그냥 요즘 좀 몸이 피곤해서. 너스레를 떨자, 그는 조금 묘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대충 납득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요. 뭐, 앞으로도 피곤하면 문 두드려요. 아, 그래도 보통 토요일에 쉬진 않으니까.... 아무튼, 집에 있으면 얘기 정도는 들어줄게요. 웃는 얼굴이 밝다. 나는 잔을 들고, 마지막 한 방울까지 목구멍 안으로 쏟아넣은 뒤 말한다. 저, 근데 이렇게 술 주신 거 너무 감사한데.... 답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러자 402호 사람은 생각지도 못했다는듯이 눈만 깜빡거리다, 조금 부끄러운 듯이 말한다. 그럼.... 사실 가끔 매콤한 냄새가 날 때마다 좀 궁금했는데, 나중에 요리하실 때 조금만 나눠주실래요? 아니, 본토 사람이 하는 한식은 먹기 힘드니까.... 이 정도면 교환비가 훌륭한 것 같아서, 내친 김에 그와 연락처까지 교환하고 다시 집 안에 들어갔다. 불 꺼진 집 안은 어딘가 허전한 느낌이 돌고, 창문 너머로 하얀 달빛만이 비쳐 들어오고 있다. 그래도 술기운이 도니 조금은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양치조차 잊은 채 침대로 기어들어갔다.
눈을 떴을 때는 일요일 새벽이다. 창 밖은 차가운 청람색으로 물들어있다. 술을 마셨지만 그리 오래 자진 못했는지, 이 정도 시간이면 오히려 평소보다 일찍 깼을 정도다. 나는 몸을 일으킨다. 지난 축제 기간 동안 있던 일을 떠올렸다. 첫날, 금요일 저녁에는 민속학부 선배와 중세형이상학부 선배가 싸웠다. 민속학부 선배는 내게 여러 이야기를 했고, 그 뒤로 중세형이상학부 선배가 연락이 되지 않게 되었다. 둘째날, 토요일 동안은 미식축구 경기를 보았다. 여자 응원단 주장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금요일 저녁까진 기대했던 연극은 결국 보지 않고 넘겼지만, 내가 깜빡 잠든 사이에 무언가 일이 있었던 것만큼은 확실하다. 그리고 오늘은 일요일. 축제의 마지막 날이다. *>>567 1. 학교로 가서, 남은 축제를 즐긴다. 2. 축제에 가지 않고, 다른 곳을 돌아본다. 3. 어디에도 가지 않고 집에서 하루를 보낸다.
1... 위험한건 일단 지나간거같으니 연극의 여파를 확인해보자..
이를 악물었다. 축제는 계속된다. 그러니 안 갈 수는 없었다. 남은 축제를 즐기고 싶은 게 아니다. 정확히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확인해야 했다. 내가 아는 다른 이들에게도 큰 피해가 갔을까, 그것을 알아야 했다. 나는 그리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내딛어, 학교로 향했다. 아직 이른 시간인데, 의외로 사람이 없진 않았다. 대부분은 이른 시간부터 나온 기숙사생인 것 같았지만. 그리고 그 중에서 한 사람, 아는 얼굴이 있었다. 밝은 갈색의 곱슬거리는 숏컷. 화학부 4학년 선배였다. 보아하니 이른 아침부터 동아리 부스를 점검하러 가는 길인 모양이다. 그는 나를 발견했는지, 이 쪽을 돌아보며 손을 흔든다. 오라는 것 같기에, 그 곳으로 향하자 선배는 언제나처럼 생글생글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다. 이런 시간부터 보는 건 처음인 것 같네. 온 김에 너도 같이 부스 점검하러 가자. 내년부터는 너도 축제 참여해야 하고.... 미리 배워 두면 좋잖아, 그렇지? 다행히도 선배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보인다. 나는 걸으면서 선배에게 물었다. 선배는 어쩌다가 이 시간부터 여기 계신 거에요? 나? 나야 뭐, 기숙사생이니까. 그리고 새벽에 산책하는 거 좋아하거든. 연못 가 봤어? 거기 오리들 있잖아, 그거 보면 고향에 있던 닭들이 생각나. 하얗고.... 맨날 새벽마다 닭 울음소리 들으면서 깼거든. 너는 그러고보니까 한국 출신이랬나? 네, 그렇죠. 담담하게 대답한다. 멀리서 왔네. 여기는 처음이지? 축제는 잘 즐기고 있어? 선배는 싱긋 웃는다. 금빛 눈동자가 눈꺼풀 뒤로 사라진다. *>>569: 대답 내용을 자유롭게
연못의 오리들 이쁘죠
연못의 오리들.... 이쁘죠. 적당히 대답한다. 이쁘긴 했다. 깃털이 부드러워보이고, 가끔 학생들에게 오이나 완두콩 같은 걸 받아먹은 탓인지 약간 살이 쪄서 적절한 포동포동함이 귀여웠다. 걔네들 중에 제일 큰 대장 오리가 있는데, 걔 이름은 도날드야. 근데 암컷이라더라.... 그래서 다들 도날드가 아니라 도나라고 부르려고 노력하고 있어. 시덥잖은 내용이지만, 조금 웃겼다. 부스에 도착하자 천막의 한 쪽을 지탱하던 폴대 하나가 약간 쓰러져 있었다. 선배는 그걸 다시 붙잡아 세우며 말했다. 그러고보니까 어제는 부스 운영이 부실했다고 하더라고. 미식축구 좋아하는 애들 많으니까 오전에 비는 건 예상했지만, 설마 오후 타임까지 그랬을줄이야. 뭐 나도 그 시간에 부스에 없었으니까 내 책임도 있지만.... 그러곤 한숨을 푹 쉰다. 그래도 뭐냐, 맡기고 가도 된다길래 몇 시간 자리 비운 건데....... 걔네들이 다 배신했다니까. 지질학부 걔는 몸이 안 좋으니 어쩔 수 없다지만, 나머지 애들한테는 한 소리 해야지. 참, 맞아. 그 금발.... 누구더라. 이름이 기억이 안 나네. 아무튼 걔, 네 말 듣고 와 본 거라며? 홍보 고마워. 부스 돌아갔을 때까지도 빠져서 게임 하고 있더라. 자작 게임도 사갔어. 선배는 씨익 웃는다. 금발이라.... 금발. 철학부 선배인가. *>>571: 질문 1. 지질학부 선배의 건강에 대해 2. 금발과 자작 보드게임에 대해 3. 어제 오후에 자리를 비운 것에 대해 4. 그 외 자유
1
문득 몇주 전, 부실에서 게임을 할 때가 떠오른다. 24시간 내에 약을 먹은 적이 있는 모든 사람은 카드 2장을 뽑는다. 그 카드를 보고는 카드 두 장을 가져가더니, 곧바로 게임에서 이겨버렸지. 게다가 그 전에 입원했을 때 병원에서도 마주쳤었다. 나는 그에 대해 묻는다. 건강이 많이 안 좋아요? 그러자, 선배는 가볍게 쥔 손으로 턱을 짚고, 눈을 찌푸린 채 생각에 빠지다 답을 내놓는다. 응, 뭐.... 좀 아프대. 지금은 일상생활 정도야 무리 없이 가능한데, 고등학생 때는 진짜 심했었다나봐. 확실하진 않은데, 나보다 나이도 많을걸. 유급한건가.... 밝아 보이는 사람이었는데, 몸이 아파서 학업조차 잘 안 됐을 정도라니. 평소의 모습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뭐, 어차피 여기는 야외 활동을 싫어하는 인간들밖에 없으니까. 선배는 씩 웃는다. 문득 하늘을 보면, 어느새 맑은 하늘빛에 가까워져 있다. 그러다가 선배는 주머니를 뒤적이며, 내게 한 가지 제안을 건넨다. 참, 맞다. 카드 줄테니까, 다같이 먹을 간식거리 좀 사와줄 수 있을까? 좀 넉넉히 사와줘. 앞으로 다른 애들 더 올 거니까. 아직 학식 안 열어서, 밖에 편의점 가야 할 거야. 아니면 여기서 같이 좀 더 준비하면서 얘기하다가 학식 먹고 온 애들 도착하면, 그때 같이 밥 먹고 간식 사러 가도 돼고. *>>573 1. 좀 더 대화한다.(대화를 이어갈 주제도 같이) 2. 카드를 받아 심부름을 다녀온다. 3. 그 외 자유
심부름 가자가자
음.... 그러면 편의점 다녀올게요. 뭐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 그렇게 묻자, 선배는 버터핑거 초코바를 꼭 사와달라고 부탁한다. 제일 좋아하는 간식이라고 한다. 나는 카드를 주머니에 집어넣고 후문 쪽의 주유소 겸 편의점으로 향한다. 물론 정문 쪽 편의점이 더 크고 물건도 다양하단 건 알지만.... 솔직히 이 쪽이 더 가까우니까. 후문을 넘어 주유소 쪽으로 향하자, 그 곳에는 벤치에 다리를 꼬고 앉아 커피와 핫도그를 먹고 있는 한 사람이 보였다. 대충 묶은 검은 머리카락. 야구모자를 눌러쓴 탓에 얼굴에 그림자가 져 있지만, 그림자 속에서 반짝이는 금빛 안경줄을 통해 그 사람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문학부 선배다. 어제 그 사달을 낸 장본인이, 태연한 얼굴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그는 나를 발견했는지, 슬쩍 챙을 들어올려 얼굴을 드러내곤 손을 크게 흔든다. 웃는 얼굴은 언제나처럼 즐거워보인다. ......뭐 하자는 거야. *>>575 1. 다가가서 뺨을 갈긴다. 2. 일단 다가가본다. 3. 무시하고 편의점으로 들어간다. 4. 그 외 자유
일단 다가가보자. 무슨 이야기를 할까 궁금해.
나는 그에게 다가갔다. 그는 밝게 웃으며 내게 말한다. 좋은 아침이네. 그러고는 핫도그를 한 입 베어물더니, 옷 위로 후두둑 떨어지는 양파 부스러기를 닦으려 허둥지둥한다. 옆에 놓여있던 물티슈를 집어들어 옷을 닦으면서도, 입을 우물거리는 것은 멈추지 않는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그가 남은 핫도그를 전부 씹어삼키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는 입가를 닦은 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호쾌하게 들이킨 뒤에야 말을 이어간다. 너도 뭐 먹으러 온 거야? 난 사실 개인적으로는 에그 샌드위치를 좋아하는데, 아직 입고 시간이 안 돼서.... 그래서 핫도그 먹고 있었어. 묘하게 장난기를 띤 미소다. 그는 다시 한번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곤, 덧붙이듯 말한다. 그러고보니까 어제 연극.... 네가 와 줬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네. 생각지도 못한 말에 표정 관리를 하지 못 했는지, 입가가 구겨지는 것을 느낀다. ...그래, 내가 와 줬으면 좋았을 거라고? 그렇구나.... 그래.... *>>577 1. 왜 그랬는지 묻는다. 2.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는다. 3. 뭘 하고 싶었는지 묻는다. 4. 그 외 자유
3. 뭘 하고 싶었는지 묻는다.
충동적으로, 고르지 못한 말이 튀어나갔다. 뭘 하고 싶었던 거에요? 그러나 선배는 지루하다는 듯이 말한다. 뭘 하고 싶었어야 해? 선배의 말은 어쩐지 내 논리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영역에 있는 것 같아서, 나는 잠자코 선배의 말을 들었다. 뭘 하고 싶은지 모르니까 하게 되는 일이 있는 거잖아. 나를 책임질 건 나 뿐이지만, 내가 책임질 것도 나 뿐이거든. 그러니까 저질렀을 뿐이야. 할 수 있고, 안 할 이유가 없고, 그리고.... 어쩌면 좋은 걸, 색다른 걸 보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느낌은 드네. 선배는 한숨을 푹 쉰다. 어쩐지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도 누가 죽을 것까진 생각 못 했어. 그는 그렇게 말하곤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꺼내다가, 나를 흘낏 보고는 다시금 집어넣는다. ......근데 내 책임만 물을 건 아닌 것 같다. 그렇지...? 자기 목숨은 자기가 책임지는 거잖아. 난 그렇게 생각해.... 말 끝을 흐린다. 웅얼거리는 것이, 평소의 자신만만한 그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지경이다. *>>579: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원래 그런 사람인건지 무슨 계기로 변화를 겪고 그런 일을 벌인건지 물어본다
그런 말로는 여전히 납득이 안 갔다. 스스로를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그를 더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이를 악물고, 겨우 물었다. 선배는, 원래부터 그런 사람이었던 거에요? 뭐가 선배를 그렇게 만든 거에요? 그런 일까지 할 정도면, 적어도 계기는 있었을 거잖아요.... 그게 대체 뭐에요? 선배는 기이하게 맑은 눈을 하고 나를 올려다본다. 이제 와서야 깨달았지만, 이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되어 있었다. 얼굴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지만, 뭐라고 해야 할까. 잔뜩 물어뜯은 탓에 핏기가 더 올라온 붉은 입술과, 상당히 충혈되어 실핏줄이 떠오른 눈, 그게 아니더라도 뺨이 이전에 비하면 상당히 발그레해졌다. 전반적으로 이전에 비해 더 생기가 있는 느낌이지만, 어딘가 병들어서 위태롭다. 생기가 생긴 것이 아니라, 제 안에서 멋대로 솟아오르는 생기에 휘둘리는 사람처럼. 선배는 무언가에 취한 듯한, 섬뜩한 웃음소리가 섞인 목소리로 되묻는다. 너는, 네 핵심이 되는 제일 큰 요소가 뭐라고 생각해? 네? 뜬금없는 말에 되묻자, 선배는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을 이어간다. 시커멓게 그림자가 진 눈가와는 대조적으로, 그 눈동자는 별 같은 총기를 띠고 있었다.
나는 어제 내 안에 고이 자리잡고 있던 핵심이 완전히 뒤바뀌는 경험을 했어. 황홀해진 혼이 빠져나가 저 멀리 우주 끝까지 닿았고, 극이 멈출 무렵에는 도로 가라앉아 뇌의 깊은 곳까지 떨어져내리는 것 같았어. 그건.... 그거는, 정말.... 뭐라 말할 수가 없을 만큼, 기존에 갖고 있던 모든 상식이라던가, 우주에 대한 법칙 같은 대전제가 완전히 박살나고 재구축되는 그런 느낌이라서.... 그의 두 눈은 먼 우주를 바라보는 것인지, 아니면 어제의 연극을 회상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기이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중얼중얼 알 수 없는 말을 늘어놓던 선배는, 무거운 한 마디를 툭 던진다. 그렇지만.... 내가 바랐던 건 그런 게 아니거든. 정말로.... 이윽고 선배는 불안해진 것인지 고개를 푹 숙이고는 오른손을 들어올려 손톱을 물어뜯는다. 이미 손톱 끝이 다 피로 물들어서, 어디 하나 깨지지 않은 부분이 없을 만큼 망가졌고, 손톱 곁의 살거죽마저 뜯겨있는데도. 나는 황급히 그의 손을 붙잡는다. 어제까지만 해도 같이 대화하던 선배가 대본에도 없던 애드리브를 치다가 자기 목을 꺾어버리고, 그걸 본 다른 사람들이 동요하고, 저 먼 곳에서 뭔가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들리는데, 이상하게 멋진 작품을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만이 들었어. 그렇게 중얼거리는 선배의 얼굴에는 일그러진 미소가 피어 있다. ......그러니까 내 탓은 아닌 거야. 내 탓이 아냐. 난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그의 목구멍 안에서부터, 기괴한 현실도피가 흘러나왔다. *>>582: 이제 해야 할 것 1.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게 한다.(방법을 제시해줘도 좋음) 2. 선배의 손을 놓고, 어떻게든 자리를 떠난다. 3. 그 외 자유 **심안 잔여횟수 리셋(잔여 1회, >>1 참조)
선배를 대상으로 심안을 사용한다 심안이 어떤 건지 궁금하니까
내 눈에 비친 그는, 이제 더는 어찌 할 방도가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황홀감, 현실도피, 그 모든 것을 끌어안은 비참한 예술가의 자아만이 남아서, 이해되지 않는 말만을 늘어놓는 인간에게 구원이란 있을까. 불행히도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그러니까, 그에 대해 더 알아야 했다. 선배의 멍한 눈을 바라본다. 순간, 침잠하는 감각이 몸을 덮친다. 정보의 파도가 몰아치며 의식을 휘감고 떨어져내린다. ... 검은 넝마를 입은 배우가 등장한다. 그는 흰 가면의 위아래를 뒤집어, 머리가 거꾸로 달린 것처럼 쓰고, 검은 가발을 늘어뜨린 채 중얼거린다. 꿈이 쏟아져 내리고, 도망칠 곳은 이제 없나니. 황금을 두른 군주가 이 곳에 발을 내딛으시면, 우리는 결말을 알되 서막을 잊는 존재가 될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배우는 양 손을 들어 제 머리를 쥔다. 손 끝에는 반지가 끼워져, 손톱을 장식하고 있다. 곧이어 그 손에 힘이 들어가며 목이 비틀리고, 앞으로 고꾸라져 쓰러진다. 사람들의 비명이 쏟아진다. 그러나 이상할 정도로 황홀한 감각이 느껴진다. 등골을 타고 오르는 열락의 유쾌함이 이성을 마비시키고, 뇌가 녹아내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나는 낮게 중얼거린다. 우리에게는 이런 결말만이 남았습니다. 그러나 목구멍에서 나온 것은 선배의 허스키한 목소리이다. 나는 그제서야 깨닫는다. 나는 지금 선배의 어제를 알고 있다. 얼굴에 뜨끈한 열기가 몰린다. 시야가 점차 붉게 물들다가, 눈을 한번 깜빡이자 다시금 붉은 기가 옅어진다. 뺨을 타고 흐르는 액체의 느낌과, 입 안으로 흘러드는 철분의 맛이 내 기분을 나쁘게 한다. 그러나 기분이 나빠진 것은 나이지, 그가 아니다. 귀에서는 이명이 들리고, 뼈가 뭉근하게 녹아내리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럼에도 이상할 정도의 다행감만이 남아있다. 돌아가면 글을 써야지, 이런 대단한 이야기는 쓰지 않으면 안 돼.... 이젠 고민할 것도 없어졌고, 무엇이든 쓸 수 있을거야. 그러다 갑작스럽게, 무언가에 붙들려 끌어올려지듯 시야가 떠오르며 뒤집힌다. 내려다본 곳에는 코피와 피눈물을 흘리며, 말로 다하지 못할 환희에 붙들려 흉흉한 눈으로 내 쪽을 응시하는 선배의 얼굴이 보인다. 아비규환, 엉망진창이 된 강당에서, 그는 입꼬리를 한껏 끌어올린 채 짐승의 비명과도 같은 괴성을 지르고 있다.
그의 어제 오후에서부터 시작해, 실수로 놓아버린 줄자가 빨려들어가는 것처럼 밤을 스쳐지나가고, 다시금 의식이 현재로 돌아온다.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선배는 내 손을 붙잡고는 걱정하는 듯한 말을 늘어놓았으나, 그런 건 지금 중요하지 않았다. 아까 전의 그 비현실적인 경험은 뭐였지. 꼭 그의 마음 속에 들어간 것 같았다. 그러나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선배는 나를 보고 다시금 묻는다. 괜찮아? 어쩐지 그 목소리가 가증스럽게 들렸다. 단 한 가지 알 수 있는 것은, 선배는 눈 앞에서 누군가가 죽은 것 자체로 이런 감정을 받은 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그에게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내가 들여다 본 그는 그 일에 후회하지 않았다. 후회할 마음이라곤 추호도 없었다. 단지 그것보다는 먼 우주의 진실을 엿보았다는 우월감이 우선이었고, 그것이 주는 쾌락에 매달려 밤을 새워 글을 써내려갔다. 그리고 밤의 마력이 끝났을 때, 그는 문득 자기 자신의 인간성에 대해 되짚어보았다. 눈 앞에서 벌어진 죽음이 너무나도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던 것을, 그는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런 그가.... *>>585 1. 역겨웠다. 2. 가여웠다. 3. 무서웠다. 4. 그 외 자유 **600레스 이후에 심안 재활성화
역겨움을 느끼는데 그게 선배의 행위 때문인지 미지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불분명하다
역겹다. 역겨웠다. 기분나빠, 혐오스러워. 내가 뭘 본 거지? 그러나 이 기분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 무엇에 대한 것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를 향한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어쩌면 확신하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를 향한 것이라고 확실시해버리면, 이젠 혐오하는 것 말고는 도리가 없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의 불분명함을 그대로 내버려 두기로 했다. 지금 상황에서 선배를 마주할 수는 없다. 나는 황급히 시간을 확인하고, 편의점으로 달려가 간식거리를 냅다 챙긴 뒤, 모바일 결제로 빠르게 계산을 마치고 다시금 뛰어 돌아갔다. 등 뒤에서 선배의 얼이 빠진 목소리가 들렸지만 알 바인가, 난 지금 당신을 마주할 생각이 없다. 그러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보자. 아, 근데 이러는 거 굉장히 회피형같네. 뭐 그런 시덥잖은 생각이 슬슬 들 무렵, 나는 다시금 화학부 선배 앞에 도착해 간식거리가 든 봉지를 건넬 수 있었다. 선배는 조금 기다렸던 모양이다. 아, 왔어? 이야, 하도 안 와서 카드 들고 도망간 줄 알았지 뭐야. 카드.... 잠시만, 카드? 아. 실수로 내 돈 썼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선배에게 카드를 돌려주었다. 그러나 선배는 우거지상이 된 내 얼굴을 내버려둘 수 없었던 모양인지, 자초지종을 묻는다. 생글생글 웃고 있지만 묘한 압박감이 느껴져서, 나는 정신이 없어가지고 무심코 제 돈으로 사 버렸다는 얘기를 털어놓았다. 그러자 선배는 다시 한번 봉지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하고, 어쩔 수 없다는 듯 중얼거린다. 음.... 어쩌다보니 빚을 져 버렸네. 계좌번호 줄래? 아니면, 원하는 게 있다면 도와줄 수도 있어. *>>587: 화학부 4학년 씨에게 요구할 것 1. 계좌로 돈을 돌려줄 것. 2. 밥을 사 달라고 한다. 3. 과제 등을 도와달라고 한다. 4. 그 외 자유
한국인은 밥심 2 밥줘!!!!
나는 결제 내역을 곁눈질로 슬쩍 확인했다. 이 정도 금액이면 좀 비싼 밥 한 끼는 되지 않을까. 이렇게 된 거, 선배한테 밥을 얻어먹으면서 친목을 다지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나는 선배에게 나중에 식사를 사 달라고 했다. 그러자 선배는 그 걸로 괜찮냐며, 그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답한다. 그러고는 일정을 잡으려는 듯 핸드폰을 꺼내다가, 마침 울린 전화에 고개를 갸웃하더니 전화를 받는다. 네, 여보세요.... 아, 음. 네. 아.... 그러니까. 나를 앞에 두고 한동안 전화가 이어진다.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러고는, 묘하게 떨떠름함이 남은 투로 긍정의 답을 내놓고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더니, 나를 돌아본다. 아. 미안. 급한 전화라서. 신경 쓰지 마. *>>589 1. 신경쓰이니까 물어보자. 2. 신경 쓰지 말자. 딴 얘기 주제를 꺼낸다. 3. 다른 사람들이 오는 걸 발견한다. 4. 그 외 자유
무슨 전화인지 물어본다 안 알려주면 어쩔 수 없고
무슨 전화인지 물어보자, 선배는 무언가를 떠올리듯 눈동자를 굴리다 답한다. 음.... 사촌 비슷한 사람이야. 여기 대학원에 있거든. 사촌이면 사촌이고 아니면 아닌 거지 사촌 비슷한 건 뭐지. 의문이 들어서 그에 대해 다시 묻자, 선배는 의외의 말을 꺼낸다. 사실 엄밀히 따지면 조카가 맞긴 한데, 저 쪽이 연상이라서.... 내가 늦둥이고, 그 분은 이래저래 사정이 있었거든. 좀 꼬였지. 그래서 사실 여기 오기 전 까지는 본 기억도 거의 없어. 성이 같아서 눈치챘지. 늦둥이라 하면 어쩐지 보통 예쁨받고 곱게 자랐을듯한 이미지인데, 선배는 오히려 맏이같은 포용력을 갖고 있어서, 그럴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다 선배는 문득 고개를 돌린다. 다른 부원들이 오고 있다. 선배는 나를 다시금 돌아보다가 말한다. 아, 아무튼.... 오늘은 뭐 할 일 있어? 없으면, 오전에 부스 운영 좀 도와줄래? 꼭 돕지 않아도 돼. 사실 1학년은 굳이 참여할 필요까진 없으니까. *>>591 1. 생각해 둔 일정이 있다.(관현악단 가을 공연 보기 or 부스 2개 둘러보기 중 택1, 후자일 경우 >>502에서 원하는 부스 두개 고르기) 2. 일정이 없다. *>>592 1. 돕는다.(591이 1번일 경우 기존 일정을 취소함) 2. 돕지 않는다.(이걸 고를 시, 591이 2번일 경우 일정도 함께 정하기(관현악단 가을 공연 보기 or 부스 2개 둘러보기 중 택1, 후자일 경우 >>502에서 원하는 부스 두개 고르기))
서번트&서비스 메이드집사 카페에 가기!!!!
돕는다.
실은 부스를 둘러볼 예정이긴 했다. 일본문화클럽에서 메이드 카페.... 였나? 뭐 그런 걸 한다길래, 재미있을 것 같아서 조금 끌렸었지. 나도 엄청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그거잖아? 그.... 오이시쿠나레? 그치만 거기나 여기나 카페고. 내년에는 내가 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일을 돕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언제든 변경될 수 있으니까 예정인거다. 나는 일을 돕겠다고 했다. 그러자 선배는 활짝 웃으며, 내 손을 붙잡고 고맙다고 말하다가 퍼뜩 손을 놓는다. 무례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나는 남는 앞치마를 입고, 손님을 맞을 준비를 시작했다. 사실 보드게임 카페라고 해서 대단한 건 없다. 카페로서는 거의 구색만 맞춰놨고, 보드게임이 메인이지. 있는 음료는 히비스커스 펀치와 캡슐 커피로 적당히 내리는 아메리카노, 에이드 세 종류다. 종류는 레몬, 라즈베리, 무화과.... 무화과? 무화과 에이드라는 특이한 메뉴 선정에 대해 물었더니, 지질학부 선배가 이 시즌만 되면 무화과 잼을 만든다고 했다. 뭐, 아무튼 오늘의 첫 손님이다. 나는 그 쪽을 돌아보았다. *>>594: 들어온 사람은? 1. 지질학부 3학년 씨 2. 민속학부 4학년 씨 3. 천문학부 3학년 씨 4. 심리학부 1학년 씨 **스레주가 며칠간 뻗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심리학부 1학년 씨



업데이트: 지질학부 3학년 씨, 심리학부 1학년 씨, 화학부 4학년 씨의 이미지가 추가되었습니다. 보드게임 동아리 트리오까지 이미지가 추가되었으니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군요 1레스에 추가할 필요가 있을 정도로 비중이 높은 인물이 더 생기면 어쩔 수 없겠지만서도
들어온 사람은 심리학부 1학년 녀석이었다. 오늘은 평소처럼 간단히 묶어 올리지 않고, 거의 틀어올리다시피 한 느낌으로 머리를 단단히 고정하고 있었다. 녀석은 피곤한 것인지 눈가에 다크서클이 좀 있었다. 아메리카노.... 아, 아니. 무화과 에이드로. 그렇게 주문을 하곤, 돈을 내민다. 나는 아까 배운대로, 무화과 잼과 탄산수를 비율에 맞게 섞어 내밀었다. 그는 고맙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주위를 둘러보다가 한 쪽 구석의 일본어가 쓰인 호러 보드 게임 상자를 보곤 뭔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무슨 말이냐고 묻자, 게임 이름을 읊었을 뿐이라고 한다. 어.... hako onna? 뭔 뜻이지. 내가 잘 알아듣지 못한 것 같자, 그는 신경쓸 거 없다고 말하곤 주위를 둘러본다. 그러곤 살짝 고개를 숙이고 내게 속삭인다. 사실 나 어제도 여기 부스 왔었는데, 내가 온 시간만 그랬는지는 몰라도 솔직히 생각보다 그렇게까지 막 인기가 넘치진 않았거든. 근데 저거 보니까 알겠더라. 여긴 보드게임 너드들밖에 없어. 음....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다. 여긴 다들 헤비한 보드게임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데, 이번에 부스 수익으로 보드게임 새로 들일 때, 좀 가벼운 것 위주로 넣어달라고 건의해보는 건 어떨까. *>>597: 그의 의견에 대한 주인공의 생각을 자유롭게
찬성한다 가벼운 것들 위주로 넣으면 훗날 신입 회원을 받기도 좋지 않을까
하긴 가벼운 것을 좀 들여올 필요가 있다. 이미 있는 가벼운 게임이라고 해 봐야 지겹게도 우려먹은 뱅이나 더럽게 질질 끌리는 머핀타임 같은 것 뿐이다. 그렇기에 나는 그의 의견에 찬성했다. 가벼운 것들을 넣으면 신입 회원을 유치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게 말하자,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답한다. 그렇지? 아니, 솔직히 나도 그런 거 좋아하긴 하니까 어지간해서는 이런 말 안 하고 싶었는데, 영어판 정발까지 된 게임이 일본판으로 있는 거 보니까 아무래도 안 될 것 같더라고. 누가 총대 메고 말 안 하면 다음에도 헤비한 거만 들여올 게 뻔하잖아. 나 또한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는 그 뒤, 방문객이 없는 틈을 타 잡담을 하거나, 들여올 만한 가벼운 게임을 찾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얼마 정도 시간이 지나, 점심 쯤이 되었다. 선배는 슬슬 배도 고플거고, 다른 부원들도 더 올 예정이니 다른 걸 보러 가거나 해도 괜찮다고 했다. 나는 무화과 에이드를 들고 나와, 주위를 둘러본다. ......이제 뭐 하지? *>>599 1. 부스 구경을 하러 가자(>>502의 부스 목록에서 2개 선택) 2. 합창단 가을 공연을 보러 가자 3. >>그런데 갑자기 전화가
전화가 뭔지 궁금하다 3번
전화벨이 울린다. 나는 다급하게 핸드폰을 꺼내들어 확인한다. 402호 사람이다. 갑자기 전화를 왜 하지? 나는 전화를 받는다. 저, 미안한데. 지금 안에 있는 거 맞아요? 안에 있냐니? 그게 무슨 말이지. 나는 답한다. 네? 아니요? 저 지금 학교인데요. ......언제 나갔어요? 한참 전에요. 새벽쯤인가? 나의 그 말에, 402호 사람은 입을 다물고 한참을 생각하다 말한다. .........어.... 다시 한번 확인해볼게요. 잠시만요.... 끊어도 돼요. *>>601 1. 끊는다. 나중에 다시 연락 오겠지. 2. 끊지 않는다. 뭔 일인데 또?
2번 주인공 집에 뭔가 나타난건가
또 뭔 일인지, 나는 관자놀이를 짚으며 통화를 이어갔다. 건너편에서는 계단을 오르내리는 소리나, 누군가와의 대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지만 아직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조금 시간이 지나, 그는 조금 떨떠름한 목소리로 말을 덧붙인다. 아마.... 별 일 아닌 거 같아요. 원래 이 근방에 청설모가 종종 나오기도 하고.... 지금 당장 돌아올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그래도 나중에 돌아오면 한번 집주인한테 연락해서 확인해보세요. 배관이라던가.... 자기도 잘 모르겠다는 건지, 그는 말 끝을 흐린다. 아무튼, 그럼 이제 끊을게요. 참고로 아랫집 분한테는 제가 대충 설명해뒀긴 한데, 그래도 나중에 한번 찾아가보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603 1. 전화를 끊지 말라고 하고, 궁금한 것을 더 묻는다.(내용은 자유롭게) 2. 찜찜하니 바로 집에 돌아간다. 3. 일단 축제를 더 즐긴다. >>598의 1번과 2번 중에서 선택. 4. 그 외 자유
일단 집으로 돌아가자. 100% 뭔가 터졌을 삘이라.
전화가 끊긴 뒤, 나는 곧바로 집에 돌아가는 쪽을 택했다. 솔직히 상황이 멀쩡하게 돌아가고 있을 거란 느낌이 안 든다. 어지간해서는 분명 뭔가 일이 나 있을 거다. 도착한 집은 언제나와 같이 평범해보였다. 적어도 문 앞에서 볼 때는 그랬다. 안쪽에서 무슨 일이 있을지는 몰랐지만, 적어도 지금 상태로만 봐서는 정말 아무 일도 없을 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서면, 내부는 언제나와 같다. 청설모의 흔적도, 사람의 흔적도 없었다. 무엇이 문제지? 나는 집 안을 샅샅이 뒤졌으나 무엇 하나 이상한 점이 없고, 나갈 때와 마찬가지였다. 뭐야. 나는 맥이 빠져 한숨을 푹 쉬었다. 어쨌든 아까 전 옆집 사람이 했던 말을 생각하면, 우리 집에 생긴 문제가 아랫집에까지 피해를 준 것 같다. 이야기를 하러 내려가봐야겠지. 나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때부터, 진짜 이변이 시작되었다. ......문이 열리지 않았다. 잠겼다? 아니,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어쩐지 열 수가 없었다. 무언가가 틀어막고 있다고 해야 할까, 문을 열려고 하면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605: 우선 확인할 것 1. 핸드폰 2. 전기 3. 수도 4. 피곤한데 다 때려치고 그냥 잠이나 자면서 잊을까.
잠들면 큰일 날 것 같은데... 일단 핸드폰부터 확인하자
무슨 수를 써도 현관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나는, 지금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알아내기로 했다. 그러려면 제일 우선시해야 할 건 핸드폰을 확인하는 거겠지. 인터넷으로 방법을 찾아볼 수도 있겠고.... 아니면 뭐, 옆집 사람 번호 있으니까 연락해볼 수도 있겠지. 비밀번호를 말해주면 바깥에서 열어줄지도 모르고. 안일한 생각같긴 하지만.... 뭐, 비밀번호야 바꾸면 되는 거지, 그치? 일단 인터넷부터 뒤져볼까. 나는 검색창에 이런저런 키워드를 넣어가며 답을 찾아 헤맸다. 🔍탈력발작| 🔍 🕔손에 갑자기 힘이 안 들어감 🕔도어락 고장 🕔도어락 🕔문이 갑자기 안 열림 🕔beginner borad game 🕔가벼운 보드게임 🕔쉽고 재밌는 보드게임 음, 탈력발작은 아닌가.... 역시 그런 걸 의심할 정도로 문제가 생긴 건 아닌 것 같은데. 핸드폰을 쥔 채 나는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이렇게 자기 자신을 의심하고 싶지 않다.
🔍탈| 🔍 🕔손에 갑자기 힘이 안 들어감 🕔도어락 고장 🕔도어락 🕔문이 갑자기 안 열림 🕔beginner borad game 🕔가벼운 보드게임 🕔쉽고 재밌는 보드게임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 🕔손에 갑자기 힘이 안 들어감 🕔도어락 고장 🕔도어락 🕔문이 갑자기 안 열림 🕔beginner borad game 🕔가벼운 보드게임 🕔쉽고 재밌는 보드게임
나는 무심코 비명을 지르며 핸드폰을 집어던졌다. ......방금은 내가 타자를 친 게 아니다. 그럼 누군데. 뭐야, 귀신이라도 들렸어? 뭐야, 아니, 뭔데! 나는 침착하게 주위를 살폈다. 그러나 여전히 아무 것도 없다. 정말로, 이 집 안에 있는 건 나 뿐이다. 그럼 핸드폰에 이상이 있는 건가? 요즘 AI 기술이 좋다더니만 설마 이딴 이스터 에그가 있다고? 아닐 거 같은데? 그럴 만큼 대단히 똑똑하진 않던 것 같은데? 아직 환각 있던데? 나는 다시금 핸드폰을 주워들었다. 🔍탈력발작| 🔍 🕔손에 갑자기 힘이 안 들어감 🕔도어락 고장 🕔도어락 🕔문이 갑자기 안 열림 🕔beginner borad game 🕔가벼운 보드게임 🕔쉽고 재밌는 보드게임 ...방금 전은 내 착각이었나? *>>610: 이제 뭘 하지? 1. 현관문을 다시 확인한다. 2. 수도를 확인한다. 3. 전기를 확인한다. 4. 누군가에게 연락을 한다.(>>1레스에서 원하는 인물 선택) 5. 그 외 자유 **심안 잔여횟수 리셋(잔여 1회, >>1 참조) 사실 600레스에서 알려드렸어야하는데 까묵어버렸음 이참에 건의사항 있으면 말해주십쇼
심안을 사용해서 집을 둘러보자 이전 줄거리랑 등장인물을 정리해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