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꾼다. 단편이 자꾸만 내 손을 잡는다. 손을 완고하게, 숨이 비집고 들어올세라 교묘히 맞잡는다. 아버지가 아닌 열 일곱의 내가 날 붙든다. 갈팡질팡 하지도 않고 커다란 도로 노란 중앙선 위, 몸을 꼿꼿하게 바로 세웠다. 어느 쪽으로도 건널 생각 없이 수평을 이룬다. 이곳은 애상과 애상의 중앙에 놓인 수평선이다. 노력이 부재한 적은 없었다. 언제나 최선을 다해서, 열과 성을 다하는. 그런데 언제부터 잘할 것이 분명할 선택지를 비굴하게 찾아 고르게 된 거더라. 언제부터 추비한 회피를 애써 모르는 체하고, 깔은 시선에 든, 땅바닥에 핀 안온한 평온에 안주하며 살아갔더라. 여즉 외면한 고난이 일순에 몰아쳐 온 몸을 끌어안는다. 이런 엇나간 선택을 종용한 것은 누구지.
단편
선풍기가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아무렴 선풍기에는 날이 있으니 말이다. 날은 날기를 원하기도 하나 무언가를 베기를 간원하는 것이다. 말인 즉슨 손가락을 파먹혔다는 소리다. 팍 튀어오른 낭창함은 수면을 박차고 튀어오른 붕어의 꼬리짓 같았다. 탄성의 힘줄기를 따라 이어지는 방울의 점묘같이 내게 새겨진 선풍기의 맥. 선풍기는 날거나 베기 위해 사는 것인데 아니 근데 씨발 날으라고 손가락 존나 아프네. 내 새끼 손가락은 베이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첫 일기가 이 따위의 내용이 담길 줄 누가 알았을까. 선풍기는 알았을 것이다. 개같은 거.
the winner takes it all. 낙관적 허무주의의 자세를 지녀야만 하는데 자꾸만 회의에 젖는다. 결국 개인의 목적 또한 사회에서 실현되어야 하는 것들인지라, 무가치한 것들이 무게를 가진다. 낙천맞은 이상론자들이 싫다. 낙원을 읊는 것이 무엇이 그리 어려운가. 진정한 이상주의란 청사진을 그려낼 줄 아는 아키텍트들이다. 파생해 그런 이유로 건축가들이 좋다. 중도를 걷지 못해 흐름에 나를 놓아버린다. 불분명한 의식이 만들어낸 IVR. 음악선생이 항상 말하던 열등종자가 되어버렸나. 종속된 무방존재의 속성은 무엇인가. 타파와 해방에 힘을 쏟아야 하는... ... ... 몰아붙여지는 사고에도 휩쓸리는구나. 다시, 다시.
薄明光線. 샤프한 이름에게 사랑받는 습관이 있다. 어떤 저주에라도 걸린 양 내게 사랑을 속살이는 것들은 바짝 날이 선 신경줄을 가지고 있어, 그들의 이름마저도 그에 의해 벼려져 왜왜하고 험준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난 사랑을 주는 것에 사랑을 하는 편인지라 얼마의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애정을 담아 그들의 이름을 불렀다. 정교하게 그어진 애정에 비릿함은 방울진다. 종종 혀를 머금고 사랑은 역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내가 정작 빠져드는 것들은 둥근 발음을 간직한 존재들. 마모되었으나 자신의 구심점을 잃지 않고 여전히 융화되어 살아가길 자처하는 것들. 이름마저 둥근 것들. 그래. 그래서 난 wk과 my을 사랑하는 중이다. 사랑을 받지 못했으나 사랑을 줄 줄 아는 그들이 존경스러워서. 나를 잃지 않는 것들. 실존적 고립과는 별개로 타인의 고립을 묵과하지 않고 자신이 소모됨을 마다하지 않는 그들. 맹렬한 충동은 없으나 애달는 미지근함에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하는 이들. 나머지는 블로그.
좇같다
평범은 추상적 개념이기에 나의 평범은 누군가에게 꿈이 될 수 있으나 반대로 불행이 되기도 한다. 유유상종이란 말을 근래에 많이 생각한다.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 군집해 살아가는 특징이 있다는데 이것은 비단 삶의 수준(계급)에 국한되지 않다. 성격, 가치관, 취미, 그러나 그 중에서도 비중이 이상하리만치 높게도 결핍을 공유하는 관계를 구성하는 양상을 띤다. 동족혐오의 감정을 가지면서도 나의 영혼을 이해해줄 사람을 갈구한다는 게 아이러닉하다만 이해한다. 나 또한. 나 또한... 그런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많은 이들의 삶을 들여다 보는 기회를 접했다. 결핍을 가진 것들은 외로움의 냄새에 예민하다. 경멸하면서도 결국 냄새 길을 따라 근원에 도달하고 만다. 그것이 싫어 코를 틀어막았으나 내게서 풍기는 냄새를 틀어막을 수 없었다. 이다지도 아픈 것들. 아픔 앞에 아픔을 누설하고 마는 것들. 점차 나의 고통인지 그들의 고통인지 모호해져서. 내게 보통은 그런 것들인데 이 삶이 평범한 것들인데 이 아픔들이 세상을 구성해서 난도질 된 세상에 바람은 비명을 지르는데. 시끄러워 자꾸만 눈에 핏발을 세우게 되는 세상인데. 경악스레 눈을 홉뜨고 나를 별세계의 인간으로 바라보고 궁금해하는 이들을 볼 때면 끝없이 공허해진다. 부러움도, 패배감도, 난처함도 아니다. 그저 내게도 그들은 별세계의 사람이니. 그러나 궁금하지 않은. 그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