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이런 상황이라면 어떨거 같아?

잡담 2026/07/24 20:17:34

1 이름없음 2026/07/24 20:17:34

오늘 어떤 영상을 봤는데 도플갱어 라는 만화? 웹툰?을 소개하는 영상이었어 근데 내용이 너무 슬프면서도 N 96%인 나는 계속 그 주제에 대해 생각하게되더라 내용을 설명해보자면 어떤 애벌레가 있어. 그 애벌레는 사람이든 벌레든 동물이든 가리지 않고 생명체를 통째로 먹어. 그러고나면 그 대상으로 완벽히 똑같게 변태를 해. 그런데 문제는 외형만 똑같아 지는게 아니라 세포 하나하나까지도 다 복제해버리니 그 기억까지도 완전히 똑같이 베껴버린다는 점이야. 그래서 그 애벌레는 '도플갱어'라고도 불리고, 도플갱어는 자신이 도플갱어라는 사실조차도 잊게 되지. 그럼에도 이 도플갱어라는 벌레가 그리 문제되지 않는 이유는 딱 하나야. 희박한 확률. 우리나라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샹각해봤을 때 1년간 뱀에게 물려죽는 사람의 수 약 5명. 그런데 도플갱어에 먹혀 죽는 사람의 수도 약 5명에서 6명. 그저 걸리면 재수없는 거고, 서식지와 습성. 그 어떤 것도 알지 못해 예방할 수도 피할 수도 없는 희박한 불행일 뿐인거지. 그럼에도 도플갱어임을 알 수 있눈 방법이 딱 하나 있어. 먹이가 먹힌 뒤의 반나절. 그 반나절 동안은 도플갱어가 먹이를 완벽히 복제해내느라 피부 전체가 투명해져. 신체 내부 장기랑 뼈까지도 다 보이게 되는거지. 그 반나절 동안에만 알 수 있는거야. 여기서 한 가지 사건이 발생해. 주인공이 하교를 하다 아파트 뒷편 놀이터에서 도플갱어에 먹혀. 먹이를 먹은 뒤로 도플갱어는 몸이 먹이와 완전히 똑같되, 투명해졌겠지? 그 상태로 집에 찾아온거야. 아직 세포는 복제하는 중이니 도플갱어에 먹힌 전후 기억은 없는 상태이고, 도플갱어 스스로도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를 알지 못해. 너희가 주인공의 엄마라면 이 도플갱어를 내쫓을 수 있어? 너희가 부모인 입장이면, 어느 날 자식이 도플갱어에 먹혀서 들어와. 자식은 그걸 인지하지 못한 상태야. 그렇게 너무나 혼란스럽고 미쳐버릴거 같은 상태로 반나절이 지나고 아침이 밝아. 딸이 일어났어. 평소와 똑같은 아침, 똑같은 습관, 똑같은 말투. 일상의 아침이고, 어제와 똑같은 우리 딸은 등교를 했어. 다만 어제 신고 나갔던 신발만 달라진 채로. 어제 그 신발을 잃어버리고 들어온 아이이게는 자신의 신발을 빌려주고, 그렇게 똑같은 일상이야.

2 이름없음 2026/07/24 20:19:27

분명 우리 딸이야. 코에 작은 후추가루 하나라도 붙으면 연신 재채기를 해대는 습관 마저 똑같은, 오른쪽 눈썹 밑 작은 점까지도 그대로인 우리 딸이야. 어제 일은 잠시 지쳐 생긴 악몽이었던 거야. 그리 생각하고 넘기면 우리 딸은 살아있는거야. 저 아이는 우리 딸인거야.

3 이름없음 2026/07/24 20:21:18

그 때 경찰에서 연락이 와. 경찰서에 갔고 씨씨티비를 통해 아파트 뒷편 놀이터로 향하는 아이의 마지막 경로까지도 확인했어. 그 뒤로 아이는 도플갱어라는 벌레에게 잡아먹힌거야. 그리고 알몸으로 나타나. 그 길로 집으로 들어왔지. 경찰은 그 날 딸아이가 도플갱어로부터 발버둥치다 벗겨져버린 걸로 추정되는 딸의 신발을 건네줘.

4 이름없음 2026/07/24 20:23:57

분명 내 진짜 딸은 죽었는데, 경찰은 내게 딸아이의 사망신고를 할거냐 물으며 종이를 건네주는데 난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어. 분명 내 딸은 살아있었거든. 오늘 아침에 아침밥을 먹고 나갔고, 오늘 아침에 방을 안치우고 숙제를 안챙기고 고데기를 안끄고 어제와 똑같이 나갔거든.

5 이름없음 2026/07/24 20:28:38

이제는 역겨워. 속이 울렁거리고 혼란감에 자꾸만 멍때리고 헛구역질을 하게 돼. 내 딸을 잡아먹은 벌레 따위가 나에게 엄마라고 부르며 딸 행세를 한다는게. 자신이 도플갱어라는 사실조차 몰라서, 딸아이의 기억조차 베껴버려서 그런거더라도 알게뭐야. 쟤는 내 딸을 잡아먹은 벌레인걸. 그렇게 딸이 하교를 하고, 같이 저녁을 먹고, 방에 들어가 잠을 청한 와중에도 나는 소름이 끼쳐와. 새벽, 나는 아무래도 잠이 오지 않아 물을 마시려 거실로 나왔어. 딸의 방문이 열려있는게 보여. 저 문을 열었을 때 우리 딸이 아니라 도플갱어 벌레 하나가 누워있더라면, 모든 걱정은 사라져. 저 아이는 내 딸이 아닌거고, 내쫓으면 그만이야. 사망신고를 하러 경찰서로 가야하는거야. 방문을 열었더니 언제나처럼 치우지 않아 어질러져있던 방바닥과 책상이 모두 깨끗해. 이불이 반듯하게 접혀있는 침대 위로 쪽지가 하나 놓여있어. "죄송합니다"

6 이름없음 2026/07/24 20:29:33

도플갱어도 알고있던거야. 자기가 진짜 딸이 아니고 도플갱어라는 사실을. 어떻개 모르겠어, 몸이 투명해졌었는데. 원래 기억을 가지고 있으니 도플갱어에 대한 사실도 알고 있었을거야.

7 이름없음 2026/07/24 20:38:25

도플갱어도 억울했어. 분명 내 엄마인데, 분명 어릴 적부터의 기억 전부를 함께한 내 엄마인데 그게 아닌거야. 그냥 엄마 말대로 교통사고라고 믿고 넘기려했어. 최선을 다해 아무 일더 아닌 척, 평소처럼 엄마한테 장난치며 지냈어. 그렇게 당일이 지났고 다음 날 아침 등교하려 현관으로 가니 신발이 없어. 교통사고일 리가 없었어. 아파트 뒷편 놀이터인데 차가 다니는 길이 어디있겠어. 그리고 교통사고를 당한다고해서 몸이 투명해진다는게 말이 안되잖아. 알고 있었어. 내 엄마지만 엄마라고 감히 불러서는 안된다고, 이 집에서 내가 나로 살아서는 안된다고, 분명 내 기억이지만 이 기억은 나의 것이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어.

8 이름없음 2026/07/24 20:41:39

그래서 새벽이 됐을 시점. 엄마 몰래 방을 정리하고 이불을 개며 울음이 났지만, 이게 맞다고 생각했어. 쪽지를 남겼어. 원래 이 방의 주인이었을 아이에게, 그 아이의 엄마에게. 진심으로 죄송했어. 너무나 당연하게도 받아왔다고, 그리고 사랑했다고 기억됨에도 그건 사실이 아님에, 그래서는 안됨에 나는 너무 서러웠어. 그렇게 집을 나갔어.

9 이름없음 2026/07/24 20:45:06

이 작품에서는 이렇게 집 나간 딸을 엄마가 다시 찾아나서. 그리고 다시 집으로 들이고 딸한테 엄마라고 불러도 된다고, 자기도 딸이라고 불러도 되냐고 묻고 둘은 가족이 돼. 난 이 결말이 이해는 가. 그럼에도 나는 주인공에 이입이 된 탓인지, 마음에 들지는 않아. 딸 입장에서는 자기를 먹은, 즉 자기를 죽인 도플갱어를 엄마는 그 사실을 알고있음에도 내쫓지않고 사랑해준다는 거잖아. 물론 엄마 입장에서는 평소랑 똑같은 딸이니 어떻게 안사랑하겠어. 어딜봐도 내 딸인데. 그냥 이 부분에서 궁금했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물론 나도 내가 남겨진 자의 입장이면 안사랑할 수 없을 것 같아. 사랑할 수 밖에. 그치만 작품 밖 제3자라 그런가 그냥 딸의 마음이 조금 더 신경 쓰이긴 하네..

10 이름없음 2026/07/24 20:46:05

어쩌다 보니 너무너무너무 길어졌긴한데 그럼에도 레더들 생각 궁금하기도 하고, 이거에 대해서 더 얘기해보고 싶어서 잡담판에 스레 써봤엉 너무 길어져서 미안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