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9/04/02 10:41:22 ID : h9a5TU6i9Al 8
아마 초등학생 5학년때 부터일 것이다. 동성애자라는 단어를 알고 그 단어가 나를 가르키는 말인지 인지하였을 때가. 나는 나의 성 지향성이 사회적으로 그다지 좋지 못한 인식을 받고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고통스러웠고 누구에게 말할 수도 없었다. 내 자신을 혐오하였고 내 자신이 너무 싫었다. 방황도 엄청 했다. 양아치짓란 양아치 짓을 다 하고 다니고 어머니가슴에 대못을 몇 개나 박아 넣었는지 모른다. 사고를 치고 집에 들어오면 항상 어머니는 혼을 엄청 내시며 회초리를 드셨지만 항상 그 후에는 너는 우리아들이라며 나를 안아주셨다. 그 후 부터 어머니는 하루에 한 번싹 나를 안아주셨고 나는 변해갔다. 좋아하는 아이를 만났고 그 아이와 공부를 시작했고 417면중 360등을 하던 내가 어느새 90등에 들게 되었다. 아버지는 늘 무뚝뚝하셨지만 아버지가 하시는 말씀들은 내 정곡을 찌르며 나를 사람으로 만들어 갔다. 중학교 3학년, 나는 돈을 벌고 싶었고 내 성지향성 문제로 왕따를 당했던 내 고향을 떠나고 싶어 멀리 부산의 마이스터고에 입학했다. 나름 국립에다 커트라인도 높은 학교였기에 간당하게 입학을 하였다. 그리고 나는 고등학교에서 억울하게 성폭력사건에 휘말리게 되었다. 아무도 내 진술을 믿어주지 않았고 나는 억울하게 징계를 받았다. 아버지는 억울해 우는 나를 안아주시며 니가 니 가슴에 손을 얹고 잘못아 없다고 생각하냐고 물으셨다. 나는 결코 명백하다고 말씀드렸고 아버지는 그럼 됐다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셨다. 아버지와의 첫 포옹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정신을 차렸다. 부모님가슴에 박아넣은 대못이 보이기 시작했다. 항상 미안하고 항상 고마웠다. 취직을 하고 앞만보고 달렸다. 동기들보다 진급도 1년이상빨랐고 돈도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항상 휴가를 받아 집에 올때마다 커밍아웃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왔다며 맥주 한 잔과 다운받은 영화를 보며 웃는 그 모습이 깨어질까 너무 두려웠다. 그래서 1년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 집은 독실한 개신교 집안이라 어머니가 가끔씩 동성연애자에 대해 말씀하실때 모습이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평생 욕을 안하시고 평생 험한말 안하시는 분이 그 얘기만 나오면 돌변하셨기 때문에 나는 내가 커밍아웃 한다는게 불효라고 생각했다. 숨기며 살아온지 벌써 9년이 넘어가고 나는 더 이상 연기를 하는데에 지쳤다. 정신병원도 다녔다. 어머니는 항상 이유를 물으셨지만 나는 그저 회사스트레스라고만 답했다. 어머니는 이성애자인척 연기하는 나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과연 내가 가면을 벗어던져도 나를 좋아해주실까? 라는 물음에 휩싸여 엄청 아팠다. 어머니와 연을 끊을 용기도 나지 않았다. 누가보면 마마보이라고 하겠지만, 나는 부모님께 얻은것이 너무 많았고 부모님이 없었다면 나는 이 자리까지 오지 못하였을 것이 분명하였기에 속에서 삭히기만 했다. 하지만 너무 답답했고 내 걱정 하나 못 털어놓는 내 자신이 한심했다. 2019년 4월 1일 내 생일날 나는 친구들과 술을 마셨고 한 껏 달아올라 귀가를 했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빵들을 사서 집에 들어왔다. 어머니는 이게 왠거냐며 빵을 잘라 드셨고 나는 입을 열었다. "엄마. 엄마는 내가 무슨 잘못을 해도 나를 아들로 받을거야?" "사람죽이고 들어와도 사랑하는게 부모인데... 그건 갑자기 왜? 고민있니?" "있잖아 엄마는 홍석천같은 사람보면 어때?" "그건 왜? 혹시 너 게이니?" 어머니의 훅 들어오는 질문에 나는 당황하며 그렇다고 대답했다.
2 이름없음 2019/04/02 11:02:58 ID : mq7zdU2IIE9 0
ㅂㄱㅇㅇ 힘내 레주....
3 이름없음 2019/04/02 11:06:59 ID : h9a5TU6i9Al 0
다 털어 놨다. 세상이 나를 버린 기분이었다고. 죽고싶어 몇 번이고 자살기도를 했었다며 매일 저녁마다 내일 아침에 숨통이 끊어져있길 기도를 했다고 말씀드렸다. 어머니의 눈시울에 눈물이 맺혔었다. "너는 성인이고 이제 돈도 버는데 내가 너의 성지향성가지고 왈가왈부 할 수는 없다. 니가 좋으면 된거다." 어머니의 말씀에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21살 먹고 그렇게 울어보긴 처음이었다. 어머니는 누가 뭐래도 너는 내 아들이라며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주님께서 다 이유가 있으시겠지. 너에게 큰 일을 맡기시려나 보다." 라며 말씀하셨다. 후련했다. 어머니와 나는 잠시 어색했지만 어머니는 나를 안아주셨다. 오랜만이다. 어머니의 키가 많이 작아지셨다. 등도 굽어지셨다. 그 날 나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 기분이었다.
4 이름없음 2019/04/02 15:18:56 ID : bjzbwsjimIL 0
나도 교회를 다닌다. 내가 어머니를 전도했고 우리 식구들을 모두 전도했다. 교회에서 임원까지 할 정도로 열심히 활동했었다. 나는 울면서 기도를 드렸다. 어차피 지옥 갈 운명인거 차라리 지금 보내달라고. 그러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악마라는 존재마저 신이 만들었는데, 아마 나도 쓰임이 있어서 이렇게 태어난것이 아닐까? 나는 하나씩 하나씩 실천해나가고 있다. 주변사람들에게 모두 커밍아웃을 했다. 그리고 성소수자에 대해 인식을 바꾸려 나 먼저 모범을 보였다. 받아드리기 어려운 질문들도 웃으며 꾸준히 대답해주었다. 그리고 항상 그것은 무례한 질문이라고 일러두었다. 내 행실부터 고쳐나가 성소수자들에 대한 인식을 하나씩 바꾸어 나갔고 우리 곁에 성소수자가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을 계속 되뇌어 주었다. 이해가 아닌 수긍으로, 포용을 하도록 시켜주었다. 사회가 바뀌길 원하며 소리치기 이전에 나부터 바꾸었다. 내가 바뀌면 자연스럽게 사회도 조금씩 변한다는걸 느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발자국, 가족에게 알리기. 나는 전심으로 내 사명을 다하고 있다.
5 이름없음 2019/04/02 16:52:38 ID : nu5XwK5bCnS 0
스레주 너무 멋있다.. 가는길이 가시밭길이어도 스레주라면 잘 헤쳐나갈수 있을것 같이 보여!! 스레주의 노력에 주변인들이 다들 반응하기를 바랄게!!
6 이름없음 2019/04/02 21:08:23 ID : Ph89By1u5Ru 0
멋있고 용기있는 스레주 꽃길 걷길 바랄께!
7 이름없음 2019/04/02 22:44:45 ID : vBe59g0rdXt 0
정말 대단하다....정말 멋있어 스레주ㅠㅜㅠㅠㅠㅠㅜ쓰임이 있다는 말이 너무 좋다 힐링하고 간다...힘든일이 닥쳐도 늘 꿋꿋이 이겨내길!!!
8 이름없음 2019/04/02 23:16:37 ID : NApaq3Qq2Fg 0
와 보다가 눈물날뻔했어 어머니 진짜 멋지시다 그리고 스레주도 너무 멋지고 축하해
9 이름없음 2019/04/02 23:40:16 ID : SGk4E79a4Ff 0
존경스러워
10 이름없음 2019/04/03 07:56:35 ID : vA7vCo2E2q5 0
사랑해요♥
11 이름없음 2019/04/03 13:09:33 ID : xva79eFhhAo 0
고마워 모두들 ㅎㅎ Viva La Queer!
12 이름없음 2019/04/05 13:21:36 ID : UY9yY1a2oGs 0
어머니께 커밍아웃한지 나흘. 당시 어머니께서는 매우 혼란스럽다고 하였고 나에게 그 후로 아무 전화도 아무 톡도 없으셨다. 매일같이 톡을 하며 내 생사확인을 하던 어머니가 귀찮았지만 왠일인지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늘 그렇듯이 먼저 연락을 하진 못하였다. 그리고 나흘 뒤 가족 단톡에 올라온 한 성경 구절. 빌립보서 3장 14절.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려가노라"(빌3:14)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자신의 소유물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단지 생활하고 소유하는 것은 장애물이 될 수도 있고 짐일 수도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느냐가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결정짓는 것이다." - 헬렌 니어링의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중에서 - 나는 누구인가? 나는 과연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이따금 직면하는 자기 점검의 물음이다. 가치있는 인생은 무엇을 갖고 있느냐가 아니라 어떤 가치 있는 일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네. 어머니가 하고자 하는 말은 잘 알겠다. 내 자신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해주신 어머니. 내가 그 누구를 좋아하더라도, 내 자신이 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어머니. 좋은 뜻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휴가때 좋은 선물하나 들고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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