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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군대 제대하고 난 뒤의 썰이지만...
예전에 호구조사 했을 때 보니까 잡담판 여초라던데.. 괜히 지루한 썰 풀게 될까봐 걱정되네;
ㅇㅋ 닉네임 박고 시작한다. 내 평소 말투대로 하면 너무 아재냄새나니 음슴체도 섞어서 쓰겠음
공군이였고 항공전자정비 보직으로 비행단에서 근무했음.
이게 뭐냐면 비행기에 있는 전자장비 (계기판이나 무전기, 오디오 등등) 들을 떼어내서 정비하는 일이였는데
뭐 처음 훈련소 끝내고 자대 갔을때까지는 괜찮았음
그러다 아직 내가 자대 들어간지 얼마 안되서 막내였고, 작업도 숙달되지 않았을 때 일이 터졌음
자세히 말하기는 그렇고 작업도중에 좀 비싼.. 장비를 날려먹을뻔한 실수를 했어. 위험한 상황은 아니였지만.
가끔씩 있는 실수라 옆에 선임들도 그렇고 같이 작업하던 간부들도 그냥저냥 주의 한 번 주고 넘어가는 분위기였는데,
작업반장인 원사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았나봐. 따로 날 불러서 한 시간 넘게 갈궜었지.
그때는 군대니까 원래 이런 거라고 생각하고 버텼어
그런데 그로부터 작업장 분위기가 서서히 이상하게 바뀌기 시작했어.
나중에 안 거지만 필요 이상으로 갈구는 것도 원래는 하면 안되거든...
내 후임도 들어오고, 일도 손에 익어가는데 항상 혼나는건 나였어.
원래도 그리 쾌활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느끼기에도 점점 말수가 적어지고 어두운 성격으로 변하는게 느껴졌지.
그리고 날 갈구던 반장... 교회 다니던 사람이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좀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했지.
요약하자면 '너가 여기 자발적으로 들어온 것이니 삶의 진리를 얻어 나가려면 시련을 참고 견뎌라..' 뭐 그런 내용이였는데
그냥 들어도 개소리인걸 알겠지만 그때는 정신적으로 몰릴대로 몰려서 너무 힘들었지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부족한 것이 있어서 혼나는 거라고만 생각하면서
최대한 실수 안 하고, 내가 할 일 다 하려고 정말 내자신을 몰아붙였어. 지금 생각해 보면 최악의 선택이였지
그러다 자대에 온 지 1년이 넘어서 작업반에 내 선임과 후임들 숫자가 비슷해질 때쯤, 다른 작업반에 친한 선임이랑 같이 BX 가서 얘기하는데,
그 선임이 나한테 대뜸 "넌 어떻게 그걸 버티고 사냐?" 하고 물었어.
의아해서 무슨 말인지 묻는 나에게 지금 내가 당하고 있는 일들을 하나씩 객관적으로 짚어주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 그냥 무언가 걔네들 마음에 안 들어서 찍혔다는게 확실해지더라고.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한건데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
그 선임한테는 고마워해야겠지만, 안타깝게도 내 정신건강은 오히려 더 빠르게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했어.
내가 좀.. 잘못한 것 없이 혼나는 걸 견디지 못하는 성격인데.. 그게 좀 컸던 것 같아.
음... 여초 게시판이라니 첨언하자면.. 군대에서 괴롭힘 당하는건 학창시절이랑은 차원이 달라.
특히 확실하게 정해진 서열이 있어서 나보다 서열상으로 위인 사람들이 가해자이면 반격할 방법이 사실상 없고,
그런 인간들이랑 하루 24 시간 같이 살다보니 거기서 해방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지.
생지옥 그 자체였어
그래도 그와중에 다른 부서에 파견나가면서 친해진 간부도 있었어.
하사였고 날 괴롭히는건 원사라 내가 처한 상황에 뭔가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많이 걱정해주고 도와주셨던 분이였지.
그분이 어느날 나를 조용히 부르더니 사건의 전말을 알려줬어.
원래 그 작업반장이 그런 식으로 샌드백 하나 만들어서 일 다 시켜먹고 나머지 사람들을 단합시키는 방식을 좋아한다.
집에 돈이 없어서 공부 못한것 때문에 학력 컴플렉스? 같은게 있는데 나빼고 다 실업계졸 출신 병사들로 채워져있는 내 부서에
떡하니 나이도 많은 4년제졸 하나가 들어오니 튀는데다가, 영문으로 된 정비지침서 같은거솓 잘 읽어내니 마음에 들 리가 없었다는것,
그 와중에 들어온지 얼마 안 되서 큰 실수 하나 일으키니 꼬투리 잡을 것까지 충분했다는 애기를 해줬어.
나 오기 전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당하다 나간 애들 많으니 조심하라는 말도 곁들여서.
충격적이였어.
그깟 대학졸업장 - 그마저도 그렇게 명문도 아닌데 - 하나 때문에 열등감 느껴서 지 짬으로 내리찍었다는 얘기잖아? 그것도 나이도 내 두배쯤 먹은 양반이
그런데 곰곰히 되짚어 보니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게 들어맞았어. 나를 괴롭힐 때 유난히
'배운 놈이면 그정도 시련은 참고 견뎌야..' 내지는 '대학까지 나온 새끼가 그것도 못하냐' 운운하는 빈도가 높았고
선임이든 후임이든 이 상황이 계속 유지되야 조금이라도 자기들이 일을 덜 하니 걔네들이야 손해볼 거 없었지.
물론 돌아가는 꼬라지를 파악했다고 해도 당장 나아지는건 없었지만...
적어도 그곳에 계속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데 생각이 미쳤지.
아침에 출근해서 인원체크랑 브리핑이 끝나기 무섭게 작업장을 빠져나와서 그동안 파견근무 나가던 다른 부서들을 돌면서 도망다녔어.
그 부서 간부들도 작업반장놈 인성을 익히 들어 알고있던 터라 눈치를 주거나 하기는 커녕 오히려 나를 숨겨주는 등 도와주셨지.
안타깝게도 전역도 반년정도밖에 안 남은데다가 정신도 멀쩡하지 못해서 뭔가 적극적으로 반격하지는 못했어.
그렇게 시간은 어찌 흘러 전역하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동안 긴장으로 억누르고 있던 상처들이 튀어나왔어.
거의 매일 밤 악몽을 꾸었고, 언어장애(말더듬), 무기력감에 시달렸지
정신과에서는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을 타먹는 신세가 되었어.
불행 중 다행히도 회복은 그럭저럭 빨라서, 몇개월만에 혼자서 자동차 운전까지 할 정도로 회복되었어.
약도 약이지만, 곁을 지켜주는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의 힘이 컸어.
그렇게 회복되어서 내 원래 삶을 되찾을 때 쯤, 내 안에서 복수심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어
멀쩡하게 잘 살던 나를, 자기 알량한 자존심 채우려고 내 남은 인생까지 으깨버린 그 원사를 최대한 철저하게 떨궈놓고 싶었어.
그 당시에 심리치료의 일환으로 책을 많이 읽었는데, 그 중 HUMINT(인적첩보) 수집에 관한 책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
그떄 수중에는 현금이 400만원 조금 넘게 있었는데, 거의 폐차 수준의 승용차랑 DSLR 카메라, 서리차이트 등 필요한 기자재를 샀지
산 차를 대충 굴러갈 정도로 정비하고 앞유리창을 유리창에는 선팅을 했어. 어디 매장같은데 맡기지 말고 직접 필름 사다 붙이면 상상외로 되게 저렴해.
군복무 시절에 문서정리하면서 봤던 그 작업반장 주소로 찾아갔어. 일단 목표는 작업반장 본인이 아니라 그 처와 외동딸(중학생) 이였지만....
논두렁 한복판에 세워진 군인아파트였는데, 그때가 가을이라 논에 벼가 알을 맺도록 야간에는 가로등을 모두 꺼놨었지.
군인'아파트' 라고는 하지만 우리가 흔히 보는 그런 아파트는 아니고, 5-6 층 쯤 되는 빌라같은 그런 느낌의 건물이야. 그것도 딱 한 동 있지.
요즘 흔한 빌라처럼 건물 1층에 주차장이 있는 형태가 아니라 옛날 아파트처럼 건물 앞에 지상주차장이 있는 형태야.
시골이라 주차 차단기같은것도 없었고 그냥 들어가기만 하면 됐지.
대략적인 계획만 있었을 뿐 앞뒤 생각 안하고 고속도로 타고 4시간 넘게 운전해서 간 거라 너무 피곤해서 주차장에 대놓고 잤어
알람 소리에 깨어보니 벌써 시간이 다 됐어. 군인들이라 다 같은 시간에 출근하니 인파가 무섭게 쏟아져 나왔다.
그 와중에 그 방장을 찾는건 힘들었지만 워낙 얼굴이 특색있게 생겨서 찾는건 그리 어렵지 않았어.
미리 준비해놨던 카메라로 망원 당겨서 미친 듯이 셔텨를 눌렀다.
따로 나오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차가 한 대밖에 없는지 와이프랑 딸도 같이 나왔어.
최대한 사진을 많이 찍어놔야했지
그리고 얼른 시동걸고 반장 차를 따라가기 시작했어.
동선이 군인아파트 -> 딸애 중학교 -> 부대에서 반장 내리고 와이프가 운전해서 귀가 -> 저녁에 딸 픽업 -> 반장 픽업 -> 귀가
이렇게 되더라.
한 일주일 동안은 차만 따라다니면서 딸, 반장, 아줌마가 차에 타고 내리는 모습을 찍어놨다
사진이 많기는 했지만 아직 부족했어. 나중에 써먹을 때 언제 찍혔는지 감이 안 오도록 최대한 다양한 복장, 각도 등이 필요했거든
그래서 그 다음주부터는 최대한 주차장에서 자리를 바꿔가면서 사진을 찍었어.
이 짓거리를 6주 넘게 계속했고 운좋게도 가을 - 초겨울로 넘어가는 시기라 다양한 복장인 상태로 찍어놓을 수 있었다.
이제 액션을 취할 때였어
일단 거의 유일했던 가족 외식사진을 하나 골랐어. 식당까지 따라들어가서 찍은 거였는데,
포토샵으로 주변풍경이나 식탁 위 음식들, 복장 등 날짜나 상황을 유추할 만한 것들은 다 블러처리하고
그 사진을 출력해서 밤에 아파트에 세워져있는 반장 차 와이퍼에 꽂아놨지
최대한 구석진 곳에 차를 세우고 아침을 기다렸어.
출근시간이 되고, 반장은 자기 차에 꽂혀있던 사진을 집어들더니 순간 굳었지.
최대한 태연한 척 하면서 자기 와이프한테 사진을 넘겨줬는데, 와이프는 멀리서 봐도 한눈에 쇼크 먹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애 앞이라 그런지 침착하게 차를 타고 빠져나가는 데에는 놀랐어.
이 광경은 모두 카메라 안에 담겼지만
그날밤에도 적당한 사진 하나를 골라서 와이퍼에 꽂으려 가는데... 반장 차 앞유리창에 깜박이는 불빛이 보였어 ㅋㅋㅋㅋ
겁은 났는지 그 날 바로 차량용 블랙박스를 달아놓은 거였지.
어차피 반장 차가 아니더라도 주차장에는 다른 차들도 있었으니 처음부터 두꺼운 옷에 마스크랑 선글라스 쓰고 다녔으니 괜찮았지만
그래도 그 날 혹시나싶어서 차를 아파트 밖에 주차하고 온 건 신의 한 수였다. 번호판이 읽히면 귀찮아질수도 있었어
그래도 사진을 꽂는 시간은 들켰으니 조심하기는 해야했어. 이왕 이렇게 된거 조금 대담하게 해보기로 했다.
어차피 블랙박스도 싸구려라 자동차 앞만 녹화하는 물건이라는데서 착안해서, 그 다음 날은 부대 앞에서 대기하기 시작했다.
반장이 내리고 아줌마 혼자서 운전해서 돌아가는데, 이 차를 바싹 뒤쫒았어. 길목에 신호 길게 걸리는 구간이 딱 한 구간 있는데, 신이 도운건지
교차로 진입 직전에 빨간불로 바뀌었다. 얼른 차를 골목에 세우고 후드를 뒤집어쓴 다음, 전력질주해서 아줌마 차로 달려갔어.
미리 준비한 테이프로 아줌마 차 뒷유리창에 저번에 첫 사진을 받아들고 놀라던 보습이 담긴 사진을 붙이고 쏜살같이 도망갔다
나중에 나오지만 신고 이미 당했어 ㅋ
경찰까지 왔었는데 법적으로 잘못한건 없어서 그냥 넘어갔다 ㅋㅋ
아줌마는 상황 파악이 늦었는지 한참 지나서야 차에서 나왔어. 그리고는 내가 붙인 사진이 뭔지 깨닫고 '경악' 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표정으로 옮긴 것 같은 표정을 지었지.
이것도 카메라에 담겼어. 처음에 의도한 건 아니였지만. 아줌마가 내가 도망가기 충분할 정도로 오래 있다 나온 덕분에 잘 찍을 수 있었지.
아줌마는 어찌할 줄 몰라서 멍하니 서있다가, 신호가 녹색으로 바뀌고 뒤에 차들이 빵빵거리자 정신을 차린 듯 비틀거리면서 자기 차로 돌아갔어.
밤이 되고, 군인아파트를 향해 차를 몰았는데, 군인아파트 입구 앞에 경찰차가 서 있었어 ㅋㅋㅋㅋ
반장이 자기는 여러명 짓밟아놓고 지 가족은 소중히 여긴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증스러웠다 ㅋㅋ
근데 어차피 경찰차도 밤 늦으면 돌아가는 걸 알아서.. 차타고 숙소로 갔다가 한 5시쯤인가? 동트기 직전에 돌아오니 없었어.
얼른 뛰어들어가서 이번에는 우체통에 전날 찍은 아줌마 사진을 꽂아놓고 돌아왔다
이제 시작됐으니 정신을 차릴 수 없게 해야했지.
중학교 하교시간에 맞춰 주변 골목길에서 대기했어. 시골 학교라 스쿨버스를 운영하는데, 반장네는 특이하게도 직접 자가용으로 픽업하러 왔었지.
마스크와 선글라스, 두꺼운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골목길에서 학교 교문을 주시했어. 이윽고 스쿨버스가 빠져나가고 남은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교문을 지났어
반장 딸이 보였어. 그 뒤를 한 3 - 4 보? 정도 거리를 두고 대놓고 따라갔다. 사실 딸과 그 친구들이 인도를 다 막았기 때문에 특별히 의심스러울 정도 광경은 아니였지만
아줌마한테는 아니였겠지. 딸이 차에 가까워지고 아줌마가 딸이 오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그 바로 다음, 나와 거의 동시에 눈이 마주쳤어.
표정이 굳어지는게 눈에 보이더라. 나는 자리에 멈춰서서 딸애가 차 문 열고 들어가는 광경을 지긋이 바라봤어.
이미 다 아는 거였지만 번호판도 한번 주욱 훑어보고, 아줌마 얼굴도 지긋이 응시하고 천천히 자리를 떠났어.
아줌마는 겉으로 보기에는 생각보다 초연했지만, 학교앞 거리를 빠져나가면서 길가에 화분을 거의 들이받을 뻔하면서
위태롭게 그 길을 빠져나갔어.
내가 이기고 있다고 느꼈다.
에어공익이라고 불리는 공군도 다 고충이 있는걸 너무 뼈저리게 느낀다.
라인에 가깝냐 머냐를 떠나서 그냥 안가는게 제일 좋은거다 진짜로.. 뺄수있으면 빼야한다
돌아왔어
그냥 겁만 좀 주려고 한건데.. 생각보다 효과가 훨씬 좋았었음
군대가 힘든 이유는 업무가 아니라 인간관계니까 어쩔수없지.
이렇게 며칠에 한 번 꼴로 CCTV 나 블랙박스같은 기록을 안 남기게 사진을 전달했어.
항상 같은 경로로 반복하면 대응할 수도 있으니 하교길 따라가기, 사진 붙이기를 무작위 패턴으로 며칠에 한 번씩 반복했어.
사진은 최근 것과 옛날 것을 블러처리 잘 해서 랜덤하게 보내는 게 포인트고 하교길은 동일인물인지 모르도록 옷을 랜덤하게 바꿔입는 게 포인트.
그렇게 두 달 가까이가 지나고, 반장 내외는 눈에 띌 정도로 야위어가기 시작했어.
아직 전역못한 다른 친구들 말에 의하면 반장은 작업반에서 여유를 잃고 자잘한 일로 신경질을 내는 일이 많아졌고
아줌마는 정차할 때면 주변을 미친 듯이 경계하고 있었지. 딸 방학이 시작되었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였어
한겨울 공기가 맑아서 시골치고도 별이 유난히 밝게 빛나는 밤이였어. 군인아파트는 언덕을 끼고 있는 건물이였는데,
서치라이트를 들고 그 언덕에 올라갔다. 자정이 넘어 가로등 불이 일곽적으로 꺼졌고, 4시가 넘어서 반장 집에 서치라이트를 조사했어.
몇 분 되지 않아 집안에 불이 켜지고 집 안에서 부산한 움직임이 보였다.
이윽고 반장 내외가 밖으로 나와서 나한테 뭐라고 막 소리치는 모습이 보였어. 수백 m 이상 떨어져 있어서 뭐라는지는 안 들렸지만..
머지 않아 아줌마가 핸드폰을 귀에 갖다대고 뭐라뭐라 하는 모습이 보이더니, 15분쯤 지나서 멀리서 경찰차가 오는 게 보였어.
그 시간동안 계속 서치라이트를 그 둘에게 비추고 있었어.
서치라이트가 뭐 별건가 생각할 수도 있는데, 내가 사용한 건 이런 물건이였어. 시골이라 어두워서 더 밝게 느껴졌겠지
예상보다 반장 내외 반응이 좋아서 며칠씩 텀을 두고 서치라이트로 그들의 창문을 비췄어.
물론 사진 붙이는거랑 딸 따라가는 것도 지속했지.
서치라이트 비추면 조금 후에 깨어나서 커튼을 닫거나, 밖에 뛰쳐나와서 폭주하다가,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차가 멀리서 보이면
나는 얼른 자리를 뜨는 게 패턴이였지.
서치라이트 비춘 횟수를 잊어버릴 무렵, 내가 실제로 불법을 저지른 건 아닌데 굳이 도망칠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가만히 있어봤어.
결국 경찰들과 함께 서까지 가게 됐지
여튼 서에서 조사를 받는데, 딱히 체포당한 건 아니라서 그냥 담당자랑 얘기만 했어.
그동안 한것들 다 솔직하게 얘기했는데
내 예상대로 흘러갔지. 사진은 '은밀한' 사생활을 찍은 게 아니라서 몰카범죄는 아니고, 그걸로 이익을 추구한것도 아니라 초상권 민사로도 안들어갔지
사진 붙이는거나 서치라이트로 비춘게 객관적으로 봤을때 '위협' 을 가했다고는 보기 힘들어서 협박죄로도 안들어갔고
걔네들 몰래 따라다닌건 스토킹범죄로 들어갈 수 있었지만 그동안 나한테 '명시적으로' 거부의사를 나타낸 게 아니여서 지금까지 한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었어.
결국 조사끝에 형사님이 저렇게 설명해주시면서 그래도 자칫하면 범죄로 들어갈 수 있는 행동이고,
반장 가족이 거부의사를 밝혔으니 이제는 그만하라고 훈방조취만 받고 풀려났다.
내가 아무런 제제도 받지 않고 경찰서에서 걸어나오자 반장 내외가 있었지.
사실 이 시점에서 그만할까 생각도 했지만 반장 부부가 나한테 저주스런 말을 퍼붓는 걸 보고 마음이 바뀌었어.
뒤도 안돌아보고 집으로 되돌아왔지.
가만 생각해 보니 반장 +가족이 고생한 건 사실이지만 평생 정신적인 후유증을 안고 가야하는 나랑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걔네가 경찰 통해서 거부의사를 밝힌 이상, 합법적으로 뭔가 더 해 볼 만한게 없었지.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어
작업반장 인성 파탄난것도 소름인데 복수하겠다고 각 잡고 행동하는것도 소름돋네
인성 잘 가꾸며 남한테 폐 끼치지 않고 착하게 살아야겠다
자재를 처분하려고 마음먹을 즈음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어. 작업반장이 나처럼 괴롭혔던 다른 피해자였지.
어떻게든 되갚아주고는 싶은데 오히려 역으로 처벌받을 게 두려워서 행동으로는 옮기지 못하고 있다고 했어.
그 와중에 시원하지는 않았지만 법의 테두리 안에서 실질적으로 고통을 주는 데 성공한 사람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군시절 연락처를 알음알음 찾아서 나한테까지 연락이 닿은 거였지.
혹시라도 반장놈이 친 함정일까 싶어서 반신반의하면서 나가봤더니 나까지 네 명이 모였어
그들이 진짜 자신들이 주장하는 사람들이 맞는지 조심스레 확인하고 그동안 내가 해온 자료들을 넘겼어.
사진 뿐 아니라 반장 가족 동선, 주로 외식하는 식당, 학교, 아줌마 나가는 모임 정보 등.. 걔네들 일상은 물론이고
사진 찍기 좋은 위치나 군인아파트 주변 좋은 잠복위치 등.. 앞으로 비슷한 일을 할 때 필요한 것들이였지
나는 이미 한 번 경찰서에 갔다와서 신원이 드러난 것도 있고, 슬슬 정신적으로 회복되서 취업자리 알아보느라 손을 뗐어.
그 세명은 내가 해 온 거랑 비슷한 것들을 했는데, 셋이 조를 짜서 체계적으로 움직이니 그 위력은 남달랐겠지.
경찰에서 나한테 한 번 연락이 온 적도 있었는데, 워낙 알리바이가 확실해서 그냥 넘어갔다. 실제로도 나는 한 게 없었기도 했고
담당 경찰분에게 그동안 괴롭힌 사람이 여럿이라 누구인지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도 해줬지.
군대 가기 전에 스펙은 나쁘지 않았던 터라 어렵잖게 직장을 잡고 일을 시작했어. 바쁜 회사라 해외 여러군데를 돌아다니느라 숨가쁘게 살았다.
뭐 그것도 그만큼 돈 주니까 한 거지만.. 무엇보다 끊임없이 할일이 있어서 군대 때 괴로움을 잊을 수 있어서 좋았어.
얼마 전 잠시 한국에 들렀을 때 내가 도망다니도록 도와줬던 친한 간부랑 어떻게 잘 연락이 되서 식사를 같이 하면서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자료를 넘기고 난 뒤 그 세명은 사진을 직접 보내지 않고 우편으로 보냈던 듯 해.
우체국에 가지 않고 일반우편으로 보험사나 카드사에서 보낸 우편물처럼 보이게 겉을 꾸며서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면서(발신처를 알 수 없게)
우체통에 넣고 다녔나봐. 내가 알려준 대로 최근 사진과 옛 사진을 섞어서. 여기까지는 나도 예상한 거라서 별 감흥이 없었어.
그 이후로 견디다 못한 반장이 부대 내에 잇는 관사로 거쳐를 옮겼을 때에도 그 주소를 알아내서 계속했대. 좀 놀랍기는 했지만 부대에 아는 사람이 있으면
주소 알아내기는 어렵지 않은 터라 그런가보다 했지
그뿐 아니라 번호 추적 안되는 번호(아마 대포폰이였겠지) 로 새벽에 한번씩 전화해서 욕이나 섬뜩한 소음을 내뱉기도 하고,
반장이 야근하고 돌아갈 때면 어김없이 차가 나타나 뒤에서 서치라이트를 비춰댔고,
고등학생이 된 딸 시험기간이면 술취한 괴한이 학원에 침입해서 한 번씩 난동을 부렸다는 거야
솔직히 이 정도로 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라서 좀 무서웠다.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지. 시골이라 학원도 몇 안되는데 딸을 받아주는 학원도 없었고, 그 와중에 성적이 멀쩡할리도 없었지.
결국 반장을 멀리 구석에 박혀있는 부대로 전출신청을 했지만 자리가 없어 근무지에서 계속 일했어;
참다 못한 처와 딸은 따로 외가로 도앙쳐서 살았지만 우편물이 도착할 주소가 바뀌었을 뿐 달라진 건 없었지.
결국 아줌마는 정신과에 입원까지 하게 되었어.
반장은 원래도 그다지 술버릇이 좋지 않았지만 술을 더 자주 마셨고, 민간인이랑 시비가 붙어 민간인 폭행하고 음주운전으로 도망가다 잡혀서
불명예 제대를 당했지. 어찌저찌 합의는 해서 감방은 안갔지만 백수가 된 반장은 결국 술 퍼마시다 자살해버렸고, 딸은 할머니가 맡아서 키우는 중이라 하더라.
어찌 수소문해서 아줌마가 입원했다는 병원에 찾아갔어.
병실에 찾아갔더니 퀭하니 텅 빈 눈을 하고 침대에 앉아있는 아줌마가 있었지.
정면에 앉아서 아줌마를 응시했더니 이윽고 나를 알아보고서 갑자기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어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얼른 빠져나왔고, 거기 근무하시는 분들은 자주 있던 일이라는 듯 능숙하게 대처하셨지
이게 이번 주말에 있던 일이야
솔직히 반장이 죽기까지 할 줄은 몰랐지만 지금까지 해 온 짓에 비하면 너무 편하게 죽었다니 괘심했어. 그것도 본인이 원하는 때에.
아줌마랑 딸은 안됐지만 그 반장이 남의 집 귀한 아들들 인생 망쳐가며 벌어온 돈으로 이제까지 잘 먹고 잘 살았으니 뭐.. 인과응보라고 생각해.
딸은 몰라도 아줌마라면 지 남편이 직장에서 어떻게 사는지 몰랐을리도 없고
내 얘기는 여기까지야.
혹시라도 질문 하고 싶은 거 있으면 레스달아줘. 최대한 답해볼게
이게 괴담판 스레였으면 고퀄리티다 하고 봤을텐데 잡담판이야...
아마 되게 오래 전 이야기인가보구나...
저런 스토킹을 했는데 거부 의사가 없었다고 경찰들이 그냥 놔줘? 주작을 할 거면 좀 성의 있게 해야지
그렇게 오래 전은 아니야. 박근혜가 대통령이던 시절 얘기임.
음.. 꼭 스토킹 관련이 아니더라도 확실하게 실적 올릴만(= 불법적인 요소가 확실)한게 아니면 잘 안 받아주는 게 사실이야.
요즘에도 스토킹 범죄는 실제로 처벌이 잘 이루어지지 않기도 해. 당장 기사만 찾아봐도 그런 사례가 많지.
더군다나 저 때는 스토킹이 지금처럼 이슈가 되기도 전이였고, 법도 지금보다 느슨했던 때라서...
자세히 안 썼지만 형사님이랑 대화할 때 분위기는 꽤 험악했어.
군대에서는 가해자 처벌원한다고 해도 외박 외출 차단시켜서 대충 짬시키는데 어찌보면 사회도 별 다른게 없는거지.
입영대기자분들, 대한민국 국군의 주적은 북괴지만, 우리의 주적은 간부입니다.
절대 간부 말 믿지 마세요. 네버
당사자가 스토커에게 직접 가서 하지 말라고 했는데 계속 하면 스토킹이 되는거임. 아직도 이러는데....
ㅇㄱㄹㅇ 간부는 무조건 경계하고 봐라. 늙은 놈년들일수록 교활하고 간사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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